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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6

채권추심원(2026) - 수라퐁 플런상: 별점 2점

눔은 과거 피도 눈물도 없는 사채업자의 채권 추심원으로 악명을 떨쳤다. 그러나 채권 추심 중 벌어진 살인 사건으로 10년 동안 복역했고, 출소 후 뇌종양으로 시한부 선고까지 받았다. 그러나 조용히 살아가던 눔이 알고 지내던 노점상인 할머니와 손녀가 사채업자 포에게 잔혹하게 당한 뒤 눔은 포를 죽일 결심을 하는데...

넷플릭스로 감상한 태국산 액션 영화입니다.

이야기는 뻔합니다. "아저씨"를 비롯한 여러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잘 알지도 못했던 소녀를 위해 남자가 목숨을 걸고 복수한다는 이야기의 변주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물론 익숙한 이야기를 사용했다는걸 단점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뻔한 이야기라도 복수의 과정과 액션을 얼마나 멋지고 처절하게 보여주느냐가 더 중요하니까요.

문제는 정작 그 액션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좋게 보면 실제 싸움에 가까운 실전 액션이지만, 나쁘게 보면 동네 막싸움처럼 보여서 영 폼이 나지 않습니다. 눔이 전문 킬러나 특수부대 출신이 아니라 전직 채권 추심원인 만큼 엄청난 전투 능력을 보여줄 수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복수극의 핵심 볼거리라고 할 만한 장면은 필요했습니다. 아무리 현실적인 액션을 추구했다고 해도 영화적인 쾌감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었어요.

악당 포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눔과 마지막까지 맞서야 하는 인물인데 무력이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고, 비주얼에서도 위압감이 부족합니다. 주인공의 복수가 강렬하게 느껴지려면 그만큼 상대하는 악당도 강력해야 하는데, 최종 보스라고 하기에는 기생 오래비 느낌이라서 여러모로 격이 떨어집니다. 눔의 액션과 포의 존재감이 모두 약하다 보니 절정부의 액션도 시시하고요.

불필요한 설정도 많습니다. 눔이 뇌종양 때문에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설정이 대표적입니다. 눔의 어린 시절 친구이자 경찰인 콩이 빚더미에 올라앉았다는 설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콩은 그냥 정의로운 경찰로 설정하고, 상관의 비밀 지령을 받아 수사하다가 그 상관이 실제로는 악당 포의 끄나풀이라는 사실을 알아내는 정도로 이야기를 끌고 갔어도 충분했을 것입니다. 여러 사정을 추가하다 보니 인물은 복잡해졌지만 그만큼 이야기가 풍성해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래도 처음 접해 본 태국 영화인데 생각보다 굉장히 만듦새가 좋다는 점에는 크게 놀랐습니다. 연출은 물론 촬영과 편집, 음악까지 어느 하나 크게 빠지는 부분이 없는 웰메이드 영화더라고요.

하지만 여러모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전체적인 만듦새는 좋지만 액션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까지 뻔한데 액션의 쾌감도 부족하다 보니 추천하기는 어렵네요.

2026/08/15

동궁(2026) - 최정규: 별점 3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입니다.

처음에는 모든 사건이 연못 귀신의 저주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연못 귀신의 원한은 자신을 모함해 죽인 대왕대비를 향한 것이었고, 왕과 동궁에는 원한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왕이 왕이 될 수 있던건 왕의 생모인 숙빈이 자기 아들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벌였던 독살 덕분이었고, 숙빈은 대왕대비와 연못 귀신의 원한을 이용해 진실을 숨겼다는 사실이 드러나지요.
하지만 이 과거의 사건 역시 현재 세자들의 죽음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지금의 악귀는 얼마 전 죽은 세자였거든요. 결국 죽은 세자가 형제를 독살해 왕이 되려 했고, 이를 알아챈 왕이 세자를 죽이면서 원한이 시작되었다는 진상이 밝혀집니다.
이렇게 반전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연못 귀신 - 대왕 대비 - 숙빈 최씨 - 세자로 주적이 계속 바뀌는 구성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선악을 구분하기 어려운 왕 역의 조승우와 대왕대비의 연기는 감탄이 나오며 영상도 인상적입니다. 전체적으로 푸른 색감을 유지하면서 왕의 곤룡포와 생강 옹주의 화려한 한복을 강하게 대비시키는 장면들이 특히 좋았습니다. 의상과 세트도 보기 좋게 갖춰져 있으며, 꺼먹살이의 귀여운 존재감도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였어요.

