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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24

광기의 산맥 - H.P 러브크래프트 / 변용란 : 별점 4점

광기의 산맥 - 8점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지음, 변용란 옮김/씽크북

"나"는 남극에 시추공을 뚫어 여러 표본과 화석을 채집하는 미스캐토닉 탐사대의 대장으로, 탐사대의 생물학자 레이크 교수가 미지의 산맥에서 채취한 표본과 대발견에 흥분하고 말았다. 그러나 레이크 교수팀과의 연락은 두절되었고 그들을 찾아 나선 "나"는 머나먼 과거의 유적과 조우하게 되는데...

러브크래프느는 유명하기도 하고, 영상화도 많이 되었으며, 후대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가이지요. 하지만 저의 장르 편식 취향 탓에 그간 읽어보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읽어보았습니다. 최근 동서문화사에서 제대로 된 전집이 출간되었지만, 저는 예전 "씽크북"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판본으로 읽었습니다(싸게 구입하는 것이 가능했거든요).

읽어보니 역시나 물건이더군요. 초반부 꽤 상세한 남극 탐험대의 묘사를 통해 과학-모험 소설의 느낌을 충실히 주면서도, 산맥의 유적 발견 이후부터는 슬금슬금 공포가 기어올라오도록 만드는 전개는 과연 거장이구나 싶었습니다. 코난 도일의 "잃어버린 세계"의 호러풍 변주라고 봐도 좋을 것 같네요.

특히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는 묘사에서 느껴지는 공포가 대단합니다. 예를 들면 고대의 존재들의 유적을 탐험하던 주인공 – 나 – 와 조수 댄포스가 어디선가 휘발유 냄새를 맡으며 덜 무섭다는 느낌과 더 무섭다는 느낌을 동시에 받는 장면 같은 것은 정말 압권이었어요. 이런 실감나는 공감각적 묘사는 도저히 영상화하기 힘든, 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센스라고 생각됩니다.

아울러 여러 원시 신화들과 포우의 "아더 고든 핌의 모험", 로어리치의 그림 등에서 영감을 얻고 다양한 상상력으로 표현해 낸 유적과 외계에서 왔다는 고대의 존재들(강림자?)에 대한 묘사와 설정 역시 설득력이 대단합니다. 특히 "네크로미콘"이라는 가상 역사서를 실감나게 묘사한 부분이 정말 뛰어났어요. 정말 이런 책이 있는 줄 알았을 정도였으니까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4점입니다. 한마디로, 이후 호러물에 지대한 영향을 준 작품답습니다. 간략한 내용과 설정만 본다면 요즘 읽기엔 식상한 설정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작가의 방대한 상상력에 기인한 묘사와 설정은 지금에도 충분한 재미와 충격을 전해 줍니다. 호러는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다른 작품들도 꼭 읽어봐야겠네요. 아직 읽어보지 못하신 모든 장르문학 팬분들께 권해드립니다.

PS : 그나저나 저 로어리치(로에리치?)의 그림에서 어떻게 그런 광기어린 유적의 묘사가 가능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판타지스러운 따뜻한 그림들 같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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