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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4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넬레 노이하우스 / 김진아: 별점 2.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토비아스는 고향 마을에서 두 소녀, 로라와 스테파니를 살해한 혐의로 10년간 복역한 뒤 출소했다. 시신도 발견되지 않았고 자신은 사건 당일 만취해 기억이 없었지만, 정황 증거 때문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출소한 그가 마을로 돌아온 뒤 주민들의 적대감이 커져 테러까지 당했다. 그 무렵 10년 전 실종된 로라의 시신이 발견되고, 스테파니를 닮은 소녀 아멜리까지 실종되자 보덴슈타인 형사반장과 피아 형사는 10년 전 사건을 재수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소녀가 다른 이유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로라는 토비아스의 친구들에게 성폭행당한 뒤 달아나다 죽었고, 스테파니는 불륜 관계였던 교사 그레고어와 다투다가 그에게 살해당했다.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던 가해자들과 관계자들은 토비아스가 범인으로 몰리는 것을 알면서도 침묵했다는 게 진상이었다...

독일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가 발표한, 보덴슈타인 반장과 피아 형사를 주인공으로 한 '타우누스'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입니다. 유명 시리즈이지만 그동안 찾아보지는 않았습니다. 오래전 읽었던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 심하게 별로였던 탓입니다. 그런데 지난 추석 연휴, 아내와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TV 드라마를 웨이브로 감상하다가 재미있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두 소녀를 살해했다는 죄로 10년간 복역한 토비아스가 고향 마을로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도입부부터 흥미진진합니다. 토비아스를 향한 마을 사람들의 도가 지나친 증오, 그리고 토비아스 가족에게 닥친 여러 불행이 실감 나게 묘사되어 재미를 더하고요.

추리적으로도 볼 만합니다. 핵심은 로라와 스테파니의 죽음이 전혀 다른 사건이었다는 겁니다. 로라는 토비아스의 친구들에게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고, 스테파니는 불륜 관계였던 교사 그레고어에게 살해됐습니다. 그중 로라 사건의 가해자였던 친구들의 부모가 현장을 조작하고 거짓 증언을 보태 토비아스에게 두 사건의 죄를 뒤집어씌운 것이지요.

이때 과거 현장에 있었던 ‘남자’가 실은 유명 배우가 된 토비아스의 소꿉친구 나디아였다는 일종의 복선과 반전도 효과적으로 사용됩니다. 모든 사건을 목격했던 티스에게 그레고어의 아내인 다니엘라가 협박과 부적절한 약 처방을 통해 입을 막아 왔다는 사실도 수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 진상을 밝히는 데 큰 역할을 하고요.

동기도 설득력이 높습니다. 아들들의 범죄를 숨기려던 부모들, 남편 그레고어를 지키려 했던 다니엘라의 행동 모두 당연합니다. 나디아가 당시 진상을 밝히지 않았던 것도 그녀가 토비아스에게 강하게 집착했다는 묘사를 통해 잘 설명됩니다.

그러나 실제로 독자가 '추리'를 할 만한 정통 본격 추리물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사건을 풀어가는 데에는 티스의 증언과 그림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단서들도 모두 수사를 통해 차례대로 밝혀지기 때문입니다. 잘 짜인 수사물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정통 본격 추리물은 아닙니다.

그리고 몇몇 설정은 다소 편의적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토비아스를 집단으로 폭행했는데도 경찰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든가, 토비아스가 하필 사건 당일 술에 취해 기억을 잃었다는 설정이 대표적입니다. 10년 전 어린 시절, 스테파니의 불륜을 목격하고 그 충격에 만취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현시점에 친구들을 만났다고 만취해서 필름이 끊긴다는 건 잘 설명되지 않아요. 마침 그날 아멜리가 실종되었다는 것도 억지스럽고요.

