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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8

진주탑 - 김내성 저 / 박진영 엮음 : 별점 4점

진주탑 - 8점 박진영 엮음/현대문학

기미년 2월 27일 남포항에 입항한 화물선 "태양환"의 1등 항해사 이봉룡은 사랑하는 연인 계옥분과의 결혼, 그리고 태양환의 선장직 등 찬란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전도유망한 19세의 청년이었다. 그러나 태양환의 서기이자 봉룡을 질투하는 장현도, 그리고 계옥분을 짝사랑하며 질투에 몸부림치는 어부 송춘식 두사람의 음모로 봉룡은 결혼식 당일날 검사부로 압송되며 사건을 담당하게 된 검사대리 유동운은 봉룡이 심부름꾼 역할만 수행한 비밀문서가 기미년 3월 1일 만세 운동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문서의 수취인이 혁명가인 자신의 아버지 유민세라는 것을 알게된 뒤 문서를 태우고 봉룡을 해상감옥에 유폐시킨다.
해상감옥에 갖힌 봉룡은 우연히 옆방의 "우월대사"가 탈옥을 위해 뚫던 굴이 연결되어 친분을 쌓고 대사에게서 많은 학문을 전수받게 되었다.
그리고 14년이 흐른 뒤, 대사가 지병으로 숨진 뒤 봉룡은 대사의 시체포대안에 들어가 결국 해상 감옥을 탈옥하는데 성공한다. 그는 대사에게서 받은 비밀문서를 토대로 "진주도"에 숨겨진 거액의 재산을 손에 넣어 스스로를 "백진주 선생" 이라 칭하며 복수의 막을 열게 되는데...

대충 내용만 보셔도 딱 감이 오시나요? 네 맞습니다. 이 작품은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번안 소설입니다.

김내성 선생님이 1946년 라디오 드라마를 위해 작업한 대본을 소설화 한 것으로 얼마전 박진영씨가 새롭게 자료를 모아 엮어 출간한 작품으로 이른바 "번안" 소설 답게 내용은 철저히 한국화, 조선화 되어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원작에서의 인물 설정을 에드몽 단테스 - 이봉룡 / 메르세데스 - 계옥분 / 모렐 상회 - 모영택 선주 /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 도산 안창호 (!) 같은 식으로 그럴듯하게 한국식으로 포장하고 있으며, 주요 사건들 역시 원작에서의 "나폴레옹 복귀 운동" 을 "3.1 기미년 만세 운동"으로 바꾸어 놓는다던가, 자지나의 파샤가 민중 반란으로 목숨을 잃는 것을 만주를 개척하기 위해 떠났던 목사가 마적단에게 습격당하는 것으로 바꾸어 놓는 것 등으로 설득력 넘치게 꾸며놓아 번안의 성공사례로 꼽음직 합니다. 전체적으로 많은 부분을 요약(?)한 것 역시 장황한 원작을 잘 압축하여 이야기를 전달해 주고 있기에 마음에 들었고 말이죠. 이러한 각색-번안 덕분에 뻔한 이야기라 하더라도 보다 신선하고 색다른 느낌으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제 그 당시에 살지 않았으면 쉽게 쓰기 어려운 묘사들이 많은 것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직위명이나 각종 호칭 등 디테일한 부분은 물론이고 돈의 단위에 대한 개념이라던가 여러 현란한 대사 등은 눈도 즐겁지만 자료적인 가치도 높기에 무척 만족스러웠거든요. 작가 스스로 밝히듯 좀 말이 안되는 부분도 있긴 한 것 같은데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읽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지명도 꼼꼼하고 여러 건물들에 대한 묘사도 좋고요. 지명에서 경성이 "서울"로 등장하고 일제 강점기때 "정" 단위로 구분되었을 곳들이 "아현동", "가회동" 같이 묘사된 것은 옥의 티이긴 한데 이건 작품이 처음 발표된 것이 1946년이라 하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죠.

그러나 좋았던 각색은 중반부 까지였고 후반부에서는 아쉬움도 많이 남습니다. 기미년 만세운동까지는 각색이 좋은데 복수극이 시작-진행되면서 벌어지는 1941년도의 모습은 원작의 세부 과정들을 너무 그대로 따라가다보니 너무 우리나라 실정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로 흘러가버리거든요. 예를 들자면 장충단 공원에서 권총 결투를 벌이기로 약조하는 장면, 중추원 의원회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폭로극 장면 등 후반 복수극의 중요 장면 대부분이 그러합니다. 물론 결투라는 행위가  극적효과가 높긴 하고 이 작품이 극적효과가 중요한 라디오 드라마가 원전이었다는 점에서는 어느정도 감안을 하고 읽어야 하긴 하겠지만 후반부는 확실히 "번안" 이 아니라 "번역"에 불과하기에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복간 앞에서 아쉬움은 사치일 뿐!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팬으로서도 즐겁고, 주석도 충실할 뿐 아니라 뒷부분의 해설도 놓치기 힘든 귀중한 자료들로 자료적인 가치도 높기에 별점은 4점입니다. 제발 많이 팔려서 엮은이 박진영씨의 꿈인 김내성 추리문학 전집의 발간이 빨리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PS : 그나저나.... 해설에 실려있는 87년도 KBS 드라마 "진주탑"이 새삼 궁금해 지는군요.
PS 2 : 이전 "탈명검"에서 실망하긴 했지만 무협극으로의 변주 역시 다시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텍스트라 생각되네요.

