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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31

2012 내 블로그 리뷰 총결산

2011 내 블로그 리뷰 총결산

아홉번째 블로그 결산 보고.
2012년 읽은 책 중 리뷰를 남긴 책은 추리 / 호러 장르문학 47권, 기타 장르문학 8권, 역사서 15권, 디자인 및 스터디 도서 4권,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4권, 기타 도서 17권으로 모두 95권입니다.
작년보다 좀 늘기는 했는데 결산의 기준이 될만한 10권 이상 읽은 분야는 추리, 역사서, 기타 도서 정도네요.  

2012년 베스트 추리소설 :
<독거미>
단평 : 기묘하고 독특하며 고급스러운 유럽스타일에 짧다는 장점까지!

올해는 추리소설 쪽은 읽은 양에 비하면 흉작이었습니다. 별점 4점짜리는 없고 3.5점 짜리 작품도 <살해하는 운명카드>와 이 작품뿐이었으니까요. 한국 쟝르문학에 대한 애정으로 가산점이 부과되었던 <살해하는 운명카드> 대신 이 작품을 올해의 베스트로 꼽습니다.

2012년 워스트 추리소설 :
<마리오네트의 덫>
왜 이 작가가 일본에서 인기 있는지 또다시 고민하게 만들다.

두말할 필요도 없는 수준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아무리 수준과 인기는 별개라 하더라도 대표작이라는 이 작품의 수준도 이 정도라면 도대체 인기의 비결이 뭔지 궁금해 질 수 밖에 없네요.


2012년 베스트 역사 도서 :
<꼿 가치 피어 매혹케 하라>
단평 : 내용도 흥미롭고 자료적 가치도 높다.

별점 4점짜리 역사서는 이 작품과 <조선의 탐정을 탐정하다>의 두편이었습니다. 둘 중 보다 대중적이고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 이 작품이 올해의 베스트입니다.

2012년 워스트 역사 도서 :
별점 2.5점 이하의 작품이 없기에 생략합니다.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이었어요.


2012년 베스트 기타 도서 :
<그곳은 소, 와인, 바다가 모두 빨갛다>
단평 : 지식과 재미의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보기드문 결과물.

2012년 워스트 기타 도서 :
별점 2점 밑의 작품이 없기에 생략합니다. 2점 정도면 그래도 평작은 되니까요.


2012년 베스트 디자인 도서 (번외)
<펭귄 북디자인 1935-2005>
단평 : 올해 유일한 별점 5점짜리 작품.

출판분야 종사자나 최소한 관련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 특히나 예비 편집 디자이너에게는 필독서! 제가 대학 다닐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인생이 아마 바뀌었을지도....


결산평 :
작년보다는 많이 읽었기에 나름 만족합니다. 일종의 개인적인 목표라 할 수 있는 100권을 채우는데에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근접한 성과를 보이기도 했으니까요. 또 추리소설 리뷰 블로거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추리소설에 대한 극심한 편식은 항상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만큼 올해는 다른 책들도 비교적 관심있게 들여다 보았다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그나저나 9년 째라니 블로그도 운영한지 참 오래되었군요. 여전히 마이너 중의 마이너라는 것은 슬프지만 그것보다도 더 큰 문제는 이글루스 서비스가 이젠 정말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는 것인데 10년을 채울 때까지는 버텨주면 좋겠네요. 아니면 최소한 DB 백업 기능 정도는 유료로라도 제공해 주어야 할텐데 말이죠...

어쨌건 이 블로그에 들러주시는 여러분들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루고 성취하시는 한해가 되셨으면 합니다. 제 블로그를 들러주신다면 일상 생활의 소소한 것에도 관심을 가지시는 진짜 디테일한 분임이 분명하니 내년에는 정말 잘 되실겁니다~! 해피뉴이어~!

청춘의 증명 - 모리무라 세이치 / 최고은 : 별점 2점

 

