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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9

인형, 탐정이 되다 - 아비코 타케마루 / 최고은 : 별점 2.5점

인형, 탐정이 되다 - 6점
아비코 타케마루 지음, 최고은 옮김/북홀릭(bookholic)

일본 신본격 작가 중 한명인 아비코 타케마루의 단편집으로 최고의 미스터리 커뮤니티의 하나인 하우미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당첨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제일 먼저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4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단편집으로, 제목 그대로 인형이 탐정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뭐 오컬트나 그런건 아니고 복화술사 인형으로, 복화술사 토모나가의 복화술용 인형인 마리오가 마치 살아있는 것 처럼 행동한다는 약간은 이중인격같은 내용입니다. 이 한명이자 두명인 탐정과 파트너역인 유치원교사 오무츠양 (세노오 무츠키) 이 더해져 한팀으로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일단은 설정이 독특하죠? 인형탐정이라.... 이전에 접했었던 "어둠의 인형사 사콘" (오바타 타케시 / SHARAKUMARO)과 똑같은 설정이긴한데 연대로 놓고본다면 이 작품이 더 먼저 나왔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국내에 늦게 소개된 것이 안타까울 뿐이죠.
어쨌건 스스로는 움직일 수도, 들을수도, 볼수도 없는 인형이기에 지극히 전통적인 안락의자 탐정의 궤도를 따라가고 있는 것이 본격물 팬으로서는 즐길만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모든 단서를 토모나가 - 오무츠가 모아서 전달하는 과정이 필요하기에 이 과정에서의 모든 단서를 독자와 공유하게 되는 것이 그야말로 본격물적인 부분이 아니었나 싶어요.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인형이 탐정이어야 할 이유가 잘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겠죠. 복화술이나 인형 등은 사건 해결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단지 이색적인 캐릭터로만 존재할 뿐이니까요. 복화술사와 인형이기때문에 가능한 트릭이 한편 등장하기는 한데 좀 더 이런 설정을 부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신본격 작가인 아비코 타케마루라는 이름에 값하며 추리 애호가로서 좋아할만한 본격물적인 부분은 두번째 단편인 "인형은 텐트에서 추리한다" 에서 정말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밀실 트릭물인데 트릭이 작가 스스로 후기에서 밝히듯 아주 좋거든요. 또한 첫번째 단편인 "인형은 코타츠에서 추리한다"는 아주 쉬운 추리물인데 체계적으로 짜여져 있어서 입문자분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좋은 이야기였어요. 일상계 추리물로 가벼우면서 유쾌한 이야기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저 스스로도 작품을 읽으면서 실제 추리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이야기 전개에 푹 빠져버릴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쉽고 재미있었어요. (요즈음 추리소설에서 중반까지 읽고 범인을 맞춘 것도 처음인 것 같고요)
아쉽게도 3편, 4편은 추리적으로 우수하다고 평가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앞의 두편이 아주 괜찮기에 본격물 팬으로서도 트릭적인 부분에서 충분히 즐길만 했다 생각되네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입니다. 즐겁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단편집임에는 분명하니까요. 추리적으로 아주 우수하지는 않지만 입문자에게는 적당하지 않을까 보이네요. 단, 앞의 두편만 해당됩니다. 뒤의 두편은 별점 2점도 솔직히 아까왔습니다....^^;;
작품별 편차가 커서 후속권이 나온다는데 어떻해야 할 지도 고민됩니다.^^

PS : 책의 마케팅방향이 노골적으로 저연령을 타겟으로 하여 코믹 탐정 미스터리로 홍보하고 있는데, 차라리 연령대를 높여서 홍보하는게 어떨까 싶어요. 분명 캐릭터도 조금 만화스럽고 분위기도 유쾌하긴 하지만 등장하는 사건이 강력사건들이고 단지 가볍게만 읽기는 좀 어렵지 않나 생각되거든요.

PS2 : 더 길게 썼는데 이글루스 오류인지 글이 날아가버려 다시 씁니다. 젠장. 이젠 더 안써.

2009/11/28

시미가의 붕괴 - 기타무라 가오루 / 김해용 : 별점 3점

시미가의 붕괴 - 6점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김해용 옮김/황매(푸른바람)

"하늘을 나는 말"이라는 작품이 굉장히 유명한, 그래서 많이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국내 추리 독자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기타무라 가오루의 작품입니다. 사실 대표작도 아니고 해서 이 작품이 어떻게 번역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워낙 컸던 탓에 구입하게 되었네요.

일단 이 작품집은 크게 3가지 성향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추리를 기반으로 한 블랙코미디적인 작품, 그리고 일상의 소소함을 디테일하게 추리와 결합시키는 (하지만 추리물은 아닌) 일상계 추리분위기 소품, 마지막으로 인간의 심리를 디테일하게 그린 드라마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번째 블랙코미디 류(類)로는 표제작이기도 한 "시미가의 붕괴"와 "죽음과 밀실", 그리고 "옛날 이야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들 수 있을테고 두번째 일상계 소품은 "하얀 아침"과 "주사위, 데굴데굴", "오니기리, 꾹꾹"이 해당되며, 마지막 심리드라마는 "녹아간다"와 "나비", "나의 자리" 가 해당된다 생각됩니다. 이중 개인적으로는 일상계 소품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일상계 미스터리로 유명한 작가답다고나 할까요? 추리적인 요소가 녹아있으면서도 그것이 그야말로 일상과 밀결합되어 있고 내용과 캐릭터들도 너무 귀여워서 읽는 내내 아~주 흐뭇했거든요.

물론 그 외의 대부분의 작품들 역시 추리적인 성향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포함되어 있기에 재미있게 읽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블랙 코미디 류의 작품군은 조금 더 절제했더라면 동화적인 세계관에서 벌어지는 독특한 추리물로 와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나칠 정도로 설정이 과장되어 있다는 것이 약간은 아쉽더군요.

그래도 국내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작가의 작품집이고 작가 특유의 센스가 충분히 느껴지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정통 추리물들도 아니고 작가의 대표작도 아니긴 해도 가볍게 즐기기에 좋아서 추리소설에 거부감을 느끼실 수 있는 초심자분들에게 추천할만 하다 생각되네요. 특히 여성분들이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어요.

아울러 이 단편집을 계기로 추후 일상계 소품으로만 묶인 (대표작인 "하늘을 나는 말" 시리즈면 더욱 좋고요) 단편집이 나와준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PS : 최근 너무 바빠서 좀 격조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읽은 책이 쌓여가는데 포스팅할 시간이 없네요...


녹아간다
평범한 회사원 미사키의 정신 붕괴과정을 "만화"라는 독특한 매개체를 통해 표현한 심리 드라마입니다. 치밀한 묘사는 볼거리이지만 정신 붕괴, 즉 미쳐가는 과정에 대한 이유가 합리적이지 않아서 결과물만 놓고 본다면 평범한 수준이라 생각되네요.

