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08/08/29

Eye_26세, 나는 세상으로 뛰쳐나갔다. - 요시무라 켄지 / 송수영 : 별점 2점

 

Eye _26세, 나는 세상으로 뛰쳐나갔다 - 4점
요시무라 켄지 지음, 송수영 옮김/넥서스BOOKS

30분만에 읽어버린 사진+여행기로 26살의 젊은 일본청년 켄지가 1년동안 세계를 여행하면서 담은 사진과 단상을 담은 책입니다.

사진이 굉장히 미려한 것도, 단상과 같은 글도 뛰어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책 자체는 깔끔하고 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선진국이 아닌 오지에 가까운 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에 담았다는 것과 여행기가 아닌 스케치에 가까운 책이라는 것도 타 여행기와 차별화되는 점이고요.

그러나 켄지보다 10살 많은 36살인 제가 읽기에는 너무 "어린" 책이었습니다. 꼭 방학숙제를 읽는 기분이었어요. 젊은이의 찰나의 충동에 의한 결과물이라는 것을 놓고 볼 때는 자위행위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래도 켄지에게는 나름 의미가 있는 행동이었겠죠. 물론 자위행위 보다는 훨씬 많은 돈이 들기는 했겠지만요.

어쨌건 책은 이쁘긴 하지만 별반 알맹이도 없고 생각할 거리도 없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2008/08/28

벡실 (2007) - 소리 후미히코 : 별점 2.5점

 

2067년, 로봇 기술 강국 일본은 국제연합의 제제에 반발하여 국제연합을 탈퇴한뒤 하이테크 쇄국에 들어간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2077년 미국 특수부대 스워드(SWORD)는 일본의 알 수 없는 음모에 대응하여 일본 잠입 작전을 시도하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벡실 요원만이 일본을 지배하는 거대기업 다이와에 대항하는 레지스탕스 조직의 리더 마리아의 도움으로 도주에 성공한다. 

요새 업무도 그렇고 취미활동도 그렇고 영 흥이 나질 않아 주구장창 영화만 보게 되는군요. 이 작품은 Full 3D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작품으로 이미 작년에 개봉한 작품이라 좀 늦게서야 본 감이 있습니다.

이야기의 기둥 줄거리는 과거의 전형적 사이버펑크 영화들과 큰 틀에서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이 로봇이 되어 가는 과정에 대한 설명만 약간 달랐을 뿐 여러 캐릭터와 이야기들도 터미네이터와 로보캅, 블레이드러너, 공각기동대 등 많은 SF 작품에서 차용한 느낌이 강하고요. 가장 중요한 설정도 스포일러가 될까봐 이야기는 못하겠지만 과거 일본 SF에서 수없이 반복되어 온 "기계인간" 에 대한 환상을 리얼하게 폭로한 것에 지나지 않아 보입니다. 이미 은하철도 999등에서 써먹은 소재이기도 하죠.

하지만 뭐 깊게 생각할 필요 있겠습니까. 그렇잖아도 살기가 빡빡한 판에... 머리를 비우고 즐긴다면 킬링타임용으로 괜찮은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인물 디자인은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볼만한 3D 애니메이션, 그리고 화면과 잘 어우러지는 음악 덕분에 즐겁게 볼 수 있었으며 뭐니뭐니 해도 일본이 작살난다는 설정 하나는 최고였죠. 마지막 약간의 반전도 괜찮았습니다.

별점은 2개 반. 걍 한번 보고 지나가기에 적당한 작품으로 판단됩니다.
 
PS : 그런데 저 한국 개봉명인 "최후의 여전사 벡실"은 어쩜 좋습니까. 보는 제가 다 창피하군요....

2008/08/27

The Lost Room (2006) : 별점 2.5점

 

형사 조는 딸과 함께 살아가는 이혼남으로 우연히 한 모텔 열쇠를 입수하게 된다. 그 열쇠는 어떤 문이건 모텔 방으로 연결하며, 그 모텔 방에서 어디서든 갈 수 있게 해 주는 마법의 열쇠.

그러나 열쇠를 노린 위즐이라는 악당 때문에 딸이 모텔 방에서 실종되며, 그는 딸을 되찾기 위해 모텔 방과 열쇠, 그리고 모텔 방에서 나온 신비한 "물건" 들에 얽힌 사건 속으로 뛰어들게 된다.


