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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26

슬픈 궁예 (소설과 역사의 경계에서) - 이재범 : 별점 2점

슬픈 궁예 - 4점
이재범 지음/푸른역사

그다지 사료나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궁예에 대한 책. 예전 "태조 왕건"이라는 드라마가 절찬 방영중일때 인기가 갑자기 폭발했던 시기 출간된 책인 것 같습니다.

제목 그대로 궁예와 그의 고려, 혹은 마진, 혹은 태봉이라는 국가에 대한 저자의 독특한 시각에서의 고찰과 연구가 돋보입니다. 그의 출생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어 궁예가 장보고 세력과 어느정도 혈연 관계가 있지 않았나 의심해 보는 것에서 시작해서, 궁예가 장군으로 발돋움해 나가는 과정과 그 과정에 얽힌 당시 국내 정세에 대한 연구, 그리고 그의 국가 형성에 이은 당시 국제정세 및 중국과 거란과의 외교 관계 분석, 마지막으로 궁예의 몰락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논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궁예는 전설이나 드라마등에서 흔히 보여지는 악인이 아닌, 스스로 나름의 능력과 힘을 지녔던,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대동방국을 꿈꿔왔던 인물이라고 하는군요.
거기에 왕건과 견훤등의 인물에 얽힌 이야기를 잘 짜 맞추고 있어서 흡사 일본의 전국시대의 이야기나 무용담을 보는 듯한 재미도 느껴집니다. 저자가 견훤-궁예-왕건을 노부나가-히데요사-도쿠가와에 비유한 것은 좀 지나치다 생각은 들지만요.^^

하지만 저자가 워낙 궁예를 좋게만 보려고 노력한 점이 너무 많이 눈에 띄이고, 주장하는 내용들도 워낙 사료가 없고 유적지마저 비무장지대에 있는 탓에 뒷받침되는 증거가 거의 없어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이 약점입니다. 전설과 구전되어 오는 여러 자료에 의지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이 책을 역사서로 보기는 어렵게 만드네요.
물론 저자도 학자 출신답게 왕건이 "반란"을 일으킨 세력이므로 정당하게 선왕을 평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부분을 상당히 자세하고 집요하게 파고들어 어느정도의 근거는 제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고증된 역사서에 비한다면 "역사" 보다는 저자의 창작과 판단이 상당히 많이 개입되어 있는, 소설에 가까운 책으로 보이네요.

그래서 별점은 2점. 허나 궁예라는 인물에 대해 색다른 시각을 제공하는 노력은 마음에 듭니다. 후삼국 시대에 대한 보다 철저한 시대 구분 및 연구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생각에도 동의하고요. 훗날 비무장 지대에 있는 유적이 연구될 수 있는 시기가 온다면, 또 보다 많은 근거와 자료, 증거를 확보하게 된다면 보강하여 보다 탄탄한 역사서로 거듭나기를 희망합니다.

2005/10/25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 정창 : 별점 2.5점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 4점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정창 옮김/열린책들

미술품 복원 전문가 훌리아는 곧 경매에 걸릴 플랑드르 시절 거장 반 호이스의 작품 "체스 게임" 복원 중, 엑스레이 사진에서 그림 밑에 숨겨진 수수께끼의 메시지 "누가 기사를 죽였는가?"를 발견한다. 메시지가 그림의 모델인 오스텐부르크 대공과 로제 드 아라, 그리고 부르고뉴의 베아트리체의 관계와 관련된 내용임을 짐작한 훌리아는 조사에 착수하고 후원자이자 아버지와 같은 골동품상 세사르의 도움으로 그림안의 체스 게임과 메시지의 연관성을 해결하기 위해 체스 플레이어 무뇨스에게 기사 (나이트)를 잡은 말이 무엇인지 부탁하게 된다.
그에게서 기사를 잡은 말은 흑녀, 흑의 여왕임을 알게 된 후 의문의 인물에게서 그림 속에서 중단된 체스게임을 계속하라는 메시지가 도착한다. 그리고 시작되는 연쇄살인과 그림의 도난 뒤 훌리아와 무뇨스는 범인이 누구인지 깨닫게 되는데....

