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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5

마술사가 너무 많다 - 랜달 개릿 / 김상훈 : 별점 3점

마술사가 너무 많다 - 6점
랜달 개릿 지음, 김상훈 옮김/행복한책읽기

영불 제국의 마술사 컨벤션이 열린 고급 호텔의 객실에서 런던 후작의 주임 법정 마술사인 서 제임스 즈윈지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피해자의 방은 완전한 밀실상태. 런던 수사 당국에서는 서 제임스의 라이벌이자 사건 현장을 발견한 노르망디 대공의 법정 마술사 숀 오 로클란을 용의자로 체포하여 런던 탑에 감금한다. 다아시 경은 숀을 구해내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오고 이 사건이 살해된 이중간첩 바르부르 사건 및 해군에서 새로 개발된 비밀 병기와 관련되어 있는 중대한 사건이라는 것을 알게되어,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기 위한 수사에 착수한다.

"나폴리 특급 살인"을 읽고 급 뽐뿌가 와서 헌책방을 뒤져 구입한 책입니다.

그런데.... 읽고나니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특히 저같은 추리 애호가에게는 더욱요. 일단 트릭 자체는 괜찮습니다. 에드워드 호크의 밀실 추리소설 베스트 15에도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말이죠. (그가 편저한 1981년 판 'All but impossible! an anthology of locked room and impossible crime' 의 서문에 등장) 순수 고전 트릭물에 쓰였어도 충분히 합리적인, 아주 괜찮은 아이디어였어요.

그러나... 괜찮은 트릭 하나만 가지고 장편 전체를 이끌어나가기에는 힘이 좀 부족했습니다. 왜냐하면 추리적으로는 곳곳에 허점 투성이였거든요. 예를 들자면, 마스터 유웬과 만나게 된 애슐리 경의 행동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 시점에서 애슐리 경은 마스터 유웬과 사력을 다해 싸울 필요도 없고 다아시경을 구해줄 필요도 없었죠. 또한 도박장에서의 변명 역시 치졸해서 곧바로 탄로날게 뻔한 내용이었다는 것 등 치밀함도 부족했어요.
그리고 서 제임스 즈윈지가 "두번 죽었다" 는 부수적인 이야기라던가 메치코에서 온 흑마술 전문가 존 케찰경, 다아시경의 사촌형 런던 후작과 그의 부관 본트리옴프경 같은 캐릭터는 단지 이야기를 길게 늘이기 위한 불필요한 요소가 아니었나 생각되더군요. 이렇게 작품의 줄거리와는 상관없는 이야기가 많아지니 살짝 지루하기도 했어요. 마스터 숀의 쓰잘데 없는 마술쇼, 존 케찰경이나 메리 공작부인 같은 캐릭터를 다 날려버리고 중편정도로 꾸몄더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장편으로 길게 늘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와 재미를 추가하기 위한 작가의 노력은 잘 알겠지만 외려 역효과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해서 읽게 만드는 재미는 충분합니다. 물론 이 재미는 다아시경이라는 캐릭터와 독특한 SF-판타지 적인 설정 등에서 오는 요소일 뿐이지만 뭐 이런 요소를 기대한건 사실이고, 스토리와는 별개로 다아시경과 공작부인의 관계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외려 흥미가 생기기도 했으니 나름 기대에는 값한것이겠죠. 마스터 숀과 유웬의 마술 대결도 무협지스러운 재미가 있어서 볼만했고요.
덧붙여, 제목부터 "요리장이 너무 많다"의 패러디이기도 한 이 작품 속에는 다아시경의 사촌인 런던 후작 (네로 울프) - 본트리옴프 (아치 굿윈), 서 라이언 갠달푸스 (회색의 갠달프) 등 유머스러운 패러디 역시 많아서 쟝르문학 팬으로서는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때문에 별점은 3점입니다. 아주 형편없지는 않고 평균정도는 되는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어렵게 구한 보람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뭐니뭐니해도 다아시경 시리즈의 유일한 장편이니 만큼 팬이라면 반드시 챙겨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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