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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31

지구의 방과 후 (地球の放課後) 1~6 - 요시토미 아키히토 : 별점 1.5점


<<이트맨>>
의 작가 요시토미 아키히토의 서바이벌 하렘 SF.

작품의 편차가 큰 작가로 이전에 읽었던 <<이트맨>>은 대박, <<스쿨인어>>는 중박, <<레이>>가 쪽박이었습니다. 중복 이상일 확률이 60%가 넘기는 한데.... 아쉽게도 이 작품은 쪽박입니다. 서바이벌 하렘 SF라는, 인기있을만한 요소는 다 때려넣었지만 뭐 하나 마음에 드는게 없더라고요.

우선, 서바이벌 만화로는 빵점입니다. 소녀 3명, 소년 1명만이 살아남은 도쿄 중심가에서의 삶을 그리고 있는데 위기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에요! 단지 사람들이 사라졌을 뿐, 모든 필요한 용품들은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삶은 어렵지 않고, 약간의 불편함도 오히려 캠핑같은 묘사로 즐거움만 가득합니다. 드럼통 목욕이라던가, 비료로 쓰기위해 밭 가까이에 설치한 화장실이 좋은 예지요. 너무나 행복해서 '방과 후'라고 부르며 이러한 삶을 만끽하는 아이들의 묘사를 본다면 그 누구도 이 작품을 서바이벌 만화라고 부를 수 없을거에요.

하렘물로는 어떨까요? 역시나 함량 미달입니다. 거유 안경녀, 장발 츤데레, 단발 로리라는 인기를 끌 만한 캐릭터는 모두 긁어모았지만 성격이라던가 행동거지 모두도 전부 어디서 본 듯 할 뿐더러 무엇보다도 작화가 부족하여 별다른 매력을 느끼기 어렵거든요. 그야말로 색기 제로로 기묘한 설정은 나름 잘 하지만 매력적인 여성을 그려내지는 못했던 작가의 실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결과물입니다.

그나마 SF쪽 설정이 조금 괜찮은 편입니다. 지구를 구하기 위해 이러한 현상 (팬텀의 습격)을 일부러 일으켜 미래로 사람들을 납치한 것이라는 진상은 억지 투성이라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진상에 이르기까지 아주 조금씩 드러나는 복선은 제법 흥미를 유지시켜주거든요. 주인공이 갑자기 타임슬립을 한다던가, 주인공과 다른 세 명의 소녀가 모두 수학 천재라던가, 전혀 다른 장소에 있던 생존자들 그룹 리더가 동일 인물이었다던가 등이 그러합니다.

하지만 장점은 미미할 뿐 전반적으로는 망작이라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군요. 긴장감과 색기 제로의 방과 후 이야기는 다 집어 치우고 팬텀의 습격 와중에 생존자 들이 수수께끼를 찾아나가는 이트맨 스타일 전개의 한권짜리 단편으로 발표하는게 훨씬 나았을 겁니다.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구해보시지는 마시길. 시간 낭비일 뿐입니다.

2018/07/29

대구 - 마크 쿨란스키 / 박중서 : 별점 3점

대구 - 6점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이런저런 음식 관련 저서로 잘 알려진 마크 쿨란스키의 또 다른 역작.

"세계의 역사와 지도를 바꾼 물고기의 일대기" 라는 부제 그대로 대구라는 물고기가 인류 역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상세하게 알려주는 일종의 미시사 서적으로, 바이킹의 장기간 해외 원정이 가능했던 이유는 풍부했던 대구의 장기 보존 방법을 깨우쳤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이후 대구를 소금에 절이는 방법을 알아낸 바스크인들이 대구 무역 시장을 세계적으로 확장시켰고, 영국 뉴펀들랜드의 대구 어업이 시작된 후 신대륙 대구 어장을 둘러싼 강대국의 세력 다툼 속에서 거대한 어항, 도시가 생겨나고, 현대에 접어들어 국가별 배타적 수역 설정과 대구 남획으로 인하여 이 도시들이 쇠퇴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또 단순히 역사적인 사실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대구를 잡아서 처리하는 방법이 어떻게 진화하여 남획에 의한 고갈 사태에 이르렀는지, 세계 각지의 대구를 이용한 요리들은 어떤지 그 레시피까지 50여 페이지에 걸쳐 소개하는 등 그야말로 대구에 대해서는 총 망라되어 있어서 대구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게다가 이러한 내용을 재미있게 만드는 마크 쿨란스키의 글 솜씨가 정말 탁월하네요. 도무지 재미가 없을 것 같은 내용인데 한번 손에 잡으면 내려놓기가 쉽지 않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대구 때문에 북아메리카에 식민지가 생겨난 건 아닐테고, 보스턴도 유럽과 유럽의 식민지가 열렬히 원하던 뉴펀들랜드의 대구를 중계하는 무역에서 비롯되었다던가 대구가 가난한 식민지 뉴잉글랜드를 국제적 상업 세력으로 격상시켰다는 것은 조금은 지나친 비약으로 느껴지긴 했습니다. 물론 그만큼 상세한 근거를 제시해 주고 있기는 합니다만 글쎄요... 미국 독립 전쟁까지 엮는건 비약 아닐까요?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생산하는 노동 집약적 노예 무역이 저렴한 식량인 대구의 보급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주장도 마찬가지고요.
또 당연한 현실인 남획으로 인한 어장 고갈 이후의 이야기가 지나치게 긴 것도 조금 지루했습니다. 가장 공들여 취재가 이루어진 부분인건 맞지만 결론은 신세 한탄 외의 대안이나 미래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분량을 이렇게까지 할애할 필요가 있었을지 의문이었거든요. 마지막으로 도판이 부실한 것도 옥의 티입니다.

