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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2

이쿠사가미, 전쟁의 신 : 시즌 1 (2025) - 후지이 미치히토 외 : 별점 2점

전쟁 후 PTSD에 걸려 낙향한 무사 사가 슈지로는 극심한 생활고로 딸이 콜레라에 걸려 죽어가지만 약 한 첩 쓰지 못했다. 아내마저 병환이 깊어지자, 사가는 무려 10만엔을 준다는 무사 모집 공고에 응해 교토 텐류지로 향했다. 다량의 총으로 무장한 주최측은, 그 곳에 모인 수백명의 전 무사들에게 상대를 죽이며 도쿄까지 오면 10만엔을 주겠다고 하는데...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한 시대극 액션 드라마입니다. 메이지 유신 직후를 배경으로 무사 계급을 둘러싼 거대한 음모와 살육 게임을 그리고 있습니다.

특징이라면, 인기있을 만한 설정은 다 가지고 왔다는 점입니다. 이 작품의 중심 설정 ‘고독(고도쿠)’가 대표적이에요. 수백 명의 무사들을 한 자리에 모아 서로 죽고 죽이는 생존 경쟁을 벌이게 하고, 최후의 생존자만을 뽑는다는 건데, 이건 "오징어 게임"과 다를게 없지요. 고도쿠 배후에 재벌 세력과 경시국이 손을 잡은 거대한 흑막이 존재한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참가자들이 저마다 특기와 무기를 가지고 싸운다는건 "닌자인법첩"같은 일본 시대극 액션물 설정을 그대로 따 왔고요. 그 외에도 어디서 본 듯한 설정이 많아서 흥미롭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만화같은 설정을 보신 전쟁이라던가 폐도령 이후 무사 계급의 몰락과 같은 실제 역사, 그리고 오쿠보 도시미치와 카와지 대경시, 4대 재벌 등 실존 인물들을 결합시켜 그럴듯하게 묘사한 것도 괜찮았습니다. 덕분에 고도쿠를 통해 무사 계급을 말살하려 한다는 카와지 대경시의 목적도 설득력있게 다가옵니다.

이런 설정도 재미있지만,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검술 액션입니다. 실사 시대극으로서는 최상급에 가까운 촬영과 합이 좋은 덕분입니다. 특히 슈지로가 PTSD를 극복하고 총을 든 경비대를 모조리 베어버리며 각성하는 장면은 압권이었어요. 이 순간을 위해 주인공 사가 슈지로에 대한 서사도 초반부터 잘 쌓아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길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은 듭니다. 살인귀 칸지야 부코츠야 일종의 중간 보스쯤 되는 악역이니 그렇다 쳐도, 키구오미 우쿄같은 스쳐지나가는 인물들까지 개별 서사를 풀어낼 필요는 없었습니다. 오쿠보 도시미치와 비서 신페이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고요. 짐짝에 가까운 후타바의 동행이나 이로하의 등장과 과거 사부와의 악연도 이야기의 밀도를 높이기보다는 분산시키는 쪽에 가깝습니다. 사가 슈지로가 어떻게든 난관을 돌파하고 도쿄에 도착할게 뻔한만큼, 이런 이야기는 시간과 분량 낭비에 불과했어요. 이보다는 닌자 쓰게 쿄진의 목적을 좀 더 집중적으로 풀어냈어야 합니다.

검술 액션도 중반 이후에는 힘을 잃습니다. 파워 밸런스가 이상한 탓입니다. 사가 슈지로는 각성 전에도 칸지야 부코츠를 압도했었는데, 시즌 1의 마지막 화에서는 슈지로가 압도적으로 이기지 못하고 고전한다는건 납득하기 어려워요. 시원하거나 통쾌한 맛도 없고요.

또한 무사 계급을 이 기회에 몰살시키겠다는 카와지 대경시의 계획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비현실적입니다. 모든 무사들이 고도쿠에 참가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오히려 칸지야 부코츠의 살인 행각을 사실상 방치하면서 민중에게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에 불과해 어설프기 짝이 없어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이 작품만의 독특한 무언가는 부족하지만 볼거리가 없지는 않습니다. 킬링타임용으로는 적절합니다. 

2026/02/01

그렇게 사건 현장이 되어 버렸다(2025) : 별점 2.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백악관에서 호주 국빈 만찬이 열리던 밤, 백악관 관리 총책임자 A.B. 윈터가 시체로 발견됐다. 대통령 측근 해리 홀린저 등은 자살로 무마하려 했지만, 워싱턴 경찰 국장이 수사를 위해 부른 명탐정 코델리아 컵은 살인 사건이라며 백악관을 폐쇄하고 모든 관계자와 초대 손님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와 여러 수사에도 불구하고 여러 문제로 인하여 사건은 자살로 마무리되었으나, 국회 청문회에서 새로운 사실(세 번째 남자)이 밝혀져 다시 코델리아 컵이 소환되는데...

넷플릭스에서 감상한 추리 드라마입니다. 총 8회 에피소드, 시간으로는 약 8시간에 이르는 대장편입니다. 이렇게 긴 호흡의 장편 영상 추리물을 본 건 처음인 듯합니다.

그럼에도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안락의자형 추리물을 영상화한다면 이렇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잘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 청문회에서의 증언과 컵 탐정이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장면이 전개의 대부분인데, 이를 단순히 나열했더라면 매우 지루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증언 장면과 컵 탐정이 추리한 실제 상황을 교차 편집하여, 왜곡된 증언과 진상을 동시에 보여주는 연출이 매우 훌륭합니다.

단서 제공도 공정한 편입니다. 범인 릴리 슈마커가 대통령의 배우자 엘리엇의 목소리를 흉내 내 사건 발생 당시 2층을 비우고, 이후 사건 현장은 옐로우 룸을 드나드는 문을 폐쇄하는 공사를 진행한 것이 핵심 단서인데, 릴리가 인터뷰 중 실제로 엘리엇의 성대모사를 선보이는 장면이 등장할 정도니까요. 이런 장면은 소설로는 구현하기 힘든, 영상물이기에 가능했던 연출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 외의 단서들, 예를 들어 백악관 내부 그림의 이동으로 문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장면 등도 모두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탐정 코델리아 컵도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뛰어난 추리력을 지닌 명탐정이기도 하지만, 세인트 메리 미드라는 마을과 인간 관계의 전문가인 미스 마플처럼, 자신이 지닌 "탐조"라는 전문 지식을 활용해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흥미로웠던 덕입니다. 
스스로를 천재로 인식하고 있으며, 주변 인물들의 무능을 드러내며 면박을 주는 데도 거리낌이 없는 태도 또한 인상 깊습니다. 고전 본격물의 "잘난 척하는 명탐정"에 가까운 캐릭터이지만, 백악관 관계자들의 무능과 거짓이 워낙에 강하게 드러나는 덕분에 오히려 통쾌함을 안겨줍니다.
추리의 절정에서 선보이는 추리쇼도 명탐정답게 화려합니다. 릴리가 범인임을 밝혀내고, 핵심 증거인 시계를 찾아내는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배우들의 캐스팅도 적절합니다. 모두 자신에게 딱 맞는 배역을 맡아 열연을 펼칩니다. 카일리 미노그의 깜짝 카메오 등장도 재미요소였어요. 

그러나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백악관 내부 묘사입니다. 지나치게 희화화되어 도무지 현실감이 들지 않습니다.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하는 조직이 이렇게 무능하게 묘사된다는 건 과장이 지나치지요. 백악관의 전통과 규범은 무시한 채, 개인의 아집으로 만찬을 망친 요리사 실라와 파티셰 디디에, 알코올중독 집사, 그리고 불청객과 정체 불명의 게스트까지 들여보낸 경호원들 모두 다음 날 해고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인물들입니다.

미국 대통령이 게이라는 설정 역시 과하다고 느꼈습니다. 이야기 전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차라리 더 자연스럽게 풀어냈더라면 좋았을 것입니다. 여성인 릴리가 퍼스트 레이디의 목소리를 흉내 냈다면 훨씬 더 설득력 있었을 테고요. 여러모로 불필요한 설정처럼 보였습니다.

추리적인 면에서도 억지가 있습니다. 릴리는 별다른 고민 없이 살인을 저질렀고, 이후 사건이 미궁에 빠진 건 대통령 동생 트립, 엔지니어 브루스, 파티셰 디디에 등이 우연히 개입한 탓입니다. 거의 동시에 사건 현장에 모였던 여러 인물이 벌인 우발적 행동으로 인해 사건이 꼬였다는 설정은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사건이 호주 국빈 만찬 중에 벌어졌고, 국빈들을 감금했다는 설정도 무리입니다. 백악관 직원을, 백악관 내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누군가가 살해했다는 점은 이미 코델리아 컵에 의해 밝혀졌던 상황이었고, 그렇다면 국빈들은 바로 풀어주었어야 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들의 감금을 유지하더라도요.

후더닛물답게 의심스러운 용의자들을 다양하게 배치하고는 있지만, 정작 범인 릴리의 동기가 제대로 부각되지 않은 점도 아쉽습니다. 릴리는 재벌가 출신으로 애초에 살인을 저지를 만한 동기가 희박합니다. 실라나 엘시처럼 직접적인 "해고"라는 동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요. 횡령이라는 설정을 덧붙이고는 있지만, 명확히 설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통령의 가장 큰 후원자의 딸인 릴리가 이 정도 이유로 해고되거나 커리어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는 설정은 쉽게 납득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추리물로서 잘 만들어진 작품이긴 합니다. 설정의 과도함과 동기의 빈약함 같은 단점은 분명하지만, 추리물 애호가라면 한 번쯤은 감상해 볼 만합니다.

