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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27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2026) - 이우형, 김만희: 별점 2.5점

"흑백 요리사 시즌 2" 후 오랫만에 챙겨본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입니다. 티빙을 통해 감상했습니다.

특징이라면 참가자들이 요리 실력만 겨루는게 아니라, 실제 손님을 상대로 음식을 판매하고 매출을 겨룬다는 점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장사할 장소와 찾아오는 손님을 분석한 뒤 어떤 메뉴를 얼마에 팔지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즉, 요리 실력뿐 아니라 외식업 경영자로서의 감각이 중요하다는 건데 이 설정이 생각보다 재미있습니다.

심사도 특이합니다. 심사위원이 음식을 먹은 뒤 맛과 완성도를 평가하는 여타의 요리 서바이벌과는 다르게 실제로 손님이 돈을 내고 음식을 사 먹은 결과의 매출과 별점을 겨루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가격이 비싸거나 장소에 어울리지 않으면 팔리지 않을 수 있고, 반대로 비교적 평범한 음식이라도 가격과 서비스 속도, 손님의 취향을 잘 맞추면 좋은 매출을 올릴 수 있습니다. 덕분에 전문 셰프 못지않게 요식업 사업가들의 활약을 보는 재미가 큽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연복 셰프의 활약도 반가웠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주문을 처리하면서 경쟁을 이어가는 모습에서 관록을 느낄 수 있었고, 결국 결승 문턱까지 올라가는 과정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다른 참가자들이 앞서 설명드린대로 메뉴와 가격, 판매 전략을 치밀하게 고민하는 것과는 달리, 이연복 셰프는 그야말로 맛있는 중식을 만들어 파는 데 충실하다는 점에서는 반전 매력을 느낄 수 있었고요.

예상과 실제 결과가 상당히 다르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예를 들어 첫 대결에서 두끼 떡볶이 대표가 컵 떡볶이를 5,000원에 판매한다고 했을 때, 상당히 잘 팔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가격 부담도 크지 않고 다른 음식을 먹은 손님이 입가심이나 간식처럼 추가로 구입하기에도 좋은 메뉴니까요. 그런데 예상과 달리 판매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이런 장면들을 통해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장사와 실제 현장에서의 소비자 선택은 꽤 다르다는 사실을 잘 알려줍니다. 확실히 장사가 쉽지 않네요.

다만 프로그램이 뒤로 갈수록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가'에 초점이 지나치게 맞춰지면서 초반의 재미가 조금씩 줄어드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특히 데이터를 강조한 우승팀 Hungry가 마지막 전주 한옥마을 대결에서 돈가스와 함박스테이크를 메뉴로 선택한게 대표적입니다. 전국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선택하고, 최대한 빠르게 음식을 제공해 고객 회전율을 높이는 한편 여러 가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전략이었지요. 장사 관점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었고 실제로 승리까지 거두었지만, 시청하는 입장에서는 메뉴 자체가 주는 의외성이나 참신함이 거의 없어서 재미를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이 프로그램이 단순한 요리 경연이 아니라 장사 대결이기 때문에 이런 전략도 실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결국 음식 프로그램에서 기대하게 되는 새로운 메뉴나 예상하지 못했던 조합을 구경하는 재미가 사라진다는 문제가 발생하지요. 제작진이 장사 능력을 평가하면서도 특정 전략이 지나치게 유리해지지 않도록 예상 가능한 핸디캡이나 조건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설정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변수를 만들기 위해 고객의 별점을 반영한 방식도 취지 자체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특별히 불만이 크지 않으면 낮은 별점을 잘 주지 않는 편이고, 별점 자체도 사람마다 기준이 크게 다르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누구에게는 평범한 음식이 별점 5점일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음식도 4점에 그칠 수 있습니다. 차라리 제작진이 별점 기준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면 평가의 의미가 커졌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맛과 양이 가격에 적절하면 3점, 현재 가격보다 2,000원을 더 지불해도 먹고 싶다면 4점, 5,000원을 더 내도 좋을 정도라면 5점처럼 가격 대비 만족도를 기준으로 안내하는 방법도 가능했을 것입니다. 정확한 기준이 있었다면 매출 경쟁과 별점 평가가 서로 보완되는 장치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요리 대결에 실제 장사라는 요소를 결합했다는 점은 신선합니다. 그러나 독특한 음식과 셰프들의 창의적인 요리 대결을 기대하기는 힘들고, 그런 면에서의 재미는 찾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요식업에서 메뉴, 가격, 회전율 같은 요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궁금하다면 그럭저럭 볼 만합니다.

2026/08/15

동궁(2026) - 최정규: 별점 3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입니다.

처음에는 모든 사건이 연못 귀신의 저주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연못 귀신의 원한은 자신을 모함해 죽인 대왕대비를 향한 것이었고, 왕과 동궁에는 원한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왕이 왕이 될 수 있던건 왕의 생모인 숙빈이 자기 아들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벌였던 독살 덕분이었고, 숙빈은 대왕대비와 연못 귀신의 원한을 이용해 진실을 숨겼다는 사실이 드러나지요.
하지만 이 과거의 사건 역시 현재 세자들의 죽음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지금의 악귀는 얼마 전 죽은 세자였거든요. 결국 죽은 세자가 형제를 독살해 왕이 되려 했고, 이를 알아챈 왕이 세자를 죽이면서 원한이 시작되었다는 진상이 밝혀집니다.
이렇게 반전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연못 귀신 - 대왕 대비 - 숙빈 최씨 - 세자로 주적이 계속 바뀌는 구성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선악을 구분하기 어려운 왕 역의 조승우와 대왕대비의 연기는 감탄이 나오며 영상도 인상적입니다. 전체적으로 푸른 색감을 유지하면서 왕의 곤룡포와 생강 옹주의 화려한 한복을 강하게 대비시키는 장면들이 특히 좋았습니다. 의상과 세트도 보기 좋게 갖춰져 있으며, 꺼먹살이의 귀여운 존재감도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였어요.

하지만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은 조금 거슬립니다. 초반 영안군을 습격한 존재가 연못 귀신처럼 묘사된 부분이 대표적입니다. 연못 귀신은 영안군을 습격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또 이는 진상과도 잘 연결되지 않습니다. 귀매의 눈을 얻은 구천이 어떻게 되었는지, 저쪽 세계에서 어떻게 돌아왔는지와 같이 설명이 부족한 부분도 제법 되고요. 

무엇보다 가장 큰 단점은 액션입니다. CG도 과하지만 액션이 최근 다른 작품들에 비해 화려함, 강함, 속도감 모두 부족한 탓입니다. 특히 마지막 세자와 구천의 대결은 90년대 오래된 홍콩 영화 와이어 액션처럼 보입니다. 세자와 구천 모두 무술에 능하다는 설정도 없어서 이런 육탄 대결에 대한 설득력도 약하고요.

그래도 별점은 3점입니다. 궁중 미스터리와 반전이 많은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추천드립니다.

2026/08/02

광장(2025) - 최성은: 별점 2.5점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입니다. "김부장"을 챙겨봐서인지, 넷플릭스 추천으로 뜨길래 보게 되었네요. 

가장 큰 장점은 액션입니다. 남기준이라는 인물이 얼마나 압도적으로 강한 존재인지를 과장 없이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덕분입니다. 특히 초반 PC방에서 벌어지는 난투극과 구준모가 숨어 있던 별장에서의 액션은 현실감 있는 타격감과 묵직한 연출이 인상적입니다. 화려한 기술보다 그야말로 상대를 압도하는 힘과 타격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서 남기준이라는 캐릭터의 존재감을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단순한 복수극에서 끝나지 않고, 거대한 음모를 결합한 전개와 흑막은 이금손이었다는 반전도 괜찮습니다. 경찰이면서도 돈을 위해 폭력 조직과 결탁한 뒤, 조직을 자신의 손아귀에서 움직이는 핵심인물 차영도 설정도 설득력있게 그려내는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구준모가 죽은 이후 이야기의 동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남기준의 목표는 동생 남기석을 죽인 범인에게 복수하는 것이었는데, 구준모가 제거된 시점에서 그 목적은 사실상 달성되니까요.
이후 이금손과 차영도가 진짜 배후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새로운 복수의 대상이 생기지만, 구준모와 이금손, 차영도의 관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서 다소 억지스럽습니다. 구준모가 남기석을 죽이라고 지시한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이금손과 차영도가 그 선택을 어떻게 유도하고 설계했는지는 작품에서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는 탓입니다. 구준모가 두 사람의 계획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어야 합니다.

후반부 액션의 완성도 역시 초반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PC방과 별장에서 보여준 묵직한 실전 액션과 달리, 끝판왕 격인 재일교포 킬러 카네야마와의 대결은 칼부림 중심으로 비현실적이고 이질적이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홍콩 액션 영화를 연상시킬 정도에요. 이어지는 차영도와 이금손과의 대결 역시 두 사람이 애초에 남기준과 대등하게 맞설 상대가 아니기 때문에 긴장감을 끌어내기는 힘들고요. 쓸데없이 잔인한 것도 영 별로였어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액션과 분위기만으로도 볼거리는 충분합니다. 후반부 이야기와 액션이 초반의 완성도를 끝까지 유지하지는 못하지만 킬링 타임용으로는 괜찮습니다.

2026/07/25

아이 윌 파인드 유(I Will Find You) (2026) - 로버트 헐 : 별점 1.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데이비드 버로우스는 아들 매슈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5년째 복역 중이었다. 그러나 처제 레이철이 매슈가 살아있을지 모른다는 증거 사진을 보여준 뒤 탈옥하여 아들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누군가가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버로우스를 옭아맸고, 버로우스는 수차례 체포와 죽을 위기를 넘기면서도 점점 사건의 흑막과 진상에 접근해 나가는데...

