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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19

Q.E.D Iff 증명종료 29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3점

"Q.E.D" 시리즈를 처음 접했던 것은 1999년 세기말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신간이 나올 때마다 계속 구입해 왔습니다. 블로그에도 꾸준히 리뷰를 남겼고요.

그러는 사이 저는 50대가 되었지만, 토마와 가나는 여전히 고등학생입니다. 그래도 작품 속 시간 역시 아주 조금씩은 흐르고 있습니다. 에나리 선배들은 졸업했고, 토마와 가나도 3학년이 되어 유학을 준비하게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거의 30년 가까이 사실상 '커플'처럼 그려졌으면서도, 둘 사이에는 미묘한 감정의 흐름만 있을 뿐 특별히 언급할 만한 진전이 없어서 조금 답답했습니다. 

그래도 직전 에피소드에서 이번에는 정말 고백을 하겠구나 싶은 묘사가 있어서 기대했는데, 토마가 이번 권 첫 에피소드 초반부터 고백을 해 버리네요. 무려 30여 년, 정확히는 27년에 걸친 기다림을 드디어 보상받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별다른 이벤트나 분위기 조성 없이 담백하게 고백하는 모습이 역시 토마답습니다. 쿨하게 이를 받아주는 가나도 역시 가나답고요.

고백 이야기 외에도 '성장기'라는 측면에서 볼 만한 부분이 많아서 마음에 드네요. 팬심을 더해 별점은 3점입니다. 다음 권이 완결편인데, 빨리 읽어봐야겠습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날개가 없어도"

프리 칼리지 수업으로 하버드 대학의 '문제 해결과 계획' 강의를 선택한 가나에게, 대부호 홀든 가문의 양녀인 슐리아가 생명의 위협을 받는 사건이 과제로 주어졌다. 담당 교수 브라이언이 슐리아의 은사였기 때문이었다. 가나와 조원들은 슐리아와 FBI 담당 수사관 엘마 등을 인터뷰하며 진실을 찾아 나서는데...

조사를 통해 드러난 핵심 단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슐리아는 SNS에 연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지만 연인의 얼굴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둘째, 양녀인 그녀가 유산을 받는 것을 막으려는 홀든 가문이 계좌를 동결해 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유력한 용의자를 FBI가 놓친 탓에, 슐리아를 보호하는 일이 공식화됩니다.

이렇게 그녀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사실이 공식화되면, 홀든 가문은 괜한 누명을 쓰지 않기 위해 계좌 동결을 해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FBI 수사관 엘마가 슐리아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즉, '슐리아가 연인과 함께 유산을 쓰기 위해 자작극을 벌였다'는게 진상이었던 겁니다.

FBI 수사관이 애인이라는 설정부터 억지스러운 등 추리적으로 아주 대단한 작품은 아니지만, 토마의 고백과 아래와 같은 마지막 장면의 쐐기골이 훨씬 더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입니다. 어쩌면 "Q.E.D"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의미 있는 에피소드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그래서 이 작품의 별점은 3점입니다. 순전히 팬심입니다.

덧붙이자면, 이 중요하고 멋지고 의미있는 장면의 작화는 영 마음에 들지 않네요. 비율과 뎃셍 모두 엉망이에요. 카토 모토히로, 과연 저게 최선이었습니까?

"에세이"

가나는 하버드 대학 지원용 에세이를 쓰기 위해, 4년 전 중학교 3학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자신의 진학을 방해하던 불량배가 막다른 골목에서 쓰러졌던 사건이었다.

이 에피소드는 자신을 설명하는 '에세이'가 무엇인지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잘 보여 줍니다. 에세이에는 그 사람의 '배경'이 드러나야 한다는 점을 예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는 덕분입니다. 대학이 다양성을 원하는 이유에 대한 소개 역시 이보다 더 깔끔할 수 없을 정도고요. 가나가 4년 전 사건을 떠올리며 다시 정리한 에세이도 굉장히 와 닿는 결과물입니다.