2009/01/27

심플 플랜 (a Simple Plan / 1998) - 샘 레이미 : 별점 2점

 

심플플랜 (새발매판)(A Simple Plan) 4점
샘 레이미 (Sam Raimi) /빌 팩스톤 /태원엔터테인먼트

행크는 소도시에서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예비 아빠. 그러던 어느날 동생 제이콥과 동생의 친구 루와 함께 추락한 비행기를 우연히 발견하여 조사하던 중 그 비행기 안에서 400만 달러의 현금을 찾아내게 된다....

안녕하세요~ 설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저의 연휴 첫 포스팅은 영화 리뷰로 추리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아주아주 유명한 스콧 B 스미스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심플 플랜"입니다. 공포영화, 최근에는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잘 알려진 샘 레이미 감독의 1998년도 소품이죠. 원작을 도저히 국내에서는 구해볼 길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영화로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스토리는 솔직히 좀 뻔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편이라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더군요. 사실 이 작품처럼 뜻밖의 거액을 손에 쥐게 된 평범한 사람들이 돈 때문에 살인 등을 저지르며 극단으로 치닫는다는 전개는 너무 흔하디 흔한 스토리죠. 쉘로우 그레이브를 구태여 예를 들지 않더라도요. 주인공들이 착하지만 않았더라면, 또는 현재의 행복을 그냥 유지하려고만 했었다면.. 한다는 주제 역시 식상 그 자체로 생각됩니다. 결국 사는게 지옥이 되었을 행크의 인생은 안타깝지만 사는게 뭐 다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또한 추리적으로도 크게 눈여겨 볼 점이 없습니다. 이건 영화의 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작품의 중요한 요소로 생각되었던 "몸값의 일부를 현장에 남겨놓기"가 사실 아무짝에도 쓸데 없었다는 점, 주인공이 행하는 조작들도 마지막 사건만큼은 굉장히 어설프다는 등 전체적인 사건에 있어서 정교함이 부족하거든요. 무엇보다도 400만달러나 되는 돈을 위험이 있을지언정 쉽게 포기해버리는 부분은 설득력이 너무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몇가지 건질건 있었는데, 일단 거액의 정체와 그 거액의 진짜 주인(?)이 마지막에 등장하는게 상당히 신선했어요. 덕분에 마지막 부분이 아주 뻔하게 끝나지는 않고 나름대로 차별화되어 마무리 될 수 있었거든요. (물론 좀 허술하게 넘어가는 감이 없잖아 있긴 합니다만) 그리고 브리짓 폰다가 맡은 주인공의 아내 사라라는 캐릭터가 아주 인상적이더군요. 초반에는 완전히 주변인물로 그려지는데 실상은 진짜 브레인이었다...라는 점 하나가 아주 독특했으니까요. 아내 입장에서 돈때문에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나간다는 전개에서의 설득력도 넘쳤고 말이죠. 그러나 결국 모든 계획이 그녀가 의도했건 안했건 결과적으로는 삽질로 끝난다는 점때문에 브레인 캐릭터가 팍 죽어버려 아쉬웠습니다... 아울러 대니 앨프만의 음악도 아주 좋았고요.

하지만 이렇게 몇가지 좋은 점에도 불구하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왜 유명한지 대관절 알 수 없는 뻔한 작품이었습니다. 겨울 설원을 무대로 거액의 돈과 관련된 범죄극이 주제인 소품이라는 점에서 "파고"의 영향이 짙게 묻어난다고 생각되기에 더더욱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영화만 놓고 따진다면 별점은 2점입니다. 나중에라도 영화와 한번 비교해 볼 수 있게끔 소설을 읽을 기회가 오면 좋겠지만 원작 소설 작가가 영화 각본을 직접 썼는데 이 정도라면... 기대가 별로 안되는군요.

2009/01/22

저명작가가 뽑은 미스터리 / SF 베스트 5

 출처는 "미스터리베스트" 입니다.


쇼켄 추리문고 창간 40주년을 맞아 저명작가들이 쇼켄 추리 / SF 문고 출간본들 중 재미있는 작품들 5편을 꼽은 것입니다. 추리작가 위주로만 번역해서 올립니다.

<2013.06.24. 읽은 작품 링크 신규 추가>

아리스가와 아리스
1. Y의 비극 : 엘러리 퀸
2. 브라운 신부의 동심 : G.K 체스터튼
3. 구부러진 경첩 : 딕슨 카
4. 그린 살인사건 : 반 다인
5. 독초콜릿 사건 : 안소니 버클리 콕스

기타무라 카오루
1. 일본탐정소설전집2 에도가와란포
2.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 : 아와사카 츠마오
3. 브라운 신부의 동심 : G.K 체스터튼
4. 불청객들의 뷔페 : 크리스티나 브랜드
5. 새하얀 거짓말 : 프레드릭 브라운

교코쿠 나츠히코
1. 흡혈귀 드랴큐라 : 브램 스토커
2. 기암성 : 모리스 르블랑
3. 현자의 돌 : 콜린 윌슨
4. 일본탐정소설전집10 사카구치안고
5. 키드 피스톨즈의 모험 : 야마구치 마사야

고이케 마리코
1. 신데렐라의 함정 : 세바스티앙 자프리조
2. 이천만달러와 물고기 한마리 : 카트리느 아를레
3. 실루엣 - 아이리쉬 단편집 4 : 윌리엄 아이리쉬
4. 악녀 이브 : 바틀리 체이스
5. 두명의 아내를 가진 남자 : 패트릭 퀜틴
 
