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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26

극한추리 콜로세움 (極限推理コロシアム) - 스포일러 있습니다!

극한추리 콜로세움(極限推理コロシアム)

프리터 코마가타, 경찰 카가, 프로그래머 데부치, 백수 이다, 번역가 타키모토, OL 요시와라, 그리고 시노자키라는 일곱명의 사람들이 어느날 이상한 저택에 갖히게 된다. 이 저택은 "여름저택"이라고 불리우는 공간으로 영문을 모르던 그들앞에 그들을 이 저택에 가둔듯한 인물에게서 수수께끼의 메시지가 전송된다. 그들이 이제 차례로 죽어갈 것이며 그 범인을 밝혀내면 천만엔의 상금과 함께 저택에서 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 문제는 그들 사이의 범인만이 아니라 또 다른 공간인 "겨울저택"에서의 범인까지 밝혀내야 한다는 것. 그날밤 OL 요시와라가 살해되어 연쇄살인이 시작되고 매일 아침 한번씩 있는 겨울저택과의 통신과 유일한 힌트로 주어진 "동상"이라는 단어를 놓고 코마가타는 범인이 누구인지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데...

일본의 추리소설상 중의 하나인 메피스토상을 수상한 소설이 원작인 TV 미니시리즈입니다.

기본 설정은 영화 "큐브"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전혀 접점이 없는 불특정 다수의 인물들이 특정 공간에 갖힌채로 빠져나가기 위한 노력을 벌인다는 설정이거든요. 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큐브와는 달리 이 특정 공간은 일종의 "게임"을 위한 공간이고 그 게임을 클리어 했을 때는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는 점이겠죠. 이 게임이 바로 추리 게임인 것이고요.

추리적으로 본다면 7명의 사람들밖에 없는 폐쇄된 공간에서의 밀실 트릭과 "힌트"로서 주어진 단어를 해독하기 위한 암호해독 트릭의 두가지 트릭이 메인 트릭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해결을 위한 정보는 시청자에게 비교적 공정하게 전달됩니다.

하지만 밀실 트릭의 경우는 맨 처음 겨울저택과의 통신을 통해 두개의 저택이 동일한 평면도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살인자의 침입 경로를 알아낸 시노자키의 증언을 통해서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두개의 저택이 다른 곳에 위치한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건물에 다른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너무 뻔했어요. 더군다나 신발자국 등을 대조하는 부분은 사족인데다가 과잉 친절이라 보이고요.

암호 트릭은 일단 일본어를 잘 모르면 풀 수 없는 트릭인데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양쪽에 공평한 암호라 생각되지는 않는다는 문제가 도드라집니다. 일단 두 저택의 힌트를 모두 알아야 풀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좋았고 "동상"이라는 힌트에서 양쪽 저택에 있는 것이 "아르마딜로"와 "바다코끼리"라는 것도 재미난 설정이었어요. 그런데 겨울저택의 힌트는 "가장 젊은 사람의 이름"이라는 것이고 이것이 "키바"라는 젊은이라는 것인데, 이 두가지 정보만으로 범인을 특정한다는건 억지스러웠습니다. "키바", 즉 "어금니"의 갯수로 범인의 수를 표현하는 것이라면 "여름저택"의 동상은 아르마딜로가 아니라 어금니가 없는 그 어떤 동물이어도 상관없다는 이야기인데, 이렇게 한쪽에만 일방적으로 해당되는 암호가 과연 신빙성을 가질 수는 없을 것 같고요. 아르마딜로라는 특이한 동물의 동상이라는 것에 집중하게 해서 본질적인 의미를 흐리게 하려는 작가의 생각은 충분히 알겠지만, 이런 점에서 썩 잘 된 트릭으로 보이지는 않네요.

흔치않은 정통파 추리물로 기대하고 보기 시작했지만 생각보다는 빈약하고 얄팍한 부분이 많아서 실망스러웠습니다. 게다가 원래 설정이나 이야기전개가 너무 말도 안돼서 황당한데 결말 부분, 즉 살아남은 모두의 기억을 지운다는 등 하는 이야기는 그 정도가 너무 지나쳐서 실망스러웠고요.
나름대로 긴장감과 지적 흥분을 가져다 주는 부분은 있고 "겨울저택"과의 정보 공유가 오갈때의 두뇌싸움 등 볼만한 요소는 제법 있기 때문에 킬링타임용으로 잠깐 즐기는 수준이 딱 맞다고 생각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06/06/23

럭키넘버슬레븐 - 폴 맥기건


슬레븐은 직장에서 짤린날 자기 집은 흰개미로 쑥밭이 되고 어쩔 수 없이 찾아간 여자친구 집에서 자신의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떡을 치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는 열받은 나머지 친구 닉에게 신세질 것을 부탁하고 닉의 집으로 찾아가는데 가는 길에 강도를 만나 지갑마저 빼앗긴다. 그러나 전편의 불행은 장난이었을 뿐.... 닉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건달 두명이 그를 닉으로 오해하여 그들의 보스에게 데려가고 보스는 닉이 빚진 돈 대신 라이벌 보스인 랍비의 아들을 죽일 것을 명령 받는다. 다음날에는 라이벌 보스 랍비가 그에게 빚진 돈 3만3천달러를 내 놓으라고 협박하고 궁지에 몰린 슬레븐은 살인을 계획하여 실행에 옮길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모든 사건은 유명한 전설적 킬러 "굿캣"의 작전이었으니..


최신 개봉작입니다. 간만에 본 영화네요. 예고편만 보고 괜찮은 범죄 스릴러라 생각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일단 영화 자체가 무척 스타일리쉬해서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습니다. 보스들의 방이나 닉의 아파트 등 대부분 세트안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이기에 세트에 신경을 많이 쓴 티가 역력할 정도로 셋트 디자인이 잘 짜여져 있고 편집도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이 느껴지도록 굉장히 스피디하면서도 깔끔하면서도, 촬영도 광각을 잘 이용한 독특한 느낌을 가져다 주는 것이 마음에 드네요.

