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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

2010.3.30 두산 베어스 대 넥센 히어로즈 목동 경기 요약 - 에이스의 재발견


좋았던 점 :
1. 누가 뭐래도 김선우 선수의 재발견! 제구도 좋았지만 스플리터라고 해설자들이 말한 떨어지는 변화구의 위력이 정말 죽여주더군요. 6이닝을 단 83구로 삼진을 7개나 잡아내며 비자책 1실점으로 호투. 이런 모습이 유지된다면 두산 선발진도 리그 상위권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듯!
2. 양의지 선수 : 두산 타선의 구멍은 홍성흔 선수 이후 지난 몇년간 8번 포수 타순이었습니다. 하지만 2차전부터 등장한 양의지 선수가 선발 출장하여 홈런 2방을 쏘아올리는 맹활약을 보여주어 고민을 잊게 만들어 줬습니다. 양의지 선수가 두산 화수분 야구의 위력을 다시금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3. 확실한 타선 : 일단 이종욱 선수가 아주 좋네요. 1번 타자가 현재 타점 1위! 더할 나위 없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루도 1개 추가했죠. 홈런을 친 두목곰이나 3안타의 최준석 선수도 좋았고요. 적절하게 터져준다는 느낌입니다.

나빴던, 또는 아쉬웠던 점 :
1. 양의지 선수 : 공격은 화끈했지만 결정적 패스트볼 한개로 1실점의 빌미를 제공한게 아쉬웠습니다. 직후 타구가 주자가 1루였다면 충분히 병살처리가 가능했던 만큼 결국 이 패스트볼로 실점도 하고 투구수도 늘어나서 김선우 선수가 6이닝만 마치고 내려가게 되었는데 수비도 더욱 충실히 해 주길 바랍니다.
2. 이성렬 선수 : 지구 멸망의 때가 아직 오지 않을걸까요? 본인 스스로 3번 타순에 대한 부담감이 있겠지만 조금만 더 잘해주었으면 합니다. 너무 힘이 들어갔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3. 김현수 선수 : 안타 1개가 뭐냐.^^ 왼손 투수한테는 여전히 약한건가?

기타 감상 :
김선우 선수의 호투 하나만으로 시원했던 경기였습니다. 타선도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적절하게 터져줘서 쉽게 풀어나간 경기라 생각되네요. 홈런도 3방이나 나오는 등 두산의 타선은 정말이지 무시할게 못된다는 것을 다시 보여주었습니다. 이원석 선수의 오랫만의 출장도 무척 반가왔고 말이죠.

임태훈 선수가 3이닝동안 41개나 되는 공을 던지면서 경기를 마무리한것은 좀 의외인데 아직 완전한 상태가 아니라 그런지 밸런스와 감각을 찾으라는 코칭 스태프의 의도라 생각됩니다. 직구보다는 변화구를 많이 던지는 모습에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이제 2경기 정도 푹 쉬어주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려 주었으면 합니다.

어쨌건 3연승으로 기분좋은 출발을 하고 있는 두산 베어스입니다. 연승이 이어지길 기대하며 올인V4 허슬 두!

덧붙이자면, 한화로 이적한 이대수 - 정원석 선수의 활약이 눈부신 것도 아주 기쁩니다. 현재 두산의 모습으로 볼때 두산에서는 어차피 기회를 받기 힘들었던텐데 새로 이적한 팀에서 주전자리를 꿰차니 자기 실력이 나오는 것 같아요. 두 선수도 올 시즌 힘내시기 바랍니다. 단 두산전에서는 살살 부탁합니다~^^

2010/03/30

종신검시관 - 요코야마 히데오 / 민경욱 : 별점 2.5점

 

종신검시관 - 6점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민경욱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사라진 이틀>과 <제3의 시효>로 접해보았던 요코야마 히데오의 종신 검시관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는 카리스마 넘치는 검시관 구라이시가 주축이 되는 연작 단편집입니다. 총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특이한 점이라면 각 단편별로 주인공은 모두 따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구라이시는 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서는 제 3자로 머물죠.

그런데 작품은 그간 들어왔던 호평에 비하면 단점이 많더군요. 일단 뛰어난 감식관이자 한마리 외로운 늑대, 인망도 있지만 적도 많아서 야쿠자스럽다는 구라이시의 캐릭터는 매력적이긴 한데 이러한 설정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들이 너무 노골적이라 거슬렸어요. 게다가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추리적으로도 무리수를 너무 많이 두었습니다. 단편들 대부분이 "누가 보아도 XX한 상황을 구라이시가 아주 사소한 단서로 진상을 꿰뚫어본다"는 내용인데 사실 억지가 좀 심했거든요... 게다가 재미있고 수준높은 작품도 제법 있었는데 작품들의 수준이 고르지 못하고 제각각인 것도 옥의 티였어요. 처지는 몇몇 작품이 발목을 잡네요. 그래서 전체 총 별점은 평작 수준인 2.5점입니다. 개인적인 베스트는 <전별>을 꼽고 싶네요.

캐릭터가 강하고 등장인물도 많으며 이야기는 풍성한 만큼 차라리 <강력1반> 처럼 만화화하면 더욱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강력계 형사가 주축이기도 하지만 신문기자들의 취재경쟁이 등장하는 이야기 등에서는 <제3의 시효> 느낌을 많이 주기도 하는 만큼 비슷한 분위기로 만화화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각 단편별로 짤막하게 소개하고 평가해 보자면,

<붉은 명함>
검시담당 조사관 대리 이치노세가 자신과 불륜관계였던 유카리의 사체를 검시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이치노세가 불륜관계가 들통날까봐 전전긍긍하는 심리 서스펜스가 일품인 작품입니다. 정보도 공정한 편이라 추리적으로도 탄탄하고요. 하지만 트릭 자체는 구라이시의 탁월한 검시능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무리수가 약간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재미와 스릴 모두 합격점이기에 별점은 3점.

<눈앞의 밀실>
현민 신문 기자 아이자키가 기사를 위해 오오시다 반장 자택 앞에서 잠복하다가 살인사건과 만나게 된다는 내용의 작품으로, 기자들의 취재경쟁이 디테일하게 펼쳐지는 것과 동시에 노파 살인사건과 반장 부인 살인사건이라는 두개의 사건이 펼쳐져서 내용이 무척 풍성합니다. 하지만 노파 살인사건은 현실성없는 추리퀴즈에나 쓰일법한 구닥다리 트릭(발레슈즈?)이 거슬리고 반장 부인 살인사건 역시 동기와 범행에 있어 납득하기 어렵기에 추리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화분의 여자>
이 작품 역시 <눈앞의 밀실>처럼 불륜관계인 남녀의 음독사체를 검시하는 이야기와 더불어 향토 역사가를 자처하는 우에다 마사쓰구가 시체로 발견된다는 두가지 사건이 진행됩니다. 역시나 단점이 명확한데요. 두가지 이야기 모두 추리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지거든요. 첫번째 음독사체 사건은 우연과 작위성이 지나치고, 두번째 향토 역사가 사건의 경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자체는 괜찮았지만 가장 중요한 다이잉 메시지가 너무 억지스러웠으니까요 그래도 트릭은 풍성하고 생각하지 못한 의외성이 ;돋보여 평작수준은 되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전별>
형사부장 고마쓰자키가 은퇴를 앞두고 자신에게 엽서를 보내온 수수께끼의 인물에 대해 구라이시와 상담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중간에 짤막한 살인사건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크게 비중은 없기에 한개의 사건으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잔잔한 드라마가 마음에 드는 작품으로 사건도 합리적으로 설명되고 있어서 추리적으로도 괜찮더군요. 별점은 3.5점.

<목소리>
실무수습생으로 지검에 온 사이다 리오의 자살사건을 둘러싸고 여러 사람들의 감정이 교차하는 작품입니다. 발단과 전개에 있어서 독특한 맛은 있지만 결국 자살이기에 사건성이 높지 않고 이야기의 설득력도 떨어져서 이 단편집의 워스트로 꼽고 싶네요. 심리 드라마도 아니고 범죄물도 아니고 반전물도 아닌 애매한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한밤중의 조서>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이야기의 무대가 형사들의 단골Bar입니다. 이곳에서 자신이 막 해결한 사건에 대한 무용담을 늘어놓던 형사 사쿠라가 구라이시가 사건에 대한 반론을 재기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그 이유를 캐내려는 것이 주요 내용이죠. 혈액형과 DNA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이 핵심인데 내용은 상식을 벗어나지 않기에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고 무엇보다도 구라이시가 사건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억지스럽다는 것은 확실한 단점이었어요. 구라이시의 뛰어남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가 지나쳤거든요. 별점은 2점입니다.

<실책>
전직 여경이었던 하루에의 자살 사체를 검시하게 된 구라이시가 다른 모든이의 판단을 뒤엎고 살인이라 결론내린다는 내용으로 여성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일품인 작품입니다. 하지만 구라이시의 실책이라는 설정만 놓고 보면 아주 중요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별다른게 없어서 실망스러웠습니다. 구라이시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려 한 의도가 너무 뻔해보이기도 했고요. 별점은 2점입니다.

<17년 매미>
구라이시가 발탁한 조사관대리 나가시마를 축으로 17년마다 벌어지는 불량배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모든 면에서 억지가 심한 작품입니다. 사건의 동기와 범인 모두가 말이죠... 나가시마와 구라이시의 인연이 잘 녹아들어 있다는 것과 구라이시의 최후를 암시하는 결말은 인상적이지만 역시나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2010/03/29

늦었지만 2010.3.27 ~ 28 두산 베어스 홈 개막 2연전 요약

 

두경기 모두 재미있었습니다.^^ 짤막하게 요약합니다.

