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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9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 - 이지은 : 별점 3점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 - 6점
이지은 지음/지안

제목만 놓고보면 귀족들의 스캔들을 다룬 책 같은데 가구 등 공예품 중심의 미시사 서적으로 가구와 그릇 등 다양한 소품을 통하여 시기별 프랑스 귀족들의 생활을 엿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주로 16세기 초엽부터 혁명 직후까지의 시기를 다루고 있죠.

일단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습니다. 시기별로 나뉘어진 챕터마다 당대의 그림을 맨 먼저 소개하고, 그림에 등장한 다양한 소품들을 중심으로 해당 시기의 가구와 다양한 공예품들을 설명하는 방식도 재미있지만 각 소품에 대한 도판 역시 굉장히 충실하고 화려하거든요.
또한 단지 눈만 즐거운 것이 아니라 해당 시기마다 소개하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새로운 것이 많아서 텍스트 자체도 재미있는 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왕의 애첩정도로만 알았던 퐁파두르 부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라던가 당대의 인기 화가였던 부셰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가치는 저자의 공예품에 대한 박식한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라는 것이겠죠. 읽으면서 감탄사가 연발될 정도로 저자의 해박함은 정말 놀랄 정도입니다. 단순한 공예품의 소개에서 끝나지않고 여러가지 디테일한 요소를 깊이있게 전달해 주는 것이 매력적인데요, 예를 들자면 금은세공품에 세겨져 있다는 "푸왕송" 마크에 대한 소개라던가, 시대별 가구를 구분하는 방법 (톱질 방식이나 열쇠구명의 형태로 구분) 같은 요소들은 하나씩 따다가 써도 "갤러리페이크" 같은 작품의 소재로 충분히 쓰일 수 있으리라 생각되더군요.

눈도 즐겁고 글도 재미있으며 현학적 재미까지 만족시키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두께와 도판에 비하면 오히려 가격이 저렴하다고 느껴지는 보기드문 책이기도 하죠.

덧붙이자면, 시기별 그림과 설명하는 소품을 연결하는 아이디어가 참 좋은데 이러한 방식으로 멀티미디어 e-Book을 만든다면 더욱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면의 요소들을 누르면 해당 소품에 대한 설명이 표시되고 도판은 3D로 다양하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하이퍼링크를 통하여 소품마다 연결해서 볼 수 있도록 하고, 의자의 시기별 목록 생성과 같이 다양한 표와 목록을 입맛대로 만들어 볼 수 있도록 하는 식으로 하면 정말 괜찮을 것 같거든요. 제작비가 문제가 되긴 하겠지만....

2010/04/28

라면요리왕 1~26 - 카와이 텐 / 쿠베 로크로 : 별점 3점

 

라면요리왕 26 - 6점
카와이 텐 글, 쿠베 로크로 그림/대원씨아이(만화)

이 만화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다이유 상사에 근무하는 라면매니아 후지모토 코헤이와 카리스마 라면장인 라면 세류보의 세리자와의 긴 인연과 승부를 축으로 여러가지 라면들이 펼쳐지는 라면전문 요리만화입니다. 자신의 꿈을 위한 수단으로 직장을 다닌다는 후지모토라는 캐릭터가 아주 선명한 작품 자체도 재미있지만 등장하는 라면이 워낙 멋드러지고 맛있게 묘사되는 탓에 더 인기가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26권으로 드디어 완결되었네요.

뭐니뭐니해도 깔끔하고 완벽한 마무리가 아주 인상적입니다. 후지모토가 세리자와에게 완벽하게 이기고 필생의 꿈인 라면가게를 쇼코와 함께 개업한다는 결말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세리자와가 패배한 원인이 결국은 1권에서 부터 이어진 이유와 동일하다는 것 때문에 설득력이 무척 강하며, 그 외의 모든 사건과 복선, 인간관계가 티끌만큼의 여운도 남기지 않을 정도로 확실하게 정리되기 때문에 그야말로 마무리의 교과서라 불러도 될 정도거든요.

때문에 괜찮은 만화 작품이 또 하나 끝났다는 아쉬움도 있긴 해도 완벽한 마무리라는 측면에서 작가에게 고맙고 또 고마울 따름입니다. "맛의 달인" 같은 재미와 흥미거리는 이미 다 떨어진채 좀비처럼 연명하는 장기 연재물보다야 이러한 깔끔한 끝맺음이 7만배는 낫죠. 최근 보기드문 미덕이기도 하고요.

아주 뛰어난 그림이나 거창한 사건 없이도 재미있는 작품이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아직 못 보신 분이 있으시다면 완결도 되었으니 1권부터 한번에 차분히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마더 (2009) - 봉준호 : 별점 3점

 


읍내 약재상에서 일하며 바보아들 도준과 함께 사는 엄마. 그러던 어느 날, 한 소녀가 살해 당하고 도준이 범인으로 체포되어 구속된다. 아들을 구하기 위해 엄마는 백방으로 노력하나 경찰은 무시하고 변호사는 정신이상으로 몰고가려 한다. 결국 엄마는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서게 되는데...

작년 개봉하여 나름 화제를 불러왔던 영화죠. 좀 뒤늦은 감이 있지만 어쨌건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일단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라기보다는 박찬욱 감독 영화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영화가 전체적으로 서늘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범죄물이기도 하지만 "살인의 추억"과는 다르게 봉준호 감독 특유의 유머도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아 더욱 그러한 느낌이 강했네요.

하지만 서늘한 느낌과는 별개로, 역시나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다웠달까요? 영화의 완성도는 굉장히 높다 생각됩니다. 장면장면의 연출과 디테일이 뛰어나기도 하고 시나리오와 음악 등 느껴지는 모든 부분에서 부족함을 찾기가 어려울 뿐더러 무엇보다도 김혜자씨의 연기가 정말 압권이라 영화의 가치를 더해줍니다.
또한 범죄 - 추리 - 스릴러물로 한정하여 평가하더라도 상당한 수준이더군요. 모든 사건 추적의 과정이 전부 우연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결정적 단점은 있지만 이야기의 흐름 자체는 설득력있고 앞뒤가 딱딱 맞아 떨어지니까요. 조금만 더 이야기를 다듬어서 손바닥만한 시골 동네이기 때문에 어차피 조금만 조사하면 다 알 수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만 약간 추가되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긴 하지만.. 뭐 이정도로도 충분합니다. 추리물을 표방했던 여타의 국내 다른 영화들과 비교해도 비슷하거나 훨씬 우위에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다 보고 난 뒤에 돌이켜 생각해보면 솔직히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한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어머니의 삐뚤어진 사랑을 다룬 것 같기도 하고... 어머니의 집착을 다룬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영화제를 노리고 만든 영화인것 같기도 하고... 보면서도 좀 애매한 부분이 많이 있기도 했어요. 그래서 엄마가 죄책감을 느끼는 건지, 아니면 그냥 혈 한번 눌러주고 세상만서 걱정근심 다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것인지 등등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더라고요.

결론내리자면 완성도 높고 깊이와 재미 모두 있지만 뒷맛은 좀 씁쓸하고 묘한 기분이 들게하는, 좋은 원두로 만든 아메리카노같은 영화였다 생각됩니다. 별점은 3점. 완성도만 놓고 본다면 4점 이상이지만 개인적으로 원빈씨 배역이 너무나 안 어울렸기에 감점했습니다. (동네 바보치고는 너무 잘생겨서 감정이입이 제로에 수렴했습니다)

그나저나 요새 짜증이 너무 많이 나는데 저도 제 허벅지에다가 울화를 푸는 혈을 침으로 확 때려버리고 싶네요. 침술사나 한번 찾아가볼까...

2010/04/27

만화제국의 몰락 - 니시무라 시게오 / 정재훈 : 별점 3점

만화 제국의 몰락 - 6점
니시무라 시게오 지음, 정재훈 옮김/스튜디오본프리

"안녕 내 청춘의 소년점프"라는 제목으로도 잘 알려진 전(前) 소년점프의 편집장 (3대째)이었던 니시무라 시게오씨의 자서전입니다. 수년전 번역 출간되었는데 우연찮게 구해 읽게 되었습니다.

점프 초창기 연재작가였던 작가 우메모토 사치오 장례식 이후 자서전을 쓸 것을 결심하는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소년 점프의 창간부터 저자가 편집장을 역임했던 80년대까지의 이야기가 주로 펼쳐지며 이후 600만부 시대를 지나 몰락까지의 간략한 후기로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소년 점프 편집부의 모토라던가 원가 등 잡지의 운영방식에서부터 편집부의 소수정예 체계라던가 "전속" 및 "인기투표"로 대표되는 가혹한 작가관리, 작가 발굴을 위한 신인들의 기용 방법 등이 어디서 유래되었는지, 여러 인간관계가 얽힌 편집부 분위기는 어땠는지를 그야말로 현장의 입장에서 상세하게 전해주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죠.

그 외로 모토미야 히로시라던가 나가이 고에서 시작해서 죠지 아키야마, 쿠루마다 마사미, 테라사와 부이치, 유데 다마고 등의 작가들에 대한 여러가지 일화들과 "사나이 골목대장", "파렴치 학원", "서킷의 늑대", "닥터 슬럼프" 등 당대의 히트작에 대한 이야기도 확실히 재미있었습니다. 특히나 저자가 모토미야 히로시를 데뷰시키고 첫 히트작 "사나이 골목대장"을 세상에 내 놓은 장본인이라 관련 이야기가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생각하고는 좀 다른게 제목의 "몰락"은 나오지 않고 사실 약간 언급되는 몰락의 과정 역시나 지금은 이런 저런 매체를 통해 많이 접한 내용들이라 크게 새로운 것도 없었습니다.
덧붙여 저자의 비겁하고 자기방어적이며 권위주위적인 모습이 많이 비추어지는 것은 좀 불편했어요. 예컨데 전속제도와 같은 불합리한 제도에 대한 책임을 모조리 전임 편집장에게 떠넘긴다던가, 막판에는 줄타기의 와중에 밀려난 듯한 모양새인데 그것을 자기가 더러워서 떠난 것 처럼 묘사한다던가... 하는 것들이 그러했는데 역시 사람사는 곳은 그게 어디던 똑같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확실히 만화 잡지를 만드는 현장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소개한다는 측면에서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책임에는 분명합니다. 만화 "바쿠만"을 좋아한다면 편집자 Side와 작가 Side를 비교해가면서 읽어도 재미있겠더군요. 취향을 굉장히 탈 책이긴 하지만 제 별점은 3점입니다.

