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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9

프로야구 개막~! 09 시즌 두산 베어스 예상

 프로야구 개막~! 올시즌 두산 베어스 예상


야구의 계절이 돌아오는군요. 매년 해오던 시즌 예상 들어갑니다. 먼저 1군 엔트리부터 뽑아보겠습니다.

투수 (10명) : 김선우, 정재훈, 김명제, 노경은
불펜 : 김상현, 임태훈, 이재우, 성영훈, 금민철
마무리 : 이용찬
포수 (2명) : 용덕한, 채상병
내야수 (7명) : 최준석, 오재원, 고영민, 손시헌, 김재호, 이대수, 김동주
외야수 (7명) : 김현수, 이종욱, 맷 왓슨, 임재철, 이성렬, 민병헌, 유재웅
-이상 26명 -


투수가 좀 적은데 시즌 초 4월에는 신인 투수들이나 군 복귀 투수 ( 진야곱 / 고창성 / 김성배 / 홍상삼...) 의 경우 엔트리를 쉴새없이 들락거릴 것으로 예상되어 인원을 좀 적게 잡았고, 풍부한 내-외야 깊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라인업으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롯데에서 온 이원석 선수는 포지션을 본다면 일단 2군에서 시작할 것 같고, 고영민 선수의 백업은 당분간 김재호 선수로 예상한 내야 라인업입니다. 최준석 선수는 주로 대타로 나올 것 같지만 일단 내야수로 분류했고요. 외야는 맷 왓슨 - 임재철 - 이성렬 - 민병헌 - 유재웅 선수의 싸움이 피튀길텐데 일단 왓슨 선수는 지명타자로 보고, 민병헌 선수의 대주자-대수비로서의 효용가치를 본다면 임재철 - 이성렬 - 유재웅 선수 중 밀리는 선수는 거의 2군행이 확실해 보이는군요. 2군에서 대체할 선수가 많기에 정말 피튀기는 주전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상기 라인업을 토대로 일단 간단하게 자체 평가해 보자면,

경쟁력, 혹은 작년보다 나아진 점 :
1. 작년말부터 감을 잡은 전 메이저리거와 탄탄한 중간 허리 투수진.
2. 두목곰의 잔류, WBC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 작년도 타격왕 기계 김현수 선수의 성장과 돌아온 "타신" 임재철 선수. 오랫만의 외국인 타자 영입을 통한 타선 강화 기대.
4. 이종욱 - 고영민 선수로 대표되는, 그리고 민병헌, 오재원 선수 등이 추가된 8개구단 최고의 기동력
6. 지난 몇년간, 아니 베어스 역사상 가장 풍부해진 두터운 내-외야 선수층.

위험요소 :
1. 불확실한 마무리. 정재훈 선수의 아스트랄 마무리는 2년간 베어스 팬들의 애간장을 태웠지만 그래도 확고한 마무리였고, 김경문 감독의 과거 서동환 선수 마무리 기용 역시 실패였었다.
2. 이혜천 선수의 일본진출, 랜들 선수의 부상으로 불거진 약화된 선발진. 풀타임 선발 첫해인 정재훈 선수, 부상 위험을 안고 사는 왕자님 김명제 선수 등으로 구성되는 선발진이 과연 부상없이 1년 동안 운영될 수 있을까? 또한 만년 기대주 노경은 선수가 올 시즌 화려하게 등장할 수 있을까? 베어스 선발진이 강력했던 것은 역사에 없는 일이겠지만 확실한 에이스는 커녕 제대로 된 풀타임 선발이 한명도 없는 올 시즌은 지난 몇년간을 통틀어 최악으로 보인다.
3. 포수 자리에 고만고만한 선수들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 투수리드나 도루저지와 같은 수비력이나 타력 모두 고만고만한, 타 팀에 가면 백업 수준의 선수들의 경쟁 때문에 하위타선의 약화는 물론 그나마 부실한 투수진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로또 :
1. 맷 왓슨. 간만의 두산의 외국인 타자. 사실 홍성흔 선수가 작년 시즌 타율은 좋았지만 장타율과 출루율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감이 있었는데 왓슨 선수가 장타율 쪽에서 조금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대략 2할 7푼대의 타격과 20홈런 정도만 해 준다면 두산의 타선은 작년보다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왓슨 선수의 모습 대신의 최준석 선수의 모습을 더욱 자주 볼 수 있을 테고....
2. 이용찬 선수. 위에도 썼지만 신인급 선수의 마무리 투입은 확실한 모험이다.

순위예상 :
요약하자면, 베어스는 작년보다 약해졌습니다. 작년의 팀내 타격 2위와 유일한 좌완 선발, 큰형님이 타팀으로 이적했고 꾸준했던 외국인 선발 투수마저 부상으로 아웃된 상태로 시즌을 맞게 되었습니다. 물론 홍성흔 선수는 포지션과 출루율, 장타율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고 이혜천 선수는 시즌 중에는 큰 활약이 없었기에 어떻게 보면 치명타가 아닐 수도 있지만 경험이라는 측면과 팀 분위기 면에서 확실한 악영향을 끼치리라 생각합니다. 이렇듯 나쁜 점만 놓고 본다면 올 시즌은 마음을 비우고 젊은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베어스가 더 젊어지고 강해지는 과도기로 보고 준비하는 것이 나아 보일 정도로 비관적이죠.

그러나 베어스가 언제 시즌전 전망이 좋았던 적이 있었나요? 아울러 국가대표급인 1-2-3-4 번 타자 라인은 여전하고 투수진도 허리라인은 탄탄합니다. 특유의 기동력과 더불어 주전급 유격수가 3명에 우열을 가리기 힘든 외야진 등 야수진의 깊이 역시 지난 몇년간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질과 양에서 두드러집니다. 특히 유격수 자원을 활용한 트레이드는 내심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최종 순위는 4위로 예상합니다. 김경문 감독님의 용병술 역시 어느 경지에 올랐을 터이기에 이기는 경기와 버리는 경기를 구분해 줄 것으로 생각되고요.

올 시즌의 키-플레이어로는 투수로는 반드시 선발 15승은 해 주어야 할 김선우 선수. 타자로는 맷 왓슨 선수를 꼽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매년 등장했던 두산의 신데렐라가 올 시즌에도 나와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시즌 전망을 마칩니다.

2009/03/27

천사의 나이프 - 야쿠마루 가쿠 / 김수현 : 별점 3점

천사의 나이프 - 6점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황금가지

히야마 다카시는 커피숍 점장으로 어린 딸과 살아가는 싱글대디. 아내는 4년전 13세 미만의 소년 강도들에게 살해되었다. 당시 소년들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경미한 처벌에 그쳐 히야마는 TV 를 통해 그들을 죽이고 싶다는 속마음을 피력한 적이 있는데, 당시의 소년 강도였던 범인들이 차례로 살해당하는 사건이 그의 주변에서 벌어지고 그는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히야마는 누명을 벗고 당시 사건에 대해서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 당시 소년들에 대해 알기 위해 스스로 사건의 조사에 뛰어든다.

이 책은 5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이번 이글루스 렛츠 리뷰에 당첨되어 읽게 된 책입니다. 사실 그동안의 란포상 수상작은 반정도는 별로 마음에 들지도 않았었을 뿐 아니라 이 작품은 제목과 작가가 생소해서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절대 읽을 일이 없을 것 같았는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너무 재미있어서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네요. 정말이지 너무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일단 과거의 범죄가 현재의 연쇄살인극과 연관되어 펼쳐지는 과정도 괜찮았을 뿐 아니라, "소년범죄"를 소재로 하여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솜씨가 제법이라 감탄했습니다. 소년들이 저지른 과거의 범죄가 현재의 연쇄살인과 연결되는 이야기 구조는 시미즈 레이코의 "비밀"이나 소설 "소년탐정 김전일" 등에서 읽었던 것과 좀 유사하긴 한데 나름 합리적으로 잘 포장해서 다른 작품과의 차별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더군요. 앞부분의 만화경이나 저금통장의 출금액 같은 사소한 단서를 복선으로 잘 포장해서 결말로 이끌어내는 부분과 마지막 반전 부분에서는 정교함도 엿보였고요. 얼마전 TV에서 실제 일본에서의 한 소년범죄의 실존 인물이 이후 변호사로 성공했다는 방송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소설이 같은 해당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부분도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소년범죄"라는 것에 생각해 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것도 좋은 점이겠죠.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촉법소년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책임무능력자 - 은 조사해 보니 국내에서도 소년법에 따른 보호 처분을 받는다고 하네요. 국내에서도 이 소설에서처럼 피해자를 무시한채 소년들의 인권을 고려한 처벌을 내리는 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 소설에서의 소년들에 대한 처벌과 그 결과는 정말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충격적이긴 했습니다. 한가지 궁금한게, "계획범죄" 라도 아이들은 보호를 받나요? 어쨌건 이 이야기대로라면 아이들에게 거금을 주고 살인을 청부하는 이야기도 생각해 볼만 하겠더라고요.