거기에 스토리와 스토리를 받쳐주는 여러 설정들도 괜찮습니다. 전반부의 의미없어 보이던 여러 사건들이 하나로 엮이는 사건 구조가 치밀할 뿐더러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도 교묘하며 반지나 총, 시계와 같이 영화 곳곳에 숨은 그림 찾기처럼 교묘하게 단서가 될 수 있는 소품과 복선들이 숨어 있는것이 굉장히 정교한 느낌을 전해 주는것 뿐만 아니라 재미를 더욱 더해주게끔 전체적으로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풍기게끔 하는 솜씨가 놀랍더군요. 제가 유머를 좋아하는 탓인지 초반부에는 정말 웃음이 끊이지 않게끔하는 전개를 계속 보여주는데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뒷부분에서 제임스 본드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같은 영화를 예로 들어 상황을 설명하는 장면도 괜찮았고요.

하지만 반전 자체는 기대에 비한다면 좀 뻔하더군요. 쉽게 예상 가능한 수준이랄까요? 외려 반전이 대단하다기 보다는 반전까지 흘러가는 과정이 납득이 되게끔 각본과 촬영, 편집이 잘 조화되도록 노력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한마디로 평한다면 몇년 전 유행했던 "스타일리쉬 깜짝 반전 스릴러물" 이 좋은 각본을 만나 한발자국정도 더 진화한 형태로 보이네요. 스토리상에서 결정적인 단점이 하나 있으며 >>스포일러성 멘트이니 보실분만 보시길...>>  (왜 굿캣이 슬레븐의 복수를 도와주는지에 대한 논리적 설명이 전무합니다!)루시 리우의 불필요한 등장같은 부분에서는 깔끔한 맛이 약간 부족해 보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나름 괜찮은 범죄 스릴러물이라 생각됩니다. 무엇보다도 두번세번 보거나 머리속에서 생각할 필요 없이 결말 부분에서 복잡한 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해 주는 알기 쉬운 설명과 편집이 백미랄까요? 두말하면 잔소리인 모건 프리먼과 벤 킹슬리 경의 악역연기는 역시나 멋졌고 브루스 윌리스의 "나인야드"때의 모습을 그대로 연상시키는 킬러 모습도 묵직하니 좋았고요. (브루스 윌리스가 "연기"를 한 것 같지는 않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보는 내내 즐겁게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2006/06/22

미래의 GUI 환경...

3D desktop : 동영상은 여기, 선규님 이글루에서!

직업이 UI 기획자인지라 무척이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동영상들이네요. 첫번째 MS프로젝트 동영상은 현재 기술력으로 불가능할 것은 없어 보입니다. 다만 파일 제목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라던가 파일 갯수가 많아질때의 정리정돈 방법 등 실제 UI의 기본이 될 수 있는 방법들 보다는 "재미"와 "효과"에 치중한 듯한 느낌이 강합니다. 물론 사용자가 실제 책상을 쓰는 듯한 직관적인 비쥬얼과 쉬워보이는 단순한 조작방식은 대단한 장점이긴 하지만요. 향후 어떻게 발전될지 궁금해 지네요.

두번째 맥 프로젝트 동영상은 예전에 보았었던 것이지만 다시 봐도 정말 대단하네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시대가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멋진 GUI라 생각합니다. 단 이것 역시 실제 액정에 많은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이라던가 비쥬얼에서 뭔가 한계가 느껴지는 것이 아직은 시대를 앞서나가고 있는 것 같긴 하네요.

개인적으로 PUI의 특수하면서도 직관적인 측면이라던가 효과면에서 맥 프로젝트쪽이 훨씬 마음에 들긴 하는데 이러한 시도로 계속 발전되어 나가는 GUI의 미래가 무엇일지 정말 흥미진진하면서도 큰 기대가 됩니다.

2006/06/21

생사박 - 좌백 : 별점 4점

원래 소림사의 승려였던 흑저는 비무시합에서 자신의 무술을 선보이다가 실수로 상대를 죽이게 되어 파계되게 되는데 "소림이 준것을 거둔다!"라는 계율에 따라 내공까지 상실당하고 팔의 힘줄까지 끊어진채 쫓겨난다. 그는 10여년의 세월 동안 갖은 고생을 하면서도 파계의 원인이 되었던 자신만의 무공, ‘박투술’을 완성시켜 소림사의 인정을 받고자 노력하며 힘줄이 끊어진 팔을 이용하기 위해 악명 높은 중원사흉(中原四凶) 중 하나인 청면수라를 죽이고 그가 지녔던 흉기인 청마수(靑魔手)를 탈취한다. 그런데 그 때 청면수라는 중원제일가(中原第一家) 금룡장의 차기 가주, 금조운을 죽이려던 참이었고 건방진 꼬마인 금조운은 생명의 은인인 흑저에게 ‘흑룡이 보이면 금룡을 찾으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기고 금룡장으로 돌아간다. 이후 흑저는 금조운의 생명을 노리던 정체모를 집단과 여러 악인들의 목표가 되어 계속된 생명을 건 결투를 벌이게 되며 이러한 생사를 건 결투의 와중에 서서히 "박투술"을 완성해 나가게 되는데..

좌백님의 소설입니다. 입소문은 많이 들었지만 이제서야 읽게 되네요. 

읽고난 평은 한마디로 평하자면 "그동안 읽어온 신무협 쟝르 중 최고!"라 할 수 있겠습니다. 박투술이라는 무공은 이전에 읽었던 용대운님의 "독보건곤"의 무쌍류와 비슷한 타격기로 독보건곤에서도 마음에 들었던 부분입니다. 그러나 무쌍류의 설정이나 묘사에서는 왜 최강의 무공이 타격기인지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이 전혀 없고 후반부에서는 오히려 도법으로 전환하여 실망스러운 부분이 없잖아 있었는데 이 생사박에서는 흑저의 타격기가 흑저의 타고난 체형, 즉 둔하고 뚱뚱하며 팔다리가 짧아 무공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체형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묘사하여 박투술이라는 무공의 현실성에 힘을 실어 주고 있는 점이 돋보였습니다. 

