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09/06/29

히다다까야마(飛馬單高山)에서 사라진 여인 - 니시무라 교타로 : 별점 3점

 히다다까야마에서 시라이시 유까라는 스케치를 잘하던 여관 투숙객이 급작스럽게 동경으로 떠난 10일 뒤 근처 북알프스에서 한 여인의 교살 사체가 발견되고, 몇가지 단서를 토대로 시라이시 유끼와의 관계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다. 시라이시 유까의 거주지인 동경의 수사1과 토츠가와 경부가 사건 수사에 협력하게 되지만 그녀가 가명을 썼다는 것이 밝혀진 뒤, 시라이시 유까가 그린 것으로 보이는 스케치가 현장에 남겨지는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토츠가와 경부와 부하 가메이 형사 등은 사건해결에는 시라이시 유까를 자칭한 여성의 진짜 정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양한 수사활동을 통해 그녀의 정체가 고노데라 유미코라는 여성이라는 것을 알게되지만 그녀의 행적은 알 수가 없는데....


"침대특급살인사건"을 비롯, 국내에 소개된 몇권의 책을 읽었던 일본의 추리작가 니시무라 교타로의 작품입니다. 이전에 읽었던 작품들은 기차 시간표를 이용한 알리바이 트릭이 전면에 내세워지는 작품이었던 반면, 이 작품은 흡사 우치다 야스오를 연상케 하는 "여정 미스터리"더군요.

추리적으로 대단한 트릭이 선보이는 트릭물은 아니며, 여러명의 경찰과 형사들이 각각 맡은 바 임무를 다하는 와중에 발굴해내는 몇가지 안되는 단서들에서 뽑아낼 수 있는 이야기를 잘 가공한 치밀한 수사물이라고 하는게 맞겠죠.
제목의 히다다까야마의 여러 명소들은 물론, 이즈 온천 등 일본의 명승지가 대거 등장하여 "여정 미스터리"로의 컨셉도 제대로 수행하고 있어서 이색적이라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작중 등장하는 히다다까야마 그림엽서를 놓고 이야기를 구상하는 작가의 모습이 떠올라 흐뭇하기도 하고요. 도쿄에서 전철로 한 4시간 정도 걸리는 마을인 것 같은데 다음번에 갈 기회가 생기면 좋겠네요.
아울러 시리즈 캐릭터 동경 경시청 수사1과의 토츠가와 - 가메이 컴비의 등장도 반가운 점이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접하기 힘든 시리즈물이니까요. 토츠가와 경부의 상상의 나래를 펴는, 비약하는 추리법도 여전하고 말이죠. 명탐정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사건의 전모를 먼저 추리한 뒤, 그에 적합한 단서를 다양한 방법으로 치밀하게 수집하는 수사법도 현실에 어울리기도 하고 설득력이 넘쳐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 쉽게 쓴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지나치게 우연에 의지하는 부분이 많거든요. 예를 들면 고노데라 유미코가 "가명"을 쓴 이유는 사실상 우연에 기인한 것이라 그녀가 본명을 썼을 경우에는 사건이 보다 빨리 해결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 정체불명의 여성 사체 주변에서 우연하게! 목탄 조각이 발견된 것에 주목하여 시라이시 유까와의 관계에 대해 의심하게 된다는 점 등입니다.
또한 설명이 부족하고 전개에 필요한 부분으로만 이야기가 비약하고 있는 것도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죠. 스케치를 한 다른 여인에 대한 존재가 쉽게 밝혀지지 않은 이유라던가 스케치를 바꿔친 목적을 두루뭉실하게 넘어가는 것 등이 특히 그렇습니다. 스케치가 중요한 요소로 불거지지 않았다면 토츠가와 경부가 사실상 "시라이시 유까"를 자칭한 여성의 정체를 알아내기 어려웠을 텐데 왜 범인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더군요. 그리고 경찰의 수사선상에서 진범인 시라이시의 진짜 정체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너무나 거창한 위조사업을 벌였잖아요) 도 설명이 미흡한 부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여정 미스터리의 단점이기도 한, "이색적인 풍광" 말고는 "히다다까야마"라는 배경 설정의 존재가치가 전무하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죠. 한마디로 "설악산 흔들바위 살인사건" 정도 되는 사건인데 정작 흔들바위는 사건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내용이니까요.

때문에 쉽게쉽게 재미있게 읽히는 맛도 넘치고 "히다다까야마"에 대한 관광 가이드 역할도 충실한 좋은 작품이기는 한데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그냥저냥한 수준의 평작이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정식으로 번역된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우연하게 구한 txt 파일로 읽은 것이라 좀 기분이 꽁기꽁기합니다. 아무리 뒤져도 국내에 정식 출간된 것 같지는 않지만, 책은 빌려서도 읽지 않고 무조건 사서 읽는것이 원칙이었고 개인적으로도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터라 마음이 불편하네요. 번역도 제대로 마무리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은 파일인데, 앞으로 정식 출간되면 꼭 사볼 것을 다짐해 봅니다.

2009/06/28

약속의 땅 - 로버트 B 파커 / 최운권 : 별점 2점

 

약속의 땅 - 4점
로버트 B.파커 지음, 최운권 옮김/해문출판사

사립탐정 스펜서는 허브 세퍼드라는 사업가로부터 집을 나가버린 아내 펨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의뢰를 수락한 스펜서는 몇가지 조사를 거쳐 그녀의 거처를 알아내지만 그녀가 여성해방 운동가들과 함께 지내고 스스로 자발적인 의사로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그녀의 거처를 남편에게 알려주지는 않으며 사건 조사를 중단한다. 그러나 펨이 은행강도 사건에 휘말리고, 남편인 허브 역시 스펜서가 평소 알고 지낸 해결사 호크와 연관된 사채업자들에게 괴롭힘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뒤, 두명에게 닥친 수난을 한번에 해결하기 위한 작전에 착수한다.

TV 시리즈로 더욱 친숙한 "탐정 스펜서" 시리즈 장편입니다. 저는 방영 당시에 시청한 기억이 전혀 없긴 하지만 TV 시리즈까지 제작되었다는 것은 제법 인기가 있었다는 얘기겠죠? 책 역시 적당히 팔려주었더라면 영상화 된 것이 당연하다 싶을 정도로 전형적인 미국식 헐리우드 탐정물이더군요. 그야말로 펄프 픽션이죠.

때문에 솔직히 좋은 작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사립탐정이 활약하는 하드보일드 추리-액션물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에서 어떤 스릴이나 긴장감을 도저히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큽니다.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이야기 구조가 간단할 뿐 아니라, 주인공에게는 별다른 위기도 없고 생각한데로 일이 착착 진행되어 사건 해결에 이르는, 그야말로 만사형통이거든요. 별로 하는일도 없이 너무 쉽게쉽게 해결을 하니까 주인공 스펜서의 일당인 100불은 정말 사기처럼 느껴질 정도에요.
그나마도 스펜서의 수사와 행동에 설득력이라도 좀 있어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마지막 위기의 순간에 호크가 스펜서를 도와줄 것이라고 어떻게 예상할 수 있었을까요?

또한 이야기가 너무 전형적이고 뻔하게 흘러갈 뿐 아니라 선과 악의 구도가 확실해서 의외성을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것도 감점 요소였습니다. 이러한 뻔한 권선징악적 스토리가 인기의 원인이었을지는 모르지만 장편소설 분량으로 끌어가기에는 매력이 부족한 이야기구조가 였어요. 메인 악당도 찌질한 모습 탓에 긴장감을 불러오는데 실패하고 있고 말이죠.

그래도 완전히 졸작이다, 재미가 없는 지루한 작품이다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이 나름의 독특한 매력은 분명 가지고 있습니다. 제일 큰 매력은 역시나 "탐정 스펜서" 라는 주인공이죠. 전직 헤비급 프로복서의 육체에 굉장한 독서량을 통해서 갖춘 세련되고도 유머스럽고 정곡을 찌르는 시니컬한 화술을 갖춘, 속된말로 "청순한 글래머" 같은 비현실적인 캐릭터이지만 나름의 인생관과 약점과 실수 등도 디테일하게 묘사하여 실존하는 듯한, 바로 옆에 서 있을 것 같은 현실감 넘치는 인물로 창조해 내는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친구 비슷한 존재로 그려진 흑인 호크도 상당히 독특한 캐릭터라 무척 인상적이었고요.
덧붙여 굉장히 세심한 부분에서 디테일한 묘사도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예를 들자면 스펜서가 오징어 튀김을 먹는데 피망을 튀김 칼집 사이사이 끼워주는 세심함을 눈치채고 그 주방장의 사람 됨됨이를 판단한다는, 짤막하지만 그럴듯한 묘사가 곳곳에 넘쳐나거든요.

하지만 역시나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기에 전체적인 개인적인 별점은 2점입니다. MWA (미국 추리작가 협회) 장편상 수상작이긴 하지만 지나친 통속성 탓에 명성에 값하지는 못했네요. TV 시리즈나 기회가 된다면 한번 찾아볼까 생각은 들지만 앞으로도 이 시리즈를 더 읽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2009/06/24

2009.6.24 두산베어스 대 롯데자이언츠 사직경기 요약 - 눈물과 감동의 승리 ㅠ.ㅠ

 2009.6.23 두산베어스 대 롯데자이언츠 사직경기 요약 - 마음을 비우다

<두산베어스의 여신 한채영! 파울볼 유저 Epilogue님의 사진>

오늘 경기는 그야말로 "손발이 오그라들고 간장이 콩알만해지는" 경기였습니다. 두산이 주전들의 대거 이탈에도 홈런 2방 포함해서 5득점 했지만 롯데도 두산의 자랑인 불펜진을 상대로 3점이나 뽑는 등 4점이나 추격해서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거든요.