그러나 추리적으로는 아쉬움도 있긴 합니다. 솔직히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이야기의 구조가 일직선이기도 해서 추리적으로 특기할 만한 부분이 거의 없으며, 범죄의 동기 자체가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과정과 결과 역시 납득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죠. 특히 야기라는 범인이 히야마에게 단서를 제공하는 부분은 정말이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이야기를 끌어나가기 위해 너무 억지를 부린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더군요. "사회파 추리소설" 이라고 광고를 하고 있기는 한데 그냥 "사회파" 소설이랄까요...

아울러 소년범죄가 너무 많이 등장하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덕분에 메시지 전달은 더 강하게 이루어지지만, 이 범죄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있다는 설정은 너무 지나쳤어요... 작가의 욕심인지는 모르지만 좀 덜어내는 것이 좋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아울러 결말도 너무 급작스럽게 끝나버려서 좀 맥이 빠지는 감이 있습니다. 잘 나가다가 서둘러 대충 마무리 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러한 몇몇 단점에도 불구하고 좋은 작품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추리 매니아로 평가하기에는 추리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누가 읽어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1급 쟝르 문학이라는 것은 확실하니까요. 개인적인 별점은 3점이지만 재미만 놓고 따진다면 4점을 줘도 아깝지 않은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런 재미난 작품이 사회적 메시지까지 확실하게 담고 있으니 란포상을 탄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싶더군요. 추리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일반 독자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기에 국내 쟝르문학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잘 팔려주면 좋겠습니다.

PS : 좋은 독서의 기회를 제공해 주신 이글루스와 황금가지 관계자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2009/03/25

셜록 홈즈 전집 3 바스커빌 가문의 개 - 아서 코난 도일 / 백영미 : 별점 3점

 

셜록 홈즈 전집 3 - 6점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황금가지

홈즈에게 모티머라는 의사가 찾아와 사건을 의뢰한다. 모티머는 그의 친구이자 환자였던 찰스 바스커빌 경의 죽음과 바스커빌가문에 전해져 내려오는 저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찰스의 후계자 헨리 경의 처우에 대해 문의한다. 셜록 홈즈는 데번주 다트무어 황무지에 위치한 바스커빌 가의 저택으로 출발하는 헨리 경에게 왓슨을 보호자 겸 주변 환경에 대해 조사하는 역할로 동행시킨다. 왓슨은 황무지에서 접하는 기묘한 사건들을 꼼꼼히 보고서로 작성하여 홈즈에게 보내는 와중에, 이상한 현상을 목격하게 되는데...


오래전에 아동용 번역서로 읽었었던 작품인데 인터넷 서점 중고 코너에서 황금가지판 완역본으로 싼 값에 팔고 있는 것을 발견하여 구입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셜록 홈즈 장편 중에서는 제일로 치는 작품이기도 하고 이래저래 옛 생각도 나고 해서 말이죠. 그래도 여전히 재미있었습니다. 십여년 만에 다시 읽었지만 역시나 좋은 작품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고요.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역시 셜록 홈즈 단편의 미덕을 장편으로 고스란히 옮겨놓았기 때문에 팬이라면 항상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겠죠. 홈즈물의 가장 큰 특징인 "약간의 단서를 통한 의뢰인의 정체 추리" 부터 잘, 그리고 장편에 걸맞는 길이로 디테일하게 표현되어 있을 뿐 아니라, 사소한 사건에서 중대한 의미를 드러내는 여러가지 장치들 - 예를 들자면 헨리 바스커빌 경의 구두 도난 사건 같은 - 역시 잘 삽입되어 있습니다. 또한 약간의 반전도 있어서 단편과 비교해 본다면 즐길거리가 훨씬 풍성했습니다. "추리"적인 요소에 더불어 고딕 호러와 같은 마견 이야기, 잔인무도한 탈옥수, 그리고 그에 따르는 황야에서의 모험 역시 적절하게 조화되어 있어서 재미를 더하고요.

그러나 단편으로 끝낼 수 있는 이야기를 홈즈가 왓슨에게 혼자서 조사를 시킨다는 설정 + 황량한 데번주 다트무어의 풍광을 설명하는 부분 등을 통해 길게 늘려놓은 티가 나긴 합니다. 어차피 지금 기준으로 본다면 장편이라기 보다는 중편 길이의 작품이라 크게 지루한 것은 아니지만 왓슨을 혼자 보낸 이유의 타당성 같은 것에서 개연성이 부족하기도 하고 이래저래 압축한다면 더 내용을 줄일 수 있는 작품이긴 하니까요.

또 추리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좀 있기도 한데. 예를 들자면 소설의 가장 중요한 설정이기도 한 이른바 "마견"의 사육 및 조련에 대한 내용이 아예 빠져 있다는 점입니다. 다른 추리적으로 이상하거나 부족한 부분은 결말 부분에서 홈즈가 공들여서 직접 설명해 주기 때문에 어느정도 납득할 만 합니다만 왜 저 거대하고 무서운 개의 사육과 조련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있는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요. 악당도 셜록 홈즈가 작중에서 라이벌 급으로 칭찬하는 것에 비하면 포스가 떨어져서 그다지 강렬하지 못한 것도 단점이고요. 이런 소소한 단점들은 어차피 이 작품 자체가 홈즈 시리즈를 도일경 스스로 끝낸 뒤 "돈생각"이 나서 쓴 중편이기도 해서 완성도가 최전성기 걸작에 비하면 처질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기는 하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죠.

하지만 일부 단점에도 불구하고 범인과 트릭, 그리고 동기에 대한 설정 및 전개 등 모든 부분에서 거장의 풍모를 느끼게 해 주는 홈즈 시리즈 최고 작품 중 하나임에는 분명합니다. 개인적인 별점은 3점이지만 저같은 독자가 이러한 별점을 다는 것이 죄송스러운, 고전 중의 고전이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라는 것을 밝혀둡니다. 지금 읽기에는 부족한 부분이나 단점이 눈에 뜨이더라도, 거의 한세기가 지난 이 고전에는 항상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2009/03/24

매직아워 (The Magic Hour / 2008) - 미타니 코키 : 별점 3점

 

매직아워 - 6점
츠마부키 사토시 외, 미타니 코오키/CJ 엔터테인먼트

보스의 여자와의 밀애 장면을 들킨 술집 주인 빙고는 목숨을 위협받다가 보스가 찾던 전설의 킬러 "데라 토가시"가 자신의 친구라고 둘러대고 그를 데려오는 조건으로 겨우겨우 살아난다. 그러나 데라 토가시를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보스가 정한 시간은 흘러만 가고, 빙고는 어쩔 수 없이 무명 영화배우 무라타에게 새로운 영화촬영이라 속이고 보스에게 그를 데라 토가시라 소개한다.

대본도 없는 실험적인 영화라는 황당한 상황에서 무라타의 혼신의 연기는 계속되고, 그러한 그의 연기에 반한 보스는 그를 고용하여 상대 조직과의 최종 결전을 준비하려 하며, 아무것도 모르는 무라타를 속여가던 빙고는 점차 양심때문에 고뇌하게 되는데...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의 각본 - 감독이었던 미타니 코키의 신작입니다. 역시 본지는 좀 되었지만 나름 1/4분기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사실은 최근 통 책 읽을 시간이 없기에 땜빵용으로) 포스팅합니다.일단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는 일요일 낮에 방영하는 모 영화 소개 프로그램 때문이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에서 정말 너무나 재미있어 보이게끔 소개를 해 줬거든요. "배우는 영화 촬영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는 유명한 전설의 킬러로 포장되어 갱단에게 비추어 지고 있다"라는 서로의 오해가 뒤섞여 웃음을 자아내는 핵심 장면만 잘 편집하여 소개해 주더라고요. 어느 정도 앞뒤만 맞아 준다면 꽤 재미를 줄 수 있는 설정이라 생각했기에 곧바로 DVD를 빌려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생각만큼 웃기지 않았어요! 아주 제대로 낚인 기분이야! 아니, 제대로 낚였어!

재미가 부족한 이유는 영화속 현실도 굉장히 연극적이고 허구적인, 영화 세트장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며 캐릭터들의 설정 역시 만화적이라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현실과 영화 촬영이 뒤섞이는 부분의 감흥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재미와 웃음의 요소가 많이 약했어요. 진지한 현실이어야 할 킬러와 갱들의 이야기가 환상적인 공간에서의 동화처럼 느껴지니 어쩔 수 없지요. 만화 주인공들이 펼치는 만화속 영화를 보는 기분이랄까요? 
더군다나 후반부는 완전히 막장이었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반전과 더불어 진짜 전설의 킬러가 등장하지만 그를 영화 촬영 트릭으로 퇴치한다는 이야기는 도대체 뭘 이야기하고 싶은지 자체를 알 수 없게 했어요. 만약 진짜 데라 토가시였다면 거기 있는 모든 사람들을 싹 쓸어버렸을 겁니다. 영화 촬영이 실제 진실보다 더 리얼하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려는 건지는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실적이지도 않고, 웃기지도 않고 황당하기만 한 결말이었을 뿐입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캐릭터의 소동을 보는 재미는 있긴 하지만 내용도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왔다갔다합니다. 빙고가 살아남기 위한 작전이 영화의 주된 내용인지, 아니면 3류배우 무라타의 열연과 그 희망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그려내는 것이 영화의 주된 내용인지 헛갈릴 정도로 중심이 잡히지 않고 정리가 잘 안된 것 같고요. (아, 물론 주인공은 무라타죠)