그래도 단점은 사소하며 가치와 재미가 어디 갈 정도는 아닙니다. 별점은 3점. 이런 류의 미시사, 인문학 서적을 좋아하신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관심이 없으시더라도 마크 쿨란스키의 마법과 같은 글솜씨를 보기 위해서라도 한 번 읽어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그나저나 읽다보니 대구 요리가 먹고 싶어지는데 조만간 대구 지리나 한 번 먹으러 가야겠네요.

2018/07/28

신라 탐정 용담 - 이문영 : 별점 2.5점

신라 탐정 용담 - 6점
이문영 지음/웃는돌고래

통일 신라를 무대로 황룡사의 사미승 용담이 탐정으로 활약하는 역사 추리물. 블로그 지인인 초록불님의 저서로 초록불님의 도움으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 선물받았는데 리뷰가 많이 늦었네요. 이 자리를 빌어 사과와 감사의 말 전해드립니다.

총 3편의 (앞서 용담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인트로격 짤막한 이야기 한편이 있긴 합니다만)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으며 주인공인 탐정역 용담 외에도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 중 용담과 컴비를 이루는 또다른 주인공 격 인물은 고구려계 화랑인 연문덕입니다. 등장하는 모든 사건에 주요 인물로 휩쓸리는 사건 관계자로 추리적으로는 "증인 1" 정도의 비중이지만 고구려 계라는 특징으로 대부분 사건의 동기인 신라계와의 갈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죠.
이러한 효과적인 동기 외에도 역사학자이신 초록불님의 저서답게 역사에 충실한 디테일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황룡사 살인사건>> 에서의 신라의 골품 제도를 비롯한 화랑들의 구분 및 오래전 소실된 황룡사 9층 목탑에 대한 상세한 소개, <<흑의장창말보당주 살인 사건>> 에서의 '흑의 장창 말보당주' 와 신라의 부대 운영 체제, <<발해 공주 실종 사건>> 에서는 당시 신라와 발해의 관계 및 전편에 이어지는 신라의 부대 운영 체제 등이 그러합니다.

또한 이러한 역사적 디테일이 배경 묘사에 그치지 않고 사건, 트릭, 동기에 잘 녹여져 있어서 재미를 더해줍니다. <<황룡사 살인사건>> 에서는 당대 신라의 다도 문화를 소개하면서 이를 독살의 핵심 트릭에 응용하고 있으며 <<흑의장창말보당주 살인 사건>> 에서는 고구려의 신기인 동명성왕의 활이 동기이고, <<발해 공주 실종 사건>> 에서는 당대 쇠뇌 구조를 소개하며 이를 원격 조종하는 트릭이 등장하는 식이거든요.

하지만 아쉽게도 추리물로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하긴 역사 추리물을 표방한 대부분의 작품들이 추리적인 부분에서는 정통 추리물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게 사실이죠. 이는 거장 존 딕슨 카조차 어쩔 수 없었던 점이고요. 아무래도 사건과 추리에 분량을 할애해도 모자랄 상황에서 역사적인 설명과 소재 묘사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는 탓입니다. 
그래도 장편이라면 이런 배경 묘사가 가능할 수 있지만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모두 단편이라 이러한 단점이 더욱 도드라집니다. 세가지 이야기 모두 독자도 범인을 쉽게 추리할 수 있을만큼 범인과 트릭이 빨리 드러나 추리의 여지가 많지 않고, 해결 과정도 급작스럽다는 점 역시 단편이었기 때문에 보인 한계였다고 생각되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앞서 말씀드린대로 추리적으로는 점수를 줄 만한 부분이 많지 않아서 감점합니다. 제가 읽기에는 지나치게 "젊은" 작품이기도 했고요. 허나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통일 신라 무대의 '역사 추리물' 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최소한 '역사' 부분 만큼은 잘 설명되어 있는 작품인 만큼 조금 어린 학생들이 읽으면 좋을 듯 싶습니다.

덧붙이자면, <<황룡사 살인 사건>> 에서 다도를 이용한 트릭, <<발해 공주 실종 사건>> 에서 등장한 쉽지만 맹점을 찌른 인간 소실 트릭은 괜찮았던 만큼 차라리 <<황룡사 살인 사건>> 만 보다 충실하게 추리적인 서사를 덧붙여 보다 성인 취향의 장편 분량으로 발표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네요.

2018/07/27

퍼시픽 림: 업라이징 (2018) - 스티븐 S. 디나이트 : 별점 2점




출장 중 비행기에서 본 영화도 이제 떨어져 가는군요. 거대 괴수와 거대 로봇이 격돌하는 남자아이의 꿈 같은 영화 속편입니다. 

일단 전작에 비해 거대 로봇 예거의 액션 장면만큼은 절대적으로 늘었습니다. 모든 액션이 야간이 아니라 주간에 벌어진다는 것도 큰 특징이고요. 덕분에 시각적인 볼거리는 더 많았습니다.
또 이미 끝난 줄 알았던 카이주와의 전쟁이 다시 시작되는 상황과 급작스러운 전투로 예거 기지와 조종사들이 많이 망가지고 다쳐서 주인공과 제자들이 출격할 수 밖에 없는, 일종의 성장기스러운 과정 묘사도 나쁘지는 않았어요. 원전격인 일본 애니메이션스러운 느낌도 나고 말이죠.

하지만 좋은 작품이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이유는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과 매력이 무엇인지를 간과한 제작진과 감독 탓이에요. 손가락 하나만 움직여도 느릿느릿이지만 그야말로 거대한 쇳덩어리가 움직이는, 중력과 무게가 압도적으로 느껴졌던 전작에서의 느낌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예거들이 붕붕 날아다니면서 가볍고 잔망스러운 액션을 펼치고, 예거들의 특수 무기들도 철퇴를 제외하면 하나같이 가볍기 짝이 없는 등 거대 로봇 액션물답지 않은 묘사들은 전반적으로 실망스러웠어요. 빌딩 숲 속에서 싸우기는 하지만 거대함이 영 느껴지지 않는 촬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마디로 사람이 인형탈을 뒤집어 쓰고 몸을 날리는 특촬물같았달까요?