추천을 받아 보게된 미국 드라마입니다. 2년 전 드라마네요. 미국 드라마 치고는 상당히 분량이 짧아서 보기는 편했지만 추천에 비한다면 썩 잘 된 드라마로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일단 장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정체불명의 모텔방과 여러가지 물건들의 설정은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도라에몽의 "어디서나 문"같은 판타지적인 물리관을 현실세계, 그것도 진지한 세계에 결합시킨 독특한 분위기는 마음에 들었고 시작 부분은 너무 재미있어서 손발이 오그라들 지경이었죠. 아이를 잃고 누명때문에 경찰에게까지 쫓기게 되는 주인공은 전형적인 "수렁에 빠진 주인공" 류의 이야기였지만 여기까지도 괜찮았습니다. 그만큼 재미있고 효과적인 설정이니까요.

그러나 그러한 재미를 끝까지 유지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원래 경찰이었던 동료 루버가 물건을 접한 후 이상한 종교(?)에 빠지는 과정이나 골동품상 칼이 어떻게 되는지 등 세세한 부분에서 너무 대충 넘어가는 등 설득력이 너무 떨어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우연에 의한 전개도 너무 많고요. 게다가 가장 궁금했던 물건들, 그리고 소유자에 대한 진상도 결국 밝혀지지 않아서 실망스럽네요. 예를 들자면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형에게 누명이 씌워진 이유나 배경, 음모는 무시한채 석호필이 형이랑 탈옥하고 드라마가 끝나버린 상황같다고나 할까요?

이야기의 결말도 약간 애매하게 끝내는 등 이후 시리즈를 예상한 듯 한데 속편 (요새말로는 두번째 시즌이랄까요) 소식이 없는 것은 기대만큼 시청률이 나오지는 않은 듯 합니다. 저같이 실망한 사람들이 많아서가 아닐까 싶군요. 속편이 나온다면 대충 넘어갔던 부분이나 진정한 물건과 소유자의 정체 등이 밝혀지지 않을까 싶긴 한데 나올지, 나온다 해도 보게될지 의문이 생깁니다.

그야말로 용두사미같은 작품. 별점은 2점 반 주겠습니다.

2008/08/22

올림픽 야구 대표팀 결승 진출!

 


오늘은 업무 전폐 모드입니다. 정말 대단한 게임, 멋지게 이겨서 기쁨 두배입니다.

오늘의 MVP는 8이닝 2실점 1자책의 쾌투를 보여준 김광현 선수입니다. 5이닝 2실점 정도를 예상했는데 제 생각을 뛰어넘는 엄청난 투구를 보여줬군요. 약관의 어린나이에 이런 모습이라니 역시 대단한 선수입니다. SK가 부러워지네요. 그리고 수훈상은 누가 뭐래도 이승엽 선수. 예선때에도 부진이 심각했지만 이번 경기에서도 삼진-병살-삼진 (병살에 가까운) 등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관전하던 팬들의 마음을 졸이게 했는데 스타는 역시 스타라는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그 중요한 상황에서, 그것도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홈런을 때려내어 이름값을 정말 톡톡히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진짜 수훈갑은 바로 김경문 감독님이죠. 타선부터-좌좌좌좌우우우우우-로 연결되는 희한한 라인업을 들고나와 호시노 감독이 우리의 공격패턴을 파악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성급한 투수 교체를 유발시키는 두뇌싸움도 좋았지만 최고의 타자 중 하나인 이대호 선수를 빠르게 대주자로 교체하고 부진했던 고영민 선수를 믿고 가져가면서 찬스를 만들고 이진영 선수를 대타로 기용하여 동점을 만드는 작전이 정말 잘 맞아 떨어진점. 그리고 부진했던 이승엽 선수를 마지막까지 밀어붙여 역전 홈런을 만든 점. 김광현 선수를 길게 가져가서 결승전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게 만든 점이 특히 뛰어난 부분들이었습니다. 그에 반해 호시노 감독의 전략은 완전히 말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좌-우 편향 타선 때문에 투수 교체를 빨리 가져간 것, 특히 후지카와 선수의 빠른 등판이 오히려 발목을 잡아서 8회에 가장 컨디션이 좋지 않은 이와세 선수가 등판하게 된 것이 백미라고 할 수 있겠죠.
하여간 제가 두산 팬이라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고 기쁩니다. 덧붙이자면 올림픽 대표 타선의 1번, 3번, 5번, 6번을 두산 타자들이 맡았다는 것도 무척 기뻤습니다. 김동주 선수야 원래 국대 중심타자지만 김현수 선수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어요?

정말이지 아직까지 흥분이 가시질 않네요. 오늘 감독 및 코치진, 선수들 누구 하나 빼 놓을 사람 없이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 너무 술 드시지 마시고 내일도 이겨서 전승으로 금메달 따 오실 것을 기원합니다.