2010/04/26

2010.4. 20 ~ 4.25 한주간 두산베어스 단상

 


게임별로 시청기를 쓰기가 좀 번잡했던 한주였기에 몰아서 정리해 봅니다.

좋았던 점 :
1. 이현승 선수 : 두게임 모두 퀄리티스타트에는 아깝게 실패했으나 지난주 한주동안 합쳐 11과 1/3이닝동안 11삼진을 잡으며 단 2자책만 허용하는 멋진 투구로 부활을 알림. 강력한 SK - 삼성 타선을 상대로 한 것이기에 더욱 값진 기록! 첫승도 신고하였으니 이제부터 안정된 투구를 보여주세용.
2. 히메네스 선수 : 두경기 연속으로 크게 무너져 걱정을 안겼으나 토요일 경기에서 올 시즌 두산 선발 최대이닝인 7이닝을 던져주며 2실점으로 봉쇄하며 4승 수확. 방어율은 높지만 현재까지는 기대했던 수준의 투구를 보여주고 있음.
3. 오재원 선수 : 주말 경기의 히어로! 타격과 수비 모두 최고 수준의 활약을 보여줌. 가끔 보여주는 적시 에러가 옥의 티이긴 하지만 지금의 모습이라면 최준석 - 고영민 - 이원석 선수 모두 더욱 긴장해야 할 듯.

나빴던 점 :
1. 왈론드 : 그래. 좋았던 기억은 없지만 떠날 친구에게 욕하는 것도 야박하겠지. 팀의 승패와 무관한 경기에서 진가를 보여줘서 고맙다.
2. 클린업 트리오 타선 : 뭐가 문제인지? 주말 경기에서 살아나는 모습을 잠깐 보여주기는 했지만 이대로는 정교함, 파괴력은 물론 클러치 능력까지 미약하다. 타순의 조정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3. K-G 라인의 2번의 실패 : 고창성 - 겜오버 정재훈 선수로 이어지는 2010시즌 신규 필승조가 두번의 경기에서 아쉬움을 남김. 정재훈 선수는 괜찮은데 문제는 고창성 선수가 나올때마다 얻어맞는다는 점. 순번을 바꾸거나 좀 더 편안한 상황에서의 등판 등으로 조정이 잠깐 필요해 보인다.
4. 1번타자와 고영민 선수 : 두산의 1번은 정수빈 선수의 복귀 전까지는 이종욱 선수의 철밥통임을 입증한 한주였달까... 고영민 선수는 역시나였고 그나마 기대했던 민병헌 선수도 절박함이 묻어나지 않는, 기존의 약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타격으로 실망감을 안겨다 주었다.

기타 감상 :
막강 SK와 바로 뒤에서 쫓아오던 싸대기 동맹 삼성과의 6연전이라 걱정이 컸는데 절반의 성공은 거둔 한주였다 생각합니다. SK와의 경기는 운 좋게도 비로 한경기가 취소되었고 김선우 선수가 SK의 현미경 야구에 크게 무너지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추격을 해 주는 등 두 경기 모두 박빙의 승부를 하였기에 다음 경기에 기대를 갖게 만들었고, 삼성과의 경기는 위닝시리즈로 가져와서 2위자리를 지켜낸 한주였으니까요. 전체적으로는 2승 3패로 승률이 낮지만 초반 선발이 무너졌던 경기도 타격으로 상대 필승조 등판 상황까지 만들었고, 이기는 경기는 확실한 선발과 안정된 불펜의 힘으로 잡아냈다는 것이 고무적인 일이었습니다.

결국 1위를 놓치기는 했지만 아직 시즌 초반이죠. 선발진이 지난시즌에 비해 확실히 안정되어 있으며 고창성 선수가 조금 안 좋기는 하지만 정재훈 - 이용찬 선수가 버티고 김승회 선수가 가세한 불펜진도 여전히 탄탄해 보이기에 김동주 - 이종욱 - 임태훈 선수가 건강히 복귀하는 순간에 다시 치고나갈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올인V4 허슬~두!

2010/04/25

폐허 - 스콧 스미스 / 남문희 : 별점 3점

 

폐허 - 6점
스콧 스미스 지음, 남문희 옮김/비채

멕시코 휴양지에서 휴가를 즐기던 제프 등 4명의 미국인 커플은 그곳에서 만난 독일인 마티아스와 그리스인 청년들과 친구가 된다. 그러던 어느날 마티아스가 유적 발굴팀을 따라간 동생 헨리히가 있다는 발굴현장으로 떠날때 즉흥적으로 따라가게 된다. 그러나 도착한 유적지에 발을 디뎌놓는 순간 무장한 마야인 원주민들에 의해 포위되고 결국 인적없고 텐트 등만 놓여진 언덕위 공터에 고립되게 되는데...

"심플 플랜"으로 데뷰하여 초대박작가가 된 스콧 스미스가 13년만에 발표한 장편. 이미 북미지역에서는 대박을 이어간 작품이죠. (부럽...) 바로 전날 읽은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와 비슷한 두께인 530여페이지의 책인데 이 책은 "잘린 머리..."와는 다르게 하루만에 다 읽었습니다. 정말이지 손에서 떼기 힘든 재미가 넘치거든요.

사실 설정은 굉장히 뻔합니다. 특정 장소에 고립된 청춘남녀가 생명을 위협하는 크리쳐에 맞서 싸운다는 클로즈드 서클 설정의 작품은 널리고도 널렸죠. 개인적으로는 호수 위 뗏목위에서 기름막같은 아메바때문에 고립되는 대학생들이 등장하는 스티븐 킹의 단편 <뗏목/The Raft>이 바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생명을 위협하는 이형 (異形) 괴물이 산성 식인 식물이라는 것이 일단 독특하고, 여행자들이 유적에 고립되는 방법과 이유도 비록 원주민들과 말이 통하지 않기는 하지만 분위기와 상황 묘사만으로도 나름 그럴듯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충분히 차별화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스티븐 킹의 작품은 짤막한 단편이기에 위험상황과 괴물의 공격이 비교적 짧은 호흡으로 진행되는 것에 반해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와 상황묘사, 식인 덩굴의 업그레이드되는 공격방식 - 1. 살며시 접근 2.직접 공격 3.말과 향기로 심리공격 4.주인공들을 조정하여 공격 등 - 을 단계별로 자세하게 펼쳐놓아서 읽어나갈수록 업그레이드 되는 공포가 잘 살아있는 것도 이 작품만의 매력이겠죠.
아울러 긴 분량답게 캐릭터도 확실하게 형성해 놓은 것도 마음에 들더군요. 두뇌파와 행동파가 적절히 나뉘고 여자들도 나름의 생각들이 있는 것으로 그려지는 등 이런류의 공포물에서 쉽게 연상할 수 있는 순진하고 멍청한 금발미녀와 덩치만 좋은 근육바보 미국 대학생 캐릭터는 아니니까요. 무엇보다도 말도 통하지 않는 그리스 청년 파블로를 주요 피해자로 내세운게 대박이에요. 말이 통하지 않는 극한의 상황 때문에 허리가 부러지고 다리가 절단되는 처절한 상황이 더 설득력있게 와 닿거든요.
그리고 역시나 뻔하긴 하지만 결말도 마음에 들었어요. 주인공들의 패배야 예상했지만 어떠한 방식인지가 궁금했는데 기대치만큼은 뽑아내주니까요. 젊은이들의 실수가 반복된다는 부분도 괜찮았고요.

하지만 읽는 중간에는 워낙 몰입해서 단점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는데 다 읽고 리뷰를 적으려 하니 몇가지 떠오르긴 합니다. 일단 식인 덩굴의 지능에 대한 묘사가 너무 지나친 것 아닌가 싶네요. 두뇌가 있고 약간의 소리를 흉내낸다는 것 정도가 좋았을텐데 식물이 "말"을 한다는 설정부터는 솔직히 오버로 보였거든요.
그리고 긴 고립의 기간동안 생명을 "유지"하려고만 하지 살아남기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의아한 부분이죠. 예를 들어 "소금"으로 원주민들이 식인 덩굴의 번식을 막는다는 것을 알았는데도 불구하고 소금뿌려진 흙을 가져오는 등의 방식으로 식인 덩굴의 위협을 뿌리치려는 시도는 왜 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마찬가지로 최후의 수단이긴 하지만 원주민들 사이로 탈주를 하기 위해 방패와 같은 방어막은 갖추려는 시도도 해봄직 했을텐데 말이죠.
아울러 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양장본으로 출간한 출판사의 만행(?) 탓에 출퇴근할때 들고 읽는다는 것은 그 자체가 운동이었어요...

그래도 단점이야 어떻게 되든 확실한건 처음 손에 잡으면 끝까지 읽게만드는, 그야말로 킬링타임용으로는 충분한 웰메이드 호러 스릴러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여름날 서늘한 기분을 느끼기에 최고의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뭐니뭐니해도 이 책이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잘 모르는 곳에 함부로 여행을 떠나지 맙시다!"

