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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30

나주환-이대수 선수 트레이드

어제 일어났는데 깜빡했다가 몇자 적어봅니다.

나주환 선수는 두산 팬이라면 다들 알만한 선수죠. 내야 백업으로 쏠쏠한 활약을 해 왔고 타율과 타점에 비해 의외로 끝내기 안타가 많아서 사랑받았던 선수입니다. 특히 SK전에서 포수를 보던 황당 사건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었죠. 하지만 그간 본인에게 찾아왔던 몇차례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이번에 "수비형" 유격수와 맞트레이드가 되어서 조금 안타깝기도 합니다. 사실 작년 김동주 선수의 공백을 3루수로서 잘 메워주었다면 오래도록 베어스 선수로 남을 수 있었을텐데 그 기회를 확실히 본인이 잡진 못했었죠.

하여간 나주환 선수도 새 팀에서 열심히 해서 이번엔 주전을 차지하기를 바랍니다. 이대수 선수도 환영하고요. 올 시즌 두산의 부진이 단지 손시헌 선수의 공백으로는 보이지 않기에 큰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야 수비의 핵으로서 활약해 주었으면 하네요.

아울러, 곰들의 대화를 들어가 보니 이 트레이드때문에 감독 사퇴 운동 어쩌구까지 하는데 솔직히 황당합니다. 나주환 선수가 이렇게나 팬이 많았는지도 처음 알았네요. 어쨌건 저는 나주환 선수에게는 그동안 기회는 충분히 줄만큼 줬다고 생각하며, 또한 프로 스포츠의 세계에서 감독 재량하의 트레이드는 당연하다고 봅니다. 사실 정과 의리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정서상 트레이드가 활발하지 않은 것이 불만이거든요. 김경문 감독의 트레이드도 그동안 우리 팀에서 제대로 기회를 받지 못했거나 아니면 FA 나 연봉협상 등으로 문제가 생긴 경우 다른 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 트레이드가 많았기 때문에 충분히 납득하고 있고요. 물론 심정수 트레이드 같은 X같은 경우나 작년의 강동우-김창희 & 강봉규 트레이드, 조현근 - 김덕윤 트레이드 같은 손해보는 장사도 있었지만 최준석 선수와 김진수 선수를 얻은 트레이드도 있으니까요. 이런 것도 프로 스포츠를 즐기는 재미가 아닐까 싶고요.

앞으로의 결과는 두고 봐야 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트레이드는 충분히 두산이 할만한, 그리고 충분히 이익을 본 트레이드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 조금만 지나면 알 수 있겠죠.^^

2007/04/28

망량의 상자 (상/하) - 교고쿠 나츠히코 / 김소연 : 별점 2.5점

망량의 상자 - 상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손안의책(사철나무)

은퇴한 유명 여배우 미나미 기누코의 동생이자, 재계의 거물 시바타 가문과 연관이 있는 소녀 유즈키 가나코가 열차에 치이고 그 뒤에 유괴장까지 날아오자 경찰은 대대적인 보호에 나섰다. 
한편 도쿄 일대에 여성의 토막난 팔다리가 발견되는 엽기 사건이 뒤이어 발생하고, 우연찮게 세기구치와 추젠지, 에노키즈, 기바 등의 인물들이 사건에 얽히게 되었다. 결국 추젠지의 추리에 의해 점차 복잡한 사건들의 진상이 밝혀지는데...

"쿄고쿠도" 시리즈 두번째 작품. 전작 "우부메의 여름"에 대한 개인적 평가가 그냥 저냥이라 더욱 평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옥수수밭 님이 책을 제공해 주셔서 늦게나마 읽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옥수수밭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확실히 전작보다는 낫더군요. 전작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유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전개 방식, 지루할 정도로 길게 늘여썼다라는 느낌, 그리고 추리적으로 반칙이라 생각되는 황당한 트릭 때문이었는데 이 책은 전작보다는 덜 혼란스러운, 이해하기 쉽더군요. 추리적인 부분도 그런대로 잘 갖추어진 편이었고요.
소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트릭은 영화 <박싱 헬레나>를 연상시키지만, 훨씬 스케일이 크고 상상력 또한 기발해서 이색적인 재미를 전해 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의 에필로그 부분의 여운도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말이죠.

하지만 추리소설로 보기 힘들 정도로 트릭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은 단점임에는 분명합니다. 전작에서처럼 작중에서 추젠지의 입을 빌어 사건의 동기가 설명되는데 여기서 작가의 생각이 지나칠 정도로 반영된다는 것도 단점이에요. 덕분에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인 가나코 살해 미수 사건에 대한 동기가 애매하게 처리되기 때문입니다. 좀 더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지 않았나 싶네요. 작가의 현학적 욕심이 과해 불필요하고 장황한 묘사가 많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재미 하나만큼은 확실하나 너무나 길 뿐더러 정통 추리소설이라 보기에는 힘들어서 추리소설 애호가 분들께 선뜻 추천하기는 좀 어렵네요. 신감각의 이색적인 변격물을 읽고 싶으신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덧붙이자면,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 쿄고쿠 나츠히코의 작법이랄까..... 그런 것을 어느정도 엿볼 수 있었던 것이 제일 만족스러운 점이였어요. 소설의 뼈대를 완성한 뒤 부가적인 요소들을 덧붙여 나가는 방식으로 짐작되는데 예를 들자면, 이 책의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추리적 트릭, 즉 "상자"와 "토막살인 시체" 라는 아이디어를 작가의 또 다른 전문 분야인 요괴에 관련된 지식과 합쳐 "망량"이라는 존재에 대한 장황한 설명과 해석을 덧붙여 나가는 식입니다. 작중 소설가 구보 슌코의 작품 인용이라던가 여러 편지들의 인용들이 대표적인 예일테고요.
"망량" 이라는 존재와 영능력 등에 대한 설명은 현학적 재미요소일 뿐 소설의 기본적 전개나 추리적 부분과는 별반 상관없는 부분이기도 하고, 처음 읽을 때에는 혼란을 일으키나 끝까지 한번 읽고 난 뒤에 다시 되새겨 보면 상황마다 참 알맞게 들어가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 방법이 참으로 교묘하지만 아주 효과적이었다 생각됩니다. 다음에 혹 제가 창작할 일이 있다면 한번 따라해보고 싶네요.

