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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31

2015 두산베어스 한국시리즈 우승!!!!


두산 베어스가 올 시즌 놀랍게도 우승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누가 두산 아니랄까봐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한 뒤 준플레이오프부터 거친 업셋 우승!
재작년, 13년에 3승 1패로 앞서나가다가 스윕당하고 패배한 기억이 남아있어서 조금 불안하기도 했는데 오늘은 초반부터 타선이 폭발하여 비교적 마음 편하게 관전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14년간 참으로 많은 안타까움과 아픔을 안겨다 주었는데 이거 참 어안이 벙벙하고 먹먹합니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신임 감독 선임 이후 주축 선수인 이용찬, 이원석 선수에 홍상삼 선수 등을 군입대 시키면서 나름 리빌딩하면서 새판을 짜는 시즌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말 기대이상의 성과네요. 물론 장원준 선수를 FA 영입하기는 했지만 진짜 승부는 한 2년 뒤라고 봤었거든요,
삼성의 도박 선수 파문 등 운이 따른 것은 사실입니다. 허나 두산도 시즌 중 외국인 선수가 없다시피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니퍼트 선수 한명 뿐) 무너진 중간계투진은 결국 손쓸 방법이 없었음에도 선발 투수에게 최대한 맡기는 운용 및 적절한 선수기용과 빅몰, 스몰볼의 조합으로 큰 성과를 거둔 것 같네요. 선발 싸움에서 압승을 거둔데다가 타선마저 터져주니 이길 수 밖에 없죠. 게다가 그동안 터질듯 말듯하던 허경민, 박건우 선수가 드디어 눈을 떴다는 것 역시 아주 기쁩니다.
또 두산이 잘한 것도 있지만 삼성은 정말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하게, 정규시즌 1위팀 답지 않게 속절없이 무너져 버렸습니다. 믿었던 피가로의 부진 탓이 가장 클텐데 흡사 14년전 두산이 우승할 때의 갈베스를 연상케하더군요. 침묵하는 몇몇 타자들의 타순조차 손보지 않은 믿음도 좋지 않은 결말을 맞이했고요.

여튼 선수들을 비롯하여 모든 구단 관계자, 감독님 이하 코칭 스태프, 그리고 두산 팬분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원년부터 두산 팬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운 하루였습니다. 이런 맛에 응원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오늘 축제의 현장에 꼭 함께 했으면 좋았을 몇몇 선수들 (예를 들면 이재우 선수라던가...)이 없는 것은 아쉽지만 내년, 내 후년에는 같은 자리에서 꼭 함께 했으면 합니다.

언제나 파이팅 허슬! 두!!!!

2015/10/28

애프터 다크 - 무라카미 하루키 / 권영주 : 별점 2점

애프터 다크 - 4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영주 옮김/비채

한밤중 데니스에서 책을 읽던 아사이 마리는 밤샘 밴드 연습을 준비하는 다카하시라는 청년을 만난다. 그는 과거 언니 에리와 더블 데이트할 때 만났던 인물. 그를 통해 마리는 전 프로레슬러 가오루가 매니저로 있는 러브 호텔의 중국인 매춘부 폭행사건을 도와주게 된다. 중국인 매춘부를 폭행한 것은 프로그래머 시라카와로 그는 근처 사무실에서 새벽 근무 중.
한편, 아사이 마리의 언니 아사이 에리는 2개월 동안 끝없이 잠을 자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2004년작. 장편이라고는 하는데 200여페이지에 불과한 분량만 놓고 보면 중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길이도 적당하지만 읽기 편해서 집어들고 한번에 읽을 수 있었네요. 세부 디테일 묘사가 빼어나다는 것, 청춘들의 잘 알 수 없는 고뇌가 설득력있게 묘사되는 등의 장점도 여전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실험적인 묘사가 눈에 띄더군요. 일종의 방백처럼 독자가 바라보고 있다고 가정하고 설명하는 아시이 에리의 침실과 TV에 대한 묘사가 그러해요.

그러나 작품 전체를 놓고보면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미사여구로 치장하여 보기에는 풍성하지만 결국 정리되는 이야기가 하나도 없거든요. 에리의 잠은 깰 것인지, 마리와 다카하시가 프란시스 레이의 음악을 배경으로 눈 속에서 데아트를 할 것인지, 시라카와는 중국인 조직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인지... 답답하기 그지 없는데 이 정도면 열린 결말도 뭐도 아니고 작가의 직무 유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에요.
책 소갯글을 보면 어둠의 감촉, 고독의 질감을 담은 이야기라고 하는데 그만큼 이미지를 묘사한 소설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딱히 성공적인 결과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이럴거면 마리와 다카하시의 청소년 이상 성인 미만 청춘의 하룻밤 만남 이야기를 깔끔하게 그리는 것이 훨씬 쉽고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작가 스스로도 한밤중 패밀리 레스토랑에 혼자 있는 소녀에게 말을 거는 소년의 모습을 보고 구상했다는 말 그대로 말이죠. 섹스 없는, 그냥 이야기만 있지만 묘하게 감정을 사로잡는 그런 이야기.
특히나 <상실의 시대> (저는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제목이 전혀 익숙하지 않은 세대라... ) 에서 와타나베가 미도리에게 공중전화로 전화하는 마지막 묘사 스타일로 마지막 둘의 이별을 그렸으면 정말 좋았을 것 같아요. 과연 마리는 맛있는 계랸말이를 먹으러 갈 수 있을지, 없을지, 설레면서도 두근거리는 여운을 남기는 식으로 말이죠.

여튼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분위기 묘사는 최고지만 독자에게는 아주 불친절한 작품이었다 생각되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전방위적인 호평이 쏟아진 작품이라고는 하는데, 저는 이해하기 쉽고 보다 친절한 작품이 좋습니다.

덧 1 : 도서출판 비채의 추리소설 레이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로 출간되었는데, 이게 추리소설이라는 의미일까요? 제가 보기에는 전혀 아닌데, 제 분류로는 "기타" 입니다.