덧붙이자면, 이 책을 원작으로 한 "루인즈"라는 영화도 있는 모양인데 원작 그대로만 찍어도 본전치기는 할 것 같은데 어떨지 궁금하네요. 평은 별로 좋지는 않은 듯 싶고 예고편을 살짝 봤더니 식인덩굴 움직임이 강조되어 뭔가 포인트를 잘못 잡은 것 같습니다만...

2010/04/23

커트 보네거트의 단편 소설 쓰기 8가지 법칙 - 단편 추리작가의 견해

 리뷰가 몇개 밀려있는데 매번 링크를 거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어제부터 먹통이라 링크를 걸지 못하던 중 인터넷에서 찾은 커트 보네거트의 단편소설 작법을 퍼 옵니다. 꽤나 그럴듯 하기도 하고 거장의 조언인만큼 도움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네요. 아울러 제 의견도 감히 몇자 덧붙여 봅니다.^^


1. 독자가 절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느끼지 않게 써라 :
동감입니다. 단편은 지루하다는 생각을 느끼게 만들면 안되죠.

2. 독자가 자신의 뿌리가 된다고 느낄 수 있는 등장인물을 적어도 한 명씩은 보여줘야 한다 :
자신이 연상하거나 감정이입할 수 있는 인물을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조금은 어려운 부분인데, 추리소설이라면 탐정보다는 피해자나 화자(話者), 또는 초기 김전일의 히트 요건 중 하나였던 "동정할만한 범인" 역이 괜찮아 보이네요.

3.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무엇인가를 원해야 한다. 그것이 단지 물 한잔이라고 해도 :
추리소설이라면 범인은 완전범죄를, 피해자는 범죄에서 벗어나기를, 탐정은 사건해결을 원할테니 당연한 이야기이긴한데 이걸 제대로 표현하는게 관건이 아닐까 싶군요.

4. 모든 문장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충족시켜야 한다. 등장인물에 대해 알려주거나 사건을 진행시키거나 :
크... 명답입니다. 불필요한 묘사와 설명으로 페이지를 낭비하는 것은 단편에서는 죄악이에요. 지루한 배경설명같은 것은 엔간한 프리뷰는 스킵해버리는 속도전의 21세기에 어울리지도 않죠.

5. 결말에 가능한 한 가까운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라 :
이건 소설 방식에 따라 다를 것 같기는 합니다만 깔끔한 전개에는 도움이 될 것 같은 조언입니다. 갑자기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는데 하나 써봐야 될 듯.^^

6. 새디스트가 돼라. 당신은 등장인물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순진하든 끔찍한 일이 일어나게 만들어라. 독자가 그들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알 수 있게 하기 위해. :
감정이입하기는 좋은 방법일 것 같긴 합니다만 단편 소설에 걸맞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7. 오직 한 사람을 즐겁게 하기 위해 글을 써라.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온 세상에 사랑을 표현하기 시작하면, 당신의 이야기는 폐렴에 걸려버릴 것이다 :
동감이지만 오직 한 사람이라고 하면 너무 범위가 작네요. 작가도 먹고는 살아야죠.

8. 독자들에게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가능한 한 빨리 제공하라. 서스펜스가 가장 중요한게 아니다. 독자가 스스로 이야기를 결말지을 수 있게 어디서, 왜,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완전한 이해를 갖고 있어야 한다. 마지막 페이지는 바퀴벌레가 먹게 해버려도 된다 :
추리소설에 꼭 필요한 조언입니다. 자료 제공은 공정해야 하고 합리적인 전개를 통해 결말까지 이어져야 하니까요. 그러나 추리단편은 마지막 페이지가 가장 중요할텐데 너무 오버해서 설명한거 같아요.

2010/04/22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 - 노리즈키 린타로 / 최고은 : 별점 2.5점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 - 6점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비채

- 이하 리뷰에는 스포일러 있습니다! -

살아 있는 몸에 직접 석고를 발라 본뜬 조각을 만드는 라이프캐스팅의 대가로 일본의 시걸이라고 불리우는 조각가 가와시마 이사쿠는 은거한지 10년 만에 친딸 에치카를 모델로 한 석고상을 선보인다. 그러나 작품 완성 직후 이사쿠는 지병이 악화되어 세상을 떠난다.

그런데 유작인 석고상의 머리 부분이 깨끗하게 잘려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는 조각상의 모델인 에치카에 대한 살인 예고장으로 받아들여진다. 가와시마 이사쿠의 동생 아쓰시와 친분이 있는 노리즈키 린타로는 우연하게 사건에 대한 의뢰를 받아 조사에 나서게 되는데...


간만에 읽은 추리소설이네요. 일본 신본격작가 노리즈키 린타로의 대표작이기도 한 작품으로 작가의 시리즈 캐릭터인 명탐정 노리즈키 린타로가 등장하는 장편입니다. 그런데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서 거의 2주일에 걸쳐 읽게 되었네요.

이유는 분량대비 지루했기 때문이에요. 등장인물과 배경설정 소개에만 거의100여페이지를 할애할 뿐 아니라 주요 사건은 가와시마 에치카 살인사건 하나밖에는 존재하지 않는데도 정작 사건이 200페이지가 넘어서야 겨우 등장할 정도거든요. 물론 석고상 머리 도난 사건도 있지만 이것은 이미 앞부분에 노리즈키 린타로에 의해 범인이 밝혀질 뿐더러 살인사건과 연관된 맥락에서 설명되기에 하나의 사건으로 보는게 맞겠죠. 여튼, 540여페이지나 되는 분량동안 꾸준히 독자를 몰입시키는 맛은 부족했습니다.

또한 본격물치고는 허술한 부분이 많이 눈에 뜨인다는 것도 단점이에요. 일단 범행 자체가 그러합니다. 에치카의 시체를 그냥 은닉하는 것이 상식선에서 올바른 일이었을텐데 목을 잘라가며 살인예고로 위장한다는 것은 말도 안돼죠.
그리고 사건과 관련된 인물은 도모토 슌, 우사미 쇼진, 가가미 부부, 가와시마 아쓰시 등 4~5명에 불과하기에 수사와 추리의 과정 역시 뻔할 뿐더러, 용의자가 좁혀지는 탓에 동기와는 별개로 막판에는 범인을 어느정도 추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가가미(거울) 를 통한 암시도 있지만 (솔직히 유치했지만) 전개나 분위기가 어차피 도모토 슌과 우사미 쇼진은 범인이 아니라는 쪽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소거법만 가지고도 대충 답이 나오거든요.
무엇보다도 대단한 트릭보다는 꾸준한 경찰의 수사와 증언들의 조합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전개만 놓고 본다면 본격물이라기 보다는 수사물에 가깝지 않나 여겨지기까지 했습니다.

아울러 모녀가 아무리 닮아도 그렇지 소설에서처럼 꼭 닮을 수 있는지도 좀 말이 안되는것 같고 트릭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가가미가 성폭행으로 임신을 시키는 것이 과연 한방에 가능했을지? 도 의문이었어요. 임신시키는데 실패했더라면 될때까지 강간했을거라는 이야긴지.... 나원참....
그 외에도 가장 중요했던 증언 중 하나를 단순히 산부인과 의사의 착각 (초산일 것이다) 이라고 넘어간다던가, 애시당초 가와시마가 아내의 불륜을 너무 성급히 믿게 된 것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등 뭔가 대충대충 넘어가는 부분이 많은 것도 옥의 티였습니다.

그래도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부분도 눈에 뜨입니다. 조지 시걸의 라이프 캐스팅 기법 등 조각분야에서 소재를 차용하여 작품의 핵심 트릭을 구현한 솜씨가 특히 그러한데, 예술과 추리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순수한 픽션이기는 하지만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거든요. 모녀상 연작에 담긴 의미와 데드 마스크를 통한 구현 같은 설정은 정말 탁월했어요.
추리적으로도 16년전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복잡한 관계속에서 빚어지는 인과관계만큼은 설득력있게 잘 짜여져 있고요. 아울러 엘러리 퀸 스타일을 표방한 만큼 독자에게 단서를 제대로 제공해 준다는 것 역시 본격물 애호가로서 반가운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좋았던 점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측면이 더 크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졸문이지만 제가 번역해 놓은 작가의 단편이 완성도와 재미 측면에서 훨씬 좋아 보이는데, 작가의 단편집이 번역 출간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2010/04/21

화염조선 - 박재광 : 별점 2.5점

 

화염 조선 - 6점
박재광 지음/글항아리

요새 자주 찾아보는 미시사 서적 중 한권으로, 고구려부터 조선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첨단무기들을 열전 형식으로 다루고 있다고 소개되는 책입니다. 그런데 조선 이외 시대는 최무선 이야기와 화포가 잠깐 언급될 뿐이라 조선 중심의 책으로 보는게 타당하겠죠.

일단 책에서 반 이상을 차지하는 화약과 다양한 화포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좋았습니다. 화약 개발을 둘러싼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여러가지 총통들, 로켓 무기인 신기전과 화차, 일종의 시한 작열탄인 비격진천뢰, 연발식 권총의 원조라는 삼안총, 그리고 대원군이 제작을 지시하였던 일종의 수중기뢰인 수뢰포 등에 대한 이야기들은 재미도 있지만 관련된 다양한 도판 등의 자료가 굉장히 방대하고 자세해서 만족스럽거든요.
예를 들자면 비격진천뢰라는 무기를 단순히 그 쓰임새와 위력만 사료를 통해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 크기와 무게가 얼마나 되었는지, 신관과 도화선의 구조는 어떠하였으며 그 장치들의 당시 용어는 무엇이었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하는 식이라 자료적인 가치도 무척 높죠.

