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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31

위대한 캣츠비 (2005) - 강도하 : 별점 3점

 

위대한 캣츠비 - 전6권 - 6점
강도하 지음/애니북스

웹툰작가 강도하의 출세작이자 대표작. 우연찮은 기회에 1회부터 정주행하기 시작해서 무려 5년만에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젊은 청춘들의 가슴아픈 사랑이 여운을 남기는 연출,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대사들, 그리고 이러한 연출과 대사를 뒷받침해주는 심리묘사가 탁월한작품으로 하라 히데노리의 청춘 - 사랑 이야기, 구태여 예를 들자면 <겨울이야기>나 <내 집으로 와요>가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하라 히데노리의 20년전 만화들보다 웹툰의 강점을 이용한 컬러와 세로로 긴 그림들, 다양한 구도 및 완성도높은 뎃셍력을 통하여 진일보한 묘사를 보여주고요.

그러나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한계도 분명합니다. 사랑 이야기 말고는 현실을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죠.
다시 하라 히데노리 작품과 비교해 본다면, 하라 히데노리의 주인공들은 항상 사랑과 자신의 현실 사이에서 고민합니다. 어쨌건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삶의 지상 과제인 재수생 히까루나 사진작가로 성장해 나가는 시오무라 미키오에게서는 현실의 무게가 짙게 느껴집니다. 이러한 현실이 결국 사랑을 잃게되는 계기가 되고요.
이들에 비교한다면 백수로 친구에게 얹혀살며 구직활동도 열심히 하지 않는 캣츠비에게서 느낄 수 있는 현실감?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아무리 가슴아픈 사연이라도 현재의 모습을 보면 제대로 된 사랑을 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사랑 타령만 늘어놓는건 솔직히 한심하기 그지 없었어요. 하긴... 개와 고양이 등으로 구체화된 캐릭터들로 짐작해 본다면, 작가도 이 작품이 현실과는 다른, 현실을 벗어난 판타지라고 생각하고 그려 냈을지도 모르겠네요.

어쨌건 제가 읽기에는 너무 '젊은' 작품이었어요. 5년 전에도 그림 하나만큼은 마음에 들어 꾸준히 봤었지만 감성을 이해하지 못해 중간에 포기했었는데 지금 역시 마찬가지에요. 사랑이야기를 하기에는 현실이 더 고달프다는 것을 이미 알아버렸으니까요. 사랑을 다룬 판타지보다는 사채꾼의 무서움을 다룬 <사채꾼 우시지마>가 지금의 저에겐 더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3점.

다 제가 나이를 너무 많이 먹은 탓입니다...

2010/07/30

日 111세 최고령 남성 알고보니 30년 전에 숨져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20&aid=0002155368


<세상에 이런일이!>에 나올법한 황당한 뉴스네요.
무려 30년 전에 숨진 할아버지를 살아있다고 속이고 30년동안 연금을 타먹다니.... 연금 액수가 모두 1억 2800만원이니 적은돈은 아니지만 30년으로 나누면 해마다 430만원 밖에는 안되는 수준인데 요거 받자고 30년동안 시체를 집에다 모셔놓았다니 어이가 없네요. 냄새나 그런건 다 어떻게 참았을지...

차라리 누군가 대역 연기로 내내 누워만 있는 형태로 구청 공무원을 잠깐 만나주었더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일본 최고령 기록을 깨면 어차피 곧 덜미가 잡혔겠지만 최소한 몇년은 더 버틸 수 있었을텐데. 하긴 그런 상식이 있는 인간이었다면 이런 사건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겠죠. 하여간 돈 몇푼때문에 사람이 얼마나 황당한 일을 벌일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나저나 이 사건을 소재로 추리소설을 한편 써 보고 싶어지네요. 제목은 <영원의 할아버지>!

2010/07/28

아시모프의 과학소설 창작백과 - 아이작 아시모프 / 김선형 : 별점 3.5점

아시모프의 과학소설 창작백과 - 6점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선형 옮김/오멜라스(웅진)

SF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여러 에세이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중-단편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죠.

먼저 1-2부는 에세이들로 과학소설 및 창작에 대한 작가의 글이 다양하게 실려 있습니다. 그러나 전혀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고 적절한 유머를 갖추면서도 아시모프 자신의 방대한 지식과 경험이 잘 녹아있어서 정말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어요. 솔직히 작가의 소설보다도 재미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과학/SF) 소설의 창작 비법'에 대한 에세이들이 인상적이었는데,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예로 들면서 설득력있게 풀어가는 플롯에 대한 이야기
플롯은 곧 소설이 아니다. 플롯을 둘러싼 이야기를 만드려면?
1. 아주 자세하고 복잡한 플롯을 만들어서 이야기 구축 작어에 많은 노력을 들일 필요가 없도록 한다. 사건에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도록 하는 것.
2. 극단적으로 플롯 자체를 폐기하고 작은 에피소드만 줄줄 늘어놓는 것.
3. 명쾌한 플롯의 제작
a. 플롯을 사용하여 유머나 풍자를 도입한다.
b.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통찰하는 방법으로 플롯을 사용한다. '등장인물의 성격창조'가 중요함
c. 어떤 사상을 개진하는 수단으로 플롯을 이용한다. 인생관이나 세계관 등.
- <아시모프의 SF매거진> 1989.6

라던가 훌륭한 SF 작가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친절한 설명
1. 경력을 쌓기 위한 준비 작업을 철저히 해야 한다. - 작문법 등의 학습 / 거장의 작품에 대한 꼼꼼한 독서 등
2. 과학지식을 쌓아야 한다.
3. 글을 쓰면서 배워야 한다.
4.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 <아시모프의 SF매거진> 1979.3

등 거장의 비법을 알려주는 보석과도 같은 에세이가 듬뿍 실려있습니다.

또한 과학 / SF 소설 그 자체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들도 재미있는데 인상적인 것을 하나 소개하자면
나는 퇴고하지 않고 초고를 최대한 빨리 쓴다. 그 뒤 다시 읽어보며 오자, 잘못된 문법 등을 고친다. 다음에는 두번째 원고를 다시 써나가면서 떠오르는대로 부분적으로 글을 수정한다.
로버트 하인라인이 어떤 식으로 글을 쓰냐고 묻기에 대답해 주었다. 그러자 그가 말하기를
"두 번씩이나 타이핑을 한단 말이야? 처음부터 안 틀리고 타이핑하면 되잖아"

거장들의 대화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만 일반인하고는 참으로 다른 사고방식이죠?

이러한 에세이 이후 마지막 3부는 중-단편 15편이 실려있는데 독특하고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아서 아시모프라는 작가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평점은 좀 들쭉날쭉하기는 하지만요.

이외의 국내 작가들의 서평과 이글루스 회원이시기도 한 잠본이님의 무지막지할 정도로 자세한 연표 역시 마음에 꼭 드는 부분이었어요. 아이작 아시모프가 '베이커 스트리트 일레귤러즈' 멤버였다는 것이라던가 AIDS로 사망했다는 것은 정말 처음 알았습니다. (잠본이님의 방대한 지식에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딱 한가지 아쉬운 점은 '추리작가'로의 아시모프도 좋아하기에 추리소설 이야기가 없다는 것 뿐으로 별점은 3.5점입니다. 에세이 부분만으로는 4점 주어도 충분하지만 전체 평점 2.7점의 3부 중-단편 소설 부분 때문에 약간 감점했습니다. 그래도 워낙에 에세이 쪽이 탁월하기에 과학 / SF 소설 뿐 아니라 모든 장르문학 작가와 독자들이 한번쯤 읽을만한 가치있는 책이라 생각되네요.

그나저나, 흑거미 클럽의 다른 에피소드는 물론 다른 추리소설들이 좀 보고싶은데 과연 출간될 수 있을련지도 궁금해지는군요. 추리쪽은, 특히 장편은 별로 높은 평가를 받는 것 같지는 않지만요...


<칼>
작가가 되고 싶은 로봇 칼을 위해 주인 노스롭이 기술자를 불러 여러 기능을 업그레이드하여 진정한 작가로 만들어 준다. 그러나 칼이 쓴 작품을 읽고 위기의식을 느낀 노스롭은 다시 기술자에게 칼을 초기화시켜 줄 것을 요청한다.
액자소설같은 구성을 취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칼이 작가가 되어가는 과정과 함께 단계별로 칼이 쓴 작품이 소개되고 있거든요. 마지막에 작가가 된 칼이 쓴 작품 <완벽한 정장차림>은 <조지와 아자즐>이라는 아시모프의 시리즈 작품이기도 하다는군요.

아시모프의 유명한 '로봇3원칙'보다 '작가가 되고싶다'라는 소망이 더 우위에 있다는 주제를 담고 있는데 아시모프 스스로의 로봇 3원칙과 자기 자신에 대한 풍자와 비평을 담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별점은 4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쇼트쇼트 단편. 좌우 역전에 대한 과학적인 이론을 담고 있지만 반전은 말장난 유머입니다. 깔끔해서 볼만하네요. 책 뒤 잠본이님 해설을 통해 포워드 박사가 실존인물이라는 것을 알고나니 더 웃기네요. 포워드 박사는 이 작품을 보고 어떤 기분이었을지 궁금합니다. 별점은 2.5점.

<낙심>
워게임 시뮬레이션을 다룬 단편. 컴퓨터가 '자신이 정의롭다는 독선'이 없기때문에 완벽한 시뮬레이션을 도출할 수 없다는 이야기인데 풍자가 세련되고 유머러스해서 마음에 드는 작품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환각>
15살 샘 체이스는 중성자별에서 에너지를 추출하려는 에너지 플래닛에 배속된다. 그리고 기이한 환각현상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되는데...
작은 곤충(?)들이 연결되어 거대한 집단 지성을 이룬다는 설정과 텔레파시를 통한 의사소통이라는 아이디어가 좋았습니다. 마지막에 기계에 대한 맹복적인 신뢰가 좀 거슬리기는 하는데 저연령을 타겟으로 한 것 같기에 납득할 만 했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불안정성>
빅뱅의 시작에 대한 독특한 아이디어가 담긴 쇼트쇼트입니다. 그냥저냥 평범한 소품으로 보이네요. 별점은 2.5점.