덧 2 : 매 장면마다 배경 음악이 소개되는 것이 특이한데, 잊기전에 적어봅니다.

11:56  데니스
퍼시 페이스 고 어웨이 리틀걸
다카하시가 등장하여 파이브 스폿 애프터 다크 허밍
버트 배커랙 에이프릴 풀

12:25 데니스
마틴 데니 악단 모어

01:18. 작은 바
벤 웹스터 마이 아이디얼
듀크 엘링턴 소피스티케이티드 레이디

01:56 스카이락
펫 숍 보이스 젤러시
홀 앤 오츠 아이 캔트 고 포 댓

02:43 : 시라카와의 사무실
이보 포고렐리치 영국 모음곡

03:58 시라카와의 사무실
브라이언 아사와가 부르는 알렉산드로 스카를라티의 칸타타

집으로 가던 중 들른 세븐일레븐에서는 서던 올 스타스 신곡

04:52 연습실
소니 롤린스 소니문 포 투 (다카하시 밴드 연주)

05:10 세븐일레븐
스가 시카오 폭탄 주스

2015/10/26

도해 전국무장 - 이케가미 료타 / 에이케이 : 별점 2점

도해 전국무장 - 4점
이케가미 료타 지음/에이케이(AK)
출판사 AK의 유사 시리즈 (에이케이 트리비아북)의 한권.

제목만 보고 전국 무장의 갑주나 무구 등에 대한 도해가 실려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책이더군요. 전국시대 전체를 놓고 114개의 주요 주제별로 분류한 뒤, 주제 하나당 한페이지로 요약 정리하고 다른 한페이지에서는 해당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하여 설명하는 책이더라고요.

일단 불만은, 이래서야 '도해 전국무장'이 아니라 '도해 전국시대'라는 것입니다. 실제 전국 무장은 개별적으로는 거의 소개되지 않거든요. 이 정도면 거의 사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에요.
또 그동안 "도해"가 일러스트의 한자어 정도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의 도해는 그야말로 사전적 의미 - 글의 내용을 그림으로 풀이한 것 - 그대로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일러스트가 아니라 파워포인트 보고서에 가까운 결과물들이더라고요. 

물론 주제 자체가 재미없는 것은 아닙니다. 전국 시대 무장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 뭘 먹었는지, 뭐하고 놀았는지, 뭘 배웠는지, 어떻게 수련(?) 했는지 등 - 에 대한 내용이나 전국 시대 실제 전투에 관련된 정보들 - 전투를 어떻게 했고, 비용이 얼마나 들었으며 어떻게 조달했는지 등 - 은 꽤 흥미롭게 읽었어요. 전국 시대 실제 역사의 흐름도 알기 쉽게 요약해서 정리해주고 있기도 하고요.

허나 실제 있었던 사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 치중하고 있는 내용과 이러한 "도해"를 볼 때, 이건 재미로 보는 책이 아니라 그냥 참고서라고 보는게 타당할 듯 싶어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장점이 없지는 않으나 기대와 전혀 달랐기에 감점합니다. "전국 시대"라는 것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최고의 바이블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저와같은 무장과 디자인에 관심있는 사람에게는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덧붙이자면, 오타가 상당히 많아서 꽤나 거슬리더군요. 이래서야 참고서로 쓰기에도 좀 애매할 듯?

2015/10/24

안녕, 긴 잠이여 - 하라 료 / 권일영 : 별점 2.5점

안녕, 긴 잠이여 - 6점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비채

<아래 리뷰에는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오즈미라는 청년이 사와자키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그는 11년전 고시엔 4강전에서 승부조작 누명을 썼던 인물로, 의뢰한 것은 승부조작 수사 도중 자살한 누나 유키의 죽음에 대한 진상이었다.

하라 료사와자키 시리즈 제 3작. 1995년에 발표한 작품입니다. 500페이지가 넘는 대장편이죠. 초, 중반부는 야구 승부조작 관련한 작품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꼭 그런건 아니더군요.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솔직히 좋은 작품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더군요. 나쁜 작품은 아니지만 전작들에 비하면 단점이 더 눈에 많이 띄였기 때문이에요.
단점 중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운과 우연에 너무나 많이 의지하는 작위적인 전개입니다. 큰 흐름으로 본다면 사와자키가 진상에 이르게 되는 수사는 아래의 4단계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1. 아키바 도모코의 증언이 허위임을 밝혀냄 : 사와자키의 넘겨짚기
  2. 유키와 친하게 지내던 오토바이 타는 사람 정보 입수 : 아키바 도모코를 통함
  3. 오토바이 타는 사람과 친했던 이나오카에 대한 정보 입수 : 관리인을 통함
  4. 오토바이 타는 사람의 성별 및 오토바이 번호 입수 : 이나오카를 통함
1번의 경우는 아무런 근거도 없는, 그냥 사와자키의 넘겨짚기에 불과해요. 아키바 도모코가 끝까지 자기가 봤다고 우겼더라면 거기서 게임 끝인거죠. 여기서 끝내지않고, 10여년전 자신이 바람 피운 것을 들켰는데도 다른 정보를 구태여 사와자키에게 전해주는 행동은 더욱 이해할 수 없었어요. 또 3번은 유키가 살던 TK 맨션의 관리인이 사진 찍는 취미가 있고 그 사진을 모두 앨범에 정리해놓았다는 설정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이 역시 지나치게 운에 의지한겁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소설적인 장치, 설정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허나 이나오카가 10년전에 잠깐 동거했던 여자가 타고 다니던 오토바이 번호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무리입니다. 물론 일종의 말장난같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으며, 이 말장난 덕분에 사와자키가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게 된다는 복선은 아주 좋았지만, 이런걸 10년 지나도 기억한다? 설득력이 낮아도 너무 낮습니다.
게다가 초반에 벌어진 가와시마의 죽음, 그리고 이어지는 우오즈미 습격이 모두 사건과 관계없는 것이라는 것도 당황스러운 부분입니다. 뭔가 있음직하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기 위한 작위성이 너무 지나쳤달까요? 그 외에도 사건의 흑막이 신조 유스케라는 것도 억지스럽고 이런 비밀을 우오즈미 효도가 구태여 짊어지고 가면서 함구한 것도 납득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추리적으로 많이 부실하다는 것도 아쉽습니다. 결국 사와자키의 부지런한 탐문, 발품에 운과 우연이 더해져 진상이 드러나는 탓입니다. 추리로 볼만한 부분은 거의 없어요. 진상은 결국 당사자들의 자백에 의존할 뿐이고요. 
사와자키의 아무런 근거없는 직감 추리가 도를 지나친 것도 눈에 거슬렸습니다. 이 정도면 거의 초능력자가 아닐까 싶을 정도인데 앞서 말한 아키바 도모코 증언에 대한 직감 추리라던가, 우오즈미에게 승부조작을 제안한 것이 유키가 아니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날리는 부분이 대표적입니다. 넘겨짚는 것도 정도가 있지...