"숲"의 작가 할런 코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TV 드라마입니다. 넷플릭스에서 흥행하고 있길래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처제 레이철이 가져온 한 장의 사진 속에서, 죽었다고 알려진 매슈가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을 발견한 뒤 생명의 위협을 받다가 탈옥을 선택하는 이야기 도입부는 아주 강렬합니다. 설정도 흥미롭지만 탈옥 과정의 디테일도 좋고, 이후 도주 과정도 설득력있게 선보이는 덕분입니다. 

버로우스가 인간관계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바탕으로 사건의 진상에 접근하는 과정도 흥미롭습니다. TV 드라마답게 매회 반전과 새로운 의문을 던지면서 시청자가 다음 화를 보게 만드는 솜씨도 제법이고요.

하지만 반전이 많은게 좋게만은 작용하지 않습니다. 애덤 맥켄지가 사실 악당 니키 피셔의 끄나풀이었다는 반전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자신의 직업까지 걸면서 버로우스의 탈옥을 돕고, 매슈의 관까지 파헤칠 정도로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가 갑작스럽게 배신자로 바뀌는 전개는 그동안의 행동과 쉽게 연결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니키 피셔가 최종 흑막조차 아니라는 사실이 비교적 쉽게 드러나면서 이러한 반전이 왜 필요했는지도 의문입니다.

게다가 진범이 헤이든이었다는 진상은 최악입니다. 헤이든은 매슈가 자신의 친아들이라고 믿어서 매슈를 데려갔던 겁니다. 그런데 왜 헤이든이 버로우스를 적극적으로 도와줄까요? 심지어 좋아하는 레이철이 함께 있지 않는 상황에서 버로우스를 경찰에 넘기거나 죽이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버로우스가 매슈를 끝까지 찾으려 하니, 없애버리는게 당연하지요. 하지만 헤이든은 후반부까지 충실하게 버로우스를 도와줄 뿐입니다. 

애초에 사건의 시작부터가 말이 안됩니다. 버로우스를 매슈의 살인범으로 조작할 정도의 재력과 영향력이 있다면, 매슈만 빼돌린 뒤 버로우스 가족이 사고로 사망한 것처럼 꾸미는 편이 훨씬 간단했을테니까요. 막대한 비용과 위험을 감수하면서 버로우스가 친아들을 살해한 것처럼 꾸민 이유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 외에도 설명되지 않는건 많아요. 예를 들자면, 니키 피셔는 버로우스의 아버지가 흉기인 야구 배트를 숨겼다는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니키 피셔가 부하를 시켜 증인을 죽이고, FBI를 공격할 이유도 없고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초반부의 압도적인 몰입감만큼은 최고지만, 진범과 진상을 끝까지 숨기려는 데 지나치게 집중해서 이야기를 다 망쳐버리고 말았습니다. 추천드리기 어려운 졸작입니다. 드라마가 아니라 복선과 심리 묘사를 충분히 쌓을 수 있는 소설이 더 어울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2026/07/18

신입사원 강회장 (2026) : 별점 2점

얼마 전 종영된 최신작으로 재벌 회장 강회장과 신입사원 황준현의 몸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에 살인 음모와 미스터리를 더한 드라마입니다. 티빙으로 감상했습니다. 

"재벌집 막내 아들" 원작가인 산경의 원작을 따르지만, 추리 요소를 크게 강화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강회장이 황준현의 몸에서 깨어난 뒤 회사를 노리는 자식들의 음모와 자신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추적하는게 핵심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강회장의 호적수인 나병모 회장의 딸이자 강회장의 며느리인 나은세가 강재경으로 변장해 병원에 잠입하고 강회장을 죽이려 했다는 진상도 인상적이에요. 동기와 근거가 설득력 있게 제시되는 덕분입니다. 제법 추리적으로도 볼만했어요

원작 대비 바뀐 설정들도 매력적입니다. 특히 황준현의 설정이 좋습니다. 평범한 신입사원이 아니라 유망한 축구 선수였지만 뺑소니 사고로 꿈을 접은 인물이라는 배경은 강회장이 그의 삶을 이해하고 반성하는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니까요. 죽은 줄 알았던 강회장이 살아 돌아오는 반전과 황준현이 원래 몸을 되찾는 해피엔딩도 원작보다 만족스러웠고요.

그러나 사건의 가장 큰 원인이 자식들 교육을 방치하고 황준현을 무시했던 강회장 자신의 잘못인 만큼, 피해자로서 복수를 이어가는 전개는 완전히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결말도 별로입니다. 강재경과 강재성 남매가 충분한 대가를 치른 것처럼 보이지 않고, 황준현과 강방글의 러브 라인이 이루어지는게 급작스러웠던 탓입니다. 마지막 에필로그의 또 다른 몸 바뀜 역시 유치하기만 했습니다. 차라리 없는게 더 좋았습니다.

그리고 "재벌집 막내아들"과 비교하면 황준현(강회장)의 능력이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 점도 약간 아쉬웠어요. 회장 시절 알고 있던 정보를 활용하는건 괜찮았지만, 그 외에는 눈에 띄는 활약이 적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었으며, 킬링타임용으로는 충분히 추천할 만합니다. 최소한 원작보다는 훨씬 좋았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26/06/21

참교육 (2026) - 홍종표 : 별점 2.5점

교권 침해와 학교 현장의 여러 문제를 교권보호국이 해결한다는 내용의, 요새 한창 인기인 10부작 TV 드라마입니다. 넷플릭스로 감상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제목 그대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교권 침해에 대한 참교육입니다. 교권 침해 사례들 대부분이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들이라는 점도 몰입을 돕습니다. 실제로 저렇게 처벌받는다면 좋겠다는 공감을 이끌어내기 때문입니다. 한 화에 하나의 사건으로 이루어진 구성도 좋아요. 부담 없이 볼 수 있고, 전개도 빠릅니다. 

참교육의 대부분은 나화진의 무력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시험지를 빼돌리던 교사를 응징하는 에피소드나 진상 학부모를 상대하는 에피소드 등 나름대로 머리를 쓰는 작전들도 펼쳐지는데 이 역시 꽤 볼 만 합니다.

캐스팅도 좋습니다. 특히 나화진 역의 김무열이 돋보입니다. 강한데다가 항상 준비되어 있어서 언제나 여유가 넘치는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는 덕분입니다. 봉근대 사무관도 인상적입니다. 언더커버 작전과 정보 수집에서 활약하는데, 교권보호국이 단순히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만은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주거든요. 

다만 뒤로 갈수록 사건 해결 방식이 비슷해지는 점은 아쉽습니다. 결국 핵심은 나화진의 무력으로 정리되는 경우가 많은 탓입니다. 참교육도 개인 정보를 확보한 뒤, 그걸 활용하여 피해를 주는 식으로 선을 넘는 부분은 좀 불편했어요. 아무리 대상이 학폭을 저지른 범죄자라고 하더라도, 이건 또 다른 가해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메인 빌런인 조규철도 애매합니다. 머리가 좋은 사이코패스라는 설정은 있지만, 그래봤자 고등학생일 뿐입니다. 국가 기관을 상대로 위협이 될 수는 없어요. 조직이나 무력도 별 볼일 없고요. 여러모로 빌런으로서의 존재감은 약합니다.

그리고 주연 배우들 캐스팅은 대체로 좋지만, 학생 역할의 조연 배우들은 고등학생이나 중학생으로 보기 어려운 배우들이 너무 많더군요. 특히 6화의 촉법소년 중학생들은 거의 30대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좀 더 어린 배우들을 캐스팅할 수는 없었을까요?

그래도 빠른 호흡으로 쉽게 볼 수 있는 속 시원한 킬링 타임 액션물로는 괜찮았습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26/05/22

맨 온 파이어 (2026) - 카일 킬렌 : 별점 2점

전직 특수요원 존 크리시는 멕시코에서 벌어진 참혹한 작전 실패로 동료들을 모두 잃은 뒤 제대했고, 그 충격으로 심각한 PTSD에 시달리고 있었다. 삶의 의지를 잃고 자살까지 기도했던 그의 재기를 위해, 옛 동료 레이번은 브라질에서 운영 중인 자신의 보안 사업에 크리시를 합류시켰다.

하지만 크리시가 브라질에 도착한 직후, 대규모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레이번의 가족을 포함해 300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고, 레이번의 딸 포만이 우연히 외출 중이었던 덕분에 살아남았다. 문제는 포가 테러범의 얼굴을 목격했다는 사실이었다. 이후 범인들은 증인을 없애기 위해 포를 노렸고, 그녀를 향한 공격이 잇따라 일어났다.

크리시는 포를 지키고 레이번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갈 기회를 거부했고, 홀로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며 포를 위협하는 자들과 정면으로 맞서는데...

A. J. 퀸넬의 소설 '크리시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시리즈입니다. 원작 1편, 2편을 참조했다고 하네요. 넷플릭스로 감상하였습니다.

우선 주인공 크리시의 비주얼은 꽤 마음에 듭니다. 소설 속 크리시를 영상으로 옮기면 딱 이런 모습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거칠고 무거우며, 어딘가 망가진 듯한 분위기가 잘 살아 있습니다. 단순히 멋있는 전직 요원이 아니라 오래된 상처와 피로를 몸에 달고 사는 인물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외형만 놓고 보면 영화 버젼의 덴젤 워싱턴보다는 더 설득력이 느껴집니다. 

또 하나의 장점은 크리시를 단순한 힘 캐릭터로만 그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작품 속 크리시는 상황을 읽고 상대의 허점을 찌르는 지능적인 인물에 가깝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카세트테이프에 약간의 물질을 묻힌 뒤, 그것을 생화학 공격으로 오인하게 만들어 습격의 기회를 만드는 장면은 아주 인상적입니다. 설득력도 높으며, 이런 식의 해결 방식은 다른 콘텐츠에서 흔히 보지 못했던 것이라 아주 신선했어요.

하지만 이 장점은 단점과 연결됩니다. 크리시가 지능적인 인물로 활약하는 것은 좋지만, 그 대신 기대했던 액션은 많이 아쉬운 탓입니다. "퍼니셔"같은 원맨아미식 활약을 기대했는데 영 만족하기 어렵습니다. 그나마의 액션도 크리시가 PTSD를 심하게 겪고 있다는 설정 때문에 중요한 순간마다 무너지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여줘서 답답합니다.