또 거대 로봇의 액션이 핵심이고 스토리나 캐릭터는 부수적이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쳐도 주인공이 도둑에서 갑자기 레인저 전사로 거듭나는 과정의 설득력이 전무하고, 악역으로만 보였던 샤오가 갑자기 주인공의 조력자로 거듭난다는, 기묘할 정도로 중국 돈냄새가 물씬 나는 식의 이야기는 정말이지 최악이에요. 전편의 히로인 마코의 허무한 퇴장도 아쉬웠던 점이고요.

뉴턴 박사가 카이주에게 지배당해 샤오, 그리고 인류를 배신하는 설정 하나만큼은 괜찮았는데 이 설정을 축으로 샤오는 등장시키지 말고 그냥 예거와 예거 개발자, 레인저 들 만으로 이야기를 푸는게 훨씬 나았을 겁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돈을 들인 티는 나는 만큼 시간을 죽이기 위한 킬링타임용으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기는 합니다. 허나 또 보라고 하면 글쎄요... 후속편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기대가 되지 않는군요.

2018/07/22

가제가오카 50엔 동전 축제의 미스터리 - 아오사키 유고 / 이연승 : 별점 2점

가제가오카 50엔 동전 축제의 미스터리 - 4점
아오사키 유고 지음, 이연승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헤이세이의 엘러리 퀸이라는 별명의 일본 작가 아오사키 유고의 단편집. 이전 장편들이 "~관" 시리즈였던 것에 반해 단편들 제목은 상당히 소박하네요. 표제작은 나름 엘러리 퀸의 패러디라고는 하지만요.

하여튼, 작가의 이전 작품들은 트릭과 추리의 과정만큼은 괜찮았던 정통 본격물임에는 분명했었습니다. 별명이 허언은 아닌 셈이었죠. 하지만 동기, 전개 등 전체적인 완성도 측면에서는 미흡한 부분이 없잖아 있어서 이야기를 충실하게 만들어가야 하는 장편보다는 트릭이 중심이 되는 단편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 왔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단편집이 발표되었네요. 작품 해설을 보니 이 단편집으로 가제가오카의 우라조메 탐정 시리즈 1기가 마무리된다고도 하고요. 

하지만 아쉽게도 단편들도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추리들 모두가 비약이 심해 설득력이 떨어지는 탓으로, 이는 장편에서 긴 호흡으로 쌓아올릴 수 있었던 논리가 단편 분량에서는 효과적으로 선보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읽으면서 차라리 만화였더라면 그나마 볼 만 했을텐데라는 생각만 들더군요. 빠른 호흡으로 시각적으로 정보를 전달해가며 전개할 수 있는 만화였더라면 그래도 설득력이 조금이나마 보완될 수 있었으리라 생각되거든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전형적인 학원 무대 일상계 청춘물인데 경쟁작이라 할 수 있는 <<소시민>> 시리즈나 <<빙과>> 시리즈에 비하면 추리적으로나 캐릭터 측면으로나 모두 미치지 못하는 범작입니다. 시리즈의 팬이시라면 한번 쯤 읽어볼만 하지만 그렇지 않으시다면 딱히 권해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수록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읽으시기 전 양해 부탁드립니다.

<<원플러스원 덮밥>>
학교 식당에서 금지된 식기 반출을 한 범인이 누군지 찾아낸다는 작품.

설정만큼은 학교를 무대로 한 일상계 추리물의 교과서 같은 느낌입니다. 정말 있음직하고 그럴듯한 이야기니까요. 우라조메 추리의 댓가가 식권 20장이라는 점도 역시나 일상계스럽고요.

하지만 추리적인 부분은 딱히 좋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전체적으로 추리라기 보다는 비약에 가깝기 때문이에요. 남겨진 트레이에 머리카락이 묻었다? 식판과 식기에 머리카락이 묻을 이유가 있을까요? 머리를 처박고 먹는 것도 아니고... 왼손잡이일 것이라는 추리도 말은 되지만 소스 개봉부를 얌전히 자주 쓰는 손 방향으로 놓아 두었다는 것은 비약이죠. 바람에 날려 떨어지거나 옮겨졌을 수도 있잖아요? 게다가 키에 대한 추리는 추리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180cm 이상, 아니면 160cm 이하 등 용의자 범위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숫자면 모를까, 180 m이하의 학생이라는 건 가제가오카. 재학생의 90% 이상을 차지할 거라 아무런 의미가 없는 숫자에요.
또 체육계 동아리라는 것 역시 지나친 비약입니다. 무엇보다도 식욕 때문에 운동계 동아리라고 추리한 건 정말이지 말도 안됩니다. 실제로 작은 체구의 사나에도 한그릇 뚝딱하는 덮밥이라고 묘사되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점심 시간에 중요한 회의를 한 동아리를 찾는다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개인적인 약속일 수도 있고, 정말 급하게 화장실을 가야만 했을 수도 있어서 이 역시 비약인건 마찬가지에요. 
마지막의 진상 - 여자친구가 돈가스 도시락을 주었는데 먹지 못하고 버린 후, 원플러스원으로 좋아하는 것 반, 돈가스 반을 시켜 젖가락만 지저분하게 해서 주었다는 것 - 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 비약이죠. 제가 저런 상황에 처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다 먹었던가 아니면 돈가스는 빼고 다 먹었을 겁니다. 왜 도시락을 버리고 구태여 식사를 또 시켰는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그래서 별점은 2점, 평범한 일상계 수준의 이야기이긴 한데 소설보다는 만화에 더욱 적합했을 이야기로 이렇게 비약이 심한 내용으로 빠르게 전개하는 것 보다는, 단서가 조금 더 적더라도 정교하게 이야기를 쌓아나가는게 좋았을 것 같네요.

