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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01

잃어버린 얼굴 - 사쿠라다 도모야 / 최고은 : 별점 3.5점

얼굴이 훼손되고 손목마저 절단된 상태의 신원 불명 사체가 발견되었다. 다행히 피해자의 정체는 전직 탐정이었던 야기 다쓰오라는게 곧바로 드러났다. 고마네에서 벌어진 다른 살인 사건과 연루되었기 때문이었다.

사건 수사에 나선 수사계장 히노 유키히코는 이 사건이 10년 전 실종된 오누마 겐, 그리고 지역 신문에 실린 경찰의 부실 대응을 고발하는 투서와 연결되어 있다는걸 알아냈고 탁월한 추리력을 발휘하여 진상을 밝혀낸다...

"매미 돌아오다"로 좋은 인상을 심어준 사쿠라다 도모야의 장편 추리 수사물입니다. 

굉장히 정통적인 경찰 수사 추리물인데, 복선 회수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앞부분에 툭툭 던져놓은 것처럼 보였던 지역 신문 투고, 부부 싸움 끝에 벌어진 살인 사건, 표백제를 구입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 같은 요소들이 나중에는 모두 본 사건과 직접 맞물리기 때문입니다. 읽다 보면 정말 하나도 허투루 사용된 설정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이런 복선들과 이어지는 추리, 진상의 몇 가지 예는 아래와 같습니다.

  • 경찰의 부실 수사에 대한 투서 + 수상한 남자가 다이야라는 소년에게 접근했던 사건 + 투서 전 지방지에 실렸던 하야토의 시 + 다이야는 하야토의 친구였다 + 그날, 다이야는 하야토의 집에서 놀다가 나왔다 → 수상한 사람은 하야토의 존재를 시를 통해 알았고, 다이야를 하야토로 착각했다.
  • 시라카와 현장을 발견한 고다 미쓰코가 들고있던 다루마 위스키 병 + 죽은 야기가 구속 전 단골 바 바텐더에게 술을 보관해달라고 부탁 + 야기가 협박에 사용했던 기록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 야기는 USB를 다루마 병 속에 보관하고 있었다.
  • 오누마 겐이 횡령을 저질렀다 + 오누마 겐은 사채도 쓰고 있었다 + 야기에게 불륜 조사를 의뢰한 사람 중 하나가 쓰지였다 + 쓰지의 아내 가나는 오누마 겐의 직장 동료였다 → 오누마 겐은 가나와 불륜을 저지르다가 야기에게 협박당했고, 쓰지를 살해했다.

이런 식으로 사소해 보이는 흩어져 있는 정보들이 진상으로 정리되는 과정은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수사계장 히노가 펼치는 추리의 짜임새도 좋습니다. 사소한 지점에서 이상함을 포착한 뒤, 그걸 기발한 방향으로 연결해 나가는 방식인데 신선하고 재미있어요. 대표적인게 시라카와가 살해되었을 당시 문고리가 걸려 있지 않았다는 점에 착안하는 추리입니다. 살인까지 저지른 사람이 그렇게 허술했을 리 없으니 이는 임시 상황이었고 누군가 곧 돌아올 예정이었다고 추리를 전개하는데 설득력이 높습니다. 이는 앞서 나온, 수상한 여자가 표백제를 구입했다는 이야기와 연결되어 범인이 '부부' 였다는걸 드러내게 되지요.
그 외에도 고다 미쓰코가 빼돌리려고 했던 USB가 숨겨진 장소를 밝혀내는 추리 등 히노의 명추리는 볼만한게 많습니다. 

오누마가 10년 전 쓰지를 살해한 뒤 그의 신분으로 바꿔치기해서 살아왔다는 반전도 괜찮습니다. 오누마로 의심되지만 혈액형이 달랐던 신원불명의 사체 등 관련된 정보도 충실히 제공됩니다.
화려한 액션이나 극적인 장치보다는 탐문과 방문 조사, 그리고 차곡차곡 쌓이는 증언을 통해 진상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묘사도 꼼꼼하여 수사물로서의 재미도 잘 살아 있고요.