크리시가 상처 입은 인물이라는 설정 자체가 나쁜건 아니에요. 문제는 이 설정이 액션 장르의 재미를 너무 많이 잡아먹는다는 겁니다. 복수극이라면 분노가 터져나오며 악당들을 쓸어버리는 통쾌한 맛이 있어야 하는데, 이 작품은 끝까지 그런 맛은 부족합니다.

이야기도 많이 진부합니다. 브라질 대통령이 흑막이라는 전개는 초반부터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반전의 맛은 많이 약합니다. 그렇다고 중간 과정이 치밀하지도 못하고요. 아무런 증거도 없이 궁지에 몰렸는데, '태픈이라면 자기가 죽었을 때 진상이 폭로되도록 안배했을거다. 그러니까 태픈만 죽이면 된다!'는 급전개는 어처구니가 없는 수준이에요. 이런 이야기라면 태픈이 바이크 운전자이자 적의 편이라는걸 알아챈 뒤 바로 결말로 달리는 식으로 짧게 압축했어야 합니다. 전체 분량 중 절반 이상은 덜어내도 이야기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을 거에요.

긴장감을 만들기 위한 장면들도 작위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포가 숨어 있던 빈민촌에서 악당의 하수인이 도주하다가 우연히 포를 마주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식으로 우연에 기대어 위기를 만드는 장면이 반복되니 긴장감이 생기기보다는 짜증이 먼저 납니다. 더구나 이런 장면들은 대부분 포의 답답한 행동을 부각하는 쪽으로 이어집니다. 보호받아야 할 인물인데도 호감이 쌓이기보다 사건을 더 꼬이게 만드는 인물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크리시의 외형과 몇몇 아이디어는 괜찮지만, 전체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입니다. 특히 원작이나 기존 영화판에서 기대했던 처절한 복수극, 압도적인 응징, 크리시 특유의 무서운 존재감을 생각하면 실망이 더 큽니다. 크리시라는 이름을 가져왔지만, 정작 보고 나면 전혀 다른 작품을 본 느낌입니다. 킬링 타임용으로는 그럭저럭이지만, 크리시 팬에게는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2026/02/22

이쿠사가미, 전쟁의 신 : 시즌 1 (2025) - 후지이 미치히토 외 : 별점 2점

전쟁 후 PTSD에 걸려 낙향한 무사 사가 슈지로는 극심한 생활고로 딸이 콜레라에 걸려 죽어가지만 약 한 첩 쓰지 못했다. 아내마저 병환이 깊어지자, 사가는 무려 10만엔을 준다는 무사 모집 공고에 응해 교토 텐류지로 향했다. 다량의 총으로 무장한 주최측은, 그 곳에 모인 수백명의 전 무사들에게 상대를 죽이며 도쿄까지 오면 10만엔을 주겠다고 하는데...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한 시대극 액션 드라마입니다. 메이지 유신 직후를 배경으로 무사 계급을 둘러싼 거대한 음모와 살육 게임을 그리고 있습니다.

특징이라면, 인기있을 만한 설정은 다 가지고 왔다는 점입니다. 이 작품의 중심 설정 ‘고독(고도쿠)’가 대표적이에요. 수백 명의 무사들을 한 자리에 모아 서로 죽고 죽이는 생존 경쟁을 벌이게 하고, 최후의 생존자만을 뽑는다는 건데, 이건 "오징어 게임"과 다를게 없지요. 고도쿠 배후에 재벌 세력과 경시국이 손을 잡은 거대한 흑막이 존재한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참가자들이 저마다 특기와 무기를 가지고 싸운다는건 "닌자인법첩"같은 일본 시대극 액션물 설정을 그대로 따 왔고요. 그 외에도 어디서 본 듯한 설정이 많아서 흥미롭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만화같은 설정을 보신 전쟁이라던가 폐도령 이후 무사 계급의 몰락과 같은 실제 역사, 그리고 오쿠보 도시미치와 카와지 대경시, 4대 재벌 등 실존 인물들을 결합시켜 그럴듯하게 묘사한 것도 괜찮았습니다. 덕분에 고도쿠를 통해 무사 계급을 말살하려 한다는 카와지 대경시의 목적도 설득력있게 다가옵니다.

이런 설정도 재미있지만,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검술 액션입니다. 실사 시대극으로서는 최상급에 가까운 촬영과 합이 좋은 덕분입니다. 특히 슈지로가 PTSD를 극복하고 총을 든 경비대를 모조리 베어버리며 각성하는 장면은 압권이었어요. 이 순간을 위해 주인공 사가 슈지로에 대한 서사도 초반부터 잘 쌓아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길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은 듭니다. 살인귀 칸지야 부코츠야 일종의 중간 보스쯤 되는 악역이니 그렇다 쳐도, 키구오미 우쿄같은 스쳐지나가는 인물들까지 개별 서사를 풀어낼 필요는 없었습니다. 오쿠보 도시미치와 비서 신페이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고요. 짐짝에 가까운 후타바의 동행이나 이로하의 등장과 과거 사부와의 악연도 이야기의 밀도를 높이기보다는 분산시키는 쪽에 가깝습니다. 사가 슈지로가 어떻게든 난관을 돌파하고 도쿄에 도착할게 뻔한만큼, 이런 이야기는 시간과 분량 낭비에 불과했어요. 이보다는 닌자 쓰게 쿄진의 목적을 좀 더 집중적으로 풀어냈어야 합니다.

검술 액션도 중반 이후에는 힘을 잃습니다. 파워 밸런스가 이상한 탓입니다. 사가 슈지로는 각성 전에도 칸지야 부코츠를 압도했었는데, 시즌 1의 마지막 화에서는 슈지로가 압도적으로 이기지 못하고 고전한다는건 납득하기 어려워요. 시원하거나 통쾌한 맛도 없고요.

또한 무사 계급을 이 기회에 몰살시키겠다는 카와지 대경시의 계획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비현실적입니다. 모든 무사들이 고도쿠에 참가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오히려 칸지야 부코츠의 살인 행각을 사실상 방치하면서 민중에게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에 불과해 어설프기 짝이 없어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이 작품만의 독특한 무언가는 부족하지만 볼거리가 없지는 않습니다. 킬링타임용으로는 적절합니다. 

2026/02/01

그렇게 사건 현장이 되어 버렸다(2025) : 별점 2.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백악관에서 호주 국빈 만찬이 열리던 밤, 백악관 관리 총책임자 A.B. 윈터가 시체로 발견됐다. 대통령 측근 해리 홀린저 등은 자살로 무마하려 했지만, 워싱턴 경찰 국장이 수사를 위해 부른 명탐정 코델리아 컵은 살인 사건이라며 백악관을 폐쇄하고 모든 관계자와 초대 손님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와 여러 수사에도 불구하고 여러 문제로 인하여 사건은 자살로 마무리되었으나, 국회 청문회에서 새로운 사실(세 번째 남자)이 밝혀져 다시 코델리아 컵이 소환되는데...

넷플릭스에서 감상한 추리 드라마입니다. 총 8회 에피소드, 시간으로는 약 8시간에 이르는 대장편입니다. 이렇게 긴 호흡의 장편 영상 추리물을 본 건 처음인 듯합니다.

그럼에도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안락의자형 추리물을 영상화한다면 이렇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잘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 청문회에서의 증언과 컵 탐정이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장면이 전개의 대부분인데, 이를 단순히 나열했더라면 매우 지루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증언 장면과 컵 탐정이 추리한 실제 상황을 교차 편집하여, 왜곡된 증언과 진상을 동시에 보여주는 연출이 매우 훌륭합니다.

단서 제공도 공정한 편입니다. 범인 릴리 슈마커가 대통령의 배우자 엘리엇의 목소리를 흉내 내 사건 발생 당시 2층을 비우고, 이후 사건 현장은 옐로우 룸을 드나드는 문을 폐쇄하는 공사를 진행한 것이 핵심 단서인데, 릴리가 인터뷰 중 실제로 엘리엇의 성대모사를 선보이는 장면이 등장할 정도니까요. 이런 장면은 소설로는 구현하기 힘든, 영상물이기에 가능했던 연출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 외의 단서들, 예를 들어 백악관 내부 그림의 이동으로 문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장면 등도 모두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탐정 코델리아 컵도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뛰어난 추리력을 지닌 명탐정이기도 하지만, 세인트 메리 미드라는 마을과 인간 관계의 전문가인 미스 마플처럼, 자신이 지닌 "탐조"라는 전문 지식을 활용해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흥미로웠던 덕입니다. 
스스로를 천재로 인식하고 있으며, 주변 인물들의 무능을 드러내며 면박을 주는 데도 거리낌이 없는 태도 또한 인상 깊습니다. 고전 본격물의 "잘난 척하는 명탐정"에 가까운 캐릭터이지만, 백악관 관계자들의 무능과 거짓이 워낙에 강하게 드러나는 덕분에 오히려 통쾌함을 안겨줍니다.
추리의 절정에서 선보이는 추리쇼도 명탐정답게 화려합니다. 릴리가 범인임을 밝혀내고, 핵심 증거인 시계를 찾아내는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배우들의 캐스팅도 적절합니다. 모두 자신에게 딱 맞는 배역을 맡아 열연을 펼칩니다. 카일리 미노그의 깜짝 카메오 등장도 재미요소였어요. 

그러나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백악관 내부 묘사입니다. 지나치게 희화화되어 도무지 현실감이 들지 않습니다.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하는 조직이 이렇게 무능하게 묘사된다는 건 과장이 지나치지요. 백악관의 전통과 규범은 무시한 채, 개인의 아집으로 만찬을 망친 요리사 실라와 파티셰 디디에, 알코올중독 집사, 그리고 불청객과 정체 불명의 게스트까지 들여보낸 경호원들 모두 다음 날 해고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인물들입니다.

