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0/05/31

2010.5.25 ~ 5.30 한주간 두산베어스 단상

 

좋았던 점 :
1. 고창성 - 정재훈 - 이용찬 (그리고 덧붙이자면 조승수 선수 정도?) 선수가 푸~욱 쉬었다는 점
2. 박빙에서 김승회 선수는 2이닝 정도는 그런대로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

나빴던 점 :
1. 무엇을 예상하던지 간에 그보다 더 나쁜 것을 보여준 투수진. 투수진 관련 뻘글에서 요약함.

기타 감상 :
아무리 타격이 좋아도 역시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해 준 한주였습니다. 땜빵 선발 경기에서 여지없이 개박살나면서 주간 성적 2승 4패. 이제 2위자리도 위태위태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네요. 삼성 경기에서 몇개의 잘 맞은 타구가 빠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뭐 공격이야 할만큼 했으니....

그런데 투수진이 시망이긴 하지만 솔직히 감독님의 선수기용이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롯데전이야 그렇다쳐도 29일(토요일) 삼성전은 상대방 역시 땜빵 선발로 충분히 타격으로 맞상대 할 수 있었음에도 장민익 선수의 교체 타이밍을 놓친것과 더불어 김승회 선수를 너무 오래 끌고가서 역전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감독님 잘못으로 보이거든요. 김승회 선수 2이닝 - 성영훈 선수 2이닝 정도로 안배하는 것이 훨씬 좋았을텐데 말이죠. 또한 임태훈 선수 역시 5이닝 2실점의 두리티 스타트 이후에는 교체가 수순이었다 생각됩니다. 아직 6이닝은 무리에요....

이번 주 예상 :
다행히 히메네스 선수가 복귀하네요. '히메네스 - 왈론드 - 김선우 - 임태훈 - 땜빵 - 히메네스'의 로테이션은 비만 좀 와 준다면 5할 승률을 기대해봄직한 로테이션이라 생각됩니다. 현재 시점에서 1군 상대로 먹히는 두산 투수는 선발은 히메네스 - 김선우, 불펜은 고창성 - 정재훈 - 이용찬 선수 뿐이니 이기는 경기는 불펜을 다 때려박아서 이기고, 지는 경기에서는 무리하지 않고 진행한다면 3경기는 건지지 않을까 싶거든요. 왈론드나 임태훈 선수 경기 중 한경기 건지면 럭키인거고 말이죠.

그러나 타선이 지친 기색이라 걱정이됩니다. 눈에 띄게 홈런이 줄었고 버닝중이던 이종욱 - 오재원 선수의 부진이 심각해보이며 이성렬선수 역시 좋지 못하네요. 이 선수들은 정수빈 - 고영민 - 임재철 선수라는 훌륭한 대체자원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중심타선은 어떻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감독님의 현명한 판단 기대해 봅니다.

과학을 훔친 29가지 이야기 - 하인리히 찬클 / 박소연 : 별점 3점

과학을 훔친 29가지 이야기 - 6점 하인리히 찬클 지음, 박소연 옮김/말글빛냄

<과학의 사기꾼>의 저자 하인리히 창클의 최신작으로 이번에는 과학사에 유명한 허위논문과 이론, 장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내용이 아주 쉽고 재미있게 쓰여진 것이 가장 큰 장점인 책이죠. 아무래도 반 이상이 악의없는 장난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내용이 유쾌한 탓이 큰 것 같습니다. 정말 이런 것이 먹혔을까?싶은 터무니없는 것들에 대한 학계의 진지한 반응이 더욱 웃기네요. 물론 장난치고는 굉장히 공을 많이 들이기도 했습니다만.

몇가지 인상적인 “장난”을 소개해본다면,

<“파이pi” 전쟁 - 원주율에 대한 공격>
파이는 누구나 3.14…. 라고 알고 있는데 이것을 성경에 나오는데로 “3”이라고 규정해야 한다는 이론이죠. 성경 열왕기에 ‘그릇의 지름이 10엘레면 30엘레의 끈으로 둘러쌀 수 있다’라는게 근거라고 하네요.

<인텔리전트 디자인? - 창조설에 대한 풍자>
파이 이야기에도 등장한 성경 근본주의자들에 대한 또다른 장난이죠. 창조론에 대한 현대적 형태를 “인텔리전트 디자인”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패러디해서 “인텔리전트 폴링”, 즉 중력이 신의 의지라고 주장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발전된 것이 우리나라에도 비교적 널리 알려진 FSM, 즉 플라잉 스파게티 몬스터라고 하네요. 아울러 이 FSM도 지금 종파가 분열 중이라니 양덕들의 패러디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궁금해집니다.
* 덧붙이자면, FSM의 아멘과 같은 기도 용어는? Ramen입니다!

<위험한 화학물질 - 디하이드로젠모노옥사이드와 에탄올의 정체>
유명한 농담일 수도 있는 ‘디하이드로젠모노옥사이드’, 즉 DHMO 소동을 다루고 있습니다. 모든 음료수에 이것이 들어갔다고 해서 논란을 일으켰는데 이것의 정체는?... 물이라고 하네요.
똑같은 이야기로 사람들의 출입이 잦아 지저분한 분수에 <주의! 이 분수의 물에는 하이드로제늄이 다량 함유되어 있음!>이라는 표지판을 걸었더니 사람들 출입이 딱 끊겼다라는 이야기가 있다는군요. 하이드로제늄은?... 수소입니다.
마지막 "에탄올" 역시 독일에서 맥주에 에탄올이 들어있다는 기사가 보도되어 난리가 났다고 하는데 에탄올은?... 맥주에 포함되어 있는 알코올이라고 하네요. 만우절 농담치고는 너무 학술적이죠?^^

<모두가 열망하는 프로그램 - 출판을 위해 발명된 글 생성기>
MIT 공대생들이 만든 SCIgem, 그러니까 학술 논문 생성기에 대한 이야기에요. 무의미한 단어의 나열을 통해 뭔가 있어보이는 논문을 만들어준다는 프로그램인데 굉장히 유용할 것 같습니다. 한국에도 도입이 시급해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왠지 한국 SF의 명작인 “창작기계”가 갑자기 떠오르기도 하네요.

<유명한 코 동물 - 비행류의 삶과 죽음>
"비행류"는 저도 예전 어딘가의 과학잡지 (아마도 Newton?)에서 읽었었죠. 거꾸로 서서 코로 걷는다는 환상의 동물!

이런류의 책에서는 빠지지 않는 사례인가봐요. 제가 처음 접했을 때는 초등학생이었을땐데 그때는 진짜 있는 생명체인줄 알았더랬죠.^^

몇가지 이야기, 특히 필트다운인과 카티프의 거인 이야기는 책의 주제와 좀 동떨어지긴 했지만 이외의 내용도 대체로 재미있었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과학과 유머, 개그에 모두 관심이 있으시다면 추천드립니다.

2010/05/30

아오 열뻗쳐 축구보면서 쓰는 두산 투수진 관련 뻘글

이번 주 경기는 열뻗쳐서 욕을 안할 수가 없음. 그동안은 모두 ~선수라고 불러주고 욕한마디 쓴적 없지만 이번주는 도저히 못참겠다. 단 김선우 / 왈론드 / 고창성 / 이용찬 선수. 니들은 열외. 고생했다.

홍상삼 : 타선이 1회초에 6점을 뽑아줘도 곧바로 역전당하는 ㅂㅅ. ㅆㅂ 천하무적야구단 찍는줄 알았다.
마징가가 나간 사이 광자력 연구소를 지키는 보스로봇을 바라보는 김박사의 심정이 나와 같았겠지. 그렇잖아도 잘치는 기계수군단롯데 타선에게 제대로 배팅머신 활약을 해줘서 주중 분위기를 완전히 망친 1등공신. 최소한 두산 1군에서는 더 보고싶지 않구나. 보스로봇도 2군가면 먹어줄지도 몰라.

이현승 : 현재 넥센 에이스에 더해서 웃돈까지 얹어주고 노략질해온바꾼 이른바 두산의 꿈 좌완 에이스... 였어야 하는데 구위가 시망에 타선이 5점을 먼저 뽑아줘도 4이닝을 못버텨주는 ㅂㅅ 2호기. 에반겔리온에 레이하고 아스카까지 껴주고 선행자하고 바꾼것 같은 드러운 기분이야! 일각에서 이데뇨라고 불리우는데 세데뇨보다도 팀에 보탬이 안되는게 현실이라는게 더 웃기는 노릇. 그나마도 아파서 2군갔다니 어이는 안드로메다로.... ㅠ.ㅠ 걍 중간계투로다가 돌리면서 시즌 끝나고 군대나 보내는게 좋을지도.

장민익. 이놈이 아무리 땜빵이라지만 1군무대 선발로 두게임이나 나왔다는게 황당할 뿐이다. 키만크면 뭐하나. 구속. 구위, 제구력 중 뭐 하나라도 제대로 된게 없는데. 그나마도 주자만 나가면 더 ㅂㅅ이 되버리니... 얘는 그냥 실전에 올릴 준비가 안된거라 욕하기도 뭐하다. 아바타는 아바탄데 아무도 조종을 안하고 있어...
그나저나 얘가 올라와서 던질 정도면 지금 2군에서 선발로 뛰는 놈들은 야구가 아니라 무슨 탁구시합같은거, 5점내면 공격권이 바뀌는 그런 게임을 하고 있나?

임태훈. 그래 오늘 경기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두리티 스타트 정도는 해 줬으니까. 그런데 한주에 홈런을 7개나 맞았어... 이거 KBO기록 아니니?

그외 잡다한 쩌리들. 성영훈, 지승민, 김성배 - 굴러들어온 기회도 못살리며 나올때마다 실점해서 상대팀 타격감 살려주는 배팅머신 ㅂㅅ 들이 있다. 볼넷아니면 홈런이니 제구력도 시망에 구위도 시망이라는 이야기. 난 정말 얘들보다 나은애들이 없어서 2군애들이 못 올라오는건지 궁금해. 얘들이 그나마 올라올만한 애들이라면 정말 투수코치들 전부 사표 써야한다. 더 나아지지는 못할망정 망치지는 말아야 할거 아냐?

어쨌건 이러한 병신들의 활약으로 팀타율 3할에 주간 팀 득점이 32점임에도 불구하고 팀 성적은 2승 4패. 타선도 슬슬 지쳐가는데 앞으로가 더욱 걱정된다...

아오 열뻗쳐 축구보면서 쓰는 두산 투수진 관련 뻘글

 

이번 주 경기는 열뻗쳐서 욕을 안할 수가 없음. 그동안은 모두 ~선수라고 불러주고 욕한마디 쓴적 없지만 이번주는 도저히 못참겠다. 단 김선우 / 왈론드 / 고창성 / 이용찬 선수. 니들은 열외. 고생했다.