레베르테의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입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추리소설을 한권 읽은 것 같네요.

이 작가 작품은 이전에 "뒤마클럽"을 읽어 보았지만 사실 "뒤마클럽"은 기대에 많이 미치지 못해 실망이 더 컸습니다. 그래도 이 작품은 제법 재미있더군요.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통해 현학적인 지식을 과시하는 특유의 문체는 여전하지만 이야기의 맥락은 그런대로 명확한 편이거든요. 체스를 통한 연쇄살인이란 아이디어도 재미있었고요. 무엇보다도 이야기에 나오는 체스의 행마를 따라가는 재미가 굉장합니다! 참고로 체스를 소재로 삼은 작품은 캐더린 네빌의 "에이트 (8)"라는 작품도 있었지만 이 작품은 체스의 말을 움직이는 "행마"를 주요 소재로 삼아서 차별화에 성공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사 추리"라는 요소는 사실 거의 없습니다. 중반 정도에 흑녀가 기사를 잡은 것을 알게 된 이후에는 역사속의 인물들과 사건은 별로 중요하게 되지 않거든요. 이후 발생하게 되는 현실의 사건들과 과거의 사건이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것도 역사 추리물로 평가하기 어렵게 만들고요. 전체적으로 본다면 전반부는 역사 추리, 후반부는 평범한 추리 스릴러물로 양분되는데 두 사건을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합습니다.
아울러 추리적으로도 단점이 제법 됩니다. 살인의 동기가 비약이 심하다는 점, 그리고 전개가 설득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점이 그러해요. 동기가 불분명해서 범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건 작가 입장에서는 범인의 의외성을 강조할 수 있는 방법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독자에 대한 반칙이라 생각되거든요.

요약하자면 추리소설이라고만 본다면 부족한 부분이 굉장히 많긴 하지만 작가 특유의 방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한 내용 전개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정말 이 사람은 "프로"작가다! 라는 것이 팍팍 와 닿는달까요?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덕분에 긴 분량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흥미를 놓치지 않는 맛도 잘 살아 있고 마지막의 범인의 자백에서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이끌어내는 부분도 괜찮고요. "강추"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번 읽어볼만 한 책인것 같습니다. "체스"라는 소재를 잘 알고 있다면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PS : 좀 조사해 봤는데 피터 반 호이스라는 작가는 역시 가공의 인물인 것 같군요.

2005/10/21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 디 브라운 / 최준석 : 별점 3.5점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 8점
디 브라운 지음, 최준석 옮김/나무심는사람(이레)

"유일한 좋은 인디언은 죽은 인디언 뿐이다"

부제는 "미국 인디언 멸망사". 인디언들이 어떻게 백인들에 의해 지금의 보호구역으로 밀려나가 비참한 삶을 겨우겨우 영위하게 되었는지 부족과 인물별로 소상하게 기록한 책입니다. 원래는 유신독재 시절에 번역되어서 나온적이 있다고 하는데 아버지가 그 당시 좋은 인상을 받으셔서 새로 재간된 책을 사 주셨지만 별 관심없어 몇년 처박아 두다가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었네요. 아버지 감사합니다.^^

