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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7

끝장수사 (2026) - 박철환: 별점 1.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때 잘 나가던 광역수사대 에이스였지만 사건 말아먹고 인생도 꼬인 형사 재혁은 재벌 2세 인플루언서 신입 형사 중호가 경찰을 그만두도록 만들기 위해 파트너가 되었다. 둘은 티격태격하던 와중에 교회 절도범을 체포했는데, 그가 서울 강남 살인사건의 범임이라는걸 알아냈다.

그러나 강남 사건은 이미 조동오가 범인으로 체포되어 유죄 선고를 받은 상황이었고, 둘은 담당 검사 미주의 지원으로 재수사에 나섰다. 그런데 강남 경찰서 형사들이 수사를 방해하기 시작하는데... 

요새 너무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네요. 그나마 틈틈히 운동하면서 본 영화입니다. 넷플릭스 순위에 있어서 보게 되었네요.

도입은 흥미롭습니다. 보통 이런 작품은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린 사람의 누명을 벗기는 데 집중하지만, 여기서는 먼저 잡혀 있던 조동오가 다른 연쇄살인의 진범이었다는 반전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범행을 입증할 피해자의 반지를 아내 영희가 늘 가지고 다니던 성경책 안쪽을 파내 숨겼다는 디테일 등 범죄물로 볼 만한 부분도 제법 있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한물간 형사와 돈 많고 잘생긴 신참의 조합 역시 괜찮았고요.

그러나 전개가 좋은 설정을 살리지 못합니다. 특히 강남경찰서 형사들이 두 사람의 수사를 방해하는 과정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는데,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조동오가 진범이라고 확신해서 무리하게 체포했다면, 그 사정을 미리 설명했어야 했습니다. 법의 테두리를 넘어서면서까지 훼방을 놓는 모습은 갈등 구조를 만들기 위한 억지로만 보였습니다.

강미주 검사가 스스로 미끼가 되어 조동오를 자극하다 납치되는 절정부는 더욱 황당합니다. 검사가 연쇄살인범에게 납치되었는데 구하러 나타나는 형사가 달랑 두 명이다? 그나마도 갓 출소한 중년 범인 하나를 제압하지 못해 쩔쩔매는 장면에서는 긴장감보다 어처구니없다는 생각만 듭니다. 액션마저 보잘것없어 후반부는 좋은 점수를 줄 여지가 없습니다.

중호의 인플루언서 설정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합니다. 초반의 티격태격하는 재미마저 중후반부터 재혁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며 사라지고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2026/10/11

눈의 아이 - 미야베 미유키/김욱 : 별점 1.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눈의 아이"는 표제작을 포함한 다섯 편이 수록된 중, 단편집입니다. '밀리의 서재'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이 오싹하게 펼쳐지고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로 가득하다'라고 소개되어 있길래 읽었습니다.

그러나 기대에 부합하는 작품은 한 편도 없었습니다. 부분적으로 마음에 드는 묘사와 설정은 있었지만 책 소개가 약속한 재미를 어느 작품에서도 느끼지 못한 만큼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작품별 간단한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눈의 아이"

초등학교 시절 소꿉친구 유키코를 죽인 화자 '나'의 이야기입니다. 일상적인 회상 속에서 서서히 차오르는 묵직함, 친구 스기지도 '나'의 범행을 눈치채고 있다는 마지막 장면은 좋았습니다. 

그러나 이야기 자체는 지나치게 소소합니다. 게다가 유키코의 유령을 '나'만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결정적인 단서처럼 다루는 것도 어색했습니다. 오히려 가해자에게 유령이 나타나는 편이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정상적인 '나'는 이십 년 전에 죽었다는 마무리도 이야기의 결론으로 보기에는 부족합니다.

"장난감"

소소한 유산 문제가 이상한 소문으로 번지고, 죽은 할아버지가 유령으로 나타나는 이야기입니다. 

어린 시절 겪었던 추억 한 토막을 듣는 느낌인데, 유령 이야기치고 무섭지도 않고 기승전결도 뚜렷하지 않습니다. 유령이 남을 해코지하지도 않고, 숨겨진 과거가 밝혀지지도 않는 탓입니다. 한마디로 드라마가 없어요.

"지요코"

인형 탈의 눈으로 보면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했던 무언가로 보인다는 일상 판타지입니다. 소중히 여긴 물건이 없는 사람은 지켜주는 존재 없이 이상한 것에 씌어 있다는 설정은 괜찮아요. 추억이 누군가를 지켜줄 만큼 소중하다는 뜻이니까요. 

다만 설정이 아주 새롭지는 않고, 이를 넘어서는 드라마도 부족했습니다. 대프니 뒤 모리에의 "푸른 렌즈" 정도의 이야기는 보여주었어야 합니다.

"돌베개"

기자 이시자키가 중학생 딸 아사코와 남자친구 가야노의 조사를 토대로 살인 사건의 진범을 밝혀내는 범죄물입니다. 피해자 아유미의 행실이 좋지만은 않았다는 진상, 그리고 이시자키의 추억을 현재에 겹치는 묘사는 인상적이에요. 

그러나 고전 이야기인 "돌베개"를 사건에 빗대는 부분은 억지스러우며, 정작 진상이 밝혀지는게 아유미 사건이 아니라 별개의 나카노 여자 단대생 살인 사건이라는건 당황스러웠던 부분입니다. 나카노 사건에 대해 짧은 설명이 스쳐 지나가기는 하지만 이보다는 설명이 필요했습니다. 사건 해결도 다쿠미의 자백에 의존해 추리의 재미도 없고요. 무엇보다도 다쿠미가 왜 유령 이야기를 했는지?를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유령을 본 건지, 죄책감의 표현인건지... 