2007/04/26

이대호 대 김동주. 개봉박두!

노히트의 위기에서 팀을 그나마 건져올린 얼마전의 경기 등 팀 안타의 거의 절반 가까이를 쳐주는 공동 7위 두산의 외로운 4번타자 김동주.

4위 롯데의 외롭지만 박현승, 호세와 강민호 선수 덕분에 그래도 상황이 조금 괜찮은 4번타자 이대호.

체격도 비슷하지만 공격력 역시 시즌 초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2명의 타자들입니다. 물론 타격 1위인 이대호 선수가 타율과 홈런 갯수는 타격 4위인 김동주 선수보다 더 많지만 시즌 초임을 감안한다면 꽤 비슷하다 생각됩니다. 특히 타점은 아무래도 이승화-박현승 선수가 앞에 버티고 있는 이대호 선수가 이종욱 선수가 부진에 빠진 김동주 선수보다 유리한 것이 당연하니까요.

하여간 FA약빨을 제대로 받고 있는, 아마도 전성기 최후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되는 김동주와 신세대 거포로서 완전히 자리잡은 (솔직히 김태균 선수 이젠 너무 차이가 벌어졌어요...) 역시나 최전성기의 이대호 선수의 대결! 거포 대 거포가 맞부닥치는 흔치않은 진검승부! 과거 우즈 대 이승엽, 심정수 대 이승엽 시절의 긴장감을 능가하는 어마어마한 경기가 될 것 같아 무척이나 가슴이 설렙니다.

시간만 된다면 내일 잠실로 달려가고 싶지만... 못 갈것 같고 중계로나마 열심히 응원하렵니다. 두선수 모두 홧팅!

하지만 두산이 이기길.....^^;;

2007/04/19

바텐더 - 조 아라키 원작 / 나가토모 켄지 그림

 

바텐더 Bartender 1
조 아라키 지음, 나가토모 겐지 그림/학산문화사(만화)

최근 "신의 물방울" 때문에 와인이 붐인데 이 만화도 술 만화입니다. 하지만 와인이 아닌 "칵테일"과 칵테일을 만드는 "바텐더"의 이야기를 다룬 만화죠. 솔직히 "신의 물방울"은 왠지 와 닿지도 않는 고상한 척을 있는대로 하는 편이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과장도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이 만화는 주인공이 전설적인 바텐더 비스무레한 친구이긴 하지만 우리 주변에 있을 수 있는 일상적이고 따뜻한 감성을 잘 드러내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더군요.

또한 여기서 "칵테일 한잔"은 사랑을 이루어주고 계약을 이루어주고 하는 마법을 부리지 않습니다. 마시는 사람들의 호들갑도 적당한 수준이고요. 그냥 인생사에서 조미료 정도로 쓰일 수 있는 바에서의 칵테일 한잔 수준의 이야기들로 꾸며져 있을 뿐입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 담담할 수도 있는데 저는 이런 잔잔한 이야기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네요.

그리고 주인공 사사쿠라 류라는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배경도 나름 화려하고 과거도 뭔가 있는 듯 하지만 어쨌건 현재까지의 그는 실력은 뛰어나지만 감정에 좀 흔들리기도 하고 부족한 모습도 보여주는 인간적인 캐릭터로 보이거든요. 다른 요리, 혹은 전문가 만화에서 봄직한 인간 기계같은 인물이 아닌 캐릭터인데 예를 들자면 "대사각하의 요리사"의 코우 같은 캐릭터라 할 수 있겠네요. 전문가적인 지식과 기술을 보여주는 부분에서야 확실한 실력을 보여주지만 여러가지 스토리 전개 부분에서 나름대로 허술하고 유쾌한 면을 보여주는 것이 좋았습니다.

물론 "미스터 퍼펙트"라는 최고 수준의 바텐더가 등장하고 여성 캐릭터가 호텔 사장의 금지옥엽 손녀딸이라는 등의 작위적인 설정이 있긴 하지만 뭐 이정도는 만화적 재미를 위해서 충분히 이해할 만한 수준이라 생각됩니다.

어쨌건 재미도 있지만 저도 칵테일에 한번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칵테일에 대한 정보도 풍부하고 자세한 편입니다. 다음번에 독립하게 된다면 집안에 작은 홈 바라도.....^^

고스트라이더 - 마크 스티븐 존슨

 


쟈니 블레이드 (니콜라스 케이지)는 아버지와 같이 오토바이 스턴트를 연기하는 청년.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가 암에 걸린 것을 알게 되어 고민하던 중 나타난 악마가 영혼을 팔면 아버지 병을 낫게 해준다고 제안한다. 얼떨결에 계약을 수락한 쟈니는 다음날 아버지가 완쾌된 것을 알게 되지만 곧바로 아버지는 사고로 사망하며, 쟈니는 악마의 뜻에 따라 사랑도 버리고 다른 곳으로 떠나 오토바이 스턴트맨으로 성공하게 되고 옛 사랑도 다시 만난다. 그러나 악마와의 계약 때문에 곧바로 악마에 대항하는 악을 처단하기 위한 "고스트 라이더"로서의 삶을 자각하게 되는데...