아울러 바로 시작되는 국내 리그에서 김경문 감독님 이하 두산 선수들 모두 힘내시고요. 그럼 내일도 모두 화이팅!

2008/08/21

적벽대전 : 거대한 전쟁의 시작 (Red Cliff, 2008) - 오우삼 : 별점 3점

간만에 본 영화입니다. 최근 심신이 피로해서 쉬고만 싶지 영 책이나 영화 등을 접하고 싶지가 않았거든요.이 영화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영화고 제가 한참 뒷북이긴 하지만 조금 설명하자면 장대한 삼국지 내용 중에서 손권과 유비의 동맹 이후 적벽에서 조조와 한판 승부를 벌이는 직전까지가 담겨 있습니다. 실제 적벽에서의 싸움은 다음 편으로 이어지더군요. 워낙 긴 이야기이니 이렇게 영화를 끌고나가는 것에는 별 불만은 없습니다. 영화도 상당히 잘 만들었더군요. 여러 전투의 묘사도 잘 묘사하였지만 특히 "진법"의 묘사가 아주 훌륭했습니다. 각색도 뭐 큰 무리는 없는 편이라 생각되고요.

그러나 쓰잘데없이 여자 이야기를 핵심에 배치한 것은 실수로 보입니다. 때문에 나름 야망도 크고 실력도 출중한 조조가 스쳐지나갔던 여자 하나 때문에 군대를 동원하는 찌질이가 되어 버렸거든요. 또한 캐릭터들도 원작 이미지 그대로 잘 뽑아낸 편이긴 한데 주유역의 왕조위는 제가 봐도 좀 별로였습니다. 미남도 아니고 젊은이도 아니라 존재감 자체가 좀 애매했거든요. 다른 인물들과는 달리 혼자 수염을 기르지 않은 묘사도 좀 의아했습니다. 혼자 맨얼굴로 나오니 꼭 마초들 사이에 있는 게이같잖아요.

그래도 영화만 놓고 본다면 즐길거리가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2편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반지의 제왕 1편" 처럼 좀 실망했을 수도 있지만 저는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2편이 기다려지는군요. 거대한 전쟁이 벌어질 테니까요.

2008/08/14

탐정학원 Q - 아마기 세이마루 / 사토 후미야 : 별점 2점

 

탐정학원 Q 22 - 4점
아마기 세이마루.사토 후미야 지음/학산문화사(만화)

휴가기간동안 몰아서 본 만화책 중 하나입니다. 완결된 줄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이제서야 완독했네요.

그런데 솔직히 말해 완전 실망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너무 저연령을 타겟으로 한 만화였거든요. 나이 서른 다섯이 읽으려니 정말 적응하기 힘든 작품이었습니다.

일단 탐정학원이라는 설정 자체가 일단 너무 유치했고 단 탐정과 조수 렌죠, 그리고 탐정학원생들의 설정은 아케치 코고로와 소년탐정단을 다시 부활시킨 것에 지나지 않더군요. 소년탐정단 자체가 반세기 이전의 아동물인데도 불구하고 이 낡은 포맷을 가져오다니, 시대착오도 어느 정도여야죠. 게다가 지나친 만화적 상상력을 덧붙인 탓에 제가 보기에는 판타지에 가까운 설정의 작품이 되어버렸습니다. 주인공인 큐가 가장 평범한 인물이니 말 다했죠. 다른 Q클래스 친구들은 아무리 만화라도 너무 지나칠 정도니까요. 이러한 요소들은 아무래도 후발주자였지만 보다 큰 인기를 얻은 "코난"에서 거대한 악당 조직과 소년 탐정단이라는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코난"에 비한다면 지나치게 과장된 캐릭터들과 설정들, 그리고 호흡이 길고 무거운 이야기만 가득해서 큰 재미를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추리적으로는 꽤 괜찮은 이야기도 있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추리의 질과 수준이 떨어지는 것 역시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본격 추리적인 재미를 느끼기에는 그 외의 요소들이 너무 부족한 것이 많기도 했고요. 또한 이 작품의 가장 독특한 점이었던 범죄 코디네이터라는 아이디어는 괜찮았는데 별로 잘 살리지 못했더군요. 막강한 적인 명왕성의 범죄 코디네이팅이 하는 족족 실패하니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게다가 명왕성의 총수 킹 하데스와 단 모리히코의 격돌, 그리고 탐정학원 Q 클래스 학생들과 명왕성의 대결, 큐와 류의 대결 등이 복합적으로 펼쳐지는 마지막 편은 정말 김빠지는 결말이었고요. 별다른 트릭없이 너무 서둘러 마무리한 것이 아닌가 싶거든요.