"성흔"

자신을 학대하고 끝내 죽이려 했던 친모와 계부를 살해한 소년 A 가즈미가 폭력 피해자들의 영웅으로 부상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가정과 학교, 직장에서 드러나지 않는 폭력을 겪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센카와의 홍보 활동은 치밀하고 그럴듯했습니다. 

하지만 가즈미가 신의 계시를 받아 자살한 뒤 진짜 신이 되고, '철퇴의 유다'인 센카와가 예언자가 된다는 결말이 너무 황당해서 이게 뭔가 싶네요. 피해자들의 분노와 구원받고 싶은 마음이 홍보를 통해 일종의 신앙으로 변할 수는 있습니다. 가즈미가 죽으면서 만들어진 이미지는 굳어지고, 센카와는 그의 뜻을 해석하는 권위를 독점하게 된다는 것도 말은 되고요. 그래도 현실적이던 전개가 갑자기 신과 계시로 넘어가는 결말까지 납득할 수는 없습니다. 지나치게 멀리 나갔어요. 설정이 아깝습니다.

2026/10/04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넬레 노이하우스 / 김진아: 별점 2.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토비아스는 고향 마을에서 두 소녀, 로라와 스테파니를 살해한 혐의로 10년간 복역한 뒤 출소했다. 시신도 발견되지 않았고 자신은 사건 당일 만취해 기억이 없었지만, 정황 증거 때문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출소한 그가 마을로 돌아온 뒤 주민들의 적대감이 커져 테러까지 당했다. 그 무렵 10년 전 실종된 로라의 시신이 발견되고, 스테파니를 닮은 소녀 아멜리까지 실종되자 보덴슈타인 형사반장과 피아 형사는 10년 전 사건을 재수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소녀가 다른 이유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로라는 토비아스의 친구들에게 성폭행당한 뒤 달아나다 죽었고, 스테파니는 불륜 관계였던 교사 그레고어와 다투다가 그에게 살해당했다.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던 가해자들과 관계자들은 토비아스가 범인으로 몰리는 것을 알면서도 침묵했다는 게 진상이었다...

독일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가 발표한, 보덴슈타인 반장과 피아 형사를 주인공으로 한 '타우누스'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입니다. 유명 시리즈이지만 그동안 찾아보지는 않았습니다. 오래전 읽었던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 심하게 별로였던 탓입니다. 그런데 지난 추석 연휴, 아내와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TV 드라마를 웨이브로 감상하다가 재미있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두 소녀를 살해했다는 죄로 10년간 복역한 토비아스가 고향 마을로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도입부부터 흥미진진합니다. 토비아스를 향한 마을 사람들의 도가 지나친 증오, 그리고 토비아스 가족에게 닥친 여러 불행이 실감 나게 묘사되어 재미를 더하고요.

추리적으로도 볼 만합니다. 핵심은 로라와 스테파니의 죽음이 전혀 다른 사건이었다는 겁니다. 로라는 토비아스의 친구들에게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고, 스테파니는 불륜 관계였던 교사 그레고어에게 살해됐습니다. 그중 로라 사건의 가해자였던 친구들의 부모가 현장을 조작하고 거짓 증언을 보태 토비아스에게 두 사건의 죄를 뒤집어씌운 것이지요.

이때 과거 현장에 있었던 ‘남자’가 실은 유명 배우가 된 토비아스의 소꿉친구 나디아였다는 일종의 복선과 반전도 효과적으로 사용됩니다. 모든 사건을 목격했던 티스에게 그레고어의 아내인 다니엘라가 협박과 부적절한 약 처방을 통해 입을 막아 왔다는 사실도 수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 진상을 밝히는 데 큰 역할을 하고요.

동기도 설득력이 높습니다. 아들들의 범죄를 숨기려던 부모들, 남편 그레고어를 지키려 했던 다니엘라의 행동 모두 당연합니다. 나디아가 당시 진상을 밝히지 않았던 것도 그녀가 토비아스에게 강하게 집착했다는 묘사를 통해 잘 설명됩니다.

그러나 실제로 독자가 '추리'를 할 만한 정통 본격 추리물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사건을 풀어가는 데에는 티스의 증언과 그림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단서들도 모두 수사를 통해 차례대로 밝혀지기 때문입니다. 잘 짜인 수사물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정통 본격 추리물은 아닙니다.

그리고 몇몇 설정은 다소 편의적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토비아스를 집단으로 폭행했는데도 경찰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든가, 토비아스가 하필 사건 당일 술에 취해 기억을 잃었다는 설정이 대표적입니다. 10년 전 어린 시절, 스테파니의 불륜을 목격하고 그 충격에 만취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현시점에 친구들을 만났다고 만취해서 필름이 끊긴다는 건 잘 설명되지 않아요. 마침 그날 아멜리가 실종되었다는 것도 억지스럽고요.

가장 큰 문제는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보덴슈타인 아내의 불륜 이야기가 지나치게 길게 다루어진다는 점입니다. 그 외에도 불륜이 넘쳐나는 건 볼썽사나웠습니다. 아멜리가 토비아스에게, 보덴슈타인이 클라우디스의 처제에게 첫눈에 끌리는 설정도 이야기에 꼭 필요한지 의문이고요.

그래도 별점은 2.5점입니다. 추리의 정교함이나 군더더기 없는 구성 측면에서는 부족하지만, 두 죽음의 진상이 차례로 밝혀지고 마을 사람들의 비밀이 드러나는 과정만큼은 재미있었습니다. 드라마로 만들어질 만큼의 흡입력은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