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용대운 작가 소설만 읽는 것 같군요. 이번에 읽은 작품은 "탈명검"입니다.
임무정은 무림의 이대세가 중 하나인 화씨세가의 외동딸과 사랑에 빠진 탓에 한 신비조직에 의해 운영되는 감옥에 종신 수감되는 처지에 놓인다. 그러나 천지회라는 조직의 고수에 의해 우연찮게 탈옥하게 된 뒤, 옆방에 수감되어 있던 노인에게 얻은 정보로 "북해의 검"을 손에 넣어 천하 제일의 고수가 된 후 자신을 감금한 사람들과 자신을 구해준 사람들을 위해 복수에 나서게 된다...
간단한 내용만 보아도 알 수 있지만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설정을 많이 따 왔습니다. 특히 영문도 모른채 10년의 세월을 감금당한다는 설정과 탈출을 기도하던 옆방 노인과의 친분으로 기연을 얻어 고수가 된다는 설정은 거의 그대로더군요. 개인적으로 "몽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소설을 굉장히 좋아하기에 무협지 버젼도 나쁘지 않구나.. 하는 생각으로 읽어 나갔습니다.
하지만 설정은 높이 평가할만한데 중요한 전개 부분에서 어설픈 부분이 많이 눈에 띄여서 아쉽네요. 일단 주인공 임무정이 고수가 되는 과정은 너무나 간략하게 묘사되고 있어서 쉽게 몰입하기 어려웠으며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얼개가 대충 짜여진 느낌이 강합니다. 이왕 설정을 가져다 쓸 거면 그대로 들어다 쓰는 편이 훨씬 좋았을 것을 나름대로 이야기를 전개한다고 이런 저런 단체와 인물들을 등장시키는 바람에 스토리의 힘이 약해지고 진정한 복수의 대상이 누구인지조차 흐려지는 결과를 낳아 버렸습니다. 단적인 예는 무적도 사마백혼이라는 라이벌격인 존재입니다. 사랑하던 여인의 현재 남편이자 딸의 아버지 행세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원수 중 한명인 페르낭 몬데고 같은 캐릭터인데 공명정대하고 착한 인물로 그려져서 라이벌도 아니고 적도 아닌 애매한 캐릭터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그 외에도 봉황신녀 같은 캐릭터 역시 너무 사족스러웠고 다른 천지회의 인물들도 부록의 느낌이 강한 편이었고요.
그리고 이야기 전개를 약간이나마 복잡하게 하기 위한 여러 장치들의 설득력이 너무나 떨어지는 것 역시 아쉬운 부분이었죠. 그냥 우직하게 적을 격파해 나가는 이야기로 하는 것이 더욱 쉽고 재미나지 않았을까요? 복선 같지도 않은 복선 (예를 들자면 잠깐 나왔던 천지회 부회주의 정체라던가) 은 오히려 독서를 방해하는 요소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용대운 소설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무공의 묘사가 너무 천편일률적이라 세번째 읽게되니 똑같은 묘사가 반복되기만 하기 때문에 사뭇 지루했습니다. 비무를 나누는 장면에서의 묘사가 너무 단순하거든요. 아무리 고수들의 싸움이라지만 주인공 임무정은 칼 한번 휘두를 뿐이니.... 초기작으로 알고 있는데 최근작에서는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는 궁금하네요.
어쨌건 한마디로 평한다면 그런대로 재미는 있었지만 소설적인 완성도는 좀 떨어지는 편이었다 생각됩니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었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 준달까요? 조금 더 완성도를 높이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아서 아깝습니다. 걸작은 아니더라도 수작의 반열에는 오를 수 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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