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05/08/31

신 시티 (Sin City) (2005) - 프랭크 밀러 /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 별점 3.5점

사실 개봉 이전부터 계속 관심이 있었지만 인기있는 작품은 나중에 보는 청개구리 정신의 발로로 이제서야 보게 되었죠. 그런데 진작 볼걸 그랬어요! 정말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길 수 있었거든요.
워낙 많이 알려진 작품이니 자세한 스토리는 생락합니다만 총 3개의 주요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일종의 연작 단편 구성인데 개인적으로는 마브 (미키 루크)의 복수담인 "힘든 이별" 편이 가장 마음에 드네요.

만화 원작 영화들이 최근 많이 개봉되고 있는데 보통은 그 만화적인 공간, 초인적인 능력이 어떻게 하면 더 실감나게 보여질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해서 표현하고 있죠. 허나 이 영화는 정 반대에요. 어떻게 하면 화면을 보다 과장되고 허황되게, 만화적인 공간으로 왜곡시킬 수 있는지를 실험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런 아이디어와 효과가 오히려 재미를 극대화하고 있으니 놀랄 수 밖에 없네요. 역시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만화책과 같은 공간을 잘 표현해 낸 촬영은 최고였어요. 특수효과를 참 기발하게, 개성있게 쓴 아이디어도 돋보이고요. 뭐 감독인 로드리게즈의 다른 영화들도 촬영 면에서는 기발함이 항상 있어 왔지만 이 작품에서는 묵직한 흑백 화면과 결합되어 그러한 효과가 더욱 빛나네요.
거기에 엄청난 호화(!) 캐스팅도 볼거리입니다. 브루스 윌리스와 미키 루크, 제시카 알바, 베네치오 델 토로, 엘리야 우드, 데본 아오키를 비롯하여 잠깐 등장하는 단역 조차도 조쉬 하트넷이나 마이클 클락 던컨 등으로 수많은 유명 배우들이 등장하거든요. 미키 루크의 대 변신, 엘리야 우드의 색다른 이미지 변신은 놀라움 그 자체였고요.

좀 도가 지나칠 정도 잔인하고 폭력적이라는 단점은 있습니다만 그것을 능가하는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빛나는 작품으로 별점은 3.5점입니다. 
이제 형이 구해 놓은 원작을 읽어봐야겠어요. 원서지만 묵직한 느낌은 그 자체로 그냥 전해질 것 같네요.

2005/08/30

스쿨럼블 : 별점 2.5점

만화책을 재미있게 봐서 TV Animation 시리즈를 한번에 전부 몰아쳐 보게 된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학원 로맨틱 코미디 물인줄 알았는데 상당한 수준의 개그물이라 좀 놀랐거든요.

만화책과 거의 동일한 내용이라 그다지 새로운 맛은 없습니다. 허나 같은 상황에서 인물별 다양한 모습을 각각 보여주는 만화책의 전개를 잘 편집해서 하나의 이야기로 만든 감독의 연출력과 편집이 좋은 편이더군요. 덕분에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만화책에서는 단순하게 표현된 "파천황로보 도지비론 5"의 디테일한 묘사 등 원작 팬이라면 즐길 요소가 이래저래 많기도 하고요. 만화책에 더 잘 어울리는 묘사(하리마가 그리는 만화와 원작 내용의 묘한 싱크로 효과 등)도 있기에 비교해서 보는 재미 또한 컸습니다.

그러나 작화의 수준이 짜증날 정도로 안정적이지 못한 점과 결말이 나지 않은, 연재 중인 작품을 애니메이션화 했기 때문에 엔딩 부분이 흐지부지, 애매모호하게 끝난 점은 아쉽네요.
그래도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한번 정도는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특히나 저와 같은 팬에게는 더더욱 그러하죠.

PS 1 : 실질적인 남자 주인공인 하리마가 작사 작곡했다는 노래들의 수준이 높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놈이야 말로 이 작품 내의 가장 대단한 천재가 아닐까요?
PS 2 :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야쿠모. 원하는 커플 조합은 카라스마-텐마, 하리마-야쿠모, 하나이-미코찡, 이마도리-카레린 입니다. 만화 스토리가 흘러가는 것을 보니 하리마-에리 커플의 반응이 뜨겁고 의외로 아소-미코찡 커플이 대두되기도 하더군요. 아소란 놈은 정말 실력자가 맞는 듯....

2005/08/29

이글루땅 머그컵! 수고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옥수수밭님의 휴가 모임에 참석했다가 우연찮게 입수하게 된 멋진 제품입니다. 아아 귀여워라.... daidong 님과 EST님, 옥수수밭님의 수고로 저에게도 입고 되었습니다.

컵의 크기도 마음에 들거니와 무엇보다 세상에 몇개 없는 디자인의 제품이라는 점이 애호가(?)의 구미를 당기는 초절정 레어 아이템이니만큼 수고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하는 마음 뿐입니다.

스페셜한 제품이니 만큼 스페셜한 용도로 써야 겠네요. 절대 깨먹지 않고 잘 쓰겠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리며...

셜록 홈즈의 사생활 (The Private Life of Sherlock Holmes ) - 빌리 와일더 : 별점 3점


벨기에인인 발라동 부인이 홈즈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영국에서 실종된 공기 펌프 전문가인 남편을 찾아달라는 것.
수사에 착수한 홈즈에게 마이크로포드가 사건 수사를 중지할 것을 요청하며, 요청을 거부한 홈즈는 발라동 부인, 왓슨과 함께 중요한 단서인 스코틀랜드 인버네스 지방으로 떠난다. 이 곳에서 네스호에 출몰하는 괴물과 사건의 연관성을 눈치챈 홈즈는 결국 진상을 알아내게 되는데...

셜록 홈즈 영화. 꽤 유명한 작품이긴 했지만 이제서야 보게 되었습니다.

2시간이 넘는 상당히 긴 상영시간을 갖추고 있는데 앞부분 20여분은 캐릭터 소개, 유명 발레리나의 신랑감 찾기(?) 등의 쓸데 없는 이야기로 소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약 1시간 40여분 정도네요.
내용은 오리지널 스토리인데 상당히 괜찮습니다. 추리적으로 돋보인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 잘 짜여진 편이에요. [실종된 공기 펌프 기사 --> 사라진 난장이 곡예사들 --> 카나리아 --> 호수의 괴물] 로 연결되는 단서들이 모여 추리한 결과 역시 원작에 뒤지지 않는, 홈즈 특유의 방식을 잘 표현하고 있고요. 홈즈가 단서를 찾기 위한 과정의 묘사도 설득력이 높게 그려지는 것도 마음에 들더군요. 여튼, 이 정도면 만족할 만 했습니다.
또 오리지널 스토리다운, 영화만의 독특하고 기발한 묘사와 설정도 재미 요소 중 하나입니다. 제목대로 "사생활"을 표현하기 위한 의도였는지는 몰라도 홈즈가 한 여자에게 휘둘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 마이크로포드의 "디오게네스 클럽"을 영국의 정보기관처럼 묘사한 것, 왓슨이 좀 바보같은 유머 캐릭터로 희화된 것 등 소설과는 차별화된 볼거리가 많거든요. 완고한 할머니로 등장하는 빅토리아 여왕의 묘사라던가 당시의 디테일을 잘 살린 의상과 배경, 소품들 역시 볼거리고요.

하지만 홈즈역의 배우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 1970년 영화라 그런지 지루한 부분도 제법 된다는 단점도 존재합니다. 특히 홈즈역의 배우는 제 마음 속에서는 제러미 브렛으로 이미 굳어져 있는 탓도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홈즈에 걸맞지 않게 잔망스럽고 촐랑대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 많이 별로였어요.

그래도 유머스러운 내용과 여러 기발한 아이디어 덕분에 홈즈의 팬이라면 즐길 요소는 충분하리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모든 홈즈 팬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2005/08/24

슈나의 여행 - 미야자키 하야오 : 별점 3점


가난하고 척박한 작은 나라의 후계자 슈나는 황금색으로 빛나는 곡식의 씨앗을 얻기 위해 서쪽에 있다는 풍요의 땅으로 떠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입니다. 국내에서는 이쪽 바닥에서 꽤 유명한 만화가 겸 만화 평론가 "이시카와 슌"의 "만화의 시간"에 언급된 탓에 더 유명세를 탄 것 같기도 하네요. 제가 보기에는 만화는 아니고 "콘티"에 가깝고, 책 뒤에는 "동화"라고 쓰여 있습니다만.

내용은 티벳 민화 "개가 된 왕자"에서 곡물을 가지고 오기 위한 왕자의 여행이라는 기본 모티브를 가져온 뒤 미야자키식으로 변주한 것입니다. 척박한 골짜기 계곡에 있는 나라의 후계자... 그냥 대충 봐도 "바람계곡"이 연상되는 설정이죠? 거기에 내용도 "나우시카"의 원형같은 디자인과 설정으로 꽉 차 있어 팬이라면 꼭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책입니다. 정감있는 그림과 특유의 수채화톤 컬라링도 여전히 친근하며, SF적인 설정을 도입한 후반부, 희망은 있지만 여행은 끝나지 않는다는 여운을 남기는 엔딩도 인상적이거든요.

솔직히 저는 최근 작품들 보다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초기 감독작들을 훨씬 좋아합니다. 정확하게는 "모노노케 히메"이전 작품들까지요. 이 작품 역시 그러한 초기 작들과 유사한 분위기를 많이 보여주고 있어서 무척 마음에 드네요. 영상화 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또 하나의 미야자키 초반 세계관을 공유했다는 데에 만족해야겠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PS : 80년대 나온 애니메쥬 문고인데 이 시리즈에 있는 미야자키 책들은 다 갖고 싶을 정도로 괜찮습니다. "칼리오스트로의 성, 그 이후 4년" 이라는 책도 탐나고 명탐정 홈즈 관련 책들도 탐나고...

광기의 산맥 - H.P 러브크래프트 / 변용란 : 별점 4점

주인공 "나"는 남극에 시추공을 뚫어 여러 표본과 화석을 채집하는 미스캐토닉 탐사대의 대장으로 탐사대의 생물학자 레이크 교수가 미지의 산맥에서 채취한 표본과 대발견에 흥분한다.
그러나 레이크 교수팀과의 연락이 두절되어 그들을 찾아 나선 뒤 머나먼 과거의 유적과 조우하게 된다...


유명하고, 영상화도 많이 되어 있고, 후대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가이지만 저의 쟝르 편식 취향탓에 그간 읽어보지는 않았었던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처음으로 읽어 보았습니다. 최근 동서에서 제대로 된 전집이 출간되었는데 예전 "씽크북"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판본으로 읽었습니다. (싸게 구입하는 것이 가능했거든요)

읽어보니 역시나 물건이더군요. 초반부의 꽤 디테일한 남극 탐험대의 묘사를 통해 과학-모험 소설의 느낌을 충실히 주면서도 산맥의 유적 발견 이후부터는 슬금슬금 공포가 기어올라오도록 만드는게 과연 거장이구나.. 싶었습니다. 코난 도일의 "잃어버린 세계"의 호러풍 변주라고 봐도 좋을 것 같네요.
특히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는 묘사에서 느껴지는 공포가 대단합니다. 예를 들면 고대의 존재들의 유적을 탐험하던 주인공-나-과 조수 댄포스가 어디선가 휘발유 냄새를 맡으며 덜 무섭다는 느낌과 더 무섭다는 느낌을 동시에 받는 장면같은 것은 정말 압권이었어요. 요런 실감나는 디테일은 도저히 영상화 하기 힘들, 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센스(!)라 생각됩니다.


