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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5

마구 - 히가시노 게이고 / 이혁재 : 별점 2.5점

 

마구 - 6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재인

가이요 고교 야구부의 주장이자 포수인 기타오카가 살해된다. 경찰이 그의 앨범에서 발견한 것은 "마구를 보았다"라는 수수께끼의 메시지. 그 뒤 초고교급 천재 에이스 스다마저도 오른팔이 잘린 끔찍한 시체로 발견된다. 시체 근처에 피로 쓰인 "마구"라는 메시지와 함께...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 스다 다케시라는 초고교급 천재 투수를 중심으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을 그린 작품입니다.

장점부터 이야기하자면 뭐니뭐니해도 "야구"를 주요 소재로 삼고 있다는 것입니다. 추리소설과 야구 모두를 좋아하지만 야구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는 엘러리 퀸의 단편을 제외하고는 <스트라이크 살인> 밖에는 접해본 게 없어서 무척 반가왔어요. 개인적으로 프로야구 팬이기도 하니까요.
단지 소재만 좋은게 아니라 내용도 흥미진진하더군요. 두개의 사건, 기타오카와 스다 살인사건과 도자이 공업사를 노린 폭탄 테러가 연결되는 구조가 꽤 그럴 듯할 뿐더러 "마구"의 정체가 본인도 제어할 수 없는 손가락의 마비로 일으키는 우연이라는 아시하라의 증언으로 모든 진상이 밝혀지는 전개는 추리소설 애호가이자 야구팬인 저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확실히 초기작이기 때문인지 단점도 명확합니다. 특히 장점이라고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야구 쪽 문제가 커요. 아무리 감독이 허수아비라고 해도 그렇지 에이스의 부상을 눈치채지 못한다는 것도 말이 안돼고 아픈 상태에서 강속구를 던져가며 시합에 임한다는 것도 현실적이지 못한 부분이었어요.
그리고 정교하고 냉정하다는 스다가 왜 친부를 이용할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설명되지 않는 점도 의문입니다. 어깨 부상으로 프로에 진출하지 못하게 되면 가장 유력한 대안일텐데, 어줍잖은 자존심으로 넘길 이유가 없잖아요?
기타오카가 도서관에 빌린 책의 제목을 알려주지 않는 점, 죽세공에 사용되는 도구의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점 등 추리에 있어서 불공정한 부분도 눈에 거슬렸고요.

그래도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구태여 초기작이라는 것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재미 하나만큼은 확실하거든요. 확실히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게 맞는 것 같아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단, 야구를 별로 좋아하시지 않는다면 조금 호감도가 감소할 수는 있다는 점은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12/08/23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상) - 스티븐 킹 / 조영학 : 별점 2.5점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 상 - 6점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하) - 스티븐 킹 / 조영학 : 별점 2.5점

먼저 읽었던 하권에 이은 상권.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제4호 부검실
검은 정장의 악마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다
잭 해밀턴의 죽음
죽음의 방
엘루리아의 어린 수녀들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그다지 무섭지 않으며 강한 심리 묘사가 중심이라는 특징은 하권과 동일합니다. 그래도 교훈적인 주제는 하권만큼 많지는 않더군요. 조금 더 재미에 치중한 작품들이었습니다. 별점은 2.5점. 개인적인 베스트는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다>입니다.

<제 4호 부검실>
의식이 있지만 몸 전체가 마비된 주인공이 부검실에서 부검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 것을 깨닫는다는 스릴러. 그에게 닥칠 부검이 언제 시작될 것인지에 대한 긴장감이 부검실 의사들의 유머러스한 대화와 맞물린다는 점에서 블랙코미디같은 느낌도 큽니다. 결말이 예상대로이긴 하나 코미디로 보면 괜찮은 듯. 별점은 2.5점입니다.