다만 아쉬운 부분도 없지는 않습니다. 우선, 운과 우연이 과하게 작용하는 편입니다. 사건의 발단부터가 그러합니다. 오누마를 야기가 '우연히' 발견하고 뒤를 쫓았던게 시작이었으니까요. 오누마가 '아들일지도 모르는' 초등학생의 시를 지방지에서 읽은 것, 우에무라 교코가 오누마의 접근에 대해 투서를 보낸 것, 시라카와가 걸쇠가 걸리지 않은 야기의 집에 들어가 살해당한 것도 모두 우연입니다. 이런 부분은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지요.

그리고 경찰도 예전 사진을 통해서는 바로 알 수 없을 정도로 외모가 많이 달라졌는데도 불구하고, 야기가 십여 년 전에 조사했던 상대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도 쉽게 납득되지 않습니다.

무 이건 전직 탐정의 실력이라고 쳐도, 오누마가 쓰지를 살해한 뒤에도 사건 현장 근처에서 계속 살았다는건 정말이지 말도 안됩니다. 작품 안에서 나름대로 설명하려고 애쓰지만 솔직히 잘 와 닿지는 않습니다. 무리한 설정이었다고 밖에는 보이지 않아요.

주인공 히노의 성격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요. 오누마 구미에 대한 취조 과정 등에서 엿보이는데 너무 인간적인 탓입니다. 오지랖도 너무 넓어요. 쓰레기를 쌓아두는 폭력적인 사타케의 부친 이야기는 본 줄거리와 큰 관련이 없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설명할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인간미를 부각하기 위한 장치로 보이는데, 하드보일드스러운 사건과는 영 어울리지 않아서 별로였어요. 차라리 좀 더 냉정하게 사건을 바라보는 형사 쪽이 더 좋았을 겁니다. 

그래도 좋은 평가를 받을만한 잘 짜여진 작품이라는건 분명합니다. 제 별점은 3.5점입니다. 추리 애호가라면 한 번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2026/04/26

존 윅 4 (2023) - 채드 스타헬스키 : 별점 3점

최고 회의의 그라몽 후작이 직접 존 윅을 처단하기 위해 나섰다. 존 윅의 친구 케인이 후작의 하수인으로 직접 나섰고, 그는 존 윅을 보호하던 또 다른 친구 코지마저 죽였다. 존 윅은 살아남아 자유를 얻기 위해 후작에게 결투를 신청하는데...

존 윅 시리즈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입니다. 넷플릭스로 감상했습니다. 

시리즈 장편답게 독립적인 에피소드라기보다는 앞선 세 편에서 쌓아 온 존 윅에 대한 설정과 서사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종결부 성격이 강합니다.

그래서 당연하겠지만 액션은 정말 최고입니다. 더 기대할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을 보여주네요. 몇몇 장면이 특히 인상적인데, 첫 번째는 베를린 시퀀스에서 존과 독일 지부 수장 킬라 하르칸의 격돌 장면입니다. 현란한 네온 조명에서 춤추는 군중 사이로 처절한 격투가 어우러지는 몽환적인 연출이 돋보입니다. "발레리나"의 첫 액션 시퀀스가 노렸던게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싶군요. 

결투 직전 파리에서 펼쳐지는 '사냥' 장면은 더욱 대단합니다. 존은 결투에 참가하기 위해 자신을 노리는 킬러들을 상대로 개선문 로터리의 자동차 지옥을 통과하고,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가 다시 기어오르며 끝없이 몰려드는 적들을 상대하는데 그 쾌감이 장난이 아니에요. 무엇보다도 이 장면에서 등장하는, 건물 내부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길게 이어지는 총격전은 역대급입니다. 카메라가 인물 위를 부유하듯 이동하면서도 동선이 흐트러지지 않고, 각 방을 돌파하는 리듬과 총기 화력의 변화가 롱 테이크를 통해 합을 맞추며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게임과 홍콩식 총격 액션, 현대 스턴트 설계가 한 장면 안에서 결합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어요.

등장 인물들도 좋습니다. 케인은 견자단의 존재감만으로도 강함에 대한 충분한 설득력을 보여줍니다. 젊은 킬러 노바디도 애견인 킬러라는 설정과 가방을 활용한 독특한 액션이 시선을 사로잡고요. 빌런 킬라 하르칸의 거구, 그라몽 후작의 뺀질거리면서도 잔혹한 모습도 잘 어울립니다.