일단 공격에서는 두산이 찬스는 더 많았는데 병살타 2개가 작렬해서 별로 도망가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2-3-4-5-6번 타순이 모두 좋았고 타선이 5점이나 내 줬으면 할만큼 한거죠. 특히 부상 투혼의 김현수 선수는 정말이지 감동입니다. 유대인의 두게임 연속 홈런과 임재철 선수의 연속안타, 민병헌 선수의 연속 장타 모두 최고였고요. 다음에는 제발 한번에 몰아서 좀....;;

투수진도 선발 홍상삼 선수는 무척 좋았어요. 초반 볼넷이 너무 많아 어쩌나 싶었는데 사실 1회 위기에서 롯데의 수비형 용병 가르시아 (오늘도 수비는 최고였습니다)의 삼진 덕에 위기를 넘기면서 점차 안정을 찾아서 90여구 까지는 잘 틀어막아 줬습니다. 140km 후반의 꿈틀거리는 듯한 직구가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그러나 임태훈 선수가 오랫만에 나왔는데 별로 좋지 못한 탓에 정말 힘들었네요. 롯데의 평일 만원 관중을 위한 팬서비스 특명이라도 내린건가? 어쨌건 임태훈 선수 이후 금민철, 고창성 선수의 연속 투입에 이어 결국 이용찬 선수가 아마 올 시즌 처음으로 8회에 투입되는 강수를 둔 끝에 겨우겨우 틀어막아서 천만다행입니다. 막판에 뒤집혔다면 두산 입장에서는 재앙에 가까운 결과였겠지만 정말이지 이용찬 선수에게 고마울 뿐이에요.

힘들어도 이기긴 이겼으니 (이 멤버로 정말이지 어케 이긴거냐...) 이제 내일 경기는 좀 편하게 대비했으면 좋겠네요. 김현수 선수도 좀 푹 쉬었으면 하고요. 지더라도 멋진 승부 기대합니다. 솔직히 비가 오면 더 바랄게 없겠습니다..... 어쨌건 파이팅 허슬두!

PS : 아울러 기아와 SK는 제발 비기길......

그림자살인 (2009) - 박대민 : 별점 3점

 


홍진호는 경성 바닥에서 바람난 여인네들을 찾아다니며 푼돈을 버는 해결사. 그런 그에게 의학도 광수가 찾아와 자신이 주어온 시체를 살해한 범인을 잡아달라 부탁한다. 홍진호는 미국행 배에 승선하기 위한 요금 마련이 다급한 상황이었기에 그 청을 수락하고,피해자가 세도가 민대감의 아들 민수현임을 알게되어 민수현의 방을 뒤져 의문의 "백색가루"를 발견하게 된다. 과연 민수현을 죽인 범인은 누구인가? 백색가루의 정체는?

드디어 봤습니다! 이 영화는 "경성탐정록"과 유사한 경성 배경의 추리극이라고 해서 진작부터 관심이 있었는데 관람이 좀 늦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하고는 좀 많이 다르더군요. 이 영화는 추리극이라기 보다는 모험활극에 가까운 작품이었으니까요. 추리적으로는 거의 언급할 것이 없기에 "경성탐정록" 과는 쟝르 자체가 아예 구분되어야 마땅할 것 같습니다. 추리적인 요소는 딱 두가지, 첫 만남에서 홍진호가 광수의 직업을 꿰뚫어보는 장면 (알콜 냄새가 솔솔 난다는 이유), 그리고 살해된 경무국장 입 안의 천조각이 화려하다는 것에서 범인의 직업을 알아내는 것 정도인데 그나마 두번째 천조각 추리는 홍진호가 아니라 작중에 등장하는 여류 발명가 순덕이 밝혀내는 것이죠... 물론 몇가지 안되는 단서를 통해 홍진호가 결국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는 하지만 그야말로 "몸"으로 떼우는 것이 전부이기에 주인공 홍진호에게는 "사립탐정"이라는 수식어라면 몰라도 "명탐정"이라는 수식어는 붙이기는 어려워보입니다.

그리고 파트너역으로 소개된 의사 광수가 하는일이 전무한것 때문에 추리 애호가로서 좀 실망한 부분도 있습니다. 정통 추리물이라면 아무래도 파트너의 존재가 여러모로 반드시 필요한 법인데 이 작품에서는 기껏 등장시킨 것 치고는 너무나 하는 일이 없거든요. 영화 초반에 사건을 홍진호에게 가져다주는 매개체 역할 이상의 것을 전혀 소화하고 있지 못하니까요. 과학의 영역은 순덕이, 액션의 영역은 홍진호가 전부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정말이지 불필요한 캐릭터였습니다... . 차라리 1인칭 독백이라도 했더라면 화자로서의 역할이나마 수행했을텐데 말이죠.

그래서 말인데, 정통 추리물로 접근하려 했다면 차라리 광수 캐릭터는 빼고 탐정역은 순덕이 담당하게 하는게 좋지 않았을까요?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물로요. (게다가 미인!) 그리고 홍진호는 순덕의 눈과 발이 되는겁니다. 사건은 순사부장 오영달이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홍진호한테 의뢰하는 걸루 해서 홍진호가 돈에 눈이 멀어 사건에 뛰어든다... 이런 전개로 가면 탐정과 액션히어로도 확실히 구분되고 이야기도 더 깔끔해지지 않았을까 생각되는데 어떻습니까? 좀 뻔한 구도이긴 하지만 저는 이쪽 커플링이 더 마음에 드네요.^^

뭐 그래도 영화 자체로는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캐릭터도 유쾌한 사립탐정이라는 측면에서 잘 재현하고 있고 상당히 치밀하며 약간이긴 하지만 반전도 포함되어 있는 시나리오도 탄탄한 편이라 괜찮은 추리 - 활극물로서의 미덕은 충분합니다. 경성시대의 거리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고요. 경성탐정록 창작에도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해서 반가왔던, 별점 3점은 너끈한 유쾌하고 즐거운 오락물이었습니다. 헤이그 밀사 사건을 주제로 한 2탄이 에필로그 형태로 언급되고 있는데 속편도 나와주면 좋겠네요. 그래서 경성탐정록도 좀 더 팔려주면 더 바랄게 없겠습니다...

덧붙이자면, 캐스팅은 좀 아쉬운데 홍진호 역에는 일단 좀더 액션이 되는 배우를 썼더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전성기때의 성룡이 맡았더라면 딱 어울렸텐데 말이죠. 악당역 캐릭터도 인상이 별로 강하지 못했고요. 무엇보다도 순덕 역의 엄지원씨는 너무나 연기가 별로였습니다. (결말에서 미국으로 가버리니 속편에는 등장하지 않을 것 같아 다행입니다)

2009/06/23

2009.6.23 두산베어스 대 롯데자이언츠 사직경기 요약 - 마음을 비우다

 2009.6.18 두산베어스 대 기아타이거즈 잠실경기 요약

<두산베어스의 여신 한채영! 파울볼 유저 Epilogue님의 사진>

흐... 두목곰과 광돈신이 빠지고 기계마저 1타석만에 물러난 두산베어스 타선이기에 오늘은 그냥 즐겼습니다. 붙박이 주전이라고 할 수 있는 멤버는 손시헌 선수가 유일한 미친 타선! 3-4-6 번이 우익수 주전자리를 놓고 싸우던 3명, 2-5-7-9번이 유격수 주전자리를 놓고 싸우던 S4 4인방이니 오죽하겠습니까... 오늘 이성렬 선수가 1루수를 봤더라면 정말 재미있었을텐데 옥의 티네요. 게다가 이른바 1선발 에이스라는 전직 메이저리거는 나오자마자 쳐맞아서 기대를 초반에 접게 만들어줘서 마음은 편히 시청했습니다.

그래도 6회 찬스는 좀 뼈아프네요. 유재웅 선수의 어리버리 주루플레이로 무사 1-3루가 1사 3루가 되고 결국 한점도 못 뽑은 것이 아쉬웠습니다. 이때 한점만 뽑았더라도 롯데의 중간계투를 좀 더 일찍 끌어내서 내일부터의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나름 승부처였었는데... 그래도 3번 민병헌 선수는 좋았습니다. 오늘 모습만 놓고 보면 후반기 우익수 주전 자리는 굳히겠더군요. 주루는 좀 별로였지만 이정도면 충분히 합격점!
아, 그리고 김명제 선수의 기대를 아예 접게 만드는 2실점도 사실 좋았어요. 중간계투를 아끼기도 했고 말이죠. 네... 지려면 이렇게 화끈하게 져야 해요. 롯데가 이겨야 프로야구 인기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어쨌건 뭐 진건 진거고... 이왕 이렇게 된거 전반기에는 전략을 수정하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이른바 "올인 / 올 K-I-L-L 전략!"
이재우 선수 선발때 이재우 4이닝 - 고창성 2이닝 - 임태훈 2이닝 - 이용찬 1이닝으로 때려박아 이기고, 나머지 경기는 좀 길게 던져줄 수 있는 노경은, 김성배, 박정배 선수 등으로 버티는거죠. 나머지 경기는 잡으면 땡큐고 놓쳐도 여러 투수들 두루두루 테스트해봐서 좋잖아요. 유희관 선수나 원용묵 선수 등 다 시험해보는거죠. 지는 경기라도 최주환 선수나 국해성 선수 모습을 보면 팬 입장에서는 반가울 것 같기도 하고요. 혹시 압니까? 난세에 정말 영웅이 강림할지도 모르잖아요. 하늘도 두산을 불쌍히 여긴다면 영웅이 금빛 찬란하게 나타나주겠죠. (설마 니코스키???)

덧붙이자면, 김명제 선수는 2군으로 내려서 좀 더 가다듬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모습은 아무리봐도 세데뇨보다도 못해보입니다. 선발진에 확실히 합류할 수 있도록 몸을 완벽하게 정비했으면 하네요. 배도협처럼 지옥훈련이나 갔다와서 가을 잔치때나 복귀해라.

