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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9

츠쿠모고미 - panpanya: 별점 2.5점

애정하는 작가 panpanya의 신간입니다. 올해 4월에 출간되었는데, e-book 출간을 기다리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구매하였습니다. 모두 17편의 짧은 에피소드를 수록한 단편집입니다. 일상적인 소재에 기묘한 상상과 설정을 더하는 panpanya의 기존 작풍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록작 중에서는 "Home Vacation", "파인애플을 모르신다", "철새의 계절", "우리는 일본 보도교 주식회사"가 특히 좋았습니다.

"Home Vacation"은 집 자체를 물에 띄워 휴가를 보낸다는 이야기입니다. 집을 떠나 휴가를 가는 것이 아니라 집 자체와 함께 움직인다는 단순하면서도 엉뚱한 발상이 재미있습니다.

"파인애플을 모르신다"에서는 파인애플이 어떻게 생겨나는지를 탐구하다가 pineapple이라는 이름 그대로 솔방울과 사과를 합쳐 새로운 열매를 만들어 냅니다. 말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를 실제 상황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이 기발해요. 파인애플은 코스타리카에서 국가적으로 관리하는 기밀이며, 주인공이 만든 '푸르츠 솔방울'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결말도 좋았고요.

"철새의 계절"은 어릴 때에는 새들이 거대했지만 성장한 뒤에는 평범한 크기로 보인다는 내용으로, 어린 시절의 기억과 현재의 차이를 그야말로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우리는 일본 보도교 주식회사"는 육교를 활성화하기 위해 상가를 도입하는 등 여러 아이디어를 시도하는 이야기입니다. '수고'가 든다는 단점을 회피하기 위해 육교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는 발상이 아주 그럴듯해요. 아래와 같은 상업 시설의 추가는 어렵더라도, 자판기와 간단한 휴식 공간 정도는 충분히 말이 됩니다. 아예 극단적으로 높이를 높인 전망대 형식도 그렇고요.

여유로운 분위기와 부드러운 그림도 여전히 좋습니다. 비현실적인 설정을 과장하지 않고 평범한 일상처럼 그려내는 방식도 작품과 잘 어울립니다.

반면 전체적으로는 전작들보다 기발함이 부족한 편입니다. 특히 panpanya의 작품을 계속 읽어 왔다면 새롭거나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어요. "게에게 홀려서 2", "decoy 23, 봄", "여긴 어디일까요? 여행" 등 기존부터 이어져 온 시리즈가 수록된 탓이 큽니다. 익숙한 설정과 소재가 반복되다 보니 새로운 이야기를 읽는다는 느낌이 약해요.

비교적 긴 이야기인 "승리의 짜임새", "동물의 분수", 표제작 "츠쿠모고미"도 이전 작품들에 비하면 별로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여준다기보다 기존 작품의 설정과 분위기를 다시 활용한다는 인상이 강해 자가 복제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panpanya 특유의 상상력과 분위기, 그림은 여전히 즐길 만하고 몇몇 단편은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작품들 중에서는 처지는 편입니다.

2026/08/28

종이학(折鶴) - 아와사카 쓰마오: 별점 2.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을 중심으로 한 단편집입니다. 표제작 포함하여 모두 네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1988년 이즈미교카 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하네요. 원서로 읽어보았습니다.

아와사카 쓰마오의 다른 작품에서 흔히 보였던 왁자지껄한 분위기와 달리, 담백하고 순수한 연애물로 대체로 나이 든 중년의 심리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렌조 미키히코의 작품처럼요.

기모노에 문장을 그려넣는 '문장사'로서의 경력을 한껏 담아낸 기모노와 자수 등 전통 장인들의 세계에 대한 설정과 묘사도 흥미롭습니다. 이러한 소재가 차분한 사랑 이야기와 어우러져 작품만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요. 미싱과 같은 현대 기술 때문에 몰락해 가는 장인들의 모습은 참 실감납니다.

대단한 범죄는 등장하지 않지만, 본격 추리 작가다운 추리적인 요소도 적절하게 삽입되어 있습니다. "시노비야마 사랑 노래"에서는 여관 고카쿠로에서 요지로가 살해당한 뒤, 원한이 있던 유키다유가 범인으로 의심되었습니다. 그러나 유키다유 일행은 샤미센을 연주하며 떠났다는 증언 덕분에 혐의를 벗었지요. 그러나 와키타는 증인들이 일행을 직접 본 것이 아니라 멀어지는 듯한 샤미센 소리만 들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여관을 떠난게 아니라 연주 소리를 조금씩 줄이다가 멈추어 떠난 것처럼 꾸며냈을 거라고 추리하지요.