좋았던 점 :
1. 시즌 전 장미빛 미래대로 그려진 완벽한 타선! 더 말이 필요없네요. 이성렬 - 유재웅 선수가 폭발한다면 두산 타선을 쉽게 제압할 수 있는 투수가 없을 것 같더군요. 스피드와 파워가 조합된 8개구단 최고의 이상적 타선으로 보입니다.
2. 1선발 히메네스 선수의 호투 : 이게 얼마만에 보는 1선발 맞대결 승리일까요? 날이 추운탓인지 썩 좋아보이지는 않았음에도 외국인 선수치고는 준수한 제구력으로 호투해주었습니다. 3점대 방어율에 10승 이상은 기대해 볼만 할 것 같네요.
3. 탄탄한 중간투수진 : 두산은 그동안 선발보다는 불펜 싸움에서 이겨왔던 팀인데 올 시즌은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을 적극 활용하는 정재훈 선수의 부활로 불펜진도 더욱 안정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고창성 선수도 잘 해 주었고요.
4. 엄청난 백업 파워 : 작년 3할을 쳤던 이원석 선수의 모습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선발 선수층도 두텁지만 백업인 오재원 - 양의지 선수의 활약이 두드러질 정도로 백업 선수들 역시 좋은 기량과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더군요. 기나긴 레이스에서도 안정감있게 시즌을 끌고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나빴던, 또는 아쉬웠던 점 :
1. 내야 수비진 : 두산의 강점은 공격과 수비가 조화된 라인업인데 1, 2차전 모두 내야진이 좀 불안하더군요. 2차전 고영민 선수는 적시 에러 후 곧바로 교체되기까지 했는데 백업들이 눈을 부라리고(?) 있는 만큼 좀 더 탄탄한 수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2. 얇은 투수진 : 고작 두경기 했는데 중간계투진이 너무 많이 나온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조승수 - 장민익 선수는 아무래도 패전처리 및 경험쌓기가 주력이라 생각되는 만큼 계투진을 더 보강했으면 합니다. 임태훈 선수도 좀 쉬었으면 하고 말이죠.
3. 이현승 선수 : 부담이 컸고 날씨가 추웠던 탓이라 여기겠습니다. 아쉽긴 했지만 이겼으니 편안하게 다음 게임을 준비해 줬으면 합니다.
4. 빠른 발은 슬럼프가 없다는데... 의외로 진루에 비하면 도루가 적어서 아쉬웠습니다. 뭐 다음 경기때 보여주겠죠.

기타 감상 :
아직 추워서일까요? 스트라이크존은 넓어졌다는데 두게임 모두 타자들의 미칠듯한 타격으로 큰 점수가 나면서 이겼습니다. 2차전은 무려 6-0을 역전한 게임이라 더욱 화끈했고요.
1차전에서 히메네스 선수가 6이닝까지만 소화해 주었더라면, 2차전에서 이현승 선수가 5이닝 3실점 정도로만 막아주었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이겼으니 다행이고, 앞으로 두 선수 모두 이닝이터의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네요.
내일부터의 목동 원정을 잘 소화해주었으면 합니다. 올인V4 허슬 두!

윤광준의 생활명품 - 별점 3점

 

윤광준의 생활명품 - 6점
윤광준 글 사진/을유문화사

사진작가 윤광준씨가 자신이 구입해서 사용하는 제품 중심의 이른바 "생활명품" 60종을 사진과 함께 짤막한 글로 풀어낸 책입니다. <중앙선데이>라는 매체에 연재했다고 하는데 연재물 답게 호흡이 짧다는 것이 장점이기도 하죠. 사진작가다운 뛰어난 사진도 좋지만 이런 류의 책 답지 않게 상품 카탈로그 느낌보다는 연륜과 경험이 묻어나는 글도 맛깔났고요.

개인적으로는 이 책은 그동안의 저의 소비철학을 반성(?)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얼리어답터나 된장남은 절대 될 수 없는 체질로, 뭔가를 구입하는데 있어 굉장히 주저하고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절대로 사지 않을 뿐 아니라 제품의 가격이나 디자인 보다는 이른바 "실속"을 찾는 소비자였거든요.
그런데 뭔가를 구입할때 확실한 철학이 있고 그 가치를 지불하는 것에 대해 합리적이라면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게끔 만들어 주네요. 험한 산행을 앞두고 있는데 제품의 가치와 기능에 주목하여 가장 좋은 등산화를 구입한다던가, 강이 많은 나라에 트랙킹을 가기 때문에 방수기능이 확실한 독일제 배낭을 구입한다던가, 여행과 출장이 잦은 상황에서 커피를 마시기 위한 휴대용 주전자와 가볍게 한잔하기 위한 용도의 휴대용 술병같은 것은 모두 합리적이고 좋은 선택이니까요. 제품을 한번 구입해서 10년 넘게 쓰는 모습도 인상적이고 말이죠.
물론 등장하는 모든 제품이 그런 것은 아니고 자신의 취미를 극단적으로 즐기기 위한 상위 1% 스러운 제품도 등장하긴 합니다만 이런 것들은 윤광준씨의 나이와 사회적 지위를 볼 때 큰 흠을 잡기는 어렵겠죠.

저도 주말마다 가볍게 등산을 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데 제 발에 딱 맞고 가볍고 편한 등산화와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적당한 사이즈의 보온병은 가격보다는 제품을 보다 생각하고 구매해야 겠습니다. 앞으로 저도 저만의, <hansang의 생활명품>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도 해야겠고 말이죠. 이런것도 어떻게 보면 연륜이고 경험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책 자체의 의미와 가치보다는 제 자신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었다는 점에서 별점은 3점입니다.

2010/03/26

도시전설 세피아 (都市伝説セピア) - 2009 : 별점 1.5점

 


이전에 원작소설을 읽고 구해본 TV 단막극으로 일본 드라마 W에서 2009년 7월에 방영했던 작품입니다. 원작에 실린 5편의 이야기 중 3편을 영상화했더군요. 영상화된 작품은 <올빼미 사내>, <아이스맨>, 그리고 <사자연> 입니다.

그런데 요새 읽고 본 작품들이 전부 그러했듯 실망이 더 컸습니다. 이건 영상화 포인트를 잘못 잡아도 너무 잘못 잡은것 같아요. 재미도 없지만 무섭지도 않고 그렇다고 B급적인 감수성이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두번째 에피소드 <아이스맨>이 기본은 해주기에 평균 별점은 1.5점입니다만... 전체적으로 봤을때는 그야말로 시간낭비에 불과한 쓰레기입니다. 영상화도 섣불리 기대하면 안되겠다는 교훈을 또다시 안겨주네요. 이것 참 씁쓸.. 합니다.
에피소드별로 짤막하게 소개한다면,

<올빼미 사내>
도시전설을 만들던 남자가 스스로 도시전설이 된다는 내용으로 원작의 1인칭 서술트릭을 극복하지 못한 무성의한 각색과 유치한 결말은 짜증을 불러 일으킵니다. 호러같지 않은 지나칠정도로 담담한 전개도 실망스러웠고요. 제가 원작자라면 화가 나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별점은 당연히 1점.

<아이스맨>
앞서 이야기했듯이 그나마 가장 낫습니다. 원작에 충실하기도 하고 촬영과 전개 역시 예상 그대로 흘러가기에 부담없이 볼만했으니까요. 별로 무섭지 않다라는 큰 단점과 더불어 과거 회상 부분에 비해 결말이 약하다는 아쉬운 부분까지 그대로 극화했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만... 그래도 최소한 볼만은 했습니다.

<사자연>
한마디로 망작.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원작과 유사해서 별다른 각색이 없다는 점은 <아이스맨>하고 똑같긴 한데 화면으로 구현한 결과물이 TV 유치원 수준이더군요... 이 작품에서 점수를 줄만한 것은 에피소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시체들을 묘사한 그림밖에는 없네요. (이미지 참고) 차라리 이 그림들로만 화면이 채워졌어도 훨씬 무서웠을 것 같은데 말이죠...
조금이나마 무섭게 하려고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이기는 하는데 그 아이디어가 치졸하고 화면발도 저렴해서 외려 웃기더라고요. 유령이 나타난다고 갑자기 파랗게 변하는 모닥불, 전혀 무섭지 않은 훈남 유령 들이 대표적이겠죠. 기대를 벗어나지 않고 훈남 유령이 피해자에게 먼지처럼 파고든다는 결말까지 가증스러운 싼티가 작렬하는 망작 중의 망작입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0점 줄까 했는데 그림은 건질만 하니까 봐줬다)

명탐정 홈즈걸 3 : 사인회 편 - 오사키 고즈에 / 서혜영 : 아주아주 정확한 별점 2.3점

 

명탐정 홈즈걸 3 : 사인회 편 - 4점
오사키 고즈에 지음, 서혜영 옮김/다산책방

세후도 서점을 무대로 한 일상계 추리물 시리즈 완결편입니다. 괜찮았었던 1편에 비해 장편인 2편은 별로였지만 이번권에서는 다시 좋았던 단편 시리즈로 회귀한다고 해서 기대가 컸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실망이 더 크네요.
1권에서 중요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펼쳐놓은 탓인지 그다지 주목할만한 이야기나 트릭도 없고 추리적으로도 비약이 심해서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좋았던 시리즈와 캐릭터였음에도 오래 끌고나가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많았던 설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서점에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끝없이 펼쳐진다는 것은 아무래도 불가능하겠죠...

각 단편별로 짤막하게 소개하고 평가해 보자면,

<이상한 주문>
한 책의 주문을 받는데 연락을 해 보면 당사자 4명 모두 그런 책은 모른다고 한다는 이야기. 발단이 되는 도서 예약 주문 제도에 대한 내용은 신선했지만 사건으로 진행되는 과정이 설득력이 너무 없어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4명 중 한명이 다른 범죄의 의심을 받는다고 해서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른 인물이 이렇게까지 공작을 해 가면서 얻을 수 있는게 무엇이었을지 도무지 감이 안잡히거든요. 평균이하 별점 2점짜리 이야기였습니다.

<너와 이야기하는 영원>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초등학생이 세후도에 자주 찾아와 교코들과 친해지지만 근처 영아 유괴사건의 범인으로 오해를 받고 가출한다는 내용으로 다행히 1권에서 인상적이었던 일상계 추리물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단 히로키군의 알 수 없는 행동에 대한 설명은 합당하나 가출한 장소를 찾는 단서에 대한 내용은 뜬금없다는 단점은 있긴 합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시리즈의 장점을 잘 이어받은 작품이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가나모리군의 고백>
회식자리에서 세후도에서 우연히 만난 여학생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것을 고백한 아르바이트생 가나모리군에 대한 이야기. 그야말로 일상계 추리물로서 완벽한 작품입니다. 아무런 강력사건도 등장하지 않고 시종일관 사람과 사람간의 따뜻한 이야기로 전개되거든요. 그러나 가나모리군이 눈썰미 없고 눈치도 없고 둔한 놈이기 때문에 모든 사건(>)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라서 추리적으로 높은 점수를 준다는 것도 좀 우스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분위기는 마음에 들었기에 별점은 2.5점. 조금만 더 손 봤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아쉽네요.