<신이 되려 한 알렉산더>
컴퓨터 천재 알렉산더가 뛰어난 컴퓨터 부세팔러스를 만들어 세계를 지배하려 한다는 단편. 컴퓨터 등을 이용하여 주식 및 각종 사회 현상을 예측한다는 아이디어는 별다른 것이 없지만 부세팔러스의 능력이 너무 막강하여 과거에 없었던 '변수'가 된 바람에 마지막에 다운된다는 결말은 신선했어요. 부세팔러스가 알렉산더를 대치하려는 야망을 품는다는 결말은 어땠을까 싶은데, 그럼 너무 뻔했을까요? 별점은 3점입니다.

<협곡에서>
화성 협곡에 사는 화자가 보낸 편지로 이루어진 작품입니다. 일상계 SF라고 할 수 있겠죠. 화성 협곡이 장래 화성개발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인데 과학적 이론과 향후 개발과정에 대한 설득력은 강하긴 한데 재미를 느끼기는 힘들었어요. 드라마가 없으니까요. 별점은 2점입니다.

<지구여 안녕>
정착지라 불리우는 우주식민지 주민이 지구에 던지는 경고, 즉 정착지 자체가 머나먼 우주로 떠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주장은 상당히 합리적이기는 하지만 시스템의 개선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를 너무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더군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전송가>
화성에서의 하이퍼스페이스 실험을 원하는 지구정부가 반대파 화성 거주민을 설득시키기 위해 프랑스 국가를 이용한다는 황당한 내용이 설득력있게 전개되는 유머러스한 작품.
화성 거주민이 프랑스 출신이 많다던가, 프랑스 국가가 승리의 이념을 담고있다던가 하는 식인데 결말은 '라 마르세예즈'를 이용한 말장난 '마르스 세이 예스!'로 끝나긴 하지만 위트가 넘쳐서 마음에 듭니다. 별점은 3.5점.

<페그후트와 법정>
미국 속담을 이용한 말장난 유머. 작품이라기 보다는 짧은 농담에 가까운 이야기로 아니나다를까 만담선집에 수록된 작품이네요. 영어에 능통하다면 즐길만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왠지 마크 트웨인이 연상되는 소품이었어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오류 불허>
컴퓨터 - 워드프로세서가 작가의 글쓰는 법을 터득하여 창작기계로 거듭난다는 이야기. <칼>과 동일한 소재인데 전개가 무덤덤해서 기계가 학습을 통해 인간 이상의 능력을 지닌다는 케케묵은 설정의 변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말도 무덤덤해서 그냥저냥한 평작으로 보이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키드>
산아제한이 있는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많죠. 하지만 이 작품은 아시모프 작품 답게 산아제한의 해결책으로 로봇형제를 제시합니다. 그리고 결말에는 서늘한 반전까지 등장하는 좋은 작품이었어요. SF작가로서의 아시모프와 추리작가로의 아시모프가 공존하는 작품이랄까요? 별점은 4점입니다.

<우주공간의 나라들 : 현대의 우화>
적대국가의 사람들로 짜여진 지구의 에너지원 핵심 조작 설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교훈적인 우화입니다. 그런데 너무 교훈적이라 재미도 없고 작품으로 보기도 민망했어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칩퍼의 미소>
칩퍼라는 타인의 생각을 조작할 수 있는 특수계층에 대한 짤막한 스릴러입니다. 두 칩퍼 중 더욱 뛰어난 능력자를 골라야 하는 테스트가 이야기의 핵심인데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지는 않더군요. 회사의 지위보다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미모의 여성과 사귀게 된다면 별로 나쁘지 않아 보이는데 말이죠. <스캐너즈> 정도의 피튀기는 이야기가 전개되어야 설득력을 좀 지닐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골드>
컴퓨드라마라는, 지금 방식으로 이야기하자면 풀CG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자칭 작가라는 러보리언이 컴퓨드라마 제작자 윌라드를 찾아가 자신의 작품 <하나에 셋>을 제작해 줄 것을 요청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하나에 셋>이라는 작품의 짤막한 소개와 함께 컴퓨드라마 제작이 펼쳐지죠.
일단 이 컴퓨드라마는 현재 시점에서 보자면 완벽한 풀3D 애니메이션 제작을 의미하는듯 한데 시간을 앞서간 아시모프의 빛나는 발상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휴고상 중편 부문 수상작이라는데 솔직히 상을 탈만한 작품인지는 좀 의문이긴 했습니다. 번역자 해설에 따르면 세속적 하류 문화로 취급받는 장르문학을 불멸로 만들기 위한 갈망을 드러낸 작품이라고 하긴 하는데 아시모프 정도 되는 지위의 작가가 이러한 갈망을 표현한다는 것이 좀 억지스러워 보이기도 했고요. 제가 SF팬이 아니라서 그러한 기분을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별점은 2.5점입니다.

2010/07/27

법의학자의 눈으로 본 그림 속 나체 - 문국진 : 별점 2점

 


법의학자인 저자가 여러 명화에 대한 법의학적인 의견과 함께 그림에 관련된 에피소드들에 대해 짤막하게 쓴 컬럼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하지만 제목과는 달리 그림 속 나체에 대한 법의학적인 의견은 별로 없고 제목과는 다르게 그림 이야기보다는 다른 것들, 예를 들자면 문신, 여성 할례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심리학에 관련된 이야기가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법의학자로서의 의견도 그다지 많이 등장하지 않아서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몇몇 이야기는 재미있었는데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귀스타브 쿠르베의 <파도와 여인>에 대한 법의학적 의견이었어요.

이 그림인데, 그림 속 여성 가슴 유륜의 수축과 충혈, 유두 돌출, 유방 전체의 팽만으로 볼 때 오르가즘 상태를 표현한 그림이라고 하네요. 그럴듯 하죠?^^ 이런 의견이 책에 좀 더 많이 실려있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말이죠. 별점은 2점입니다.

2010/07/26

A-특공대 (2010) - 조 카나한 : 별점 2점

 


간만에 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입니다. 이글루스에서는 "재미있는데 흥행이 시원치 않아 아쉽다" 라는 의견이 많길래 개인적으로 꽤 기대하고 봤습니다. 과거 TV 시리즈 원작물의 팬이기도 했고 말이죠.

그런데 세간의 평과는 다르게 저는 별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이유는 원작의 구성을 잘못 이해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에요. 작전을 총괄하는 브레인 리더 한니발과 얼굴과 말빨을 담당하는 뺀찔뺀질한 멋쟁이, 파워를 담당하는 BA, 그리고 개그메이커 정신병자 머독이라는 원작 TV 시리즈는 하나의 팀으로서 더할나위없는 파티 조합을 선보였는데 영화에서는 각자의 특성과 매력이 많이 감소했더라고요. 멋쟁이가 팀의 차세대 리더로 부각되며 브레인은 물론 액션까지 담당한다던가, BA가 별로 강해보이지 않는다던가, 머독이 별로 미친것 같지 않고 특유의 BA 조롱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던가 하는 부분 모두가 말이죠.
한마디로 말하면 각자의 개성이 살아있는 A 특공대가 아니라 '멋쟁이와 멋진 친구들' 같아 보였달까요? 이래서야 파티플레이가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각자 솔플하면 되지....

그나마 액션이라도 화려하고 멋있었다면 모를까, 스케일은 분명 큰데 그다지 눈이 즐겁지도 않더군요. 마지막 멋쟁이의 허술해빠진 작전 역시 많은 시간을 할애할만큼 정교하지 않아서 실망이 컸습니다.

워낙 어린 시절에 원작을 보았고 때문에 기억속에서 미화가 많이 되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원작과 비교한다면 덩치만 큰 뻔할뻔자 헐리우드 액션물이었어요. 이래서야 흥행에서 크게 재미를 보지 못한것도 당연하겠죠. 별점은 2점입니다.

2010/07/23

1001초 살인 사건 - 온다 리쿠 / 권영주 : 별점 2점

 

1001초 살인 사건 - 4점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까멜레옹(비룡소)

총 14편의 작품이 실려있는 온다 리쿠의 단편소설집입니다. 온다 리쿠는 최근 가장 '핫'한 작가 중 한명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몇권 읽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 취향이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단편소설집이고 추리소설이 포함되어 있다기에 속는셈 치고 읽어보게 되었네요.

12편의 단편들이 각각 추리 - SF - 환상소설 - 패러디 - 호러 - 순문학에다가 어른들을 위한 동화에 호시 신이찌류의 쇼트쇼트 작품까지 포함되어 있는 등 풍부한 구성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도서실의 바다>와 비슷하게 작품의 편차가 크다는 단점이 너무 두드러져서 외려 한 장르에 집중한 것 보다 못한 결과를 낳은 것 같습니다.

또한 몇몇 작품에서는 욕심이 지나친 듯 특유의 스타일을 각각의 장르에 무리하게 도입한 티가 많이 나더군요. 예를 들자면 <심야의 식욕>은 어두운 복도 구석방에서의 식육? 이미지를 구체화한 전형적인 뻔한 호러물인데 특유의 뭔가 있어보이는 애매모호한 묘사로 분위기만 한껏 잡아놓았을 뿐 결론이 없어서 읽고나니 힘이 다 빠질 정도였어요. 표제작인 <1001초 살인사건>은 제목부터가 무의미한, 별다른 기발함이나 작가 특유의 정교한 이미지도 없는 되는대로 써내려간 어이없는 작품이었고 말이죠.

그리고 이야기의 맥락은 둘째치고서라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조차 감이 잘 오지 않는, 그냥 화자가 품고있는 짧은 이미지만 전달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털어놓는다는 식의 작품들도 실려있다는 것 역시 감점 요소였습니다.