영화나 TV등에서 접했던 여러 부족들 - 나바호, 아파치, 코만치, 샤이엔, 수우 족 등은 물론 이름도 부르기 어려운 여러 부족들 - 아라파호, 카이오와, 치리카우아, 퐁카 등등 많은 부족들이 독자적인 문화를 가지고 자유롭게 삶을 영위하고 있었지만 후안무치한 미국의 이른바 "개척자들"에 의해 서서히 몰락해 가는 과정이 굉장히 디테일해서 인상적이고, 그 와중에 백인들에 대항해 싸웠던 여러 영웅들의 이야기도 같이 실려 있어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영화로도 잘 알려진 "제로니모"를 비롯해서 커스터 기병대를 전멸시킨 "앉은소", 처음으로 싸워 이겨서 성과를 얻은 "붉은 구름" 등등등...
이러한 흥미진진한 영웅담 외에도 서부 개척사로 미화된 정 반대쪽 측면에 '개척'이라는 미명하에 침략자에게 농락당한 원주민인 인디언의 역사가 있다는 것을 잘 알려주는 것이 좋았습니다. 드넓은 대지에서 자유롭게 살다가 주는 것 하나 없이 빼앗기만 하는 백인들에게 밀려 결국 지금은 초라하게 살아가는 인디언의 모습은 정말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 주네요. 이 미국인들이 지금도 마찬가지로 남의 나라에서 학살과 약탈을 자행하는 모습이 그대로 겹쳐지는 것도 신기하고요. 과연 역사는 되풀이 되는 것인가?

이런 모진 수난을 겪은 뒤에도 2차대전때 명목상의 "미국인"이 되어 암호병으로 끌려간 나바호 인디언들의 모습이 겹쳐지며 안쓰럽기만 합니다. 인디언들의 현재의 수난사를 알고 싶다면 저도 다른 책은 잘 모르겠고 "고스트웨이"등 토니 힐러먼의 나바호 인디언 탐정 시리즈를 같이 읽어 준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인디언들이 조금만 더 단결했더라면, 정말로 위대한 대 추장이 있었더라면 지금은 조금 더 좋은 대우를 받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지난 역사의 흐름은 되돌릴 수 없겠죠.... 여튼, 꼭 한번 읽어볼만한 좋은 미시사 책입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PS : "타탕카 요탕카"가 인디언 이름으로 "앉은 소"군요. 제 이름도 한문의 뜻 번역을 한다면 "영원한 보물" 정도 돼지만 아무도 이렇게 이해하고 부르지는 않지요. 발음상으로 읽어 주는 표기도 병행해 주는것이 좋았을 것 같은데 이래서야 "댄스위드울브스"와 같은 센스죠. "운디드니" 도 인디언 말이 아니라 "Woonded Knee"라는 표기로 된 지명인데 원어표기가 아쉬운 부분입니다.

PS 2 : 영화로 유명한 "모히칸" 족은 등장하지 않네요. 별 비중이 없었나?

2005/10/20

to Cats 고양이에게 - 권윤주

To Cats - 4점
스노우캣 글.그림/모요사

스노우캣으로 더욱 유명한 권윤주씨의 사진+카툰집입니다.

스노우캣 사이트는 자주 찾아가는 편이지만 저와는 상당히 기호가 다르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습니다. 이 기획 자체도 책보다는 하나의 Contents로서 온라인에서 보여지는 것이 더 맞지 않았을까 싶었고, 풀 칼라에 종이도 좋은것을 쓴 탓인지 180페이지 정도의 책이 무려 12,800원(!)이라는 가격이라 구입할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애묘인도 아니고요. 그런데 우연찮게 같은 회사 팀장이 구입하고 칭찬해서 한번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권윤주씨의 고양이 "나옹"군의 사진과 카툰으로 이루어진 내용으로만 본다면 사실 그다지 알맹이가 있는 책은 아닙니다. 책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팬시라고 생각되네요. 애묘인들은 다양한 고양이 "나옹"의 사진을 보며 즐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애묘인이 아니라면 별로 땡기는 책은 아닐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사진이 그다지 재미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 하지만 같이 실려있는 만화와 글에서 권윤주씨의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진하게 뭍어나오는 것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뭔가를 이렇게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도 참 행복한 일이 아닐까 싶군요.