아울러 여러 원시 신화들과 포우의 "아더 고든 핌의 모험", "로어리치의 그림" 등에서 영감을 얻고 다양한 상상력으로 표현해 낸 유적과 외계에서 왔다는 고대의 존재들(강림자?)에 대한 묘사, 설정 역시 설득력이 대단합니다. 무엇보다도 "네크로미콘"이라는 가상 역사서를 실감나게 묘사한 부분이 정말 뛰어나요. 전 정말 이런 책이 있는 줄 알았을 정도였으니까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4점! 한마디로 역시나 이후 호러물에 지대한 영향을 준 작품답습니다. 간략한 내용과 설정만 본다면 요새 읽기에 식상한 설정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작가의 방대한 상상력에 기인하는 묘사와 설정은 지금에도 충분한 재미와 충격을 전해 주기 때문이에요. 호러는 좋아하는 쟝르가 아니지만 다른 작품들도 꼭 읽어봐야겠네요. 아직 읽어보지 못하신 모든 장르문학 팬분들께 권해드립니다.

PS : 그나저나 저 로어리치 (로에리치?)의 그림에서 어떻게 그런 광기어린 유적의 묘사가 가능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환타지스러운 따뜻한 그림들 같은데....

2005/08/22

상당히 정통 추리적인 사건입니다.

질문 몇 가지.

물론 불행한 일을 당하신 당사자 및 가족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저 역시 사건에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decca님의 글에서 트랙백하여 답을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1. 흠 몇몇 대학교=명문대 공식은 쓸데없이 선정적이다. 참 이해할 수가 없다. 왜 그럴까? -_- : 동감입니다.

2. 혈중 알코올 0.15% 정도면 몸을 마음대로 놀릴 수 없을 정도일텐데, 독주를 홀로 마시는 습관을 가지고 있더라도 미분양 아파트를 찾아서 저리 마시는 일은 참 드문 일일 듯. 그렇다면 강제로 마시게 한 걸까? : 마신뒤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인사불성 상태에서 빈 아파트로 범인이 데리고 이동한 경우가 아닐까 싶은데요.

3. 타액은 어디서 검출됐나? 지문은 없었나? : 2번 답일 경우, 범인의 계획적 범행으로 본다면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겠죠. 타액은 글쎄요... 담배꽁초라도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말이죠.

4. 피해자는 집을 얻으러 다녔던 걸까? 신혼 초인데 다른 데 집을 얻어야 했을까? : 단순히 알던 교수의 이동에 동참한 정도가 아니었을까요? 가족들에게서 나온 증언은 아닌것으로 보이기도 하거든요.

5. 범인은 면식범인가? 만약 면식범이라면 ‘집을 보러 가자’라는 핑계로 피해자를 유인한걸까? 그렇다면 범인은 집을 알아보던 사람인가? 그렇다면 범인은 학교 근처에서 사는 사람 즉, 학교에 관련이 있는 사람일까? : 면식범일 가능성이 높으리라 생각됩니다.

6. 피해자 주변인 중에 미분양 아파트의 비밀번호가 평이한 번호로 세팅돼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 이 사건의 핵심 열쇠가 아닐까 싶은데, 조사해 봐야겠죠.

7. 목격자는 없었던가? 근처 부동산 주인은 혹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 역시 6번과 마찬가지. 조사해 봐야겠죠.

8. 현금과 소지품이 모두 그대로 남아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치정, 원한, 청부에 의한 살인인가? : 원한 혹은 청부일 가능성이 높다 생각됩니다.

물적 증거는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꼭 범인이 잡히기를 희망합니다.

사라진 시간 (Q Mystery 44) - 빌 벨린저 / 이기원 : 별점 2.5점

사라진 시간 - 6점
빌 밸린저 지음, 이기원 옮김/해문출판사
신발안에 천달러짜리 지폐를 지닌채 거의 목이 잘린채로 발견된 한 사나이. 그는 오랜 치료끝에 겨우 회복하지만 기억을 잃는다. 
경찰에서는 지문 조회를 통해 그가 "빅터 퍼시픽"이라는 사람임을 알려주고, 그는 퇴원 후 자신의 생명을 구한 응급처치를 해준 비앙카 힐이라는 여인에게 신세를 지게 된다. 
그는 자신을 찾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과정에서 비앙카의 룸메이트 로즈메리가 자신의 과거에 대한 단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녀는 그에게 대여금고 열쇠만 전해 준 채 살해 당하는데...

빌 벨린저는 "이와 손톱"이라는 작품으로 더욱 유명한 작가입니다. 허나 현재 시점에서 국내에서 구하기에는 이 "사라진 시간" 쪽이 더 용이하죠. 해문 Q 미스터리 시리즈로 읽었습니다. "이와 손톱"은 아직 구경도 아직 못 해 봤습니다...ㅠ.ㅠ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한 남자가 같은 장소, 같은 상황 아래에서 목이 잘린채 살해된다. 한번은 1년 전, 한번은 1년 후.." 라는 기발한 발상에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이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도 추리문학사에 이름을 남길만해요. 또 1년의 시차를 두고 교차해서 벌어지는 교차 편집을 잘 이용한 효과와 그에 따르는 긴장감도 아주 탁월했고요.

그러나 추리적으로는 크게 이렇다 할 만한 요소가 없다는 것은 단점입니다. 스릴러물의 공식에 충실한, 전형적인 단계별 전개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거든요. 단서가 하나씩 주어지고 하나의 단서를 클리어할때마다 다음 단계의 단서를 찾게 되며, 막혔을 경우는 우연이나 주변 도움에 의해 단서를 얻는다는 방식이죠. 때문에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할 만한 요소는 별로 없습니다. 
제일 중요했던 마지막의 반전 역시도 지금 읽기에는 조금 낡고 뻔한 요소였다 생각되어 의외성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었고요.

물론 긴박하고 놀라운 사실을 속속 알게 되는 후반부는 속도감도 빠르고 괜찮은 등 좋은 작품임에는 틀림없고 읽기에 충분한 재미도 확실합니다. 아쉽게도 세월이 흐른 탓에 많은 가치를 잃고 말았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래도 추리 매니아라면 한번 정도는 꼭 읽어볼 만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대통령의 미스터리 - 프랭클린 D. 루스벨트 / 정태원 : 별점 1.5점

대통령의 미스터리 - 2점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외 지음, 정태원 옮김/산다슬

짐 블레이크는 성공한 변호사이자 엄청난 재산가로 러시아 배우에게 반해 결혼하나 그녀가 사랑한건 그가 아닌 돈이었다. 이후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된 짐은 고민하기 시작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혼을 하기엔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크다, 배신자인 아내에게 보기 좋게 복수를 해줄까? 하지만 이 또한 그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 결국 그는 스스로의 ‘실종’을 선택한다. 나는 살아 있으되, 나를 죽인다. 나는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다. 이때부터 전혀 새로운 존재로의 완벽한 변신이 시작된다...

요사이 추리소설에 많이 집중하고 있는 기특한 출판사 산다슬에서 발간된 책입니다. 실제로 미스터리 매니아였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플롯과 기본 아이디어를 유명 작가 6명이 나누어 집필한 소설이라고 하네요. 릴레이 연재 소설로 연재 작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제 1장 : Rupert Hughes
  • 제 2장 : Samuel Hopkins Adams
  • 제 3장 : Anthony Abbot
  • 제 4장 : Rita Weiman
  • 제 5장 : S. S. Van Dine
  • 제 6장 : John Erskine
  • 제 7장 : E. S. Gardner

그러나 읽고 난 소감은 한마디로 말해서 "완전 별로!" 였습니다. 한 인물이 복수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완벽하게 자신을 바꾼다는 아이디어는 너무 진부하고 뻔한, 그야말로 대통령이라는 신분만 아니었다면 작가들이 절대 써주지 않았을 구태의연한 아이디어와 플롯에 불과하잖아요. 단편이었다면 그래도 괜찮을 수 있었는데 중편 이상의 길이로 써 준 것은 작가들의 과잉 충성일 뿐이었어요.

그나마 지루함을 조금이나마 바꾸어 놓기 위한 프로 작가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돋보이기는 합니다. 예를 들면 짐이 신분을 바꾸어 나가는 과정의 디테일, 짐의 사체로 위장한 시체에서 발견된 총알이라는 변수와 약간의 반전이 있기는 하거든요. 그러나 이후의 해결 방법이 너무나 기대 이하라 도저히 점수를 줄 수가 없네요. 애견의 충성심으로 확인한다니.... 설득력은 제로에 가까워요.
팬이라면 파일로 밴스 시리즈의 마컴 지방검사의 등장, 페리 메이슨의 등장 정도는 반갑게 보일 수 있지만 그 활약은 지극히 미미할 뿐이며, 페리 메이슨의 등장은 정말 억지스러워서 뭐라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책에 자신의 캐릭터를 등장시켜 광고를 시도하는 진정한 프로 얼 스탠리 가드너의 진면목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는 것 정도가 수확이죠.
두께나 분량도 많지 않아 1시간이면 별 생각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그러기에는 책 값도 만만치 않네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점. 그냥 이런 책이 있다..라는 정도로만 훝어보고 넘어가면 딱 좋은 수준입니다.

2005/08/20

인간사냥 - 리처드 스타크 / 양병탁 : 별점 2점

인간사냥 - 4점
리처드 스타크 지음, 양병탁 옮김/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악당 파커" 시리즈의 첫번째 장편. 
그동안 몇편의 장, 단편을 접하고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에 대해서는 신뢰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그의 다른 필명,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 궁금했었는데 이 작품은 평도 좋고 해서 구입해 읽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정말로 순수한 악당 그 자체인 파커라는 캐릭터는 독특하긴 하지만 그다지 매력적으로 묘사되지 않았고, 순수한 복수극답게 우직하게 진행되는 힘은 있지만 너무 일방적으로, 원사이드하게 흘러가서 별로 생각할 여지를 주지도 않거든요. 이래서야 싸구려 펄프픽션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에요.
초반부에 파커가 간단한 사기를 치기 위해 증명서를 위조하고 은행에 찾아가는 장면은 제법 괜찮았었고 마지막 약간의 반전은 있지만 글쎄요, 제가 너무 기대치가 높았나 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아울러 본작이 장편이라기보다는 중편 길이이기 때문에 뒷부분에 레슬리 차터리스의 세인트 시리즈 단편 "미녀 전문가"가 같이 실려 있는데 이 역시 실망스럽습니다... 세인트와 그의 동료, 추격하는 형사 등 세인트 패밀리에 대한 자세하고 치밀한 묘사와 언제나 여유있으면서도 능글능글한 세인트 "사이먼 템플러" 캐릭터의 매력은 잘 표현되어 있지만 추리소설로서의 가치가 너무 떨어지거든요. 추리의 개연성이 부족하고 너무 약점이 많은 내용이라 추리 황금기 시대 유명 시리즈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만한 품격을 느끼기 어렵더군요. 너무 시대가 흐른 탓일 수도 있겠지만 역시나 별점은 2점.

결론적으로 유명 작가의 유명 시리즈를 책 한권으로 2개 맛볼 수 있다는, 1+1 행사같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별점은 2점... 정통 고전 추리물 쪽이 역시 저에게는 더 맞는 것 같습니다. 

2005/08/18

웰컴 투 동막골 - 박광현 : 별점 4점


1950년 11월, 한국 전쟁이 한창이던 때, 외딴 산속 깊은곳에 추락한 P-47D 미 전투기 조종사인 연합군 병사 스미스(스티브 태슐러)를 근처의 마을 동막골의 주민들이 그를 구해준 후 정성으로 돌봐준다. 한편 동막골에 살고있는 여일(강혜정)은 우연히 인민군 리수화(정재영) 일행을 만나게 되고 그들을 동막골로 데리고 온는데 바로 그 때, 자군 병력에서 이탈해 길을 잃은 국군 표현철(신하균)과 문상상 일행이 동막골 촌장의 집까지 찾아 오게 되면서 양측 진영의 긴장감은 극도로 고조된다.