미야베 미유키
1. 어둠의 스캐너 : 필립 K 딕
2. 브라운 신부의 동심 : G.K 체스터튼
3. 미스 마플과 13개의 수수께끼 : 애거서 크리스티
4. 매드 사이언티스트 : 스튜어트 D 시프 편저
5. 7명의 아줌마 : 패트리시아 맥거

에도가와 란포
1. 빨간머리 레드메인즈 : 이든 필포츠
2. 노란방의 비밀 : 가스통 르루
3. 승정(비숍)살인사건 : 반 다인
4. Y의 비극 : 엘러리 퀸
5. 트렌트 최후의 사건 : E.C 벤틀리
6.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 애거서 크리스티
7. 모자수집광 사건 : 딕슨 카
8. 붉은 집의 수수께끼 : A.A 밀른
9. 통 : F.W 크로포츠
10. 나인 테일러스 : 도로시 L 세이어스

간략하게 평하자면, 유명작가들은 대부분 고전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란포 혼자 10편의 작품을 선정하는 것도 눈에 띄는데 역시 거장은 거장인가봐요^^. 몇몇 작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고전이 국내에 번역되었다는 것도 반가운 일이군요. 저도 이 리스트를 보다가 다시 읽고 싶어진 책이 몇권 생겼는데, 이번 연휴때 들춰봐야겠습니다.

2009/01/21

Q.E.D 증명종료 제 1화 - 푸른 밀실

 


Q.E.D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추리 만화 시리즈죠. NHK의 드라마로 방영한다기에 1편을 구해 보았습니다.

첫 에피소드는 "푸른 밀실". 스카이다이버가 다이빙 중에 하늘에서 단검에 찔려 살해된다는 일종의 밀실 -불가능 범죄 테마로 원작에도 있던 에피소드죠. 일상계와 스펙터클한 이야기가 뒤섞인 Q.E.D 에피소드들 중에서 나름의 스케일을 지녔으며 영상화하기에 적합한 이야기라 선택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보고난 결론은 미묘... 하다는 것이겠죠. 일단 주인공 2명이 기대했던 이미지가 아니라 어울리지 않았으며 (아래 사진 참고 / 토마가 너무 얼빠지게 생겼다는 것에 감점 백만점!)

각색이나 CG도 어색한 것이 갈길이 좀 멀어 보였습니다. 앞으로는 좀더 일상계 터치에 주력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실망이 좀 컸기에 원작 팬이긴 하지만 계속 구해볼지가 갈등이 되더군요. 그래도 간만의 정통 추리 드라마이기도 해서 2편까지는 구해볼 생각입니다.

2009/01/19

심야식당 2 - 아베 야로 / 미우 : 별점 3점

 

심야식당 2 - 6점
아베 야로 지음/미우(대원씨아이)

1권을 읽고 올린 리뷰에서는 2권은 건드리지도 않을 것 처럼 썼는데 서점에 가니 사게 되더군요. 확실히 제 취향이긴 해요. 부드럽고 담백한 그림이 요리에 관련된 이야기와 어우러진 짤막한 단편 모음이니 마음에 들 수 밖에요.

읽고난 느낌이라면 일단, 이번 2권은 매 이야기마다 요리와 그 요리에 관계된 에피소드를 펼쳐나간다는 점에서는 1권과 똑같지만, 인간관계에 따른 드라마가 많다는 점이 좀 다르더군요. 제가 보기에는 작가가 연재를 계속하며 "인간관계" 라는 부분의 디테일을 잡아내는데 주력하기로 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권과 2권의 차이를 쉽게 이야기하자면 1권은 "일일드라마" 느낌, 2권은 "휴먼다큐"의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2권은 드라마가 많아서인지 1권에 비하면 좀 속이 들여다보이는, 뻔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아쉽기도 했습니다. 많은 쟝르를 포괄했던 1권에 비해 전체적으로 이야기들이 비슷비슷하고 거의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우연"에 의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좀 쉽게 간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말이죠. 그래도 어차피 내용적인 부분에서의 기대보다는 아베 야로의 여유가 넘치는 그림때문에 구입한 책이기에 만족합니다. 그림만으로도 별점 3점 값어치는 하는 만화니까요.

마지막으로 2권의 베스트 에피소드를 개인적으로 뽑는다면, 교통경찰을 정년 퇴임한 타키자와와 과거 폭주족 출신의 여성 블랙루즈의 에리가 다시 만나는, "황혼유성군"의 한 에피소드같지만 훨씬 따뜻하고 여유가 넘치면서도 유머러스한 "바삭바삭한 베이컨"을 꼽겠습니다. 2권은 전체적으로 에피소드들 수준과 내용이 비슷하기에 뽑기가 좀 어렵긴 하지만요.^^

2009/01/16

히치콕 서스펜스 걸작선 - 엘리너 설리번 / 이동민 : 별점 3점

히치콕 서스펜스 걸작선 - 6점
엘리너 설리번/고려원(고려원미디어)


예전에 읽었던 책이지만 다시금 읽고 포스팅합니다. 이 책은 한때의 추리소설의 명가 고려원 미디어에서 출간된 책으로, 알프레드 히치코크 미스터리 매거진, "AHMM"으로도 잘 알려진 유명 미스터리 잡지에 연재되었던 작품들 중에서 몇편을 모아서 출간한 앤솔러지입니다.