그나마 <수정의 밤, 비취의 아침>과 <그대와 밤과 음악과> 라는 두 작품이 정통 추리적인 맛이 잘 살아있었고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작가와 작품에 대해, 그리고 친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낙원에서 쫓겨나>도 괜찮은 작품이어서 점수를 받을만 합니다.
<수정의 밤, 비취의 아침>은 작가의 다른 장편의 외전격인데 구태여 본편과 연결되지 않더라도 자체적으로 즐길 수 있는 완성된 이야기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원래는 당연한건데 이 작가 외전에서는 고마와해야 될 일이더라고요)

하지만 두세작품으로 전체 별점을 끌어올리기는 역부족이죠. 그동안 제가 온다 리쿠라는 작가에 대해 안 좋게 가지고 있는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물론 이런 분위기 좋아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수정의 밤, 비취의 아침>
장편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외전격인 작품입니다. 감옥같은 학교의 사연많은 학생들이라는 무대에서 '웃음물총새에게는 말하지마'라는 동요에 맞춘 사고가 이어지다가 주인공 요한이 마지막 사고로 죽을뻔 한 뒤 결국 진상을 밝혀낸다는 이야기입니다.
일상계로 보기에는 사건이 강력사건이고 결말도 사람이 죽어나가는 패턴이라 적합치는 않지만 추리의 과정 자체는 일상계스러운 맛이 있는 독특한 작품이었어요. 특히나 '웃음물총새'라는 장난이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는 복선이 괜찮더군요. 평작 수준은 되는 작품이라 생각되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대와 밤과 음악과>
음악방송을 진행하는 두명의 남녀 DJ의 방송 속 대화로 진행되는 것이 독특한 재미를 가져다주는 작품입니다. 방송국 현관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이 놓여있는 기현상을 청취자들에게 해석해달라고 요청한 뒤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죠.
방송에서 틀어줬던 노래가 놓여있던 물건과 관계가 있고, 그 노래는 살인사건의 피해자와 연관이 있다라는 연쇄과정은 재미있었습니다. 앞뒤 여러가지 복선과 단서가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전개도 합리적이고요.

그러나 왜 이렇게 복잡한 작전을 펼쳐 범인을 옭아매려 했는지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아서 아쉽더군요. 자백을 이끌어내려는 의도였다면 너무 불확실한 시도였기에 설득력이 떨어지고 어차피 '트위드 재킷'이라는 증거를 알고 있었는데 말이죠. 게다가 마지막 유령소동은 유치하고 진부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래도 재미 하나만큼은 확실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2010 전반기 프로야구 단상

 1위 SK 와이번스 :

독보적 1위! 기존 선수들의 능력을 120% 활용하는 김성근 감독의 능력이 정말로 빛나는 시즌. 올 시즌에 채병룡까지 있었다면?
정우람 - 이승호 선수의 투구이닝 관리만 후반기에 잘 이루어진다면 KBO 역사를 새로 쓸 것 같다.

2위 삼성 라이온즈 :
전반기 막판 승률 9할의 미친 페이스로 단독 2위 등극.
장원삼 - 차우찬 두 왼손 투수의 활약과 안지만 - 정현욱 - 권혁의 필승계투조가 압도적이며 타선도 신인급 활약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들의 상태가 메롱이고 중간계투진의 이닝이 증가하고 있으며 신인급 타자의 성적은 결국 평균치 정도로 수렴한다고 볼 때, 현재의 9할 승률이라는 페이스는 결국 꺾일 것이며 위기도 찾아올 것이다. 향후 2위 다툼이 어떻게 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듯.
* 두산팬심으로는 위기가 빨리 찾아왔으면 함

3위 두산 베어스 :
SK와 삼성의 페이스에 말려서 그렇지 비록 3위지만 충분히 잘하고 있는 성적.
어차피 1위는 이제 불가능하니만큼 정재훈 - 고창성은 좀 아끼고 백업을 적절히 활용하며 차분히 2위 싸움이나 열심히 잘 해주었으면 함.

4위 롯데 자이언츠 :
강력한 선발 + 막강한 클린업으로 대표되는 메이저리그 형태의 KBO에서 보기드문 '빅볼' 팀 컬러를 갖추고 있으나 조정훈 - 장원준 - 손민한 등이 부상 및 부진으로 빠진 선발진이 예년만 못하고 중간계투와 마무리가 부진해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하지만 워낙에 타선이 좋은만큼 투수진만 좀 정비된다면 4위를 지키는데에는 어려움이 없을 듯.

5위 LG 트윈스 :
야심차게 시작한 시즌이지만 초반의 Big5의 부진. 그리고 타선이 어느정도 살아나니 외국인 - 박명환 - 김광삼 - 심수창 등 봉중근을 제외한 모든 선발투수가 부도가 나는 등 투타 엇박자가 심해서 안정적인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불펜의 방전이 심하고 선발진 안정화는 여전히 답이 없어서 후반기에는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팬들은 곤잘레스 - 더마트레 대신에 페타지니가 타선에 있었더라면 현재 4위자리는 LG였을지도 몰랐다는 점이 아쉬울 듯. 물론 LG는 선발 투수가 급하긴 하지만 결국 2명의 외국인 선발은 실패로 끝났으니 검증된 페타지니가 있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

6위 기아 타이거즈 :
전반기 막판 전설에 가까운 연패를 거듭하며 1할도 안되는 승률로 6위로 처짐.
비록 윤석민이 부상으로 빠지기는 했으나 선발진은 충분히 리그 수위권임에도 불구하고 극도의 타격 침체와 중간계투진의 붕괴로 어려운 시즌을 보내고 있음. 블론 1위의 계투진, 주로 지명타자를 맡는 나지완이 규정타석을 채운 KBO타자 중 최하위의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이 현실.
작년의 김상현 수준의 중심타선보강, 콜론을 중간계투로 돌리는 등의 계투진 보강, 무엇보다도 파격적인 라인업의 변신과 함께 뉴페이스의 활약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한마디로 올 시즌 기적이 없으면 4강은 불가능...
뭔가에 쫓기는 듯한 조범현 감독을 볼 때 과연 어디까지 가능할지 궁금하다.

7위 넥센 히어로즈 :
중심타자 - 선발투수 3명을 빼앗긴 팀 치고는 충분히 잘 하고 있음. 후반기에 황두성 - 김수경 등이 어느정도 컨디션을 찾아 복귀하면 순위 상승을 노려볼만 할 것 같다.
사실 빼앗긴 선수들이 모두 남아있었다면 충분히 4위권을 노릴 수도 있었을텐데 이장석이라는 인물이 이 팀을 쥐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 제발 선수들에게 제대로 된 동기부여와 안정감을 주기 위해 빨리 제대로 된 스폰서를 찾았으면 한다. 그러면 내년에는 4위권 도전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덧붙이자면, 황재균이 롯데에서 대폭발해서 이장석이 빌리장석이라는 소리를 못 듣게 했으면 좋겠다.

8위 한화 이글스 :
중심타자 2명의 해외이적으로 인한 공백을 메꾸지 못했고 작년부터 이어져온 선발 투수진의 붕괴 역시 막지 못하고 8개구단 최하의 선수층으로 인하여 꼴찌로 처짐. 타팀 방출선수가 붙박이 주전으로 뛰는 이렇게까지 얇아진 야수진 뎁스는 과연 누구의 잘못일지?
팬들은 류현진이라는 KBO에이스의 활약 하나만을 바라봐야하는 시즌인듯 함

2010/07/22

아이거 빙벽 - 트레바니언 / 이수경 : 별점 2.5점

아이거 빙벽 - 6점 트레바니언 지음, 이수경 옮김/황금가지

동명 영화의 원작입니다. 영화는 아주 오래전 TV에서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 및 주연을 맡았던 작품이었죠. 영화를 통해 핵심 반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은 손이 쉽게 가지 않았었는데 작가 트레베니안이 이쪽 바닥에서 유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날짜별로 진행되는데 크게 아래와 같이 구분됩니다.
  1. 헴록에 대한 캐릭터 설명과 첫번째 타겟 살해
  2. 이후 손을 떼고자 한 헴록을 끌어들이기 위한 SS의 리더 드래곤의 음모 - 제마이아의 등장
  3. 결국 마지막이라는 조건으로 의뢰를 수락한 헴록은 등반 훈련을 위해 옛 친구 벤을 찾아감
  4. 벤의 등산학교에서 만난 옛 원수 마일즈에 대한 복수
  5. 암살을 위한 아이거 빙벽 등반 시작
  6. 등반 실패 이후 유일한 생존자로 남아 의뢰를 완수. 하지만 의외의 진상을 알게 됨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암살"을 다룬 암살 스릴러물입니다. <자칼의 날>이나 <피닉스>와 동일 장르죠. 그러나 <자칼의 날>과 <피닉스>와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크게 두가지, 하나는 킬러의 캐릭터에 촛점을 맞추었다는 점과 또 하나는 정치적인 목적의 암살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문제는 이 두가지 차이점 모두가 작품에 나쁜 영향만 끼친다는 것이죠.
특히 캐릭터가 문제입니다. 자칼이나 피닉스와 같이 정체불명의 암살자라면 모를까,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암살자인 비밀조직 CII의 부서 "수색-처형국" 소속의 요원 조나단 헴록은 표면적으로는 37세의 미술사 교수로 미술품 감정의 권위자이자 학교에서도 최고 인기의 교수이며 다국어에 능통하고 유명한 산악인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기도 합니다. 게다가 별로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스쳐지나가는 여자들은 모두 그와 같이 자지 못해서 안달이고 헴록 스스로는 포르노배우하면 떼돈 벌 수 있는, 사정을 조절할 수 있는 절륜한 정력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남성들의 판타지를 집대성한, 상상 이상으로 유치한 캐릭터인 것이죠.
또 암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아이거 빙벽 등반과 암살' 이 현실적이지 못해 당황스럽습니다. 조나단 헴록이 등산의 권위자라 등산대에 속한 타겟을 살해하기 쉽다는 것인데 어처구니를 상실한 이야기죠. 그냥 땅 위에 있을때 죽이면 되지... 다른 타겟들은 총으로 쏴서 잘만 죽이면서 이 타겟만 등산 중 사고사로 위장할 이유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겠어요.

