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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3

기동전사 건담: 섬광의 하사웨이 키르케의 마녀(2026) - 무라세 슈코: 별점 2점

전작에 이은 "섬광의 하사웨이" 시리즈 두 번째 작품입니다. 넷플릭스로 감상하였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3D와 2D의 조화입니다. 예전에 "원더풀 데이즈"에서 느꼈던 묘한 결합이 훨씬 완성도 높은 형태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특히 케네스 대령이 기지 내부를 이동할 때 카메라가 복도를 따라 함께 움직이는 장면은 핸드헬드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를 따라가는 실제 영화 촬영과 다를 바 없더군요. 이런 방식이 애니메이션의 미래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용도 별다른 드라마는 없지만 꽤 재미있습니다. 평범한 상황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연출 솜씨가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하사웨이가 캐리아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장면은 멜로물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어요. 이런 연출에는 적절한 음악 사용도 한 몫 단단히 합니다. 특히 엔딩의 "Sweet child O'mine"은 감동적이기까지 했습니다. 건담에서 건즈 노래를 듣게 되다니!
"역습의 샤아"를 새로운 작화로 그려내어 하사웨이의 붕괴된 정신 상태를 드러내는 후반부 연출도 볼거리고요.

하지만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굉장히 많은 사전 학습이 필요한 탓입니다. 저만해도 우주세기를 어느 정도 알고 있고 "역습의 샤아"도 보았지만, 하사웨이가 왜 마프티에 가담했고 어떻게 조직의 리더이자 에이스가 되었는지는 도무지 모르겠더라고요. 영화에서 제대로 설명되지도 않고요. 심지어 이야기의 핵심 설정조차도 설명이 불친절합니다. 애들레이드에서 무슨 회의가 열리는지, 마프티가 왜 목숨을 걸고 이를 막으려 하는지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거든요.

인물 설정과 묘사도 아쉽습니다. 주인공 하사웨이 노아가 대표적입니다. 테러리스트 조직의 리더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나약하고 여자에게 휘둘리는 모습이 많습니다. 카리스마도 부족하고 파일럿으로서의 실력이 특별히 부각되지도 않고요. 물론 시리즈의 주인공이었던 아무로, 카미유도 미성숙한 인물들이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자의로 전쟁에 뛰어들었다고 보기 힘든 어린이들이었습니다. 이미 성인이고, 스스로 책임을 지고 테러에 뛰어든 하사웨이와는 입장이 전혀 다르지요. 솔직히 왜 하사웨이가 주인공인지 의문입니다. 

기기 안달루시아와의 관계 역시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아무래도 운에 기대고 싶은 군대 지휘관 케네스가 그녀의 신묘한 능력에 매료되는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사웨이가 캐리아와의 관계까지 끝내가면서 그녀에게 빠져드는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너무 어리다는 점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1년 전쟁에서 이미 오랜 시간이 흐른 시대인데도 최첨단 병기를 여전히 소년들이 맡고 있다는 설정은 말도 안되지요. 일본 거대 로봇 애니메이션의 고질적인 문제인데, 이제 시대가 변한 만큼 어른들이 등장할 때가 되었습니다.

앞서의 단점은 설정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시시한 액션입니다. 크시 건담의 거대한 체급을 생각하면 미사일과 빔 위주의 원거리 전투가 현실적이기는 하지만, 거대 로봇 애니메이션에서 기대하는 육중한 격투전의 재미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영상, 연출은 마음에 들고 건담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겠지만, 대부분의 일반 관객에게는 애매함이 더 큰 작품입니다. 건담 팬에게만 추천드립니다.

2026/10/02

들쥐 - 루드비코: 별점 2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공황장애로 10년 간 방문 밖을 나가지 않은 제문제는 신분을 '들쥐'라 자칭한 누군가에게 송두리째 빼앗겼다. 주위 지인들도 들쥐에게 포섭되거나 살해당해 아무도 남지 않았다. 유일하게 남은건 제문제가 등쳐먹었던 사채업자 노자 뿐이었다. 노자와 손을 잡은 제문제는 들쥐가 중학교 때 작문부 친구들과 관련이 있다는걸 알아냈다. 그래서 옛 중학교가 있던 섬마을로 향해 과거를 뒤지기 시작하는데...