그래도 이 영화도 이렇게 악평만 할 영화는 아닌 작품이긴 합니다. 나름의 미덕과 장점은 분명히 가지고 있죠. 비현실적이지만 따뜻했던 세트와 주연 배우의 설정과 캐릭터들- 특히 보스의 정부로 나온 후카츠 에리!- 은 충분히 즐거움을 가져다 줄 뿐 아니라, 영화 속에서 주인공 무라타의 소원 (단 한번이라도 스크린 가득 펼쳐지는 자신의 모습) 이 이루어지는 과정, 이른바 "매직 아워"라는 시간에 대한 나름의 정의 같은 소박한 곳에 행복이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는 부분과 거의 모두가 행복해지는 해피엔딩은 아주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 장점만 가지고는 실망을 덮기에는 좀 부족하더군요.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라디오 쇼가 실제 인물들과 밀착 진행되는 독특한 전개가 인상적이었던 "웰컴 투 미스터 맥도날드"를 만든 제작진의 작품이라고 소개도 했었기 때문에, 또 "웰컴 투..."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기대가 컸던 탓도 분명 있을테고, 영화 소개만 보고 굉장히 웃길줄 알고 봤는데 사실은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른 영화라 실망했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겠지만요. 이런 류의 영화라면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를 대표작으로 들 수 있을텐데, "인생은 아름다워"를 목표로 해서 코미디에 대한 욕심보다는 무라타를 중심으로 하여 따뜻하고 소박한 부분을 더 끄집어 내었더라면 영화가 더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빙고 관련 에피소드는 좀 들어내고요. 뭐 크게 달라지진 않았겠지만....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딱 절반인 2.5점을 주고 싶긴 한데 표현이 안되는군요. 하지만 영화 소개만 보면 별은 4점 이상이야! 영화 소개 프로그램의 대단한 편집 능력에 다시한번 감탄하며 글을 마칩니다.

2009/03/23

적벽대전 2 최후의 결전 (2009) - 오우삼 : 별점 2점

 


영화는 2개월전에 봤습니다만.. 감상문이 너무 뒷북이네요. 어쨌건 간만에 영화관련 글을 몰아서 적다보니 포스팅하게 됐습니다. 이 작품은 따로 줄거리 요약은 필요없겠죠? 전편에 이어지는 내용으로 실질적인 "적벽대전" 이 벌어지는 편입니다. 1편을 상당히 괜찮게 보았기에 보다 거대한 전쟁과 스펙터클이 예상되는 2에는 큰 기대를 품고 보러 갔었는데... 실망을 많이 했습니다.

일단 스케일은 큰데 뭔가 조화롭지 못하고 애매했던 것 같아요. 제일 큰 이유는 "적벽대전" 자체가 너무나 짧아서 그다지 역동적으로 그려지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적벽 전투는 한 10분 흘러가나? 그 이후는 일부 방패 진형을 이용한 전투를 제외하면 장수들의 활약만 단편적으로 그려질 뿐이었습니다. 물론 유명한 장수들의 전투장면을 보는 것은 재미있긴 했지만 솔직히 기대하고는 너무 달랐어요.

또 1편에서는 중요 인물이었던 제갈량의 비중이 터무니없이 낮아지고 순전히 주유를 중심으로 한 오나라의 전력만 비춰지는 것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제갈량이 감녕 보다도 비중이 낮습니다! 그리고 제가 알고 있던 "하늘이시여~ 왜 이 땅에 주유를 낳고 또 공명을 낳으셨나이까~" 를 외치던 주유와 공명의 라이벌 관계가 영화에서는 전혀 다르게 묘사되고 있는 것도 불만스러웠습니다. 두명의 라이벌관계가 촉-오 동맹군 갈등의 핵심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영화에서의 주유와 두명의 관계는 거의 의형제 수준이거든요. 영화쪽이 사실은 맞았을지도 모르지만 어쨌건 저는 두명의 라이벌 관계 - 고우영 선생님 삼국지로 대표되는 - 시각을 지지합니다. 더 드라마틱 하고 내용이 살아 있을 뿐 아니라 세력에 차이가 나는 동맹군이라는 입장에서 볼 때 보다 현실적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역사와도 다르고 연의와도 다른 유비 군의 이른바 "작전"으로 포장된 동맹 탈퇴 및 재참가, 마지막으로는 조조를 살려 보내는 연합군의 모습 등도 실망의 3단 콤보를 날려주었습니다. 왜 살려주는가? 에 대한 설득력을 전혀 제공하지 못하거든요. 이건 사로잡은 파울루스를 잔여 군대와 함께 살려보내주는 소련 군대의 모습과 같은거잖아요? 아니 전쟁이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더군다나 손권의 여동생인 손상향이 위나라 군대에 첩자로 잠입하여 스파이 활동을 벌인다는 억지춘향식 전개에 더해 손상향과 위나라 천부장인 별명 "먹보"라는 청년과의 애틋한 라인을 묘사한 것은 영화를 완전히 산으로 보내버리는 행위였습니다. 오나라에 이다지도 인물이 없단 말입니까? 주군의 동생인 공주가 직접 스파이활동을 한다니 나원참....  우삼이 형 스타일의 가슴아픈, 이루어질 수 없는 로맨스 역시 영화의 지루함에 숟가락 하나 더 얹는 내용이었고 말이죠.
그리고 주유 와이프인 소교의 전쟁 지연을 위한 차 대접 역시 어처구니를 쌈싸먹은 설정이었어요. 소교를 몇번 클로즈업 샷으로 잡아주는 것 이외의 가치가 전무한, 지나칠 정도로 불필요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거든요. 차를 수십시간 달여내는 것도 아닐텐데, 또 위나라 장수들이 단지 여자탓을 하면서 전쟁에 졌다고 하는 것도 굉장히 쪼잔해 보였고요. (물론 소교 역 배우 (임지령인가요?) 는 겁나게 이쁘게 나와서 마음에 들기는 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1편에서의 커진 기대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했던 2편이라 별점은 2점입니다. 돈들인 티는 나기에 3점을 주고 싶기도 하지만 돈 들인 티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실망이 컸기 때문에 어쩔 수 없네요. 차라리 쓰잘데 없는 손상향, 소교 이야기 그리고 유비 연합군 탈퇴 이야기는 전부 편집해서 들어내고 제갈량 부분과 적벽에서의 전투를 더 보강해서 1-2편을 하나로 합쳐서 내 놓는것이 좀 길더라도 훨~씬 완성도 높은, 그야말로 "남자들을 위한" 삼국지 영화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우삼이 형한테는 좀 안 맞는 쟝르가 아니었나 싶기도 한데, 혹 나중에라도 DVD를 구입하게 된다면 떠서 제 스스로 한번 만들어나 봐야 겠어요. 물론 DVD를 구입할 일이야 없겠지만...

2009/03/22

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g Millionaire / 2008)- 대니 보일 : 별점 5점!

 


인도 빈민가 (슬럼독) 출신의 자말은 2천만 루피가 걸려있는 인도 최고의 인기 TV 퀴즈쇼에 출전하여 마지막 문제까지 도전하는데 성공한다. 그래서 경찰에서 혹시 사기를 친게 아닌가 하는 혐의로 혹독한 취조를 받지만 자말은 모든 문제의 정답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이었다고 이야기하며 묘하게 퀴즈 문제들과 닮아있는 자신의 인생역정을 이야기한다.

별로 길게 평할 필요가 없는 영화네요. 한마디로 최근 몇년간 본 영화 중 최고였습니다.

퀴즈쇼와 한 청년의 인생 역정을 조화시킨 스토리는 정말이지 Two Thumbs Up!  아이디어도 기발할 뿐 아니라 초반부터 관객의 흥미를 자아내는 전개였기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덧붙여 아역 배우들의 눈부신 열연은 영화 관람 시간 내내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했고요. 아카데미에서의 작품상 수상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부분에 등장하는 복선을 비롯하여 퀴즈쇼 진행자의 트릭 등 약간의 추리적인 장치가 들어가 있는 것도 추리 매니아로서 아주아주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고요.

물론 지나친 인도 비하의 시각은 거슬렸고, 중간중간의 일부 퀴즈 문제는 좀 억지스럽기도 했으며, 걸린 돈에 비하면 퀴즈 숫자가 너무 적은게 아닌가 싶었지만 이 모든 것이 큰 약점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마지막의 출연진 총출동의 발리우드 스타일 군무 장면까지 뭐 하나 놓치기 어려운 대니 보일의 재기발랄한 연출과 편집이 모든 것을 잘 포장해 주니까요. 아울러 퀴즈 문제에 관련된 부분은 원작 소설과는 좀 다르게 영화적으로 새롭게 꾸민 곳이 많다고 하니 원작소설도 꼭 읽어봐야겠더군요. 원작도 아주아주 기대가 됩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5점입니다. 이런 류의 드라마나 스토리텔링을 가진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제 와이프도 재미있어 할 만큼 재미와 작품성을 동시에 갖춘 영화이니 만큼 아직 안 보신 분들은 꼭 보시길 바랍니다. 그만큼 강추!합니다.