미국 대통령이 게이라는 설정 역시 과하다고 느꼈습니다. 이야기 전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차라리 더 자연스럽게 풀어냈더라면 좋았을 것입니다. 여성인 릴리가 퍼스트 레이디의 목소리를 흉내 냈다면 훨씬 더 설득력 있었을 테고요. 여러모로 불필요한 설정처럼 보였습니다.

추리적인 면에서도 억지가 있습니다. 릴리는 별다른 고민 없이 살인을 저질렀고, 이후 사건이 미궁에 빠진 건 대통령 동생 트립, 엔지니어 브루스, 파티셰 디디에 등이 우연히 개입한 탓입니다. 거의 동시에 사건 현장에 모였던 여러 인물이 벌인 우발적 행동으로 인해 사건이 꼬였다는 설정은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사건이 호주 국빈 만찬 중에 벌어졌고, 국빈들을 감금했다는 설정도 무리입니다. 백악관 직원을, 백악관 내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누군가가 살해했다는 점은 이미 코델리아 컵에 의해 밝혀졌던 상황이었고, 그렇다면 국빈들은 바로 풀어주었어야 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들의 감금을 유지하더라도요.

후더닛물답게 의심스러운 용의자들을 다양하게 배치하고는 있지만, 정작 범인 릴리의 동기가 제대로 부각되지 않은 점도 아쉽습니다. 릴리는 재벌가 출신으로 애초에 살인을 저지를 만한 동기가 희박합니다. 실라나 엘시처럼 직접적인 "해고"라는 동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요. 횡령이라는 설정을 덧붙이고는 있지만, 명확히 설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통령의 가장 큰 후원자의 딸인 릴리가 이 정도 이유로 해고되거나 커리어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는 설정은 쉽게 납득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추리물로서 잘 만들어진 작품이긴 합니다. 설정의 과도함과 동기의 빈약함 같은 단점은 분명하지만, 추리물 애호가라면 한 번쯤은 감상해 볼 만합니다.

2026/01/24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 (2025~2026) : 별점 3점

"흑백요리사 시즌 2"는 지금은 흔해빠진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다른 요리 서바이벌과 가장 큰 차이점이었던, 이미 성공한 셰프들과 신인들을 대결시킨다는 대결 구도를 잘 살려 재미를 선사해 줍니다. 워낙 쟁쟁한 셰프들이 백수저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 중 가장 인상적인 참가자는 단연 후덕죽 셰프입니다. 50년이 넘는 요리 경력을 지닌 요리계의 거물이 자신의 긴 이력에 기대지 않고, 거의 자식뻘에 가까운 후배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연에 나선다는 사실 자체가 큰 감동이었습니다. 결승 직전까지 가는 엄청난 실력이 함께 한 덕분이지요. 특히 당근 요리 지옥에서 요리괴물과 맞붙은 대결은 무협지의 비무대회에서 원로 고수와 신예 후기지수가 맞붙는 장면을 떠올리게 할 만큼 긴장감과 재미가 넘쳤습니다. 그날의 당근 짜장면은 단연 최고의 한 수였고요. 만약 그게 결승 요리였다면, 요리괴물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애청하는 "냉장고를 부탁해"를 통해 친숙해진 셰프들의 출장도 반가왔습니다. 손정원 셰프야 백수저로 등장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는 이력의 소유자이지만, 정호영 셰프와 샘 킴 셰프는 솔직히 초반에는 애매하거나 웃음 후보가 아닐까 싶었는데 실제 경연에서 예상과 달리 끝까지 잘 버텨주어서 좋았어요. 특히 정호영 셰프는 탑 4에 오르는 성적으로 실력을 분명히 입증했지요. 대진운이 따른 측면도 있겠지만, 이런 경연에서 운 역시 실력의 일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인정할 만한 결과라 생각됩니다.

또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지나치게 캐릭터를 과시하거나 센 척에 집중하는 흑수저 요리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자신감으로 가득찬 요리괴물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매너 있게 경연에 임하고 있어, 시청자로서 불편함 없이 대결에 집중할 수 있었거든요. 시즌 1에서 중간에 하차했던게 이상한 캐릭터 만들기에 의한 불편함 때문이었는데, 그런걸 별로 느끼지 못했어요.

대결도 꽤 잘 짜여 있습니다. 개인전과 팀전의 배치, 그리고 후반부에 등장하는 요리 천국과 요리 지옥이라는 대비되는 무대는 흐름을 단조롭지 않게 만듭니다. 특히 요리 지옥에서 진행된 당근을 활용한 30분 요리 대결은 이번 시즌을 대표하는 명장면이라 할 만합니다. 제한된 재료인 당근 하나로 이렇게 다양한 발상과 요리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고, 결과물의 완성도 역시 납득이 갔습니다.

결승으로 이어지는 서사도 인상 깊었습니다. ‘나를 위한 요리’라는 결승전 주제는 경쟁의 끝에서 요리사의 본질을 다시 묻게 만들었고, 최강록 셰프의 우승은 단순한 실력 경쟁을 넘어 감정적으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결말이었습니다. 감동과 재미를 모두 잡은, 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좋은 이야기였다고 생각됩니다.

반면 아쉬운 점도 분명합니다. 시즌 1에서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백수저 참가자들 사이의 급 차이는 여전히 큽니다. 각종 대회 우승자, 미슐렝 스타 셰프와 단순히 방송 출연 경험이 많은 스타 셰프를 같은 선상에서 경쟁시키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참가자 선별도 아쉬움이 있습니다. 선재 스님은 사찰 요리의 대가이지만 육류나 오신채를 사용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제약을 안고 있고, 고기굽기 연구소장의 경우는 BBQ에 특화된 영역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전문 셰프라고 보기 애매한 참가자, 혹은 특정 장르에만 지나치게 특화된 참가자들은 애초에 어느 정도 걸러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리괴물의 캐릭터 만들기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굳이 그렇게까지 센 척하는 연출이 필요했는지 의문입니다.

대결도 문제가 없지 않습니다. 흑백 팀전이 가장 큰 문제에요. 여기서 패한 팀은 전원이 탈락한다는 규칙인데, 흑수저들에게 치명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했으니까요. 패자 부활전으로 두 명을 살려주기는 했지만, 그 중 한 명이 누가 봐도 결승까지 올라갈 요리괴물이라서 긴장감도 떨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느 정도는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팀을 섞거나, 최소한 두 팀 씩 나눠 경쟁하게 했다면 긴장감과 공정성을 모두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요?

심사위원 평가 역시 쉽게 공감되지는 않았습니다. 백종원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게 느껴진 탓이 가장 크지만, 안성재 셰프의 심사 또한 일관되게 공정하다는 인상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특정 분야에 대해 가혹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심사위원 수를 늘려 다양한 관점이 반영되었더라면 더 좋았을거에요.

그래도 잘 짜인 미션과 인상적인 참가자, 그리고 감정적으로 설득력 있는 결말을 보여준 재미있는 시리즈였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요리 서바이벌 예능을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겁니다.

2026/01/04

루드비히, 퍼즐로 푸는 진실 (2024) : 별점 4.5점

유명 퍼즐작가로 필명이 '루드비히'인 존 테일러에게 형수이자 소꼽친구 루시로부터 경찰인 쌍둥이 형 제임스가 실종되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여러 정황은 제임스가 모종의 이유로 스스로 몸을 감추었다는걸 알려주었다. 루시는 존에게 제임스인척 경찰서로 출근해서 존 실종에 대한 단서를 찾아달라고 부탁했고, 출근한 존 앞에 여러 불가능 범죄가 잇달아 펼쳐지는데....

영국 BBC에서 제작한 총 6화 구성의 추리 드라마 첫 번째 시즌입니다. 

가장 큰 매력은 독특한 설정입니다. 퍼즐 천재인 '루드비히' 존을 주인공 탐정역으로, 범죄 속 트릭들을 퍼즐의 일종처럼 선보이거든요. 존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하나의 ‘퍼즐’로 인식하며 본격적으로 해결에 나서고요. 마술사 탐정까지는 봤었는데, 퍼즐 전문가 탐정은 처음 보네요.

등장인물들도 매력적입니다. 퍼즐 제작에만 몰두하며 사회성과 현실 감각이 부족한 존이 갑작스럽게 경찰 역할을 맡아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코믹하면서도 묘하게 현실감 있게 그려집니다. 형수 루시와 조카 헨리도 제임스 실종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요. 그러고보니 존과 제임스 형제에 아들 이름은 헨리라니, 가족 자체가 영국적이군요. 
카터를 비롯한 경찰 동료들, 다른 등장인물들도 진지한 상황 속에서 영국식 유머를 자연스럽게 섞어내어 극을 재미있게 만들어 줍니다. 가족과 동료애가 끝까지 이어지는 것도 요사이 보기드문 미덕이라 할 수 있고요.

추리적으로도 빼어납니다. 1화에서는 여러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교차 분석해 논리적으로 범인일 수밖에 없는 인물을 드러냅니다. 시청자에게 모든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서 추리에 직접 참여하기는 어렵지만, 퍼즐 전문가의 해법으로는 충분히 설득력 있게 느껴집니다.

2화에서는 일종의 ‘숨은 그림 찾기’ 퍼즐 트릭이 사용됩니다. 존은 사진을 통해 벽지가 미세하게 이동한 점을 알아채고, 벽지 뒤 벽을 뚫어 숨겨진 시체를 찾아낸 뒤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지요. 피해자 사기꾼에게 사기당한 일행들이 단체로 범행을 저지르고 은폐했던건데, 앞서 등장한 여러가지 단서들로 설득력있게 설명됩니다.

3화는 두 개의 전혀 무관해 보이는 사건이 하나로 연결되는 ‘병렬 퍼즐’이 등장합니다. 관광 가이드 살인은 갑작스럽게 행해진 것으로 추리하고, 그 이유를 관광 코스를 직접 도는 방법으로 발품을 팔아 증명해내는데 수사와 진상 모두 깔끔하게 이어집니다.