최근 읽은 추리만화 짤막한 감상

 

명탐정 코난 64 - 6점
아오야마 고쇼 지음/서울문화사(만화)

총 4건의 사건이 등장하는 풍성한 구성입니다... 만 마지막 사건은 다음권으로 이어지기에 앞의 세가지 사건만 언급하겠습니다.

첫번째 사건은 소년탐정단이 등장하는 살인사건입니다. 바다낚시를 나간 소년탐정단이 우연찮게 바다 한가운데 있는 일각암이라는 바위섬에 들렸다가 "아사 (餓死)" 한 시체를 발견하는 내용으로, 꼬마들은 어렸을때부터 너무 많이 시체를 봐서 그런지 이제는 별로 놀라지도 않더군요. 커서 뭐가 될려고 그러는지...
어쨌건 추리적으로는 피해자가 남긴 암호화된 다이잉 메시지가 유일한 트릭으로 일본어권 독자가 아니면 푸는것이 불가능한 암호라서 별로였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어렵게 써서 남긴다는 이유도 설명이 부족하고요.
검은 조직과의 연결고리로 보이는 정체불명의 이웃집 남자 스바루가 얼쩡거린 것 정도가 기억에 남는 평작입니다.

두번째 사건은 부자 장님 아줌마인 쇼우도 쿠루미가 과거의 첫사랑(?)을 찾는다는 이야기로 아주아주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트릭과 단서가 인상적인 소품입니다. 이번 권의 베스트라고 할 수 있겠죠.대형 사건은 아니지만 다음 사건으로의 단계를 밟아 나가게끔 만드는 긴장감 넘치는 연출도 좋았고 말이죠.

세번째 사건은 앞의 이야기와 어느정도 연결되는, 연쇄살인을 다룬 작품입니다.
일단 이야기는 꽤 재미있었어요. 특히 동서남북을 의미하는 방향표시 문자를 가지고 끌어나가는 사건의 전개 역시 그럴듯 했고 말이죠. 그러나... 결정적인 힌트가 "일본어"를 알아야만 소화할 수 있는 마작용어인지라 추리적으로는 한계가 보이며, 연쇄 살인에서 가장 중요한 동기는 과히 설득력있다고 하기는 어렵더군요. 사토와 다카기의 애틋한(?) 에피소드가 더 볼만하지 않았나 싶기까지 했습니다. 뭔가 2% 부족한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전체적인 별점은 2.5. 뭐... 평작 수준은 되는 작품들이니까요.


곤충 감식관 파브르 2 - 4점
키타하라 마사키 지음, 아키야마 히데키 그림/서울문화사(만화)

아주 예전에 1권을 구입하고 취향이 아니라 넘겼던 작품인데, 집 근처 폐업 대여점에서 권당 200원에 팔기에 2권, 3권을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중고지만 새책과 다름없는 것이 정말로 인기가 없었나봐요. 어쨌건 곤충에 박식한 감식관 하부 료헤이가 등장하여 여러가지 사건을 해결하는 옴니버스 추리물로 모든 이야기에 "곤충" 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인 작품이죠.

일단 좋은점만 이야기하자면, 2권의 몇몇 에피소드들 - 찌르레기의 울음소리와 전화 통화에 대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살인사건 / 무고한 강간범의 아들이 여대생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누명을 쓰게 된다는 이야기 / 손목을 절단하는 연쇄살인범 이야기 - 은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에피소드들, 그리고 3권은 전체적으로 좀 실망스러웠어요. 별것도 아닌 이야기에 너무 곤충관련 내용을 끼워 맞추느라고 너무 억지스러워진게 아닌가 싶더군요. 또한 곤충관련 내용이 지나칠정도로 부각되기 때문에 흡사 곤충을 다룬 아동용 학습만화로 생각되기까지 했습니다. 이러한 생각에는 곤충 이외에는 마음에 드는 부분이 하나도 없는 작화도 한몫 단단히 하고 있죠....
무엇보다도 시도때도 없이 울고짜는 하부 료헤이라는 주인공 캐릭터가 짜증스러워서 보기가 좀 힘들었습니다. 주인공 캐릭터만이라도 조금 더 냉정하고 진지했으면 그나마 눈높이가 맞지 않을까 싶은데 아쉽습니다.

권당 200원의 가치는 충분하지만 다음권을 구입해서 읽게 될 것 같지는 않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2009/06/22

2009 공포의 외인구단 조기종영

솔직히 2009년도에 이 쌍팔년도 컨텐츠가 먹힐까 하는 걱정도 컸지만 나름 기대했었는데....


가끔 보다보면 야구하는건 얼마 나오지도 않고 그나마도 허접한 CG로 도배해서 짜증이 났고, 야구하는 것 보다 사랑이야기 하는 장면이 더 많아서 이게 공포의 외인구단인지 사랑의 외인구단인지 알 수가 없더군요. 별로 절박해 보이지 않는 오혜성, 표정이 한결같은 엄지와 마동탁 등 캐스팅도 최악이었고, 연기를 발로 하는 배우들도 문제였습니다. 최익성 선수 연기가 괜찮아 보일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 게다가 야구 규칙도 제대로 모르는 듯한 연출은 정말 갓뎀이었어요.... 한이닝에 아웃 카운트를 4개 잡는 장면이 나올 정도이니 나원참.

하지만 엥? 어제 그게 마지막회였어요? 제대로 마무리 짓지도 못하고 끝날 정도로 인기가 없었나요? 이거 참 나만 안본게 아니었나봐.... 어쨌건 올림픽 금메달과 WBC 준우승을 등에 업고 야심차게 시도했지만 결과가 너무나 안 좋아서 아쉽군요.

덧 1 : 그나저나 이렇게 끝마치면 일본 수출은 어떻게 할건지 궁금하네요.
덧 2 : 다음 방영 작품은 역시나 구닥다리 컨텐츠인 "친구"....

2009/06/21

데니스 루헤인 단편집 "코로나도" - 데니스 루헤인 / 조영학 : 별점 3점

 

코로나도 - 6점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

"살인자들의 섬"으로 엄청난 내공을 보여줘 인상적이었던 데니스 루헤인의 단편집입니다. 다른 장편도 유명하기는 하지만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던차에 단편집이 있다는 것을 알고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읽고난 감상은, 기대한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느낌이 가장 컸습니다. 보다 추리나 스릴러쪽에 관련된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단편들 모두 심도깊은 드라마였거든요. 물론 모두 범죄에 관련된 작품들로 일정 수준 이상의 깊이를 보여주며, 캐릭터와 배경에 대한 묘사도 탁월하고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힘은 단편에서도 여전히 위력적으로 발휘되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에드 멕베인과 스티븐 킹을 섞은 듯한 숨막힐 것 같은 끈끈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던 "들개사냥", 그리고 여러 상을 수상하기도 한 작품으로 독특한 시점과 전개, 묘사가 인상적인 "그웬을 만나기 전" 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별점은 3점. 4점은 충분하다 싶을정도로 완성도 높은 단편집이긴 한데, 아무래도 "추리"와 "스릴러" 쪽으로는 좀 부족했기에 이쪽 점수를 좀 깎았습니다. (카테고리는 추리 / 호러 관련입니다만) "그웬을 만나기 전"을 희극으로 만든 "코로나도" 도 가장 분량이 많은 작품임에 불구하고 소설에 비해서는 별로 인상적이지 못해 감점 요소였고요.

그래도 좋은 단편집임에는 분명합니다. 김성종 선생님의 "어느 창녀의 죽음"과 비교해 보고 싶을 정도로 문학적인 부분에서의 성취가 뛰어나다 생각되네요.

들개 사냥 :
이 작품에 등장하는 소도시는 에덴이라고 불리우는,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그야말로 깡촌입니다. 이 깡촌에서 마을 부흥을 위해 "에덴동산"이라는 일종의 테마파크 유치 사업이 막 시작되었다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죠. 이 사업을 위하여 마을의 골칫거리인 들개 사냥을 위해 시장은 베트남전 참전용사인 블루를 고용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블루의 친구이자 같은 참전용사인 엘진으로, 그는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블루가 들개 사냥과 더불어 이상한 집착과 광기에 사로잡혀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는 내용이죠. 미국 남부 소도시스러운, 뜨거운 열기가 넘쳐나는 "에덴"과 등장인물들의 묘사,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블루의 광기와 집착이 이글거리는 작품으로 읽으면서 갈증을 느낄 정도의 박력이 넘치는 작품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허무하다는 결말도 작품에 잘 어울렸고요.

덧붙이자면, 주인공들의 심리묘사 등에서 "살인자들의 섬" 느낌도 좀 나더군요.

ICU :
정체를 알 수 없는 조직에 쫓기던 남자가 우연찮게 그들을 따돌리고 대형 병원에 숨어들어가 병동을 전전하며 생활한다는 소품입니다. 문제는 주인공과 알 수 없는 조직의 정체나 배경 설명이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죠. 때문에 병원에서 스쳐지나간 사람들과의 드라마만 있을 뿐 정작 스릴러스러운 느낌은 전혀 없어서 좀 실망스러운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코퍼스 가는 길 :고등학교 풋볼팀의 망나니들이 자신들의 미래가 걸린 시합에서 실수를 한 팀 동료 라일 비뎃의 집에 찾아가 그 집을 박살을 내 놓습니다. 그리고는 라일의 여동생이자 그 집안에서 내놓은 자식 룰린을 따라 더 큰 집으로 이동하게 되죠. 그리고? 주인공은 무력함을 느낍니다. 그 집의 위세에 압도당한거죠. 자신의 상상과 힘을 뛰어넘는 존재에 직면하자마자 좌절하는, 그리고 뒤에서 소심하게 분노하는 모습이 흡사 요즈음의 우리들 같기도 합니다. 성장기이기도 하고 세태풍자로 볼 수도 있는 독특한 작품이네요.