최근 읽은 추리만화 감상

 

탐정이 되는 893가지방법 1 - 6점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사카모토 아키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살육에 이르는 병"으로 유명한 신본격 작가 아비코 다케마루가 스토리를 담당한 추리만화입니다. 분위기 있는 표지와 작가의 전작 탓에 진지한 작품이 아닐까 싶었는데 내용은 의외로 코미디에 가까운 유쾌한 작품이더군요.

1권에는 "쓰레기 주택"과 "스토커"라는 두가지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쓰레기 주택"은 동경대 출신의 자격증 오타쿠인 주인공 나카지마 마모루가 대학 선배 미쿠리야 진과 우연히 만나 미쿠리야가 운영하는 심부름 센터에 취직한다는 등의 기본 설정 소개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어서 본편 이야기가 좀 길어진 감이 없잖아 있더군요. 그래도 "쓰레기를 모아놓아 인위적으로 조성된 밀실" 이라는 설정 자체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쓰레기를 모아 놓은 동기라던가 트릭이 그다지 깔끔하지 못했다는 것은 좀 아쉽지만 추리만화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으로는 나름 합격점이랄까요. 결말도 괜찮았고요. 그런데 두번째 이야기 "스토커"는 사실 1권에 마무리 되지 않기에 잘 모르겠습니다. 특별한 트릭이 나올법한 전개는 아닌데, 2권을 봐야 할 것 같아요.

총평하자면, 전체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지만 새로운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것 치고는 그다지 나쁘지는 않은 그냥저냥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유쾌한 분위기와 뭔가 미묘한 작화 역시 마음에 들었고요. 앞으로를 기대해 볼 만할 것 같아 별점은 3점주겠습니다. 그나저나 제목은 대관절 무슨 뜻인지???


환영 박람회 2 - 8점
토우메 케이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전에 읽고 마음에 들었던 다이쇼시대를 무대로 한 추리 단편 만화 "환영박람회" 2권입니다. 2권에는 "황천에서 온 자객" 과 "이중무대"라는 두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황천..."은 좀 짤막한 단편이고 "이중무대"는 중편 길이인데 "이중무대" 도 본편의 이야기보다는 마야라는 캐릭터에 숨겨진 비밀과 수수께끼를 서서히 드러내는 과정을 묘사한 내용이 많기에 실질적으로는 단편이라고 봐야겠죠. 추리적으로 본다면 "황천.."은 트릭은 별다를 것이 없지만 범인의 정체에 대한 설정이 꽤 그럴듯했고, "이중무대"는 상당히 잘 짜여진 복수극이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이중무대"의 경우 여러가지 약점 - 범인들의 행동이 예상대로 갈 것이라는 것을 특정하기 힘들고 실제로 범인들이 다가올지 안올지도 모른다는 등 - 이 존재하지만 모든 것을 "신의 뜻" 이라고 끝맺기에 나름 설득력있게 이야기를 정리한 것 같아요. 좀 반칙이긴 하지만 이 작품에는 잘 어울렸거든요. 앞으로도 마야의 수수께끼 보다는 보다 추리적인 내용에 집중해 주었으면 합니다만, 3권을 지켜봐야겠죠. 별점은 4점입니다.

2009/03/21

밀레느 호프만 피규어 오가닉제

 


오가닉 사에서 2007년에 내놓은 "009-1" 애니메이션의 히로인 밀레느 호프만의 피규어.

몇년전에 이미지만 발견했던 이 피규어는 지금까지도 정말 갖고 싶은 물건 중 하나입니다. 제품 자체의 퀄리티는 상당히 떨어진다고 소문이 나 있기는 하지만, 그나마 몇개 안되는 밀레느 호프만 피규어 제품군 중에서는 가장 조형이 마음에 들기에 009-1의 팬으로서 놓칠 수 없는 제품이 아닌가 싶거든요. 나이스바디 009-1의 애니메이션의 모습을 정말로 완벽하게 구현한 조형이라 생각합니다.

인터넷을 뒤져 아직도 이 제품을 파는 쇼핑몰을 찾았는데 가격은 4만원 후반대. 완전 마이너 캐릭터라 그런지 원가보다도 할인된 금액으로 팔리고 있더군요. 부담되는 가격은 아니지만 충동구매를 자제하기로 결심했기에 다음달 정도까지 고민해 보고 지름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한번 시작하면 이쪽 세계에 빠져버릴까 겁이 약간 나기도 하네요...

2009/03/18

환관탐정 미스터 야심 - 예니체리 부대의 음모 - 제임스 굿윈 / 한은경 : 별점 3점

 

환관 탐정 미스터 야심 - 6점
제이슨 굿윈 지음, 한은경 옮김/비채

술탄 마흐무트 2세 치하의 19세기 중반 이스탄불.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영광이 서서히 저물던 시기의 그곳에서 제국의 근대적 군대 신위병 장교 4명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군대 총사령관 세라스케르는 환관 야심을 불러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고, 야심은 이외에도 궁정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수사도 맡는 등 쉴틈없는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 뒤 곧바로 신위병 장교 4명은 한명씩 살해되어 발견되고, 수사를 진행하던 야심은 이 사건의 배후에 10년전 신위병이 끝장낸 구제국의 유물과 같은 전투기계집단 "예니체리"가 관계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서서히 사건의 흑막, 본질에 접근하게 되는데....

19세기 초-중반의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수도 이스탄불을 무대로 하여 환관 탐정이 활약하는 팩션이라는 책 소개를 믿고 구입한 책입니다. 제가 추리 소설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역사물도 좋아해서 그런지 역사 추리물은 항상 기본은 해 주는 것 같거든요. 실제로도 그랬었고요.

일단 이 책의 장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제일 먼저 19세기 초-중반의 이스탄불의 세밀한 묘사를 들 수 있겠습니다. 이 책 한권만 읽어도 당시 이스탄불 거리의 정경이 손에 잡힐 듯 느껴질 정도로 상세한 것이 정말이지 놀라운 수준이거든요. 당시의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정치적 상황 등의 세계 정세는 물론, 술탄과 귀족들, 거리나 지명과 같은 단순한 정보 이외에도 요리나 다양한 직업군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 지는 등 그 깊이가 정말 대단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작가가 원래 오스만 제국에 대한 역사 연구를 계속해 온 학자출신인 덕분으로, 작가의 애정이 곳곳에서 느껴질만큼 제국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매력적이기도 하고 말이죠.

그리고 그동안 추리 소설 역사에 없었던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환관탐정" 야심의 캐릭터 역시 독특한 맛이 넘쳐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성실하고 똑똑하며 요리 역시 뛰어나지만 환관이라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딜레마를 안고 살아가는 환관탐정이라... 멋지지 않나요? 그리고 덧붙이자면 그의 화끈한 친구인 망한 나라 폴란드의 전권대사 팔레브스키 역시 멋진 캐릭터였습니다. 이 친구가 주인공인 스핀오프격의 외전이 나와도 재미있겠더라고요.

마지막으로는 이 책을 읽음으로 해서 잘 몰랐던 오스만투르크 제국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알게 되었다는 것이 굉장히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황제의 모후 발리데 술탄이라는 인물 같은 경우겠죠. 프랑스 출신의 미녀로 노예시장을 거쳐 술탄을 낳아 결국 황태후의 자리에 이르르게 된 나폴레옹의 황후 조세핀의 친구이기도 한 여인이라니.. 이 여자 이야기만으로도 소설이 한권이겠어요! 그 외에도 번역도 깔끔한 편이라 쉽게 쉽게 읽을 수 있기도 했고 책 뒤의 "예니체리" 부대에 대한 자세한 해설 등 책 만듬새도 좋아서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 소설이라는 측면 이외의 "추리" 소설이라는 점에서는 낙제점에 가깝습니다. 술탄의 근대적 개혁 칙령 발표 직전에 벌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조사를 중심으로 술탄의 모후인 발리데의 보석 도난 사건, 그리고 하렘에서 일어난 궁녀 교살 사건이라는 곁가지 사건이 벌어져서 사건 자체는 풍성하지만 이 모든 사건이 연관되어 있지도 않을 뿐더러 야심의 추리에 의해 해결되는 것 역시 하나도 없습니다. 야심은 충실한 수사관이긴 하지만 그가 수집하여 독자와 공유하는 정보는 대부분 쓰잘데 없는 것들이고 중요한 정보들은 너무나 작위적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모든 사건의 흑막인 마지막 반전 부분은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대로라면 범인이자 흑막은 사건 자체를 일으키면 안되는 상황이거든요. 은밀하고 조용하게 거사를 진행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공포를 조성하기 위해" 어처구니 사건을 벌인다니.... 설득력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져요. 그리고 거사가 실패하는 결말 역시 별로 깔끔하지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흑막자체가 너무나 어설펐다!" 라고나 할까요.... 아울러 실제 역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픽션인 "팩션"으로 읽히기에는 당대 오스만투르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어서 실제 역사와 실제 인물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세계의 판타지로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약점이겠죠.

결론적으로 이 작품을 요약하자면, 전에 읽었던 "알렉산드로스의 음모" 과 유사한, 역사추리물이라기 보다는 역사물, 아니 "역사 모험물"에 더 가까운 작품이었습니다. 야심부터가 이 작품에서 3번이나 죽을 뻔하고 스스로도 격투로 사람을 잡고, 죽이고, 죽어가는 사람을 지켜보는 등 많은 모험이 담겨 있는데 차라리 "역사모험물"이라고 하는게 더 좋았을 뻔 했어요. 그랬더라면 저 자신도 추리적인 부분은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아서 더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네요.