2026/01/24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 (2025~2026) : 별점 3점

"흑백요리사 시즌 2"는 지금은 흔해빠진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다른 요리 서바이벌과 가장 큰 차이점이었던, 이미 성공한 셰프들과 신인들을 대결시킨다는 대결 구도를 잘 살려 재미를 선사해 줍니다. 워낙 쟁쟁한 셰프들이 백수저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 중 가장 인상적인 참가자는 단연 후덕죽 셰프입니다. 50년이 넘는 요리 경력을 지닌 요리계의 거물이 자신의 긴 이력에 기대지 않고, 거의 자식뻘에 가까운 후배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연에 나선다는 사실 자체가 큰 감동이었습니다. 결승 직전까지 가는 엄청난 실력이 함께 한 덕분이지요. 특히 당근 요리 지옥에서 요리괴물과 맞붙은 대결은 무협지의 비무대회에서 원로 고수와 신예 후기지수가 맞붙는 장면을 떠올리게 할 만큼 긴장감과 재미가 넘쳤습니다. 그날의 당근 짜장면은 단연 최고의 한 수였고요. 만약 그게 결승 요리였다면, 요리괴물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애청하는 "냉장고를 부탁해"를 통해 친숙해진 셰프들의 출장도 반가왔습니다. 손정원 셰프야 백수저로 등장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는 이력의 소유자이지만, 정호영 셰프와 샘 킴 셰프는 솔직히 초반에는 애매하거나 웃음 후보가 아닐까 싶었는데 실제 경연에서 예상과 달리 끝까지 잘 버텨주어서 좋았어요. 특히 정호영 셰프는 탑 4에 오르는 성적으로 실력을 분명히 입증했지요. 대진운이 따른 측면도 있겠지만, 이런 경연에서 운 역시 실력의 일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인정할 만한 결과라 생각됩니다.

또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지나치게 캐릭터를 과시하거나 센 척에 집중하는 흑수저 요리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자신감으로 가득찬 요리괴물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매너 있게 경연에 임하고 있어, 시청자로서 불편함 없이 대결에 집중할 수 있었거든요. 시즌 1에서 중간에 하차했던게 이상한 캐릭터 만들기에 의한 불편함 때문이었는데, 그런걸 별로 느끼지 못했어요.

대결도 꽤 잘 짜여 있습니다. 개인전과 팀전의 배치, 그리고 후반부에 등장하는 요리 천국과 요리 지옥이라는 대비되는 무대는 흐름을 단조롭지 않게 만듭니다. 특히 요리 지옥에서 진행된 당근을 활용한 30분 요리 대결은 이번 시즌을 대표하는 명장면이라 할 만합니다. 제한된 재료인 당근 하나로 이렇게 다양한 발상과 요리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고, 결과물의 완성도 역시 납득이 갔습니다.

결승으로 이어지는 서사도 인상 깊었습니다. ‘나를 위한 요리’라는 결승전 주제는 경쟁의 끝에서 요리사의 본질을 다시 묻게 만들었고, 최강록 셰프의 우승은 단순한 실력 경쟁을 넘어 감정적으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결말이었습니다. 감동과 재미를 모두 잡은, 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좋은 이야기였다고 생각됩니다.

반면 아쉬운 점도 분명합니다. 시즌 1에서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백수저 참가자들 사이의 급 차이는 여전히 큽니다. 각종 대회 우승자, 미슐렝 스타 셰프와 단순히 방송 출연 경험이 많은 스타 셰프를 같은 선상에서 경쟁시키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참가자 선별도 아쉬움이 있습니다. 선재 스님은 사찰 요리의 대가이지만 육류나 오신채를 사용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제약을 안고 있고, 고기굽기 연구소장의 경우는 BBQ에 특화된 영역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전문 셰프라고 보기 애매한 참가자, 혹은 특정 장르에만 지나치게 특화된 참가자들은 애초에 어느 정도 걸러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리괴물의 캐릭터 만들기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굳이 그렇게까지 센 척하는 연출이 필요했는지 의문입니다.

대결도 문제가 없지 않습니다. 흑백 팀전이 가장 큰 문제에요. 여기서 패한 팀은 전원이 탈락한다는 규칙인데, 흑수저들에게 치명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했으니까요. 패자 부활전으로 두 명을 살려주기는 했지만, 그 중 한 명이 누가 봐도 결승까지 올라갈 요리괴물이라서 긴장감도 떨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느 정도는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팀을 섞거나, 최소한 두 팀 씩 나눠 경쟁하게 했다면 긴장감과 공정성을 모두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요?

심사위원 평가 역시 쉽게 공감되지는 않았습니다. 백종원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게 느껴진 탓이 가장 크지만, 안성재 셰프의 심사 또한 일관되게 공정하다는 인상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특정 분야에 대해 가혹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심사위원 수를 늘려 다양한 관점이 반영되었더라면 더 좋았을거에요.

그래도 잘 짜인 미션과 인상적인 참가자, 그리고 감정적으로 설득력 있는 결말을 보여준 재미있는 시리즈였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요리 서바이벌 예능을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겁니다.

2026/01/04

루드비히, 퍼즐로 푸는 진실 (2024) : 별점 4.5점

유명 퍼즐작가로 필명이 '루드비히'인 존 테일러에게 형수이자 소꼽친구 루시로부터 경찰인 쌍둥이 형 제임스가 실종되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여러 정황은 제임스가 모종의 이유로 스스로 몸을 감추었다는걸 알려주었다. 루시는 존에게 제임스인척 경찰서로 출근해서 존 실종에 대한 단서를 찾아달라고 부탁했고, 출근한 존 앞에 여러 불가능 범죄가 잇달아 펼쳐지는데....

영국 BBC에서 제작한 총 6화 구성의 추리 드라마 첫 번째 시즌입니다. 

가장 큰 매력은 독특한 설정입니다. 퍼즐 천재인 '루드비히' 존을 주인공 탐정역으로, 범죄 속 트릭들을 퍼즐의 일종처럼 선보이거든요. 존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하나의 ‘퍼즐’로 인식하며 본격적으로 해결에 나서고요. 마술사 탐정까지는 봤었는데, 퍼즐 전문가 탐정은 처음 보네요.

등장인물들도 매력적입니다. 퍼즐 제작에만 몰두하며 사회성과 현실 감각이 부족한 존이 갑작스럽게 경찰 역할을 맡아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코믹하면서도 묘하게 현실감 있게 그려집니다. 형수 루시와 조카 헨리도 제임스 실종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요. 그러고보니 존과 제임스 형제에 아들 이름은 헨리라니, 가족 자체가 영국적이군요. 
카터를 비롯한 경찰 동료들, 다른 등장인물들도 진지한 상황 속에서 영국식 유머를 자연스럽게 섞어내어 극을 재미있게 만들어 줍니다. 가족과 동료애가 끝까지 이어지는 것도 요사이 보기드문 미덕이라 할 수 있고요.

추리적으로도 빼어납니다. 1화에서는 여러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교차 분석해 논리적으로 범인일 수밖에 없는 인물을 드러냅니다. 시청자에게 모든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서 추리에 직접 참여하기는 어렵지만, 퍼즐 전문가의 해법으로는 충분히 설득력 있게 느껴집니다.

2화에서는 일종의 ‘숨은 그림 찾기’ 퍼즐 트릭이 사용됩니다. 존은 사진을 통해 벽지가 미세하게 이동한 점을 알아채고, 벽지 뒤 벽을 뚫어 숨겨진 시체를 찾아낸 뒤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지요. 피해자 사기꾼에게 사기당한 일행들이 단체로 범행을 저지르고 은폐했던건데, 앞서 등장한 여러가지 단서들로 설득력있게 설명됩니다.

3화는 두 개의 전혀 무관해 보이는 사건이 하나로 연결되는 ‘병렬 퍼즐’이 등장합니다. 관광 가이드 살인은 갑작스럽게 행해진 것으로 추리하고, 그 이유를 관광 코스를 직접 도는 방법으로 발품을 팔아 증명해내는데 수사와 진상 모두 깔끔하게 이어집니다.

4화는 체스말을 움직이는 방식으로 진범은 장치 트릭을 활용한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다섯 명의 동료들 작업 위치가 순차적으로 바뀌도록 유도해서, 피해자가 원했던 위치에 가도록 만든 뒤 장치를 통해 추락사하게 만든거지요. 존은 이를 '역행 제스' 퍼즐로 풀어냅니다. 이 퍼즐 자체가 루드비히' 존이 처음 만들었다고 소개되는데, 현재의 체스판 상태를 보고 이전 수를 맞추는 퍼즐이에요. 즉, 이전 수를 맞춰가면서 최초에 수를 둔 사람을 알아내 범인을 밝혀냅니다. 
퍼즐을 활용한 추리도 깔끔하지만, 피해자를 발전기가 있는 위치로 이동시킨 뒤 쇼트가 나가도록 배선을 망치고, 발전기를 가동하면 피해자가 감전되어 추락사하게 만든 장치 트릭도 합리적입니다. 다른 동료들이 모두 범인이 원하는 흐름대로 움직였던 것도 이전부터 자주 그래왔다는 설정이라 설득력있고요.
마지막에 발전기에 물을 뿌려 놓은 탓에 범인의 DNA가 묻은 물통을 확보했지만, 범인이 “자기는 1층에서 버렸다”고 주장하자 5층 현장에서만 쓰레기 수거장 안으로 투입 가능하다는 점을 추리쇼처럼 밝혀내는 장면도 볼만합니다.
한마디로 추리적으로는 나무랄 데 없는 에피소드입니다.

