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매니아 프리터인 사토는 아르바이트로 카리브 해의 외딴 섬 저택 '기암관'으로 향했다. 정해진 설정에 따라 연기를 하며 3일간 지내면 100만엔을 준다는 아르바이트였다. 사토에게는 반 년 전 사라진 일용직 친구 도쿠나가를 찾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기암관은 부호 미에이도 하루사다의 저택으로, 사토는 하루사다의 친구로 방문했다는 설정이었다. 그리고 여러 명이 방문한 기암관에서의 첫 날 밤, 쾌활했던 손님 텐가와가 밀실에서 살해당한채 발견되었다. 알고보니 이 모든 건 부자들의 유희를 위해 벌이는 진짜 살인 게임이었고, 사토는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되는데...

고전적인 제목이 마음에 들어 집어든 작품입니다.
특징이라면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물의 설정을 작품의 핵심 소재로 풀어냈다는 점입니다. 실제 살인을 포함한 추리 게임을 유료 서비스로 제공하는 회사가 있다는 설정입니다. 추리를 즐기고 싶어 하는 부유한 클라이언트가 거액을 지불하고 사건을 의뢰하면, 회사는 추리 소설가가 만든 각본을 준비하고 배우를 모집해 실제 살인을 연출합니다. 이 회사는 전 세계에 지사가 있고요.
이야기는 영문도 모른 채 이러한 추리 게임에 참여한 뒤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사토와, 회사측 운영 담당으로 도서 추리소설처럼 모든 범행을 지휘하며 예기치 못한 사고를 수습하는 고엔마의 시선이 교차하며 전개됩니다.
사토는 평범한 프리터로, 3일에 100만엔이라는 고액 아르바이트로 고용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설정된 조연 역할만 수행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사람이 죽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부터는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다행히 '추리 매니아'인 덕분에 여러 위기를 추리를 통해 해결하면서요. 여기서 생기는 딜레마도 재미있습니다. 직접 사건을 해결하면 고액을 지불한 클라이언트 탐정의 등장이 무의미해지는 탓에 살해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딜레마지요. 때문에 조수 역할에 머무르며 단서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마지막 날 밤에는 모두 함께 밤을 보내자는 현실적인 대응도 시도합니다.
반면 고엔마는 이 게임을 기획한 회사 직원이자 운영 총괄로, 작가가 쓴 각본에 따라 전체 사건을 총괄하며 참가자들의 돌발 행동과 예기치 못한 사고를 수습해 나갑니다. 클라이언트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며, 기획된 시나리오에서 벗어나는 변수는 가능한 한 배제하고요. 그래서 사토가 무대의 흐름을 바꾸려는 조짐을 보일 때마다 이를 조용히 차단하려 합니다.
이러한 두 인물의 시점을 오가며 둘의 입장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대립도 선명하게 만드는 전개는 인상적입니다.
추리적으로도 볼 만 합니다. 일종의 암호를 통해 예고되는 살인과 선보이는 트릭들은 만화적이지만 재미있기는 하거든요. 텐가와가 사망한 밀실 트릭은 '인간 의자'를 응용한 방식이며, 시즈쿠 사건에서는 목각상 머리를 활용해 밀실을 구성하는데 다소 과장되어 있지만, '사체의 목을 잘라낸' 분위기와는 잘 어울립니다. 여러 고전 추리를 패러디하면서 어떻게든 범행을 대본에 어울리게끔 저지르는 악전고투도 생생하게 묘사되어 재미를 더해주고요.
사토가 기암관에서 벌어진 사건의 구조적 문제를 간파하고, 회사 관계자들 앞에서 그 허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결말도 볼거리입니다. 추리소설 애호가라면 납득할 만한 주장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작품 안에서 가장 논리적인 추리가 펼쳐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기획된 시나리오가 실제 사건의 변수에 따라 계속 수정되며 혼선이 생기는 부분은 블랙 코미디같습니다. 원래 탐정 역할이었던 텐가와가 또 다른 클라이언트의 의뢰로 살해당하고, 범인 역할로 설정된 시라이가 예기치 않게 죽자 급하게 고사카를 새로운 범인으로 설정하는 식인데, 특히 고사카가 법의학자 출신이었다는 설정이 갑작스레 등장하는 장면은 제법 웃깁니다.
하지만 완성도가 높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지나치게 만화적인 설정에 더해 인물들이 전형적이고, 감정적으로 설득력 있는 묘사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토가 마지막에 갑자기 천재 추리 작가로 변신하는 결말은 뜬금없고 어색합니다. 살인극이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중계되고 있었다는 설정도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고요. 이렇게 후반부에 억지스러운 장치들이 겹치는 탓에 몰입도가 떨어져버리고 맙니다. 시라이가 왜 죽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고, 선장이 언급만 되고 등장하지 않는 점 역시 이야기의 완성도를 저해합니다.
사토라는 인물도 영 별로입니다. 그는 이전 일용직 동료인 사토나가의 실종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이 아르바이트에 참여했고, 히로인 시즈쿠에 대해서도 동경의 감정을 품는걸로 표시됩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죽음을 알고난 이후에 특별한 감정 변화를 보이지 않습니다. 복수심이나 애도는 거의 언급되지 않아요. 오히려 회사의 전속 작가가 되기 위한 포부를 밝히는 데 집중합니다. 단순히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보기에는 설명이 너무 부족했어요. 사토보다는 차라리 고엔마가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교차 시점 구성과 일부 트릭은 인상적이지만, 인물의 설득력 부족과 과도한 작위적 설정은 큰 감점 요소입니다. 구태여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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