그래도 지루한 역사물로 끝나지 않고 많은 모험과 더불어 추리적 요소가 담겨있기에 당대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매력을 아주아주 재미있게 독자에게 전달해 준다는 점에서 별점은 3점 주겠습니다. 저도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이국적인 매력에 푹 빠질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추리 매니아로서는 실망한 점이 분명 있기 때문에 시리즈 작품을 더 볼지 말지는 심각하게 고민해봐야겠습니다....

2009/03/16

최근 읽은 추리만화 감상

 

비밀 5 - 4점
시미즈 레이코 지음/서울문화사(만화)

이번 권은 두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네요. 그중 첫번째 이야기가 메인으로 "60년 전 유괴하여 살해한 죄를 자백한 한 시한부 인생 노인의 고백, 그리고 고백대로 시체를 발굴한 현장에서 20-25년 밖에 지나지 않은 성인 남성의 시랍화된 시체가 발견된 뒤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우연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었습니다. 시리즈의 팬으로서 감찰의 유키코의 재등장. 아오키의 프로포즈 등 세세한 볼거리는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왠지 시리즈 초반의 과학과 추리가 상상력과 잘 결합되었던 독특한 분위기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범행의 동기 역시 절절하긴 하지만 진부하기 그지 없었고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본 사건과는 무관한 최초의 유괴사건에 관련된 이야기가 훨~씬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키 경시정의 "추리" - 감찰의 유키코의 친구를 보고 내리는 추리나 시체의 자상을 통해 범인을 추리하는 것 등 - 가 상당히 돋보이긴 했고요. 하지만 평작 이하 수준이라 별점은 2점입니다. 그나저나 이 작품도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별점이 추락하는군요... (덧붙이자면, 두번째 이야기는 꽁트수준으로 짤막할 뿐더러 뇌 스캔에 대한 일반적 인식을 풍자하듯 다룬 작품이기에 별로 언급할게 없었습니다)


소년탐정 김전일 2부 8 - 4점
아마기 세이마루 지음, 사토 후미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한권짜리 단편입니다. 흑마술 살인사건이라는 부제인데 거창한 이름이 붙은 저택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극, 그것도 인형을 통해 연쇄살인을 미리 예고한다는 것과 같은 정통 미스터리적인 요소에 흑마술을 통한 오컬트적 분위기, 그리고 "지옥의 광대" 타카토 요이치까지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노리고 만든, 인기를 끌만한 요소를 그러모아 과거의 활력을 찾아보고자 하는 몸부림으로 보이더군요 . 그러나 사건의 동기 부분에서 기존 김전일 시리즈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구태를 반복하고 있으며, 추리적으로는 높은 점수를 줄만한 정교한 트릭이 등장하지도 않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독자에게 공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등 작품의 핵심 본질 자체가 별로 좋아지지 못했습니다. 정말이지 트릭은 어처구니가 없는 수준이더군요.  그래도 전작보다는 나은 수준이라는게 어찌보면 황당할 노릇이죠... 별점은 2점입니다.


Q.E.D 큐이디 31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Q.E.D도 31권째네요. 이번 권에는 두편의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가벼운 이야기 - 무거운 이야기가 보통 같이 실리곤 했던 전례처럼 첫번째 이야기는 연구 데이터 분실에 관련된 이야기이고 두번째 이야기는 살인 사건입니다. 그런데 보통은 가벼운 이야기 쪽의 트릭이나 구성이 더 좋았었지만 이번 권에서는 첫번째 이야기가 더 별로였습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전개가 납득되지 않는데 이유는 범인이 애시당초 사건을 벌일 필요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을테니까요. 또한 추리적으로는 정말이지 봐줄만한 요소가 없기도 해서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작가 스스로도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 보이기도 했고 말이죠. 로키와 에바가 등장하고 미국을 무대로 한 스케일이 큰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팬으로서 즐겁게 읽었고, 우리나라의 "황우석 박사" 사건이 연상되는 등의 잔재미는 있지만 평작 수준에 못미치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나마 두번째 이야기는 조금 나았습니다. 일단 트릭이 괜찮았거든요. 간만에 본 "만화에 아주 적합한"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식으로 트릭이 구성되어 있고 결말부분의 반전도 존재하기 때문에 추리적으로 즐길거리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작품 안에서도 밝혀지듯 동기가 너무나 약하며, 경찰의 적절한 증거에 대한 검사만 있었더라도 범인을 보다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는 점 때문에 이야기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만 보완했더라면 더욱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그래도 평작 수준은 되는 것 같습니다. 첫번째 이야기가 쪽박이고 두번째 이야기는 평작이라 두 작품의 합한 평점은 2점 정도로 생각되네요.

2009/03/14

앨저넌에게 꽃을 - 다니엘 키스 / 김인영 : 별점 5점

앨저넌에게 꽃을 - 10점
다니엘 키스 지음, 김인영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빵가게 점원 '찰리 고든'은 32살이지만 IQ가 70도 되지 않는 저능아. 그런 그에게 지능 향상을 위한 실험이 제안되며 똑똑해 지고 싶었던 찰리는 그 제안을 수락한다. 지능향상 실험은 이미 "앨저넌"이라는 이름의 생쥐에게 적용되어 성공하였기에 인체 실험이 필요했던 것. 찰리는 실험 시작과 동시에 "경과보고"라는 이름의 문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기 시작한다....

반세기전인 1959년에 출간된, 휴고상과 네뷸라 상을 수상한 SF의 고전입니다. 유명한다는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SF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기에 읽지 않았었는데 중고서점에서 별 생각없이 충동구매한 뒤 순식간에 다 읽어버린 작품입니다.
찰리의 경과보고라는 형태의 극단적 1인칭 시점으로 이루어져 있고, 저능아의 서툰 글에서 시작하는 변화의 과정이 고작 8개월여에 머무르는 짧은 기간의 이야기이기에 심리 묘사의 극을 보여주면서도 감동의 깊이를 더하는 이 작품은 한마디로 굉장히 아름다우면서도 슬프고, 그러면서도 끔찍하고도 잔인한 이야기였습니다. 다 읽고나니 눈물이 핑 돌 정도로요.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라 리뷰를 쓰기도 쉽지 않군요.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을 얻어가면서 더 소중한 것을 잃어가는 딜레마를 다룬 작품이기도 하고, 슬픈 결말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것을 거부할 수 없다는 시한부 최루성 멜로물이기도 하고, 행복이라는 것이 사실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철학적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니까요. 제가 짤막한 상식으로 리뷰를 쓴다는 것이 무례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성취"를 이룬, 진정한 걸작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우리 시대의 고전이네요.

한마디로 이제서야 읽은 것이 후회가 될 정도로 대단한, 놀라운 작품으로 이런 책이 잘 팔리지 않아서 절판을 거듭한 국내의 척박한 장르문학 환경은 화가 나기까지 하네요. 차라리 SF로 포장하지 않았으면 진정한 고전의 한 자리를 차지하지 않았을까요? SF적인 요소도 많지 않은데... 어쨌건 별점은 당연히 5점입니다. 제가 블로그에 책 리뷰를 올리면서 5점짜리 작품은 처음이네요. 이 작품을 좀 더 일찍 읽지 못한 것이 후회됩니다.

덧붙이자면. 소설에는 묘사되지 않았지만 워렌학교로 돌아간 찰리에게 곧 다가올 필연적 죽음, 그의 시체를 놓고 벌어질 실험을 생각하니 더 가슴이 아픕니다. 부디 찰리가 마지막 얼마간이라도 워렌학교에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PS : 그나저나 영화화도 몇번 된 것 같은데 이 1인칭 심리묘사의 극한을 보여주는 작품을 어떻게 영상화할 수 있다는 것인지 궁금할 뿐이네요. 뭐 찰리 역이야 연기 좀 한다는 배우는 당연히 욕심낼만한 배역이긴 하지만 도저히 책이라는 매체의 효과를 뛰어넘는 영화가 나오리라고는 전혀 예상되지 않거든요.

2009/03/12

웨스팅 게임 - 엘렌 라스킨 / 이광찬 : 별점 3점

웨스팅 게임 - 6점 엘렌 라스킨 지음, 이광찬 옮김/황금부엉이

제지회사를 설립하여 백만장자가 된 새뮤얼 웨스팅이 은둔생활 끝에 자택에서 시체로 발견된
 뒤, 새뮤얼 웨스팅의 변호사가 "선셋 타워" 에 입주한 사람들과 고용인들로 구성된 16명의 유산 상속인을 불러모아 그의 유언을 발표했다. 
"새뮤얼 웨스팅은 살해되었으며 상속인들 중 범인이 있다, 상속인들은 두명씩 팀을 이루어 팀마다 단어 몇개씩의 단서를 받는다, 단서를 풀어내어 범인을 밝혀내면 새뮤얼 웨스팅의 전재산 200만달러를 상속받게 된다"는 유언의 내용에 따라, 그들은 이른바 "웨스팅 게임" 에 참여하게 되는데...