<사인회는 어떠세요?>
인기추리소설가 가게하라 기마의 사인회를 걸고 그의 스토커를 밝혀내는 미션에 돌입한다는 내용으로 일상계로 보기에는 너무 진지하고 스케일이 큰 작품입니다. 추리적으로도 일본인들만이 알 수 있는, 그나마도 유치하고 말장난에 가까운 트릭이라는 점은 논외로 치더라도 억지가 너무 심하고 작위적이라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동기 부분에 있어서도 설명되는 것에 비하면 공감하기가 쉽지 않고 말이죠. 이번권에서 가장 길고 비중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가장 처지는 수준의 작품이었습니다. 오로지 건질 것은 사인회의 디테일뿐.... 별점은 2점입니다.

<염소씨가 잃어버린 물건>
단골손님 구라모토씨가 잃어버린 봉투를 찾는 소품으로 <가나모리군의 고백>과 비견할만한 일상계 그 자체인 작품입니다. 서점에서 잃어버린 봉투를 찾는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풀어나가다니 놀라울 뿐이죠. 하지만 봉투를 찾는 과정은 썩 잘 짜여졌다 보기 힘들기에 역시나 평균 이하였어요. 별점은 마찬가지로 2점.

이렇게 해서 전체 평점은 2+3+2.5+2+2 나누기 5 해서 정확하게 2.3점입니다. 완결편까지 읽어서 후련하긴 한데 이래서야 작가의 다음 작품이 별로 기대되지는 않네요.

2010/03/25

심문 - 토마스 H 쿡 / 김시현 : 별점 2.5점

 

심문 - 6점
토머스 H. 쿡 지음, 김시현 옮김/시작

8세 소녀 캐시 레이크가 살해되고 근처에 살던 부랑자 제이 스몰스가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된다. 그러나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 앞으로 12시간 뒤에는 결국 풀려날 예정으로 경찰청장 프랜시스와 부하 버크 반장은 마지막 실마리라도 잡아보기 위해 12시간 동안의 최후의 심문을 준비한다. 심문을 맡은 형사는 앞서 어려운 사건을 심문으로 해결해 온 노먼 코언과 잭 피어스 형사 컴비였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된 에드가상 수상작가 토마스 H 쿡의 장편입니다. 이야기는 12시간 동안 한 소녀의 죽음을 둘러싼 강력계 형사들의 심문과 수사, 그리고 다른 인물들의 교차된 묘사로 전개됩니다.

하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각 등장인물별로 시간에 따라 세밀하게, 다양하게 교차되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구조는 일견 흥미롭지만 사실 교차없이 등장인물별 이야기만 따로 모아서 읽는다면 정말로 별게 없습니다. 단지 복잡하게 만드려는 의도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말이죠. 저만해도 다 읽고나서 심문실 부분만 따로 다시 읽어보았는데 훨씬 이야기가 명료하게 전개되는 느낌이 들더군요.
또한 복잡한 이야기들 중 몇개의 이야기가 흘러가며 하나의 줄기로 합쳐지기는 하는데 벌려놓은 것에 비해 해결되지 않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스몰스가 도대체 과거에 무슨 일을 저질렀으며 아이들 그림은 왜 그리는지, 버크반장의 아들 스코티는 뭘 파묻었는지, 스팃이 그 애를 쫓아가서 어떻게 했다는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으며 마지막 스몰스의 자살 역시 그 이유가 석연치 않거든요. 때문에 이야기는 복잡하게 벌려놓았음에도 깔끔하게 마무리 되지 않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들 때문에 추리적으로도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는 것도 문제죠. 복잡해지기만 했을 뿐 결국 심문 과정에서의 스몰스의 증언이 핵심적인 내용을 모두 전달해 주기 때문입니다. 범인의 정체에 대해서는 약간의 트릭이 있긴 하지만 추리소설 초창기부터 반복되어 왔던 트릭의 일종이기에 (일종의 투명인간 트릭입니다) 그닥 새롭지도 않을 뿐 아니라 애시당초 스몰스가 범인에 대해서 제대로 증언하지 못하는 이유가 등장하지 않아서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어차피 쓰레기 청소부 에디 이야기가 초반부부터 주구장창 많이 나와서 뭔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말이죠.

12시간이라는 시간 제한이 있는 그럴듯한 상황 설정과 굉장히 디테일한 심리 묘사와 함께 수사 과정도 합리적이면서도 세밀하게, 재미있게 다루고 있는 묘사력은 작가의 내공의 깊이를 느끼게는 해 줍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추리소설적인 가치가 높아 보이지는 않아서 별점은 2.5점입니다. 한마디로, 평범하고 무난한 평작이라 생각되네요.

백야행 - 하얀 어둠 속을 걷다 - 박신우 : 쓴소리 좀 할께요... 별점 2점

 


일전에 일본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았기에 기대가 컸던 영화입니다. 일본 드라마 리뷰 글에서 썼듯이 이 방대한 내용을 어떻게 2시간여의 분량으로 압축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말이죠.

그런데 보고나니 아니나다를까... 압축하여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에 결국 실패했더군요. 곳곳이 허술하고 횅~해서 빈틈이 너무 많아 보입니다. 이야기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를 너무 많이 들어냈기 때문이죠.
예를 들자면 어린 시절 이야기를 너무 줄여놓는 바람에 원작을 모르는 관객들은 도대체 요한이 왜 유미호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행동하는지를 도저히 알 수가 없겠더라고요. 또한 이러한 어린 시절 이야기의 생략은 첫번째 살인사건 - 한국판에서는 김시후 살인사건 - 이 왜 일어났는지 관객이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하고요. 덕분에 극초반 한동수 형사가 수사하는 과정의 서스펜스가 전무하다는 것은 또다른 감점요소고... 두번째 유미호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설득력 역시 없어져 버립니다.
그나마 이 두 사건은 현재시점, 즉 14년 뒤로 넘어와 두번째 사건 수사의 발단이 되는 강재두 살인사건 이후의 사건들에 비하면 양반입니다. 공소시효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강재두를 죽여야만 한 이유는 무엇이며 다른 시체들은 그래도 은닉작업을 했는데 강재두만 왜 자살로 위장해서 사건을 키우는지 모르겠는 등 도저히 상식선에서 사건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장면도 역시 이해할 수 없어요. 앞서 말한대로 "공소시효"라는 부분이 원작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데 이 영화에서는 그 의미가 별로 표현되지 않고 왜 하필이면 그날 죽음으로 사건을 끝맺을 생각을 했는지도 드러나지 않아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원작따라 간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차라리 산타옷도 같이 입혔으면 웃기기라도 했을텐데.

그리고 무엇보다도 원작에 대한 이해가 너무나 낮아보여서 실망이 더욱 컸는데요, 아무래도 감독이 작품을 느와르라고 착각한 것 같아요. 이 작품에서의 요한은 미호의 지시대로 사람을 죽여나가는 살인기계에 지나지 않거든요. 미호는 성공에 눈이 멀은 악녀일 뿐이고요. 한마디로 전형적인 느와르의 팜므파탈과 행동대장에 불과해요. 결국 이들에 대항하는 정의의 형사 나으리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단순한 이야기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이렇게 단지 원작의 캐릭터와 스토리라인만 일부 가져와서 자기식으로 변주하면서도 외려 중요한 몇몇 대사와 모티브는 일본 드라마에 너무 충실해서 실소를 자아냅니다. 정말이지 이야기의 흐름과 관계없이 뜬금없이 등장하는 원작의 대사들은 손발이 오글거릴 정도였어요. 갑작스럽게 태양 아래를 걷고 싶다니 나원참... 원래 원작의 유키호가 어렸을 적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읽는 이유는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스칼렛 오하라"라는 캐릭터와 감정이입을 시키기 때문인데 영화에서는 그냥 두 아이의 연관성을 드러내는 소재로만 쓰이고 있는 등 사소한 부분에서도 겉핥기에 그치기에 실망만 안겨줍니다. 음악도 백조의 호수만 주구장창 나와서 원작 대비 훨씬 떨어진다 생각되고요.

또 불필요한 요소들은 왜 이다지도 많을까요. 대표적인 것이 비서실장 이시영의 등장이죠. 그냥 한동수 형사가 강재두 사건 발생 후 사건을 다시 맡게 된다는 설정으로 갔어도 충분했을텐데 괜히 시간만 늘어잖아요. 중간의 자동차 사고라던가 성폭행 미수 사건 등은 지나친 오버였고요. 아울러 필요도 없는 정사씬의 등장은 서비스 차원인지는 모르겠으나 다 아줌마들만 등장한 관계로 외려 감점감입니다 -_-;;

물론 원작보다 좋았던 점도 있긴 합니다. 일단 영화답게 스케일도 크고 화면도 아주 좋다는 장점이 있죠. 색깔로 표현한 캐릭터들과 미장센이 멋드러지거든요. 또한 배우들, 특히 한동수 형사역을 맡은 한석규씨의 연기는 정말 대단해서 몰입을 도와줍니다. 과연 명배우는 명배우더군요. (아쉽게도 별로 하는거 없는 고수씨와 평면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손예진씨 연기는 실망스러웠지만....) 그리고 이야기적으로도 한동수 형사가 다시 사건을 추적하는 계기는 원작보다도 더 설득력있게 구현되어 있기도 하고요. 전체적으로 봤을때 솔직히 잘 만든 영화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너무 분위기와 드라마에 신경쓴 나머지 이 작품이 원래 "추리 - 스릴러"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깜빡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추리적 속성을 놓쳤다면 둘 사이의 애절한 관계라도 잘 포착했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작품이 되어버렸습니다. 꽃등심 등 온갖 좋은 재료를 가지고 만든 결과물이 결국은 라면 수준이었달까요... 실망이 크기에 별점은 2점이며, 부디 원작이 있는 작품을 각색을 할 때에는 중요한 것을 놓치지 말았으면 합니다.