게다가 사건의 발단이 마일즈가 헴록에게 빚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설정은 나중에 마일즈가 헴록 살해를 시도하는 모습으로 볼때 그냥 가서 죽이면 되는 것이여서 역시나 비합리적이고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글자를 가립니다) 등산대원 중 타겟이 없고 타겟은 따로 있었다는 결말도 어이가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등산대원이 전멸한 뒤 드래곤이 의뢰를 완수했다고 헴록에게 이야기해 주는 것으로 볼 때 드래곤과 CII도 타겟이 누구인지 몰랐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애시당초 왜 암살을 의뢰하고 진행했는지도 모르겠거든요. 이래서야 원래의 목적인 "확실한 복수"를 상대편에게 인지시키는 것은 불가능한데 말이죠
이 정도면 정치적 목적이 수반된 암살이 아니라 동-서 냉전 시대의 비밀 생화학 무기를 둘러싼 복수극이기에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것은 단점도 아니겠죠.

그래도 초유명작가의 베스트셀러답게 건질만한 부분도 있긴 합니다. 과거 동료이자 원수인 마일즈에 대한 복수극은 괜찮았고, 아이거 빙벽 등반에 대한 세밀한 묘사는 정말이지 손에 땀을 쥐게 하거든요. 단지 이 묘사를 위하여 앞부분의 말도 안되는 설정을 가져온 것이 아닐까 싶기는 하지만 정말이지 힘이 팍팍 느껴지는 재미를 안겨다 줍니다. 방대한 자료조사도 돋보이는데 예를 들자면 "비박"이라는 용어가 '비부악'이라는 외래어라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전 "대충 덮고 잔다" 라는 의미의 한자인줄 알고 있었어요...
마지막 반전도 뜬금없지만 계속된 복선으로 이어져온 단서를 통하여 밝혀지는 것이기에 과정만큼은 그런대로 괜찮았고요. 단 저는 영화를 먼저 봤기 때문에 반전을 이미 알고 있어서 썩 재미를 느끼기는 힘들었지만 말이죠.

한마디로 말하자면 스릴러보다는 무협지에 가까운, 남성을 위한 전형적인 마초 판타지물입니다. 때문에 암살자가 등장하는 암살 스릴러물을 기대한 저로서는 암살자의 캐릭터와 암살 자체의 설정에 문제가 있어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더군요. 앞서 이야기한 챕터로 따지면 1~3번 항목은 1.5점, 4번 3점, 5번 4점, 6번 3점 정도로 평균내자면 별점은 2.5점되겠습니다.
수준이 아주 높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킬링타임용으로는 최적화된 작품이라 간단한 읽을거리를 찾으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빙벽 등반이 주 테마이니만큼 더운 여름에 딱 맞는 작품이기도 하네요.
덧붙이자면, 영화가 훨씬 재미있었던 것 같은데 너무 오래전에 본 것이라 확인을 위해서라도 영화를 한번 더 봐야겠습니다.

2010/07/20

식민지 조선의 풍경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외 / 최관 외 : 별점 3점

 

식민지 조선의 풍경 - 6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나카지마 아쓰시.유아사 가쓰에 지음, 최관.유재진 옮김/고려대학교출판부

아쿠타가와 상으로 더욱 유명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나카지마 아쓰시, 유아사 가쓰에 3인이 조선이 일본 식민지이던 시절 발표했던 단편을 모아놓은 단편집입니다. <경성탐정록> 후속작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읽게 되었죠.

총 4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작품별로 짤막하게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일 첫 작품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김장군>은 임진왜란때 고니시 유키나가를 죽였다는 조선 장군 김응서와 기생 계월향 이야기를 그린 달랑 7페이지짜리 단문입니다. 김응서가 유키나가를 죽인거야 그렇다쳐도, 계월향이 유키나가의 아이를 가졌다고 계월향을 죽이고 뱃속의 아이를 끄집어낸다는 결말이 엽기적이라 당황스러웠어요. 뭐 책 뒤 해설에 따르면 <임진록> 등 다양한 텍스트에서 인용한 것이라고는 하더군요. 하여간에 너무 짧고 분명 우리나라 텍스트를 인용한 것이기에 뭐라 평가하기 어려운 글이었습니다.

두번째 작품인 나카지마 아쓰시의 <호랑이 사냥>은 작가가 경성중학교를 다니던 1920년대 초반, 조선인 친구 조대환과의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형식의 수필입니다. 반도인 조대환이 내지인과 학교를 다니며 보인 여러가지 행동들과 저자가 조대환 부자와 호랑이 사냥을 갔을때 조대환이 하인에게 보여준 잔인함, 그리고 30년대 중반 내지 -동경- 에서 우연히 조우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솔직히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20년대 초반 경성과 30년대 중반 동경을 디테일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것과 - 노량진 근처에 텐트를 치며 야영하던 경성중학교 교련 시간에 대한 묘사 / '혼고 도로변의 헌책방을 대충 해메고 다닌 나는, 꽤 눈이 피곤하다고 느끼며 아카몬에서 혼고 3초메 쪽을 향해서 걷고 있었다' 류의 묘사 등 - 무엇보다도 특히 이야기의 핵심인 호랑이 사냥에 대한 묘사가 볼만했기에 본전 값어치는 한 것 같네요.


세번째 작품인 같은 작가의 <순사가 있는 풍경>은 조선인 순사를 주인공으로 하여 조선인 시각에서 쓰여진 것이 이채로운 단편입니다. 지배자 일본인의 차별과 조선인으로서의 민족의식이 잘 드러난 작품이더군요.
1920년대 조선의 겨울은 무척 추웠다라는 것, 한강의 잉어 낚시나 남대문 밖에서 얼어죽은 시체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이에요.
기억에 남는 묘사는 '조선인의 배 모양 같은 나막신. 일본 아가씨의 반짝반짝한 조리. 지나인의 곰발 같은 털 구두. 금방 넘어질 것 같은 일본인 서생의 게다. 광을 낸 조선귀족학생의 구두. 원산에서 도망쳐 온 백계 러시아인의 굽 높은 빨간 구두...' 를 들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작품인 유아사 가쓰에의 <망향>은 일본을 떠나 조선에 정착한지 오래된 전직 군인 후키야 고스케의 회한을 다룬 단편입니다. 나름 조선에서 성공을 맛봤지만 동포에게 배신당한 뒤 더욱 조선이라는 땅을 좋아하게 된다는,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다른건 모르겠고 군인 출신이라 접객이 서툴고 오로지 "정직"이 모토인 후키야 고스케가 장사로 성공한 자기 나름대로의 상법이 독특해서 인상적이었어요. 손님이 올때 알아서 가져가라고 하고 돈도 알아서 거슬러 가라고 하니 손님들이 알아서 더 정직하게 굴더라... 라는 건데 꽤 그럴싸해 보였거든요.

그리고 <해설을 대신하여>라는 제목으로 단편 한편 정도 분량으로 <김장군>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한 논문이 실려있습니다. 임진왜란에 대해 일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일본 작가가 임진왜란 소재로 어떤 작품들을 발표했는지 궁금하다면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나저나 재미라기 보다는 순전히 <경성탐정록>을 위한 자료로 읽은 작품이라 별점을 매기기는 좀 애매하네요. 그래도 자료적인 가치를 감안해서 별점은 3점입니다. 일본 작가들이 조선을 다룬 텍스트에 관심 있으시다면 얇은 책이니 만큼 한번 쓱 읽어보셔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2010/07/19

살인, 미스터리 그리고 결혼 - 마크 트웨인 / 김욱동: 별점 3점

 

살인, 미스터리 그리고 결혼 - 6점
마크 트웨인 지음, 김욱동 옮김/문학수첩

마크 트웨인 단편집입니다. 총 5편의 단편과 왠만한 단편 길이의 해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전에 읽었던 <뜀뛰는 개구리>와 유사한 성격인데 "퀸의 정원"에도 선정된 <뜀뛰는 개구리> 보다 더욱 범죄소설에 가까운 작품이 많이 실려있어서 의외였습니다. 그래봤자 유머소설의 범주를 벗어나는 작품은 별로 없긴 하지만 이 단편집쪽이 더 "퀸의 정원"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생각되더군요.

작품 중 베스트는 <해들리버그를 타락시킨 사나이> 입니다. 하나의 사기극으로만 놓고 보아도 상당한 완성도의 작품이기 때문이죠. 또한 해설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각 작품별로 정말로 상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는데 이 해설만 읽어도 마크 트웨인에 대해서 어느정도 아는척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어요. 워스트는 하나의 작품으로서 성립이 되지않는 허클베리 핀 이야기인 <귀신 이야기> 를 꼽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13.5 나누기 5해서 2.7점이지만 반올림에 해설을 더해서)

어쨌거나 <뜀뛰는 개구리>보다는 이 책이 그래도 제 취향이더군요. 혹 "퀸의 정원" 때문에 마크 트웨인을 찾아보시려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이 책을 읽으시기 바랍니다.

<해들리버그를 타락시킨 사나이>
"정직"이 모토인 마을 해들리버그를 한방에 타락시킨 사나이의 이야기입니다. 작전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거액을 자신을 도와준 것에 대한 답례라며 마을에 맡긴 뒤 마을 유력자 주민들이 모두 그 돈의 주인이라고 나서게끔 꾸미는 것이거든요. 그야말로 "돈 앞에 장사없다"라는 것이죠.

나름 진지한 사기극이기도 한데 워낙에 분위기가 시끌벅적하고 유머러스할 뿐 아니라 끝까지 통쾌한 맛이 있어서 이 책의 베스트 작품으로 꼽고 싶네요. 그야말로 마크 트웨인 작품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작품이었어요. 별점은 4점입니다.

<100만 파운드 은행권>
과거 이원복의 <사랑의 학교>에서 인상적으로 봤었던 에피소드의 원작입니다. 우연히 빈털터리로 영국에 도착한 미국인에게 내기 때문에 영국 부자 형제 2명이 100만파운드 수표를 맡긴 뒤 1개월 뒤에 다시 자신들을 찾아오라고 한다는 이야기죠. <사랑의 학교>에서의 만화적인 과장된 표현이 잘 어울릴법한 만화같은 이야기이기도 하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이야기라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이야기이기도 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결국 주인공이 마지막에 사기와 진배없는 행위로 한몫 잡는다는 결말은 좀 씁쓸하네요. 역시 있는놈이 더 한 법이겠죠. 그러고 보면 돈이 돈을 부른다는 주제의 이야기도 될 수 있겠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캘러베러스 군의 악명높은 점핑 개구리>
뭐가 그렇게 대단한지는 모르겠지만 마크 트웨인의 출세작이라죠. 초간단 사기극인데 이전 리뷰 참고하세요.