홍상삼 : 타선이 1회초에 6점을 뽑아줘도 곧바로 역전당하는 ㅂㅅ. ㅆㅂ 천하무적야구단 찍는줄 알았다.
마징가가 나간 사이 광자력 연구소를 지키는 보스로봇을 바라보는 김박사의 심정이 나와 같았겠지. 그렇잖아도 잘치는 기계수군단롯데 타선에게 제대로 배팅머신 활약을 해줘서 주중 분위기를 완전히 망친 1등공신. 최소한 두산 1군에서는 더 보고싶지 않구나. 보스로봇도 2군가면 먹어줄지도 몰라.

이현승 : 현재 넥센 에이스에 더해서 웃돈까지 얹어주고 노략질해온바꾼 이른바 두산의 꿈 좌완 에이스... 였어야 하는데 구위가 시망에 타선이 5점을 먼저 뽑아줘도 4이닝을 못버텨주는 ㅂㅅ 2호기. 에반겔리온에 레이하고 아스카까지 껴주고 선행자하고 바꾼것 같은 드러운 기분이야! 일각에서 이데뇨라고 불리우는데 세데뇨보다도 팀에 보탬이 안되는게 현실이라는게 더 웃기는 노릇. 그나마도 아파서 2군갔다니 어이는 안드로메다로.... ㅠ.ㅠ 걍 중간계투로다가 돌리면서 시즌 끝나고 군대나 보내는게 좋을지도.

장민익. 이놈이 아무리 땜빵이라지만 1군무대 선발로 두게임이나 나왔다는게 황당할 뿐이다. 키만크면 뭐하나. 구속. 구위, 제구력 중 뭐 하나라도 제대로 된게 없는데. 그나마도 주자만 나가면 더 ㅂㅅ이 되버리니... 얘는 그냥 실전에 올릴 준비가 안된거라 욕하기도 뭐하다. 아바타는 아바탄데 아무도 조종을 안하고 있어...
그나저나 얘가 올라와서 던질 정도면 지금 2군에서 선발로 뛰는 놈들은 야구가 아니라 무슨 탁구시합같은거, 5점내면 공격권이 바뀌는 그런 게임을 하고 있나?

임태훈. 그래 오늘 경기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두리티 스타트 정도는 해 줬으니까. 그런데 한주에 홈런을 7개나 맞았어... 이거 KBO기록 아니니?

그외 잡다한 쩌리들. 성영훈, 지승민, 김성배 - 굴러들어온 기회도 못살리며 나올때마다 실점해서 상대팀 타격감 살려주는 배팅머신 ㅂㅅ 들이 있다. 볼넷아니면 홈런이니 제구력도 시망에 구위도 시망이라는 이야기. 난 정말 얘들보다 나은애들이 없어서 2군애들이 못 올라오는건지 궁금해. 얘들이 그나마 올라올만한 애들이라면 정말 투수코치들 전부 사표 써야한다. 더 나아지지는 못할망정 망치지는 말아야 할거 아냐?

어쨌건 이러한 병신들의 활약으로 팀타율 3할에 주간 팀 득점이 32점임에도 불구하고 팀 성적은 2승 4패. 타선도 슬슬 지쳐가는데 앞으로가 더욱 걱정된다...

미스터리 이야기 - 파트 라우어 / 이기숙 : 별점 2점

 

미스터리 이야기 - 4점
파트 라우어 지음, 이기숙 옮김/보누스

독일 작가가 지은 퀴즈모음집입니다.

솔직히 제목이 미스터리 이야기고 부제가 "추리 마니아를 위한 트릭과 반전의 관문 126"이라고 되어 있어서 추리적으로 흥미거리가 많지 않을까 기대가 텄는데 기대했던 부분은 절반정도밖에는 안되더라고요. 나머지는 수학 퍼즐과 넌센스 퀴즈 등이 복합적으로 실려 있거든요. 그나마 범죄와 추리에 대한 퀴즈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요. 해법이라던가 이야기 자체는 재미있지만 답이 너무 장난스럽다던가 비약이 심해서 어이가 없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특히나 등장인물의 정체라던가 현재의 상황을 말장난처럼 속이는 것들은 제가 보기에는 퀴즈로서 성립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었어요.

그래도 워낙 실려있는 퀴즈가 많아서 괜찮은 것도 있기는 합니다. 몇가지 소개해보자면

<Q29 : 베네딕트 신부의 죽음>
가정부와 함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베네딕트 신부의 어느날 아침. 늙은 가정부의 노랫소리가 그친 뒤 사제관 뒤에서 나타나 몰래 교회로 접근한 남자의 고해를 들었다. 일주일 후 신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이유는?
<답> 남자는 늙은 가정부를 살해하고 곧바로 신부에게 고해를 한 것이었다. 정황상 신부가 살해범으로 의심받게되지만 고해를 발설할 수 없는 신부이기에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게된 것.
고해에 관련된 딜레마와 묘사에 있어서 비교적 정교한 디테일이 결합된 퀴즈입니다. 비약은 좀 심하지만 디테일만 조금 보강하면 괜찮은 하나의 단편으로도 충분한 수준의 이야기라 생각됩니다.

<Q8. 납치범>
피해자가 납치된 장소가 창문도, 문도 없는 공간으로 손잡이 하나 없고 심지어는 땅이 흔들리기까지 하는 장소인데 여기가 어디었나?
<답> 엘리베이터

조금만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기도 하지만 기발하고 의표를 찌르는 맛이 좋았습니다. 사소한 아이디어가 추리의 중요 요소라는 것을 다시 느끼게 해 주네요.

이렇게 한 30여개의 문제는 괜찮았으며 충분히 다른 작품에서 트릭으로 성립할 수 있을 것 같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아무래도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으니까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죠. 개인적으로 몇개 이야기소재를 건진 것으로 만족해야겠습니다.

2010/05/29

밤의 기억들 - 토머스 H 쿡 / 남명성 : 별점 4점

 

밤의 기억들 - 8점
토머스 H. 쿡 지음, 남명성 옮김/시작
<주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50년전 일어났던 한 소녀의 살인사건을 재구성해 달라는 의뢰를 받은 범죄소설작가 폴 그레이브스가 의뢰를 받아들여 사건의 현장이기도 한 부유한 별장지 리버우드에서 진실을 추적해 나가는 내용으로 "심문"으로 이미 접해본 토머스 H 쿡의 작품입니다. 50년 전의 페이예 살인사건과 더불어 그레이브스의 소년시절에 있었던 누나 그웬의 잔인한 살인사건이 회상형식으로 겹쳐져 진행되는데 460페이지나 되는 대장편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심문"보다 훨씬 뛰어난 작품으로 장편의 힘을 그야말로 제대로 느끼게 해주네요.

먼저 50년 전 페이예 사건부터 살펴본다면, 범행이 실제로 가능했던 용의자는 한줌도 안되죠. 하지만 거의 모든 용의자에게 타당한 동기를 부여하고 용의자별로 상세한 수사가 펼쳐지기 때문에 지루한 느낌을 전혀 주지 않는 것이 대단합니다. 또한 트릭이 등장한다는 것과 단서들이 앞부분부터 교묘하게 배치되어 독자에게 공정하게 제공된다는 점에서 정통 추리소설로 보아도 부족함이 없고요. 특히 사소한 단서가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많아서 정말 쉴 틈이 없는 짜임새를 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두번째 주요 사건인 그레이브스 사건의 경우는 이야기 전개 상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로 보여지지는 않습니다. 주로 그레이브스가 페이예 사건을 수사하면서 떠올리는 심리묘사를 통해 전개되죠. 이러한 전개는 본편의 수사과정과 다른 심리 스릴러스러운 맛을 전해주면서도 페이예 사건의 전개와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독자의 마음을 강하게 건드리는 맛이 정말 탁월하더군요. 아울러 제대로 된 반전의 힘을 보여주기 때문에 반전소설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이 반전이 작품을 효과적으로 마무리하고 있어서 결말 역시 아주 깔끔하고요.

그러나 사건의 진상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설득력이 부족해 보이는 것은 아쉽습니다. 일단 미국의 유서깊은 가문의 별장지에서 벌어진 사건이 2차대전 나치 독일의 아우슈비치 수용소 의학실험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터무니 없어 보였어요. 이런 의학실험에 비교하면 꽃의 교잡실험이라던가 의학에 관심이 있다라는 수준에 그친 복선은 너무 미미하잖아요... 워런 데이비스와 그로스먼이 나치 독일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도 전혀 설명되지 않았고 말이죠.
무엇보다도 페이예라는 소녀에게 이런 몹쓸 실험을 가해야 했을 타당성을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 큰 문제로 생각됩니다. 지역을 장악하다시피했던 워런 데이비스의 영향력이라면 뒤끝없었을 희생양을 골라내는 것이 가능했을텐데 왜 딸의 친구이기도 한 이웃 소녀를 골랐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요. 아무래도 다른 등장인물들에 비하면 워런 데이비스라는 캐릭터에 대한 표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기도 한데, 조금만 더 설명해 주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좀 많이 드네요.

그래도 수사와 단서가 잘 결합된 수사물이면서도 여러가지 트릭이 등장하는 정통 추리소설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수작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죠. 문학적 성취를 이룬듯한 미국의 오래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뛰어난 심리묘사 등 세련된 묘사와 군더더기 없는 전개는 "앵무새 죽이기"의 추리물 버젼이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이러한 심리 추리 스릴러 장편의 교과서같은 작품으로 별점은 4점. 아직 읽어보지 못하셨다면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2010/05/28

의형제 (2010) - 장훈 : 별점 3점

 



6년전 북한 킬러 그림자의 암살 작전에 동원된 북한 공작원 지원과 그 작전을 막으려던 국정원 요원 한규는 작전 트러블로 인해 각각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국정원에서 퇴출되는 신세가 된다. 그리고 6년 후, 우연히 만나게 된 둘은 서로의 목적 - 한규는 현상금, 지원은 목돈마련 - 을 위해 일시적으로 힘을 합치기로 하는데...

북한 공작원과 한국 국정원 요원이 하나의 작전에서 스쳐지나갔다가 6년뒤 재회하여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흥행작입니다.

사실 이 영화처럼 서로 반대되는 입장에 놓인 두 남자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접근했다가 가까워진다는 테마의 영화는 굉장히 흔하죠. 흑인과 백인이라던가, 나치 독일군과 연합군 병사라던가, 형사와 범죄자라던가... 하지만 이 작품은 뻔한 테마를 한국적인 상황에 딱 맞는 상황으로 맞춤 제작해서 재미있게 본 것 같습니다. 물론 북한과 남한이 하나된다는 이야기 역시 흔하긴 합니다만 탄탄한 각본을 통해 진부함을 없애고 보는 내내 흥미진진하게 만들어 놓은 점이 주효했어요. 북한 공작원 지원이 지령을 받고 수행하는 디테일이라던가 공작에 대한 내용도 탄탄하고 갈등의 주요 축인 한규와 지원의 두뇌싸움이 좋았거든요. 특히 이야기에 등장하는 몇 안되는 소품이 사건에 깊게 개입하는 등 허투루 사용한 장면이 하나도 없다는게 가장 마음에 든 부분입니다.