청춘의 증명 - 4점
모리무라 세이치 지음, 최고은 옮김/검은숲

<주의. 하기 리뷰는 일부 내용의 소개 및 주요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전쟁 직후, 가사오카는 연인과의 데이트를 덮친 괴한에게서 자기를 구해준 경찰을 도와주지 못한 일로 연인과 헤어진 뒤 경찰에 투신하여 형사가 된다. 오로지 그 사건의 범인 "구리야마"를 체포하기 위해서....
그리고 20여년 후, 산에서 피살 사체가 발견되고 사체의 주요 특징과 투병 중에도 현장에서 주요 증거를 가지고 온 가사오카의 노력으로 피해자가 "구리야마"라는 이름의 전과자임이 밝혀진다.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대표작인 <증명 시리즈> 3부작의 완결편.
<인간의 증명>과 <야성의 증명>과는 다르게 국내 초역 / 출간된 작품으로 개인적으로도 오래전부터 읽기를 희망해 왔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운이 좋게도 국내 최고의 추리동호회 "하우미스터리"에서 진행했던 이벤트에 당첨되어 읽게 되었네요. 이 자리를 빌어 먼저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증명 시리즈>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솔직히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한 작품이었습니다...
첫번째 이유로는 형사 가사오카가 천신만고끝에 신원을 밝혀낸 피살사체는 사실 가사오카가 찾아 헤메던 원수였다는 설정부터가 작위적일 뿐더러 그 외의 수사의 과정 모두가 운과 우연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피해자가 식사를 같이 한 사람을 찾아내는 과정, 거기에 얽힌 존 덴버의 노래와 사연, 유력한 용의자 야부키가 떠올린 또다른 관계자, 공사 중 우연히 발견된 등 수사가 벽에 부딪힐만 하면 주요한 증언이나 단서가 튀어나온다니 정도가 지나쳤어요.
게다가 형사 가사오카 부부 - 주요 참고인인 전 특공대원 출신 야부키 부부 - 요정 주인인 용의자 이시야마 / 기다 부부 가족이라는 달랑 세 가족 관계 안에서 모든 이야기가 이루어지게끔 만든다는 설정도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형사 가족의 아들이 용의자 가족의 딸과 결혼하게 되는데 용의자 딸이 주요 참고인이자 형사의 전 애인 아들과 불륜관계이며 이 전 애인 아들이 형사를 죽게 만든다... 라는 설정이거든요. 또 전 애인 아들이 형사를 죽이는데 사용한 자동차는 용의자가 사용한 뒤 증거인멸 차원에서 처분한 것이며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된다는 깨알같은 우연까지! 이 정도면 국내 막장 드라마들도 감히 쳐다보기도 어려운 수준의 막장이 아닐까 싶네요. 결말도 장대한 내용에 어울리지 않게 한두페이지로 다 정리해버리는 식이며 내용도 막장에 어울리는 황당한 것들이라 마지막까지도 어이가 없었고 말이죠.

또 추리소설다운 발상이나 트릭 역시 없어서 무척 실망스러웠습니다. 단지 발품을 파는 수사와 증언에 의지할 뿐 별다른 트릭이 등장하지도 않거든요. 공소시효가 지난 시점에서 기다가 구리야마를 살해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점 - 구리야마가 협박을 하더라도 사회적 지위 등을 놓고 볼 때 설득력을 지니기 어려웠을 것 - 등 주요 동기도 설득력이 없어서 점수를 주기 힘들게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으로 많이 낡았다.. 라는 느낌이 많이 들게 만드는 것도 단점이었어요. 전개도 그렇지만 중간에 나오는 야부키의 특공대원 시절 에피소드와 구리야마와의 관계, 기다가 가사오카 도키야의 아버지의 직업을 듣고 보이는 반응 등 낡아빠진 전형적 클리셰들은 지금 읽기에는 너무 뻔했습니다. 특히 야부키의 에피소드는 비중에 비하면 너무 길어서 아예 별개의 이야기로 느껴질 정도였어요.

그래도 당대의 인기작가다운 읽는 재미 하나만큼은 그런대로 있는 편이기는 하며 "청춘"에 대해 작가가 고민한 결과를 전달해 준다는 점은 괜찮았습니다. 예를 들면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어서 청춘은 짧다, 청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청춘은 자유롭게 누려라, 단 청춘은 비겁하면 안된다는 내용을 끝없이 반복하거든요. 전전 세대가 고도성장기를 맞이하여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전후 세대에게 던지는 주요한 메세지라 생각되네요.
아울러 비겁한 청춘의 결말은 불행밖에 없다는 식으로 주제의식을 전달하려 하는데 사실 가장 비겁했던 것은 과거를 숨기고 불륜까지 저지른 마쓰노 도키코와 야망을 위해 진실을 조작한 가사오카의 아들 도키야, 결혼 전 불장난을 즐긴 아사야마 유키코라는 점에서 외려 잘 비겁하면 인생을 성공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씁쓸하지만 이게 현실이라는 점이 이 작품을 사회파 추리소설로 만드는 것이겠죠. 이게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러나 막장 설정과 전개, 추리적으로는 거의 무가치했기에 이 정도 장점만으로 일정 수준 이상이었다고 평가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취향과는 다르지만 수작이라 생각하는 <인간의 증명>, 평작 수준이지만 폭발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던 <야성의 증명>과 비교하기도 어려운 작품으로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구태여 읽어보실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그나저나, 이벤트로 받은 도서를 이렇게까지 혹평하니 저도 마음이 무겁군요...

