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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2

살인을 부르는 수학 공식 - 테프크로스 미카엘리데스 / 전행성 : 별점 3점

살인을 부르는 수학 공식 - 6점
테프크로스 미카엘리데스 지음, 전행선 옮김/살림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29년, 수학교사 스테파노스가 살해당했다. 유일한 친구였던 미카엘 이게리노스는 경찰에게 소식을 전해 듣고, 둘의 인연이 시작되었던 1900년 파리 수학자 대회를 떠올렸다.

1900년 파리 수학자 대회에서 힐베르트가 제시한 23개의 문제 중 2번 문제, "산술의 공리들이 무모순임을 증명하라"에 대한 해법을 둘러싸고 벌어진 살인 사건을 다룬 작품입니다.

20세기 초반 수학계의 주요 흐름을 짚는 수학 소설인 탓에, 당대 수학계의 핵심 이론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데 주력하지만 단순히 수학 이론을 설명하는 것에 그치는건 아닙니다. 살인 사건이 등장하는 미스터리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추리물로서의 수준도 높습니다. 힐베르트의 강의가 있었던 날부터 독자에게 동기를 지속적으로 부각시키는 복선에 더해, 범행의 진상도 깔끔했고, 무엇보다 마지막 반전 - 스테파노스의 증명은 범행 직후 발표된 쿠르트 괴델의 논문을 통해 오류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이게리노스의 범행은 결과적으로 아무런 필요가 없었다 -이 돋보인 덕분입니다.

여러모로 "장미의 이름"과 유사하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장미의 이름"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극론"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책을 숨기고 살인을 저질렀는데, 이 책에서는 이게리노스가 수학의 순수함을 지키기 위해 스테파노스의 논문 발표를 막고자 살인을 저지른다는 동기가 매우 비슷하거든요. 다양한 수학 이론을 설명해 독자에게 현학적인 느낌을 제공하는 점, 주인공 외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고 실제 역사와 맞물려 전개되는 팩션이라는 점도 이러한 생각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고요.

그런데 핵심 내용 몇 가지를 제외하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다는 단점인 큽니다. 파리에서 파블로 피카소를 만난다거나, 이게리노스의 결혼과 이혼, 스테파노스가 우연히 그의 전처 및 정부와 엮이는 등의 설정은 핵심 이야기 전개와 별 관계가 없으니까요. 피카소가 기하학에 관심이 많다는 설정이 입체파의 시작을 알린 "아비뇽의 처녀들"로 이어진다는 발상은 흥미롭지만, 수학자들이 피카소에게 기하학 강의를 해 준다는 내용은 수학 이론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합니다.

물론 이 작품은 추리, 미스터리물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수학 소설"이기에 수학 이론 설명이 중심이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지식 전달을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시도한 결과물인데 재미와 정보 전달 양쪽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돋보입니다. "장미의 이름"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레베르테의 작품들처럼 지식을 과시하는 데 치중하는 책들보다는 훨씬 낫네요. 수학에 관심이 있고 추리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2005/08/14

핑거포스트 1663 - 이언 피어스 / 김석희 : 별점 3.5점

핑거포스트, 1663 - 보급판 세트 - 8점
이언 피어스 지음, 김석희 옮김/서해문집

1663년, 크롬웰의 철권 통치가 무너지고 왕당파가 다시 세력을 잡아 찰스 2세가 왕위에 오른 직후, 옥스퍼드에 다 콜라라는 부유한 상인의 아들이자 의학 교육을 받은 이탈리아인이 방문했다. 그는 당대의 저명한 학자인 보일을 비롯하여, 의사 로어, 사학자 우드 등 여러 분야 학계의 사람들과 친분을 쌓으며 사교 활동을 활발히 벌이는데, 그러던 와중 대학의 교수인 그로브 박사가 독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결국 여러 증거를 통해 스스로 죄를 인정한 그로브 박사의 전 하녀였던 사라 블런디가 교수형을 당하는데 20년 뒤 다 콜라의 수기가 발표되자, 이를 반박하는 프레스콧의 수기, 월리스 박사의 수기, 그리고 제임스 우드의 수기가 계속 이어지며 서서히 20년전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다.... 

예전의 "옥스퍼드의 4증인"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을 때 부터 무척이나 읽고 싶었던 작품. 재간되었기에 잽싸게 구입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무려 1,000페이지가 넘는 장편이지만 전부 4편의 수기로 각각의 수기는 하나의 작품으로 독립되어 있어서 흡사 4편의 연작들을 읽는 느낌을 줍니다. 덕분에 생각보다는 읽기가 편했고요. 

순서대로 본다면 첫번째 "다 콜라"의 증언은 이야기의 첫 시작 답게 중요 등장인물과 20년 전 옥스퍼드에서 발생한 사건을 기술하는 소갯글로서의 역할을 합니다. 이야기만 놓고 보면 콜라의 "수혈법"에 대한 내용의 비중이 큰 편이고요. 때문에 살인사건에 대한 정보도 표면적으로만 훝고 지나갈 뿐이라 사라 블런디의 범행인지 아닌지에 대한 입증조차 해 주지 않습니다. 첫 번째 수기만 읽는다면 독자는 영국의 암울한 날씨와 문화, 요리에 대한 편견만 강하게 가질 것 같아요. 외국인 시각에서 많은 것을 보고 있으니까요. 

두 번째 "프레스콧"의 증언 수기에서부터 먼저 첫 번째 수기의 거짓을 많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콜라라는 인물이 스스로 묘사한 것과 다른 점이 많았다는걸 밝히는 부분이 그러합니다. 그리고 살인 사건보다는 프레스콧의 아버지 제임스 프레스콧 경이 관련되어 있던 왕당파와 의회파간의 음모, 배신 행위를 비중있게 다룬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프레스콧이 명예를 되찾기 위해 자신의 아버지가 배신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데 수기의 포커스가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음모론적인 이야기가 많이 가미되면서 점차 흥미진진해지는데, 특히 프레스콧의 아버지가 보냈던 "암호 편지"의 중요성이 처음으로 대두됩니다. 

 물론 모든 수기와 사건의 계기가 되는 그로브 박사 살인 사건의 정황에 대한 프레스콧 시각에서의 자세한 묘사도 들어 있습니다. 요약한다면, 지나친 광기에 시달리던 프레스콧은 성직록을 노리던 자신의 친구 켄이 그로브 박사를 독살했다고 믿지만 스스로의 광기가 사라 블런디의 주술 때문이라 생각하고 그녀를 사형시키기 위한 조작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지요. 

세 번째의 "월리스 박사"의 증언 부터는 앞서 나왔던 두 증언의 오류를 파헤치고 스스로 그것에 살을 입혀가는 단계입니다. 암호 해독 전문가로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서 광범위한 정보 조직을 구성한 월리스 박사라는 인물에 맞게끔 왕당파와 의회파에 대한 음모론에 살을 붙여 나가는 과정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콜라라는 인물의 정체에 주목하여 이야기를 진행해 나갑니다. 

또한 이러한 음모론적인 내용에 맞춰 여러 귀족들간의 역학관계와 과거의 역사까지 들춰내어 결국 첫 번째와 두 번째 수기에서는 크게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은 사라 블런디에 대한 사형 선고의 실질적 배경, 즉 필연적 선고였다... 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마지막 "제임스 우드"의 증언은 실질적인 마지막 증언으로 앞서 세 개의 수기를 모두 읽은 후 본인 스스로 조사한 진상을 첨가하여 발표한 진실입니다. 여기서 충격적인 몇가지 사실이 밝혀지며 나름의 반전도 꽤나 있는 추리소설로 따진다면 일종의 "해답편" 격인 내용인데, 여러 사실들을 종합하고 앞부분에서 빠져있던 여러 내용들이 보충되며 앞부분 수기에서 대두된 몇 가지 의문에 대한 해답, 즉

  1. "그로브 박사를 살해한 사람은 누구인가?"
  2. "마르코 다 콜라의 정체는 무엇인가?"
  3. "사라 블런디의 그날밤 행동의 진상과 그녀의 역할은 무엇이었는가?"
  4. "암호편지는 어디에 있는가? 또 그 내용은 무엇인가?"
  5. "왕당파의 제임스 프레스콧 경 배신사건의 진상은 무엇인가?"
에 대한 답을 독자에게 전해주는 완벽한 증언으로 마무리됩니다.

이렇게 알려진 시대에 대해 음모론적인 이야기를 넣어가며 스토리를 구상하는 것이 보통 작업은 아니라 생각되는데 이 작품은 상당히 성공한 편이며, 무엇보다 4명의 증언이라는 독특한 구성을 통해 독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선별적으로 판별하게끔 하는 트릭을 보여주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뛰어난 점입니다. 등장인물들의 관계도 잘 짜여져 있어서 탄탄한 전개를 보여주는 것도 인상적이고, 탄탄한 고증에 기초한 17세기 영국의 문화를 바로 옆에서 느끼는 듯한 묘사도 압권입니다다. 

영국인이었다면 실존인물들과 역사적 배경까지도 100% 이해하고 즐길 수 있었겠지만 저는 그정도 수준까지는 아니기에 조금 복잡하고 지루한 부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영국인이 아니더라도 지적인 흥분과 더불어 읽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는 보기 드문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 모든 증언과 수기의 발단이 된 마르코 다 콜라의 첫번째 수기의 작성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더군요. 콜라는 이 모든 것을 묻어 버렸어야 하는 입장이었을 텐데 괜히 발표해서 영국에 있는 관계자들의 반박글만 잔뜩 만들게 했잖아요? 이 점은 다 읽고 난 이후에도 그다지 석연치가 않습니다. 때문에 약간 감점하여 별점은 3.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읽고 나니 이상하게 영화 "메멘토" 생각이 나기도 합니다. 결과를 먼저 알고 그 진행되는 상세한 내용을 나중에 알게되는 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일까요?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4번 수기는 제일 나중에 읽어야 하지만 나머지 수기들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충분한 재미를 느낀 만큼, 작가의 다른 작품도 구입해 보아야 할 것 같군요.

그리고 또 한가지 지적한다면 1,2권으로 나뉘어 있는데 1권 후반에 작품 전체에 대한 역자 후기격의 글이 들어있는데 일종의 스포일러를 제공함으로써 김을 약간 빼 놓더군요. 당연히 2권 후반에 들어가는게 맞지 않았을까요? 번역도 좋은 편이고 장정도 예뻐 마음에 들지만 이런 사소한 부분에 조금 더 신경을 써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합니다. 

PS : 이제 이런 류의 작품 소개에 "움베르토 에코....장미의 이름..." 어쩌구 하는 말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하네요. 이 작품은 핑거 포스트일 뿐이지 장미의 이름과는 하등의 관계도 없는 작품이니까요.

2009/12/07

이 미스터리를 읽어라! 해외편 - 본격물 목차 소개

이전에 읽었던 "이 미스터리를 읽어라 - 일본편" 에 이은 해외편입니다. 형이 구입했기에 빌려서 읽게 되었죠^^ (땡쓰~)

무려 100편이나 되는 작품이 총 7편의 큰 주제로 나뉘어 소개되고 있는데 첫번째가 본격물, 두번째가 하드보일드, 세번째가 경찰소설, 네번째가 법정 미스터리, 다섯번째가 서스펜스 스릴러, 여섯번째가 모험 & 스파이물, 일곱번째가 괴기환상 & 패러디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리뷰 전에 이 중 본격물부터 먼저 간략하게 정리해서 목차만이라도 소개해볼까 합니다.

읽은 것은 적색 (그중 리뷰가 있는 것은 링크), 번역 자체가 안된 것은 녹색, 번역되었지만 땡기지 않거나 절판 등의 이유로 아직 읽지 않은 작품은 파란색입니다. 총 30편 중 6편이 번역되지 않았고, 남은 24편 중 4편을 읽지 않았으니 84% 독파니까 나름 선방한 편이군요. 나머지도 어서 읽어봐야 겠습니다.

미스터리라고 한다면 본격물! 저릿저릿한 무서움을 만끽해라!
1. 모든 것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에드가 알란 포우 - 모르그가의 살인
2. 영국 미스터리의 기념비적 대작 - 월장석

3.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홈즈 시리즈, 그 중 최고봉은 "바스커빌가의 개"
4. 준비된 의외의 비장의 카드! 실속이 빛나는 "구석의 노인"
5. "심리적 밀실" 스타일을 창출한 불후의 명저 "노란방의 비밀"
6. 소년의 꿈. 괴도 뤼뺑의 진면목이 떠오르는 "813"
7.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의 동심"을 읽지 않은 독자는 가짜다!
8. 큰 논쟁을 불러 일으킨 추리소설중의 추리소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9. 크리스티와 인기를 양분했던 도로시 세이어스의 "나인 테일러스"
10. 일본의 여정 미스터리 붐에 불을 당긴 F.W 크로포츠의 "통"
11. 미국 미스터리 중흥의 시조. 회심의 역작 "그린 살인사건"

12. 30년간 베스트 원의 자리를 독점. 엘러리 퀸의 "Y의 비극"
13. "세개의 관"으로 불가능범죄를 풀어나가는 놀라운 쾌감을!
14. 개성파탐정의 필두는 "독사"로 데뷰한 미식가 탐정 네로 울프.
15. 변호사물의 원조 "기막힌 살인사건"은 최고의 유머 미스터리.
16. "본격단편"에 반드시 꼽히는 실력파 "9마일은 너무 멀다"
17. 안락의자 탐정의 고독한 자리를 지키는 브롱크스의 "엄마는 뭐든지 알고 있다"
18. 현재의 쥴리안 소렐이 더욱 숙달시킨 완전범죄. 아이라 레빈의 "죽음의 키스"
19. 전통과 참신한 모험소설의 융합이 호평받은 "사이먼은 누구?"
20. 사상 최저의 무능한 탐정이 책 속으로! "도버 4 / 절단"
21. 순도높은 영국 본격파의 맛. 레지널드 힐의 "뼈와 침묵"
22. 중후하고 고귀한 향기. P.D 제임스 "욕망과 음모"
23. 수많은 상을 모두 획득! 루스 랜들 "장미의 살의"
24. SF 대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펼쳐놓는 고도의 수수께끼 "흑거미 클럽 1"
25. 아 이런 방법이 아직 있었다니! 본격 팬들이 감탄한 "호그 연속살인"
26. "숲을 지나가는 길"은 크로스워드 퍼즐을 풀듯이 읽는 것으로도 충분
27. 희대의 명 요리장이 팔을 걷어올리고 만든 일품요리 "초대받지않은 손님들의 뷰페"
28. MWA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한 백골의 판타지. 엘킨즈의 "오래된 뼈"

29.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궁극의 역사 미스터리 "장미의 이름"
30. 수도사를 탐정으로! 성인들의 역사 미스터리 "수도사 캐드펠"

2004/02/06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 로저 젤라즈니 / 김상훈 : 별점 4점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 8점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열린책들

작가의 초기 중단편들로 구성된 작품집. 원래 집에 사두기는 꽤 오래 되었지만 무언가 어려워 보이는 제목과 거창한 작가 이름만 보고 지레 기죽어 모셔만 두고 있었던 책입니다. 하지만 형의 추천으로 읽기 시작한 “신들의 사회”가 워낙 괜찮아서 읽게 되었습니다. 읽기 시작해서야 알아챘는데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중, 단편집”이더군요. 그것도 무려 17편!이나 되는 작품들로 채워져 있으며 각 작품들 하나하나마다 일정수준 이상의 즐거움을 주는, 실로 주옥과도 같은 책이었습니다!