<<가제가오카 50엔 동전 축제의 미스터리>>
표제작. 왜 신사 축제 노점에서 거스름돈을 50엔 짜리로만 주는지에 대한 수수께끼 풀이가 펼쳐집니다. 하지만 그냥 축제를 즐기는 내용이 이야기의 2/3 이상을 차지하는 작품으로 추리적인 부분은 그다지 눈에 뜨이지 않습니다. 잔돈 숫자를 증가시켜 사람들이 분실을 더 많이 하게 만드려는 의도였다는 진상 역시 설득력이 높다고 보기는 어려웠고요. 일본식 유타카 차림으로는 잔돈을 보관하기 어렵다는, 일본식 사고방식이 깔려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납득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이 작품 역시나 정보의 제공이 시각적이며 전개와 호흡이 빠른 만화가 더 어울렸을 이야기입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전형적인 클리셰라 할 수 있는 여름 축제가 무대라 더 그런 느낌이 강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리미야 리에코의 서드 임팩트>>
전작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이었던 하리미야 리에코가 등장하는 전형적인 일상계 청춘 미스터리. 그녀의 남자친구인 귀여운 후배 사오토메가 취주악부에서 왕따를 당하는 듯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우라조메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이야기입니다.

유노와 우라조메가 아니라 하리미야 시점의 이야기라는게 독특했던 작품으로 수록작 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추리가 펼쳐지는 작품입니다. 더위와 싸우며 연습하는 상황에 대한 강조, 취주악부 연습실에 널부러진 다양한 쓰레기들, 연습하는 곡과 독주 파트에 대한 언급 등 독자에 대한 정보도 굉장히 공정하게 제공되고 있고요.
또 불량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순진한 하리미야 리에코의 성장기 성격도 있고, 이 둘의 사랑을 응원하는 우라조메 덴마의 모습도 상당히 의외의 재미를 선사해 줍니다. 뭔가 애니메이션이나 라이트노벨 같은 커플이라고 느꼈던게 아닌가 싶지만요.

하지만 진상, 그리고 결말이 썩 개운치는 않습니다. 취주악부의 야마부키가 자신의 독주 연습을 위해서 사오토메를 일부로 쫓아내고 연습실로 쉽게 들이지 않은 상황은 일종의 왕따라고 해도 무방하잖아요, 협주 파트를 모두 함께 열심히 연습하고, 독주 파트는 시간을 정해 따로 연습하자고 하거나, 최소한 선풍기를 빌리려는 시도를 먼저 해 보는게 당연한데 말이죠. 이를 하리미야가 쉽게 납득하는 것도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그래도 평균은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천사들의 늦더위 인사>>
5년전 졸업한 시시도 선배의 노트에 적혀있던 두 소녀 소실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이야기.

서두에 유노와 사나에에게 노트에 묘사된, 일종의 백합 연애물같은 포즈를 취하게 하는 개그 외에는 딱히 눈여겨 볼 부분이 없는 태작입니다. 이유는 당연히 너무 작위적이기 때문이에요..
우선 아무리 학교 일에 관심이 없어도 모두가 대피 훈련을 하는 상황을 몰랐다는 것 부터가 말이 안됩니다. 우라조메의 추리도 두 소녀의 연극과는 무관하게 9월 1일이라는 날짜에 기인한 것인데, 날짜까지 적은 일기 같은 글에서 정말로 진상을 깨우치지 못한 건 이해할 수 없었어요. 예전에 매월 15일마다 실시했던 우리나라 민방위 훈련같은 거니까요.
소녀들의 소실은 사다리차를 이용한 탈출 훈련 때문이었다는 진상도 그럴 수 있었겠다 싶기는 하지만 장비에 준비가 필요하고, 탈출 순간의 환성도 있었을텐데 외부 상황을 몰랐다는 건 설득력이 너무 떨어지죠.

두 소녀가 껴안는 연극에 대한 유노의 반응은 여러모로 재미있고, 우라조메가 가오리 외에도 연극부 부장 가지와라 같은 지인이 있고 나름 학교 생활을 잘 한다는 묘사도 팬이라면 볼 만 하지만 추리적으로는 별로 건질게 없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그 꽃병에는 주의를>>
가제가오카가 아닌, 사립 히텐 학원 중등부를 무대로 우라조메의 동생 교카가 탐정으로 활약하는 일상계 소품. 복도에 놓인 꽃병을 깬 범인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나름 정교한 무대 설정으로 범인을 특정하고, 왜 범인이 꽃병을 가져왔는지 추리하여 동기를 밝혀내고, 그 결과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를 차분하게 설명해 주는 괜찮은 작품입니다. 특히 "물"의 사용법에 대한 추리 두가지가 아주 그럴듯했습니다. 구태여 생수를 구입한 건 화분이 깨진 장소를 위장하기 위해서!라는 추리에서 그게 아니라 처음에는 화병의 물이 필요했던 것! 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설득력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또 그다지 비중이 크지 않았던 교카의 학교 생활, 교우 관계 및 범인 야가라스의 논리적인 반박, 비야냥에 분노하는 모습에서 드러나는 성격 등의 디테일도 좋았고요.

