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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5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 - 박원순 : 별점 3.5점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 - 8점
박원순 지음/한겨레출판

지금은 서울 시장이 되신 박원순 '변호사' 가 저술한 세기의 재판 이야기.

소크라테스의 사형선고에서부터 <채털리 부인의 사랑>에 대한 재판까지 모두 10개의 역사적인 재판이 실려 있습니다. 
사건의 시작에서부터 재판과정, 그리고 결말까지의 이야기를 여러가지 자료를 바탕으로 자세하게 펼쳐놓기 때문에 법정 드라마같은 재미를 안겨 주는데 개인적으로는 특히 드레퓌스, 패탱, 로젠버그 부부 재판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드레퓌스 사건은 유명한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와 함께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전개가 한편의 소설 못지않아 읽는 재미가 빼어났을 뿐 아니라 결국 사건을 은폐하려한 대다수의 주동자들의 비참한 최후가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더군요.
2차대전 프랑스 비시 정부의 수반인 패탱 원수의 재판은 우리나라의 일본 강점기 시절과 비교하여 진정한 "청산" 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해 주었고요.
마지막의 로젠버그 재판은 발단과 전개 모두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법 위에 이른바 "이념" 이 존재하여 피해자를 양산했다는 점에서 우리의 근현대사를 떠올리게 만들기도 했지만 얼마전 읽은 <확신의 함정>에서 로젠버그 부부가 스파이는 맞았다라는 씁쓸한 결말과 맞물려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물론 스파이라 하더라도 무조건 사형을 시킨 것은 잘못이겠지만요...

어쨌건 명저는 명저. 법정에서 벌어진 불의에도 불구하고 그에 맞서 개인의 신념과 정의를 지켜나간 이야기가 대다수로 법이 무엇이고 정의가 무엇인지, 인권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책이네요. 조금 지루한 부분이 있고 이상론을 다룬 부분이 있기는 하나 아직 읽지 않으신 모든 분들께 적극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2012/09/21

부호형사 - 쓰쓰이 야스타카 / 최고은 : 별점 1.5점

부호형사 - 4점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최고은 옮김/검은숲

"천재" 쓰쓰이 야스타카의 몇 안되는 추리물로 명성이 자자했던 작품이죠. 꽤 인기있던 드라마의 원작소설이기도 하고요. 국내 소개된지는 꽤 되었는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네요.

그런데 읽고난 느낌은 한마디로 별로였습니다. "부호형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자신의 재력을 이용해서 범인을 밝혀낸다는 기본 설정은 꽤 재미있었고 이러한 류의 설정과 장르물의 원조격이라는 것은 잘 알겠지만 아무리 봐도 추리물로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에요. 굉장히 만화같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어요.
유사한 설정이라도 조금이나마 더 현실적이고 최소한 추리소설의 모양새는 갖춘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가 훨씬 좋았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쓰쓰이 야스타카의 작품은 다작 탓인지 명성에 비하면 영 아닌 작품이 제법 있는 편인데 이 작품은 제게는 "영 아닌" 쪽이네요. 대관절 왜 높은 평가를 받는지 알 수가 없는데 본격 추리물 애호가께서는 가급적 피해가시기를 바랍니다.

<부호형사의 미끼>
주인공과 주요 등장인물, 작품 설정이 소개되는 시리즈 첫 작품. 5억엔이라는 돈을 은닉한 범인이 누군지 알아내기 위해 부호형사가 접근해서 돈을 쓰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는 내용입니다.
첫 작품부터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하더군요. 개그만화에 가까운 비현실적이면서도 황당한 설정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추리소설로 볼만한 구석이 전무했기 때문입니다. 원래 장르가 "개그소설" 이었던 걸까요? 그러나 별로 웃기지도 않아서 역시나 기대이하였어요. 별점은 1점입니다.