가장 큰 문제는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보덴슈타인 아내의 불륜 이야기가 지나치게 길게 다루어진다는 점입니다. 그 외에도 불륜이 넘쳐나는 건 볼썽사나웠습니다. 아멜리가 토비아스에게, 보덴슈타인이 클라우디스의 처제에게 첫눈에 끌리는 설정도 이야기에 꼭 필요한지 의문이고요.

그래도 별점은 2.5점입니다. 추리의 정교함이나 군더더기 없는 구성 측면에서는 부족하지만, 두 죽음의 진상이 차례로 밝혀지고 마을 사람들의 비밀이 드러나는 과정만큼은 재미있었습니다. 드라마로 만들어질 만큼의 흡입력은 충분합니다.

2026/10/03

기동전사 건담: 섬광의 하사웨이 키르케의 마녀(2026) - 무라세 슈코: 별점 2점

전작에 이은 "섬광의 하사웨이" 시리즈 두 번째 작품입니다. 넷플릭스로 감상하였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3D와 2D의 조화입니다. 예전에 "원더풀 데이즈"에서 느꼈던 묘한 결합이 훨씬 완성도 높은 형태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특히 케네스 대령이 기지 내부를 이동할 때 카메라가 복도를 따라 함께 움직이는 장면은 핸드헬드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를 따라가는 실제 영화 촬영과 다를 바 없더군요. 이런 방식이 애니메이션의 미래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용도 별다른 드라마는 없지만 꽤 재미있습니다. 평범한 상황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연출 솜씨가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하사웨이가 캐리아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장면은 멜로물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어요. 이런 연출에는 적절한 음악 사용도 한 몫 단단히 합니다. 특히 엔딩의 "Sweet child O'mine"은 감동적이기까지 했습니다. 건담에서 건즈 노래를 듣게 되다니!
"역습의 샤아"를 새로운 작화로 그려내어 하사웨이의 붕괴된 정신 상태를 드러내는 후반부 연출도 볼거리고요.

하지만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굉장히 많은 사전 학습이 필요한 탓입니다. 저만해도 우주세기를 어느 정도 알고 있고 "역습의 샤아"도 보았지만, 하사웨이가 왜 마프티에 가담했고 어떻게 조직의 리더이자 에이스가 되었는지는 도무지 모르겠더라고요. 영화에서 제대로 설명되지도 않고요. 심지어 이야기의 핵심 설정조차도 설명이 불친절합니다. 애들레이드에서 무슨 회의가 열리는지, 마프티가 왜 목숨을 걸고 이를 막으려 하는지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거든요.

인물 설정과 묘사도 아쉽습니다. 주인공 하사웨이 노아가 대표적입니다. 테러리스트 조직의 리더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나약하고 여자에게 휘둘리는 모습이 많습니다. 카리스마도 부족하고 파일럿으로서의 실력이 특별히 부각되지도 않고요. 물론 시리즈의 주인공이었던 아무로, 카미유도 미성숙한 인물들이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자의로 전쟁에 뛰어들었다고 보기 힘든 어린이들이었습니다. 이미 성인이고, 스스로 책임을 지고 테러에 뛰어든 하사웨이와는 입장이 전혀 다르지요. 솔직히 왜 하사웨이가 주인공인지 의문입니다. 

기기 안달루시아와의 관계 역시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아무래도 운에 기대고 싶은 군대 지휘관 케네스가 그녀의 신묘한 능력에 매료되는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사웨이가 캐리아와의 관계까지 끝내가면서 그녀에게 빠져드는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너무 어리다는 점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1년 전쟁에서 이미 오랜 시간이 흐른 시대인데도 최첨단 병기를 여전히 소년들이 맡고 있다는 설정은 말도 안되지요. 일본 거대 로봇 애니메이션의 고질적인 문제인데, 이제 시대가 변한 만큼 어른들이 등장할 때가 되었습니다.

앞서의 단점은 설정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시시한 액션입니다. 크시 건담의 거대한 체급을 생각하면 미사일과 빔 위주의 원거리 전투가 현실적이기는 하지만, 거대 로봇 애니메이션에서 기대하는 육중한 격투전의 재미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영상, 연출은 마음에 들고 건담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겠지만, 대부분의 일반 관객에게는 애매함이 더 큰 작품입니다. 건담 팬에게만 추천드립니다.