하지만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은 조금 거슬립니다. 초반 영안군을 습격한 존재가 연못 귀신처럼 묘사된 부분이 대표적입니다. 연못 귀신은 영안군을 습격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또 이는 진상과도 잘 연결되지 않습니다. 귀매의 눈을 얻은 구천이 어떻게 되었는지, 저쪽 세계에서 어떻게 돌아왔는지와 같이 설명이 부족한 부분도 제법 되고요. 

무엇보다 가장 큰 단점은 액션입니다. CG도 과하지만 액션이 최근 다른 작품들에 비해 화려함, 강함, 속도감 모두 부족한 탓입니다. 특히 마지막 세자와 구천의 대결은 90년대 오래된 홍콩 영화 와이어 액션처럼 보입니다. 세자와 구천 모두 무술에 능하다는 설정도 없어서 이런 육탄 대결에 대한 설득력도 약하고요.

그래도 별점은 3점입니다. 궁중 미스터리와 반전이 많은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추천드립니다.

2026/08/14

카리브 해적 살인 사건 - 요시무라 다쓰야: 별점 1.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추리 작가 아사히나 고사쿠와 편집자 다카기 요스케는 신잡지 창간 기획으로 세계 타이틀 도전을 앞둔 프로복서 카를로스 산토와의 대담을 위해 바하마를 찾았다. '카리브의 해적'이라는 링네임으로 활동하는 카를로스 산토는 해적 복장과 오른쪽 눈의 안대를 트레이드 마크로 삼으며 연승을 이어 가던 유망한 선수였다. 

그러나 대담 직전에 산토는 호텔 객실에서 망치에 맞아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용의자는 불화가 쌓일대로 쌓인 산토의 아내 리카코, 산토와 불륜 관계였던 사진작가 하야카와 미즈키, 그리고 곧 계약이 해제될 예정이었던 프로모터 키사라기 하야토까지 세 명 뿐이었다. 하지만 세 명 모두 술을 먹지도, 자고 있지도 않았던 세계 정상급 프로복서를 정면에서 망치로 제압할 수 없었다. 유일한 단서는 시신이 평소와 달리 왼쪽 눈에 안대를 착용하고 있다는 것 뿐인데...

일본 작가 요시무라 다쓰야가 '하룻밤 동안 펼쳐지는 극한의 타임 리밋 스릴러'를 콘셉트로 기획한 시리즈인 '원 나이트 미스터리'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제미나이가 추천하길래 원서로 읽어 보았습니다. 콘셉트에 걸맞게 짤막한 중편 분량이라 쉽게 읽을 수 있었어요. 탐정 역할인 아사히나 고사쿠와 편집자 다카기 요스케가 주고받는 유쾌한 티키타카 역시 작품의 분위기를 한층 가볍고 재미있게 만들어 주고요.

'누가 범인인가'보다는 '어떻게 이런 살인이 가능했는가'에 초점을 맞춘 전형적인 하우더닛물인데 트릭도 단순하면서도 깔끔합니다. 키사라기는 안대를 어느 쪽 눈에 착용하는 것이 더 보기 좋은지 시험해 보자며 산토에게 양쪽 눈에 번갈아 안대를 착용하게 했습니다. 그렇게 양쪽 눈을 모두 가린 뒤 정면에서 망치로 가격해 살해했고요. 이후 안대 하나를 회수했지만, 자주 쓰던 쪽인 오른쪽 눈 안대를 나중에 씌웠기 때문에 왼쪽 눈에 안대가 남겨졌던 겁니다. 아사히나는 이를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발상이라고 설명하며 사건을 해결합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살인이 지나치게 급작스럽습니다. 시합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프로모터가 직접 살인을 저지를 이유가 빈약하며, 범행 이후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 빠져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결국 '프로복서를 정면에서 망치로 살해할 수 없다'는 추리 퀴즈를 성립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사건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또한 사건 구조상 범행 시각에 아사히나와 함께 있던 리카코, 산토를 살해할 동기가 없던 미즈키는 사실상 용의선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후더닛물로는 낙제점이며 카를로스 산토와 아내의 불화, 미즈키와의 불륜 설정도 너무 진부하고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빠른 전개와 신선한 트릭은 좋지만, 소설로서의 완성도는 수준 이하인 졸작입니다. 구태여 추천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