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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8

종이학(折鶴) - 아와사카 쓰마오: 별점 2.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을 중심으로 한 단편집입니다. 표제작 포함하여 모두 네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1988년 이즈미교카 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하네요. 원서로 읽어보았습니다.

아와사카 쓰마오의 다른 작품에서 흔히 보였던 왁자지껄한 분위기와 달리, 담백하고 순수한 연애물로 대체로 나이 든 중년의 심리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런 점에서는 렌조 미키히코의 작품같습니다.

기모노에 문장을 그려넣는 '문장사'로서의 경력을 한껏 담아낸 기모노와 자수 등 전통 장인들의 세계에 대한 설정과 묘사도 흥미롭습니다. 이러한 소재가 차분한 사랑 이야기와 어우러져 작품만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요. 미싱과 같은 현대 기술 때문에 몰락해 가는 장인들의 모습은 참 실감납니다.

대단한 범죄는 등장하지 않지만, 본격 추리 작가다운 추리적인 요소도 적절하게 삽입되어 있습니다. "시노비야마 사랑 노래"에서는 여관 고카쿠로에서 요지로가 살해당한 뒤, 원한이 있던 유키다유가 범인으로 의심되었습니다. 그러나 유키다유 일행은 샤미센을 연주하며 떠났다는 증언 덕분에 혐의를 벗었지요. 그러나 와키타는 증인들이 일행을 직접 본 것이 아니라 멀어지는 듯한 샤미센 소리만 들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여관을 떠난게 아니라 연주 소리를 조금씩 줄이다가 멈추어 떠난 것처럼 꾸며냈을 거라고 추리하지요.

"가쿠노다테에서"에서는 고급 프랑스 요리점의 성냥과 향수, 유코 가문의 정식 문장이 들어간 기모노를 단서로 도시유키가 유코의 마음을 알아챕니다. 범죄 해결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을 밝혀내는 데 추리적인 테크닉을 활용한게 인상적입니다.

표제작 "종이학"에서는 누군가 다고토의 이름을 사칭해 불륜 여행을 다니고 있다는 수수께끼가 등장합니다. 이는 쓰루코가 다고토를 이용했다는 진상으로 이어지고요. 이 작품도 본격적인 범죄보다는 사람들의 관계와 감춰진 마음을 밝히는 장치로 추리가 이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점은 아무래도 추리 소설로서는 시시하다는 점입니다.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라 사건과 트릭이 소박하고, 기발한 범죄나 강렬한 반전을 기대한다면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강력 범죄와 트릭이 등장해서 그나마 가장 추리 소설다웠던 "시노비야마 사랑 노래"조차도, 와키타의 추리와는 다르게 진범은 그냥 강도였다는 진상이라서 허무합니다. 

그리고 여성 심리가 설득력있게 그려지지 못한 문제도 큽니다. "시노비야마 사랑 노래"에서 아야코가 와키타와 밤을 함께 보낸 이유, "사랑의 도피"에서 유리가 3일간의 도피 후 마음을 바꾼 이유, "가쿠노다테에서"의 유코가 전 남편과도 시간을 보냈으면서 구태여 도시유키에게 돌아왔던 이유 모두가 불분명합니다. 이런걸 순애, 혹은 여심이라고 표현할 수는 있겠지만 저는 전혀 와 닿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종이학"의 쓰루코는 정말 최악이에요. 원래 다고토와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집안의 반대로 데릴사위 류지를 들여 결혼했지만, 나중에 가업을 살리기 위해 거래처 부장 요코쿠라와 하룻밤을 보낸 뒤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하거든요. 이건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도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기존 작품과 전혀 다른 아와사카 쓰마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습니다. 담백한 순애와 중년의 마음, 일본 전통 장인의 세계에 소박한 추리를 곁들인 독특한 단편집입니다. 일본 전통 기모노 세계와 묘사도 아름답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추리적인 재미는 약하지만 작가의 새로운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추천드립니다.

2026/08/23

책이라면 팔 만큼 - 코지마 아오: 별점 3점

헌책방을 중심으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책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는 만화입니다. 2025년 이 만화가 대단하다! 남성편 <1위>, 2026년 일본 만화대상 <1위>라는 수상 실적에 혹해서 충동구매하여 읽었습니다. '서점'이나 '헌책방'이 등장하는 작품들 대부분이 재미있었다는 이유도 컸고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재미있습니다. 이런 소재의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억지스러운 신파나 감동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충분한 드라마를 갖추고 담백하면서 잔잔하게 이야기를 풀어가서 좋았어요.