<부호형사의 밀실>
밀실에서 갑작스러운 화재 사건이 벌어지고, 불에 타 죽은 피해자의 경영 라이벌인 유력한 용의자가 있지만 범행 방법을 몰라 체포하지 못하는 상황.
역시나 부호형사 다이스케가 자신의 재력으로 용의자와 동종업종 회사를 차려 라이벌로 급부상한 뒤 살의를 일으키게 만들고 다시 범행을 저지르게 유도한다는 내용인데 황당하기는 전편과 충분히 견줄만 합니다. 그래도 "트릭" 이라는게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전편보다 조금은 낫네요.
그러나 범행이 이루어지는 상황이 작위적이고 우연에 기반해야 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살인을 연속해서 저지르게 만든다는 과정의 설득력도 그닥이고 말이죠. 등장인물이 독자에게 갑자기 말을 거는 등의 전개는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 정말 개그소설인가? 별점은 1.5점입니다.

<부호형사의 함정>
강도 사건, 밀실 살인 사건에 이어서 벌어지는 사건은 유괴사건.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네편의 단편 중 가장 괜찮았습니다. 동기가 다른 단편들보다는 설득력이 있고 단서 제공도 공정한 편이라 추리적으로 합격점을 줄만 할 뿐더러 독자에게 직접 설명해 주는 독특한 전개방식, 자잘한 부호형사의 활약도 볼거리인 등 재미와 완성도 측면에서 읽을만 했기 때문이죠. 부호형사의 활약도 단돈 (?) 500만엔 정도로 끝나기 때문에 그나마 현실적으로 느껴졌고요.
물론 장난기어린 문체와 전개는 여전해서 전체적인 느낌은 그닥... 이긴합니다. 몇몇 장점이 있기는 하나 시리즈 전체가 지닌 단점이 너무 커서 도저히 덮을 수 없는 상황이랄까요. 별점은 2점입니다.

<호텔의 부호형사>
야쿠자들의 회합장소로 다이스케가 호텔을 제공하는데 그 호텔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는 이야기.
만화와 같은 이 시리즈의 대단원을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등장인물, 상황설정, 전개 모두가 전작 이상으로 황당했거든요. 문제는 이 황당함이 좋은 쪽으로 작용한게 아니라는 점이겠죠... 설정이 너무 어이가 없다보니 내용에 몰입하기도 힘들고 일어난 범죄도 장난같이 느껴지더군요.
게다가 추리적으로 뭔가 있어보임직하지만 별거 없는 트릭이라는 것도 감점요소입니다. 범인의 이치에 맞지 않는 증언을 토대로 진상을 끌어내는 추리의 과정 하나는 그럴싸하지만 트릭 자체가 별볼일없고 결국 경찰 조사로 쉽게 진상이 밝혀졌으리라는 점에서 말이죠. 딱 네편의 이야기만 존재한다는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막 나가는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2012/09/18

달리의 고치 - 아리스가와 아리스 / 최고은 : 별점 1.5점

달리의 고치 - 4점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최고은 옮김/북홀릭(bookholic)

<주의 : 하기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술가 살바도르 달리를 신봉하던 연매출 100억 엔대의 주얼리 브랜드 사장 도죠 슈이치가 살해당했다. 주말을 보내러 내려간 별장에서 발견된 사장의 시체는 현대판 고치, 프로트 캡슐이라는 명상 기계 안에 알몸인 채로 방치돼 있었다. 게다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달리 수염은 잘려 나간 상태. 그 밖에도 살해 현장은 이해하기 어려운 메시지로 가득한 가운데, 여러 인물들이 차례차례 용의선상에 오르는데…

"일본의 엘러리 퀸" 이라는 별명을 가진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가 아리스 시리즈 두번째 작품. 작가의 별명에 걸맞게 기이한 현장의 모습과 그것을 설명하는 논리적인 진상은 엘러리 퀸을 연상케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완성도에서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격한 차이가 나더군요.

일단 살바도르 달리나 고치와 같은 불필요한 설정과 장황한 묘사가 짜증나는 수준이에요. 달리는 "수염"을 이용한 트릭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하여 끌어들인 것 같은데 지나치게 작위적일 뿐더러 과장된 설정탓에 현실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고치 역시도 그냥 별장에 사우나 시설이 있었다 정도로 해도 충분했을텐데 지나치게 멋을 부린 느낌이고요. 완전 방음이 된다면야 좀 더 그럴싸 했을텐데 그것도 아니니...