시미가家의 붕괴
천재탐정과 그의 조수가 탐정의 친구인 장서수집가 시미가를 방문했다가 시미의 아내 가즈코가 밀실에서 살해된 것을 발견한다.
과장된 동화같은 설정의 블랙코미디에 가까운 추리물입니다. 일단 서두의 등장인물 소개가 너무 장황하고 허무맹랑해서 당황스럽더군요. 그냥 천재탐정과 조수였어도 충분했을텐데 조수의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 사랑한다는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탐정의 천재성도 정말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채워놓고 있거든요. 하지만 중반 이후에 등장하는 밀실 살인과 다이잉 메시지트릭을 적절하게 사용한 덕에 그나마 황당한 이야기안에 추리적인 이야기가 깔끔하게 녹아들어 있는 것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이 작품에 대한 책 소갯글이 더 예술적입니다. 별거없는 반은 장난같은 이야기를 흡사 고전 전통 트릭 미스터리와 고딕 호러의 결합물 처럼 소개해 놓았더군요.
(탐정에게 사건이란 이미 읽은 책이나 다름없다! 인간의 가장 깊은 욕망을 파헤치는 천재 탐정의 놀라운 활약!
완벽히 다 갖추어지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수집 강박증. 단순한 호기심과 관심의 경계를 넘어선 그것은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치명적인 욕망으로 자라나 목숨마저 위협한다. 책 수집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장서가 부부에게 어느 날 찾아온 죽음이라는 손님. 책에 대한 무모한 집착이 부른 재앙 앞에서 탐정은 진실의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겨 나가는데…….
아무리 채워도 꽉 차지 않는 서가의 구석에서 발견된 부인의 다잉 메세지. 남편의 가장 깊은 욕망이 드러나는 순간, 시미가는 마치 꿈처럼 아스라이 붕괴하고 만다.)


죽음과 밀실
노인 추리작가들이 모여사는 공동체 "환상의 정원"에 정말이지 완벽한 밀실살인사건이 발생하는데...
시미가의 붕괴와 연결되는 천재탐정과 조수 이야기로 추리소설의 이상적인 형태를 냉소적으로 비웃는듯한 작품입니다. 추리소설로 보기는 어려운, 추리애호가들을 위한 블랙코미디에 더 가까웠달까요?

하얀 아침
주인공이 과거 소녀였을때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1인칭 시점의 이야기로, 청춘드라마같은 깜찍한 사랑이야기가 나름의 추리적 요소 (누가 왜 아버지 차 백미러 성에를 닦아놓았을까?)와 잘 결합된 일상계 소품입니다. 여성작가다운 특유의 세밀한 심리묘사와 더불어 과연 일상계 미스터리의 거장이구나.. 싶을 정도로 사소한 이야기에서 추리적인 전개를 이끌어내는 것이 놀라운 작품이죠. 개인적으로는 이 단편집의 베스트 중 한편으로 추리물에 대해 별로 내켜하지 않는 지인들에게 따로 권해주고 싶을 정도로 부드럽고 따뜻한 이야기였습니다.

주사위, 데굴데굴
출판사 신입사원 치하루씨는 우연하게 한 남자가 떨어트린 십면체 주사위에 관심을 갖는데...
5페이지짜리 이야기로 이정도면 소품이라기 보다도 꽁트라 해도 무방한 분량이죠. 하지만 이야기가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으며 무엇보다도 아주 일상스럽지만 귀여운 발상의 트릭이 깜짝 등장하기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여간.. 아이들 머리는 정말이지 못 당하겠어요^^

오니기리, 꾹꾹
치하루씨는 회사 선배 미즈마치와 함께 이와테로 현장조사를 나간다...
전편과 같은 주인공 치하루씨 시리즈로 이번엔 분량이 약간 기네요. 하지만 역시나 귀여운 소품답게 이와테로 무대가 옮겨갔어도 여전히 일상스럽고 밝은 이야기입니다. 등장 인물들이 모두 착하디 착한 사람들이라는 것도 그러하고요.

추리의 요소는 두가지로 한가지는 버린 깡통이 어떻게 멀리 있는 계곡까지 굴러가는지와 제목의 오니기리를 만든 결과물에 대한 추리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다한 트릭이나 추리는 아니지만 이야기와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은 역시나 마음에 들었어요.

나비
한 여성의 술자리 잡담이랄까... 심리묘사는 좋은데 두서도 없고 이야기도 없는 단상만 모아놓은 짧은 잡문이랄까요. 언급할게 별로 없네요....

나의 자리
주인공이 평상시와 다른 일상을 통해 누군가의 자리를 빼았는다는 설정도 굉장히 독특하지만 이러한 자신이 느낀 일상속의 불편함이 결국 자기자신과 연결된다는 결과가 굉장히 서늘해서 "기묘한 맛" 류의 작품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반전으로 이르는 전개와 묘사도 군더더기 없는, 작가의 필력과 센스를 잘 느낄 수 있는 수작이라 두번째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옛날 이야기에 대한 새로운 해석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있지 않은 일본의 전래동화 "카치카치야마" 이야기 (할아버지가 밭일을 하다가 잡아온 너구리로 너구리죽을 만드려 하는데 너구리가 외려 기지를 발휘해서 풀려난 뒤 할머니죽을 만든다는 엽기 이야기?)를 추리물 형식으로 꾸민 내용으로 서두에 지극히 개인적인듯한 느낌의 장황한 옛날 이야기 해석에 대한 이론이 묘사되는 등 작가 스스로의 생각을 대화하듯이 써내려간 형식이 무척 이채로웠던 작품이었습니다. 뭐 달리 이야기하자면 좀 쭉쭉 써내려간 느낌도 들긴 하네요. 왠지 좀 장난스러움이 많이 묻어나는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고요. 어차피 모티브가 된 전래동화가 내용을 잘 모르는 일본 전래동화이기 때문에 몰입하기 힘든 탓도 크겠죠.

하지만 워낙 개인적인 단상이 많은 글이다보니 실제 기타무라 가오루라는 작가에 대해 조금 더 알게된 것 같아 흐뭇한 느낌도 들고 추리적으로도 이야기를 잘 구성해 놓아서 감탄했습니다. 전래동화를 앞뒤가 맞아 떨어지는 추리물로 각색할 생각을 했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결과물도 상당한 수준이니 놀라울 따름이죠. 덕분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것 같은 작품인데 저에게는 무난한 평작 수준으로 생각되네요.

2009/11/25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 - 오사키 고즈에 / 서혜영 : 별점 3점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 - 6점
오사키 고즈에 지음, 서혜영 옮김/다산책방

세후도 서점 사건메모 시리즈 제 1작으로 출간된 서점을 주무대로 한 일상계 옴니버스 추리 단편집입니다.

일단 작가가 실제 서점근무를 오래했다고 하는데 덕분에 서점과 책에 관련된 이야기의 디테일이 놀라울 정도로 상세한 것, 그리고 실제 존재하는 책들이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소재로 쓰인다는 점이 굉장히 독특했습니다. 제가 이런 디테일 굉장히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탐정역은 고참 서점직원인 교코와 아르바이트생 다에의 2인조로 구성되어 있는데 교코가 서점 근무 경력을 잘 살려 여러가지 단서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실제 추리는 다에가 담당하는 구조로 둘의 협력관계가 잘 맞아떨어지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내용도 5편의 작품 대부분이 일상계 작품이라는 테마를 잘 살리고 서점의 디테일과 결합한 소품과 같은 귀여운 이야기들이라 읽는 내내 흐뭇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할때 읽으면 좋을 치유계 소설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또 책의 특성상 맨 뒷부분에 부록처럼 실제 서점 직원들의 좌담회가 실려있는 것도 무척 좋더군요. 아이디어도 좋지만 의외로 재미있더라고요.
일상성이 강조되고 서점이라는 공간이 강조된 나머지 추리물로서 성립하기 어려운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조금 아쉽긴 하지만 재미하나는 빠지는 책이 아니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추리물을 처음 접하기 시작하는 분들, 특히 여성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네요.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읽기에는 정말이 최고라 생각합니다.^^ 책도 너무 이쁘게 잘 나왔어요! 작품을 만화화한 구제 반코의 작품도 꼭 출간되면 좋겠습니다.

덧붙이자면, 손님과 서점 직원과의 해프닝이 이야기의 주 소재들인데 이렇게 대형 서점에서 직원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일본의 출판 시장이 부럽기만 하네요. 저도 근처에 세후도 서점처럼 인간냄새 나면서도 친절한 직원들로 가득한 서점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단골이 되고 싶습니다...