2005/10/17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 실록 - 박영규 : 별점 3점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 6점
박영규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요사이 흥미가 생겨 바짝 많이 읽고 있는 역사관련 서적입니다. 역시나 집에 오래전부터 있던 책인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네요. 제목 그대로 조선왕조 500년의 정사 실록을 다이제스트 해 놓은 고등학교 참고서 같은 책입니다. 학생때는 읽지도 않았던 책을 나이 들어 관심갖고 읽으려고 하니 왠지 좀 웃기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방대한 내용을 한권에 실으려다 보니 엄청나게 요약, 압축했고 전부 정사 위주이므로 재미있는 부분은 그다지 없지만 한번에 조선왕조의 역사를 훝어 내려갈 수 있다는 점에서는 꽤 괜찮은 독서였다 생각됩니다.
조금 특이한 것이 저자는 객관적이고 현실 논리를 바탕으로 자신의 논리를 피력하고 있는데 정사와 저자의 판단이 틀린 왕은 광해군 정도입니다. 아무래도 정사 실록을 바탕으로 한 만큼 왕들에 대해 어떻게든 좋은 평가를 내리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더군요. 이 책을 보면 조선조 왕 중에서 왕의 그릇이 안되었던 왕은 연산군 밖에는 없어요.
그리고 지금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조선 몰락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붕당"은 사실은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었다 같은 저자의 견해가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폭넓게 실려져 있는데 이런 해석들이 꽤 재미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읽었던 역사 서적들이나 여러 드라마들과 비교해서 읽는 재미가 있어서 더욱 좋았어요. 예를 들면 "운부"에 나오는 한중혁이 소론, 김춘택이 노론이었다는 것 같은 것 말이죠. 그 외에도 드라마로 따진다면 "용의 눈물"과 "여인천하", "불멸의 이순신" 등의 실제 내용을 요약해서 정리하는데 큰 도움을 주네요. 앞으로 역사 서적이나 드라마를 읽고 보는데 요긴하게 쓰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왕의 계보에 대한 도표 이외에는 도판이 전무한데 붕당의 성립 및 그 분열에 관한 도표 정도는 부록 형식으로 넣어주는 것이 어땠을 까 싶고 편찬 경위는 그닥 필요 없는 내용이 아니지 않았나 싶긴 하지만 일반인이 손쉽게 읽기에는 어려운 정사 실록을 바탕으로 읽기 편하게 새롭게 구성하였고 당시 사회상 및 세계 정세의 요약은 물론 중요 인물들에 대한 내용도 상당히 많으므로 역사에 흥미가 있다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최소한 저는 고등학교때의 참고서보다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런걸 본다면 교과서도 보다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2005/10/14

칼의 노래 1,2 - 김훈 : 별점 3점

칼의 노래 - 6점
김훈 지음/문학동네

불멸의 이순신 원작이라죠? 드라마는 제대로 챙겨보진 못했지만 소설의 유명세는 익히 알고 있던 차에 집에 있다는 사실을 얼마전에 알아채고 읽기 시작한 책입니다.

줄거리는 너무나 잘 아는 내용이기에 생략합니다만, 방대한 "성웅"으로서의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에서 백의 종군 중 칠천량 해전에서 조선 수군이 전멸 한 후 다시 삼도 수군 통제사가 된 이후부터의 이야기만 그리고 있는 것이 특이하더군요. 태어날때 부터 범상치 않았다....어쩌구 하는 전형적인 영웅담 구조가 아니라 신선했습니다. 이야기의 묘사도 1인칭으로 묘사되는데 성웅, 영웅으로서 마쵸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영웅전의 인물이 아니라 굉장히 감상적이고 예민한 인물로 심리를 묘사함으로써 색다름과 함께 파격이 느껴지더군요.

무엇보다도 작가의 치밀한 자료조사로 표현한 여러 세부 묘사들이 좋습니다. 전멸에 가까운 참패를 당한 조선 수군의 기지를 옮겨가면서 재건해 나가는 과정, 그리고 당시 있었던 여러 소소한 사건들과 더불어 실제 당시 해전에서의 여러 전법 및 전술, 무기 및 작전 체계 등이 이순신 장군의 1인칭 시점으로 묘사되는 것이 새로우면서도 참으로 재미납니다.