2012/12/29

지상아와 새튼이 - 문국진 : 별점 2점

 

지상아와 새튼이 - 4점
문국진 지음/알마

일전에도 소개했던 문국진 교수의 법의학 에세이집. 일전에는 <지상아>만을 읽고 감상문을 올렸었는데 이어서 이번에 새로 간행된 <새튼이>까지 합본된 책을 구해 새롭게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많이 실망스러웠습니다. 이유는 글들을 개작한 탓입니다. 서문에서 소개하기를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 뻔했디>를 펴낸 것이 계기가 되어 현대적으로 개작하여 재출간했다고 하는데 뭐가 현대적인지도 모르겠지만 사건의 경과, 결과도 비교적 상세하게 실려있던 원작에 비해 주요 사건과 법의학 관련 이야기만 소개하고 있는 등 축약이 심해서 개작이 아니라 개악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이러한 축약과 함께 원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저자의 단상 등을 정리하고 법의학에 완전히 촛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법의학에만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더 좋을 방향일 수도 있기는 합니다. 법의학적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여전하긴 하니까요. 예를 들자면
성적인 목적에서 비롯된 사고성 의사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목 부분을 자세히 검사할 필요가 있다는 것, 왜냐하면 같은 장난(?)을 반복했다면 목 부분에 엷은 흉터가 있을 수 있기 때문.
50여년 전의 완전범죄. 한 여대생 살해사건에서 용의자로 지목된 남자친구가 혐의를 벗는 과정.
초기 교통사고에 대한 상세한 법의학적 고찰.
삼각팬티와 뒷물로 비롯된 성병
등의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구작 쪽이 훨씬 좋았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구작이 절판되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게 아쉬울 뿐입니다.

2012/12/24

술 한잔 인생 한입 5권 - 라즈웰 호소키 / 이재경 : 별점 3점

 

술 한잔 인생 한입 5 - 6점
라즈웰 호소키 지음, 이재경 옮김/에이케이(AK)

술 한잔 인생 한입 - 酒のほそ道 1~27 (미완) - ラズウェル細木 : 별점 2.5점
일전 원서로 27권까지 읽은 작품인데 파워블로거 채다인님의 블로그에서 개최했던 이벤트에서 당첨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어판으로 읽으니 원서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재미가 확실히 느껴지더군요. 만화야 짧고 간단한 이야기인 만큼 저의 형편없는 일본어 실력으로도 어느정도는 이해가 가능했으나 만화 사이사이에 수록된 작가의 짧은 수필이나 단상, 그리고 부록같은 레시피들은 깊게 들여다보기 어려웠던 부분인데 한국어판은 그러한 점에서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해주거든요. 소다츠의 하이쿠의 충실한 번역도 아주 좋았고요.
또 5권은 한국을 방문하는 소다츠의 이야기가 그려졌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뭐 그런 기분이에요. 한국 방문에 대해 작가가 쓴 취재 여행기도 아주 재미있었고 말이죠.

만화적인 재미, 나름 여러가지 술문화에 대한 정보 전달적인 측면 모두 합격점을 줄 만한 좋은 만화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요리 하나로 사랑이 이루어지고 분쟁이 해결되며 맛을 보다가 눈을 감으면 삼라만상이 펼쳐진다는 등의 허황된 요리만화에 염증을 느끼시는 모든 분들, 그 중에서도 술꾼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바입니다.

2012/12/22

심야식당ⅹ단츄 - 단츄, 아베 야로 / 강동욱 : 별점 3점

 

심야식당ⅹ단츄 - 6점
단츄.아베 야로 지음, 강동욱 옮김/미우(대원씨아이)

심야식당에 실려있는 요리의 재현 및 바리에이션을 소개하는 책. 레시피는 짤막하게 요약되어 있을 뿐이며 멋진 사진과 함께 그 요리에 대한 평가와 트라비아, 간단한 레시피 응용이 더 비중이 큰, 일종의 팬 서비스 기획물이죠.

그러나 단순 기획물로 보기에는 꽤 괜찮은 책이더군요. 여러가지 트라비아, 재미있는 정보가 곳곳에 가득하기 때문인데 예를 들자면 빨간 비엔나가 빨간 색인 이유 (때깔을 좋게 만들기 위해), 봉지 야키소바가 3인분인 이유 (주 타겟으로 3,4인 가족을 상정했는데 4라는 숫자는 불길해서), 문어 먹물 스파게티가 없는 이유 (맛이 없어서) 등이 있겠죠.
게다가 레시피의 응용방법도 아주 볼만합니다. 이 중에서 꼭 해먹고 싶은 생각이 든 것은 햄커틀릿 카레 덮밥, 메추리알 알조림, 돼지김치볶음 야키우동 (이건 응용해서 소면을 넣은 돼지 두루치기로 만들어도 되겠더라고요), 냉동만두 맛있게 먹는 비법, 참치 통조림 덮밥입니다. 가정식 요리를 추구하는 심야식당의 요리답게 집에서 재현이 가능한 요리들이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되네요.