이것 뿐만이 아니라 그간 읽어온 신무협 소설들이 대부분 끝이 흐지부지, 애매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던 반면에 이 작품은 크게 2가지의 이야기, 즉 흑저가 소림으로 돌아가 자신의 무공을 인정받고자 하는 노력을 그리는 이야기와 금룡장의 주인 자리를 놓고 치열한 사투, 그것도 주로 "두뇌싸움"을 벌이는 금조운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결합하여 전개 자체를 흥미진진하게 하면서도 세간의 흔한 복수극류의 뻔한 이야기 구조에서 탈피한 신선함을 가져다 줍니다. 결국 결말부분에서 흑저가 원했던 것은 복수가 아니라 무도의 완성이며 또 무도의 극이 불도의 극과 통한다는 이야기는 굉장히 참신하더군요. 또한 금룡장 이야기에서 보여주는 여러가지 복선 등이 꼼꼼하고 치밀해서 추리무협 스타일의 전개를 보여주는 것도 좋았고요.

무엇보다도 그간 무협지에서 보아왔던 뻔한 캐릭터들이 아닌 독특한 캐릭터가 넘쳐나서 무척이나 재미있었습니다. 주인공 흑저가 파계승으로 굉장히 추한 외모의 사나이라는 것 부터 독특한데 조연급 인물들이 더더욱 한개성합니다. 특히나 극적 반전(?)의 주인공인 끈기와 집념의 거지 황거지, 별다른 무공이나 능력도 없고 머리까지 멍청하지만 얼굴만 잘생긴, 그야말로 무림의 제비라 할 수 있는 엽검영 같은 캐릭터는 그들만으로 한편의 작품이 나올 만큼 인상적인 캐릭터들이었습니다. 

그래도 읽으면서 좀 불만스러웠던 점을 몇가지 든다면 금룡장의 세력다툼을 주 이야기로 끌어들인 것까지는 좋았는데 흑저에게 많은 희생과 아픔을 가져다 주는 이야기의 결말이 너무 시시했다는 점 (저같으면 소운이라는 놈을 찢어버리는 전개로 만들었을텐데...)과 그다지 등장할 필요가 없었던 귀도라던가 한백같은 몇몇 무림인들의 등장 부분은 좀 아쉬웠습니다. 무림 10대 흉기나 "환"이라는 암기와 같은 불필요한 설정 역시 너무 많았고요. 하지만 이정도 단점은 이 작품의 재미에 비추어 볼 때 굉장히 사소한 점임은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하여간 이만큼의 완성도를 지니는 신무협 소설이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습니다. 작가의 말대로 불도의 극의까지 어느정도 표현하는데 성공했다 보일만큼 높은 수준의 작가 의식이 엿보이기도 하고요. 이정도 작품이면 대륙의 작품에 비해 그다지 처진다 느껴지지 않을 정도네요. 별점은 4점입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인 "야광충"을 빨리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2006/06/19

혈기린 외전 - 좌백

<1> 가난한 청년 왕일은 굶어죽지 않기 위해 마을의 지주 아들 진가소의 군역을 대신 받아 남만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공을 세워 황보장군의 특명으로 군역에서 해방되어 마을로 돌아오지만 가족이 몰살당하고 하나뿐인 여동생이 진씨 가문에서 농락당하다 녹림채에게 끌려간 것을 알게되고 복수를 결심한다. 그러나 무림인이 속해있던 진씨 가문에서 중상을 입고 도망치던 중 우연히 만난 개방 향주 유곰보의 도움을 받게 되고 그를 통해 서문정이라는 개방 인물을 만나 그의 제자로 독공을 익혀 다시 복수에 나서서 녹림18채 중 하나를 괴멸시키고 동생을 구하게 된다.

<2> 병든 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비종문이라는 문파의 무사로 지원한 왕일은 여러 인물들에게 농락당한 한으로 동생이 자살하자 자포자기 상태로 절망적인 임무를 맡게 된다. 그것은 군호맹과 제룡련의 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무림 4대고수의 한명인 혈기린을 군호맹으로 초대하는 것. 그는 4명의 인물과 조를 짜서 혈기린이 있다는 남만으로 출발한다...

<3> 혈기린의 진전을 이은 왕일은 혈기린으로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군호맹을 도와 제룡련과 싸워나가기 시작한다. 군호맹과 제룡련의 양대세력의 피해는 점차 커지게 되고 결국 더이상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예 고수들을 선발하여 한판 승부로 모든 것을 결정하려 하는데...

좌백의 신무협 대표작이라 하는 혈기린 외전입니다. 용대운 시리즈를 좀 읽다가 추천을 받아 읽게 되었네요. 좌백님의 작품은 예전에 "대도오"를 읽은 이후 처음이군요.

이 소설은 위의 줄거리처럼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부가 가장 마음에 들더군요. 가난한 시골 청년 왕일이 무공은 거의 지니지 못한 상태로 무림인들을 상대로 복수하는 과정의 설득력과 재미가 확실하거든요. 기존 무협지의 룰을 거의 깨는 파격적인 전개가 굉장히 인상적이기도 하고요. 무림 고수나 세력을 상대로 독공을 조금 익히기는 했지만 거의 무공은 의지하지도, 보여주지도 않으며 작전과 활 등에 의존한 "투쟁"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하지만 2부부터의 기존 무협지와 차이나지 않는 전개는 기대에 많이 못미쳐 실망스러웠습니다. 1부는 안 읽고 2부부터 읽어도 무방할 만큼 따로 놀기도 하지만 무협지의 공식이라고 해도 좋을 별볼일 없는 인물이 기연을 얻어 고수로 거듭나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며 그 외에도 여러 고수들의 전투를 가장한 비무 장면 등 뻔한 장면이 난무하는 등 기존 무협지의 정석을 답습할 뿐이었습니다.

또 이미 죽은 줄 알았던 캐릭터를 후반부에 억지로 되살린다던가, 마달이라는 무의미한 캐릭터가 끝까지 계속 등장한다던가, 남봉황과 혈기린(을 가장한 왕일) 의 사랑이 난데없이 시작한다던가하는 문제는 작가가 너무 무성의한게 쓴 것이 아닌가 의심되기 까지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결말은 너무나 시시해서 안타까울 정도 였습니다. 이러한 것은 아무래도 3부작으로 나눈 구성이 외려 작품에는 안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았습니다. 억지로 3부를 써내려가서 완결시킨 느낌이 강했거든요.