그리고 "액션"이라는 장르에도 상당히 충실해서 굉장히 잘 만든, 실감나는 자동차 추격신을 비롯해서 아파트와 엘리베이터를 잘 사용한 총격전 등 액션들이 현실적이면서 튀지않게 잘 구현해 놓고 있는 것도 큰 장점이라 생각되네요. 덧붙이자면 전형적인 "송강호" 캐릭터, 그러니까 허술함과 유머러스함, 하지만 연민 넘치는 그러한 매력이 돋보이는 캐릭터를 통한 유머 역시 작품에 잘 녹아 있고 말이죠.

큰 예산을 쓰지못한 것 같은 옥의 티 - 가장 눈에 거슬렸던 장면은 6년전이라고 하는 초반 그림자 추격신의 고가도로 장면에서 등장하는 차종이 다 최신차종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 와 마지막 그림자와의 최후의 대결에서 이미 배신자로 낙인찍은 지원을 다시 호출하여 작전에 가담시키는 이유가 제대로 설명되지 못한 등 약간의 아쉬움도 있긴 합니다. * 조사해봤더니 제작비가 70억원인데 좀 미묘하네요. 저예산이라고 하기엔 많고...
그래도 좋은 각본과 튀지않고 현실적인 연출이 잘 결합된, 간만에 본 잘 만든 신선한 한국형 액션영화로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의형제 컴비가 결성된 만큼 속편이 나와줘도 좋지 않을까 싶은데 "공포의 신무기 북한 어뢰와 침투 잠수정"을 찾는 줄거리는 어떨까요?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 미치오 슈스케 / 김윤수 : 별점 3점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 6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윤수 옮김/들녘(코기토)

개와 고양이를 살육해서 다리를 부러뜨려 유기하는 범죄가 연속적으로 발생하던 무더운 여름날, 초등학교 4학년 미치오는 방학식에 등교하지 않은 S에게 준비물 등을 전해주러 S의 집을 찾아가고 S가 목매 죽은 시체를 발견한다. 그러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앞에서 시체는 사라져 버리고, 거미로 환생한 S의 부탁으로 미치오는 동생 미카와 함께 S의 시체를 찾아내고 사건의 진상을 풀기 위해 나선다.

<주의 : 스포일러 있습니다>

친구 S의 자살사건과 더불어 여러가지 사건들이 독특한 상상력을 토대로 펼쳐지는 작품입니다. 작가의 전작 "섀도우"리뷰에서 tuppence님이 추천도 해 주셨고 네이버 일본 미스터리 즐기기 카페가 뽑은 2009년 미스터리에서 10위를 차지하는 등 다른 곳에서 본 리뷰들도 평이 괜찮았기에 바로 읽게 되었습니다.

작품은 소문대로 정말 무지하게 특이하네요. 초등학교 4학년생인 미치오의 혼란스러운 자아와 시각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아이의 상상력이 전면에 배치되는 독특한 환상소설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거든요. 그리고 이러한 상상을 디테일한 묘사를 통해 결국 현실이 드러날 수 있도록 복선처럼 단서들을 곳곳에 삽입해 놓은 것도 좋았어요. 사건 없이 이러한 단서만으로도 추리소설적인 흥미를 자아내니까요.

추리적으로도 크게 2개의 사건 - S 자살 사건과 개, 고양이 연쇄 살육유기사건 - 이 펼쳐지며, 이 사건들이 다양한 추리를 통하여 다양한 가설이 계속해서 등장하기 때문에 굉장히 풍성한 느낌이었어요. 또한 가설들마다 단서는 물론 증거와 트릭들도 정교하게 배치해 놓고 있는게 이게 제법입니다. "비누"가 주요한 단서로 등장하는 이유라던가, 다이조 할아버지와 미치오의 관계를 드러내는 여러가지 장치들 등 사건에 관계된 단서들이 잘 짜여져 있거든요. 중간에 등장하는 다이조 할아버지의 과거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도 짤막한 하나의 추리호러물로 보아도 손색없는 완성도의 작품이기도 했고요.

그러나 "미치오"라는 주인공 소년 및 주변인물에 대한 설정은 설득력이 떨어져서 아쉬웠어요. 먼저 미치오부터 이야기하자면, 꼬마아이가 뇌내보정을 통하여 여러가지 곤충이나 동물, 사물과 대화하는 상상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있겠죠. 환생"에 대해 믿는다는 기이한 상상력도 그렇다 치고요. 그러나 초등학교 4학년으로 보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머리가 좋다라는 것과 이렇게 머리가 좋은 아이가 자신만의 환상세계에 갖혀 산다는 것은 아무래도 모순으로 보였어요.
그리고 주변인물들도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어머니의 광증과 아버지의 체념은 너무나 극단적인 설정이었고 담임선생, 다이조 할아버지 등 주요 인물들의 과거와 사연 이야기도 쉽게 납득하기는 어려운 내용들이니까요. 물론 저자이름과 주인공 이름이 같고 1인칭이라는 점에서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풀어낸 것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설정은 자전적 소설이 아니라면 소설에 맞춰 정리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어요.

무엇보다도 마지막 결말은 이해하기 힘드네요. 왜 미치오가 다이조 할아버지를 직접 살해하면서까지 사건의 진상을 왜곡하려 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거든요. 자신이 자살로 내 몬 S에 대한 죄책감? 과연 그것이 할아버지를 살해할 정도로, 그리고 다이키치까지 죽어가면서 실행했어야 할 큰 짐이었는지는 모르겠네요. 아울러 경찰이 백엽상에서의 격투 흔적과 살해된 시체의 상태를 보고도 자살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결말은 무책임한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마지막 미치오의 각성과 방화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도 뜬금없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미치오 가족에 대한 극단적 설정이 없었다면 그냥 잘 마무리할 수 있었을텐데 이래서야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구나 싶기도 합니다.

주위 분들이 추천하실만한 재미있는 작품이기는 합니다. 추리적으로도 세련되고 잘 짜여진 구성이 마음에 들고요. 그러나 환상소설처럼 짜맞추려는 의도가 지나쳐서 오히려 작위적으로 보이는 부분과 극단적인 몇몇 설정들, 그리고 작품 전체적으로 풍기는 음울한 분위기는 취향이 아니었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2010/05/27

괴남녀 2인조 (1927) - 소파 방정환

 


몰랐는데 네이버에서 소파 방정환이 "북극성"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짤막한 추리단편을 소개했었네요. 제목은 "괴남녀 2인조" 입니다. 굉장히 짤막한 작품이지만 사건이 있고 나름의 트릭이 있기 때문에 하나의 추리소설로 보아도 충분합니다. 작품의 완성도도 괜찮고요.

그런데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라기 보다는 긴 장편의 도입부에 잘 어울리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하네요. 이 다음에 괴남녀 2인조를 뒤쫓는 민완탐정이 등장하고, 채플린 경부도 실수를 만회하기 위하여 고군분투 하는 등 범인들과 탐정, 경부의 엎치락 뒷치락 이야기가 펼쳐지게 된다면 고전 황금기 시대의 장편들과 유사한 분위기가 풍기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연속된 작품으로 장편이 발표되지 않은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그래도 짧고 재미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며, 희귀한 한국 고전 추리소설이라는 점에서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0/05/26

문화유산에 숨겨진 과학의 비밀 - 국립문화재연구소 : 별점 2점

 

문화유산에 숨겨진 과학의 비밀 - 4점
국립문화재연구소 엮음/고래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여러가지 문화유산들에 대해 설명해 놓은 책입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실망이 더 컸어요. 지나치게 학술적이고 딱딱해서 책 자체의 읽는 재미가 없었을 뿐 아니라 그다지 대단한 "비밀"도 없고 별거 아닌것 같은 내용을 부풀려 적어놓은 듯한 것이 많았거든요. 우리 전통 문화가 대단하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좋지만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나마 좀 재미있게 읽었다 싶은 것은 얼음골의 신비에 대한 것 정도였어요. 그런데 얼음골의 신비는 너덜로 덮인 산기슭 등 지리적인 조건이 갖추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이죠. 때문에 '문화유산에 숨겨진 과학의 비밀'이라는 책 주제와는 동떨어진 것이라 어이가 없긴 하더군요... 내용에 비하면 도판 등은 상세한 편이라는 장점은 있지만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수집이야기 - 야나기 무네요시 / 이목 : 별점 2.5점

수집이야기 - 6점
야나기 무네요시 지음, 이목 옮김/산처럼


일본 민예운동의 창시자인 야나기 무네요시의 수필집. 자신의 수집경험을 바탕으로 수집이라는 것에 대한 나름의 정의 등 수집의 도(道)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렇게 장황하고 섬세하게 무슨 철학처럼 설명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수집이라는 것이 꼭 누구한테 보여주고 중요한 것을 모아야 하는 것은 아닌, 개인적인 취미일 수도 있잖아요? 이 책에서처럼 꼭 의미가 있고 중요한 것을 모아야 하는 것도 아닐텐데 말이죠. 한마디로 수집의 범위가 광범위해진 요즈음에 어울리는 이론은 아니었어요. 동의하기도 힘들었고요.

아울러 자신이 수집한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있는데 싸게 산 것을 자랑하는 내용 아니면 가격에 연연한 나머지 구입 기회를 놓치고 훗날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손에 넣었다는 일화가 대부분이더군요. 물론 이것도 수집의 방법이겠지만 참 없어보였어요.

그냥 이런 책도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정도에 그친 시대에 뒤떨어진 수필집으로 별점은 2.5점입니다.

덧 : 저 개인적으로는 수집과 구입에 대한 것이라면 아래와 같은 마다라메의 철학이 훨~씬 더 마음에 듭니다.

"가격만 비교해봐야 의미가 없어. 소프트의 재미는 결코 가격과 비례하지 않으니까.
스스로의 판단으로 결정하자. '이건 좋은 것'이란 생각이 들면 돈을 내는거야.
난 그렇게 선택해온 것들에 대한 긍지를 갖고 있어. 왜냐하면 그건 내것이니까!
그게 야겜이건 동인지건, 옷이건 마찬가지야!!"
- 현시연 5권 제 26화 마다라메식 지르기응용편 -

아직 필름이 남아 있을 때 (ストロボ (2003)) - 심포 유이치 / 권일영 : 별점 3점

 

아직 필름이 남아 있을 때 - 6점
심포 유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원제는 <스트로보>. 심포 유이치의 사진작가 기타가와 고지를 주인공으로 한 5편의 단편 연작입니다. 엊그제 리뷰했던 <추신>이 기대치에 못 미쳐서 다른 작품을 찾아보다가 읽게 된 작품인데 훨씬 재미있더군요.