5화는 '밀실 살인' 트릭이 등장하는데, 꽤 그럴듯합니다. 주말 내내 잠겨있던 교장실에서 교장이 살해된채 발견되는 사건인데, 존은 범인이 밀실 안에 계속 있었다!는 대담한 추리를 내 놓습니다. 이를 발견하는 단서가 교장실 쓰레기통에 있던 '변색되지 않은 사과 조각'이라는 디테일도 인상적입니다. 누군가 교장실에 최근까지 있었다는 증거인데, 영상물에 잘 어울리는 디테일이었습니다. 존의 학창 시절 과거, 그리고 노인이라도 쓸모없는게 아니라는 메시지도 좋았고요.

6화는 루시의 살인 누명을 벗기고 진범을 잡는 이야기인데, '루시가 집에서 가져간 칼로 사망한 피해자'라는 결정적 증거를 뒤집는 추리가 아주 인상적이에요. 범인이 막 피해자 폴라를 칼로 찔렀을 때 루시가 자기 칼을 들고 그 집에 들어섰습니다. 범인은 입구에서 보이지 않는 식탁 뒤로 숨었고, 루시가 쓰러진 폴라를 보고 자기 칼을 내려 놓은 뒤 그녀에게 다가가자 범인은 루시에게 보이지 않는 사각으로 빠져나가면서 칼을 바꿔치기 했던 겁니다.
정통 본격물로 보아도 무방하다 싶을 멋진 트릭이며, 증거도 확실하게 제시됩니다. 범인은 바꿔치기한 루시의 칼을 폴라 부엌 칼꽂이에 꽂아두었는데, 이 칼에서 루시나 존의 지문이 나오면 바꿔치기했다는 증거가 되니까요.

이러한 각각의 사건들과 함께 제임스 실종 사건에 대한 조사와 추리도 계속 이어집니다. 결국 존은 제임스가 남긴, 누구나 들으면 스스로 떠났다고 생각할 메시지에서 암호 해독 키를 찾아내어 암호를 풀어내어 단서를 확보하게 됩니다. 그리고 정체가 드러났지만 능력을 인정받아 경찰의 고문역으로 일하며 형을 계속 추적할 존의 모습으로 총 6화의 시즌 1은 마무리 됩니다. 

1화와 2화, 3화 사건은 경찰 수사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을 듯 싶고, 경찰이 너무 무능하게 그려진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제임스와 폴라, 싱클레어 등이 관련된 진짜 음모도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고요. 제임스가 암호로 창고 위치를 남긴 이유와 사라진 이유를 창고에 남기지 않은 이유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재미와 추리 모두 빼어난 좋은 드라마였습니다. '루드비히'라는 주인공 필명에 어울리는, 베토벤 음악의 적절한 활용과 촬영도 좋고요. 시즌 2가 빨리 나오면 좋겠습니다. 제 별점은 4.5점입니다.

2025/12/26

자백의 대가 1~12 (2025) - 이정효 : 별점 2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꽤 인기를 끈 넷플릭스 드라마입니다.
남편 이기대 살인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구속된 안윤수에게, 유명한 살인마 모윤이 “내가 대신 죄를 뒤집어쓸 테니 부탁 하나를 들어 달라”는 거래를 제안하는 초반부만큼은 확실히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안윤수가 돌봐야 할 어린 딸이 있는 상황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설득력도 높고요.
남편을 죽이지 않았지만 모윤과의 거래 조건으로 풀려난 대신 진짜 살인을 저질러야 하는 딜레마에 처한 안윤수의 모습도 흥미롭습니다. 진짜 이기대 살인범에 대한 조사, 수상한 인물의 등장, 모윤과의 밀땅 등 이후 전개도 재미있어요. 

범죄물답게 추리적인 요소도 가미되어 있는데, 이 중 가장 눈길을 끈 건 진범이 최수연이라는걸 증명하는 단서입니다. 이기대가 남긴 판화에 찍힌 최수연의 지문이지요. 이는 판화가인 이기대라는 직업과 자연스럽게 맞물리면서도, 원판과 유일한 프린트를 진영인·최수연이 훼손했지만 테스트 프린트가 남아 있었다는 반전까지 깔끔하게 이어집니다.

김고은의 연기도 돋보입니다. 화장기 없는 얼굴과 짧게 깎은 머리로 복수심에 사로잡힌 서늘한 악녀를 설득력 있게 그려 냈습니다. 전도연의 연기도 안정적이에요. 50세가 넘었는데도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동안도 놀랍고요. 그리고 존댓말을 쓰는 싸이코패스 살인마 커플인 진영인·최수연의 연기도 섬찟합니다. 

하지만 범죄극으로서의 치밀함은 크게 부족합니다. 우선 진영인·최수연 부부가 안윤수 남편 이기대를 살해한 후, 범행 은폐가 성공해 안윤수가 죄를 뒤집어쓰는 과정이 지나치게 대충입니다. 계획적인 살인이 아니었는데도 이렇게 잘 풀렸다는게 잘 납득이 되지 않아요.

이후 모윤이 지시한 고세훈 사건은 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안윤수는 살해한 척 사진만 찍었지만 이후 진영인이 실제로 고세훈을 살해한 것이 진상인데, 왜 굳이 죽였는지 이유가 불명확합니다. 고세훈이 살아 있다면 모윤이 거래를 철회하고, 다시 안윤수가 이기대를 죽인 진범으로 재판받게 될 겁니다. 이미 백동훈 검사도 모윤과 안윤수의 거래를 눈치채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즉, 어차피 안윤수는 이기대 살인범으로 구속될테니 진영인·최수연은 고세훈을 죽이는 위험을 무릅쓸 까닭이 전혀 없습니다. 고세훈을 죽인 누명까지 안윤수에게 뒤집어 씌우는건 아무런 의미가 없잖아요?

이야기 전개와 설정도 억지 투성이입니다. 모윤 주변에 사건 관련 인물들이 모이는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하필 모윤(강소해)와 같은 감방에 동생 자살의 원인을 제공했던 P양이 함께 수감되어 있고, 또 하필 P양의 남자친구가 고세훈의 지인으로 고세훈 살해 당시 CCTV 동영상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다는건 비현실적입니다.
피해자 이기대의 통화 목록에서 진영인과의 연결고리를 검찰과 경찰이 찾아내지 못하고, 안윤수가 전자발찌 훼손 후 장기간 도주하는데 이를 허용하며, 모윤은 병원에서 이탈했다가 칼에 찔려 죽을 뻔 했고 나중에는 탈옥까지 저지르지만 이런걸 미연에 막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검찰과 경찰을 아무리 우습게 봤어도 그렇지, 이건 선을 넘었어요.

그 외에도 납득이 되지 않는 설정은 많습니다. 진영인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모윤의 변호를 자처했다는 설정처럼요. 모윤이 안윤수 범행을 대신 자백한 뒤 기존 변호사가 변호를 포기했기 때문에 변호사 자격을 얻게 되었는데, 이는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애초에 변호를 맡지 못했을 때는 어떻게 수습할 생각이었는지 의문입니다. 안윤수 딸의 잦은 유괴, 모윤의 기이할 정도로 충실한 조력자 네트워크, 안윤수와 진영인이 만나던 순간의 미술관 CCTV를 진영인이 지웠다는 설명들도 개연성을 깎아 먹는 요소들이고요.
모윤(강소해)의 동기인 성폭행에 따른 동생 자살은 이제는 식상하다는 표현도 부족할 정도로 뻔하며, 범인 진영인의 자백 비슷한 행각으로 마무리 되는 결말도 유치했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문제들은, 본래라면 변호사가 등장하는 드라마의 에피소드 한두 편 분량으로 정리될 이야기를 12화로 길게 늘렸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불필요한 음모와 억지 설정이 과하게 붙고 말았어요. 모윤이 이기대를 죽였다고 자백한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해서, 백동훈 검사가 둘의 거래를 쫓고 안윤수는 모윤에게 압박받으면서도 남편 살인범을 찾아내려 노력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갔다면 훨씬 좋았을겁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인 백동훈 검사와 장정구 변호사의 연기는 별로입니다. 백동훈 검사는 '안윤수가 진범이 아닐 수도 있다'는 딜레마 표현을 실패했고, 장정구는 반대로 '안윤수가 진범일 수 있다'는 딜레마를 그려내지 못했거든요. 백동훈 검사는 그냥 항상 화가 난 표정으로만, 그리고 장정구 변호사는 소박하지만 한없이 선한 인물로만 등장하는 탓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지금보다 훨씬 짧은 분량으로 압축되었다면 모를까, 흥미로운 설정에만 기댈 뿐 범죄 스릴러로서의 완성도는 부족합니다. 추천할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덧붙이자면, "자백의 대가"라는 제목만 봤을 때에는 티에리 크루벨리에의 논픽션을 생각하고 그냥 자백을 잘 끌어내는 사람이 주인공인줄 알았는데 좀 의외였습니다. 이런 경우 "자백의 댓가"라고 표기하는게 맞을는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2025/12/21

카우보이 비밥 TV Serires (1998~1999) - 와타나베 신이치로 : 별점 2.5점

저는 어린 시절부터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했었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는 만화에만 집중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거의 보지 않았지요. 이동이 잦았던 취준생, 직장인이었던 탓입니다. 이동하면서 보는건 꿈도 못 꿀 시대였거든요. 당시는 구하기도 힘들었고요. 그래서 "에반게리온"을 필두로, 당시 유명했던 작품은 거의 보지 않았습니다. 이 작품 역시 1990년대 후반, 세기말을 대표하는 작품이지만 당시에는 감상하지 못했고 2025년 올해, 처음으로 전 시즌을 감상하였습니다. 