하지만 대치중 실수로 떨어트린 수류탄이 마을 곳간을 날려버리고, 인민군과 국군은 어쩔 수 없이 곳간을 다시 채워주기 위한 기간동안 동막골에 머물게 되면서 전쟁도 모르고 순수하게 살아가는 동막골의 순진한 사람들과 서서히 하나가 되어간다. 그러나 동막골에 추락한 미군기가 적군에 의해 폭격됐다고 오인한 연합군은 주요 요충지 선상에 있는 동막골을 집중 폭격하기로 결정하고 스미스 구출대를 먼저 파견하지만 구출대와 어쩔 수 없는 교전 끝에 생포한 포로에게서 폭격 계획을 들은 3국의 연합군(?)은 폭격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기 위한 작전을 준비한다....

6.25 전쟁때의 한국군과 북한군, 거기에 연합군까지 모이게 되는 상황이 영화의 주 내용인데 전쟁영화에서 이렇게 적대하는 양 진영이 하나로 화합하는 내용은 사실 2차대전 영화에서도 많이 나왔던 소재죠. 독일군-미군이 하나가 되는 영화도 있었고 미군-일본군이 하나가 되는 영화도 본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영화는 "동막골"이라는 유토피아를 위해 양 진영이 마지막에 "하나"가 된다는 것이 차이점인 것 같네요. 그만큼 "동막골"이라는 공간이 누구나 이념을 버리고 하나가 되는 과정이 당연하다 여겨질 정도로 너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뭐 환타지이자 동화스러운 설정이긴 합니다만 잘 표현된 덕에 설득력도 강해요.

덧붙여 촬영과 배경, 전개에 관한 모든 것이 디테일이 굉장히 좋습니다. 동막골 사람들이 등불로 쓰는 탈바가지(?)에서 시작해서 아담한 동막골의 모든 요소요소들이 마음에 들더군요.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요. 신하균 이 친구 최근에 부진하더니만 꽤 괜찮은 역할로 부활하네요. 임하룡의 연기도 이젠 완전 정극배우로서 물이 오른 것 같고 광녀역의 강혜정은 최고(!)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 외에 조연들, 특히 동구역의 꼬마 등도 그 인물 자체로 밖에 보이지 않는 자연스러움으로 영화를 잘 살려주고 있습니다. 원래는 장진감독이 각본을 쓴 연극이라죠? 그래서인지 대사들도 감칠맛있고 상황설정도 유머러스해서 영화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 역시 영화를 환타지-동화 스러운 분위기로 끌고 가는데 크게 일조하고 있고요.

하지만 마지막에 동막골을 찾아온 연합군 구조대를 사살하고 연합군 폭격대와 한판 승부를 벌이는 장면은 솔직히 아쉬웠습니다. 결국 유토피아와 하나가 될 수 있던 그들이 손에 피를 묻힐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묘사가 왜 필요했을까요? 폭격에 대한 정보만 입수해서 어떻게든 폭격 지점을 바꾸기 위한 노력 정도만 살짝 보여주고, 아름다운 작전의 성공 후에 미소짓는 와중에 폭탄이 떨어지는 장면으로 전환되었더라면 더욱 좋았을텐데 말이죠... 막판에 너무 피가 난무해 버려서 환타지, 동화로서의 이미지가 많이 깨져버린 듯 싶네요.

그래도 저는 무척 재미있게 봤습니다. 한편의 동화로서 말이죠. 전쟁 영화들 특유의 적나라한 묘사보다는 따뜻하고 유머스러운 묘사가 넘쳐 보는 내내 흐뭇했습니다. 별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올해 본 한국 영화 중에서는 최고였어요. 별점은 4점입니다.

PS :그런데 마지막 에필로그, 저는 왜 "죽이지 않았나?"에 대한 설명이 한번 나와줄 줄 알았는데 머리에 꽃을 꽂아주는 에피소드만 표현되더군요. 무슨 의도 였는지 약간 궁금하기도 한데, 사족 아니었을까요?

대도오 (大刀傲) - 좌백 (드래곤북스 명작 컬렉션 1) : 별점 2.5점

대도오 - 6점
좌백 지음/시공사
흑기맹의 하급무사이자 풍자조의 조장 대도오. 그는 일신의 무예는 높지 않지만 순간적인 판단력과 기지, 살인에 대한 기술로 흑기맹과 감숙성의 패권을 놓고 대적하던 구륜교의 고수를 여럿 죽이며 남다른 카리스마로 조원들에게서 신망을 얻는다. 계속되는 전투의 와중에서 계속 공을 세워 나감으로써 흑기맹 흑기당의 하급 조직이었던 풍자조는 어느덧 불패의 "흑풍조"라고 불리우게 된다.

하지만 흑기맹의 배신자들에 의해 대도오는 중상을 입고 구륜교에 생포되어 폐인에 이를 정도의 고문을 받고 버려지게 된다. 그러나 구륜교의 흑옥에서 오히려 대도오는 기연을 얻으며 살아남은 흑풍조 조원들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한편 구륜교도 손을 잡은 녹림맹의 배신으로 교주가 척살당하고 3륜사자 하향월만 겨우 소교주 독고청청을 데리고 떠돌던 중 복수를 위해 결국 대도오에게 몸을 의탁하게 된다.

재정비를 위해 머무르던 신강에서 당금 제일의 고수 중 하나인 천외제일신마 혁련소천과 친분을 맺은 후 죽어간 사람들에 대한 복수를 위해 흑풍조를 다시 일으킨 후 감숙성으로 향한다.

좌백의 이른바 "신무협"의 대표작 중 한편입니다. 이게 "신무협"이라는 건가요? 여튼, 권가야의 "남자 이야기"라는 만화로 먼저 접했었는데 소설로 읽으니 꽤 새롭네요. 

일단 이 작품의 특징이자 뛰어난 점이라면 별로 말도 없고, 천하 제일 고수도 아닌데 이상하게 강한, 살인에 대해 독특한 철학을 지니고 있는 주인공 대도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말로 묵직한 카리스마가 인상적이에요. 보통 일반 무협지의 경우는 겁많은 하급 무사에서 한명의 사나이로 서서히 성장해 나가는 매봉옥같은 인물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은데 정체와 과거를 알 수 없는 대도오라는 인물이 주인공이라는 것만으로도 새로움과 신선함이 충분히 전해집니다.

하지만 초반부의 좋았던 전개를 계속 이어가지 못하고 시시한 복수극으로 마무리 되는 전개는 아쉽네요. 운기려가 죽어가는 상황은 기발함과 반전으로 제법 재미를 가져다 주기는 하지만 이후부터는 대도오가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가 불명확합니다. 더군다나 뻔하디 뻔한 지하 뇌옥에서 기연을 얻어 나름대로 고수가 되어가는 설정은 정말이지... 불필요했다고 생각되네요. 어차피 혁련소천이라는 당금 무림 제일고수라는 인물을 동료로 등장시킬 바에야 더욱 그러했겠죠. 
아울러 대도오, 그리고 노대와 매봉옥을 제외하고는 흑풍조의 조원들도 묘사가 투박하고 비중이 오락가락할 뿐더러 너무 묵직한 카리스마 과잉이라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에요. 그나마 남성 캐릭터들의 묘사는 과묵한 카리스마의 대도오나 운기주같은 특별한 광인같이 신선한 부분이 있었던 것에 비해 여성 캐릭터는 너무나 진부해서 안타깝기만 합니다. 여성 캐릭터 묘사는 김용이래 그닥 발전한 것이 없더군요.
그리고 결투, 대결, 비무 장면이야말로 무협지의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 클라이막스의 대결들이 많이 허무한 편입니다. 녹림맹과의 최종 결투나 마지막의 종남파 장문인 유종양과 대도오의 한판 승부 등은 시시해서 김이 다 빠지네요. 그간 묘사된 대도오의 결투 방식과는 큰 차이는 없지만 너무 극단적이랄까요? 개인적으로 마지막 대결에서의 혁련소천의 도움은 앞부분에서 복선으로 처리하는 것이 더욱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살짝쿵 듭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색다르고 새로운 시작으로 무협지로서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기대에는 못 미친 작품입니다. 그래도 꽤나 중독성을 가지고 쭉쭉 읽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겠죠. 솔직히 굉장히 좋은 작품은 아니지만 재미는 충분하며 무엇보다도 대도오라는 캐릭터의 존재감을 알기 위해서라면 볼 만 합니다. 후기도 재미있더군요. 

PS : 책이 무자게 이쁘게, 마음에 들게 나왔네요. 추리소설도 이렇게 합본으로 나와주면 좋을텐데...

복수 법정 (고려원 미스터리 11) - 헨리 덴커 / 이상곤 : 별점 3점

복수법정 - 6점 헨리 덴커 지음/고려원(고려원미디어)

데니스 료던은 자신의 딸을 강간 살해한 클리터스 존스를 사살하고 바로 경찰에 자수한다. 검찰은 그의 자백을 근거로 2급 살인죄로 그를 기소하고, 국선 변호사로 선임된 벤 고던은 그의 형을 줄여주기 위해 분투하지만 과거의 사건은 법정 논의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몰린다. 하지만 그는 데니스 료던 자백 테이프에 근거하여 클리터스 존스 사건의 담당 판사였던 마이클 렌젤 판사를 증인으로 소환하여 역전의 계기를 잡게 되는데...

줄거리를 보면 딸의 복수를 위해 범인을 사살한 아버지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타임 투 킬" 이 연상되죠? 그러나 이 작품은 왜 당시 강간범이 방면되었는가에 먼저 촛점을 맞추고 있다는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수정헌법 4조와 5조에 근거하여 당시 강간살해범임에 분명했던 클리터스 존스가 풀려난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법에 대한 분노를 가지게 만들고 법 자체를 심판대에 올린다는 전개를 보여주기 때문에 사건의 진상이 서서히 밝혀지는 일종의 추리물인 다른 법정물들과는 전혀 다른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해주네요. 저도 공감하면서 읽었을 정도로 참 잘 짜여진 구성이에요. 독자와 동일한 정보를 얻게 됨으로써 독자와 같은 상황에서 다양한 고민을 하는 배심원들의 심리 묘사 역시 공감을 느끼게 하고요.

복잡한 사건을 다루는 탓에 지나치게 많은 등장인물과 증인, 증거자료들이 수없이 등장하는 다른 법정물과는 달리 단순한 사건일 뿐더러 데니스 료던 - 벤 고든 - 검사인 레스터 크루 - 판사 아론 크레인의 4명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몰입할 수 있는 적당한 분량도 좋았어요.

하지만 벤의 가족, 애정관계에 대한 묘사와 빅터 콜스라는 브로커같은 인물의 등장은 사족에 불과하다는 단점이 있기는 합니다. 뭐 이런 묘사조차 없으면 이 작품은 절대로 장편은 될 수 없었겠지만, 정말 "사족"에 불과할 정도로만 묘사되어 약간 짜증날 정도였어요.
그리고 미국식 법 체계가 중심이기에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 결말은 배심원들의 자체 판단에 의한 것이며 어느정도 예상 가능한만큼 통쾌한 맛은 좀 떨어지는 편입니다.

그래도 법정 드라마로서의 가치는 높은, 추천작임에는 분명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05/08/17

여왕폐하 율리시즈 호 - 알리스테어 맥클린 / 허문순 : 별점 2.5점

여왕폐하 율리시즈호 - 6점
알리스테어 매클린 지음, 허문순 옮김/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최신예 레이더를 갖춘 영국 최신예 전함 율리시즈 호는 선상 난동까지 겪은 무리한 항해 끝에 막 귀환한 상태. 하지만 영국 해군은 율리시즈호를 기함으로 하여 소련에 제공할 무기 및 연료를 실은 수송 선단을 편성하여 부동항 무르만스크로 보내는 작전을 시작하고, 나치의 U보트와 폭격기, 살인적인 추위와 엄청난 폭풍 등, 선단을 이끄는 영국 순양함 율리시즈호는 쉴새없이 다가오는 위기에 맞서 처절한 사투를 벌이며 서서히 선단과 율리시즈호의 힘은 소모되어 간다.