4화는 체스말을 움직이는 방식으로 진범은 장치 트릭을 활용한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다섯 명의 동료들 작업 위치가 순차적으로 바뀌도록 유도해서, 피해자가 원했던 위치에 가도록 만든 뒤 장치를 통해 추락사하게 만든거지요. 존은 이를 '역행 제스' 퍼즐로 풀어냅니다. 이 퍼즐 자체가 루드비히' 존이 처음 만들었다고 소개되는데, 현재의 체스판 상태를 보고 이전 수를 맞추는 퍼즐이에요. 즉, 이전 수를 맞춰가면서 최초에 수를 둔 사람을 알아내 범인을 밝혀냅니다. 
퍼즐을 활용한 추리도 깔끔하지만, 피해자를 발전기가 있는 위치로 이동시킨 뒤 쇼트가 나가도록 배선을 망치고, 발전기를 가동하면 피해자가 감전되어 추락사하게 만든 장치 트릭도 합리적입니다. 다른 동료들이 모두 범인이 원하는 흐름대로 움직였던 것도 이전부터 자주 그래왔다는 설정이라 설득력있고요.
마지막에 발전기에 물을 뿌려 놓은 탓에 범인의 DNA가 묻은 물통을 확보했지만, 범인이 “자기는 1층에서 버렸다”고 주장하자 5층 현장에서만 쓰레기 수거장 안으로 투입 가능하다는 점을 추리쇼처럼 밝혀내는 장면도 볼만합니다.
한마디로 추리적으로는 나무랄 데 없는 에피소드입니다.

5화는 '밀실 살인' 트릭이 등장하는데, 꽤 그럴듯합니다. 주말 내내 잠겨있던 교장실에서 교장이 살해된채 발견되는 사건인데, 존은 범인이 밀실 안에 계속 있었다!는 대담한 추리를 내 놓습니다. 이를 발견하는 단서가 교장실 쓰레기통에 있던 '변색되지 않은 사과 조각'이라는 디테일도 인상적입니다. 누군가 교장실에 최근까지 있었다는 증거인데, 영상물에 잘 어울리는 디테일이었습니다. 존의 학창 시절 과거, 그리고 노인이라도 쓸모없는게 아니라는 메시지도 좋았고요.

6화는 루시의 살인 누명을 벗기고 진범을 잡는 이야기인데, '루시가 집에서 가져간 칼로 사망한 피해자'라는 결정적 증거를 뒤집는 추리가 아주 인상적이에요. 범인이 막 피해자 폴라를 칼로 찔렀을 때 루시가 자기 칼을 들고 그 집에 들어섰습니다. 범인은 입구에서 보이지 않는 식탁 뒤로 숨었고, 루시가 쓰러진 폴라를 보고 자기 칼을 내려 놓은 뒤 그녀에게 다가가자 범인은 루시에게 보이지 않는 사각으로 빠져나가면서 칼을 바꿔치기 했던 겁니다.
정통 본격물로 보아도 무방하다 싶을 멋진 트릭이며, 증거도 확실하게 제시됩니다. 범인은 바꿔치기한 루시의 칼을 폴라 부엌 칼꽂이에 꽂아두었는데, 이 칼에서 루시나 존의 지문이 나오면 바꿔치기했다는 증거가 되니까요.

이러한 각각의 사건들과 함께 제임스 실종 사건에 대한 조사와 추리도 계속 이어집니다. 결국 존은 제임스가 남긴, 누구나 들으면 스스로 떠났다고 생각할 메시지에서 암호 해독 키를 찾아내어 암호를 풀어내어 단서를 확보하게 됩니다. 그리고 정체가 드러났지만 능력을 인정받아 경찰의 고문역으로 일하며 형을 계속 추적할 존의 모습으로 총 6화의 시즌 1은 마무리 됩니다. 

1화와 2화, 3화 사건은 경찰 수사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을 듯 싶고, 경찰이 너무 무능하게 그려진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제임스와 폴라, 싱클레어 등이 관련된 진짜 음모도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고요. 제임스가 암호로 창고 위치를 남긴 이유와 사라진 이유를 창고에 남기지 않은 이유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재미와 추리 모두 빼어난 좋은 드라마였습니다. '루드비히'라는 주인공 필명에 어울리는, 베토벤 음악의 적절한 활용과 촬영도 좋고요. 시즌 2가 빨리 나오면 좋겠습니다. 제 별점은 4.5점입니다.

2025/12/26

자백의 대가 1~12 (2025) - 이정효 : 별점 2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꽤 인기를 끈 넷플릭스 드라마입니다.
남편 이기대 살인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구속된 안윤수에게, 유명한 살인마 모윤이 “내가 대신 죄를 뒤집어쓸 테니 부탁 하나를 들어 달라”는 거래를 제안하는 초반부만큼은 확실히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안윤수가 돌봐야 할 어린 딸이 있는 상황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설득력도 높고요.
남편을 죽이지 않았지만 모윤과의 거래 조건으로 풀려난 대신 진짜 살인을 저질러야 하는 딜레마에 처한 안윤수의 모습도 흥미롭습니다. 진짜 이기대 살인범에 대한 조사, 수상한 인물의 등장, 모윤과의 밀땅 등 이후 전개도 재미있어요. 

범죄물답게 추리적인 요소도 가미되어 있는데, 이 중 가장 눈길을 끈 건 진범이 최수연이라는걸 증명하는 단서입니다. 이기대가 남긴 판화에 찍힌 최수연의 지문이지요. 이는 판화가인 이기대라는 직업과 자연스럽게 맞물리면서도, 원판과 유일한 프린트를 진영인·최수연이 훼손했지만 테스트 프린트가 남아 있었다는 반전까지 깔끔하게 이어집니다.

김고은의 연기도 돋보입니다. 화장기 없는 얼굴과 짧게 깎은 머리로 복수심에 사로잡힌 서늘한 악녀를 설득력 있게 그려 냈습니다. 전도연의 연기도 안정적이에요. 50세가 넘었는데도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동안도 놀랍고요. 그리고 존댓말을 쓰는 싸이코패스 살인마 커플인 진영인·최수연의 연기도 섬찟합니다. 

하지만 범죄극으로서의 치밀함은 크게 부족합니다. 우선 진영인·최수연 부부가 안윤수 남편 이기대를 살해한 후, 범행 은폐가 성공해 안윤수가 죄를 뒤집어쓰는 과정이 지나치게 대충입니다. 계획적인 살인이 아니었는데도 이렇게 잘 풀렸다는게 잘 납득이 되지 않아요.

이후 모윤이 지시한 고세훈 사건은 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안윤수는 살해한 척 사진만 찍었지만 이후 진영인이 실제로 고세훈을 살해한 것이 진상인데, 왜 굳이 죽였는지 이유가 불명확합니다. 고세훈이 살아 있다면 모윤이 거래를 철회하고, 다시 안윤수가 이기대를 죽인 진범으로 재판받게 될 겁니다. 이미 백동훈 검사도 모윤과 안윤수의 거래를 눈치채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즉, 어차피 안윤수는 이기대 살인범으로 구속될테니 진영인·최수연은 고세훈을 죽이는 위험을 무릅쓸 까닭이 전혀 없습니다. 고세훈을 죽인 누명까지 안윤수에게 뒤집어 씌우는건 아무런 의미가 없잖아요?

이야기 전개와 설정도 억지 투성이입니다. 모윤 주변에 사건 관련 인물들이 모이는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하필 모윤(강소해)와 같은 감방에 동생 자살의 원인을 제공했던 P양이 함께 수감되어 있고, 또 하필 P양의 남자친구가 고세훈의 지인으로 고세훈 살해 당시 CCTV 동영상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다는건 비현실적입니다.
피해자 이기대의 통화 목록에서 진영인과의 연결고리를 검찰과 경찰이 찾아내지 못하고, 안윤수가 전자발찌 훼손 후 장기간 도주하는데 이를 허용하며, 모윤은 병원에서 이탈했다가 칼에 찔려 죽을 뻔 했고 나중에는 탈옥까지 저지르지만 이런걸 미연에 막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검찰과 경찰을 아무리 우습게 봤어도 그렇지, 이건 선을 넘었어요.

그 외에도 납득이 되지 않는 설정은 많습니다. 진영인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모윤의 변호를 자처했다는 설정처럼요. 모윤이 안윤수 범행을 대신 자백한 뒤 기존 변호사가 변호를 포기했기 때문에 변호사 자격을 얻게 되었는데, 이는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애초에 변호를 맡지 못했을 때는 어떻게 수습할 생각이었는지 의문입니다. 안윤수 딸의 잦은 유괴, 모윤의 기이할 정도로 충실한 조력자 네트워크, 안윤수와 진영인이 만나던 순간의 미술관 CCTV를 진영인이 지웠다는 설명들도 개연성을 깎아 먹는 요소들이고요.
모윤(강소해)의 동기인 성폭행에 따른 동생 자살은 이제는 식상하다는 표현도 부족할 정도로 뻔하며, 범인 진영인의 자백 비슷한 행각으로 마무리 되는 결말도 유치했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문제들은, 본래라면 변호사가 등장하는 드라마의 에피소드 한두 편 분량으로 정리될 이야기를 12화로 길게 늘렸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불필요한 음모와 억지 설정이 과하게 붙고 말았어요. 모윤이 이기대를 죽였다고 자백한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해서, 백동훈 검사가 둘의 거래를 쫓고 안윤수는 모윤에게 압박받으면서도 남편 살인범을 찾아내려 노력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갔다면 훨씬 좋았을겁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인 백동훈 검사와 장정구 변호사의 연기는 별로입니다. 백동훈 검사는 '안윤수가 진범이 아닐 수도 있다'는 딜레마 표현을 실패했고, 장정구는 반대로 '안윤수가 진범일 수 있다'는 딜레마를 그려내지 못했거든요. 백동훈 검사는 그냥 항상 화가 난 표정으로만, 그리고 장정구 변호사는 소박하지만 한없이 선한 인물로만 등장하는 탓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지금보다 훨씬 짧은 분량으로 압축되었다면 모를까, 흥미로운 설정에만 기댈 뿐 범죄 스릴러로서의 완성도는 부족합니다. 추천할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덧붙이자면, "자백의 대가"라는 제목만 봤을 때에는 티에리 크루벨리에의 논픽션을 생각하고 그냥 자백을 잘 끌어내는 사람이 주인공인줄 알았는데 좀 의외였습니다. 이런 경우 "자백의 댓가"라고 표기하는게 맞을는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2025/12/21

카우보이 비밥 TV Serires (1998~1999) - 와타나베 신이치로 : 별점 2.5점

저는 어린 시절부터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했었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는 만화에만 집중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거의 보지 않았지요. 이동이 잦았던 취준생, 직장인이었던 탓입니다. 이동하면서 보는건 꿈도 못 꿀 시대였거든요. 당시는 구하기도 힘들었고요. 그래서 "에반게리온"을 필두로, 당시 유명했던 작품은 거의 보지 않았습니다. 이 작품 역시 1990년대 후반, 세기말을 대표하는 작품이지만 당시에는 감상하지 못했고 2025년 올해, 처음으로 전 시즌을 감상하였습니다. 

