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직업의 역사 - 이승원 지음/자음과모음(이룸) |
조선과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시기에 걸친 근대 초기에 생성되었으나 지금은 사라진 9개의 직업의 흥망성쇠에 대해 다룬 인문 교양 - 미시사 서적. 소개된 9개의 직업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소리의 네트워커, 전화교환수목차만 보아도 너무 재미있을것 같지 않나요? 저는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단순히 어떻게 생겼고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사라졌는지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당시 자료들을 통해 실존했던 인물들과 그에 얽힌 에피소드도 풍부하게 전해주기 때문에 읽는 재미를 더해준 것 같아요.
2. 모던 엔터테이너, 변사
3. 문화계의 이슈 메이커, 기생
4. 이야기의 메신저, 전기수
5. 트랜스 마더, 유모
6. 바닥 민심의 바로미터, 인력거꾼
7. 러시아워의 스피드 메이커, 여차장
8. 토털 헬스 케어? 물장수
9. 메디컬 트릭스터, 약장수
이 중에서도 당대 최고의 변사였으나 유성영화 도입과 마약 중독으로 몰락한 변사 서상호에 대한 이야기와 "물장수"에 대해 다룬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서상호 이야기는 그간 궁금했었던 점을 시원하게 긁어준 느낌이 들었어요. 중간중간 실려있는 실제 변사의 대사 (서상호의 <암굴왕> 등) 도 좋은 참고가 되었고요. 아울러 물장수 관련 이야기는 다른 어떤 책에서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자세하게 실려 있어서 좋았습니다. 물장수들의 조합에서부터 물을 어디서 퍼 왔는지, 수도가 생기고 어떻게 되었는지 등... 그야말로 흥망성쇠를 잘 다루어주고 있으니까요.
또 <경성탐정록>의 첫 단편인 <운수 좋은 날>의 주요 설정 중 하나가 인력거꾼이라 관련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었는데 이 책을 보니 경성탐정록의 시대배경인 1930년대에는 인력거는 이미 거의 사멸했다... 라는 사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고증에 더 신경써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더군요.
그러나 아쉬운 점도 몇가지 있기는 합니다. 근대, 특히 일제강점기에 집중된 이야기일 것으로 기대했는데 "전기수"와 "유모"에 대한 이야기는 보다 이전 시대부터 다루어서 기대와는 좀 달랐다는 점을 먼저 들고 싶네요. 단점이라고 하기는 좀 뭐하지만 확실히 기대와는 달랐어요. 특히 "전기수" 이야기는 내용과 자료적인 가치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약장수" 편은 실제 약장수 이야기보다는 양약의 도입과 약 광고가 중심이 되었기 때문에 책의 주제와는 거리가 좀 있더군요. 실제 약장수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짤막하게 다루는 정도거든요.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자세하게 약장수에 대해서 소개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기네요.
아울러 도판 등 자료적인 부분에서 다른 유사 도서에 비해 부족함이 느껴지는 것도 단점이었고요.
이러한 약간의 단점 때문에 별점은 3점입니다. 그래도 재미와 자료적 가치 모두를 갖춘 책으로 근대에 대해 관심있으신 분들에게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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