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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3

존재의 모든 것을 - 시오타 다케시 / 이현주 : 별점 2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친했던 형사 나카자와의 유지를 받아, 다이니치 신문 지국장 몬덴 지로는 30년 전 유괴 사건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했다. 나이토 료라는 아이가 유괴되고 2년 후 조부 집으로 돌아왔지만, 아직 범인은 체포하지 못했던 사건이었다.

조사를 통해 피해자 료가 사실화로 유명한 화가 기사라기 슈와 동일인물이며, 수사선상에 떠올랐던 용의자 노모토 마사히코의 남동생인 화가 노모토 다카유키와 같은 같은 화랑에 속해있다는게 드러났고, 몬덴은 노모토 다카유키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2023년 경, 여러 리스트에서 꽤 높은 순위를 기록했던 유괴 소재의 범죄 스럴러 드라마입니다.

초반의 아이가 유괴된 상황에서 경찰과 피해자 가족이 중심이 되는 몸값 전달 과정에 대한 묘사는 상세하면서도 긴장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범인과의 전화 통화, 그리고 여러 장소를 거쳐 이동하며 피해 아동 료의 조부 기지마가 탈진하는 장면이 아주 박진감 넘칩니다. 또한 유괴범들이 경찰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본래 목적이었던 유괴에 앞서 다른 유괴를 벌인다는 설정, 그리고 유괴범들이 몸값을 받는 데 실패한 뒤 사라졌던 피해 소년 료가 2년 후 조부모의 곁으로 돌아왔다는 전개는 그 자체로 흥미로운 소재였습니다.
30년 뒤, 기자 몬덴이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는 구성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저자가 신문기자 출신으로, 그래서인지 몬덴 지로의 취재 과정에 대한 묘사가 아주 상세한 덕분입니다.

몬덴이 료를 보호했던 화가 노모토 다카히코 가족의 이동 경로를 따라 도쿄, 시가현 비와호, 홋카이도 등을 순례하듯 따라가는 장면에서는 여정 미스터리의 분위기도 엿볼 수 있었고, 지역의 풍광이나 명소들을 노모토의 ‘사실화’ 화풍과 연결 지어 서술하는 방식도 잘 어울렸습니다. 

사진과 다르게 모든 곳에 촛점이 맞고 추격해 오는 듯한 박력이 느껴진다는 사실화에 대한 설명도 발군입니다.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말이지요. '하이퍼 리얼리즘' 장르와 같다고 생각되는데, 몇 작품 찾아보니 확실히 남다른 데가 있어 보입니다. 다만, 사진과는 다르게 생성형 AI로 추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 아닌가 싶기는 하네요. 이건 화가들이 고민하고 극복해야 할 문제이겠지만요.

이렇게 묘사는 남다른 데가 있는데, 문제는 초반 유괴극의 묘사를 제외하면 범죄 스릴러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화가로 성공한 현재의 료를 과거에 돌봤던 인물이 유력 용의자 노모토 마사히코의 동생인 사실화가 노모토 다카유키라는 사실이 너무 일찍 밝혀지는 탓이 큽니다. 이후 전개는 노모토 다카유키의 과거를 추적하는 흐름일 뿐이며, 그가 아내 유미와 함께 료를 정성껏 보살폈다는 점도 명백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이후 이야기는 스릴러보다는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범죄라는 행위가 없으니 당연하지요. 유괴극도 몸값을 받아내는데 별다른 아이디어가 없어서 맥이 빠지고요.

몬덴의 추적극도 그리 드라마틱하지 않습니다. 현장을 발로 뛰는 정성은 높이 평가할 수 있으나, 결정적인 단서를 얻는 과정들이 대부분 우연에 의존하기 때문에 몰입감이 떨어집니다. 게다가 노모토의 그림을 본 뒤 부터는 더 논할 가치가 없습니다. 노모토는 자신이 도주하며 머물렀던 곳을 사실화 그림으로 남겼기 때문입니다. 즉, 사진 속 장소만 찾아다니면 됩니다. 

그리고 료가 스스로 과거를 밝히면 충분한 이야기인데, 왜 이처럼 기자의 조사가 필요했는냐는 문제도 큽니다.  공소시효도 이미 지났고, 료는 명백한 피해자이기 때문에 몬덴에게 추적을 맡기고 사건을 숨길 이유도 없습니다. 오히려 그를 정성껏 길러준 노모토 부부를 위해서라도 진상을 밝히고 동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화가로서의 노모토를 위해서라도요.
몬덴 역시 왜 이 사건을 추적하는지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문하지만, 기사화해서 화제를 일으키고 돈을 벌겠다는게 핵심일터라 별로 와 닿지 않습니다.