엘리너 설리번이라는 편집자로 짐작되는 인물이 선정하여 엮은 앤솔러지로,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뽑았는지는 설명되지 않더군요. 그러나 그 기준 자체가 "다양함" 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모든 작품의 성향이 다른 것이 큰 특징입니다. 예컨데 꽁트에 가까운 짤막한 작품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고, 쟝르 역시 다양하여 심리 스릴러, 추리물은 물론이고 심지어 이종생물체를 다룬 호러까지 실려 있습니다. 작가군도 헨리 슬레사, 로버트 블록, 빌 프론지니, 잭 리치 와 같은 여러 앤솔러지를 통해 익히 알고 있던 유명 작가를 비롯하여 모든 작품의 작가가 다르고요. 그러나 총 23편의 단편 대부분이 호러와 스릴러 성향이 강한 작품이라는 것과 대부분의 작품들이 "환상특급" 류의 단막극에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기발한 설정과 반전이 인상적인 작품들이라는 것도 잡지의 취향을 짐작케 해 주네요.

대부분의 작품들이 일정 수준이상의 재미와 완성도를 갖추고 있는데 먼저 추리 매니아로서 괜찮았던 작품 몇개를 뽑아보자면,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는 힘들지만 한 인간을 파멸시켜 나가는 과정의 기발함이 돋보인 "콧수염" - 제임스 M 길모어
인도를 무대로 한 독특한 범죄물로 아마츄어로 보인 의뢰자의 정체가 밝혀지며 이루어지는 극적 반전이 돋보였던 "경력자" - 제임스 홀딩
별것 아닌것 같지만 설정이 참신했고 후반부 반전이 아주 기발한 "죽음을 부르는 기자" - S.S 레펄티
교도소 교수형장을 무대로 한 아주 독특한 인간 소실을 다루고 있는 "애로먼트  교도소의 수수께끼" - 빌 프론지니
짤막하지만 단서를 통해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이 합리적이고 잘 짜여져 있던 "스커비 박사의 추락" - 패트리샤 매튜

가 괜찮았습니다.

그 외의 "환상특급" 류의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으로는

기사를 "창조하는" 신문사가 등장하는 "사람이 개를 물었다" - 제임스 홀딩
굉장히 짧은 이야기 안에서 모골이 송연해지는 반전을 보여주는 "집에서 멀리 떠난 또 다른 집" - 로버트 블록
유머러스한 흡혈귀 이야기인 "키드 카듈라" - 잭 리치
등이 좋더군요.

좀 수준이 처지는 작품들도 몇작품 끼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완성도는 고른 편입니다. 또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10여페이지 가량의 짤막한 이야기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무난한 수준이라 별점은 3점입니다.

2009/01/13

식민지 조선의 일본인들 - 다카사키 소지 / 이규수 : 별점 3점

식민지 조선의 일본인들 - 6점 다카사키 소지 지음, 이규수 옮김/역사비평사

이 책은 1876년부터, 그러니까 19세기 후반부터 광복 때까지 일본인들의 조선 거주 역사를 풀어낸 책입니다.

제목과 부제 (군인에서 상인 그리고 게이샤까지 ) 만 봤을때에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같이 등장해서 나름의 재미도 전해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읽다보니 그야말로 사실관계에 대한 내용만 자료 노트처럼 담겨 있는 책이라 재미는 전혀 없었습니다. 식민지 시절의 경성을 무대로 한 소설을 쓰는 저 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과연 누가 살까 싶을 정도의 책이더군요. 그런데 알라딘 판매지수와 리뷰의 숫자를 볼 때 상당히 많이 팔린 것 같아 의외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식민지 시절의 일본의 이주와 이주에 따른 토지 수탈, 각종 개발에 따른 착취, 조선인들에 대한 차별 등이 세밀하게 등장해서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기쁩니다. 이른바 대륙 낭인들의 음모와 조직이라던가 당대 유명인들 (주로 “상인”이 많지만) 의 이름도 많이 등장하고 있고, 부산과 경성은 물론 각종 지방 도시에 대한 세세한 설명은 물론 지명 및 건물, 상호 등에 대한 표기도 자세하기에 자료적 가치는 정말 뛰어나다 할 수 있겠죠. 이 책에 나오는 일본이 만들었다는 각종 계획 도시들은 한번쯤 직접 찾아가 해당 지역에서의 일본인들의 자취를 찾아보고 싶어질 정도로 아주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한가지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것은 200페이지도 안되는 짤막한 분량과 가장 관심이 있었던 1930년대 전반에 대한 분량이 적다는 것입니다. 도판도 상대적으로 상당히 부족하며 분량에 비한다면 좀 비싼 듯한 것도 사실이고요. 그래도 이러한 자료를 구할 수 있다는 것으로나마 고맙긴 합니다. 책은 깔끔하니 만든 모양새도 좋고 말이죠. 별점은 재미를 따진다면 높게 줄 수 없지만 자료적인 측면을 감안해서 3점 줍니다. 

덧붙이자면, 일제 강점기 시대만을 중심으로 아주 좁은, 미시사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있어서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것이 약간은 씁쓸하기도 하네요. 사과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알건 알고 넘어가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친일 청산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지금 얼마나 안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때 참 시사하는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역사가 되풀이된다는 점 역시 그렇고 말이죠. 그래도 일본인에 의해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네요.