그래도 두개의 세력으로 나뉘어 "전투"와 같이 대립하는 무림인들의 대결이라는 설정은 특이했고 "독공"과 "암기"의 명수라는 혈기린이라는 캐릭터와 그의 무공, 독공에 대한 설정이나 묘사는 독특해서 좋긴 했지만 독에 의존한 전투이기 때문에 외려 무공을 겨루는 장면에서의 재미 역시 반감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요약한다면 1부 만큼은 인상적이었고 충분한 재미를 가져다 주지만 2부부터는 기대를 저버리는 작품으로 남은 특이한 경우네요. 좌백의 작품은 이 작품 포함하여 두작품밖에는 안 읽어 보았지만 두 작품 모두 용두사미격의 결말이 흐지부지 끝나는 스타일이라 아쉬운데 앞으로 다른 작품에서는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PS : 그나저나 제목이 왜 "혈기린외전"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2006/06/17

이사 완료

92년 이후 도봉구 창동 - 인천 백운- 방배동 - 여의도 - 문래동 을 거쳐 이번에는 신도림동에 안착했습니다.

신도림동 사시는 분 계신다면 번개라도^^

그나저나 이번에는 이곳에서 얼마나 살 수 있을까....

2006/06/15

공감!

아 놔 진짜 씨발.

솔직히 잠실구장에서 행패부린 일부 훌리건들땜시 다시는 월드컵 관련 글을 올리지 않으려 했지만 공감가는 글이 있어 몇자 적습니다.

솔직히 저도 보면서 프리킥을 뒤로 돌린 것에 대해서는 보는 순간에는 뭐랄까, 너무 소극적인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사커월드의 관련글을 보니 생각이 바뀌네요. 월드컵에 나간 팀이라고 해도 K리거 (혹은 J리거)들이 주축인 우리나라 국대는 약체임이 분명하고 이번 기회에 원정 1승이라는 결과를 위해서 충분히 펼 수 있었던 작전이라는 데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기 때문이죠.

marlowe님의 글에도 나와 있지만 최소한 "비난 받을" 일은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marlowe님 글에서 덧붙인다면 예전 샌프란시스코와 애리조나와의 경기였죠? 애리조나가 8대 6으로 앞선 상황의 만루찬스, 타석에는 배리본즈가 있었습니다. 애리조나의 벅 쇼월터 감독은 본즈를 고의사구로 내보낼 것을 지시하여 밀어내기로 8대 7, 한점차가 된 상황에서 결국 애리조나가 이닝을 마무리하여 승리한 적이 있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와 본즈의 팬들은 드라마를 놓쳐서 아쉬웠겠지만 승부란 이런 것이죠. 저희가 지는 쪽이었다면 나름 비방할 수 있는 문제일 수 있지만 그 상황에서 토고를 생각해 줄 필요가 과연 있었을까요? 대한민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었던 플레이였던 것 같네요.

그리고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더위에 고생해 가면서 원정 1승이라는 성과를 거둔 대표팀에게 비난보다는 격려를 보내주는 것이 예의라 판단됩니다. 최소한 선수들은 죄가 없습니다.

PS : 덧붙이자면, 골득실을 따져서 16강 진출여부를 판가름 하는 상황이 온다면 저는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라 생각합니다...

2006/06/13

검의 대가 (Maestro de esgrima, El) -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 김수진 : 별점 3점

검의 대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김수진 옮김/열린책들


마드리드에서 혼자 살고 있는 쉰 여섯의 돈 하이메 아스타를로아는 한때는 화려한 시기를 보냈지만 점차 그 유행과 가치가 퇴색되고 있는 검술을 가르치며 연명하는 검술 교사이다.
1868년 여름, 이사벨 2세 여왕 정부에 대한 반발 세력들이 정권을 전복시킬 거라는 소문이 파다하며 어수선하던 어느 날 돈 하이메에게 아델라 데 오테로라는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난다. 그녀는 돈을 두배로 주겠다며 돈 하이메가 직접 창안한 '2백 에스쿠도' 검법이라 불리는 공격법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한다. 그는 그녀가 여자라는 이유로 거절하지만 끈질긴 간청으로 약간의 시험을 거친 뒤 그녀가 뛰어난 검객이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검법을 전수해 준다. 그리고 점차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는데...


레베르테의 대표작이라는 "검의 대가"를 드디어 읽었습니다! 이 작가 작품은 네번째로 읽어보는데 작가의 두번째 장편이며 제가 읽은 것 중에서는 가장 먼저 발표한 작품이네요.

특징이라면 초기작이지만 다른 작품들 처럼 역시 작가의 뛰어난 자료 조사 능력이 돋보이는 현학적 재미가 엄청나다는 것으로 "뒤마 클럽"이 고서,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이 체스라면 이 작품은 "알라트리스테"와 비슷하게 스페인의 근대사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제목 그대로 "검술 (펜싱)" 에 대해서 디테일하게 설명되고 있습니다. 19세기 후반의 스페인을 무대로 당시의 격동적인 사회상을 소설 내용에 그대로 반영한 전개는 역시나 레베르테 답다는 탄성이 나오게 할 만큼 잘 짜여져 있고요.
또한 "뒤마 클럽"이 재미와는 상관없이 고서사냥꾼 코르소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잘 묘사한 것 처럼 이 작품에서도 돈 하이메라는 정말 "검의 대가"같은 그럴싸한 캐릭터 덕분에 읽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어떻게 보면 나이든 알라트리스테와 느낌인데 진중한 멋이 느껴지는 멋진 캐릭터라 무척 호감가더군요.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에서는 체스의 고수 캐릭터가 약했던 측면이 있었는데 두 작품의 장점만 섞어 놓았달까요? 기본 설정과 캐릭터, 묘사에서 일단 먹어주는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펜싱에 대한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로 자세하고 당시 사회상에 대한 묘사, 돈 하이메의 과거사 등에 대한 설명이 과해서 지루한 측면도 없잖아 있었습니다. 현학적인 과시욕 때문이었을까요? 움베르토 에코의 여러 작품들에 비하면 그 정도가 덜한 편이지만 그래도 확실히 2/3 정도로 분량을 줄이는 것이 효과적이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어차피 메인 스토리 자체는 다른 웅장한 설정이나 묘사에 비하면 많이 약하기 때문에 분량 면에서 더욱 효율적으로 정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또한 마지막의 대결 장면은 아무리 진검과 연습용 검의 차이는 있지만 "검의 대가"인 돈 하이메의 캐릭터 때문에 그다지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아 긴장감이 덜한 것 역시 아쉬웠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우연찮게 케이블 TV에서 방영했던 영화를 먼저 감상했었기 때문에 결과를 미리 알고 있어서 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겠네요. (저 위의 포스터가 그 영화 포스터입니다)
아울러 책에 등장한 다양한 펜싱의 자세를 약간의 도해로나마 표현해 주었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습니다. 작가 스스로는 "200 에스쿠도"를 눈이 휭휭 돌아갈 정도로 자세하게 설명해 놓고 있는데 머리로는 그 검법이 전혀 그려지지 않거든요. 책 자체는 이쁘게 잘 나왔는데 약간의 배려가 아쉽네요.