참고로, 책 뒤의 해설에 따르면 동부와 서부의 가치관이 충돌할 때를 배경으로 한 깊이있는 사회풍자 의식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지금와서 한국 독자가 그러한 뉘앙스를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만... 별점은 2.5점입니다.

<살인, 미스터리 그리고 결혼>
서로 사랑하는 메리 그레이와 휴 그레고리에게 장애물은 유산 상속문제로 휴를 멀리하는 그레이 가문 사람들과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자칭 폰테인블로 백작입니다. 백작이 메리에게 열렬히 구애하기 시작하거든요. 그 와중에 휴를 싫어하는 메리의 백부 데이비드 그레이가 살해되고 휴가 곧바로 체포됩니다. 옷조각, 칼, 혈흔 등의 증거 때문이죠.

이 단편집의 표제작으로 원래는 마크 트웨인이 여러 유명작가들과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쓴다는 시리즈 형태로 기획한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희한할정도로 정통 추리소설적인 설정이 가득합니다. 복잡한 인간관계와 거액의 유산, 칼과 혈흔이라는 증거 등 이야기 자체는 고전 본격물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죠. 중반부까지는 기대에 값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막판에 갑자기 휴가 불쌍하다는 이유로 범인 중 한명이 자백해서 진범에 체포된다는 결말이라 어떻게보아도 추리소설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최대 매력은 마크 트웨인이 라이벌의식을 느꼈다는 쥘 베르느 조크에 있습니다. 폰테인블로 백작이라 자칭하는 범인의 마지막 고백서를 통해 쥘 베르느가 희대의 사기꾼이라고 폭로하고 있거든요. 뭐 그냥 보면 열등감이 폭발하는 모양새이긴 하지만 워낙에 농담을 즐겼던 작가이니 만큼 그러려니 해야죠. 그리고 추리적인 요소는 없다시피 하지만 딱 하나! 하늘에서 떨어진 이유에 대한 설명이 그런대로 합리적이고 내용과 부합하기에 만족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덧붙이자면, 2001년에 미발표 원고가 발견되어 발표된 따끈따끈한 작픔으로 마크 트웨인의 작풍이 변해가는 것을 알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는군요.

<귀신 이야기>
허클베리 핀과 늙은이 짐이 폭우가 쏟아지던 시기에 한 동굴에 거처하면서 나누던 괴담인데 결말도 없고 내용에 대한 설명 역시 전무하기 때문에 하나의 작품으로 보기는 힘드네요. 대관절 왜 실렸는지조차 의심스러운 미완성 잡문이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2010.7.13 ~ 7.18 한주간 두산베어스 단상

 


좋았던 점 :
1. 캘빈 히메네스 다승 공동 1위! 김선우 완벽투!

나빴던 점 :
1. 선발 2인을 제외한 대부분 투수의 난조 (특히 이현승 선수)
2. 살아나나 싶던 타선 침묵 장기화

기타 감상 :
히메네스 - 김선우 선수라는 1, 2선발은 완벽했습니다. 강력한 삼성, 롯데 타선을 퀄리티 스타트 이상으로 봉쇄하며 2승을 거두어 주었죠. 그러나 표적선발 이현승 선수가 초반박살나고 임태훈 선수마저 홈런 공장장으로 등극해버리는 바람에 삼성전에 2패를 당해서 2게임차로 벌어진 것이 뼈아프네요. 이현승 선수 경기는 우리도 두목곰이 홈런 3방을 날려주는 등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라 더욱 안타깝습니다. 7.15 목요일 경기도 임태훈 선수 다음에 왈론드 선수를 올릴 것이었다면 차라리 왈론드 선수가 선발로 나오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고 말이죠. 임태훈 선수를 욕하기에는 그동안 너무 해준게 많아서 미안하기도 한데 올 시즌 마치고 군대든 재활이든 잘 추스렸으면 좋겠습니다. 이현승 선수는 뭐.....

그래도 목요일 완패와 비, 그리고 7.18 일요일 두산 투수로는 3년만에 완투승을 거둔 히메네스 선수 덕분에 중간계투진이 주구장창, 거의 1주일 가깝게 쉰 것은 다행이고 주간 전적은 2승 2패로 여전히 5할이니 만큼 선전했다고 봐야죠. 잘 했어요.

이번 주 히어로는 투수로는 김선우 선수도 잘 했지만 완투승의 사나이 히메네스 선수 (3주 연속!)입니다. 이 친구 참 잘생기기도 하고, 야구도 잘하고... 정말 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 투수에요. 일본만 안가면 좋겠는데.
타자는 딱히 없습니다만 7.13 월요일 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때린 임팩트 때문에라도 김동주 선수를 꼽고 싶습니다. 그 중 하나는 권혁 선수에게 뽑아내기도 했고 말이죠.

이번 주 예상 :
이번주는 올스타 브레이크 덕분에 LG와의 3연전만 예정되어 있습니다. 투수 로테이션은 '김선우 - 왈론드 - 임태훈' 의 로테이션입니다. 이현승 선수는 불펜으로 갔다고 봐도 좋겠죠. LG상대로 김선우 선수와 임태훈 선수가 너무 약해서 걱정인데 임태훈 선수 자리에 홍상삼 선수가 나올지도 모르겠군요. 2위 자리를 포기하는 이르니 올스타 브레이크 전 LG와의 3연전을 잘 마무리하고 전반기를 끝냈으면 좋겠네요.

아울러 꾸준히 스탯이 하락하고 있는 타선 침체, 그 중에서도 최준석 - 이성렬 선수의 부진이 눈에 띕니다. 오재원 - 임재철 - 유재웅 선수등을 잘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보았으면 합니다. 올인V4 허슬~두!

덧붙이자면, 요새는 두산 경기보다도 기아 경기에 더 관심이 많이 가더군요. 삽시간에 팀이 이렇게 망가지기는 정말 쉽지 않은데, 야구 정말 모르겠어요.

2010/07/17

셜록 홈즈 (2009) - 가이 리치 : 별점 3점

 


2009년 연말에 공개된 작품이죠.
일단 그동안의 "홈즈"라는 캐릭터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이미지를 깨는 파격적인 설정이 독특합니다. 그간의 진지남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나 능청스럽고 유머러스하게 표현된 홈즈는 홈즈라기 보다는 뤼뺑이 연상되더군요. 물론 원작팬에게는 반갑지 않을 수 있는 변화일 수도 있죠. 하지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캐릭터가 너무 잘 어울려서 어색하지 않고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잘 삐지고 속좁은 옹졸남으로 나오는 왓슨, 팜므파탈 범죄자로 흡사 <루팡3세>의 후지코를 연상시키는 아이린 애들러 등의 변주도 새로왔어요. 레스트레이드 경감 역시 반가운 인물이었고요.

하지만 새로운 캐릭터의 구현 이외의 기본적인 이야기 자체는 정통 셜록 홈즈 시리즈 전통에 충실한 편입니다. 몇 안되는 단서를 통해 추리를 하는 과정이 합리적으로 잘 짜여져 있거든요. 여러가지 단서들을 추리하는 장면에서 단서의 결과를 순간적으로 보여주는 연출도 좋았고 말이죠. 한마디로 "추리영화"라는 쟝르로만 본다면 완벽에 가까운 영화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약간 있긴 합니다. 일단은 홈즈와 왓슨의 같잖은 사랑싸움(?)에 할애한 시간이 너무 길다는 점이 가장 거슬렸어요. 쓰잘데 없는 묘사로 게이스러운 분위기만 잔뜩 자아내고 말이죠... 그리고 악당 블랙우드의 계획이 그닥 설득력이 없다는 약점도 있습니다. 구태여 목숨까지 걸면서 죽은척 했다가 다시 살아날 이유도 모르겠고 "청산가스" 배출 작전이 그렇게까지 거창한 장치가 필요했을지도 의문이거든요.

그래도 셜록 홈즈 시리즈의 팬 이외의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새로운 홈즈 시리즈의 출발이라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조금 압축했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이 정도면 후속작이 기대되는 수준임에는 분명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10/07/16

알라딘 서재 : 여름맞이 추리소설 10문 10답 이벤트!

 참여는 여기서


1. 가장 최근에 완독한 추리(장르)소설은?
존 딕슨 카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2. 당신이 살해당했다고 가정했을 때, 사건해결을 맡아줬으면 하는 탐정은? 반대로 절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탐정이 있다면?
가정은 마음에 안들지만... 일단은 마이크 해머. 이유는 내 복수도 같이 해 줄 거 같아서.
절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탐정은 귀차니스트 네로 울프.

3. "휴가길, 이 책 한권 들고 가면 후회없다!" 널리 추천하고픈 추리(장르)소설은?
여름에는 닥치고 호러!라면 <검은 집>
서스펜스와 스릴을 느끼고 싶다면 <자칼의 날>
하드보일드의 새로운 매력에 빠지고 싶다면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짤막한 단편의 매력은 <특별요리>
여유가 허락된다면 <경성탐정록>도 한번 읽어주세요~

4. 지금 당장 책 살 돈이 10만원 생긴다면, 가장 먼저 장바구니에 담을 추리(장르)소설은?
<주석달린 셜록 홈즈 2> 이미 담겨 있습니다.

5. 지금까지 읽은 추리(장르)소설 중 가장 충격적인-예상외의 결말을 보여준 작품은?(단, 스포일러는 금지!)
반전이 중요한 서술트릭물이 아닌 장르에서 꼽자면 로스 맥도널드의 <소름>

6. 우리 나라에 더 소개되었으면 하는 추리(장르)소설 작가가 있다면?
일본작가 다카키 아키미츠. 유명세에 비하면 너무 소개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7. 올해 상반기 출간된 추리(장르)소설 중 최고작을 꼽는다면?
개인적으로 읽은 작품 중 올해 상반기 베스트는 딕슨 카의 <유다의 창>

8. '셜록 홈즈'와 '아르센 뤼팽' 역 배우를 내맘대로 캐스팅해본다면?
홈즈는 로버트 다우닝 주니어가 아주 괜찮았어요. 한국 배우로는 역시나 김명민.
아르센 뤼팽은 뺀질뺀질한, 그야말로 '신사'에 왠지 흑발이어야 될 것 같으니 금성무가 어떨까 싶습니다. 너무 동양적인가...