2009/01/12

경성탐정록 - 한동진 : 어쨌건 나에게는 별점 5점!

 

경성탐정록 - 10점
한동진 지음/학산문화사(단행본)

제가 원안을 맡고, 저희 형이 쓴 책입니다. 비록 원고 상태로는 수도없이 많이 읽었지만, 책이라는 형태로 출간된 뒤에는 이번 주말이 되어서야 읽어보게 되었네요. 재차 완독한 기념으로 짤막하게 감상 남겨봅니다.
일단 이 작품은 1930년대의 경성을 무대로 활약하는 명탐정 설홍주가 등장하는 총 5편의 중단편이 실려있는 추리 중단편집으로 저는 이 책이 확실친 않지만 국내 최초의 시리즈 탐정단편집이 아닌가 싶네요. 물론 다른 여러 작가분들의 시리즈 탐정 단편물은 존재하지만, 하나의 완성된 "단편집" 형태로 출간된 것은 최초라 알고 있거든요. 때문에 "역사적 의의"가 일단 있다고 감히(!) 주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사실 확인 결과 "최초"의 "탐정" 단편물은 맞는 거 같군요. "최초"의 시리즈 "추리" 단편물은 아니고요. 이거 참 말장난 같기도 하고...^^;;)

그렇다면 추리적인 부분은 어떨까요? 출판사에서는 총 5편의 "본격 추리 단편" 이라고 홍보하고 있는데 고전적인 퍼즐 미스터리로 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긴 합니다. 그러나 각 단편마다 한가지 이상의 트릭이 등장하기에 수수께끼 풀이를 즐길 수 있는 부분은 충분하다 생각되기에 홍보가 아주 과장된 것은 아니며, 특히나 암호트릭부터 꽤 다양한 종류의 트릭들이 등장한다는 것과 각 트릭들이 1930년대 경성에 적합한 수준으로 가공되어 있어 크게 튀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 생각됩니다. 너무 트릭에 집착하거나, 또는 너무 허황된 트릭이 등장하는 여타 작품들보다는 드라마와 잘 어울리면서도 심심하지 않게 조화를 잘 이룬 것 같아 아주 만족스럽고, 이쪽이 더욱 저희 형제 취향이기도 하거든요.

제 개인적으로는 아날로그적인 정통 추리물로서의 값어치는 충분히 있지 않나.. 싶습니다. 솔직히 창피한 이야기지만 제가 여태까지 읽어왔던 국내 추리소설들과 비교하자면 상당한 수준의 완성도라 생각되기도 하고요.

작품의 특성상 장편으로 발전하기는 좀 어려운 점이 없잖아 있지만, 다음 작품은 장편을 기획중입니다. 그 외에도 단편 아이디어 몇개 ("죽엄의 엄지손가락"이나 "괴도 등장" 같은 아이디어들...) 가 있긴 한데, 일단 이 책이 좀 팔려줘야 다음 작품이 시작될 수 있겠죠.^^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레드썬!

아울러 별점은 5점입니다.^^ 작가가 별점 5점 주면 막장인가요....? ^^;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25613&no=96&menuType=&weekday=mon 마지막 에피소드 참고)

2009/01/09

판타지 추리 소설계열의 신작을 완성했지만...

 출간해줄 출판사를 찾을 수가 없네요.


학산 출판사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 현재 다른 출판사를 찾고 있습니다. "경성탐정록"이 잘 나가준다면 출판사를 직접 차릴 생각도 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거 같고요. 특히 올해는 세계적 불황이라니 더더욱 엄두가 나질 않네요.

어쨌건... 신작의 제목은 "장미빛 인생"으로 최근 유행하는 츤데레, 집사, 그리고 마법이 전면에 등장하는, 맘먹고 노리고 (뭘?) 창작한 작품으로 역시나 아이디어는 제가, 쓰기는 저희 형이 쓴 작품입니다. 저희 형제의 창작물답게 장르문학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추리"를 베이스로 깔고 있다는 것이 다른 작품들과 좀 차별화 되는 부분이라 생각되네요. "마법"이 기초가 되는 트릭물이기에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는 좀 어렵지만, 그래도 추리물로서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 자부합니다.

일단 장편이라는 점과 가볍고 유쾌하며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라이트 노벨"의 지향점과 비슷하지 않나 싶기도 한데, 여러권 짜리 장편은 아니고 배틀물도 아니니 좀 미묘하군요.

출판 의향이 있으신 분들께는 시놉과 원고를 보내드리고 있사오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ps : 덧붙여, 공모전은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원래는 생각이 있었는데 관련한 뒷 이야기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 열정이 식어버렸네요.

2009/01/07

최근 읽은 추리만화 약간 긴듯한 감상

 이번 추리만화들 리뷰는 약간 깁니다. 리뷰에 앞선 총평으로는 "이번에는 건질게 없었다" 되겠습니다.^^


명탐정 코난 63 - 2점
아오야마 고쇼 지음/서울문화사(만화)
전편에서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의 교살 사건, 회전 초밥집에서의 독살 사건, 켄타의 아버지가 관련된 사고사로 위장된 살인사건,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설의 폭주족 마녀가 등장하는 안개속 도로의 의문의 폭주족 질주 사건까지 4건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서 일단 양적으로는 풍부합니다.