<검은 정장의 악마>
한 노인이 20세기 초엽, 자신이 아홉살 때 만났던 악마에 대해 털어놓는다는 내용. 너새니얼 호손의 <영 굿맨 브라운>에 대한 개인적 헌사이며 킹 본인은 별볼일 없는 결과물로 생각했지만 반응도 좋았고 상도 탔다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킹 의견에 동의합니다. 별볼일 없었어요. 호손 시대에 쓰여진듯한 오래된 감수성이 확실히 느껴지기도 했을 뿐더러 별로 무섭지도 않았거든요.
게다가 전개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악마가 왜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거짓말을 했는지 알 수가 없고 제대로 추격하지 않은 이유도 명쾌하지 못한 등 떡밥만 가득할 뿐이라서 말이죠. 중후반부 악마와의 추격전 하나만큼은 긴장감이 넘치지지만 단점이 워낙 명확하기 때문에 별점은 2점입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다>
한 세일즈맨이 자살을 하려다 평생 모은 화장실 낙서에 대한 노트의 처리를 놓고 고민한다는 드라마. 탁월한 심리묘사에 화장실 낙서라는 이질적인 소재를 잘 어우른 걸작 소품. 길이도 적당할 뿐더러 삽입된 낙서들이 참 적절하더군요. 그리고 열린 결말이 정말 잘 어울렸습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잭 해밀턴의 죽음>
딜린저 갱단의 일원이었던 잭 해밀턴의 죽음을 딜린저의 오른팔 호머 반미터가 회고하는 안티 히어로 물이자 신화이자 팩션. 실제로 있었음직한 생생함이 압도적입니다. 딜린저에 대해 모르면 즐기기 어렵다는 단점은 있지만...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창작 동기가 킹이 호머 반미터가 파리에 올가미를 던지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라고 하는데 단지 그 정도의 소스로 이렇게나 그럴듯하게 이야기를 꾸며내다니, 역시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 하나만큼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구나 싶더군요. 별점은 3점입니다.

<죽음의 방>
남미 한 국가 고문실에 잡혀온 미국기자 플레쳐의 탈출을 그린 모험물.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전개가 일품인, 서스펜스 하나만큼은 최고로 치고 싶은 작품입니다. 금연한 사람에게 담배를 피고 싶게끔 만드는 효과도 있는데 흡연 장려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지나치게 낙관적인 결말은 그닥이나 흥미진진한 것은 확실하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엘루리아의 어린 수녀들>
<다크 타워> 시리즈의 번외편 단편이라고 합니다. 원전을 읽지 않아 세계관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느낌은 <북두의 권> + <트라이건> 정도 되려나요? 이 작품집에서 가장 긴, 중편에 가까운 길이를 자랑합니다.
일단 수녀들의 정체, 녹색 괴물들과 끔찍한 벌레들이 등장하는 등 호러 판타지로서의 묘사와 설정은 좋습니다. 그러나 포로가 된 히어로와 그를 돕는 비련의 히로인 그리고 둘에게 닥친 비극적 결말이라는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에서 조금도 더 나아간 것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이래서야 인어공주의 다크버젼일 뿐이죠. 물거품이 아니라 벌레가 되었을 뿐.
때문에 제게는 알맹이가 별로 없는 흔해빠진 호러 판타지였을 뿐입니다. 젤라즈니가 왜 대단한지 다시금 느끼게 해 주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사람을 자살로 유도하는 초능력을 가진 딩크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관에 고용되어 안락한 삶을 누리지만 자신이 살인에 이용되었음을 깨닫고 탈출을 결심한다는 이야기.
설정도 흥미진진하고 이야기도 재미있기는 한데 영화로 따지면 기본 설정과 주인공 소개 후 막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려 할 때 끝나는 느낌이에요. 기-승 까지만 있다는 느낌? 그래서 완성도는 높이 쳐주기 어렵네요. 뒷부분을 따로 본다면 모를까.
덧붙이자면 작가 스스로 밝힌, 창작 동기인 잔돈을 버리는 청년에 대한 설명도 그닥 잘 되어 있지 않더군요. 별점은 2점입니다.

2012/08/20

늑대인간 - 스티븐 킹 (스테판 킹) / 혜민 : 별점 2점

 

늑대인간 - 4점
스테판 킹/혜민

악마의 분신 (Silver Bullet.1985)

장르물 리뷰의 달인이신 잠뿌리님의 영화 리뷰를 읽고 집에 있던 소설을 꺼내어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아서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거든요.