그래도 결론내리자면 추천작. 상당히 재미있는 작품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영화로 먼저 보기는 했지만 잘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소설을 보니 확실히 정리가 되는 느낌이 드네요. 돈 하이메 캐릭터를 잘 살렸던 영화나 다시 구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PS : 근데... 이게 "추리물" 인지는 잘 모르겠군요.

2006/06/11

명쾌! 사립탐정 토깽 1,2 - 석동연 : 별점 2.5점

명쾌! 사립탐정 토깽 2 - 6점
석동연 지음/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명쾌! 사립탐정 토깽 1 - 6점
석동연 지음/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국내에서 4컷만화로 요새 제일 팔린다고 할 수 있는 석동연씨의 작품입니다. 전 2권 완결인데 지하철 입구에서 나눠주는 무가지에서 연재한 적도 있으니 아마 석동연씨 작품 중에서는 제일 대중적인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만화는 전부 4컷 만화로 이루어져 있으며 동물들이 의인화되어 사는 마을을 무대로 하여 셜록 홈즈의 패러디라 할 수 있는 토깽과 조수인 하니양의 이야기를 특유의 개그센스에 추리적 요소를 더해 잘 담고 있습니다. 정통 4컷 만화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연작물" 형태의 좀 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부분은 일반 4컷 만화에 비해 독특한 느낌을 주더군요.

처음에 구입했을때는 제목에 "사립탐정"이 들어가긴 하지만 그동안 알고 있었던 석동연씨의 작품 특성상 개그가 중심일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중간중간에 상당한 추리 센스를 필요로 하는 에피소드들도 제법 등장하고 있는것이 신선하고 놀라웠습니다. 물론 대체로 트릭이라는 것이 소박하고 조금 가벼운 수준이며 "동물들이 의인화된" 설정 자체가 트릭인 것이 많아서 (예를 들면 허리가 긴 닥스훈트의 변장이라던가... 캥거루 소매치기라던가...) 정통 추리 매니아에게는 약간 불만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저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추리 만화의 범주에 넣어야 할지 약간 고민되기는 하지만 셜록 홈즈의 패러디임이 분명한 토깽군의 캐릭터와 석동연씨의 재치가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 추리만화로 분류하고 싶네요. 그러나 2권 뒷부분부터 나오는 과거 거대로봇물의 패러디인 "O.K 지구방위대"는 작품 성격이 너무 달라서 튀는 느낌이 강한데, 차라리 토깽군의 에피소드가 계속 이어졌으면 합니다만... 지금은 쉽지 않은 일이겠죠? 요새는 절판되어 구입하기가 조금 힘들어 진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2006/06/10

독보건곤 - 용대운 : 별점 2.5점

노독행은 노가살수문의 둘째 아들로 천상회에게 노가살수문이 멸문의 화를 당할때 탈출을 시도하다가 극심한 중상을 입는다. 그러나 우연히 지나가던 기인 독고무정에 의해 살아나게 되고 그에게서 천하에 적수가 없다는 무쌍류의 후계자로 진전을 이어받아 무쌍류를 익히게 된다. 이후 가문의 복수를 위해 무림에 출두하게 되며 그 패도적인 무쌍류의 무공으로 "냉혈무정"이라는 별호로 불리우며 무림의 공포의 대상이 되는데...

용대운 작가의 최고 걸작 중 하나라는 "독보건곤"을 완독하였습니다. 이전에 읽은 책들보다는 장편이라 시간이 좀 걸렸네요. 하지만 최고작이라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는 재미는 충분히 가져다 주어서 빠르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작품은 독특한 점이 여럿 있습니다. 첫번째로는 "무쌍류"라는 기존 무협지와는 다르게 철저하게 실전에 기반한 "타격기"로서의 극강 무공이 등장한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어깨와 팔꿈치, 발과 무릎 등을 이용하여 상대를 그야말로 "박살"내는 이 무공에 대한 묘사는 굉장히 신선하고 이색적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두번째로는 추리소설적인 전개를 따르면서도 왜 가문이 멸망당하고 왜 혈겁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잘 짜여진 이야기 구조입니다. 추리적인 전개야 기존 무협지에서도 많이 보아왔던 것이지만 여기서 노독행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여러 세력들의 암투와 그 결말이 설득력있게 그려지고 있어서 상당히 고심해서 줄거리를 구상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세번째로는 무림의 양대 미인이 모두 등장하며 그중의 한명은 주인공 노독행과 사랑에 빠지지만 무협지에서 항상 등장하는 적나라한 정사 장면의 묘사같은 것이 하나도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는 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네번째로는 주인공에게 유일한 친구가 한명 등장하는데 이 친구가 무공을 잃은 폐인 신세라 주인공에게 "도움"은 안되고 "짐"만 된다는 점으로 기존 무협지의 공식과는 사뭇 다른 색다른 점이라 생각되네요.

뭐 위와 같은 독특한 점 때문에라도 좋은 작품이라고 할 만 하지만 무엇보다도 전형적인 하드보일드형 캐릭터인 노독행의 묘사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상대가 누구던 반말로 하대하며 긴말없이 행동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는, 또한 한번 행동을 시작하면 절대 멈추지 않는 저돌적이면서도 건조한 캐릭터를 무척이나 잘 표현해 내었고 또한 이러한 캐릭터성과 상반되는 애틋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감정도 잘 그려낸 것은 정말 높이 평가할 만 하더군요.