기타가와 고지의 나이 50세 - 42세 - 37세 - 31세 - 22세 당시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그 당시 기타가와 고지의 "현재"를 다루고 있는 특이한 구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5편의 연작 모두 별다른 사건이 없는 인간 드라마인데도 불구하고 모두 "수수께끼"나 "반전", 혹은 "진상"이 담겨있는 이야기라 광의의 의미로는 추리소설의 자격이 충분합니다.

작품별로 사건과 수수께끼를 정리해 보자면 아래와 같은데,

50세 - <영정> :
기타가와의 상태 : 정점을 넘어 매너리즘에 빠진, 관성에 의해 작업을 하는 기계적인 상태
사건 : 20년전 기타가와 고지의 모델이었다는 여성이 갑작스럽게 영정사진을 의뢰한다
수수께끼 : 이 여성이 영정사진을 그에게 의뢰한 이유는?

42세 - <암실> :
기타가와의 상태 : 막 스튜디오를 오픈한 상업적 최전성기
사건 : 기타가와의 과거 불륜상대였던 미녀 사진작가 하루미가 등산 도중 사고로 죽는다. 그 뒤 매스컴을 통해 등산대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 그녀라는 의혹이 증폭된다.
수수께끼 : 결국 발견된 하루미의 카메라. 그녀가 마지막에 카메라에 담은 사진은 무엇인지? 그리고 필름이 뒤로 감긴 이유는?

37세 - <스트로보> :
기타가와의 상태 : 잘 나가는 프리랜서 작가.
사건 : 기타가와가 불륜을 저지르던 모델과의 밀회장면을 스트로보를 이용한 몰래 카메라에 찍힌다. 그 뒤 사진이 기타가와에게 배달되는데...
수수께끼 : 사진을 찍은 인물은? 그리고 기타가와의 스승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31세 - <한순간> :
기타가와의 상태 : 잡지사 계약직 사진작가로 근무하며 사진작가로 발돋움 하려고 발버둥 치던 시절
사건 : 항상 무시해 오던 선배의 놀라운 사진으로 충격을 받고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 미사코와도 크게 다툰 이후, 기타가와는 자신을 작가로 만들어 주는 발판이 되는 걸작 사진을 찍게 된다.
수수께끼 : 이 사진 뒤에 감추어진 진실은?

22세 - <졸업사진> :
기타가와의 상태 :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잦은 데모로 휴교 중이던 학교보다 스튜디오 아르바이트에 신경쓰던 시절
사건 : 대학 동기 구즈하라가 의문의 사고사를 당하고 유품을 기타가와에게 남긴다.
수수께끼 : 구즈하라가 사고사 이전에 보였던 알 수 없는 행동들과 그 이유는?

이렇게 각 단편별로 나름의 사건과 수수께끼가 있으며, 그 진상을 밝혀내는 과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추리적인 기대를 충족시켜줍니다. 줄거리만 보면 드라마에 불과한데 이렇게 추리소설로도 기능한다니 참 신기하더군요. 일상계 인간드라마 추리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어설픈 사랑과 감동에 치중하지 않고 그야말로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친다는 점도 좋았어요. 사랑도 좋지만 자기 자신이 더욱 중요하다 생각하는 속물 기타하라 코지라는 인물도 아주 현실적이고 말이죠. 인간적인 측면과 더불어 사진작가로 성장하는 과정의 디테일은 "내 집으로 와요"의 미키오가 연상되기도 하더라고요. 미키오도 나이가 들면서 결국 이렇게 변했겠지.

그 외에도 연작답게 인물들과 소재들이 작품별로 서로 연결되는 등 - 예를 들어 <영정>에서 기타가와가 자신의 초창기 작가시절 찍었다고 짤막하게 언급하는 사진은 <한순간>에서 기타가와를 작가로 만들어 주는 걸작사진이자 주요 소재입니다 - 한번 읽어볼 가치는 충분하네요. 제 베스트 에피소드는 <영정> 이며 별점은 3점입니다. 다음에는 작가의 정통 추리소설을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기대가 큽니다!

PS : 원제가 더 마음에 드는데 제목을 왜 바꿨는지 모르겠네요.

2010/05/25

유빅 - 필립 K 딕 / 한기찬 : 별점 3점

유빅 - 6점
필립 K. 딕 지음, 한기찬 옮김/문학수첩


초능력에 의한 사생활 침해를 막는 회사인 런사이터 어소시에이츠에서 달로 파견한 12명의 직원들과 회사의 대표 글렌 런사이터가 의문의 폭발 사고를 당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러나 폭발 사고 이후 모든 것이 불분명해진다...

필립 K 딕의 SF 소설.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신조어들과 설정이 난무하고 전개도 복잡하기 이를데 없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주인공 조지가 목숨을 걸고 음모의 실체를 파악하는 흥미진진한 스릴러로 탈바꿈하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시간 역행에 대한 아이디어와 묘사도 대단했고요.

무엇보다도 지금 시각으로 보면 일종의 "가상현실"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동양철학적인 "장자의 꿈", 혹은 "매트릭스" 류의 설정과 반전이 녹아들어 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쓰여진 시기를 생각한다면 굉장히 기발한 발상임에 분명하고 후대에 많은 영향을 끼친 느낌이 팍팍납니다. 1969년에 쓰여진 것이 믿기지 않는, 그야말로 필립 K 딕의 천재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그러나 잘 달려주다가 갑작스러운 "유빅"이라는 만병통치약의 등장, 그리고 그 정체가 단지 "믿어라, 그럼 이루어질 것이다" 였다는 결말은 너무 쉽게 간게 아닌가 싶긴 했습니다. 뭐 필립 K 딕 작품은 대부분 마무리가 급작스러우니 그러려니 해야죠. 사실 이 작품의 문제는 내용이 아니라 알아먹기 힘든 번역과 당쵀 정체를 알 수 없는 표지 일러스트에요...

그래도 좋은 작품은 좋은 작품입니다.저는 작가의 대표작이라는 "높은 성의 사나이" 보다 훨씬 좋았어요. 더 대중적이고 더 화끈하거든요. 이런 천재의 시대를 앞서가는 작품은 발표 당시에 실시간으로 읽었어야 하는데 아쉬울 뿐이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럭키 서울 브라보 대한민국 - 손성진 : 별점 3점

럭키 서울 브라보 대한민국 - 6점
손성진 지음/추수밭(청림출판)


근현대의 잊혀져가는 풍속을 25가지의 키워드로 나누어 서술한 풍속 - 미시사 서적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있지만 유래를 모르는 것이라던가, 아니면 예전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해 다루고 있죠. 호떡, 풀빵, 떡볶이의 유래라던가 여러가지 골목길 놀이들, 운동회나 채변검사와 같은 것들은 정말이지 저의 세대에서도 친숙했던 것들은 물론 통기타 시대의 대학문화를 다룬 이야기 등 반가운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또한 일제 강점기의 근대 풍속사 역시 재미는 물론 상세한 설명이 곁들여져 자료적인 가치가 높아서 만족스러웠습니다. 1929년에 민형식 남작의 아들 민병림이 모르핀 중독으로 가산을 탕진한 끝에 절도죄로 5번이나 투옥되었다는 것과 을사오적 중 1명이었던 이지용이 도박 중독자로 화투 도박 등을 통해 가산을 탕진했다는 등의 친일파들이 망하는 이야기는 가슴을 아주 상쾌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요. 몇몇 자료들은 창작활동에도 유용할 것 같더군요.^^

그 외에도 라면과 조미료, 고무신과 운동화, 양말의 역사라던가 양복점, 이발소, 대중목욕탕의 역사 같은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내용들이 가득합니다. 1935년 광주지역 유지 12명이 독립운동 기금 마련을 위하여 설립한 "무등양말공업사"가 국내 양말업체의 효시로 지금도 "무등양말" 이라는 이름으로 건재하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는데 앞으로 양말 한켤레를 사더라도 무등양말것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선데이서울"을 특별히 한 꼭지를 할애하여 소개한 것이 대박입니다. 제 청소년기에는 "건강다이제스트"와 고등학교때 막 창간했던 "핫윈드"의 시대였지만 선데이서울 역시 한 시대를 풍미한 잡지임에는 분명하죠. 이 책을 읽어보니 옐로우페이퍼라기 보다는 나름의 편집의식을 갖추고 괜찮은 기획기사도 많이 선보였던 그야말로 대중지라 할 수 있는 잡지던데 네이버의 옛날 신문같은 아카이브 형태 서비스로 구현하여 제공하면 참 좋을 것 같네요. 정말이지 유용하면서도 재미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 같거든요.

재미와 함께 자료적 가치까지 있는 책이라 별점은 3점입니다. 한국 근 - 현대 풍속이나 미시사에 관심 있으시다면 꼭 한번 읽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2010/05/24

추신 - 심포 유이치 / 이지영 : 별점 2점

추신: 두려운 진실을 향한 용기 있는 전진 - 4점
심포 유이치 지음, 이지영 옮김/태동출판사

추리소설계에서 유명한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심포 유이치 작품은 처음이네요. 이 작품은 내용이 편지로만 진행되는 독특한 전개방식을 지닌 작품으로 현재 시점의 나미코 - 사토루 커플과 나미코의 외조부모인 히라세 세이지 - 고지마 하루코 커플의 이야기 두개가 함께 전개됩니다.

처음에는 일 때문에 그리스로 간 사토루와 교통사고때문에 일본에 남은 나미코가 급작스럽게 사이가 멀어지며 이혼 이야기가 오가는 이야기만 나오길래 속았다! 싶었어요.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1950년대를 무대로 하루코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세이지가 누명을 벗겨내려 하는 내용으로 탈바꿈하며, 이후 나미코 역시 또 다른 사건의 피의자 신세가 되어있다는 등으로 추리적인 재미가 더해집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뒤로 갈 수록 흥미진진하다는 거죠.