루드비코의 장편 스릴러입니다. 동명 넷플릭스 드라마의 원작입니다. 핵심은 제목이기도 한 '들쥐'가 과연 누구인가에 있으며, 현재와 중학교 시절의 과거를 오가며 진상에 접근하는 전개를 갖추고 있습니다. '현재 자신의 인생을 엉망으로 만든 인물은 옛 친구였다'는 기본 구도는 "20세기 소년"을 떠올리기는 하지만 '인생을 빼앗겼다'는 설정에서 차이를 보이고요.

가장 큰 장점은 들쥐의 정체가 밝혀질 때의 반전입니다. 들쥐는 제문제의 옛 친구 중 한 명인 오기완이었습니다. 동기들보다 세 살 많았던 오기완은 동네 파락호의 양아들이었는데, 원래는 제문제의 부모가 난임 때문에 입양했던 양자였습니다. 그들은 친아들 문제를 낳은 뒤 기완이를 유원지에 버리고 말았고요. 그리고 죄책감 때문에 문제 어머니는 자살했던 겁니다. 이러한 반전은 오기완이 제문제의 인생을 빼앗은 동기의 설득력을 높입니다.

반전과 진상을 밝히는 결정적인 계기가 '작문'이라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문제가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버림 받았던 기억을 그린 듯한 작문은 알고보니 오기완의 이야기였습니다. 그 장소에 함께 있던 문제가 3인칭 시점을 1인칭으로 착각했던 것이지요. 이렇게 결정적 단서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만 드러나지 않게 숨겨서 교묘하게 녹여내는 솜씨는 돋보입니다.

그러나 완성도가 아주 높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세부 설정에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은 탓입니다. 신분을 빼앗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조직이 다단계처럼 회원을 모집하고 자선 단체로 위장한다는 설정이 대표적이에요. 지나친 과장입니다. 고위 경찰까지 조직에 속해 있다는 설정도 마찬가지고요. 이렇게 거대 조직을 등장시키는 것 보다는 더 현실적으로 가볍게 처리하는게 좋았을 겁니다. 제문제의 친구인 '안경'이 들쥐의 편이 되었으니 재산을 빼앗는 정도는 훨씬 쉬웠을 테니까요. 

제문제를 도작과 표절, 횡령까지 저지른 인물로 만든 설정 역시 꼭 필요했는지는 의문입니다. 문제가 옛 기억을 거의 떠올리지 못한다는 설정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최소한 친구였던 오기완의 죽음이나 자신이 중상을 입고 입원했던걸 기억하지 못한다는건 말도 안됩니다. 

전개도 아쉬움이 많습니다. 중학교 시절의 과거사가 지나치게 길다는 문제가 큽니다. 아이들의 일탈과 범죄가 장황하게 이어지는건 몰입을 방해합니다. 본편과 별 관련도 없고요. 같은 그림을 반복해서 사용하거나 액션 장면의 연출이 부족한 점도 최근 화려한 웹툰과 비교하면 부족해 보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반전은 좋은데, 반전에 도달하기까지 과장된 설정과 장황한 전개가 발목을 잡습니다. 

2026/09/27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2026) - 이우형, 김만희: 별점 2.5점

"흑백 요리사 시즌 2" 후 오랫만에 챙겨본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입니다. 티빙을 통해 감상했습니다.

특징이라면 참가자들이 요리 실력만 겨루는게 아니라, 실제 손님을 상대로 음식을 판매하고 매출을 겨룬다는 점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장사할 장소와 찾아오는 손님을 분석한 뒤 어떤 메뉴를 얼마에 팔지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즉, 요리 실력뿐 아니라 외식업 경영자로서의 감각이 중요하다는 건데 이 설정이 생각보다 재미있습니다.