하지만 중반부 이후부터는 책의 자료적 가치와 재미가 많이 퇴색됩니다. 특히 거북선 관련한 이야기들은 내용은 방대하지만 솔직히 새로운 내용도 별로 없었고 있는 자료를 별다른 고민없이 쭈~욱 늘여놓은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비거 - 비차로 알려진 일종의 글라이더 관련 글은 형태나 이론을 구체화시켜 소개하는 것 자체는 좋았지만 방송국에서 재현했던 내용을 그대로 옮겨온 것에 불과하기에 관련된 영상 다큐를 찾아보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였고요.
마지막 부분의 궁시에 관련된 내용은 다른 책에서 더욱 자세한 정보를 얻은 적이 있기에 새로움도 없고 자료적인 가치도 크지 않아서 마지막 쇠뇌 관련 이야기는 괜찮았지만 아쉽게도 실망이 더 컸습니다.

결론내리자면 제목 그대로 "화염"에 관련된 이야기, 즉 책의 절반 정도는 괜찮았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뭔가 좀 억지로 가져다 붙힌 느낌이라 아쉬웠는데 차라리 없애고 앞부분만 절반 가격에 팔았더라면 훨씬 좋을 뻔 했습니다. 그래야 책 제목에도 잘 어울리고 가격대비한 만족도도 훨씬 높았을 것 같네요.

그런데 요새 이쪽 책을 읽다가 느낀건데 책 값이 점점 더 오르는 듯 싶어요. 좀 괜찮다 싶으면 다 만원은 훌쩍 넘어가니 취미생활도 하기 힘드네요. 멀티미디어 이북 시대가 오면 좀 나아지려나...

2010/04/20

귀등의 섬 1~4 : 산베 케이 : 별점은 2점. 앞부분은 4점짜리였지만...

귀등의 섬 1 - 4점 산베 케이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어머니를 잃고 눈에 장애가 있는 여동생 유메와 함께 귀등의 섬에 있는 일종의 고아원학교인 "귀등학원"으로 전학온 코코로. 귀등학원은 아이들과 교사까지 전원 함께 사는 기숙학교로 교직원 4명, 학생은 6명이 전부인 학원이었다...

주인공이 코코로와 유메고 무대가 귀등학원이라니 무슨 AV물 같기도 한데, 이 작품은 주인공 코코로를 비롯한 아이들이 섬과 학교에 대한 불편한 진실 - 학원이 아이들에게 걸려있는 보험금으로 운영된다는 것! - 을 눈치채게 된 뒤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나가면서 벌어지는 스릴과 서스펜스를 다룬 정통 클로즈드서클 스릴러 만화입니다.

고립된 섬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음모, 그것에 말려드는 주인공들을 다룬 소설은 많지만 일단 초등학생들로 구성된 멤버들은 분명 독특한 부분이 있습니다. 또 아이들 개개인별로 캐릭터도 잘 형성되어 있어서 - 코코로는 곤충 박사, 유메는 눈이 보이지 않는 대신 귀가 밝음, 슈우는 뛰어난 두뇌보유 등 - 아이들이 탈주하면서 선생들과 벌이는 추격전에서 각자의 특기를 발휘하여 위기를 벗어나는 장면들도 아주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요. 그야말로 물고 물리는 두뇌게임 그 자체거든요.
묘사도 아주 좋습니다. 변태 선생을 대표로 하는 "어른들"의 혐오스러운 분위기, 배후에 숨겨져 있는 음모를 서서히 보여주는 디테일들, 예를 들면 들어가면 안되는 방에 적혀있는 무서운 경고문구 -"살려줘, "살해당한다" 등 - 라던가 열리지 않는 책상 서랍안에 가득한 핏자국 등이 그러합니다. 아울러 이렇게 서서히 드러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스릴과 서스펜스 역시 일품이었고요.
한마디로 초반부에는 정말 분위기가 그럴듯해서 걸작의 스멜이 강했어요. 정말 두근두근하게 읽었으니까요.

하지만 마지막권에서 모든걸 망쳐버립니다! 결국 죽은 사람이 거의 없고 악당은 지옥으로 간다는 어거지 해피엔딩도 별로지만, 실제적인 음모나 공포는 전무한 단순한 착각에 의한 사고였으며 진정한 악인은 변태선생 하나 뿐 나머지는 다 오해였다라는, 앞부분의 스릴과 서스펜스를 전부 뒤집는 같잖은 결말은 제 인생 최악의 결말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어요. 아... 정말 이게 뭔가요. 차라리 진정한 흑막은 정기선을 운항하는 할아버지라고 하던가...

작가의 동글동글하면서 육덕진 그림체도 좋았고 빠른 전개와 긴장감을 자아내는 연출도 높이 평가할 만 한데 마지막 권이 모든걸 허사로 만들어 버려서 별점은 2점입니다. 1~3권까지는 4점은 충분한데 마지막권이 빵점 그 이하로 완전 말아 잡순 케이스죠. 혹시 마지막권을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영원히 봉인해두시고 앞부분의 좋은 기억만 간직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오빠는 풍각쟁이야 : 대중가요로 본 근대의 풍경 - 장유정 : 별점 3점

 

오빠는 풍각쟁이야 - 6점
장유정 지음/민음인

"경성탐정록"의 자료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찾아보는 식민지 경성을 다룬 미시사 서적 중 한권으로, 이 책은 제목과 부제에서 연상되듯이 19~20세기 초반까지의 국내 "음반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1899년부터 시작되었다는 국내 음반 역사에 대한 여러가지 사실을 년도별로 다양한 자료를 통하여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는 것이겠죠. 다른 경성관련 서적들에 비해 한가지 분야만 집요할 정도로 파 들어갔기에 확실히 그만큼의 깊이가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적인 분석에 더하여 굉장히 흥미진진한 소재들을 짤막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이게 대박!이에요. 예를 들자면 "국내 최초의 얼굴없는 가수는 누구인가?" 라던가 "조선 최초의 재즈 공연은?" 같은 것들인데, 그 자체로서도 굉장히 재미있지만 추리소설의 소재로 삼아도 될 정도로 매력적인 내용들이라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거든요. 경성의 유명한 얼굴없는 가수 "미스 리갈"의 정체를 둘러싸고 여러명의 기생이 등장하여 자신이 진짜라고 우기는 와중에 기생과 가수 연쇄살인사건 발생! 음반사간 전속 경쟁이 불러온 참극! 흥미진진할 것 같지 않으세요?^^

물론 단점도 몇가지 있습니다. 재미있는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학술적으로 접근하였기에 읽기에 약간 딱딱한 부분이 있다는 것과 생각보다 비싼 가격은 확실히 옥의 티죠. 그래도 자료적 가치와 재미가 동시에 있는 저작물이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경성과 경성의 가요계, 음반계를 무대로 한 창작물을 기획한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 생각되네요. 단 이러한 창작물이 많이 있지는 않다는 것이 이 책이 가진 유일한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2010/04/19

셔터 아일랜드 (2009) - 마틴 스콜세지 : 별점 3점

 


데니스 루헤인의 걸작 스릴러 "살인자들의 섬"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소설 리뷰에도 언급했었지만 영화화되는 것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이 방대하고도 복잡한 원작을 어떻게 영화로 만들었을지에 대한 궁금증과 우려 역시 컸던 작품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우려와는 달리 영화화하는데 비교적 성공했다 생각됩니다. 줄거리의 대부분을 유사하게 끌고가면서 곁가지 이야기들을 잘 정리하여 처내고 있어서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들도 완벽하게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마지막 반전부분을 영화에 어울리도록 효과적으로 각색하여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서 부족함이 없도록 만듭니다. 원작에서의 약간은 열린 결말을 상상의 여지가 거의 없는 닫힌 결말로 끝내버리는데 나름 괜찮아 보였어요. 화면발이나 연출 역시 감독과 주연 배우들의 이름에 걸맞는 뛰어난 수준이라 감상하는데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고요.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기는 한데, 첫번째는 주인공 테디의 환상과 꿈이 너무 자주 보여진다는 것입니다. 특히 독일군 수용소 관련 환상은 들어내어도 별 상관없었을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두번째로는 스릴러나 서스펜스물 같지 않은 조금은 밋밋한 묘사가 아쉬웠습니다. 너무 남발될 필요는 없지만 쟝르물의 특성상 적당한 긴장감과 함께 관객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장치가 어느정도는 들어가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충분히 잘 만든, 웰메이드 스릴러 영화이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원작보다 추리적인 요소나 긴장감 모두 덜해서 약간 감점했지만 영화만 즐겨도 기대를 만족시키는 수준의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영화를 재미있게 보셨다면 소설쪽도 도전해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한국 수학사 - 김용국, 김용운 : 별점 4점

 

한국 수학사 - 8점
김용국.김용운 지음/살림Math

말이 필요없습니다. 제목 그대로 한국 수학의 역사를 기록한 유일무이한 책으로 한국 수학사의 배경과 중국 - 일본수학과 비교한 한국 수학의 특징 설명에서부터 시작해서 한국의 수리사상의 기본개념 부터 삼국시대, 통일 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에서 근대까지를 방대한 정보와 자료와 함께 아우르는 그야말로 한국 수학 역사에 대한 바이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 강점기 시대의 수학 전공자 탐정이 나오는 추리소설을 창작하는 입장에서 참고삼아 읽은 책인데 의외로 재미있고 자료로 쓸게 많아서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주역같은 수리사상의 기본개념이라던가 산가지를 이용한 수식과 숫자들, 개성상인들의 부기 관련한 내용은 그 자체를 그냥 트릭으로 도입해도 괜찮을 정도의 A급 자료들이었으니까요.

물론 저같은 사심(?)이 없더라도 기본적인 내용이 재미있습니다. 여러가지 척도라던가 고대 숫자 발음에 대한 자료, 다양한 과거 시대의 교과서들, 도량형, 역사속 한국 산학 교과서에 실린 여러 문제들 같은 경우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완성된 주제로 손색이 없기에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거든요.

