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여행 - 한스 페터 폰 페슈케.베르너 펠트만 지음, 이기숙 옮김/이마고 |
세계사의 주요 장면장면을 토막으로 구성하여 해당 장면마다 등장한 요리를 양념처럼 구성한 일종의 역사책이자 요리책인 독특한 책입니다. 역사와 요리 모두 좋아하기에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기원전 솔로몬과 시바여왕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서 21세기 식량위기에 대한 내용까지 다루고 있으니 다루고 있는 범위는 정말 넓을 뿐 아니라, 다루고 있는 범위 만큼이나 다양한 문학적 형식 - 일반적인 3인칭 시점에서부터 1인칭 시점, 서간문 형식, 토론 발표 형식 등 - 으로 각 주제를 구성하여 식상하지 않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다루고 있는 주요 장면 중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주로 앞부분 고대 시대로
1. 오디세우스가 친구들과 식사를 하며 트로이의 목마 작전을 생각해 내는 "오디세우스의 군막에서 - 트로이 영웅의 야전 만찬 │ 고대 그리스의 소박한 식탁"
2. 한니발의 마지막 식사를 다루고 있는 "로마 대신 죽음을 택한 한니발 - 한니발의 마지막 식사 │ 페나키아와 카르타고의 음식 유산"
3. 갈리아의 돼지고기 상인 오벨릭스가 로마 제국 요리의 진수를 맛보는 "세계의 배꼽을 가다 - 갈리아의 오벨릭스를 위한 요리 │ 로마 제국의 요리 전성기"
요 세가지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흥미롭기도 했고 말이죠. 돼지고기 상인 오벨릭스는 아스테릭스 친구 오벨릭스가 오버랩되기도 하고요.
그러나 중세 이후로 넘어가면서부터는 실망스럽더군요. 앞부분에는 나름 역사속 사건과 요리가 맞아떨어지는 맛이 어느정도 있었는데 뒷부분으로 가면 갈수록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시시콜콜한 역사속 장면 한토막에 당대의 요리를 억지로 끼워넣은듯한 항목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당대의 요리를 그 시대의 주요한 사건과 배치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리라 예상은 되지만 너무 억지스럽다는 것은 확실히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죠. 중세 이후의 시대가 굉장히 촘촘하게 구성되어 시대와 요리의 차이점이 후반부에서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 역시 감점 요소고요.
또한 지금 당장이라도 재현할 수 있도록 과거 역사속 요리를 그럴듯 하게 구현하여 레시피를 제시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아이디이어긴 했는데 대한민국 일반인 주방에서 구현하기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요리가 대부분이라는 점 역시 실망스러웠습니다. 뭐 제가 요리를 잘하거나 즐기는건 아니지만 대충 봐도 구하기 어려운 재료와 실천하기 어려운 조리법이 난무하니까요. 덕분에 맛을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 역시 이런류의 책에서는 굉장히 치명적인 단점이라 생각됩니다. 이 점은 최소한 요리 관련 도판이라도 충실하게 실어서 비쥬얼로 상상할 수 있도록은 해 줬어야 하지 않을까요?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요리를 좋아하고 세계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어필할 수 있도록 구성된 "기획도서" 로서 역사보다는 요리쪽에 훨~씬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요리책에 가까운 책입니다. 제 기대와는 큰 차이가 있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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