노모토 이야기를 통해 일본 화단계의 부조리를 드러내려는 시도도 별로입니다. 약간 사회파적인 느낌을 주기는 하는데, 노모토가 화단을 떠난 결정적 이유는 형의 유괴 사건에 우연히 연루되어 도주한 것이라서 이러한 고발과는 연결하기가 애매합니다. 작중 언급도 되듯이 작가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팬인 듯 한데, 그냥 어설픈 흉내내기에 불과해 보였어요. 이렇게까지 큰 비중을 가질 내용도 아니었고요.
비중으로 친다면 료의 고등학교 동창인 리호의 등장은 더 큰 문제입니다. 그녀는 이야기 전개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리호는 그저 료의 천재성을 드러내기 위한, 그리고 약간의 화단과 백화점 관련 사회 고발 메시지를 언급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그녀없이 몬덴의 추적극으로만 진행되었어도 충분했을 이야기에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유괴극을 다룬 범죄물로서는 초반을 제외하면 다른 유괴물 대비 장점을 찾기 어렵고, 이후의 전개도 추리나 스릴러의 측면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진상이 너무 일찍 밝혀지고, 이야기도 잘 짜여졌다는 인상을 주지 못하는 탓입니다. 별로 추천할 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2026/02/08

십각관의 살인 1~2 - 키요하라 히로 (아야츠지 유키토 원작) : 별점 2.5점

이번 주는 "십각관의 살인"으로 꽉 찬 한 주네요. 결국 만화 버전까지 찾아 읽어 보았습니다. 마침 리디 북스에서 제공하고 있더라고요.
원작과 거의 똑같은 전개인데, 만화만의 각색 요소가 몇 가지 있습니다.

  • 가와미나미(카와미나미)가 여자로 바뀐 점
  • 치오리가 술을 먹다가 죽은게 아니라 연구회원들과 크루즈 여행 중 사고사 했다는 점
  • 마지막 장면에서 엘러리가 밴(반)에게 속는게 아니라 진범을 밝히고 죽는다는 점

입니다.

이 중 치오리를 사고사로 만든건 괜찮은 각색이었어요. 치오리만 구명 조끼가 없는걸 알게된 반이 치오리는 사고로 죽은게 아니라 연구회원들에게 구명 조끼를 빼앗겨 죽었다!고 여기고 복수를 펼친다는건 원작보다는 조금 더 설득력있는 동기였으니까요. "소년 탐정 김전일"의 "비련호 살인 사건"과 똑같은 동기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큰 틀에서는 다른 건 없습니다. 핵심 트릭인 반의 정체는 모리스였다!는 똑같은 탓입니다. 사실 궁금했던건 모리스가 반이라는걸 어떻게 숨기면서 전개할까 하는 점이었는데, 그냥 헤어스타일만 다르게 - 모리스는 단정하게 묶고, 반은 대충 풀어헤치는 스타일 - 묘사할 뿐입니다. 보다 정교한 만화적인 장치가 들어갈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망스러웠어요.
작화도 나쁘지는 않지만 순정 만화체라는건 작풍과 잘 어울리지 않았고, 작품의 주인공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십각관에 대한 묘사가 그닥이라는 단점은 큽니다.

그래도 긴 장편을 무리없이 만화화 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캐릭터들도 대체로 원작과 부합하고요.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소소하게 읽을 만 합니다.

2026/02/07

Chat GPT가 그린 시마다 기요시 (십각관의 살인)

"탐정 사전"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오래 전에 읽고 혹평을 남겼었지만, 탐정들에 대한 일러스트만큼은 좋았습니다. 붓 하나로 그려낸, 음영을 극대화한 스타일인데 마음에 쏙 들었어요. 아래와 같이 말이지요.

하지만 소개된 모든 탐정들의 일러스트가 제공되지 않아서 다소 아쉬웠었는데, 이번에 "십각관의 살인"을 다시 읽어본걸 계기로, 탐정 사전에는 실려있지만 일러스트는 포함되지 않았던 탐정 시마다 기요시의 일러스트를 탐정 사전 스타일로 그려 보았습니다. Chat GPT에게 스타일을 학습시켜서요.

어떤가요? 다소 허당에 가벼운 듯한 느낌을 전해 주었던 작품 속 분위기와는 조금 다르지만, 이 정도면 대체로의 인상과 원했던 스타일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어 보입니다. 작 중 첫 인상 묘사가 "음울하고 성격이 까다로워 보인다"이기도 하니까요. 아래는 만화 버젼의 시마디 기요시인데, 만화 버젼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은 결과물로 보이네요.

다른 탐정들도 시간나면 한 번 시도해 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