하지만 결말 부분이 너무 시시하며 설득력이 떨어지는 점이 아쉽습니다. 잘 달려나가다가 결승선 앞에서 넘어진 것 같이 개운치 않은 결말이라 씁쓸했어요. 패도적으로 강한 타격기였던 무쌍류를 도법으로 전환하는 과정 역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또한 뭔가 보여줄 것 같았던 사마표향과 장록번의 등장과 활약은 작품에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였던 것 같습니다. 괜히 글만 길어졌다 뿐이지 실제 이야기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거든요. 그 외에도 용대운 작가의 소설에서 항상 느끼는 점으로 수많은 고수들이 피떡이 되는 묘사가 이 작품에서는 너무 극대화 되어 있는 것도 옥의 티로 보입니다. 솔직히 과장이 너무 심했어요...

그래도 여러 독자분들이 추천해 주신 작품다운 재미는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네요. 여러가지 아쉬운 점도 있지만 독특하고 신선한 발상으로 차별화 된 무협지로 인정받기에는 모자람이 없어 보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던 결말 부분의 미진함을 보완하며 곁다리로 붙은 내용들을 쳐 내는 수준으로 조금만 손질한다면 진정한 "걸작"으로도 재 탄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S : 마지막 친구 방립동과의 이별장면은 아무리 봐도 "기나긴 이별"의 한장면 같습니다. 표절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대사와 분위기가 굉장히 유사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월드컵 개막전 독일 대 코스타리카

별 관심없었고 임팩트도 별로였던 개막 행사가 끝나고 잠깐 스타리그 재방송을 보다가 경기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독일이 이기겠거니.. 하고 막연히 보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응원하는 팀이 있어야 보는 것이 재미있으니 코스타리카를 응원하기로 했죠. 전 항상 약자의 편입니다.

하지만 예상대로 경기내용은 그야말로 독일의 완승. 제대로 된 미드필더진의 압박축구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며 경기를 거의 내내 주도했습니다. 이렇게 강한 독일 축구를 제대로 감상하는 것도 참 오랫만이네요. 특히 람 선수의 활약이 돋보였고 프링스 선수의 4번째 골은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코스타리카는 몇 안되는 슈팅기회를 거의 대부분(?) 살리며 2골을 뽑아내긴 했지만 애시당초 완초페 선수 혼자의 힘으로는 어려운 경기였습니다. 수비 후 역습을 노린다는 감독의 의도와는 달리 수비에서 어설픈 실수를 연발하며 4골이나 실점하다니... 특히나 첫골과 두번째 골은 수비진의 실수가 컸던 것 같아 더욱 아쉬움이 클 것 같습니다.

독일도 2골이나 실점한 것은 좀 의외였는데 이번에 바뀌었다는 업사이드 룰 탓이 큰 만큼 향후 경기에서도 골이 좀 많이 나올 것 같더군요. 1:1 찬스에서 레만 골키퍼가 하나정도는 막아줄 줄 알았는데 완초페 선수가 실수없이 차분하게 잘하긴 잘했습니다.

어쨌건 독일은 이번 월드컵에서는 확실히 좋은 결과가 기대되며 코스타리카도 킬러는 있는 만큼 남은 경기 잘 소화해 주었으면 하네요.

그나저나 우리나라 국대 팀의 평가전을 돌이켜보면 코스타리카 수준정도가 아닐까 싶기도 한데 우리는 그나마 제대로 된 킬러도 없어 보이니 앞으로 행보가 좀 험난할 것 같기도 합니다. 확실히 세계 수준과의 격차를 느끼게 해 주기도 하더군요. 그래도 대한민국 화이팅! 입니다.

2006/06/07

유성검 - 용대운

천하제일살수인 조무상은 병약하며 불치병을 앓고 있는 동생을 완치시키기 위해 위험성이 높은 고액의 청부살인을 업으로 삼아 왔다. 그는 동료들의 도움으로 무림 제일인인 만승무적극 소대진의 암살을 청부받아 성공하게 되는데 그 일로 구중천과 소대진의 일가에게 그와 동료들은 거의 모두 생명을 잃고 조무상만 겨우 목숨을 건지게 된다. 특히 병약한 동생 조유향까지 잔인하게 살해된 것에 분개한 조무상은 유일한 친구 임표의 처가가 있는 해남도라는 오지에서 몸을 치료하고 절세의 무공을 얻어 복수를 시작하게 된다...

드디어 읽게 된 "유성검" 입니다. 일찌기 "크리시" 시리즈에서 모티브를 따 와서 쓰여진 무협지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었고 그때부터 쭉 읽고 싶었는데 최근 저만의 무협지 읽기 바람에 편승해 독파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크리시 시리즈 (1편) 하고 비교한다면 어린 소녀가 잔인하게 살해된 것에 대한 전문 살수(?)의 복수극이라는 기본 모티브는 똑같고 내용면에서는 주인공이 몸을 치료하기 위해 외딴 오지에 숨어서 그곳 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건강을 회복하는 과정의 묘사가 거의 동일하더군요. 원작이 기본적으로 "재미"는 주는 만큼 여기까지의 과정은 무협지로 번안되었다 하더라도 상당히 흥미진진했습니다. 크리시 시리즈 처럼 "작전 (여기서는 암살)"에 대한 치밀함이 굉장히 돋보였고요.

하지만 주인공이 강호에 다시 출두한 다음부터의 이야기가 좀 애매합니다. 실제 복수의 대상이 되는 인물들에 대한 처절한 복수극까지는 괜찮은데 이후에 별 상관없는 구중천이라는 곳으로 잠입하여 활동하는 이야기는 실제 복수와는 거의 무관할 뿐더러 마지막에 갑자기 원군이 몰려오는 등 현실성 없는 설정이 난무해서 많이 실망스러웠습니다. 크리시가 마피아를 제거하기 위해 마피아에 잠입하여 중간보스 자리에까지 올라간다는 이야기가 말이나 됩니까?  무엇보다도 크리시는 복수에 대한 명분이 있고 소녀의 죽음에 대한 복선이 있지만 이 작품에서의 조무상은 누군가에게 일가족이 난도질당해도 뭐라 할 말 없는 전문 살수라는 엄청난 차이가 있기에 이후의 복수극도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고요. 차라리 치밀한 암살극을 더 디테일하게 꾸며 밀고 나가는 것이 재미나 작품성 측면에서 훨씬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게다가 용대운 특유의 수많은 고수의 등장과 무의미한 비무에 대한 묘사가 너무 많아서 읽기가 짜증이 날 정도였습니다. 후반부에 억지로 등장하는 일종의 비무대회는 정말 좌절 수준이었었어요... 마지막의 어설픈 해피엔딩 역시 도대체 이해 불가였고요.