당시 검도 사범이 가나를 변호해 주기는 했지만 '현장에 있었는데도 그저 방관만 하고 있었다'는 이상한 상황을 통해 검도 사범이 흑막이었다는걸 밝혀내는 추리, 그리고 막다른 골목의 담 너머에서 공격했다는 간단한 트릭 모두 모두 현실적이며 설득력이 높아서 추리적으로도 마음에 듭니다.

'에세이'라는 소재를 통해 "Q.E.D" 특유의 현학적인 정보 제공도 해 주고, 성장담으로서도 우수하며, 추리적으로도 나무랄 데 없는 깔끔한 일상계 미스터리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26/04/18

장송의 프리렌 : season 2 (2026) - 키타가와 토모야 : 별점 4점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했습니다. 모두 10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Season2는 거대한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려가는 구성이라기보다는, 각 화가 비교적 독립적으로 완결되는 형식에 가까운 흐름을 보여주는게 특징입니다. 긴 호흡의 대서사 대신 에피소드별로 잔잔하게 여운을 남기는 방식으로 이어지거든요. 특히 프리렌이라는 작품의 핵심인 '과거의 모험을 현재의 시간 위에서 천천히 되짚는다'는 테마를 이야기 전체에 자연스럽게 녹이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과 마을, 예전에 접했던 풍경들, 예전에 함께 보냈던 순간들에 대한 기억이 현재의 만남과 사건을 통해 다시 의미를 얻게 되는데, 화려한 사건이 부각되지는 않지만 그야말로 힐링물로서의 매력을 잘 드러내 줍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잔잔한 것만은 아닙니다. 웃음을 섞는 타이밍이 좋고, 인물들 사이의 관계에서 나오는 소소한 재미도 살아 있으며, 필요할 때는 액션의 밀도도 충분히 끌어올리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액션 쪽에서의 만족도도 높습니다. 이번 시즌의 핵심인 마족 "신기의 레볼테"와 맞서는 에피소드는 비교적 긴 호흡으로 전개되는데, 묵직하고 진지한 전투 연출에 더해 캐릭터들의 협력 구도가 돋보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슈타르크와 게나우가 연계하여 레볼테와 싸우는 장면은 이번 시즌의 백미라고 부를 만합니다. 각자의 역할이 분명하게 살아 있으면서도 움직임과 타이밍이 잘 맞물린 연출로 마지막 순간까지 긴박감을 자아내기 때문입니다. 

그 외, 주제가도 좋고 작화도 안정적인 등 단점을 찾기 어려운 좋은 작품인데,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여행, 모험에 대한 목적 의식이 다소 흐릿하게 느껴진다는 점 정도입니다. 게다가 잔잔하기까지 해서 긴 이야기 중간의 쉬어가는 부분의 이야기라는 느낌이 드네요. 다만 이건 단점이라기보다는, 본래 이 작품 특징에서 비롯된 셈이라서 불만은 아닙니다. 

그래서 별점은 4점입니다. 이 분위기를 이어서 다음 시즌이 더 빨리 나와 주기 바랍니다.

2026/04/17

이과장 생존기 - 불량집사 : 별점 2점

사출 업계를 전면에 내세운 장편 웹소설입니다. 자주 찾는 커뮤니티에 작가분이 계신 덕분에 우연찮게 알게 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가장 돋보이는건 배경이 되는 사출 업계에 대한 치밀한 조사와 설명입니다. 생산과 영업 정도만 훑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중국 동포와 탈북민 고용 문제, 현장 생산 환경, 원료 수급, 노동자들의 처우와 수당 문제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덕분입니다.
또한 단순히 용어나 업계 분위기를 가져다 붙이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그 배경 자체를 이야기의 동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도 좋습니다. 노동 환경 개선 문제나 공장장과의 갈등, 현장 내부의 자체적인 규율,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과 공장 확장, 원료 수급 등의 실제 공장 내 환경이 이야기의 소재로 사용되어 업계물로서의 현장감은 압도적이라 할 수 있어요.