설정과 줄거리는 워낙에 유명하니 소개는 생략합니다만, 확실히 '잘 만든' 작품인건 맞네요. 특히 작화와 연출이 뛰어납니다. 카메라 워크와 속도감은 지금 보아도 괜찮고요. 재즈와 블루스, 록 등 여러 장르를 활용한 음악도 에피소드별로 분위기에 잘 맞도록 연출되어 있습니다.

등장인물들도 매력적입니다. 스파이크, 제트, 페이의 외모와 대사, 액션은 물론 인물별 개별 서사가 이야기에 잘 결합되어 있는 덕분입니다. 에피소드별로 등장인물들의 '기억'과 '현실', '꿈'에 대한 여러 단서들을 하나 둘 씩 보여주면서 그들과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만들다가, 마지막 대단원에서 한번에 정리하는 구조도 좋습니다.

하지만 단점 역시 분명합니다. 우선 설명이 너무 부족해요. 스파이크의 과거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에피소드의 절반 이상은 물론 본편에 해당하는 이야기조차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비셔스는 조직을 차지했는데 왜 스파이크를 못 죽여서 안달일까요? 그냥 분위기와 스타일에 의존한 채 이야기를 흘려보낼 뿐입니다. 게다가 본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쥴리아, 비셔스와 스파이크의 이야기는 너무 뻔하고 재미없었습니다. 보스의 여자와 사랑에 빠진 2인자 이야기 그대로니까요. 그냥 현상금 사냥꾼 일을 하면서 펼치던 소소한 추격과 범죄극이 훨씬 나았어요. 문제는 경쾌한 SF 활극 측면에서는 "우주해적 코브라"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액션도 양과 질 모두 기대 이하입니다.

그리고 여러모로 "루팡 3세"의 설정과 구조에 SF와 진지한 느와르 색채를 덧씌운 설정이라서 크게 신선하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언제나 단벌 양복을 입는 유쾌한 더벅머리 스파이크는 루팡이고, 진중한 연장자 역할의 제트는 지겐이지요. 페이는 주인공 일당이지만 같은 편이라 보기 어려운 팜므파탈 후지코 그 자체고요. 그나마도 잘 따라하지 못했습니다. 비밥호 멤버 중에서 에드는 "루팡 3세" 계열이 아니니까요. 특히 에드는 이야기에 기여하는 바도 거의 없으며, 등장할 때마다 산만함과 짜증만 유발해서 아무리 보아도 작품과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뛰어난 작화와 연출, 매력넘치는 등장인물들이라는 강점은 분명하지만, 서사적 완성도와 이야기 구조는 솔직히 기대 이하였어요. 지금 시점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는 작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2025/04/25

나 혼자만 레벨 업 시즌 1, 2 (2024~2025) - 이토 신고 : 별점 2.5점

동명의 유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넷플릭스를 통해 시즌 1과 2를 한 번에 몰아쳐 감상하였습니다.

이세계에 전생한 주인공이 특별한 치트 능력을 부여받아 무쌍한다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최약체 E급 헌터였던 성진우가 이중던전에서 '플레이어'라는 유일무이한 존재로 각성하는데, 플레이어는 혼자만 레벨업이 가능하고, 퀘스트 수행이나 능력치 분배가 가능한 게임처럼 작동하는 세계의 규칙을 적용받는다는 설정 역시 다른 이세계 무쌍류와 유사합니다. 등장 인물들을 능력치로 등급화한 세계관, 그리고 주인공이 여러 스테이터스 창을 띄우고, 게임처럼 진행한다는 설정도 뻔하디 뻔하고요. 

하지만 이 작품은 배경 설정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전생물이 아니라 무대가 '현실 세계'라는 점입니다. 이야기는 어느 날 갑자기 현실 세계에 '게이트'가 등장해서 마물들이 출몰하고, 인간 중 일부는 '헌터'라는 초능력자처럼 각성한 뒤 게이트에 들어가 마물과 싸우고 보상을 얻는다는 설정에 바탕을 두고 있거든요. 헌터는 E급부터 S급까지의 능력치를 기준으로 등급이 나뉘며, 사회 전반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존재로 그려지고요. 헌터 간의 계급, 게이트 등급, 마석과 마정석을 둘러싼 경제 구조와 이를 둘러싼 인간 관계 등도 잘 설명되고 있습니다.

성진우가 네크로맨서로 전직한 뒤 자신만의 군단을 형성해 가는 설정도 독특해서 괜찮았습니다. 많은 부하를 이끌게 됨으로써 빠른 레벨업과 강하고 다수인 적들과 맞서 싸워 이기는데 설득력을 부여함은 물론, 자신이 이긴 적을 동료로 얻고 활용하는 과정은 '동료 수집'이라는 게임적 재미를 구현하고 있거든요. 시즌 2의 제주도 4차 레이드에서 치명상을 입은 차해인을 구하기 위해 전사한 A급 힐러 민병구를 되살리는 극적 연출에서도 효과적으로 활용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액션 연출의 완성도가 아주 높습니다. 칼과 마법, 그림자 군단이 엇갈리는 전투 장면은 빠른 속도감과 현란한 연출로 몰입도를 극대화시킵니다. 가끔은 동화 수가 부족한 느낌도 들기는 하는데, 과감한 구도의 사용 등으로 잘 커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던 대로 비교적 뻔한 설정이라는 단점은 있습니다. 이런 류의 작품들 대부분이 가진 문제인데, 성진우의 능력이 후반으로 갈수록 상식을 초월한다는 문제도 커요. 결국 성진우가 이길게 뻔해서, 그렇게 몰입이 되지 않더라고요. 게다가 성진우가 초월적인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 레이드 초기에 참여하지 않은건 욕 먹어도 쌉니다. 그가 초기에 참여했다면 헌터들의 희생을 막고 보다 쉽게 개미 떼를 정리했을 테니까요.

성진우가 플레이어로 선택된 이유도 설명되지 않아서 답답하며, 여동생의 친구 한송이나, B급 힐러 이주희 등 주요 캐릭터처럼 등장했지만 별 의미 없이 퇴장하거나 비중이 사라지는 인물들이 많은 점도 이야기의 완성도를 떨어트립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이세계 무쌍물의 익숙한 틀을 따르지만, 배경을 현실 세계로 설정해 차별점을 두었으며 주인공의 네크로맨서 전직과 액션 연출의 몰입도는 인상적입니다. 다만 전개가 뻔하고 설명되지 않은 설정, 비중 없는 조연 등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 다음 시즌이 기대되네요.

2025/04/18

악연 1~6 (2025) - 이일형 : 별점 2.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박재영은 아버지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직장 동료였던 폭력 조직 출신 조선족 장길룡에게 살인을 청부했다. 한 달 뒤까지 사채를 갚지 않으면 장기가 적출될 위기에 처해서 보험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살인 사건 수사가 시작되었고, 장길룡은 경찰마저 살해한 뒤 박재영에게 돈을 요구했다. 궁지에 몰린 박재영은 장길룡을 살해하려했지만, 되려 습격당한 뒤 납치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장길룡과 함께 김범준에게 살해당했다. 호구 한의사 한상훈을 살해한 혐의로 수배 중이었던 김범준이 박재영으로 신분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최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입니다. 최근 가장 인기있는 드라마인데, 회사 동료 조문 차 장거리 버스 여행을 떠난 김에 보게 되었습니다.

우선 생생한 등장 인물들이 인상적입니다. 여기에는 배우들의 연기가 한 몫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빼어난 연기력을 보여주거든요. 그냥 욕설만 하는게 아니라 농담섞인 대사를 나누는 식으로 각본도 잘 받쳐주고요. 각본에서 시니컬한 블랙 코미디 정서가 묻어나는데, 제법 괜찮았습니다.

피해자인 의사 김주연을 제외하고는 주요 등장 인물들 모두가 이른바 '악연'으로 촘촘히 연결되었다는 설정도 눈에 띄네요. 박재영은 아버지를 살해하려고 장길룡에게 청부를 의뢰하고, 장길룡은 교도소 동기였던 김범준을 범행에 끌어들입니다. 김범준은 박재영의 고등학교 선배이고, 사고로 입원한 박재영(으로 신분 세탁한 김범준)의 주치의 이주연은 고등학교 시절 박재영 일당에게 성폭행을 당했었는데 이는 김범준의 애인 이유정의 사주 때문이었고요. 마지막 장기 밀매 조직 소속 의사로 김범준의 장기를 적출하는건 김주연의 애인이기까지 합니다. 이런 복잡한 관계는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듭니다.

총 6화라는 비교적 짧은 분량 안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며 깔끔하게 마무리하였으며, 모든 악당들이 죽고 만다는 결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최종 빌런인 김범준은 산채로 장기를 적출당한다는 끔찍한 죽음을 맞는데, 작 중에서 지은 죄가 너무 많아서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정도로 통쾌했습니다.