한마디로 평하자면 "김전일 작가가 그린 아동용 코난 아류작" 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꾸준히 구입해 보다가 포기했는데 포기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작품에서 건질건 케르베로스라는 캐릭터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도 김전일의 요이치와 겹쳐져 버리긴 했지만요...

별점은 그래도 본격 추리적인 요소를 감안해서 두점 주겠습니다.

2008/08/11

813의 비밀 - 모리스 르블랑 / 성귀수 : 별점 2점

 

813의 비밀 - 4점
모리스 르블랑 지음, 성귀수 옮김/까치글방

대부호 케셀바흐의 호텔방에 뤼뺑이 침입한다. 그가 노리는 것은 케셀바흐가 알고 있는 비밀에 대한 정보. 뤼뺑은 케셀바흐의 비밀금고를 통해 관련 문서를 입수한 뒤 철수하지만 다음날 케셀바흐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경찰청의 르노르망은 살인은 뤼뺑이 행한 것이 아니라는 논리적 추리를 펼쳐 살인범 L.M에 대한 단서를 잡지만 주요 증인들이 연이어 살해되고 르노르망도 범인의 덫에 걸린다. 한편 세르닌 공작으로 자칭한 뤼뺑은 스스로 사건을 해결하고 유럽의 판도를 뒤바꿀 비밀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 하지만 L.M의 음모에 빠져 샹떼-팰리스에 수감되게 되는데...

너무 더워서 책 읽기가 힘드네요. 독서도 힘든 날씨에 여러모로 지친 머리를 식히고자 고른 책이 바로 이 작품으로, 기암성 이후 4년간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 뤼뺑의 모험을 그린 작품입니다. 500여페이지나 되는 엄청난 분량으로 뤼뺑 시리즈 중 가장 긴 장편이라고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전과는 다른 거대한 스케일, 즉 유럽의 판세를 놓고 벌이는 뤼뺑과 악당 L.M의 한판 승부가 전편을 통해 장황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20세기 초반 당시의 유럽 현황과 실제 있었던 과거사를 통해 펼쳐지는 이야기속에서의 뤼뺑은 배후의 큰손으로 흡사 진나라의 여불위를 연상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러한 거대 음모를 가능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황제의 편지" 역시 이야기를 통해 상당한 설득력을 보여주기에 긴 분량에도 불구하고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네요. 무엇보다도 작품 내내 뤼뺑과 박빙의 대결을 펼치는 정체불명의 악당 L.M 이 다른 뤼뺑 시리즈의 라이벌인 홈즈와 가니마르와는 차원이 다른 막강함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추리물 다운 요소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뤼뺑 시리즈는 괴도가 등장하는 범죄소설이기도 하지만 황금시대 정통 본격 추리물로 보아도 무방할 만큼 완성도 높은 트릭이 등장하는 것이 매력적인 작품인데, 이 작품은 다른 시리즈와는 달리 그러한 트릭 없이 모험물에 가까운 분위기로 작품이 전개되고 있거든요. 813이라는 숫자와 "APOON"이라는 단어를 이용한 일종의 암호트릭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APOON의 경우 억지에 가까운 등 트릭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수준의 간단한 장치일 뿐이었습니다. 시작부터 의문에 가까운 살인사건이 등장하는 등 뭔가 있음직한 분위기를 보여주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다지 성공한 것 같지 않네요. 마지막의 반전, 그리고 범인 L.M의 정체 역시 지금 읽기에는 낡고 시대에 뒤떨어진 진부한 결말이었습니다.

뤼뺑의 다양한 변장과 이중생활, 사생활 (특히 딸까지 등장합니다!) 등이 디테일한 심리묘사 등을 통해 보여지는 것과 유럽을 대상으로 한 뤼뺑의 두뇌게임은 매력적이지만 길이에 비한다면 알맹이는 없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네요. 이야기는 분명 재미있지만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이 되기에는 뭔가 부족한, 모험물로 부르는 것이 타당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때문에 별점은 2점입니다. 뭐 단지 모험물로만 본다면 괜찮기도 하지만 추리 애호가로서 평가했기에 별점이 좀 낮군요. 어쨌건 기대에 미치지는 못한 작품이었습니다.