워낙 수록작품이 많아 전부 소개하는 것은 어려우니 인상적이었던 작품들만 짤막하게 소개해드리자면,

첫 단편 “12월의 열쇠”
“신”이 되어가는 한 피조물과 행성의 장대한 이야기를 짧게 풀어놓은 작품.
“신들의 사회”와 비스무레하게 장대한 시공간을 아우르는 작품이었습니다. 젤라즈니라는 작가에 대해 놀라운 것은, 이 단편의 주인공 캐릭터와 “행성의 환경을 변화시켜야만 하는(!)” 상황에 대한 묘사는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충분히 과학적이면서도 현실적이며, 또한 풍자적이라는 것입니다.

2번째 “그 얼굴의 문, 그 입의 등잔”
금성에 살고있는 100미터나 되는 “이키”라는 이름의 물고기(?)를 낚는 이야기입니다.
일종의 모험소설 SF로 분위기가 이색적이며 젤라즈니답지 않은 현실적이고 조금 허무주의적인 주인공도 좋았던 작품.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야기의 밀도는 조금 떨어진다 생각되더군요.

3번째 “악마차”
지성을 가진 자동차들이 인간을 습격한다는, 스티븐 킹의 “맥시멈 오브 드라이브”등과 비슷한 설정의 작품.
신선함은 좀 떨어졌지만 여러가지 성격의 인공지능 차량에 대한 묘사와 여운을 남기는 후반부 묘사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4번째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표제작이기도 한 걸작 중편.
서두 부분의 고대 화성 문명과의 조우에서부터 결국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고 모든 것에는 인과관계가 있다는 결말까지, 장중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해 나가는 젤라즈니의 탁월한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여러 부분에서 후대에 미친 영향이 상당할 것 같은데, 후대의 모방작들과는 전혀 다른 원전으로서의 품격과 가치를 잘 알려주는군요.

6번째 “이 죽음의 산에서”
외계의 100마일이나 되는 높이의 산을 등반하는 탐험가와 그들을 방해하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
2번째 “그 얼굴의 문, 그 입의 등잔”과 같은 모험소설 SF인데 모험소설 쪽으로 더 치중한 느낌의 작품. 약간의 SF적인 설정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냥 산악 모험담으로 보아도 좋을 작품입니다. 그만큼 모험소설로의 가치가 높아요.

9번째 “폭풍의 이 순간”
머나먼 외계의 한 행성을 무대로 한 “재난”드라마. SF적인 설정, 묘사보다는 긴박하고 스릴 넘치는 전개가 돋보이는 단편입니다.
그러나 뒷부분의 후일담은 조금 사족인 듯 싶긴 합니다.

14번째 “화이올리를 사랑한 남자”
거대한 인간 냉동 창고의 묘지기(?)역할을 하고 있는 사이보그(?)와 화이올리라는 신화적 존재의 사랑을 그리고 있는 독특한 작품.

16번째 “프로스트와 베타”
인류가 멸망한 이후의 새로운 신, 새로운 인류가 되어가는 컴퓨터의 이야기.
설정이나 스토리, 결말까지 모든 부분에 있어서 완벽한,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 이런 작품을 걸작이라고 하는 것이겠죠.

결론내리자면, 수록작마다 편차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좋은 작품이 많아 전체 평균 별점은 4점입니다.
SF와 환타지를 잘 조화시키며 거기에 나름의 독특한 설정과 이야기를 부여하는 젤라즈니라는 거장의 재능을 한껏 느낄 수 있게해준 좋은 작품집으로, 그간 이런저런 이유로 쉽게 접할 수 없었지만 한번 손을 댄 이후에는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같은 이유로 모셔만 놓았던 다른 책들도 한번 손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2007/01/19

이 미스테리가 굉장해! 2007년판 - 독자 투표를 통한 진정한 베스트 오브 베스트 순위

2005년 판에 이어 1년 건너뛰고 포스팅합니다.

국내판, 즉 일본 창작물 1위는 생전 처음 보는 호러 전문 작가의 단편집인 "유니버셜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이고, 해외 1위는 로리 린 드라몬드라는 여성 작가의 "당신에게 불리한 증거로 한다"라는 중단편집으로 이번 시즌에는 단편집이 많네요. 작년부터의 유행이었다는데 단편 팬인 저같은 독자에게는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기도 합니다.

일단 국내판 목록을 살펴보면 오랫만에 돌아온 신쥬쿠 상어가 눈에 띄고 오츠 이치와 노리즈키 린타로의 쥬브나일 쟝르라 하는 아동용 "미스터리 랜드"라는 브랜드를 달고 나온 책 두권,  "총과 쵸콜렛"과 "괴도 그리핀 절체 절명"이라는 책이 관심이 가네요. 아동용 괴도물이라고 하는데 쉽고 유쾌하게 읽을 거리가 요새 땡기기에 한번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판매 순위로는 교코쿠 나츠히코, 이사카 고타로, 오사와 아리마사,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고, 모리 히로시의 이름이 올라와 있지만 교코쿠와 이사카, 미야베, 모리 히로시는 작품 자체는 별로인지 언급이 별로 없군요.
해외판에서는 2위를 차지한 제프리 디버의 첫 단편집 "크리스마스 프레젠트"와 아담 파우어라는 작가의 스릴러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다"하다라는 장편이 굉장히 기대가 되며 신쥬쿠 상어처럼 간만에 보는 해리 보슈 시리즈 신작 "천사와 죄의 거리"도 반갑네요. 또 데이비드 알렉산더라는 단편집 붐에 힘입어 새롭게 발굴된 작가의 단편집 "교수인 1다스"라는 책 역시 구해보고 싶고요.

기존 시즌과 같이 작가들 인터뷰 역시 풍성한데 이번에는 신쥬쿠 상어의 오사와 아리마사 인터뷰가 인상적입니다. 전체적인 평이 이번에 발표한 신쥬쿠 상어 시리즈 "랑화"를 굉장히 높이 쳐 주고 있는데 확실히 괜찮긴 한가 보더군요. 신쥬쿠 상어 자체는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만...
또 다른 시즌과는 달리 내년의 20주년 기념을 위한 복면 좌담회, 과거 18년 동안의 베스트를 뽑는 게스트들의 좌담회가 특히 좋았습니다. 해당 목록은 아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내년의 20주년 기념호는 꼭 사봐야 겠더군요. 독자 투표를 통해 20주년 기념호에서 독자가 선정한 진정한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뽑는다니 말입니다.

마지막의 "바가미스 (바보미스)" 베스트는 역시나 폭소! 얼마전 읽었던 황당 개그만화 아사리 요시토오의 "소녀탐정 가네다 하지메의 사건부"가 만화부분 베스트로 당당히 선정되어 있기에 다른 책들도 얼마나 황당한지 읽어보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하여간 역시 추리 강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 만큼 풍성하고 알찬 기획서라 생각됩니다. "국내판"이라는 챕터가 따로 존재하며 그 안에 포함되는 작품의 수가 어마어마 하다는 것이 가장 부러운 일이고요. 우리나라도 빨리 추리 강국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사항이 다시금 생깁니다.

국내판 :

1. 신쥬쿠 상어 - 오사와 아리마사
2. 화차 - 미야베 미유키
3. 망량의 상자 - 교코쿠 나츠히코
4. 백야행 - 히가시노 게이코
5. 하늘을 나는 말 - 기타무라 카오루
6. 마크스의 산 - 다카무라 카오루
7.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 - 야마구치 마사야
8. 동기 - 요코야마 히데오
9. 베를린 비행지령 - 사사키 조 (국내 미출간)
10. 쌍두의 악마 - 아리스가와 아리스 / 화이트 아웃 - 신보 유이치

해외판 :

1. 양들의 침묵 - 토마스 해리스
2. 장미의 이름 - 움베르토 에코
3. 본 콜렉터 - 제프리 디버
4. 무죄추정 - 스콧 터로우
5. 밤의 기억 - 토머스 H 쿡
6. A Dance at the Slaughterhouse - 로렌스 블록 (국내 미출간)
7. A Cool Breeze on the Underground - 돈 윈슬로우 (국내 미출간)
8. 블랙 아이스 - 마이클 코넬리
9. 블랙 달리아 - 제임스 엘로이
10. 소년시대 - 로버트 매캐먼 / eleven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국내 미출간)

2004/10/13

최후의 비극 - 엘러리 퀸 : 별점 2점

최후의 비극 - 4점 엘러리 퀸 지음/시공사

사립탐정 사무실을 열은 썸 경감에게 괴상한 변장을 한 수수께끼의 사나이가 찾아와 한장의 봉투를 주며 1달에 한번 있을 확인 전화가 없을 시 "드루리 레인"씨와 같이 개봉해 달라는 의뢰를 남기고 사라진다.
이후 브리태닉 박물관에서 세익스피어의 희귀본의 도난과 더불어 벌어진 옛 부하인 경비원 실종 사건 의뢰까지 받게 된 썸 경감은 딸인 페이션스와 배우이자 탐정인 드루리 레인과 더불어 사건의 진상을 풀어나가려 한다.
그러나 드루리 레인과 페이션스 썸의 추리로 사건은 의외의 결말을 맞게 된다....

일전에 말씀드렸던 "옥수수밭"님에게 얻은 귀중한 시그마 북스 책 마지막입니다. 다시한번 옥밭님께 감사를...^^

드루리 레인의 비극 시리즈 최종권으로 제목 그대로 레인의 "최후"의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썸 경감과 페이션스 썸양 같은 기존의 조연들도 그대로 출연하고 있으며 드루리 레인의 활약도 예전 그대로죠.
셰익스피어의 죽음의 진상을 둘러싼 살인극으로,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엄청난 역사적 사실이 공표되는 것을 막으려는 자와 그것을 저지하려는 인물의 싸움이라는 점에서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의 대립 구조와 유사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다른 역사 관련 팩션, 추리-스릴러물과 비교해 볼 때 추론의 논거가 굉장히 희박하다는 점은 아쉽네요. 역사적인 근거 제시는 하나도 없고 오로지 엘러리 퀸의 상상력에만 의지해서 전개될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점에 더해 아무래도 등장인물도 적고 스케일이 상당히 작은 편이기에 밋밋하고 심심하게 느껴지더군요.

거기에 추리적으로도 많이 아쉬워요. 일단 야심차게(?) 준비한 듯한 "3HS wM"이라는 암호 트릭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솔직히 너무 억지스럽거든요. 해결해 나가는 추리 과정은 상당히 돋보이지만 해석은 설득력이 너무 부족해요. 엘러리 퀸이라는 작가의 명성을 생각한다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별로였습니다.
또 마지막의 진상조차 명쾌하지 않습니다. 관계자들 중에 추론이 합당한 사람이 단 한명이라고 해서 범인으로 확정된다는 것은 말도 안돼죠. 그 인물의 여태까지의 행적과 묘사를 본다면 작품에서의 모습은 너무 오바(?) 스럽지 않았나 보여지고요.... 무엇보다도 추론 자체가 그다지 설득력있게 다가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 추리적으로 건질게 거의 없는 작품이에요. 그래도 추리 역사상에 일획을 긋는 거작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까 합니다.
드루리 레인 시리즈도 이제야 정복했는데 개인적으로는 항상 진지하고 음울한 분위기가 풍기는 레인보다는 그래도 퀸 쪽이 더 취향에 맞는 것 같습니다.

PS : 시리즈 전체 평점을 따지자면 Y > X > 최후 > Z 의 순서가 아닐까요? Z는 정말 지루하고 재미없었던 작품이라....

2018/06/02

주간문춘선정 동서미스터리 100 개정판

하우미스터리에 올라온 주간문춘선정 동서미스터리 100! 저도 예전에 소개했던 1986년 리스트의 신규 개정판입니다.

온라인 사이트에는 50개씩만 실려있는 듯 한데 리뷰를 남긴 작품 (링크), 리뷰는 없지만 읽은 작품 (붉은색)을 체크해 보았습니다. 일본 작품들 중에서는 국내 출간된 39편 중 도저히 읽을 엄두가 나지 않은 "도구라 마구라". "흑사관 살인사건"과 얼마전 출간된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그리고 "모방범"과 "죽음의 샘"의 5편을 읽지 않았네요. 해외 작품은 국내 출간 44편 중 "밀레니엄 1", "본 컬렉터", "흥분"의 3편을 빼고는 다 읽어 보았고요. 와 대단하다! 8편만 더 읽으면 일단은 완전정복이니만큼 당분간은 이 리스트부터 정복해봐야 겠습니다. 딕 프랜시스의 "흥분"은 왜 읽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 2013.02.18 수정 "죽음의 샘" 완독
  • 2013.02.24 수정 "흥분" 완독
  • 2013.03.02 수정 "본컬렉터" 완독
  • 2013.03.08 수정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완독
  • 2017.10.16 수정 "하늘을 나는 말" 완독
  • 2018.3.30 수정 "레이디 조커" 1권 완독
  • 2021.1.3 수정 "비숍 살인사건" 완독
  • 2021.5.7 수정 "통" 재독
  • 2023.2.12 수정 "황제의 코담뱃갑" 재독
  • 2024.11.15 수정 "11장의 트럼프" 완독
  • 2025.04.19 수정 "요이 금병매(금병매 살인사건) 완독
  • 2026.02.26 수정 "십각관의 살인" 추가

아울러 이런 류의 리스트에 대한 신뢰도가 대폭 하락하긴 했지만 이 리스트는 고전 걸작이 많기에 꽤 괜찮다 생각됩니다. 전부 재미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대부분은 자신있게 권해드릴만 하니 아직 읽지 않으신 작품이 있다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일본" 

1위 옥문도, 요코미조 세이시 

2위 허무에의 공물, 나카이 히데오 

3위 점성술 살인 사건, 시마다 소지 

4위 도구라 마구라, 유메노 규사쿠 

5위 화차, 미야베 미유키 

6위 점과 선, 마쓰모토 세이초 

7위 대 유괴, 덴도 신 

8위 십각관의 살인, 아야쓰지 유키토 

9위 망량의 상자, 교고쿠 나쓰히코 

10위 혼진 살인 사건, 요코미조 세이시 

11위 검은 트렁크, 아유카와 데쓰야 (국내 미출간) 