또 진상으로 밝혀진 도죠 슈이치의 구멍투성이 계획도 황당합니다. 공을 많이 들이기는 했으나 번거롭기만 한 흉기 입수 작전에서부터 시작해서 과연 나가이케가 방문하기로 약속된 시간에 요시미즈가 정확하게 고치를 이용하려 했을지, 나가이케는 정각에 제대로 방문했을지, 요시미즈가 고치를 이용하는 도중에 범행을 조용하고 완벽하게 저지른 뒤 40~50분 동안 시체를 숨기고 옮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될 것은 뻔한데 알리바이가 좀 약하지 않았을지, 그리고 나가이케가 별장 방문을 과연 함구하고 있었을지 등등 세세한 부분에서 헛점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좋게 봐 줄 수 없었어요. 이래서야 수염을 깎고 변장한 뒤 나가이케 집에 쳐들어가서 범행을 저지르는게 더 쉬웠을겁니다.

그리고 중요 용의자의 혐의가 차례대로 너무 쉽게 벗겨져서 마지막에는 도죠 슈지 외에 그럴듯한 용의자가 남지 않는다는 것은 본격 추리 장편으로서 심각할 정도로 완성도가 부족한 부분이라 생각되네요.
고치에 의미를 부여하여 작가 아리스의 첫사랑과 추리소설을 쓰게 된 계기 등 자전적인 의미가 들어가 있기는 하나 너무 감상적이라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옥의 티였고요.

물론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 기이한 사건 현장과 그것을 설명하는 트릭의 합리성만큼은 괜찮았으며 히무라 히데오가 휘파람으로 롤링스톤즈의 "김미쉘터"를 분다던가 하는 디테일, 작가 아리스의 과거 등 시리즈 팬이라면 나름 즐길거리가 있긴 합니다. 이세와 미키모토 코키치의 섬이 기념품가게와 맞물려 등장하는 부분에서 여정 (여행) 미스터리의 풍취가 느껴지는 등의 독특한 부분도 좋았고요.차라리 더 함축하여 중단편화 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아쉽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덧 : 아무리 생각해도 이 작가의 별명은 과장된 것이 분명합니다...
덧2 : 어느덧 추리소설 리뷰가 550편째~!

2012/09/17

부러진 용골 - 요네자와 호노부 / 최고은 : 별점 3점

 

부러진 용골 - 6점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북홀릭(bookholic)

사자왕 리처드의 시대. 영국령 북해 솔론제도 영주의 딸 아미나는 동방에서 온 기사 팔크와 그의 종사 니콜라를 만나 암살기사가 영주의 목숨을 노린다는 이야기를 전해듣는다. 그러나 영주 로렌트는 바로 그날 살해되고 마는데....

요네자와 호노부의 가상역사 판타지 추리소설입니다. 500페이지가 넘는 장편인데 흡입력이 상당해서 길이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더군요. 한마디로 굉장히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일단 시대 배경과 마술이라는 요소가 잘 결합되어 있으면서도 추리적으로도 거의 완벽하다는 장점이 돋보였어요. 독자를 위해 공정한 정보제공을 하는 것은 물론이요 마지막에 나름대로 "독자에의 도전장"도 삽입되어 있을 정도에요. 더군다나 추리의 과정이 모두 이치에 합당해서 설득력도 높고요.
다양한 용병 캐릭터의 소개와 마지막 "불사의 데인인" 과의 전투 등 볼거리가 상당히 많은 편이라 그냥 판타지 소설로 보더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 작가의 기존 작품에서 보였던 "작위적이다"라는 단점이 워낙에 작위적인 설정 덕분에 크게 두드러지지 않은 것도 좋았던 부분입니다.

