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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4

Chat GPT가 그린 토마와 가나 ("Q.E.D")

Chat GPT로 명탐정을 그려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Q.E.D"의 토마와 가나를 그려보았습니다. 만화라서 원래도 캐릭터는 구체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연재가 장기화되면서 작화가 충격적일 정도로 나빠졌기 때문입니다. 얼마전 읽었던 에피소드의, 무려 27년간 이어진 연재의 절정부라 할 수 있는 고백 장면 특히 실망스러웠고요. 그래서 새롭게 그려보았습니다.

현재 시점인 고 3 졸업반 시기보다는 조금 더 어린, 고등학교 1학년 겨울 쯤의 모습입니다. 15세에 MIT를 졸업하였지만 다시 일본 고등학교에 입학한, 또래보다는 성숙한 느낌의 토마 모습이 잘 그려져 있습니다. 발랄하고 참견하기 좋아하는 가나 역시 생각했던 그대로의 모습이고요.

이런 작화로 만화가 발표되었다면 애니메이션은 물론, 드라마, 영화 등으로 확장되는 인기 시리즈가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2026/05/23

콘 비프 샌드위치를 먹는 밤 Season 2 : (4) 최선을 다해 못 만들다.

추리소설과 장르문학의 세계에는 맛있는 음식과 요리가 참 많이 등장합니다. 사건의 무대가 되는 저택의 만찬, 탐정이 즐겨 먹는 단골 메뉴, 인물의 개성을 드러내는 음료와 간식까지, 음식은 생각보다 자주, 그리고 인상적으로 쓰이지요. 그런데 의외로 맛없는 음식도 꽤 많이 등장합니다.

대개는 그냥 못 만든 음식입니다. "사냥개 탐정"의 류몬 다쿠가 차를 타고 가다가 휴게소에 들러 “이보다 더 맛없을 수 없는 카레라이스를 먹었다”고 하는 것처럼요. 정성 없이 대충 만들어져 아무런 흥미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음식들입니다. 현실에서도 한 번쯤은 만나 봤을 법한, 그저 허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음식들이지요.

하지만 작중에서 특별한 역할을 맡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흔한 것은 주인공이나 주변 인물의 처지를 보여 주는 경우입니다. 예전에 소개해 드렸던 메그레 경감 시리즈인 "생폴리앵에 지다"의 죄네가 먹는 소시지 빵이 대표적이지요. 그 빵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죄네의 궁상스러운 삶을 상징하는 소품이었습니다.

마거릿 애커우드의 귀족 영애 시리즈 중 한 권인 "야간 열차 살인 사건"에 등장하는 하숙집 요리도 비슷합니다. 귀족 영애 프란실르의 의뢰로 용의자가 살고 있는 하숙집에 잠입한 탐정 버트가 마주하는 식사인데, 하숙집이 얼마나 엉망이고 주인이 얼마나 비양심적인지를 극명하게 드러내 주지요.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닦은 적 없어 보이는 식탁, 제대로 된 것이 거의 없는 더러운 식기, 그리고 형편없는 식사까지. 그런데도 나름대로 코스 요리라는 점이 놀랍기만 합니다. 수프는 거의 꿀꿀이죽 수준이고, 말고기로 의심되는 육즙과 지방이 엉겨 있는 납작한 구운 고기와 총알만큼 딱딱한 감자, 밀가루와 기름 범벅인 구스베리 푸딩, 마지막은 찻잎 세 개로 우려 낸 뜨거운 물 순서입니다. 식사 후 버트가 침대에 누워 1차 대전 전장이 더 편했다는 생각을 할 정도이니, 더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요.

이런 음식들은 말하자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맛없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것이 인물의 처지와 공간의 수준을 보여 주는 데 의미가 있지요.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사례도 있습니다. 단순히 못 만든 음식이 아니라, 독자의 의표를 찌르는 방식으로 맛없는 음식 말입니다. 바로 아즈마 나오미의 스스키노 탐정 시리즈 3작 "사라진 소년"에 등장하는 라면집 "현화원"의 라면입니다.

이 라면은 악명이 대단합니다. 택시 운전사가 “그 라면집 정말 별로예요! 손님 앞에서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어쨌든 정말 맛이 없어요!”라고 말할 정도니까요. 주인공이 그래도 가겠다고 하자 원통하다는 듯 입술까지 깨문다는 묘사에서는, 단순한 평판을 넘어 거의 개인적인 원한 같은 감정마저 느껴집니다. 주인공이 주문한 냉라면을 한 입 먹고 내린 평가도 압권입니다. 가게 주인의 배짱에 감탄하면서, 이런 라면을 먹이고도 돈을 받는다니 어지간히 대담하지 않고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하지요. 식욕이 지평선 너머로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표현까지 나오니, 얼마나 맛이 없는지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삿포로 스스키노를 무대로 한 작품인데도 삿포로 라면의 대명사인 미소 라멘이 아니라 다른 라면처럼 보인다는 점도 묘하게 눈길을 끕니다. 아무리 엉망인 육수라도 어느 정도 맛을 보장하는 미소 라멘이 아닌데다가, 심지어 맛까지 없다니 황당할 뿐입니다. 