9. 지금까지 읽은 추리(장르)소설 중 가장 '괴작'이라고 생각하는 작품은?
에도가와 란포의 <고구마벌레>

10. 생사에 관계없이, 실제로 가장 만나보고 싶은 추리(장르)소설 작가가 있다면.
당연히 코난 도일 경!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 존 딕슨 카 / 임경아 : 별점 3점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 6점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로크미디어

이 작품은 경찰 관계자 3명 - 아일랜드인 존 캐러더스 형사 / 잉글랜드인 부국장 허버트 암스트롱 경 / 스코틀랜드인 데이비드 해들리 총경 - 각자가 한꼭지씩 맡아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소설의 형식부터 시작해서 그동안의 존 딕슨 카 작품과는 성격이 아주 다른, 굉장히 독특한 작품입니다.

이유로는 첫번째로 코믹하고 왁자지껄한 블랙코미디 군상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강한 것을 꼽고 싶습니다. 설정부터가 황당하고 코믹하죠. 가짜 수염을 단 인물이 나타나 경관을 습격하고, 가짜 수염을 단 사람이 시체로 발견되고, 흉기인 단검이 놓여있던 장식장 안에 가짜 수염이 놓여있고... 이렇듯 <멋지다 마사루> 수염부 일동이 일생 일대의 걸작으로 지목할만큼 많은 수염이 등장합니다. 게다가 주요 관계인들의 행색과 행동 하나하나도 실소를 자아내죠. 예를 들자면 사건이 벌어진 박물관 경비원이 나무상자 주위를 돌면서 춤을 춘다던가, 주요 관계인 한명이 경찰 복장을 하고 나타난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두번째로는 다른 딕슨 카 작품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고딕 호러 스타일의 괴기성도 찾아보기 어렵고 과거에 있었던 역사적인 사실과 사건이 얽히는 팩션 느낌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죠. 기드온 펠 (기디온 펠) 박사나 헨리 메리벨 (헨리 메리베일) 경 시리즈는 방코랑 시리즈나 딕슨 카의 다른 팩션 작품들 보다야 고딕 호러 느낌이 덜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 작품처럼 찾아보기 힘든 작품은 처음이었어요. 동방의 물품들을 전시하는 박물관이라는 사건 현장 때문에 "아라비안나이트"를 약간 가져다 붙이는 정도에서 끝나니까요. 그나마도 박물관의 구조 이외에 사건에 필요한 요소는 전무하고요.

하지만 이러한 점은 단점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죠. 오히려 이 작품의 문제는 전개 과정에 있는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3인의 화자에 의해 전개되는 방식은 어차피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독특함 이외에는 혼란만 가져다 줄 뿐, 1명의 화자가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진행하는 방식에 비해 나은 점을 찾기 어렵거든요. 솔직히 중간부분에서는 지루해서 깜빡 졸기까지 했습니다. 사건도 동기는 확실하지만 너무나 많은 우연이 겹쳐져서 일어난 것이라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고요. (여러가지로 이유를 설명하고는 있지만 사족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아울러 증거도, 증인도 없다는 결말도 좀 허무했습니다.
때문에 작품 자체는 굉장히 재미있게 읽은 편이지만 딕슨 카라는 작가와 기드온 펠 박사라는 명탐정이 등장하는 작품 치고는 너무 평범한게 아닌가 싶긴 합니다.

그래도 거장답게 별다른 트릭없이 수수께끼같은 사건을 펼쳐나가는 이야기솜씨는 일품이며 합리적인 추리에 따른 반전까지 갖춘 완성도 높은 추리소설임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딕슨 카의 고딕 호러 스타일은 아무래도 좀 취향을 탈만한 내용이기도 하니 즐겁고 신나는 이러한 작품으로 딕슨 카라는 작가를 알게 되는 것도 괜찮겠죠.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존 딕슨 카 작품 완독에 도전하기 위해 읽은 작품으로 다 읽고나서 완독이라고 좋아했더니 신작 <초록캡슐의 수수께끼>가 또 출간되었네요. 이 작품도 빨리 읽어야 겠습니다.

<완독한 존 딕슨 카 작품 목록>

2010/07/13

B컷 - 최혁곤 : 별점은 2.5점

 

B컷 - 6점
최혁곤 지음/황금가지

국내 작가 최혁곤의 장편 스릴러. 국내 작가에게서는 보기 드문 전형적인 스릴러물입니다.

이야기는 전직형사 황재복과 미국에서 온 여성 킬러 현수 각자의 시점이 동시간대에 서로 교차하며 전개됩니다. 황재복은 민사장이라는 인물에게서 의뢰받은 연쇄살인사건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하여, 그리고 킬러 현수는 연쇄살인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 행동하며 마지막 인물 "D"의 행적 추적끝에 둘은 서로 마주하게 된다는 이야기죠.

일단 장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스릴러다운 긴장감과 재미가 확실하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독특한 점은, 보통 이런 류의 스릴러물은 연쇄살인 뒤에 감추어진 흑막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가는데 반해 이 작품은 흑막이나 사건의 진상보다는 황재복의 살기 위한 투쟁이 주를 이루고 있죠. 결말까지도 깔끔하고요.
거기에 더해서 황재복이라는 패배감과 열등감에 절어있는 한국식(?) 마초 꼰대 전직 형사 캐릭터가 굉장히 잘 형상화되어 있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작품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특히나 황재복의 야수성이 지능적으로 폭발하는 마지막 장면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기도 하고요. 황재복의 전처의 사고사 이후 드러나는 반전과 속물 치과의사를 작살내는 결말도 괜찮았습니다. (황재복의 딸 나미에 의한 지나치게 자세한 설명은 사족으로 보이긴 했습니다만)

그러나 단점도 확실한 편입니다. 이야기의 기본 틀이 헐겁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앞서 이야기한, 이 작품의 핵심 내용인 사건의 흑막과 진상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탓이 크죠. 외국산 스릴러물과 비슷한 수준의 스케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 것과 나름의 전형성을 잘 지켜나간 것은 좋았지만 좀 더 잘 짜여진 이야기였어야 했어요.

애시당초 황재복에게 민사장이 왜 조사를 의뢰했는지도 애매하고 실제 조직의 보스가 따로 있는데 민사장이 앞장서 4명의 한국인 살해에 가담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우며 "D"의 협박 역시 무엇에 근거한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일기? 설마 협박자가 스스로 누군가에 대해서 쓴 일기가 과연 증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일까요?

또한 흑막에 대한 이야기도 짤막한 설명으로만 끝내서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건지 잘 모르겠어요. 하드보일드 의학 생체실험 스릴러의 교과서적인 작품인 <제6계명>만큼은 아니더라도 진상의 핵심인 의학 관련 이야기는 보다 설득력있게 표현했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실험이 실패했다고 실험 대상자들을 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수십명씩 죽인다는 것도 말이 안돼죠. 가만히 두면 다 묻힐텐데... 제보가 상원의원에 들어갔다고는 해도 수십명 죽어나가는 것 보다는 눈에 덜 띌텐데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에 대한 설명이 너무 빈약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인 여성 킬러 현수에 대한 이야기도 아쉬웠습니다. 레옹의 마틸다나 니키타처럼 킬러로 성장해 나가는 소녀의 전형적인 모습에 불과하거든요. 부가적인 불우한 가정사같은 건 그야말로 뻔할 뻔자였고요. 차라리 황재복의 딸 나미가 킬러였다는 서술트릭형태로 풀어나갔더라면, 아니면 현수 이야기는 아예 빼더라도 스케일을 좀 줄이면서도 황재복을 중심으로 하여 민사장과의 대결구도로 만들 가는게 좋았을거에요. 그냥 황재복을 중심으로 한 한국 무대의 밑바닥 하드보일드 스릴러로 가져가던가요. 그만큼 황재복과 그에 관련된 이야기는 매력적이었던 만큼 소재가 낭비된 느낌을 지우기 힘드네요. 아무래도 후속작이 나오기 힘든 결말이기도 하니까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입니다. 단점은 있지만 재미는 확실하고 황재복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한국형 하드보일드 스릴러의 전형을 제시하고 있기에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더운 여름 함께할만한 책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PS : 제목은 무슨 뜻일까요? 아시는 분 제보 부탁드립니다.

2010/07/12

스켈리톤 맨 - 토니 힐러먼 / 설순봉 : 별점 2.5점

스켈리톤 맨 - 6점
토니 힐러먼 지음, 설순봉 옮김/강

이제는 고인이 되신 토니 힐러먼의 나바호 부족경찰 짐 치와 조 리프혼 시리즈입니다. 국내 출간 기준으로는 최신작으로 국내 출간된 시리즈는 이로써 독파를 완료하였습니다. <고스트웨이> 이후 6년만이네요.

이 작품이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것은 일단 사건의 스케일이 크다는 것이겠죠.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비행기 사고, 그리고 그 비행기 사고에서 실종되었지만 시신의 일부라도 발견될 경우 막대한 금액의 재산이 다른 사람에게로 이동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그 규모가 수십억에 이른다고 하니 대단합니다. 그리고 조 리프혼이 은퇴한 이후의 이야기라 짐 치가 호피족 파트너 다쉬, 약혼자 버디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고 조 리프혼은 사건 해결을 돕기 위하여 별도의 조사를 약간 벌이는 정도라는 것도 차이점입니다.

