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2/07/23

ラクガキ·マスタ- 描くことが樂しくなる繪のキホン - 요리후지 분페이 : 별점 3점

 


일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요리후지 분페이의 일러스트 에세이집. 절친한 옛 회사동료 JP군의 선물입니다.

제목 그대로 "낙서"에 대한 자신의 사상을 유감없이 펼쳐보이면서 낙서의 실력을 늘리기 위한 여러가지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책이죠. 대단한 알맹이가 있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저 역시도 낙서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전편에 가득한 요리후지 분페이의 일러스트도 큰 기쁨이었고요.

재미도 있지만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요리후지 분페이의 진가를 잘 알 수 있는 책인 만큼 국내에 꼭 번역, 소개되었으면 합니다. 책도 아주 예뻐서 나오기만 하면 잘 팔릴 것 같아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12/07/21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올리버 색스 / 조석현 : 별점 2.5점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6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이마고

뇌의 특정부분에 생긴 이상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하는 의학 논픽션. 자주 찾는 Zariski님 블로그의 리뷰를 통해 정보를 접하고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정말이지 상상하기도 어려운 각종 희귀임상사례들이 연이어 등장하더군요.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것은 얼굴을 인지하는 능력을 잃은 음악교사, 이십대 이후의 기억은 모두 사라진 삶을 사는 노인, 몸이 기울어진 것을 모르는 노인의 이야기였습니다. Zariski님이 언급한 "소수가 보이는 쌍동이" 이야기도 흥미로왔고요.

그러나 단순히 재미로만 따지면 조금 부족합니다. 희귀한 사례가 등장할 뿐 제대로 된 드라마를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당연히 낫기 어려운 병들이라서 현재의 증상과 그것을 완화하려는 노력 정도만 소개되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뇌과학의 측면에서 본다면 충분히 대중적인 텍스트라 생각되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뇌과학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2012/07/19

탐정 클럽 - 히가시노 게이고 / 양억관 : 별점 2점

 

탐정 클럽 - 4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노블마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중단편집. 전부 다섯편의 중단편이 실려있습니다. 주로 부유한 사람들이 가입되어 있는 회원제 탐정클럽에 사건을 의뢰하면 남녀 컴비 탐정이 출동하여 해결한다는 연작 구성이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트릭을 선보이는데 주력한 평작이랄까요. 생각해볼만한 트릭들이 선보이기는 하는데 전체적으로 작위적이고 사건의 전개나 동기도 설득력이 별로 없어서 작품에 녹아들지 못했으며, 탐정들의 매력도 별로 두드러지지않아 이야기가 심심하더군요. 장점보다 단점이 많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그럼 작품별로 상세하게 이야기하겠습니다. 이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가득하니 혹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하여 주세요.

<위장의 밤>
대형마트를 경영하는 마사키 도지로의 희수 축하연날, 그의 자살한 시체를 발견한 사위와 비서, 젊은 후처가 개인적인 이유로 그의 죽음이 알려지는 것을 미루려고 하는 와중에 벌어지는 사건 이야기. 도지로의 사체가 밀실에서 사라진다는 순간이동트릭 + 밀실트릭이 등장합니다. 트릭 자체는 별거 없지만 워낙 간단해서 설득력은 높네요. 이렇게 단순한 발상으로 괜찮은 정통 트릭을 구현해 낸 것은 높이 평가하고 싶어요.

그러나 피해자에 대한 묘사, 즉 당당하고 거침이 없는 안하무인적인 행동을 볼때 목격자들이 사체를 발견하자마자 모두 자살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석연치 않습니다. 또 범인이 시체를 숨긴 행동 자체는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수였어요. 별장으로 옮긴 뒤 방화 등의 공작을 펼치는게 나았을텐데... 뜬금없는 공범의 존재는 공정하지도 않을 뿐더러 작위적인 설정의 극치였고요.

트릭의 설득력 말고는 그닥 건질 것이 없는 작품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덫의 내부>
밀실살인트릭이 등장합니다. 트릭은 간단하나 효과적이죠. 그러나 그 외의 부분은 모두 수준이하였어요. 일단 범행 가담자들의 동기가 너무 작위적입니다. 이혼이 목적이라면 최소한 죽이기 전에 말이라도 해 보는게 당연하지 않았을까요? 과거의 불륜을 입에 담으면 더 큰 피해는 여자쪽에 있을텐데 남자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살의를 품는다?
그리고 공작을 위해서 벌인 싸움과 세탁기에 대한 묘사 역시도 비현실적이에요. 이런 말도 안돼는 공작이 먹힐리가 없죠. 또 실제 범인의 행동과 자살에 대해 납득할만한 설명이 없다는 것도 큰 단점이고요.