설정과 줄거리는 워낙에 유명하니 소개는 생략합니다만, 확실히 '잘 만든' 작품인건 맞네요. 특히 작화와 연출이 뛰어납니다. 카메라 워크와 속도감은 지금 보아도 괜찮고요. 재즈와 블루스, 록 등 여러 장르를 활용한 음악도 에피소드별로 분위기에 잘 맞도록 연출되어 있습니다.

등장인물들도 매력적입니다. 스파이크, 제트, 페이의 외모와 대사, 액션은 물론 인물별 개별 서사가 이야기에 잘 결합되어 있는 덕분입니다. 에피소드별로 등장인물들의 '기억'과 '현실', '꿈'에 대한 여러 단서들을 하나 둘 씩 보여주면서 그들과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만들다가, 마지막 대단원에서 한번에 정리하는 구조도 좋습니다.

하지만 단점 역시 분명합니다. 우선 설명이 너무 부족해요. 스파이크의 과거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에피소드의 절반 이상은 물론 본편에 해당하는 이야기조차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비셔스는 조직을 차지했는데 왜 스파이크를 못 죽여서 안달일까요? 그냥 분위기와 스타일에 의존한 채 이야기를 흘려보낼 뿐입니다. 게다가 본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쥴리아, 비셔스와 스파이크의 이야기는 너무 뻔하고 재미없었습니다. 보스의 여자와 사랑에 빠진 2인자 이야기 그대로니까요. 그냥 현상금 사냥꾼 일을 하면서 펼치던 소소한 추격과 범죄극이 훨씬 나았어요. 문제는 경쾌한 SF 활극 측면에서는 "우주해적 코브라"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액션도 양과 질 모두 기대 이하입니다.

그리고 여러모로 "루팡 3세"의 설정과 구조에 SF와 진지한 느와르 색채를 덧씌운 설정이라서 크게 신선하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언제나 단벌 양복을 입는 유쾌한 더벅머리 스파이크는 루팡이고, 진중한 연장자 역할의 제트는 지겐이지요. 페이는 주인공 일당이지만 같은 편이라 보기 어려운 팜므파탈 후지코 그 자체고요. 그나마도 잘 따라하지 못했습니다. 비밥호 멤버 중에서 에드는 "루팡 3세" 계열이 아니니까요. 특히 에드는 이야기에 기여하는 바도 거의 없으며, 등장할 때마다 산만함과 짜증만 유발해서 아무리 보아도 작품과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뛰어난 작화와 연출, 매력넘치는 등장인물들이라는 강점은 분명하지만, 서사적 완성도와 이야기 구조는 솔직히 기대 이하였어요. 지금 시점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는 작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2025/04/25

나 혼자만 레벨 업 시즌 1, 2 (2024~2025) - 이토 신고 : 별점 2.5점

동명의 유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넷플릭스를 통해 시즌 1과 2를 한 번에 몰아쳐 감상하였습니다.

이세계에 전생한 주인공이 특별한 치트 능력을 부여받아 무쌍한다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최약체 E급 헌터였던 성진우가 이중던전에서 '플레이어'라는 유일무이한 존재로 각성하는데, 플레이어는 혼자만 레벨업이 가능하고, 퀘스트 수행이나 능력치 분배가 가능한 게임처럼 작동하는 세계의 규칙을 적용받는다는 설정 역시 다른 이세계 무쌍류와 유사합니다. 등장 인물들을 능력치로 등급화한 세계관, 그리고 주인공이 여러 스테이터스 창을 띄우고, 게임처럼 진행한다는 설정도 뻔하디 뻔하고요. 

하지만 이 작품은 배경 설정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전생물이 아니라 무대가 '현실 세계'라는 점입니다. 이야기는 어느 날 갑자기 현실 세계에 '게이트'가 등장해서 마물들이 출몰하고, 인간 중 일부는 '헌터'라는 초능력자처럼 각성한 뒤 게이트에 들어가 마물과 싸우고 보상을 얻는다는 설정에 바탕을 두고 있거든요. 헌터는 E급부터 S급까지의 능력치를 기준으로 등급이 나뉘며, 사회 전반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존재로 그려지고요. 헌터 간의 계급, 게이트 등급, 마석과 마정석을 둘러싼 경제 구조와 이를 둘러싼 인간 관계 등도 잘 설명되고 있습니다.

성진우가 네크로맨서로 전직한 뒤 자신만의 군단을 형성해 가는 설정도 독특해서 괜찮았습니다. 많은 부하를 이끌게 됨으로써 빠른 레벨업과 강하고 다수인 적들과 맞서 싸워 이기는데 설득력을 부여함은 물론, 자신이 이긴 적을 동료로 얻고 활용하는 과정은 '동료 수집'이라는 게임적 재미를 구현하고 있거든요. 시즌 2의 제주도 4차 레이드에서 치명상을 입은 차해인을 구하기 위해 전사한 A급 힐러 민병구를 되살리는 극적 연출에서도 효과적으로 활용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액션 연출의 완성도가 아주 높습니다. 칼과 마법, 그림자 군단이 엇갈리는 전투 장면은 빠른 속도감과 현란한 연출로 몰입도를 극대화시킵니다. 가끔은 동화 수가 부족한 느낌도 들기는 하는데, 과감한 구도의 사용 등으로 잘 커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던 대로 비교적 뻔한 설정이라는 단점은 있습니다. 이런 류의 작품들 대부분이 가진 문제인데, 성진우의 능력이 후반으로 갈수록 상식을 초월한다는 문제도 커요. 결국 성진우가 이길게 뻔해서, 그렇게 몰입이 되지 않더라고요. 게다가 성진우가 초월적인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 레이드 초기에 참여하지 않은건 욕 먹어도 쌉니다. 그가 초기에 참여했다면 헌터들의 희생을 막고 보다 쉽게 개미 떼를 정리했을 테니까요.

성진우가 플레이어로 선택된 이유도 설명되지 않아서 답답하며, 여동생의 친구 한송이나, B급 힐러 이주희 등 주요 캐릭터처럼 등장했지만 별 의미 없이 퇴장하거나 비중이 사라지는 인물들이 많은 점도 이야기의 완성도를 떨어트립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이세계 무쌍물의 익숙한 틀을 따르지만, 배경을 현실 세계로 설정해 차별점을 두었으며 주인공의 네크로맨서 전직과 액션 연출의 몰입도는 인상적입니다. 다만 전개가 뻔하고 설명되지 않은 설정, 비중 없는 조연 등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 다음 시즌이 기대되네요.

2025/04/18

악연 1~6 (2025) - 이일형 : 별점 2.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박재영은 아버지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직장 동료였던 폭력 조직 출신 조선족 장길룡에게 살인을 청부했다. 한 달 뒤까지 사채를 갚지 않으면 장기가 적출될 위기에 처해서 보험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살인 사건 수사가 시작되었고, 장길룡은 경찰마저 살해한 뒤 박재영에게 돈을 요구했다. 궁지에 몰린 박재영은 장길룡을 살해하려했지만, 되려 습격당한 뒤 납치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장길룡과 함께 김범준에게 살해당했다. 호구 한의사 한상훈을 살해한 혐의로 수배 중이었던 김범준이 박재영으로 신분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최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입니다. 최근 가장 인기있는 드라마인데, 회사 동료 조문 차 장거리 버스 여행을 떠난 김에 보게 되었습니다.

우선 생생한 등장 인물들이 인상적입니다. 여기에는 배우들의 연기가 한 몫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빼어난 연기력을 보여주거든요. 그냥 욕설만 하는게 아니라 농담섞인 대사를 나누는 식으로 각본도 잘 받쳐주고요. 각본에서 시니컬한 블랙 코미디 정서가 묻어나는데, 제법 괜찮았습니다.

피해자인 의사 김주연을 제외하고는 주요 등장 인물들 모두가 이른바 '악연'으로 촘촘히 연결되었다는 설정도 눈에 띄네요. 박재영은 아버지를 살해하려고 장길룡에게 청부를 의뢰하고, 장길룡은 교도소 동기였던 김범준을 범행에 끌어들입니다. 김범준은 박재영의 고등학교 선배이고, 사고로 입원한 박재영(으로 신분 세탁한 김범준)의 주치의 이주연은 고등학교 시절 박재영 일당에게 성폭행을 당했었는데 이는 김범준의 애인 이유정의 사주 때문이었고요. 마지막 장기 밀매 조직 소속 의사로 김범준의 장기를 적출하는건 김주연의 애인이기까지 합니다. 이런 복잡한 관계는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듭니다.

총 6화라는 비교적 짧은 분량 안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며 깔끔하게 마무리하였으며, 모든 악당들이 죽고 만다는 결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최종 빌런인 김범준은 산채로 장기를 적출당한다는 끔찍한 죽음을 맞는데, 작 중에서 지은 죄가 너무 많아서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정도로 통쾌했습니다.