일단 책 소개부터 하자면 원제는 <Cycle of the Werewolf>. 중편이라고 하기도 힘든, 약간 긴 단편 분량의 작품으로 늑대인간의 첫 출현과 살육에서부터 딱 일년간의 활약을 다루고 있습니다.
중후반부까지는 한달 단위로 매월 보름달 밤 벌어지는 늑대인간의 살육을 그리고 있으며, 후반부 (4/4분기) 에는 유일한 습격의 생존자이자 늑대인간의 정체를 알게 된 마티의 활약으로 늑대인간이 퇴치된다는 전개를 보여주는데 잠뿌리님의 영화 리뷰와 마찬가지로 마티가 늑대인간의 정체를 알게 된 후부터가 진짜 재미라 할 수 있습니다. 정체가 기상천외할 뿐 아니라, 마티가 편지를 보내면서 도발하는 과정도 흥미진진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마티의 가족이 시체를 가지고 어떻게 경찰에게 설명할 것인지에 대한 후일담도 궁금했습니다만.....
덧붙이자면 삽입된 일러스트의 수준이 높아서 책의 가치를 더해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화작가 Bernie Wrightson의 작품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전체적인 묘사에서 스티븐 킹스러운 느낌이 별로 드러나지 않으며 내용적으로도 많은 축약이 느껴지는 점에서 아동용으로 기획 / 번역된 책이라 생각되기도 합니다. 좀 어린 연령대의 스티븐 킹 초심자가 읽기에 적합한 작품으로 보이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2012/08/17

12인의 상냥한 암살자 1~2 - 후지에다 토루 : 별점 2점

12인의 상냥한 암살자 1 - 4점
후지에다 토루 지음/대원씨아이(만화)

12인의 상냥한 암살자 2 - 4점
후지에다 토루 지음/대원씨아이(만화)

카리스마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카루가의 진짜 정체는 악을 벌하는 12인의 암살자 중 한명인 라이브라 (천칭). 그가 친구인 배우 타카기의 실종사건을 조사해 나간다는 내용의 추리 스릴러물.

12인의 암살자를 다룬 원작의 코미컬라이즈판. 그래서인지 기본 설정에 대한 설명이 좀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암살자로서의 이카루가의 모습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 등이죠.
그래도 두권이라는 분량 치고는 내용과 설정을 잘 녹여내고 있고 원작을 읽지 않아도 내용 이해에는 문제가 없는 수준입니다. 제목과는 다르게 실제 주인공은 타카기의 연인 마아야이며 암살자 이카루가의 모습이나 능력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암살자 관련한 설정은 좀 유치해 보였거든요. 차라리 작중에서처럼 "화장 솜씨"가 뛰어난 탐정 역할 정도만 수행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그랬더라면 타카구치 사토스미의 <무지개색 가면>과 비슷했으려나요?)

추리적으로 평가하자면 대단한 트릭이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모든 것이 F가 된다>와 설정면에서 유사성이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러나 진상과 반전은 괜찮은 편이에요. "불사"라는 복선의 쓰임새 및 구두, 모리노의 가족 관계등 주요 단서들이 공정하게 제시되는 등 깔끔한 전개도 좋았고요. 덕분에 결말까지 쉽게 쉽게 읽히는 맛이 있었습니다.

물론 사무국장 우가 등이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는 이유, 10대 소녀들에게 인체실험을 한 이유, 타카기를 왜 바로 죽이지 않았는지 등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긴 합니다. 별점은 2점.
하지만 순정만화풍의 추리-히어로물로는 괜찮은 수준인 만큼 가벼운 순정 추리물을 좋아하신다면 볼만하실 것 같네요. 순정만화 탐정 히어로라는 측면에서는 아키노 마츠리의 <가면탐정>과 비교해볼만 한데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훨씬 좋았습니다.

2012/08/16

세계 10대 추리소설 리스트 정리 (Brutus 397호 참고)

 이런 리스트는 별로 신뢰하지 않지만 요청도 있었고 마침 자료가 있기에 몇자 정리해서 올려봅니다. 일본 잡지 Brutus에서 전문가 대상으로 선정한 리스트 중심입니다. 90년대 후반 자료이니 과거의 리스트에 비하면 그래도 최신 작품이 몇개 있긴 하지만 대표작들은 역시 대동소이하네요.