12위 회귀천 정사, 렌조 미키히코 

13위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14위 흑사관 살인 사건, 오구리 무시타로 

15위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야마구치 마사야 

16위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 아와사카 쓰마오 

17위 하늘을 나는 말, 기타무라 카오루 

18위 백야행, 히가시노 게이고 

19위 불연속 살인 사건, 사카구치 안고 

20위 시계관의 살인, 아야쓰지 유키토 

21위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시마다 소지 

22위 쌍두의 악마, 아리스가와 아리스 

23위 우부메의 여름, 교고쿠 나쓰히코 

24위 이전 동화, 에도가와 란포 

25위 모래 그릇, 마쓰모토 세이초 

26위 내가 죽인 소녀, 하라 료 

27위 외딴 섬 악마, 에도가와 란포 

28위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다카기 아키미쓰 

29위 레이디 조커, 다카무라 카오루 

30위 요이 금병매, 야마다 후타로

31위 기아 해협, 미나가미 쓰토무 (국내 미출간) 

32위 문신 살인 사건, 다카기 아키미쓰 

33위 리라장 사건, 아유카와 데쓰야 

34위 혼란 계략, 아와사카 쓰마오 (국내 미출간) 

35위 음수, 에도가와 란포 

36위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37위 제로의 초점, 마쓰모토 세이초

38위 11장의 트럼프, 아와사카 쓰마오 (국내 미출간) 

39위 이누가미 일족, 요코미조 세이시 

40위 상자 속의 실락, 다케모토 겐지 (국내 미출간) 

41위 모방범, 미야베 미유키 

42위 한시치 체포록, 오카모토 기도 

43위 아웃, 기리노 나쓰오 

44위 죽음의 샘, 미나가와 히로코

45위 독 원숭이, 오사와 아리마사

46위 산 고양이의 여름, 후나도 요이치 (국내 미출간) 

47위 테러리스트의 파라솔, 후지와라 이오리 

48위 태양 흑점, 야마다 후타로 (국내 미출간) 

49위 무당거미의 이치, 교고쿠 나쓰히코 

50위 불야성, 하세 세이슈

"해외" 

1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2위 Y의 비극, 엘러리 퀸 

3위 셜록 홈스의 모험, 아서 코난 도일 

4위 환상의 여인, 윌리엄 아이리시 

5위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6위 기나긴 이별, 레이먼드 챈들러 

7위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8위 브라운 신부의 동심, G. K. 체스터튼 

9위 양들의 침묵, 토머스 해리스 

10위 화형 법정, 존 딕슨 카

11위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12위 밀레니엄 1, 스티그 라르손 

13위 죽음의 키스, 아이라 레빈 

14위 X의 비극, 엘러리 퀸 

15위 소름, 로스 맥도널드 

16위 세 개의 관, 존 딕슨 카 

17위 재칼의 날, 프레드릭 포사이드 

18위 주교 살인 사건, S. S. 반 다인 

18위 독수리 내리다, 잭 히긴스 

20위 독 초콜릿 살인 사건, 앤서니 버클리 콕스 

21위 800만 가지의 죽는 방법, 로렌스 블록 

22위. 본 컬렉터, 제프리 디버 

23위 그리스 관 미스터리, 엘러리 퀸 

24위 제제벨의 죽음, 크리스티아나 M. 브랜드 

25위 심야 플러스 원, 개빈 라이얼 

26위 별의 계승자, 제임스 P. 호건 

27위 화이트 재즈, 제임스 엘로이 (국내 미출간) 

28위 노란 방의 비밀, 가스통 루르 

29위 무죄 추정, 스콧 터로 

30위 웃는 경관, 셰발과 발뢰 

31위 시행 착오, 앤서니 버클리 콕스 

32위 쉐도우 81, 루시엔 네이험 (국내 미출간) 

33위 통, F. W. 크로포츠 

34위 모르그가의 살인, 에드거 앨런 포 

35위 흥분, 딕 프랜시스 

36위 몰타의 매, 대실 해밋 

37위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 존 딕슨 카 

39위 붉은 수확, 대실 해밋 

39위 시간의 딸, 조세핀 테이 

40위 경찰 서장, 스튜어트 우즈 (국내 미출간) 

41위 신데렐라의 함정, 세바스티앙 자프리조 

42위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 엘러리 퀸 

43위 크리스마스의 프로스트 경부, R. D. 윙필드 (국내 미출간) 

44위 유다의 창, 존 딕슨 카

45위 나인 테일러스, 도로시. L. 세이어스 

46위 채찍을 쥔 오른손, 딕 프랜시스 

47위. 버스커빌 가의 개, 아서 코난 도일

48위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이든 필포츠 

49위 점핑 제니, 앤서니 버클리 (국내 미출간) 

50위 보이지 않는 그린, 존 토머스 슬라덱 (국내 미출간)

2006/08/21

내이름은 콘래드 (This Immortal) - 로저 젤라즈니 / 곽영미, 최지원 : 별점 4점

내 이름은 콘래드 - 10점
로저 젤라즈니 지음, 곽영미.최지원 옮김/시공사

지구가 핵전쟁으로 거의 멸망하고 타이탄과 화성 등지에 이주해 있던 이주인들이 외계인 베가인들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연명하여 지구도 베가인들과 테일러에 있는 부재자 정부를 통해 타격받지 않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지배되는 시기.
지구 정부의 예술 유적 문서 보존국의 국장 콘래드 노미코스는 코르트 미슈티고라는 중요한 지위의 베가인의 지구 관광을 가이드할 것을 명령받고 래드폴이라는 저항 단체의 수장 도스 산토스와 경호원 하산 등 수상쩍은 인물들과 이집트와 그리스 등을 경유하는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러나 콘래드 노미코스는 수백년을 살아온 인물로 일찌기 래드폴을 결성하여 지구정부와 베가인들에 대항했었고 그 이외에도 수많은 전설을 남긴 인물. 그는 이 여행에 뭔가 숨겨진 의미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미슈티고의 경호를 강화하지만 수많은 위험이 그들을 기다리게 되는데...


젤라즈니 선생의 첫 장편입니다. 좋아하는 작가라는 이야기를 몇번 한 것 같은데 지금 와서 읽었다고 하니까 좀 늦은 감도 있고 창피하기도 하지만 어쨌건 완독하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네요.
다른 장편이었던 "신들의 사회"는 동양권, 그 중에서도 주로 인도 신화와 관련된 이야기가 펼쳐졌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리스 신화 중심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예를 들자면 주인공인 콘래드의 설정 -불노불사의 인물인것 같다는 것과 타고난 괴력과 체력, 그리고 독특한 외모- 은 그리스 신화의 한 영웅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온 것 같고, 콘래드가 외계인 관광 가이드(?)를 하며 펼치는 괴물, 식인종들과 벌이는 모험 역시 헤라클레스의 모험과 굉장히 유사하죠. 심지어 식인종 우두머리의 이름은 "프로쿠루스테스" (침대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죽였던 신화속 악당) 이기까지 하니까요.
하지만 신들의 사회는 신들 그 자체의 이야기가 중심인데 비해 이 작품은 "인간" 의 이야기로 전개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개인의 능력이나 파워, 그리고 불노불사의 존재라는 것은 물론이고 한 개인이 범 우주적인 거대한 역사의 틈바구니에서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것 자체를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자기 자신이 시도한 노력이 지금 와서는 무의미한 것으로 보인다라는 전개는 달리 생각해 본다면 "초인 로크"와 가장 비슷할 것 같네요. 히지리 유키가 이 작품에서 뭔가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개인적으로는 콘래드가 자신의 신성이나 영웅성을 거부하고 한 인간으로 남은 이후에 장편이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것이 굉장히 특이하면서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전체적인 스케일 자체는 작아졌지만 오히려 더 현실감있게 와 닿는 설득력있는 전개가 된 것 같거든요. 외계인에 대항해 싸우는 슈퍼 히어로물보다는 전 이쪽이 훨씬 마음에 들더군요. 뭐 중간중간에 불필요한 액션 장면이 너무 길고 특히 "흑수"라는 존재와의 마지막 사투는 너무 우연에 의지하는, 뜬금없는 감이 있지만 읽는 재미는 확실한, 젤라즈니 선생의 필력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수작이라 생각합니다.

뒷부분에 같이 수록된 "프로스트와 베타" 역시 인간성에 대한 새로운 고찰을 SF적으로 풀어낸 걸작이죠. 물론 저는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에 수록된 버젼으로 이미 읽긴 했지만 이 책에는 번역가가 관련된 정보를 잘 제공해 주고 있어서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 같네요. 하여간 아직 젤라즈니 선생의 글을 접하지 않은 분이 계시다면 한번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2004/10/15

다빈치 코드 - 댄 브라운 : 별점 3.5점

다빈치 코드 1 - 8점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문학수첩
다빈치 코드 2 - 8점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문학수첩

루브르 박물관장 소니에르가 살해된다. 그가 남긴 다이잉 메시지로 인해 소니에르와 만날 약속을 했었던 기호학자 로버트 랭던은 살인 용의를 뒤집어 쓰지만, 프랑스 암호해독 요원이자 소니에르의 손녀인 소피 누뵈의 도움으로 경찰의 포위망에서 빠져나온다.
도주 중 소니에르가 죽기 직전 남긴 메시지를 해독한 둘은 소니에르가 스위스 은행 비밀 금고에 숨겨놓은 암호상자를 찾아내게 되며, 랭던의 친구이자 성배 전문가 티빙 경의 도움을 얻어 경찰과 정체 불명의 알비노의 사나이 등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수수께끼의 진상을 파헤쳐 나가는데...


올 여름을 강타한 베스트셀러입니다. 좀 늦게서야 읽게 되었네요. 읽기 전에는 "장미의 이름"류의 역사 추리물로 생각했었는데 과거의 유물에 대한 실마리를 현대의 주인공이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디 에이트"와 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단, 전개면에서 흠잡을데 없기는 하나 역사적인 비약도 심하고 각종 설에 대한 근거가 희박하다는 단점은 존재합니다.( 예를 들자면 제가 알기로는 초대 성당 기사단장 뷔용의 고드프리아는 본국에서 상속순위에서 밀려 자기가 지배할 영지가 없자 영지를 만들 목적으로 말도 안돼는 "성전"을 떠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리고 지나칠 정도의 서양과 카톨릭 중심의 세계관을 기본으로 했다는 것도 조금은 거슬리는 점이었습니다.
아울러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의 핵심인 "예수가 사실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하여 후손을 낳았다! 때문에 성배는 마리아 그 자체다!" 라는 어찌보면 해묵은, 그리고 우리와는 상관도 없는 논쟁과 그것을 풀어나가는 줄거리가 그렇게 와 닿지는 않았어요. 예전 마틴 스콜세즈의 "그리스도의 최후의 유혹"에서 이미 한번 본 적 있는 설이기도 하고 말이죠. 마지막에 등장하는 "스승"의 정체도 뻔해서 김이 좀 빠지는 편이에요.

오히려 이 소설에서 가장 재미있었고 주목했던 부분은 다빈치가 남겼다는 여러 성배에 관한 코드를 풀어내는 부분과 극 중에 등장하는 여러 암호 풀이 트릭입니다.
특히 암호 트릭은 정말 대단해요. 초반의 소니에르가 죽어가는 몇십분 (한 20분?) 동안 남긴 다이잉 메시지 (13-3-2-21-1-1-8-5 오, 드라코 같은 악마여(O, Draconian devil!) 오, 불구의 성인이여(Oh, lame saint!)’) 그리고 성배를 찾기 위한 단서가 들어있는 키워드 암호 2개, 마지막으로 성배가 있는 장소를 알리는 암호 1개, 전부 이렇게 4개가 등장하는데 그 수준이 정말 발군이거든요. 4개의 암호가 수열, 애나그램, 글자 치환 변환법같은 암호 해독법은 물론 다빈치와 각종 상징들, 성경, 성배, 성당 기사단 등 거의 모든 역사적 배경을 아우르며 종횡무진하고 있기 때문으로 그 완성도와 재미가 실로 대단합니다.
영어권 독자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트릭이라 그 진정한 재미를 조금은 놓치는 것 같아 아쉽긴 하지만 상당히 이면에 얽힌 내용이 복잡하면서도 맞아떨어지는 점이 절묘해서 보기드물게 참신하고 멋진 암호트릭이라 생각되네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5점. 단점은 있기에 감점했습니다만 재미 하나만큼은 분명한, 고급스러운 읽을거리로서 손색없었던 작품입니다. 딱 한가지 궁금한 점은 교황청이나 카톨릭 계의 반응이 궁금하더군요. 어찌보면 상당히 위험한(?) 발상인지라.... (오푸스데이의 공식 반응은 이미 발표되었다는데 아직 자세히 읽어보지는 못했네요)

PS : 책이 이왕 두권으로 분책해서 비싸게 팔려고 나온 것이라면 앞부분에 소설속에 등장하는 자료들에 대한 도판 정도는 서비스로 실어주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PS2 : 대체 인디애나가 찾은 성배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2010/12/27

Hansang의 2010 올해의 추리소설 Best 3

2010 올해의 추리소설 이벤트

국내 최고의 미스터리 팬덤의 하나인 하우미스터리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입니다. 2009년 12월 ~ 2010년에 간행된 책들이 대상인데 확인해보니 이 중에서 읽은 책은 30여 권밖에 안되네요. 너무 적게 읽었나? 어쨌건 제 블로그 정리 차원에서라도 저도 한번 선정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010년은 아직 며칠 더 남았지만 책을 더 읽기는 힘들 것 같거든요.

그럼 먼저 선정에 앞서 간단하게 2010년 추리소설계를 들여다 보도록 하죠.

2010년 국내 추리소설계는 세 가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겠네요. "쏠림 현상이 심했고" "뜻깊은 발굴도 있었으며" "국산 추리소설이 모처럼 활기를 띤" 한 해였다고 말이죠.

"쏠림 현상"은 230여 권의 작품 중 100권 정도를 일본 작품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일본 추리소설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 그리고 100권 정도의 일본 작품도 히가시노 게이고, 우타노 쇼고, 미야베 미유키 등 특정 유명 작가에게 많이 치우쳐져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일본 작품 이외의 작품 역시 기존 유명 작가의 시리즈 작품들과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팩션 장르물이 대부분이라는 것에 기인합니다. 출판사도 책이 팔려야 먹고 사는 경제조직이니 인기 작가 작품이 많은 것은 이해할 수 있고 덕분에 출간된 반가운 작품들도 많았지만 일부 작가는 작품의 수준보다는 순전히 작가의 네임벨류로 선정되어 출간되는 것 같아 조금 아쉽더군요.