1. 판다는 속삭인다 :
한 손님이 교코에게 자신이 아는 경증 치매노인이 원하는 책 3권을 찾아달라고 요청하는 데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노인은 치매가 있어서인지 알 수 없는 말로 책을 요청했는데 교코와 세후도 서점 직원들은 그 수수께끼를 결국 풀지못하고 다른 책을 권해주죠. 그 뒤에 니시오카라는 손님은 그 책이 아니었다고 말하며 다시금 암호같은 말로 책을 찾아달라고 합니다...
일종의 암호트릭물입니다. 노인이 말하는 엉뚱한 대사가 가르키는 대상은 대단하지는 않지만 작가의 서점 근무 경력을 드러내는 굉장히 효과적인 트릭이었으며, 이 책들이 나타내는 메시지 역시 굉장히 잘 짜여져 있어서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좋은 작품으로 개인적으로는 이 단편집의 베스트 작품으로 꼽고 싶네요. 트릭이 거창하거나 웅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나타내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2. 사냥터에서, 그대가 손을 흔드네
세후도 서점에 어느날 기타가와라는 여성이 찾아온다.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 사와마츠씨가 갑자기 연락이 끊겨 어머니의 단골이었던 세후도서점에 방문한 것. 마침 사와마츠씨가 실종전에 구입한 것은 한권의 만화책이었다...
한권의 만화책으로 20년 전의 기억과 자취를 떠올린다는 내용인데 작중에 만요슈와 겐지이야기를 잘 녹여내어 부드럽게 접근하는 작가의 솜씨는 놀랍지만 솔직히 추리물이라고 보기는좀 힘들더군요. 여성취향이 물씬 나는 미스터리가 믹스된 단편이라 보는게 맞을것 같아요.

3. 배달 빨간 모자
세후도 서점 근처 상점가에 있는 미용실 노엘에서 손님의 몰래카메라 사진이 발견되는 대형 사고가 터진다. 그 사진인 세후도 서점이 공급하는 정기구독 잡지 안에 들어있었기에, 노엘 점장의 친구인 미남 이발소 바버 K의 점장 "킹"이 세후도 서점을 찾아와 관련된 내용을 문의한다. 마침 당시 구독 잡지를 배달하던 세후도 서점의 아르바이트생인 미소녀 히로미 양이 배달을 나갔다가 사고가 나 다치게 되는 사건이 겹치는데...
사소한,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건을 그리고 있는 정통(!) 일상계추리물입니다. 대단한 트릭은 없지만 몇가지 단서를 토대로 추리를 펼쳐나가는 교코와 다에 컴비의 활약이 빛을 발하는 수작이죠. 결국 히로미양의 이야기가 모든 단서를 제공한다는 결정적인 약점은 있지만 단편적인 단서를 이야기와 잘 엮어놓고 있기에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이른바 "배달 빨간 모자" 캐릭터인 히로미양도 귀엽고요^^ 추리도 괜찮고 나름의 액션과 긴장감도 잘 살아있는 작품이라 만화로도 꼭 보고 싶어지네요.

4. 여섯번째 메시지
가와다 나호코라는 여성이 세후도 서점에 찾아온다. 그녀는 자신이 입원 중에 읽을 책을 골라준 점원을 찾고 있던 것. 그러나 그녀에게 책을 추천한 점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굉장히 간단한 소품이지만 실제 존재하는 책들이 이야기의 주 소재로 쓰이고 있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등장하는 작품은 총 5권으로 하야시 간지의 "하늘 여행", 가와이의 "산책 - 시골 꽃", 이케다 아키코의 "다얀의 스케치 교실", 아사다 지로의 "다미코", 마지막으로 하인라인의 "여름으로 가는 문"이 그것입니다. 이렇듯 서로 연관성 없는 다양한 종류의 도서를 누가 어떻게 추천했는지를 간단한 추리로 풀어내고 있죠. 물론 이런 추리가 없었더라도 실제 누가 책을 추천했는지를 찾아내기는 별로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되기에 추리물로 보기는 좀 힘들지만... 그래도 여성분들이 아주 좋아할 만한 감성적이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나저나 "다얀의 스케치 교실"은 저도 사고 싶어지는데 이거 큰일이네요...^^

5. 디스플레이 리플레이
출판사가 주최하는 디스플레이 콘테스트에 세후도 서점도 응모하기로 한다. 디스플레이 주체는 아르바이트생 유키. 교코가 담당하는 인기만화 "트로피컬"의 디스플레이라 교코도 적극 협조한다. 그리하여 디스플레이는 멋지게 완성되지만 어느날 그 디스플레이가 심하게 훼손되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인기만화와 그 작품의 표절논란이라는 소재의 이야기인데 추리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모두 공감하기 힘든, 이 단편집의 워스트로 꼽고싶은 작품입니다. 일단 추리가 거의 등장하지 않고 실질적 증거나 단서를 토대로 이루어지지 않기에 추리적으로 점수를 주기 어려우며 이야기 자체도 별로 잘 짜여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네요. 조금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

2009/11/21

 

아톰의 슬픔 - 4점
테즈카 오사무 지음, 하연수 옮김/문학동네

너무 바빠서 블로깅 하기도 힘드네요. 어쨌건 바쁜 와중에 읽은 아톰으로 유명한 일본의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의 칼럼집입니다. 표제작을 비롯한 30편의 컬럼이 실려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다양한 비화를 비롯하여 2차대전 종전 직후 점령군과 일본인들간의 갈등 같은 소재에서 "아톰"이 탄생하였다던지, 초등학교때 은사의 작문 수업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익혀나갔다던지하는 만화 관련 에피소드, 그리고 전쟁의 참상과 과학문명에 의존하는 현 세태에 대한 날선 비판,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결국 우리들의 미래라는 것과 아이들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논하고 있어서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는 "악"에 대해서 논하는 이야기가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악인이 더 매력적이라는 것, 그리고 단순히 선악의 이분법으로 구분하지 말자는 것과 악을 대변하는 이른바 "마이너스 에너지" 라는 발상이 굉장히 독특했거든요.

그러나 너무 어린아이들을 의식해서 쓴 티가 좀 난달까요? 너무 교훈적이고 교육적인 이야기만 가득하기 때문에 좋은 이야기들임에도 불구하고 머리에 남는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또 작가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은 돋보이지만 지금 읽기에는 낡은 이야기들도 많았고 "아톰의 철학" 등 다른 관련도서에 많이 접했던 내용들이라 신선함을 느끼기도 힘들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 만화가의 컬럼집인데도 불구하고 작품의 도판이나 설명이 전혀 없는 텍스트 위주의 책이라는 것은 정말이지 마음에 들지 않네요. 유명한 아톰이야 그렇다쳐도 비중있게 언급된 "그링고"라던가 "네오 파우스트", "MW"같은 작품은 일부나마 소개를 해 주는 것이 바람직했을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높은 별점을 주기는 좀 어렵네요. 조금 더 어렸을때, 더 빨리 읽었더라면 좋았을텐데.... 기대와도 많이 달랐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데즈카 오사무에 대하여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이 책보다도 어린 시절부터의 일대기를 자전적으로 그린 "어머니는 나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하셨다" 만 읽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은 도판이나 만화관련 자료도 충실하게 실려있어서 소장가치도 높은 편이니까요.