독버섯 :
10페이지도 안되는 꽁트 수준의 작품입니다. 주인공이 자신의 동생을 실수로 죽게 만든 실베스터라는 악당을 남자친구 KL을 이용하여 살해하는 이야기이긴 한데, 잘 모르겠어요. 과연 주인공이 잘 한건지, 아니면 죽은 동생의 말대로 바보인지... 어쨌건 미래가 전혀 없어보이는 주인공의 말은 씁쓸한 여운을 남깁니다.

그웬을 만나기 전 :
주인공 바비는 사기꾼인 아버지의 꼬드김으로 여자친구 그웬과 함께 300만달러의 다이아몬드를 우연하게 발견한 광부 조지를 속여 다이아몬드를 훔쳐내려 하다가 사고로 총을 맞고 경찰에 체포됩니다. 그리고 4년 뒤, 출소한 바비를 찾아온 아버지는 다이아몬드를 어디에 숨겼는지를 집요하게 물어보죠. 그 뒤에는 짧은 아버지와 바비의 두뇌싸움끝에 바비가 승리하고, 모든 사실을 알아낸 뒤 악을 응징해 버립니다.
작품 자체가 바비를 2인칭으로 놓고 전개하는 특이한 묘사를 비롯해서 굉장히 특이하다 싶을 정도로 시공을 초월한, 굉장히 중첩되는 전개를 보여줍니다. 장편에서나 볼 수 있는 이러한 특이한 전개 등으로 작가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불리워도 무방하다 싶은 좋은 작품이네요. 작가의 말대로 "내츄럴 본 악인" 그 자체인 아버지 캐릭터도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말이죠.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정말 "영화"에 어울리겠다 싶어 잠깐 조사해봤더니 역시나, 제작은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네요. 2009년 5월 개봉 예정이었는데 소식이 없는걸 보니 어찌된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이 작품이야말로 "사랑" 이 있는 "잔혹한 복수극" 이자 "순수한 악인"이 등장하는 영화이니 만큼 박찬욱 감독님이 영화화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버지 역은 백윤식!

코로나도 :
"그웬을 만나기 전"을 토대로 희극화 한 극본입니다. 기본 내용은 똑같지만 바비의 부모로 보이는 인물들이 드라마에 끼어들고 결말부분에서 약간의 희망을 넌지시 암시하는 등 좀더 이야기는 풍성해졌습니다. 보다 대중적으로 와 닿을 수 있게끔 수정한 듯 보이는데 저는 소설과 같은 날것 같은 느낌, 더 적막하고 스산하면서도 여지를 남기지 않는 것이 더 좋아보입니다. 바비에게 희망은 사치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 태어날때부터 불쌍한 녀석 같으니라구....

2009/06/19

2009.6.18 두산베어스 대 기아타이거즈 잠실경기 요약

 2009.6.10 두산베어스대 엘지트윈스 잠실경기 요약

<두산베어스의 여신 한채영! 파울볼 유저 Epilogue님의 사진>

연전 마지막 경기... 세데뇨가 볼넷 연발로 일찌감치 강판당한뒤 두산 K-I-L-L 라인이 총 가동되었으나 패배했습니다. 기아가 초반 삽질을 보여주며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으나 결국 졌네요. 이런 경기를 지면 안되는데....

일단은 중간계투진의 피로가 쌓인 탓도 있겠지만 오늘은 감독님의 투수교체 타이밍이 완전히 실수였어요. 이틀전 이미 충분히 많이 던진 이재우 선수를 1이닝 이상 연투시킨 것이 첫번째 실수고, 임태훈 선수를 올린 것이 두번째 실수, 그리고 마지막 실수는 9회에도 김명제 선수를 고집한 것입니다.

또한 두산의 자랑이기도 한 3-4-5 클린업 트리오가 잠잠했다는 것도 경기 패인의 하나죠. 김동주 선수의 1타점이 있기는 하지만 기아 수비 실책의 도움이 있었던 타점이라 높이 평가하기는 어렵고 5번 타순의 부진 역시 심각한 수준이네요. 김현수 선수도 지쳐보이는 모습인데 김동주 선수가 3루수로 선발출장을 한다면 김현수 선수를 지명타자로 옮겨서 휴식을 좀 주는게 어떨까 싶어요. 유재웅 선수도 우익수 수비가 가능한 선수잖아요. 최준석 선수도 빨리 부상에서 회복하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만 계속된 대타기용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안타까왔습니다.

모든 중간계투를 소모하고 가용 전력을 총동원한 아까운 패배이긴 하지만 기아 분위기도 무지 좋고 선발진만 놓고 보면 한번 이겼다는게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른다고 위안을 삼아 봅니다. 내일부터는 SK와의 3연전인데 그래도 SK보다는 두산이 조금 더 분위기가 좋은 편이니편이니 만큼 위닝시리즈로 끝내서 이번주는 3승 3패 균형을 좀 맞췄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내일은 비가 오면 좋겠지만요.

2009/06/18

[옛날 신문 검색] 불황 소설가 추리소설 바람 - 의외의 작가, 의외의 작품

네이버 옛날 뉴스로 검색을 즐기다가 발견한 1983년 12월 12일자 동아일보 기사입니다.


추리소설 전문 부정기 잡지 [미스터리]의 소개로 시작하는 기사는 이어서 순수소설 작가들의 추리소설 작품을 자세하게 설명해 줍니다. 본격 추리소설로 이병주씨의 "미완의 극"과 "황백의 문", 황석영씨의 "심판의 집", 박범신씨의 "형장의 신", 조해일씨의 "갈수없는 나라", 표성흠씨의 "낙동강 오리알"을 들고 있으며, 시인인 정건섭씨의 "덫"도 포함되어 있네요. 저는 정건섭 선생님을 추리소설 작가로만 알고 있는데 이 당시에는 시인으로 더 잘 알려져 있으셨나 봅니다.^^

그리고 작가 조정래씨의 추리소설 붐에 대한 짤막한 의견 (우리사회가 산업사회화 함에 따라 지적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추리소설을 찾는다는 의견), 국내 추리소설의 문제점 (엽기적 제목과 지나치게 통속적인 내용 등) 도 이야기하는 등 상당히 풍성한 기사네요.

무엇보다도 본격 추리소설로 소개된 유명작가들의 작품들이 어떤 작품들인지 궁금해집니다. 이런 작품들도 모르고 "내가 추천하는 한국 추리소설" 같은 글을 썼다니 창피할 뿐이네요. 곧바로 조사해봤는데 아뿔싸, 대부분 절판이군요... 빌어먹을 이땅의 장르문학 홀대가 유명작가한테까지 이르렀을 줄이야!!! 그나마 황석영의 "심판의 집" 만 "객지"라는 황석영 중단편전집 3권에 포함되어 있을 뿐입니다. 이병주의 "미완의 극"은 최은희 납치사건을 주제로 한 소설이라는 것 정도만 확인했을 뿐인데 다른 작품들은 과연 어떤 작품들일까요? 헌책방에서 대부분의 작품은 구할 수 있겠지만 일단은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심판의 집"부터 한번 읽어봐야 겠네요.

2009/06/17

악마같은 여자 - 토마 나르스작 외 / 양원달 : 별점 3점

 

악마 같은 여자 - 6점
토마 나르스작 외 지음, 양원달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디아볼릭"이라는 영화로 더 유명한 소설이죠. 이쪽 바닥에서는 유명한 작품인데 프랑스 쪽 소설은 뤼뺑 시리즈말고는 그닥 취향이 아니라서 스킵하고 지나갔지만 동서 추리문고의 꾸준한 할인행사 덕분에 결국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구입하고 보니 본편이라 할 수 있는 "악마같은 여자" 보다 같이 실려있는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쪽이 더 길고 비중있는 작품이라 황당했습니다. 제목이 바뀌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죠.

어쨌건, 일단 "악마같은 여자" 이야기부터 하자면, 이 작품은 낚시 전문 샐러리맨 라비넬이 정부 뤼세느와 공모하여 아내를 살해하고 거액의 보험금을 받으려고 하는데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라비넬은 결국 시체 유기까지 성공하는데 문제는 그 다음, 죽은 아내가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고 흔적을 남기기 시작하면서 라비넬은 폭주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유명한 작품이긴 한데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감이 큽니다.

제일 큰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영화 때문에 사건의 진상을 이미 알고 있었던 탓이겠죠. 중반 이후부터는 결과가 빤히 보여서 도저히 이야기에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뭐 어차피 "제목" 이 가장 강력한 스포일러이기도 한 탓에 영화에 대한 내용을 몰랐다 하더라도 결국 눈치챘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또한 결국 범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건이 전개될까라는 것에 대한 설득력이 좀 약하더군요. 라비넬이 소설과 같은 의도된 결말로 폭주할 것일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잖아요. 물론 라비넬의 1인칭 심리묘사를 통해 정상궤도를 벗어나는 심리 상태를 설명해 주고 있기는 합니다.그러나 독자는 알지만 범인은 모를 수 밖에 없는 그야말로 1인칭 시점의 이야기라서 썩 와닿지 않았으며 (중간에 뤼세느가 잠깐 라비넬을 만나긴 하는데 개연성이 부족합니다), 심리묘사 역시 너무 지나쳐서 읽는데 좀 짜증이 날 정도였어요.
참고로, 이러한 프랑스 소설 특유의 집요하리만치 디테일한 묘사는 제가 프랑스 추리 소설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납니다. 너무 장황해요. 도대체 라비넬의 "파리낚시" 이야기는 왜 나오는건지도 모르겠다니까요... 그리고 라비넬 심리묘사와 반대로 팜므 파탈에 대한 묘사가 애매하고 부족한 것 역시 감점 요소였고요.