그러나 질보다 양이라는 표현은 만화에 쓰는 표현은 아니죠... 전체적으로 추리의 수준이 너무나! 낮습니다.
첫번째의 교살 사건은 트릭이 너무 억지죠. 아무리 죽음을 감수한다고 결심했다해도 최후의 순간, 즉 죽을때 피해자가 발작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되거든요. 차라리 피해자가 스스로 자기 목을 졸랐다고 하지 그랬어?
그리고 세번째의 대부호의 사고사로 위장된 살인사건의 경우는 조금만 수사한다면 범인을 밝혀내는 것은 시간문제였을것 같을 뿐더러 앞부분의 "전국 코지마씨 선발대회"라는 억지스러운 설정이 기본적인 상식을 망각하고 있기에 언급할 가치조차 없습니다...
마지막 폭주족 마녀 이야기는 대단한 트릭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합리적인 트릭이라 트릭 자체는 봐줄만한 수준이긴 합니다. 그러나 동기 등 다른 부분은 완벽할 정도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죠.

그나마 두번째 회전 초밥집 독살 사건은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회전 초밥이라는 무대를 이용한 트릭이고 동기 등도 잘 배분되어 있는 등 이야기 자체는 깔끔했으니까요. 별점은 두번째 에피소드만이라면 2점 정도? 그러나 전체 통합한다면 1점입니다.

그동안 추리적인 부분의 모자람을 채워주었던 기본적인 재미마저 많이 빠진 모습이라 이제 어느정도 한계에 달한 듯 싶어 안타깝기까지 하네요. 연재를 중지하라는 말 까지는 못하겠지만 좀 쉬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CMB 박물관 사건목록 9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QED의 스핀오프인 CMB도 이제 9권째군요.
이번 권에는 세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첫번째는 페루 안데스 산맥 잉카문명의 유적지인 태양의 신전 지하도에서 벌어진 교수 실종-살해 사건과 잃어버린 황금도시에 관한 이야기이고 두번째 이야기는 일상속 소품같은 학교안에서 벌어진 고가의 그림 도난 소동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 이야기는 스쿠버 다이버의 사고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평하자면, 첫번째 이야기는 스케일에 비한다면 이야기전개가 설득력을 많이 잃고 있어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길잡이 소년의 행동이라던가 그 후에 벌어진 사건들에 대한 설명이 많이 부족했거든요. 이야기가 제대로 마무리 되지 않는 느낌도 강하고요.
두번째 이야기는 일상계 소품으로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간단한 트릭을 통해 벌어지는 사건인데,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조건이 너무 빈약하고 장치 자체도 상당히 부실해서 실효성이 부족해 보여 역시나 범작 수준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 트릭 자체는 사실 괜찮은 편이긴 하지만 이 시한장치 트릭이 발동하기 위한 조건이 너무나 까다롭다는 점에서 작가가 좀 더 고민해야 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마지막 스쿠버 다이버 이야기는 추리적으로 뭐라 논하기 어려운 이야기라서 아예 논외고 말이죠.

그나저나 이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점점 크게 느끼는 것인데 왜 새로운 주인공을 등장시켜 스핀오프화 했는지는 의문입니다. 그 정도로 이번권은 QED 이야기라 하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을것 같거든요. 물론 수학에 치중된 QED와 비교해 본다면 이 시리즈쪽은 박물학적인 부분을 많이 다루고 있긴 합니다만, 어차피 학자풍의 전문지식을 지닌 탐정이 등장한다는 점과 이야기 전개방식, 그리고 포맷 자체가 너무 똑같습니다...

차라리 한가지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더욱 완성도를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만큼 이번 편은 부족함이 많이 느껴졌기에 좋아하는 작가이고 좋아하는 시리즈이지만 별점은 2점밖에 못주겠습니다.

환영 박람회 1 - 6점
토우메 케이 지음/학산문화사(만화)
2007년 11월에 나온 작품으로 지난 주말 북오프에 갔다가 우연찮게 구입한 책입니다. 너무 뒷북인가요? 하여간 충동구매였는데 의외로 재미있어서 짤막하게 적어볼까 합니다.

내용은 다이쇼 말-쇼와 초기 시대의 도쿄를 무대로 하여 명문가 출신의 탐정과 수수께끼의 조수를 주인공으로 한 옴니버스 시리즈로, 전부 6편의 이야기에 아주 짤막한 번외편 이야기 한편이 실려있는데 정통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추리물적인 성향이 강한 모험물로 보는 것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 1화의 연쇄 폭탄테러범이야기와 3화의 바꿔치기당한 골동품 족자의 행방에 대한 이야기는 추리물로 봐도 손색없는 이야기라 생각됩니다. 다른 이야기들도 나름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고요. 무엇보다도 다이쇼-쇼와 시대의 도쿄를 무대로 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경성탐정록" 필이 나는 것이 무척 반가웠거든요. 그림도 취향이었던 만큼 2권도 구입해 봐야 겠더라고요.

별점은 반가운 마음을 더해 3점 주겠습니다. 4점을 주고 싶기도 한데 정통 추리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약간 감점 요인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목이 무슨 뜻일까요? 첫 출간 당시 제목만 보고 양판소 계열 작품으로 오해하고 구입하지 않았던 기억이 나거든요. 다른 제목이었다면 진작에 읽어 봤을텐데 말이죠...

2009/01/06

알라딘 2008 Thanks to Blogger

로 선정되었습니다. 한 2주 정도 지난 소식이긴 한데 너무 뒷북인가요?