알리스테어 맥클린의 데뷰작이자 대표작입니다. 유명 미스터리 목록에도 잭 히긴스의 "독수리는 날개치며 내리다"와 함께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밀리터리 물로 개인적으로 추리나 스릴러물 쪽 쟝르물로 보지는 않지만, 이 작품 역시 좋은 작품인 것은 분명하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내용은 한마디로 최신예 전함 율리시즈가 기함인 소련 지원 수송선단의 항해기록입니다. 극심한 피로와 추위, 그리고 숨 쉴 틈조차 주지 않는 독일군 U-보트와 항공단의 습격, 한척씩 침몰해서 사라져 가는 함선들...에 대한 묘사가 치밀하고 그야말로 손 닿을 것 처럼 그려져 있으면서도 그 안에서 전우애, 인간관계 등을 자세하게,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는 전쟁 문학 작품의 고전이라 할 수 있겠네요.

다른 전쟁 문학 작품들과는 다르게 이 작품은 영국군, 그것도 "율리시즈호"라는 전함 내부에서의 시각과 묘사만 보여줌으로써 현실감을 높이고 보다 작품에 몰입하게 하고 있습니다. 다른 영국군은 거의 등장하지도 않으며 독일군은 대사 한마디 나오지 않는 그야말로 "습격자"의 모습만 보여주고 있는 점이 무척 독특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불행한 결말로 끝나긴 하지만 전쟁이라는 것에 속해있는 인간들은 결국 무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결국 승리자는 독일군도, 영국군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하지만 하나 아쉬운 것은 섬나라 왜놈들 같은 마지막 특공 장면이었습니다. 아무리 북극해의 바다에서의 생존율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선원들을 전부 태운채로 전속 돌진 특공이라니.... 감동과 허무를 동시에 느끼게 하려는 의도는 잘 알겠지만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위험한 발상에다가 왠지 "우주전함 야마도" 필이 조금 나기도 하고 오바스럽기도 해서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자연스럽게 침몰하듯 묘사하는게 더 나았으리라 보이는데 말이죠... 거기에 약간 신파조의 연출도 있고 너무나 많은 인물들이 등장해서 복잡한 감도 들기도 합니다. 또 동서 미스터리 북스의 번역이 좀 이상해서 문맥적으로 어려운 듯한 느낌이 강했는데 보다 현실감있는 묘사와 실제 군 내부에서 오갈 수 있는 대화들로 한번 정도 교정되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단점으로 별점은 2.5점. 그래도 전쟁 문학의 고전으로서 가치는 충분한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아울러 개인적으로는 이제 알리스테어 맥클린의 국내 출간 작품은 거진 다 읽은 것 같아 후련합니다. 그래봤자 3편 뿐이지만....

2005/08/16

indemnity Only - 사라 파레츠키 / 홍영의 : 별점 2.5점


여탐정 V.I 워쇼스키에게 시카고 은행업계의 실력자 존 세이어가 사람을 찾아줄 것을 의뢰한다. 대상은 자신의 아들 피터와 교제 중인 여성 아니타. 피터 세이어의 하숙집으로 찾아간 워쇼스키는 피터의 시체를 발견하고 존에게 보고하러 간 후 사건을 의뢰한 인물이 존 세이어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실제로 워쇼스키에게 사건을 의뢰한 인물은 시카고의 노동조합장 앤드류 메글러였던 것.

워쇼스키는 앤드류 메글러의 딸을 계속 찾지만 거리의 폭력배인 알 슈마이센 일당에게 폭행당하며 사건에서 손을 뗄 것을 강요받고, 존 세이어마저도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 후 앤드류 메글러 마저 사건 의뢰를 취소하는데 피터 세이어가 죽음 직전 가지고 있던 서류를 발견한 워쇼스키는 사건의 배후에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음모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사라 파레츠키의 V.I 워쇼스키 시리즈 첫번째 작품입니다. 제가 구입한 책은 "문학관"이라는 출판사에서 간행된 책인데 제목이 "제트파일" 이군요... 제목이 너무 싼티나서 원제를 적어놓았습니다.

작품의 특징이라면 일단 캐릭터를 들 수 있겠죠. 미모, 액션까지 어느정도 가능, 거기에 더해 말발까지 장난 아닌 여탐정 워쇼스키는 헐리웃적이고 만화적인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여성작가답게 옷차림이나 요리, 생활용품에 대한 진지한 묘사를 통해 나름 그럴듯하게 형상화하고 있어서 꽤 괜찮은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거든요. 또 보통 이런 작품들은 뉴욕이나 L.A 가 배경이었는데 무대가 시카고인 것도 특이하네요.

내용적으로는 단순한 실종자 찾기에서 흑막이 있는 거대한 음모로 발전되어 간다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스릴러의 공식을 따라가고 있지만 "범인이 누구인가?" 보다는 "증거가 어디 있는가?"에 촛점이 맞추져 있기 때문에 증거 수집 단계별로 분기점이 확실히 존재합니다. 즉 첫 단서, 피터 세이어가 가지고 있던 서류를 발견하는 1단계와 서류의 정체를 알게 되는 2단계, 그리고 최후의 증거를 수집하게 되는 3단계로 구분해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으며 단계별로 주요한 사건들이 각각 벌어지고 있는데 단순하기는 하지만 읽기에는 확실히 편하더라고요.

물론 우연에 의지한 전개가 약간 있고 마지막 범인과의 한판 대결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V.I 워쇼스키라는 특이한 여성탐정 캐릭터를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읽기 쉬워서 쭉쭉 진행된다는 점에서 더운 여름날 읽을 거리로 추천할 만 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PS : 소설을 읽고 나니 예전 영화버젼에서의 "캐서린 터너"는 정말 적역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는 망했지만요...

2005/08/14

핑거포스트 1663 - 이언 피어스 / 김석희 : 별점 3.5점

핑거포스트, 1663 - 보급판 세트 - 8점
이언 피어스 지음, 김석희 옮김/서해문집
1663년, 크롬웰의 철권 통치가 무너지고 왕당파가 다시 세력을 잡아 찰스 2세가 왕위에 오른 직후, 옥스퍼드에 다 콜라라는 부유한 상인의 아들이자 의학 교육을 받은 이탈리아인이 방문한다. 
그는 당대의 저명한 학자인 보일을 비롯하여, 의사 로어, 사학자 우드 등 여러 분야 학계의 사람들과 친분을 쌓게 되고 사교 활동을 활발히 벌이는데, 그러던 와중 대학의 교수인 그로브 박사가 독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여러 증거를 종합하고 스스로 죄를 인정한 그로브 박사의 전 하녀였던 사라 블런디가 교수형을 당하는데 20년뒤 다 콜라의 수기가 발표되고 이를 반박하는 프레스콧의 수기, 월리스 박사의 수기, 그리고 제임스 우드의 수기가 계속 이어지며 서서히 20년전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다....

이전의 "옥스퍼드의 4증인"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을 때 부터 무척이나 읽고 싶었던 작품. 재간되었기에 잽싸게 구입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무려 1000페이지가 넘는 장편이지만 전부 4편의 수기로 각각의 수기는 하나의 작품으로 독립되어 있기 때문에 흡사 4편의 연작들을 읽는 느낌이라 생각보다는 읽기가 쉬워서 좋더군요.

순서대로 본다면 첫번째 "다 콜라"의 증언은 이야기의 첫 시작 답게 중요 등장인물과 20년 전 옥스퍼드에서 발생한 사건을 기술하는 소갯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야기 자체만 놓고 본다면 콜라의 "수혈법"에 대한 내용의 비중이 큰 편이죠. 때문에 살인사건에 대한 정보도 표면적으로만 훝고 지나갈 뿐이라 사라 블런디의 범행인지 아닌지에 대한 입증조차 해 주지 않습니다. 첫번째 수기만 읽는다면 독자는 영국의 암울한 날씨와 문화, 요리에 대한 편견을 강하게 가질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외국인 시각에서 많은 것을 보고 있거든요.

두번째 "프레스콧"의 증언 수기에서부터 먼저 첫번째 수기의 거짓을 많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콜라라는 인물이 스스로 묘사한 것과 다른 점이 많았다는 것을 밝히는 것과 살인사건보다는 프레스콧의 아버지 제임스 프레스콧 경이 관련되어 있던 왕당파와 의회파간의 음모, 배신 행위를 비중있게 다루더군요. 프레스콧이 명예를 되찾기 위해 자신의 아버지가 배신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데 수기의 포커스가 맞춰져 있거든요. 이 부분부터 본격적인 음모론적인 이야기가 많이 가미되면서 점차 흥미진진해 집니다. 여기에서 프레스콧의 아버지가 보냈던 "암호편지"의 중요성이 처음으로 대두됩니다. 
물론 모든 수기와 사건의 계기가 되는 그로브 박사 살인 사건의 정황에 대한 프레스콧 시각에서의 자세한 묘사도 들어 있습니다. 요약한다면, 지나친 광기에 시달리던 프레스콧은 성직록을 노리던 자신의 친구 켄이 그로브 박사를 독살했다고 믿지만 스스로의 광기가 사라 블런디의 주술 때문이라 생각하고 그녀를 사형시키기 위한 조작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세번째의 "월리스 박사"의 증언 부터는 앞서 나왔던 두 증언의 오류를 파헤치고 스스로 그것에 살을 입혀가는 단계입니다. 암호 해독 전문가로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서 광범위한 정보 조직을 구성한 월리스 박사라는 인물에 맞게끔 왕당파와 의회파에 대한 음모론에 살을 붙여 나가는 과정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콜라라는 인물의 정체에 주목하여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고 있네요.
또한 이러한 음모론적인 내용에 맞춰 여러 귀족들간의 역학관계와 과거의 역사까지 들춰내어 결국 첫번째와 두번째 수기에서는 크게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은 사라 블런디에 대한 사형 선고의 실질적 배경, 즉 필연적 선고였다... 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군요.

마지막 "제임스 우드"의 증언은 실질적인 마지막 증언으로 앞서 세개의 수기를 모두 읽은 후 본인 스스로 조사한 진상을 첨가하여 발표한 진실의 내용이 되겠습니다. 여기서 충격적인 몇가지 사실이 밝혀지며 나름의 반전도 꽤나 있는 추리소설로 따진다면 일종의 "해답편" 격인 내용인데, 여러 사실들을 종합하고 앞부분에서 빠져있던 여러 내용들이 보충되며 
앞부분 수기에서 대두된 몇가지 의문에 대한 해답, 즉

  1. "그로브 박사를 살해한 사람은 누구인가?"
  2. "마르코 다 콜라의 정체는 무엇인가?"
  3. "사라 블런디의 그날밤 행동의 진상과 그녀의 역할은 무엇이었는가?"
  4. "암호편지는 어디에 있는가? 또 그 내용은 무엇인가?"
  5. "왕당파의 제임스 프레스콧 경 배신사건의 진상은 무엇인가?"
에 대한 답을 독자에게 전해주는 완벽한 증언으로 마무리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알려진 시대에 대해 음모론적인 이야기를 넣어가며 스토리를 구상하는 것이 보통 작업은 아니라 생각되는데 이 작품은 상당히 성공한 편이며, 무엇보다 4명의 증언이라는 독특한 구성을 통해 독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선별적으로 판별하게끔 하는 트릭을 보여주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뛰어난 점이라 할 수 있겠네요. 등장인물들의 관계도 잘 짜여져 있어서 탄탄한 전개를 보여주는 것도 인상적이고요. 