부부간의 사랑이 핵심 주제라서 그런지 부부간의 사랑과 약간의 추리적 요소의 결합이라는 작품의 성격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밀" 을 연상케하기도 하네요. 그래도 "비밀" 보다는 추리적인 요소가 더 많이 들어가 있는 편이라서, 히라세가 하루코의 소지품에서 고가의 장신구를 발견해서 사건의 단서를 잡는다는 설정과 거기서 알게된 사건의 진상이라던가, 나미코의 교통사고가 사실은 또다른 진상을 품고 있다는 결말은 하나의 추리소설로 옮겨 놓아도 손색없을 정도로 잘 짜여져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딱히 마음에 들지도 않네요. 이렇게 러브라인이 부각되는 이른바 '미스터리 - 멜로' 작품은 전혀 취향에 맞지 않을 뿐더러 과정이야 어찌되었건 나미코나 하루코가 불륜, 또는 유사한 감정을 품은 것은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남자들이 지나칠 정도로 여자들을 이해해주며 사랑해준다는 순애보는 솔직히 억지스러웠어요.
또 하루코가 전쟁 당시에 매춘부였다는 것과 그것을 알고 협박하는 남자가 있다는 설정은 마츠모토 세이초의 "제로의 초점"과 동일해서 식상하기도 했고요. 이래서야 "제로의 초점"을 순애보 버젼으로 변주한것에 지나지 않잖아요. 사건의 결말들도 일단락된 이후에는 서둘러 마무리한 티가 나는 것도 별로였고 말이죠.
마지막으로 "편지"로만 이루어지는 전개방식은 서술 트릭이나 반전을 기대하게 만들었는데 그냥 편지로 끝나서 실망했습니다. 이럴바에야 그냥 소설로 쓰는게 더 나았을 것 같아요. 편지로만 전개하는게 억지스럽기도 하고 알맹이도 없으니까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제 취향과 너무 달라서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하지만 "비밀"이 재미있으셨다면 한번쯤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사람마다 취향은 다른 법이니까요.

2010.5. 18 ~ 5.23 한주간 두산베어스 단상

 


좋았던 점 :
1. 글쎄? 왈론드 선수의 6이닝 무실점 호투 정도? 현재까지의 모습은 어쨌건 톰 션 - 져스틴 레이어 보다는 팀에 보탬이 된다. ㅠ.ㅠ

나빴던 점 :
1. 두산 투수진의 중간은 고창성 - 정재훈 - 이용찬 선수 (덧붙이자면 조승수 선수) 밖에는 없는건가?
2. 히메네스 선수의 부상. 그렇잖아도 약한 선발진에 치명타를 날리다.
3. 토요일 경기의 심판진. 덕분에 이기기는 했지만 이런 판정은 KBO발전을 저해할 뿐임. 오심에 대한 강력한 KBO의 대응이 필요할 듯.

기타 감상 :
쉬어가는 한주라고 예상했던 지난 주는 비로 하루 쉬기는 했지만 류현진 선수가 나온 것도 아닌 한화에게 스윕당하며 2승 3패로 예상보다 약간 저조한 기록을 보였습니다. 물론 운도 따르지 않았고 예상도 하지 못한 히메네스 선수의 부상 탓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어요. 타석에서는 김현수 선수의 부진이 두드러졌고 두산의 믿는 도끼였던 중간계투진이 붕괴하여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죠. LG전에서도 사실 1승 2패로 밀리는 경기였는데 오심 덕분에 이겼으니까요.

특히 지난주에서는 김경문 감독님의 무리수가 많이 보였는데 수요일 한화전에서의 수비강화를 위해 지명타자를 포기한 타순이라던가 고창성 - 정재훈 선수가 계속 나오는 계투진 운용 등이 그러했습니다. 정재훈 선수는 5월초까지는 그야말로 나오면 무실점으로 막아주었는데 지난주는 나오면 계속 실점하며 위기상황을 만드는 등 지친 모습이 역력하더군요. 이용찬 선수도 2주전 SK전 이후 계속 좋지 않고 말이죠. 중간에서 믿을만한 투수가 별로 없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인데 이기는 경기 - 지는 경기를 확실하게 구분해서 지는 경기에서는 고창성 - 정재훈 선수는 몸도 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두경기 잡으려다 시즌을 놓칠 수도 있잖아요.

이번 주 예상 :
이번 주는 히메네스 선수의 부상으로 인하여 '땜빵 - 임태훈 - 이현승 - 왈론드 - 김선우 - 땜빵'의 로테이션이네요. 땜빵은 홍상삼 선수가 유력해 보입니다만 별로 좋지는 않군요. 비가 와서 하루 이틀정도 게임이 연기되기만을 바래야 겠습니다. 아울러 지는 경기에서는 초반에 아예 초전박살나 주었으면 합니다. 중간계투진도 좀 쉴 수 있게요...

아울러 타선을 변경한 경기에서의 결과가 좋았죠. 감독님이 앞으로 어떻게 타순을 짜실지도 관심이 가네요. 김현수 선수는 3번이 체질인것 같기도 한데 김동주 선수가 부상에서 회복된다면 '이종욱 (중) - 오재원 (2) - 김현수 (좌) - 김동주 (3) - 최준석 (1) - 이성렬 (DF) - 손시헌 (유) - 양의지 (포) - 임재철 (우)' 이 어떨까 싶네요.

2010/05/23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 이시모치 아사미 / 박지현 : 별점 3점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 6점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박지현 옮김/살림

대학 경음악부 '알코올중독분과회'의 멤버로 술을 좋아해서 친하게 된 대학 동창들이 오랫만에 동창 중 한명인 안도의 가족이 운영하던 초고급 펜션에서 동창회를 갖는다. 그리고 저녁식사 직전 동창회의 리더이기도 한 후시미 료스케는 후배 니이야마를 죽이고 완벽한 밀실 살인을 만들어낸다. 저녁식사 이후까지 모두들 니이야마가 피곤하여 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서서히 의심이 쌓여가고, 후배인 우스이 유카가 합리적인 추리를 통해 서서히 범행을 재현해 나가기 시작하는데...

"네이버 일본 미스터리 즐기기 카페에서 뽑은 2009년 미스터리"에서 17위를 차지한 작품입니다. 사실 이 작가는 예전에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라는 작품에서 너무 실망이 컸기에 다시 작품을 구해볼 생각은 없었는데 블로그 지인이신 kisnelis님 의 평도 좋고 마침 도서관에도 비치되어 있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두가지 특이한 포인트가 있는데 첫번째는 주인공 후시미가 완벽한 밀실 트릭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에서 시작하는 도서추리물이면서도, 뒷부분에서 밝혀지는 이유 때문에 시간까지 꽉 짜여진 철저한 계획에 따라 밀실의 상태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완벽한 밀실 트릭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그것이 곧바로 밝혀지면 안되는 상황을 일정시간동안 - 10시간 동안 - 유지해야만 하는거죠.
그리고 두번째는 이 시간 동안 밀실을 앞에 두고 - 제목 그대로 문이 아직 닫혀있는 동안 - 탐정역의 유카와 후시미가 불꽃튀는 두뇌대결을 펼쳐나가는 것입니다. 유카는 "현상"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방 안과 니이야마의 상태를 추리하고 후시미는 이러한 추리를 다른 쪽으로 돌리면서 첫번째의 - "밀실 상태를 일정시간 유지해야 하는" 이유때문에 - 자신이 생각한 방향으로 여론을 돌리려 노력하는 대결구도가 이루어지는 것이죠.

일단 도서 추리물에서 탐정과 범인이 두뇌싸움을 벌이는 작품이야 널렸지만 특정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벌이는 배틀은 많이 접해보지 못해서 굉장히 신선했어요. 추리 배틀 자체도 완성도가 높고요. 또 탐정과 범인의 지력이 동일한 수준이라 서로 펀치를 주고받는 과정도 흥미진진했습니다. 주로 유카가 먼저 펀치를 날리는 식인데 예를 들어 방을 밀실로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도어스토퍼를 사용한 이유는 무엇인지? 창 밖으로 내부를 확인할 수 없는지? 하는 식으로 합리적이면서도 이야기 전개에 합당하게끔 단계별로 펀치를 날려줍니다. 앞부분의 여러가지 단서들, 위스키 병이라던가 니이야마의 시력 등 단서를 공정하게 전해주기 때문에 독자도 같이 참여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고 말이죠. 이런 부분은 "마사토끼"의 만화가 연상되기도 했어요. 또 유카와 다른 동창생들의 추리와 발언으로 촉발되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따르는 서스펜스도 제법이었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는데 가장 큰 단점은 이전 작품과 동일하게 "동기"부분에서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이 작품에서의 동기를 이해하기 쉽게 바꿔서 소개한다면 "몸을 막 굴려서 부상위험이 있는 선수가 월드컵 대표팀에 선발되어 팀에 피해를 주는 것을 막기위해 그 선수를 죽인다"는 것하고 똑같은 이야기거든요. 이래서야 책 뒤 해설에서 작가 미쓰하라 유리의 변호가 있긴 하지만 쉽사리 납득하기는 어렵죠.
그리고 우연, 그리고 운에 의한 전개가 많다는 것도 거슬립니다. 니이야마의 약에 의한 수면상태가 대표적일테고 다른 동창생들의 심리가 후시미가 원하는대로 흘러간다는 것도 너무 운이 따르는 억지가 아니었나 싶네요. 작중에서 작가 스스로 해명해놓기는 했지만 몇가지 우연과 운에 의지하느니 차라리 책 뒤 해설에서처럼 "심야"에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 훨씬 설득력이 높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그렇다면 소설로서 성립은 쉽지 않았겠지만요.

정통 본격 추리소설다운 맛이 잘 살아있어서 재미있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고 번역도 좋았으며 책도 이쁘게 나와서 마음에 들지만 추리소설로서 단점도 명확하다 생각되어 별점은 3점입니다. 무엇보다도 이시모치 아사미라는 작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 반가왔습니다. 앞으로 작품 한두개 가지고 작가에 대해 선입견은 가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2010/05/21

황금광시대 - 전봉관 : 별점 3점

 

황금광시대 - 6점
전봉관 지음/살림

30년대 경성에 대한 미시사 서적을 발표해 온 전봉관 교수의 첫번째 책입니다. 다른 책은 다 읽었는데 이 책만 읽지 않았던 차에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읽게 되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30년대 조선에 불어닥친 골드러쉬, 황금광시대를 다루고 있는 책이죠. 조선에서의 황금광시대라는 소재도 재미있지만 관련된 자료와 일화 중 재미있는 것을 뽑아내어 소개하고 설명하는 작가만의 솜씨는 첫 작품에서도 여전하더군요.

역시나 "경성탐정록" 소재로 쓸까하고 들여다 본 책이기도 한데 1930년대 종로를 무대로 활약한 김진오 야마시패(사기꾼)가 경기도 시흥의 쓸모없는 야산을 금광이라 속이고 10만원에 팔아치우는 사기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아주 인상적이었어요. 거의 그대로 소설화해도 재미있겠더라고요. 그 외 당대 조선의 금광왕 최창학 일대기 같은 것도 기억에 남네요. 최창학이 막 금광을 발견했던 초기인 1924년에 무장 독립단이 덥쳐서 현금 6천원과 금괴 1만원짜리를 강탈해 갔다는 등의 이야기는 아주 새로왔거든요.