문제는 야가라스의 말대로 나카자와와 소프트볼 부 아이들의 증언을 믿을 이유도 없고, 2층 교실에 사람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또 이렇게 한 방 먹은 다음에 재차 휴지통을 뒤져 폭죽을 찾아내는 것은 어설퍼 보였고, 왠지 극적인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억지스러운 설정에 불과하다 생각되었습니다.
또 교카의 캐릭터 설정 자체가 굉장히 만화적이라는 것도 문제입니다. 백합계 쿨데레? 친구 센도 히메마리도 만화 등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학생회 캐릭터라 너무 뻔했어요. 묘사를 디테일하게 하더라도 이렇게 뻔하면 딱히 깊이가 느껴지지는 않네요.

그래서 별점은 2점, 정말로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음직한 사건을 다룬 일상계라는 점, 교카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외전 형식의 성격은 마음에 들었지만 중반부 전개와 앞서 말씀드린 전형적인 캐릭터 묘사로 감점합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로 만화였다면 훨씬 좋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실린 짤막한 부록은 우라조메와 그의 아버지가 우연하게 사우나에서 마주친 순간을 그리고 있습니다. 우라조메 남매의 추리력은 아버지로부터의 유전임을 드러내는 이야기인데 추리에 있어 비약이 심한건 마찬가지며 워낙에 짧아 점수를 줄 만 한 부분도 없습니다.

보리 대 매켄로 (2018) - 야누스 메츠 페데르센 : 별점 1.5점



비행기 시간이 10시간을 넘어가니 영화 한두편 보는 건 일도 아니네요. 이 역시 지난 출장 중 감상한 영화입니다.

80~90년대만 해도 지금과는 다르게 몇몇 특정 종목은 국내에서 굉장히 인기가 많았습니다.해당 종목의 슈퍼스타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잘 알고 있었고요. 대표적인 종목은 누가 뭐래도 권투였지만 테니스 역시 제법 비중있게 소개되곤 했지요.
이 영화 속 비요른 보리는 80년대 테니스의 제왕으로 당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슈퍼스타였습니다. 코트위의 악동 죤 매켄로 역시 우승 횟수로는 보리의 상대가 되지 못하지만 독특한 캐릭터로 일세를 풍미했었고요.
이 영화는 이 두 명의 윔블던 결승전을 핵심으로 다루고 있는 스포츠 영화입니다. 당시 기억이 생생한 7080 세대이기에 감상하게 되었네요.

제목은 보리 대 매켄로이지만 영화 속 비중은 보리 쪽이 압도적입니다. 특히나 보리의 일대기를 일종의 성장기, 영웅담으로 그리고 있죠. 어린 시절 매켄로 못지 않은 야성을 지니고 시합하다가 코치의 도움으로 냉정함을 겸비한 기계같은 플레이어로 거듭난 후 최고가 되고 윔블던 5연패를 앞두게 된다, 허나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극도의 긴장감과 스트레스로 인해 부진을 겪고 주위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문제를 일으킨다. 하지만 우리의 영웅 보리는 결국 이를 극복하고 우승을 차지한다! 는 내용이거든요.

그러나 이에 반해 죤 매켄로의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악동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몇몇 장면들 외에는 별다른 비중도 없고 캐릭터도 평면적이에요. 악동 이미지와는 별 상관도 없는 짤막한 과거사와 아버지 이야기는 왜 나오는지도 모르겠고요. 무엇보다도 비외른 보리 역을 맡은 스베리를 그뷔드나손에 비해, 전혀 운동을 잘 할 것처럼 보이지 않는 샤이아 라보프의 연기가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는 예전 <<퍼펙트 게임>> 에서 말씀드렸듯 최동원에 비해 선동열의 캐릭터와 역할이 많이 아쉬웠던 것과 비슷한데, 이럴 바에는 "보리 대 매켄로"가 아니라 "비요른 보리" 라는 영화를 만드는게 훨씬 나았을 겁니다. 매켄로의 캐릭터는 떠오르는 천재 선수지만 싸가지가 없다 정도로만 묘사해도 충분했을 거에요.

그래도 매켄로의 캐릭터는 조금 아쉽다 정도이지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닙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테니스 경기 장면이 재미없다" 는 것이에요. 테니스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테니스 시합 장면의 긴장감은 그다지 잘 살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실황 중계 화면같은 느낌의 촬영인데 속도감도 느껴지지 않고, 시합을 하는 두 배우도 그다지 테니스를 잘 치는 것 처럼 보이지 않아 여러모로 실망스러웠어요.

때문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비요른 보리 선수에 대한 묘사는 확실히 출중하고 촬영과 디테일 모두 만족스러웠지만 사람들이 이 영화에서 기대하는 건 캐릭터가 아니라 시합 장면이지 않을까요? 별점은 1.5점입니다.

2018/07/19

커뮤터 (2018) - 자우메 코예트세라 : 별점 2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직 경찰이기는 하지만 손 뗀지 10년이 넘은 마이클은 보험 회사에서 짤린 직후 의문의 제안을 받는다. 특이한 가방을 지닌, 특정 역에 내리는 손님 "플린"을 찾아주면 10만 불을 주겠다는 것. 착수금 1만 5천불을 입수한 마이클은 열차내에서 수사를 펼치지만 점차 사람이 죽어나가며 자신이 찾는 '플린' 의 실체에 대해 알 게 되는데...


<<테이큰>> 으로 미중년 액션물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리암 니슨의 미중년, 아니 미노년 액션 스릴러. 최근 본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출장 중 비행기에서 감상한 작품입니다.