사실 뭐 대단한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기쁘네요. 무엇보다 몇가지 상품과 특전 중에서도 알라딘을 수년간 써오면서도 단 한번도 된적이 없는 플래티넘 회원 자격을 1년간 갖게 된 것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알라딘이 온라인 서점 중에서는 여러가지 재미있고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는 것은 항상 눈여겨 보아 왔는데 저같은 일반 소비자에게도 이런 행운이 가끔 생길 수 있게끔 하는 장치들이 많다는 것은 확실히 매력적인 요소겠죠. 가끔 버그가 생기기도 하고 유저 인터페이스는 그다지 잘 구현되어 있진 않지만 발전하는 모습이 보여 앞으로도 꾸준히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다시금 드는군요. 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이런저런 혜택을 가장 많이 본 사이트이기도 하니까요.

어쨌건 올 한해동안은 계속 플래티넘 회원 자격이 유지된다는데 올해는 좋은 일만 계속 되었으면 합니당.

PS : 엠블럼에 바로가기 링크를 달라고 되어 있는데 이글루스에서는 이미지에 링크를 다는 기능이 없네요? html 코드를 수정하면서까지 할 필요는 없을 듯 싶어 그냥 둡니다.

2009/01/05

경성, 사진에 박히다 - 이경민 : 별점 3점

 

경성, 사진에 박히다 - 6점
이경민 지음/산책자

형이 구입한 책을 빌려 읽었습니다. "경성탐정록"에 참고가 될까 싶어 읽은 책으로 총 4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목 그대로 경성을 중심으로 식민지 조선의 사진에 대한 역사를 꼭지를 정해 펼쳐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자료로서 써먹기에는 참으로 좋지만 재미로 읽자면 그다지 건질건 없는 책이긴 합니다.

크게 두가지 아쉬운 점이 있는데요, 일단 첫번째로는 이 책에 등장한 몇가지 이야기들은 그대로 소설 소재로 사용해도 될 만큼 새로운 이야기들인데 그만큼의 재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전봉관 씨 정도의 드라마 구성 능력이 있었더라면 책이 훨씬 재미있고 가치가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예를 들자면 경성에서 있었던 몰카 사건, 사진기나 렌즈 등 사진 장비에 관련된 범죄가 많았다라는 이야기, 그리고 "여성" 사진사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는 곧바로 에피소드로 만들어도 됨직한 이야기로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역사책같이 딱딱하게 써내려가서 재미를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그 외에 몇가지 소소한 범죄 관련 이야기나 조선 사진관의 역사에 대한 글도 괜찮았기에 약간의 재미만 덧붙여 졌더라면 재미와 자료적 가치를 겸비한 완벽한 책이 되었을텐데 아깝더군요.

또한 두번째로는 사진과 그다지 상관없는 이야기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다른 책에서도 접해보았던 자살 및 정사사건에 관한 이야기라던가, 하와이 이민 결혼에 관한 이야기 등입니다. 물론 하와이 이민 이야기는 비록 사진과 관련은 없지만 새롭게 접한 이야기라 재미는 분명 있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자료적 가치는 상당해서 방대한 자료조사를 통한 경성과 사진관, 사진사, 사진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으니 관련 분야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저에게는 별점 3점 만큼의 값어치는 있는 책이었습니다. 물론 관심이 없으시다면 구태여 읽으실 필요는 없겠죠...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 존 딕슨 카 / 권일영 : 별점 3점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 6점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존 딕슨 카 지음, 권일영 옮김/북스피어

코난 도일 경의 막내아들인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과 유명 추리소설가 존 딕슨 카가 손을 잡고 발표한 셜록 홈즈 단편집입니다. 이른바 "안작" 또는 "파스티쉬", 또는 "아포크리파" 등으로 불리우는 작품군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이유는 도일 가문의 이름과 딕슨 카의 명성이 합쳐져 원작 수준의 명성을 획득한 덕분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총 12편의 단편 중 실제 공저작은 앞의 6편 뿐이며 뒤의 6편은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 단독작으로 명기되어 있습니다. 공저작 쪽 수준이 훨씬 높은 것으로 미루어 볼때 에이드리언 도일의 재주는 그닥이었던 것 같고 때문에 다른 작품은 전해지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는군요.

그런데 읽어본 첫 감상은 사실 명성만큼의 작품은 아닌게 아닌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나치게 원전을 의식한 구성 탓에 지루한 면도 있고 기대했던 트릭의 귀재 딕슨 카의 맛이 거의 살아있지 못하거든요. 홈즈 시리즈 자체가 이미 한세기를 훌쩍 넘긴 과거의 유물인 탓에 좀 낡아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겠지만 딕슨 카라는 거장의 느낌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팬으로서 실망스러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코난 도일 경의 원작 그대로의 느낌이냐 하면 좀 미묘하게 달라서 원작과의 갭도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자면 홈즈 등 주요 캐릭터의 성격이 약간은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는 점과 대부분의 에피소드에 미녀 의뢰인이나 미녀 용의자, 미녀 악당이 등장한다는 것이 그러합니다. 이런 캐릭터적인 잔재미보다는 추리적인 곳에서 솜씨를 발휘해 주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말이죠.