"뜻깊은 발굴"은 첫 번째 쏠림 현상의 와중에도 추리 애호가로서 기다려 왔던 반가운 작품들이 속속 번역된 한 해이기도 해서 꼽아보았습니다. 일본 추리소설 중에서는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라든가 "리라장 사건"이, 영-미권에서는 "7퍼센트 용액"과 "붉은 오른손", "위풍당당 명탐정 외젠 발몽"과 딕슨 카의 고전들이 출간되었으니까요. 앞으로는 일본과 영-미권에 치우치지 않은, 예를 들면 중국이나 대만 등 제 3 세계권의 추리 소설도 발간되었으면 합니다. 혹시 모르죠. "장미의 이름"처럼 대박이 날 수도 있잖아요?

"국산 추리소설의 활기"는 목록에서 보기 드문 한국 추리 소설이 많이 보였기 때문인데 개인적으로는 아주 반가운 일이었어요. 장르도 훨씬 다양해져서 꾸준히 출간되어왔던 단편집뿐만 아니라 정통 장편 추리물에서부터 팩션, 하드보일드, 그리고 김내성의 과거 고전이 재발간되는 등 질과 양 모두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아주 기쁩니다. 한국 추리 소설도 더욱 성장한 한 해라 생각되며, 부끄럽게도 제대로 읽어본 작품이 아직 없는데 꼭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네요. 그나저나 여기 "경성탐정록" 2권이 포함되어 있었어야 하는데... 눈에서 땀이나네... ㅠ.ㅠ

그럼 간단한 분석을 마치고, 제 개인적인 "2010 올해의 추리 소설" 순위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두둥~

Hansang의 2010 올해의 추리소설 Best 3

* 2009년 12월 ~ 2010년 출간된 추리소설만 해당됨

"7퍼센트 용액" - 니콜러스 메이어 : 별점 4점 - 셜록키언들에게는 전설과도 같은 작품. 일본 원판으로 구입은 해 놓았지만 10페이지 정도 읽고 손 놓고 있던 차에 국내에 출간되어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작품도 역시나 만족스러웠고요.

"얼굴에 흩날리는 비" - 기리노 나쓰오 : 별점 4점 - 과거 구판본으로 읽었을 때도 좋았지만 정식 완역본으로 작품의 참맛을 느끼게 해 준 작품입니다. 제 생각에는 여성 작가의 하드보일드란 이런 것이다! 라는 가이드 역할을 하는 작품 같아요. 첫 맛부터 진하고 독한 위스키라기보다는 부드럽지만 슬프면서도 날카롭고 쓴 뒷맛을 감추고 있는 사케 같은 작품이랄까요?

"유다의 창" - 존 딕슨 카 : 별점 4점 - 고전 걸작. 더 말이 필요 없죠. 제가 읽은 딕슨 카 전 작품 중에서도 첫손에 꼽을 만한 작품입니다.

<아차상>

"마크스의 산 1.2" - 다카무라 가오루 : 별점 4점 - 2010년 재판본이 아닌 예전 고려원 판본 별점입니다. 새 판본을 읽지 못했기에 선정하지는 않습니다만, 좋은 작품이죠.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 - 아와사카 쓰마오 : 별점 4점 - 별점 4점이기는 한데 개인적인 팬심이 포함되어 있어서 순위에서는 뺍니다.

이상으로 2010 올해의 추리소설 관련 글을 마치며, 내년에는 별점 5점짜리 작품을 선정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2004/07/13

사쿠라 신부의 사건 노트 - 영광관 / 고도관 살인사건 : 별점 2점 / 3.5점

사쿠라 신부의 사건노트 1 - 6점
고로 아오키 글, 고신 오가와 그림/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사쿠라 신부의 사건노트 2 - 8점
고로 아오키 글, 고신 오가와 그림/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이사와 더불어 발굴한 잊혀진 추리만화. 원작은 Goro Aoki, 그림은 Koshin Ogawa입니다.
국내에 2권까지 출간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제목 대로 “사쿠라 소이치로”라는 카톨릭 신부가 탐정이며, 두 권 모두 토코요다 마나미가 이야기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1권 영광관 살인사건
“영광관”이라는 대 저택에서 폐쇄적인 삶을 살아가던 토코요다 코우스케가 살해당했다. 장녀 리쯔코의 결혼식을 얼마 앞둔 시점이었다. 이후 리쯔코의 약혼자 토쿠다 토오루마저 살해하고 말았다.
영광관에 거주하고 있는 토코요다 패밀리는 콩가루에 애정결핍 증상을 심하게 보이고 있는 인물들로, 그 중 코우스케와 싸우고 실종 중인 리쯔코와 차녀 마나미의 아버지 켄스케가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그러나 경찰 조사로 켄스케가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지는데...

2권 고도관 살인사건
이찌노세 가문의 소유인 외딴섬 코모라 섬의 “고도관”에 찾아온 손님들. 그들은 모두 이찌노세 카오리라는 여성을 알고 있던 사람들로 초대장을 보고 찾아왔다. 하지만 섬과 고도관에는 카오리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고, 냉동실 안에서 그녀의 자살한 시체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정기 연락선이 올 때까지 섬에 고립된 손님들은 “묵시록”의 글귀와 같이 한명씩 살해당했고, 결국 그들 중 카오리와 알고 지내던 프리랜서 카메라멘 카노우 에리카의 조수로 이 섬에 우연히 찾아온 마나미만 살아남았다. 
그녀는 사쿠라 신부에게 진상을 밝혀줄 것을 요청하는데...

1,2권 다 제목에서 보이는 것 처럼 “관 시리즈”를 상당히 의식한 듯 싶고, 내용도 "관 시리즈"와 유사하게 특정 저택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그 중에서도 밀실 트릭이 핵심인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1권 “영광관 살인사건”은 길이에 비해서는 실망스러운 트릭과 내용이었습니다. 만화에는 잘 어울리지 않았고, 만화적인 전개도 내용을 잘 뒷받침 해 주지 못한 탓입니다. 소설로 썼으면 오히려 더 효과적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주인공이자 탐정역인 “사쿠라 신부”의 캐릭터가 너무 눈에 띄지 않는 점도 아쉬웠고요.
그래도 “독자에게 도전”하는 식으로 페이지를 분할해서 완벽한 퍼즐 미스터리 물로의 의지를 보여 주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고 싶네요. 중요 알리바이 트릭 자체는 상당히 괜찮은 편이니까요.

2권 “고도관 살인사건”은 훨씬 낫습니다. 보통 만화책이라면 2권으로 나옴직한, 300페이지가 넘는 대장편인데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재미가 상당하거든요. 1권에 비해 스케일도 클 뿐더러 “묵시록”의 글귀에 따라 사람을 살해하는 패턴은 “장미의 이름”에서도 이미 써먹은 방식이지만, 만화에서 보여지는 시각 효과 때문에 그 맛이 훨씬 더 잘 살아납니다. 트릭 자체도 흠잡을 데 없을 만큼 괜찮고요. 중간 중간 물론 약점이 보이기는 하지만 추리 만화에서 오리지널로 이 수준의 트릭이라면 “김전일”의 최고 에피소드하고도 견줄 만 합니다. 1권과 마찬가지로 “독자에게 도전”이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사쿠라 신부

하지만 이야기의 주요 화자가 “마나미”라서,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코모라 섬과 고도관에서의 이야기에 “사쿠라 신부”가 한번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그나마도 희박했던 사쿠라 신부의 캐릭터가 더욱 약해져 버린건 아쉽습니다. 
두 이야기 모두 “카톨릭 신부”라는 특성을 그다지 잘 살린 것 못한 점도 감점 요인이네요. 세례명이나 카톨릭의 장례 습관 등 전문 지식이 어느 정도 나오기는 하지만 “신부”라는 캐릭터에 걸맞는 수준이라 하기는 힘들었습니다. “브라운 신부”와 비교해 보면 그 수준이 현격히 차이가 납니다.
작화도 나름의 스타일은 있고 열심히 그리기는 했지만 뎃생력이 미흡하고 지나친 펜선 남용으로 지저분해 보이는 등 부족함이 더 눈에 뜨입니다. 배경이나 묘사 같은 디테일은 좋지만 보다 인물과 작화에 신경을 써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네요.

결론적으로 별점을 주자면 1권은 2점, 2권은 3.5점입니다. 두 작품 모두 위의 단점, 즉 부족한 캐릭터와 작화 때문에 0.5점 정도 감점합니다.
그래도 원작의 수준이 상당한 만큼 꽤 괜찮은 추리 만화 시리즈가 될 것으로 보이기에 후속작을 기대했는데 2권 이후 별 소식이 없어서 안타깝습니다. 제목에 "Afternoon Detective Series"라고 찍혀 있는 걸 보면 다른 시리즈도 있을 법 한데 말이죠... 서울 문화사에서 다시 한번 출간해 주었으면, 후속편이 없다면 "Afternoon"의 다른 시리즈라도 계속 발간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2020/12/10

묵시록의 여름 - 가사이 기요시 / 송태욱 : 별점 3점

묵시록의 여름 - 6점
가사이 기요시 지음, 송태욱 옮김/현대문학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세 이단 카타리파에 대해 연구하던 야부키 가케루는 나디아와 함께 카타리파 최후의 전장이었던 몽세귀르로 향했다. 툴루즈 기업왕 로슈포르 가문이 카타리파 유적 발굴을 원조하고 있는데, 발굴을 맡은 샤를 실뱅 교수를 돕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로슈포르 가문의 산장 에스클라르몽드에 도착하자마자 일행은 기묘한 살인 사건을 목격했다. 독일인 발터 페스트가 에스클라르몽드 산장 자료실에서 살해된 사건이었다.
뒤이어 유력한 용의자였던 장 노디에가 성곽도시 카르카손 성벽 탑 안 밀실에서 살해당했고, 로슈포르의 아내 니콜 로슈포르와 로슈포르마저도 몽세귀르 절벽에서 추락사했다. 이 모든 사건에는 '요한 묵시록'의 계시처럼 여러가지 상징과 말의 죽음이 함께 펼쳐져 있었다.
로슈포르 가문의 외동딸 지젤의 연인 줄리앙은 탐정 역을 맡아 사건 해결에 뛰어들고, 야부키 가케루는 이를 바라보는데...

"사건을 어디까지나 현상으로, 즉 의미와 의미가 뒤얽힌 유기체적 전체로 보고, 거기에서 전체의 지렛대에 해당하는 것을 발견하는 거야." - 야부키 가케루 

"뭔가를 표현하는 것으로서의 상징은 뭔가를 은폐하기 위한 암호가 되는 거죠." - 줄리앙

가사이 기요시의 '현상학 탐정' 야부키 가케루 시리즈 두 번째 작품입니다. "썸머 아포칼립스"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던 고전 명작으로 '문예춘추 선정 미스터리 100선' 에는 36위로 선정되어 있습니다. '일본 본격 미스터리 100선'에서는 무려 4위고요. 하지만 개정된 '주간문춘 선정 동서 미스터리 100'의 상위 50권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리뷰를 하면서 따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솔직히 번역되었는지 모르고 있다가, 무려 5년이 지난 얼마 전에야 우연히 작품의 존재를 알게 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추리 소설 애호가로서 부끄럽네요. 구태여 변명하자면 제목이 제목이 한국어로 번역된 탓입니다. 전작 "바이바이 엔젤"은 원제 그대로 출간되었는데 말이죠.

하여튼, 작품은 명성답게 본격물로서는 완벽합니다. 트릭의 수준도 높고, 추리도 합리적이에요. 고전 본격물다운 불가능 범죄, 기묘한 상황이 펼쳐지는데 이를 절묘하게 수습하고 있거든요. 특히 첫 번째, 두 번째 사건이 그러합니다.

첫 번째 사건 피해자 발터 페스트는 머리 앞 부분을 둔기에 맞아 살해당했습니다. 피해자가 창을 통해 들어온, 두 손으로 들어야 하는 흉기를 든 침입자를 봤을텐데 저항없이 죽음을 맞이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자료실 창문은 이미 열려있었는데 범인은 왜 창문을 깼을까요?
그리고 흉기인 석구에는 요한이 부조되어 있었는데 이는 요한 묵시록 제 6장과 관계가 있다는게 밝혀집니다. 흰말 한 필 위에 사람이 활을 들고 있었다는 묵시록 내용에 따라 시체는 화살을 맞았으며 마굿간에 있는 흰 말도 죽은채 발견되지요. 범인이 이렇게 묵시록처럼 현장을 꾸민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런 수수께끼에 더해 사건 관계자들 모두 알리바이가 명확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집니다. 

두 번째 사건은 더 기괴합니다. 장 노디에는 잠긴 탑이라는 밀실 안에서 목을 맨 시체로 발견됩니다. 자살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 상황으로요. 그런데 묵시록처럼 현장에는 큰 칼이 놓여 있었고 탑 밖에는 밤색 말이 죽어 있었습니다. 장 노디에가 자살했다면, 그가 자신의 자살 현장을 묵시록처럼 꾸밀 이유가 있었을까요?

세 번째 사건에서는 로슈포르의 아내 니콜이 절벽에서 추락하고, 현장에서 묵시록대로 죽은 검은말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실뱅 교수가 도주한게 목격되었기 때문에 그가 범인일거라 여겨지게 됩니다. 야부키 가케루와 나디아의 조사로 실뱅 교수는 동기가 있다는게 밝혀지기도 했거든요. 그 외에 현장에 모인 관계자들 알리바이는 모두 확실했고요.

그러나 마지막 네 번째, 로슈포르 추락사 이후 줄리앙에 의해 진상은 드러납니다. 여기서 묵시록 효과를 위해 이런저런 잡동사니를 뿌렸지만, '말'에 주목해야 한다는 추리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묵시록에 다른 연쇄 살인은 다른 작품들("장미의 이름", "사쿠라 신부의 사건 노트 - 고도관 살인 사건")에서도 써먹었던 식상한 소재인데, 묵시록은 본질을 흐리기 위한 연출일 뿐이었다는 아이디어는 신선했기 때문입니다. 말은 그냥 마굿간에서 죽여도 되는데, 두 번째, 세 번째 사건에서는 현장 근처에서 말이 죽은 채 발견되었죠. 줄리앙과 가케루는 말이 범행에 이용되었기 때문이라고 추리합니다. 두 번째 사건에서는 말의 힘을, 세 번째 사건에서는 속도를 이용한 거지요.