앞부분 범죄를 모의하는 서두와 전개는 흥미진진하고 정통추리물을 보는 분위기는 잘 살아 있지만 추리적으로 너무 별로이기에 별점은 1.5점입니다.

<의뢰인의 딸>
가정주부의 죽음에 얽힌 진상을 밝혀낸다는 이야기. 세명이나 되는 가족이 진상을 공유하는 이유 자체는 꽤 그럴듯하고 진상도 예상과는 약간 달라서 신선했습니다. 탐정클럽 컴비의 의외의 자상함 (?)이 살짝 엿보이는 등 소소한 재미도 있고요.

허나 과연 이러한 이유로 스스로 가슴을 찔러 죽는다는게 말이 되는지는 좀 의심스럽네요. 자살 방식이 여성스럽지도 않을 뿐더러 만약 죽을 각오였다면 남편이야 힘들었어도 동생이나 딸 정도는 뿌리치고 나가는게 가능했을텐데 말이죠. 이렇듯 중요한 진상 부분의 설득력이 떨어져서 별점은 2점입니다.

<탐정 활용법>
두 동창생의 남편들이 함께 죽은 사건에 대한 이야기.
그러나 진상이 너무 뻔했습니다. 바람피는 현장에 대한 조작도 상당히 유치했고요. 추리소설 좀 읽은 독자라면 어느정도 눈치챌만한 진상과 트릭이었어요. 두 동창생이 나름 생김새가 비슷했다는 것을 잘 설명해 주지 않은 것은 반칙이라 생각되고요. 게다가 아베가 화가 났다는 것이 순전히 운이었다는 것도 추리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부분이에요.
탐정클럽 역시도 다른 이야기들과는 다르게 수준이 떨어지는 (?) 실제 범죄자들과 상대하는 등 시리즈의 분위기와도 잘 맞지 않는 등 모든 면에서 평균 이하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장미와 나이프>
대학 학과장이 딸의 임신을 알게된 뒤, 아이 아빠를 찾으려고 탐정클럽에게 의뢰하지만 살인사건에 연루된다는 내용으로 불쌍하게 착각으로 죽은 줄 알았던 피해자가 사실은 진짜 표적이었다라는 전개를 지니고 있습니다.
비약은 심하나 다른 단편들과 비교해 본다면 나름 전개의 타당성도 있고 반전도 괜찮은 편이에요. 트릭도 굉장히 소소하지만 적절하게 사용되었고요. 한마디로 이러한 단편의 교과서적인 작품입니다.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고 싶군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12/07/17

지상아 - 문국진 : 별점 3점

 

지상아 - 6점
문국진/청림출판

국내 법의학자 1호라 할 수 있는 문국진 교수의 에세이집. 모 사보에 연재되었던 글을 모아놓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문국진 교수가 맡았었거나 알게된 기이한 사건들 이야기가 많아서 사건관련 논픽션 성격도 지니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류의 책으로는 국내에서는 독보적인 높은 판매고와 인지도를 지닌 책이 아닐까 싶은데 워낙 오래전에 발표되었기에 지금 읽기에는 조금 낡았을지는 모르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외국의 사건집 못지 않네요.

많은 사건이 실려있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은 중년 여성의 사체가 발견된 사건입니다. 처음에는 등에 생긴 큰 자창 탓에 살인사건으로 의심하나 자창을 분석한 뒤 사후에 배의 스크류에 의해 생긴 것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이후 사체의 짧은 음모 길이를 통해 자궁 수술을 받은 시기를 추리해내어 지병 때문에 비관자살한 것으로 결론내린 것이죠. 이게 바로 CSI! 재미와 과학적 분석이 결합된 놀라운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외에도 얼마전 읽었던 인터뷰집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뻔했디> 에도 소개된 일본의 강간 살해 위장 사건, 청산염을 복용한 사체의 시반은 선홍색인데 냉동보관된 사체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된다는 것, 자살을 하기 위한 목조르기와 타살의 차이점 등 추리소설에 사용해 봄직한 소재가 다양하게 실려있어서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사건관련 이야기만 나오는 것은 아니라서 몇몇 생활속 단상이나 신변잡기를 기록한 짧은 에세이 부분은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기는 합니다. 그래도 국내 법의학 여명기를 증명하는 좋은 책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저는 과거 절판본으로 읽었는데 관심있으신 분들은 최근 복간되었다니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복간본은 아직 읽어보지 못한 <새튼이> 라는 책이 합본으로 되어 있으니 저도 읽어봐야 겠어요.