심사도 특이합니다. 심사위원이 음식을 먹은 뒤 맛과 완성도를 평가하는 여타의 요리 서바이벌과는 다르게 실제로 손님이 돈을 내고 음식을 사 먹은 결과의 매출과 별점을 겨루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가격이 비싸거나 장소에 어울리지 않으면 팔리지 않을 수 있고, 반대로 비교적 평범한 음식이라도 가격과 서비스 속도, 손님의 취향을 잘 맞추면 좋은 매출을 올릴 수 있습니다. 덕분에 전문 셰프 못지않게 요식업 사업가들의 활약을 보는 재미가 큽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연복 셰프의 활약도 반가웠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주문을 처리하면서 경쟁을 이어가는 모습에서 관록을 느낄 수 있었고, 결국 결승 문턱까지 올라가는 과정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다른 참가자들이 앞서 설명드린대로 메뉴와 가격, 판매 전략을 치밀하게 고민하는 것과는 달리, 이연복 셰프는 그야말로 맛있는 중식을 만들어 파는 데 충실하다는 점에서는 반전 매력을 느낄 수 있었고요.

예상과 실제 결과가 상당히 다르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예를 들어 첫 대결에서 두끼 떡볶이 대표가 컵 떡볶이를 5,000원에 판매한다고 했을 때, 상당히 잘 팔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가격 부담도 크지 않고 다른 음식을 먹은 손님이 입가심이나 간식처럼 추가로 구입하기에도 좋은 메뉴니까요. 그런데 예상과 달리 판매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이런 장면들을 통해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장사와 실제 현장에서의 소비자 선택은 꽤 다르다는 사실을 잘 알려줍니다. 확실히 장사가 쉽지 않네요.

다만 프로그램이 뒤로 갈수록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가'에 초점이 지나치게 맞춰지면서 초반의 재미가 조금씩 줄어드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특히 데이터를 강조한 우승팀 Hungry가 마지막 전주 한옥마을 대결에서 돈가스와 함박스테이크를 메뉴로 선택한게 대표적입니다. 전국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선택하고, 최대한 빠르게 음식을 제공해 고객 회전율을 높이는 한편 여러 가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전략이었지요. 장사 관점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었고 실제로 승리까지 거두었지만, 시청하는 입장에서는 메뉴 자체가 주는 의외성이나 참신함이 거의 없어서 재미를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이 프로그램이 단순한 요리 경연이 아니라 장사 대결이기 때문에 이런 전략도 실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결국 음식 프로그램에서 기대하게 되는 새로운 메뉴나 예상하지 못했던 조합을 구경하는 재미가 사라진다는 문제가 발생하지요. 제작진이 장사 능력을 평가하면서도 특정 전략이 지나치게 유리해지지 않도록 예상 가능한 핸디캡이나 조건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설정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변수를 만들기 위해 고객의 별점을 반영한 방식도 취지 자체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특별히 불만이 크지 않으면 낮은 별점을 잘 주지 않는 편이고, 별점 자체도 사람마다 기준이 크게 다르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누구에게는 평범한 음식이 별점 5점일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음식도 4점에 그칠 수 있습니다. 차라리 제작진이 별점 기준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면 평가의 의미가 커졌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맛과 양이 가격에 적절하면 3점, 현재 가격보다 2,000원을 더 지불해도 먹고 싶다면 4점, 5,000원을 더 내도 좋을 정도라면 5점처럼 가격 대비 만족도를 기준으로 안내하는 방법도 가능했을 것입니다. 정확한 기준이 있었다면 매출 경쟁과 별점 평가가 서로 보완되는 장치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요리 대결에 실제 장사라는 요소를 결합했다는 점은 신선합니다. 그러나 독특한 음식과 셰프들의 창의적인 요리 대결을 기대하기는 힘들고, 그런 면에서의 재미는 찾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요식업에서 메뉴, 가격, 회전율 같은 요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궁금하다면 그럭저럭 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