요리책으로 보기에는 부실하지만 내용은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키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심야식당 팬 분들께는 강추드립니다. 

2012/12/18

사라진 직업의 역사 - 이승원 : 별점 3점

사라진 직업의 역사 - 6점
이승원 지음/자음과모음(이룸)

조선과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시기에 걸친 근대 초기에 생성되었으나 지금은 사라진 9개의 직업의 흥망성쇠에 대해 다룬 인문 교양 - 미시사 서적. 소개된 9개의 직업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소리의 네트워커, 전화교환수
2. 모던 엔터테이너, 변사
3. 문화계의 이슈 메이커, 기생
4. 이야기의 메신저, 전기수
5. 트랜스 마더, 유모
6. 바닥 민심의 바로미터, 인력거꾼
7. 러시아워의 스피드 메이커, 여차장
8. 토털 헬스 케어? 물장수
9. 메디컬 트릭스터, 약장수
목차만 보아도 너무 재미있을것 같지 않나요? 저는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단순히 어떻게 생겼고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사라졌는지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당시 자료들을 통해 실존했던 인물들과 그에 얽힌 에피소드도 풍부하게 전해주기 때문에 읽는 재미를 더해준 것 같아요.

이 중에서도 당대 최고의 변사였으나 유성영화 도입과 마약 중독으로 몰락한 변사 서상호에 대한 이야기와 "물장수"에 대해 다룬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서상호 이야기는 그간 궁금했었던 점을 시원하게 긁어준 느낌이 들었어요. 중간중간 실려있는 실제 변사의 대사 (서상호의 <암굴왕> 등) 도 좋은 참고가 되었고요. 아울러 물장수 관련 이야기는 다른 어떤 책에서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자세하게 실려 있어서 좋았습니다. 물장수들의 조합에서부터 물을 어디서 퍼 왔는지, 수도가 생기고 어떻게 되었는지 등... 그야말로 흥망성쇠를 잘 다루어주고 있으니까요.
또 <경성탐정록>의 첫 단편인 <운수 좋은 날>의 주요 설정 중 하나가 인력거꾼이라 관련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었는데 이 책을 보니 경성탐정록의 시대배경인 1930년대에는 인력거는 이미 거의 사멸했다... 라는 사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고증에 더 신경써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더군요.

그러나 아쉬운 점도 몇가지 있기는 합니다. 근대, 특히 일제강점기에 집중된 이야기일 것으로 기대했는데 "전기수"와 "유모"에 대한 이야기는 보다 이전 시대부터 다루어서 기대와는 좀 달랐다는 점을 먼저 들고 싶네요. 단점이라고 하기는 좀 뭐하지만 확실히 기대와는 달랐어요. 특히 "전기수" 이야기는 내용과 자료적인 가치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약장수" 편은 실제 약장수 이야기보다는 양약의 도입과 약 광고가 중심이 되었기 때문에 책의 주제와는 거리가 좀 있더군요. 실제 약장수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짤막하게 다루는 정도거든요.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자세하게 약장수에 대해서 소개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기네요.
아울러 도판 등 자료적인 부분에서 다른 유사 도서에 비해 부족함이 느껴지는 것도 단점이었고요.

이러한 약간의 단점 때문에 별점은 3점입니다. 그래도 재미와 자료적 가치 모두를 갖춘 책으로 근대에 대해 관심있으신 분들에게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2012/12/16

Q.E.D 큐이디 41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3점

 

Q.E.D 큐이디 41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Q.E.D 큐이디 40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3점

C.M.B와의 콜라보레이션 기획물인 <발키아의 특사>와 심리 추리물 <카프의 추억> 두편이 실려있습니다.

콜라보레이션 기획물 <발키아의 특사>는 C.M.B 쪽보다는 조금 낫더군요. 한결 디테일한 전개를 보여줄 뿐 아니라 이유도 깔끔하게 설명되고 있는 등 완성도 면에서는 더 좋았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한쪽에 치중한 전개를 보일 것이라면 구태여 양 시리즈를 묶어서 하나로 전개하지 뭐하러 나누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또 중반부에 펼쳐지는 타츠키와 가나의 액션씬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수였어요. 이 장면 때문에 진지한 법정 추리물에서 아동용 모험물로 전락한 것 같거든요. 때문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카프의 추억>은 점성술사인 아내 린에게 총격을 가한 혐의를 받고 수감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토마가 듣는 이야기로 일종의 서술 트릭물입입니다.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정체모를 노인의 사진이라는 복선을 효과적으로 사용했을 뿐 아니라 피라미드형 폰지 사기의 설정도 잘 녹여내는 등 전개는 깔끔해요. 만화의 특성을 잘 살린 반전도 상당히 효과적이고요.
그러나 작가의 작품에서 굉장히 많이 반복된 "잘못된 기억"을 이용한 트릭이라는 점에서는 감점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에피소드에서 성공한 설정과 트릭이기는 하나 좀 지겹더군요. 별점은 3점입니다.