지상아와 새튼이 - 6점
문국진 지음/알마

2012/07/15

아서 새빌 경의 범죄 - 오스카 와일드 / 고정아, 이승수 : 별점 3점

아서 새빌 경의 범죄 - 4점
오스카 와일드 지음, 고정아.이승수 옮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해제/바다출판사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 14번째 작품. <목소리 섬>을 읽고 탄력받아 읽게된 책으로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 다섯편이 실려 있습니다.

그런데 앞에 수록된 <행복한 왕자>, <저만 아는 거인>은 다른 책에서 이미 접했던 우화에 가까운 작품들로 오스카 와일드라는 작가에게 기대해 봄직 한 유머나 반전이 별로 드러나지 않아 조금 아쉬웠습니다. 물론 <행복한 왕자>는 어렸을 적 접했던 동화버젼에서는 찾기 힘들었던 현실 풍자적인 요소가 눈에 띄긴 했지만요. 그나마 사랑의 무용함을 작가 특유의 시각으로 표현한 <나이팅게일과 장미>는 솔로부대를 위한 헌사로 보여 조금 기대에 값하긴 했습니다.

다행히 그 다음에 이어지는 작품들은 기대했던 그대로더군요.
중단편 표제작 <아서 새빌 경의 범죄>는 수상학자의 예언을 들은 뒤 살인을 저지르는 것을 결심한 아서 새빌 경의 좌충우돌 범죄계획을 다룬 작품으로 내용은 사뭇 진지하나 작가 특유의 블랙 코미디같은 해학이 잘 살아있는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나름 정교한 계획이 계속 실패한 뒤 충동적으로 저지르는 마지막 범행이 성공한다는 전개도 마음에 들었고요.
그리고 마지막 작품 <캔터빌 유령>은 이 단편집의 백미입니다. 캔터빌 가문 저택의 오래된 유령이 새로 이사온 미국인 가족에게 되려 된통 당하고 우울해하다가 성불한다는 내용인데 현대 퇴마물을 보는 듯한 묘사와 전개가 압권이더군요. 유령의 핏자국을 지우기 위해 최첨단 세제를 동원하고 유령의 쇠사슬 소리가 시끄러워서 윤활유를 권해주는 등의 깨알같은 디테일이 최고거든요. 마지막 성불에 이르는 과정과 완벽한 해피엔딩 결말까지 뭐 하나 단점을 찾아보기 힘든 좋은 작품이었어요.

결론 내리자면 앞부분의 교훈적 우화들이 기대와 전혀 다르기는 하나 뒤의 두편, 특히 마지막 작품 한편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덧 : <저만 아는 거인>은 제가 아주 어렸을 적 읽었던 동화버젼이 기억에 생생한데 아직도 출간되고 있더군요! 지나친 종교적 결말은 지금의 제 취향은 아니나 반가운 마음에 같이 포스팅합니다.

저만 알던 거인 - 6점
오스카 와일드 지음, 이미림 옮김/분도출판사

2012/07/09

목소리 섬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 김세미 : 별점 2점

목소리 섬 - 4점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김세미 옮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바다출판사

깊이있으면서도 해박한 리뷰로 존경해마지않는 게렉터님이 소개한 책입니다. 보르헤스가 직접 선집한 <바벨의 도서관> 중 한권이죠. <보물섬>의 저자 스티븐스의 잘 알려져있지 않은 환상문학 단편 4편을 모아놓았습니다.

한편씩 짤막하게 소개하자면, 하와이를 무대로 원주민을 등장시킨 표제작 <목소리 섬>은 마법사가 모습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들린다던가 식인종이 등장한다던가 하는 설정은 그럴듯 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두서가 없고 대충대충 흘러갈 뿐이라 하나의 작품으로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별점은 2점.