한마디로 소심남이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대형 사고를 쳤다가 파멸하는 지루하고 뻔한 이야기였습니다. 보다 유머스럽게 블랙코미디로 갔더라면 더 제 취향이었을 것 같은데, 뭐 시대가 너무 흐른 탓도 크겠죠. 별점은 2.5점입니다.

두번째 작품인 노엘 칼레프의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역시 영화로 더욱 유명한 작품이죠. 사실 아주 오래전에 "하서 출판사" 판본으로 이미 읽은 작품이긴 합니다만 다시 읽어도 재미있더군요.

줄거리는 반쯤은 사기꾼인 주인공 줄리앙 크르트와가 당면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완전범죄를 꾸며 고리대금업자 볼그리를 살해하는데 성공하지만, 깜빡한 마지막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사무실로 되돌아가다가 엘리베이터에 갖히게 된다는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 사건은 여기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지죠. 일단 줄리앙의 아내와 가족의 분란에서 시작해서 줄리앙의 차를 훔쳐탄 한 연인의 범죄행각 등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거든요.

이러한 이야기의 전개가 소란스럽고 유쾌하다는 점, 그리고 전혀 다른 인물들이 얽히고 섥히는 관계 속에서 하나의 결말로 흘러간다는 점이 굉장히 현대적이고 영화적이라서 인상적입니다. 정말 "영화" 에 딱 어울리는 작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죠. 또한 사람들의 심리묘사 등이 프랑스 소설이지만 어느정도 수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작품에 딱 어울리는 수준이었어요. 단, 중간에 등장하는 두 연인 -프레드와 테레즈- 의 묘사가 "셸부르의 우산"류의 신파 멜로물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것은 좀 별로였습니다. 두 연인의 존재가 작품의 결말에 필요 불가결했던 부분이니만큼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겠지만요...

"악마같은 여자"와 비교하자면, 수렁에 빠진 남자의 원맨쇼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훨씬 제 취향이었달까요. 뭔가 타란티노 영화가 연상되는 것이 시대가 흘렀지만 현대적인 느낌도 전해주며, 지옥행 급행 (정말이지 초특급!) 열차를 타는 줄리앙의 모습이 통쾌하기도 해서 여러모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결론내리자면, 두 작품 평균한 이 책 전체의 별점은 3점으로, 점수가 높은 편은 아니며 두 작품 모두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범죄, 스릴러 물에 가깝긴 하지만 이 책 한권이면 1950년대 프랑스 추리소설의 진수이자 장, 단점을 맛보기에는 부족함이 없으리라 생각되네요.

2009/06/15

밀실 추리소설 베스트 15

 에드워드 호크가 편저한 1981년 판 'All but impossible! an anthology of locked room and impossible crime' 의 서문으로 영미권 추리소설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저는 한 절반정도 읽은 것 같군요.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도 5권이나 되니 절반정도도 꽤 많이 읽은것 같기도 한데....

<2013.06.24 수정 /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 링크 추가>
<2013.07.18 수정 / '어두운 거울 속에' 링크 추가>
<2022.07.10 수정 / '킹은 죽었다' 링크 추가>

1. J. D. Carr: The three coffins 세 개의 관
2. Hake Talbot: Rim of the pit
3. G. Leroux: Le mystère de la chambre jaune 노란 방의 비밀
4. J. D. Carr: The crooked hinge 구부러진 경첩
5. C. Dickson: The Judas window 유다의 창
6. I. Zangwill: The big Bow mystery 빅 보우 미스터리
7. C. Rawson: Death from a top hat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
8. E. Queen: The Chinese orange mystery 중국 오렌지의 비밀
9. H. H. Holmes: Nine times nine
10. C. Dickson: The peacock feather murders 공작 깃털 살인사건
11. E. Queen: The king is dead 킹은 죽었다.
12. H. McCloy: Through a glass 어두운 거울 속에
13. C. Dickson: He wouldn't kill Patience
14. R. Garrett: Too many magicians 마술사가 너무 많다.
15. J. Sladek: Invisible green 녹색은 위험

마술사가 너무 많다 - 랜달 개릿 / 김상훈 : 별점 3점

마술사가 너무 많다 - 6점
랜달 개릿 지음, 김상훈 옮김/행복한책읽기

영불 제국의 마술사 컨벤션이 열린 고급 호텔의 객실에서 런던 후작의 주임 법정 마술사인 서 제임스 즈윈지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피해자의 방은 완전한 밀실상태. 런던 수사 당국에서는 서 제임스의 라이벌이자 사건 현장을 발견한 노르망디 대공의 법정 마술사 숀 오 로클란을 용의자로 체포하여 런던 탑에 감금한다. 다아시 경은 숀을 구해내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오고 이 사건이 살해된 이중간첩 바르부르 사건 및 해군에서 새로 개발된 비밀 병기와 관련되어 있는 중대한 사건이라는 것을 알게되어,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기 위한 수사에 착수한다.

"나폴리 특급 살인"을 읽고 급 뽐뿌가 와서 헌책방을 뒤져 구입한 책입니다.

그런데.... 읽고나니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특히 저같은 추리 애호가에게는 더욱요. 일단 트릭 자체는 괜찮습니다. 에드워드 호크의 밀실 추리소설 베스트 15에도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말이죠. (그가 편저한 1981년 판 'All but impossible! an anthology of locked room and impossible crime' 의 서문에 등장) 순수 고전 트릭물에 쓰였어도 충분히 합리적인, 아주 괜찮은 아이디어였어요.

그러나... 괜찮은 트릭 하나만 가지고 장편 전체를 이끌어나가기에는 힘이 좀 부족했습니다. 왜냐하면 추리적으로는 곳곳에 허점 투성이였거든요. 예를 들자면, 마스터 유웬과 만나게 된 애슐리 경의 행동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 시점에서 애슐리 경은 마스터 유웬과 사력을 다해 싸울 필요도 없고 다아시경을 구해줄 필요도 없었죠. 또한 도박장에서의 변명 역시 치졸해서 곧바로 탄로날게 뻔한 내용이었다는 것 등 치밀함도 부족했어요.
그리고 서 제임스 즈윈지가 "두번 죽었다" 는 부수적인 이야기라던가 메치코에서 온 흑마술 전문가 존 케찰경, 다아시경의 사촌형 런던 후작과 그의 부관 본트리옴프경 같은 캐릭터는 단지 이야기를 길게 늘이기 위한 불필요한 요소가 아니었나 생각되더군요. 이렇게 작품의 줄거리와는 상관없는 이야기가 많아지니 살짝 지루하기도 했어요. 마스터 숀의 쓰잘데 없는 마술쇼, 존 케찰경이나 메리 공작부인 같은 캐릭터를 다 날려버리고 중편정도로 꾸몄더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장편으로 길게 늘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와 재미를 추가하기 위한 작가의 노력은 잘 알겠지만 외려 역효과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해서 읽게 만드는 재미는 충분합니다. 물론 이 재미는 다아시경이라는 캐릭터와 독특한 SF-판타지 적인 설정 등에서 오는 요소일 뿐이지만 뭐 이런 요소를 기대한건 사실이고, 스토리와는 별개로 다아시경과 공작부인의 관계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외려 흥미가 생기기도 했으니 나름 기대에는 값한것이겠죠. 마스터 숀과 유웬의 마술 대결도 무협지스러운 재미가 있어서 볼만했고요.
덧붙여, 제목부터 "요리장이 너무 많다"의 패러디이기도 한 이 작품 속에는 다아시경의 사촌인 런던 후작 (네로 울프) - 본트리옴프 (아치 굿윈), 서 라이언 갠달푸스 (회색의 갠달프) 등 유머스러운 패러디 역시 많아서 쟝르문학 팬으로서는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때문에 별점은 3점입니다. 아주 형편없지는 않고 평균정도는 되는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어렵게 구한 보람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뭐니뭐니해도 다아시경 시리즈의 유일한 장편이니 만큼 팬이라면 반드시 챙겨봐야겠죠.^^

2009/06/13

셜록 홈즈의 과학 미스테리 - 콜린 브루스 / 이덕환 : 별점 2점

 

셜록 홈스의 과학 미스테리 - 4점
콜린 브루스 지음, 이덕환 옮김/까치글방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왓슨, 내가 이겼네"의 저자 콜린 브루스의 또다른 책입니다. 이 책 역시 셜록 홈즈 소설의 틀을 빌려온 추리소설, 셜록 홈즈의 파스티쉬 작품이기도 하고 어려운 물리학 등의 과학원리를 쉽게 설명해주는 과학 교양-교육 서적이기도 한 독특한 책입니다.

먼저 재미있던 이야기를 몇가지 꼽아보자면,

그 유명한 "챌린저 교수 (잃어버린 세계)" 가 사건의 의뢰인으로 등장하여 북해의 해저 탐사용 잠수정에서 발생한 원인불명의 사건 (잠수정 안에서 잠수부들이 뜨거운 공기에 질식해 숨진 사건) 을 해결하는 내용의 "사라진 에너지"는 이 책에서 제일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실제 사건의 진상보다는 파라핀 램프를 숨겨가지고 들어갔다는 추리가 더 마음에 들었다는 점은 좀 아쉽지만 다양한 해석이 등장하는 전개와 더불어 챌린저 교수의 등장 등 즐길거리가 굉장히 풍부했습니다.
과학실험에 쓰이는 민감한 사진 필름을 손상시키는 장난을 해결하는 "과학실험의 방해공작"도 좋았어요. 독특한 방사선을 발하는 우라늄 광석에 대한 설정이 좀 부실하긴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이면 충분히 합격점이죠. 과학 설명이 충분히 추리에 부합하고 있으니까요.
"불충스러운 하인"은 왕실에서 발생한 한 마부의 자살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자살 시 총성을 일부만 듣고 일부는 듣지 못했다라는 증언의 모순을 파동이론으로 설명하는 이야기이기에 어려운 설명이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교양-교육 서적 최대의 미덕을 보여줍니다. 트릭 자체도 쓸만했어요. 어디 써먹어보고 싶을 정도로 말이죠.
"황폐한 해변"은 양자역학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은 너무나 어렵고 지루했지만 실제 사건의 트릭, 즉 해변에서 머리를 둔기로 얻어맞아 살해당한 시체 주변에 발자국이 하나도 없었다라는 것의 트릭은 괜찮아서 그럭저럭 본전치기는 합니다. 힌트는 "파동", 즉 "파도"에 관련된 트릭입니다^^
요렇게 네작품은 꽤 괜찮고 재미있는, 추리적인 이야기와 과학설명이 밀결합된 좋은 작품이었어요.