리암 니슨의 다른 액션물과는 다른 점은 주인공이 정말로 평범한 소시민이라는 점 - 심지어 당장 아들의 대학 등록금, 대출 때문에 정년까지 버텨야 하는데 갑작스럽게 해고 통고를 받고 당황해하는 장면까지 등장합니다 - 입니다. 게다가 늙기까지 해서 액션 측면에서 볼만한 부분은 별로 없습니다만 의외로 열차 내에서 플린을 찾는 과정만큼은 꽤나 흥미롭습니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지만 각자 자신만의 이유로 아님이 증명되는데 이러한 이야기가 전직 경찰인 리암 니슨에 의해 현실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대단하지는 않지만 나름의 복선도 잘 배치되어 있고요. 이러한 부분은 나무위키 해당 페이지에 굉장히 상세하게 분석, 소개되어 있으니 관심있으시면 참고하세요.

하지만 플린의 정체가 드러나고 나서 부터는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결정적인건 열차가 탈선하기 때문이고요. 우선 이렇게 최종 종착역에서 내리는 걸 막고 탈선을 감행하여 다 죽일 생각이었다면 악의 조직이 마이클을 이용하여 플린을 찾으려 한 건 대체 뭘까요? 증거품을 회수하기 위해? 그렇다 하더라도 아무나 탈 수 있는 열차에서 구태여 일반인 마이클을 10만불이나 주면서까지 고용해서 찾으려 한 이유는 설명이 어렵습니다. 돈도 주고 아내와 아이를 가지고 협박한다는 것도 말이 안되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작전이 너무나도 허술해요.
뒤이어 절친한 후배 머피가 범인이었다는 반전도 쌩뚱맞습니다. 마이클이 개입하게 된 (조직의 간택을 받은) 이유가 머피 탓인 것 처럼 묘사되는 것 역시 앞서 말씀드렸듯 이럴 필요 자체가 없고요. 플린이 가지고 있던 증거품이 필요했다면 열차 탈선 사고를 일으킨 후, 머피가 현장에서 증거품을 회수하는게 더 쉽고 간편한 방법이었을 겁니다.

아울러 앞서 말씀대로 늙어버린 리암 니슨이 과거와 같은 액션을 소화하기는 여러모로 무리였던 탓에 액션 영화로서의 쾌감이 약하다는 것도 큰 단점입니다. 미중년 액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음에도, 그리고 그닥 늙어 보이지는 않다 하더라도 작품 설정 상 60살에 경찰을 그만둔 지 10년이 지났으니 대단한 액션은 보여줄래야 보여줄 수도 없는데 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리암 니슨을 캐스팅 한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차라리 마지막 열차 탈선 장면은 다 빼버리고 무언가 다른, 명확한 시한 장치 (기차가 종점에 도착하면 아내와 아이가 죽는다!) 를 두고, 마이클이 사건에 휩쓸리게 된 계기도 보다 탄탄하게 만들었더라면 (경찰 근무 당시 이런 류의 수사 전문가였다는 등) 훨씬 좋았을 겁니다. 그랬더라면 현대적인 히치콕 스릴러가 될 수도 있었는데 여러모로 아쉽네요.
결론내리자면 제 별점은 2점, 리암 니슨의 액션물을 원하신다면 찾아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2018/07/15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0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0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한 때에는 엄청나게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어느덧 손을 놓게 된 C.M.B. 오랫만에 본가 방문했다가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역시나 실망스럽네요. 언제나 가지고 있던 Q.E.D 쪽에 집중하는게 더 나은 선택이라는 생각에 확신을 심어주듯, 모두 4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일상계 추리물인 <<소우야 군의 실종>> 외에는 마음에 드는, 평균 이상의 작품은 없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전체 평균 별점은 2점,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드림 캐쳐>>
코하루는 악몽을 막아주는 '드림 캐쳐'를 만들기 위해 장기 휴가를 내고 떠난 남자 친구 다카오가 화사 동료로부터 거액의 횡령 건으로 소송당한걸 알게 된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과거 방문했던 박물관 전단지를 통해 드림 캐처를 아는 듯한 신라에게 도움을 청하고, 신라의 추리를 통해 일행은 알라스카로 향하는데...

주인공이 신라가 아니라 코하루와 다카오라는 전개, 그리고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핵심 소재인 알라스카 원주민이 만든다는 부적 드림 캐처는 독특했습니다. 같은 몽골리안이라 원래 인디언인 다카오를 일본인으로 착각했다는 아이디어도 괜찮았고요.

그러나 그 외의 이야기는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일단 내용은 기대했던 추리물이 전혀 아닙니다. 다카오를 찾던 일행이 그리즐리 곰과 맞서 싸운다는 모험물적인 전개가 대부분이거든요. 게다가 유일한 추리 요소인 다카오만 열 수 있던 서랍 속 공금이 사라졌다는 사건도 진상이 허무하기 그지 없어요. 망치로 책상의 뚜껑 (?)을 땄다는 것으로 추리물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이국적 풍광의 모험물 정도의 가치 뿐인데 딱히 재미를 주지도 못한, 평범 이하의 졸작이었습니다.

<<소우야 군의 실종>>
대학 합격 후 도쿄로 상경한 츠가루에게 소우야라는 친구가 생긴다. 그러나 소우야는 츠가루에게 말도 없이 급작스럽게 사라지는데...

사라진 대학생을 찾아 나서는 일상계 추리물로 여러모로 풍성합니다. 우선 소우야의 실종과 관계 있어보이는 여성 나루토의 행적을 찾는 과정이 괜찮아요.
1. 그녀가 편의점에 온 이유는? 집이나 학교, 직장이 가까와서. 그런데 항상 정장 차림이었으니 직장이 가까웠을 것이다
2. 그런데 5월 이후부터 오지 않은 이유는? 다른 편의점이 근처에 생겨서, 혹은 오기 싫은 이유가 생겨서, 혹은 갓 입사하여 신입 연수를 본사로 왔다가 연수가 끝나 돌아가서 등...
이러한 추리인데 비약이 없지는 않지만 만화에는 잘 어울려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 소우야의 실종이 실종이 아니라 자위적인 것이며 이는 츠가루와의 커뮤니케이션 문제일 뿐이라는 진상도 좋았어요. 자기 중심으로 기준을 정하고 타인을 평가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인데 이를 잘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거든요. 마지막의 하코네 관련 그림 퀴즈도 보너스로서 평균 이상은 하고요.