마블 코믹스 원작의 또다른 영화 "고스트 라이더" 입니다. 원작 만화는 단 한번도 본적이 없지만 캐릭터가 무척 특이하다는 생각은 이전부터 해 오고 있었죠. "불타는 해골" 이 슈퍼 히어로라니... 무척 재미난 발상으로 보였거든요. 어쨌건 만화원작 영화의 광팬으로, 일종의 의무감마저 가지고 보게된 영화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저는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다른 코믹스 히어로물과는 다르게 이 작품은 "나는 만화다!" 라는 것을 아예 노골적으로 시원시원하게 드러내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거든요. 어차피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 라는 기본 설정 자체가 논리를 3만광년은 벗어난 것이니 그렇겠지만요. 하여간 덕분에 고스트라이더의 묘사는 오버와 상상력의 범위가 기대 이상! 완전 간지폭풍! 오토바이! 의상! 소품! 다 멋져!

배우들 역시 그런대로 괜찮더군요. 솔직히 니콜라스 케이지를 싫어하기 때문에 좀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나름 좋았습니다. 케이지가 비싼 배우인 탓인지 해골대가리보다 케이지 맨 얼굴로 등장하는 장면이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단지 청년시대 배우와 너무 얼굴이 다른 점은 고쳤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렸을때 너무 훈남이길래 전 처음에는 전혀 다른 캐릭터일 것이라고 착각했습니다.^^

1시간 40여분의 짧은 상영시간안에 고스트라이더의 탄생배경, 쟈니와 록산의 사랑 이야기, 악과의 싸움 등등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좀 무리였었는지 결정적인 악당과의 싸움 장면이 좀 김이 빠질 정도로 시시하다는 단점은 있고 앞서 말했듯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이 눈에 뜨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잘 구현한 영상작품으로 보기에 무리가 없을 것 같네요. 불타는 해골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에서 "작품성"이나 "예술성"이 솔직히 왜 필요하겠습니까? 재미만 있으면 됐지.

앞서 말했듯 "만화" 라 생각하고 즐긴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1시간 40여분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단, 취향이 이쪽이 아니시라면 예고편이 전부입니다...

2007/04/17

무죄추정 - 스코트 터로우 / 최승자 : 별점 4점

무죄추정 1 스콧 터로 지음, 한정아 옮김/황금가지

킨들군의 검사장 레이몬드의 수석 부관이자 심복인 러스티는 검사장 선거의 혼란한 와중에서 살해당한 동료 검사이자 불륜 상대였던 캐롤린 살해사건의 지휘를 맡는다. 그러나 선거에서 레이몬드가 패한 뒤, 러스티의 옛 동료 니코는 자신의 심복 토미 몰토의 조사에 의해 캐롤린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어 기소되고 레이몬드는 유능한 변호사 스턴에게 의뢰하여 법정에서의 싸움을 벌여나간다. 재판이 진행될 수록 사건의 배후에 숨겨져 있는 B서류의 정체와 진범이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은 점점 커져나가는데...

이번에 개인 사정으로 부산에 잠깐 갔다가 들른 보수동 헌책방 골목에서 구입한 책입니다. "이 미스테리가 굉장해"의 과거 18년간의 베스트 10에도 뽑힌 작품이라 궁금했었는데 찾아내고 반가운 마음에 서슴없이 구입하게 되었네요. 재출간되긴 하지만 제가 구입한 것은 예전의 절판본입니다.

검찰이 주인공 러스티를 기소하여 법정에서 승부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원래 살인사건의 진범이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과 사건 내내 강조되는 "B서류"의 정체라는 두가지의 수수께끼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서술되는 복잡한 구성을 지니고 있는 작품으로 법정 싸움 장면이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고 해결 과정 역시 타당할 뿐 아니라 살인사건의 범인과 B서류의 의미 역시 사건이나 중요 복선과 연관되어 명쾌하게 처리되고 있어서 추리적으로 무척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살인사건의 진범이 누구냐에 대한 것은 마지막까지 독자를 속이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어서 더욱 마음에 들더군요.

처음 봤을때는 여러모로 제가 싫어하는 부분들이 많이 있어 보이는 책이었지만 읽어보니 역시나 명불허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짜여진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 평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사건이 엽기 강간사건으로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어라? 이거 흥행을 너무 의식한 의도적 설정 아닌가? 라는 의심이 들기도 했는데 결국 충분히 이해 가능한 범행 방식으로 밝혀지는 결말에서 어느새 작가의 의도적인 속임수에 걸려든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어 참 놀라왔습니다. 

또 작가 프로필을 보니 역시나 존 그리샴이나 얼 스탠리 가드너 같이 법조인, 특히 이 책의 주인공인 러스티와 같이 검사 출신이던데 그래서인지 책의 중요한 설정 중 하나인 검사장 선거와 검사들간의 세력 다툼, 판사와의 관계 등 재미난 요소들이 참으로 실감나게 묘사되는 것도 큰 장점이라 생각됩니다. 검사 출신답게 다른 법조인 작가인 존 그리샴, 얼 스탠리 가드너의 소설들은 대부분 변호사가 주인공이었었는데 검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것이 특이했고요.