두 작품 평점은 반올림해서 3점 정도... C.M.B 보다 낫기는 한데 아주 좋았다라고 말하기도 조금 애매했어요. 다음권에서는 Q.E.D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일상계 작품이 좀 소개되었으면 합니다.

CMB 박물관 사건목록 19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CMB 박물관 사건목록 19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CMB 박물관 사건목록 18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대망의 Q.E.D와의 콜라보레이션 기획물을 포함한 총 세편의 작품이 실려있습니다.
그러나 콜라보레이션 기획물을 비롯한 전편이 내용이나 추리적인 부분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CMB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 할 수 있는 "박물학적인 지식 전달"이 제대로 전해진 에피소드가 없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었고요. 결론적인 평점은 2점입니다.

다음 권에서는 특징을 잘 살리고 추리적으로도 괜찮은 에피소드들이 소개되었으면 합니다.

<긴자 몽환정의 주인>
1950년대 긴자에 있었다는 고급 클럽 <몽환정>의 주인이었던 료가 사랑했던 사람은 누구인지 밝혀낸다는 이야기. 유명인사들이 준 선물과 거울이라는 장치의 쓰임새에 대한 약간의 심리적인 트릭이 있기는 하나 추리물로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드라마적으로도 수긍하기는 좀 힘들었고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밤에 댄스>
신라의 동창생이 목격한 도난사건의 증언이 다른 증언과 다르다는 모순을 해결해 준다는 일상계 소품. 다른 증언을 한 사람들이 사실은 동일인물이라는 아이디어는 꽤 참신합니다만 경찰 수사력 문제에 불과한 것이기에 추리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그래도 신라가 어른스럽게 한 말, "나는 것이 운명이기 때문에" 라는 표현 하나만큼은 아주 괜찮았어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대통령 체포 사건>
대망의 Q.E.D와의 콜라보레이션 기획물. 국제 사법 재판소에서 바르키아의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를 둘러싸고 벌이는 토마와의 한판 승부를 그린 중편입니다.
그런데 기대에 비하면 무척 실망스러웠어요. 국제 사법 재판소의 기능과 역할, 재판 방법에 대해서 소개하는 부분은 여전히 괜찮았고 법정에서의 드라마도 그럴싸 했으나 은닉재산인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진상이 별로 와닿지 않았거든요. 그냥 법정물로 끝내는 것이 훨씬 좋았을텐데 드라마를 너무 의식한 탓일까요? 억지스럽게만 느껴졌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12/12/15

어벤져스 (2012) - 조스 웨든 : 별점 3점

 

[3D 블루레이] 어벤져스 - 6점
조스 웨든 감독,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외 출연/월트디즈니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헐크, 토르, 블랙 위도우, 호크아이가 같이 로키와 외계군단에 맞서 싸운다는 히어로 무비. 극장가를 강타한 메가 히트작이기도 하죠.
원래 이런 영화는 닥치고 극장에서 관람했었는데 결혼하고 애까지 있다보니 제때 챙겨보는 것은 불가능하더군요. 이제서야 뒤늦게 감상하고 포스팅 남깁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돈들인 티도 확실히 날 뿐 아니라 대히트칠만한 요소도 충분한 괜찮은 액션 오락영화였습니다.

물론 단점을 짚자면 한두가지가 아니긴 합니다. 로키가 쉴드에 자발적으로 잡혔었던 이유, 호크아이가 습격을 강행한 이유, 마지막 결전에서 헐크가 이성이 있는 이유 등 설명되지 않는게 너무 많거든요. 메인 악역인 로키가 자칭 신이라면서 너무 약해빠진 것도 밸런스에 문제가 있는 것 처럼 보였고 말이죠.