한마디로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편입니다. 그냥 원전 그대로 스토리를 이어가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점은 전에 읽은 "탈명검"과도 같습니다. 제가 간략하게 구상했던 이야기가 더 충실하게 원작을 구현할 수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기까지 합니다. 솔직히 이 작품에서 건질만한 부분은 소대진의 암살을 계획해서 실행하는 과정까지일 뿐 뒷부분, 꼭 집어 이야기한다면 구중천 잠입 이후의 이야기는 완전히 사족이었습니다...

2006/06/06

연속 살인 사건 - 존 딕슨 카 : 별점 3점

연속 살인사건 - 6점
존 딕슨 카 지음/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앨런 캠벨 교수는 캠벨 일족을 소집하는 먼 친척의 편지를 받고 스코틀랜드 시골에 있는 샤이러 성으로 찾아간다. 여행 중 기차에서 만난 학문적 호적수이자 또다른 먼 친척 캐서린과 약간의 마찰을 겪는 등 우여곡절끝에 도착한 성에서 성주인 앤거스 노인의 죽음으로 친족 회의가 소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앤거스 노인은 혼자 자는 성의 탑에서 뛰어내려 죽은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탑의 침실은 완벽한 밀실 상태. 때문에 보험 조사원은 자살설을 주장하지만 침실 침대 밑에서 발견된 동물 운반용 상자의 존재 등으로 앤거스 노인의 동생 콜린은 타살설을 주장하고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명탐정 기데온 펠 박사를 성으로 초대하게 된다.

자살설과 타살설이 교차하는 가운데 유령이 나온다는 탑의 전설로 뛰어내린 것이 아니냐는 주변의 소문에 분개한 콜린 캠벨이 스스로 탑 침실에서 자는 것을 자청하나 그마저 뛰어내려 중상을 입고 앤거스 노인 사고 당일 말다툼을 벌인 것이 확인된 홉즈라는 인물마저도 밀실 안에서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는데...


딕슨 카의 기디온 펠 박사 시리즈. 과거의 피비린내나는 사건 때문에 유령이 나온다는 고성을 무대로 한 작품이라 "해골성"처럼 딕슨 카 특유의 고딕 호러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작품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의외로 두 청춘 남녀의 풋풋한 사랑과 모험 이야기가 중심인 유머러스하고 가벼운 작품이더군요. 뭐 이런 분위기도 싫어하지는 않으니 (아니, 사실은 아주 좋아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큰 불만없이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 자체도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진다는 전형적 해피엔딩이라 끝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고요.

특히 그간 딕슨 카 작품에서 느끼기 힘들었던, 스크루볼 코미디 스타일을 보는 듯한 화자격인 앨런과 캐서린 커플의 말다툼이나 신경전 장면이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크리스티 여사님의 "부부탐정"과 비교할만한 명커플이라 생각되네요. "부부탐정"과는 다르게 주인공 탐정은 기디온 펠 박사가 소화하고 있어서 커플의 비중이 중반 이후에는 점차 약해지는 것이 아쉽지만 통통 튀는 매력으로 마지막 장면까지 즐거움을 안겨다주는 것은 분명하니까요. 이 커플 덕분인지 평소에는 짜증나는 천재형 캐릭터인 기디온 펠 박사마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로 보일만큼 유쾌하고 인덕이 넘쳐 보이는 것은 보너스겠죠.

또한 고성의 탑 안 침실이라는 완벽한 밀실에서의 살인과 일견 자살로 보이지만 그렇게 보이도록 조작된 밀실 안에서의 살인이라는 두가지 밀실 살인 트릭이 등장하며, 밀실의 달인이라는 별칭까지 있는 펠 박사답게 타당성 있는 괜찮은 추리를 펼쳐주기 때문에 추리적으로도 괜찮은 편이에요. 지나칠 정도로 도구와 기구에 의존한다는 점은 조금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는 하지만 중요한 매개체가 앤거스 노인의 과거 경력에 근거하고 있고 작품에 등장하고 있는 각종 단서들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 또한 당시 시대상황 (공습을 대비한 등화관제)까지 고려했다는 점에서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고 할 수 있죠. 무엇보다도 범인이 완벽한 올가미를 쳐 두고 죄를 뒤집어 쓸 인물까지 가공하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정통 추리물로서의 가치를 더욱 빛내줍니다.

하지만 약간 아쉬웠던 점은 동기가 너무 초반에 드러나는 점과 서두에서부터 등장하는 범인을 캠벨 집안 사람들이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범인의 정체를 애매모호하게 넘기기 때문에 마지막에 범인이 드러나는 장면에서의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고요.

그래도 정말 쉽게쉽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유쾌한 커플의 이야기는 제가 항상 좋아하는 소재 중 하나죠. 무겁고 약간은 공포 분위기의 이야기도 좋지만 이런 분위기도 상당히 마음에 드네요. 앨런과 캐서린 커플의 다른 이야기를 꼭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딕슨 카를 처음 접하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2006/06/05

어머니 시리즈 - 제임스 야페 : 별점 3점

e-Book 컨텐츠로 읽은 단편 시리즈물로

"어머니가 울었다"
"어머니는 기도한다"
"어머니는 내기한다"
"어머니는 잘 아셔"
"어머니의 봄"

이렇게 5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정확한 단편집의 제목은 모르겠지만 원래는 더 많은 단편이 포함되어 있었겠죠?

