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로 10년 간 방문 밖을 나가지 않은 제문제는 신분을 '들쥐'라 자칭한 누군가에게 송두리째 빼앗겼다. 주위 지인들도 들쥐에게 포섭되거나 살해당해 아무도 남지 않았다. 유일하게 남은건 제문제가 등쳐먹었던 사채업자 노자 뿐이었다. 노자와 손을 잡은 제문제는 들쥐가 중학교 때 작문부 친구들과 관련이 있다는걸 알아냈다. 그래서 옛 중학교가 있던 섬마을로 향해 과거를 뒤지기 시작하는데...
루드비코의 장편 스릴러입니다. 동명 넷플릭스 드라마의 원작입니다. 핵심은 제목이기도 한 '들쥐'가 과연 누구인가에 있으며, 현재와 중학교 시절의 과거를 오가며 진상에 접근하는 전개를 갖추고 있습니다. '현재 자신의 인생을 엉망으로 만든 인물은 옛 친구였다'는 기본 구도는 "20세기 소년"을 떠올리기는 하지만 '인생을 빼앗겼다'는 설정에서 차이를 보이고요.
가장 큰 장점은 들쥐의 정체가 밝혀질 때의 반전입니다. 들쥐는 제문제의 옛 친구 중 한 명인 오기완이었습니다. 동기들보다 세 살 많았던 오기완은 동네 파락호의 양아들이었는데, 원래는 제문제의 부모가 난임 때문에 입양했던 양자였습니다. 그들은 친아들 문제를 낳은 뒤 기완이를 유원지에 버리고 말았고요. 그리고 죄책감 때문에 문제 어머니는 자살했던 겁니다. 이러한 반전은 오기완이 제문제의 인생을 빼앗은 동기의 설득력을 높입니다.
반전과 진상을 밝히는 결정적인 계기가 '작문'이라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문제가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버림 받았던 기억을 그린 듯한 작문은 알고보니 오기완의 이야기였습니다. 그 장소에 함께 있던 문제가 3인칭 시점을 1인칭으로 착각했던 것이지요. 이렇게 결정적 단서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만 드러나지 않게 숨겨서 교묘하게 녹여내는 솜씨는 돋보입니다.
그러나 완성도가 아주 높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세부 설정에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은 탓입니다. 신분을 빼앗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조직이 다단계처럼 회원을 모집하고 자선 단체로 위장한다는 설정이 대표적이에요. 지나친 과장입니다. 고위 경찰까지 조직에 속해 있다는 설정도 마찬가지고요. 이렇게 거대 조직을 등장시키는 것 보다는 더 현실적으로 가볍게 처리하는게 좋았을 겁니다. 제문제의 친구인 '안경'이 들쥐의 편이 되었으니 재산을 빼앗는 정도는 훨씬 쉬웠을 테니까요.
제문제를 도작과 표절, 횡령까지 저지른 인물로 만든 설정 역시 꼭 필요했는지는 의문입니다. 문제가 옛 기억을 거의 떠올리지 못한다는 설정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최소한 친구였던 오기완의 죽음이나 자신이 중상을 입고 입원했던걸 기억하지 못한다는건 말도 안됩니다.
전개도 아쉬움이 많습니다. 중학교 시절의 과거사가 지나치게 길다는 문제가 큽니다. 아이들의 일탈과 범죄가 장황하게 이어지는건 몰입을 방해합니다. 본편과 별 관련도 없고요. 같은 그림을 반복해서 사용하거나 액션 장면의 연출이 부족한 점도 최근 화려한 웹툰과 비교하면 부족해 보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반전은 좋은데, 반전에 도달하기까지 과장된 설정과 장황한 전개가 발목을 잡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