다행히 추리적인 아쉬움은 꽤 그럴듯한 반전과 진상으로 덮어지기는 합니다. 어차피 하드보일드 작품들이 대단한 추리를 선보이는건 아니니, 추리 요소가 많이 없는게 큰 단점이라고 하기도 어려울테고요. 명성에 걸맞는 괜찮은 부분도 많습니다. 콩가루 명문가의 복잡한 가정사, 폭력조직이 연계된 사기행위라는 미국 하드보일드풍 설정을 그럴듯하게 일본 현지화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이에요. 특히나 콩가루 명문가 설정을 전통있는 "노" 종가에 집어넣은 것이 아주 좋았습니다. 가문을 이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막장화된 가족사에 설득력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드보일드 탐정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사와자키의 고독하면서도 건조한, 한마리 늑대같은 캐릭터도 여전히 잘 살아있고 손에 잡힐듯한 묘사가 뒷받침 된 덕에 대사와 분위기 모두 근사하고요. 제목부터가 그렇잖아요?
또 작품과 큰 상관은 없지만 오랜 팬으로서 오랜 팬으로 사와자키와 신쥬쿠서의 니시고리 형사, 폭력조직 세이와카이의 하시즈메를 엮는, 13년전 경찰의 돈과 폭력조직의 각성제를 갖고 도망친 옛 파트너 와타나베가 어떻게 되었는지 밝혀지는 것도 마음에 드네요. 이 설정 없이 이후 시리즈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시리즈 전작들에 비하면 단점, 아쉬움도 있지만 좋은 점도 많은 그런 작품입니다. 하드보일드를 좋아하시는 분들께서는 한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2015/10/21

특별요리 - 스텐리 엘린 / 김민수 : 별점 4점

특별 요리 - 8점
스탠리 엘린 지음, 김민수 옮김/엘릭시르

2003년에 동서 추리문고 출간본으로 읽고 폭풍 감동했던 스텐리 엘린의 걸작 단편선집. 당시 별점은 5점이었었죠. 이번에 1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엘릭시르에서 정식 번역본으로 재출간되었기에 다시 구입해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작품들은 여전히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번역에서도 차이가 나고요. 제목부터 틀리더라고요. 원제를 보니 엘릭시르 번역본이 확실히 제대로 된 번역이긴 하더군요. "the best of everything"은 <최상의 것>이지 <너와 똑같다>일 수는 없잖아요? <배반자들 (The Betrayers)>의 경우, 동서판의 <벽 너머의 목격자>라는 제목이 더 와 닿기는 했습니다. 최초 일어판의 초월번역 제목을 그대로 따 온 것이겠지만.... 그래도 번역은 일단 원제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 생각되기에, 엘릭시르 버젼에 점수를 더 줄 수 밖에 없네요. 덧붙이자면 유명한 스빌로스의 아밀스턴 양 요리도 스비로스의 아미르스탄 양 요리라고 번역되어 있는데, 역시나 엘릭시르 쪽이 더 그럴듯하게 느껴집니다.

허나 작품들 자체는 10년도 더 전에, 그것도 한번 읽었었기에 신선함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기는 합니다. 아무래도 별점 5점을 줄 때 만큼의 감동을 느끼기에는 힘들었어요.
그래도 오 헨리를 연상케하는 반전의 맛은 여전히 살아있고, 일상적이지 않은 독특한 세계와 인물을 그려내는 설정 역시도 빼어납니다. 개인적으로는 각 단편들에 등장하는 악당들 대부분이 지옥으로 간다는 결말들도 마음에 들었고요. 한마디로 언제 읽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항상 전해주는 걸작 단편집이에요. 별점은 4점입니다. 이런 말은 좀 식상하지만, 아직 이 작품을 읽지 않으신 분들이 부럽습니다.

각 작품별 짤막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특별 요리
스비로스의 아미르스탄 양 요리! 뭐 더할나위없는 걸작이죠.

손발의 몫
"미생"이 "완생"이 되기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랄까. 비정한 고용인때문에 살인까지 저지르지만 본인은 그에 대한 자각없이 하나의 기계로 동작한다는 작품. 지금의 한국 사회와 딱 어울리는게 어떻게 보면 시대를 굉장히 앞서간듯한 느낌이에요. 취업을 위해 경쟁자를 살해한다는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걸작 <도끼>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성탄 전야의 죽음
이십여년에 걸친 무간지옥 이야기. 누가 제시를 죽였는지에 대해 수수께끼를 불러일으키다가 마지막 대사 하나로 놀라운 반전을 터트리는 작품. 이런 류의 서늘한 느낌을 전해주는 반전 단편으로는 교과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수작입니다.

