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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8

약사의 혼잣말 Season 2 (2025) 후반부 - 나가무라 노리히로 : 별점 2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약사의 혼잣말" 시즌 2에 대해 이전에 리뷰를 남겼었지요. 그런데 이번에 시즌 3가 새로 시작되어 보다보니 모르던 이야기가 있어서 시즌 2를 다 보지 못했다는걸 알아버렸습니다. 이전에는 36화까지 봤더라고요. 그래서 주말에 몰아서 나머지 12편을 보고 리뷰를 남깁니다.

후반부는 기존의 소소한 사건들 중심이 아니라 시 일족의 반란이라는 큰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래도 리슈비가 유령을 목격한 사연이나 러우란비를 위해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에피소드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는 여전히 좋습니다. 진시가 왕제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마오마오에게 적극적으로 들이대는 등 주요 인물들의 상황이 급변하는 과정도 흥미로웠고요.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러우란비의 정체가 시스이였다는 반전입니다. 이는 화려한 복장과 두꺼운 화장, 부채로 가린 무표정한 얼굴이 정체를 감추는 장치 등 다양한 복선 덕분에 설득력있게 다가옵니다. 시스이가 보여 준 교육 수준과 유복한 집안 출신 같은 분위기라던가, 그녀가 낙태약을 구하거나 낙태를 유도하는 꽈리를 먹는 장면 역시 중요한 단서였습니다.

러우란이라는 캐릭터도 상당히 매력적이에요. 일족의 몰락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마지막을 전용 음악, 그리고 화려한 무대와 함께 장식한다는 점에서 말이지요. 그녀가 원하는걸 이루라고 보내주는 마오마오의 쿨함도 빛나고요.

그러나 후반부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습니다. 시 일족의 반란이 대하 서사극처럼 펼쳐지면서, 이 시리즈의 장점이었던 소소한 일상과 추리의 재미가 크게 줄어드는 탓입니다. 사건의 규모가 커진 만큼 재미도 커졌다고 하기는 어려워요.

러우란의 계획도 허술합니다. 마오마오는 의관이 시 일족과 한패라는 사실을 알아내 납치되고, 진시가 그녀를 추적하다 반역 음모를 밝혀 금군을 이끌고 일족을 처단한다는게 주요 전개입니다. 마오마오를 살려 둔 것은 친구인 시스이(러우란)의 배려였다 하더라도, 이후의 추적과 정벌까지 러우란이 안배했다고 보기에는 우연에 기대는 부분이 너무 큽니다. 썩어 버린 일족과 가족을 도려내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그 이야기 속에 마오마오를 억지로 끌어들였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러우란이 살아남아 외국으로 떠나는 마지막 장면도 지나치게 전형적이었습니다. 차라리 시장에 나온 비녀만 보여 주며 생사를 여운으로 남겼다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반전과 인물의 매력은 괜찮았지만, 후반부의 큰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시리즈의 큰 서사를 이해하려면 건너뛰기 어려운 만큼, 시리즈 팬에게만 추천합니다.

2026/10/17

끝장수사 (2026) - 박철환: 별점 1.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때 잘 나가던 광역수사대 에이스였지만 사건 말아먹고 인생도 꼬인 형사 재혁은 재벌 2세 인플루언서 신입 형사 중호가 경찰을 그만두도록 만들기 위해 파트너가 되었다. 둘은 티격태격하던 와중에 교회 절도범을 체포했는데, 그가 서울 강남 살인사건의 범임이라는걸 알아냈다.

그러나 강남 사건은 이미 조동오가 범인으로 체포되어 유죄 선고를 받은 상황이었고, 둘은 담당 검사 미주의 지원으로 재수사에 나섰다. 그런데 강남 경찰서 형사들이 수사를 방해하기 시작하는데... 

요새 너무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네요. 그나마 틈틈히 운동하면서 본 영화입니다. 넷플릭스 순위에 있어서 보게 되었네요.

도입은 흥미롭습니다. 보통 이런 작품은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린 사람의 누명을 벗기는 데 집중하지만, 여기서는 먼저 잡혀 있던 조동오가 다른 연쇄살인의 진범이었다는 반전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범행을 입증할 피해자의 반지를 아내 영희가 늘 가지고 다니던 성경책 안쪽을 파내 숨겼다는 디테일 등 범죄물로 볼 만한 부분도 제법 있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한물간 형사와 돈 많고 잘생긴 신참의 조합 역시 괜찮았고요.

그러나 전개가 좋은 설정을 살리지 못합니다. 특히 강남경찰서 형사들이 두 사람의 수사를 방해하는 과정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는데,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조동오가 진범이라고 확신해서 무리하게 체포했다면, 그 사정을 미리 설명했어야 했습니다. 법의 테두리를 넘어서면서까지 훼방을 놓는 모습은 갈등 구조를 만들기 위한 억지로만 보였습니다.

