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문 - 토머스 H. 쿡 지음, 김시현 옮김/시작 |
8세 소녀 캐시 레이크가 살해되고 근처에 살던 부랑자 제이 스몰스가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된다. 그러나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 앞으로 12시간 뒤에는 결국 풀려날 예정으로 경찰청장 프랜시스와 부하 버크 반장은 마지막 실마리라도 잡아보기 위해 12시간 동안의 최후의 심문을 준비한다. 심문을 맡은 형사는 앞서 어려운 사건을 심문으로 해결해 온 노먼 코언과 잭 피어스 형사 컴비였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된 에드가상 수상작가 토마스 H 쿡의 장편입니다. 이야기는 12시간 동안 한 소녀의 죽음을 둘러싼 강력계 형사들의 심문과 수사, 그리고 다른 인물들의 교차된 묘사로 전개됩니다.
하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각 등장인물별로 시간에 따라 세밀하게, 다양하게 교차되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구조는 일견 흥미롭지만 사실 교차없이 등장인물별 이야기만 따로 모아서 읽는다면 정말로 별게 없습니다. 단지 복잡하게 만드려는 의도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말이죠. 저만해도 다 읽고나서 심문실 부분만 따로 다시 읽어보았는데 훨씬 이야기가 명료하게 전개되는 느낌이 들더군요.
또한 복잡한 이야기들 중 몇개의 이야기가 흘러가며 하나의 줄기로 합쳐지기는 하는데 벌려놓은 것에 비해 해결되지 않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스몰스가 도대체 과거에 무슨 일을 저질렀으며 아이들 그림은 왜 그리는지, 버크반장의 아들 스코티는 뭘 파묻었는지, 스팃이 그 애를 쫓아가서 어떻게 했다는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으며 마지막 스몰스의 자살 역시 그 이유가 석연치 않거든요. 때문에 이야기는 복잡하게 벌려놓았음에도 깔끔하게 마무리 되지 않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들 때문에 추리적으로도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는 것도 문제죠. 복잡해지기만 했을 뿐 결국 심문 과정에서의 스몰스의 증언이 핵심적인 내용을 모두 전달해 주기 때문입니다. 범인의 정체에 대해서는 약간의 트릭이 있긴 하지만 추리소설 초창기부터 반복되어 왔던 트릭의 일종이기에 (일종의 투명인간 트릭입니다) 그닥 새롭지도 않을 뿐 아니라 애시당초 스몰스가 범인에 대해서 제대로 증언하지 못하는 이유가 등장하지 않아서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어차피 쓰레기 청소부 에디 이야기가 초반부부터 주구장창 많이 나와서 뭔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말이죠.
12시간이라는 시간 제한이 있는 그럴듯한 상황 설정과 굉장히 디테일한 심리 묘사와 함께 수사 과정도 합리적이면서도 세밀하게, 재미있게 다루고 있는 묘사력은 작가의 내공의 깊이를 느끼게는 해 줍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추리소설적인 가치가 높아 보이지는 않아서 별점은 2.5점입니다. 한마디로, 평범하고 무난한 평작이라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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