두 번째 사건에서 말의 힘은 밀실 안 피해자의 목을 밧줄로 걸어 밖에서 잡아 당기기 위해 필요했습니다. 사람은 빠져나갈 수는 없지만 창문은 있었거든요. 밖에서 피해자 노디에의 이름을 부르고, 피해자가 내다보기 위해 깊은 창에 머리를 내밀었을 때 창 주위에 바늘로 고정하여 둘러친 밧줄 올가미를 단번에 조여 살해한 겁니다.
이는 추리 애호가라면 친숙하실 유명한 장치 트릭입니다. "소년 탐정 김전일 26. 마신 유적 살인 사건"에서도 비슷한 트릭이 사용되었지요. 밖에서 이름을 부른건 아니고, 밀폐 공간에서 가스 냄새가 나도록 해서 피해자가 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게 만들있다는 차이는 있지만요.
"명탐정 코난. 25 거미의 집"에서도 창 틀 테두리에 줄을 올가미처럼 장치하고 창에 소리가 나도록 해서 (BB탄 총을 이용) 피해자가 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게 한 뒤, 밖에서 강한 힘으로 낚아채는 트릭이 사용되었는데 거의 모든 면에서 똑같아요. 시대에 걸맞게 '말'이 아니라 '자동차'를 이용하여 밧줄을 당겼고, 거미님 전설을 이야기에 녹여내었다는 사소한 차이만 있을 뿐이지요. 이렇게 후대에서도 모방한다는건 그만큼 잘 고안된 트릭이라는 뜻이겠지요.

세 번째 사건에서는 말의 속도를 이용했습니다. 범인 로슈포르가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현장으로 빠르게 이동할 때 타고 갔던 겁니다. 이렇게 두 번째, 세 번째 범행에서는 말이 현장에 있을 수 밖에 없어서 그 자리에서 죽게 되었고요. 아주 그럴듯해요.

첫 번째 사건도 묵시록 효과를 빼고 사건 현장에만 주목하여 범인의 트릭을 풀어낸다는 추리를 통해 해결됩니다. 범행에 '투석기'가 사용되었다는 건데, 아주 기발했어요. 사건 현장 건너편 건물에서 동그랗고 무거운 석구를 이용하여 살인을 저지르는데 이만큼 적합한 흉기는 찾아보기 힘드니까요. 피해자가 멍하니 머리 앞 쪽에 석구를 맞은 이유도 설명되고요.
실제로 머리에 제대로 맞는다고 장담할 수 없어서 투석은 유리창을 깨기 위함이고, 진짜 흉기는 쇠뇌로 쏜 화살이라는 아이디어도 좋았습니다. 투석에 사용한 석구가 요한 묵시록을 암시하는 조각품이고, 쇠뇌와 활 역시 그러해서 묵시록처럼 현장을 꾸민 발상도 기가 막힙니다. 카타리파의 복수, 혹은 페스트에게 원한이 있는 실뱅 교수에게 혐의를 돌리기에 딱 맞는 연출이었어요.

사건과 함께 진행되는 카타리파의 숨겨진 보물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첫 번째 사건에서 없어진 문서는 13세기 알비주아 십자군의 지휘자로 카타리파를 잔혹하게 살육했던 생조르주가 교황 인노켄티우스 4세에게 보냈던, 카타리파의 숨겨진 보물에 대한 서한일 거라고 설명됩니다. 생조르주는 서한을 보내기 직전 일어난 카르카손 폭동으로 도주하다가 암살당했고, 품 속의 서한은 생조르주가 암살당한 성당인 베네딕트회의 수도사가 은닉했었죠. 베네딕트회는 생조르주가 속했던 도미니크회와 대립했던 탓으로, 이후 책임 추궁이 두려워 이를 영원히 생세르낭 성당에 묻었던 겁니다. 콜베르가 편찬했던 도아트 문서에 생략된 부분은 이 생조르주 서한인게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도아트 문서에는 기록되었던 걸까요? 콜베르는 실용주의자로 보물을 재정문제로 치부했었습니다. 그래서 잃어버린 생조르주 서한을 찾아 나섰죠. 결국 생세르낭 성당에서 서한을 발견하는데, 상황이 변했습니다. 처음 서한을 찾아나섰던 8년 전에는 콜베르는 푸케와 경쟁하던 상황이라 왕에게 보물을 바치고 싶었지만, 8년 뒤 콜베르가 왕궁에서 차지한 지위는 확고부동하게 되기에 그는 왕에게 보물을 바치지 않고, 자신이 위기에 처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무기로 감췄습니다. 그럴듯하죠?
그러나 콜베르 사후, 이 내용은 왕에게 누설되어 도아트 문서는 헌상되었고, 그 때 생조르주 서한 부분이 삭제되었던 겁니다. 그리고 2차 대전 중 우연찮게 발굴된 생세르낭 문서, 그리고 생조르주의 서한을 향토 사학자 투르뉘가 손에 넣었지만, 그는 나치 독일군에게 체포되었고 문서는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그 나치 독일 군인이 발터 페스트였고, 투르뉘의 유복자는 샤를 실뱅이었다는 관계도 여기서 드러나게 됩니다.

하지만 숨겨진 보물의 위치가 기록된 서한을 13세기 십자군을 대표하는 도미니크 수도회, 17세기 부르봉 왕조의 절대주의를 대표하는 콜베르가, 20세기 유럽의 최고 권력이었던 나치 친위대 모두 손에 넣었는데 모두 암호를 해독하지 못해 발굴에 실패했다는건 말이 안되기는 합니다. 작품에서는 이들 중 독일군이 결국 매장된 보물을 발굴하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해 주는데, 보물은 카타리파의 상징인 거대한 황금 태양 십자가라고 합니다. 종전 후 미군이 입수한 뒤 사라져 버렸다고 하네요. "레이더스"와 동일한 결말입니다만, 시기적으로는 이 작품이 더 빠르니 원조격이라고 보아도 무방할거에요. 이 역시 나름대로 시대를 앞서간 아이디어인 셈이죠.
줄리앙이 투석기 잔해를 버리는 행동, 절벽을 등산 장비를 이용하여 수직으로 타고 내려와 알리바이를 만든 것 등 세세한 부분도 잘 짜여져 있어서 만족스러웠어요.

카타리파 보물이 사건의 중요 소재로 사용되고 있는 덕분에 관련된 설명도 상세합니다. 묵시록도 마찬가지고요. 개인적으로는 묵시록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아주 좋았어요. 소네 신부를 통해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잘 설명되고 있거든요. 원래 유대인들, 그리스도교들 모두 묵시록을 열심히 믿었지만, 로마 제국이 그리스도교를 공인하자 그리스도교는 더 믿을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박해하던 로마가 멸망하고 신의 왕국이 오기를 고대하며 믿었는데, 로마 제국이 자기 나라가 되어버렸으니 그 멸망을 고대할 이유가 없어진거지요. 그러나 유대인들은 민족 종교로 유대인들만의 왕국을 기다렸기에 그리스도교와 다른 길을 갔고요. 그래서 묵시록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이단이 된 겁니다.

그리고 남프랑스 일대 풍광이 소개되는 여정 미스터리 느낌도 나쁘지 않았어요. 파리에서 출발하여 피레네 산들에 둘러 싸여 있는 마을 몽세귀르와 몽세귀르 절벽에 위치한 카타리파 유적, 카타리파 최후의 전장인 성곽도시 카르카손, 항구 도시 마르세유를 거쳐 몽펠리에 옆 작은 도시 세트까지의 여정이 손에 잡힐듯 생생하게 펼쳐지거든요. 심지어 실존하는 카르카손 성곽도시의 탑 안에서 시체가 발견되기까지 하니 여정 미스터리로 보아도 손색없을 수준입니다.

여기까지 정리된 내용만 보면 본격물로 완벽하고, 보물 찾기 이야기도 잘 결합된 걸작으로 보이지요? 하지만 발표 이후 여러가지 리스트에 포함되었다가 지속적으로 순위가 하락한 이유도 분명합니다. 추리적으로 큰 헛점이 있을 뿐더러, 그 외의 단점도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추리적인 큰 헛점은 여러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로슈포르가 범행을 저지른 동기입니다. 노디에가 자신을 협박하고 심지어 죽이려고 한 들, 남프랑스 재계의 지배자가 눈 하나 깜빡할 이유가 있을까요? 게다가 니콜이 실뱅과 불륜을 저지른다고 한 들, 이는 니콜의 잘못입니다. 로슈포르가 니콜의 아버지 피에르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요소이지 피에르와의 동맹이 깨질 위험 요소는 아니에요. 설령 위협을 느꼈다 한 들, 재계의 제왕이 직접 복잡한 살인을 저지른다는건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는 범행의 순서입니다. 발터 페스트 살해는 이어지는 진짜 살인 목적을 흐리기 위함이라는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를 살해함으로써 생조르주 서한이 노디에의 손에 들어간건 순전히 우연입니다. 게다가 노디에를 살해한 두 번째 살인은 공들여 만든 밀실 트릭으로 경찰도 자살로 생각했을 정도인데 세 번째, 네 번째 사건을 계속 일으킨다면 밀실을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순서상으로는 생조르주 서한을 어떻게든 노디에게 전해주고 페스트를 죽인 뒤, 니콜을 죽이고 노디에를 밀실에서 죽여서 자살로 위장했어야 합니다. 지금의 이야기는 트릭을 위한 범행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아요. 마지막에 로슈포르가 줄리앙과 격투를 벌이다가 절벽에서 떨어진다는 결말도 시시했고요.

이런 추리적인 문제에 더해, 개인적으로 더 큰 문제라 생각하는건 쓸데없는 철학적, 종교적 이야기와 함께 테러 조직 '붉은 죽음'과 러시아인 니콜라이 일리치의 존재가 이야기에 깊숙히 개입해 있다는 점입니다. 탐정이라 생각했던 줄리앙이 사실은 붉은 죽음의 조직원으로 로슈포르 가문의 재력을 이용하여 원자력 제국을 만드려고 한다는게 진상이었다는건 솔직히 헛웃음만 나오더라고요.

시몬이라던가 야부키 가케루 입을 통해서 이야기되는 종교적, 철학적 담론도 지루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탐정 역할도 줄리앙이 담당하고 있어서 야부키 가케루는 이런 쓰잘데 없는 이야기를 위해 존재하는 느낌이 강하고요. 읽다보면 두 번째 사건에서 야부키 가케루는 진상을 파악한걸로 묘사되는데, 희생자가 더 나올 때까지 손도 쓰지 않습니다. 줄리앙이야 로슈포르 부부가 죽어야 유산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라도 있지, 야부키 가케루가 사건을 그냥 지켜만 볼 이유는 없어요.
이렇게 무의미하게 분량을 잡아먹느니 줄리앙을 정의의 명탐정 주인공으로 해서 이야기를 400페이지 정도로 줄이는게 훨씬 나았을겁니다. 이래서야 야부키 가케루 시리즈라고 부르기 창피할 정도에요.

그래서 제 별점은 3점입니다. 트릭은 멋집니다. 역사적 소재를 작품에 잘 끌고 들어왔다는 점도 높이 평가하고요. 그런데 지금 읽기에는 좀 애매하고, 지루하며 단점도 명확한 편입니다. 책 뒤 해설을 보니 역자분께서 시리즈 최고작이라는 "철학자의 밀실"이 출간될 수 있도록 잘 팔렸으면 좋겠다는 소회를 적고 계신데, 시리즈 출간이 더 이어지지는 않은 듯 싶군요. 약간은 아쉽지만 당연한 결과에요. 발표된지 거의 40여년이 지난 지금 읽기에는 한계가 명확했던 시리즈였습니다, 저와 같은 고전 본격물 팬이 아니라면 실망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2023/09/01

본격 미스터리의 진수를 만끽! 흉내내기 (따라하기) 살인을 테마로 한 걸작

honto 북트리 서비스를 통한 추리 소설 추천. 모두 국내 소개된 작품입니다. 구하기도 별로 어렵지 않고요. 하지만 언제나처럼 일본 추리 소설 소개가 많은게 아쉽네요. <<옥문도>>나 <<묵시록의 여름>>은 소개되어도 무방한 수작이지만, <<명탐정에게 장미를>>은 참고 보기 어려운 졸작이었거든요. 이보다는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지고 유명한 <<장미의 이름>>이 대신 선정되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흉내내기 살인'은 동요나 시, 전설이나 이야기에 빗대어 살인을 저지르거나 살인 현장에 장식을 하는 것을 말한다. 범인은 왜 그런 번거로운 일을 해야 하는가? 그 동기와 목적이 핵심이며, 정통 미스터리의 진수와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그래서 여기서는 흉내내기 살인을 주제로 한 미스터리 소설의 명작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애거서 크리스티
절해의 외딴섬이라는 폐쇄된 서클, 서로를 모르는 초대 손님들, 만찬 자리에서 밝혀지는 범죄, 마더구스의 가사대로 죽어가는 살인, 줄어드는 인형들.... 이 책에서 아가사 크리스티는 후대에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요소들을 확립했다. 미스터리 소설의 최고 걸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금자탑 같은 작품이다.

"비숍 살인사건" - 반 다인
'누가 코크 로빈을 죽였지?'라는 유명한 구절로 시작하는, 마더구스 동요에 빗대어 벌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에 탐정 파일로 밴스가 도전한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보다 먼저 발표되어 동요 살인, 흉내내기 살인의 효시로도 유명. 미스터리 소설의 고전 걸작으로 항상 손꼽히는 작품이다.

"명탐정에게 장미를" - 시로다이라 쿄
"메르헨 난쟁이 지옥"이라는 동화가 미디어에 소개된 뒤, 이를 모티브로 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만으로도 훌륭한 본격 미스터리를 맛볼 수 있지만, 2부에서 분위기가 확 바뀌는데, 2부부터가 메인이다. 기억에 남는 한 권이 될 것이 분명한,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명작이다.

"옥문도" - 요코미조 세이시
거장 요코미조 세이시가 <<비숍 살인사건>>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 영향을 받아 일본답게 '병풍에 쓰여진 하이쿠'를 바탕으로 완성시킨 추리 미스터리. 명탐정 긴다이치 고스케가 옥문도라는 외딴 섬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에 도전한다. 작가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명작이다.

"묵시록의 여름" - 가사이 기요시
밀실 살인, 비보 전설 등 다양한 미스터리 요소가 산재되어 있는 현상학 탐정 야부키 카케루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남프랑스를 배경으로 요한계시록에 빗댄 살인이 벌어진다. 다소 난해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이를 포함한 독특한 분위기가 매우 매력적이어서 본격 미스터리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시리즈 1편부터 읽는 것을 추천한다.

2022/08/05

영국 추리작가 협회 (CWA) 선정, 사상 최고의 추리소설 100선 (The Top 100 Crime Novel)

영국 추리작가 협회 (The Crime Writers' Association: CWA)에서 1990년 발표했던 사상 최고의 추리소설 100선 (The Top 100 Crime Novels of All Time) 입니다. 2022년 현재 시점에서 국내 미 출간작은 회색으로 처리하였습니다. 국내 출간작은 모두 59편입니다. 대부분의 출간작이 상위 50위 이내 (43편) 집중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상위권에 유명 작품이 더 많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몇 년 전에 미국 추리작가 협회 (MWA) 선정 베스트 미스터리 100을 소개해 드렸던 적이 있는데, 비교해서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특히 MWA에서는 1위로 꼽은 셜록 홈즈 시리즈 순위가 낮은게 가장 의외였어요. 세 편 선정된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 중 "마지막으로 죽음이 온다"가 다른 유명 걸작들을 능가하는 작품인지는 살짝 의심스러웠고요. 미국 작품은 하드보일드 계열만 주로 선정한게 의도인지도 궁금합니다.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 중에서는 도로시 L 세이어스의 "학원제의 밤"이라던가, 에드먼드 크리스핀의 "사라진 완구점", 마저리 엘링엄의 작품 등이 눈에 뜨이는데, 언젠가는 국내에 출간되면 좋겠네요.