그러나 이런 영화에서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있을까요? 매력적인 히어로들의 캐릭터도 도드라질 뿐더러 액션 역시 충분히 즐거울 뿐 아니라 특수효과를 잘 사용한 임팩트있는 영상도 넘쳐단다는 점에서 오락영화로서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마지막 최종 결전에서 어벤져스 멤버들의 액션을 원테이크 처럼 찍은 장면은 그야말로 백미였어요. 거기에 더해 위트있는 대사는 보너스와도 같고요. 그야말로 생각했던 그대로를 충실하게 영상으로 옮겨준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12/12/11

좌충우돌 펭귄의 북 디자인 이야기 - 폴 버클리 / 박중서 : 별점 2점

 

좌충우돌 펭귄의 북 디자인 이야기 - 4점
폴 버클리 엮음, 박중서 옮김/미메시스

일전에 읽었었던 <펭귄 북디자인 1935-2005>을 읽고 감명받은 차에 구입하게 된 신간.
그러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2만원이 넘는 가격을 생각한다면 돈이 좀 아까운 수준이었어요.

이전의 <펭귄 북디자인>같이 잘 짜여진 디자인 철학과 방법론을 기대했는데 이 책은 북디자인 (그것도 커버만) 결과물과 그것에 대한 작가, 디자이너 및 일러스트레이터 등 관계자의 짧은 코멘트가 전부입니다. 즉 하나의 책을 디자인하기 위한 작업을 어떻게 진행하였으며 어떤 컨셉과 원칙이 있었는지 파악하기는 애시당초 힘들다는 것이죠.
이전의 책이 북 디자인을 위한 다큐였다면 이 책은 관계자 두서너명이 맛깔난 화면과 함께 등장해서 농담 따먹기를 하는 코멘터리 느낌이랄까요.

물론 실려있는 유려한 북디자인 자료만으로도 어느정도 가치가 있기는 합니다. 몇몇 코멘트는 제법 인상적이에요. 최소한 웃기기는 하거든요. 그러나  제 기대와 너무 달랐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디자인 전공자 출신으로 그래픽 디자이너 경력에 현재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제가 보기에는 전공자, 디자이너, 애호가 그 누구도 만족하기 힘든 결과물이라 생각되네요.

2012/12/09

조선의 탐정을 탐정하다 - 최애순 : 별점 4점

 

조선의 탐정을 탐정하다 - 8점
최애순 지음/소명출판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의 탐정소설에 대한 8편의 논물을 모은 한국문학사 서적.

8편의 논문은 각각 '탐정'소설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론, 소파 방정환의 소년 모험소설, 채만식의 탐정소설 <염마>, 김내성의 <백가면>, 주요 번역작품 소개, 번역 작품 중 독보적인 인기였던 모리스 르블랑과 루팡 (뤼뺑) 시리즈의 번역 역사, 최서해의 번안 탐정소설 <사랑의 원수> (원작 <노란방의 수수께끼>)와 김내성 <마인>의 관계 연구, 방인근의 <마도의 향불>을 중심으로 한 식민지 조선의 여성 범죄와 팜므파탈 이야기가 주제입니다.

제목만 보아도 흥미진진한데 내용도 딱딱하지 않고 상당히 재미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었어요. 예상외로 꽤나 인기있었던 근대 조선의 "탐정" 소설들과 왜 정통 본격물이 유행하지 않고 통속적인 연애 소설과 결합되어 진화하였는지에 대해 밀도있게 쓰여졌거든요. 이 때 조선에 본격물이 안정적으로 정착하였더라면 제가 좋아하는 고전 본격물이 다수 소개되었을테고 국내 추리 창작 환경도 많이 변했을텐데 조금 안타깝기도 하네요.
또 저자가 실제 확인한 자료를 통해 소개하는 다양한 창작, 번역 작품에 대한 소개의 디테일도 감탄사를 자아냅니다. 방인근의 <마도의 향불>에 대한 소개는 작품을 읽은 느낌이 들 정도에요. 아울러 이렇게 많은 작품들이 있었는데 지금와서 읽을 수 있는 작품은 한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라는 현실도 아프게 와 닿았고요.

그 외에도 여러가지 자료가 풍부하게 실려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소파 방정환과 김내성의 아동 모험물에 대해 여러가지 텍스트와의 비교해 본다던가, <노란방의 수수께끼>와 <마인>과의 비교를 통해 마인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연구, 그리고 한국형 팜므파탈을 당시 많았던 본부살인사건과 연계하여 소개하는 등의 시대상황을 반영한 연구가 추리애호가로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런 연구야말로 한국 추리문학사적으로 의미있는 주제겠죠.

아무래도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기 조금 어려워 보이기는 하나 식민지 조선을 무대로 한 추리소설을 창작하는 분께는 자료적인 의미에서라도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그런 사람이 많이 있지는 않겠지만.... 그런 사람의 하나로서 별점은 4점입니다. 꼭 창작이나 자료적인 목적이 아니더라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분들에게는 의미있는 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덧붙이자면 6.25 전후 한국 추리소설사를 조망하는 후속권이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깁니다.