요사이 젊은 작가들의 책들에서 느껴지는 가벼움과 현란한 묘사가 절제되어 표현되면서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이순신장군이라는 인물의 새로운 해석을 곁들인, 동인 문학상을 탈만한 새로운 느낌의 소설임에는 분명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뻔하고 어찌 보면 진부한 이야기를 자신만의 해석으로 독자에게도 신선하게 다가가는 이러한 방법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보이네요. 저도 많이 참고해 봐야 겠습니다.

그나저나 전체적으로 굉장히 짧은 분량인데 왜 1,2권으로 나뉘어져 출판되었는지는 모르겠고 인물과 당시 해전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부록 형식으로 실어 놓은 것은 좋았지만 도판도 좀 충실하게 같이 실어 주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아 약간 아쉽긴 하네요.

2005/10/11

고고학자 조유전의 한국사 미스터리 (발굴로 풀어본 살아 있는 우리 역사 이야기) - 조유전 / 이기환 : 별점 3점

고고학자 조유전의 한국사 미스터리 - 6점
조유전 이기환 지음/황금부엉이

고고학자 조유전 선생님의 발굴, 그리고 발굴된 유물과 유적에 대한 책입니다. 
그동안 역사책으로만 접해왔던 여러 내용들을 유물과 유적을 근거로 발굴 당시의 여러 상황과 이후 이야기까지 곁들여 재미나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발굴 당시에 대한 상세한 묘사들이 많은데 이런 부분에서는 예전에 읽었던 "부활하는 군단"이 연상되더군요.
하지만 "부활하는 군단"과 비교해 볼때 이 책이 보다 다양한 유물과 유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더 좋았습니다. "부활하는 군단"쪽은 발굴 이야기와 유물에 대한 내용이 훨씬 상세한 것은 좋았지만 별 필요 없는 내용도 제법 되는 만큼 지루한 면도 없잖아 있었는데, 이 책은 짤막짤막 많은 이야기가 펼쳐지다 보니 재미와 호흡 면에서는 훨씬 마음에 들기도 했고요. 아무래도 가까운 곳에서 접해보았던, 친숙한 내용이 많았기에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네요.

원래 경향 신문에 연재되었던 내용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목차만 보더라도 무려 22개나 되는 많은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난개발 공사판에서 발견한 풍납토성의 발굴과 역사적인 고찰, 특히 발굴의 주역이었던 이형구 교수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유물 중에서도 유명한 신라의 금관 이야기도 빼 놓을 수 없을 것 같고 소문과 책으로만 접했었던 청해진 본영의 발굴을 통해 해석된 청해진의 규모에 관한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삼국시대 이야기가 반 이상인데 그다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백제 이야기를 많이 담으려는 시도도 엿보이는데 이것도 좋은 기획이라 생각됩니다. 도굴에 대한 여러 증거들과 아쉬움을 토로하는 대목들도 인상적이었고요.

하지만 석기시대에서 조선까지를 아우르는 방대한 내용인데 목차 정도는 연대별로 배열해 주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고, 도판도 컬러 인쇄이긴 하지만 보다 다양하고 많은 사진을 담고 있었더라면, 그리고 연표 정도는 같이 실어 주는 것이 어땠을 까 하는 아쉬움이 약간 있긴 하지만 무척 재미있고 유익한 독서였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역사를 기록에만 의지하지 않고 이렇게 실제 유물과 유적과 병행하여 접하니 왠지 더욱 친밀한 느낌이 들더군요. 거기에 여러 발굴 이야기들도 굉장히 현장감이 넘치면서도 흥미진진하니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05/10/07

iCon 스티브 잡스 - 제프리 영, 윌리엄 사이먼 / 임재서 : 별점 3점

iCon 스티브 잡스 - 6점
제프리 영 외 지음, 임재서 옮김/민음사
스티브 잡스의 전기입니다. 아직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살아있는 인물이라 일대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어쨌건 Apple의 CEO인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의 출생에서 현재까지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평소 읽고 싶었지만 2만원이라는 가격의 압박에 좌절했다가 Apple과 맥 매니아인 형이 구입했길래 잽싸게 읽어버렸습니다.