2009/11/17

이대수 - 조규수+1 맞트레이드 (2)

 이대수 - 조규수 1 맞트레이드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kbo&ctg=news&mod=read&office_id=144&article_id=0000106601&date=20091116&page=1

여러 커뮤니티에서의 의견을 종합해 볼 때 윤근영 선수로 압축되는 분위기입니다. 사실여부야 잘 모르겠지만 일단 윤근영 선수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1루 - 대타로 쓸만한 한화의 젊은 타자 중 한명이기를 바랬지만 (최진행 선수의 내야 전환?) 이왕지사 이렇게 된거 군필의 젊은 좌완이니 구속만 좀 끌어올려준다면 좋겠군요. 어차피 잉여(?)로 보인 조규수 선수 (죄송하지만 사실이겠죠...) 는 제낀다면 젊은 풀타임 유격수로 좌완 셋업맨을 얻어온 트레이드인데 고생한 이대수 선수의 앞길을 열어준다는 측면으로 받아들이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이대수 선수 새 팀에서 좋은 모습 보여주었으면 하고, 윤근영 선수도 군대 가기전에 활약이 괜찮았던 기억이 있는데 지승민 선수와 더불어 강봉규 선수 - 김덕윤 선수 트레이드같은 결과 말고 (제발!!!!) 이전의 차명주 선수와 같은 불펜요원으로 이적생 신화를 써 주었으면 합니다.

그나저나, 만약 위의 결과가 사실이라면 올시즌은 확실히 시작부터 진야곱 선수를 선발로 밀어줄 것 같네요. 제가 두산팬을 오래 해 왔지만 2010 시즌만큼 견적나오는 좌완이 많은 적이 있었나 싶은데 (금민철 - 진야곱 - 지승민 - 윤근영) 한명이라도 이번에 터져주시길! 개인적으로는 조규수 선수가 터져준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손혁 or 신재웅?)

2009/11/16

이대수 - 조규수 + 1 맞트레이드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109&article_id=0002064511


흠... 이건 또 뭔가요.

풀타임 경력에 코리안시리즈 출장경험까지 갖춘, 기복은 있지만 평균 이상의 수비력에 2할대 중반 타율이 충분히 가능하며 무엇보다 근성이 대단해서 보여지는 스탯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드는 이대수 선수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싸게(?) 넘긴거 아닌가 싶습니다. 조규수 선수야 한때 유망주였고 군필이라는 장점은 있지만 2006년 이후 기록은 전무하고 기억이라고는 만화를 통해서 변화구를 익혔다는 어처구니 없는 기사 뿐인 선수라 어이가 없군요.

이대수 선수는 어차피 두산에 있었더라도 1군 출장이 사실상 많이 어려운 만큼 선수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하지만 두산팬으로서는 굉장히 아깝습니다. 두산이 원래 선수를 위한 트레이드를 잘 하는 구단이지만 이건 너무 퍼준거 아닌가요? 이대수 선수 군문제가 변수이긴 한데 만약 면제라면 이건 정말 희대의 뻘 트레이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조규수 선수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 당장은 +1 이 될 선수를 잘 뽑아오기만을 바랍니다.

2009/11/15

이무리 1,2 미야케 란죠 : 별점 2점

 

이무리 1 - 4점
미야케 란죠 지음/중앙books(중앙북스)

마지행성의 지배일족 카마에서도 고위층의 아들인 듀르크는 학생대표로 선발되어 이웃 행성 룬으로 떠나게 된다. 룬은 모든 카마인의 고향이자 원주민 "이무리"가 살고 있는 행성. 듀르크는 룬에 대한 꿈을 계속 꾸는 등 룬과의 모종의 연관성을 짙게 느끼는데...


독특한 SF 판타지 물로 일단 가장 큰 특징은 이 작품만의 설정과 세계관이 무척이나 방대하다는 것을 들고 싶습니다. 다양한 계급체계는 물론이고 종족별 특징도 상세할 뿐 아니라 내부의 권력 구조 및 힘의 세력관계,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배계급의 독특한 정신 지배 능력인 "침범술"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의 그림체도 캐릭터 구분이 점점 힘들어지는 등 단점은 명확하지만 이야기와는 잘 어울리는 편이고요.

하지만 설정이 방대하고 세밀하다고 해서 무조건 재미있는 것은 당연히 아니겠죠.
오히려 이 작품의 1권은 이러한 방대한 설정의 나열 정도로만 그치고 있어서 재미를 느끼기는 힘들었습니다. 만화라기보다는 설정자료집으로 느껴질 정도였어요. 점차 나아지기는 하지만... 또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성격도 천편일률적이라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특히나 악역들은 평면적이고 유치한 것이 그야말로 다 똑같다 싶을 정도였거든요.
그나마 계속해서 등장하는 "침범술"을 가지고 "브레인 배틀" 형식의 배틀이라도 전개되었더라면 관련된 재미라도 있었을텐데 그쪽으로는 별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도 않아서 의아할 정도였습니다. 상대방의 이름을 알아야된다던가, 단계가 있다던가 등으로 디테일하게 설명되고 있기 때문에 두뇌게임으로 충분히 전개할 수 있었을텐데 단순히 스쳐지나가는 정도로 그쳐서 솔직히 설정이 아까울 정도였으니까요.

다행히도 2권에서 행성 룬에서의 반란이 일어난 뒤 전개가 급박해지기 시작해서 재미가 생기기는 했습니다만, 작품 자체가 독특한 설정 이외에는 굉장히 흔해빠진 소재의 이야기라 생각되기에 ("지구에" 하고 뭐가 다른지도 잘....) 3권부터는 분명한 재미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이후에도 여태까지의 전개와 유사하다면, 과연 연재가 제대로 이어져서 작가의 생각대로 이야기가 마무리 될 수 있을지 살짝 걱정되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평균 2점 정도랄까요? 아직까지는 뭐라 평가하기 좀 어려운데, 한 10권 분량이 되었을때 쯤에서야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긴 하네요.

2009/11/13

트로이메라이 - 시마다 토라노스케 : 만화? 아트? : 별점 3점

트로이메라이 - 6점
시마다 토라노스케 글 그림/중앙books(중앙북스)

31. 트로이메라이 (시마다 토라노스케, 2007)

발파르트라는 오래된 피아노를 통하여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독특한 만화입니다.

작가의 그림부터가 독특할 뿐 아니라 영화를 보는 듯한 연출, 그리고 무엇보다도 발파르트의 역사와 함께하는 인도네시아의 왕녀와 쿠데타, 이란 - 이라크 전쟁, 카메룬과 2002 일본 월드컵이 한데 어우러지는 이야기 전개의 스케일과 깊이가 어마어마하다는 점이 정말 독특하고 신선했어요. 데즈카 오사무상을 탄 이력 및 세밀한 리뷰로 존경하고 있는 대산초어님의 극찬 이유는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그러나 저는 집중하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만화라기보다는 아트라는 느낌이 일단 강했거든요. 제 내공이 부족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호흡으로 읽어나가기에는 조금 힘이 부쳤습니다. 감정의 응축이라는 느낌보다는 단편적 상념을 뒤쫓아가기도 바빴고 말이죠. 또한 이야기도 너무 잔가지가 많이 쳐 있어서 혼란스러운데, 다른 인물들과는 확실히 따로노는 일종의 "퀘스트"에 가까운 카메룬 소년과 저주를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별개로 구분하는게 어땠을까 싶더군요. 물론 이러한 서사구조와 전개는 작가의 의도이기 때문에 제가 뭐라 이야기하기 어렵겠죠. 나이가 들어서인지 인스턴트한, 깊이없는 얄팍함에 빠져드는 제 탓도 크니까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제 취향은 아니었고 재미가 없었던 것도 분명하나 그림과 전개방식은 확실히 특출난 편이라 점수를 깎기 어렵네요. 이 작가의 그림과 서사구조로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이 리메이크 된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PS : 이렇게 상업성 없는 작품의 번역출간을 진행한 중앙북스의 의지에는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2009/11/12

용병찾아 삼만리? 차라리 가르시아, 페타지니 선수를 뽑자!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111&article_id=0000168085


외국인 선수 뽑는데 유난히 짠돌이었던 구단이 뭔가 액션을 취하는 것 같긴 한데 영 미덥지가 않네요.
차라리 이럴바에야 검증된 외국인 선수 가르시아, 페타지니 선수를 영입합시다!
두산의 최약 포지션은 누가 뭐래도 1루수와 우익수인데 이 두선수만 영입하면 야수진은 가히 국내 최강을 구축하게 되는 거잖아요.