그런데 이 라면이 흥미로운 것은 단순히 형편없는 음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말하자면 “최선을 다해 못 만든 라면”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싸구려 하숙집 음식이나 휴게소 카레라이스가 무성의함의 산물이라면, "현화원"의 라면은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주인공은 현화원 주인의 도움으로 실종된 아이가 다니던 중학교에 잠입하는 데 성공하고, 나름대로 실마리를 잡지만 결국 놓쳐 버립니다. 낙심한 채 새벽 거리를 헤매다가 현화원을 다시 찾는데, 여기서 비로소 "현화원" 아저씨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그는 밤 10시까지 가게를 열어 놓고도 새벽 6시부터 다시 라면 준비를 시작하는 사람입니다. 육수도 돼지뼈 국물과 닭뼈 국물을 섞는 블렌드를 쓰고, 가게만의 비밀 재료까지 있다고 강조하지요. “어쨌든 라면은 국물 맛으로 승부가 나니까, 시판되는 육수를 사용하면서 프로라고 말할 순 없지.”라는 말까지 합니다. 심지어 지방의 단맛을 살리는 게 아주 어렵다며 직접 만든 차슈를 주인공에게 잘라 먹여 주는데… 유감스럽게도 그것 역시 맛이 없습니다. 이쯤 되면 웃지 않을 수가 없지만, 아저씨의 장인정신과 도전정신에는 오히려 무릎을 꿇게 됩니다. 이 정도면 안자이 미즈마루의 “최선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에 대응하는 “최선을 다해 못 만든 라면”이라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정말 한 번쯤은 가 보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런 음식들 역시 어디까지나 이야기의 주역은 아닙니다. 주인공의 좌절감을 드러내거나, 기묘한 유머를 만들어 내거나, 싸구려 하숙집의 수준을 보여 주는 보조적인 장치에 가깝지요. 제가 아는 한, 이야기의 핵심에 가까울 정도로 중요한 맛없는 음식은 "전쟁터의 요리사들"에 나오는 분말 달걀 스크램블드에그가 거의 유일합니다. 말 그대로 군대 배급품인 분말 달걀로 만든 스크램블드에그로 봉지를 뜯어 거대한 볼에 가루를 쏟아 넣고, 물을 더해 주걱으로 섞은 뒤 뜨거운 트레이에 부어 만드는 음식이지요. 문제는 그 맛과 질감입니다. 스펀지를 씹는 느낌인데다 기름 냄새 비슷한 악취가 나고, 배에 유난히 가스가 찬다고 합니다. 전쟁터라면 웬만한 음식은 다 감사히 먹게 될 것 같은데, 그 상황에서도 먹고 싶지 않을 정도라니 대체 어느 정도인지 상상도 잘 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음식이 단지 맛없기만 했다면 이야기의 주역까지는 되지 못했을 겁니다. 이 요리가 핵심이 되는 이유는, 보급된 분말 달걀 수십 상자가 창고에서 사라진 사건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범인의 목적은 보급 담당 장교를 골탕 먹이려는 것이었지만, 주인공을 비롯한 몇몇 인물은 병사들 중 누군가가 그것을 먹지 않기 위해 훔쳐 갔을 것이라고 추리합니다. 그만큼 맛이 없다는 이야기인데, 또 그 추리가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이렇게 보면 맛없는 음식도 충분히 이야기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습니다. 읽다 보면 의외로 꽤 흥미롭기도 하고요. 전에 소개드렸던 '반전을 차린 식사' 속 요리들도 마찬가지지요.

현실에서도 우리는 맛없는 음식 이야기를 종종 재미삼아 나눕니다. 누구네 식당의 형편없는 반찬이 어떻다, 어디서 먹은 음식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그런 이야기들이 은근히 오래 가니까요. 게다가 작가들의 현란한 묘사까지 더해지면, 이상하게도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까지 생깁니다. 지금은 미식과 탐식이 유행하는 시대이지만, 언젠가는 괴식이나 맛없는 음식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장르문학 속에서는, 맛없는 음식 역시 이미 자기만의 자리를 꽤 단단히 차지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 시리즈 전체 보기

2026/05/22

맨 온 파이어 (2026) - 카일 킬렌 : 별점 2점

전직 특수요원 존 크리시는 멕시코에서 벌어진 참혹한 작전 실패로 동료들을 모두 잃은 뒤 제대했고, 그 충격으로 심각한 PTSD에 시달리고 있었다. 삶의 의지를 잃고 자살까지 기도했던 그의 재기를 위해, 옛 동료 레이번은 브라질에서 운영 중인 자신의 보안 사업에 크리시를 합류시켰다.