김범준과 이주연이 공모해서 한상훈을 털어먹기 위해 짠 설계, 박재영이 장길룡을 살해하기 위해 준비한 휴대폰 알람(방심하게 만들려고), 한상훈이 자동차 정비소 이야기를 듣고 블랙박스 메모리를 뒤져 진상을 알아채는 장면, 김범준의 약병 바꿔치기 등 추리 및 범죄물로도 볼만했고요.

하지만 완성도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사채, 장기 밀매, 보험 사기 등 자극적인 소재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데 너무 비현실적이라 극의 개연성이 떨어지고, 유치하다는 인상을 주는 탓이 큽니다. 사채빚을 못 갚아서 장기가 털린다는건 도대체 언제적 발상인지 기억도 나지 않네요. 김범준이 박재영과 고등학교 선후배였고, 이주연의 애인이 장기 밀매 조직의 일원이라는 요소는 과도하게 작위적으로 느껴지고요. 아무리 '악연'이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억지스럽게 만들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지만, 이야기는 익숙하고 결말도 뻔합니다. 박재영이 이주연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중요한 단서가 초반에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는 박재영이 사실은 박재영이 아니라는 뜻이 되며, 그렇다면 그 정체는 이야기 흐름 상 김범준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 김범준이 마지막에 장기가 적출되며 죽음을 맞는다는건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요. 그래서 특별한 반전이나 여운이 남지는 못합니다. 제가 이런 장르물을 너무 많이 봤나 봅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흥미로운 전개, 배우들의 연기는 좋은데 개연성 부족과 다소 뻔한 전개는 아쉽습니다. 그래도 분량이 짧다는 장점은 확실하고, 흥미로운 부분도 많습니다. 범죄 스릴러를 좋아하신다면 보셔도 괜찮을겁니다. 인기작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2025/04/13

약사의 혼잣말 Season 2 (2025) - 나가무라 노리히로 : 별점 2.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기에 이어 방영된 후속 시즌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하였습니다. 

그러나 진시에 대한 암살 음모, 마오마오의 출생의 비밀 등 보다 긴 호흡의 이야기가 전개되었던 1기에 비해, 이번 시즌은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1기에서는 꽤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추리물적인’ 요소가 이번 시즌에서는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래가 그나마 이번 시즌에서 마오마오가 추리력을 발휘해 해결한 주요 사건들입니다.

  • 외국 사절단 방문 이후 비취궁에 수상한 향유가 퍼졌고, 마오마오는 그것이 임산부에게 해로운 향유임을 밝혀냈습니다. 이에 진시는 누가 해당 물건을 들여왔는지 조사를 명했고, 조사 결과 범인은 리화비 시녀장이었습니다. 그녀는 사촌 리화비가 황제의 후궁이 된 것에 질투심을 느껴 그런 일을 벌인 것이었습니다.
  • 가오슝은 집 밖에 나간 적이 없는 자매 중 한 명이 임신한 사건의 진상을 밝혀달라고 마오마오에게 부탁합니다. 마오마오는 거울을 이용해 한 사람이 두 사람인 것처럼 위장했다고 추리합니다. 둘이 놓던 자수 역시 거꾸로 보면 다른 그림으로 보이는 착시를 이용했던 것이고요.
  • 진시가 과거 외국 사신이 목격했다는 ‘빛무리 속에서 춤추는 키 큰 미인’의 전설을 재현해달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마오마오는 진시를 여장시킨 뒤, 야광 성분이 있는 나방을 날려 춤을 추게 하여 그 장면을 연출합니다.
  • 마오마오는 황제가 ‘황제의 조건’이라 불리는 사당 통과 시험을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적록색맹만이 올바른 길을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던걸 알아챈 덕분이었지요. 참고로, 왕모의 혈족은 적록색맹의 유전 여부를 가려 자기들 핏줄을 유지하려고 했었던 겁니다...
  • 황태후는 선대 황제의 시신이 사후에도 썩지 않았던 이유를 밝혀달라고 요청합니다. 마오마오는 선제가 남긴 그림을 통해, 웅황을 부숴 만든 물감으로 그림을 그렸고, 그 독성이 체내에 축적되어 방부 효과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 마오마오는 수수께끼의 노년 궁녀가 주최한 괴담회에 참석하게 됩니다. 괴담 13개를 이야기한 뒤 촛불을 끄자 모두가 죽을 뻔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알고 보니 궁녀는 생전에 선제에게 농락당했던 소녀 중 한 명이었고, 이미 사망한 인물이었습니다. 괴담회에 참석한 모두를 죽음으로 끌어들이려 했으며, 장소 역시 밀폐된 공간이었기에 질식의 위험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마오마오의 활약으로 모두 위기를 모면합니다.
  • 괴담회에서는 ‘금지된 산’에서 죽은 모녀에 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마오마오는 모녀가 그 산에서 독버섯을 채집해 먹고 사망했음을 추리합니다. 해당 산은 원래 독초가 많아 금지된 곳이었고, 밤에 빛나는 독버섯이 도깨비불처럼 보였던 것이었습니다. 모친이 죽기 전 남긴 말인 “저 산에는 맛있는 버섯이 있다”는 말은, 마을 사람들을 함께 죽음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였습니다...

시즌 1은 진시 암살 음모처럼 전체를 관통하는 큰 사건까지 마오마오가 추리했던 반면, 시즌 2에서는 마오마오가 요청을 받아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그녀 스스로 의문을 품고 탐색해 나가는 정통 추리물의 형식은 많이 약해졌어요. 게다가 일부 사건은 명확한 결말 없이 마무리되기도 하고요. 여러모로 추리물로서의 완성도는 1기에 비해 아쉬운 수준입니다.

진시의 정체가 밝혀지는 중요한 전개 역시, 이미 초반부터 충분한 암시가 주어졌기 때문에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총명한 마오마오가 왜 이를 미리 알아차리지 못했는지가 더 의문스러웠습니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그녀가 귀찮은 일에 엮이기 싫어 모른 척했다는 해석은 가능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좀 더 설득력 있게 그려졌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완성도는 나쁘지 않습니다. 개별 에피소드들이 모두 단절된, 독립적인 에피소드로 보이지만, 궁에서 소설이 유행하고 글공부를 원하는 궁녀들이 늘어나면서 학교가 생기고, 그 학교에서 건국신화 속 왕모 전설을 가르치는 장면이 다시 사당 통과 시험과 연결되는 식으로 전체적인 구성은 치밀하게 엮여 있습니다. 선대 황제의 성적 취향이나, 제국과 황실 가문의 역사 같은 설정도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이야기를 풍부하게 해 주고요. 진시와 마오마오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과 감정선도 볼만했습니다. 특히, 11화 마지막에 폭포 뒤 동굴에 갇힌 뒤 보이는 모습은 시즌 2의 핵심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입니다. 추리물의 색채는 옅어졌지만, 에피소드 간의 연결성과 캐릭터 간의 관계는 여전히 흥미롭습니다. 다음 시즌이 기대되네요.

2025/02/09

중증외상센터 (2025) - 이도윤 : 별점 2.5점

최근 가장 핫한 드라마지요. 지인 추천을 받아 주말에 감상했습니다. 평이 좋은 이유는 알겠더군요. 장점이 확실히 많더라고요.

우선, 8회라는 짧은 분량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덕분에 늘어지는 부분 없이 속도감 있는 전개로 지루함 없이 몰입할 수 있습니다. 한국 의학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신파도 없고, 심지어 러브 라인도 없을 정도입니다. 한 과장, 기조 실장, 원장 등 차례로 등장하는 빌런과의 대립과 해결도 완벽합니다. 비극이라 할 수 있는 백강혁 교수의 과거를 원장의 개심을 위한 복선으로 써 먹는 등 전개도 잘 짜여져 있습니다. 

백강혁 교수의 뛰어난 실력을 단순히 수술을 잘하는 것으로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한 교수 딸 심장 수술 중 수술 장갑을 이용해 심장의 구멍을 덮는 방식, 남수단에서 총상 환자의 팔을 절단하지 않고 괴사한 뼈만 절제하는 방식처럼 창의적인 해결 방법을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준 점도 인상적입니다. 

캐릭터 구성도 흥미롭습니다. 노력형 주인공이 천재에게 감화를 받아 성장한다는 전형적인  일본 소년 만화 구성이기는 한데, 이를 의학 드라마에 효과적으로 접목했어요. 캐스팅도 찰떡이었고요.

그러나 내용도 일본 소년 만화스럽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백강혁 교수가 지나치게 완벽한 인물인 탓에 슈퍼 히어로물에 가깝거든요. 그래서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갈등도 긴박하게 느끼기는 힘들었어요. 백강혁 교수가 결국은 수술을 성공하는게 당연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짧은 분량은 캐릭터들의 서사, 관계를 깊이 있게 설명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백강혁 교수가 의사가 된 이유 정도만 등장할 뿐이지요. 

그래도 재미있다는건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25/02/01

스토브리그 (2019~2020) - 정동윤 : 별점 2점

SBS에서 2019 ~ 2020년 총 16화로 방영했던 드라마. 호평은 익히 들어왔었지만 본방 때 놓쳤었는데,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길래 설 연휴 기간 동안 감상하였습니다.

야구를 좋아해서 그간 많은 스포츠 소재 영상물을 보아 왔었지만, '단장'을 주인공으로, 실제 리그 개막 후가 아닌 개막 전 '스토브 리그' 기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작품은 "머니 볼" 이후 처음입니다. 이런 작품이 국내 제작 방영되었다는게, 그리고 심지어 시청률도 좋았다는게 놀라왔어요.