그러나 사건의 논리가 빈약하다는 약점이 눈에 좀 거슬리네요. 이 시신이 다이아몬드 가방을 손목에 수갑으로 엮어 놓았기 때문에 다이아몬드를 발견하면 손 한쪽은 발견할 수 있다는 논리인데 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가방을 가진 뒤 손까지 보관하고 있을까요? 아무데나 버리지... 그리고 이 시신 발견에 모든 것을 건 유산 상속자 조안나 크레이그에 대한 악당들의 소극적 방해 역시 와닿지 않아요. 수십억달러의 재산이 걸려있는데 한명의 인간말종 스킵 트레이서에게 이 모든 문제의 해결을 맡긴다는건 비현실적이죠. 그외에도 인디언들의 유대관계가 사돈의 팔촌까지 꿰고 살 정도로 대단한데 그랜드캐니언 밑에서 은둔생활하고 있는 사람 하나를 모른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고 말이죠.

무엇보다도 다이아몬드와 시체조각을 찾기 위하여 그랜드 캐니언 밑바닥을 뒤지는 결말부분이 소설의 핵심인데도 불구하고 다이아몬드와 시체조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스켈리톤 맨'을 어이가 없을 정도로 쉽게 찾을 뿐 아니라 찾는 과정에서 아무런 서스펜스도 느낄 수 없었으며 결말 역시 너무 뻔하게 끝나버리는 등 긴 분량에도 불구하고 재미와 흡입력 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토니 힐러맨이 일반적인 '추리 - 스릴러'를 쓰는 작가는 아니며, 이 작품도 전형적인 미국식 헐리우드 스릴러와는 궤를 달리하는 작품이기에 비판만 하는 것은 온당한 일은 아니겠죠. 특유의 세밀한 묘사도 역시나 대단하고 악당은 모조리 지옥으로 가고 선한 사람들은 행복해지는 결말과 짐 치의 인디언적인 사고방식도 여전히 마음에 듭니다. 대표적인 것은 나바호의 자연적 조화 이론 - 모든 종은 서로 자연계 안에서 각각의 역할을 존중할 것 - 을 바탕으로 한 '애완용 동물'을 소유한다는 것이 인간노예를 소유하는 것 보다 더 정당하다는 근거가 없다는 내용인데 참 그럴듯하더군요.

독특한 분위기와 설정의 추리 스릴러를 원하신다면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전작들이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재미가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별점은 2.5점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시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10.7.6 ~ 7.11 한주간 두산베어스 단상

 


좋았던 점 :
1. 캘빈 히메네스 다승 공동 1위!
2. 부활한 3-4-5 중심타선

나빴던 점 :
1. 임태훈 - 홍상삼 선수의 난조
2. 이해할 수 없었던 감독님의 투수교체...
3. 이종욱 선수의 부상
4. 몇달간 지켜온 2위 수성 실패

기타 감상 :
히메네스 선수가 2번, 김선우, 왈론드가 등판한 선발진은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기아전 2연승 뒤 LG전에서 황당한 역전패로 위닝 시리즈 기회를 놓친것이 안타깝네요. 때문에 삼성에게 역전을 허용당해 반게임차 3위가 되었습니다.

특히나 7월 9일 LG전은 감독님의 투수교체를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홈런을 맞기는 했지만 90여개의 투구수로 잘 던지던 왈론드를 갑자기 내리고 계속된 연투를 거듭해 왔던 고창성 선수를 올린 것이 가장 큰 패착이 아닌가 싶어요. 차라리 이닝 시작과 동시에 교체를 하시던가.... 선발을 믿고 맡겼다가 급작스럽게 교체한 뒤 좋은 결과가 있었던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게다가 무사 1-2루라곤 하지만 남은 이닝은 3이닝에 점수차는 4점차. 꼭 필승조가 나와야 했을까요?
이 황당한 역전패 다음날의 임태훈 - 홍상삼 선수의 투구도 문제였어요. 임태훈 선수야 그렇다쳐도 홍상삼 선수가 2아웃 이후 연달아 홈런을 얻어맞아 추격의 기회를 날려버린게 컸죠. 그래도 히메네스 선수가 봉중근 선수와의 맞대결을 승리로 장식해서 스윕을 면한게 다행인 한주였습니다. 이 마지막 경기도 5점차에 왜 정재훈 선수가 등판하는지는 도저히 알 수 없었지만 말이죠.

어쨌건 주간 전적은 3승 2패로 5할+네요. 4승 1패를 할 수 있었는데... 어쨌건 이번 주 히어로는 한주에 2승을 거둔 히메네스 선수 (2주 연속!). 타자로는 연속 게임 홈런과 안타, 타점을 뽑아내고 있는 부활한 김기계 김현수 선수를 꼽고 싶습니다.

이번 주 예상 :
투수 로테이션은 '이현승 - 김선우 - 왈론드 - 임태훈 - 히메네스 - 이현승'의 로테이션입니다. 이현승 선수가 주말 불펜 출격을 하지 않았고 삼성전에 강했던 만큼 분명히 선발로 올라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난 주에 무리했지만 푹 쉰 김선우 선수도 호투가 기대되는 만큼 비만 오지 않는다면 역시나 위닝 시리즈로 2위 탈환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로테이션이네요.

덥긴 하지만 백업이 두터운 두산이니 만큼 정수빈 - 임재철 - 오재원 - 김재호 - 유재웅 선수를 잘 활용해 가며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었으면 합니다. 올인V4 허슬~두!

2010/07/11

경성상계 - 박상하 : 별점은 3점

 

경성상계 - 6점
박상하 지음/생각의나무

일제 강점기 시대 근대 경성의 상업 활동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한 미시사서적입니다. 시대별로 나뉜 5개의 목차로 구분되어 있는데 1부는 종로 육의전의 붕괴, 2부는 한성에서 경성으로 변해가는 시기의 유행상품들, 3부는 젊은 조선 상인들의 활약, 4부는 조선 백화점왕 화신의 박흥식 이야기, 5부는 광복 이후의 상계 판도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제도 재미있고 내용도 재미있는 소재들이죠? 하지만 다른 책에서 접했던 내용이 너무 많아서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더군요. 예를 들어 당대의 수입구조라던가 백화점을 다룬 주요 내용들은 <경성리포트> 등등에서, 레코드 업계 이야기는 <오빠는 풍각쟁이>, 금광왕 최창학과 방응모 이야기는 <황금광시대>에서 이미 접한 내용이죠. 아무래도 사료가 당대의 <별건곤>이나 <삼천리> 등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경성관련 미시사 서적의 한계가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고무신의 기원이라던가 안경사업, 명월관과 식도원의 요릿집 경쟁과 같은 처음 접하는 에피소드도 많이 실려 있으며 왕족 출신 사업가 이재현, 경성 자동차왕 방의석, 조선 3대재벌, 호텔 여사장 김옥교, 그리고 화신 백화점의 박흥식 같은 상인 중심의 에피소드를 다루면서 해당 인물의 처음과 끝을 상세하게 보여준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식민지 경성 상인들의 이야기야말로 조선인과 경성상계 그 자체일테니까 말이죠. 특히 4부의 박흥식 이야기는 상세할 뿐 아니라 굉장히 드라마틱해서 바로 소설화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다른 책들 보다 "숫자"를 표기하는데 철저해서 자료적 가치가 높다는 것 역시 좋은 점이죠. 별점은 3점입니다.

2010/07/09

내가 겪은 최대의 국내 출판사 만행

"고독한 미식가" 증보판?? 그리고 이숲 출판사의 답변

밸리에서 <고독한 미식가> 국내 정발판에 대한 황당한 글을 읽고 씁니다.

이런 식으로 중간에 에피소드가 삽입된다던가 하는 만행(?) 은 아직 직접 겪은 적은 없지만 한권씩 사 모으고 있는데 갑자기 "박스셋"이라는 이름으로 케이스가 포함된 버젼을 판다던가 하는 경우는 쓰라릴 정도로 많이 겪었죠.

하지만 이러한 만행(?)은 애들 장난! 제가 겪었던 최대의 국내 출판사 만행은 대원에서 저지른 <전사 모카 (おざなりダンジョン)>만행입니다. 한권씩 발간될 때 마다 사 모았는데 마지막 권을 국내에서 출간해 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무려 16권까지 샀는데! 이게 말이나 됩니까? 아무리 안 팔렸다고 해도 그렇지 딱 한권 남겨놓고 쫑내버리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어요. 이래서야 산 놈만 병신되는거죠. 여차저차 마지막 편은 구해 읽기는 했지만 정말이지 국내 출판사에 학을 떼었던 에피소드입니다. 비인기작은 되도록 완결되기 전에는 구입하지 않기로 개인적으로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되었더랬죠.

그나저나 <고독한 미식가>는 일본판 문고본을 구입했기에 구입하지 않았는데 증보판을 번역한 새로운 버젼이라면 사 보아야겠군요. 물론 이런 출판사의 만행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씁쓸하긴 합니다만...

2010/07/08

밤 산책 - 요코미조 세이시 / 정명원 : 별점 2.5점

 

밤 산책 - 6점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시공사

<이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7번째로 읽은 요코미조 세이시 작품입니다.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로 요코미조 작품의 전형, 그러니까 "부유한 명문가이지만 실상 내용을 알고보면 콩가루 집안"을 무대로 "연쇄살인"이 벌어진다는 내용은 그대로입니다. 여기에 뭔가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덧칠한 것 역시 여전해서 이 작품에서는 "꼽추"와 "몽유병", 그리고 사람을 죽이는 요도 "무라마사"가 주요 소재로 쓰이고 있죠.

그러나 이 작품은 콩가루 집안의 상황을 이전 작품들보다 한층 업그레이드해서 표현하고 있으며, 3류 탐정 소설가 야시로를 화자로 내세워 야시로가 직접 쓴 소설처럼 진행되는 액자소설 구성을 취하고 있다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 중에서도 <팔묘촌> 역시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지만, <팔묘촌>은 단순한 수기 형태였던 것에 반해 이 작품은 작중작품이라는 형식도 독특하지만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처럼 화자가 범인이라는 일종의 서술트릭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죠.