1번 중견수 이종욱 - 2번 2루수 고영민 - 3번 좌익수 김현수 - 4번 1루수 페타지니 - 5번 3루수 김동주 - 6번 우익수 가르시야 - 7번 지명타자 최준석 - 8번 유격수 손시헌 - 9번 포수 이성렬(!)

와 멋있다. 6번타자가 좀 공갈스럽고 9번 타자는 검증이 덜 되었지만 누구하나 피해가기 어려운 공포의 타선이 구축됩니다.^^ 홈구장이 잠실구장임에도 한시즌 홈런 200개를 목표로 해도 되겠어요.

최약 포지션이 포수자리인 것이 과거 포수왕국이었던 팀으로서 안타깝지만 현재 국내 리그에서 포수는 다 엇비슷하니 이성렬 선수가 2할 5푼에 15홈런(?) 정도만 쳐 준다면, 수비도 다 평균 이상이고 백업도 이원석 - 임재철 - 김재호 - 민병헌 - 정수빈 선수 등 주전급으로 화려해서 역대로 따져도 국내 최고 야수진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포수 자리를 뺀 전 포지션이 나머지 구단과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고 타력은 대체로 우위에 있는 대단한 라인업이죠. 어차피 올해 별 도움 안되는 외국인 투수 2명으로도 3위는 했으니 이 타선이면 투수진 보강 없이도 2위는 하지 않겠어요?

문제는, 결국 저 두 선수도 두산이 지급 가능한 연봉보다 많이 받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것이겠죠. 쩝. 가르시아 선수가 롯데에 남을 가능성도 무척 높고요.

그래도, 두목곰의 전성기가 완전히 끝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만이라도 보고싶은 깡패곰 타선이라 몇자 적어봅니다.
옛날 우-동-수 에 안-성-기 가 있을때가 좋았지.....

2009/11/10

최근 읽은 개그만화들 짧은 감상

 

바보도 따라할 수 있는 만화교실 - 6점
신조 마유 지음/서울문화사(만화)

전설의 막장 만화가 신조 마유의 만화가 데뷰 일대기를 만화교실 형태로 꾸민 독특한 만화입니다. 사실 학습만화(?) 라고 해도 좋겠지만 신조 마유가 실제로 만화가로 성공하는 내용 자체가 반 이상이 개그라 개그만화로 분류할 수 밖에 없네요. 솔직히 이 작가 작품을 읽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지만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이 만화교실에서 스스로 밝히는 작가의 인생이 드라마틱하고 신념이 확고해서 존경스럽기까지 했습니다.^^ 물장사라니!!!
어떤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은 확실히 뭔가 달라도 다른 법이랄까요? 예전 이시카와 쥰의 "만화의 시간" 이라는 책에서 굴곡많은 인생을 겪은 작가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 글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림과 내용은 대충대충 넘긴 경향이 강해서 만화로서 완성도가 높다고 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신조 마유의 파란만장 일대기를 보는 것 만으로도 그런대로 추천작. 별점은 3점입니다.


햣코 Hyakko 2 - 6점
카토 하루아키 지음/중앙books(중앙북스)

빵빵 터진다기 보다는 잔잔하게 웃을 수 있는 작품으로 고교 신입생 여자아이들의 일상을 다룬 담담한 개그만화입니다. 이런류의 만화야 쎄고 쎘지만 이 작품은 독특한 그림체와 더불어 민폐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주인공인 토라코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좌충우돌 행동으로 인기를 모은 것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쉽게 이야기하자면 토모가 주인공인 아즈망가 대왕이랄까요?
그에 더해서 인기를 끌만한 독특한 캐릭터들, 청순파 - 이른바 츤데레 아가씨 - 체육소녀(?) 등등... 이 대거 포진되어 있다는 점은 왠지 약간 스쿨럼블 느낌도 나더군요. 어쨌건 2권까지는 재미있게, 가볍게 읽기 좋은 만화로 추천할만 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딸리는지 계속해서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전개는 왠지 불안감도 가지게 만드는데 3권을 읽어봐야 이후 전개를 조금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나비효과 - 4점
박성열/중앙books(중앙북스)

국내산 웹툰으로 "반전"을 강조한 만화이긴 하지만 추리닝이나 트라우마같은 선배격 만화와의 차별화 요소가 많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반전 코믹 웹툰이라는것이 지금 읽기에는 조금 낡은 구성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요사이는 초상식, 몰상식 개그만화로 트렌드가 완전히 이동해 버렸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예전에는 재미있게 봤었지만 지금 보니 굉장히 웃긴다, 죽인다 뭐 이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더라고요. 게다가 이 작품의 경우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이미 웹상으로 너무 많이 접하기도 했고 내용도 지나치게 패러디가 많다던가 (특히 슈퍼 마리오 패러디 등) 동어반복적인 개그가 많은 등 (곰과 호랑이 이야기 등) 알차다고 하기는 어렵기에 책으로 또 읽을 필요를 느끼기는 힘들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09/11/09

별의 계승자 - 제임스 P 호건 / 이동진 : 별점 3.5점

별의 계승자 - 6점
제임스 P. 호건 지음, 이동진 옮김/오멜라스(웅진)

달에서 5만년이 경과된 것으로 보이는 우주비행사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우주복 안의 유골은 인류와 똑같은 호모 사피엔스. "찰리"라고 불리우게 된 이 유골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일전에 "해물파전" 님이 댓글로 추천해주신 책인데 이제서야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읽어보니 해물파전님의 추천 그대로 엄청난 하드 SF이기는 하지만 추리소설적인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SF라는 쟝르에 태생적으로 거부감이 있는 (? 예체능과 출신입니다^^) 제가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더군요! SF는 원래 취향이 아닌지라 해물파전님의 정보가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실 이 작품과 같이 인류는 어떻게 유래되고 진화되었는가? 라던가, 진화상의 미싱링크의 이유는? 과 같은 인류의 발생과 진화에 대한 수수께끼를 밝혀나가는 이야기는 널리고 널렸죠. 인류의 기원과 진화에 있어서 외계인이 개입했다는 아이디어 역시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니고요. 그러나 이 작품은 21세기 달에서 발견된 5만년전 유골이 우주복을 갖춰입은 현생 인류와 동일한 호모사피엔스라는 이야기의 발단부터 무척 흥미진진하며 이후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전개 과정이 굉장히 기발하면서도 내용도 대담하고 스케일이 무척 커서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해주고 있습니다. 추리소설로 보아도 괜찮을 정도로 공정한 단서와 치밀한 전개가 맞물려져 있기에 추리 애호가로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마지막의 반전도 좋았습니다. 유물 발굴에 대한 사족은 없는게 나았겠지만...^^;;

또한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찰리가 남긴 유물(?)들을 토대로 제기되는 다양한 단서들, 예를 들면 "달력"과 지형지표, 각종 서류들에 대한 디테일한 언급과 그에 따르는 여러 묘사들 - 찰리의 유체를 토대로 인체에 미친 조석간만의 차를 연구해서 하루의 시간을 알아내어 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밝혀내려 한다던가, 언어를 파악하기 위하여 달력으로 보이는 문서와 개인 서류를 조사하여 공통된 단어를 찾아낸다던가 - 은 하드 SF답게 많은 이론들이 전개되지만 이 역시 추리적인 재미가 곁들여져 있었기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70년대 쓰여졌지만 낡아보이지 않는 상상력 역시 단연 돋보이는 부분이고 말이죠.