물론 약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긴 합니다. 실제 있었던 사자왕 리처드의 시대가 무대이지만 세세한 고증없이 일본 판타지스럽게 구성한 배경과 캐릭터 설정들은 진부했고 팔크가 에드릭과 한판 승부를 벌였다는 중요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점, 로렌트가 과거 데인인과의 전투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데인인의 우두머리에 대한 정보도 공유해 주지 않은 점 등은 쉽게 납득되는 부분은 아니었어요. 무엇보다도 뭔가 있어보이는 <부러진 용골>이라는 제목의 의미가 별게 없다는건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좀 더 작품과 어울리는 제목을 붙이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그래도 단점은 굉장히 약간일뿐 재미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도 뛰어난 편이라 생각되네요. 중세 영국을 무대로 공식적으로 "마술"이 통용되는 시대라는 점에서는 <다아시경 시리즈>가 연상되기도 하는데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서의 데인인과의 대전투 등 볼거리가 많으며 더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도리어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군요. 이런 저런 매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 당연하다 싶을 정도였어요. 개인적으로도 제가 읽었던 요네자와 호노부라는 작가의 작품 중에서는 최고작으로 치고 싶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12/09/14

확신의 함정 - 금태섭 : 별점 2.5점

확신의 함정 - 6점
금태섭 지음/한겨레출판

최근 안철수씨 관련 뉴스로 잘 알려진 금태섭 변호사의 법과 정의에 대한 컬럼 모음집. 이전에 읽었던 <디케의 눈>과 비슷한 성격의 책이지만 자신의 생각이 많이 담겨있다는 것이 차이점이죠.
그러나 단순히 자신만의 철학을 강요하듯 쓴게 아니라 주제별로 실제 있었던 사건이나 본인이 접한 다른 콘텐츠들을 통해 비교적 합리적, 논리적으로 전달하려고 하는 모습은 무척 좋았습니다. 저자의 생각이 옳고 틀리고를 떠나 남을 설득하고자 하는 진지한 자세가 엿보였으니까요.
실려있는 콘텐츠들도 소설에서 시작해서 영화, 심지어 만화까지 아우른다는 점에서 감탄사를 자아내더군요. 가혹한 응징에 대한 비인간성 고발 - <시계태엽 오렌지>, 간통죄 - <주홍글씨>라는 뻔한 조합도 있기는 하나 대부분 처음 들어본 것들이라는 것도 놀라웠고요. A.M 홈스의 <앨리스의 최후>, 아라빈드 아디가의 <화이트 타이거>, 조디 피콜트의 <쌍둥이별 : 마이 시스터스 키퍼 (영화도 있죠>는 꼭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한계도 명확합니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이기는 하나 그래도 일방적인 주장이자 자신만의 생각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소재로 사용된 콘텐츠들이 모두 적절한 예로 설명되지는 못한다는 점 등으로 개인적인 수필이나 단상을 적어놓은 독서노트 정도에 불과해 보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자의 생각 모두가 진보적인 쪽인데 개인적으로 모두 공감하기도 어렵다는 것도 단점이겠죠. 예를 들자면 극형이나 학교 내 체벌에 대한 반대. 여성에 대한 보호, 간통죄 폐지론, 성매매 방지 등을 들 수 있는데 저 개인적으로는 반대하는 것들도 많거든요.

그래도 금태섭 변호사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께는 추천합니다. 독자의 한사람으로 최소한 책 만큼은 많이 읽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지지하고 싶어지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012/09/09

다윈상 - 웬디 노스컷 / 지현 : 별점 0.5점

 