<2007.3.19 첫 작성>
<2012.08.16 링크 추가>
<2014.08.01 링크 추가>
<2020.02.01 링크 추가>

오토 펜즐러 (유명 추리 평론가 및 전문서점 "미스테리어스 북 숍" 점주) 선정 All Time Best 10
1. 윌키 콜린즈 "백의의 여자"
2. 코넌 도일 "바스커빌가의 개"
3. 코넬 울리치 "상복의 랑데뷰"
4. 아이라 레빈 "죽음의 키스"
5. 더쉴 해미트 "말타의 매"
6. 로스 토마스 "대역전"
7. 다프네 뒤 모리에 "레베카"
8. 프레드릭 브라운 "이상한 나라의 살인"
9. 토머스 해리스 "레드 드래곤"
10. 애거서 크리스트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제이 퍼설 (미스테리 전문 서점 "세익스피어 & 컴퍼니" 원 바이어) 선정 All Time Best 10
1. 레이몬드 챈들러 "기나긴 이별"
2. 더쉴 해미트 "유리 열쇠"
3. 제임스 M 케인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
4. 코넌 도일 "셜록 홈즈의 모험"
5. 제임스 크램리 "안녕 달콤한 입술이여"
6. 짐 톰슨 "Pop.1280"
7. 죠너던 래티머 "Solomon's Vineyard"
8. 로스 토머스 "대역전"
9. 엘모어 레오나드 "Unknown Man #89"
10. 토머스 페리 "도망친 킬러"

죠 구글릴메리 & 포니 크레슨 부부 (뉴욕의 유명 추리소설 전문 서점 블랙 오키드 점주) 선정 All Time Best 10
1. 더쉴 해미트 "말타의 매"
2. 레이몬드 챈들러 "안녕 내사랑"
3. 로스 맥도널드 "걀톤 사건"
4. 애거서 크리스티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5. 렉스 스타우트 "네로 울프 대 FBI"
6. 죠세핀 테이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7. 로렌스 블록 "800만가지 죽는 방법"
8. 로버트 B 파커 "초추 (첫가을)"
9. 패트리시아 하이스미스 "낯선 승객"
10. 엘러리 퀸 "꼬리 아홉 고양이"

기타 :

세계 10대 추리 소설 (히치콕 매거진 선정 / 동률이 있어서 총 12작품) :
1. 엘러리 퀸 "Y의 비극"
2. F.W 크로프츠 "통"
3. 반 다인 "비숍 살인사건"
4. 반 다인 "그린 살인사건"
5. 윌리엄 아이리쉬 "환상의 여인"
6. 애거서 크리스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7. 이든 필포츠 "빨간머리 레드메인즈"
8. 가스통 르루 "노란방의 비밀"
9. 레이몬드 챈들러 "기나긴 이별"
10. 이든 필포츠 "어둠속의 목소리"
11. 애거서 크리스티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12. 코넌 도일 "바스커빌가의 개"


동서미스터리 베스트 100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하) - 스티븐 킹 / 조영학 : 별점 2.5점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 하 - 6점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

읽다보니 두번째 권부터 읽게된 스티븐 킹의 단편집. 이전의 <스켈레톤 크루>가 80년대 작품 중심이라면 이 책은 90년대 이후의 비교적 최신작이 실려있습니다.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L.T.의 애완동물 이론
로드 바이러스, 북쪽으로 가다
고담 카페에서의 점심식사
데자뷰
1408
총알 차 타기
행운의 동전

특징을 살펴보자면 일단 <1408>이외의 모든 작품들이 1인칭의 강한 심리 묘사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독특합니다. 또한 <스켈레톤 크루>와 같은 예전 작품들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상황이 그려지고 그 상황이 어떻게든 종료가 되었었죠. 그런데 여기서는 알 수 없는 상황 그 자체만이 중요한 것으로 묘사된다는 차이가 큽니다. 앞서 말한대로 그 상황에 대한 혼란스럽고 복잡한, 강한 1인칭 심리묘사를 통해서 말이죠.
마지막으로 호러 소설인줄 알고 읽었는데 교훈적인 주제를 갖고 있다는 것도 특이한 점이었습니다. - 결혼 생활의 중요성 (L.T의 애완동물 이론, 데자뷰), 어른들이 하는 말은 잘 들어야 한다 (1408), 어머니 계실때 잘해라 (총알 차 타기), 담배를 끊어라 (고담 카페에서의 점심식사 / 총알 차 타기) - 등인데 우화같은 느낌을 전해주기도 하더군요.

결론적으로 묘사가 강화되고 주제의식은 깊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호러"라는 측면에서는 예전 80년대 작품들에 미치지 못했어요. 물론 작품성이야 더 좋아졌을 수도 있고 완성도도 나쁘지는 않으나 막 달려주던 젊은 시절 그의 작품이 제게는 더 취향이네요. 스티븐 킹도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달까요? 별점은 2.5점. 개인적인 베스트는 <고담 카페에서의 점심식사>입니다.