이러한 대단한 전개와 비교한다면 캐릭터가 너무 매력이 없는 무미건조한 인물이라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한데 어차피 캐릭터의 매력에 기대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큰 흠으로 보이지는 않네요. 별점은 3.5점입니다. 취향을 좀 타기야 하겠지만 SF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일반 대중들을 만족시킬만한 재미가 있는 매력적인 작품임이 분명하기에 적극! 추천합니다.

PS : 책의 표지 디자인은 지나치게 전위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최소한 제목은 좀 잘 읽을 수 있게 해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아울러 표지가 너무 구김이 많이 가는 소재로 제작된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네요...

2009/11/06

블랙아웃 (Black Out) - 이세형 그림 / 하오 글... 쓴소리 리뷰 : 별점 2점

 

블랙아웃 - 4점
이세형 그림, 하오 글/중앙books(중앙북스)

20대 여대생이 엽기적으로 살해되고, 현장으로 출동한 과학수사팀은 발견된 몇 안되는 단서를 토대로 용의자를 좁히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용의자들의 알리바이가 증명되거나 결정적 단서가 없어 수사는 난항에 빠지게 되는데...

"누가 울새를 죽였나" 이후 오랫만에 읽어본 국산 추리만화입니다. 대산초어님 리뷰에서 저를 언급하시기도 해서 서둘러 읽어 보았습니다.^^ 추리만화는 왠만하면 빼놓지 않으려 하는데 이 만화는 정보가 거의 없었기에 대산초어님 아니었으면 아예 존재 자체를 모를 뻔 했으니 먼저 감사드려야겠네요.

일단 장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상당히 공들여 자료조사를 한 티가 많이 나는 수사과정의 묘사를 들 수 있겠습니다. 좀 지나친 감이 없잖아 있을 정도로 디테일해서 작가 스스로 후기에서 지적한 일부 만화적 과장 및 의도적인 수정을 제외하고는 굉장히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어서 마음에 드네요.

그러나... 이러한 자료조사에 기반한 디테일을 제외하고는 솔직히 좋은 점을 찾기는 좀 어렵더군요.

문제점으로 제일 먼저 들고싶은 것은 캐릭터들입니다. 과거 천재 연쇄살인범과의 모종의 인연으로 이상한 환영을 보는 주인공 오진우 형사가 대표적인데, 왜 이러한 배경 설정이 필요한지 도무지 모르겠네요. 그냥 평범한 과학수사팀 형사로 표현하면 어땠을까 싶은데 작품과는 하등의 상관이 없는 불필요한 설정 때문에 이야기만 괜히 혼란스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속편이나 외전을 의도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설정이 계속 이어질정도로 매력적인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외의 캐릭터들은 너무나 뻔한 스테레오 타입이라 별로 언급할 필요도 없고요.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정말이지 너무 뻔했어요...)

두번째 문제점은 과도한 화면 효과입니다. 원래 웹툰이라고 하는데 웹툰의 특징 중 하나인 올컬러를 잘 살려 인쇄한 책 자체는 좋지만 지나칠정도로 포토샵 효과 등이 난무해서 제대로 이어서 읽기가 힘들었습니다. 중요한 장면에서만 컬러나 효과가 강조되었어야 할텐데 이렇게나 대중없이 쓰이니 작품은 일관되게 강약중간약 없이 강강강...으로 전개됩니다. 나중에는 눈이 아플 정도였어요.

마지막 문제점으로는 기대와는 다르게 추리적인 부분에서 실망감이 컸다는 것을 들고 싶네요. 최초의 엽기적인 여대생 살인사건 자체는 상당한 흥미를 불러일으키지만 이후의 전개가 너무나 기대와는 다르거든요. 별다른 두뇌게임이나 추리는 존재하지도 않고 애초의 범행 동기도 명확하지 않을뿐더러 해당 당사자들 대부분이 죽어버린다는 결말은 첫 범행의 당위성마저 희박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왜냐하면 이럴거면 아예 처음에 년놈을 다 죽이고 자살하지 왜 이리저리 빙빙 돌렸는지가 전혀! 설명되지 않거든요. 이러한 불친절한 전개속에 주인공이라는 녀석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컷만 낭비하고 있으니 재미가 있을리도 없겠죠. 이러한 막장 전개에 비하면 범인의 정체가 역시나 식상한 설정속에 초중반에 예상가능하다는 것은 추리만화로서는 치명적이지만 이 작품에 한해서는 별 문제도 아닌것 같기까지 합니다...

아울러 과학수사 스릴러라는 모토와는 어울리지 않게 과학수사적인 요소는 초반의 검시와 프로파일링같은 현학적인 잔재미를 주는 것 이외에는 사건해결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다른 추리만화에서도 쉽게 보여짐직한 "혈흔"과 실제 용의자를 만나서 증언의 모순점을 찾아내는 단순 탐문 수사가 사건해결의 주요 단서가 된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두가지 단서는 적절하게 잘 쓰이고 추리만화로서 어느정도 가치를 빛내주기는 하지만 기대와는 많이 달랐으니까요.

물론 척박한 국내 추리 환경에서 이정도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 점은 분명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일개 추리 애호가로서 힘을 보태주지는 못할 망정 단순히 문제점만 지적하기는 미안한 상황일 수도 있고요. 그러나 캐릭터와 그림은 그렇다치더라도 추리적인 부분에서의 문제점은 너무나 확실하기에 차기작에서는 꼭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쓴소리 가득한 리뷰를 마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09/11/05

군청학사 - 이리에 아키 : 별점 4점과 3점들

군청학사 1 - 8점
이리에 아키 글.그림/중앙books(중앙북스)

군청학사 2 - 6점
이리에 아키 글.그림/중앙books(중앙북스)

군청학사 3 - 6점
이리에 아키 글.그림/중앙books(중앙북스)

아. 정말 간만에 재미있게 읽은 단편집입니다. 제목이 왠지 멋있는데 푸르른 청춘들이 모여든 장소를 의미한다네요. 내용은 꼭 그런것만은 아닌데 좀 의아하긴 하지만.... 인터넷을 뒤져보니 엠마의 모리 카오루를 연상하신 분들이 많던데 저 역시도 비슷한 화풍과 섬세한 심리묘사를 몇컷의 그림으로 표현하는 솜씨 등 유사한 분위기를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단지 그 정도로만 규정하는 것은 섭섭한 일이겠죠. 여러작가의 장점들이 많이 떠올랐거든요.

첫번째로 연상된 작가는 카페 알파의 아시나노 히토시. 이유는 왠지 모르게 느슨하고 나른한 느낌과 정적인 분위기. 조용한 와중에도 독자의 흥미를 잡아끄는 섬세함과 디테일, 그리고 부드럽게 그린 그림이 그러했습니다.
두번째로 연상된 작가는 카와하라 유미코. (전략 밀크하우스 보다는 단편집때문입니다) 이유는 전형적인 중세풍 판타지를 비롯해서 로맨틱 코미디, 청춘드라마, 학원물 등 쟝르를 가리지 않고 넘나들면서도 그 수준이 일관되게 유지되는 대단한 능력 때문입니다. 저는 약간 코믹한 분위기의 단편들이 마음에 들기는 했지만 다른 작품들도 허투루 보기 힘들정도의 완성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놀랍더군요.
세번째로 연상된 작가는 백귀야행의 이마 이치코. 이유는 이마 이치코의 오리엔탈 판타지에서 느껴졌던 복잡한 설정과 진한 여운, 그리고 특유의 코믹함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진지한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작가가 굉장히 유쾌한 인물이 아닐까 여겨질 정도로 작품들에 짙게 배어있는 유머 덕분에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네번째로 연상된 작가는 아토리 케이코. 단편 중심이라는 것과 밝고 따뜻한 이야기들을 여유있는 화풍으로 그리고 있다라는 것이 정말 놀랄만큼 유사하죠. 아토리 케이코 보다는 조금 더 스케일이 큰 이야기들이 많고 드라마를 강조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정말이지 비슷했어요. 아토리 케이코는 이미 고인이 되신지라 더 많은 작품을 접할 수 없다는것이 안타까왔는데 이리에 아키가 그 빈자리를 채워주지 않을까 기대도 많이 되고요.
다섯번째로는 섬세한 심리묘사, 그리고 유머와 더불어 일상속에서 디테일을 잡아나가는 분위기가 왠지모르게 요시나가 후미를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었기에 언급하고 싶네요. 작풍과 표현 방식은 전혀! 전혀 다르지만 뭔가 감수성이랄까? 그런게 좀 비슷했던것 같달까요...
마지막으로 연상된 작가는 TONO. (구태여 작품을 고르자면 "카오루씨의 귀향") 기발하고 독특한 설정으로 이야기를 꾸며나가는 것과 유머가 작품에 전체적으로 녹아있다는 것이 비슷했습니다. 판타지에 강점을 보이는 것도 유사했고 말이죠.