한마디로 좋은 일상계 청춘 추리물로 이번 권의 베스트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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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의 대부호 베르나르도가 결혼식날 칼에 찔리고, 현장에 있던 마우가 용의자로 몰린다. 신라는 마우의 부탁으로 사건을 풀어나가는데...

오랫만에 제대로 된 박물학 소재가 등장하는 작품. 등장하는 영국의 미술가 오웬 죤스와 그의 대표작이라는 트럼프 카드 그림 모두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오웬 죤스 소재는 이야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추리적으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광대일을 하는 하비가 다른 곳에 계속 있었는데, 베르나르도 결혼식에도 같은 복장의 광대가 있었다는 상황에서 왜 하비와 동생 리카르도의 알리바이만 강조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제 3의 인물이 개입된게 당연하잖아요? 바르셀로나 경찰은 다 바보만 있나....

딱 한가지, 마우가 처음 찾아올 때 일으킨 교통 사고가 중요 단서가 된다는 복선은 괜찮았지만 이래서야 좋은 점수를 주는건 무리죠. 별점은 1.5점입니다.

<<피터 씨의 유산>>
1억불이 넘는 유산의 행방을 알리지 않고 죽은 피터 씨의 유산을 찾기 위해 마우와 신라가 나선다는 이야기로 피터 씨의 취미, 수집품이 유산과 연결되는 과정이 흥미로우며, 피터 씨의 죽음을 둘러싼 진상도 그런대로 괜찮았던 작품.

하지만 전개면에서는 아쉬움이 큽니다. 우선 색을 내는 재료들로 구성된 수집품이라는 단서는 흑백 만화로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어렵죠. 비슷한 소재로 쓰여진 요네자와 호노부의 <<북관의 죄인>> (in <<덧없는 양들의 축연>>) 과 비교해 보아도 설명이 너무 부족했고요. 만화라면 소설보다 시각적인 단서를 주는게 더 쉬웠을 텐데 공정하게 단서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전무하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또 피터 씨 사건의 진상에 대한 추리는 피터 씨가 죽기 직전 심던 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는 아들 엔조의 증언 하나만을 단서로 하는데 이도 비약이 너무 심했습니다. 그 꽃이 무엇이며, 그것 때문에 싸움이 일어났다는 건 재판 과정에서도 얼마든지 밝혀졌을 부분으로 시간도 오래 지난 시점에서 이를 가지고 범인 취급하는 건 말이 안되죠. 빠져나갈 부분은 얼마든지 있었을 거에요. 엔조의 죄책감이 이로 인해 터져나간다는 뒷 이야기도 너무 작위적이었고요.
아울러 피터 씨가 가족들에게 이야기 하나 않고 벌이는 취미 행각도 좋게 보이지는 않더군요. 이래서야 실제로는 가족을 사랑한 것이었다 어쩌구 하는 이야기는 전혀 와 닿지 않죠. 살아있을 때나 잘할 것이지....

그래서 별점은 2점. 트릭 자체, 소재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만, 앞서 말씀드렸듯 전개가 아쉬워서 감점합니다.

2018/07/14

완벽한 차 한 잔 - 브라이언 R.키팅, 킴 롱 / 신소희 : 별점 3점

완벽한 차 한 잔 - 6점
브라이언 R. 키팅.킴 롱 지음, 신소희 옮김/벤치워머스

간략한 차의 역사에서 시작하여 차의 품종, 식물학적 특징 및 재배와 수확, 생산에 이르는 과정, 전 세계의 차 시장과 문화 현황 및 차의 성분과 특성, 그리고 차 종류별 특징과 구입, 보관 방법, 차를 끓이는 도구들, 마지막으로 어떻게 차를 끓이는지까지 200페이지가 안되는 짤막한 분량 안에 담아낸 차 관련 정보, 문화 서적.

최근 차에 대해 관심이 커져서 산 책으로 차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훑어볼 수는 있는 잘 짜인 구성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과학적으로 밝혀진 내용을 토대로 설명해주는 디테일들이 마음에 들더군요. 어린잎과 새순은 묵은 잎이나 줄기보다 카페인 함량이 높은데 이는 씁쓸한 맛을 기피하는 곤충 포식자로부터 연약한 새싹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던가, 예로부터 녹차는 홍차보다 카페인 함량이 적다고 여겨졌지만 최근 화학적 분석 결과에 따르면 비슷하거나 더 높다는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찻잎이 커피보다 더 경제적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재료 (원두 또는 찻잎) 450g으로 차는 100~250잔 까지 만들 수 있는데 커피는 40~65잔 정도가 한계라니 앞으로 비싼 차를 살 때도 조금은 마음의 가책을 덜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런 내용을 뒷받침 해 주는 일러스트와 다양한 도표들도 적절한 수준입니다. 문고본보다 조금 큰, 예쁜 판형으로 책의 만듦새도 아주 괜찮은 편이고요.

물론 차의 역사 쪽 정보는 많이 부실하다는 단점은 있고, 각종 디테일들도 많이 요약된 탓에 전문가가 보기에는 부실하고 구멍투성이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초보용 입문서로는 충분한 수준이 아닐까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

블랙 팬서 (2018) - 라이언 쿠글러 : 별점 2.5점




이번에 해외 출장 가면서 비행기에서 감상한 마블 무비. 마블 시리즈는 나름 팬이라 자부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기회가 아니면 통 보기가 힘들군요.