지나칠 정도로 길다라는 것은 좀 부담되는 요소였고 재판이 시작되기 전 부분인 초반부는 좀 지루하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나 감수할만한 수준이었어요. 이 책이 작가의 "킨들카운티(군)" 시리즈의 한권이라고 하는데 다른 책도 궁금해지는군요. 별점은 4점입니다.

덧붙이자면, 번역은 좀 불만스럽네요. 워낙 길고 복잡한 내용이라 번역이 쉽진 않았겠지만 도저히 몰입하기가 힘들정도로 문맥이 엉망이었습니다. 이번에 재 출간된 책은 어떨지 궁금해지는데, 번역이 괜찮다면 새 판본으로 다시 읽어보고 싶습니다.

2007/04/14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 가이도 다케루 / 권일영 : 별점 2.5점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예담

도조대학 의학부 부속병원의 부정수소외래 담당 강사 다구치는 원장 다카시나의 호출을 받는다. 다카시나 원장의 요구는 세간의 화재를 모으고 있는 기적의 바티스타 수술팀에서 연이어 발생한 사망사건에 대해 조사해 달라는 것. 요구를 수락한 다구치는 바티스타 수술팀원들의 면담과 수술 참관을 통해 무엇인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지만 더이상의 진전을 이루지 못한채 후생노동성의 괴짜 시라토리와 컴비를 이루어 사건의 진상에 접근하게 된다.


이 미스테리가 굉장해! 의 추리소설 공모전에서 대상으로 입상한 작품. 경쾌함과 유머, 그리고 병원과 "바티스타" 수술이라는 전문적 지식까지 잘 전달하는 재미있는 소설이더군요.

하지만 추리소설로 보기에는 무리가 많습니다. 이유로는 병원을 무대로 한 대부분의 작품들과 비슷하게 수술 중 발생하는 사고를 위장한 살인 사건이기에 굉장히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사건이었고, 때문에 공정한 정보를 독자에게 제대로 전해주기가 어려운 탓이 큽니다. 

물론 과학적, 의학적으로 검증 가능한 단서를 어떻게든 숨기고 결말까지 끌어가야 추리소설로 완성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긴 하며,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바티스타팀의 리더인 천재 기류에게 문제가 있다는 함정을 하나 만들어 놓은 설정은 마음에 들긴 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앞부분에서 범행을 저지를 수 없다는 것을 강력하게 피력하다가 뒷부분 진상 설명 부분에서 "검출되지 않았다"라는 말로 빠져나가는 것은 솔직히 독자에 대한 기만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더군요. 이건 정공법이 아니라 너무나 변칙적인 반칙일 뿐이었거든요. 어차피 앞서 말한 기류의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는 부분때문에 재미 측면에서는 성공적이었지만 용의자를 대폭 줄임으로서 결국 범인을 한정시킬 수 밖에 없는 치명적인 문제를 드러냈고, 이 문제때문에 작가도 이러한 변칙적인 전개를 사용하였으리나 짐작은 되나 솔직히 너무 안일한 전개였어요. 또한 범행 자체도 절대 완전범죄로는 성립될 수 없는, 어차피 예정된 사법 해부를 통한다면 분명 밝혀질 일이었다고 생각되어 무척 실망스러웠고요.

다구치 - 시라토리 컴비는 흡사 슬램덩크의 안경선배와 고릴라 컴비와 같은 재미난 컴비 캐릭터였고 이른바 "논리"라는 측면, 그리고 시라토리의 액티브 페이즈 - 패시브 페이즈 이론 역시 신선했으며, "하얀거탑" 같이 병원내의 세력다툼 같은 것을 보여주는 잔재미도 잘 살아 있어서 전체적인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나무랄데 없지만 기대했던 추리소설로의 만족도에는 많이 미치지 못하네요. 의학 드라마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제게는 조금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PS : 일본 원서보다 번역본이 장정, 일러스트 모두 훨씬 뛰어난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뜻밖의 수확이랄까요?

2007/04/13

일본 추리소설선 잃어버린 과거 - 다락원 출판부 : 별점 2.5점

 

잃어버린 과거
고목삼광 외/다락원

왼쪽은 원문, 오른쪽은 번역 + 주요 단어 및 문구가 수록되어 있는 일한 대역 문고 시리즈. 총 3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시리즈의 특징은 수록 작품들이 우수하다는 것, 그리고 일본어 학습이라는 취지에도 충실하다는 것입니다. 수록된 예제와 표현들이 괜찮아서 실제 독해에 도움을 주거든요. 가격도 싸고 두께도 얇아 휴대하기 편하다는 것도 마음에 들고요. 저도 한 4권 정도 구입했는데 전체적으로 괜찮았어요.
이 책만의 별점은 2.5점입니다만 공부와 재미를 다 노리는 분이시라면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수록작을 상세히 소개하자면
취미를 가진 여자 - 아토다 다카시 :
한 기묘한 노처녀의 취미는 상가에 조문하러 가는 것으로 그녀를 조의금 도난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하여 수사에 나선 경찰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는 단편. 작가 특유의 기묘한 맛과 서늘함이 잘 살아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다른 이런저런 앤솔러지에 수록되어 신선함은 많이 떨어지는것이 아쉽군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잃어버린 과거 - 다카키 아키미쓰 :
사립탐정 오마에다 에사쿠는 자주 찾는 바의 한 여급이 기억상실증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과거를 찾아주려하나 그녀의 과거와 연관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인물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는 이야기.
국내에게 거의 접하기 힘든 다카키 아키미쓰의 단편이라는 것은 의미있으나 그다지 완성도 높은 작품은 아니었어요. 기억상실증을 기반으로 한 설정 자체가 진부하기도 했지만 사건의 진상이 너무 시시했거든요. 첫번째 사건에서의 트릭을 조금 더 정교하게 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죠. 별점은 2점입니다.