모든 에피소드가 실제 책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 "커피에 별사탕"의 경우, 남편과 사별한 노부인이 남편이 좋아했던 컵과 커피, 꽃에 대해 이야기하자 헌책방 주인은 그것들이 데라다 도라히코의 시에 나오며, 그 시에 따르면 노부인이 '미인'이라는걸 알려줍니다. 책과 한 사람의 추억 연결이 굉장히 자연스럽고 따스해서, 저도 이런 이야기를 한번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헌책방 '시월당'을 중심으로 전개되다가 점차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구성도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시월당 자체의 이야기보다 책을 사랑하는 애호가들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책을 읽지는 않지만 수집을 좋아하는 '조지 씨' 이야기처럼요.

물론 소재와 설정, 전개는 뻔하다는 문제는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전문가나 특정 직종을 테마로 하는 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인 탓입니다.  재미는 있지만 신선함은 부족하지요. 

그래도 이 정도면 별점 3점은 충분합니다. 새롭지는 않아도 담백한 분위기와 책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나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추천작입니다. 다음 권에서는 실제 책과 사람들의 사연을 연결하는 매력 포인트를 더 잘 살려주면 좋겠네요.

2026/08/22

스파이더 맨 브랜드 뉴 데이(2026) - 데스틴 대니얼 크레턴: 별점 4점

지금 최고 흥행작이죠. 마블 영화에 대한 관심은 최근 많이 식었지만, 그래도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OTT를 통해 빼놓지 않고 챙겨봤는데(왜 리뷰가 없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이번 작품은 오랫만에 극장에서 관람했습니다.

가장 돋보인 건 액션입니다. 화끈하고 속도감 넘칩니다. 특히 초반의 1인칭 시점 질주, 활강 장면은 이전 "스파이더맨"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연출이라 신선했습니다. 드라마와 액션의 조화도 적절해서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아이디어도 좋습니다. 진 그레이가 점프하듯 다른 사람의 육체를 강탈하는 시퀀스가 대표적입니다. CG가 필요없는 아날로그적인 촬영으로 슈퍼 히어로의 능력을 구현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탄탄한 이야기도 마음에 듭니다. 진 그레이가 벌이는 일종의 테러에는 V-Max라는 단어가 반복해서 등장하지요. 이는 나중에 진이 갇혀 있던 연구소 천장에 설치된 에어컨 브랜드에서 유래되었다는게 밝혀지면서, 진의 언니 세라가 연구소에 감금되어 생체 실험을 당했다는 과거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별 의미 없어 보였던 단서가 진상을 밝히는 열쇠가 되고, 동시에 진 그레이의 행동에 설득력을 더해 주는 구성인데 아주 훌륭해요. 복선을 제시하고 회수하는 과정도 깔끔하고요.

중반에 진이 MJ의 육체를 강탈했지만, MJ인 척 피터 파커를 속이는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지극히 뻔하고 유치한 설정인줄 알았는데, 이 역시 진의 농간이었다는게 드러나면서 그녀의 가공할 능력을 관객에게 제대로 각인시켜 주거든요. 

블랙 위도우와 헐크 등 다른 마블 히어로들의 등장도 반갑습니다. 여러 캐릭터를 등장시키면서도 이야기가 산만해지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퍼니셔와 스파이더맨의 조합이 의외로 재미있더군요. 액션 스타일만 놓고 보면 잘 어울리는 콤비는 아니지만, 상극인 두 사람의 티키타카가 의외로 잘 맞습니다. 피터 파커가 필요한 장비를 이야기할 때마다 퍼니셔가 모두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장면 등 개그 장면들이 아주 발군이에요.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피터 파커가 MJ를 잊지 못한 채 4년이나 홀로 지내며 괴로워한다는 설정은 별로 와닿지 않았습니다. 21세기 MZ 세대의 젊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MJ 역의 젠데이야가 그 정도로 설득력 있는 외모를 갖췄는지도 개인적으로는 의문이고요.

마지막 절정부도 조금 아쉽습니다. 영화의 중심이 강력한 슈퍼 빌런과의 대결보다는 피터 파커 내면의 사투에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마지막을 장식할 만한 화려한 액션 대결이 없습니다. 핸즈와의 대결이 있기는 하지만 애초에 스파이더맨이 질 것 같지 않은 상대라 긴장감은 떨어집니다.

그리고 단점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마블 영화와 세계관을 잘 알고 있지 않으면 100% 즐기는데는 무리가 있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화끈한 액션과 신선한 아이디어, 적절한 유머에 잘 짜인 이야기를 갖춘 좋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