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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4

203호실 - 가몬 나나미 : 별점 2.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학 신입생 오키무라 기요미는 한정된 예산 때문에 도쿄 변두리의 작은 원룸 203호실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방을 꾸미며 자취 생활을 즐겼지만, 어느 날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악취가 풍기기 시작했다. 그 뒤 방 안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 계속되었고, 무너져 가던 기요미는 호감을 품었던 썸남 니이자토, 그리고 아르바이트 동료 유키코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도움은 미미했고, 결국 기요미는 203호실 안의 깊은 어둠에 삼켜지고 말았다... 

가몬 나나미의 "203호실"은 여대생이 기이한 원룸에 삼켜지는 과정을 그린 장편 호러 소설입니다. 원서로 읽었습니다.

흔히 대저택을 무대로 삼는 전형적인 ‘저주받은 집’ 이야기인데, 이를 가난한 대학 신입생의 원룸으로 축소한게 인상적입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악취, 천장에서 누군가 뛰어다니는 소리, 사람이 앉았다 간 듯한 바닥의 온기, 기묘한 얼룩과 벌레, 갑자기 젖은 현관 매트처럼 일상적인 소재가 괴이현상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공포가 한층 더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천장 얼룩을 가리려고 붙인 외국 풍경 그림 속 창문을 누군가 긁는 듯한 장면처럼 섬뜩한 묘사도 제법 많고요.

기요미와 이전 세입자들이 사라졌는데도 아무도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결말 - '전에 살던 학생이 집세를 밀린 채 도망가 버렸을 뿐이다'. - 도 좋습니다. 극도의 외로움이 공포심으로 승화되어 스스로 파멸하고 말았다는 뜻도 되니까요. 단순한 호러가 아니라, 비정한 현대 사회를 고발하기도 하는 멋진 설정입니다. 

그러나 사건이 203호실이라는 좁은 공간과 기요미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이야기의 규모가 작은 탓에 뒤로 가면 지루해집니다. 기요미의 행동도 답답합니다. 왜 진작에 방을 떠나지 않았을까요? 부동산에 제시할 명확한 사유가 없다는 설명은 한국 독자에게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가족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는 행동도 납득하기 어렵고요.

가장 큰 아쉬움은 괴이현상의 원인이 끝내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203호실에 정체불명의 악의가 존재하고 거주자들을 삼킨다는 사실만 제시될 뿐, 그 기원이나 정체는 밝혀지지 않습니다. 미쓰다 신조의 작품들처럼 괴이의 실체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설명은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설명드렸듯, 극한 외로움으로 기요미가 미쳐버렸다는 식으로 풀어내는 식으로요.

그래도 독자를 섬찟하게 만드는 호러 소설로서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분량도 적당한 편이고요. 헌티드 하우스와 저주받은 집 이야기, J호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26/07/19

퍼즐(만화) 1~2 - 원작 야마다 유스케 / 작화 산베 케이 : 별점 2.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야마다 유스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산베 케이가 만화화한 작품입니다. 원서로 읽었습니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원작을 따르지만, 각색을 통해 원작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했습니다. 우선 원작에서는 테러범들이 학교를 점거하고 학생들에게 퍼즐 게임을 강요하는 이유가 다소 불분명했습니다. 그러나 만화판에서는 미토메가 연인 카와모토가 임신 후 동급생들에 의해 자살로 내몰린 복수를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설정을 추가해서 동기에 설득력을 부여합니다. 

퍼즐 게임의 의미도 더 자연스럽게 이야기와 연결됩니다. 원작에서는 퍼즐 조각을 학교 곳곳에 숨긴건 그냥 게임이었을 뿐이지만, 만화판에서는 카와모토가 괴롭힘을 당했던 장소들에 조각을 숨겼다는 설정으로 자연스럽게 보완하고 있는 덕분입니다. 퍼즐을 완성하면 카와모토의 얼굴이 드러나고, 학생들은 그녀의 죽음과 자신들의 과거를 떠올리게 되니까요. 