아내여, 편안히 - 기쿠무라 이타루 :
나는 애정도 없는 결혼 생활에 지루함을 느끼던 중 우연히 만난 간호사 노부코와 불륜에 빠진다. 노부코는 아내 미쓰에를 살해할 것을 결심하고 나는 그것을 방조하지만 의외로 미쓰에가 아닌 노부코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줄거리만 보면 뻔한 불륜-치정 통속 추리물인데 의외로 재미 있었습니다. 황당한 사건의 진상과 결말에서의 반전이 블랙코미디같은 느낌도 줄 뿐더러 전개가 경쾌해서 읽는 맛이 있었거든요. 이 작가의 장편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07/04/11

4.11 두산 대 한화 짧은 시청기

에.. 홈 개막전이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해 졌습니다.

몇가지 적어보자면

좋았던 점 :
1. 신인투수 임태훈의 구위.
2. 김명제의 구위.
3. 테이블세터의 안정된 타격과 출루와 그것을 점수로 만드는 중심타선의 타격감. (특히 오늘 홍성흔 선수와 최준석 선수 굿!)

나빴던 점 :
1. 오늘 새롭게 들고나온 달감독의 타선에서 3번 김현수와 7번 정원석은 완전 구멍... 앞으로 제발 성장해 주길...
2. 리오스-홍성흔 배터리의 승부가 별로 안 좋았음. 특히 두번째 이영우 선수 타석은 너무 안일하지 않았나요?
3. 무엇보다도 김동주 선수의 나빴던 타격감. 특히 마지막 타석에서의 타격은 정말 아쉬움!

이로서 1승 3패. 최 하위권으로 떨어졌군요. 길고긴 레이스에서 한번 졌을 뿐이지만 1회부터 분위기가 좋아서 이기지 않을까 싶었는데 솔직히 많이 아쉽네요. 어차피 아직은 의미없는 순위긴 하지만 내일부터의 건투를 기대해 봅니다.

주밍 (Juming)

주밍. 대만의 세계적인 조각가. 어제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방영한 다큐를 보고 꽂혔습니다.
동양적인 선과 단순함을 조각으로 구현한 천재!

위의 작품은 초기 연작인 "태극권 (taichi)" 시리즈인데 부드러움과 강함, 그리고 단순함이 잘 어우러진 너무 마음에 드는 작품입니다. 중국의 천재 피규어 아티스트 마이클 라우 등의 감각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를 잘 보여준다는 생각도 드네요.

작품을 떠나서 하여간 다큐는 강추입니다. 한 천재의 집념과 노력을 잘 그리고 있기도 하지만, 작품 역시 초기작에서 최근 작품까지 다양하게 소개는 물론이고, 창작의 근원이 된 소재와 경험들도 자세하게 그리고 있어서 볼거리가 아주 풍성하더군요.

조각의 특성상 화면으로만 보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는데 나중에, 언젠가는 꼭 소품이라도 하나 소장하겠다는 결심을 한번 해 봅니다. 언젠가는...^^

2007/04/10

롯데 대 LG 시청 경기 요약

 딱 한줄 요약하자면 "롯데의 자멸"


좋았던 분위기를 연이은 실책으로 다 망쳐버렸습니다. 간만에 사직구장의 만원관중은 참 보기 좋았는데....

그래도 최향남 선수의 피칭은 보기 좋았고 이대호의 홈런 역시 시원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에러에도 불구하고 잘 던져준 최향남 선수에게는 특히 아낌없는 박수 보냅니다. 최대성 선수도 많이 좋아졌더군요.

내일은 민한신 선발이니 지지 마시길. 내일도 에러하면 아마 폭동날 듯.

세계추리명작단편선 - 하서출판사 : 별점 4점

하서출판사에서 70년대에 간행된 세계 추리 명작 전집 중 한권으로 여러 단편들을 모아놓은 단편집입니다. 추리소설 초창기 작품들의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으로 재미와 수준이 아주 뛰어난 작품들로 엄선되어 있어 무척이나 만족스러웠어요. 지금은 좀 구하기 힘들어진 작가들의 비중이 높은 것 역시 마음에 든 점이었고요.

다른 곳에서도 많이 소개된 초유명 작품들 몇편도 실려있는 것은 약간 아쉽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걸작들이니 납득할만 합니다. 오래된 낡은 책이기에 수반되는 편집, 장정, 번역 문제를 제외하고 수록작품들의 퀄리티만 따진다면 별점 5점은 충분하겠죠. 어쨌건 아주 만족스러운 독서였어요.

개인적인 베스트를 꼽자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우나 순수한 희소성 측면에서 최고 작품은 로버트 바의 "건망증 있는 사람들"과 윌키 콜린즈의 "사람이 오만하면", 그리고 로드 던세이니의 "두병의 소오스"를 꼽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희귀 고전 걸작을 새로 간행하면 어떨까 싶어서 저만의 리스트를 한번 만들어 보았습니다. 혹 출판사 관계자가 보신다면 한번 고려해 보셨으면 합니다. FTA 체결로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사후 50년 이상이면 저작권이 풀리는 당장의 국내 현실에 맞춰본 것이죠. 이 단편집 위주이긴 하지만 몇몇 작품은 다른 작품에서 뽑아와도 좋을 것 같아요. 물론 번역은 다시 해야겠지만요.