그러나 "상대성 이론"을 설명하는 몇몇 작품은 상상 그 이상으로 지루했습니다.... 위치와 속도에 따라 상대적으로 시간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에 대한 너무 뻔하고 반복적인 설명이 작품 내에서 많이 등장하는 것도 지루하지만 사건 그 자체와 는 너무 상관이 없는 시간단위를 주로 설명하고 있기에 내용과 별로 잘 어울리는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쌍둥이의 유산 상속 이야기를 다루는 "상대적 질투"가 대표적으로, 쌍둥이 중 누가 형인가? 를 따지는 이야기인데 여기서의 상대성 이론 설명은 정말 재미없었습니다. 오히려 부가적으로 등장하는 쌍둥이라는 조건을 이용한 트릭이 상당히 절묘하게 삽입되는 것이 작품에 보탬이 되기는 커녕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따분했으니까 말 다했죠.

또 시대배경하고는 너무 안맞는 이야기도 눈에 거슬렸습니다. 상대성 이론에다가 E=MC제곱 까지 나와버리니 셜록 홈즈의 시대를 가뿐히 뛰어넘잖아요.... 물론 "교육"이 주 목적인 교양도서이니만큼 디테일을 따질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셜록 홈즈 팬으로서는 불만스러운 사항이죠. 또 원자폭탄에 대한 이야기는 설명 자체는 재미있었지만 전개가 너무 황당했습니다. 이거야말로 과학 설명때문에 지나치게 무리수를 둔 거죠. 빅토리아 시대에 원폭이라니... 나원참.

한마디로 말하자면 "왓슨, 내가 이겼네" 보다는 교양 - 교육 쪽으로 훨~씬 많이 치우친 책입니다. 몇몇 에피소드는 추리 애호가들을 즐겁게 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재미 측면에서는 좀 함량미달이 아닌가 싶네요. 과학설명 역시 지루한 설명으로 일관하고 있어서 그다지 기대에 값하지 못했습니다. "왓슨..."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절판 상태인 책을 어렵게, 정말 어렵게 구해본 것인데 기대가 너무 컸을까요? 별점은 2점. 딱히 추천하고 싶지는 않네요.

2009/06/11

2009.6.10 두산베어스대 엘지트윈스 잠실경기 요약

2009.5.15 두산베어스 대 삼성라이온즈 잠실경기 요약


완패! 도 아니고 졸전 중 졸전으로 두산이 자멸한 경기. 야구 관련 이야기는 텍스트큐브 블로그에서 주로 하려고 해서 이쪽에는 올리지 않는데, 어제 경기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따로 포스팅 올립니다.

일단 선발투수진의 무게는 봉중근 - 금민철 선수로 확실히 한쪽으로 치우칩니다만, 봉중근 선수는 그동안 외로운 투구를 해 왔고 뒤를 받치는 선수들이 확실히 딸려서 금민철 선수가 한 4이닝만 던져주면 두산도 해볼만 한 승부였죠. 그러나 현실은 시궁창! 금민철 선수의 주구장창 볼질은 도무지 나아지지 않네요. 이 친구는 이 중요한 시합에서 왜 이런답니까.... 페타지니를 삼진 잡는 선수가 도대체 뭐가 두려워서!!! 어쨌건 좌타자 상대로 볼을 연발한 끝에 2와 2/3이닝 56투구 3볼넷 2안타 2실점 이라는 기록을 남기고 강판됩니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요. 버리는 경기를 확실히 구분하는 김경문 감독님께서 정재훈 선수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지시는데, 정재훈 선수가 3이닝동안 무려 6안타를 얻어맞으며 3실점 (그것도 이대형의 그라운드 홈런) 하고 게임을 접게 만들더군요.... 이럴 거였으면 그냥 세데뇨 선수나 올려서 한 4이닝 던지게 하시지...... 그 다음에 오현택 선수는 괜찮았지만 박정배 선수는 패전처리도 제대로 못하고 3실점해서 8-0 완패를 만드네요. 두산 타선이 5월같지 않은 만큼 투수진이 좀 해줬어야 하는데 안타깝습니다.

타선은 역시나, 1-2-3 회 연속 병살을 비롯 (1회는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병살은 아니지만) 병살타 4개로 정말 팬들에게 못볼걸 보여줬습니다. 김현수 선수는 4경기째 연속 침묵이고 최준석 선수 대신 출전한 이성렬 선수는 3타수 3삼진이라는 기대에 걸맞는 성적을 남겼고 말이죠. 이건 뭐 야구가 아니라 개구에요. 하아.... 두목곰의 부상, 김현수 선수 - 최준석 선수의 부진으로 두산 타선은 정말이지 답이 없네요.

그나마 중간계투 K-I-L-L 라인이 쉰게 위안거리랄까요? 그런데 이래서야 K-I-L-L 라인이 출격이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거 중간까지 동점 상황은 만들어야 나올거 아닙니까.... 역시 4월 부진 - 5월 광분 - 여름 부진의 사이클을 제대로 다시 타는 느낌이네요.

물론 현재 프로야구 판도상 두산은 4강안에는 들 겁니다. 3위 기아에 극강인 것도 위안거리고요. 그러나 지난 2시즌 두산은 2위로 코리안시리즈 진출 시 답이 없다 (그것도 리오스 - 랜들이라는 원-투 에이스가 확실한 상황에서조차도) 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1위가 아니면 1위가 강력한 원-투펀치와 중간, 마무리를 보유한 SK인 이상 단기전에서 이기는 것은 사실 거의 불가능해 보이기에 1위가 간절한 시즌인데 정말 안풀리네요....

2009/06/10

심야식당 3 - 아베 야로 / 미우 : 별점 3점

 

심야식당 3 - 6점
아베 야로 지음/미우(대원씨아이)

심야식당 2 - 아베 야로 / 미우


1권, 2권에 이어 3권도 구입해서 완독하였습니다. 포스팅이 좀 늦었네요. 어쨌건 이번권에도 소시민들의 소박한 이야기가 소박한 음식들과 함께 진행되는 소박한 느낌이 여전히 가득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전 리뷰에도 썼었지만, 1권보다 2권이 점점 드라마로 이동한다는 느낌이었는데 3권은 2권보다도 더욱 "인간"과 "인간관계"로 포커스가 이동한 것이 눈에 뜨이더군요. "음식" 쪽 이야기가 좀 더 비중이 높아지면 좋을 것 같지만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여전히 소박해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베 야로의 소박한 그림 역시 여전하고 말이죠.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80년대 시부야 등의 길거리에서 모여서 춤을 췄다는 타케노코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죽순" 이었습니다. 유쾌하고 즐거우면서도 옛 향수를 되새기게끔 만드는 좋은 이야기거든요. 그외에도 고정 캐릭터 야쿠자 류씨의 옛날 이야기 "다시 빨간 비엔나"는 하라 히데노리의 "청공" 을 연상케 만든다는 점에서 특이했고,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로 담담하게 그려낸 "당면 샐러드"도 기억에 남네요.

어쨌건 저처럼 소박한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09/06/09

나폴리 특급 살인 - 랜달 개릿 / 김상훈 : 별점 4점

나폴리 특급 살인 - 8점
랜달 개릿 지음, 김상훈 옮김/행복한책읽기

가상의 역사관을 바탕으로 한 대체역사 SF 소설이면서도, 탐정 다아시경이 활약하는 추리물이기도 한 독특한 작품집입니다. 전에 "세르부르의 저주"를 읽고 딱히 취향이 아닌듯 해 관심을 끊었던 시리즈지만 이번의 50% 할인 행사를 놓칠 수 없어 구매하여 읽게 되었네요.

그런데... 정말 안 읽었더라면 엄청 후회할뻔 했습니다. 일단 이 시리즈의 특징이라면 세계관이 아주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이라는 것을 들 수 있는데, 과학적 마법 문명의 지배를 받는 영-불 제국을 무대로 하여 마법이 증기기관과 공존하는 세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유사한 분위기의 일본 만화들의 원조격 작품이기도 하죠. 그러나 다른 파생 작품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자 가장 마음에 든 점은 이 세계관에서 "마법"은 일종의 보조적인 역할로 쓰인다는 점입니다.
이곳에서의 마법은 "전문가" 가 행하는 "전문적인 행위" 이기는 한데, 현대 과학기술에서 관련된 전문가가 행하는 역할과 유사한 점이 있는 일종의 "기술" 처럼 그려질 뿐이거든요. 예를 들면 "방부처리" 라던가 "자물쇠 전문가" 같은 식이죠. 즉 수사가 등장하는 추리 소설에서의 검시관이나 감식관이 수행할 일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거 정말 획기적 발상이 아닌가 싶어요.