"가쿠노다테에서"에서는 고급 프랑스 요리점의 성냥과 향수, 유코 가문의 정식 문장이 들어간 기모노를 단서로 도시유키가 유코의 마음을 알아챕니다. 범죄 해결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을 밝혀내는 데 추리적인 테크닉을 활용한게 인상적입니다.

표제작 "종이학"에서는 누군가 다고토의 이름을 사칭해 불륜 여행을 다니고 있다는 수수께끼가 등장합니다. 이는 쓰루코가 다고토를 이용했다는 진상으로 이어지고요. 이 작품도 본격적인 범죄보다는 사람들의 관계와 감춰진 마음을 밝히는 장치로 추리가 이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점은 아무래도 추리 소설로서는 시시하다는 점입니다.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라 사건과 트릭이 소박하고, 기발한 범죄나 강렬한 반전을 기대한다면 아쉬울 수밖에 없어요. 강력 범죄와 트릭이 등장해서 그나마 가장 추리 소설다웠던 "시노비야마 사랑 노래"조차도, 와키타의 추리와는 다르게 진범은 그냥 강도였다는 진상이라서 허무합니다. 

그리고 여성 심리가 설득력있게 그려지지 못한 문제도 큽니다. "시노비야마 사랑 노래"에서 아야코가 와키타와 밤을 함께 보낸 이유, "사랑의 도피"에서 유리가 3일간의 도피 후 마음을 바꾼 이유, "가쿠노다테에서"의 유코가 전 남편과도 시간을 보냈으면서 구태여 도시유키에게 돌아왔던 이유 모두가 불분명합니다. 이런걸 순애, 혹은 여심이라고 표현할 수는 있겠지만 저는 전혀 와 닿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종이학"의 쓰루코는 정말 최악이에요. 원래 다고토와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집안의 반대로 데릴사위 류지를 들여 결혼한 뒤, 나중에 가업을 살리기 위해 거래처 부장 요코쿠라와 하룻밤을 보내고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하거든요. 이건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도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기존 작품과 전혀 다른 아와사카 쓰마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습니다. 담백한 순애와 중년의 마음, 일본 전통 장인의 세계에 소박한 추리를 곁들인 독특함에 더해 일본 전통 기모노 세계와 묘사도 아름답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추리적인 재미는 약하지만 작가의 새로운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추천드립니다.

2026/08/23

책이라면 팔 만큼 - 코지마 아오: 별점 3점

헌책방을 중심으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책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는 만화입니다. 2025년 이 만화가 대단하다! 남성편 <1위>, 2026년 일본 만화대상 <1위>라는 수상 실적에 혹해서 충동구매하여 읽었습니다. '서점'이나 '헌책방'이 등장하는 작품들 대부분이 재미있었다는 이유도 컸고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재미있습니다. 이런 소재의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억지스러운 신파나 감동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충분한 드라마를 갖추고 담백하면서 잔잔하게 이야기를 풀어가서 좋았어요.

모든 에피소드가 실제 책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 "커피에 별사탕"의 경우, 남편과 사별한 노부인이 남편이 좋아했던 컵과 커피, 꽃에 대해 이야기하자 헌책방 주인은 그것들이 데라다 도라히코의 시에 나오며, 그 시에 따르면 노부인이 '미인'이라는걸 알려줍니다. 책과 한 사람의 추억 연결이 굉장히 자연스럽고 따스해서, 저도 이런 이야기를 한번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헌책방 '시월당'을 중심으로 전개되다가 점차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구성도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시월당 자체의 이야기보다 책을 사랑하는 애호가들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책을 읽지는 않지만 수집을 좋아하는 '조지 씨' 이야기처럼요.

물론 소재와 설정, 전개는 뻔하다는 문제는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전문가나 특정 직종을 테마로 하는 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인 탓입니다.  재미는 있지만 신선함은 부족하지요. 

그래도 이 정도면 별점 3점은 충분합니다. 새롭지는 않아도 담백한 분위기와 책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나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추천작입니다. 다음 권에서는 실제 책과 사람들의 사연을 연결하는 매력 포인트를 더 잘 살려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