김범준과 이주연이 공모해서 한상훈을 털어먹기 위해 짠 설계, 박재영이 장길룡을 살해하기 위해 준비한 휴대폰 알람(방심하게 만들려고), 한상훈이 자동차 정비소 이야기를 듣고 블랙박스 메모리를 뒤져 진상을 알아채는 장면, 김범준의 약병 바꿔치기 등 추리 및 범죄물로도 볼만했고요.

하지만 완성도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사채, 장기 밀매, 보험 사기 등 자극적인 소재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데 너무 비현실적이라 극의 개연성이 떨어지고, 유치하다는 인상을 주는 탓이 큽니다. 사채빚을 못 갚아서 장기가 털린다는건 도대체 언제적 발상인지 기억도 나지 않네요. 김범준이 박재영과 고등학교 선후배였고, 이주연의 애인이 장기 밀매 조직의 일원이라는 요소는 과도하게 작위적으로 느껴지고요. 아무리 '악연'이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억지스럽게 만들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지만, 이야기는 익숙하고 결말도 뻔합니다. 박재영이 이주연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중요한 단서가 초반에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는 박재영이 사실은 박재영이 아니라는 뜻이 되며, 그렇다면 그 정체는 이야기 흐름 상 김범준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 김범준이 마지막에 장기가 적출되며 죽음을 맞는다는건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요. 그래서 특별한 반전이나 여운이 남지는 못합니다. 제가 이런 장르물을 너무 많이 봤나 봅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흥미로운 전개, 배우들의 연기는 좋은데 개연성 부족과 다소 뻔한 전개는 아쉽습니다. 그래도 분량이 짧다는 장점은 확실하고, 흥미로운 부분도 많습니다. 범죄 스릴러를 좋아하신다면 보셔도 괜찮을겁니다. 인기작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2025/04/13

약사의 혼잣말 Season 2 (2025) - 나가무라 노리히로 : 별점 2.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기에 이어 방영된 후속 시즌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하였습니다. 

그러나 진시에 대한 암살 음모, 마오마오의 출생의 비밀 등 보다 긴 호흡의 이야기가 전개되었던 1기에 비해, 이번 시즌은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1기에서는 꽤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추리물적인’ 요소가 이번 시즌에서는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래가 그나마 이번 시즌에서 마오마오가 추리력을 발휘해 해결한 주요 사건들입니다.

  • 외국 사절단 방문 이후 비취궁에 수상한 향유가 퍼졌고, 마오마오는 그것이 임산부에게 해로운 향유임을 밝혀냈습니다. 이에 진시는 누가 해당 물건을 들여왔는지 조사를 명했고, 조사 결과 범인은 리화비 시녀장이었습니다. 그녀는 사촌 리화비가 황제의 후궁이 된 것에 질투심을 느껴 그런 일을 벌인 것이었습니다.
  • 가오슝은 집 밖에 나간 적이 없는 자매 중 한 명이 임신한 사건의 진상을 밝혀달라고 마오마오에게 부탁합니다. 마오마오는 거울을 이용해 한 사람이 두 사람인 것처럼 위장했다고 추리합니다. 둘이 놓던 자수 역시 거꾸로 보면 다른 그림으로 보이는 착시를 이용했던 것이고요.
  • 진시가 과거 외국 사신이 목격했다는 ‘빛무리 속에서 춤추는 키 큰 미인’의 전설을 재현해달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마오마오는 진시를 여장시킨 뒤, 야광 성분이 있는 나방을 날려 춤을 추게 하여 그 장면을 연출합니다.
  • 마오마오는 황제가 ‘황제의 조건’이라 불리는 사당 통과 시험을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적록색맹만이 올바른 길을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던걸 알아챈 덕분이었지요. 참고로, 왕모의 혈족은 적록색맹의 유전 여부를 가려 자기들 핏줄을 유지하려고 했었던 겁니다...
  • 황태후는 선대 황제의 시신이 사후에도 썩지 않았던 이유를 밝혀달라고 요청합니다. 마오마오는 선제가 남긴 그림을 통해, 웅황을 부숴 만든 물감으로 그림을 그렸고, 그 독성이 체내에 축적되어 방부 효과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 마오마오는 수수께끼의 노년 궁녀가 주최한 괴담회에 참석하게 됩니다. 괴담 13개를 이야기한 뒤 촛불을 끄자 모두가 죽을 뻔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알고 보니 궁녀는 생전에 선제에게 농락당했던 소녀 중 한 명이었고, 이미 사망한 인물이었습니다. 괴담회에 참석한 모두를 죽음으로 끌어들이려 했으며, 장소 역시 밀폐된 공간이었기에 질식의 위험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마오마오의 활약으로 모두 위기를 모면합니다.
  • 괴담회에서는 ‘금지된 산’에서 죽은 모녀에 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마오마오는 모녀가 그 산에서 독버섯을 채집해 먹고 사망했음을 추리합니다. 해당 산은 원래 독초가 많아 금지된 곳이었고, 밤에 빛나는 독버섯이 도깨비불처럼 보였던 것이었습니다. 모친이 죽기 전 남긴 말인 “저 산에는 맛있는 버섯이 있다”는 말은, 마을 사람들을 함께 죽음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였습니다...

시즌 1은 진시 암살 음모처럼 전체를 관통하는 큰 사건까지 마오마오가 추리했던 반면, 시즌 2에서는 마오마오가 요청을 받아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그녀 스스로 의문을 품고 탐색해 나가는 정통 추리물의 형식은 많이 약해졌어요. 게다가 일부 사건은 명확한 결말 없이 마무리되기도 하고요. 여러모로 추리물로서의 완성도는 1기에 비해 아쉬운 수준입니다.

진시의 정체가 밝혀지는 중요한 전개 역시, 이미 초반부터 충분한 암시가 주어졌기 때문에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총명한 마오마오가 왜 이를 미리 알아차리지 못했는지가 더 의문스러웠습니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그녀가 귀찮은 일에 엮이기 싫어 모른 척했다는 해석은 가능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좀 더 설득력 있게 그려졌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완성도는 나쁘지 않습니다. 개별 에피소드들이 모두 단절된, 독립적인 에피소드로 보이지만, 궁에서 소설이 유행하고 글공부를 원하는 궁녀들이 늘어나면서 학교가 생기고, 그 학교에서 건국신화 속 왕모 전설을 가르치는 장면이 다시 사당 통과 시험과 연결되는 식으로 전체적인 구성은 치밀하게 엮여 있습니다. 선대 황제의 성적 취향이나, 제국과 황실 가문의 역사 같은 설정도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이야기를 풍부하게 해 주고요. 진시와 마오마오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과 감정선도 볼만했습니다. 특히, 11화 마지막에 폭포 뒤 동굴에 갇힌 뒤 보이는 모습은 시즌 2의 핵심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입니다. 추리물의 색채는 옅어졌지만, 에피소드 간의 연결성과 캐릭터 간의 관계는 여전히 흥미롭습니다. 다음 시즌이 기대되네요.

2025/02/09

중증외상센터 (2025) - 이도윤 : 별점 2.5점

최근 가장 핫한 드라마지요. 지인 추천을 받아 주말에 감상했습니다. 평이 좋은 이유는 알겠더군요. 장점이 확실히 많더라고요.

우선, 8회라는 짧은 분량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덕분에 늘어지는 부분 없이 속도감 있는 전개로 지루함 없이 몰입할 수 있습니다. 한국 의학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신파도 없고, 심지어 러브 라인도 없을 정도입니다. 한 과장, 기조 실장, 원장 등 차례로 등장하는 빌런과의 대립과 해결도 완벽합니다. 비극이라 할 수 있는 백강혁 교수의 과거를 원장의 개심을 위한 복선으로 써 먹는 등 전개도 잘 짜여져 있습니다. 

백강혁 교수의 뛰어난 실력을 단순히 수술을 잘하는 것으로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한 교수 딸 심장 수술 중 수술 장갑을 이용해 심장의 구멍을 덮는 방식, 남수단에서 총상 환자의 팔을 절단하지 않고 괴사한 뼈만 절제하는 방식처럼 창의적인 해결 방법을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준 점도 인상적입니다. 

캐릭터 구성도 흥미롭습니다. 노력형 주인공이 천재에게 감화를 받아 성장한다는 전형적인  일본 소년 만화 구성이기는 한데, 이를 의학 드라마에 효과적으로 접목했어요. 캐스팅도 찰떡이었고요.

그러나 내용도 일본 소년 만화스럽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백강혁 교수가 지나치게 완벽한 인물인 탓에 슈퍼 히어로물에 가깝거든요. 그래서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갈등도 긴박하게 느끼기는 힘들었어요. 백강혁 교수가 결국은 수술을 성공하는게 당연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짧은 분량은 캐릭터들의 서사, 관계를 깊이 있게 설명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백강혁 교수가 의사가 된 이유 정도만 등장할 뿐이지요. 

그래도 재미있다는건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25/02/01

스토브리그 (2019~2020) - 정동윤 : 별점 2점

SBS에서 2019 ~ 2020년 총 16화로 방영했던 드라마. 호평은 익히 들어왔었지만 본방 때 놓쳤었는데,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길래 설 연휴 기간 동안 감상하였습니다.