Apple의 탄생과 현재까지의 역사를 비롯해서 잡스가 설립했던 Next와 투자해서 대박이난 Pixar에서의 행적을 비롯하여 잡스의 주변인물들에 대한 자세하고 다양한 해설과 설명, 여러 관계들, 그리고 Pixar와 디즈니의 암투와 같은 재미난 뒷 이야기가 가득해서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용비어천가식의 찬사가 아니라 신문기사를 보는 것 처럼 굉장히 비판적이고 충실하게 잡스에게 접근하고 있어서 잡스라는 한 인간에 대해 너무나 잘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잡스는 비젼, 카리스마와 화술, 쇼맨쉽은 인정할 만 하지만 인간적으로는 무척이나 문제가 많은 친구더군요. 어떻게 보면 히틀러와 캐릭터 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유사점이 많다고 생각될 정도거든요.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고 필요한 인재가 최대치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탁월한 능력이라 생각되지만 자신이 항상 모든 것을 지배하려고 하는 심리가 과잉으로 넘쳐 같이 일하면 무척이나 피곤할 것 같은 타입으로 보이네요. 거기에 그의 성공에는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자신이 영광을 차지한, 너무나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판단으로 가득찬 과거가 너무 많아서 결코! 존경할 수는 없는 인물이라 생각됩니다. 

뭐 그래도 성공한 인물이니 본 받을 것은 본 받아야겠죠. 스티브 잡스의 화려한 프리젠테이션 능력 하나만큼은 꼭 본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거기에 나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비정해져라!"라는 불변의 진리에 대해 충실해 져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곰곰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2005/10/05

한국의 불가사의 - 김한곤 : 별점 2점

한국의 불가사의 - 4점
김한곤/새날

예전에 방영된 TV 프로그램을 글로 옮긴 책. "마이산 탑사", "운주사 천불천탑", "잊혀진 왕국 가락국", "팔만대장경의 수수께끼", "경주 석굴암", "한반도의 쥐라기 공원" 이라는 6개의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지는 못했는데, 목차와 제목만은 꽤 흥미로와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읽다보니 일단 지금 읽기에는 조금 낡은 내용이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대장경과 석굴암은 이미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등에서 보다 재미나고 상세하게 접했기 때문이에요. 한반도의 쥐라기 공원은 공룡 화석을 가지고 옛날 이 땅에 살았던 공룡들에 대해 기술하고 있는 내용으로 딱히 흥미있는 소재가 아니었고요.
또 20세기 초반에 신선같았던 인물인 이갑룡 처사가 만들었다는 마이산 탑사는 실제 이갑룡 처사의 전설과도 같은 행적과 더불어 꽤 재미를 가져다 주긴 합니다만 문제는 설화나 전설같은 이야기를 가감없이 구성해서 수수께끼같은 현상만 나열했을 뿐 그것의 원리나 이치는 전혀 설명해 주지 않는 다는 점이죠. 사실이야 어찌되었건 독자로서는 참 김빠지는 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거저 먹으려는 건가....


운주사 천불천탑은 제목 그대로 운주사와 불탑, 불상에 관한 이야기인데 얼마전 읽은 "운부"에 잠깐 언급되었던 와불 이야기가 나와서 그나마 지루하지 않게 읽었고, 가락국의 왕비가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이었다는 전설을 사료와 몇몇 증빙자료로 입증하고 있는데 그나마 가장 과학적이고 상세해서 어느정도 기대에 값하긴 합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게 사실입니다. TV 프로그램이 원전이라면 보다 상세한 자료 조사와 다양한 도판이 수록되었어야 하는데 그 역시 수준 이하고요. "마이산 탑사" 이야기처럼 고작 100년도 지나지 않은 사실에 대한 검증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제목에 걸맞는 다른 멋진 책이 나와 주었으면 합니다.