두번째 이야기 <병속의 악마>는 악마가 깃든 병을 구입한 가격보다 싸게 팔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기본 이야기 얼개가 워낙 흥미진진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게렉터님 소갯글에서도 가장 땡긴 것은 이 작품이었죠. 예전에 다른 결말의 작품으로 봤던 것 같은데 (이원복의 만화였던가... 아마도 선원이 착한 노인이라 사갔던 듯 싶습니다만) 기억은 잘 안나네요. 어쨌건 다양한 결말의 변주도 가능할 것 같은, 전통적이면서도 좋은 이야기로 별점은 3점입니다.

세번째 이야기인 <마크 하임>과 네번째 이야기인 <목이 돌아간 재닛>은 딱히 언급할 건 없네요. 종교적이고 교훈적인 내용이라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로 생각되지도 않을 뿐더러 재미도 없었거든요. 별점은 각 1점 정도?

전체 평균 별점은 반올림해서 2점. 보르헤스의 해제는 재미있고 짤막한 길이도 적당하며 책의 디자인도 괜찮은, 요즈음 찾아보기 힘든정통 문고본이라 잘 팔려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지만 구태여 찾아 읽을 필요는 없어보였습니다. 세월 탓인지 독특하고 신비롭기는 하지만 문체가 낡고 쓸데없이 장황해서 쉽게쉽게 읽히는 맛도 부족한 등 아무래도 역사적인 의미가 더 큰 작품집이라 생각되네요.

2012/07/07

Q.E.D 큐이디 40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3점

 

Q.E.D 큐이디 40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대망의 40권! <4각관계>와 <밀실 No.4>라는 두편의 에피소드가 실려 있습니다.

<4각관계>는 말 그대로 네명의 등장인물이 꼬리를 물고 상대방을 좋아하는 상황 (A는 B를, B는 C를, C는 D를, D는 A를...) 에서 발생한 도난사건을 다룬 일상계 작품입니다. 돈이 사라지는 상황에 대해서 특별한 트릭은 등장하지 않지만 용의자별로 범인이 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의 설득력이 높다는 점, 그리고 앞서 나왔던 여러가지 사소한 단서를 적절히 써먹는 점에서 마음에 든 작품입니다. 꽤 정교하게 잘 짜여진 느낌이랄까요. 별점은 3점.

<밀실 No.4>는 탐정 투어 체험단에 참가한 토마 일행 (간만에 에나리 등장!) 이 실제 사건에 직면한다는 내용입니다.
추리 작가가 고안했다는 밀실이 세개나 선보이고 마지막 진짜 살인사건마저 밀실인 등 트릭면에서 상당히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추리작가의 밀실은 조금 장난스럽기도 하나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라 이렇게 소모되는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최소한 김전일의 합금을 이용한 트릭보다 7만배는 나았습니다)
본편 트릭 역시도 괜찮아서 촛불 관련 디테일은 저도 깜빡 속았을 정도이며 현장의 단서만 가지고 바로 진범을 밝혀내는 토마의 추리과정도 설득력이 높아서 본격물로의 수준도 높은 편이에요. 물론 진범은 경찰 수사를 통해서는 쉽게 밝혀낼 수 있었으리라 생각되지만 말이죠. 별점은 역시 3점!

그 외에 최초 용의자로 지목된 추리작가가 "무슨 증거로! 내가 범인이라는 증거가 있어!" 라고 토마를 다그칠때 토마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모든 상황이 당신이 범인임을 가르키는데 내가 왜 증거를 대야 하죠? 당신이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를 대야죠?" 라는 식으로 대꾸하는 부분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연한 논리인데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기도 하니까요.

어쨌건 Q.E.D가 가장 힘을 받는 일상계와 본격 미스터리의 조합으로 추리적인 문제가 있기는 하나 두 에피소드 모두 마음에 들었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40권 돌파를 축하하며, 앞으로도 지금 정도의 수준을 유지해주면 좋겠네요.

염마 이야기 - 나카무라 후미 / 양윤옥 : 별점 2점

 

염마 이야기 - 4점
나카무라 후미 지음, 양윤옥 옮김/소담출판사

신센구미에 밀정으로 잠입했다가 정체가 들통난 뒤 치명상을 입은 아마네는 문신사 바이코로부터 신귀새김을 당하고 불사의 능력을 얻게 된다. 오갈데 없는 처지였던 그는 결국 바이코로부터 문신 기술까지 전수받은 뒤 "호쇼" 칭호를 이어받아 문신사 호쇼 염마로 다시 태어나고 자신과 같은 능력을 지닌 누나의 원수이자 선배 호쇼 야차를 추적할 것을 바이코에게 약속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신센구미 시절 동료였던 오카자키의 딸 나쓰를 돌보게 된 것을 계기로 야차가 관계된 일련의 연쇄살인극에 휘말리게 되는데...