애플비 씨의 질서정연한 세계
아내를 여섯명이나 죽어가며 자신의 골동품가게를 지키려던 애플비씨는 일곱번째 여자와 결혼하는데, 정작 그녀는 그에 대한 모든 범죄사실을 알고있다는 내용의 작품. 조금 작위적이기는 하나 블랙 코미디 느낌의 반전 결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체스의 고수
체스에 몰두하다가 자신의 상대가 될 또다른 인격을 분열시킨다는 내용. 지금 읽기에는 많이 낡아서 조금 아쉬웠어요. 허나 평범한 사람의 정신이 붕괴하는 과정에 대한 묘사는 대단했기에 읽을만한 가치는 충분합니다.

최상의 것
<리플리>의 또다른 버젼이랄까. 자신과 닮은 부잣집 아들을 죽이고 그에게 오는 돈을 가로챈 젊은이에게 파국이 찾아온다는 내용. 전혀 다른 세계 두개가 이어지는 설정, 그리고 반전 역시 좋았던 작품.

배반자들
과거 읽었을 때에도 아주 좋았던 작품. 벽 너머에서 누군가 살해당하는 소리를 들은 이웃집 남자의 활약(?)이 비극적으로 끝나는 이야기인데 역시나 반전 매력이 돋보입니다.

하우스 파티
무간지옥 2탄. <사랑의 블랙홀>의 막장물 버젼이죠. 반전 매력은 없고 좀 뻔한 내용이지만 시끌벅적한 분위기, 그리고 연극과 무한 반복되는 세계라는 감옥을 연결시키는 설정은 나쁘지 않았어요.

브로커 특급
아내의 불륜을 눈치채고 불륜남 살인을 실행에 옮기는 이야기. 다 좋은데 결말이 석연치는 않더군요. 여자가 잘못한게 뻔한데 진정한 사랑 운운하면서 같이 죽는건 말도 안돼죠. 내가 너무 보수적인건가?

결단의 순간
태어나서 고민이라는걸 한번도 안해본 남자가 일생일대의 고민을 앞둔다는 내용. 열린 결말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피해자와 가해자 입장이 전혀 다르기는 하지만 목숨을 건 딜레마라는 점에서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피아니스트를 불타는 집에 수갑을 채워놓고 도낀지 칼인지를 꽂아놓고 쿨하게 떠나는 남자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어디서 읽었더라?

2015/10/18

문학의 맛, 소설 속 요리들 - 다이나 프라이드 / 박대진 : 별점 2점

문학의 맛, 소설 속 요리들 - 4점 다이나 프라이드 지음, 박대진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과거 제 블로그에 "추리소설과 요리"에 대한 글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여러가지 사정으로 일단 비공개 상태이기는 한데... 여튼, 이 책도 비슷한 내용이 아닐까 궁금하여 구입하게 되었네요.

그러나 결과물은 영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위에 연결된 인터넷 서점 책 소개 페이지에서 보이는 샘플들 그대로 소설에 등장한 요리를 재현하여 해당 문장과 사진을 배치한 것에 불과하거든요.

물론 사진은 예쁘게 잘 찍긴 했습니다. 재현도도 높고요.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해지는,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혹은 있어보이는 카페의 인테리어 소품?)으로는 아주 괜찮아요.
그러나 원래 디자인 학교에 재학 중이던 저자의 프로젝트로 시작된 것이라 그런 걸까요? 요리와 사진, 즉 보이는 비쥬얼에 공을 들이기는 했지만 그 외의 내용은 빈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특히  원전인 책에 대한 비중이 낮을 뿐더러 소개된 요리들도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게 가장 문제에요. 등장하는 작품을 다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제가 읽어보았던 작품 속 해당 음식은 기억에 남지도 않을 만큼 그냥 디테일에 지나지 않았더랬죠. 그나마 몇몇 아동용 소설과 동화 속 요리들, 그리고 <변신>에서 벌레가 되어버린 주인공을 강하게 드러내는 썩은 음식 정도만이 작품과 연결고리가 있어보입니다만 50개나 되는 꼭지 중 고작 이정도라면 많이 약해요. 요리도 그냥 재현일 뿐 요리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나 레시피조차 실려있지도 않고요.
한마디로 저자가 문학과 요리, 양쪽 모두 잘 모르는 것 같아 보이는데, 문학 직품 속 요리를 재현한다는 거창한 목표에는 영 어울리지 않는 듯 싶어요. 최소한 요리가 주가 되는 작품을 찾는 노력이라도 했어야죠. 추리소설이라면 <요리사가 너무 많다>, 영화라면 <바베트의 만찬> 같은 식으로 말이죠.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독자가 얻을 수 있는 알맹이는 사진 외에는 찾기 어려운, 독자가 아니라 작가의 자기 만족을 위한 결과물에 불과해 보이는 책입니다. 예쁘기는 하나 건질것 없고 얄팍한 내용과 만원을 넘는 가격을 고려한다면 음식, 요리에 관심이 있으시더라도 구태여 찾아 읽으실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비슷한 스타일이라면 소개되는 요리는 훨씬 적지만 원전과 요리에 대해 깊이있게 소개해주는 <라블레의 아이들>이 훨씬 제 취향이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예전에 한두개씩 쓰던 "추리소설과 요리" 관련 글도 뭔가 책이 한권 나올 수 있을것 같다는 용기를 주기는 하네요.

2015/10/16

푸른 묘점 - 마쓰모토 세이초 / 김욱 : 별점 2.5점

푸른 묘점 - 6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욱 옮김/북스피어

<하기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가 싫어하는 정보상 다쿠라 요시조가 휴양지 절벽에서 추락사한다. 그의 죽임이 여류작가 무라타니 아사코의 표절 의혹과 관련이 있는 것을 추리한 잡지사 편집부원 노리코와 다쓰오는 힘을 합쳐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조사를 통해 둘은 그녀의 소설이 그녀의 아버지 시시도 간지의 제자 중 한명인 하타나카 젠이치의 작품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나, 무라타니 아사코의 남편이 실종되고 그녀 역시 정신병원 입원 후 종적을 감추며, 다쿠라 요시조의 처남 사카모토 고조가 동료 살해 후 도주하는 등의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는데...

