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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02

내가 죽인 소녀 - 하라료 / 박영 옮김 : 별점 4점

내가 죽인 소녀 - 8점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비채

의뢰 전화를 받은 사립탐정 사와자키는 작가 마카베 오사무의 집에 찾아가나 영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경찰에게 체포된다. 혐의는 알고보니 마카베 오사무의 딸 사야카의 유괴 혐의. 경찰의 취조 끝에 누명은 벗겨지나 유괴범은 사와자키가 몸값을 전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사와자키는 어린 소녀를 살리기 위해 끊임없는 경찰의 감시와 의심의 눈길 속에서 유괴범 요구대로 도쿄 시내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접선을 시도하나 폭행사건에 휘말려들어 몸값을 잃어 버리게 된다.

이후 마카베 오사무의 처남 가이 마사요시의 재차 의뢰로 혹시 가이의 4명의 자녀가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며 스스로 유괴범을 찾기 위해 애쓰나 결국 사야카는 시체로 발견되고 만다. 하지만 조사 도중 가이의 딸인 가무라 지아키의 남편인 유키가 우연찮게 몸값이 들어있던 가방을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수사는 활기를 띄게 되는데....


하라 료의 유명한 작품으로 소문만 들었던 책입니다. 그동안 구하기 위해 여러번 노력했지만 실패했던 차에, 이번에 석원님 등 인터넷 상의 지인 여러분의 도움으로 출판사 공동구매라는 방법으로 구입하게 되었네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뭐 하나 빼놓을 부분이 없을 정도로 멋졌거든요! 일단 주인공 사와자키부터 아주 매력적입니다. 블루버드라는 애차와 필터없는 담배를 애용하며 거칠고 시니컬한 말투에 경찰과는 사이가 좋지 않다는 등의 여러가지 디테일은 전성기 미국 하드보일드 탐정 계보를 충실하게 이어가는데, 실제 "액션" 자체는 별볼일 없다는 점에서 의외의 현실성까지 느끼게 해 주니까요.
그리고 이야기 전개도 짜임새있고 박진감 넘칩니다. "유괴"라는 범죄는 주로 면식범의 소행일 여지가 많다는 전제하에서 이야기의 얼개가 짜여지고 있는데 상당히 합리적이면서도 구체적이라 마음에 드네요. 모든 단서와 근거가 사와자키의 조사를 통한 것이라는 점, 그리고 사와자키의 조사는 대부분 "미행"과 "탐문"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 등의 현실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고요.
아울러 수사과정 외에도 사와자키라는 캐릭터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다른 사건들 역시 소설에 몰입하게 만드는 효과가 탁월합니다. 단편적인 정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짤막하고 지엽적인 이야기인데 뭔가 스토리에 맞춰서 캐릭터 설정이 드러나는 작품 구성이 정말 대단해 보였어요.

무엇보다도 마지막의 진상과 그에 따른 반전이 상당히 임팩트있어서 그야말로 화룡정점을 찍어주는 것이 좋더군요. 별다른 증거 없이 사와자키의 추리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정말로 마지막에 터트린다는 점에서도 확실한 정통 미국식 하드보일드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진정한 하드보일드 작품이었달까요.

그래서 별점은 4점. 추리적으로나 소설적으로나 치우침 없는 재미를 가져다 주는 괜찮은 작품인데 많이 안 팔렸다는 점에서 추리 매니아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아무래도 이 책이 팔리지 않은 이유는 제 생각에는 이해불가능할 정도로 허접한 표지...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구입에 도움 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PS : 뭔가 울림을 주는 저 제목이 읽기 전에는 참 멋지게 보였는데 읽고 나니 그야말로 제목 그대로의 의미네요^^

* 2015.06.17 신규 출간본 추가 및 내용 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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