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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5

동궁(2026) - 최정규: 별점 3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입니다.

처음에는 모든 사건이 연못 귀신의 저주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연못 귀신의 원한은 자신을 모함해 죽인 대왕대비를 향한 것이었고, 왕과 동궁에는 원한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왕이 왕이 될 수 있던건 왕의 생모인 숙빈이 자기 아들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벌였던 독살 덕분이었고, 숙빈은 대왕대비와 연못 귀신의 원한을 이용해 진실을 숨겼다는 사실이 드러나지요.
하지만 이 과거의 사건 역시 현재 세자들의 죽음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지금의 악귀는 얼마 전 죽은 세자였거든요. 결국 죽은 세자가 형제를 독살해 왕이 되려 했고, 이를 알아챈 왕이 세자를 죽이면서 원한이 시작되었다는 진상이 밝혀집니다.
이렇게 반전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연못 귀신 - 대왕 대비 - 숙빈 최씨 - 세자로 주적이 계속 바뀌는 구성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선악을 구분하기 어려운 왕 역의 조승우와 대왕대비의 연기는 감탄이 나오며 영상도 인상적입니다. 전체적으로 푸른 색감을 유지하면서 왕의 곤룡포와 생강 옹주의 화려한 한복을 강하게 대비시키는 장면들이 특히 좋았습니다. 의상과 세트도 보기 좋게 갖춰져 있으며, 꺼먹살이의 귀여운 존재감도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였어요.

하지만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은 조금 거슬립니다. 초반 영안군을 습격한 존재가 연못 귀신처럼 묘사된 부분이 대표적입니다. 연못 귀신은 영안군을 습격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또 이는 진상과도 잘 연결되지 않습니다. 귀매의 눈을 얻은 구천이 어떻게 되었는지, 저쪽 세계에서 어떻게 돌아왔는지와 같이 설명이 부족한 부분도 제법 되고요. 

무엇보다 가장 큰 단점은 액션입니다. CG도 과하지만 액션이 최근 다른 작품들에 비해 화려함, 강함, 속도감 모두 부족한 탓입니다. 특히 마지막 세자와 구천의 대결은 90년대 오래된 홍콩 영화 와이어 액션처럼 보입니다. 세자와 구천 모두 무술에 능하다는 설정도 없어서 이런 육탄 대결에 대한 설득력도 약하고요.

그래도 별점은 3점입니다. 궁중 미스터리와 반전이 많은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추천드립니다.

2026/08/14

카리브 해적 살인 사건 - 요시무라 다쓰야: 별점 1.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추리 작가 아사히나 고사쿠와 편집자 다카기 요스케는 신잡지 창간 기획으로 세계 타이틀 도전을 앞둔 프로복서 카를로스 산토와의 대담을 위해 바하마를 찾았다. '카리브의 해적'이라는 링네임으로 활동하는 카를로스 산토는 해적 복장과 오른쪽 눈의 안대를 트레이드 마크로 삼으며 연승을 이어 가던 유망한 선수였다. 

그러나 대담 직전에 산토는 호텔 객실에서 망치에 맞아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용의자는 불화가 쌓일대로 쌓인 산토의 아내 리카코, 산토와 불륜 관계였던 사진작가 하야카와 미즈키, 그리고 곧 계약이 해제될 예정이었던 프로모터 키사라기 하야토까지 세 명 뿐이었다. 하지만 세 명 모두 술을 먹지도, 자고 있지도 않았던 세계 정상급 프로복서를 정면에서 망치로 제압할 수 없었다. 유일한 단서는 시신이 평소와 달리 왼쪽 눈에 안대를 착용하고 있다는 것 뿐인데...

일본 작가 요시무라 다쓰야가 '하룻밤 동안 펼쳐지는 극한의 타임 리밋 스릴러'를 콘셉트로 기획한 시리즈인 '원 나이트 미스터리'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제미나이가 추천하길래 원서로 읽어 보았습니다. 콘셉트에 걸맞게 짤막한 중편 분량이라 쉽게 읽을 수 있었어요. 탐정 역할인 아사히나 고사쿠와 편집자 다카기 요스케가 주고받는 유쾌한 티키타카 역시 작품의 분위기를 한층 가볍고 재미있게 만들어 주고요.