덧붙이자면, 감독님이 과 후배님이시더군요. 쓴소리는 했지만 앞으로 무운을 빕니다.

2010/03/24

20세기 디자인 아이콘 83 - 폴커 알부스 외 / 조원호 외 : 별점 3점

 

20세기 디자인 아이콘 83 - 6점
폴커 알부스 외 지음, 조원호 외 옮김/미술문화

제목 그대로 20세기에 두드러졌던 디자인 제품 83개를 모아서 소개하는 책입니다. 제품 사진과 더불어 각 제품을 디자인한 디자이너 소개, 제품의 디자인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책의 특성상 사진이 굉장히 중요한 책인데 사진도 뛰어나고 인쇄도 좋아서 마음에 들더군요. 

그런데 1900년부터 연대별로 소개되는데 가면 갈수록, 특히 1980년대 이후 제품 부터는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했습니다. 제가 살아왔던 시대라서 제품을 많이 접해본 탓도 있겠지만 아직도 그 디자인이 먹히는 20세기 초반 제품에 비하면 별로 오래가거나 감동을 주는 디자인이 없다는 것이 맞겠죠. 물론 의자 등의 가구 디자인보다 더 실생활에 밀접하게 관련을 가질 수 밖에 없을 전자제품이 제품 디자인의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게 된 이후부터는 제품의 성능과 S/W 에 좌우되는 디자인으로 흘러갈 수 밖에는 없을겁니다. 그래도 앞으로도 상식을 깨는 멋진 디자인의 멋진 제품들이 많이 등장해줬으면 좋겠네요.

이렇게 읽으면서 짤막한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책 자체는 가벼운 마음으로 전시대의 전설적인 디자이너들의 일화를 읽으며 멋진 디자인까지 감상할 수 있기에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야말로 디자인 박물관 같은 책이죠. 별점은 3점입니다.

2010/03/23

디자인의 꼴 - 사카이 나오키 / 정영희 : 별점 3점

 

디자인의 꼴 - 6점
사카이 나오키 지음, 정영희 옮김, 후카사와 진 그림/디자인하우스

약 20가지의 아이템에 대한 디자인적 진화론과 형태에 대해서 저자의 생각을 귀여운 일러스트와 함께 담은 책입니다.

작고 얇으면서도 예쁘다는 책 자체의 디자인적 강점과 더불어 저자의 생각 만큼은 두께와 관계없이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디자인 학술서들도 너무 이론에 치우치지 말고 이렇게 쉽고 명료하게, 그리고 예쁘게 설명하는 책들이 많이 나와주면 좋을 것 같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프로야구 개막~! 10 시즌 두산 베어스 예상

 

프로야구 개막~! 09 시즌 두산 베어스 예상

야구의 계절이 돌아오는군요. 매년 해오던 시즌 예상 들어갑니다. 먼저 1군 엔트리부터 뽑아보겠습니다.

투수 (11명) :
선발 : 히메네스, 이현승, 김선우, 홍상삼,
선발 후보 및 롱맨 : 정재훈, 이재우
불펜 : 임태훈, 성영훈, 진야곱 (지승민), 고창성
마무리 : 이용찬
포수 (3명) : 용덕한, 최승환, 이성렬 (or DH)
내야수 (7명) : 최준석 (or DH), 고영민, 손시헌, 김동주, 이원석, 김재호, 오재원
외야수 (5명) : 김현수, 이종욱, 임재철, 민병헌, 유재웅
-이상 26명 -

꼽아보니 선발진은 왈론드 부상이 변수네요. 4~5선발이 아쉬워졌습니다. 시범경기보니 홍상삼 선수도 그다지 안정권은 아닌 것 같던데요. 그래도 1선발 김선우 선수로 버티던 확실히 작년보다는 나아졌고 임태훈 선수를 축으로 한 불펜 - 마무리진은 탄탄해 보입니다. 이외에도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김상현 선수도 언제든지 올라올 수 있고 동계훈련과 시범경기에서 자주 언급되고 모습을 보인 조승수, 이재학, 박정배 선수라던가 아바타 장만익 선수의 깜짝 1군 승격도 예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작년에도 시즌 초반에는 투수를 많이 가져갔던 기억이 나는 만큼 두고 봐야겠지만 5선발 자리에서 누가 어떤 활약을 하느냐가 중요하겠죠.

변수가 있는 투수진에 비해 내야와 외야는 확실히 선수층이 깊고 풍부해서 마음에 드네요. 1군 선발 출전했던 선수들로 꽉 차 있고 신인급은 주전 선수의 부상공백이 아니라면 당분간 진입하기 어려울 정도로 탄탄한 라인업이에요.^^ 이성렬 선수는 포수로 분류하기는 했는데 당분간 출전한다면 DH나 대타 요원이겠죠? 그리고 시범경기를 보니 양의지 선수도 만만치 않던데 포수자리도 올해는 기대해볼만 하겠더라고요.

일단 간단하게 자체 평가해 보자면,

경쟁력, 혹은 작년보다 나아진 점 :
1. 팀에 거의 보탬이 되지 못했던, 육성형 용병이라는 희대의 신조어를 탄생시켜가면서 둘이 합쳐 8승했던 작년 외국인 투수 듀오보다 최소한 못할것 같지 않은 외국인 투수에 13승을 거두었던 좌완선발까지 보강되었다. 비록 한명의 외국인 투수가 빠졌지만 1-2-3선발은 확실하다. 이게 얼마만이야!
2. 모험이었던 신인 이용찬 선수의 마무리 투입이 예상외로 성공하며 확실하게 성립한 두산의 승리 불펜진. 이른바 K-I-L-L 라인에 성영훈 선수가 가세하고 여러 신인급들의 성장도 눈에 뜨이는 만큼 또다른 성공이 기대된다.
3. 작년에 전체 타격 2위를 차지한 타선의 건재. 뚜렷한 보강은 없지만 특별한 하락의 징후는 보이지 않으며 김현수 선수는 더욱 진화하는 것 같다.
4. 8개구단 통틀어 가장 탄탄해 보이는 백업선수들. 아울러 "화수분"이라 통칭되는 두산 야구답게 올해는 어떤 신인이 활약을 보일지 기대된다.

위험요소 :
1. 왈론드 선수의 부상과 히메네스 선수의 국내 적응 문제. 외국인 선수에게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2. 이현승 선수의 건강 문제. 작년 시즌 후반기의 부진과 동계훈련에서의 부상 소식 때문에 우려를 갖게 만든다.
3. 고영민 선수의 부진은 잘못하면 팀 성적과 직결될 수 있다. 스스로도 이원석 - 김재호 선수라는 대안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플레이해야할 듯.
4. 기존 필승 불펜진인 김상현 - 이재우 선수의 부재와 부진. 대체자원이 있긴 하지만 기존의 이름값 있던 선수들의 분발이 요구된다.

로또 :
1. 이성렬 선수. 과연 이블성렬로 재탄생하여 지구종말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인지?
2. 영원한 유망주 유재웅 선수. 이미 서른이 넘은 그에게 올 시즌은 거의 마지막 기회로 보인다.
3. 용덕한 - 최승환 - 양의지 선수 등 고만고만한 선수들이 각축하는 포수진. 과연 공격력 강화와 수비 안정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한해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순위예상 :
올시즌은 그래도 팀 전력이 간만에 +가 된 스토브리그를 보냈습니다. 정수빈 선수의 부상은 안타깝지만 사실 정수빈 선수보다 보여준 것이 많은 임재철 - 민병헌 - 유재웅 선수가 주전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다행히 큰 전력공백이 우려되지는 않네요.

선발진이 그런대로 갖추어지고 반 이상이 국가대표 주전 선수들로 구성된 타선도 강력하며 중간계투와 마무리는 누가봐도 A급이고, 포지션별로 보아도 좌익수, 중견수, 유격수, 3루수는 수비와 공격력 모두 8개구단 정상급이기에 확실한 에이스의 모습을 히메네스 선수와 이현승 선수가 보여주고 1루수, 우익수, 지명타자 포지션에서 기대했던 타자들이 성과를 내어준다면 우승이 꿈은 아닌 듯 합니다. (2루수는 알아서 잘 하기만 바랄뿐...)

이제 우승을 위해서는 정규시즌 1위를 하는 일만 남았으며, 올해는 반드시 1위를 해야겠죠. 1위 전력은 솔직히 아니지만 팬심으로 올해는 1위로 예상해봅니다.

올 시즌 키-플레이어로는 투수는 히메네스 - 이현승 선수를. 타자로는 이성렬 - 유재웅 선수를 꼽겠습니다. 투수와 타자 모두 두명 중 한명만 터져준다면 우승은 가시권이라 생각되네요.

마지막으로, 매년 등장했던 두산의 신데렐라가 올 시즌에도 나와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시즌 전망을 마칩니다. 파이팅 허슬~두!

2010/03/22

실제로는 차일드 53. 연쇄살인마 안드레이 치카틀로

차일드 44를 읽고 탄력받아 조사해봤습니다. 형의 정보로 아주아주 자세하게 나와있는 사이트를 찾았거든요. 번역미스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에서 설명되었듯이 안드레이 치카노프가 아니고 안드레이 치카틀로 (Andrei Chikatilo)네요.

읽어보니 차일드 44의 저자가 확실히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작품의 안드레이와 실제 안드레이 치카틀로는 정말로 많은 유사점이 보이니까요. 이름부터 시작해서 1930년대 출생했고, 형은 어렸을 적 굶주린 동네 주민에게 잡아 먹혔다고 알려져 있는 것, 지독한 근시로 놀림거리였다는 것, 범행 시 기차를 많이 이용하는 직업이었다는 것, 그 외의 가족관계와 구성 등 기본 설정부터 시작해서 주로 기차역에서 피해자를 물색하여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던가 사용한 흉기, 유리병 등의 증거와 같은 범행의 디테일은 물론이고 실제 구소련 체제하에서 "일어날 수 없는" 범죄였기 때문에 오랜 기간 추적을 따돌릴 수 있었다는 것과 그를 거의 잡았었던 경찰관은 오히려 강등 (숙청?)까지 당했다는 세세한 내용들이 모두 비슷하더군요. 차이점이라면 범행이 1980년대까지 벌어졌다는 것과 안드레이 치카틀로는 무려 53명이나 살해했다는 것이겠죠. 이렇게 쓸 거라면 차리리 논픽션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다시 듭니다.