-추리소설의 여명기 걸작선-
토마스 버크 (1886~1945) "오터모울씨의 손"
로버트 바 (1850~1912) "건망증 있는 사람들"
윌키 콜린즈 (1824~1889) "사람이 오만하면"

-기묘한 맛, 추리소설의 색다른 재미-
로드 던세이니 (1878~1956) "두병의 소스"
도로시 L 세이어스 (1893~1957) "의혹"

-셜록홈즈의 라이벌들-
스미스 어네스트 브래머 (1869~1942) "연립주택의 참극" (장님탐정 맥스 캐러더스) 또는 그외 (브룩밴드 장의 비극)
멜빈 데이비드 포스트 (1871~1930) "둠도프 사건" "나보테의 포도원" (서부개척시대 탐정 엉클 애브너) 또는 그외
로널드 A. 녹스(1888~1957) "밀실의 수행자" (비밀탐정 마일즈 브랜든)
체스터튼 (1874~1936) "날개달린 단검" (브라운 신부 시리즈) 또는 그외
오르치 백작부인 (1865~1945) 더블린 사건 (구석의 노인 시리즈) 또는 그외
잭 푸트렐 (1875~1912) "정보누설" (사고기계 반 두젠 시리즈) 또는 그외 (13호 독방의 문제)
아더 모리슨 (1863~1945) "렌턴관 도난 사건" (사립탐정 마틴 휴이트 시리즈)

크리스티 여사의 "야앵장"
한 여성의 의혹과 생존을 위한 속임수를 다룬 소품. 심리묘사가 정말로 흥미진진한 걸작입니다.
 
토마스 버크 "오터모울씨의 손"
추리소설 초창기 최고 걸작 중 하나. 이유는 아주 획기적인 트릭이 등장하기 때문이에요. 이후 여러 후대 작품들에 인용된 걸작 트릭이죠.

로버트 바아 "건망증 있는 사람들"
유머 미스테리. 은화 위조단 추적으로 비롯된 사건이 기발한 사기 사건으로 연결되는 구조도 신선하고 트릭과 전개 역시 유쾌하고 재미난 작품이었습니다.

스미스 어네스트 브래너 "브룩밴드 장의 비극"
장님탐정 맥스 캐러더스 시리즈. 시리즈 최고 작품 중 하나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과학적이고도 신선한 트릭이 등장한다는데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단, 맥스 캐러더스가 장님일 이유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설정상 감점요소가 좀 있고 결말이 좀 개운하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하여간 이 작가는 전개능력이 없는 것 같아요.

로드 던세이니 "두병의 소오스"
로얄드 달이나 스텐리 엘린류의 "기묘한 맛" 류의 작품. 지금 읽어도 굉장히 충격적이고 기발한 결말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화자를 통해 전개하는 작품의 스토리텔링이 무척이나 빼어난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멜빈 데이비슨 포스트 "둠도프 사건"
서부개척 탐정 엉클 애브너 시리즈입니다. 이 작품은 동서 문고 시리즈로도 접할 수 있죠. 하나님 어쩌구 하는 내용으로 가득찬 전개는 짜증나지만 기발한 트릭만큼은 일품이었습니다.

G.K 체스터튼 "기묘한 발소리"
브라운 신부 시리즈. 지금은 정식 간행되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시리즈 최고작이라 말하기는 좀 어렵지만 좋은 작품이죠.

로널드 K 녹스 "밀실의 신비주의자"
밀실 트릭의 새로운 지평을 열은 단편. "김전일" 시리즈 중 한편인 <이진간촌 살인사건>의 서브트릭으로 사용될 정도로 추리 소설계에 유명한 트릭이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작품이죠. 지금 읽는다면 트릭이 좀 뻔해보이기도 합니다만...

휴 월폴 "은가면"
착한 부인이 자신의 선행에 의해 파멸해 나가는 과정을 잔인할 정도로 냉정하게 그린 독특한 작품. 이색적이고 좀 서늘한 유머가 있는 작품입니다.

윌키 콜린즈 "사람이 오만하면"
전체가 서간문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진행에 추리소설로 나무랄데 없는 전개를 가진 걸작입니다. 유머러스한 문체까지 곁들여진 초기 영국 추리 문학계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죠.

E.B 오르치 "더블린 사건"
구석의 노인 시리즈. 역시 동서문고로 간행되어 지금은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최고 걸작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부족하지만 발상의 역전이 기발한 작품으로 당대의 명탐정의 반열에 오른 구석의 노인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충분합니다.

A.모리슨 "렌턴관 도난사건"
탐정 마틴 휴이트 시리즈. 역시나 추리소설 역사에 남을만한 멋진 트릭이 등장합니다. 또한 이 트릭을 풀어내기 위한 단서도 굉장히 합리적이라 단편 추리소설의 교과서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죠. 덧붙이자면 아주 오래전 <세계의 명탐정 50인>에 등장했던 바로 그 트릭입니다. 전개가 조금 밋밋한 것이 약간 아쉽네요.

도로시 L 세이어즈 "의혹"
굉장히 유명한 작품이니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한마디로 걸작.