우연찮게 불사의 능력을 얻게 된 주인공 염마의 막부말기에서부터 1945년까지의 일생을 다룬 일본산 판타지. (1945년이 끝이 아니므로 "일생"이라고 표현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블로그 이웃이신 카구라님의 리뷰를 읽고 관심이 가서 구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불사의 능력은 결국 저주라는 것, 사랑하는 사람만이 늙어가는 비련의 상황, 악귀가 되어버린 같은 능력을 가진 존재 등 모든 면에서 유사한 설정의 작품들을 (특히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모방할 뿐 그닥 독특한 점은 없어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연이어 벌어지는 사건들도 지나치게 흥미위주이고 전형적일 뿐 아니라 (살인마 잭을 모티브로 한 연쇄 살인사건 - 염마를 납치한 광기의 귀부인 사건) 결국 큰 줄거리에는 영향을 주지도 못한다는 점에서 소설로서의 완성도도 그다지 높다고 할 수 없고요.
또 결말이 여운을 지나치게 많이 남긴 탓에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 많다는 것도 불만스러웠습니다.

완전한 배드엔딩은 아니고 마지막에는 약간의 희망과 구원의 메시지를 남긴다는 점과 막부 말기 자객 출신이라는 호쇼 염마의 설정, 불사의 능력이 "문신"인 신귀새김에 있고 신귀새김은 다른 능력을 부여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디테일은 조금 눈에 뜨이나 그 외에는 지극히 평범했던 작품이었어요.

주부였다는 작가의 데뷰작이라는데 그래서일까요? 단점이 더 많은 작품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나름의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니 이 작품보다는 좀 더 성숙해졌을 후속작은 기대해 보고 싶군요.

2012/07/03

방과 후는 미스터리와 함께 - 히가시가와 도쿠야 / 한성례 : 별점 2점

 

방과 후는 미스터리와 함께 - 4점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한성례 옮김/씨엘북스

에어컨 상품명과 같은 이름을 가진 탐정부 부부장 키리가미네 료 (우리나라로 따지면 이휘센?)가 주위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일상계 단편 연작. 모두 8편의 단편이 실려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으로는 전체적으로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넘친다는 점입니다. "유머 미스터리"를 표방하는 작가의 작품답게 말이죠. 문제는 그 정도가 너무 과하다는거... 물론 저는 개인적으로 좋았고 딱히 흠을 잡고 싶지도 않아요. 재미는 있으니까요.
그러나 "유머"가 아닌 "미스터리" 쪽은 문제가 커요. 추리적으로 수준 이하의 에피소드가 너무 많기 때문이에요. 일단 즉흥적이고 장난스러운, 우연에 의지한 트릭이 너무 많아서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는 어려웠습니다. 또 많은 에피소드가 동기는 전혀 중요하지 않게 처리되며 단지 트릭만 소개되는 것도 불만스러웠고요. 단편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범인을 특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빠져버리니 이래서야 추리 퀴즈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죠.

그래도 주인공 키리가미네 료가 탐정을 자처하나 실제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역은 거의 모든 에피소드에서 따로 존재하며, 료가 항상 헛다리를 짚는다기 보다는 2% 부족한 추리를 펼치고 나머지 부분을 다른 인물들이 보완하는 역할을 주로 수행한다는 점은 <가사사기의 중고매장> 같은 "표면적인 가짜 탐정 - 뒤에 숨어있는 진짜 탐정" 구도와는 다른 독특함이 있어서 좋긴 했습니다. 이런 형식은 추리소설에서는 처음 보는 것 같네요.

한마디로 추리보다는 유머, 재미에 대한 비중이 더 큰 작품으로 웃기기는 하는 만큼 별점은 2점 주겠습니다. 최소한 한가지의 목적은 달성한 것은 사실이니까요. 추리적인 수준은 작품 선정에 있어 별로 중요하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더운 여름날 가볍게 읽으시기에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키리가미네 료의 굴욕>
시리즈 첫 단편으로 도입부답게 코이가쿠보가쿠엔 학원 소개, 주인공 탐정부부부장 키리가미네 료 (에어컨) 소개 등 주요배경과 등장인물이 소개됩니다. 탐정역은 추리부 고문을 맡게 된 생물교사 이시자키가 소화하고 있죠.