야구를 좋아해서 그간 많은 스포츠 소재 영상물을 보아 왔었지만, '단장'을 주인공으로, 실제 리그 개막 후가 아닌 개막 전 '스토브 리그' 기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작품은 "머니 볼" 이후 처음입니다. 이런 작품이 국내 제작 방영되었다는게, 그리고 심지어 시청률도 좋았다는게 놀라왔어요.

그런데 실제로 보니 인기를 끌 만 하더군요. 드라마적인 재미를 잘 그려낸 덕분입니다. 특히 초반부 임동규, 중반부 고세혁이라는 중간 보스를 거쳐 후반부 권경민으로 이루어지는 빌런들과의 대결이 흥미롭습니다. 세 명의 캐릭터가 잘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만 아는 슈퍼스타 임동규, 스카우트 과정에서 비리를 저질렀으며 이 때문에 해고된 고세혁이 백승수에게 앙심을 품는건 충분한 설득력을 가져다 줍니다. 무엇보다도 구단주 대행이자 사장이 되는 권경민이 정말 최고입니다. 재벌 조카지만 본인 가족은 무능하다는 컴플렉스, 이 탓에 재송 그룹 안에서 기를 제대로 펴지 못하지만 백승수한테는 절대로 질 수 없다는 생각에 안 좋은 쪽으로 열의를 불태우는 복잡한 인물을 정말 잘 그려낸 덕분이에요. 이는 찰진 대사들, 그리고 배우 오정세의 찰떡같은 연기도 한 몫 단단히 해 주고 있고요.

또 전개 과정에서 주축 선수의 병역 기피, 약물, 승부 조작, 이면 계약에 원정 도박까지, 음주 운전을 제외하고는 실제 프로 야구에서 일어났던 사건 사고들을 요소요소에 삽입하여 재미를 더해줍니다. 스토브리그 기간 동안 이루어지는 트레이드를 비롯하여 외국인 선수 영입, 연봉 협상, 신인 지명, 2차 드래프트, 자율 훈련 관련 이슈 등 야구 팬으로서도 즐길거리가 많았고요. 한국 드라마의 병폐라 할 수 있는 러브 라인, 신파도 없어서 마음에 드네요.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가 없지는 않습니다. 후반부의 비현실적이고 억지스러운 전개가 많아지는게 대표적입니다. 각본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드라마적인 재미와 극적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둔 무리수도 눈에 거슬립니다. 30대로 보이는 여성 운영팀장과 재벌 가문 3세 직원이라는 설정처럼요. 외국인 선수를 찾으러 간 출장에서 고용했던 현지 코디네이터가 알고보니 메이저리그에서도 뛰었던 유명 선수였다는 설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코칭 스태프를 비롯하여 구단 내 직원들도 대부분 꼴찌 의식에 젖어 설렁설렁 일하는데, 이 역시 과장이 심했습니다. 팀 성적은 코칭 스태프, 조금 넓게 보면 운영팀과 전력 분석팀까지 책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홍보와 마케팅 팀은 자기 일을 해야죠. 

야구적으로 바라보아도 허술합니다. 특히 감독 및 코치진의 유임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비용 문제라는 언급은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4연속 꼴찌를 한 데다가 신인 육성 및 팀 장악에도 실패한 감독을 3년이나 재계약을 준다는건 말도 안됩니다. 덕아웃에서 서로 싸우는 추태를 부린 수석 코치와 투수 코치들도 마찬가지에요. 바로 경질을 못했더라도, 2군으로 내리는게 당연했습니다. 사람이 좋아서였다면 그런 캐릭터를 확고히 했어야 하는데, 후반에 감독이 백승수 단장의 뒷통수를 치는 말도 안되는 트레이드에 동의하면서 캐릭터를 망치고 맙니다.

4년 연속 꼴찌팀이 20승 투수 한 명 영입했다고 우승 경쟁을 한다던가(심지어 주축 타자가 반 시즌을 날렸는데도 불구하고), 과도한 스카우터의 현장 개입, 에이전트를 배제한 선수 계약, 트레이닝 파트와 배팅볼 투수, 심지어 불펜 포수가 성적 향상에 핵심 요소로 묘사(중요하다는걸 부인하지는 않지만, 과했습니다)되는 등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그 외에도 많습니다.

그래도 인기를 끌만한 재미는 있었기에 만족합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25/01/03

오징어게임 2 (2024) - 황동혁 : 별점 2점

전작의 성공을 기반으로 돌아온 작품. 전체 7부작입니다. 새해를 맞아 하루만에 모두 감상해버렸네요.

장점은 등장하는 전통 게임들이 드라마와 잘 맞아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5인 6각’ 게임은 팀워크를 강조하며 참가자들 간의 유대감을 형성하게 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짝짓기 게임’을 통해 인간의 본질적인 이기심과 잔인함을 되새기게 만들고요. 특히 박용식 모자가 찢어지는 장면이나 래퍼 타노스 팀의 분열은 이러한 주제를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앞서의 분위기와 상반되는 장면이라 더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또 다른 장면으로, 오영일(이병헌 분)이 방에 먼저 들어와 있던 참가자를 살해하는 장면은 그의 잔인함을 부각시키며 이 게임이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데스게임’임을 새삼 각인시켜줍니다.
그 외 게임과 참가자들 이야기도 소소하게 재미있었습니다. 성기훈이 다시 게임에 참가하는 과정에서의 딱지남과의 러시안 룰렛 장면도 높은 몰입도를 선사하고요.

그러나 성기훈의 계획이 전혀 치밀하지 않다는 단점은 너무 큽니다. 밖에서 오랜 시간 준비하고 큰 돈을 들여왔음에도, 다시 게임에 참가한 뒤에는 별다른 계획 없이 그저 살아남기에 급급할 뿐이니까요. 그나마 준비했던, 고용한 용병들의 게임장 난입이라는 계획도 쓸만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게임장을 찾지도 못했지만, 난입이 성공했더라도 병력 차이로 성공할 가능성은 낮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게임 측의 저격수들까지 고려하면 더욱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고요. 저격수의 존재나 병력 규모를 대충이라도 아는 사람이 세운 계획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허술해요.

이러한 무계획은 성기훈이라는 캐릭터의 일관성을 훼손하는 최악의 결말로 이어집니다. 성기훈은 초반에는 참가자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게임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가 5:5로 갈린 이후에는, 밤에 습격 사건이 일어날 것을 예측하면서도 희생자들을 방치합니다. 게임 주최측을 습격하기 위해 희생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는데, 앞서의 행동과 너무 달라서 당황스러웠어요.
기훈의 반란 계획에 동참하는 다른 참가자들의 태도 역시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살아남기만 하면 수억 원의 돈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일면식도 없던 성기훈의 말에 따라 돈을 포기하고 사지로 들어간다는 설정은 현실적이지 못했습니다.

캐릭터의 매력 또한 시즌 1에 비하면 떨어집니다. 특히 빌런 캐릭터의 부재가 아쉽습니다. 시즌 1의 장덕수처럼 강렬한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 없어 전반적으로 긴장감이 줄어들었습니다. 래퍼 타노스는 배우부터 비호감이었을 뿐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가 짜증을 유발해서 몰입을 방해했습니다. 연기도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요. 소규모라도 조직(?)을 이끌만한 인물로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임정대(송영창)도 마찬가지입니다. 빚이 많을 뿐, 완력이나 지력,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해서 빌런 우두머리로는 영 아니었습니다. 박수무당 역시 과장된 설정과 연기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이렇게 과장된 인물들이 드라마에 꼭 필요했는지 의문입니다.
코인 투자 실패자들이 많은건 세태를 반영했겠지만, 너무 많아서 뻔하다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흥미로운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이야기의 설득력과 캐릭터의 매력 측면에서 부족했습니다. 다음 시즌은 모쪼록 짧게 끝나기만을 바랍니다.

2024/12/27

전생 귀족, 감정 스킬로 성공하다 - season 1 (2024) : 별점 1.5점

미래인 A의 라이트 노벨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입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하였습니다. 이세계 전생물과 전략 시뮬레이션의 특징을 결합한 작품입니다. 총 12화 구성입니다.

약소 영주의 아들이자 주인공인 아르스가 사람들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스킬을 활용하여 인재를 발굴하고, 자신의 영지를 발전시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 중, 약혼녀 리시아의 야망이 높아 경계했지만, 그녀의 야망은 "훌륭한 사람의 아내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는 설정은 독특했습니다. 기존 이세계물에서 흔히 다루지 않는 감정과 야망의 조화가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약소 영지에서 점차 세력을 키워가는 과정도 꽤 몰입감이 있는 편이고요. 아르스가 '감정' 말고는 능력이 없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단점이 더 큽니다. 우선 아르스가 전생에 샐러리맨으로 살며 게임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왜 그 능력이 이세계에서 감정 스킬과 연결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합니다. 때문에 설정에 몰입하기 어렵습니다. "신만이 아는 세계"처럼 미연시 마스터까지는 아니더라도, 샐러리맨 시절 즐겼던 게임과 실력에 대해서는 선보였어야 이야기가 더 실감났을겁니다.

타인의 능력을 게임처럼 확인할 수 있다는 설정도 너무 흔하고 전형적입니다. 게다가 능력을 숫자나 명칭으로 단순하게 나누고, 이게 곧바로 실적으로 연결된다는건 전혀 와 닿지 않았습니다. 현실적으로 사람이 그렇게 명확히 분류될 수 없으니까요. 이런게 가능하다면 대기업 입사에서도 MBTI를 측정해서 사람을 분류하여 배치하겠지요. 하지만 그게 가능할리 없잖아요?

