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의 고치 -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최고은 옮김/북홀릭(bookholic) |
<주의 : 하기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술가 살바도르 달리를 신봉하던 연매출 100억 엔대의 주얼리 브랜드 사장 도죠 슈이치가 살해당했다. 주말을 보내러 내려간 별장에서 발견된 사장의 시체는 현대판 고치, 프로트 캡슐이라는 명상 기계 안에 알몸인 채로 방치돼 있었다. 게다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달리 수염은 잘려 나간 상태. 그 밖에도 살해 현장은 이해하기 어려운 메시지로 가득한 가운데, 여러 인물들이 차례차례 용의선상에 오르는데…
"일본의 엘러리 퀸" 이라는 별명을 가진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가 아리스 시리즈 두번째 작품. 작가의 별명에 걸맞게 기이한 현장의 모습과 그것을 설명하는 논리적인 진상은 엘러리 퀸을 연상케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완성도에서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격한 차이가 나더군요.
일단 살바도르 달리나 고치와 같은 불필요한 설정과 장황한 묘사가 짜증나는 수준이에요. 달리는 "수염"을 이용한 트릭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하여 끌어들인 것 같은데 지나치게 작위적일 뿐더러 과장된 설정탓에 현실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고치 역시도 그냥 별장에 사우나 시설이 있었다 정도로 해도 충분했을텐데 지나치게 멋을 부린 느낌이고요. 완전 방음이 된다면야 좀 더 그럴싸 했을텐데 그것도 아니니...
또 진상으로 밝혀진 도죠 슈이치의 구멍투성이 계획도 황당합니다. 공을 많이 들이기는 했으나 번거롭기만 한 흉기 입수 작전에서부터 시작해서 과연 나가이케가 방문하기로 약속된 시간에 요시미즈가 정확하게 고치를 이용하려 했을지, 나가이케는 정각에 제대로 방문했을지, 요시미즈가 고치를 이용하는 도중에 범행을 조용하고 완벽하게 저지른 뒤 40~50분 동안 시체를 숨기고 옮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될 것은 뻔한데 알리바이가 좀 약하지 않았을지, 그리고 나가이케가 별장 방문을 과연 함구하고 있었을지 등등 세세한 부분에서 헛점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좋게 봐 줄 수 없었어요. 이래서야 수염을 깎고 변장한 뒤 나가이케 집에 쳐들어가서 범행을 저지르는게 더 쉬웠을겁니다.
그리고 중요 용의자의 혐의가 차례대로 너무 쉽게 벗겨져서 마지막에는 도죠 슈지 외에 그럴듯한 용의자가 남지 않는다는 것은 본격 추리 장편으로서 심각할 정도로 완성도가 부족한 부분이라 생각되네요.
고치에 의미를 부여하여 작가 아리스의 첫사랑과 추리소설을 쓰게 된 계기 등 자전적인 의미가 들어가 있기는 하나 너무 감상적이라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옥의 티였고요.
물론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 기이한 사건 현장과 그것을 설명하는 트릭의 합리성만큼은 괜찮았으며 히무라 히데오가 휘파람으로 롤링스톤즈의 "김미쉘터"를 분다던가 하는 디테일, 작가 아리스의 과거 등 시리즈 팬이라면 나름 즐길거리가 있긴 합니다. 이세와 미키모토 코키치의 섬이 기념품가게와 맞물려 등장하는 부분에서 여정 (여행) 미스터리의 풍취가 느껴지는 등의 독특한 부분도 좋았고요.차라리 더 함축하여 중단편화 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아쉽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덧 : 아무리 생각해도 이 작가의 별명은 과장된 것이 분명합니다...
덧2 : 어느덧 추리소설 리뷰가 550편째~!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