하지만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에피소드들이 고르게 완성도가 높다고는 하지만 2권의 "북의 십검"같이 별다른 특색없는 이야기도 있고 첫번째 이야기 외에는 그닥 새롭지 않은 핑크 초콜릿 에피소드 연작은 좀 지루하기까지 하더군요. 또한 별다른 이야기 전개 없이 특정 상황에만 집중한 에피소드들이 많은데 이러한 방식으로 보다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압축해서 전달하는 작품들도 많지만 여운만 가득할 뿐 이야기를 따라가기 어려운 작품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1권의 "이계의 창" 이나 "숲으로" 를 들 수 있겠고... "박명" 같은 경우는 여주인공이 사실은 장님이었다.. 같은 작은 반전이라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고 말이죠. 아울러 3권은 1, 2권에 비해 작화나 구성에 힘이 떨어져 보인것도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그래도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개인적인 베스트 에피소드로는 1권에서는 "포로공주"와 "선생님 저는"을, 2권에서는 "니논의 사랑"을, 3권에서는 "빨간 지붕의 집"을 들고 싶네요. 별점은 1권은 4점, 2권과 3권은 3점입니다. (2권은 너무 평범했던 "북의 십검"이 절반 이상 분량이라 점수가 깎였고 3권은 앞서 이야기한데로 1,2권에 비해 완성도가 조금 떨어져 보여서 감점했습니다) 
대체로 평균이상은 하는 작품들임에는 분명한만큼 수수하면서도 여유롭고, 그러면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즐시기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일단 1권부터 챙겨보시기 바랍니다.

2009/11/04

대결! 궁극의 맛 - 츠치야마 시게루 : 별점 3점

 

대결! 궁극의 맛 2 - 6점
츠치야마 시게루 지음/중앙books(중앙북스)

요새 읽은 만화들 37

"신장개업"과 "먹짱" 등으로 요리만화계에서 입지를 굳힌 츠치야마 시게루의 신작입니다. 대산초어님의 글을 읽고 관심도 갔고, 워낙에 요리만화를 좋아하던 차에 좋은 기회가 생겨 읽게 되었습니다.

그나저나... 2권까지밖에는 진행되지 않았지만 여태까지 보아왔던 요리만화중에서 가장 독특한 만화더군요. 사실 제가 그동안 읽었었던 츠치야마 시게루의 과거 작품 2편도 정통 요리만화라고 보기는 좀 어려운 (신장개업 - 명요리사가 망해가는 식당을 살리는 전문가로 활약하는 이야기 / 먹짱 - 대식대결, 즉 푸드파이팅 이야기) 내용이었지만 이 만화는 한술 더 떠서 아예 "요리하는 장면" 이라던가 실제의 요리 자체는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교도소의 재소자들이 자기가 먹었던 가장 맛있었던 요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승부가 펼쳐지는 내용으로 모든 요리들이 (일부 교도소 제공 음식을 제외하고는) 단지 등장인물들의 추억담으로만 펼쳐진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이거야말로 발상의 전환!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꾸미면 억지스럽지 않게 다양한 요리를 소개하고 이야기를 끌어나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더군요. 등장인물들의 직업과 나이, 고향도 제각각이라 캐릭터나 배경 이야기도 무궁무진하게 끌어낼 수 있을테고 말이죠,
무엇보다도 나오는 요리들이 과장되거나 화려한 대신 재소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평범한 것들이라는 것, 그리고 그러한 요리들을 벅찬 감동으로 눈물이 넘치는 등의 과장된 묘사 없이 단지 "먹고싶다"라는 원초적 감정만 전달하는 절제된 묘사가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그냥 맛있는건 먹고싶다라는 생각 정도면 충분하잖아요? 음식 하나로 거의 지구를 구하는 듯한 과장된 묘사가 넘쳐나는 작금이 요리만화 현실에 이런 묘사를 보여주다니 정말 놀랍고도 반가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은 있습니다. 일단 인물들의 작화가 전작들에 비교한다면 좀 엉망입니다.예를 들자면 1권의 주인공급인 슌스케와 죠지, 2권의 류지는 인물을 도저히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약간의 눈매와 흉터 정도의 차이?) 유사하고 그 외의 인물들도 컷마다 인물 뎃셍이 조금씩 어그러지는 등의 문제를 보이거든요. 또 1권에 비하면 동일한 포맷이 단지 교도소 방만 바뀌어 진행되는 2권부터는 조금 식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뭐 이건 좀 더 지켜봐야겠죠.

그래도 앞서 이야기한 독특한 설정에 츠치야마 시게루의 정성들인 요리 그림은 돋보이는 편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작가의 요리그림은 그 요리에 대한 정보를 전해주는 측면에 있어서는 거의 당대 제일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단순히 요리사들의 배틀물이나 레시피를 전달해주는 요리 정보물로만 명맥을 이어오던 기존 요리만화에 식상하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PS : 1권에 등장하는 전직 형사 죠지가 "먹짱"의 전설적 푸드파이터 죠지일까요? 조금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2009/11/03

100년의 난제 푸앵카레 추측은 어떻게 풀렸는가 - 가스가 마사히토 / 이수경 : 별점 3점

 

100년의 난제 : 푸앵카레 추측은 어떻게 풀렸을까? - 6점
가스가 마사히토 지음, 이수경 옮김, 조도상 감수/살림Math

언젠가 EBS에서 방영 예고했던 동일한 내용의 다큐를 놓쳐서 무척이나 안타까왔었는데 간만에 본가에 가니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던 NHK PD 가스가 마사히토가 쓴 이 책이 있어서 빌려오게 되었네요.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이 책은 크게 두가지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제목 그대로 "푸앵카레 추측"이 무엇인지와 그 수학상의 어마어마한 난제를 어떻게 풀게 되었는지를 약 반세기에 걸쳐 관련 인물과 이론을 추적하며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는 것, 그리고 또다른 한가지는 이 푸앵카레 추측을 푼 수학자 페렐만에 대한 이야기죠.

이중 첫번째 이야기는 제가 수학과는 담을 쌓은 사람이라서 완벽한 이해는 불가능했지만 이 추측의 가장 중요한 핵심, 즉 "우주공간"에서 끈을 당긴다... 라는 것 정도만 머리에 집어 넣어도 이해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자세하게 쓰여져 있어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상화된 다큐멘터리에 근거한 책이다보니 여러가지로 쉽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군데군데 묻어나고 있거든요. 이러한 고등수학을 쉽게 설명하기는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겠지만 이 책은 상당한 수준으로 잘 해내고 있습니다. 이쪽 바닥의 명저인 과거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는 책이 연상될 정도로요. 그 외의 Q.E.D에서나 접해봤던 필즈상 이야기라던가 이런저런 친숙한 용어들도 반가운 부분이었고 말이죠.

