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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29

M. 노엘 1~3 - 한혜연 : 별점 3점

M.노엘 3 - 6점
한혜연 지음/대원씨아이(만화)

뉴욕의 강력계 형사 노엘 발렌타인을 주인공으로 여러 사건들이 펼쳐지는 옴니버스 단편 시리즈.
'양들의 침묵'등을 연상시키는 엽기 연쇄살인물에서부터 비교적 과학적인 스릴러 등 독특한 아이디어로 짜여져 있는데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작가분이 실제로 대학에서 이공계열을 전공하셨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등장하는 과학적 지식이 상당한 수준이고 전체적인 추리물로서의 수준 역시도 평균 이상입니다. 이런 작품이 우리나라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랄 정도였어요.

아주 약간 딴지를 걸자면 노엘 발렌타인이라는 주인공의 성격이 여성적이고 나약하다는 것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 만화에서는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는 그림이 순정풍의 평면적인 그림으로 디테일도 부족해서 아쉬웠습니다. 작화만 보강이 된다면 정말로 금상첨화였을텐데 말이죠...

그래도 한국만화에서는 간만에 나온 본격 하드보일드 추리물이라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주인공 성격을 보면 절대 하드보일드는 아니겠지만.. ) 구하기가 이제는 조금 힘들어졌지만 구하는 수고를 아낄 필요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Bath & Shower - 이정애 : 별점 2.5점

Bath & Shower - 6점
이정애 지음/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천계영씨 이전에는 가장 기대를 모았던 순정만화계의 신예 중 한사람인 이정애씨의 작품.
정체불명의 전지전능한 '시온'이라는 인물을 추종하는 광신자 집단의 광기와 연쇄살인의 이면에 감추어진 애증을 다루고 있는데 소재와 전개방식이 무척 특이하고 이정애씨 특유의 동성애적인 코드가 가득한 작품이었습니다.

상당한 수작임에는 분명하나 데이빗 린치의 영화가 연상될정도로 몽환적이라서 내용전달이 너무 안된다는 문제가 있더군요. 솔직히 저는 제목부터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해설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조금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내러티브, 내용 전달일텐데 그것이 문제가 있다면 안되겠죠. 이러한 이유로 이정애씨 팬이 아니라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개인취향을 많이 탈 것 같은 작품이고 어떻게 읽히냐에 따라서 걸작도, 졸작도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전자에 가까운 후자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003/07/27

시귀 1~3 - 오노 후유미 / 임희선 : 별점 2.5점

시귀 1 - 6점
오노 후유미 지음, 임희선 옮김/들녘
외부와는 단절되어있는 첩첩산중의 마을인 소토바에 스나코 일가가 이사온 뒤 수상한 전염병이 퍼지고 마을은 서서히 죽음의 마을로 변해간다. 죽은 사람들의 일부는 되살아 나서 사람의 피를 섭취하며 죽음을 전염시키는 이른바 '시귀'가 되어버린다. 마을의 양대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사찰 주지 세이신과 외과의사 도시오는 그 죽음의 배경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12국기 시리즈의 오노 호유미가 쓴 장편 호러. 내용면으로 보면 서양의 흡혈귀 이야기를 동양풍으로 약간 각색한것에 불과한 설정이지만 외부와 단절된 소토바라는 마을을 배경으로하는 죽음에 대처하는 수많은 인물들의 심리묘사는 굉장히 탁월합니다. 시귀들만의 마을을 세우려는 스나코의 야심과 마을사람들과의 한판 승부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고요.
또한 3권에 이르는 방대한 장편답게 등장인물도 상당하고 (거의 전 마을 사람들이 한번정도는 등장하는듯...) 곁가지 이야기도 많지만 그에 따른 여러 이야기들을 하나의 줄기로 묶는 솜씨가 놀라울 정도네요. 인물들의 캐릭터도 확실한 편이라서 읽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하지만 결말 부분에서 힘에 부치는 티가 나더군요. 그래서인지 너무 쉽게 한번에 끝내버린 느낌이에요. 시귀들이 너무 무력하게 무너지는것도 조금은 불만이며 서양의 '드라큘라' 설정에서 결국 한발자욱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1,2권의 재미를 3권에서 제대로 끝맺지 못했달까요. 그러나 더운 여름에 한번쯤 읽어볼하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합니다. 그만큼의 흡입력과 재미는 보장된 작품이니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영혼의 여행 - 메리 히긴스 클라크 / 박길부 : 별점 2점

영혼의 여행 - 4점
메리 히긴스 클라크 지음, 박길부 옮김/예하
여류 서스펜스 작가 메리 히긴스 클라크의 중단편집. 표제작 <영혼의 여행>이 절반정도를, 나머지 단편들이 반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영혼의 여행>은 저명한 미국의 여류 역사소설가가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자신의 전생에 눈을 뜨고 과거의 복수를 현재에 행한다는 이야기로 다중인격에 더해 역사속 이야기가 현실화 된다는 것에 촛점을 맞춘 작품입니다. 그러나 여주인공의 행동과 상황설정이 너무나 현실성이 떨어지고 이야기도 차츰 단계적으로 부풀려가다가 정말로! 정말로 맥없이 끝나버리는 최악의 결말을 보여줍니다. 과거와 현대를 넘나드는 장대한 복수극의 결말이 이렇다니 한심스러운 생각마저 드네요.