마쓰모토 세이초의 1958년 작품. 비교적 초기작이라고 할 수 있죠. 500페이지가 넘는 대장편입니다.
일단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는 확연히 다른 차이점이 있다는 것에 눈에 띄었습니다. 제가 읽은 작가의 장편 중에서는 이례적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에요.  사회파 미스터리 거장의 작품임에도 사회적 문제를 건드리는게 없다는 점, 탐정역의 주인공들도 평범한 잡지사 편집부원들이라는 점, 거기에 더해 두 남녀의 풋풋함 - 여성인 노리코 시점이지만 - 이 가득한 점, 마지막으로 일본 각지를 누비는 여정 미스터리의 풍취가 강해서 후배작가 우치다 아스오의 작품 느낌이 나는 점 등이 그러합니다. 이러한 차이점이 작품의 질을 떨어트리지는 않으며, 엄청난 두께임에도 술술 넘어가는 재미는 기본적으로 보장하고 있다는 것이 대단하더군요.

또 추리적으로 굉장히 풍성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어요. 특히 등장 인물들의 관계를 활용한 반전, 진상만큼은 정말이지 여러모로 탁월합니다. 반세기 전의 아이디어인데 지금 보아도 신선한 부분이 많거든요. 특히 제가 가장 놀랐던 것은 다쿠라 요시조의 아내가 함께 살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지는 부분이었어요. 여기서 아내라고 생각했던 여자가 사실은 아내가 아니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사건의 복잡성과 의외성이 증가하게 되는 멋진 설정이었습니다. 비슷한 발상이긴한데 무라타니 아사코를 다쿠라 요시조가 협박한 것이 아니라 그는 일종의 '원본 소스 판매자'였다는 진상 역시도 놀라운 부분이었습니다. 정말 예상하지도 못했어요.
아울러 시종일관 무라타니 아사코의 남편 료조라던가 시라이 편집장을 범인, 혹은 조력자로 몰아가서 긴장감을 높이는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고요.

그러나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다고 말하기는 애매해요. 우연으로 엮이는 작위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다쿠라가 여관을 빠져나간 직후 길에서 수면제 때문에 휘청휘청할 때, 마침 그곳을 지나던 트럭 운전수 사가모토 코조와 마주친다는 것을 들 수 있겠죠. 이건 우연이라고 쳐도 너무 심해요. 작가의 작품을 빌어 이야기하자면 <10만 분의 1의 우연> 정도의 확률이 아닐까요? 그 외의 인간 관계들이라던가 단서, 복선이 작품에 등장하는 과정들 역시 작위적이기는 마찬가지고요.
석연치 않은 부분도 많습니다. 갑자기 뛰쳐나간 다쿠라가 대체 술을 먹다가 그 시간에 어디를 나간 것인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하고, 하타나카 구니코가 사카모토 고조와 연결되는 과정도 설득력이 없으며, 무라타니 아사코의 자살 이유 역시 와 닿지 않아요. 작중 설명된대로 정신병원 입원 후 사라지는 결말이면 충분했을텐데 말이죠.
무엇보다도 편집부원 2명이 하타나카 젠이치의 동인시절 글을 읽고 한번에 알아챈 무라타니 아사코의 표절을 동인 동료였으며 잡지계에서도 잔뼈가 굵은 시라이 편집장이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네요. 그리고 초반부터 사건에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시라이 편집장이 노리코와 다쓰오에게 조사를 시킨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 것도 당혹스러웠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구니코를 보호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울러 추리적으로 풍성하다고는 했지만 정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다쿠라 요시조의 추락사 관련 트릭이 별볼일 없고 설득력 낮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절벽이라는 장소를 더한 살해 방법인데 번거롭기 짝이 없더라고요. 원래 추리대로 그냥 절벽에서 밀어버리면 되지 뭘 시간까지 들어가면서 이렇게까지 했는지에 대한 이유도 불분명하고요.

마지막으로 이건 단점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다쿠라 요시조가 친구의 연인을 빼앗고, 친구의 동생을 겁탈하고, 아내를 학대하고, 친구의 원고를 팔아먹는 등 죽어도 싼 희대의 악인인데 반해 그러한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못하는 부분도 아쉬웠던 점입니다.

쓰다보니 단점을 잔뜩 나열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앞서 말씀드렸듯 읽는 재미만큼은 충분하긴 합니다. 여정 미스터리, 청춘 미스터리의 원형격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았고 추리적으로 풍성하기도 하니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비교적 별볼일없는 후기작, 아류작들에 비하면 충분히 읽을만한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덧붙이자면, 무라타니 아사코의 표절 관련 설정은 Nervous Breakdown의 에피소드 <산쥬(삼중) 노출>편이 떠오르더군요.

2015/10/15

군화와 전선 2- 하야미 라센진 / 성동현 : 별점 2.5점

군화와 전선 2 - 6점
하야미 라센진 지음, 성동현 옮김/이미지프레임(길찾기)

하야미 라센진의 판타지 밀리터리 만화 2권, 완결권입니다.

1권과 동일하게 나쟈와 바센카 컴비가 동부전선에서 독일군과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가 옴니버스 단편물로 수록되어 있죠.
특징이라면 러시아 고유 신화, 전설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많다는 것입니다. 신성한 곰, 물가에 사는 정령 루살카, 파르티잔 리더 "승리의 유리" (성 게오르기), 악령 쵸르트, 여름의 정령 폴루드니차, 전설의 영웅 일리야 무로메츠와 불사신 코시체이, 괴물 솔루베이 라즈보이닉, 집에 사는 노파 요정 키키모라, 성녀 파트니차, 머리 셋 달린 악룡 즈메이 고리니치 (킹기도라?) 등 마지막 편을 제외하면 모든 이야기에 러시아산 정령, 영웅들이 등장합니다.
아, 물론 1권의 특징이기도 하죠. 허나 2권에 등장하는 신화와 전설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이야기, 특히 "전쟁"에 개입해서 드라마를 만들어간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전설의 영웅들이 러시아의 승리를 위해 싸우거든요.