하지만 다른 저서와는 달리 "황금광 시대" 단 한개의 주제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좋게 이야기하면 깊이있지만 좀 지루한 부분도 없잖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황금광 시대의 이유라 할 수 있는 일본의 금본위 제도 등의 제도시행이라던가 당시 세계 경제 상황에 따른 여러가지 이유 등은 이해를 돕기는 하지만 솔직히 기대했던 이야기는 아니었으니까요. 그리고 김기진의 정어리 사업 같은 이야기는 다른 저자의 책에서 이미 접했던 것이라 신선함이 떨어졌고요.

그래도 30년대 조선에 대한 또다른 이야기를 접했기에 만족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달님은 알고 있을지도 몰라 - 아사쿠라 세카이이치

 

달님은 알고있을지도 몰라 - 6점
아사쿠라 세카이이치 지음, 오주원 옮김/중앙books(중앙북스)

4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는 어른들을 위한 환상동화단편집. 심심하면서도 뭔가 여유로운 느낌이 가득한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아사쿠라 세카이이치의 귀엽고 오묘한 그림과 결합되어 읽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줍니다. 블로그 이웃 "청정하수구" 님이 번역하신 작품이기도 하죠.

총 4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작품별로 이야기해 보자면

<여사장의 나날>
대리운전 회사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 단편입니다. 바다속에서 잠수정 사고가 난 우미노씨를 구하기 위해 잠수정과 자동차를 우연하게 운전하게 된 후 대리운전 회사를 차리게 되었다는 여사장에 대한 상상력은 정말 압권이었어요. 부하 직원의 이야기도 좋았고요. 잔잔한 분위기와 더불어 그야말로 이게 아사쿠라 세카이이치다!라는 느낌 가득한 작품이라 시리즈로 계속되어도 참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별점은 3점입니다.

<터너씨, 고맙습니다>
영국에서 제작된지 40년이 지나서 운행되는 E.터너씨가 설계한 오토바이. 그 오토바이를 모는 청년의 드라이브에 대한 하룻밤 상상을 그린 작품. 상상과 현실의 갭을 느끼게 하는 현실적인 마무리가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는 좀 다르네요. 하지만 여전한 여유로움과 더불어 단순한 환상으로 그치지 않고 현실 속으로 끌고 들어온 느낌이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별점은 4점입니다.

<yaongderful>
고양이 요괴의 대를 이은 저주와 그것을 막으려는 엑소시스트의 한판 승부!를 코믹하고 여유롭게 그린 난장판 코미디입니다. 설정과 캐릭터보다는 왁자지껄 소동이 이야기의 핵심이라 장르를 정의하기는 쉽지 않은데 <데보네어 드라이브>와 조금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너무 단칼에 끝내버리는 (여운이 남긴 하지만) 시니컬한 결말은 취향이 아니라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슬과 롯>
롯을 위해 할아버지가 개발한 슬롯머신 로봇 "슬"이 빠져있는 "7" 2개를 찾기 위하여 심볼군단과 싸워가며 모험을 한다는 역시나 난장판 코미디. 청정하수구님에 따르면 파칭코 잡지에 연재된 작품이라고 하는데 "파칭코 잡지? 그럼 슬롯머신의 영웅담을 그리면 되겠네? 예쁜 소녀를 보호하는 정의의 슬롯머신! 그를 노리는 심볼군단!" 뭐 이런 식으로 아이디어를 정리한 거 같아요. 한마디로 쉽게 쉽게 생각나는대로 그린 느낌이라는거죠.
이러한 대충 전개된 느낌에 더해서 에 비하면 엔딩이 시시하고 뜬금없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별점은 2점. 튀는 느낌도 강해서 차라리 이 작품을 빼고 더 작고 예쁘게 책을 만들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어쨌건 이렇게 해서 작품 평점은 3점입니다. 취향을 많이 탈만한 작가이고 작품인데, 이런 류의 환상동화 좋아하신다면 한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0/05/20

명탐정 코난 66 - 아오야마 고쇼 : 별점 2점

 

명탐정 코난 66 - 4점
아오야마 고쇼 지음/서울문화사(만화)

전편에 이어진 작품 포함해서 4편이나 되는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5편이지만 마지막에 실린 "고스로리"는 도입부에 불과하므로 제외) 하지만 흠.. 만족스럽지는 못했어요. 추리만화의 기본인 트릭이 별로였거든요. 물론 대상 연령층도 낮을테고 만화라는 쟝르에는 이 정도면 적당하지 않냐 싶기도 한데 좋았던 과거에 비하면 서서히 뒤쳐지는게 확연하네요. 이래서야 검은조직과 코난 일행의 한판 승부로 작품을 빨리 마무리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죠. 관성으로 계속 보고는 있는데 언제까지 보게될지 우려가 생기기까지 합니다. 전체적인 별점의 평점은 2점. 다음권에서는 분발해주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에피소드별로 자세히 설명해보자면,

일단 전권에 이어지는 첫번째 에피소드 "절묘한 미끼"는 가장 중요한 트릭인 빨간색과 초록색에 대한 다이잉메시지부터 문제에요. 만화적으로만 그럴듯 할 뿐이지 실효성이 전무하거든요. 애시당초 피해자가 밖으로 이런저런 물감같은 것을 던져버릴 수 있었다면 입고있던 옷에다가 범인 이름이나 도와달라는 문구를 써서 밖으로 던져버렸으면 되잖아요? 게다가 이탈리아와 장화를 언급하는 암호같지도 않은 암호에다가 "공성계"라는 어줍잖은 작전까지 모든것이 별로였어요. "공명"이라는 신 캐릭터까지 등장시켜가며 1권가까운 분량으로 진행한 의욕은 높이 평가할만 하지만 그 외에는 건질게 별로 없네요. "공명"도 지나칠정도로 만화적인 캐릭터라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별점은 1.5점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에피소드 "벚꽃, 지다 - 피다"도 마찬가지에요. 시라토리 형사를 깊은 잠에 빠지게 만든다는 트릭의 기본 요소가 너무나도, 너무나도 허술하거든요. 전화기 불빛도 마찬가지라 다른 곳에서 전화가 오면 어떻게 하려고 한건지 짐작도 되지 않아요. 뒷자리 코난 일행이 불빛과 함께 모자를 목격하고 증언해준다는 것 역시나 운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고요. 그나마 시라토리 형사의 과거이야기와 벚꽃 장식 단서 하나만큼은 괜찮았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세번째 에피소드 "요괴창고"는 일종의 장치트릭인데 초반부는 나름대로 괜찮았습니다. 창문의 위치에 대한 트릭은 꽤 그럴듯했고 그 외에도 계단, 불단 등 세세한 요소들을 가지고 설명하는 것도 이치에 합당했으니까요. 뒷부분의 주판을 이용한 장난질(?)은 도가 좀 지나쳤고 왜 이러한 장치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생기지만 그래도 앞의 에피소드에 비하면 그럭저럭 수준은 되기때문에 별점은 2.5점입니다.

마지막 에피소드 "부적 탈환 작전"은 하츠토리와 카즈하 컴비가 간만에 등장해서 스포츠 바에서 일어난 폭행사건을 조사하는 에피소드입니다. 강력사건이긴 하지만 사건전개와 해결과정 모두가 일상계스러운 작품이죠. 그런데 앞부분에서 폭죽을 가지고 용의자를 골라낸다는 이야기는 굉장히 오버스러웠고 중요 단서는 말실수에 불과한 등 잘 짜여졌다 말하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행각승 지장 스님의 방랑 - 아리스가와 아리스 / 권영주 : 별점 2점

 

행각승 지장 스님의 방랑 - 4점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권영주 옮김/비채

한 지방 촌도시에 있는 바 에이프릴에 토요일밤마다 모이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비디오가게 주인과 사진관 주인부부, 신사복점 아들, 돌팔이 치과의사. 이들이 모이는 이유는 토요일밤에 바를 방문하는 슈겐도의 행각승 지장스님에게서 재미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죠. 일본 추리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단편집인데 이 작가 작품 중에서 학생 아리스와 작가 아리스 이외의 시리즈가 있는지는 처음 알았네요.

어쨌건 이렇게 범죄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펼쳐지는 추리이야기라는 설정은 많이 있어 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흑거미 클럽> 이겠죠. 에도가와 란포 단편에도 이러한 모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작품이 몇개 있고요. 또한 스님 탐정이라는 점에서 <a사이즈 살인사건>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고전적인 설정을 도입한 작품답게 실려있는 7편의 단편 모두 고전적이면서도 전형적인 퍼즐 미스터리 - 수수께끼 풀이 단편들입니다. "문제"편과 "해답"편으로 이루어져 있는 구성도 고전적이고요.

하지만 제가 이런 고전적인 단편들을 좋아라 하는데도 불구하고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첫번째 이유로는 <흑거미 클럽>의 설정은 클럽 회원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독자에게 공정한 단서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구석의 노인>과 같은 단순히 이야기 전달자와 탐정이 등장하는 구조에서 한단계 진보한 설정이었는데 이 작품은 이야기의 화자와 탐정역을 모두 행각승 지장스님이 맡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간단한 의견을 약간 전달하기는 하지만 하는게 거의 없습니다. 이래서야 지장 스님이라는 탐정이 등장하는 3인칭 추리단편으로 만드는게 낫지 않았을까요?

또한 슈겐도의 행각승이라는 주인공이자 탐정역인 지장 스님의 캐릭터도 문제였어요. 강인한 체력에 무술도 어느정도 갖추고 술이나 고기도 사양하지 않는, 좋아하는 칵테일이 "보헤미안 드림"이라는 (조사해봤는데 존재하지 않는 칵테일 같네요) 만화같은 설정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주인공이 왜 스님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이 전혀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a사이즈 살인사건>은 그나마 "선문답"이라는 형식을 통해 추리를 피력하는 등의 설정은 가져가는데 반해 이 작품에서는 "떠돌이"라는 설정 이외에는 행각승이 주인공이어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려웠어요.
그외의 전체적인 분위기 모두가 소설이 아닌 TV 단막극에 더 어울리는 내용들이었고 트릭들도 영상화되는 것이 더 깔끔하게 설명될 수 있을것 같아서 TV 시리즈를 소설로 만든게 아닌가하는 의심마저 들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미스터리 매니아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고전 스타일 구현을 위한 무리한 욕심은 가상합니다만 썩 잘 만들어졌다고 보기는 어렵군요. 이 작가는 소설가보다는 "원작가"로 활동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단편별로 아래에 보다 상세하게 적기는 했는데, 전체적인 별점을 평균하자면 2점정도입니다. 개인적 베스트로는 <독 만찬회>를 꼽겠습니다.


지방 철도와 신데렐라
상-하행선이 번갈아 운행하는 시골 기차라는 설정을 바탕으로 한 트릭. 고전적인 구성과 더불어 독자에게 주는 정보도 공정한 정통 퍼즐 미스터리입니다. 아이돌과 매니저가 등장하는 설정은 뻔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재미있었어요. 별점은 3점입니다.