또 워낙 탄탄한 고증에 기초한 17세기 영국의 문화를 바로 옆에서 느끼는 듯한 묘사도 압권이었습니다. 영국인이었다면 실존인물들과 역사적 배경까지도 100% 이해하고 즐길 수 있었겠지만 저는 그정도 수준까지는 아니기에 조금 복잡하고 지루한 부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영국인이 아니더라도 지적인 흥분과 더불어 읽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는 보기드문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 모든 증언과 수기의 발단이 된 마르코 다 콜라의 첫번째 수기의 작성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더군요. 콜라는 이 모든 것을 묻어 버렸어야 하는 입장이었을 텐데 괜히 발표해서 영국에 있는 관계자들의 반박글만 잔뜩 만들게 했잖아요? 이 점은 다 읽고 난 이후에도 그다지 석연치가 않습니다. 때문에 약간 감점하여 별점은 3.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읽고 나니 이상하게 영화 "메멘토" 생각이 나기도 합니다. 결과를 먼저 알고 그 진행되는 상세한 내용을 나중에 알게되는 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일까요?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4번 수기는 제일 나중에 읽어야 하지만 나머지 수기들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충분한 재미를 느낀 만큼, 작가의 다른 작품도 구입해 보아야 할 것 같군요.
그리고 또 한가지 지적한다면 1,2권으로 나뉘어 있는데 1권 후반에 작품 전체에 대한 역자 후기격의 글이 들어있는데 일종의 스포일러를 제공함으로써 김을 약간 빼 놓더군요. 당연히 2권 후반에 들어가는게 맞지 않았을까요? 번역도 좋은 편이고 장정도 예뻐 마음에 들지만 이런 사소한 부분에 조금 더 신경을 써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합니다.

PS : 이제 이런 류의 작품 소개에 "움베르토 에코....장미의 이름..." 어쩌구 하는 말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하네요. 이 작품은 핑거 포스트일 뿐이지 장미의 이름과는 하등의 관계도 없는 작품이니까요.

2005/08/12

동서(東西)미스터리 베스트 100

일본 추리작가협회가 1315인의 앙케이트를 통해 뽑은 동서 미스터리 베스트 100입니다. 요새 통 책 읽을 시간이 없어 이런 글로 땜빵하게 되네요.^^

고전이 대부분이지만 국내에는 거의 다 출판되었으니 오히려 이런 리스트가 더 유효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편과 해외편, 즉 동-서 리스트가 따로 있는데 해외편만 옮겨 보았습니다. 국내 출간된 작품은 파란색으로 표시했는데, 대충 봐도 2/3은 번역되어 나온 듯 하군요. 최근에 동서 추리 문고가 복간된 탓에 고전이 많이 소개된 탓이 크지만 어쨌건 반가운 일입니다. 절판된 책도 포함시켰기 때문에 지금은 구할 수 없는 책도 있습니다...

이 리스트에 실린 작품들은 제가 읽어본 바로는 대체로 수긍할 만한 걸작들이 대부분이라 읽지 못한 작품이 있다면 차분히 손 대 보아도 후회하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물론 너무 고전이라 지금 읽기에 낡고 지루한 작품도 있지만 다 나름의 맛이 있는 것이니까요. 제 블로그에 리뷰가 있는 작품들도 있으니 한번 참고 해 보셔도 될 것 같군요.

원문에 가시면 일본 편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출처는 역시 "Mystery Best"입니다. 원문은 여기서 확인하세요.

그나저나... 1위가 "Y의 비극" 이네요. 2위는 "환상의 여인" 이고.... 약간 의외이긴 합니다. 하지만 제일 의외는 역시 5위의 "독수리는 날개치며 내리다". 제가 보기에는 "추리" 소설은 아니라는 생각인데 말이죠. 일본인들의 독일군 선호 취향이 반영된건가?

[해외편]
1. Y의 비극 - 엘러리 퀸
2. 환상의 여인 - 윌리엄 아이리쉬
3. 기나긴 이별 - 레이몬드 챈들러
4.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아가사 크리스티
5. 독수리는 날개치며 내리다 - 잭 히긴스

6. 심야플러스1 - 개빈 라이얼
7. 통 - 크로프트
8.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 애거서 크리스티
9. 승정(비숍)살인사건 - 반 다인
10. 셜록 홈즈의 모험 - 코난 도일

11. 여왕폐하 율리시즈 호 - 알리스테어 맥클린
12. 쟈칼의 날 - 프레드릭 포사이스

13. 안녕 내사랑 - 레이몬드 챈들러
14. 화형법정 - 딕슨 카

15. 섀도우 81 - 루시안 네하임
16. 노란방의 비밀 - 가스통 르루
17. 죽음의 키스 - 아이라 레빈

18. 빨간머리 레드메인즈 - 이든 필포츠
19. 흥분 - 딕 프란시스

19. 말타의 매 - 더쉴 해미트
21. 높은 바위 - 데스몬드 배글리
22. 그린 살인사건 - 반 다인
23. 지푸라기 여자 - 카트리느 아를레
24. 소름 - 로스 맥도널드
25. 브라운신부의 동심 - 체스터튼
26. 세개의 관 - 딕슨 카

27. X의 비극 - 엘러리 퀸
28. 첫가을 - 로버트 B 파커 ("약속의 땅"이라는 작품이 출간되어 있는데 이 작품이 어떤 작품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29. 피의 수확 - 더쉴 해미트
30. 웃는 경관 - 바르 & 슈발

31.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 엘러리 퀸
32. 암살자 - 로버트 러들럼 (많은 작품이 소개된 작가인데 역시 이 작품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33. 추운나라에서 온 스파이 - 죤 르 카레
34.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 - 아가사 크리스티

35. 유다의 창 - 카터 딕슨
36. 모르그가의 살인 - 에드거 알란 포우
37. 당신을 닮은 사람 - 로얄드 달
38. はなれわざ (?) - 크리스티나 브랜드
39. 사라진 소녀 - 콜린 덱스터
40. 황금벌레 - 에드거 알란 포우
41. 813 - 모리스 르블랑

41. 사라진 남자 - B.프리맨틀
43. 빅 슬립 - 레이몬드 챈들러
44. 진리는 시간의 딸 - 죠세핀 테이

45. 바스커빌가의 개 - 코난 도일
46. 독 쵸콜릿 사건 - 안토니 버클리

46. 상복의 랑데뷰 - 코넬 울리치
48. 오른손 - 딕 프란시스
49. 스위트 홈 살인사건 - 크레이그 라이스
49. 도버 4 / 절단 - 죠이스 포터
51. 월장석 - 윌키 콜린스
52. 백만달러를 돌려줘! (한푼도 더도말고 덜도말고) - 제프리 아처
53. 재앙의 거리 - 엘러리 퀸

54. 위철리 여자 - 로스 맥도널드
54. 그리스 관의 비밀 - 엘러리 퀸

56.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 - 제임스 M 케인

56. 탈출항로 - 잭 히긴스 (어떤 작품인지 역시 잘 몰라서....)
58. 야수는 죽어야 한다 - 니콜라스 블레이크
59. 더욱더 위험한 게임 (가장 위대한 게임) - 개빈 라이얼
60. 죽어가는 자를 위한 기도 - 잭 히긴스
61. 흑거미클럽 - 아이작 아시모프
61. 시행착오 - 안토니 버클리 콕스

63. 휴먼 파이터 - 그레이엄 그린
64. 호그 연속살인 - 윌리엄 디 안드레아
64. 경관혐오 - 에드 멕베인

64. 도둑맞은 편지 - 에드거 알란 포우
67. 신데렐라의 함정 - 세바스티앙 자프리조

68. 레베카 - 다프네 뒤 모리에
68.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 - J.딕슨 카
70. 악마의 선택 - 프레드릭 포사이스
71. 타이타닉호를 인양하라 - 클라이브 커슬러
71. 디미트리오스의 관 - 에릭 앰블러

73. 大穴 - 딕 프란시스 (무슨 작품일까요?)
74. 마천루의 몸값 - 리쳐드 제섭
74. 어둠의 소리 - 이든 필포츠
74. 트렌트 최후의 사건 - E.C 벤틀리
77. 복수법정 - 헨리 덴커

78. 이별을 알리러 온 남자 - 브라이언 프리맨틀
79. 보이지 않는 그린 - 죤 슬라텍
80. 나바론의 요새 - 알리스테어 맥클린
81. A-10 탈환팀 출동하라 - S.L 톰슨
82. 주정뱅이 탐정가를 가다 - 커트 캐년
83. 사나이의 목 - 죠르쥬 시므농
84. 어센덴 - 서머셋 모옴
85. 바늘구멍 - 켄 폴레트
86. 9마일은 너무 멀다 - 해리 케멜먼

86. 빨강집의 수수께끼 - A.A 밀른

88. 유리열쇠 - 더쉴 해미트
89. 리리안과 악당들 - 토니 켄릭
90. 네덜란드 구두의 비밀 - 엘러리 퀸
90. 제제벨의 죽음 - 크리스티나 브랜드
92. 이와 손톱 - 빌 S 벨린져
93. 불타는 사나이 (크리시 1) - A.J 퀸넬
94. 피의 줄 - A.J 퀸넬 (크리시 시리즈가 아닐까요?)
94. 중간 지점의 집 - 엘러리 퀸
94. 즐거운 장례식 - 에드먼드 크리스핀
97. 크로이든발 12시 30분 - F.W 크로포츠
97. 오뎃사 파일 - 프레드릭 포사이스
99. 제 1의 대죄 - 로렌스 샌더스

99. 酔いどれの誇り - 제임스 크램리

** 2006. 11.29 추가 : 읽은 것은 볼드체, 가지고 있는 것은 짙은 빨강 볼드체입니다.
** 2008. 04.21 추가 : 한 4편 정도 더 읽었네요.
** 2011.11.20 추가 : 이제 국내에 출간된 건 거의 다 읽은 것 같습니다.
** 2020.02.01 추가

2005/08/09

800만가지 죽는 방법 - 로렌스 블록 / 김미옥 : 별점 2.5점

800만 가지 죽는 방법 - 6점
로렌스 블록 지음, 김미옥 옮김/황금가지

과거 형사였던 매튜 스커더는 실수로 소녀를 사살한 이후 가족과 직업을 잃고 하루하루 자격조차 없는 탐정일로 연명한다.
알콜 중독 증세가 심해 술을 끊으려고 노력하던 중 창녀 킴 다키넨으로부터 포주 챈스에게 창녀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메시지를 대신 전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뉴욕을 뒤지고 가지고 있는 모든 연줄을 동원해서 챈스와 만난 매튜는 그에게 킴의 메시지를 전하고, 챈스는 순순히 허락하여 의뢰는 끝나지만 킴이 호텔에서 전신을 난자당한 시체로 발견된 후, 킴의 요구를 알게된 경찰에 의해 챈스는 용의자로 몰린다.
챈스로부터 진범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매튜는 금주를 위한 필사적인 노력과 사건의 해결을 위한 수사를 병행하나 챈스 휘하의 다른 창녀 서니가 자살하고 쿠키라는 호모마저 난자당한 시체로 발견되는데...

좋다는 평판이 너무나 자자해서 도저히 읽지 않을 수 없었던 로렌스 블록의 작품. 알콜 중독자 탐정 매튜 스커더가 등장하는 무려 480여페이지에 이르는 대장편입니다.

일단, 로렌스 블록이 글을 잘 쓴다는 것은 확실하게 알려주네요. 길기도 하고 묘사도 장황하지만 내용이 잘 짜여져 있는 편이라 많은 페이지에도 불구하고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분량에 비한다면 등장인물도 많지 않고 내용 역시 크게 복잡하거나 대단한 사건이 벌어지지도 않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간단하면서도 잘 짜여져 있는 이야기가 취향이라 반갑기도 했고요.
또한 추리적으로는 하드보일드치고는 상당히 본격물에 가까울 정도로 공정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탐정이 갑자기 한방에 진상을 꿰뚫는 하드보일드 특유의 전개를 갖추고는 있으나 복선과 정보가 잘 짜여져 있어서 진상에 이르는 과정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거든요.