아르스의 영지를 위해 모이는 주변 가신들 이야기도 진부합니다. 주인공의 이상에 공감하고 따르는 과정이 지나치게 평범하며, "삼국지" 등 고전 군웅물과의 차별점을 찾기 어려운 탓입니다. 가신 개개인의 서사도 비중이 들쭉날쭉하고요. 특히 로젤과 밀레이유부터는 능력조차 제대로 표현되지 못합니다. 솔직히 로젤은 왜 나오는지도 잘 모르겠더군요. 능력은 밀레이유와 겹칠 뿐더러, 10살도 안된 아이를 전장에 군사로 투입하는게 말이나 됩니까?

연출과 음악도 별볼일 없어서 화려하거나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이 거의 없으며,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엔 부족합니다. 딱 한 가지, 밀레이유와 리츠의 시합에서 추격씬은 조금 웃기기는 했습니다만... 그저 그 뿐입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흔해빠진 이세계 전생물의 하나입니다. 구태여 찾아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더 볼 생각은 없네요.

2024/12/22

황제가 돌아왔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몰락과 부활 (2024) : 별점 1.5점

2024년 최신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1968년 컴백 스페셜에 얽힌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공연없이 쓰레기같은 영화 출연에 일관하다가, 비틀즈 등 신예 밴드들이 급부상하며 경력이 위기에 처했던 시점에서 다시 한번 방송을 통해 대중 앞에 서게 된 과정을 상세히 보여줍니다. 작년에 영화 "엘비스"를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때문에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장점으로는 다큐멘터리에 사용된 풍부한 자료 화면들을 들 수 있습니다. 당연히 1968년 컴백 스페셜에서의 공연 장면이 많은데, 이 장면들은 리마스터링된 듯한 선명한 화질로 멋진 공연을 감상할 수 있게 해 줍니다. 특히 컴백 스페셜의 백미였다는, 엘비스가 팬들과 가까이 교감하며 펼친 잼 세션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지금으로 따지면 "음악캠프"같은, 토크와 음악이 어우러지며 라이브를 펼치는데, 여러모로 엘비스의 스타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아내였던 프리실라 프레슬리를 비롯, 브루스 스프링스틴, 바즈 루어만, 코난 오브라이언, 빌리 코건, 달린 러브 등 다양한 유명인들이 출연하여 엘비스의 삶과 음악, 그리고 컴백 스페셜에 대한 여러 의견을 제공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특히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엘비스에 대해 극찬한 내용은 아주 강렬했어요. 

그러나 별로 재미는 없습니다. 영화와 차별화되지 않은 탓이 큽니다. 엘비스가 매니저 파커에 의해 마치 가스라이팅을 당하듯 조종당하며, 저급한 영화 출연에 열중하다 경력을 망치는 과정은 흥미롭다기보다는 지루했고요. 확실히 조롱거리로 보였던, 엘비스가 영화에서 'Old Macdonald had a farm'을 부르는 장면같이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없지는 않지만 드뭅니다.
또한 제목처럼 몰락, 그리고 1968년 컴백 스페셜 공연을 통해 엘비스가 어떻게 부활했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몰락은 쓰레기 영화에 나왔다는게 전부입니다. 엘비스의 명성과 수익 등이 어떻게 됐는지는 알려주지는 않고요. 흥행 실패작에 출연했던 팝스타들은 부지기수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몰락했다고 하지는 않지요. 몰락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근거를 제시해 주었어야 합니다.
부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공연 장면들은 훌륭했으나, 그 공연이 그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거나 설명해 주지는 못합니다. 애초에 몰락에 대한 근거가 없으니, 부활에 대한 근거가 없는건 당연하지요. 이래서야 '몰락과 부활'이라는 제목을 붙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 전반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영화를 한 번 더 보는게 나은 선택일거라 생각됩니다. 

2024/11/24

하승진의 유튜브 콘텐츠 "턴오버" : 시즌 1 완결 - 별점 3점

하승진의 "턴오버"는 프로 농구 선수를 꿈꾸지만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에게 재도전의 장을 열어주는 취지로 진행한 유튜브 컨텐츠입니다. 작년 9월부터 거의 1년여 진행했는데 얼마 전 시즌 1이 완결되었습니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들이 KBL 드래프트를 목표로 훈련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유튜브 영상으로 만든 것으로, 훈련 뿐 아니라 재활, 연습 경기 및 개인 브이로그까지 다양한 종류의 컨텐츠를 담고 있습니다. 

농구를 좋아하기에 보게 되었는데, 오랜만에 진정한 '열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도저히 넘지 못할 것 같은 벽을 열정 하나로 넘어서려는 선수들의 모습은 큰 울림을 주기 때문입니다. 또 이런 열정, 울림은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특성 덕분에 극대화되고 있습니다. 선수 개개인에게도 포커스를 맞추는 장면과 컨텐츠가 많은 덕분이지요. 팀원이 10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보다 밀도있는 이야기를 가능케 해 주었고요. 이런 류의, 프로 도전에 실패했던 청춘들의 재도전을 담은 "청춘 FC"도 재미있게 보았었는데, 그보다는 훨씬 마이크로한(?) 느낌을 줍니다.

그러나 해피엔딩이 아니었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최강 야구"에서 프로 지명 선수가 나왔을 때 느꼈던 감동을 또 느껴보고 싶었는데, 확실히 현실의 벽은 너무 높더군요. 유튜브이기에 가질 수 있었던 장점도  분명 있지만, 방송사와 비교하면 여러모로 자본력의 부족함도 느껴졌고요. 이게 방송사에서 방영된 컨텐츠였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듭니다. 정희현 선수가 일본 B3 리그에 진출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해요. 최소한 이승구 선수는 선발될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3점. 하태 컴비가 시즌 2를 언급하던데, 재미있게 보기는 했지만 시즌 2는 조금 더 자본력을 투입할 수 있는 곳에서 했으면 합니다. 

2024/11/20

이자카야 신칸센 (2021) - 별점 2.5점

"이자카야 신칸센"은 2021년부터 방영된 일본 드라마로, 보험회사 직원 타카미야 스스무가 출장 후 신칸센을 타고 돌아오는 길에 현지의 음식과 술을 테이크아웃하여 기차 안에서 즐기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제츠메시 로드"와 마찬가지로 티빙을 통해 감상하였습니다.

일본 각 지역의 특산물과 향토 요리를 소개하며, 신칸센이 마치 이동하는 이자카야로 변신하는 독특한 설정이 특징으로 신칸센 안에서 현지 음식을 즐긴다는 발상은 기존의 음식 드라마와는 차별화되며, 신칸센과 음식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 새로운 재미를 선사합니다. 또한 일본 각 지역의 특산물과 술, 향토 요리를 상세히 소개하여 음식에 관심 있는 시청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짧은 러닝타임도 강점입니다. 약 23분 내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어 부담 없이 간단히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드라마라는게 거의 없으며 매 에피소드가 비슷한 패턴으로 진행되다 보니 시청자에 따라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드라마라고는 원하는 음식과 술을 구하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생긴다거나 하는게 전부거든요. 그나마 '이자카야 신칸센'을 주인공 타카야마 스스무에게 전수해준 선배가 등장하는 에피소드 정도만 신선했을 따름입니다.
신칸센 내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배경의 변화가 적어 시각적 다양성도 부족합니다. 게다가 신칸센으로 오가는 지역 역시 우츠노미야 역, 신아오모리 역, 센다이 역 등 비슷한 장소가 반복해서 등장해 단조롭습니다.
음식과 술 역시 촬영도 좋고, 거의 다 맛있어 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도저히 구해 먹기 힘든게 대부분이라는 점도 좀 아쉬웠습니다. 맛 설명도 부족한 편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자카야 신칸센"의 설정만큼은 확실히 매력적입니다. 우리나라로 현지화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선술집 KTX"라는 이름으로 부산역에서 서울역까지의 여정을 다룬다면 어떨까요? KTX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각 역별로 구성된 음식, 술, 디저트를 즐기는 내용으로요. 부산역에서 출발해 테이크아웃할 메뉴를 구성한다면, 다음과 같은 조합이 떠오릅니다.

  • 술: 부산역에서 프리미엄 막걸리 '복순도가'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부산역 매장에서만 파는 상품이 있으니, 술 좋아하는 분이라면 놓치면 안됩니다.
  • 음식: 부산에서 가장 유명한 삼진어묵 매장이 부산역 근처에 있지요. 바삭한 어묵 고로케, 쫄깃한 치즈 어묵, 고소한 맛의 야채 어묵이 특히 추천할 만합니다.
  • 디저트: 부산의 유명 빵집인 '비엔씨 도넛 부산역점'에서 판매하는 파이 만주가 유명합니다.

다른 지역은 제가 내려보지 못했는데, 이런 식으로 구성해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네요. 

하여튼,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24/10/13

제츠메시 Road 시즌 1, SP - 별점 2점

티빙을 통해 감상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인 주인공 타마오가 매주 금요일 저녁 출발해서, 아무 지방으로나 내려가 차에서 1박 후 '제츠메시'를 먹고 돌아오는 여정을 그린 드라마입니다. '제츠메시'는 말 그대로 곧 사라질지 모르는 동네 식당의 음식입니다. 보통 주인이 나이가 많은데 후계자가 없는 식당들이 대부분이더군요. 