'누가 범인인가'보다는 '어떻게 이런 살인이 가능했는가'에 초점을 맞춘 전형적인 하우더닛물인데 트릭도 단순하면서도 깔끔합니다. 키사라기는 안대를 어느 쪽 눈에 착용하는 것이 더 보기 좋은지 시험해 보자며 산토에게 양쪽 눈에 번갈아 안대를 착용하게 했습니다. 그렇게 양쪽 눈을 모두 가린 뒤 정면에서 망치로 가격해 살해했고요. 이후 안대 하나를 회수했지만, 자주 쓰던 쪽인 오른쪽 눈 안대를 나중에 씌웠기 때문에 왼쪽 눈에 안대가 남겨졌던 겁니다. 아사히나는 이를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발상이라고 설명하며 사건을 해결합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살인이 지나치게 급작스럽습니다. 시합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프로모터가 직접 살인을 저지를 이유가 빈약하며, 범행 이후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 빠져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결국 '프로복서를 정면에서 망치로 살해할 수 없다'는 추리 퀴즈를 성립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사건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또한 사건 구조상 범행 시각에 아사히나와 함께 있던 리카코, 산토를 살해할 동기가 없던 미즈키는 사실상 용의선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후더닛물로는 낙제점이며 카를로스 산토와 아내의 불화, 미즈키와의 불륜 설정도 너무 진부하고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빠른 전개와 신선한 트릭은 좋지만, 소설로서의 완성도는 수준 이하인 졸작입니다. 구태여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2026/08/09

와일드 씽 (2026) - 손재곤: 별점 3점

20년 전, 최고의 인기를 누리다가 불가리아 국민 가요 표절 의혹으로 몰락했던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의 리더 황현우는 연예인으로서의 생명이 거의 끝난 상태였다. 하지만 엑스포 유치 기념 콘서트에 재결성 라이브 공연을 제안 받은 뒤, 재기를 위해 옛 멤버들을 모아 공연에 나섰다. 하지만 공연장으로 향하다가 20년 전, 정산도 하지 않고 도주했던 전 소속사 사장 박용구를 우연히 만난 뒤 모든게 꼬여만 가는데...

"달콤, 살벌한 연인"으로 좋은 인상을 잠겼던 손재곤 감독의 최신작 코미디 영화입니다.

가장 큰 장점은 깔끔한 이야기 전개입니다. 러닝타임은 길지 않지만 사건이 계속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마지막에 변도미가 다시 합류하지 않고 최성곤이 새로운 멤버가 되는 결말도 합리적이고요.

등장인물 모두의 목적과 동기도 분명하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공연에 대한 트라이앵글 멤버들과 최성곤의 집념, 이들을 살인범으로 오해한 경찰들의 추격, 죽은 척하며 상황을 이용하는 박용구, 소심한 복수를 꿈꾸는 나태풍까지 모두 황당한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손재곤 감독 영화답게 신파에 기대지 않는 점도 마음에 드네요.

극 중 '트라이앵글'의 전성기 무대와 음악 역시 1990년대와 2000년대 가요를 기억하는 저에게는 아주 반가왔던 점입니다. 최성곤의 활약도 눈부셔요. 등장할 때마다 분위기를 살리는 최고의 신 스틸러로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고, CF까지 찍은게 당연하다 싶을 정도에요.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변도미가 공연에 합류하는 과정이 조금 매끄럽지 못한 점, 그리고 공연에서 PD가 멤버들 합류가 늦어지자 대타를 고민하며 전전긍긍하는 장면 정도입니다. 앞 순서 가수들이 한 곡씩만 더 불렀어도 충분히 시간을 벌 수 있었을텐데 말이지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오락 영화로서는 아주 만족스러웠어요.웃음과 추격, 대 소동과 음악이 적절히 어우러져 끝까지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더운 여름, 가볍게 즐기기에 문제없는 추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