그 외에도 제목처럼 너무나 다양한 죽음의 방식이 존재하는 뉴욕을 그려낸 묘사는 최고 수준이며 탐정역의 매튜 스커더도 일반적인 마쵸 타입의 하드보일드 탐정과 다르게 인간적인 매력을 갖추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좋게 말하면 말랑말랑, 나쁘게 말하면 구질구질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독특한 캐릭터에요. (지적이면서도 매력적인 흑인 포주 챈스가 더 제 취향이긴 했습니다. 굉장히 쿨~한 모습이 딱이에요)

하지만 진상이 드러나는 마지막 30페이지를 제외한 450여 페이지에 이르는 앞부분은 추리적으로는 불필요한 묘사나 설명, 이야기가 많아 약간 지루한 감도 없지는 않습니다. 매튜 스커더의 알콜 중독을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과 인간적인 모습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한 탓에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순문학 작품이라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추리 소설"로는 읽기전 가졌던 기대를 충족시켰다고 보기는 어렵기에 감점합니다. 좀 더 압축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네요.

덧 : 포와로 님의 포스트를 보면 영화가 있던데 조사해 보니 제프 브리지스가 매튜 스커더로 나오네요. 아무리 각본이 올리버 스톤이라도 이 소설을 영화화 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 쟝르에 "액션"이 생뚱맞게 끼어있는 만큼 억지로 구해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지만 포스터는 정말 압권이군요.^

올 여름 구입 목록 ver 1.1

올 여름 구입 목록 작성 ver 1.0

망량의 상자 상/하 (교고쿠 나츠히코)

와일드 소울 1,2 (카키네 료스케)

라파엘로의 유혹 (이언 피어스)

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2,3 (제프리 디버 편저)

부활하는 남자들 1,2 (이언 랜킨)

이시드로 파로디의 여섯가지 사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외)

대통령의 미스터리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실버 피그 - 로마의 명탐정 팔코 1 (린지 데이비스)

청동 조각상의 그림자 상/하 - 로마의 명탐정 팔코 2 (린지 데이비스)



Get :

핑거 포스트 보급판 셋트 1663 (이언 피어스)

인간 사냥 (리처드 스타크)

여왕폐하 율리시즈 호 (알리스테어 맥클린)


800 만 가지 죽는 방법 (로렌스 블록)

제리코의 죽음 사라진 보석 (콜린 덱스터)

옥문도 (요코미조 세이시)

빨간색은 반드시, 어떻게든 사야 할 책이고 다른 책은 좀 더 검토 후에 사야 겠습니다. 제법 많이 샀다고 생각하는데 요새 추리소설이 정말 쏟아지네요. 어떻게 ver 1.0 보다 더 늘 수가 있담... 그나마 저 위의 생뚱맞은 동서 2권 (여왕폐하 율리시즈 호 와 인간사냥)은 알라딘 마일리지로 공짜로 얻었으니 다행이네요.

일단 산 책이나 읽고 생각해 봐야 겠습니다.

2005/08/07

친절한 금자씨 - 박찬욱 : 별점 3점


전작 "올드보이"의 강렬한 기억때문에 오랫만에 극장을 찾아가 감상한 박찬욱 감독의 작품. 복수 3부작의 완결편이라고 하네요.

스토리는 잘 알고들 계실테니 요약은 생략합니다만, 기본적으로는 없는 죄를 뒤집어쓴 금자씨의 복수극입니다. 굉장히 진부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박찬욱의 재기발랄한 연출 덕분에 재미를 안겨다주는 작품으로 거듭났네요. 개인적으로는 전작 "복수는 나의 것"의 대 실패로 메이져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을 "올드보이"보다 더 실험적이고 과감한 영상이 눈에 많이 들어오더군요. 상당히 잘 만든 오프닝 화면부터 감각적인 느낌이 팍팍 납니다. 물론 너무 오바하는 장면 - 금자씨의 얼굴에서 정말 빛이 난다던가..- 은 약간 거슬렸긴 했지만요.

또 캐릭터가 굉장히 강렬합니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이영애라는 청순가련, 지적인 미인의 대명사를 활용해 표현해 낸 금자씨가 대표적이죠. 교도소 생활과 출소해서 복수를 위해 움직이는 기간의 전혀 상반된 "친절함"의 표현 및 여러 대사들도 캐릭터의 볼륨을 감칠맛 있게 더해주고 있고요. 이 금자씨의 승리로 끝나는 결말도  마쵸적인 시각을 항상 보여주는 박찬욱 감독 영화치고는 상당히 이색적이더군요. 물론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여성들 (금자의 교도소 친구들)이 주로 사회적 약자로 묘사되기는 했으나 그간 박찬욱 감독 영화의 여성들이 대체로 피해자나 주변인 역할을 담당해 왔었던 것에 비한다면 많이 달라진, 개선된 모습으로 보아야겠죠.
절대악으로 그려지는 백선생과 결탁한 전도사 캐릭터 역시 대단합니다. 특히나 전도사는 광신과 아집으로 뭉쳐져 있고 선악을 떠나 어떤 "권력"을 따라 움직이는 이 땅의 종교단체를 많이 풍자한 듯한 느낌인데 오버하지 않고 딱 적당한, 유쾌한 수준으로 그리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울러 추리매니아로서 즐길 요소가 많았다는 것도 저에겐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복수의 과정같은 디테일이 잘 살아있는 것은 물론이고 마지막의 복수장면은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 연상되는 등 추리적 요소가 상당한 수준이었거든요. 우연에 의지하는 요소가 몇개 있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맥락이나 완성도를 거의 헤치지 않는 적당한 선이었다 생각됩니다.

하지만 최민식이 복수의 대상인 백선생 역을 맡은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실패입니다. 최민식은 물론 한연기 하는 배우이긴 하지만 워낙 "오대수"의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자꾸 백선생에게 오대수가 오버랩되더군요. 묶여서 당하고 있더라도 한방 날려줄 것 같은... 그래서 시니컬하고 잔인한, 짐승같은 인물인 백선생의 특징이 잘 살아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사로잡힌 상태에서 금자와 딸 제니의 통역을 맡은 장면에서의 연기는 굉장히 와 닿았지만 목소리만 들릴 뿐이라 구태여 최민식씨를 쓸 필요가 있었나 하는 의문이 더더욱 강했습니다. 비쥬얼 자체만으로 더 기름지며 사악한 다른 중견배우를 썼으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그리고 마지막 복수가 끝나고 나서의 이야기가 너무 길어서 후반이 많이 늘어지는 것 역시 옥의 티입니다. 물론 박찬욱이 "복수 3부작"을 완료하며 나름대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해주고자 노력한 티는 물씬 나지만 저에게는 너무 감상적이고 지루하다고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더군요.

그래도 이름값은 분명히 해 주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항상 그래왔지만 음악과 미술은 최고 수준이고 수없이 등장하는 카메오를 보는 재미 및 비장함과 살벌함 속에서 가끔 터져주는 유머 또한 무척 좋았고요. 취향에 따라 엄청 평가가 갈리리라는 생각도 들고, 전작의 엄청난 평가를 뛰어넘기에는 약간 부족해 보이기는 하지만 저는 무척 재미있게, 즐겁게 감상한 영화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05/08/06

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1 - 제프리 디버 엮음 / 홍현숙 : 별점 2점

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1 엘러리 퀸 외 지음, 제프리 디버 엮음, 홍현숙 옮김/황금가지

여름 맞이 특별 구입한 책 중 첫번째로 읽은 책입니다. 제프리 디버가 직접 선정한 앤솔로지로 총 3권 시리즈 출간 예정이라고 하는군요.

실린 작품은 연대와 장르, 작가별로 꽤 공정한 편이라 마음에 듭니다. 작가도 유명한 작가는 엘러리 퀸 한명 뿐으로 나머지 작가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거나 많은 작품이 번역된 작가들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수록 작품들 모두 국내 초역된 작품이라는 것도 좋았고요. 개인적인 베스트는 리사 스코토라인의 "숨겨 갖고 들어가다"와 얀윌렘 반 드 비터링의 "힐러리 여사" 였습니다. 두 작품 모두 추리적으로 우월하다기보다는 외적인 재미와 독특함, 신선함을 많이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라 추천할만 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작품의 완성도나 수준은 기대 이하였어요. 기대가 큰 탓도 있겠지만 이런저런 장르와 주제를 가지고 작품들을 선정하다 보니 오히려 한 곳에 집중한 결과물 보다 깊이가 떨어진다는 느낌이 강하거든요. 이런저런 수상작 모음 앤솔로지, 아니면 특정 작가의 대표작을 모아 놓은 앤솔로지들보다는 뒤떨어지는 기획이었다 생각됩니다.
번역에도 약간 문제가 있어서 쉽게 읽히지 않으며 직역에 가까운 느낌도 드네요. 심각한 오류는 없지만 서문에서 에드워드 D 호크를 "호치"라고 번역한 것 같은 것 같은 작은 실수도 눈에 좀 띄고요.

물론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취지와 가치는 변함이 없고 제프리 디버의 취향이 제 취향이 아니었을 수는 있지만 이러한 이유로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아울러 330여 페이지라면 웬만한 장편 한편 분량인데 너무 두꺼운 종이의 선택, 그리고 큼직한 본문의 행간 탓에 다른 책들보다 크고, 두껍고, 무거운 책으로 출간되었는데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정도 두께면 종이만 잘 선택한다면 3권으로 출간될 분량을 2권으로 줄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에드가상 수상 단편집 시리즈와 비교해 본다면 페이지수는 비슷하지만 에드가상 수상 단편집은 두께는 이 책의 2/3 정도이고 실린 작품은 최소 9편에서 최대 13편까지 실려 있는데 이 작품은 달랑 8편만 실려있을 뿐입니다.
종합적인 면에서 황금가지에서 책을 시리즈로 여러권 출판하려는 얄팍한 상술로 밖에는 보이니 않아 씁쓸합니다.

수록 작품별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황태자 인형의 모험 - 엘러리 퀸
크리스마스 이브, 입슨양의 유언으로 전시하게 된 인형 컬렉션 중 딸려있는 다이아몬드로 인해 제일의 가치를 지니는 황태자 인형을 유명한 도둑 코모스가 훔쳐가겠다는 예고장을 보내온다. 퀸 경감과 엘러리는 코모스를 막기 위해 직접 전시장을 지키지만 전시회가 끝날때 인형이 가짜로 바꿔치기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엘러리 퀸 작품에서 괴도가 나오는 것은 처음 접해본 것 같습니다. 김전일과 괴도신사의 대결 같은 작품이네요. 제목만 본다면 "모험" 시리즈가 아닐까 싶습니다. 뭐 내용은 어떻게 훔쳤는지, 그리고 방법을 밝혀낸 직후 범인이 누구인지까지 알아내는 전개인데 훔치는 방법이 좀 더 기발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 읽기에는 약간 시시한 방법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범인을 짐작하기가 쉬웠던 점이 좀 아쉽네요.

사라진 13쪽 - 안나 카타린 그린
저주받은 저택으로 유명한 밴 브루클린 저택에서 중요한 서류가 없어지고 다음날 결혼하게 되는 코넬이라는 인물이 유일한 용의자로 의심받게 된다. 여성 탐정 바이올렛 스트레인져는 서류가 없어지게 된 방법을 알아내고 저택의 저주받은 방을 지나가 서류를 되찾아 오지만 이 과정에서 저주받은 방에서 일어난 과거의 비극적 사건의 진상까지 알아낸다.
추리소설의 어머니라고 불리운다는 안나 카타린 그린의 작품입니다. 국내에 거의 처음 소개되는 작가와 작품이 아닐까 싶은데 내용면으로는 그다지 기발하거나 신선한 부분은 없습니다. 전혀 다른 2개의 이야기를 하나의 단편으로 엮어 놓은 시도는 좋았지만 작품이 전반부는 서류 도난 사건, 후반부는 밴 브루클린의 저주에 대한 진상으로 확연히 나뉘고 있어서 하나로 융합되지도 못했고요. 소품에 가까운 작은 사건인 서류 도난 사건보다는 괴담 분위기의 저주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들었었는데 이것만 가지고 보다 보강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딕슨 카 스러운 작품이 하나 나왔을텐데...