그래도 홈즈물로서만 바라본다면, "검은 준남작의 모험" 과 "애버스 루비의 모험" 이라는 두작품은 과거 전성기 홈즈 단편과 비교해도 좋을 만큼 홈즈물로의 가치와 재미, 수준을 갖춘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검은 준남작의 모험"은 역사적인 유물과 연계된 색다른 기계장치 트릭이 등장하는데 딕슨 카의 느낌도 살짝 전해주면서 시작부터 결말까지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으며, "애버스 루비의 모험"은 트릭 자체는 굉장히 쉽고 단순하지만 정통 홈즈물스러운 추리의 과정이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이 두 작품이 저의 이 단편집에서의 베스트 작품입니다. 한편만 꼽으라면 "검은 준남작의 모험" 이고요. 그 외에도 전보를 가지고 부인의 정체를 추론하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수염을 이용한 트릭도 괜찮았던 "하이게이트 기적의 모험", 시계에 대한 공포를 가진 신사가 등장하는 "일곱 시계의 모험", 그야말로 홈즈물 스러운 "폭스 래스 저택의 모험" 도 추천작이라 할 수 있겠네요. 물론 "공포의 데트퍼드의 모험" 같은 얼룩끈의 치졸한 아류에 불과한 쓰레기같은 작품도 실려 있긴 하지만요.

총평하자면, 앞서 말했던 몇가지 단점과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점 등은 감점 요인이지만 홈즈 팬으로서는 만족스러운 독서였습니다. 원작에서 띄엄띄엄 제목만 소개되었던 사건들을 소재로 쓰여졌다는 점은 원작팬으로서 점수를 안 줄수 없는 부분이죠. 전에 읽었던 "베이커가의 살인" 과 비교한다면 훨씬 원작에 가까운 풍모를 보이기도 하고 말이죠. 때문에 별점은 3점입니다. 솔직히 명성에 비한다면 2.5점 수준이지만 전 관대하니까요.^^

그나저나 북스피어 책들은 좋은 책들은 많이 내 주지만 디자인과 번역에 좀 더 신경써 주었으면 합니다. 특히 표지 디자인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요. 폰트와 일러스트 모두 지저분하고 난잡한 느낌만 가득 전해주는데 앞으로는 보완 좀 해주시길.

2009/01/03

도착의 론도 - 오리하라 이치 / 권일영 : 별점 3점

도착의 론도 - 6점
오리하라 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월간추리 신인상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소설을 완성한 작가 지망생 야마모토 야스오는 친구의 실수로 원고를 잃어버리고, 친구마저 살해된다. 그러나 추리 신인상 발표에서 자신의 소설 "환상의 여인"과 동일한 작품이 '시라토리 쇼'라는 사람 이름으로 수상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야마모토는 시라토리 쇼가 자신의 원고를 훔쳐가고, 친구를 살해한 범인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복수를 계획하게 되는데...


평이 워낙에 요란 뻑적지근한 오리하라 이치의 대표작이죠. 그동안 국내 출간을 기다려왔는데 드디어 출간되어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09년 역시 추리소설 리뷰로 시작하게 되는군요^^

일단 이 작품은 중간부분까지는 명성 그대로 무척 흥미진진합니다. 시라토리와 야마모토 등 등장인물들과 "도작"이라는 설정이 상당히 괜찮았거든요. 얽혀있는 사건들을 밝혀나가는 과정 역시 재미있었고 전개 역시 탁월하기에 작가의 구성력은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그러나 추리적으로는 유명세만큼의 멋진 서술트릭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설정이나 전개가 아주 기발한 것도 아니라 딱히 높은 점수를 주기도 좀 힘드네요. 이른바 "서술 트릭"이라는 함정에 너무 빠져서인지 공정한 정보의 제공이나 명쾌한 설명이 없이 전개되는 부분이 너무 많은 것은 솔직히 반칙으로 보입니다. 곳곳에 장치를 마련해 놓고 빠져나가는게, 너무 지나쳤거든요. 핵심적인 부분에서 몇군데만 쓰면 좋았을 것을...

또 마지막의 결말도 상당히 애매합니다. 뫼비우스의 띠 처럼 순환하는, 작품 속의 작가와 작품이 현실로 튀어나오는 전개 방식이라 할 수 있는데 너무 멋을 부린 탓인지, 깔끔하게 마무리되는게 없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결국 결말부분까지 뭔가 속 시원한 부분이 하나도 없는게 되어 버렸어요. 결말 자체도 잘 모르겠고 말이죠. 덧붙이자면 시라토리의 광기에 대한 묘사는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보여지고, 자신의 작품을 되찾기 위한 야마모토의 복수극도 허무하기만 할 뿐이었고요. 그나저나 대체 결말이 뭐죠? 야마모토가 미친놈이라는 건가 아니라는건가요? 아니면 장자가 나비의 꿈을 꿨듯이 오리하라 이치가 야마모토의 꿈을 꾼건가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왜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좀 의문이 생길 정도로 답답한 작품이었습니다.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도, 서술 트릭물로 보기에도 수준이 좀 애매하기에 별점은 3점밖에는 못 주겠네요. 분명 재미는 있지만 명성만큼의 작품은 아니라는 것이 제 결론입니다. 뭐 전설의 명작이라도 제 취향에 안 맞으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 이른바 "도착" 시리즈 3부작 중 첫번째 작품이라는데 제 취향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한권 정도 더 읽어봐야 될 것 같긴 하네요.

PS : 아울러 "도작"에 관련된 작품이라면 아주 예전에 읽어보았던 장-자크 피슈테르의 "표절" 이라는 작품을 한수 위로 쳐주고 싶습니다. 표절을 뒤집어 씌우기 위한 범인의 장기간에 걸친 계획이 등장하는데 설득력이 제법이었다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