1위 "진리는 시간의 딸" 조세핀 테이

2위 "빅 슬립" 레이먼드 챈들러

3위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존 르 카레

4위 "학원제의 밤" 도로시 L 세이어스

5위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6위 "레베카" 다프네 뒤 모리에

7위 "안녕 내 사랑" 레이먼드 챈들러

8위 "월장석" 윌키 콜린스

9위 [[the ipcress file]] 렌 데이튼

10위 "몰타의 매" 대실 해밋

11위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조세핀 테이

12위 "실종 당시의 복장은" 힐러리 워

13위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14위 "로그 메일" 제프리 하우스홀드

15위 "기나긴 이별" 레이몬드 챈들러

16위 "살의" 프랜시스 아일즈

17위 "자칼의 날" 프레드릭 포사이스

18위 "나인 테일러스" 도로시 L 세이어스

19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20위 "39계단" 존 버컨

21위 "셜록 홈즈의 모험" 아서 코난 도일

22위 "살인은 광고된다" 도로시 L 세이어스

23위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애드거 앨런 포 24위 "디미트리오스의 가면" 에릭 앰블러

25위 [[사라진 완구점]] 에드먼드 크리스핀

26위 [[Tiger in the smoke]] 마저리 엘링엄

27위 "가짜 경감 듀" 피터 러브시

28위 "흰 옷의 여인" 윌키 콜린스

29위 [[A Dark-Adapted Eye]] 바바라 바인

30위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제임스 M. 케인

31위 "유리 열쇠" 더쉴 해밋

32위 "배스커빌 가의 개" 아서 코난 도일

33위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존 르 카레

34위 "트렌트 마지막 사건" E.C 벤틀리

35위 [[From Russia with Love]] 이언 플레밍

36위 "경관 혐오" 에드 멕베인

37위 "제리코의 죽음" 콜린 덱스터

38위 "낯선 승객"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39위 "활자 잔혹극" 루스 렌들

40위 "세 개의 관" 존 딕슨 카

41위 "독 초콜릿 사건" 앤서니 버클리

42위 "성녀의 유골" 엘리스 피터스

43위 "죽음의 혼례" 엘리스 피터스

44위 "죽음의 키스" 아이라 레빈

45위 "재능있는 리플리"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46위 "브라이턴 록" 그레이엄 그린

47위 "호수의 여인" 레이먼드 챈들러

48위 "무죄 추정" 스콧 터로우

49위 "내 눈에 비친 악마" 루스 렌들

50위 "벨벳의 악마" 존 딕슨 카

51위 "치명적 반전" 바바라 바인

52위 [[The Journeying Boy]] 마이클 이네스

53위 [[A Taste for Death]] P.D. 제임스

54위 "독수리는 날개치며 내렸다" 잭 히긴스

55위 [[My Brother Michael]] 메리 스튜어트

56위 [[Bertie and the Tin Man]] 피터 러브지

57위 [[Penny Blac]] 수전 무디

58위 [[Game, Set & Match]] 렌 데이튼

59위 [[The Danger]] 딕 프란시스

60위 [[Devices and Desires]] P.D. 제임스

61위 [[Under World]] 레지널드 힐

62위 [[Nine Coaches Waiting]] 메리 스튜어트

63위 [[A Running Duck]] 폴라 고슬링

64위 [[smallbone deceased>> 마이클 길버트

65위 [[The Rose of Tibet]] 라이오넬 데이비슨

66위 [[Innocent Blood]] P.D. 제임스

67위 <<맹독>> 도로시 L 세이어스

68위 [[Hamlet, Revenge!]] 마이클 이네스

69위 "시간의 도둑" 토니 힐러먼

70위 [[A Bullet in the Ballet]] Caryl Brahms & S. J. Simon

71위 [[Deadheads]] 레지널드 힐

72위 "제3의 사나이" 그레이엄 그린

73위 [[The Labyrinth Makers]] 앤서니 프라이스

74위 [[the quiller memorandum>>애덤 홀

75위 "내안의 야수" 마거릿 밀러

76위 [[The Shortest Way to Hade]] 새러 코드웰

77위 "질주" 데스몬드 배글리

78위 [[Twice Shy]] 딕 프란시스

79위 [[The Manchurian Candidate]] 리처드 콘돈

80위 [[the killings at drift>> 캐롤라인 그래험

81위 "야수는 죽어야 한다" 니콜라스 블레이크

82위 "고르키 파크" 마틴 크루즈 스미스

83위 "마지막으로 죽음이 온다" 애거서 크리스티

84위 "녹색은 위험"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85위 [[Tragedy at law]] 시릴 헤어

86위 "콜렉터" 존 파울즈

87위 "기데온과 방화마" J.J. 매릭

88위 "대통령의 유산 The Sun Chemist" 라이오넬 데이비슨

89위 "나바론 요새" 알리스테어 맥클린

90위 [[The Colour of Murder]] 줄리안 시몬즈

91위 [[Greenmantle]] 존 버컨

92위 "모래톱의 수수께끼" 어스킨 칠더스

93위 [[wobble to death>> 피터 러브지

94위 <<붉은 수확>> 더쉴 해밋

95위 [[The Key to Rebecca]] 켄 폴렛트

96위 [[Sadie When She Died]] 에드 멕베인

97위 [[The Murder of the Maharajah]] H.R.F. 키팅

98위 [[What Bloody Man Is That?]] 사이먼 브렛

99위 [[Shooting Script]] 게빈 라이얼

100위 "네 명의 의인" 에드거 월러스

2022/11/26

명탐정에게 장미를 - 시로다이라 교 / 김은모 : 별점 1점

명탐정에게 장미를 - 2점
시로다이라 교 지음, 김은모 옮김/문학동네

"허구추리"로 유명한 시로다이라 교의 데뷰작입니다. 두 편의 중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망작 of the 망작입니다. 올해는 아직 다 가지 않았지만, 올해의 최악으로 꼽겠습니다. 읽어보실 필요는 당연히 없습니다. 제 별점은 1점입니다.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아래의 수록작별 상세 리뷰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합니다.

"메르헨 난쟁이 사건" '

난쟁이 지옥'이라는 독약에 관련된 참혹한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첫 번째 피해자 후지타 게이코는 난쟁이 지옥을 만들었던 다케바야시의 딸이었고, 두 번째 피해자 구니오는 다케바야시의 조수였다. 두 사람은 각종 언론사 등으로 보내진 "메르헨 난쟁이 지옥"이라는 동화 속 모습 그대로 살해당했다. 유력한 용의자인 다케바야시의 또 다른 조수였던 쓰루타는 첫 번째 사건에서의 알리바이가 완벽했다. 오히려 쓰루타는 후지타 가에 나타나 게이코의 딸 스즈카를 동화의 마지막 피해자 한나처럼 죽일 수 있다며 협박하는데...

어떤 이야기와 살인 사건이 맞물려 전개되는 작품은 많습니다. '마더 구스' 동요를 이야기 전개에 써먹었던 크리스티 여사님의 "주머니 속의 호밀"이나 밴 다인의 "비숍 살인 사건" 처럼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도 빼 놓을 수 없겠지요. 

보통 이렇게 범인이 무언가를 따라서 범행을 저지르는 이유는 

  1. 공포심을 자극하기 위해서
  2. 범행에 관련된 중요한 무언가를 숨기려고 했다

는 이유가 있습니다. 단순히 범인이 정신병자여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요. 

그런데 이 작품에서의 이유는 특이합니다. 범인은 독약을 다시 세간에 알리기 위해 기묘한 잔혹 동화를 창작하여 뿌리고, 동화대로 잔혹한 사건을 저지른 겁니다. 난쟁이 지옥을 팔고 싶은데 독약의 효능이 잊혀진 탓에요. 

쓰루타는 구니오의 장기말에 지나지 않았는데, 오히려 구니오의 뒷통수를 쳐 그를 살해하고, 신출귀몰한 능력자 범인인양 후지타 가에 나타나 자기는 사람을 마음대로 죽일 수 있다며 협박했다는 진상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세가와 미유키가 사건의 모순을 눈치챈 계기가 된 동화 속 등장 인물 이름인 한나, 니콜라스, 플로라는 모두 후지타 가족 이름과 연결된다는 등, 단서 제공도 공정합니다. 히브리어 뜻까지 알아야 하는 등 좋은 단서로 보기에는 어렵지만요.

명탐정 세가와 미유키도 일본 만화 등에서 흔히 보았던 전형적인 쿨 뷰티, 차도녀 안경 선배 설정이기는 한데 명탐정으로서의 고충 - 진상을 드러내어 오히려 마음에 상처를 입는 - 을 묘사한건 신선하더군요. 물론 명탐정이 마음에 상처 따위는 입어서는 안되지요. 유불란의 말대로 명탐정의 혈관에는 강침이 돌아야 하는 법입니다. 그런 유불란도 감정에 휩쓸려 버리기는 했지만....

그러나 앞서의 장점은 극히 일부일 뿐, 단점이 훨씬 더 많습니다. 우선 억지가 심해요. 아이 사체로 만든다는, 주술에 가까운 독약 '난쟁이 지옥'의 설정부터가 억지니까요. 기묘한 동화를 창작하고, 성인 여성을 납치하여 온 몸을 난도질하는 엽기 범죄 역시 마찬가지에요. 너무 비효율적입니다. 독약 광고를 위해서라면 차라리 어떤 장소에 '난쟁이 지옥'을 풀어서 사람들을 심부전으로 죽게 만들고, 매스컴에 '난쟁이 지옥'으로 일으킨 범죄라는 성명서를 내는게 훨씬 손쉽고 깔끔했을겁니다. 게이코에 대한 복수심 때문이었다 하더라도, 후지타 가에 독을 푸는게 더 현실적이었을테고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게이코에게 '난쟁이 지옥'에 대해 알린 뒤, 범행 현장으로 찾아오도록 시켰던 트릭도 설득력이 약합니다. 게이코가 '난쟁이 지옥'에 대해 업보가 있다고 생각한건 독을 이용하여 친모를 살해한 탓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죄의식을 느끼고 구니오의 덫에 스스로 빠질리 없지요. 그런데 그 사실을 구니오 등이 알 턱이 없으니 이는 모순입니다. 게이코가 친모를 살해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경찰에 신고했을거에요.

딱히 명탐정이 필요했던 사건도 아니라는 문제도 큽니다. 쓰루타가 게이코 사건에서의 알리바이가 어쨌건 간에, 구니오 사건에 대한 수사만 철저히 진행했어도 사건은 해결되었을테니까요. 게이코는 퇴근길에 납치당한게 아니라, 그녀 스스로 현장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구니오의 알리바이가 생겼는데 아를 밝히지 못한건 경찰의 부실 수사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납치는 못했더라도 공범이 있었다면 범행은 저지를 수 있잖아요. 세간의 화제가 된 강력 사건을 이렇게 허술하게 수사한다는건 전혀 와 닿지 않았습니다. 그 외에도 게이코의 편지를 후지타 가에서 내놓지 않는걸 경찰이 방관하는 것도 납득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기발한 부분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독배 퍼즐" 

미하시의 후배로 스즈카의 가정 교사를 맡았던 야마나카 후유미가 죽었다. 가족이 모두 모인 티 타임에서 차를 마신 직후였다. 조사 결과 티 포트에 '난쟁이 지옥'이 가득 들어있었다. 누가, 왜 포트에 독을 넣었을까? 미하시는 이번에도 명탐정 세가와 미유키에게 사건을 맡기는데....

한마디로 최악 오브 더 최악입니다. 

진상은 명탐정 세가와 미유키를 흠모하게 된 스즈카가 명탐정을 다시 만나기 위해 사건을 일으켰다는 겁니다. 그녀가 어머니의 유품인 '난쟁이 지옥'을 티 포트에 넣었던 거지요. 그런데 스즈카는 중학생입니다. 아무리 명탐정이 보고 싶어도 가족 모두가 먹는 차에 먹으면 바로 죽는 독을 다량으로 푼다는게 과연 말이나 될까요?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가 장난삼아 풀었다면 모를까요. 너무 써서 바로 뱉을 수 밖에 없다는건 증명되지도 않았고, 증명하기도 어렵습니다. 가족이 모여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차가 쓰다고 바로 뱉어낸다는 것도 잘 상상이 안되고요. 야마나카 후유미가 미각 장애가 있어서 차를 삼켰다는 만화같은 설정도 거슬렸습니다.

어쨌건 명탐정은 불렀지만 이유를 알려줄 수 업어서 미하시 등이 내세운 가짜 진상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스즈카가 계모 교코의 살의를 눈치채고, 독이 묻은 찻잔 흔적을 감추기 위해 독을 포트에 쏟아 부은거라는데, 비상식적입니다. 계모가 자기 목숨을 노리지만 계모와 아버지가 너무 사랑해서 그걸 숨기고 독을 가지고 도박을 한다? 아버지, 아니면 미하시에게 말하고 도움을 구하는게 당연하잖아요? 그리고 교코가 스즈카를 죽이려 했다면 '난쟁이 지옥'을 썼을리도 없어요. 그 독이 어디에 있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온 가족이 다 아니까요. 의학적으로는 병사로 판단되더라도, 아버지 가쓰히토와 미하시는 의심의 눈초리를 절대 거두지 않았을 겁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하시가 스즈카를 은밀하게 조종해서 후유미를 살해한 진짜 흑막이었다는 연극도 어처구니 없었어요. 건실한 청년 미하시 캐릭터와 어울리지도 않으며, 그래봤자 스즈카가 실행범이라는건 바뀌지 않으니까요. 이런 억지 연극을 꾸미는 것 보다는 차라리 스즈카의 뇌종양을 미유키에게 알리고, 경찰 고발을 취소해달라고 부탁하는게 나았을 겁니다.