숨겨갖고 들어가다 - 리사 스코토라인
변호사 톰은 중요한 사건 재판이 있는 날 아내에게서 쌍동이 딸 중 한명인 브리타니를 억지로 떠안게 되고 여러가지 사건이 겹쳐 딸을 몰래 숨긴채로 재판까지 참석하게 되는데...
이 책에서 저의 베스트 중 하나입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와 작품인데 빠르면서도 긴박한 전개에 유머까지 곁들인 센스가 아주 뛰어납니다. 법정 재판 장면에서의 역전극도 통쾌하고요. 읽는 내내 시종일관 웃음을 놓치지 않게 하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배트맨의 협력자들 - 로렌스 블록
매트 스쿠더는 동료들과 함께 시내 불법 노점상에서 허가받지 않은 불법 복제된 배트맨 상품을 압수하는 일에 투입된다...
매트 스쿠더 (스커더)가 등장하는 로렌스 블록의 단편인데 저는 아무리봐도 추리물로 보이지는 않더군요. 사회 비판 의식이 들어있긴 한데 서스펜스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왜 이 책에 포함되어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주말 여행객 - 제프리 디버
잭과 토스는 드러그 스토어를 강도질 하다가 실수로 총기를 난사해서 경찰을 비롯한 여러명을 죽인 뒤 인질을 한명 잡아 도주하게 된다. 인질은 웰러라는 세일즈 맨으로 토스까지 죽인 잭을 설득시켜 일종의 게임을 제안하는데...
편집자인 제프리 디버의 단편입니다. 납치범 잭의 심리 묘사는 탁월하나 반전이 좀 시시해서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그 여자는 죽었어 - 프레데릭 브라운
부유한 사회학 석사 출신의 하위는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LA에 정착한 상태. 그는 접시닦이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매춘부인 여자친구 빌리와 더불어 나름 행복한 삶을 꾸려나간다. 그러나 빌리의 위층에 사는 메이미라는 여성 살해 사건의 용의자로 몰리게 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프레데릭 브라운의 독특한 작품으로 그간의 작풍과는 무척 달라 보이네요. 대작가답게 단편이지만 캐릭터 설정 및 묘사, 그리고 복선이 확실한 편이며 이야기도 제법 탄탄합니다. 하지만 내용 전개가 우연에 기인하는 것이 많고 정통파 추리작품은 아니라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웠어요.

원칙의 문제 - 맥스 알런 콜린스
전직 킬러로 지금은 은퇴한 쿼리는 파라다이스 호 주변에서 운둔하며 지내지만 우연히 야식을 사러 갔다가 해리라는 전직 범죄자 친구를 알아보고 그를 미행해서 해리와 루이스 컴비가 시카고 언론 재벌의 상속녀를 유괴한 것을 발견한다.
주인공의 카리스마 있는 묘사가 압권인 단편입니다. 내용은 평이하고 반전은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긴 하지만 주인공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네요.

힐러리 여사 -얀윌렘 반 드 비터링
파푸아 뉴기니의 원주민이고 추장인 주인공이 자신의 동생이 강간 살해당한 과거의 사건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파푸아 뉴기니의 추장인 떠벌이 화자가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두서없이 떠드는 것으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무지하게 독특하고 신선했습니다. 현대 미국을 풍자하는 듯한 묘사도 재미나지만 파푸아 뉴기니에 대해 치밀하게 조사한 것이 묻어나는 현지색깔 넘치는 배경 역시 좋습니다. 그냥 생각없이 떠벌이는 듯한 이야기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든 솜씨가 놀랍네요. 작가는 처음 보는 작가지만 다른 작품도 기대를 갖게 하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베스트로 꼽을 만 합니다.

2005/08/04

챔피언 시저의 죽음 (Some Buried Caesar) - 렉스 스타우트 / 이춘열 : 별점 4점

챔피언 시저의 죽음 렉스 스타우트 지음, 이춘열 옮김/시공사

뉴욕에서 열리는 난초 박람회 출품차 여행 중이었던 네로 울프와 조수 아치 굿윈. 그들은 우연히 자동차 사고를 당했다. 그 곳에서 거대한 수소 "시저"의 공격을 받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뒤, 시저의 주인인 식당업자 프랫의 도움과 함께 그 수소가 전설적인 종우 챔피언이라는 것, 그리고 프랫이 그 챔피언을 거금을 주고 구입해서 바베큐 파티를 열 예정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마침 방문했던 목축업자들이 이 계획을 저지하려고 하나 실패한 직후, 프랫의 지역 라이벌인 오스굿의 아들 클라이드가 나타나 프랫에게 바베큐 파티가 실패할 거라며 내기를 걸었다.
하지만 그날 저녁 시저 근처에서 클라이드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었다. 네로 울프는 클라이드의 아버지 프레더릭 오스굿의 의뢰로 사건 조사에 나섰다. 주요 증인 중 한명인 브론슨 마저 살해된 뒤 아치 굿윈마저 수사 방해의 혐의를 쓰고 유치장에 갇히고 마는데...


렉스 스타우트의 전설적 탐정 네로 울프가 등장하는 장편. 아주 예전 학생시절 도서관에서 읽고 난 후 구하려 했으나 시그마북스가 절판되는 바람에 포기했었는데 우연찮게 구하게 되어 무척 반가왔던 작품입니다. 이거 참 얼마나 옛날에 읽었는지 시저가 말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소더군요. 약간 황당...

네로 울프 시리즈는 개인적으로는 작품에서 풍기는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좋아서 "독사"와 "요리사가 너무 많다" 는 가지고 있긴 합니다만 두 작품 모두 명성에 비한다면 좀 지루한 점이 있었죠. 그러나 이 작품은 그러한 선입견을 깨 주는 작품입니다.
일단 황금기 시절의 정통 추리소설에 걸맞는 수준의 추리적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는 것, 그리고 살인 사건에 따른 추론을 네로 울프가 제대로, 그것도 공정하게 보여줄 뿐 아니라 이야기 전개에서도 2개의 살인사건의 연관성과 각종 복선의 교묘한 조합을 끝까지 일관되게 유지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어요.
결말부분에서의 네로 울프의 약간의 사기행각은 조금 반칙으로 보이긴 하지만 독자까지 놀래키는 다른 깜짝쇼 작품들과는 다르게 시종일관 네로울프의 확고한 추론을 바탕으로 행해지고 있으므로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되고요.

무엇보다도 추리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명탐정 네로 울프의 진가를 잘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거구에 움직임을 극도로 싫어하고 잘난척으로 똘똘 뭉친 미식가 천재, 거기에 난 애호가로서의 설정까지 한번에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치 굿윈이라는 추리사에 길이 남을 독특한 조수의 활약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유머가 넘치면서도 임기응변에 능한, 그리고 액션에도 일가견이 있는 아치의 매력이 여러모로 잘 드러나고 있으며, 덕분에 네로 울프가 제가 싫어하는 잘난척 탐정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점이 유머로 포장, 순화되어 전달되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그 외에도 시그마 북스의 장점인 좋은 번역 덕분에 유머러스한 본편의 대사와 상황을 잘 풀어내고 있는 것도 큰 장점이죠. 사실 앞서 이야기한 "독사"와 "요리사가 너무 많다"의 지루함은 번역 문제도 분명 있다고 보여지거든요. 정말로 번역은 제 2의 창작인 것 같아요.

한마디로 여러가지 면에서 앞서의 두 작품 ("독사", "요리사가 너무 많다")만 읽고 실망한 독자라면 꼭 읽어봐야 할 작품입니다. 저 두 작품보다야 구하기가 훨씬 어렵긴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으니까요. 별점은 4점입니다.

2005/08/02

재앙의 거리 - 엘러리 퀸 / 정태원 (시그마 북스 001) : 별점 4점

재앙의 거리 - 8점 엘러리 퀸 지음, 현재훈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소설을 쓰기 위해 엘러리 스미스라는 가명으로 한적한 시골마을 라이츠빌로 찾아온 엘러리 퀸은 마을 창시자의 후예이자 지역 유지인 은행장 라이츠 씨의 집에 세를 든 후 가족과 친분을 맺는다. 라이츠의 세 딸은 모두 미인이지만 둘째 노라는 약혼자가 사라져 버려 몇년째 집안에만 은둔하고 있는 상태. 하지만 약혼자 짐이 돌연 돌아오고 둘은 결혼하여 행복한 생활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짐의 짐을 옮기던 엘러리와 셋째딸 패트리샤는 짐이 쓴, 아내 살해를 예고하는 듯한 편지를 발견하고 짐을 철저하게 감시한다. 이윽고 새해 전야 파티에서 노라가 한두모금 마시던, 짐이 만든 칵테일을 억지로 빼앗아 마신 짐의 동생 로즈매리가 독살당한 후 정황 증거로 짐은 범인으로 몰리는데...

엘러리 퀸의 기념비적인 라이츠빌 시리즈 제 1편. 1942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현재까지도 추리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작품인데 게으른 탓에 이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가공의 마을 라이츠빌의 폐쇄적인 분위기와 소도시 특유의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 그리고 사건의 주 대상인 라이츠가의 미녀 3자매 같은 설정은 명백히 이후 작품에 강력한 영향을 준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일본 본격물에 비슷한 설정과 묘사가 많죠.

하지만 소설의 구성은 기념비적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무척 단순한 편입니다. 단 한 사람의 살인사건을 놓고 라이츠빌 전체가 휩쓸려 들어가는 내용으로 초, 중반부는 살인계획을 눈치챈 엘러리와 패트리샤의 고민을 다루고 있다면 중반 이후에는 실제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난 이후 라이츠빌의 군중 묘사와 법정극에 중심을 두고 서술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작가 명성에 걸맞게 추리적인 장치는 굉장히 탄탄한 편이며 대단한 트릭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드라마와 잘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과거 국명시리즈 보다는 소설 자체의 완성도는 더욱 높다 생각됩니다. 국명 시리즈는 사실 트릭에 너무 집중하고 있어서 실제 이야기 전개의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너무 많았던 반면, 이 작품에서는 단 한건의 살인사건만 등장하며 살인이 최소한이나마 가능했던 인물이 너무나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정통 퍼즐 미스테리보다 추리적 흥미는 덜할지 모르나 반대로 보다 현실감있는 전개를 보여주는 것이 독특하고 좋았기 때문이에요. 엘러리 특유의 추리쇼같은 사건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요.
왠지 비극적인 결말과 인간 관계의 묘사가 많이 등장하는 점은 드루리 레인이 등장하는 "비극" 시리즈가 연상되는데, 엘러리 퀸의 트릭과 드루리 레인의 서정성이 합쳐진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외에도 법정극의 묘사도 좋고 라이츠빌이라는 마을과 마을 사람들에 대한 묘사 역시 읽는 재미를 느끼게끔 하는 디테일이 잘 살아있으며 퀸의 잘난척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을만 합니다.

딱 하나 아쉬웠던 것은 여주인공이라고 할만한 패트리샤 라이트의 묘사가 그간 엘러리 퀸 작품에 등장하던 말괄량이 아가씨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스테레오 타입이라는 점 뿐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엘러리는 여성 캐릭터 묘사에는 서투른 것 같아요.

결론내리자면 그간 작품들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덜어낸 것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제가 읽었던 엘러리 퀸 장편 중에서는 최고작이라 하겠습니다. 헌책방에서 운 좋게 구입했고 정태원씨가 번역한 전설의 시그마북스로 구해서 더욱 좋았고요. 역사적인 작품이자 엘러리 퀸 작품중에서도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인데 이제서야 읽어서 좀 후회가 되기도 하네요. 별점은 4점입니다. 과거 읽었었던 라이츠빌 시리즈 "열흘간의 불가사의"와 "폭스가의 살인"도 다시 한번 읽어봐야 할 것 같네요.