다윈상 - 2점
웬디 노스컷 지음, 지현 옮김/북앳북스

"아무도 구제할 수 없는 한심한 바보들은 어떻게 진화에 기여하는가? 오로지 더이상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릴 수 없게끔 죽거나, 생식능력을 상실함으로써만 가능하다. 이 책은 이처럼 어리석은 죽음으로 인류 진화에 기여한 이들에게 수여하는 '다윈상(The Darwin Awards)' 사례 모음이다." 라고 거창하게 홍보하고 있기는 하나 결론적으로는 인터넷 유머 모음집과 별다를게 없는 책. 차라리 트렌드라는게 존재한다는 점에서 인터넷 유머가 더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워낙 많은 사건이 실려있기 때문에 제법 관심이 가는 것도 몇가지 있기는 합니다. 이란의 사냥꾼이 뱀을 개머리판으로 눌러 잡으려다가 뱀이 방아쇠 쪽울 휘감아 당겨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 잠수 장비를 완비한 남자가 산불 화재 현장에서 시체로 발견된 사건 - 헬기로 바닷물을 퍼날라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희생됨 -, 머리카락은 소화액으로 분해되지 않기에 잘못 먹으면 축적되어 위석이 된다는 이야기 등은 추리퀴즈 소재로는 제법 괜찮은 것들일 수 있죠.

그러나 이 정도로는 구제하기 힘든 결과물이에요. 화장실에서 한번 쓱 보고 피식하기에 적합한 책입니다. 별점은 0.5점입니다.

2012/09/07

우리역사 과학기행 - 문중양 : 별점 2점

 

우리역사 과학기행 - 4점
문중양 지음/동아시아

우리 역사 속 과학 문화에 대해 서술한 과학 역사서. 이전에 읽었던 <문화유산에 숨겨진 과학의 비밀>과 비슷하죠.

개인적으로 무기 쪽에 관심이 컸었는데 천문이라던가 기타 측정, 지도와 같은 문화적인 기술쪽에 내용이 치우쳐져 있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몇개 실려있는 무기도 너무 흔하디 흔해 이제는 지겹기까지 한 거북선, 신기전과 화차 정도라 실망스러웠고요. 덧붙이자면 도판도 기대에 미치지는 못한 편입니다.

그래도 워낙 많은 내용이 실려있기에 아예 건질게 없는 것은 아닙니다. 첨성대가 천문대이기는 한데 그냥 사다리 + 평상 (?) 정도의 역할만 한, 그야말로 "대" 일 뿐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고 각종 측량, 역법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반가운 부분이었고요.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너무 커서 좋은 점수는 못 주겠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이런 책 보다는 다큐멘터리 <역사스페셜> 을 몇개 더 챙겨보는게 저에게는 더 나을 것 같습니다.

2012/09/03

춤추는 술고래의 수학 이야기 -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 별점 2점

 

춤추는 술고래의 수학 이야기 - 4점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이덕환 옮김/까치글방

수학 교양서. 주로 확률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확률, 패턴이라는 주제를 중요한 인물과 발견에 대해 시대순으로 배열한 역사서적인 측면도 있고요. 그러나 딱딱하고 지루하지 않게 설명하기 위하여 재미있는 사례나 누구나 흥미를 가짐직한 이야기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네요.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내용들을 몇가지 언급하자면, 우선 요크셔의 면화공의 몬테카를로 대승부 이야기. 당시에는 룰렛 기계 자체가 불균형해서 기계마다 나올 수 있는 숫자의 확률이 다르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라죠. 즉, 모든 숫자가 공평하게 1/37이 아니라 1/9의 확률이었다는 것인데, 기대이익을 한번 계산해 보고 싶네요.
그리고 측정과 오차의 법칙을 설명하면서 와인 평가에 대해 예를 든 부분도 재미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신의 물방울>은 구라다!" 라는 것이었거든요. 1990년의 실험결과로는 전문가들도 감정의 성공률이 70% 정도밖에 안된다고 합니다. 어차피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 감정 평가라 생각하기에 믿지도 않았지만 예상보다도 성공률이 너무 낮아서 실망스럽더군요. 칸자키나 잇세라도 뭐 별다를거 있겠어요?
또 푸앵카레가 제빵사의 범죄행위 (?)를 알아차리게 된 계기가 된 케플레의 법칙도 재미있는 부분이었어요. 우연의 패턴은 신뢰할 수 있는 것이어서 그런 패턴에서 벗어나는 자료는 범죄의 증거가 되기도 한다는, 이른바 "범죄 경제학"을 다룬 이야기인데, 추리소설의 한 꼭지로 사용해도 괜찮겠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우생학과 평균회귀의 원칙, 그리고 제목에도 사용된 춤추는 술고래의 패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과거의 성공은 미래의 성공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는 펀드매니저 분석법도 눈여겨 볼 만 했습니다.