그러나 시리즈가 길어지면서 생겨난, 설정 놀이가 지나치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결국 결투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면, 존이 그토록 긴 시간 동안 싸운 이유가 무엇인지 하는 의문이 남네요. 후작이 윈스턴의 호텔을 파괴하고 샤롱을 죽이는 선택 역시 이유도 알 수 없는 비효율적인 행동이었고요.
마지막 결투도 여러모로 석연치 않습니다. 승패가 후작이나 존 윅이 죽어야 갈리는 거라면, 처음에 후작을 쏴 버리고 끝내면 되는 거잖아요?

그리고 초반 오사카 파트는 완전히 억지였습니다. 존이 일본에 가서 서사적으로 얻는게 전무한 탓입니다. 오히려 결과적으로는 친구 코지만 죽게 만들었을 뿐이지요.
코지도 의리는 멋지지만 액션이 영 별로라 실망스러웠습니다. 총격전 중심 세계관에 활과 수리검을 들고 나오는 행동도 영문을 모르겠고요. 감독이 와패니즈일 거라는 강한 의심만 듭니다. 

그래도 어차피 이야기가 중요한 영화는 아니지요. 중요한건 압도적인 액션인데, 액션만큼은 충분히 기대에 값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2026/04/25

가구, 집을 갖추다 - 김지수 : 별점 2.5점

가구와 인테리어를 단순히 취향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생활사와 주거문화의 변화 속에서 풀어내는 에세이 모음집입니다. 

읽으면서 가장 눈에 들어온 장점은 가구와 인테리어 전문가인 저자의 식견이 곳곳에서 드러난다는 점입니다. 화장대를 설명하면서 청동기시대의 거울 대체품 이야기에서 출발해, 르네상스 이후 화장 문화의 변화, 17세기의 로보이 화장대, 18세기의 토일렛 테이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더치스 화장대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자연스럽게 정리해 주면서 화장대가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미의식, 계급 문화, 생활양식의 변화와 함께 발전해 왔다는 점을 잘 알려주는 식입니다.

이런 설명은 서양 가구사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조선 말기의 경대, 유리 거울의 보급, 좌식 문화에 맞추어 발달한 소반의 구조와 쓰임, 사랑채와 안방의 변화를 통해 한국의 주거문화와 가구를 연결해 설명해 주기도 하거든요.
덕분에 읽다보면 왜 과거의 가구들이 작고 이동하기 편한 구조였는지, 왜 안방이 오랫동안 생활의 중심이 되었는지, 또 근대 이후에는 거실과 식탁 중심의 공간으로 어떻게 옮겨갔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온돌의 일반화와 좌식 문화의 정착, 그리고 그에 따라 소반이나 경대 같은 생활 가구가 발달해 나갔단 것이지요. 

현재의 생활 방식과 이어지는 제안들도 흥미롭습니다. 소파보다 식탁에 투자하라는게 대표적입니다. 이는 단순한 인테리어 조언이 아니라, 거실과 부엌을 통합하고 한 공간에서 함께 있으면서도 각자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생활 방식으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따라 하고 싶은지와는 별개로, 집을 꾸민다는 일이 결국 어떤 삶을 선택하느냐와 연결된다는 점을 생각하게 만드네요. 이사를 계획 중인데 여러모로 참고가 됩니다.

엠파이어 스타일, 리젠시 양식, 아르데코 같은 서양 디자인사의 흐름을 대중문화와 사회 변화 속에서 풀어내는 대목도 흥미롭게 읽혔습니다. 예술가와 장인, 파리지엔느와 프렌치 시크 등의 설명도 재미있게 읽었고요.

다만 책의 성격에 비해 도판이 부실하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설명을 뒷받침해주는 시각 자료가 꼭 필요한 책인데 말이지요. 저자의 일러스트가 수록될 필요가 있었을지도 의문입니다.
아울러 인문학 서적으로 보기에는 전문성이 조금 부족합입니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넓은 범위의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정작 근거는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는 부분이 적지 않거든요. 

그래도 가구와 집을 둘러싼 역사, 문화, 생활양식에 대해 쉽게,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크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