학교에 테러범들이 폭탄을 설치했고, 보다 강하게 학생들을 통제한다는 설정 역시 경찰이 권총 한 정 뿐인 테러범들을 쉽게 제압하지 못하고 48시간을 흘려 보낸다는 원작보다는 더 낫습니다. 

산베 케이의 그림도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여성으로 변경된 야스다 선생을 적극 활용해 원작에서는 느낄 수 없던 특유의 육감적이면서 성적인 분위기를 극명하게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성적인 연출이 너무 과하다는 문제는 있습니다. 주인공 유아사까지 여성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었을지도 의문이고요. 

그리고 원작 각색도 좋기만 한 건 아닙니다. 학생의 임신 후 죽음과 그에 관련된 복수는 "동급생" 등 여러 작품에서 활용된 다소 진부한 설정이니까요. 또 원작의 핵심 주제였던 입시와 성적만을 중시하는 학교에 대한 비판도 희석되어 버린건 아쉽습니다. 야스다 선생이 성적 향상을 미끼로 남학생들과 관계를 가졌다는 설정만 기억에 남을 뿐이에요. 

2권이라는 짧은 분량 탓에 미토메 일당이 총과 폭탄을 얻은 방법 등 주요한 설정 설명이 부족하며 전개가 지나치게 빠른 것도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전개가 빠른 만큼 쉽게 페이지가 넘어간다는 장점은 분명합니다. 설정, 전개 모두 원작보다는 나았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원작과 비교하며 각색 과정과 차이를 살펴보는 재미도 있으니 원작을 읽었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 합니다.

2026/07/18

신입사원 강회장 (2026) : 별점 2점

얼마 전 종영된 최신작으로 재벌 회장 강회장과 신입사원 황준현의 몸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에 살인 음모와 미스터리를 더한 드라마입니다. 티빙으로 감상했습니다. 

"재벌집 막내 아들" 원작가인 산경의 원작을 따르지만, 추리 요소를 크게 강화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강회장이 황준현의 몸에서 깨어난 뒤 회사를 노리는 자식들의 음모와 자신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추적하는게 핵심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강회장의 호적수인 나병모 회장의 딸이자 강회장의 며느리인 나은세가 강재경으로 변장해 병원에 잠입하고 강회장을 죽이려 했다는 진상도 인상적이에요. 동기와 근거가 설득력 있게 제시되는 덕분입니다. 제법 추리적으로도 볼만했어요

원작 대비 바뀐 설정들도 매력적입니다. 특히 황준현의 설정이 좋습니다. 평범한 신입사원이 아니라 유망한 축구 선수였지만 뺑소니 사고로 꿈을 접은 인물이라는 배경은 강회장이 그의 삶을 이해하고 반성하는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니까요. 죽은 줄 알았던 강회장이 살아 돌아오는 반전과 황준현이 원래 몸을 되찾는 해피엔딩도 원작보다 만족스러웠고요.

그러나 사건의 가장 큰 원인이 자식들 교육을 방치하고 황준현을 무시했던 강회장 자신의 잘못인 만큼, 피해자로서 복수를 이어가는 전개는 완전히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결말도 별로입니다. 강재경과 강재성 남매가 충분한 대가를 치른 것처럼 보이지 않고, 황준현과 강방글의 러브 라인이 이루어지는게 급작스러웠던 탓입니다. 마지막 에필로그의 또 다른 몸 바뀜 역시 유치하기만 했습니다. 차라리 없는게 더 좋았습니다.

그리고 "재벌집 막내아들"과 비교하면 황준현(강회장)의 능력이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 점도 약간 아쉬웠어요. 회장 시절 알고 있던 정보를 활용하는건 괜찮았지만, 그 외에는 눈에 띄는 활약이 적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었으며, 킬링타임용으로는 충분히 추천할 만합니다. 최소한 원작보다는 훨씬 좋았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