아주 옛날에 작업하다 중단한...

백업파일을 정리하다가 한 5년전에 작업하다가 중단된 캐릭터가 있어서 개인적 공간이니 만큼 용기내어 한번 올려봅니다.

동양적인 느낌의 한국 캐릭터를 위해 구미호라는 소재를 가져 와서 진행하던 것이었는데 흐지부지 중단되어 버려서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기도 하네요. Tool은 일러스트레이터를 이용했습니다. 현재 완성도는 70% 정도? 형태정리 없이 급한 마음에 디테일이 들어가서 손본다면 대공사의 예감이 드는군요.

이래저래 말 많고 탈 많았던 캐릭터고 완성본도 아니지만, 심지어 이름조차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애착이 갔던 아이입니다. 앞으로 뭔가 손을 좀 더 대보고 싶기도 한데 마음만큼 의욕이 생기질 않네요...^^

SWF로 약간 작업해 놓은 애니메이션도 있는데 썸네일 수준이지만 기회되면 그것도 한번 올려 보겠습니다.

2005/10/03

너는 내 운명 (You're my sunshine) - 박진표 : 별점 3점


서른 여섯살의 농촌 노총각 석중은 목장 경영이 꿈인 알뜰 구두쇠의 순진한 사나이. 어느날 그는 순정다방에 새로 온 레지 은하를 보고 첫눈에 반해 그녀를 쫓아 다니기 시작한다. 석중의 진심을 외면하던 은하도 손님에게 크게 다친 뒤 정성스러운 간호를 해 주는 석중의 마음을 받아들이게 되고 둘은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은하가 AIDS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석중에게서 은하는 옛 남자를 피해 떠나게 되고 석중은 은하를 찾아 전국을 헤멘다. 1년 뒤, 은하가 사창가에서 적발되어 구속된 이후 감염사실이 폭로되지만 석중은 가족과 마을 사람들의 쏟아지는 비난을 감수하며 그녀를 기다리게 되는데...

정말 오랫만에 본 '정통 한국판 최루성 멜로물'

솔직히 그간 우리나라 영화들은 특히 코미디의 경우 살짝 눈물을 짜내게 하려는 감동적인 장면을 집어넣곤 했었는데 저는 이런 방식이 무척이나 짜증났었습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내러티브가 다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였거든요. 하지만 우직하게 한번 울려주겠다라는 결심을 하고 처음부터 진행되는 이 영화는 최소한 내러티브나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허술함을 찾을 수 없는 꽉 짜여진 전개를 보여줍니다. 때문에 마지막에 관객들 눈에 눈물 한번 핑 돌게 하는데 완벽하게 성공하고 있고요.

거기에 황정민과 전도연 두 배우의 연기는 정말 대단합니다! 나문희씨 등 중견배우들의 백업도 탄탄하지만 두 주연배우의 힘이 이 영화의 거의 모든 것이라 할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가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궁상맞은, 어떻게 보면 시대착오적인 영화라고도 할 수 있지만 우직하게 한 길만 걸어가는 영화의 힘과 배우들의 호연으로 미워할 수 없는 작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배우의 연기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 주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전제를 영화 앞부분에서 부터 관객에게 알려주고 영화가 진행되는데 실제 당사자분들에게는 누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더군요. 영화에서 AIDS를 무슨 문둥병 마냥 묘사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실화에 대한 내용을 조금 조사해 보았는데 너무 처절해서 차라리 실화 어쩌구 하는 이야기를 아예 빼고 만들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았습니다. 감독이 조금만 조사했어도 이렇게 포장은 못했을 것 같은데 아무리 영화는 영화라지만 좀 심한 것 아닌가 싶네요. 이런 이유로 좋은 영화이긴 하지만 뒷맛은 개운치 못했습니다. 흥행에 성공하고는 있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는군요.