그러나 두번째 이야기, 즉 수수께끼의 수학자 페렐만에 대한 이야기는 솔직히 기대 이하였습니다. 어려운 수학상의 난제를 해결하고도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할 수 있는 필즈상과 클레이 수학연구소에서 내건 상금 100만불까지 거부하고 현재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은둔하며 사는 페렐만이라는 인물에 대해 피상적인 정보만 쫓을 뿐, 결국 페렐만이 왜 상과 상금을 거부했는지와 지금 뭐하고 사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한 채 이야기를 마무리하기 때문에 김이 확 빠져버렸어요. 수수께끼만 나열한채 해답없이 끝나는, 2권짜리 추리소설에서 전편만 본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첫번째 이야기가 쉽고 재미있었으며 이런저런 아이디어 같은 것도 얻을 수 있던 만큼 자료적 가치도 있기에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는 것은 명확합니다. 재미없고 실망스러웠던 두번째 이야기도 이런저런 상상의 여지가 많아 최소한의 흥미거리는 되니까요.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페렐만 박사는 도대체 뭘 하고 있을까요? 푸앵카레 추측을 발판으로 뭔가 다른 새로운 증명에 돌입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왠지 푸앵카레 추측을 해결하며 쌓은 노하우를 통하여 지구, 아니 우주를 정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새로운 연구를 하고 있을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드네요. 이런이런... 만화를 너무 많이 본건가......

디스트릭트9 - 네일 블롬캠프 : 별점 3점


인터넷상의 엄청난 호평 때문에 보게된 영화입니다.

그런데 넘치는 대단한 호평이 개인적으로 썩 납득이 가지는 않더군요. 서로 다른 종족(?), 그것도 주종족에게 굉장히 천대받는 종족을 박해하는 최일선에 서 있는 인물이 서서히 천대받는 종족으로 변해가며 자기 자신도 변해간다는 이야기는 정말이지 쎄고 쎈 이야기라 생각되거든요.
탈출한 안드로이드를 잡아죽이는 킬러가 스스로가 안드로이드임을 알게되고 안드로이드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라던가, 게이를 박해하던 마초가 스스로의 성 정체성에 눈뜨며 자기 자신이 게이임을 알게된 후 다른 마초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한다는 이야기라던가, 흑인을 박해하던 인종차별주의자가 자기 자신의 핏줄에 흑인의 피가 흐른다는 것을 알게되는 이야기라던가... 경성탐정록 식으로 변주하면 조선인을 박해하던 일본인 지주의 젊은 아들이 자기가 조선인 하녀에게서 태어난 사생아라는 것을 알게된다고 바꿀 수도 있겠네요.
어쨌건 이러한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이지 흔하디흔한 이야기가 아닌가 보여집니다. 외계인이라는 설정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새롭게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아무래도 아쉬워요.

물론 마지막 외계인 크리스토퍼가 탈출하며 과연 돌아올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라는 문제와 외계인으로 변한 비커스가 사랑을 잃지 않는다는 여운의 결말은 충분히 인상적이며, 극단적 이기주의자에 가까운 비커스가 막판에 거의 "히어로" 급으로 거듭나게 되는 극적인 장면과 더불어 펼쳐지는 액션은 굉장히 화려해서 볼거리가 많은 영화임에는 분명합니다. 특히 이 마지막 액션씬에서 펼쳐지는 헐리우드영화에서 보기 드문 파워드 슈츠(?)액션과 고어에 가까운 폭죽쇼는 확실히 재미있었어요. 헐리우드스럽지 않은 전개와 촬영도 마음에 들었고 말이죠.

때문에 결론적으로 재미만 놓고 따진다면 별점 3점은 충분한 영화로 만족스럽게 관람하긴 했습니다. 뭐 이 영화가 새롭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다 제 나이 탓이겠죠... 이제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하는 나이가 되어버린 것 같네요. 쩝.

2009/11/01

고백 - 미나토 가나에 / 김선영 : 별점 3점

고백 - 6점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비채

자신이 근무하던 학교에서 사고로 딸을 잃은 교사가 봄방학을 맞아 마지막 조회에서 학생들 앞에서 충격적 사실을 밝히기 시작한다. "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반에 있습니다"....

* 스포일러가 약간 있습니다. 읽으실 분들은 미리 염두해 주시기 바랍니다.

처음 출간소식을 알았을때에는 그닥 구입생각이 없었는데 인터넷을 통해 너무나 많은 호평을 접해서 구입하게 된 책입니다. 워낙 많은 상을 탔기 때문에 혹한것도 있죠.

그런데 제게는 그냥 평균작 수준이었어요. 대단한 작품이다... 라는 생각을 가지기에는 좀 부족했거든요.
물론 1인칭 시점의 고백으로 시작하는 "성직자"라는 단편은 대단했고, 이 첫번째 단편에서 시작되는 이야기가 등장인물을 바꾸어가며 극단적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는 형식도 독특해서 - 두번째 단편 "순교자"는 서간문 형태, 세번째 단편 "자애자"는 일기, 네번째 단편 "구도자"는 1인칭 추억담, 다섯번째 단편 "신봉자"는 유서, 마지막 단편 "전도자"는 전화통화라는 형태 - 이러한 형식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기 위한 작가의 고민과 노력이 눈에 선할 정도에요. 또 그만큼 충분한 재미는 가져다 주고 말이죠.

그러나 기본 설정과 캐릭터가 너무 현실적이지 못해서 끝까지 몰입하기는 좀 어려웠습니다. 특히나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비현실적인것은 큰 문제로 생각됩니다. 주인공의 한명인 슈야가 대표적이죠. 유년기의 애정결핍으로 삐뚤어진 양심을 지니게 된 천재라는 설정도 뻔하지만 묘사된 캐릭터가 너무 극단적이라 감정이입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작품 후기 등에서 소개되기를 등장인물 이력서가 있고 그 이력서에 기반하여 작품이 정교하게 짜여져 있는 것처럼 홍보되고 있는데 사실 슈야 캐릭터는 그동안 만화에서 흔히 보아왔던 인물 설정이기도 하죠. 읽자마자 저는 "암즈"의 건방진 천재 쌍둥이 알과 제프가 연상되었거든요. 그나마 요새는 만화에서도 쓰이지 않는 케케묵은 설정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요. 슈야에 비하면 작위적이기는 하지만 작중에 등장하는 AIDS에 걸린 세상을 바꾸는 철부지 선생이나 다양한 약품을 손에 넣는 중학교 여반장같은 캐릭터는 그나마 약과겠죠...

게다가 아무리 천재라고 하더라도 건물을 날려버릴만한 폭탄을 현실세계의 중학생이 제조한다는 것과 마지막으로 모리구치 유코가 그 폭탄을 옮겨 놓는다는 것은 황당의 극치더군요. 결국 모리구치 유코 역시 자기가 가르치던 학생들 수준으로 자기합리화에만 골몰하는 뻔뻔한 인물이라는 것을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모리구치 유코의 경우 하나뿐인 혈육이 죽었으므로 복수심에 불타는 것은 충분히 이해되긴 하지만 이렇듯 이후의 전개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당위성이 서서히 희박해져 가는것이 뒤로 갈 수록 너무 막가는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거야 캐릭터들의 설정이 설득력이 없는 것과 연관되어 있는 문제이긴 합니다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단죄라는 것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천사의 나이프"처럼 법적인 저촉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 범죄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첫 단편 이외의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복수극으로 보기도 힘들며 추리물로 보기에도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분명히 재미있고 독특한 작품이긴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현실성이 떨어지는 등 단점이 확연하기에 그냥 첫번째 단편으로 끝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