웹소설답게 호흡도 빠르고 전개도 시원시원합니다. 문장이 어렵지 않고 사건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때문에 가독성도 좋은 편이에요. 실제 기업을 연상하게 만드는 설정 역시 이 소설의 재미를 높여 주는 요소입니다. 남양, 매일유업, 오뚜기(아마도?) 같은 현실 기업들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있는데, 기업 구조와 이해관계를 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줍니다. 

주인공의 성공 방식도 나름 인상적입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이나 "상남자"처럼 이미 알고 있는 미래를 발판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이 작품의 이과장은 자기 힘으로 성과를 만들어 가기 때문입니다. 정도 경영과 사원 복지를 성공의 발판으로 삼고, 유튜브를 성공의 도구로 활용하는 설정은 판타지스럽기는 하지만 아주 거슬리지는 않습니다. 앞서 말한 철저한 업계 조사가 뒷받침된 덕분이지요. 한성에서 태성으로 자리를 옮긴 뒤, 된장 계량 스푼에서 시작해서 친해진 '본부장'의 절대미각을 살린 '본부장 부대찌게'와 '본부장 커피' 런칭에 힘을 보태 성공을 거두는 부분까지는 읽으면서도 꽤 그럴듯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사와 소재가 잘 짜여져 있었거든요.  

그러나 본부장 커피 이후는 솔직히 망작입니다. 그냥 판타지로 전락해 버리는 탓입니다. 게다가 중국 진출 시점부터는 그야말로 가관이에요. 여러 활동을 통해 이과장(이 시점부터는 이사장이지만) 중국에서 일종의 계몽 활동을 펼치다가, 심지어 시진핑 주석까지 만나는 식으로 흘러가는데 이게 뭔가 싶더라고요. 현실적인 산업 현장 서사와 기업 성장담이 이 작품의 강점이었는데, 그와는 동떨어지는 황당무계한 전개였습니다. 

등장인물들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인물들이 상당히 전형적이거든요. 이과장은 착하고 정의로운 인물이며, 그의 아내 오세정도 비슷한 결을 공유합니다. 잘생긴 처남 캐릭터는 설정만 놓고 보면 조금 튀는 편이지만, 결국 엄청나게 착한 훈남이라는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서사가 길어질수록 캐릭터의 힘이 떨어집니다. 러브라인도 특별한 긴장감이나 설렘을 주지 못해 보는 맛이 약합니다. 이야기 전체가 산업과 경영 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해도, 인물 관계에서 오는 흡인력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훨씬 풍성한 작품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생생함이 탁월한 외국인 노동자나 탈북자를 좀 더 중요하게 썼더라면 독특한 맛이라도 살렸을 텐데 말이지요.
등장인물들의 설정 활용도 아쉽습니다. 대표적인게 이과장의 탁월한 시력에 대한 설정입니다. 처음에는 뭔가 중요한 장치처럼 보이는데, 막상 이야기 전체를 놓고 보면 특별한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결말도 영 별로에요. 태성을 대기업으로 키워 내는 쪽으로 끝까지 밀어붙이거나, 반대로 판타지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확실한 방향성을 가졌어야 하는데 일종의 번아웃 상태에서 대충 살기로 마음먹는다는 결말이라서 성공기라는 측면에서도 애매하고 판타지 서사라는 측면에서도 애매해져 버렸습니다. 한마디로 허무해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업계물로서의 사실감과 가독성, 그리고 국내에서의 성공담이 주는 재미는 분명합니다. 특히 사출 업계에 대한 묘사만큼은 대단한 강점이고요. 그러나 여러 단점들로 인하여 전체적인 만족도는 많이 떨어집니다. 재미가 아주 없는 작품은 아니지만, 선뜻 추천할 만한 작품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