덧붙이자면 각 단편 서두에 스티븐 킹이 친절하게 작품에 대한 해설을 붙여 놓았는데 꽤 재미있더군요. 작품 본편보다 해설이 탁월하다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L.T의 이론 애완동물>
화자의 동료 L.T가 자기를 버리고 떠난 아내에 대해 떠벌이는 수다가 내용의 거의 대부분인 작품. 결말 부분에 그녀가 연쇄살인범의 피해자가 되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끝나기는 하나 진상이 속 시원하게 드러나지 않아서 답답한 느낌이 더 큽니다. 그래서 룰루는 어떻게 되었는지? LT가 죽이고 고양이 먹이로 줬다는 이야기? 좀 더 깔끔하게 끝맺는게 더 좋았을 것 같아요. 별점은 2점입니다.

<고담 카페에서의 점심식사>
갑작스럽게 의외의 장소에서 정신병자 살인마와 격투를 벌인다는 액션 슬래셔 호러. 주인공의 심리묘사와 이혼을 앞둔 아내와의 디테일한 싸움이 깨알같은 재미를 전해줍니다. 블랙코미디 느낌도 나더군요. 조금 과장하자면 스크루볼 코미디?
게다가 예상했던 해피엔딩 (역경을 헤쳐나간 두명이 다시 재결합한다는) 이 아니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별점은 3점입니다.

<데자뷰>
두번째 신혼여행 중인 중년부부 아내의 1인칭 심리묘사를 통해 그려지는 무간지옥 이야기. 특유의 시각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묘사는 탁월하나 어디선가 본듯한 내용과 설정이라 딱히 새롭지는 않더군요. 반복의 원인에 대해서 뭔가 설정이 한개정도 더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별점은 2점입니다.

<1408>
유혹하는 글쓰기에도 소개되었었고 존 쿠색 주연의 영화로도 알려진 작품이죠. 이 단편집에서 가장 읽고 싶었던 작품이었습니다.
도입부에서 지배인이 귀신들린방 1408호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부터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진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방에 대한 묘사는 러브크래프트를 연상시키기도 하는게 역시나 제법이었어요.
그러나 기대에는 살짝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결말이 "그래서 어쩌라고" 거든요. 그 방에 귀신이 있다는게 전부일 뿐이니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총알차 타기>
어머니의 급작스러운 뇌졸증 발병을 알게 된 대학생 앨런이 히치하이킹으로 고향에 돌아가다가 사신을 만난다는 내용의 중단편.
히치하이킹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와 더불어 새롭게 창조한 사신 캐릭터는 그럴싸한데 전혀 무섭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전래동화의 호랑이 (떡하나 주면 안잡아먹지~) 수준의 공포감을 선사해 주거든요.
어머니 살아계실때 효도해야 한다는 교훈적인 주제의식이 더 강한 작품이었달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행운의 동전>
팁으로 받은 25센트 동전에 대한 일종의 망상(?)을 그린 소품. 솔직히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2012/08/13

CMB 박물관 사건목록 18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CMB 박물관 사건목록 18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C.M.B도 이제 20권을 향해 달리네요. 18권에는 모두 세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C.M.B 특유의 국제 문제 (?)를 다룬 큰 스케일의 <용봉>과 소소한 일상계 두 편으로 구성되어 있죠.

그러나 추리적으로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 별로 없고 여주인공 타츠키의 활약이 없다는 것, C.M.B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는 "박물학적 지식"을 제공하는 맛이 부족했다는 점 등 단점이 더 눈에 많이 뜨이네요. 전체 별점은 2점입니다. 다음 권에서는 신라가 토마와 진검 승부를 펼치는 모양인데 만회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점점 이야기가 진행되어 가면 갈수록 "박물관" 이라는 소재가 들러리로 전락하는 느낌인데 박물학적 지식에 더 충실하지 않으면 결국 Q.E.D와 다를게 없는 자가 복제작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도 명심하여 주었으면 합니다.

<용봉>
홍콩 흑사회 암흑가 두목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신라가 사건의 핵심인 다이잉 메시지를 풀어낸다는 내용.
용봉이라는 쌍둥이의 존재와 중국의 한 자녀 갖기 운동을 트릭에 엮어나간 과정은 좋으나 애초부터 범인이 쌍둥이라는 것을 숨긴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 등 허점 투성이입니다. 다이잉 메시지도 이름을 말하면 될 것을 구태여 "쌍둥이" 어쩌고 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고요. 이래서야 트릭을 위한 트릭일 뿐이죠.
스케일만 클 뿐 알맹이는 없기에 별점은 1.5점입니다.