운부(雲浮) 1~3 - 이덕일 : 별점 2점

운부 3 - 6점 이덕일/랜덤하우스코리아

조선 숙종조, 서인과 남인의 당쟁이 극심한 상황에서 백성들의 고초는 극에 달한다. 이에 면벽수련을 통해 백성을 위한 나라를 세울 것을 결심한 운부대사는 정감록의 비결을 바탕으로 포은 정몽주의 후손을 옹립하여 왕으로 만드는 백성들을 위한 "미륵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 다양한 인물들과 접촉하여 혁명의 계획을 세워나간다.
한편 남인의 세상이던 조정에서 왕비 장씨에 대한 애정이 식은 숙종의 변덕에 의해 서인이 정권을 다시 잡는 환국이 일어나 조정에 피바람이 불게 된다. 이때 운부대사의 제자이자 풍수사인 이영창은 남산골에 잠입하여 거사시 수족이 될 "삼광사한"을 찾아 서얼과 중인으로 세상에 불만이 많던 이들을 거사에 가담시키는데...


"누가 왕을 죽였는가"라는 흥미진진한 논픽션으로 먼저 접한 이덕일씨의 장편소설입니다. 소설은 숙종실록에 실려 있는 짤막한 기록, 조선 숙종 23년에 운부라는 승려와 이영창이라는 풍수사가 조선을 멸한 후 정씨를 임금으로 세우고, 청나라를 공격해 최씨를 임금으로 세우려 한 사건을 가지고 장편 소설로 재 구성해 낸 것입니다.

하지만 소설 자체만 놓고 본다면 그다지 잘 구성한 소설이라고 보기에는 힘드네요. 사학자 출신인 탓에 소설적인 구성력이 미흡해 보인다고나 할까요? 소재만 놓고 본다면 상당히 흥미로운 소재고 이덕일 씨 특유에 사학자다운 철저한 자료 조사를 기반으로 한 작품임에는 분명하지만 역으로 말한다면 사료 그 자체가 별로 없는 가공의 이야기를 재 구성하는 데에서는 힘이 많이 딸려 보입니다.
또 전 3권의 소설인데 주요 내용의 얼개가 되는 승려 운부와 이영창의 역성혁명 이야기보다는 당시 서인과 남인의 조정에서의 주도권 싸움 (환국)을 1권 반에 걸칠 정도로 자세하게 묘사함으로써 이야기가 두개로 갈리는 느낌이 강합니다. 이건 삼국지에서 여포와 동탁 이야기가 유비나 조조보다 더 비중있게 나오는 것과 다를게 없죠. 그리고 남은 1권 반 분량에서 혁명의 과정을 묘사하는 것은 앞부분의 당쟁 이야기보다 치밀하지도 못하고 별로 보여주는 것도 없습니다. 작전 자체가 너무 어설플 뿐더라 주인공, 특히 운부대사의 활약이 너무나 미비하기 때문이죠. 등장 인물도 운부대사를 비롯해서 대성법주나 묘정같은 스님들, 일여라는 뛰어난 무예의 스님, 거기에 장길산까지 포함되는 다양하고 이야기거리도 많은 설정인데 이영창 하나만을 가지고 이루어지는 거사의 모의는 현실성도 떨어지지만 극의 재미를 너무나 반감시킵니다. 이런 부분에서 더욱 재미있게 쓸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너무 크네요.

물론 "당쟁으로 보는 조선 역사"라는 논픽션의 저자다운 사실에 기반을 둔 당쟁의 묘사는 굉장히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긴 합니다. 차라리 이 부분을 더 집중 조명해서 소설화 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 같은데 유감스럽네요. 저에게는 운부대사의 이야기보다는 당쟁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고 와 닿았습니다. 별점은 2점. "당쟁으로 보는 조선 역사"나 구입해서 읽어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