"고독한 미식가" 히트 이후 쏟아진 유사한 형태의 짤막한 일상계 구루메 드라마로, 평범한 주인공이 실존하는 평범한 식당에서 한끼를 해결하는 내용이라는 점은 동일합니다. 차로 지방을 이동해서 '차박'을 하고, '제츠메시'를 일부러 찾아 먹는다는 차이점만 있을 뿐입니다. 그래도 아내와 딸이 아이돌 그룹 티어드롭스의 광팬이라서 주말마다 콘서트를 따라다니기 때문에 주말에 차박을 할 수 있다던가, 용돈 한도 내에서 여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차박을 한다는 설정은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재미는 없어요. 일단 제츠메시 부터 별 감흥이 없습니다. 워낙 지방들이라 어차피 제가 먹으러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 특별한 요리도 없으니까요. 
타마오의 회사 생활과 가족 이야기도 진부한 설정 - 직장에서는 상사와 후배 사이에 치여 살고, 집에서는 아내와 딸 사이에 치여 사는 연약한 가장 - 을 답습하고 있어서 지루하기만 했습니다. 차라리 차박을 하던 중에 폭주족들의 습격을 받는다던가, 차박 동료 츠토무와 만난다던가, SP에서처럼 너무 추워서 얼어죽을 뻔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차박 관련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었는데 짧아서 아쉬웠어요. 

그래서 별점은 2점. 워낙에 짧아서 잠깐 잠깐 보기는 괜찮은데, 딱히 챙겨볼 필요는 없습니다.

2024/07/03

테라코타 전사들의 수수께끼 (2024) : 별점 4점

넷플릭스에 올라온 신작 다큐멘터리. 관련 책도 몇 권 읽어보았을 정도로 진시황릉을 다룬 이야기는 좋아하기에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시청 전까지만 해도 단순히 미국인들의 동양 문화에 대한 관심거리 발굴에 그치는게 아닐까?', 진시황릉에 집중한 관광 홍보물같은 내용이 아닐까? 싶었는데,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진시황릉 자체보다는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진시황릉 주변 발굴 결과에 집중하고 있는 덕분입니다.
우선 황릉과 그 주변 조사를 통해 심각한 인위적 훼손이 있었다는걸 알려줍니다. '테라코타 전사들'이 모두 부서지고 흩어진채 강한 불길에 휩싸였었고, 주변 건축물들 위치에서도 마찬가지로 무너지고 불탄 흔적들이 발굴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클라이막스는 황릉 근처에서 발굴된, 크고 제대로 된 무덤의 주인이 누구냐는 조사입니다. 진시황 사후 1년 남짓한 기간에 매장되었는데 과연 누구였을까요? 호해를 제외한 황족들은 대부분 참살당했고, 유명한 장군도 없었는데 말이지요.
이런 점에서 이 다큐는 역사 추리물의 느낌을 물씬 풍기며, 여기에 더해 당시를 충실히 재현한 드라마가 함께 펼쳐져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호해와 조고는 다른 관련 그 어떤 영상물보다도 잘 어울려보였어요.
다큐스러운 부분도 놓치지는 않습니다. 황릉 주변에서 발굴된 유골로 당시 후궁들이 사체가 토막난 잔혹한 형태로 순장당했다는 것, 왕자와 공주들도 떼죽음 당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식으로요.

하지만 다큐로서의 한계도 명백한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는 점이 그 중 하나입니다. 첫 번째 수수께끼인 황릉을 덮친 인위적인 재해가 무엇이었는지?부터 본다면, 이는 당연히 항우를 중심으로 한 반란군의 파괴 행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란군에게 수도가 점령당한 뒤 3개월 동안 불탔다는 역사적인 기록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다큐에서는 가능성 정도만 언급하며, 명확한 답은 피하고 있습니다.
황릉 근처 무덤 주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다큐에서는 "사기"에서 언급되었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대신 황릉 근처 매장을 허락받은 '고 황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론합니다. 발굴된 치아로 주인공이 20대 청년임을 확인할 수 있기도 했고요. 그러나 다큐에서는 훼손이 심해 복원과 조사에 오랜 시간이 걸릴 관을 통째로 연구실로 옮기는 장면으로 마무리될 뿐입니다. 추후 관에서 인장같은 증거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속 시원하게 답을 내 주지는 않아요.

그래도 전반적으로 깊은 흥미를 자아내는 좋은 시청 경험이었습니다. 재미와 지식을 동시에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 제 별점은 4점입니다.

2024/04/13

약사의 혼잣말 Season 1 (2023) - 나가무라 노리히로 : 별점 3점

<<아래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루 녹청관에서 기녀의 딸로 태어나 동네 의사의 의붓딸로 자란 마오마오는 인신매매단에 의해 납치되어 후궁으로 팔려갔다. 그곳에서 독이 들어있는지를 먼저 판단하는 시식 담당을 맡게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배우고 익혀왔던 의학 기술과 면역력 등을 무기로 스스로의 입지를 굳히고, 여러 사건을 해결했다. 그 결과 후궁의 최고 관리자라 할 수 있는 진시의 눈에 들어 그의 직속 하녀가 되었다. 목숨을 걸고 진시의 생명을 구한 뒤, 궁에서 군사로 재직 중인 아버지 라칸의 도발과 대결에 응하게 되는데...

전 24화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넷플릭스로 감상하였습니다. 명나라 정도 시기의 중국 황궁을 무대로, 궁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건을 마오마오가 해결하는 추리물입니다. 추리물 시리즈 애니메이션은 정말 오랫만이네요.

전반부, 마오마오가 후궁에서 일할 때에는 여인들간의 암투와 애증 관계로 빚어지는 사건이 많고, 중반 이후 진시의 하녀가 되고 나서는 진시와 황제의 생명을 노리는 음모와 마오마오의 출생의 비밀에 대한 꽤 길고 굵직한 드라마가 전개됩니다. 
덕분에 중반 이후 이야기는 추리 비중이 낮은 편이라서 개인적으로는 전반부가 더 흥미로왔지만, 후반부도 나쁘지는 않아요. 진시의 생명을 노린 음모를 밝혀내는 마오마오의 활약도 잘 그려져 있고, 마오마오의 친부라칸과 생모의 슬픈 과거사도 아주 좋았거든요. 마오마오가 라칸과 대결을 펼쳐 이긴 뒤, 생모를 낙적시키도록 유도하는 계획도 자연스럽게 그려지고요. 이를 위한 과거의 복선들도 충실히 깔려있는 편입니다.

마오마오가 모르는게 없다시피한, 지식계의 먼치킨으로 등장하는데다가 꾸미면 이르기까지 하다는 설정은 과했고, 중간중간 납득이 안되는 부분 - 라칸과의 무모한 승부와 같은 - 이 있어서 몰입을 간혹 방해하기는 합니다. 그래도 추리와 재미 모두 기본 이상은 해주는 재미있는 시리즈였어요. 다음 시즌이 기다려지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24/03/20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 (2024) : 별점 3점

 'We are the World' 노래 녹음 당시, 그야말로 탑 오브 탑이라 해도 무방했을 팝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하룻밤동안 녹음을 진행했던 과정을 당시 촬영본 중심으로 알려주는 다큐멘터리. 노래의 창작 과정과 녹음 과정이 상세하게 소개됩니다.

각 가수별 파트가 어떻게 정해졌는지, 녹음을 어떻게 했는지와 같은 녹음 과정의 디테일은 물론이고 다이애나 로스가 굉장히 소녀 감성을 가진 착한 아가씨였다던가, 밥 딜런은 적응을 잘 하지 못했으며(눈빛부터가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수준) 노래에도 제대로 동참하기 어려워 했었고, 해리 벨라폰테가 소개될 때 모두 그의 히트곡을 합창해주었다는 등의 소소하지만 인간미넘치는 이야기들이 신선하고 재미있었습니다. 프린스를 초대하기 위해 실라 E를 이용한 등의 비즈니스적인 행태도 눈에 띄였고요.
마이클 잭슨 혼자서만 뮤직 비디오에서 솔로 파트(?)가 있었던게 항상 궁금했었는데 그 의문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스타들과는 다르게 혼자서 AMA (American Music Award)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먼저 와서 녹음을 했었던 덕분이더군요.

가수들 대부분의 전성기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이 중 당대에는 이미 한물 갔다 여겨졌지만 밥 딜런이 초대되어 참여한게 참으로 다행이다 싶어요. 일반적인 팝 보컬이 아닌 자기만의 방식을 곁들여 곡을 풍성하게 해 준 공도 있지만, 지금은 이미 잊혀져버린 반짝 스타들이 많았던데 반해 밥 딜런의 명성은 영구불멸할테니까요. 라이오넬 리치, 브루스 스프링스턴, 휴이 루이스, 신디 로퍼 등이 지금도 정정한 모습으로 등장해서 당시 추억담을 함께 들려주는 것도 반가왔던 부분이었고요. 브루스 스프링스턴은 정말 똑같더라고요!

한가지 아쉬웠던건, 완성된 위아더월드를 엔딩 크레딧과 함께 틀어주는데 이왕이면 뮤직 비디오로 함께 틀어주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아요. 앞에서 보기는 했지만, 각자 보컬을 맡은 부분을 합쳐진 완성된 영상과 함께 보고 싶었거든요. 아래처럼 소개도 함께 되었더라면 더욱 좋았을겁니다.

그래도 80년대를 보냈던 팝 키드 중 한명으로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어지간한 영화보다는 재미있기도 했고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