사건 자체는 독특하게 생긴 (E자형) 건물에서 벌어진 도난사건에 대한 것으로 일상계에 가깝지만 트릭은 괜찮았어요. 간단한 서술트릭이 인간 소실 트릭과 합쳐져 있는데 독창성도 느껴지고 내용도 만루에서의 볼넷 상황을 토대로 설명할 수 있는 등 꽤 합리적이었거든요.
그 외에도 히로시마 카프의 팬이기도 한 료의 설정에서 주는 재미 등 유머 측면에서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 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키리가미네 료의 역습>
유명 탤런트 스캔들 사진을 찍으려는 파파라치에게 말려든 료가 현장에서 유명탤런트가 깜쪽같이 사라진 인간소실 트릭을 밝혀 내는 작품. 탐정역은 전편과 같은 이시자키지만 료의 비중도 꽤 높습니다.
추리적으로 후반부에서 의외의 반전이 거듭되는 등 평균 이상은 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동기도 확실한 편이고요. 이 정도면 별점 3.5점은 충분합니다.

<키리가미네 료와 보이지 않는 독>
친구가 얹혀사는 저택에서 저택의 주인인 할아버지가 독살당할 뻔한 사건이 발생한다는 작품. 진짜 탐정역은 친구 나오입니다.
할아버지가 마시던 커피에서는 정작 독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 트릭인데 트릭도 대충이고 동기도 대충이고 뭐 하나 제대로 설명되는게 없는 수준이하의 이야기였어요. 제가 무식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맛을 즐기기 위해 커피를 빨대로 먹다니? 전혀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한마디로 추리퀴즈를 무리하게 소설화한 느낌이랄까요. 수선스러운 코믹한 묘사가 없었더라면 별점은 1점도 과했을 졸작입니다.

<키리가미네 료와 X의 비극>
범인의 발자욱이 없는 살인미수사건과 우연히 목격된 UFO를 연결시킨 작품. 탐정역은 지구과학을 가르치는 이케가미 후유코 선생.
트릭은 꽤 기발한데 연에 야광물질좀 발랐다도 멀리 떨어진데에서 UFO로 착각할 정도가 될지, 줄의 회수도 작품에서처럼 잘 됐을지 여러가지 의문이 생기네요. 그리고 어차피 피해자가 죽지 않은 시점에서 결국 사건은 끝난거나 마찬가지라는 결정적인 문제가 존재합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

<키리가미네 료의 방과 후>
양아치 아라키다가 몰래 담배를 피다가 숨긴 것에 대한 조사에 우연히 끼어들게 된 료가 담배를 숨긴 장소에 대한 진상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으로 탐정역은 연예인반의 선배 오가사와라 레이카가 담당합니다.
반전이 하나 더 있는 전개는 괜찮지만 담배를 숨긴 장소가 몰래카메라를 숨긴 장소와 연결된다는 것에서 비약이 너무 심하고 반전도 억지스럽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작중에서 언급되듯이 레이카가 료를 데리고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고요.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끼워맞추는 과정에서 뭔가 2% 부족했달까요. 별점은 2점입니다.

<키리가미네 료의 옥상 밀실>
키리가미네 료의 눈 앞에서 교생 에이코 선생이 하늘에서 떨어진 동급생 카토와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이야기. <먼 추락>과 같은 일종의 순간이동 트릭이 펼쳐집니다. 탐정역은 수사담당자 카라스야마 형사.
그런데 추리적으로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연이 너무 크게 작용했을 뿐 아니라 이야기에 나올 정도라면 나무 밑에 가지와 나뭇잎도 많이 떨어지는 등 당연한 흔적이 남았을텐데 그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은 것도 반칙으로 보일 뿐더러 무엇보다도 카토가 사망하지 않은 시점에서 거의 사건이 끝난 것이죠. 카토의 순간 기억상실증은 사건을 이어나가기 위한 작가의 꼼수일 뿐이에요. 료의 너클볼 이야기 말고는 딱히 건질게 없네요. 별점은 1점입니다.

<키리가미네 료의 절규>
자칭 육상부의 초신성 아다치에게 일어난 폭행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으로 료가 주역 탐정을 소화하는 작품입니다.
누구나 싫어하는 붉은혜성, 초신성 아다치 캐릭터는 재미있지만 그 외에는 다 별로네요. 트릭 자체가 슬랩스틱 코미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니까요. 코믹한 분위기를 감안해서 별점은 1점입니다.