무려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과 3만원이 넘는 가격은 분명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이쪽 관련한 정보에 관심있으시다면 한마디로 필독서라 생각되네요. 미시사 서적을 좋아하셔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테고요. 별점은 4점입니다. 자료로 따지자면 특 A급이라 5점짜리 책인데 도판 관련해서는 조금 더 세밀했으면 하여 약간 감점했습니다.^^

2010/04/16

장성호 - 김상현 선수 트레이드 단상

 


어제 경기 시청기를 쓸까 하다가 새롭게 소식이 떴길래 대신 트레이드 관련해서 몇자 적어봅니다. 두산도 장성호 선수를 계속 탐내왔던 것은 알고 있는데 시즌 중에 급박하게 소식이 터져나올줄은 전혀 몰랐네요.

일단 장성호 선수의 쓰임새를 생각해 본다면 1루수 - 지명타자 - 좌익수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중 현재 두산의 1루수는 최준석 선수가 주전이며 수비강화를 위해 경기 후반 오재원 선수나 이원석 선수가 경우에 따라 백업을 맡고 있는 상황입니다. 선수들이 고르게 발전한 덕에 주전 선수는 수비력은 좀 미지수이지만 3할대에 20홈런 이상을 기대해 볼만한 거포이고 백업 선수들 모두 3할대 타율은 충분히 가능한 주전급 선수들이라 과거의 1루수 문제는 많이 희석된 상황이라 할 수 있죠.
또한 지명타자는 이성렬 선수를 밀어주는 상황에서 어느정도 기대에 부응하고 있습니다. 장성호 선수나 이성렬 선수 모두 같은 좌타라면 파괴력이나 장래성 측면에서 이성렬 선수에게 기회가 당분간은 더 많이 갈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두산의 좌익수는 전설이 될 선수이기에 좌익수 포지션은 고려할 가치가 없고요.

때문에 장성호 선수가 두산에 온다면 당장의 주전이라기 보다는 몸을 충분히, 완벽하게 만든 뒤 콜업되어 주로 대타로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보이며 (물론 활약에 따라 변수야 많겠죠), 오히려 2010 시즌 이후 최준석 - 오재원 - 이원석 선수의 순차적 군입대 이후 더욱 많은 활약이 예상되네요.한마디로 제가 보기에는 당장 보다는 미래를 위한 보험(?) 이며 생각했던 것 보다는 적은 출혈로 트레이드가 이루어졌기에 나름 만족스럽습니다.

물론 다른 두산팬님들이 지적하시듯 두산이 지금 필요한 것은 야수보다는 투수라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좋은 선수가 많으면 당연히 좋은거 아닐까요? 옆집도 국대급 외야수를 5명이나 데리고 있잖아요. 장성호 선수의 클래스가 쉽게 어디 가는것도 아닐테고요. 아울러 김상현 선수 역시 두산에서 선발로는 이상하게 뭔가 상성이 잘 안 맞는 듯 그다지 좋은 모습이나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고 (작년 전반기에는 좋았지만...) 중간계투진은 두산도 많은 보강이 이루어진 만큼 필승조가 부족한 기아에서 더 괜찮은 등판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네요. 김상현 선수에게 기대한 것은 롱맨 역할이었는데 조승수 - 정재훈 선수가 너무나 잘 해주고 있으니까요.
이렇듯 두 선수 모두의 앞날을 위해서도 윈-윈 트레이드로 보이는 만큼, 두 선수 모두 새로운 팀에서 멋진 모습 기대합니다. 올인V4 허슬~두!

덧붙이자면, 소문이건 뭐건 작년 시즌 이후 이대수 - 정원석 - 금민철 - 김상현 선수와 조규수 - 김창훈 - 이현승 - 장성호 선수를 바꾼 셈인데 타팀으로의 3각 트레이드나 또 다른 트레이드는 이제 그만했으면 합니다. 다 우리 선수들이고 애정이 많아서 그런지 정말 짠하고 안타깝고... 그러네요...

2010/04/15

명품의 탄생 - 이광표 : 별점 4점

 

명품의 탄생 - 8점
이광표 지음/산처럼

제목만 보면 된장남녀를 위한 명품 가이드같지만 실상 내용은 조선시대에서부터 현대까지의 한국의 컬렉션과 컬렉터들을 다루고 있는 일종의 미시사적 역사서입니다. 각 시기별로 유명한 컬렉터들과 그들이 수집한 컬렉션을 다양한 사진 자료와 함께 소개하고 있어서 자료적 가치도 높지만 무엇보다도 내용이 흥미진진해서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의 목차는 크게는 조선시대 - 조선 후기 - 일본 강점기 - 6.25 이후 현대의 4 시기로 나눌 수 있는데 아무래도 시기가 시가였던 만큼 일본 강점기 시대 이야기가 제일 흥미로왔습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가 일본인 손에 들어갔다가 해방 직전 다시 국내로 돌아오게 된 일화라던가 일본 강점기 시대 문화재 약탈과 경매, 그것을 막기 위한 간송 전형필 등 여러 컬렉터들의 노력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재미가 넘치거든요. 전형필을 조선인이라 무시한 일본인 소유자와의 기싸움(?) 등의 이야기는 나중에 "경성탐정록"에 꼭 한번 등장시켜야 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또한 일본이 우리의 많은 문화재를 강탈해갔지만 외려 해방이 되면서 서둘러 도망(?) 가는 바람에 한국에 두고 갈 수 밖에 없었던 오타니 컬렉션 같은 문화재가 우리나라에 남겨지게 된 것에는 묘한 아이러니도 느껴졌고요.

그 외의 이야기들도 모두 좋았기에 결론은 추천작. 제목이 왜 이따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한국의 컬렉터와 컬렉션 이라고 하는게 좋았을텐데 말이죠) 미시사 서적 좋아하신다면 강추입니다. 제 개인적 별점은 4점입니다. 가격이 좀 쎈 편이라는 것은 좀 아쉬운데 그만큼 도판이나 기타 자료도 충실한 편이니 감수해야겠죠.

그나저나 이 책을 읽고나니 국립 중앙 박물관에 또 가 보고 싶어지네요. 아니면 주말에 삼성 리움 미술관에라도 가서 호암 가족이 수집했다는 국보급 문화재라도 좀 보고 와야 겠습니다.

2010/04/14

터질거야 - 토마스 빌룸 옌센 : 별점 2점

 


흥분 잘하는 남자 토니는 아이들과 함께 간 극장에서 클라우스 볼터 감독의 <살인자>를 보고 영화의 형편없음에 격분하여 감독을 찾아갔다가 볼터의 실수로 전신 부상을 당하게 된다. 토니는 ‘아이들과 함께 볼 영화를 만들겠다’라며 사고에 대한 보상으로 볼터 감독 신작의 공동연출과 공동각본을 요구하게 되는데...

덴마크 코미디영화입니다. 오래전 TV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짤막하게 소개했던 내용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고 인상적이었기에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후진 영화를 만들어 돈을 받아먹는 감독과 제작자는 구속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간단한 줄거리만으로도 공감 100%였고 말이죠.

그런데 TV에서 소개한 내용이 다네요. 핵심 장면 몇개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별로 웃기지 않아서 실망스러웠습니다. 재미있게 만들 수 있던 소재와 줄거리,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러브라인과 가족관계를 비롯하여 영화와 작품에 대한 진지한 고찰까지 등장하는 등 너무 이야기를 많이 벌려놓아서 지루하기까지 했고요. 영화 "터질거야"를 중심으로 하여 영화 제작에 관련된 캐릭터 상황극으로 끌고가는 것이 훨~씬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코미디영화가 웃기질 못했으니 별점은 2점입니다. 군살을 들어내고 리메이크한다면 더욱 재미있을 것 같은데 리메이크 소식은 없는지 궁금하네요.

2010/04/13

허영만표 만화와 환호하는 군중들 - 한국만화문화연구원 : 별점 2점

 

허영만표 만화와 환호하는 군중들 - 4점
한국만화문화연구원 지음/김영사

허영만이라는 작가와 작품세계 해설은 물론 작가의 일대기와 가족 이야기 등 다양한 자료가 가득한, 작가 허영만에 대한 두툼한 해설서와 같은 책입니다.

그러나 "오!한강" 에 대해서만 비교적 자세하게 분석될 뿐 작가 허영만, 그리고 허영만의 작품에 대한 상세한 해설보다는 주변적인 이야기가 너무 많이 실려 있기 때문에 디테일한 비평을 기대한 제게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좀 깊이 들어간 내용은 "오!한강"에 대한 비평 뿐이고 나머지는 다 수박 겉핥기 식으로 지나간다는 느낌이었거든요. 허영만의 가족, 아내에 대한 인터뷰와 소개라던가 "날아라 슈퍼보드"로 대표되는 캐릭터 산업이나 원작으로서 기능한 영화, 드라마 관련 이야기는 어차피 작가와는 별 상관없는 쓰잘데 없는 사족이었고요.

일전에 읽었던 <주먹대장은 살아있다>라는 책이 김원빈이라는 작가와 주먹대장이라는 작품, 그리고 그 작품이 탄생되기까지의 과정과 주변 환경을 방대한 자료조사로 묘사하고 작품에 대해 굉장히 객관적인 정보를 전해주는 것이 좋았었던 만큼, 이 책에서도 불필요한 이야기를 들어내고 시기별로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에 포인트를 맞추어 상세하게 소개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비평서도 아니고 자료집도 아니고 위인전도 아닌 애매한 책이 된 것 같습니다.