2007/04/09

영원한 것은 없다 - 시드니 셀던 / 오호근

 

영원한 것은 없다
시드니 셀던 지음/영림카디널
엠바카데로 시립병원에 부임하게된 3명의 여성 레지던트 페이지, 하니, 케트는 곧바로 룸메이트가 되어 친분을 쌓으며 근무하게 된다. 병원내에 만연한 성차별과 성희롱을 참고 견디며 근무하던 와중에 케트는 약혼자에게서 살해당하고, 페이지는 한 환자의 죽음과 그에게서 유산을 받게 된 사건과 연관되어 1급살인죄로 기소되어 법정에 서게 된다.

고(故) 시드니 셀던의 작품입니다. 한마디로 펄프픽션의 왕도를 보여주는 작품이네요. 발표 당시 유명했던 에릭 시걸의 닥터스와 유사한 부분이 있지만 보다 대중적인 소재와 전개로 재미를 돋구는 탁월한 솜씨를 이 작품에서도 여실히 보여줍니다. 예를 들자면 3명의 여성 의사들의 과거와 사랑 이야기는 부수적인 요소일 뿐이지만 대중 소설의 천재답게 성적인 묘사와 심리묘사를 잘 섞어가며 나름 흥미롭게 전개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추리 애호가로서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작품의 한 부분인 닥터 케트 헌터의 살인 사건 부분이었습니다. 사건의 동기는 너무 뻔해서 유치할 정도였지만 나름 완전 범죄를 꾸미기 위한 범인의 노력과 그것을 밝혀내는 과정이 꽤 짜임새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그외에는 유치하기도 하고 너무 사건들이 판에 박힌 듯 뻔해서, 특히나 페이지의 법정 씬이 심할 정도로 전형적이라 전체적으로 보아 높은 점수를 주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 흥미 본위의 독서라면, 시간 떼우기 용이라면 무지하게 적합한 책이 아니었나 싶네요. 완벽할 정도의 해피엔딩도 마음에 들고 말이죠.

고 시드니 셀던의 평안을 기원하며... 하지만 앞으로 다시 이분 책을 읽을 일은 없겠죠.

2007/04/08

내가 추리잡지를 만든다면?

오늘 쟝르문학 잡지를 기획하시는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분과 추리 잡지의 성격과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야기한 내용을 몇가지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국내 미출간 해외 추리 작품의 적극적 소개 :
제일 중요한 것이고 당연한 것이겠지만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명작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최근 베스트셀러가 아닌 고전 명작 중에서 선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고요. 또 아무래도 잡지 특성 상 매월 한편이 완결되는 단편 위주의 선정이 좋겠죠. "셜록 홈즈의 라이벌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외국 서적이 있는데 이 책을 번역하여 한편씩 실어줌으로써 과거 황금기의 명탐정을 새롭게 조명하는 자리가 되면 어떨까요? 물론 이렇게 하면 너무 작품들이 낡아 보일테니 EQMM등을 통한 최신 작품들과의 연계도 충실히 고려해야 겠지만요. 또 제가 좋아하는 일본 단편들은 물론 세계 각지의 작품들을 찾아서 조명하는 그런 자리가 되면 좋겠네요. 개인적으로는 중국의 추리문학이 무척 궁금하기도 하니까요.

2. 국내 출간 작품 중 절판된 작품의 소개 :
국내에도 출간되었는데 아쉽게 절판되고 사라져서 지금은 구하기 힘든 작품들이 많죠. 이러한 작품들을 다시 연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자면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도끼" 라던가 벨린져의 "이와 손톱", 사노 요의 "완전범죄연구", 다카키 아키미쓰의 "파계재판" 등등 이겠죠.

3. 만화 :
만화는 국내 만화가중에 가장 독특한 센스와 쟝르물에 대한 애정을 가진 김진태씨가 꼭 연재해 주었으면 합니다. 원작이 있는 추리물도 좋고 오리지널 스토리도 좋으니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 주시길^^

4. 애호가 대담 및 간담회 / 설문 조사 :
파우스트 이번호에 실렸던 것 같은 추리 애호가들의 간담회나 대담같은 부분도 들어가면 좋겠더군요. 아울러 애호가들 대상으로 "꼭 번역되었으면 하는 작품" 설문 조사를 통해 새로운 작품을 조명해 보는 것도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5. 계절별 이슈 특집 :
월간지라면 발매되는 계절이나 달마다 뭔가 특별한 이슈가 있을 터인데, 그러한 이슈를 주제로 한 작품을 집중 선정하는 것도 재미난 기획이 되겠죠. 예를 들자면 이번주에 프로야구가 개막되었는데 이러한 것을 토대로 "스트라이크 살인" 같은 작품을 조명한다던가 하는 식이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6. 국내 작품의 발굴 :
만약 추리잡지가 창간된다면 척박한 국내 추리 문학계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국내 작가와 작품을 발굴해 나가야 함은 당연하겠죠. 시장의 확대와 컨텐츠 수급 측면에서라도 말이죠. 당장의 성과는 없더라도 긴 안목에서 수행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7. 추리 영화 및 게임 등 다른 컨텐츠의 발굴 및 소개 :
게임만 해도 제가 아주 재미있게 즐겼던 "역전재판"을 비롯해서 너무나도 많은 추리 게임이 있죠. 이러한 게임의 소개 등 다른 쟝르에서도 광범위하게 이용되는 추리라는 컨텐츠를 소개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8. 인터뷰 :
추리 작가와의 대담 및 인터뷰도 빼놓을 수 없겠죠. 창작관이나 작품 세계에 대한 조명 등 여러가지 정보를 얻고 많이 배울 수 있는 유익한 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뭐 다른 다양한 아이디어도 많이 있겠지만 기본은 이 정도로 하고 세부 기획을 붙여나가는 식으로 하면 참 좋을 것 같네요. EQMM같은 유명 잡지를 참고하며 풍성하고 다양한 기획이 보강된다면 아주아주 멋진 잡지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누가 저에게 편집권을 주고 잡지 하나 맡겨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

2007/04/06

소니침몰 - 미야자키 타쿠마 / 김경철

 

소니 침몰
미야자키 타쿠마 지음, 김경철 옮김/북쇼컴퍼니(B&S)

이 책은 소니의 VAIO 연구개발부에서 7년여 근무했던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현재의 소니가 처한 어려움과 그 원인을 되짚어 보는 책입니다.