2008/08/07

children of men - 알폰소 쿠아론 (2006) : 별점 2.5점

서기 2027년. 세계는 더 이상 아이를 낳지 못하는 재앙의 시대를 맞이한다. 마침 지구상의 가장 어린 아이였던 디에고가 사망하고 런던은 폭력과 무정부주의에 휩싸이게 된다. 사회운동가 출신이지만 현재는 공무원인 테오는 과거의 연인이자 반군의 총수인 줄리안의 부탁으로 통행증을 불법으로 만들어 주는데 줄리안은 테러로 인해 사망한다. 반군 기지로 이동한 테오는 자신이 만든 통행증의 주인공인 소녀가 "임신" 한 것을 알게 되는데....

P.D 제임스 여사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보게 된 계기는 다름이 아니라 imdb의 미스터리 쟝르 Top 50 때문입니다. 나름 상위권에 이 작품이 있어서 (이 글을 쓰는 2008년 8월 7일 기준 현재 31위군요) 찾아보게 되었죠. 일단 짧은 감상으로는 영화는 잘 만들었고 높은 평점이 이해가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알폰소 쿠아론의 전작들은 특별히 본 작품은 없지만 날 것 냄새가 물씬 나는 화면은 꽤 괜찮았고 약간 다큐 느낌이 나는 촬영 등은 상당히 극의 현실성을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제 생각과 무지하게 많이 달랐습니다. 일종의 SF라면 SF인데 설정은 꽤 참신하고 그럴듯 했지만 풀어나가는 과정이나 결말에 이르는 부분이 예상 그대로이며 별다른 반전이나 미스터리 없이 영화가 진행되는 등 왜 이 작품이 미스터리 쟝르에 속하는지 자체를 궁금하게 만들더군요. "휴먼 프로젝트"라는 조직이 뭐하는 곳인지, 반군들과 정부군의 싸움 그리고 난민들은 어케 된 것인지 기본적인 정보가 너무 부족했고요. 때문에 영화는 사실 좀 지루한 편입니다. 뭔가 감동적인 드라마로 그려질 수 있는 부분도 너무 날 것 냄새나는 화면들이라 별로 와 닿지도 않고 말이죠.

하여간 imdb 등 영화 사이트의 쟝르구분은 믿을 수 없긴 하지만 이 작품은 생각보다도 더 심하네요. 단지 P.D 제임스 여사 원작 소설이라 미스터리로 분류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분명 웰메이드 영화이지만 제 기대와 너무 달라 높은 점수를 주긴 힘드네요. 별점을 준다면 두개 반 정도?

2008/08/02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 이수광 : 별점 2점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 4점
이수광 지음/다산초당(다산북스)


제목 그대로 16건의 사건을 통해 조선시대의 법의학, 수사기관 및 그 제도와 형벌제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책입니다. 그러나  "살인사건"에 따른 수사방법과 범인 색출이 등장하는 사건은 그다지 많지 않고, 권력형 비리 등이 더욱 많아서 좀 아쉽더군요. 사실 권력층이 노비를 살해한 것, 그리고 권력층 내부의 살인사건과 범죄는 당연하게도 별로 수사같은 것이 등장할 수 없는 상황이 대부분이고 사건도 "상소" 를 통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서 크게 와 닿는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또한 3부의 반군 소탕작전 챕터와 4부의 조선시대 강압수사 챕터는 제목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부분이라 왜 이 책에 포함됐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임꺽정 체포 작전이나 조선시대 검계 소탕작전은 살인사건으로 보기는 좀 무리잖아요? 강압수사 부분도 마찬가지고요. 흥미로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제목에 혹해서 산 저같은 독자는 완전히 낚였다라는 기분이 들 정도로 어울리지 않는 내용들이었다고 생각되네요.

그나마 제대로 된 사건 수사과정을 보여주는 것은 정조때 있었다는 "평산 박소사 살인사건" 이 거의 유일했습니다. 이 사건은 자살로 위장된 사체를 무원록에 기반을 둔 세번의 검시 (삼검)을 통해 살인사건임을 밝히고 심문 등을 통해 증거 수집 및 동기를 확인한 사건으로 디테일한 시체의 검시 방법의 등장은 물론이고 수사 및 형벌에 대한 내용 및 당시 사회상 등도 잘 드러나 있으며 사건의 전개 자체도 굉장히 드라마틱 한 등 여러모로 재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16개의 토막 중 딱 하나가 마음에 들었을 뿐, 제목에서 기대한 것에 비하면 실망이 더 큰 책이었습니다. 아울러 추리작가이기도한 이수광씨가 저술하였는데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지나치게 문어체적인 느낌이 강하고 너무 설명이 부족해서 읽기도 힘들었고요. 빈말이라도 좋은 점수를 주기는 좀 어려네요.  별점은 2점만 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