또 2차대전과는 관계없이 마지막 결말에서 나쟈가 "죽음"과 한판 승부를 펼치면서 바센카를 구해내는데, 여기서 약간 백합물스러운 느낌을 전해주는 것도 나름 괜찮았어요. 작가가 좀 노린 듯 (?) 싶기도 하지만 말이죠 .

다만 1권보다는 아무래도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점, 마녀 바센카의 활약보다는 이런저런 정령, 요정들의 활약이 주라는 것은 단점입니다. 2권만에 완결된 것도 작가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게 아닌가 싶어요.
무엇보다도 작품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일러스트 칼럼의 재미가 많이 반감된 것은 정말이지 아쉽습니다. 나폴레옹 시대의 프랑스 군복이나 혁명 전 프랑스 드레스, 여걸들, 중세와 근대 유럽의 식사와 일본의 식사 등 다양한 소재를 망라해서 소개하고 있는데, 작가의 넓은 지식량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닥 관심이 가는 소재들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1권에서는 러시아산 무기나 각종 장비 등 관심거리들이 많아서 재미있게 읽었는데 말이죠. 게다가 글이 너무 빽빽해서 읽기조차 힘든건 확실히 문제였고요.

그래서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 무난한 수준이나 1권보다는 재미와 신선함 모두 부족했기에 감점합니다. 뭐 그래도 깔끔하게 완결된 것 하나만큼은 높이 평가하고 싶네요.

2015/10/11

퍼시픽 림 (2013) - 기예르모 델 토로 : 별점 3점



제가 사랑해 마지 않는 일본 특촬물을 헐리우드에서 구현했다는 작품.

줄거리는 무척이나 심플합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포털을 통해 거대 괴수가 지구를 침략하고, 이를 막아내기 위한 범지구적인 기술과 자본이 결집된 "예거"와 한판 승부를 벌이지만 예거를 능가하도록 업그레이드된 괴수가 침략을 이어가자 이를 막기 위한 일종의 결사대가 조직되어 최후의 결전을 벌인다는 내용이죠. 괴수의 침략을 예견한 박사님이 등장하지 않고 지구인들의 꿈과 희망을 모아 영웅들에게 보낸다는 원기옥 클리셰 정도 빼고는 전형적인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야기를 보기 위해 보는 영화가 아닙니다. 거대 괴수, 거대 로봇을 보기 위해 보는 영화죠. 무엇보다도 거대 괴수와 거대 로봇의 결전을 이만큼이나 박진감있고 묵직하면서도 실감나게 구현한 영화가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격투씬은 정말 압도적이었습니다. 아이맥스에서 감상하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될 정도였어요. 감독이 뭐가 중요한지 제대로 알고 있는게 분명하달까요. 기예르모 델 토로가 확실히 오타쿠인 듯 싶기도 합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이러저런 설정면에서의 구멍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제 기대는 충분히 값한 작품입니다. 비슷한 기획물로 <고질라>가 있지만 이야기, 영상 모두 이 작품이 훨씬 낫더군요. 미국 내 흥행이 부진하여 후속편 기획이 엎어질 위기에서 해외 흥행으로 극적으로 살아났다고 하는데, 속편이 기대됩니다.

2015/10/09

라면이란 무엇인가 - 가와이 단 / 신은주 : 별점 1.5점

라면이란 무엇인가 - 4점
가와이 단 지음, 신은주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수많은 요리 만화 중에서 재미면에서 첫 손가락에 꼽는 <라면 요리왕>의 작가 가와이 단이 새롭게 선보인 라면 만화... 라고 알고 구입한 책.

그러나 대실망! 정말 맥이 풀릴 정도로 재미없고 지루한 책이었습니다....
이유는 만화에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는 것 때문입니다. 라면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시공을 초월하며 출몰하는 주인공 "박학다식 선생" 운치쿠 유조의 입을 빌어 대사처리한 일종의 라면 설명 찌라시에 불과하거든요.
그나마 있는 드라마라면 라면 오타쿠 운치쿠에게 반한 아이쓰와 그런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라면 공부를 하는 남자친구 쇼짱 정도? 물론 이러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표현되지도 않아요.

그렇다고 라면들에 대해 재미있게 설명하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그냥 대사처리, 관련 라면 한컷 이게 전부죠. 그것도 한번에 보기 힘들 정도로 장황해요. 예를 들자면 이런 식입니다.
"라면의 뿌리는 중국, 1871년 청일수호조약으로 많은 중국인들이 새로운 땅을 찾아 일본으로 이주한 후 처음 만들어졌지. 1880년, 요코하마에 2172명, 고베에 516명, 나가사키에 594명의 중국인이 살고 있었지. 요코하마엔 난징 거리가 생겼고, 이곳을 다닐 수 있는 일본인은 무역, 해운, 세관 일을 하는 한정된 사람들 뿐. 이 즈음 등장한 일본 최초의 라면은 담백하게 소금 간을 한 돼지고기 국물에 하얗고 부드러운 면을 넣은 것으로 '난징 소바'라고 불렀는데 요즘 라면과는 꽤 거리가 있었지"
이 대사를 한페이지에 걸쳐 늘어놓을 뿐이에요.
컵라면에 대해 설명하는 챕터 역시
<기적의 프로젝트 X : 컵라면의 탄생>쪽이 훨씬 드라마가 있고 재미있었어요.
이래서야 찌라시에 불과하다고 욕을 먹어도 싸죠. 아니 찌라시는 최소한 칼라이긴 하니 그보다도 못하달까요?

그래도 정말로 이 작가가 라면을 사랑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작화는 <라면 요리왕>보다도 꼼꼼해서 완성도도 높으며, 정보 전달이 중심인 만화라 라면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많아요. 지루하기는 하지만 라면에 대해서 개괄적으로 알 수 있을 만큼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기도 하고요.
또 운치쿠 유조는 미디어 팩토리의 학습만화 고유 캐릭터라고 하는데 이 학습만화 시리즈가 원래 이런 스타일이라면, 그러한 정보를 익히 알지 못했던 제 잘못도 분명 있긴 합니다.