어쨌건 간만에 재미있는 사이트도 찾고 해서 유익한 시간이 된 것 같네요. 좋은 정보 전해 준 마이 브라더에게 감사드립니다^^

차일드 44 - 톰 롭 스미스 / 박산호 : 나에게는 별점 3점

 

차일드 44 - 6점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노블마인

스탈린 치하 러시아 비밀경찰인 MGA (KGB의 전신)의 유능한 요원인 레오는 2차 세계대전의 전쟁 영웅출신으로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다하는 인물. 그러나 자신의 임무와 가족에 대한 깊은 갈등 끝에 부하 바실리의 음모로 민병대로 좌천된다. 그러나 좌천된 후 알게된 한 아동 살인사건일 계기로 사건의 연쇄성과 중요성을 깨달은 뒤, 아내 라이사와 함께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자신의 생명을 걸고 고군분투하게 된다.

이 소설을 알게된 것은 추리소설 커뮤니티인 하우미스터리에서 진행한 <2009 올해의 추리소설> 투표 때문이었습니다.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작품이거든요. 때문에 제가 이런류의 리스트에 굉장히 잘 혹하는지라 결국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1위를 차지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더군요. 2009년도에 읽었다 하더라도 저는 이 작품에 투표했을 것 같지는 않네요.
일단 설정부터 제가 좋아하는 아르카디 렌코 시리즈와 굉장히 유사해서 신선함이 떨어지더군요. 음모가 있는 사건이라기 보다는 체제때문에 파국에 휩싸인다는 것과 시대적인 차이는 있지만 구 소련 독재치하의 국가 조직에 몸담고 있는 주인공이 사건과 더불어 숙청 등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내용이 정말 비슷해요. 우리나라도 유신독재 - 전두환 독재 시절이 있었던 만큼 별로 신선한 설정도 아니고요.

게다가 추리적으로는 그야말로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실존하는 러시아의 연쇄살인범 안드레이 치카노프 사건에서 따왔다는 살인범 캐릭터와 범죄행각은 디테일하긴 한데 수사 과정은 그야말로 탐문과 증언 몇개일 뿐이거든요. 범행 장소를 통해 범인이 기차를 자주 이용한다는 것을 유추해내고, 당시 사회분위기에서 기차를 자주 이용하는 직업이 몇개 없기 때문에 사건이 발생한 기차역을 통해 용의자를 추리해내는 과정은 그야말로 뻔할 뻔자였고 말이죠. 아울러 범인의 동기가 납득하기 어려운 정신질환이라는 것 역시 추리적으로는 낙제점에 가깝다 생각됩니다.

전개에 있어서도 많은 부분이 설득력이 떨어져서 가장 중요한 악역인 바실리가 레오를 미워하는 이유가 뭔지부터가 명확히 설명되지 않으며, 여러가지 위기가 레오와 라이사에게 닥칠때마다 정말 "운"으로 그 위기를 벗어나는 것도 너무 쉽게 간게 아닌가 싶었어요. 이야기 서두를 통하여 독자가 살인범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다는 것도 추리소설로는 큰 약점이 아닐까 생각되며 후반부의 아주 약간의 반전도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굉장히 흥미진진한 레오와 라이사의 모험 등 독자를 몰입시키는 재미와 함께 레닌그라드 기근에서부터 시작해서 스탈린 독재시대와 그 직후의 시대상에 대한 디테일 등 건질거리는 분명 있습니다. "범죄가 없는 이상적인 나라"를 표방하는 구소련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라는 딜레마에 대한 고찰은 굉장히 이색적이고요. 그러나 이러한 특이성 이외에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스릴러에 불과했다 여겨지네요. 차라리 실제 안드레이 치카노프를 다룬 논픽션으로 작업되는 것이 더욱 흥미롭고 재미있는 컨텐츠가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지금 보니 추리 / 호러관련 독서 400번째 포스트군요! 참 많이도 읽긴 읽은 것 같습니다. 오늘은 조촐하게 집에가서 맥주나 한잔 할 생각인데, 500권을 돌파하는 그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조그마한 자축연이라도 마련해야겠어요.^^

2010/03/20

차이나 오렌지의 비밀 - 엘러리 퀸 / 김우종 : 두번째 감상 별점은 2.5점

 

차이나 오렌지의 비밀 - 6점
엘러리 퀸 지음, 김우종 옮김/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산본 중앙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 중 한권입니다. 왠지 제목이 친숙했지만 권수 제한도 있고 시간도 늦어 급하게 표지만 보고 집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이미 시그마북스 판본으로 읽은 책이더군요. 그냥 반납하기도 뭐해서 다시 읽기 시작하니 읽는 재미는 여전한게 확실히 제가 고전 매니아긴 매니안가 봐요^^

하지만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재미와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눈에 들어오긴 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가장 중요한 <정체불명의 사나이가 옷부터 방의 모든 상황이 뒤집한 상태에서 살해된 사건> 은 이야기의 큰 줄기에서 초반부와 결말 이외에는 그닥 기여하는 것이 없고, 외려 이야기는 사건의 주요 인물인 도널드 커크와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한 잡다구레한 사건이 연달아 등장하기 때문에 하나의 일관된 장편으로 보기에는 좀 무리가 따른다는 점이겠죠. 사실 중요한 사건만 정리한다면 중편 정도 길이로 정리해도 충분했을 것 같거든요. 엘러리 퀸이 "중국"과 "뒤집히다"라는 키워드를 어거지로 끼워넣는 것은 짜증마저 불러왔고 말이죠. 물론 이런 이야기도 읽는 맛은 있고 재미는 있습니다만 다르게 보면 그냥 분량을 늘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나 싶었어요.

그리고 사건의 동기와 전개과정도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미리 사건의 무대를 준비할 수 있었더라면 구태여 이렇게 기괴한 상황을 만들면서까지 장소에 집착할 필요는 없었을테고, 손님이 이렇게나 자주 찾아오는 상황에서의 사건 조작 역시 솔직히 불가능했을것 같더라고요. 쉽게 말하자면, 작위성의 극치겠죠?

그러나 작위적인 부분이야 고전 퍼즐 트릭물의 한계로 볼 수 있는 부분이고 엘러리 퀸의 국명 시리즈에는 많이 보이는 문제점이니 만큼 흠잡기는 힘들며, 이전에 읽었을 때 놓쳤던 부분 - 과연 범인이 이러한 즉흥적 장치를 짧은 시간 안에 준비할 수 있었을까 - 에 대한 궁금증도 풀렸고 어쨌거나 즐거운 독서였던 만큼 별점은 2.5점입니다.

2010/03/18

마왕 (쥬브나일 리믹스) 1~10 - 이사카 고타로 원작 / 오스가 메구미 그림 : 별점 2.5점

마왕 10 - 6점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스가 메구미 그림/대원씨아이(만화)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을 오스가 메구미가 만화화한 작품으로, 한 인물이 타고난 카리스마로 정점에 선다는 정치적인 이야기에 더불어 그를 막으려는 두 형제의 초능력에 대한 브레인배틀물이 결합되어 있습니다.

마음에 들었던 점이라면, 브레인배틀에 대한 설정과 전개가 굉장히 흥미진진하다는 것을 들 수 있겠네요. 형 안도의 복화술과 동생 준야의 예지능력과 더불어 여러 킬러들의 설정도 좋았고, 이러한 능력들을 여러가지 제한조건을 두어가며 두뇌싸움으로 몰고가는 것이 굉장히 탄탄하다 생각되거든요. 능력을 밝혀가는 과정에서의 추리적인 느낌도 괜찮았고요. 아울러 만화적으로 등장인물들이 살아 숨쉬는 것 처럼 표현된 작화도 괜찮았습니다. 덧붙이자면, 작가의 다른 작품인 "그래스호퍼"와 세계관이 동일해서 여러 친숙한 인물들이 활약한다는 것도 친숙해서 반가운 요소였죠. (그래스호퍼 만화 자체는 헬이었지만...)

그러나 과장되고 설득력없이 표현된 부분이 많다는 것은 좀 아쉬웠습니다. 특히나 이누카이라는 일종의 악역 -카리스마 넘치지만 실상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파시스트 - 에 대한 묘사가 구태의연하고 정치적으로 성장하는 과정 역시 별다른 고민없이 흘러간다는 것은 너무 고민없이 전개된 것이 아닌가 싶었어요. 정치가 무슨 장난도 아니고 동네 이장급 이야기가 펼쳐지다가 결국 총리까지 된다니 심하잖아요?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루기에는 정말로 어울리지 않았어요. 그 외에 악역들의 악행 역시 진부했으며 일부 설정은 과장이 너무 심해서 유치해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냥 살인행위라면 모를까 막판에는 천재지변을 일으키는 정도까지 능력이 올라가서 X-men 이 되어버리거든요. X-men도 좋은 만화이긴 하지만 성격이 너무 달라요!
물론 이러한 단점들은 만화가 노리는 타겟이 저연령 학생층이라 일부러 소설보다 쉽게, 화끈하게 극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만... 소설을 읽어보지 않아 단정하긴 힘드네요. 소설을 읽어봐야 하나....

결론내리자면 생각보다는 깊이가 좀 덜하고 말초적인 재미 (배틀 등)에 치중한 작품이었달까요? 덕분에 쉽게 읽히고 재미는 있었지만 작품 전체의 수준은 평작 수준이라 생각되어 별점은 2.5점입니다. 차라리 이런저런 곁가지 묘사들을 들어내고 능력자 배틀 위주로 분량을 2/3 정도로 압축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2010/03/17

도시전설 세피아 - 슈카와 미나토 / 이규원 : 별점 2.5점

도시전설 세피아 - 6점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규원 옮김/노블마인

제가 일본 추리 - 호러 단편집을 워낙 좋아라하기 때문에 진작부터 관심이 있던 단편집입니다. 일본에서는 TV용으로 영상화되기도 했었고요. 하지만 별다른 입소문도 없고 커뮤니티나 추리, 호러 애호가들 사이에서 언급조차 되지않던 작품이라 구입해 읽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사온 뒤 찾아간 집근처 산본 중앙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기에 바로 대여하여 읽어보게 되었네요.