하지만 크리시가 브라질에 도착한 직후, 대규모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레이번의 가족을 포함해 300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고, 레이번의 딸 포만이 우연히 외출 중이었던 덕분에 살아남았다. 문제는 포가 테러범의 얼굴을 목격했다는 사실이었다. 이후 범인들은 증인을 없애기 위해 포를 노렸고, 그녀를 향한 공격이 잇따라 일어났다.

크리시는 포를 지키고 레이번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갈 기회를 거부했고, 홀로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며 포를 위협하는 자들과 정면으로 맞서는데...

A. J. 퀸넬의 소설 '크리시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시리즈입니다. 원작 1편, 2편을 참조했다고 하네요. 넷플릭스로 감상하였습니다.

우선 주인공 크리시의 비주얼은 꽤 마음에 듭니다. 소설 속 크리시를 영상으로 옮기면 딱 이런 모습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거칠고 무거우며, 어딘가 망가진 듯한 분위기가 잘 살아 있습니다. 단순히 멋있는 전직 요원이 아니라 오래된 상처와 피로를 몸에 달고 사는 인물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외형만 놓고 보면 영화 버젼의 덴젤 워싱턴보다는 더 설득력이 느껴집니다. 

또 하나의 장점은 크리시를 단순한 힘 캐릭터로만 그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작품 속 크리시는 상황을 읽고 상대의 허점을 찌르는 지능적인 인물에 가깝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카세트테이프에 약간의 물질을 묻힌 뒤, 그것을 생화학 공격으로 오인하게 만들어 습격의 기회를 만드는 장면은 아주 인상적입니다. 설득력도 높으며, 이런 식의 해결 방식은 다른 콘텐츠에서 흔히 보지 못했던 것이라 아주 신선했어요.

하지만 이 장점은 단점과 연결됩니다. 크리시가 지능적인 인물로 활약하는 것은 좋지만, 그 대신 기대했던 액션은 많이 아쉬운 탓입니다. "퍼니셔"같은 원맨아미식 활약을 기대했는데 영 만족하기 어렵습니다. 그나마의 액션도 크리시가 PTSD를 심하게 겪고 있다는 설정 때문에 중요한 순간마다 무너지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여줘서 답답합니다.

크리시가 상처 입은 인물이라는 설정 자체가 나쁜건 아니에요. 문제는 이 설정이 액션 장르의 재미를 너무 많이 잡아먹는다는 겁니다. 복수극이라면 분노가 터져나오며 악당들을 쓸어버리는 통쾌한 맛이 있어야 하는데, 이 작품은 끝까지 그런 맛은 부족합니다.

이야기도 많이 진부합니다. 브라질 대통령이 흑막이라는 전개는 초반부터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반전의 맛은 많이 약합니다. 그렇다고 중간 과정이 치밀하지도 못하고요. 아무런 증거도 없이 궁지에 몰렸는데, '태픈이라면 자기가 죽었을 때 진상이 폭로되도록 안배했을거다. 그러니까 태픈만 죽이면 된다!'는 급전개는 어처구니가 없는 수준이에요. 이런 이야기라면 태픈이 바이크 운전자이자 적의 편이라는걸 알아챈 뒤 바로 결말로 달리는 식으로 짧게 압축했어야 합니다. 전체 분량 중 절반 이상은 덜어내도 이야기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을 거에요.

긴장감을 만들기 위한 장면들도 작위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포가 숨어 있던 빈민촌에서 악당의 하수인이 도주하다가 우연히 포를 마주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식으로 우연에 기대어 위기를 만드는 장면이 반복되니 긴장감이 생기기보다는 짜증이 먼저 납니다. 더구나 이런 장면들은 대부분 포의 답답한 행동을 부각하는 쪽으로 이어집니다. 보호받아야 할 인물인데도 호감이 쌓이기보다 사건을 더 꼬이게 만드는 인물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크리시의 외형과 몇몇 아이디어는 괜찮지만, 전체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입니다. 특히 원작이나 기존 영화판에서 기대했던 처절한 복수극, 압도적인 응징, 크리시 특유의 무서운 존재감을 생각하면 실망이 더 큽니다. 크리시라는 이름을 가져왔지만, 정작 보고 나면 전혀 다른 작품을 본 느낌입니다. 킬링 타임용으로는 그럭저럭이지만, 크리시 팬에게는 추천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