<a열차로 가자>
새로 전학온 학생이 자기를 둘러싼 이상한 분위기, 일종의 이지메를 눈치챈 뒤 신라에게 해결을 부탁한다는 일상계. 전학생의 뒤죽박죽 기억이 "사고를 위장한 살인"으로 보이는 사건과 뒤섞여 있어서 뭔가 심각한 문제가 뒤에 감추어진 게 아닌가 하는 식으로 전개되다가 모든 것은 친구들의 "배려"일 뿐이었다는 결말의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문제는 진상이 '기억상실 치료'라는 것으로 비약이 심하다는 것이죠. 차라리 솔직하게 이야기하는게 치료에는 더 낫지 않았을까요? 이래서야 머리를 다시 한 대 세게 때리면 기억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슬랩스틱 코미디와 별로 다른게 없어 보였어요.
그래도 아이디어는 참신했고 나름 분위기를 끌고 가는 전개도 괜찮았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유리박물관>
유리제품 수집가의 개인 박물관에서 벌어진 제품 파손사고를 다룬 일상계 작품. (걸려있는 돈이 커 보이니 일상계로 보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등장하는 장치 트릭은 현실성이 없어 보였습니다. 일반인이 접시를 쓰러질 때까지 돌릴 수 있는 한계는 과연 몇 분일까요? 저는 2.3분을 넘기기 어렵다고 봅니다. 내용에서처럼 알리바이를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일 거에요. 또 나중에 원래의 그릇을 몰래 가지고 빠져나가려고 한다는 안이한 설정도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 안에서 깨는 것은 가능해도 가지고 나가는 것은 당연히 훨씬 힘든 것이 당연하잖아요?
특유의 일상계 분위기는 잘 살아있지만 추리적인 허점이 많아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든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12/08/09

친구 중의 친구 - 헨리 제임스 / 하창수, 이승수 : 별점 2점

친구 중의 친구 - 4점
헨리 제임스 지음, 하창수.이승수 옮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바다출판사

너무 더워서 책 읽기도 싫어진 요즈음입니다. 짧은 책만 손에 잡게 되네요.  <나사의 회전>으로 유명한 헨리 제임스의 작품집으로 19세기 후반 영국 귀족사회를 무대로 한 희한한 판타지와 일상계 이야기 네 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 열여섯 번째 책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다른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도 그러했으나 이 책은 유난히 읽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장황하고 쓸데없는 묘사가 너무 많았으며 친숙하지 않은 낡고 어려운 문체에다가 축약과 은유가 심해서 쉽게 읽히지도 않고 이해하기도 힘들었어요. 은근한 매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뭔가 명쾌하고 속 시원한 부분이 없다는 점은 확실히 오래된 작품이란 생각이 들게 만들었고요.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이 바닥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나사의 회전>이나 읽어봐야겠습니다.

<사생활>은 상류사회 인사들이 스위스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저명한 인사의 색다른 진실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나름의 설정과 반전은 괜찮았지만 깔끔한 전개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별점은 2점.

<오언 윈그레이브>는 군인 가문의 기대주로 사관학교 입학을 앞둔 오언이 갑자기 진학을 포기한다는 선언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성장기, 또는 풍자극으로 읽혔으나 결말은 뜬금없이 유령에 대한 괴담인 희한한 작품입니다. 무엇보다도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설명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불만스러웠어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친구 중의 친구>는 네 편의 작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기는 했습니다. 절대 만날 수 없는 운명의 남녀가 만나게 된 순간에 사랑에 빠지고 비극적인 결말에 이른다는 이색적인 설정이 돋보였거든요. 주인공이자 화자의 역할이 뭔지 잘 모르겠다는 것 등 설명이 부족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그래도 전개에 공감할만하다는 점에서 가장 나았습니다. 별점은 3점.