각 단편 모두 포맷은 동일해서 뉴욕 경찰로 근무하는 아들이 어머니 집에 저녁 식사를 하러 가는 금요일날 자신이 지금 맡고 있는 사건을 식사하면서 이야기하면 어머니가 진상과 진범을 밝혀내는 안락의자형 탐정의 전형적인 공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어머니가 동네사람들이나 친척들의 예를 드는 모습은 "미스 마플"과 유사하고 실제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아들에게서만 듣는다는 설정은 "구석의 노인"과 비슷한데 유태인이면서 아들을 아직 애 취급하고 며느리와 다양한 신경전을 벌이는 어머니의 캐릭터가 상당히 신선하고 독특해서 장수하는 시리즈 캐릭터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다른 안락의자형 탐정 시리즈와는 다르게 유머스러운 전개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추리적으로는 너무 직관과 비약에 의존해서인지 뛰어난 수준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인간의 심리나 정황을 꿰뚫는 세세한 묘사가 이야기에 잘 녹아들고 있어서 만족할 만 했고요.

단편별로 세세하게 풀어본다면

"어머니가 울었다"는 5살난 꼬마애의 살인혐의에 대한 이야기인데 동기나 수법은 흔하지만 아이의 심리묘사가 탁월해서 설득력있게 전개된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꼬마아이의 살인혐의라는 충격적 설정이 풀려버리자 사건의 진상이 너무 시시해져서 어처구니 없었다는 단점이 있긴 했습니다만....

"어머니는 기도한다"는 딸에게 얹혀사는 한 전직 교수의 이야기인데 위에서 한번 언급한데로 인간심리를 참 잘 풀어낸 작품으로 보입니다. 또한 목격자 증언의 맹점을 풀어내는 장면 역시 설득력 있었고요. 그런데 동기면에서는 조금 약하다는 것이 조금 아쉽더군요.

"어머니는 내기한다"는 손님에게 괴롭힘 당하던 한 노 웨이터의 약간의 복수극이랄까요? 일단 범행 동기가 확실해서 정통 추리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으면서도 여러 사람의 다양한 심리가 하나의 결과로 귀결되는 심리 트릭의 결정판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잘 아셔"는 많은 애인을 거느린 빌마라는 아가씨 살인사건의 진상을 풀어내는 이야기인데 용의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진범을 밝혀내는 구조의 작품이었는데 "어머니는 기도한다"와 같이 동기면에서 좀 약한것이 아쉽긴 했습니다. 하지만 무의미해 보였던 증언들을 조합해서 결과를 뽑아내는 정통 추리적 전개는 마음에 드네요.

"어머니의 봄"은  한 노부인의 심리를 파악하여 진상을 풀어내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내기한다"와 같이 제가 읽은 이 컨텐츠의 양대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국내에 번역된 책은 못 찾겠고 e-Book 컨텐츠로만 찾을 수 있는데 번역되어도 괜찮을 만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추리물이라 생각됩니다. 제대로 번역되어 단편 시리즈물로 충실히 즐길 수 있게 된다면 참 좋겠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06/06/03

탈명검 - 용대운

요사이 용대운 작가 소설만 읽는 것 같군요. 이번에 읽은 작품은 "탈명검"입니다.

임무정은 무림의 이대세가 중 하나인 화씨세가의 외동딸과 사랑에 빠진 탓에 한 신비조직에 의해 운영되는 감옥에 종신 수감되는 처지에 놓인다. 그러나 천지회라는 조직의 고수에 의해 우연찮게 탈옥하게 된 뒤, 옆방에 수감되어 있던 노인에게 얻은 정보로 "북해의 검"을 손에 넣어 천하 제일의 고수가 된 후 자신을 감금한 사람들과 자신을 구해준 사람들을 위해 복수에 나서게 된다...

간단한 내용만 보아도 알 수 있지만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설정을 많이 따 왔습니다. 특히 영문도 모른채 10년의 세월을 감금당한다는 설정과 탈출을 기도하던 옆방 노인과의 친분으로 기연을 얻어 고수가 된다는 설정은 거의 그대로더군요. 개인적으로 "몽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소설을 굉장히 좋아하기에 무협지 버젼도 나쁘지 않구나.. 하는 생각으로 읽어 나갔습니다.

하지만 설정은 높이 평가할만한데 중요한 전개 부분에서 어설픈 부분이 많이 눈에 띄여서 아쉽네요. 일단 주인공 임무정이 고수가 되는 과정은 너무나 간략하게 묘사되고 있어서 쉽게 몰입하기 어려웠으며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얼개가 대충 짜여진 느낌이 강합니다. 이왕 설정을 가져다 쓸 거면 그대로 들어다 쓰는 편이 훨씬 좋았을 것을 나름대로 이야기를 전개한다고 이런 저런 단체와 인물들을 등장시키는 바람에 스토리의 힘이 약해지고 진정한 복수의 대상이 누구인지조차 흐려지는 결과를 낳아 버렸습니다. 단적인 예는 무적도 사마백혼이라는 라이벌격인 존재입니다. 사랑하던 여인의 현재 남편이자 딸의 아버지 행세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원수 중 한명인 페르낭 몬데고 같은 캐릭터인데 공명정대하고 착한 인물로 그려져서 라이벌도 아니고 적도 아닌 애매한 캐릭터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그 외에도 봉황신녀 같은 캐릭터 역시 너무 사족스러웠고 다른 천지회의 인물들도 부록의 느낌이 강한 편이었고요.

그리고 이야기 전개를 약간이나마 복잡하게 하기 위한 여러 장치들의 설득력이 너무나 떨어지는 것 역시 아쉬운 부분이었죠. 그냥 우직하게 적을 격파해 나가는 이야기로 하는 것이 더욱 쉽고 재미나지 않았을까요? 복선 같지도 않은 복선 (예를 들자면 잠깐 나왔던 천지회 부회주의 정체라던가) 은 오히려 독서를 방해하는 요소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용대운 소설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무공의 묘사가 너무 천편일률적이라 세번째 읽게되니 똑같은 묘사가 반복되기만 하기 때문에 사뭇 지루했습니다. 비무를 나누는 장면에서의 묘사가 너무 단순하거든요. 아무리 고수들의 싸움이라지만 주인공 임무정은 칼 한번 휘두를 뿐이니.... 초기작으로 알고 있는데 최근작에서는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는 궁금하네요.

어쨌건 한마디로 평한다면 그런대로 재미는 있었지만 소설적인 완성도는 좀 떨어지는 편이었다 생각됩니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었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 준달까요? 조금 더 완성도를 높이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아서 아깝습니다. 걸작은 아니더라도 수작의 반열에는 오를 수 있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