그나마의 몇몇 비평, 자료와 더불어 문하생 출신 작가들을 모아놓고 진행한 대담 (놀랍게도 알려진 것과 같은 온화하고 따뜻한 이미지가 아니라 엄하고 무서운 분이라는 이야기가 가득함!) 같은 괜찮은 기획도 있어서 1/3 정도는 건질만 했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허영만이라는 작가에 대해서, 작품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셔도 되겠지만 심층적인 내용을 별게 없다는 거 참고하시길.

아울러, 제 개인적인 허영만 만화 베스트 10은 "각시탈", "짚신 왕자", "무당거미 (초반부)", ""흑기사", "고독한 기타맨", "벽", "미스터 Q", 비트", "타짜 (1,2부)", "사랑해" 입니다. 이러한 작품별 상세 비평이 이루어졌더라면 별점 3점 이상은 거뜬했을텐데 아쉽네요.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 다카하시 겐이치로 / 박혜성 : 별점 2점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 4점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박혜성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이전 절판되었다가 다시 출간된 책이죠. 솔직히 야구관련 소설인줄 알고 아무 생각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나 예상과 달라서 당황스러웠습니다. 일본 야구와는 거리가 먼, 인생과 삶, 그리고 추상적인 뭔가를 "야구"와 연결시켜 풀어나가는 희한한 작품이었거든요.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의 서부활극 이야기가 야구와 연관되는 것이라던가, 야구가 라이프니치의 철학 이론을 담고 있다던가 하는 등 지은이의 상상력이 그야말로 안드로메다급이라 상식을 깨는 맛과 황당한 재미는 있었습니다만 그 외에는 당최 모를 내용이라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포스트 모더니즘 소설 어쩌구하고 광고를 하던데 포스트 모더니즘 소설은 앞으로 읽지 말아야겠어요...

2010/04/12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박민규 : 별점은 2.5점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6점
박민규 지음/한겨레출판

현 시점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작가 중 한명인 박민규의 작품입니다. 이래저래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완독은 처음이네요. 웹툰작가 메가쇼킹을 연상케하는 박민규의 화려한 글빨은 소문대로 맛깔날 뿐 아니라 프로야구팬으로서 삼미 슈퍼스타즈의 전설적인 활약(?)이 이야기의 주요 소재인지라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은 인생을 소모해가며 열심히 사는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충대충 무난한 삶에 있다는 이야기의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삼미 슈퍼스타즈를 끌어들인 것은 용서하기 어렵네요. 스스로 프로를 거부하며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아가겠다는 주장의 근거가 삼미 슈퍼스타즈는 "못"한게 아니라 "안" 한거다라는 어거지 논리인데 삼미는 열심히 했지만 다른 구단, 선수들보다 "못"한게 맞습니다. 그들이 정말로 대충대충 행복하게 살기 위해 진지한 플레이를 하지 않은 것이라면 당시 선수들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요?
삼미 슈퍼스타즈를 끌어들여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 차라리 너구리 장명부의 불꽃같은 활약, 즉 "돈"을 위해서는 사람은 초인이 될 수 있다는 주제로 끌고가는건 어땠을까 싶군요. 돈을 위해서 일하고 돈 만큼 일하는 것이 바로 프로니까 말이죠.

재미는 있었지만 주제가 제 생각과는 거리가 있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이러한 주제에 공감하기에는 제가 나이가 너무 많은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네요.

아울러 프로야구가 개막한 82년에 중학교 1학년이었으니 69년생 88학번일 주인공이 IMF 사태때 직장을 잃는다는 묘사는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이 나이라면 IMF때라면 직장 4년차 정도로 기껏해야 대리정도였을텐데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다는 것이 제 주위 선배들을 보아도 현실적이지가 않거든요. 혹 주인공이 무능력해서 짤린 거라면 프로야구 지명받고 별다른 활약도 못한채 방출 수순을 밟은 선수와 마찬가지이므로 삼미 슈퍼스타즈 운운하며 인생을 논할 자격은 없겠죠. 남들만큼 열심히는 했지만 단지 "못"한거니까요.

2010.4.9 ~11. 두산베어스 대 LG트윈스 잠실 3연전 요약

 


요약 :
드럽게 못했으나 겨우 1승 1무 1패로 끝냄.
좋았던 점은 거의 기억나지 않으니 나빴던 점만 쓰겠음.

나빴던 점 :
1. 왈론드 : 뭥미? 세데뇨가 그리워지는 선수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음. 차라리 10점 주더라도 9이닝 완투시켰어야 하는건데...
2. 클린업 트리오 타선 : 밥상은 꾸준히 차려주고 있지만 밥상을 전력질주로 걷어차서 상대편 덕아웃으로 날려버린 격. 타순 조정이 필요한건지 선수 교체가 필요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는 답이 없음.

기타 감상 :
시즌 초의 설레임은 역시나네요... 이재우 선수의 부상과 왈론드의 부진으로 5선발 시스템은 무너졌고 임태훈 선수도 그간의 혹사 탓인지 나올때마다 실점하고 있습니다. 공포의 타선이라는 3-4-5-6 번은 타점을 올리지 못하는 폭삼 선풍기 잉여들의 순번놀이일 뿐이고요. 또한 감독님의 작전도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이거저거 있지만 특히 어제 김선우 선수를 왜 6회까지 던지게 했는지도 도저히 알 수 없었습니다.

이번 주는 무너진 선발진의 유일한 축인 히메네스 선수가 잘 해 주길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타자들. 정신좀 차리시길. 어쨌건 아직은 단독 1위~ 올인V4 허슬~두!

2010/04/09

윤광준의 생활명품산책 - 윤광준 : 별점 2.5점

 

윤광준의 생활명품산책 - 6점
윤광준 지음/생각의나무

몇주전 읽었던 “윤광준의 생활명품”에 이은 윤광준씨의 생활 속 명품 이야기 책입니다. 제목도 비슷하고 내용도 비슷한 형제 같은 책으로 이 책이 훨씬 먼저 출간되었기에 형님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동생이라 할 수 있는 “생활명품”에 비하면 내용은 더 재미가 없었습니다. 이야기가 소개되는 상품에 비해 장황하고 신변잡기적인 내용이 많기 때문이었어요. 윤광준씨의 저자로서의 내공이 확실히 쌓이기 이전이었거나 아니면 글을 쓴 컨셉 자체가 틀렸기 때문이라 생각되지만 어쨌건 저는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더군요. 소개되는 상품도 18종 밖에 없어서 풍성함도 떨어지고요.

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본인이 직접 구입하여 사용한 것들에 대한 사용기라는 주제에는 충실하기에 재미있게 읽은 것은 사실입니다. 기대에는 충분히 값하죠. 특히나 정말 한국의 장인정신이 빛어낸 명품이라 할 수 있는 송림티롤화는 언젠가 꼭 한켤레 구입하기로 굳게 결심했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런데 생활 속 명품이라는 주제와는 다르게 개인 취향의 기호식품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는 담배 (던힐 라이트) / 맥주 (레드락) / 간장 (몽고간장) 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의아했어요. 뭐 간장이야 명품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던힐 라이트나 레드락 맥주가 생활 속 명품이라니 너무 쌩뚱맞잖아요. 하지만 달리 생각해본다면 이렇게 자신의 일상속 깊이 침투한 기호물이 명품이 될 수 있다라는 색다른 관점도 괜찮아 보이기는 하네요. 그렇다면 제 생활 속 명품은 One 0.1mg 과 버드아이스, 그리고 둘둘치킨의 마늘치킨 되겠습니다.^^

2010/04/08

2010.4.8 두산베어스 대 한화 이글스 잠실 경기 요약

 


좋았던 점 :
1. 이종욱 선수 : 살아나나요? 확실한 출루에 알토란 같은 타점까지! 이게 바로 종박에게 기대했던 모습이죠~
2. 조승수 선수 : 3이닝 1실점으로 호투해주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구속이 140Km를 넘지는 않았지만 낮게 제구되는 공이 괜찮았어요. 김동주 선수 에러만 아니었어도 길게 가져갈 수 있었는데 좀 아쉽네요. 하여간 잘 던졌습니다.
3. 정재훈 - 이용찬 필승조 : 정재훈 선수는 이전 경기보다는 별로 좋지 않았는데 (낮은공에 대한 판정도 약간 애매했지만) 다행히 2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았고 이용찬 선수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공을 던졌습니다. 고창성 - 임태훈 선수가 몸도 풀지 않고 휴식을 취한것도 수확이죠. 불펜 방어율 0점대에 도전하는 모양새인데 참 적응이 안되네요.^^

나빴던, 또는 아쉬웠던 점 :
1. 클린업 트리오 타선 침체 : 3-4-5-6 번이 카페얀 선수의 묵직한 공에 철저히 막혔습니다. 병살타를 2개나 작렬하는 등 요 며칠 점점 더 정도가 심해지는 느낌인데 내일은 친숙한(?) 선수가 상대팀에서 등판하는 만큼 심기일전해주면 좋겠네요.
2. 홍상삼 선수 : 상삼아 Bye~

기타 감상 :
솔직히 지는줄 알았습니다. 홍상삼 선수가 역시나 4이닝을 버티지 못했고 카페얀 선수의 묵직구에 계속 눌렸기에 패색이 짙었는데 5회 이후 한화의 적시에러 덕에 겨우 이길 수 있었습니다. 잘해서라기 보다는 상대의 에러 때문이므로 찜찜하긴 하지만 뭐 이것도 야구겠죠.

이로써 3연전을 3연승으로 마치고 내일부터는 잠실에서 서울 라이벌 LG와의 3연전인데 오늘 LG가 롯데전에서 메가트윈스포를 작렬했기에 벌써부터 걱정되는군요... 작년부터 말리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도 꼭 승리하길 바라며, 올인V4 허슬 두!

굶어죽을 각오 없이 일본에서 만화가 되기 - 배준걸 : 별점은 2점이지만 파이팅!