저택의 가장파티
한 벼락부자 졸부의 가장파티장에서 배트맨 분장을 한 사람이 피해자를 찾아간 뒤, 다스베이더가 피해자와 배트맨의 시체를 발견한다는 이야기로 영상화되는 것이 더욱 어울릴법한 트릭이었습니다. 그다지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면 곧 범인이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았을까 싶긴 합니다. 별점은 2.5점.

절벽의 교주
사이비 종교단체의 절벽아래있는 수행장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루는 이야기. 공들여 만든 자연적인 밀실을 무대로 한 밀실살인물인데 설정 자체부터가 억지고 너무나 만화같은 트릭이라 점수를 주기가 힘드네요. 실제로 범행이 작품에서처럼 한번에 성공했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져 보이고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독 만찬회
가족 만찬회장에서 벌어진 독살사건이라는 고전적 설정도 좋지만 트릭이 굉장히 깔끔하고 기발해서 마음에 듭니다. 동기도 합당하고요. 우연에 의한 일종의 사고라는 문제가 있긴 한데 수수께끼 풀이로는 적당한 수준이었다 생각되네요. 뭐 이런게 더 현실적이기도 하겠죠. 별점은 3.5점입니다.

죽을 때는 혼자
전직 야쿠자가 총에 맞아 죽은 시체로 발견되는데 범인의 도주로는 완전히 차단된 상태였다는 내용입니다. 뭔가 거창한 밀실트릭이 쓰였을 것 같은데 실상 알맹이는 별게 없더군요. 치밀했어야 하는 범인이 중요한 단서를 간과했기 때문에 사건이 복잡해진 것 뿐이거든요. 좀 흔한 내용이기도 하고요. 별점은 2점.

깨진 유리창
일종의 순간이동 트릭으로 피해자가 사망할 때가 아닌 범인이 도주하고 나서 사망시간을 조작하기 위해 유리창을 깼다는 고전적인 트릭입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 싶네요. 그러나 트릭이 정말로 조잡하고 유치한 수준이었어요. 금방 조사하면 드러날 장치적인 트릭이라는 문제도 크지만 안에서 깬 유리와 밖에서 깬 유리의 형태가 당연히 다를 것이라는 기본조차 망각한 수준이하의 내용이거든요. 별점은 1점입니다.

덴마 박사의 승천
우연히 만난 발명가의 괴상한 죽음의 진상은 무엇인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괴상한 죽음이라는 것은 자살 같지만 현장까지 남겨진 술에 취한 듯한 엉망진창의 피해자 신발자국 때문인데요. 이 트릭은 수준을 떠나서 솔직히 반칙이었다 생각됩니다. 작위적이면서 억지스럽다라는 느낌도 받았고요. 차라리 바 손님들의 아이디어가 진상보다 더 낫지 않았나 싶네요. 별점은 1점.

2010/05/19

네이버 일본 미스터리 즐기기 카페가 뽑은 2009년 미스터리

 100518 : 네이버 일본 미스터리 즐기기 카페가 뽑은...


가입은 했지만 거의 활동하지 않는 네이버 '일본 미스터리 즐기기'카페에서 '우리가 뽑은 2009년 미스터리'라는 행사를 진행했더군요. 전혀 몰랐네요... kisnelis님 포스팅을 보고 찾아가 보았습니다.

무려 56위까지 있는데 일단 1위부터 10위까지는
1. 고백 - 미나토 가나에
2. 경관의 피 - 사사키 조
3. 내가 죽인 소녀 - 하라 료
4. 천사의 나이프 - 야쿠마루 가쿠
5.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 야마구치 마사야
6. 신세계에서 - 기시 유스케
6.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8. 항설백물어 - 교고쿠 나츠히코
9. 은폐수사 - 곤노 빈
10.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이네요.

그 외 순위에서 읽어본 작품은
15. 인체 모형의 방 - 나카지마 라모
15.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2 - 에도가와 란포
24.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 요코미조 세이시
26. 도착의 사각 - 오리하라 이치
32. 다이도지 케이의 사건수첩 - 와카타케 나나미
49. 귀를 막고 밤을 달린다 - 이시모치 아사미

고요.

일본 미스터리 문학 팬을 자처하는 입장에서 선정된 58권 중 읽은게 달랑 11권 뿐이라 창피하네요. 최소한 절반은 읽었어야 하는데... 올해는 좀 더 분발해야겠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나 많이 읽지 않은 책이 쌓여가면 좀 곤란한데 큰일입니다.

우리들과 경찰아저씨의 700일간 전쟁 - 별점 3점

 


줄거리는 요약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제목 그대로인, 그야말로 동네 순경 아저씨와 동네 불량아들의 기싸움을 70년대 일본 촌동네를 무대로 펼쳐놓는 유쾌한 코미디 영화입니다.

주인공을 비롯한 친구들의 캐릭터가 만화같이 약간 과장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TV 드라마가 더 잘 어울렸을 것 같은 에피소드 나열 형식의 이야기라는 단점은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배경 설정처럼 여유가 넘치고 캐릭터와 에피소드들도 딱히 튀는 느낌없이 하나의 영화로 잘 정돈되어 있다는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느긋하고 조용하면서 눈부신 시골 촌동네 풍광이 펼쳐지는 화면과 더불어 흡사 우리나라 80년대 같은 70년대 후반의 여러가지 디테일들을 보는 재미도 좋았고요.

무엇보다도 막판 성장기와도 같은 극적 감동 드라마가 펼쳐지는 것은 너무 교과서적인 전개가 아니었을까 싶었은데 의외로 극적인 장면은 허무하게 끝나버리고 결국 영화가 끝날때까지 아이들은 성장하지 않았다는 결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영화같으면 막판에 눈물바다 만드려고 억지스럽게 전개했을텐데 무리없이 현실적으로 마무리하고 있거든요.

뭐니뭐니해도 시작할때 "700일간 전쟁의 기록이다" 어쩌구 하더니 끝날때 "190일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식으로 노골적인 속편을 암시하는 것에 탄복했습니다. 이 정도면 속편을 예고하는 엔딩 중에서도 탑 클래스로 쳐주고 싶을 정도에요.^^

이렇듯 마음에 드는 부분이 많기때문에 별점은 3점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에 충분한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개인적 명대사는 "브래지어 빌려줘"!

2010/05/18

조선잡기 - 혼마 규스케 / 최혜주 : 별점 4점

 

조선잡기 - 8점
혼마 규스케 지음, 최혜주 옮김/김영사

1893년에 "여수거사"로 알려진 저자가 조선을 여행한 뒤 풍습과 일상생활에 대한 상세한 견문기 단편 154편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당시 조선의 화폐체계와 일본엔화와의 환전 가치같은 실질적인 정보를 비롯해서 호랑이 가죽 한장의 가격이라던가 우산 한개의 가격같은 사소한 것까지 방대하고 잡다한 자료가 모여 있는데 몇가지 소개해 보자면
- 당시 조선의 화폐는 무거워서 도적도 15관문, 즉 20엔 이상은 지고갈 수 없다.
- 유명한 대도의 현상금 1백냥은 일본돈으로 3엔 정도.
- 호랑이 가죽 한장은 약 30엔 정도.
- 개 한마리는 30~40전 정도이며 고양이는 거의 키우지 않는다.
- 조선에는 원래 우산이 없다. 일본산 수입품을 판매하며 가격은 14~5전 정도. 하지만 우산 용도가 아닌 양산으로 사용한다.
- 밤에 거리를 다니는 것은 여러모로 위험하여 밤 10시 이후에는 거리가 적막할 정도로 통행인이 없었다.
- 만인설(萬人楔)이라는 일종의 복권이 있다. 1표에 약 5백문정도로 1등은 5백관 등 추첨하여 약속한 금전을 지급한다.
- 당시 경성에 3명 있던 일본인 의사의 월 수입은 150엔 이상이다.
- 천연두 예방을 위한 우두의는 관에 수십금을 납부하여 허락을 얻는데 한번의 보수가 수금, 한철에 백금이상 벌 수 있었다.
- 조선 여행의 휴대품으로는 모포, 어깨에 메는 가방, 수첩, 연필, 키니네, 은화약간, 호신용품, 수건, 치약, 비누, 소금을 추천하며 옷은 서양복이 편리하다.
- 조선 연초는 평안도 평안시장 것을 최상품으로 치며 황해도 곡산것이 그 다음이다.

등등등 잡다하면서도 실용적이고 실질적인 정보가 가득합니다. 당시 선진국이고 문명국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일본인의 시각인 탓에 조선을 후진적이고 부정부패가 넘치며 굉장히 지저분한 곳으로 묘사한 것이 눈에 거슬리지만 조선의 발전을 위하여 나름 고민하는 부분도 약간이나마 있다는 것이 약간은 의외더군요. 다 일본을 위해서였겠지만요...

최초에 이 책을 쓴 의도는 병합을 위한 정탐이었으나 당시 생활과 문화에 대한 생생한 견문록이기에 지금은 귀중한 자료로서 기능하고 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느껴지기도 하네요. 재미와 함께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별점은 4점입니다. 번역자의 책과 저자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더불어 책의 만든 모양새도 아주 이뻐서 마음에 쏙 듭니다.

덧붙이자면, 조선에서 지세를 변경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 것을 비판하며 인공적으로 지세를 변경해야 한다 주장하는데 현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의 기본 마인드와 동일해 보이는 것이 역시 일본인들 생각은 다 똑같구나... 싶더군요. 쩝.

헬 라이드 (2008) - 래리 비숍 : 별점 0.5점

 


회사에서 업무땜시 빌린 외장하드에 불법으로 다운로드되어 들어있던 영화입니다. 볼게 없어 보기 시작했는데... 최근 본 영화들 중 가장 쓰레기더군요. 바이커 갱단의 세력다툼이 이야기의 전부인데, 뭔가 있어보이는 것 처럼 폼은 그럴싸하게 잡지만 주인공 일행이나 악당들이나 하는 짓거리들이 다 그게그거인 인간 말종들일 뿐입니다. 물론 복수라던가 보물을 둘러싼 암투 같은 곁가지(?) 이야기들이 존재하는 것 같긴한데 어차피 다 필요없어요. 이것도 얘네들이 사람죽이기 위한 좋은 이유 중 하나일 뿐이니깐.
스토리가 개판이면 다른 것들이라도 괜찮아야 할텐데... 편집이 재기발랄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고, 액션이 화끈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어떻게하면 이렇게 건질게 하나도 없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네요.