총 5편의 호러 취향 단편이 실려있는데, 전형적인 일본식 호러, 스릴러 단편들이었습니다. 기이한 변태들의 이야기가 많은 탓이지요. 하지만 이런저런 상을 받았다는 것이 허명은 아니더군요. 설정이 참신한 작품도 있고, 재미와 반전도 잘 갖추고 있는 편이었으니까요. 독자를 몰입시키는 맛도 잘 살아 있고요. 

그러나 이러한 재미와 설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이야기 전개에서 작위적인 요소가 너무 많아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건 크게 거슬리는 점이었습니다. 앞부분 수록작들은 상대적으로 괜찮은데, 뒤로 갈수록 이러한 단점이 두드러닙니다. 적절하게 수위를 조절했더라면 훨씬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 같은데 너무 앞서 나간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는 평작 수준이기에 별점은 2.5점. 앞부분 수록작들만 놓고 본다면 3점은 충분한데, 뒤로 갈수록 힘이 딸리기에 어쩔 수 없이 감점했습니다. 개인적인 베스트는 <올빼미 사내>를 꼽겠습니다.

<올빼미 사내>
도시전설에 매료되어 스스로 전설이 되고싶어한 주인공이 자칭 올빼미사내로 변장하고 나타나 살인을 저지른다는 이야기를 1인칭 서간문 형태로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변태적인 상상력이 실제 범죄로 발전한다는 이야기는 작중에서 주인공이 언급하는 그의 멘토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과 유사해서 참신한 맛은 없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전형적인 설정이죠. 그러나 괴담을 실현시키는 과정에서 인터넷을 활용하는 등의 요소가 곁들여져 설득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주인공이 전설의 구체화를 위해 변장을 하고 벌이는 마지막 범죄가 예상하지 못한 반전으로 이어지는 결말이 아주 괜찮았습니다. 작위적인 내용은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이 정도면 별점 3점은 충분하겠죠.

<어제의 공원>
절친 마치의 사고사를 알게된 초등학생 엔도가 우연히 자신이 사건 직전의 시간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뒤 마치를 구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는 타임슬립SF입니다만... SF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일상적이고 타임슬립의 원인이나 이유가 해명되지 않기에 판타지로 보이기도 합니다.
소소한 이야기인데 사건을 막으려 노력할 때마다 더 큰 사건이 벌어진다는 설정이 그간의 타임슬립과 타임 패러독스물을 재치있게 피해가는 참신함이 돋보여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마지막에 작위적인 반전이 등장한다는 것이 옥의 티이긴 한데 역시나 별점 3점은 충분한 작품입니다. 왠지 영상화한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덧붙이자면 이러한 작위적 반전보다는 차라리 성인이 된 엔도가 다시 타임슬립하게 되어 마치의 사고의 원인이 된다는 결말이 어떨까 싶긴 한데, 이것도 작위적이었을까요?

<아이스맨>
25년전 요양차 내려간 외할아버지 댁에서 냉동된 갓파 흥행사와 함께 알 수 없는 사건에 흽쓸렸던 가츠키의 이야기로 이십오년전의 이야기는 정말 흥미진진합니다. 흥행사가 선보이는 얼음속의 정체불명 갓파 시신, 갓파 흥행사의 어리지만 영악하고 속을 알 수없는 딸 논코, 어마어마한 체구의 갓파 흥행사 등 등장인물도 개성이 넘칠 뿐 아니라 사건의 전개과정이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하거든요. 하지만 25년 뒤의 현재 시점에서의 결말이 너무 시시했습니다... 뻔할뿐더러 밝혀지는 것도 없고 주인공의 기묘한 심리상태 역시 설득력이 전무했기 때문이죠. 계속 언급하는 이 단편집 전체의 문제이지만 작위적인 결말이 특히나 별로였고요. 별점 2.5점의 평작입니다. 과거 시점의 분위기로 계속 달려주었더라면 걸작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사자연>
제목 그대로 죽은 사람과의 인연을 다루는 심리 스릴러물입니다.
여류화가 가나에 린코가 인터뷰하는 형식의 일인칭 소설로 그녀가 푹 빠졌던 기미히코라는 자살한 청년과 그녀와 똑같이 기미히코에게 매료된 시노부라는 두명의 여성의 이야기로 광기어린 집착과 그에 따르는 파멸을 차분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재미있고 분위기 있었던 기미히코 이야기로 끝냈으면 좋았을 것을... 막판에 길을 잘못들어도 유분수지 난데없는 지박령이야기로 끝맺어서 도저히 높은 점수를 주기가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이 작품 역시 기미히코 이야기로만 잘 마무리했더라면 4점은 됐을텐데 아쉽습니다.

<월석>
자신에게 원한이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 마네킹을 다룬 소품으로 호러라기보다는 심리 썰렁 드라마라고 생각됩니다. 이 작품은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작위적인 요소 보다는 이야기의 전개가 그다지 매끄럽지 못하고 좀 두서가 없어 보이며 속시원히 해결되는 것이 없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작위적이지 않은 만큼 이야기가 담백하고 일종의 정신적 성장과 강함을 보여주는 마무리가 괜찮기에 별점은 평작 수준인 2.5점 주겠습니다.

2010/03/16

마노스케 사건 해결집 - 하타게나카 메구미 / 김소연 : 별점 3점

 

마노스케 사건 해결집 - 6점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김소연 옮김/가야북스

한시치 체포록에 이어 연이어 읽게 된 에도물로 제목 마을의 나누시 (일종의 동네 이장?) 후계자인 주인공 마노스케가 마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들을 중재하는 이야기가 실린 단편 옴니버스 시리즈입니다. 제목은 "사건해결집"이라고 되어 있고 홍보도 일상 미스터리라고 하고 있는데 반해 그다지 대단한 추리물은 아니더군요. 하긴 17~18세기의 에도에서 봉행소에서 관여할 정도가 아닌 소소한 상인급 인물들의 재정이 주였던 나누시에게 대단한 사건이 있을리가 없었겠죠. 추리물로 보기보다는 그야말로 일상 속 유쾌하면서도 소소한 드라마 정도로 보는게 좋을 것 같네요.

그래도 일단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일상계 작품이라는 특이함이 좋았고 워낙에 작품 자체가 유쾌하면서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이야기들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사건을 의뢰하는 사람이 있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주요 이야기이기에 추리적인 부분도 곳곳에 포함되어 있으며 주인공 마노스케를 중심으로 그의 친구들 등의 독특한 캐릭터가 그야말로 작품에서 뛰어논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야기가 톡톡튀는 맛이 넘치거든요. 나누시의 후계자이지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청년이 되면서 정줄을 놓아버렸다는 평가를 받는 허술해보이고 장난기넘치지만 의외로 총명한 청년 마노스케가 아주 마음에 들기도 했고요.
에도물다운 치밀한 묘사 역시 볼거리라서 에도의 유곽인 요시와라와 기녀들에 대한 묘사라던가 당대 사람들의 생활사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요시와라같은 경우 생각보다는 꽤 자유분방하고 일반 백성들과 연계된 오픈된 공간으로 묘사되는 등 참고할만한 (?) 내용이 많더라고요. 차남은 완전히 찬밥신세였다던가, 가게를 이어나가는 우선순위 같은 당대의 시대상을 알게되는 현학적 재미도 충분하고 말이죠.

딱 한가지 아쉬운 점은 결국 마노스케와 세이주로도 철이 들고 성장한다... 는 성장기 같은 느낌도 전해주는 탓에 만약 시리즈가 이어진다 하더라도 이전만큼 유쾌한 모습은 보여주지 못할 것 같다는 것입니다. 마노스케의 유쾌한 매력을 계속 즐기고 싶은데 후속작 소식도 없고 하니 작가의 다른 작품이나 찾아봐야겠네요.

개인적인 별점은 3점으로 추리적 요소가 부족해서 점수를 좀 짜게주기는 했는데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나오키상 후보에 오를 정도의 작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어쨌건 역사물을 좋아하시면서도 유쾌하고 가벼운 소품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네요.

덧붙이자면, 저자는 원래 만화가 출신이라고도 하는데 작가 정보에 만화쪽 이력은 나와있지 않군요. 작품에서의 디테일한 묘사와 유쾌한 분위기 때문에 만화도 한번 찾아보고 싶었는데 약간 아쉽네요. 설마 일본에서도 만화쪽을 소설에 비해 차별하는 풍토가 있는건 아니겠죠? 혹 작가의 만화 작품 아시는 분 계시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오노부의 진실>
시집안간 마을 처녀가 임신했는데 아버지를 찾아달라는 그 가족의 청을 마노스케가 묘한 인연으로 받아들인다는 이야기로 마노스케가 사건에 발을 담그게 되는 과정부터 시작해서 결말까지 일사천리로 달려주는 유쾌한 작품입니다. 추리적으로는 대단한 것은 없지만 "함정수사"의 초창기같은 발상이 에도시대 분위기와 맞물려 무릎을 치게 만들더군요.

<감 반개>
자수성가했지만 상처한 뒤 홀로 살아가는 전당포 주인의 감나무에서 감을 훔쳐 따 먹은 인연으로 마노스케와 친구들이 전당포 주인의 옛 사랑 이야기와 엮이게 되는 내용인데 그야말로 소품이라 별로 언급할건 없네요. 일상 속 드라마 그 자체라 생각되긴 합니다.

<만년청의 주인은?>
고가라고는 하지만 결국은 화분일 뿐인 "만년청"이라는 화분의 소유권 다툼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재미 포인트는 세가지인데 첫번째는 에도시대 유행했다는 "만년청"이라는 화분에 대한 현학적 재미, 두번째로는 갑자기 등장한 마노스케의 약혼자(?)와 그에 따른 왁자지껄하는 분위기, 세번째는 주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나름 진지한 추리적인 탐구가 벌어지는 것이죠. 약혼자를 자칭한 오스즈씨의 당찬 모습과 설득력있는 추리가 마음에 들었던 작품입니다.