<노스모어 가의 굴욕>은 걸작 단편이라고 소개되고 있는데 나름 괜찮기는 하나 역시 명쾌한 맛은 부족해서 아쉬움이 큽니다. 현대 작가가 썼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유일한 일상계 작품이기는 한데 솔직히 내용을 이해하기도 좀 어려웠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12/08/04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 로드 던세이니 / 정보라 : 별점 2.5점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 6점
로드 던세이니 지음, 정보라 옮김, 이승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바다출판사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 18번째 작품으로 이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게렉터님 블로그 리뷰가 읽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로드 던세이니는 고전 <두병의 소오스>로 접하고 관심이 있았던 작가이지만 다른 작품들은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었던 차에 반가운 마음도 있었고요.

그런데 이 책에 실린 작품들 대부분이 전형적인 "판타지" 문학 속성을 지니고 있어서 제 기대와는 좀 달랐습니다. 반전이 빼어나고 촌철살인의 맛이 있는 "쇼트쇼트" 같은 작품을 기대했었는데 말이죠. 게다가 몇몇 작품은 당최 내용을 이해할 수도 없었어요.

그래도 <불행교환상회>나 <어느 여인숙의 하룻밤> 같은 기대에 걸맞은 작품도 실려있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정통 판타지 문학을 좋아하신다면 권해드리는 바입니다.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곳>
영혼이 갈 데가 없어 버려진 존재들 속에서 기거하게 된 운명에 처한 남자가 최후에 구원받는다는 초단편. 뭔가 철학적이면서 왠지 <불새 - 우주편>이 떠오르기도 하는 등 아이디어는 괜찮지만, 너무 짧은 탓에 재미만 놓고 보면 그닥이었습니다. 별점은 2점.

<들판>
들판에서 느껴지는 불길함에 관한 이야기. 솔직히 저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1점. 

<칼과 우상>
철기와 종교의 도입 시기에 벌어졌음 직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 결국 종교가 승리한다는 결말로 이야기의 완성도가 상당한 수작이었습니다. 지금의 세태에 대한 풍자적 의미도 담겨 있지 않나 싶더군요. 별점은 3점입니다.

<카르카손>
절대 도달할 수 없다는 카르카손을 향해 무모한 도전을 떠나는 정복자 일행에 대한 서사시. <원탁의 기사> 등이 연상되는 고전 느낌 가득한 정통 판타지 문학이라 생각되네요. 고전느낌 그대로 의외성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단점이지만.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런데, 보드게임 "카르카손"과는 무슨 관계가 있는지 좀 궁금합니다.

<거지들>
이상한 예언을 하는 거지들과 맞닥뜨린 주인공이 버스 경적소리로 환영에서 깨어난다는 이야기. <들판> 처럼 뭔 이야기인지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당연히 별점은 1점.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표제작. 특별한 줄거리가 있다기보다는 주인공이 얀 강가를 중심으로 한 이국적인 도시들을 여행하며 경험하는 것들에 대한 기행문 성격을 띈 작품. 문체와 분위기, 설정이 아주 좋았습니다. 이국적인 독특함이 일상계스러운 분위기로 전개된다는 점에서 <카페 알파> 등이 떠오르는데 좀 더 풀어나갈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긴 합니다. 혹 후속작이 있다면 꼭 읽어보고 싶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불행교환상회>
자신의 불행을 다른 사람의 것과 교환해주는 상점에 관한 이야기로 <환상특급>같은, 기묘한 이야기류의 에피소드였습니다. 결말이 예상범위 안에 있다는 점이 조금 아쉽지만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런 작품이 좀 더 많이 실렸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별점은 3점입니다.

<어느 여인숙의 하룻밤>
짤막한 희곡. 많은 모험소설에서 접했던 "이교도 유적에 있는 신상의 보석눈을 훔친 도둑들"에게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중반까지는 일당의 브레인 '멋쟁이' 활약 중심의 모험-범죄물이었다면 마지막 반전 이후 결말은 "기묘한 맛" 장르에 가까운 작품이죠. 반전이 굉장히 뛰어나서 전편을 통틀어 가장 기대에 값했던 작품이에요. 실제 연극도 보고 싶어지더군요. <두병의 소오스>를 좋아하신다면 꼭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2012/08/01

<좀비콤비> 문방구 살인사건

2000년대 초중반 스포츠 신문 최전성기에 애독했었던 스포츠 조선 카툰 "좀비콤비"의 한 에피소드입니다.
이 정도면 짧은 추리물로 손색이 없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최근 더위 + 업무 때문에 통 다른 것을 할 겨를이 없던 차에 옛 생각이 나서 찾아본 것입니다.

모두들 더운 여름 건강 조심하시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