축전등록 - EST님의 홈즈글루 양^^

이웃 블로거 EST님의 블로그 생일 축전입니다. EST님의 따님인 이글루양의 무려 홈즈버젼! 너무너무 귀여워서 따로 포스팅해서 소개합니다^^ 축전도 생전 처음이라 너무 기쁘네요. 제 그림은 아니지만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 창작밸리로 고고~!

EST님과 블로그 생일이 똑같은 묘한 인연이 있기도 한데, 앞으로도 오래오래 자주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2012/12/06

진혼가 - 하세 세이슈 / 이기웅 : 별점 1.5점

진혼가 - 4점
하세 세이슈 지음, 이기웅 옮김/북홀릭(bookholic)

신주쿠를 베이징 패거리와 상하이 패거리가 반씩 나누어 균형을 유지한 상태. 베이징 패거리의 자금줄인 장다오밍이 살해되고 베이징파의 두목 추이후는 전직 경찰 타키자와에게 배반자 색출을 지시한다. 한편 장다오밍을 살해한 킬러 추성은 상하이 패거리 주훙의 정부 지아리의 보디가드로 일하게 된다...

<불야성> 후속편. 전직 경찰인 변태 타키자와와 킬러 추성 두명의 시각으로 전개되며 전작의 주인공 류젠이는 철저히 주변인물로 묘사되는 차이가 있어서 스핀오프 같은 느낌도 나더군요. 경찰ㅊ(전직이지만)과 중국인 킬러가 중국 폭력단과 대결한다는 구도는 왠지 오사와 아리마사의 <독원숭이>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류젠이가 양웨이민에게 복수하기 위해 타키자와, 추성과 지아리를 조종하여 베이징파와 상하이파의 균형을 깨트린다는 이야기 전개는 전작과 거의 판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허나 전작에 비하면 모든 면에서 처지는 속편이었어요. 판에 박은 전개도 지루하고 너무 운과 우연에 의지한 상황이 많아서 치밀함이 떨어지거든요. 사건의 원인인 지아리가 쉐위안을 살해한 것, 타키자와의 폭주, 추성이 류젠이를 찾아오고 지아리에게 반하게 된 것 모두가 필연적이라고 보기에는 미심쩍은 우연의 산물에 불과하죠. 류젠이가 초능력 최면술사라도 되면 모를까 이 모든게 류젠이의 생각대로라는 것도 황당할 뿐이고요. 상하이파와 일본 야쿠자의 격돌에서 운좋게 추성과 타키자와가 빠져나온다는 전개도 솔직히 어이가 없었습니다.
또 타키자와의 조사도 순전히 소문과 발품에 의지한 것으로 베이징파의 보스라면 하루만에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인데 추이후가 애초부터 타키자와에게 조사를 받긴 이유조차 석연치 않은 등 대충대충 넘어가는게 너무 많아요.
마지막으로 스스로의 성 정체성을 깨닫고 사랑의 전사로 거듭나는 타키자와의 모습은 대관절 이게 뭔가 싶더군요.

아울러 이러한 이야기의 허술함을 넘치는 폭력 묘사로 때우려 한 티가 역력한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네요. 등장하는 모든 여자들은 강간당하고 거의 모든 남자들은 살해당하는 식인데 이 소설의 배경이 현대 일본이라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에요. 게다가 주역급 인물들 모두가 트라우마에 더해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습성을 지니고 있다는건 현실성 제로의 설정이라 생각됩니다.

결론내리자면 전편 이상의 강도높은 폭력 묘사와 인간 쓰레기 타키자와의 폭주를 보는 맛은 나쁘지 않아서 쉽게 읽히기는 하나 단순한 화장실용, 킬링타임용 펄프픽션에 불과한 작품입니다. 뒷세계 이야기에 폭력이 난무한다고 해서 하드보일드 느와르라니, 저는 동의할 수 없어요. 전편에 버금가는 디테일한 신쥬쿠 뒷세계의 묘사는 나쁘지 않고 번역도 아주 좋은 편이기는 하나 건질 건 그뿐이랄까요. 별점은 1.5점. 전편의 팬이 아니라면 읽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2012/12/02

위대한 승부 (Searching for Bobby Fischer / 1993) - 스티브 잘리안 : 별점 3점

 

7살 아들 조쉬가 체스에 대해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아버지 프레드는 아들의 교습을 브루스 판돌피니라는 거물급 플레이어에게 맡긴다. 그러나 토너먼트에 출전하면서 조쉬는 점차 체스와 승부에 지쳐가는데...

원제는 searching for bobby fisher. 체스 천재 조쉬 웨이츠킨을 주인공으로 한 성장영화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네요.