<누구의 아이인가>
다이묘 휘하 무사가 자신의 후계자인 손자를 찾는 이야기로 한장의 편지를 통해 진지한(?) 수사를 펼쳐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중간에 삽입된 유령 이야기를 통한 복선과 결말도 마음에 들었고요. 그 외에도 마노스케가 갑자기 정줄을 놓아버린 이유를 짐작케 하는 에피소드가 등장하는 등 여러가지로 즐길거리가 많아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병문안 가는 길>
마노스케가 약혼자 스즈와 인연이 있는 마타시로를 병문안 가는 길에 선물을 사기 위해 들른 가게에서 주운 개(칭)와 불량배들에게서 구해준 아가씨 오신을 둘러싼 소동이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이 단편집 안에서 가장 추리적인 재미가 많은 작품입니다. 정체를 숨기려고 하는 오신이 어느 동네 사람인지를 맞추는 과정이 셜록 홈즈식의 디테일한 관찰에 따른 추리로 펼쳐지는 것도 볼만했고 오카핏키가 찾는 고린이라는 아가씨의 정체를 밝히는 마노스케의 모습 역시 추리적으로 비약이 심하긴 하지만 나름의 설득력은 갖추고 있더군요. 그 외에도 마노스케가 정줄을 놓아버린 이유가 살짝쿵 등장하기도 하는 등 잔재미도 쏠쏠해서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고싶네요.

<고타 유괴사건>
마노스케의 친구이자 역시 나누시의 후계자인 세이주로의 동생 고타가 유괴되는 이야기로 에피소드들 중에서 가장 강력범죄가 일어납니다. 마지막 편이기 때문인지 모든 등장인물이 총 출동하며 - 마노스케의 첫사랑 오유와 드센 약혼자 오스즈양까지! - 추리적으로도 재미가 쏠쏠해서 몸값의 에도스러운 전달방법도 기발하고 사건 해결까지의 과정 역시 설득력있게 잘 짜여져 있습니다. 결국 마노스케의 결혼식으로 마무리되는 대단원 역시 깔끔하게 정리되고 있어서 단편집을 잘 마무리하고 있다 생각되네요. (마노스케의 성장으로 대미를 장식하는데, 앞서 이야기했듯이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2010/03/12

데보네어 드라이브 1 - 아사쿠라 세카이이치 : 별점 3점

 

데보네어 드라이브 Debonair Drive 1 - 6점
아사쿠라 세카이이치 글 그림/중앙books(중앙북스)

치바에서 무허가 방문목욕 서비스를 운영하는 해파리 에치젠과 게이 모모야마는 의문의 미녀 마리와 함께 과거 인연이 있던 횡도파의 보스를 아내 쇼코의 부탁으로 츠가루에 있는 양로원으로 모셔가기 위한 긴 여행을 떠난다...

국내에는 아마 처음 소개되는 것 같은 아사쿠라 세카이이치의 판타지 로드코믹입니다. 작가에 대한 소개는 이시카와 쥰의 "만화의 시간"에서 접해 보았었는데 비록 다른 작품이지만 국내에 출간되어 굉장히 반갑더라고요. 책도 야무지고 이쁘게 잘 나왔고요.

위에 언급한 짤막한 줄거리 그대로 여정을 다룬 로드 코믹인데 (제목만 보아도 "멋지고 당당한 드라이브" 죠) 내용이 굉장히 독특합니다. 자칭 해파리라는 에치젠과 게이 모모야마 컴비는 물론 사나이 중의 사나이였지만 지금은 노망든 할아버지인 보스와 의문의 미녀 마리와 같은 등장인물도 굉장히 개성적이지만 그 외에도 이야기 전개 자체가 상식을 깨거든요.
독특함을 배제하더라도 에피소드별로 짤막하게 이어지는 로드코믹답게 여행하는 장소에서 일어나는 뜻밖의 사건들만 단편적으로 보아도 재미있고 전편에 걸쳐 의문의 미녀 마리와 그들을 쫓는 일당이 누군인지에 대한 수수께끼가 진행되기에 긴 호흡으로 보아도 지루하지 않는 등 기본 재미에도 비교적 충실합니다.

물론 일행의 여정이 어린아이의 상상력을 펼쳐놓은 동화같은 세계관으로 펼쳐지기에 좋게 보면 판타지라 할 수 있지만 나쁘게 보면 지나치게 무리수를 둔 유치한 개그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견 낙서같으면서도 정교한 구도와 묘사로 일정경지에 오른 듯한 그림이 좋은 쪽으로 상승작용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에서 작가의 내공을 느끼게 해 주더군요. 필명의 "세카이이치 (世界一)"가 허풍만은 아니었달까요?

워낙에 특이하기에 호불호는 분명히 갈릴 것이라 생각되는 작품이지만 저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모든 면에서 따뜻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느끼게 하는 만화였어요. 별점은 3점입니다. 일상 속의 상식을 깨는 지극히 일본적인 현대의 동화같은 판타지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그런데 1권에서 마리의 정체와 수수께끼가 대부분 해결되기에 2권에서는 긴 호흡으로 즐길거리가 별로 없어보여서 2권을 계속 봐야할지는 약간 고민되네요...

2010/03/11

한시치 체포록 - 오카모토 기도 / 추지나 : 별점 3점

 

한시치 체포록 - 6점
오카모토 기도 지음, 추지나 옮김/책세상

탐정역으로 오카핏키 한시치가 등장하는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단편 연작 추리소설로 미야베 미유키의 "혼죠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와 같은 류의, 즉 짓테를 들고 "오라를 받아라~!"하는 이른바 "에도 체포록"이라는 괴담 더하기 역사 추리물이라는 쟝르의 시조이자 원조격인 작품이죠. 유명세에 비한다면 번역이 뒤늦은 감도 들긴 하는데, 어쨌건 진작부터 관심있던 작품이라 출간되자마자 잽싸게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무려 4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두께에 총 12편의 중단편이 실려있는 볼륨이 일단 독자를 압도하는데, 내용이 재미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네요.

특징이라면 "유령"이 굉장히 많이 등장하는 괴담같은 이야기가 많다는 점이겠죠. 이유는 아무래도 쓰여진 시기가 1917년인 탓이 크겠지만, 단지 괴담으로 끝나지않고 작가가 후기에서 스스로 셜록 홈즈의 영향을 인정했듯이 사소한 단서에서 진상을 밝혀내는 맛이 뛰어난 편이라 추리물로서도 기대에 충분히 값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에도 말기를 사진을 보듯 세밀하게 표현해 낸 묘사가 더해졌기에 미야메 미유키 여사의 말대로 시대물에 있어서는 "성전" 이라 칭해도 부족하지 않는, 뛰어난 역사 추리물로 보아도 무리는 없을테죠.

전체적으로 평균 이상의 재미는 보장하지만 인상적이었던 작품만 살짝 언급해보자면,
괴담같은 분위기가 돋보이는 <석등롱>을 먼저 들고 싶네요. 이유를 알 수 없는 양가집 아가씨의 실종 후 그녀의 유령이 등장하여 살인까지 저지른다는 이야기로 사소한 단서에서 범인을 추리해나는 한시치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비약이 심하기는 하지만 추리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괴담과 추리물이 결합되어 있는 이 시리즈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역사 드라마에 가까운 <수상한 궁녀>는 셜록 홈즈 시리즈인 "너도밤나무 저택"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사건의 진상이 굉장히 작위적이고 진부하긴 했으나 한시치가 궁녀의 손가락을 관찰하고 또다른 사건의 내막을 꿰뚫어보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에도가와의 보라잉어>는 고기를 잡는 것이 금지되었었다는 당대의 설정도 재미나지만 모순된 증언들을 비롯해서 영문을 알 수 없게 복잡해진 사건을 하나로 정리하는 전개가 굉장히 마음에 들더군요. 사건이 여러개 중첩되는 것이 많은 이 시리즈의 특징을 잘 나타낸 작품이기도 하고요.

완벽한 추리물로 보기에는 약간 거리가 있는 과도기적 성격의 작품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지금 읽기에는 낡은 느낌이 들며 당대 정서와 분위기를 이해하기 힘든 등 단점도 있긴 하지만 제게는 재미와 함께 역사 추리물이라는 쟝르에 대해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된 좋은 작품이었다 생각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만 가치는 그 이상이기에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특히나 추리소설 애호가와 괴담 애호가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010/03/10

설경

눈이 정말 많이 오는 요즈음입니다. 산본 수리산 앞자락으로 이사갔는데 집에서 바라보이는 풍경이 그림같아서 사진으로 올려봅니다.

똑딱이로 대충 찍고 보정도 하지 않은 사진이지만 에드워드가 산 정상에서 눈조각을 만들고 있을 것 같은, 그야말로 그림과도 같은 설경이네요. 저도 속세의 근심걱정 모두 잊고 산으로 떠나고 싶어집니다.

2010/03/08

두산베어스 마스코트에 대한 소고

 

새로운 마스코트 이름이 "철웅이"라고 발표되었네요. 개인적으로는 뭐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하려고 하는건 이 새로운 마스코트가 아니라, 팬들 사이에서는 "깡패곰"으로 잘 알려진

이놈에 대한 것이죠. 사실 이 깡패곰 마스코트는 1999년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을 처음 시작한 제가 만든 것이거든요. 이제 마스코트도 바뀌었으니 과거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디자인이 이렇게 나온 것은 제가 그동안 가져왔던 의문 - 팀 이름은 곰, 호랑이, 사자, 용 등등 거진 다 맹수 이미지를 차용하면서 왜 마스코트는 귀엽게만 가져가는가? - 에 대한 나름의 해답이었습니다. 모름지기 맹수라면 주변 동물들을 다 때려잡을 수 있는 강력한 이미지를 사용해야 하거늘, 결국 팀을 형상화하는 마스코트는 피카츄같은 이미지라는 것이 불만이었거든요. 이럴거면 두산 팬더스라고 하던가.
그래서 다른 팀들 마스코트는 한손으로 쳐부술 수 있을 만한 강력한 이미지로 구체화하여 작업하였었고, 디벨롭하면서 한국의 곰을 대표하는 "반달곰" 이미지까지 부여하는 등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과물을 도출해 내었었죠. 마지막에 당시 두산 사장님이셨던 박모회장님께 직접 PT를 했었는데 당시 너무나 좋은 반응 ("그래. 내가 생각한게 이걸세!") 까지 이끌어내어서 초짜 디자이너로 감동에 젖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왠걸.... 발표되자마자 지금의 철웅이에 대한 비난은 장난으로 보일 정도로 엄청난 반대의견 때문에 홍역을 치루게 되었습니다. "우리 귀여운 곰돌이를 돌려주세요!" 라는 팬들의 아우성때문에 밤잠을 설칠 정도였어요. 그나마 인터넷 인프라 초창기였던 90년대 후반이라서 다행이지 아마 지금 발표되었더라면 제 개인정보까지 다 노출되지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로 무서운, 그야말로 살인적인 반응이었습니다. 팀은 강력한 맹수 이미지라 할지라도 팬층은 어린아이부터 여성까지 넓게 포진되어 있다는 것을 무시하고 너무 타겟을 좁혀 디자인 했던 것이죠... 어떤 작업을 하더라도 타겟층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교훈을 안겨준 나름의 흑역사입니다.