작가의 다른 작품들 (<나를 기억하라>나 '천재 정신과의사의 살인광고')에서 보여준 치밀한 구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 이도저도 아닌 이상한 작품으로 이외의 다른 단편들도 평이한 이야기 뿐이었습니다. <운수 좋은날>은 개중 좋았지만 이미 다른 앤솔로지에 수록되어서 신선함이 떨어졌고요. 아무래도 작가가 단편에는 별로 재능이 없는듯 합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장편이 단편보다 훨씬 나은 작가가 있구나...라는 사실을 알려준 단편집이었습니다. 팬이라면 모를까 관심없으시다면 아예 무시하는게 더 나을 듯 싶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나를 기억하라 - 메리 히긴스 클라크 / 임지현 : 별점 3.5점

나를 기억하라 - 8점 메리 히긴스 클라크 지음, 임지현 옮김/문학사상사
미모의 동화작가 멘레이 니콜스는 실수로 아들을 잃은 후 극심한 불안 증세에 시달린다. 남편이 그녀와 같이 휴가를 보내기 위해 온 해변의 별장 '리멤버 하우스'로 이사오자마자 멘레이는 환청과 환상에 시달리게 되고 저택의 옛주인인 선장과 그의 부인에 관련된 전설과 얽히면서 점차 멘레이와 가족은 또다른 위험속에 빠지게 되는데...

그동안 이상하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메리 히긴스 클라크의 소설 중 처음 접하게 된 작품입니다. 그런데 왜 이제서야 읽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짜여진 괜찮은 서스펜스 스릴러더군요. 저택에 얽힌 과거의 사건과 겹쳐지는 현재시점의 서스펜스를 정말로 영상도 아닌 소설로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심리적인 긴장감이 최고 수준이며 잘 짜여진 플롯과 의외의 결말 또한 미스테리물로서 감칠맛을 더해 주거든요.

메리 히긴스 클라크의 소설을 읽은것은 처음이지만 유명세만큼의 만족감은 충분히 안겨주는 작품이었습니다. 미국식 서스펜스 스릴러를 좋아하신다면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2003/07/26

표절 - 장-자크 피슈테르 / 최경란 : 별점 3점

표절 - 6점 장-자크 피슈테르 지음, 최경란 옮김/책세상
이 책은 요사이처럼 추리쟝르가 붐을 이루기 전에 꽤 호의적인 평을 얻으며 발표된 상당히 드문 케이스의 책입니다. 작가가 꽤 저명한 학자인 덕이 크리라 생각되는데 (움베르트 에코의 경우처럼요) 에코와든 다르게 학자로서 현학적인 부분은 최소화하고 대중적으로 접근한 작품이라서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나약하고 섬세한 감수성의 소유자인 주인공 에드워드가 니콜라를 만나 그에게 복수를 다짐하여 그를 파멸시킨다는 단순한 내용의 범죄소설이긴 하지만 심리묘사등이 탁월해서 심심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비슷한 내용의 '마스터키튼'의 이야기 한편이 생각나더군요. 마스터키튼에서의 배역은 작가와 편집자가 바뀌긴 했지만요. 또 복수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책을 만들어 표절로 몰아가는 과정이 아주 치밀하고 정교하다는 것이 아주 좋았습니다. 확실히 흡입력이라는 것은 설득력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주네요.

그러나 역시 이 내용만으로 장편을 엮기에는 조금 부족했던 것도 사실인 듯 싶습니다. 주요 등장인물도 몇 되지 않는다는 것도 장편에는 불리한 점이었고요. 이러한 점 때문에 불필요한 과거 회상장면이 반복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그래도 쉽게 읽히고 재미 또한 확실한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03/07/18

잃어버린 세계 - 아서 코난 도일 / 김상훈 : 별점 4점

잃어버린 세계 - 8점
아서 코난 도일 지음, 김상훈 옮김/행복한책읽기
셜록 홈즈의 창시자 아서 코난 도일의 이 멋진 SF소설이 아동용이 아닌 정식 번역으로 다시 출판된다고 하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많은 기대를 했었습니다.

결론은 역시나 최고! 아마존의 알려지지 않은 장소에 지각적인 극심한 변동으로 저 옛날 공룡시대의 생태계가 외부와 단절되어 남아있다고 하는 멋진 착상에서 시작해서 챌린저교수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흥미진진한 탐험과 모험까지 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곳곳에서 느껴지는 유머도 좋았고요.

저 예전 식민지시대의 사고방식 때문인지 인디오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묘사, 하나의 개체가 다른 개체를 몰살시키는 부분같은 것은 약간..(정말이지 아주 약간) 거슬리기는 하나 굉장한 착상과 아이디어가 전편에 빛나는 명작이라 생각됩니다. 이런 책은 당연히 사서 읽어 줘야 하지 않을까요? 이러한 책이 거의 60~70년전에 쓰여졌다는 것에서 코난도일경의 천재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고 모쪼록 이런 작품들이 다시 정식 번역되어 진가를 알려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