 


우연찮게 보게된 한국인 만화가 지망생의 일본에서 만화가가 되기 위한 노력을 그린 에세이 만화로, 만화가가 되기 위해 결심한 순간부터 데뷰할때까지의 이야기가 한 페이지에 하나의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웹툰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만화로서의 재미는 느끼기 어려웠어요. 만화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라던가 극심한 생활고와 아르바이트, 어시 생활에서 데뷰까지의 이야기가 정말로! 굉장히! 드라마틱한데도 짤막한 웹툰 형식 탓에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 탓이죠. 솔직히 소재가 좀 아까울 정도였어요. 때문에 단지 재미만을 평가한 제 별점은 2점입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만화가가 되고 싶은 만화가 지망생을 위한 생활 밀착형 정보지 역할에는 충실하기에 관심있으신 분들에게는 별점 이상의 가치를 전달해 줄 것으로 생각되네요. 무엇보다도 정말로 데뷰에 성공하게 된 주인공의 노력과 근성에는 박수를 보냅니다.

그나저나 한 10여년전 만났던, 일본 애니메이션을 너무 좋아해서 대학도 일본어학과를 진학하고 요요기 학원으로 유학까지 갔던 옛 동료가 갑자기 떠오르는군요. 그 친구는 지금 뭐 하고 있으려나....

2010/04/07

2010.4.7 두산베어스 대 한화 이글스 잠실 경기 요약

 


좋았던 점 :
1. 오재원 선수 : 어제의 멋진 수비에 이어 오늘은 3연속 2루타라는 진기록을 남기며 공격에서도 맹활약했습니다. 고영민 선수 정말 X줄 타겠네요.

나빴던, 또는 아쉬웠던 점 :
1. 클린업 트리오 타선 침체 : 김현수 - 김동주 선수가 별로 좋지 않네요. 하위 타선의 활약으로 이기기는 했지만 클린업이 한두방만 쳐 줬더라면 중간계투 소모를 막을 수 있었을텐데 아쉽네요.
2. 중간계투진 운영 : 날이 춥기 때문에 히메네스 선수를 5이닝만 던지게 한 것은 이해가 되지만 이후 고창성 - 정재훈 - 임태훈 선수를 모두 쓴 것은 납득이 잘 안되네요. 특히 고창성 선수는 지나치게 많이 던지고 있습니다. 6연전에서 고작 2경기를 했을 뿐인데 너무 달리는 것도 나중에 독이 될 수 있는 만큼 제대로 관리해 줬으면 합니다.

기타 감상 :
뭐 무난한 경기였습니다. 초반에 찬스도 놓치고 해서 또 어렵게 가나 했는데 오늘은 하위 타선의 활약으로 이길 수 있었죠. 하지만 아쉬움이 더 컸던 경기인데 무엇보다도 중반까지 박빙이어서 필승 중간계투진을 소모한 것이 너무 아깝습니다. 내일은 홍상삼 선수가 선발인 것 같은데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박정배 선수나 조승수, 장민익 선수를 적극 활용하는 투수진 운용을 보여주면 좋겠어요. 이 정도면 좀 쉬어갈 타이밍이 아닐까요?

어쨌건 저쨌건 올인V4 허슬 두!

슈퍼맨 / 배트맨 : 공공의 적 (Superman and Batman Public Enemies / 2009) - 샘 리우 : 별점은 2.5점

 Justice 감상 후 탄력받아 보게된 DC유니버스 애니메이션으로, 제목그대로 두명의 히어로가 "공공의 적 (Public Enemy)"가 되는 상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유는 렉스 루더가 미국 대통령이 되어 히어로들을 범법자로 규정했기 때문이죠.


이러한 기발한 설정에 걸맞게 내용도 아주 풍성합니다. 렉스 루더가 슈퍼맨에게 10억불의 현상금을 건 뒤, 현상금과 기타 등등의 이유로 여러 슈퍼 히어로들과 슈퍼 빌런들이 슈퍼맨과 배트맨을 덮치게 되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정말 많은 슈퍼 히어로들과 슈퍼 빌런들이 등장하거든요. 캡틴 아톰, 메이저 포스, 카타나, 파워걸, 블랙 라이트닝, 솔로몬 그룬디, 고릴라 그로드, 스타파이어, 메탈로, 토이맨, 호크맨, 캡틴 콜드, 캡틴 마블, 몽굴, 가이간타.... 등등 끝없이 등장해서 팬이라면 아주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단점도 많은 작품입니다. 일단 실망스러운 작화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어요.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을 이상하게 짬뽕해 놓은 느낌이었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전형적인 미국식 캐릭터나 브루스 팀 스타일의 간략화된 그림이 취향인 탓도 있겠지만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이 작품에서의 캐릭터의 디자인과 작화는 일본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이상하게 따라한 것 같아 영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두 주인공의 디자인부터 어색하지만 파워걸의 지나친 거유와 같은 묘사는 분명 오버였어요. 칼라도 자극적인 원색이 많아 거슬렸고요.

그리고 괜찮았던 스토리도 마지막에 완전 막장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역시나 감점 요소죠. 지구에 혜성이 돌진해 오는데 그 상황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고 렉스 루더의 행동도 설득력을 잃은 초딩스러운 모습만 보여주기때문에 이야기에 몰입하는게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갑자기 대통령이 강화복을 입고 슈퍼맨과 배트맨을 맞상대 한다니 이게 대체 누구 머리속에서 나온 이야기인지 궁금해지기까지 하더군요.

또 어느 순간부터 느껴지는 괴리감인데 분명 인간인 배트맨이 거의 초인급으로 그려지는 것도 어색했습니다. 이 작품에서 배트맨이 여러 초인들과 대등하게 싸워나가는 모습은 기존의 이미지와 너무 맞지 않는거 아닌가 싶었어요. 그외에 슈퍼맨과 배트맨의 러브러브 훈훈 묘사 역시 왜 나오는지 모를 정도로 등장해서 짜증날 정도였고요. 요 묘사는 완전히 노리고 만든 것 같긴 한데 제게는 외려 거부감만 안겨주었습니다...

두 히어로의 유명한 심볼마크를 중심으로 그래픽적으로 디자인한 오프닝 화면이 너무 멋지기에 기대가 큰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은 실망스러웠던 작화와 일부 묘사 때문에 그냥저냥한 평범한 수준의 작품이 된 것 같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도착의 사각 - 오리하라 이치 / 권일영 : 별점 1.5점

도착의 사각 - 4점
오리하라 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서술트릭의 대가로 알려진 오리하라 이치의 작품입니다. 대표작이기도 한 "도착의 론도"도 그냥저냥이었기에 별로 땡기지는 않았지만 "도착" 시리즈는 한권정도 더 읽어볼 생각이었기에 읽게 되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도저히 봐 줄 수 없는 수준의 작품이더군요.

일단 서술트릭이라고는 하지만 설정과 이야기에 현실성이 전무하고 억지로 짜 맞추었을 뿐입니다. 서술트릭의 기본이 되는 기본 전개가 두 주인공의 정신이상에 근거를 두고 있으니 당쵀 설득력이 있을 수가 없죠. 차라리 정신병원에서 두 정신병자가 침대 양 옆에서 이야기를 전개시켰다고 하는게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요? 물론 정신병과 망상을 글로 써내려 간 것을 진실처럼 포장하는 것도 서술트릭의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이중구속"은 걸작이죠) 이 작품에서는 독자를 납득시키는 요소가 전무한, 그야말로 트릭을 위한 설정일 뿐이었어요.
그나마 중심이 되는 서술트릭 자체도 별다른 게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두가지 요소 -마유미의 정체와 오사와의 범행- 의 대부분이 중간 지점에서 짐작 가능하거든요. 곳곳에 숨겨놓은 단서가 읽다보면 쉽게 드러나는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도 "이번에는 이렇게 속일꺼야"라는 작가의 의도가 너무 뻔했으니까요.

덧붙이자면, 마지막의 봉인 페이지는 솔직히 코미디네요. 마유미가 돌아온다는 것과 앞서 연쇄 여성 폭행범에 대한 진상, 편지 왕래에 대한 수수께끼가 밝혀지는 정도인데 뭐가 그리 대단한 반전이라고 이렇게까지 오버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와 손톱" 시대에나 통했음직한 마케팅을 되도않는 작품에 시도한 것 자체가 비웃음거리가 아닌가 싶군요.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서술트릭의 대가라는 명성을 얻게 된 전작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토해낸 어설픈 결과물로 보이네요. 꼼꼼하게 날짜와 시간대별로 메모하면서 읽게 만드는 재미는 그런대로 있기에 별점은 1.5점입니다만, 더 이상 이 작가의 다른 작품, 특히 "도착"시리즈는 읽을 생각이 없습니다.

2010/04/06

2010.4.6 두산베어스 대 한화 이글스 잠실 경기 요약

 


좋았던 점 :
1. 선발 6이닝 퀄리티스타트 : 김선우 선수가 또 해 주었습니다. 날씨가 추워서 제구는 이전 넥센전에 비해 좋지 않았지만 1실점으로 잘 버텨줘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날이 따뜻해지면 더 멋진 활약 보여주길!
2. 이성렬 선수 : 드디어 터지나요? 3타수 2안타 2타점! 무엇보다도 출루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 올시즌 활약이 기대됩니다. 성렬아, 형이 격하게 아낀다!
3. 이용찬 선수 : 오랫만에 나와 세이브를 성공시켰습니다. 150Km가 넘는 빠른 공으로 제구도 어느정도 이루어지는 것이 작년보다 좋아보였고요. 앞으로도 꾸준히 안정적으로 등판해 주면 좋겠네요.
4. 오재원 선수 : 오늘은 공격보다 수비에서 빛났습니다. 두번의 호수비가 팀을 승리로 이끌었죠. 내일은 공격도 좀 해줘!