2005/08/01

데이비드 게일 (The Life of David Gale) - 알란 파커 (2003) : 별점 4점


강간살인 혐의로 체포되어 사형을 선고받은 과거 텍사스 오스틴 대학의 지적이며 존경받던 철학과 교수 데이비드 게일(케빈 스페이시). 6년간의 수감 생활 후 사형 집행일을 불과 4일 앞두고 게일은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인터뷰를 요청 하게 되며, 세인의 관심을 모았던 데이비드 게일의 살해 혐의에 대한 인터뷰는 빗시 블룸(케이트 윈슬렛)을 통해서만 할 의사를 밝힌다. 인터뷰는 화,수,목 3일간 매일 2시간씩 진행하며 금요일은 그가 사형당하는 날. 빗시는 그가 살해범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며 과거 그가 사건에 이르기까지에 행적과 진상을 알아가게 된다. 

과거 데이비드 게일은 저명한 교수이자 사형제도 폐지 운동 단체인 '데스워치'(Death Watch)의 지역부장으로 부와 명예를 함께 누려왔으나 자신이 가르치던 벌린이라는 여학생에게 유혹당해 한순간 자제력을 잃고 관계를 가지지만 학교에서 성적부진으로 퇴학당해 앙심을 품은 벌린에 의해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다. 결국 무혐의로 풀려 나긴 했지만, 그 순간부터 게일은 자신이 누려왔던 모든 것 - 사랑하는 가족, 학자로서의 명예, 최소한의 자존심 등 -을 송두리 채 잃고 만다. 이제 그에게 친구는 데스워치의 회원이자 오스틴 대학 교수인 콘스탄스 (로라 리니)만이 유일하게 남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데이비드 게일은 콘스탄스가 백혈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유일하게 남은 친구인 콘스탄스의 불치병은 그에게 커다란 낙심을 안겨준다. 하지만 그러한 콘스탄스는 성폭행 당한 후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 된다. 곧바로 경찰은 데이비드 게일을 의심하게 되며 벨린의 강간범으로 기소 되었던 그를 의심한다. 부검 결과 콘스탄스의 몸에서는 데이비드 게일의 정액이 검출이 되고 그는 강간 살해범으로 구속된다.

빗시 블룸은 그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점점 더 그가 무죄이며 누군가의 음모로 누명을 쓴 것 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인터뷰 중간 숙소에 침입한 누군가에 의해 콘스탄스 살해 직전의 촬영 비디오를 손에 넣은 블룸은 그의 무죄를 확신하게 되지만 이제 그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도 채 남지 않게 된다...

사회파 감독으로 이름 높은 거장 알란 파커의 2003년도 작품입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빗시를 주인공으로 해서 과연 데이비드 게일이 무죄인가?를 증명하고자 하는 이야기 하나와 데이비드 게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그의 과거에서 사건에 이르는 과정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이야기 2가지로 짜여져 있습니다. 내용이 좀 길고 복잡해 보이기도 하지만 처음에 빗시와 데이비드의 첫 만남에서 시작해서 관객들에게 차분히 과거 사건에 대한 회상과 증거를 하나씩 보여주며 마지막까지 끌고가는 과정이 교묘하게 잘 짜여져 있어서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에 의한 회상과 현재 시점의 조사, 행동이 교차 편집되는 화면은 굉장히 감각적이고 독창적이어서 알란 파커의 거장으로서의 풍모를 느끼게 해 주네요.

특히 하루 하루 시간이 흐르며 점차 데이비드가 무죄라는 사실을 점차 관객에게 암시해 주며 그의 사형까지 빗시가 모든 증거와 단서를 모아 그를 구해낼 수 있는지에 포커스가 맞춰지며 단 하나의 단서를 쫓는 후반부는 정말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런 전개 방식은 "환상의 여인"과 비교적 유사하다고도 보여지는군요.

하지만 개봉 당시에 소개되었던 것 처럼 극적 반전은 거의 없습니다. 이야기가 관객에게 공평하게 모든 정보를 제공하며 흘러가서 예상 가능한 결말로 완결되므로 대단한 극적 반전이 있을 수 없거든요. 내용도 초중반까지는 정통 추리 스릴러물의 형태를 따라가지만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결말로 완결되기 때문에 추리물로 보기에는 약간 무리가 따르기도 합니다. 그래도 후반부까지 일종의 공식대로 정보가 하나씩 쌓여가며 해답에 이르므로 추리 영화 매니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많았다고 생각되네요. 복선도 명확하고 내용면으로 허술한 부분도 거의 없는 꽉 짜여졌으며 후반부까지의 긴장감이 상당해서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힘이 충분한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The Wall"이나 "The Commitments" 같이 음악 관련 영화로 유명한 감독답게 음악의 선곡이 상당히 좋은 것도 마음에 듭니다. 오페라 "투란도트"의 기본 내용과도 살짝 겹쳐지는 중의적 구조 역시 상당히 고급스러운 감각이 느껴졌고요.

마지막에 빗시가 최후의 증거를 가지고 사형 집행장으로 달려가는 와중에 자동차가 고장나는 장면은 너무 작위적이지 않나 싶었고 관객에게 부가 설명을 하기 위한 사족이 약간 긴 감도 있지만 케빈 스페이시와 케이트 윈슬렛의 연기도 좋았고 무엇보다 재미와 더불어 진한 메시지가 있는 묵직한 영화라 추천할 만 합니다. 제 별점은 4점. 비슷한 메시지라도 저에게는 한없이 지루하기만 했던 "데드맨 워킹" 보다는 훨씬 좋았습니다.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한번 챙겨볼만 하다 생각되네요.

대표작가 대표소설 2 - 한국 추리문학 [신예상] 수상작가 대표소설 : 별점 1점

해난터에서 발간한 한국 추리문학 기획 앤솔로지 중 한권입니다. 제목 그대로 "한국 추리 작가 협회"에서 주관하는 신예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대표작을 골라 수록한 책입니다.

요사이 추리 소설 시장이 활성화 되고 있지만 거의 번역물이니 국내에도 새로운 작가들이 좀 괜찮은 작품을 많이 발표해 주어야 할 때죠. 그러나 이 책은 현재의 한국 추리 문학계의 침체를 잘 보여주는 결과물이라고도 생각됩니다. 그만큼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 너무 많이 수록되어 있거든요. 베스트를 꼽기가 어려울 만큼 단편으로서의 기본 완성도가 의심되는 작품이 절반입니다. 단편이라고 너무 쉽게 생각하는걸까요? 저는 단편이 장편으로 가는 첫 스텝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또 너무 설명적인 부분이 많거나 적고 추리물로서의 가치보다 드라마에 치중하는 경향이 너무 많은 것도 불만스럽네요. 보다 임팩트있는 깔끔한 완성도를 짧은 페이지에서나마 보여줄 수는 없는걸까요?

그나마 최소한의 완성도를 갖췄다고 생각되는 것은 "목격자의 증언은"과 "2시간 10분", "더블 플레이", "다이어트를 하는 여자", "도시의 신기루", "천생연분" 정도이며 개중 베스트는 "다이어트를 하는 여자" 를 꼽고 싶네요.

그러나 이런 책을 제값주고 산다는 것이 너무나 아깝습니다. 수고해주신 다른 작가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몇몇 작가는 정말이지 독자에 대한 기본 예의조차 없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어째 단편만큼은 수십년전의 김래성 선생님때보다도 퇴보한 듯한 느낌만 계속 들어 씁쓸합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작품별 상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정현웅 "목격자의 증언은"
정현웅씨는 그래도 기본기는 있으신 작가이니 만큼 어느정도 단편으로서의 품격과 완성도는 갖추고 있는 작품으로 1인칭 화자에 의해, 그것도 수사관을 주인공으로 해서 신선한 느낌을 주는 본격 트릭 미스터리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트릭이 그다지 기발하지도 않고 설정면에서 헛점이 조금 있어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유우제 "2시 10분의 비밀"
새벽 2시 ~ 2시 30분 사이에 벌어지는 연쇄 방화사건에 있어 시간대에 감추어진 비밀을 소재로 하고 있는 작품으로 전개면에서는 동서 추리문고 "특별요리"에 같이 실려있는 "오터모올 씨의 손"이라는 작품이 연상되나 나름 기발한 면이 있어 마음에 들었습니다 . 하지만 주인공 이름을 "C기자", "경찰관 P" 하는 식으로 표현한 것은 왠지 성의가 없어보였고 불필요한 에필로그를 말미에 집어 넣은 것은 군더더기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보다 깔끔하고 임팩트 있는 반전과 내용을 보여주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대희 "빠빠라치"
누드 사진작가에게 의뢰가 들어온 부부관계 촬영 요청에 대한 이야기인데 일단 추리물은 아니었습니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소재와 이야기로 구성되어 흥미는 조금 가지만 내용면에서 너무 시시하고 허무한, 평균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김상헌 "당신은 그대를 아는가"
서로 이웃인 두 부부의 여행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외국 단편에 흔히 봄직한 소재와 전개로 괜찮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반전이 시시하고 설득력이 떨어지더군요. 좋은 점수를 주기는 역시나 어려워요.

강형원 "제임스 본드라 불리운 사나이"
한마디로 제임스 본드를 다룬 팬픽, 그 이상의 작품이 절대 아닙니다. 웃기기는 합니다만 인터넷 유머 게시판 수준. 이게 대표작이라니 다른 작품의 수준은 과연...?

안광수 "복수연맹"
제목과 내용이 엇박자로 노는 듯한 작품입니다. 화자가 "복수 대행업"의 타당성을 주장하며 "복수연맹"이라는 회사의 창업 결심에 대한 서론부가 지나면 갑자기 화자가 절대 실패하지 않겠다며 2개의 실패한 범죄극을 서술하는 구조입니다. 2개의 이야기중 2번째 이야기인 "살인게임"은 꽤 독창적이고 재미있지만 결국 2개 다 추리퀴즈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진 못합니다. 하나의 이야기에 집중해서 단편 자체로서의 완성도를 보다 높이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장세연 "더블 플레이"
외도하는 남편과 상대자에 대한 짤막한 복수극을 다루고 있는데 여백의 미가 잘 살아있는 작품입니다. 문제는 너무 생략과 여백이 많아 설득력이 떨어지는 점인데 이 정도면 뭐 나름대로 괜찮은 편이에요. 다른 작품들이 워낙에 수준 이하라 괜찮아 보이는걸지도?

강종필 "K의 기록"
한 킬러의 이야기. 제가 보기에는 추리물은 절대 아니며 결말도 허무하기 그지 없습니다.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백휴 "다이어트를 하는 여자"
다이어트에 집착하는 아내를 가진 한 남자에 관한 단편으로 범죄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꽤 유머스러우면서도 반전의 묘미가 살아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백휴씨 작품은 몇개 읽지 못했지만 항상 기본기는 있는 작가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작품에서도 평균 이상의 내공을 보여줘서 만족스럽네요.

장근양 "도시의 신기루"
한 유학파 박사가 현금 마련을 위해 은행을 터는 내용인데 은행을 터는 범죄에 대한 설정과 묘사가 굉장히 좋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과거사와 주변 인물에 대한 불필요한 묘사는 이야기의 본질을 오히려 흐리는 듯 하여 안타깝네요. 결말도 사족이었다는 생각이 들고요. 워낙 범죄장면에 대한 내용이 좋아 더욱 아쉽습니다.

황세연 "천생연분"
서로에게 살의를 품은 부부의 이야기인데 작가가 아무래도 외국 단편을 상당히 많이 읽었다라는 생각이 드는 설정과 내용입니다. 남편이 왜 술을 마셨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지만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깔끔하고 흥미진진한 좋은 작품입니다. 그래도 앞에 말한 대로 외국 단편들에서 본 듯한 느낌이 좀 강해서 독특함이나 신선함은 별로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