하지만 실패여부를 떠나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들고, 전 세계 프로구단 캐릭터 - 마스코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작품이라 자부합니다.^^ 디자인 작업을 오래 하지도 않았고 지금은 디자이너도 아니지만 아직까지 어디가서 내세울만한 개인적 포트폴리오도 이녀석 밖에는 없기에 애착도 굉장히 크고요. 아울러 이 마스코트로 변경된 후 마스코트와 잘 어울리는 이미지의, 국내 프로야구사에 길이 자랑할만한 강력한 중심타선 우-동-수 트리오가 등장했고 결국 우승도 차지했기에 팬으로서 정말 기뻤습니다.

지금 바뀐 철웅이도 귀여움보다는 강력한 이미지가 더 크게 엿보이는 만큼 2010년 두산베어스도 강력한 이미지에 걸맞는 팀의 모습으로 우승을 차지하길 바랍니다. 파이팅 베어스! 허슬~두!

2010/03/05

유다의 창 - 존 딕슨 카 / 임경아 : 별점 4점

 

유다의 창 - 8점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로크미디어

부유한 청년 제임스 앤스웰은 예비 장인 에이버리 흄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흄이 권한 술을 먹고 정신을 잃는다. 그리고 정신이 든 그의 앞에 화살에 찔린 시체가 된 에이버리 흄이 놓여있었다! 그런데 그 방은 방문과 창문이 모두 닫혀진 완벽한 밀실상태.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는 그를 구하기 위해 헨리 메리베일경이 변호를 맡아 법정에서의 사투가 시작된다.

드디어 나왔다! 오랜 시간 기다린 존 딕슨 카의 대표작이 드디어 국내에 번역되어 출간되었네요. 소식을 듣자마자 구입해서 하루만에 읽어버린, 그야말로 기다린 보람이 느껴진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일단 밀실트릭의 대가다운 솜씨가 독자를 사로잡더군요. 두터운 문에 빗장이 질러지고 창문마저도 빗장쳐진, 틈 하나 없는 완벽한 밀실 (검찰측 말대로 "봉인된 방"이라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죠) 에서의 살인이라는 설정도 흥미롭지만 트릭도 추리소설사에 길이남을 명트릭이 아닐까 싶을정도로 잘 짜여져 있었습니다. 트릭도 트릭이지만 그에 따르는 여러가지 단서 역시 굉장히 합리적이었고요.
또한 법정드라마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의외였는데 이것이 대박이라서, 사건이 재판 과정을 통해서 증인들의 증언과 단서로 재구성되어 전개됨에 따라 고전 추리물의 최대 미덕이라 할 수 있는 완벽한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다른 추리소설에서는 독자가 머리속으로, 또는 손으로 그려야 하는 사건 시간표 같은 것도 전부 표로 제공해 주니 이보다 더 친절할 수는 없겠죠. 아울러 작가의 시리즈 탐정 캐릭터이기도 한 헨리 메리베일경의 왕실 고문 변호사로서의 활약을 보는 것도 즐거웠고요.

물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트릭이 영미권 독자들에게 친숙한 것이라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사건의 동기가 취약하다는 것, 그리고 헨리 메리베일경이 극중에서 언급하듯 "범인이 누구인지 너무 뻔하다" 는 것은 고전 본격물로는 약점이긴 합니다. 헨리 경이 독자가 모르는 정보를 쥐고 있다는 설정도 약간 아쉬웠고요. 그래도 전개과정에서 나름 합리성을 보장하고 있기에 크게 흠잡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결론내리자면 별점 4점은 충분한, 고전 황금기 시대 본격 추리물 및 법정 미스터리 걸작이라 생각됩니다. 동서 추리문고 스타일의 낡은 일어 중역본이 아닌 깔끔한 번역으로 소개된 것도 반갑고 말이죠. 추리 애호가라면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덧붙여, 제가 읽은 존 딕슨 카 작품 목록 및 개인적인 순위를 예전 "세개의 관" 리뷰에 언급했는데 업데이트해 봅니다. 확인해 보니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하나만 아직 안 읽었는데, 일단 읽은 것 까지만 정리할께요.^^

<완독한 존 딕슨 카 작품 목록 : 순서는 무순>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 연속 살인사건 / 모자 수집광 사건 / 해골성 / 벨벳의 악마 / 화형법정 / 흑사장 살인사건 / 세개의 관 / 구부러진 경첩 / 감미로운 초대 (밤에 걷다) / 황제의 코담배케이스

이 중 딱 세 작품만 꼽으라면 저의 영원한 베스트 "황제의 코담배케이스", 정통 추리와 고딕 호러의 완벽한 결합체인 "해골성", 그리고 바로 이 작품인 "유다의 창" 을 꼽겠습니다.

2010/03/04

증강현실 게임이라...


이거저거 자료를 찾다가 재미있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원문은 여기서 확인하세요.

소개된 게임 중 눈에 들어온 두가지 게임을 퍼옵니다. 첫번째 플레이스테이션 용 카드게임은 아날로그 게임을 디지털로 구현하여 그야말로 현실을 디지털로 끌어들인 모범사례라 생각되며 두번째 아이폰 게임은 단말 특성을 잘 살린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게임이네요.

개인적으로는 첫번째와 두번째를 믹스한 예전 "바코드 파이터"의 진화판 게임을 만들면 어떨까 싶더군요. 첫번째 게임처럼 특정 코드에 따라 변하는 가상세계라는 컨셉 하에 아이폰 카메라로 바코드를 찍으면 게임내 내 무기의 능력치가 정해지고 이 능력치에 따라 두번째 게임처럼 아이폰을 이용한 상호 대전을 벌이는 것이죠.

두번째 게임과 동일하게 카메라를 이용한 FPS 방식 게임이라면 무기의 연사속도, 탄알 수, 조준경의 범위 등에 대해 바코드에 따라 능력치가 계속 바뀌는 것으로 하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물론 너무 강한 무기가 계속 유지된다면 게임이 발전이 없으니 강한 무기일 수록 내구수명이 짧다는 제한을 둔다던가, 같은 제품의 바코드라도 랜덤하게 무기 형상이 바뀐다던가 (착검형태 등) 오발해서 내가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던가 등의 디테일을 삽입해도 좋겠죠.

어쨌건 만드실 생각 있으신 분 계시면 연락주세요~ 기획자 여기 한사람 있습니다~^^

2010/03/03

셰프 1~40 / 돌아온 셰프 1~5 - 카토 타다시 : 별점 3점

 

셰프 38 - 6점
카토 타다시 지음/서울문화사(만화)

"기적의 프로젝트 X : 컵라면의 탄생"을 읽고 탄력받아 다시 읽게 된 가토 타다시의 대표작입니다. 고액의 의뢰비만 받으면 어떠한 요리라도 해 주는 요리계의 블랙잭 아지사와 타쿠미가 등장하는 옴니버스 만화죠.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는 누구나 알아주는 최고의 실력자", "고액의 돈을 받고 어떠한 의뢰도 해결해 준다" , "악인같지만 사실은 자신만의 소신이 확실한 프로" 라는 블랙잭 류의 3대 명제 역시 그대로 구현되어 있고요. 그래서인지 요리사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요리만화라기보다는 전문가만화의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의뢰인들 - 주로 무너져가는 가게를 일으키기 위한 식당의 주인들이나 개인적으로 최고의 요리를 의뢰하여 요리를 맛보는 사람들 - 이 주인공인 인간드라마인 것이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미식가 소설가가 등장하는 에피소드 "두 종류의 오르되브르"의 예를 들자면, 한 레스토랑에서 미식가로 유명한 소설가를 최고로 대접하기 위하여 속물 지배인이 아지사와에게 요리를 의뢰합니다. 아지사와는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뿐 별다른 특혜를 제공하지 않죠. 그리고 폐점시간 직전, 한 남루한 술주정뱅이가 들어와 음식을 주문하나 지배인은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거부합니다. 하지만 아지사와는 최고의 요리를 대접하고 그 술주정뱅이가 소설가가 변장한 것임을 나중에 밝혀냅니다. 소설가가 변장한 이유는 과거의 괴로왔던 경험때문에 아무리 평판이 좋더라도 손님을 차별하는 곳은 가지 않기 위해, 가게의 진짜 가치를 파악하기 위함이었죠. 그리고 나가면서 이야기합니다. "이 최악의 레스토랑에서 당신의 요리만이 진짜였습니다"

이러한 드라마를 일종의 안티히어로이지만 자신의 실력과 요리에 절대적인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아지사와 타쿠미라는 캐릭터가 잘 조율하고 있어서 요리만화의 홍수속에서도 무려 40권 (속편 5권까지 총 45권) 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이 이어질 수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검은 외투를 걸치고 요리도구가 든 가방하나만을 지닌채 바람처럼 떠돌아다니는 아지사와 타쿠미가 지나칠정도로 블랙잭과 겹쳐보인다는 것과 인간드라마이기 때문에 요리가 이야기의 소재에 지나지않아서 요리에 대한 정보나 작화가 부실하다는 것, 후반부로 갈수록 유사 에피소드와 자가복제가 반복된다는 것은 약점이긴 하지만 저는 굉장히 좋아하는 만화입니다. 다시 읽어도 재미있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