강미주 검사가 스스로 미끼가 되어 조동오를 자극하다 납치되는 절정부는 더욱 황당합니다. 검사가 연쇄살인범에게 납치되었는데 구하러 나타나는 형사가 달랑 두 명이다? 그나마도 갓 출소한 중년 범인 하나를 제압하지 못해 쩔쩔매는 장면에서는 긴장감보다 어처구니없다는 생각만 듭니다. 액션마저 보잘것없어 후반부는 좋은 점수를 줄 여지가 없습니다.

중호의 인플루언서 설정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합니다. 초반의 티격태격하는 재미마저 중후반부터 재혁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며 사라지고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2026/10/11

눈의 아이 - 미야베 미유키/김욱 : 별점 1.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눈의 아이"는 표제작을 포함한 다섯 편이 수록된 중, 단편집입니다. '밀리의 서재'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이 오싹하게 펼쳐지고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로 가득하다'라고 소개되어 있길래 읽었습니다.

그러나 기대에 부합하는 작품은 한 편도 없었습니다. 부분적으로 마음에 드는 묘사와 설정은 있었지만 책 소개가 약속한 재미를 어느 작품에서도 느끼지 못한 만큼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작품별 간단한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눈의 아이"

초등학교 시절 소꿉친구 유키코를 죽인 화자 '나'의 이야기입니다. 일상적인 회상 속에서 서서히 차오르는 묵직함, 친구 스기지도 '나'의 범행을 눈치채고 있다는 마지막 장면은 좋았습니다. 

그러나 이야기 자체는 지나치게 소소합니다. 게다가 유키코의 유령을 '나'만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결정적인 단서처럼 다루는 것도 어색했습니다. 오히려 가해자에게 유령이 나타나는 편이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정상적인 '나'는 이십 년 전에 죽었다는 마무리도 이야기의 결론으로 보기에는 부족합니다.

"장난감"

소소한 유산 문제가 이상한 소문으로 번지고, 죽은 할아버지가 유령으로 나타나는 이야기입니다. 

어린 시절 겪었던 추억 한 토막을 듣는 느낌인데, 유령 이야기치고 무섭지도 않고 기승전결도 뚜렷하지 않습니다. 유령이 남을 해코지하지도 않고, 숨겨진 과거가 밝혀지지도 않는 탓입니다. 한마디로 드라마가 없어요.

"지요코"

인형 탈의 눈으로 보면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했던 무언가로 보인다는 일상 판타지입니다. 소중히 여긴 물건이 없는 사람은 지켜주는 존재 없이 이상한 것에 씌어 있다는 설정은 괜찮아요. 추억이 누군가를 지켜줄 만큼 소중하다는 뜻이니까요. 

다만 설정이 아주 새롭지는 않고, 이를 넘어서는 드라마도 부족했습니다. 대프니 뒤 모리에의 "푸른 렌즈" 정도의 이야기는 보여주었어야 합니다.

"돌베개"

기자 이시자키가 중학생 딸 아사코와 남자친구 가야노의 조사를 토대로 살인 사건의 진범을 밝혀내는 범죄물입니다. 피해자 아유미의 행실이 좋지만은 않았다는 진상, 그리고 이시자키의 추억을 현재에 겹치는 묘사는 인상적이에요. 

그러나 고전 이야기인 "돌베개"를 사건에 빗대는 부분은 억지스러우며, 정작 진상이 밝혀지는게 아유미 사건이 아니라 별개의 나카노 여자 단대생 살인 사건이라는건 당황스러웠던 부분입니다. 나카노 사건에 대해 짧은 설명이 스쳐 지나가기는 하지만 이보다는 설명이 필요했습니다. 사건 해결도 다쿠미의 자백에 의존해 추리의 재미도 없고요. 무엇보다도 다쿠미가 왜 유령 이야기를 했는지?를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유령을 본 건지, 죄책감의 표현인건지... 

"성흔"

자신을 학대하고 끝내 죽이려 했던 친모와 계부를 살해한 소년 A 가즈미가 폭력 피해자들의 영웅으로 부상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가정과 학교, 직장에서 드러나지 않는 폭력을 겪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센카와의 홍보 활동은 치밀하고 그럴듯했습니다. 

하지만 가즈미가 신의 계시를 받아 자살한 뒤 진짜 신이 되고, '철퇴의 유다'인 센카와가 예언자가 된다는 결말이 너무 황당해서 이게 뭔가 싶네요. 피해자들의 분노와 구원받고 싶은 마음이 홍보를 통해 일종의 신앙으로 변할 수는 있습니다. 가즈미가 죽으면서 만들어진 이미지는 굳어지고, 센카와는 그의 뜻을 해석하는 권위를 독점하게 된다는 것도 말은 되고요. 그래도 현실적이던 전개가 갑자기 신과 계시로 넘어가는 결말까지 납득할 수는 없습니다. 지나치게 멀리 나갔어요. 설정이 아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