한마디로 뇌없는 바이커 갱단들이 여자들을 후리고 술을 처먹으며 살인을 저지르는 이야기... 뭐 이런게 취향인 사람들도 있겠지만 제 취향과는 몇만광년 동떨어진 영화로 별점은 0.5점. 빵점 주려고 했지만 나오는 여자들 몸매는 좋았기에 0.5점 줍니다. 차라리 아예 "포르노"였더라면 별점 1점은 줬을텐데.

2010/05/17

CMB 박물관 사건목록 12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3점

 

CMB 박물관 사건목록 12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일전에 13권을 리뷰했는데 알고보니 12권을 읽지 않고 넘겼더라고요. 마침 형이 12권을 구입했길래 바로 빌려서 읽어 보았습니다. 12권에는 <봉니>, <노파와 원숭이>, <창의 유령> 이렇게 3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네요.

뒷북이긴 하지만 한편씩 자세하게 소개해본다면,
<봉니>의 경우 메소포타미아의 진흙봉인을 둘러싼 짤막한 이야기로 CMB특유의 박물학적 지식을 풀어놓는, 학습만화에 가까운 단편이었어요. 진흙봉인을 푸는 트릭이 핵심인데 썩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고 신라의 양아버지 중 한명인 레이라는 인물이 등장하기는 하는데 이야기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 등 이야기의 밀도도 그냥저냥한, 평작수준의 이야기로 생각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노파와 원숭이>는 밀실 트릭을 전면에 내세운 고전적인 스타일의 정통 추리물입니다. 동기가 있는 인물들의 연이은 등장! 너무나도 완벽한 밀실에서 발견된 독살된 시체! 라는 전개 방법 자체가 아주 고전적이죠. 독자에게 단서도 아주아주 공정하게 제공하고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전 이런게 너무 좋아요. 범행이 우연(?)에 의한 결과물이었다는 약점은 있지만 트릭도 깔끔한게 높이 평가할 만 했고요. 별점은 4점!

<창의 유령>은 홍콩을 무대로 펼쳐지는 약간 오컬트적인 느낌의 작품인데 이야기가 좀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아서 아쉬웠어요. 신라 일행이 사건에 엮이게 되는 이유에서부터 유령을 끌어들여 전개하는 이야기와 동기 등 모든 부분이 억지스러웠거든요. 살인이지만 자살로 위장하는 장치 트릭의 설득력도 부족해보였고요.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은 편은 아니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결론적으로 3작품 평균 별점은 3점 되겠습니다. <노파와 원숭이> 한편 만으로도 책의 가치가 확~ 올라가버리네요. 이정도 수준의 단편이 꾸준히 발표된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CMB는 제 생각보다도 연재가 오래갈 것 같기도 합니다.

설화 속 동물 인간을 말하다 - 심우장 외 / 문찬 그림 : 별점은 2점

 

설화 속 동물 인간을 말하다 - 4점
심우장, 김경희, 정숙영, 이홍우, 조선영 지음, 문찬 그림/책과함께

우리나라의 설화를 설명과 함께 실어놓은 책입니다. 잘 알고있는 설화에서부터 음담패설에 가까운 야담까지 6개의 대 주제로 분류하여 소개하고 있어 양적으로도 굉장히 풍족하지만 내용도 재미있고 설명도 자세하여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던 것을 한가지만 소개하자면 (당연히 음담패설들이 재미있었지만 뺄께요)
<참기름을 발라놓은 강아지로 호랑이를 사냥하는 이야기>
참기름을 며칠에 걸쳐 발라놓은 강아지에 밧줄을 묶어놓고 기다리면 호랑이가 삼킬 때 항문까지 미끄덩~하고 빠져나오기 때문에 호랑이를 줄줄 꿰어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
를 들겠습니다. 옛날 사람들 상상력도 정말 못말리겠어요.^^ 이외에도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책의 재미를 떠나 책의 완성도는 많이 아쉽더군요. 상당히 걸쭉한 수준의 야담이 실려있는 것으로 볼 때 아동용은 분명 아닌데 기본적인 문체 자체와 더불어 아동용으로 보이는 유치한 삽화가 너무 많은 것이 가장 큰 문제에요. 한마디로 독자 연령층과 십만광년은 떨어진 책이 아닌가 싶었어요. 그나마 삽화의 수준도 아주 별로였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독자 연령에 맞는 도판이나 일러스트로 포장했더라면 별점 3점은 충분했을텐데 아깝네요. 설화와 민담, 전설에 흥미가 있으시다면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만 구입보다는 저처럼 도서관에서 읽으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세계 챔피언 - 로얄드 달 / 정해영 외 : 별점은 2.5점

 

세계 챔피언 - 6점
로알드 달 지음, 정해영 외 옮김/강

"기묘한 맛" 류 단편의 거장인 로얄드 달 단편선입니다. 일전에 읽었던 "맛"에 이어 나온 시리즈죠. 다양한 쟝르의 단편들이 실려있는데 클로드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5편의 연작 시리즈는 크게는 사기-범죄 몽상물로 규정할 수 있을테고 <탄생과 재앙>은 약간의 반전이 있는 드라마, <조지 포지>는 여성공포증을 테마로 한 환상 단편, <로열 젤리>는 이형(異形) 동물로의 변신에 대한 환상 단편, <달리는 폭슬리>는 잔잔한 일상계 반전 드라마, <소리잡는 기계>, <윌리엄과 메리>는 SF 단편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클로드의 개> 시리즈가 제일 괜찮더군요.
뀡 밀렵에 대한 기발한 아이디어와 유머러스한 결말이 인상적인 <세계 챔피언>, 경주용 개에 대한 잘 짜여진 사기극을 다룬 <피지 씨>, 갑자기 늘어난 쥐떼를 잡으러 나타난 쥐잡이 사내가 손,발 등을 전혀 쓰지 않고 쥐를 잡는 것에 대한 내기를 다룬 <쥐잡이 사내>, 건초더미를 치우는 단순한 일에서 서서히 긴장이 고조되는 맛이 일품인 <러민스> (단, 아무런 동기와 이유가 등장하지 않아서 범죄물로의 밀도는 떨어집니다), 마지막으로 클로드가 여자친구 클라리스의 아버지 호디 씨에게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신사업아이템인 구더기 공장에 대한 장황한 계획을 떠벌인다는 <호디 씨> 이렇게 5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시리즈인데 기발한 발상과 유머는 <세계 챔피언>과 <호디 씨>, 서늘하고 기묘한 맛의 분위기는 <쥐잡이 사내>와 <러민스>에 잘 드러나 있는, 로열드 달의 매력이 모두 담겨있는 시리즈였다 생각되네요. (<피지 씨>는 사기계획의 디테일과 진행 과정은 좋았지만 돈을 지급해야 하는 꾼들이 담합해서 돈을 안준다는 결말이 황당해서 뺐습니다.)
그 외의 작품으로는 학창시절의 괴로웠던 추억과 현재의 출근길이 결합하는 전개와 묘사가 인상적이었던, 그야말로 일상계 심리썰렁 반전물인 <달리는 폭슬리>를 베스트로 꼽고 싶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작품들은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탄생과 재앙>은 뻔하고 지루했으며 <조지 포지>는 솔직히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이해도 잘 되지 않았거든요. <로열 젤리>는 작가와는 잘 맞지 않는 분위기인데다가 묘사나 상상력이 징그러워서 마음에 들지 않네요. SF라 할 수 있는 <소리잡는 기계>, <윌리엄과 메리>는 좋은 작품이고 뛰어난 상상력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지금 읽기에는 많이 낡은 설정이었고요.

그래서 전체적인 평점은 평범한 수준인 2.5점 정도라 생각되네요. 작품마다 편차가 심한 것이 아쉽습니다. 아직 접해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맛" 쪽을 먼저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2010.5. 11 ~ 5.16 한주간 두산베어스 단상

 


좋았던 점 :
1. 선발투수진 : 대체로 선발투수진이 호투했음. 김선우 - 히메네스 - 이현승 - 임태훈 - 왈론드라는 5선발 로테이션 정상 가동.
2. 전체 타선 : 지난 한주간 6경기 게임당 평균득점 거의 6점. 장원삼 선수 1명을 빼고는 크루세타 - 배영수 - 글로버 - 카도쿠라와 같은 투수들을 상대로 한 것이라 더욱 값지다.

나빴던 점 :
1. 전체적인 투수 운용 : 선발투수진이 5이닝 정도만 막아주는 바람에 계투진에 심각한 부하가 걸림.

기타 감상 :
1, 3위팀을 상대로 한 6연전에서 4승 2패니 일단 숫자만으로는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누가봐도 버리는 경기였던 토요일 경기가 의외로 중반까지 앞서가는 바람에 정재훈 선수를 당겨썼고, 때문에 뒷 투수들에게 모두 부하가 걸려 일요일 경기를 놓친것이 아깝네요. 금요일에 홈런을 6방이나 치며 크게 앞서갔기에 중간 투수인 조승수나 홍상삼 선수가 조금만 더 버텨주었더라면, 토요일 만루 찬스에서 임재철 선수가 안타 하나만 쳐줘서 후반을 좀 더 편안하게 갔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결국 한주내내 선발투수가 5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던 것이 (수요일 히메네스만 6이닝) 일요일 경기에서 김선우 선수가 6이닝 이상 애써주었지만 결국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한 원인이죠. 그래도 질 경기라 생각한 경기를 이겼으니 다행이랄까요. 하여간 SK가 정말 강한팀은 강한팀이에요. 이건 뭐 이겨도 기분이 찜찜하니...

그리고 말이 좀 많은데 김경문 감독이 히메네스를 올린 승부수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윤석민 선수나 채병룡, 전병두 선수 등 돌려쓰는 선발도 몇명 있을 뿐더러 분명 중요한 경기였으니 결과만 좋았더라면 납득할 수 있었거든요. 김선우 선수 승리도 챙겨줘야 하고, 그 상황에서 나와서 막아줄만한 선수가 불펜진에 보이지도 않고, 게임을 포기하는 것도 아니라면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인 다음 선발투수(!)를 내는 것이 당연하잖아요. 차라리 이현승 선수를 내는 것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불펜경험도 있고 아무래도 좌투수니깐)

결과적으로 약한 선발진 문제가 별로 해결되어 보이지 않는 한주네요. 2군에서 롱맨으로 올릴만한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걱정이 좀 커집니다. 어쨌건 이번주는 히메네스 - 이현승 - 왈론드 - 임태훈 - 김선우 - 히메네스 또는 홍상삼 (땜빵) - 이현승 - 히메네스 - 왈론드 - 임태훈 - 김선우 정도의 로테이션이 아닐까 싶은데 잘 추스리고 선발투수들이 제발 6이닝 정도는 던져주는 한주가 되었으면 하네요. 타선은 확실한 만큼 이기는 경기는 확실하게 쉬어가는 불펜 로테이션이 있었으면 좋겠고요. 소박하게 5할 승부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