또한 (어떻게 보면 당연하게도!) 마법이 사건에 별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 않는 것도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이 작품에서 마법은 단지 설정과 재미를 위해서 존재할 뿐이며, 각 사건들 마다 "마법이 개입된 사건이 아니다" 라는 것을 마법사들이 조사해서 먼저 알려주는 점 등으로 철저하게 추리의 영역과 마술의 영역을 구분함으로서 단순한 SF, 판타지가 아니라 추리물로서도 인정받게 만들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뻔하디 뻔한 SF-판타지가 될뻔한 작품을 추리물로서도 가치를 지닐 수 있게끔 중심을 아주 잘 잡았다고 할 수 있겠죠.

그 외에도, 약간 바람끼(?)도 보이는 카사노바 다아시경과 강의를 좋아하는 현학적이고도 호기심 많은 마술사 마스터 숀, 현명하고 비범한 결단력의 플랜태저넷 왕가 군주인 노르망디공 리처드 등 고정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도 뛰어나고, 작가가 상상해 낸 영불제국의 묘사 역시 비범한 편이라 여러모로 즐길거리가 많은 작품이기에 할인행사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만족감이 컸을 것 같습니다. 전작에 비해 "추리" 요소가 더욱 풍성해 진 것에 가산점 하나 얹어서 별점은 4점입니다. 첫 단편 "중력의 문제" 는 정말이지 정통 추리팬도 탄복할만한 멋진 밀실 트릭물이에요! 그 외에도 추리 애호가들이 즐길만한 장치도 풍부하니 쟝르 문학을 좋아하신다면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PS : 우리 형제의 안팔리는 판타지-추리 소설 "장미빛 인생" 도 유사 쟝르죠. 차이점이라면 우리 작품에서는 마법이 추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당. 그러면서도 정통 추리물처럼 써내려갔으니 ^^;; (그래서 안팔리는건가?)

첫번째 작품이자 밀실 트릭 걸작 중 하나라는 "중력의 문제" 는 앞서도 말했듯 정말 빼어난, 추리적으로 아주 파헤치는 다아시경의 활약을 그린 단편인데, 그야말로 교과서적인 멋진 작품입니다!

일단은 탑 꼭대기에 위치한 방 안에서 누군가에게 떠밀려 추락했지만 방은 그야말로 완벽한 밀실이었다는 무대 설정을 비롯, 유력한 동기를 지닌 것 처럼 보이는 아들에다가 광신도인 딸이라는 기묘한 가족구성, 가스등과 거대한 샹들리에로 대표되는 - 고딕호러스타일도 느껴지는- 배경 묘사가 굉장히 과학적, 합리적으로 잘 짜여진 트릭과 어우러지고 있으며, 동기 및 단서의 제공도 합리적이고 이치에 맞아서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SF로 유명한 "다아시 경" 시리즈이기 때문에 추리적으로 손해를 보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두번째 작품인 "비터 엔드"도 상당한 수준의 추리적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다아시경의 부하인 마술사 마스터 숀이 우연찮게 말려드는 살인사건에 관한 이야기로 마술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지만, 추리적으로도 불특정 다수의 인물이 모이는 카페에서 범인은 가까이 가지도 않은 상태로 피해자만 콕 집어 독살시킨다는 원격조정 트릭이 설득력있는 수준으로 전개되거든요. 경찰이 약간만 디테일하게 수사한다면 범인은 곧바로 밝혀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헛점은 존재하지만 이 정도면 평균 이상은 된다고 생각되네요.

세번째 작품인 "입스위치의 비밀"은 좀 애매했습니다. 한 남자의 시체가 해변에서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총에 맞아 죽은 남자 옆에 발자국은 첫 발견자의 발자국밖에 없었다! 라는 추리적으로 흥미진진한 화두를 던져놓고 이야기는 곧바로 폴란드 제국과의 스파이 전쟁으로 전환되거든요. 이야기는 죽은 남자의 신원이 정보부 소속의 노엘 스탠디쉬라는 것, 그리고 스탠디쉬는 뭔지는 모르지만 굉장히 중요한 "입스위치 파이얼"이라는 물건을 폴란드 제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폴란드 제국의 비밀경찰 세르카 요원을 추적하던 중에 결국 시체로 발견된 거라는 내용의 첩보물로 확 바뀌어 버립니다. 물론 나름 첩보전의 스릴과 더불어 흥미로운 요소 - 스탠디쉬의 다이잉 메시지라던가, 갑자기 별이 사라진 것과 같은 이유를 알수없는 특이한 현상 등 - 이 많이 등장해서 지루하지는 않지만, 폴란드 제국과의 첩보전을 지나치게 길고 장황하게 묘사해서 결과적으로는 추리적으로 흥미로울 수 있던 소재와 트릭이 첩보전에 파묻혀버려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폴란드의 미녀 스파이가 등장해서 꿍짝을 맞추는 결말도 썩 마음에 들지 않고 말이죠.
그래도 뭐 재미는 있고 추리적으로도 버려진 낡은 외투를 가지고 벌이는 추리와 해변가에서 시체가 발견된 트릭의 발상 자체는 좋았기에 평작 수준은 된다고 해야겠네요. 무엇보다도 카사노바 다아시경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대폭소! 왠지 피터 웜지 경 같은 느낌을 전해주던 다아시경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달까요?^^

네번째 작품 "열여섯개의 열쇠"는 영불제국과 루멜리아제국과의 이른바 "해군조약"에 관련된 이야기로, 주 콘스탄티노플 대사였던 복스홀 경이 맺은 조약의 문서가 사라지고 복스홀 경은 엄청나게 나이를 많이 먹은 모습으로 완전 밀실에서 시체로 발견된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다아시경이 곧바로 출격(?) 하여 복스홀 경과 그만이 통과할 수 있는 그의 여름 별장 열쇠 16개를 단서로 사건의 전모를 밝혀낸다는 전개죠.
조금 소품스러운 느낌이기도 한데, 하룻밤의 소동(?)을 재미나게 그려내고 있으며 이야기도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 건너기"를 연상시키는 수학적 트릭과 더불어 합리적으로 잘 짜여져 있어서 유쾌한 느낌이 가득한 작품이었습니다. 사람이 기괴하게 죽어나가고 중요 문서가 없어졌는데도 이렇게 유쾌하다니 정말이지 모를 일이에요^^ 하지만 아쉽게도 트릭 자체는 좀 설득력이 떨어지긴 했습니다.

덧붙이자면 "해군조약"은 홈즈, 포와로 등 많은 탐정들이 활약한 전력이 있는 추리계의 완소 아이템 중 하나로, 이 작품에서도 역시나 국가의 명운을 건 중요 조약 문서로 설명되고 있다는 것이 추리 애호가로서 반가운 점이었습니다. 이런게 바로 추리 애호가들이 즐길 수 있는 요소중 하나겠죠.^^

마지막 작품 "나폴리 특급 살인"은 네번째 작품에 등장하는 "해군조약"을 극비리에 운송하는 특명을 띈 다아시경과 마스터 숀이 탑승한 나폴리행 특급 열차안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입니다. 비밀 임무이기에 정체가 발각되면 안되는 이 두 컴비는 열차가 로마에 도착하기전에 사건을 대신 해결해 주기로 마음먹고 서둘러 사건해결에 나서게 됩니다.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패러디이자 오마주 성격의 작품입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트릭을 재구성하여 보여주는 정통 트릭물로서의 가치도 높지만 추리 애호가가 즐길만한 장치가 가득해서 정말이지 재미있게 읽은, 작품집의 표제작에 어울리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단서의 제공도 공정하고 복선도 잘 짜여져 있어서 완성도도 아주 높고요. "중력의 문제"와 더불어 이 단편집의 투탑, 쌍두마차라 할만한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이 작품 덕분에 작가의 또다른 패러디 - 오마주 작품인 "마술사가 너무 많다" (당연히 오리저널은 "요리장이 너무 많다" 죠) 에 대한 관심이 증폭하여, 절판도서임에도 인터넷 헌책방을 뒤져서 겨우 한권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제대로 배송되면 더 바랄게 없겠습니다....

2009/06/08

[week& cover story] 카펫은 멀쩡한데 왜 발자국만 불에 탔을까

[week& cover story] 카펫은 멀쩡한데 왜 발자국만 불에 탔을까

좀 오래된 중앙일보 기사인데 무척 재미있네요.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을 남길까 해서 포스팅합니다.

세가지 사건 이야기가 나오는데, 첫번째 룸살롱 화재사건은 화재 원인을 찾지 못하던 중에 국과수 과장이 불이 옮겨 붙지 않은 지하 1층에서 붉은 카펫 위에 검은 발자국을 본 것이 사건의 해결을 가져왔다는 이야기입니다. 검은 발자국은 사실은 신발에 묻은 무언가가 찍힌 것이 아니라 발자국 모양으로 검게 탄 형상이었기 때문에 "이럴 가능성은 단 하나. 누군가 휘발유가 묻은 신을 신고 카펫 위를 걸었고, 아래층에 불이 나 위층 바닥이 뜨거워지자 휘발유 묻은 부분만 탄 것이었죠." 라는 것 되겠습니다.

실제 CSI에 등장할 법한 멋진 이야기 아닌가 싶어요. 이해하기 쉽고 설득력 있으면서도 일반인은 간과하고 넘어갈 부분을 짚어서 사건 해결을 도출한다는 것, 이게 바로 추리죠. 암요.

이 사건 외에도 1982년 겨울. 서울 변두리 야산에서 20대 여성의 나체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엽기적이고도 기괴한 범죄 역시 대단한 이야기이니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009/06/03

몸 - 김종일 : 별점 2점

 

 - 4점
김종일 지음/황금가지

인터넷에서 평이 상당히 괜찮았던 한국작가의 호러단편집입니다. "몸"에 속한 소재들을 주제로 쓴 단편집이라는 설정은 얼마전 읽었던 "인체 모형의 방" 과 좀 유사해 보이기도 하는데, 중고서점에서 저렴한 가격덕분에 충동구매로 구입하여 읽게 되었네요. 한국 호러소설은 "분신사바" 이후 처음이군요.