과거 에이브 (ABE) 문고를 통해 접했었던 "샘 아저씨 유산"이 재 출간된 작품입니다. 일단 줄거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막대한 상금을 걸고 벌이는 게임" 이라는 주제를 볼 때 "인사이트 밀" 이나 "극한추리 콜로세움" 과 유사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장점과 단점 역시 비슷하고 말이죠.

장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첫째로 추리적인 요소는 좋았습니다. 지나치게 "미국 중심"의 단어를 이용한 암호 트릭이라 암호해결에 동참하기 힘들다는 것은 아쉽지만 모든 팀과 독자에게 공정하게 단서를 제공하면서 각 팀마다의 암호 해석과정도 보여주면서 차분히 스텝업을 해 나가는 전개는 지속적인 흥미를 유지시킵니다. 암호를 통해, 그리고 작중에서 조사되어 독자에게 공유되는 정보들과 합쳐져 도출되는 결론 역시 합리적인 편이며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던 요소들을 통해 드러나는 마지막 결론까지 상당히 깔끔한 편이라 만족스럽더군요.
두번째로는 인물들에 대한 캐릭터 성이 확실히 부여되어 읽기가 편했다는 것을 들 수 있겠죠. 일종의 게임-배틀물과 마찬가지라서 각 팀의 팀원들을 부각시켜야 독자들이 팀마다의 레벨을 부여해가며 평가할 수 있을테니 작가도 상당히 공을 들인 부분 같은데, 총 8팀 (실제 게임 참가는 7팀) 의 구성원이 굉장히 천차만별이지만 전체적인 레벨과 비중이 작품 내내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격인 터틀 보다는 판사 - 수위 팀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마지막으로는 작품이 무겁지 않고 밝고 가볍게, 그리고 경쾌하게 진행된다는 점을 들고 싶네요. 청소년용에 딱 맞는달까요. 그만큼 수위도 적당하고 결말도 해피엔딩입니다.

그러나 앞서 예를 든 두 작품의 가장 큰 단점 - 만화와 같은 상황이 기본적인 설정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 - 처럼 이 작품 역시 왜 웨스팅이 이러한 게임을 벌이는지, 왜 이 사람들이 유산 상속인으로 선택되었는지, 최초에 1만달러를 주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설정의 핵심 요소들에 대한 설득력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똑같이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예를 들었던 일본 작품들처럼 마냥 황당한 공상의 세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면죄부를 주기는 힘들 정도로 타당성은 부족했습니다.  뭐 이정도 단점이야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았다는, 일종의 동화와 같은 이 작품의 세계관에 비추어 본다면 단점으로 치기 어렵겠지만요.

어렸을때는 재밌게만 읽었었는데 이 나이 먹고 읽으려니 단점까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뭔가 세월을 실감하게도 하네요. 심각한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청소년들에게 적합한 작품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겠죠. 외려 제가 구입해서 읽었다는 것이 주책맞은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작품 자체만 놓고 본다면 별 3점은 충분합니다. 그만큼 재미 있다는 것은 확실하고 저에게는 점수 이상의 추억을 생각나게 해 준 작품이니까요. 청소년 용 추리소설을 찾으신다면 강추합니다.

2009/03/10

에이브 (ABE)를 아시나요?

 "ABE 81 - 샘 아저씨 유산" 이 재간된 "웨스팅 게임"을 구입한 기념으로 몇자 적어봅니다.


에이브 (ABE)라는 아동용 문고 레이블을 아시나요? 아마 80년대 중, 후반에 학창시절을 보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죠. 저 역시 당시 초등학생으로 위인전과 몇 안되는 창작동화밖에 없던 열악한 국내 도서 시장에서 한줄기 빛과 같았던 에이브의 세례를 제대로 받고 자라났었습니다. 억지스러운 감동과 모범적이고 교훈적인 이야기 투성이의 이야기들 속에서 에이브처럼 다양한 종류의 재미를 선사한 시리즈는 정말 그 당시에는 없었으니까요. 소년 모험물, 전쟁의 참상을 전해 주는 반전물, 역사물 및 모험물을 비롯해서 SF에 추리적 성향의 작품까지 가득했던 정말로 좋은 시리즈였습니다.

아직까지도 영국 기숙학교의 유머러스한 일상을 다룬 "제닝스는 꼴찌가 아니다"와 애니메이션까지 나왔던 꼬마 바이킹 이야기 "작은 바이킹". 아동용 판타지의 대표작으로 영화는 물론 국내에서 번안해서 TV 드라마로도 방영했던, 어른들이 모두 사라진 도시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인 "아이들만의 도시" 등은 기억에 생생하네요. 끔찍한 마녀사냥에 대한 고발과도 같은 "어머니는 마녀가 아니에요"와 정신지체아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는 "어른학교 아이학교" 역시 지금도 생각나고요.

당시는 정말 에이브 넘버만 봐도 그 책 내용이 뭔지 알 정도로, 달달 외울정도로 읽었는데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뇌리에서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 가슴이 아프군요. 인터넷에서 찾은 아래 목록을 보니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 작품도 있고 제목부터가 생소한 작품들도 있는데 꼭 다시 구해보고 싶어집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웨스팅 게임" 처럼 재간된 작품이 몇개 있던데 하나씩 옛 추억을 들추는 의미에서라도 구입해야겠어요.

저작권 문제 등이 걸리기는 하지만 아이디어 회관 SF 문고를 가지고 DB화를 진행한 "SF 직지 프로젝트" 와 같은 형태로 에이브가 다시 살아난다면 참 좋을텐데요...

<ABE 시리즈 목록>

ABE 1 : 나의 학교 나의 선생 (조반니 모스카, 허인 역)
ABE 2 : 조그만 물고기 (에릭 크리스챤 호가드, 박순녀 역)
ABE 3 : 형님 (제임스 콜리어, 이가형 역)
ABE 4 : 그때 프리드리히가 있었다 (한스 리히터, 원동석 역)
ABE 5 : 파묻힌 세계 (앤테리 화이트, 김용락 역)
ABE 6 : 아이들만의 도시 (헨리 윈터펠트, 오정환 역)
ABE 7 : 큰숲 작은집 (로러 잉걸스 와일더, 장왕록 역)
ABE 8 : 시베리아 망아지 (칼라 시니코프, 윤종혁 역)
ABE 9 : 은빛 시절 (추코프스키, 박형규 역)
ABE 10 : 막다른집 1번지 (이브 가네트, 조용만 역)

ABE 11 : 횃불을 들고 (로즈마리 서트클리프, 공덕룡 역)
ABE 12 : 어머니는 마녀가 아니에요 (아네 르슨, 유영 역)
ABE 13 : 바닷가 보물 (헬렌 부시, 김인숙 역)
ABE 14 : 마나난 숨은섬 (앨리스 딜런, 이정기 역)
ABE 15 : 산골마을 힐즈엔드 (아이반 사우드올, 이경식 역)
ABE 16 : 안네 (에른스트 쉬나벨, 신동춘 역)
ABE 17 : 매는 낮에 사냥하지 않는다 (스코트 오델, 신상응 역)
ABE 18 : 파파 (표도로브나, 채대치 역)
ABE 19 : 칼과 십자가 (피터 카터, 윤태순 역)
ABE 20 : 북극의 개 (니콜라이 칼라시니코프, 문무연 역)

ABE 21 : 목화마을 소녀와 병사 (베티 그린, 이우영 역)
ABE 22 : 마더 테레사 (르 졸리, 허문순 역)
ABE 23 : 삼촌생각 (유리 콜리네츠, 최홍근 역)
ABE 24 : 초록 불꽃 소년단 (엔초 페트리니, 양동군 역)
ABE 25 : 대장간 골목 (바클라프 제자치, 맹은빈 역)
ABE 26 : 외딴섬 검은집 소녀 (메이벨 에스터 앨런, 문순표 역)
ABE 27 : 여우굴 (아이반 사우드올, 하종언 역)
ABE 28 : 부엌의 마리아님 (루머 고든, 홍사중 역)
ABE 29 : 룰루와 끼끼 (이누이 도미코, 김선영 역)
ABE 30 : 달나라에 꿈을 건 사나이 (에릭 버거스트, 황종호 역)

ABE 31 : 마지막 인디언 (디오도러 크로버, 김문해 역)
ABE 32 : 원시림에 뜬 무지개 (페초르스키, 유성인 역)
ABE 33 : 이를 악물고 (체르드 아데마, 석광인 역)
ABE 34 : 초원의 집 (로러 잉걸스 와일더, 장왕록 역)
ABE 35 : 새벽의 하모니카 (마리안 모네스티에, 방곤 역)
ABE 36 : 우리 어떻게 살 것인가 (제이 베네트, 도창회 역)
ABE 37 : 작은 바이킹 (루너 욘슨, 박외숙 역)
ABE 38 : 아버지가 60명 있는 집 (마인더트 디영, 이태극 역)
ABE 39 : 눈보라를 뚫고 (수잔 플레밍, 신동집 역)
ABE 40 : 우리들 정글 (존 로우 타운젠드, 이상준 역)