제일 큰 문제는 명탐정 미유키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스즈카만 걱정하고 피해자 야마나카 후유미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미하시와 미유키에게는 후배이기도 한데 왜 그녀의 죽음은 비통해하지도 않고, 진상을 덮으려고만 할까요? 살인범 스즈카를 무슨 순정만화 속 비련의 피해자처럼 묘사하는 마지막 장면은 황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명탐정이 진실을 밝히는 바람에 비극을 불러왔다 운운하는데, 스즈카가 사람을 죽인건 사실이라서 뭐가 비극인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별점은 1점입니다. 명탐정을 부르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만화같은 동기를 비롯하여, 뭐 하나 점수를 줄 부분이 없네요. 시리즈가 더 이어지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2017/01/27

만화의 길 (망가노미치) 1~4 - 후지코 후지오 A : 별점 3점

만화가 후지코 후지오 컴비(그 중에서도 A인 마가 미치오)를 모델로 한 장편 만화입니다. 전 4권짜리 애장판으로, 전체 연재분에서 "입지편", "청운편", "야스나로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한 권당 900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을 통해 마가 미치오와 사이노 시게루가 만화가를 꿈꾸다가 데뷰하고, 성공 가도를 달리지만 스스로의 과욕과 실수로 쓰디 쓴 좌절을 맛본 후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과정까지가 치밀하게 그려집니다. 구하기는 오래 전에 구해 놓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다가 올해 들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워낙 방대한 양이라 독파하는데 꽤나 시간이 걸렸네요.

저는 "만화가가 나오는 만화는 재미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대표격인 "바쿠만", "아오이 호노오" 외에도 개그 만화인 "호에로 펜", "만화가의 사랑", "만화가와 어시스턴트", "월간 순정 노자키군" 등 만화가가 나오는 만화는 뭐 하나 빼 놓기 어려울 만큼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라 히데노리의 "언제나 꿈을"은 조금 취향과 다르긴 했지만 나쁘진 않았고요.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다른 작품들 못지 않게 재미있습니다! 어린 컴비가 만화가로 데뷰하고 연재작을 이어간다는 부분은 "바쿠만"에 가까운데, 거장의 실제 경험이 뒷받침된 덕에 큰 설득력을 갖추었다는게 가장 큰 차이점이자 장점입니다. 물론 오바 츠구미와 오바타 다케시 컴비도 경험이야 있었겠지요. 허나 후지코 후지오 A는 본인 스스로 만화의 거장일 뿐더러 초창기 시절을 데즈카 오사무, 이시노모리 쇼타로, 아카츠카 후지오 등 토키와 장을 무대로 과거에 현대 일본 만화 거장들과 함께 활약을 펼쳤던, 만화 역사에서도 특별하면서도 역사적인 인물이니 비교가 어렵습니다.

함께 소개되는 후지코 후지오 컴비 및 토키와장 멤버들의 당시 작품들도 아주 볼만합니다. 특히 후지코 후지오 컴비의 초기작은 집대성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충실하게 수록되어 있습니다. 학생 때 습작인 "작은 권총왕", 후지코 후지오 컴비의 단행본 데뷰작 "유토피아 최후의 세계 대전", 최초의 잡지 개제 "서부의 어딘가에", 최초의 의뢰이자 별책인 "3인 형제와 인간 포탄", 최초의 연재 "4만년 표류", 초기 창작 방법을 엿볼 수 있는 "백마가 온다", 상경 전 마지막으로 그린 의뢰작 "선풍도시", 세미 다큐멘터리 터치로 그린 "해발 6천미터의 공포(히말라야의 설인)"와 "남부전선 이상 없다", 상경 이후 최초로 각자 동시 진행한 소년클럽 의뢰작 "콘크리트 정글"(후지코 후지오 A)와 만화 동화 "사자와 꼬마 사슴", 상경 후 첫 정식 연재작 "해저인간 메바루", 처음으로 가혹한 프로의 일정에 도전하게 된 "치비와카마루", "장미와 반지", 이후 연재작 "밤의 왕자님", "세계와 싸운 소년", 땜빵으로 그린 첫 스포츠 만화 "철권의 분노" 등 수많은 작품이 빠짐없이 소개됩니다. 장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편 감상이 가능한 수준이고요.
컴비의 작품 외에도.신만화당 합작물인 "4개의 시계", "도감 시리즈" 등도 충실하게 수록되어 있으며, 작품 자체가 후지코 후지오 컴비의 활동을 다루기에 단순히 소개로 끝나지 않고 작품들이 어떤 과정에서 탄생되고 완성되었는지 자세하게 알려주는데 이 역시 재미있습니다. 마가 미치오의 개인 경험을 토대로 그려내었다는 "꼬마 권총왕", 급작스러운 폭설로 놀랐던 경험이 바탕이 되어 살아있는 눈 괴물(?)을 그려낸 "백마가 온다", 영화 "아스팔트 정글"을 감명깊게 본 후 갱스터 만화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하여 작업한 "콘크리트 정글" 등 처럼요. 모든 작품 시작 전 관련 노트를 만들고 줄거리와 캐릭터 설정을 적어놓는 창작 과정도 꽤 그럴듯했습니다. 앞으로 저도 따라해 봐야겠다 싶을 정도였어요.

다른 등장 작가들의 작품도 풍성합니다. 유명 작가의 등장 시 짤막한 소개를 곁들이는 정도가 많지만,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개입되는 작품도 제법 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정글 대제"입니다. 두 컴비가 처음 데즈카 오사무를 만날 때 신연재물로 그리기 시작하고, 후일 마가가 급한 도움 요청으로 마지막화의 어시스턴트로 참여한다는 식으로요. 아마도 실화겠지만, 굉장히 드라마틱한 내용이었다 생각됩니다.

또 "만화 소년", "모험왕", 등등 당대 유수의 잡지들과 출판사, 편집자 들도 다수 등장하여 극의 흐름에 동참하는데, 이러한 점은 "바쿠만"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 속 편집자는 마감 독촉 및 원고 수령 밖에는 딱히 하는게 없다는 차이점은 있지만요.

그리고 짧은 기간 (약 2년?)이지만 마가의 신문사 근무 중 진행한 각종 일러스트와 광고 도안, 만화도 아주 인상적입니다. 그림 실력 및 디자인 감각이 정말 빼어나더라고요. 이게 정말 갓 고등학교(작중 중학교)를 졸업한 신입의 솜씨라니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확실히 거장, 천재의 편린이 엿보이는 작업물들이었어요. 만화가 아니라 이쪽, 산업 미술 쪽으로 매진하였어도 충분히 디자인 사에 이름을 남기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당대 (1950~60년대)를 잘 그려낸 여려가지 디테일들도 좋습니다. 영화가 유일한 취미로 보이는 컴비가 감상하는 여러가지 영화들("베라크루즈", "아스팔트 정글", "위대한 환영", "제 3의 사나이", "너의 이름은"....), 증기 기관차를 이용한 출퇴근과 도쿄 상경, 전화가 드문 시절의 전보와 공중전화를 이용한 연락, 산보 등을 통해 보여지는 당시의 거리 풍경들 모두 굉장히 흥미로왔습니다.
당시 두 컴비의 여러가지 일상 생활 묘사도 재미있습니다. 상경 전 학창 생활에 대한 상세한 묘사에서 시작하여 첫 하숙집 좁은 방에 대한 묘사, 매일매일 프랑스 빵과 우유 등으로 때우는 식사, 가끔 나가는 산책 등 모든 부분이 디테일하면서도 푸근하고 따뜻하게 그려지거든요. 악역은 없이 멘토인 데즈카 오사무와 도키와장의 큰 형님격인 테라오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은 컴비를 도와주지 못해 안달난 사람으로 보이는 등 이야기도 모두 푸근하고 따뜻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중학교 때의 담임 선생님을 들 수 있습니다.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옹호해주고 그 꿈을 위해 노력하라는 조언을 해 주는 선생님이라니! 놀랍기만 할 따름입니다. 첫번째 하숙집의 주인인 마가의 백부도 역시 만화는 잘 모르지만 컴비의 꿈을 위해 아무런 조건 없이 토키와장의 보증금으로 거금 3만엔을 선뜻 빌려주겠다고 하고요.

그러나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조금은 시대 착오적인 작화야 어쩔 수 없다쳐도, 원고 마감에 맞추지 못하는 사고를 치는 장면이 자주 반복되어 지루합니다. 주로 꿈이긴 하지만요.
또 청춘물이기도 해서 마가의 상대역 여성을 등장시키는데 뭔가 관계가 이루어질 것 처럼 떡밥만 던져놓고 제대로 된 드라마를 그리지 못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이렇게만 등장할거면 분량 낭비에 불과하지요.

그래도 읽는 재미는 충분했습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한국에 번역되어 출간될 가능성은 없지만 어떤 식으로든 소개되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읽다보니 이 때가 축복받은 시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비록 먹고 살기는 좀 힘들고 척박한 시기지만 젊은 혈기와 열정은 보답받는, 잡지사에 원고를 보내거나 들고 가면 원고가 실리고, 급하게 땜빵이든 뭐든 어떻게든 작업을 할 수 있는 그러한 시대로 소개되기 때문입니다. 수요에 비하면 공급이 부족해 보였기에 열정만 있다면 어떻게든 데뷰 자체는 좀 쉽지 않았을까 싶네요. 아무리 재미있는 만화라 하더라도 데즈카 오사무 혼자 6~7개 잡지 모두에 연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니까요. 두 컴비는 20대 초반, 테라오는 20대 중반, 데즈카 오사무도 20대 후반에 불과한 청년들인데 당대 만화계를 짊어진다는 설정을 볼 때 정말로 만화가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시대적인 운으로 둘의 성공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철야 등의 혹독한 환경 속에서 꿈과 열정을 잃지 않는 노력, 그리고 결과물의 완성도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것은 분명합니다. 아무런 정보도, 어시스턴트 한명 없이 한달에 100페이지가 넘는 원고를 스토리부터 전부 스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손으로만 그려내는 말도 안되니까요. 초기작의 스토리가 영화나 서적에서 따온 것이 많은 이유도 아이디어 구상에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없는 환경 탓이었을 테고요. 

비슷한 시기 활약했던 다른 신만화당 멤버들이 대체로 잊혀졌지만, 후지코 후지오, 이시노모리 쇼타로, 아카츠카 후지오 등이 거장으로 남은 이유는 결국, 꾸준히 히트작을 내 놓는 실력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노력하는 천재가 시기를 잘 만났다'는 것이 정답인 셈입니다.

2016/07/22

노리즈키 린타로의 모험 - 노리즈키 린타로 / 최고은 : 별점 1.5점

노리즈키 린타로의 모험 - 4점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엘릭시르

신본격의 기수 중 한 명인 노리즈키 린타로 단편집입니다. 최초의 단편집이며, 데뷔작을 비롯해 "요리코를 위해"와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작품들까지 비교적 작가의 초기작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작품들은 역시나 초기작답습니다. 완성도에 문제가 많거든요. 신본격 작가다운 트릭, 특유의 논리는 여전하지만 이러한 추리적 요소들이 설득력 있게 사용되지 못한 탓입니다. 억지스럽고 작위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에요.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데뷔작인 "월광게임"도 아주 별로였었는데, 당시(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는 이 정도 수준으로도 데뷔하고 작가가 될 수 있었던게 놀랍네요. 문학계도 버블이 만연했었나 봅니다.

물론 지금의 노리즈키 린타로는 거장입니다. 몇몇 장편들은 아주 좋았고, 단편 역시 "녹스 머신"은 제 취향이 아니었지만 예전에 읽었던 "이콜 Y의 비극"의 경우 직접 번역하여 소개드릴 만큼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 수록작들은 거장의 편린조차 느끼기 어려운 평균 이하의 작품들이 많습니다. 작가의 팬이 아니시라면 굳이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사형수 퍼즐"

사형수 아리아케 쇼지가 교수대에 선 직후, 고통을 호소하며 사망했다. 검시 결과 니코틴 중독사였다. 교도소장은 참관 검사의 동의를 받아 극비리에 노리즈키 부자에게 사형수가 사형 직전 독살당한 해괴한 사건의 해결을 부탁하는데...

전형적인 불가능 범죄 설정이 흥미를 자아냅니다. 이전 "에드가상 수상 작품집"에서 읽었던 단편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교수대에서 사라진 사형수에 대한 이야기였지요.

하지만 추리적으로는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트릭이 없는 우발적 범행에 불과한 탓입니다. 만약 아리아케가 담배를 피웠다면 이 범행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을테고, 차를 아리아케가 마신다는 것 역시 보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작위적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용의자들이 형장에 있었던 사람들로 좁혀진 상태에서 경찰 수사가 시작되었다면, 미화원 나카미네가 본인이 아니라는 건 바로 들통났을 테니 사건이라 부르기도 어려울 지경입니다.

작가가 이야기를 끌어가는 전개도 매끄럽지 못합니다. 불필요한 장황한 설명은 지루했으며, 고장 난 소각로와 파쇄기의 존재가 용의자를 좁히는 데 큰 도움을 줄거라는게 뻔히 보이는 것 역시 별로였습니다. 이에 바탕을 둔 노리즈키 린타로의 추리는 괜찮지만, 불필요한 요소였어요.

무엇보다도 아버지를 아들이 죽일 수도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한 절망적 노력의 결과였다는 동기는 최악입니다. 어찌 되었건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제일 바람직했을 테니까요. 설령 아들이 사형을 집행하는 본인이 된다 하더라도 무덤까지 비밀을 가져가면 되지,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범죄를 저질렀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여기에 그리스 신화의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끼워 맞춘 것도 억지로밖에 보이지 않았고요. 차라리 영화 "모범 시민"처럼 피해자 중 누군가의 가족이 편안한 죽음을 맞지 않게 하기 위해 복수한다는 이야기가 더 설득력이 높아 보입니다.

한마디로 참신한 설정 외에는 건질 게 없는 작품. 별점은 1.5점입니다.

"상복의 집"

도마 가문을 지배하는 어머니 사요에게 장남 야스노리는 꼼짝도 못하지만, 차남 가쓰키는 반항하여 집을 찾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10여 년 후, 아버지의 죽음으로 가족이 다시 모였으나 큰 싸움 끝에 가쓰키는 “어머니가 죽기 전에는 가족과 함께 찾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그리고 얼마 후, 도마 사요가 독살되고 가문의 친척이라는 이유로 노리즈키 총경이 수사에 참여하는데...

노리즈키의 친척 가문에서 일어난 독살 사건을 다룬 작품입니다. 작가의 데뷔작이라는데 마음에 들었습니다. 추리 매니아의 첫 작품다운 신선한 아이디어가 돋보인 덕분입니다. 특히 상식을 깨는 "반전"의 매력과 그것을 설명하기 위한 설득력 있는 동기, 두 가지가 잘 맞물려 있는게 좋습니다.

반전부터 설명하자면, 범인은 초등학교 5학년생인 도마 스미오일 수밖에 없다는 상황에서 진범을 찾기 위한 추리를 펼치지만, 사실은 스미오가 범인이 맞다는 겁니다. 발표 시기를 감안하면 상당히 앞서간 아이디어였습니다. 이에 더해 스미오가 범행을 저지른 동기도 완벽합니다. 한눈에 반해버린 사촌누나 마리를 다시 보려면 가쓰키가 집에 돌아와야 하고, 그러려면 할머니가 죽어야 한다는 인과관계가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드러내기 위해 적절하게 삽입한 복선 — 스미오의 멍한 상태와 시험 점수 등 — 도 탁월했고요.