그러나... 읽고난 감상은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입니다. 모든 단편이 기발한 상황전개나 반전이 있는 작품은 하나도 없이 단지 "이형異形" 이나 "컴플렉스"와 같은 불쾌한 부분에 대한 집요한 묘사로 공포심을 유발시키려고 할 뿐으로 - 예를 들자면, "눈" 은 깡패들에게 한쪽 눈을 잃은 주인공이 의안을 통해 깡패들에게 복수하고 스스로 "눈알" 이 된다는 전개. "입"은 다이어트 때문에 거식증에 걸린 여주인공 몸에 입이 돋아난다는 이야기. "귀"는 남들이 듣지 못하는 사신의 소리를 듣는다는 이야기, "몸"은 키가 작은 것에 대한 컴플렉스가 많은 남편이 PC에 빠져 살더니 결국 PC와 한몸이 된다는 내용... 식으로 - 전체적으로 비스무레하다는 인상만 줄 뿐 큰 재미를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자주 등장하는 스플래터, 고어 장면에서의 뻔한 동어반복적 묘사 역시 비스무레하다는 인상만 더욱 강화시킬 뿐이고요. (덧붙이자면 왜 이 책의 등장인물들 욕은 항상 "십할" 일까요???? 이거 하나 때문에 등장인물들 성격마저 똑같아 보입니다!!!)

어차피 "몸"이라는 소재에서만 통일성을 지니는 연작 단편집이라면, 앞서말한 "인체 모형의 밤" 이나 "Zoo" 처럼 꼭 괴물이 등장하거나 신비한 능력이 등장하지 않는,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공포를 전달해 줄 수 있는 "일상계" 호러물을 포함시켜 강-약을 조절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손톱"을 소재로 해서 손톱을 깎다가 손톱깎기에 손가락이 잘리는 호러물라던가....^^ (농담입니다) 물론 이 책에도 일상계 호러물이라고 할 수 있는 "손" 이라는 작품이 한편 실려있기는 합니다만 아쉽게도 다른 작품들과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 유사한 묘사 때문에 강약 조절에 실패하고 있습니다.

덧붙여, 작가가 스스로의 글에서 밝히고 있듯이 지나칠 정도로 "이토 준지" 스러운 스타일이라 신선함이 떨어지는 것도 큰 약점으로 보이네요. 이토 준지는 싫어해서 많이 읽지는 못했습니다만 특히 "머리카락"이라는 단편은 아무리 봐도 이토 준지 단편을 그대로 소설로 옮겨놓은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 외의 "이형異形" 묘사들도 대체로 유사해 보이더군요. 하지만 이토 준지의 경악스러운 기묘한 상상력은 따라가지 못한채 단편적인 묘사만 유사하다는 것이 안타까운 부분이겠죠...

그래도 컴플렉스와 일종의 정신착란? 적인 상황을 다루고 있는 "얼굴", 등산 중 조난을 당한 뒤 과거의 망령과 맞부닥친다는 "링반데룽" 정도는 괜찮았습니다. 두 작품 모두 지나칠 정도로 전개와 결말이 뻔하긴 하지만 사뭇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라는것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이 두 작품처럼 작품마다 확실히 다른 이미지, 다른 전개를 보여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쉽네요. 아직 이 나라에서 호러 소설은 갈길이 멀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금 갖게 하는 독서였습니다. 정치가 호러라서 사람들이 정작 호러라는 쟝르에서는 별로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것인걸까요? 별점은 2점입니다.

2009/06/01

삼월은 붉은 구렁을 - 온다 리쿠 / 권영주 : 별점 3점

 

삼월은 붉은 구렁을 - 6점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북폴리오

이 작품은 이쪽 바닥(?)에서는 꽤 인기를 많이 모았던 작품이죠. 그러나 정통 추리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았었는데, 할인행사덕에 구입해서 읽게되었습니다. 

제목과 같은 "삼월은 붉은 구렁을" 이라는 환상의 책을 소재로 한 총 4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집인데, 소재가 같음에도 장르와 분위기가 작품별로 굉장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분위기는 분명 유사하고, "의안의 남자" 와 같은 소재가 연결되어 있어서 "연작"이라는 냄새는 솔솔 풍기지만 희한하게도 다르다는 인상이 더 강했습니다. 이건 나만 그런건가..

어쨌건 읽고난 소감을 말하자면 "절반의 아쉬움" 입니다. 이 작품집에서 딱 반은 마음에 들었고, 나머지 반은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마음에 든 작품은 앞의 두편 "기다리는 사람들"과 "이즈모 야상곡", 마음에 들지 않은 작품은 "무지개와 구름과 새와"와 "회전목마" 였습니다. 제가 지나칠 정도로 추리 애호가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여성적인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아서 뒤의 두 작품은 취향에 잘 맞지 않더군요.

그러나 재미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분위기를 잡아나가는 솜씨는 그야말로 탁월하고, 뭔가를 "설명하거나 묘사하는" 실력이 대단해서 작가의 다른작품을 꼭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그야말로 "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딱 맞는 작품이 아닌가 싶고 말이죠. 다음번에는 이 책 안에서 묘사된 "삼월은 붉은 구렁을" 이야기 중에서 가장 읽고 싶은 생각이 드는 "흑과 다의 환상" 부터 읽어봐야겠네요.


작품별로 좀 더 상세하게 이야기하자면

"기다리는 사람들" :
평범한 샐러리맨 고이치는 취미가 "독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회장님이 주최하는 2박 3일간의 "봄의 다과회"에 초청됩니다. 다과회에 참석한 고이치는 회장님과 다른 3명의 손님들이 "삼월은 붉은 구렁을" 이라는 책을 매개로 이 모임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되죠. 회장은 고이치에게 이 환상속의 책이 다과회가 열리는 저택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는 것을 말해주며, 그 책을 찾는 키워드는 "석류 열매"라는 일종의 다이잉 메시지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 이라는 독서광들이 찾아 해메는 환상의 책을 찾는 추리적인 재미와 함께, 이 실존하지 않는 책에 대한 이야기가 기묘한 저택에 대한 묘사와 더불어 상세하게 묘사되는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느낌을 전해주는 작품입니다. 추리적인 요소도 꽤 괜찮지만 "소문"을 만들기 위한, 그리고 "소문"이 "전설"이 된다는 전개도 인상적이었고요. 무엇보다도 책 속에서 설명하는 또다른 환상의 책인 "삼월은 붉은 구렁을" 이라는 책에 대한 묘사가 탁월하고 사람을 두근거리게 만듭니다. 이만큼 책 소개를 쓴다면 이 책을 사보지 않고는 못배기겠죠. 별점은 4점입니다.

"이즈모 야상곡"
출판사 편집부에서 근무하는 다카코와 아카네는 전설처럼 전해져오는 책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실재 작가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납니다. 단서는 다카코가 우연히 발견한 자신의 아버지의 젊은 시절 문집. 그리고 한 술병의 선전용 카드였습니다...

두 여성의 버디 무비이자 로드 무비와 같은 느낌을 풍기면서도, 전설의 책의 실재 작가를 찾기위한 이야기를 추리적으로 그럴싸하게 풀어놓는 작품입니다. 하룻밤 동안의 기차여행을 주로 다루고 있기에 "몽환적"인 느낌은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이야기의 논리는 훨씬 더 날이 서 있는, 정교하면서도 치밀한 느낌을 전해주더군요. 또한 작가의 정체에 대한 단서 제공도 공정한 편이며, 다양한 복선이 반전이 포함된 결말로 잘 이끌고 있기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별점은 3점.

"무지개와 구름과 새와"
두 고교생 소녀가 언덕 밑에서 시체로 발견됩니다. 사고사로 결론내려지지만 소녀의 전 가정교사와 남자친구는 이 죽음의 진상을 알아내기 위해 소녀가 남긴 일기장을 근거로 조사에 착수하며, 소녀들에게 숨겨진 비밀을 알게됩니다...

고교생 소녀들의 심리가 주로 등장하는 하이틴 로맨스 백합물 같은 작품입니다. 그냥 하이틴 로맨스 같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피비린내 나는 사건이 전면, 후면에 배치되어 있을 뿐 아니라, 사건 자체도 너무 엽기적이라 뒷맛이 개운치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오츠 이치에게 더 잘 어울리는 소재가 아니었을까요? 오츠 이치가 이 소재로 작품을 썼다면 소녀들이 비밀을 알게 된 후에는 서로를 난도질한다는 결말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만.... 어쨌건 저는 이런 류의 이야기는 전혀 취향이 아닙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회전목마"
이 이야기는 두개의 이야기, 즉 "3월의 나라"에 존재하는 "학원제국"에 전학온 여학생 미즈노 리세의 이야기 +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실제로 써 나가는 작가의 이야기가 결합된 작품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이야기들이 왜 공존해야 하는지 도저히 이유를 알 수가 없더군요. 재미있는 시도이긴 하지만 연관성도 느끼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야기가 따로 노는 느낌이 너무 강하거든요. "학원제국" 이야기는 만화나 판타지에 너무 흔히 등장하는 소재라서 큰 감흥이 없기도 했고 말이죠.

실제 작가가 책을 써 내려가는 부분의 이야기는 다양한 과거의 소품들 - 옛날 만화, 헨리 다거의 그림, 영화 "엘모의 모험", 소설 "컬렉터" 등 - 을 등장시키는 등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는데, 지나치게 뻔하고 지루한 "학원제국" 이야기가 중간중간 섞여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통에 맛난 것만 먹고 싶은데 제가 싫어하는 아이스크림이 담겨서 싫어도 섞어 먹게 되는 기분이었어요.

그래도 제가 읽지 못했거나 접하지 못한 컨텐츠를 소개하는 작가의 글빨은 정말로 장난이 아니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학원제국" 이야기는 빼고 읽죠 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