하지만 이 작품은 아쉽게도 본격 추리소설적인 맛은 많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무려 3명이나 살해당하는 것에 비한다면 트릭이 보잘 것 없고 여러모로 문제가 많아요. 특히 첫번째 하치야 살해사건의 경우, 하녀 후지의 결정적 증언 - 12시에 하치야가 방에서 자고 있었다 – 가 번복된 순간에 이미 사건은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거든여. 이 증언을 번복하면 결국 야치요의 시간 조작이 곧바로 드러나 버리니까요. 때문에 이후의 설명이나 사건은 사족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애당초 하녀 후지가 처음에 거짓 증언을 한 것 자체가 단순한 운이었다는 등 운에 의지한 부분도 너무 많고요.
그 외에도 나오키가 칼을 어디에 두었는지를 야시로는 어떻게 알았는지, 왜 나오키가 시즈카를 감금하여 돌봐주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고 모리에가 과연 지시한대로 행동해서 예상대로 얌전히 독을 먹고 죽었을지에 대한 것이라던가 두 꼽추의 동일한 총상 역시 억지스러운 부분이에요. 몽유병을 과장하여 사용한 것도 거슬렸고 말이죠. (심지어는 몽유병 환자가 물속에 들어가 무언가를 찾기까지 합니다!)

무엇보다도 동기 부분이 가장 문제가 많습니다. 화자가 범인이고, 또 소설의 작가이기 때문에 다른 등장인물 – 특히 나오키 – 에게 혐의를 돌리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설명은 하고 있지만 “내가 범인이다!” 라는 마지막 장면에서야 겨우 실질적인 동기가 등장하기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는 공정하다고 느끼기 어려워요. 앞부분에 야시로와 나오키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시즈카에 대한 설명을 조금이나마 복선으로 등장시켰어야 하지 않나 싶더군요.

하지만 작품 자체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작품의 매력이 본격 추리소설적인 부분이 아니라 괴기스럽고 기괴한 분위기와 묘사에 있기 때문이죠. 추리적으로도 이런저런 불만을 털어놓기는 했지만 소설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그럴듯한 트릭과 단서들이 계속 등장해서 몰입하게 만드는 재미 하나는 확실하고요. 더운 여름밤을 시원하게 같이 해 줄 추리괴담물로는 거의 최상급의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010/07/07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 시마다 소지 / 한희선 : 별점 3.5점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 8점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시공사

홋카이도에 위치한 하마디젤 회장 하마모토 고자부로의 별장 "유빙관"에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해 사람들이 모여든다. "유빙관"은 괴짜 하마모토 고자부로가 일부러 기울여 지은 이른바 '기울어진 저택'으로 약간의 미로와 같은 방의 구성과 고자부로가 머무는 기울어진 탑이 딸려 있는 기괴한 저택이었다.

이 저택에서의 첫날밤에 초대손님 기쿠오카의 운전사 우에다가 완벽한 밀실인 자신의 방에서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며, 이 사건의 조사를 위해 출동한 경찰 4명이 조사와 보호를 위해 저택에서 잠을 자던 두번째 날 밤에는 기쿠오카 역시 완벽한 밀실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 경찰은 도쿄에 도움을 요청하며, 도쿄에서 명탐정 미타라이 키요시가 친구 이시오카와 함께 유빙관에 나타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데...


이 작품은 <점성술 살인사건>에 이은 미타리아 시리즈 두번째 작품입니다. 일본 신본격추리 장르의 대표작 중 하나이기도 하죠.

그동안 신본격추리라는 장르의 작품들은 많이 읽어왔습니다. 보통 '독자에게의 도전'으로 대표되는 공정한 단서제공과 확실한 퍼즐 미스터리라는 장점과 함께 과장되고 작위적인 설정에 기인한 부분이 많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죠. 그런데 이 작품은 단점마저도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놀라운 마법을 보여줍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의 작위적인 설정 모두는 놀라운 트릭을 위해 짜여져 있고, 이러한 작위성이 완벽한 작가의 의도로 보이기에 의외의 즐거움을 안겨다 줄 뿐 아니라 놀랍게도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등장하는 거의 대부분의 요소들이 "작위적"이라는 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작위적인데도 불구하고 워낙에 스케일도 크고 허풍이 심해서 그다지 거슬리지 않는 묘한 매력이 돋보입니다. 여기서 한발자국만 더 나가면 곧바로 추리라는 장르를 넘어설 것 같은 아슬아슬함을 끝까지 잘 유지하고 있거든요.
게다가 설정면에서 공들인 만큼 트릭 하나만큼은 정말 압권입니다. 이 트릭을 위해 모든 것이 작위적으로 짜여져 있음에도 최소한 작위적인 무대장치를 만든 방법 자체는 합리적일 뿐 아니라 쉽사리 눈치채기 힘들게 교묘하게 숨겨놓은 작가의 노력 역시 돋보입니다. 주어지는 정보도 비교적 공정한 편이라 본격 추리물로서의 가치도 무척 높고요.
아울러 이러한 연극적이고 만화적인 공간에서 활동하는 인물들이 전부 "보통사람" 이라는 것도 독특합니다. 정체불명의 애꾸눈이나 절름발이, 꼽추노인이나 불길한 가문의 피, 몇대를 이어온 가문의 증오 같은 억지는 하나도 등장하지 않고 모여든 사람들 모두 약간의 동기와 속물적인 마인드는 있지만 전부 평범하게 생각하고 행동하거든요. 한마디로 고전 일본 본격 추리물의 공통점이기도 한 '작위적 설정 하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인물들의 난장판'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이 작품이 보다 현대적으로 느껴지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그러나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첫번째 우에다 살인사건의 밀실은 실제로 해결 가능했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범인을 추적할 수 있었음에도 두번째 사건과 엮어서 불가능 범죄로 몰아간 측면이 강했고, 두번째 기쿠오카 사건은 트릭 자체는 대단하고 멋진데 여러가지 변수가 너무 많아서 실제로 이 소설에서처럼 성공했을지에 대해서는 의심이 좀 갑니다. 아울러 동기를 너무 숨겨놓았을 뿐 아니라 동기 자체는 설득력이 떨어지는게 좀 아쉽네요. 이렇게까지 거대하게 공들인 트릭을 만들었다면 동기도 그에 어울리게 좀 거창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또 저택의 약도가 독자의 상상의 여지를 제한하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주는 부분이 있다는 점도 공정성 면에서는 점수를 좀 깎아먹기는 합니다. 요건 확실히 감점 요소인데 작품 보다는 출판사의 배려를 탓하고 싶네요.

그래도 <점성술 살인사건>의 대성공때문에 후속작을 작업하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 같기도 한데 작가 스스로 신본격추리라는 장르에 새로운 지평을 연 대단한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후대의 신본격 작품들이 단지 트릭을 위해서 납득하기 어려운 설정을 만든다던가, 어떻게든 독자를 설득시키려고 외려 더 비현실적인 상황으로 치닫는다던가 하는 작품들이 많은 것에 비해 아예 이렇게 대놓고 허풍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 진짜 신본격 추리물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하여간 읽으면서도 무척이나 즐거웠어요. 별점은 3.5점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저택의 약도 등을 보강하여 보다 공정하게 독자와 승부할 수 있게 해 준다면 별점은 4점!)

2010/07/06

50만 Hit


40만 Hit!

50만 Hit네요.
이번 이글루스 사태에 대해 글을 쓴 포스팅에 대한 조회수가 늘어나면서 갑작스럽게 달성한 것이라 기분이 오묘합니다.
일전 40만 Hit 글에서 50만 Hit를 달성하면 뭔가 기념해야겠다 라는 글을 남겼었는데 현재 분위기나 기분이 별로 내키지 않아 조용히 넘어가려 합니다. 일단 비밀글은 모두 정리, 삭제를 완료했고 당분간은 유지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네요.
제 심정 역시 블로그 이웃 EST님 심정과 같다고나 할까요.

그래도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는 감사드립니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쓰리 - 나카무라 후미노니 / 양윤옥 : 별점은 2.5점


쓰리 - 6점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자음과모음(이룸)

프로 소매치기 니시무라는 예전 한 사건에 연루된 뒤 피해다니던 기자키에게 우연찮게 잡히게 된다. 그리고 기자키는 니시무라가 호감을 보인 한 꼬마 소매치기 모녀의 생명을 담보로 3개의 물건을 가져다 줄 것을 명령한다...

우연찮게 선물받은 작품. 오에 겐자부로상을 비로스 아쿠타카와상, 노마 문예상 등 각종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젊은 작가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작품으로 200페이지가 살짝 넘는 중편 길이의 범죄 스럴러 물입니다.

그런데 흥미진진해 보이는 제목과 간략한 책 소개와는 다르게 작품은 실망스러웠습니다. "거대한 장편의 도입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용이 애매하고 빈약했거든요. 프로 소매치기 니시무라와 절대악이라고 할 수 있는, 타인의 운명을 자신 마음 먹은대로 한다는 것을 최대의 의미로 삼는 기자키 사이의 짤막한 만남과 함께 이야기가 끝나버리니 이건 뭐.. X누고 뒤 안닦은 그런 기분마저 드네요. 원래대로라면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어서 본격적인 서스펜스, 그리고 주인공의 약하지만 값진 승리, 뭐 그런걸 보여줘야 할텐데 말이죠....

니시무라가 불쌍한 거리의 소매치기 꼬마와 우연찮게 만나게 되어 도와주게 된다는 이야기도 전형적인 클리셰의 반복으로 진부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소매치기에 대한 다양한 자료조사와 디테일은 돋보였지만 역시나 소매치기가 등장하는 <전선 스파이크 힐즈> 와 비교했을때 딱히 나아보이는 점도 별로 없더군요.

그러나 요소요소의 두드러지는 심리묘사와 더불어 니시무라가 불가능해 보이는 기자키의 미션을 수행해 나가는 과정, 특히 마지막의 봉인된 봉투를 대상자가 도둑맞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이틀을 보내게 하라는 불가능한 미션에 대한 내용 등은 긴장감이 압권이라 충분한 재미를 가져다 주기는 합니다. 짧다는 것도 단점이라기 보다는 장점으로 봐야될 테고요.

때문에 제발 이대로 끝내지 말고 니시무라가 기자키에게 제대로 승부를 거는 후속작이 나와주었으면 합니다. 이 작품만 놓고 본다면 별점은 2.5점이지만 후속작이 나오고 그 작품이 일정 수준의 기대만 충족시켜 준다면 합쳐서 4점 줘도 무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