그런데 실제로 보니 인기를 끌 만 하더군요. 드라마적인 재미를 잘 그려낸 덕분입니다. 특히 초반부 임동규, 중반부 고세혁이라는 중간 보스를 거쳐 후반부 권경민으로 이루어지는 빌런들과의 대결이 흥미롭습니다. 세 명의 캐릭터가 잘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만 아는 슈퍼스타 임동규, 스카우트 과정에서 비리를 저질렀으며 이 때문에 해고된 고세혁이 백승수에게 앙심을 품는건 충분한 설득력을 가져다 줍니다. 무엇보다도 구단주 대행이자 사장이 되는 권경민이 정말 최고입니다. 재벌 조카지만 본인 가족은 무능하다는 컴플렉스, 이 탓에 재송 그룹 안에서 기를 제대로 펴지 못하지만 백승수한테는 절대로 질 수 없다는 생각에 안 좋은 쪽으로 열의를 불태우는 복잡한 인물을 정말 잘 그려낸 덕분이에요. 이는 찰진 대사들, 그리고 배우 오정세의 찰떡같은 연기도 한 몫 단단히 해 주고 있고요.

또 전개 과정에서 주축 선수의 병역 기피, 약물, 승부 조작, 이면 계약에 원정 도박까지, 음주 운전을 제외하고는 실제 프로 야구에서 일어났던 사건 사고들을 요소요소에 삽입하여 재미를 더해줍니다. 스토브리그 기간 동안 이루어지는 트레이드를 비롯하여 외국인 선수 영입, 연봉 협상, 신인 지명, 2차 드래프트, 자율 훈련 관련 이슈 등 야구 팬으로서도 즐길거리가 많았고요. 한국 드라마의 병폐라 할 수 있는 러브 라인, 신파도 없어서 마음에 드네요.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가 없지는 않습니다. 후반부의 비현실적이고 억지스러운 전개가 많아지는게 대표적입니다. 각본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드라마적인 재미와 극적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둔 무리수도 눈에 거슬립니다. 30대로 보이는 여성 운영팀장과 재벌 가문 3세 직원이라는 설정처럼요. 외국인 선수를 찾으러 간 출장에서 고용했던 현지 코디네이터가 알고보니 메이저리그에서도 뛰었던 유명 선수였다는 설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코칭 스태프를 비롯하여 구단 내 직원들도 대부분 꼴찌 의식에 젖어 설렁설렁 일하는데, 이 역시 과장이 심했습니다. 팀 성적은 코칭 스태프, 조금 넓게 보면 운영팀과 전력 분석팀까지 책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홍보와 마케팅 팀은 자기 일을 해야죠. 

야구적으로 바라보아도 허술합니다. 특히 감독 및 코치진의 유임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비용 문제라는 언급은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4연속 꼴찌를 한 데다가 신인 육성 및 팀 장악에도 실패한 감독을 3년이나 재계약을 준다는건 말도 안됩니다. 덕아웃에서 서로 싸우는 추태를 부린 수석 코치와 투수 코치들도 마찬가지에요. 바로 경질을 못했더라도, 2군으로 내리는게 당연했습니다. 사람이 좋아서였다면 그런 캐릭터를 확고히 했어야 하는데, 후반에 감독이 백승수 단장의 뒷통수를 치는 말도 안되는 트레이드에 동의하면서 캐릭터를 망치고 맙니다.

4년 연속 꼴찌팀이 20승 투수 한 명 영입했다고 우승 경쟁을 한다던가(심지어 주축 타자가 반 시즌을 날렸는데도 불구하고), 과도한 스카우터의 현장 개입, 에이전트를 배제한 선수 계약, 트레이닝 파트와 배팅볼 투수, 심지어 불펜 포수가 성적 향상에 핵심 요소로 묘사(중요하다는걸 부인하지는 않지만, 과했습니다)되는 등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그 외에도 많습니다.

그래도 인기를 끌만한 재미는 있었기에 만족합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25/01/03

오징어게임 2 (2024) - 황동혁 : 별점 2점

전작의 성공을 기반으로 돌아온 작품. 전체 7부작입니다. 새해를 맞아 하루만에 모두 감상해버렸네요.

장점은 등장하는 전통 게임들이 드라마와 잘 맞아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5인 6각’ 게임은 팀워크를 강조하며 참가자들 간의 유대감을 형성하게 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짝짓기 게임’을 통해 인간의 본질적인 이기심과 잔인함을 되새기게 만들고요. 특히 박용식 모자가 찢어지는 장면이나 래퍼 타노스 팀의 분열은 이러한 주제를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앞서의 분위기와 상반되는 장면이라 더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또 다른 장면으로, 오영일(이병헌 분)이 방에 먼저 들어와 있던 참가자를 살해하는 장면은 그의 잔인함을 부각시키며 이 게임이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데스게임’임을 새삼 각인시켜줍니다.
그 외 게임과 참가자들 이야기도 소소하게 재미있었습니다. 성기훈이 다시 게임에 참가하는 과정에서의 딱지남과의 러시안 룰렛 장면도 높은 몰입도를 선사하고요.

그러나 성기훈의 계획이 전혀 치밀하지 않다는 단점은 너무 큽니다. 밖에서 오랜 시간 준비하고 큰 돈을 들여왔음에도, 다시 게임에 참가한 뒤에는 별다른 계획 없이 그저 살아남기에 급급할 뿐이니까요. 그나마 준비했던, 고용한 용병들의 게임장 난입이라는 계획도 쓸만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게임장을 찾지도 못했지만, 난입이 성공했더라도 병력 차이로 성공할 가능성은 낮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게임 측의 저격수들까지 고려하면 더욱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고요. 저격수의 존재나 병력 규모를 대충이라도 아는 사람이 세운 계획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허술해요.

이러한 무계획은 성기훈이라는 캐릭터의 일관성을 훼손하는 최악의 결말로 이어집니다. 성기훈은 초반에는 참가자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게임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가 5:5로 갈린 이후에는, 밤에 습격 사건이 일어날 것을 예측하면서도 희생자들을 방치합니다. 게임 주최측을 습격하기 위해 희생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는데, 앞서의 행동과 너무 달라서 당황스러웠어요.
기훈의 반란 계획에 동참하는 다른 참가자들의 태도 역시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살아남기만 하면 수억 원의 돈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일면식도 없던 성기훈의 말에 따라 돈을 포기하고 사지로 들어간다는 설정은 현실적이지 못했습니다.

캐릭터의 매력 또한 시즌 1에 비하면 떨어집니다. 특히 빌런 캐릭터의 부재가 아쉽습니다. 시즌 1의 장덕수처럼 강렬한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 없어 전반적으로 긴장감이 줄어들었습니다. 래퍼 타노스는 배우부터 비호감이었을 뿐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가 짜증을 유발해서 몰입을 방해했습니다. 연기도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요. 소규모라도 조직(?)을 이끌만한 인물로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임정대(송영창)도 마찬가지입니다. 빚이 많을 뿐, 완력이나 지력,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해서 빌런 우두머리로는 영 아니었습니다. 박수무당 역시 과장된 설정과 연기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이렇게 과장된 인물들이 드라마에 꼭 필요했는지 의문입니다.
코인 투자 실패자들이 많은건 세태를 반영했겠지만, 너무 많아서 뻔하다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흥미로운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이야기의 설득력과 캐릭터의 매력 측면에서 부족했습니다. 다음 시즌은 모쪼록 짧게 끝나기만을 바랍니다.

2024/12/27

전생 귀족, 감정 스킬로 성공하다 - season 1 (2024) : 별점 1.5점

미래인 A의 라이트 노벨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입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하였습니다. 이세계 전생물과 전략 시뮬레이션의 특징을 결합한 작품입니다. 총 12화 구성입니다.

약소 영주의 아들이자 주인공인 아르스가 사람들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스킬을 활용하여 인재를 발굴하고, 자신의 영지를 발전시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 중, 약혼녀 리시아의 야망이 높아 경계했지만, 그녀의 야망은 "훌륭한 사람의 아내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는 설정은 독특했습니다. 기존 이세계물에서 흔히 다루지 않는 감정과 야망의 조화가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약소 영지에서 점차 세력을 키워가는 과정도 꽤 몰입감이 있는 편이고요. 아르스가 '감정' 말고는 능력이 없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단점이 더 큽니다. 우선 아르스가 전생에 샐러리맨으로 살며 게임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왜 그 능력이 이세계에서 감정 스킬과 연결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합니다. 때문에 설정에 몰입하기 어렵습니다. "신만이 아는 세계"처럼 미연시 마스터까지는 아니더라도, 샐러리맨 시절 즐겼던 게임과 실력에 대해서는 선보였어야 이야기가 더 실감났을겁니다.

타인의 능력을 게임처럼 확인할 수 있다는 설정도 너무 흔하고 전형적입니다. 게다가 능력을 숫자나 명칭으로 단순하게 나누고, 이게 곧바로 실적으로 연결된다는건 전혀 와 닿지 않았습니다. 현실적으로 사람이 그렇게 명확히 분류될 수 없으니까요. 이런게 가능하다면 대기업 입사에서도 MBTI를 측정해서 사람을 분류하여 배치하겠지요. 하지만 그게 가능할리 없잖아요?

아르스의 영지를 위해 모이는 주변 가신들 이야기도 진부합니다. 주인공의 이상에 공감하고 따르는 과정이 지나치게 평범하며, "삼국지" 등 고전 군웅물과의 차별점을 찾기 어려운 탓입니다. 가신 개개인의 서사도 비중이 들쭉날쭉하고요. 특히 로젤과 밀레이유부터는 능력조차 제대로 표현되지 못합니다. 솔직히 로젤은 왜 나오는지도 잘 모르겠더군요. 능력은 밀레이유와 겹칠 뿐더러, 10살도 안된 아이를 전장에 군사로 투입하는게 말이나 됩니까?

연출과 음악도 별볼일 없어서 화려하거나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이 거의 없으며,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엔 부족합니다. 딱 한 가지, 밀레이유와 리츠의 시합에서 추격씬은 조금 웃기기는 했습니다만... 그저 그 뿐입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흔해빠진 이세계 전생물의 하나입니다. 구태여 찾아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더 볼 생각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