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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8

왕과 사는 남자 (2026) - 장항준 : 별점 4점

장항준 감독의 천만 관객 영화 "왕과 사는 남자"입니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감상하였습니다.

계유정난 이후 세조를 다루는 사극은 왕위 찬탈 과정이나 권력 다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은데, 폐위되어 귀양을 간 단종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독특한 시점이 가장 돋보입니다. 단종의 삶을 중심에 두며 세조는 나오지도 않고, 한명회가 빌런 우두머리인 사극은 처음 봤는데 굉장히 신선했어요.

역사적 사실을 크게 왜곡하지 않으면서도, 사료를 토대로 실제로 있었을 법하게 자연스럽게 구성한 이야기도 꽤 흥미롭습니다. 폐위된 뒤 나약한 모습으로 살아가며 죽을 기회만 찾던 단종이 점차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지는 덕분이에요. 동시에 단종의 싹을 완전히 잘라버리려는 한명회의 계략, 금성대군의 역모가 함께 펼쳐지며 발생하는 긴장감도 제법입니다. 여기에 단종과 민초들을 대표하는 인물인 엄홍도의 인연과 에피소드들도 큰 재미를 전해 줍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굉장합니다. 단종을 연기한 박지훈과 한명회 역의 유지태의 경우 외모, 발성 등 모든 면에서 두 인물의 대비가 분명하게 드러나서 긴장감이 배가되는 느낌이에요. 특히 거대한 체구부터 위압감을 전해주는 한명회가 아주 인상적입니다. 유배지 영월과 음식들 연출도 발군이에요. 이런 디테일이 이 영화의 큰 힘 중 하나라 생각됩니다.

물론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가장 크게 느껴진건 유해진의 연기입니다. 엄홍도라는 인물이 아니라, 익히 알고 있던 '유해진'이라는 인물 모습 그대로였던 탓입니다. 엄홍도라는 인물에 잘 어울리기는 했지만, 이게 좋은 연기였는지는 다소 의문입니다.
그리고 호랑이의 등장도 조금 아쉬웠어요. 단종이 왕으로 각성하는 중요한 사건으로 삽입된 장면이라는 의도는 이해되지만, CG가 어색하게 느껴졌고 현실성도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부분의 신파적인 연출도 약간 과한 느낌이 있습니다. “강을 건너가셔야 합니다”, “다시 태어나도 누이가 됩시다”, “차가우셨지요?”로 이어지는 3연타는, '이래도 안 울꺼야?'라는 감독의 의도가 너무 강했어요. 차라리 여운을 좀 더 길게 남겨주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래도 상당히 재미있고 완성도도 안정적인 작품입니다. 천만 관객을 기록할 정도인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크게 빠지는 부분 없이 잘 만들어진 사극 영화라는 점은 분명해요. 제 별점은 4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옆 자리에 앉은 딸아이가 거의 오열하면서 보던데 과연 엄홍도가 죽었어도 저렇게 울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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