그러나 위와같은 재미있는 주제들을 설명하는데도 불구하고 내용이 뭔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하는 점은 좀 아쉽습니다. 제가 수학 실력이 젬병인 탓도 있겠지만 좀 더 쉬운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 특히 공식이나 수식 설명에서 부족함이 많이 느껴졌다는 점에서 명백히 번역의 문제도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좀 긴 호흡의 역사서적인 구성이기 때문에 단순히 비교는 어렵지만 유사한 주제를 다루었던 <1% 확률의 마술> 이나 <기회를 만드는 확률의 법칙> 보다 재미나 실용적인 측면 (도박?)은 약간 부족하나 깊이는 더 있는 책이라 할 수 있겠네요. 아무래도 저와 같은 수학음치에게는 재미가 더 중요한 요소이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만, 깊이가 있는 것은 확실하니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2/09/02

이글 - 가와구치 가이지 : 별점 2점

 

이글 소장판 4 - 4점
가와구치 가이지 지음/대원씨아이(만화)

사생아 죠 다카시는 어머니의 부음을 듣고 고향에 내려가나 어머니가 소중하게 생각한 아버지의 사진이 없어진 것을 알고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그 직후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자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일본계 미국인 케네스 야마오카에 의해 전속 기자 (?)로 선정되었다는 통보를 듣고 미국으로 떠난 죠는 케네스 야마오카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그간 격조했네요. 지난 한주동안 너무너무너무 바빠서 책을 도저히 읽을 수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우연찮게 회사에서 읽게 된 작품입니다. (이 만화가 대체 왜 회사에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클린턴 직후의 선거전을 다루고 있으니 한 십수년 전 전의 이야기랄까요? 그래도 조금 놀라왔던 것은 유색인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는 오바마를 예견한 듯 하고 빌이 아닌 힐러리의 급부상도 꽤나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정치적인 부분은 그 정도일 뿐 케네스 야마오카의 UN군 강화 정책은 <침묵의 함대>와 별로 달라보이지 않는 사상이라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 외의 정책은 다 뻔한 이야기였을 뿐이라 제대로 된 정치만화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차라리 지방의 별 이름없는 호족이 결국 천하통일을 이룬다는, 히로카네 켄시의 <정치 9단>과 별다른 점이 없는 군웅극에 가까운 작품이었어요.
그러나 군웅극으로 보기에는 너무 만사형통이라 큰 재미는 없다는 문제가 큽니다. 케네스 야마오카 혼자만의 매력으로 모든 문제와 위기가 해결되어 버리니 억지가 재미가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어요. 거의 하나님 수준의 도덕적이면서도 책략에도 능한 먼치킨이니 이건 뭐....

외려 화자 역할을 수행하는 죠 다카시의 출생의 비밀과 어머니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다루는 추리적인 재미가 후반부에 쏠쏠한 편인데 흑막이 너무 뜬금없어서 역시나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애초에 케네스 야마오카가 죠를 불러서 전속 기자로 삼은 이유부터가 말이 안될 뿐더러 (뭐하러 폭탄을 껴안는지?) 무엇보다도 어머니를 죽였다면 죠도 함께 처리하는 편이 훨씬 깔끔했을텐데 그렇지 않은 이유가 전혀 설명되지 않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정치물로 보기에는 정책 이야기가 보잘것 없고, 군웅극으로 보기에는 드라마가 부족하며, 추리물로 보기에는 과정이 구멍투성이라 설득력이 없는, 모든 면에서 애매한 작품이었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너무 스케일을 벌이지 말고 케네스 야마오카의 정치적 야망이 실현되는 결과까지가 아니라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혀내는 부분까지만 설득력있게 다루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덧붙이자면, 일본계 미국인이 대통령이 자신의 능력만으로 대통령이 된다는 점에서 한국인은 공감하기 어려운, 일본인들을 위한 판타지이기에 공정한 평가 자체가 힘든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