<키리가미네 료의 두번째 굴욕>
첫번째 이야기와 쌍을 이루는 마지막 단편으로 사건이 일어난 장소도 E관이고 주요 트릭도 인간소실 트릭이며 탐정역 역시 이시자키 선생인 등 수미쌍관식의 구조를 보여줍니다.
마지막 편에 어울리게 제법 복잡한 이야기가 설득력있게 펼쳐진다는 점에서 꽤 괜찮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부족했던 동기도 합리적이고 자켓에 대한 수수께끼 등 여러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등 추리적으로는 합격점을 줄 만 하거든요. 교복 안에 체조복을 입고 있던 이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는 등의 설명되지 않은 부분도 존재하나 이 정도면 별점 3.5점은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2/07/01

프로파일러 노트 - 로이 해이즐우드 / 허진 : 별점 3점

 

프로파일러 노트 - 6점
로이 해이즐우드 지음, 허진 옮김/마티

FBI의 프로파일러 출신인 지은이 로이 해이즐우드가 실제 프로파일링했던 사건들을 중심으로 사건과 범인들에 대해 분석한 책. 한개한개의 사건마다 사건에 대한 상세한 설명 및 그들을 뒤쫓는 방법과 과정, 법정에서의 증언 및 판결까지 모두 완결되는 구조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개요만 놓고 보면 <FBI 심리 분석관>과 유사하지만 이 책에서는 프로파일러라는 직업과 여러가지 범죄 이론 및 분석과 더불어 그것을 뒷받침하는 실제 강력범죄들이 많이 소개되며 그 수사과정이 디테일하게, 스토리가 있게 펼쳐지기에 흥미로운 범죄 - 사건관련 논픽션을 읽는 느낌을 주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예를 들자면 "범죄자는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행동에 옮긴 환상을 매춘부들과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론을 소개하며 실제 캘리포니아에서 벌어진 한 사건에서 근처 매춘부들을 탐문하여 범인을 검거한 예를 드는 식이죠.
역시나 비슷한 <마인드 헌터>보다는 더 전문적이고 하나의 완결된 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고요.

유사한 서적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부분이 있기에 프로파일링과 범죄 수사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여러모로 도움이 된 것 같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어떤 의식적 범죄자 들은 순응적 피해자, 주로 아내나 여자친구를 대상으로 자신의 환상을 실현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순응적 피해자의 다섯단계 (가학적 변태성욕자가 단번에 알아보는)가 있다고 하네요.
1. 감정적 트라우마가 때문에. (경험이 없고 순진하고 우유부단하거나, 최근에 남자친구와 헤어졌다거나...) 의존성 인격장애가 있다. 즉 보살핌을 받고자 하는 과도한 욕구가 있는, 순종적이고 의존적 행동을 특징으로 하는 유형이다.
2. 유혹. 가학적 변태성욕자들은 표적으로 삼은 여성이 자신과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그리고 무자비한 행동을 가한다.
3. 두번째 단계 이후 아내나 여자친구가 윤리적 범위를 넘도록 조종한다. 
4. 여성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킨다.
5. 처벌. 여성을 완벽하게 조종할 수 있다.

이 단계를 한 여성을 만나서 그녀를 사로잡은 뒤 일탈을 한번 하게 만들고 이후 그녀의 체중을 늘리는 등 사회적으로 고립시킨 뒤 완벽하게 마음대로 했던 사건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유사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추리소설을 쓴다면 꽤 도움이 될만한 것 중 하나는 "프로파일러는 범죄자의 시각으로 범죄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범죄자가 피해자를 숲 한가운데 2미터 정도 깊이에 묻었다. 왜 그랬을까? 범죄자처럼 생각한다면 첫째, 시체가 발견되지 않기를 원하고 둘째, 필요한 육체적 노동을 신경 쓰지 않고 (심지어는 즐길 수도 있고) 분명히 야외에서 편안함을 느낀다고 말할 것이다라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한 방송국에서 기획했던 살인마 잭의 프로파일링에 대한 내용은 추리 애호가로서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코스민스키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라고 하네요! 주요 용의자로 부각된 여러 인물들을 전문가들이 배제하는 이유들이 아주 합리적이기도 해서 재미있었습니다. 방송을 보고 싶어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