허나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라면 만화"로는 최악으로 만화로 성립하기 위한 최소한의 이야기가도 없기에 도저히 점수를 줄 수 없네요. 단 "라면 정보" 부분에 그나마 0.5점 정도 얹습니다.
가격도 꽤 쎈 편인데 전혀 제값을 하지 못하는, 근래 보기드문 최악의 충동구매 서적이에요. 어떤 책인지 꼼꼼히 알아보지 않고 구입한 제 잘못이긴 하지만 입맛이 쓰군요.

2015/10/06

그랜드 투어 - 설혜심 : 별점 3점

그랜드 투어 - 6점 설혜심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18세기 영국에서 대유행했던 젊은이들의 유럽 여행, 이른바 "그랜드 투어"에 대한 미시사 서적.
목차는 아래와 같은데 왜 이러한 여행이 시작되었으며 붐을 이루었는지에 대한 배경에서부터 시작하여 실제 여정과 그에 대한 관련 자료들, 여행을 떠났던 상류계층이 어떤 것을 배우고 왔는지, 이후 발전되고 유행한 예술과 문화, 여행의 득실, 그리고 마지막 대중화 과정까지를 상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프롤로그 _ 이 거대한 여행의 역사
chapter 1 그랜드 투어의 탄생
chapter 2 여행 준비와 안내서
chapter 3 여정
chapter 4 상류계층 만들기
chapter 5 예술과 쇼핑
chapter 6 여행의 동반자들
chapter 7 코스모폴리탄으로 거듭나기
chapter 8 해외 유학의 득과 실 논쟁
chapter 9 엘리트 여행에서 대중 관광으로
에필로그 _ 여행은 계속된다

저는 책 소개 및 이 목차만 보고 호기심이 생겨 구입하게 되었죠 대체 어떤 것일까? 굉장히 궁금했거든요. 재미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고요.

다행히 책은 기대를 크게 어긋나지는 않습니다. 재미는 물론이고 자료적 가치 역시 충실하니까요. 특히나 방대한 자료조사가 정말 인상적이에요. 국내 학자가 조사했다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거든요. 그랜드 투어를 다시 이 코스로 떠나라고 해도 떠날 수 있을 만큼 비용, 교육 과정, 의상, 음식, 숙소 등 실제 여행에 관련된 상세한 자료들이 그만큼 압권이에요. 도판이 충실한 것은 물론이고요.
이에 더해 익히 알고 있었던 유명인들, 로크나 흄, 볼테르, 애덤스, 괴테, 기번 등에 대한 에피소드들도 재미있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재능있는 리플리>>의 그린리프가 그랜드 투어의 형태를 띄고 유유자적한 생활를 보내고 있다는 해석은 추리소설 팬으로서 아주아주 인상적인 부분이었어요.

또한 책의 목적인 "그랜드 투어"에 대한 설명, 그 중에서도 문화라는 것이 무엇인지, 예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구체화되었는지, "젠틀맨"이 무엇인지 등 영국 문화 자체가 이러한 외국 문화의 향유와 더불어 어떻게 정립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도 상당한 볼거리입니다. 영국인들이 세계인이 되어가는 과정에 대해 여행을 떠났던 인물들 중심으로 설명하며, 그래서 영국과 다른 나라들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어 갔는지 설명하는 부분도 재미있었고요.

아울러 이러한 그랜드 투어에 대한 설명은 "여행"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여행을 많이 다니는 것이 학습이나 개인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어요.. 그러나 이 책에도 나온 체스터필드경의 글을 읽으니 생각이 바뀌네요,
"너는 예술과 무기 양쪽에서 한때 너무나 유명했던 나라로 여행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그것이 얼마나 쇠퇴했든 간에 여전히 주의 깊게 보아야 한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서 살펴보고, 그것의 홍기와 쇠퇴를 가져온 이유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흔히 우리 젊은이들이 그러듯이 쓰윽 훑고 지나가지 말고 제대로, 그리고 정치적 함의를 살펴보아라. 고대와 현대의 최고 예술가들의 작품을 신중하게 살펴봄으로써 회화, 조각, 건축에 대한 취향을 기르렴. 그것이 교양 교육이고, 그런 것에 대한 진정한 취향과 지식이 진짜 상류층을 만드는 것이다."
그동안 저는 글 속 흔한 우리 젊은이들처럼 쓰윽 훑고 지나가며 예쁘고 아름다운 것만 좋아하는 전형적인 관광객에 불과했었는데 이 글 처럼 "왜" 라는 것에 대해 궁금해하고 고민하는 자세가 너무 부족했던 것 같아 상당히 반성이 되더군요.
물론 책에서도 그랜드 투어를 떠나야 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다른 유명한 사람들이 모두 다녀왔기 때문이라는, 우리나라의 유학붐과 같은 일종의 필수 코스이자 과시욕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기도 합니다. 1대 레스터 백작 토머스 코크와 같이 그랜드 투어의 취지에 충실하게 여행을 갔다온 인물도 일부 있기는 하나 대부분은 그냥 "타이틀", 요새 말로 "스펙 쌓기"에 불과했다는 것이죠. 또 여행과 관광의 차이, 여행은 일종의 특정 목적이 있다면 관광은 오롯이 즐거움이 목적이기에 두가지는 명확히 구분해야겠습니다만....

여튼, 재미도 있고, 자료적 가치도 있으면서도 여러가지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18세기 영국 상류층의 여행이 지금 시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많이 있다는 점은 놀라울 뿐이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미시사 서적을 좋아하시는 분들,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적극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덧붙이자면, 이 책에도 등장하는, 그랜드투어를 떠난 외동아들에게 보낸 편지가 그 유명한 <아들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의 원전이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에요. 제 딸에게도 읽혀주고 싶어 <아들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도 엊그제 구입했더랬죠.  제 딸은 저보다는 잘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2015/10/04

방문자수 100만 돌파!