한마디로 데뷔를 위해 많은 것을 준비했구나 싶었습니다. 수록작 중 최고작으로 꼽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카니발리즘 소론"

화자 ‘나’에게 노리즈키 린타로가 찾아왔다. 둘 모두의 지인인 오쿠보 마코토가 동거녀 미사와 요시코를 죽이고 요리해 먹은 사건에 대한 의견을 묻기 위해서였다.

공부하는 작가 노리즈키 린타로가 펼치는 고금동서에 걸친 식인론(論) 덕분에 현학적인 재미만큼은 충분합니다. 그녀를 먹은 것이 변으로 내보내기 위해서라는, 일종의 극단적인 복수라는 진상도 나쁘지는 않았고요.

그러나 두 사람의 토론이 전부라 소설적 재미가 부족하며, 진상에 대한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화자인 ‘나’가 사실은 오쿠보 마코토이며, 그가 정신이상자였다는 반전은 무리수에 불과했고요. 앞부분 몇 가지 묘사를 통한 복선을 깔아 놓기는 했지만 그렇게 필요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아울러 이 작품을 추리 소설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오쿠보 마코토의 식인 행위를 놓고 화자와 린타로가 그가 왜 그랬는지를 분석하는 내용이 전부인데 말이지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만, 신선한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작가가 지금 시점에 이 아이디어를 다시 풀어낸다면,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

"도서관의 잭 더 리퍼"

그보다 더 나쁜 놈들은 추리 작가가 피를 토하는 노력 끝에 고안한 트릭을 쏙 빼다가 미스터리 가이드북이라는 이름으로 팔아먹는 녀석들이지. 이쯤 되면 기생충 수준이야. — 추리소설에 대한 스포일러를 용서받을 수 없는 모독이라고 하며 노리즈키 린타로가 하는 말.

노리즈키 린타로는 호감을 가지고 있는 도서관 사서 호나미로부터 추리소설의 표제지를 잘라내는 기묘한 범행이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노리즈키 린타로가 구립 도서관 사서 사와다 호나미에게 반해 그녀에게 수작을 걸기 위해 도서관을 찾았다가 사건에 빠져든다는, ‘도서관 탐정’ 시리즈입니다. 강력범죄가 등장하지 않는 잔잔한 일상계인데, 작중 제공되는 정보로 진상을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다는게 마음에 듭니다. 실제로 있을 수 있는 현실적 이야기라는 것도 좋았고요. 저 개인적으로는 "유주얼 서스펙트" 영화 포스터로 스포일러 테러를 당한 적이 있기에 남 일 같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딱 한 가지, 마쓰우라가 범인을 알고 있다면 왜 다른 직원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는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시설관리과 직원이 범인이라서 고발이 의미 없다고 생각한 건 말이 안 되죠. 다른 직원들도 많은데요.

그래도 나쁘지 않았으며 보기 드문 노리즈키 린타로의 일상계이기도 하니 팬이라면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노리즈키와 호나미의 밀당도 볼거리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녹색 문은 위험"

호나미에게 데이트를 신청한 린타로는 그녀와 함께 도서관에 개인 장서를 기증하려는 사람의 미망인을 만나게 되었다. 기증자 스가타 구니아키는 환상문학 매니아이며 사후 도서관에 장서를 기증하겠다는 유언을 남겼는데, 미망인이 거부하고 있는 중이었다.

‘도서관 탐정’ 두 번째 작품으로, 전작의 잔잔함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본격 밀실 트릭물입니다. 밀실 안에서 목을 맨 채로 발견되어 자살로 알려진 스가타 구니아키는 사실 살해되었으며, 시체가 발견된 장소에 열리지 않는 녹색 문이 있다는 설정입니다. 

일단 본격물답게 가장 중요한 단서는 독자에게 공정하게 제공됩니다. 피해자 스가타 구니아키의 ‘내가 죽으면 녹색 문이 열릴 것이다’라는 예언, 그리고 호나미의 한마디 말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트릭 자체는 낙제점에 가깝습니다. 장서의 무게로 인해 문이 열리지 않았다는 현상 자체는 충분히 말이 되지만, 밀실을 만들기 위해 수천 권의 장서를 하룻밤에 옮기기를 반복한다는 건 비현실적입니다. 사람 한 명을 죽이기에는 너무 품이 많이 들고 위험하기도 하니까요. 주변 사람 눈에 띌 수도 있으며 짐을 나른 사람들 입막음도 문제입니다.

때문에 별점은 2점입니다. 괜찮은 부분은 있지만 딱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확실히 신인의 작품이구나 싶었습니다.

"토요일의 책"

노리즈키 린타로는 [아이카와 데쓰야와 13의 수수께끼]라는 작가 경연 기획에 초대받았다. 작가 마타카케 나나미 여사의 실제 체험이 바탕이 된 수수께끼 풀이에 도전하는 기획으로, 수수께끼는 여사가 서점에서 아르바이트했을 때 토요일 저녁마다 한 중년 남자가 오십 엔짜리 동전 스무 닢을 천 엔짜리 지폐로 바꾸어 달라고 한 이유에 대한 것이었다.
린타로는 사와다 호나미에게 의견을 구하는데, 마침 "도서관의 잭 더 리퍼" 사건으로 알게 된 추리 매니아 마쓰우라의 동창생 구라모리 우타코에게 동일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설정은 재미있지만 사건은 대단치 않습니다. 구라모리 우타코에게 동전을 바꾸러 온 남자를 미행하는 것이 전부라 추리의 여지도 전무하고요. 동전 스무 닢을 천 엔짜리 지폐로 바꾼 이유는 린타로의 추리 형태로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 동전 수수께끼보다 중요한 내용은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기타무라 가오루를 연상케 하는 복면작가 도키무라 가오루의 정체에 대한 것이죠. 이를 위해 일본 추리소설 애호가라면 반가울 작가와 작품들이 약간 이름이 수정되어 등장합니다.

그러나 별점은 1.5점입니다. 재미있는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추리와 트릭도 없고 추리 소설가에 대한 팬픽에 가까운 탓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지난 날의 장미는"

혼마 시오리는 매일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반납하기를 반복 중이었다. 그녀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밝혀달라는 호나미의 부탁을 받은 린타로는, 그녀가 책을 읽지도 않고 책머리만 보고 고르며 다른 도서관에서도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평범한 일상계로 보이지만 진상은 의외로 묵직했던 작품입니다. 혼마 시오리가 불륜으로 임신한 딸을 제대권락(태아가 탯줄에 감겨 사망한 것)으로 잃은 뒤, 갸름끈이 있는 책만 골라 끈을 잘라내고 그 대신 책갈피를 꽂아 넣었다는게 진상이거든요.

하지만 추리의 요소는 거의 없습니다. 실독증의 원인이 아이를 잃었기 때문이라면 책을 빌린 이유 역시 그 때문일 테고, 그렇다면 아이를 잃은 것과 책을 연결시키면 바로 답이 나오는 탓입니다. 물론 도서관과 책이라는 소재를 잘 활용하기는 했습니다. 문제는 소재와 엮기 위한 동기 부분이 작위적이라는 겁니다. 책과 관련된 일상계는 "명탐정 홈즈걸" 쪽이 훨씬 낫네요.

때문에 별점은 2점입니다. 보다 설득력 있는 동기를 부여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2019/11/16

추리 소설 30선

출처 : MLB park

영국추리작가협회 선정 1위부터 100위까지 작품과 미국추리작가협회 선정 1위부터 100위 작품들, 그리고 일본 미스테리 독자 선정 서양 추리소설 1위부터 100위에 뽑힌 작품들 순위를 기본으로, 여기에 추리소설 평론에 있어 가장 권위를 갖는 평론가들인 데이비드 레먼, 하워드 헤이크래프트, 줄리언 시먼스, H.R.F. 키팅이 뽑은 100대 추리소설과 미국 독립서점협회에서 선정한 100대 추리소설 리스트를 보완해서 뽑은 역사상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추리소설 30편 순위라고 합니다.
저도 MWA 추천 베스트 미스터리 100 이라던가, 일본의 주간문춘 선정 동서 미스터리 베스트 100의 해외편 등을 관심깊게 보아 왔는데, 고전 중심으로 추리 소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작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친숙하고, 국내 소개된 작품들이 많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한 리스트라 생각합니다. 

너무 오래되어 지금 읽기에는 큰 재미나 가치를 느낄 수 없는 작품들이 일부 있고, 어떤 작품은 순위와 선정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대체로 평균 이상의 좋은 작품들이거든요. 특히나 고전과 역사적 작품들이 많다는 점에서 추리 소설 입문자들이 관심을 가지면 좋을 듯 합니다.

순위는 아래와 같습니다. 리뷰가 있는 작품은 링크가 걸려 있으며, 리뷰는 없지만 읽었던 작품은 붉은색, 아직 읽지 않은 작품은 회색입니다. "레베카"와 "유리 열쇠"부터 빨리 찾아 읽어봐야겠네요. 

* 2020/02/01 "유리 열쇠" 링크 추가
* 2020/08.30 "레베카" 링크 추가
* 2020/12/31 "디미트리오스의 가면" 링크 추가
* 2022/11/27 "로그 메일" 링크 추가

30. 유리 열쇠 (대실 해밋)

29. 붉은 수확 (대실 해밋)

28.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조세핀 테이)

27. 로그 메일 (제프리 하우스홀드)

26. 재칼의 날 (프레드릭 포사이드)

25.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존 르 카레)

24. 광고하는 살인 (도로시 세이어즈)

23. 양들의 침묵 (토머스 해리스)

22. 가짜 경감 듀 (피터 러브지)

21. 트렌트 최후의 사건 (E C 벤틀리)

20. 나인 테일러스 (도로시 세이어즈)

19. 대학제의 밤 (도로시 세이어즈)

18. 39계단 (존 버컨)

17. 사라진 완구점 (에드먼드 크리스핀)

16.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존 르 카레)

15. 실종당시 복장은 (힐러리 워)

14. 바스커빌가의 개 (아서 코난 도일)

13. 디미트리오스의 관 (가면) (에릭 엠블러)

12.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11.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셔 크리스티)

10. 빅슬립 (레이먼드 챈들러)

9. 월장석 (윌키 콜린즈)

8. 안녕 내 사랑 (레이먼드 챈들러)

7. 레베카 (다프네 듀 모리에)

6.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제임스 케인)

5. 기나긴 이별 (레이먼드 챈들러)

4. 말타의 매 (대실 해밋)

3. 애크로이드 살인 (애거셔 크리스티)

2. 셜록 홈즈 단편집 (아서 코난 도일)

1. 진리는 시간의 딸 (조세핀 테이)

2007/08/19

부패의 풍경 - 데이비드 리스 / 남명성 : 별점 4점

부패의 풍경
데이비드 리스 지음, 남명성 옮김/대교베텔스만주식회사(베텔스만)

저지르지도 않은 살인 혐의로 법정에 선 해결사 벤자민 위버. 그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명백한 증거를 제시했음에도 유죄 판결을 받는다. 그리고 더 알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감옥으로 끌려가던 위버 앞에 한 매혹적인 여성이 나타나 자물쇠를 풀 수 있는 도구를 건네준 것. 위버는 적어도 두 가지를 확실하게 알 게 된다. 누군가는 위버가 교수형을 당하길 바라고, 다른 누군가는 그가 자유의 몸이 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교도소를 말 그대로 죽을힘을 다해 탈출한 위버. 그는 자신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친구 엘리아스의 아이디어로 자마이카에서 돌아온 돈 많은 상인 행세를 하며 지저분한 정치판에 끼어들고, 자신에게 벌어진 모든 일이 선거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잘 모르는 작가이긴 한데 간만에 본가에 갔을때 형이 권해줘서 읽게 되었습니다. 읽다보니 에드가상을 수상했던 전작을 비롯, 세번째에 위치하는 시리즈물이더군요. 이거 한편으로도 이야기는 완벽하게 전개되고 마무리되니 큰 상관은 없지만...
여튼, 두께가 범상치 않아 읽기 좀 힘들겠다.. 싶었는데 왠걸! 의외로 재미있어서 쑥쑥 쉽게 며칠만에 읽어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보통 출퇴근때 읽어서 며칠 걸린 것이지 맘 잡고 읽으면 하루에 다 뗄 수 있을 정도로 재미를 갖춘 책이더라고요.

내용은 18세기 영국, 특히 런던을 중심으로 토리당과 휘그당의 격렬한 선거전 와중에 펼쳐지는 암투와 음모 와중에 주인공이 누명을 벗기 위해 싸워 나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는데 솔직히 주인공 벤자민 위버가 걸려들은 덫은 치밀하거나 깊은 의미가 있지는 않으나 맨 처음에 밝혀낸 것이 진실이었다는 복선이 재미를 더하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설정인 토리당과 휘그당, 그리고 재커바이트간의 치밀한 세력 싸움이 잘 묘사되었다는 점과 이러한 세력 싸움이 벤자민 위버가 얽힌 사건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 제대로라 참 잘 만든 이야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합니다.
또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들이 강렬하다는 것도 인상적이에요. 특히 주인공인 벤자민 위버는 정말 참 잘 만든 캐릭터더군요! 친구 엘리아스의 비중이 너무 적었다는 것은 좀 아쉽지만요.
아울러 정치인들은 고금동서를 통틀어 똑같다.. 라는 진리 역시 충실히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제목 그대로 "부패의 풍경" 그 자체니까 말이죠.
추리적으로 크게 특기할 만한 점은 없으나 당시의 고증을 잘 살리면서도 수사과정을 제대로 묘사하고 있어서 어느정도 추리적인 재미도 느끼게 해 주면서 크게 위화감이 들지 않는 설득력 있는 전개를 보여준다는 것도 마음에 드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자백"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사건 특성 상 벤자민 위버가 자신에게 뒤집어 쓰여진 죄를 벗어나는 것이 너무 쉽게 그려지지 않았나 싶기는 한데, 또 이 부분은 악당 캐릭터의 강력함 때문에 더 어설퍼 보이기도 합니다만 벤자민 위버가 워낙 작품 내내 고생만 한 만큼 이 정도는 봐 줘야겠죠.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4점! 전편이 읽어보고 싶어질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와 스토리로 가득찬 역사 추리 소설의 교과서 같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번역도 마음에 들고요. "장미의 이름" 같이 추리의 탈을 뒤집어 쓴 역사 소설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구태여 비교하자면 캐드펠 시리즈와 좀 유사한데 캐드펠 시리즈 최고작들과 비슷한 수준의 재미를 선사해 주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전작을 꼭 읽어봐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