2026/10/02

들쥐 - 루드비코: 별점 2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공황장애로 10년 간 방문 밖을 나가지 않은 제문제는 신분을 '들쥐'라 자칭한 누군가에게 송두리째 빼앗겼다. 주위 지인들도 들쥐에게 포섭되거나 살해당해 아무도 남지 않았다. 유일하게 남은건 제문제가 등쳐먹었던 사채업자 노자 뿐이었다. 노자와 손을 잡은 제문제는 들쥐가 중학교 때 작문부 친구들과 관련이 있다는걸 알아냈다. 그래서 옛 중학교가 있던 섬마을로 향해 과거를 뒤지기 시작하는데...

루드비코의 장편 스릴러입니다. 동명 넷플릭스 드라마의 원작입니다. 핵심은 제목이기도 한 '들쥐'가 과연 누구인가에 있으며, 현재와 중학교 시절의 과거를 오가며 진상에 접근하는 전개를 갖추고 있습니다. '현재 자신의 인생을 엉망으로 만든 인물은 옛 친구였다'는 기본 구도는 "20세기 소년"을 떠올리기는 하지만 '인생을 빼앗겼다'는 설정에서 차이를 보이고요.

가장 큰 장점은 들쥐의 정체가 밝혀질 때의 반전입니다. 들쥐는 제문제의 옛 친구 중 한 명인 오기완이었습니다. 동기들보다 세 살 많았던 오기완은 동네 파락호의 양아들이었는데, 원래는 제문제의 부모가 난임 때문에 입양했던 양자였습니다. 그들은 친아들 문제를 낳은 뒤 기완이를 유원지에 버리고 말았고요. 그리고 죄책감 때문에 문제 어머니는 자살했던 겁니다. 이러한 반전은 오기완이 제문제의 인생을 빼앗은 동기의 설득력을 높입니다.

반전과 진상을 밝히는 결정적인 계기가 '작문'이라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문제가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버림 받았던 기억을 그린 듯한 작문은 알고보니 오기완의 이야기였습니다. 그 장소에 함께 있던 문제가 3인칭 시점을 1인칭으로 착각했던 것이지요. 이렇게 결정적 단서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만 드러나지 않게 숨겨서 교묘하게 녹여내는 솜씨는 돋보입니다.

그러나 완성도가 아주 높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세부 설정에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은 탓입니다. 신분을 빼앗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조직이 다단계처럼 회원을 모집하고 자선 단체로 위장한다는 설정이 대표적이에요. 지나친 과장입니다. 고위 경찰까지 조직에 속해 있다는 설정도 마찬가지고요. 이렇게 거대 조직을 등장시키는 것 보다는 더 현실적으로 가볍게 처리하는게 좋았을 겁니다. 제문제의 친구인 '안경'이 들쥐의 편이 되었으니 재산을 빼앗는 정도는 훨씬 쉬웠을 테니까요. 

제문제를 도작과 표절, 횡령까지 저지른 인물로 만든 설정 역시 꼭 필요했는지는 의문입니다. 문제가 옛 기억을 거의 떠올리지 못한다는 설정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최소한 친구였던 오기완의 죽음이나 자신이 중상을 입고 입원했던걸 기억하지 못한다는건 말도 안됩니다. 

전개도 아쉬움이 많습니다. 중학교 시절의 과거사가 지나치게 길다는 문제가 큽니다. 아이들의 일탈과 범죄가 장황하게 이어지는건 몰입을 방해합니다. 본편과 별 관련도 없고요. 같은 그림을 반복해서 사용하거나 액션 장면의 연출이 부족한 점도 최근 화려한 웹툰과 비교하면 부족해 보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반전은 좋은데, 반전에 도달하기까지 과장된 설정과 장황한 전개가 발목을 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