오늘 확인해봤는데 방문자수가 100만명을 넘었네요! 이글루스 블로그 오픈 후 12년 만입니다.
뭐 파워블로거 분들이시라면 1년 안짝에도 달성하는 방문자수이기는 하지만... 1년에 10만명도 찾지 않는 변방의 마이너 블로거로서는 감개 무량할 따름이네요.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많은 단골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이글루스에서 계속 뵐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베테랑 (2015) - 류승완 : 별점 3점



오랫만에 극장에서 감상한 "최신" 영화. <쥬라기 월드> 이후 3개월만이네요.

얼마전 천만관객을 돌파했다고 하는데 과연 재미있기는 했습니다. 특히나 각본이 아주 좋아요! 일단, 최근 문제가 되고 사회적 공분을 산 재벌, 권력자들의 패악을 선악구도에 녹여낸 캐릭터가 아주 괜찮더군요. 연기들도 대단해서 (특히 많이 언급되는 유아인은 정말 최고!) 정말이지 감정이입하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적절하게 삽입된 개그, 대사도 빛나고요. 그리고 조태호가 사건을 은폐하려고 사력을 다한 이유가 밝혀지는 반전 - 사실은 투신이 아니라 폭행에 의한 과실치상을 감추기 위한 살인 미수였다는 것 - 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정말 생각치도 못했던 부분인데 말이죠. 이 반전에 이르는 과정까지 자잘한 요소들 하나하나 허투루 쓰지 않고 단서로 사용하게 만드는 디테일은 추리 애호가를 만족시키기에도 충분한 수준이었어요.
게다가 류승완 감독 영화답게 액션도 아주 괜찮습니다. 스타일리쉬 액션이라기 보다는 특유의 묵직한 실전 액션 느낌인데 참 잘 살린 것 같아요.

물론 마지막 조태호를 옭아매게 되는 마약 파티가 열리게 되는 부분은 좀 작위적이었다 생각되긴 하며, 와이프하고 이야기한건데 유해진 만큼은 적역이 아닌 것으로 보여 좀 아쉬웠어요. 딱히 연기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허나 평상시 사투리를 쓰는 된장냄새 가득한 촌남자 스타일 연기가 익숙했기에 이 작품처럼 재벌 찌꺼기로 권력에 기생하는, 굉장히 하이클래스이면서도 비굴한 역할에는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았어요. 악당 느낌도 안들고요. 차라리 피해자인 트럭운전사역의 정웅인이 이 역할을 하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평범한 경찰이 악당 권력자를 박살내는 과정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는 충분한 영화이기에 추천합니다. 영화로 대리만족이라도 해야지 어쩌겠어요. 별점은 3점.
천만이 넘었고 광역수사대 팀은 건재한만큼 속편이 기대되는군요. 조만간 극장에서 또 볼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2015/10/01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Avengers: Age of Ultron) (2015) - 조스 웨던 : 별점 2.5점



제가 너무나 사랑해마지 않는 마블 슈퍼히어로 무비. <어벤져스> 2탄입니다. 이미 올해 초 개봉하여 폭풍 흥행한 작품이죠. <킹스맨>과 마찬가지로 뒤늦게 감상하게 되었네요. 다들 아시는 영화일터라 줄거리는 생략합니다.

일단, 러닝타임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최근 영화치고는, 그것도 액션 블록버스터치고는 정말 길더군요. 한 2시간 30분 정도? 체감으로는 3시간 정도 되는 것으로 느껴졌어요. 1,2부로 나뉘지 않은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덕분에  유료로 감상했지만 본전 생각이 들지는 않더군요. 질보다 양 아니겠습니까!

허나 늘어난 분량만큼 재미가 있었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에요. <아이언맨 3>,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 등의 최신 흥행작들과 비교해보면 이야기와 캐릭터 모두 허술하고 문제가 많더라고요. 긴 러닝타임 동안 쉴새없이 액션이 빵빵 터지기는 하는데 재미있다기 보다는 지루할정도였습니다...
이유로는 이야기를 엮어가는 과정이 부실한 탓이 크죠. 울트론이 토니 스타크에게 반감을 가지고 기계들의 세상을 꿈꾼다는 설정을 좀 더 가다듬었어야 하는데, 호크아이의 가정이야기나 블랙위도우와 헐크의 썸, 급작스러운 비젼의 탄생 등 주변 곁가지 이야기가 너무 많았어요. 신 캐릭터 스칼렛 위치와 퀵 실버 역시 왜 등장했는지  모르겠고 말이죠. 퀵 실버의 어이없다 싶을 정도로 허무한 퇴장 역시 이야기에 별 도움을 준 것 같지 않습니다. 이 모든건 결국 마블의 다음 영화를 위한 포석에 불과한 것이겠죠. 아울러 지나치게 영화가 심각하고 무거운 것도 불만이었고요.
또 울트론이 악역으로서의 강력함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로키는 최소한 신이라도 됐지 이건 뭐 깡통이라....

그래도 마지막 소코비아에서의 결전은 약간의 유머가 살아있고, 어벤져스가 액션보다는 시민 구호에 치중하는 등 현실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마음에 들었어요. 그동안의 슈퍼히어로 영화가 간과했던 부분을 제대로 짚어줬달까요? 대작 블록버스터다운 화면발도 볼거림에는 분명하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장대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앞서 말씀드렸듯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작품이라 완성도 면에서는 높이 쳐줄수 없기에 감점합니다. 그래도 어벤져스 히어로들이 한 화면에서 활약하는 모습만 보아도 즐거울 수 밖에 없는 팬이라 아예 폄하하기는 어렵네요. 뭐 그냥저냥 즐길만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허나  추후 시리즈가 완성된다면 중간에 빼 먹어도 됨직한 작품이 아닐까 싶기는 합니다. <퍼스트 어벤져>, <아이언맨 2> 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