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는 군단 1 - 웨난 지음, 유소영 외 옮김/일빛 |
부활하는 군단 2 - 웨난 지음, 유소영 외 옮김/일빛 |
"진시황이 즉위하여 여산에 치산 공사를 벌였다... 지하수를 세번 지날 만큼 땅을 깊이 파고, 녹인 구리를 부어 "곽"에 이르게 했다... 장인들로 하여금 자동으로 발사되는 기계 장치가 된 쇠뇌를 만들게 하여 접근하는 자가 있으면 즉시 발사되도록 했다. 수은으로 온갖 하천과 강, 바다를 만들고, 기계를 이용해 수은이 흐르게 했다. 인어 기름으로 초를 만들어 영원히 꺼지지 않게 했다... (사마천, 사기)"
중국의 최초의 진정한 황제라 할 수 있는건 시황제죠. 이 책은 진시황의 병마용갱을 발굴하며 얻어진 고고학적 성과를 자세히 고찰하면서도 당시 시대상황과 중국 고고학계에 던지는 메시지까지 담겨있는 저서입니다.
2권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1권은 병마용갱의 발견과 발굴에 이르는 숨가쁜 상황과 발견된 유물들을 자세히 분석하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각종 사료들, 발굴된 유물에서 유추한 당시 무기들과 군대 편제, 진법, 그리고 춘추 전국 시대와 진 왕조의 사회 구조와 법령 등 역사적 사실까지 고찰하고 유사 유물들과의 비교를 통한 해석을 덧붙여 책의 충실도를 높이고 있죠.
2권은 병마용갱의 또 다른 대 발견이었던 "동거마" 발굴에 관련된 일화와 동마에 관한 자세한 고고학적 연구 및 고찰이 전반부의 주요 내용입니다. 1권에 못지 않을 정도로 자료적 가치가 상당합니다.
중반부에는 병마용을 찾아왔던 각국 유명인사들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으며 (레이건과 닉슨 등), 후반부에는 2번에 걸쳐 발생했던 "장군용두"도난 사건과 도난 사건에 연루되었던 관계자들의 증언, 그리고 도굴과 문화재 밀반출이 심할 뿐 아니라 기껏 발굴한 유물도 도난과 관리 소홀로 인한 문제점 등의 중국 고고학의 현실과 병마용의 현실도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도굴및 유물 보존에 대한 문제점은 유흥준 교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지적한대로 국내에도 거의 비슷하게 적용될 것 같지만 하나 부러운 것은 용두 도난사건의 범인들에게 이례없는 중형 (사형, 무기징역 등) 을 선고한 중국 정부의 태도입니다. 너무 가혹하지 않나 싶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중형은 꼭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진시황릉 지하궁에 대한 각종 사료 조사 및 향후 발굴 계획 등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며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항우가 진시황릉을 불태우고 유물을 약탈한 등 여태까지의 사료에서 밝힌 도굴에 관한 것이 역사적, 과학적으로 볼때 거의 신빙성이 없다고 단정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아직 발굴 계획은 없다고는 하나 사료적으로 밝혀진 여러 내용만으로도 지하궁에 대한 기대를 높여줍니다.
비록 2권 중반부의 방문한 사람들에 대한 묘사나 도굴에 대해 지나치게 길게 서술한 점, 너무 공산당 정부측 입장을 대변하는 것 처럼 보이는 후반 묘사는 분명 거슬리고 불필요한 부분이며 권당 12,800원이라는 가격도 부담되는건 사실이에요.
허나 역사와 고고학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충분히 그만한 가치를 가진 책입니다. 무엇보다도 고고학-역사 관련 서적이 그다지 많지 않은 국내 현실에서 거의 독보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세한 도판과 해설이 곁들여져 지적 만족감을 충실하게 해 준다는 것 만큼으로도 높은 점수를 줄 만 하죠. 저자의 문장력도 상당한 편이라 읽는 내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재미까지 주기도하고요. 때문에 별점은 4점입니다.
이런 책만 출판해도 출판사가 버틸 수 있는 문화적 풍토가 국내에 조성되기 위해서라도 저자의 다른 책 "마왕퇴의 귀부인"도 구입해 봐야 겠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