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26/08/14

카리브 해적 살인 사건 - 요시무라 다쓰야: 별점 1.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추리 작가 아사히나 고사쿠와 편집자 다카기 요스케는 신잡지 창간 기획으로 세계 타이틀 도전을 앞둔 프로복서 카를로스 산토와의 대담을 위해 바하마를 찾았다. '카리브의 해적'이라는 링네임으로 활동하는 카를로스 산토는 해적 복장과 오른쪽 눈의 안대를 트레이드 마크로 삼으며 연승을 이어 가던 유망한 선수였다. 

그러나 대담 직전에 산토는 호텔 객실에서 망치에 맞아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용의자는 불화가 쌓일대로 쌓인 산토의 아내 리카코, 산토와 불륜 관계였던 사진작가 하야카와 미즈키, 그리고 곧 계약이 해제될 예정이었던 프로모터 키사라기 하야토까지 세 명 뿐이었다. 하지만 세 명 모두 술을 먹지도, 자고 있지도 않았던 세계 정상급 프로복서를 정면에서 망치로 제압할 수 없었다. 유일한 단서는 시신이 평소와 달리 왼쪽 눈에 안대를 착용하고 있다는 것 뿐인데...

일본 작가 요시무라 다쓰야가 '하룻밤 동안 펼쳐지는 극한의 타임 리밋 스릴러'를 콘셉트로 기획한 시리즈인 '원 나이트 미스터리'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제미나이가 추천하길래 원서로 읽어 보았습니다. 콘셉트에 걸맞게 짤막한 중편 분량이라 쉽게 읽을 수 있었어요. 탐정 역할인 아사히나 고사쿠와 편집자 다카기 요스케가 주고받는 유쾌한 티키타카 역시 작품의 분위기를 한층 가볍고 재미있게 만들어 주고요.

'누가 범인인가'보다는 '어떻게 이런 살인이 가능했는가'에 초점을 맞춘 전형적인 하우더닛물인데 트릭도 단순하면서도 깔끔합니다. 키사라기는 안대를 어느 쪽 눈에 착용하는 것이 더 보기 좋은지 시험해 보자며 산토에게 양쪽 눈에 번갈아 안대를 착용하게 했습니다. 그렇게 양쪽 눈을 모두 가린 뒤 정면에서 망치로 가격해 살해했고요. 이후 안대 하나를 회수했지만, 자주 쓰던 쪽인 오른쪽 눈 안대를 나중에 씌웠기 때문에 왼쪽 눈에 안대가 남겨졌던 겁니다. 아사히나는 이를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발상이라고 설명하며 사건을 해결합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살인이 지나치게 급작스럽습니다. 시합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프로모터가 직접 살인을 저지를 이유가 빈약하며, 범행 이후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 빠져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결국 '프로복서를 정면에서 망치로 살해할 수 없다'는 추리 퀴즈를 성립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사건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또한 사건 구조상 범행 시각에 아사히나와 함께 있던 리카코, 산토를 살해할 동기가 없던 미즈키는 사실상 용의선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후더닛물로는 낙제점이며 카를로스 산토와 아내의 불화, 미즈키와의 불륜 설정도 너무 진부하고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빠른 전개와 신선한 트릭은 좋지만, 소설로서의 완성도는 수준 이하인 졸작입니다. 구태여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2026/08/09

와일드 씽 (2026) - 손재곤: 별점 3점

20년 전, 최고의 인기를 누리다가 불가리아 국민 가요 표절 의혹으로 몰락했던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의 리더 황현우는 연예인으로서의 생명이 거의 끝난 상태였다. 하지만 엑스포 유치 기념 콘서트에 재결성 라이브 공연을 제안 받은 뒤, 재기를 위해 옛 멤버들을 모아 공연에 나섰다. 하지만 공연장으로 향하다가 20년 전, 정산도 하지 않고 도주했던 전 소속사 사장 박용구를 우연히 만난 뒤 모든게 꼬여만 가는데...

"달콤, 살벌한 연인"으로 좋은 인상을 잠겼던 손재곤 감독의 최신작 코미디 영화입니다.

가장 큰 장점은 깔끔한 이야기 전개입니다. 러닝타임은 길지 않지만 사건이 계속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마지막에 변도미가 다시 합류하지 않고 최성곤이 새로운 멤버가 되는 결말도 합리적이고요.

등장인물 모두의 목적과 동기도 분명하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공연에 대한 트라이앵글 멤버들과 최성곤의 집념, 이들을 살인범으로 오해한 경찰들의 추격, 죽은 척하며 상황을 이용하는 박용구, 소심한 복수를 꿈꾸는 나태풍까지 모두 황당한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손재곤 감독 영화답게 신파에 기대지 않는 점도 마음에 드네요.

극 중 '트라이앵글'의 전성기 무대와 음악 역시 1990년대와 2000년대 가요를 기억하는 저에게는 아주 반가왔던 점입니다. 최성곤의 활약도 눈부셔요. 등장할 때마다 분위기를 살리는 최고의 신 스틸러로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고, CF까지 찍은게 당연하다 싶을 정도에요.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변도미가 공연에 합류하는 과정이 조금 매끄럽지 못한 점, 그리고 공연에서 PD가 멤버들 합류가 늦어지자 대타를 고민하며 전전긍긍하는 장면 정도입니다. 앞 순서 가수들이 한 곡씩만 더 불렀어도 충분히 시간을 벌 수 있었을텐데 말이지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오락 영화로서는 아주 만족스러웠어요.웃음과 추격, 대 소동과 음악이 적절히 어우러져 끝까지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더운 여름, 가볍게 즐기기에 문제없는 추천작입니다.

2026/08/08

Chat GPT가 그린 카즈키 케이시로 ("메이지 단두대")

Chat GPT로 탐정들을 원하는 스타일로 그리고 있습니다. 

 이번에 시도한 건 야마다 후타로의 "메이지 단두대"에 등장하는 태정관 탄정대(太政官弾正台)의 대순찰, 카즈키 케이시로(香月経四郎)입니다. 그린 이유는 간단합니다. 헤이안 시대의 궁중 귀족이 시간 여행을 해 나타난 것처럼 고결하고 우아한 미남이라는 묘사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냥 고전적인 복장을 한 미남에 불과한건 아닙니다. 여러 불가능 범죄를 뛰어난 추리력으로 해결해 내는 명탐정인데다가, 권력자의 부패와 관료 사회의 타락을 용납하지 않는 이상주의자로 부패한 관리들을 법 앞에 세우려는 강한 정의감을 갖춘 인물입니다.

하지만 알고보니 케이시로는 '정의로운 정부'를 만들기 위해 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권력자들을 제거하려고 암약해 왔었고, 마지막에는 모든걸 고백한 뒤 스스로 단두대에 올라 "탄정대 만세!"를 외치며 생을 마감합니다. 지금 보면 낡아보이지만, 한 때를 풍미했던 낭만 가득한 협객인 셈이지요.

이렇게 자신이라는 불꽃을 끝까지 태워버리는 인물들이 콘텐츠를 수놓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은 이런 시대착오적인 감성이 그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