일단 성장영화다운 교훈적인 내용이 가득합니다. 예를 들자면 "체스" (또는 다른 것이라도)에 빠질 필요는 없다, 인생에 있어서 승부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스스로가 즐기면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등등 같은거요.

이러한 교훈과 더불어 저 역시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공감했던 부분은 조쉬의 천재성을 소유하려 하고 통제하려 하던 아버지 프레드의 모습이었어요. 우리나라의 무리한 교육열과 비슷하게 생각되기도 했고요. 천재마저도 현실에 좌절하고 피로감을 느끼는데 아이의 능력조차 제대로 모른 상태에서 아이들을 통제하려 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 아닐까요? 영화 속 조쉬가 체스를 잊고 아이다운 삶을 즐기며 부활하듯 아이는 정말로 아이처럼 키우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키우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힘든 일이겠지만....

단지 교훈만 있는 것은 아니고 체스를 잘 몰라도 즐길 수 있는 시합 장면의 박진감을 잘 살린 좋은 체스 영화이기도 합니다. 전설적 체스천재 바비 피셔의 소개가 곁들여진다는 것도 마음에 들고요. 또 "퀸을 먼저 사용하면 안된다"라는 지시를 영화 내내 복선처럼 써 먹는 것도 괜찮았어요. 마지막 결승전은 아주 약간의 체스 지식 -끝까지 간 졸은 자신이 잃은 말과 바꿀 수 있다 / 퀸은 전후좌우대각선 어느 방향으로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 이 있어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긴 하나 이 정도는 허용범위 내라고 봐야겠죠.
그 외에도 주인공 아역, 특히 조쉬 역의 꼬마도 귀엽고 체스 선생 역의 벤 킹슬리, 조쉬 아버지 역의 조 만테냐, 조쉬의 동네 친구이자 선배(?) 비니 역의 로렌스 피쉬번 등 화려한 조연진도 볼거리입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조금 있는데 조니의 현명한 어머니의 비중이 너무 작고 아버지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과 동네 친구 비니의 역할이 애매한 점 (사실 비니는 빼고 브루스에게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집중시키는게 나았을 거에요), 그리고 마지막 승부에서 졸을 움직여 퀸으로 승부를 내는 장면은 너무 뻔한 결말로 끝판왕 최종보스인 라이벌 조나단과의 마지막 결전치고는 좀 김새는 결말이었다 생각됩니다.

그래도 성장영화로서도 우수하고 체스 영화로서도 괜찮은 만큼 결론은 추천작입니다. 별점은 3점. 성장기 아이가 있다면 더 와 닿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아울러 영화에서 최종보스 끝판왕으로 나오는 조나단과의 마지막 챔피언쉽 매치가 실제로는 조금 달랐다고 하는 후일담도 재미있네요. 정말로 조쉬가 무승부를 제의했지만 실제 마지막 경기 상대였던 제프 역시 거절했고 경기 끝에 공동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자세한 정보는 위키피디아를 참고하세요.

2012/12/01

TIME - 노베르토 앤젤레티, 알베르토 올리바 / 정명진 : 별점 3점

 

TIME (보급판) - 6점
노베르토 앤젤레티 & 알베르토 올리바 지음, 정명진 옮김/부글북스

'사진으로 보는 ‘타임’의 역사와 격동의 현대사'라는 광고 문구에 혹해서 구입한 책입니다.
그런데 생각과는 차이가 있더군요. 타임의 커버와 '올해의 인물' 등에 대해 소개하며 말 그대로 격동의 현대사를 다시금 짚어나가는 책일 줄 알았는데 '타임'의 역사가 더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편이거든요.

물론 당대 시사적으로 핵심인 이슈들이 제법 보이기 때문에 아예 기대와 달랐다고 하기에는 좀 어렵겠죠. 미국 중심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현대사 주요 이슈는 대체로 포함되어 있고 그 중에서도 인종차별이나 월남전에 대해 보도한 기사의 흐름같은 것은 아주 볼만한 내용이었습니다.
또 '타임'의 역사 자체도 꽤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 많아요. 커버와 내지, 폰트 등 편집 디자인적인 흐름, 일러스트레이터들의 화풍과 창작법에 대한 소개 등 디자인 전공자라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그 외 다양한 도판들도 인상적이었어요. 예를 들자면 케네디의 죽음이나 마틴 루터 킹의 전설적 연설과 장례식 사진같은거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엄청난 높이, 두께, 무게에 값하는 자료적 가치는 분명 있는 책입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 지금 인터넷 서점에서 반값 할인 중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별점 0.5점은 더 줄 수도 있습니다.
'타임'이라는 전설적 저널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고 편집 디자인에 관심있는 분들도 체크해 두세요. 단 격동의 현대사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많으시다면 약간 방향이 다르다는 점 명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