실패의 원인은 다양한 사례를 들어 많이 지적하고 있지만,
1. 컴퍼니 제도로의 조직 개편 및 불합리한 성과주의
2. 리더 (이데이 회장)의 잘못된 판단

으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고 이로 인해 소니가 소니로서 존재할 수 있었던 창의성을 잃어버리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유능한 인물들이 회사를 떠나게 되어 회사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퀄리티가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고 그것이 현재 소니의 위기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겠죠.

이러한 내용을 실제 개발자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좀 지나칠 정도로 까대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털어놓고 있어서 참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이러한 경험을 많이 겪어본지라 남의 일 같지도 않아서 더욱 재미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특히 "리더"의 역할을 강조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정말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자가 들은 다양한 사례들이 국내 대기업에서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국내 대기업들의 미래도 걱정이 되더군요. 특히 리더에게 아부와 복종을 일삼는 기업 문화라던가 실력보다는 연공서열에 의해 결정되는 인사제도, 비전문가들이 매니저를 맡는 관행 등은 정말 똑같은 문제점으로 보여지거든요. 물론 이러한 부분은 어느정도 유교적 문화에 기인하는 것도 있는 만큼, 쉽게 고쳐질 부분은 아니라 보여지며 외려 살릴 수 있는 부분은 잘 발전시켜 기업들의 경쟁력의 하나로 유도해 나가야 하겠죠. 쉽지는 않겠지만...

2007/04/04

인지심리학과 그 응용 - 존 R 앤더슨 /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인지심리학과 그 응용 - 제4판
존 R.앤더슨 지음/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간만에 시간이 남아 보기 시작한 완전 전공 도서입니다. UI 기획을 업으로 하고 있다 보니 이런 책을 몇권 훝어 봤지만 제대로 다 읽은 것은 이 책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각설하고, 책은 꽤 괜찮습니다. 이런 류의 도서답지 않게 오타가 거의 없는 것이 일단 감동적이고 내용도 굉장히 쉽게 쓴 편이거든요. 물론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어려운 말로 포장하여 이론화한 전공 도서같은 느낌을 강하게 전해 주긴 하지만 뭐 전체적으로 쉬운 편이라 만족스러웠습니다. 또한 "암기"와 같은 부분은 실생활에 꽤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했고요.

기억에 남는 것을 하나 꼽자면 "도식의 심리적 실재"라는 항목에서의 실험 내용인데 피실험자들을 "연구실"이라고 불리우는 공간에서 약 30분 가량 대기하게 한 후, 세미나 실로 불러 와 "연구실"에 어떤 사물들이 있었냐고 물어보는 실험 내용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연구실"이라는 곳에는 책이 한권도 없었는데 피실험자들의 약 30%가 "책"이 있었다라고 답했거든요. 추리소설에 써봄직한 괜찮은 이론이 아닐까 싶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순간이동 트릭이나 흉기 감추기 같은 것에 쓰일법한 내용이잖아요.^^

PS : 이글루스 업데이트가 개판이군요. 인터페이스도 맘에 안들지만 버그 투성이네요. 위에 빈칸은 왜 생기는 것인지 원...

2007/04/01

두바이 - 무한 상상력과 창조적 리더쉽 - 서정민

 

두바이
서정민 지음/글로연

작년부터 화제가 된 두바이에 관한 서적중 한권입니다. 어쩌다보니 본의아니게 읽게 되었네요.

사실 국내에 출간된 대부분의 관련 서적이 두바이 관광 안내서 수준의 정보만 담고 있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이 책은 중동통으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저자가 쓴 덕분인지 그래도 몇가지 괜찮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관광 안내서와 유사한 두바이의 여러 최신 건물들과 인공섬 등등에 관한 이야기는 다른 책들과 같지만 국왕 셰이크 무함마드의 리더쉽을 한장에 걸쳐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과 두바이의 화려한 발전 뒤에 숨겨진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자세히 논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더군요. 또 이집트에 오래 근무해온 필자가 타 중동국가와 두바이를 실질적으로 비교하는 것도 좋았고요.

솔직히 주변의 경쟁국들의 부상과 독재에 가까운 리더에 의한 발전이라는 점, 부동산 버블 등이 시작되고 있다는 점, 심화되는 빈부격차 등의 문제, 무엇보다도 이슬람 국가로서의 정체성의 혼란이 계속되는 것과 테러 한번으로 단숨에 무너져 버릴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보아 두바이의 발전이 앞으로 항구히 지속될 것이라고는 개인적으로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지만, 나름 현재까지의 초고속 발전에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판단되기에 한번쯤 관심을 두고 읽어볼만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책 뒤에 항상 "우리도 이렇게 하면 가능하다" 라는 글이 실리는 것은 좀 이해가 안되네요. 그래서 뭘 어쩌자는 건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으면서 그냥 따르고 본받자라는 알맹이없는 글은 종이 낭비일 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