나빴던, 또는 아쉬웠던 점 :
1. 전반적인 타선 침체 : 지난 2주간의 공격력이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무사 만루에서도 점수를 내지 못하는 등 쉬어가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특히 이종욱 선수의 부진이 눈에 뜨이는데 내일 경기에는 다시금 핵타선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2. 임태훈 선수 : 등판이 계속되지만 여전히 좋지 않네요. 차라리 2군경기 등판하며 컨디션을 조절하는게 어떨까 싶기도 한데, 이번주에 좀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기타 감상 :
오늘 경기는 그야말로 수비로 승패가 갈린 경기로 대단히 멋진 경기는 아니었지만 나름 긴장감이 대단했던 경기였습니다. 한화가 생각보다 강하더라고요. 유원상 선수가 뭔가 심상치 않은데, 다음 경기에서 볼넷을 줄일 수 있다면 한단계 더 성장할 것 같기도 하고요. 어쨌건 이겨서 다행입니다.... 이렇게 이기나 저렇게 이기나 이긴건 이긴거니 기쁘네요. 앞으로도 쭈~욱 연승이 이어지길 기대하며 올인V4 허슬 두!

아울러 이대수 - 정원석 컴비는 공수에 걸쳐 맹활약하기에 여러모로 짠~했습니다. 마지막 이대수 선수의 에러로 두산이 겨우 이기긴 했지만 그 이전의 호수비도 있고 하니 심기일전해서 내일도 좋은 모습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이대수 - 정원석 - 강동우 - 이도형 선수 모두 화이팅입니다.

저스티스 JUSTICE 1~3 - 짐 크루거 / 알렉스 로스 / 더그 브레이스웨이트 : 별점 3점

 

저스티스 JUSTICE 1권~3권 (묶음) - 6점
짐 크루거 지음, 알렉스 로스 채색, 더그 브레이스웨이트 데생, 정지욱 옮김/시공사

DC코믹스의 저스티스 리그를 바탕으로 한 슈퍼히어로 코믹스로 기본 설정이 상당히 기발합니다. 악당들, 즉 슈퍼 빌런들이 힘을 모아서 더 좋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오히려 이들의 이상향에는 기존 슈퍼 히어로들이 이질적인 존재가 된다는 내용이거든요. 또한 내용면에서 의외로 약간의 추리적인 요소가 있어서 반갑기도 했는데 예를 들자면 "그린 랜턴"을 죽이지 않고 머나먼 우주로 보내버린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을 들 수 있겠죠.

무엇보다도 알렉스 로스의 그림이 정말 명불허전이라 감탄사를 자아냅니다. 실사를 보는 듯한 치밀하고 완벽한 뎃셍과 컬러링으로 뻔한 슈퍼히어로 만화를 그림 하나만으로도 "그래픽 노블"이라고 부를 수 있는 단계로 승화시켰거든요. 물론 만화면 만화지 "그래픽 노블"이라고 꼭 홍보해야 되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야말로 장면장면, 컷 하나하나가 모두 작품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뛰어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이케가미 료이치 스타일, 즉 그림이 너무 좋아서 만화로서의 가치와 재미가 떨어져 보이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평가가 욕이 아닐 정도로 대단한 그림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그 외에도 그린 애로우나 아톰 같은 비인기 히어로들 등 거의 모든 JLA 세계관의 히어로들이 잠깐씩이나마 모습을 보일 뿐 아니라 제가 기존에 알지 못했던 다양한 슈퍼 빌런들 - 브레이니악, 고릴라 그라드, 가이간타, 블랙만타, 치타 등등등 - 이 등장하기에 풍성한 느낌을 전해주어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물론 초기의 재미난 설정에 비해 지나치게 뻔한 전개, 슈퍼 빌런들이 선한 의도를 가진 것은 당연히 아니기에 음모를 꾸미다가 결국 슈퍼 히어로들에게 계획이 뽀록나서 한판 승부끝에 패배한다는 결말은 조금 아쉬웠지만 그림 하나만으로도 모든게 다 용서할 수 있을 것 같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내용이야 어쨌건 그림만으로 흐뭇하니 알렉스 로스의 다음 작품도 빨리 구해서 읽어봐야겠네요.

하노이의 탑 - 네가미 세이야 / 서혜영 : 별점 1점!

 

하노이의 탑 - 2점
네가미 세이야 지음, 서혜영 옮김/해나무

수학교수로 일하는 나는 'hanoi'라는 제목의 알수없는 메일을 받는다. 내용은 하노이의 탑이 무너졌다는 것과 이 메시지를 다른 두 명의 수학자에게 보내라는 것. 무시했지만 유학생 도이모이 군과의 만남 등을 통해 하노이의 탑이 실존한다는 것을 알게되고, 붕괴한 탑의 재건을 위한 수학적 공식을 풀어내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데...

식탐정 다카노 세이야가 있다면 수학탐정 네가미 세이야가 있다! 이름 하나는 그럴듯한 수학자의 수학 소설입니다. 이름뿐 아니라 제목도 그럴듯 하고 책 소개도 그럴듯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하노이의 탑>

일단 64단짜리 하노이의 탑이 실재로 존재하고, 이것이 붕괴하였는데 재건하기 위해서는 현재 위치를 알아내야 한다는 수학적 탐구는 좋아요. 신선하기도 하고요. 2의 64승 빼기 1의 횟수를 움직여야 이동이 가능한 64단짜리 탑을 몇번 옮겨놓은 상태인지, 현재 원반들의 위치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라니 나름대로 흥미진진하잖아요?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되어갈수록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어요. Q.E.D 같은 내용을 기대했던 저에게도 잘못이 있겠지만 일단 재미 수준을 떠나 소설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완성도가 없었거든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책은 소설이 아니에요. 그냥 하노이의 탑에 대한 수학적 공식과 이론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에 더해서 "초월자가 된 수학자가 세상을 구한다"는 수학자스러운 환상을 유치한 수준으로 살짝 담아낸 개인적 잡문에 불과하니까요.

하노이의 탑 문제에 대한 수학적인 이론을 약간이나마 알게된 것 이외의 소설로서의 가치가 전무하기에 별점은 1점밖에는 못 주겠네요. 그냥 수학 참고서라고 생각하고 읽었더라면 별점이 더 높을 수도 있었겠지만... 제 기대와는 너무나 달랐어요.

솔직히 이 책이 절판 뒤 재간되고 여러번 증쇄되는 이유조차 잘 모르겠는데, "수학"이라는 타이틀 때문이라면 앞으로 경성탐정록도 "수학 추리소설"이라고 타이틀을 변경하는걸 검토해봐야겠습니다. 쩝.

2010/04/05

검은별 - 존스턴 매컬리 / 원은주 : 아쉽지만 별점 2점

 

검은 별 - 4점
존스턴 매컬리 지음, 원은주 옮김/페이퍼하우스

부유한 사교계의 유명인사 버벡은 우연한 기회에 유명 괴도 검은별의 조직에 잠입하는데 성공한 뒤, 검은별을 사로잡고 충실한 하인 머그스와 함께 검은별 조직 소탕 작전에 돌입한다. 그러나 검은별은 탈옥하여 버벡에게 복수를 맹세하고 이후 버벡과 검은별은 서로에게 치명타를 주기 위한 작전을 선보이게 되는데...

어렸을 적 "모여라 꿈동산"에 소개되었던 검은별의 원작 소설입니다. 1916년에 처음 발표되었다는데 읽어보니 과연! 괴도들이 등장하는 범죄물에 많은 영향을 주었음직한 설정들이 가득하더군요. "예고장"은 괴도 뤼뺑 시리즈에도 등장하니 오리지널이라고 보기에는 힘들지만 범행 장소에 검은별 스티커를 붙여놓는다던가, 살인을 절대 저지르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히 독창적이에요.

무엇보다도 "검은별"이라는 괴도이자 비밀범죄조직에 대한 설정은 지금 보아도 탁월합니다. 우두머리와 조직원 모두가 검은 망토와 가면을 착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의상은 단지 폼을 위해서가 아니라 체포되었을때를 대비하여 서로의 얼굴을 모르게 하기 위해서라는 디테일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지만 검은별이 조직원을 포섭하고 관리하고 통제하는 방법도 설득력있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범죄조직 소설류의 시조라 평가해도 충분할 정도의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소설의 전체적인 재미와 완성도는 기대 이하입니다. 이유는 단 한가지, 너무 아동용이기 때문이죠.
일단 사건의 발단부터 신출귀몰하다는 괴도 검은별이 버벡에게 잠입한 첫날 잡힌다는 황당한 시츄에이션으로 시작합니다. 이후 버벡과 검은별의 계속된 대결도 별다른 복선이나 치밀함없이 원사이드하게 흘러가는데 독자가 한치뿐 아니라 두치, 세치앞까지 모조리 예상할 수 있는 전개라 긴장감도 전무하고 서로의 승패도 잔재미없이 원펀치 한방으로 결정되는 단순한 구도라 짜임새있다는 생각보다는 유치하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어요.
또한 번역의 문제일지도 모르겠지만 묘사 역시 깊이가 없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예를 들어 버벡과 검은별의 두번째 대결에서 도청장치의 라인을 쫓아나가는 부분은 유쾌하기도 하고 재치도 있는 장면인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심심한 묘사때문에 효과가 반감되어 안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차라리 "괴인 20면상" 이 더 제 취향인 것 같네요. 뭐 제가 나이가 너무 많이 들은 탓도 있겠습니다만...

덧붙이자면 책의 가치와는 별개로 장르문학을 표방하는 출판사 판타스틱에서 이 작품을 출간하여 마이너 작품들도 번역되어 나올 수 있다는 긍정적 마인드를 추리애호가들에게 심어준 것은 분명 높이 평가할 부분이죠. 앞으로도 판타스틱과 출판사의 건투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