ABE 41 : 엄마 아빠 나 (주디블룸, 이종찬 역)
ABE 42 : 마침내 날이 샌다 (마야보이 체홉스카, 최창학 역)
ABE 43 : 맘모스 사냥꾼 (에두알트 쉬돌프, 양광남 역)
ABE 44 : 쥬릴리 (바바라 스머커, 김계동 역)
ABE 45 : 한밤의 소년들 (해리 쿨만, 김종 역)
ABE 46 : 바이킹 호콘 (에릭 호가드, 백길선 역)
ABE 47 : 늑대에겐 겨울없다 (쿠르트 류트겐, 곽복록 역)
ABE 48 : 무인도 소녀 (스코트오델, 채훈 역)
ABE 49 : 우리 읍내 (로러 잉걸스 와일더, 장왕록 역)
ABE 50 : 바람과 모래의 비밀 (앤 드웨이트, 정동화 역)

ABE 51 : 먼 황금나라 (야나기야 케이코, 조병무 역)
ABE 52 : 콘티키 (디오하이 에르달, 조익규 역)
ABE 53 : 태양의 전사 (로즈마리 서트클리프, 한혜경 역)
ABE 54 : 헤어졌을 때와 만날 때 (케스트너, 김양순 역)
ABE 55 : 인생 첫걸음 (샤무일 마르샤크, 정명자 역)
ABE 56 : 얀 (얀 세렐리어, 이세형 역)
ABE 57 : 어린 농장주인 (질리언 에이버러, 박승탁 역)
ABE 58 : 신비섬 탐험 (베르이먼, 이정태 역)
ABE 59 : 빵 포도주 마르셀리노 (산체스실버, 탁인석 역)
ABE 60 : 집나간 아이 (커닉스버그, 박옥선 역)

ABE 61 : 얼음 바다 밑 노틸러스 (윌리엄 앤더슨, 박용수 역)
ABE 62 : 장닭호 모험 (존 메이스필드, 최영도 역)
ABE 63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크레이그 스트리트, 최경림 역)
ABE 64 : 일곱 개구장이 (에델 터너, 김수연 역)
ABE 65 : 16살 선장 (로빈 그레이엄, 양병탁 역)
ABE 66 : 홀로 황야를 가다 (그리피드, 조효진 역)
ABE 67 : 자유지하철도 (힐데거드 스위프트, 이풍우 역)
ABE 68 : 제닝스는 꼴찌가 아니다 (버커리지, 신호웅 역)
ABE 69 : 비챠의 학교생활 (니콜라이 노조프, 박형규 역)
ABE 70 : 검은 램프 (피터 카터, 최종욱 역)

ABE 71 : 로키산맥의 울프 (조지 스톤, 한예석 역)
ABE 72 : 지노의 전쟁 (카를 브루크너, 이계병 역)
ABE 73 : 사랑의 길을 떠나다 (케이 엠페이튼, 김진식 역)
ABE 74 : 얼어붙은 불꽃 (제임스 휴스턴, 홍준희 역)
ABE 75 : 바이킹 소녀 헬가 (에릭 호가드, 박기열 역)
ABE 76 : 인생의 문 (아나톨리 알렉신, 채대치 역)
ABE 77 : 조각배 송사리호 (필리퍼 피어스, 강통원 역)
ABE 78 : 겨울 떡갈나무 (유리 나기빈, 이철 역)
ABE 79 : 바렌랜드 탈출작전 (팔레이 모와트, 김남석 역)
ABE 80 : 사막의 우정 (앙트완 르불, 박경식 역)

ABE 81 : 샘 아저씨 유산 (앨런 라스킨, 한명남 역)
ABE 82 : 아버지에게 네 가지 질문을 (호르스트 부르거, 송영택 역)
ABE 83 : 뺏을 수 없는 나라 (몰리 헌터, 김종휘 역)
ABE 84 : 긴코장이 대항해 (콘스탄틴 이오시호프, 박일충 역)
ABE 85 : 밀림의 북소리 (르네 기요, 현광식 역)
ABE 86 : 백합 골짜기 (베라, 빌 클리버, 전재근 역)
ABE 87 : 어른학교 아이학교 (하이타니 켄지로, 권오현 역)
ABE 88 : 할아버지 안녕 (엘 피드네리, 한봉흠 역)

식도락 여행 - 한스 페터 폰 페슈케, 베르너 펠트만 / 이기숙 : 별점 2점

 

식도락여행 - 4점
한스 페터 폰 페슈케.베르너 펠트만 지음, 이기숙 옮김/이마고

세계사의 주요 장면장면을 토막으로 구성하여 해당 장면마다 등장한 요리를 양념처럼 구성한 일종의 역사책이자 요리책인 독특한 책입니다. 역사와 요리 모두 좋아하기에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기원전 솔로몬과 시바여왕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서 21세기 식량위기에 대한 내용까지 다루고 있으니 다루고 있는 범위는 정말 넓을 뿐 아니라, 다루고 있는 범위 만큼이나 다양한 문학적 형식 - 일반적인 3인칭 시점에서부터 1인칭 시점, 서간문 형식, 토론 발표 형식 등 - 으로 각 주제를 구성하여 식상하지 않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다루고 있는 주요 장면 중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주로 앞부분 고대 시대로 

1. 오디세우스가 친구들과 식사를 하며 트로이의 목마 작전을 생각해 내는 "오디세우스의 군막에서 - 트로이 영웅의 야전 만찬 │ 고대 그리스의 소박한 식탁"
2. 한니발의 마지막 식사를 다루고 있는 "로마 대신 죽음을 택한 한니발  - 한니발의 마지막 식사 │ 페나키아와 카르타고의 음식 유산"
3. 갈리아의 돼지고기 상인 오벨릭스가 로마 제국 요리의 진수를 맛보는 "세계의 배꼽을 가다 - 갈리아의 오벨릭스를 위한 요리 │ 로마 제국의 요리 전성기"


요 세가지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흥미롭기도 했고 말이죠. 돼지고기 상인 오벨릭스는 아스테릭스 친구 오벨릭스가 오버랩되기도 하고요.

그러나 중세 이후로 넘어가면서부터는 실망스럽더군요. 앞부분에는 나름 역사속 사건과 요리가 맞아떨어지는 맛이 어느정도 있었는데 뒷부분으로 가면 갈수록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시시콜콜한 역사속 장면 한토막에 당대의 요리를 억지로 끼워넣은듯한 항목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당대의 요리를 그 시대의 주요한 사건과 배치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리라 예상은 되지만 너무 억지스럽다는 것은 확실히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죠. 중세 이후의 시대가 굉장히 촘촘하게 구성되어 시대와 요리의 차이점이 후반부에서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 역시 감점 요소고요.

또한 지금 당장이라도 재현할 수 있도록 과거 역사속 요리를 그럴듯 하게 구현하여 레시피를 제시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아이디이어긴 했는데 대한민국 일반인 주방에서 구현하기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요리가 대부분이라는 점 역시 실망스러웠습니다. 뭐 제가 요리를 잘하거나 즐기는건 아니지만 대충 봐도 구하기 어려운 재료와 실천하기 어려운 조리법이 난무하니까요. 덕분에 맛을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 역시 이런류의 책에서는 굉장히 치명적인 단점이라 생각됩니다. 이 점은 최소한 요리 관련 도판이라도 충실하게 실어서 비쥬얼로 상상할 수 있도록은 해 줬어야 하지 않을까요?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요리를 좋아하고 세계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어필할 수 있도록 구성된 "기획도서" 로서 역사보다는 요리쪽에 훨~씬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요리책에 가까운 책입니다. 제 기대와는 큰 차이가 있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2009/03/08

경성 자살 클럽 - 전봉관 : 별점 3점

 

경성 자살 클럽 - 6점
전봉관 지음/살림

황금광시대, 경성기담럭키경성에 이어지는 전봉관의 경성 관련 서적 네번째 작품입니다. 출간된지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알고 구입해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식민지 조선의 경성에서 벌어진 자살 사건을 다루고 있는 책으로,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고 1부는 "근대 조선의 사랑과 전쟁", 2부는 "근대 조선 잔혹사" 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작들과 비교한다면 재미와 사료적 가치는 좀 떨어진다 생각됩니다. "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 등 유사 도서에서 이미 접했던 이야기가 많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죠. 1부에서 많이 다룬 연인들의 "정사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그러한데, 대표적인 것은 윤심덕과 김우진의 현해탄 정사와 평양 명기 강명화 정사사건, 그리고 2부의 홍옥임, 김용주 동성애 정사사건을 들 수 있습니다. 또 몇몇 이야기의 경우에는 새롭고 재미있긴 했지만 관련 기사 한두건의 내용을 통하여 이야기를 재조명하고 있기에 탄탄한 느낌이 부족해 보이기도 했고요. 예를 들자면 "상하이 국제 삼각연애 살인사건" 의 경우는 내용 전체가 "개벽" 1934년 12월호 "국제 삼객애의 혈제"에서 발쵀한 내용이더군요.

물론 전봉관씨의 몇 안되는 자료에서 사건을 재구성하는 능력은 여전히 돋보이고 다른 책들에서도 많이 접했던 사건들의 이면을 설명한다던가 - 윤심덕, 김우진 사건의 경우 후일담이라 할 수 있는 "생존설"을 다루고 있기도 합니다 - 하는 부분은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으며 입시 지옥에 관련된 내용 같이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있기에 책 자체는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그 외에 독립운동에 관련된 이야기도 재미있었고요.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 등장하는 것은 경성 관련 도서를 많이 읽다보니 생기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좀 더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새롭게 알게된 내용이 많았더라면 4점은 충분히 줄 수 있는 책인데 아쉽네요. 그래도 경성을 무대로 한 창작활동을 하는 입장에서 군말하기 어려운, 참으로 고마운 책이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2009/03/06

신제품 출시

회사에서 준비중이던 신제품이 오늘 출시되었습니다. 예판이라 정식 출시는 아니지만 정식 출시만큼 바쁜 요 며칠이었네요.

제품명은 Red Eye-J2.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로 반응속도도 빠르고 사전이 들어가 있는 등 성능도 괜찮은 편에다가 가격도 착한, 어떻게 보면 좀 "노리고" 만든 제품이지요. 예판때 구입하면 사은품도 주는 만큼 많이 사랑해주시길....^^;;

2009/03/03

주석 달린 셜록 홈즈 1 - 아서 코난 도일 / 레슬리 S 클링거 주석 / 승영조 : 별점 4점

 

주석 달린 셜록 홈즈 1 - 8점
아서 코난 도일 원작, 레슬리 S. 클링거 주석, 승영조 옮김/북폴리오

드디어 완독했습니다. 1004쪽이라는 방대한 분량, 그리고 분량에 걸맞는 무게를 자랑하는 책이기에 읽는 것 자체가 좀 힘들더군요. 태어나서 읽은 책 중 두껍기로는 순위를 다툴 것 같습니다... 어쨌건 이 책은 명탐정의 대명사인 진퉁 고전 셜록 홈즈 시리즈 중 첫번째, 두번째 단편집인 "셜록 홈즈의 모험" 과 "셜록 홈즈의 회고록" 두개의 단편집에 더불어 작품별 상세한 주석, 관련 자료 등을 추가하여 편집한 책으로 두 단편집 모두 진작에 완독했지만 관련 자료가 워낙에 풍성해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두 단편집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셜록 홈즈 시리즈이기도 했고 말이죠.

일단 몇가지 아쉬운 점을 먼저 짚어 보자면, 일단 셜록 홈즈 작품을 접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불친절한 주석이 상당히 많은 편이었습니다. 초반에 범인을 밝혀 버리고 다른 작품 범인도 알려주는 주석이 많다는 것이 그러하고요, 또한 홈즈와 왓슨을 "실존인물"로 단정짓고 주석과 관련 자료를 첨부한 것도 읽다보면 좀 혼란스럽고 "그래서 뭐가 어쨌는데?" 라는 짜증이 날 정도로 너무 세세한 부분에서 별것 아닌 것을 가지고 설명하는 주석도 많더군요. 연구자나 셜록키언을 위한 책이니 감안해야겠지만 왓슨을 "제임스"라고 부른 것에 대한 방대한 논의 같은 것은 정말이지 필요없는 내용이 아니었나 싶어요. 제가 보기엔 그냥 작가의 실수일 뿐인데...
아울러 구입 당시에 먼저 이야기했던 종이질 같은 책의 완성도가 미흡한 것 역시 아쉬웠습니다. 종이질야이 그렇다 치더라도 책을 다 읽을때 쯤 되니 책의 무게 탓인지 제본이 끝부분에서 깨져 나가기 시작했거든요. 이럴거면 왜 이 두께로 냈는지 조차 의심스러워요. 차라리 여러권으로, 최소한 "모험"과 "회고록"을 나눠 2권으로 내 놓았어도 이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거 아닙니까? 두께 탓에 폼은 나지만 그 외의 보관, 휴대, 독서, 완성도는 모두 떨어집니다...

불만이 좀 길긴 한데 그래도 "돈 값은 한다" 는 것은 분명합니다. 물론 정가가 아니라 제가 구입한 금액인 17,800원일 때 만족도가 보다 상승하긴 하겠죠. 페이지당 약 17원밖에 안하는 저렴한 가격이 일단 매력적이니까요. 또한 작품들 모두 새롭게 번역되어 다른 판본들과는 다른 맛을 전해 줄 뿐 아니라 셜록 홈즈가 활약한 19세기 후반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각종 도판 및 주석, 여러 셜록키언과 셜록 홈즈 연구자들의 짤막한 논문과 주장 등을 책 한권에서 셜록 홈즈 이야기 본편과 함께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또한 여러 연구자들이 셜록 홈즈 "정전 (이른바 카논)" 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으로 논하며 작품의 단점이나 불합리성을 지적한 부분, 고증에 대해 지적한 부분들은 추리소설을 창작하는 사람 입장에서 정말 눈여겨 볼 항목들이었고요. 예를 들자면 제가 최고 걸작이라 생각하고 있던 "붉은 머리 클럽"의 맹점 -"붉은 머리 클럽을 해산한 시점의 불합리성 / 은행에 보관한 금화의 불합리성 등" - 을 지적한 부분에서는 정말이지 무릎을 칠 만 하더군요.

그 외에도 홈즈 영상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비롯하여 얼룩끈에 등장한 독사는 무엇이었나에 대한 연구나 홈즈와 왓슨의 권총 연구와 같은 작품에 관련된 셜록키언들의 갖가지 짤막한 논문들과 홈즈 연표까지 실려 있어서 거의 셜록 홈즈 백과사전이라 칭할만 합니다. (물론 나머지 2, 3권까지 갖춰야 진정한 백과사전으로서의 기능을 다 하겠지만요...) 덧붙여 대표적인 셜록키언, 셜록 홈즈 연구자로 추리소설가 도로시 L 세이어스, 도널드 녹스의 예가 등장하는 것도 이채롭고 제가 이미 구입해서 가지고 있는 베어링 굴드의 셜록 홈즈 평전이 비중있게 다루어지고 있는 것도 팬이자 소장자로서 기분좋은 일이기도 했고요. (이 책 헌책방에서 어렵게 구했더랬죠)

한마디로 "정전 (카논)" 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팬들은 반드시 구입해야 하는 책이 아닐까 싶네요. 별점은 5점 만점에 4점입니다. 팬으로서 이런 책이 존재하고 출간되었다는 것 자체가 반가운 일이니까요. 그래도 정가대로 2, 3권이 출간된다면 과연 구입하게 될 것인지는 심각하게 고민할 부분이긴 합니다.... 1권을 40% 할인 가격에 파는 것을 이미 봐 버렸으니....

2009/03/02

도리 - 미키의 대잡화사전 : 별점 3.5점

 

제가 좋아라 하는 작가 중 한명인 도리 미키의 에세이집입니다. 한때 꽂혀서 일본 여행 중 만다라케를 뒤져 다수의 단행본을 구입한 적도 있었죠. 좀 투박하고 올드한 개그센스와 그림체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뭔가 기발하고 허를 찌르는 묘한 재미가 있어서 상당히 좋아했었습니다.

국내에는 그다지 소개된 적도 없고 앞으로도 소개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작가이기도 해서 작품 구하기가 쉽지 않아 요새는 별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가 형과 우연히 간만에 방문한 북오프에서 발견하고 비록 만화도 아니고 글자뿐인 에세이집이지만 옛 생각이 나서 구입하게 되었네요.

제가 일본어가 딸리는 관계로 전체 에세이의 절반정도만 겨우겨우 이해했다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한데 절반만으로도 충분히 기대했던 묘한 재미는 전해줍니다. 예를 들자면 뉴질랜드에 여행가서 스키를 즐기고, 또 뉴질랜드 굴지의 리조트 타운에서 관광을 한 이야기를 한참 쓰다가 결말은 선물로 사온 특산 키위 쵸콜렛을 동네 슈퍼에서 발견했다는 것 같은 거죠. 어찌보면 굉장히 일반적이고 뻔한 이야기에서 당황스럽기도 한 허를 찌르는 부분이 툭 튀어나오는 것이 신선하고 묘했습니다. 그 외에도 스스로의 만화에 써먹었다는 다양한 에피소드들, 재미난 일화들이 많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네요. 특히 스스로 만화에 써먹었다는 몇몇 에피소드는 제가 구입한 단행본에 몇개 실려있어서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고요. (비치 보이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에 대한 에세이였습니다)

평범하지만 아주아주 약간 기묘한 만화가의 아주아주 약간 기묘한 에세이집이랄까요. 어정쩡하게 기묘한게 정말로 마음에 들었기에 번역된다면 좋겠지만 책 자체도 15년 전에 나온 낡은 책일 뿐더러, 국내에 만화조차 제대로 소개되지 않는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먼 곳으로 가고파"가 잠깐 나오다 말았죠) 작가이기에 기대는 접는 것이 낫겠죠. 저의 어설픈 일본어 실력이 아쉬울 뿐입니다. 별점은 절반만 이해했기에 3.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혹시 이 작가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아직 인터넷 서점에서 팔고 있는 "먼 곳으로 가고파"를 한번 구입해 읽어보세요. 기묘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독특한 개그를 만끽하실 수 있을 겁니다. 취향에 맞는다면 말이죠. 찾는 김에 "경성탐정록"도 같이 한번 찾아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