이 작품이 MCU 세계관 작품 안에서도 단독 타이틀로는 독보적이라 할 만큼 흥행한 영화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보기 전에는 좀 의아했었죠. 대단히 유명한 히어로도 아니고, 공개된 장면 장면들이 그렇게 매력적이거나 끌리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 이유를 알겠네요. 아프리카과 아프리칸은 작품 속 킬몽거의 주장대로 정복자도 될 수 있고, 티칠라의 선택대로 자애로운 조력자도 될 수 있는 위대하고 강한 대륙이며 민족이다라는 메시지를 한 껏 담아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특정 인종이라면 안 보고는 못 배길 그런 영화였으니까요.
빌런 킬몽거가 뻔한 악당이 아닌, 흑인의 해방이라는 큰 사명을 위해 목숨을 거는 인물로 사명감과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충분히 왕위를 노릴 자격이 있다는 캐릭터 설정이 탄탄하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렇게 소모되는게 아쉬웠어요.

하지만 슈퍼 히어로 무비로는 조금 약하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기둥 줄거리가 목숨을 건 결투로 결정되는 왕위 다툼인 탓으로 신화나 역사 속 어떤 시대를 무대로 한 에픽 서사물 느낌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빌런 킬몽거도 정당한 왕위 후계자라는 점에서 그가 정말 빌런인지? 에 대한 의문도 강하게 들고요. 강한 자가 왕이 되고, 나라의 정책이 왕에 따라 결정되는건 당연한데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반역자잖아요. 아울러 클라이막스의 블랙 팬서와 재규어의 슈트 액션도 결국은 육탄전 중심이라 역시나 슈퍼 히어로 액션물로는 아쉬웠습니다. 사실 "부산" 장면 말고는 전체적으로 액션이 기대 이하였기도 했고요.
이는 와칸다의 슈퍼 오버 테크놀로지에 대한 묘사가 부실한 것도 한 몫 합니다. 잘 표현하기는 했지만 뻔한 상상력의 범위 안으로 신화와 SF의 결합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 <<토르>> 시리즈와 비교하면 여러모로 실망스럽더군요. 게다가 가장 중요한 소재인 비브라늄에 대해 두루뭉실 넘어가는 것도 그닥 마음에 들지는 않은 부분이고요.

두 시간이 훌쩍 넘는 상영 시간을 잘 끌어나가는, 꼭 흑인이 아니더라도 재미만큼은 보장되는 좋은 작품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확실히 마블이 영화를 잘 만들기는 하네요. 하지만 다음 작품이 이어진다면 액션 장면 만큼은 연출이 보강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18/07/08

모크샤, 혹은 아이를 배신한 어미 이야기 1,2 - 차무진 : 별점 2.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차무진 작가의 800여 페이지가 넘는 대장편. 2015년 한국콘텐츠 진흥원에서 주관한 원작 소설 창작 과정에서 선정된 12편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작품이라고 합니다. 도서출판 들녘에서 출간된 책을 읽어보는 것도 오랫만이네요. 국내 최대의 추리 소설 애호가 커뮤니티인 "하우미스터리" 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당첨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리뷰 전 이 자리를 빌어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참고로, 정성을 다해 리뷰를 썼지만 사용하던 에버노트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다 날아가 버려 다시 쓴 터라 내용이 두서가 없고 요약된 내용이 많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굉장히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갖추고 있는 작품인데, 이야기의 핵심인 "해인 (미륵의 눈)"과 "메시아 (정도령)", 그리고 정만인이라는 인물에 대한 설정부터가 띄엄띄엄인 탓에 이해하기가 힘들더군요. 설정만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정도령" 이라고 불리우는 메시아가 태어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도령들은 비참하게 죽거나 실패하는데, 이유는 하늘에서 점지한 "성모"가 정도령을 제대로 낳으려면 관계할 때 "해인"이 있어야 하는데 없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입니다. 정도령을 성공적으로 출현시키기 위해 정도령을 보필하는 초인 "박마"가 해인을 찾아 바치기는 하지만 이는 쉬운 일은 아니고요.
그리고 불사의 삶을 사는 "정만인" 이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오랜 세월을 통해 자신이 해인을 가지고 성모를 범하면 성모 속 정도령으로 잉태되어 불사의 삶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태어난다는 것을 알고 이를 계속 시도합니다. 불사의 삶이 끔찍하기 때문이죠. 그러던 중 6.25가 끝난 직후 어느 날, 정만인은 불사의 삶을 사는 박마를 발견하고 그와 밀약을 나눕니다. 여태껏 수차례 다시 태어나려 했지만 실패했는데 이유는 성모 속에 잉태되어 있을 때 그도 가사 상태에 빠지는 탓으로, 그 사이 성모를 보호하거나 아이를 지키지 못해 낙태나 성모의 죽음 등이 일어나곤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성모를 지켜주면 그가 정도령으로 태어나고, 박마는 정도령을 모시게 되며 정도령이 죽을 때 함께 죽으니 불사의 삶이 끝날 거라는 논리로요.
하지만 박마는 정만인을 배신합니다. 배신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 때 한 번 실패한 정만인은 다음 성모가 해인을 가지고 도주한 후 아이를 낳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 아이가 죽어야 새로운 정도령이 잉태될 수 있기에 정만인은 아이를 납치하여 죽입니다.

여기까지가 1979년 김목사의 아들 소국이가 유괴되어 살해된다는, 이야기의 서두에 해당되는 이야기로 이후 현대로 넘어와 새로운 성모 준희가 유괴된 아들 늘해랑을 찾기 위해 마음 속 괴물인 "탄하"가 이끄는 대로 자신의 충동대로, 자신의 목적을 위해 태연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고학력의 혼혈 스님 원정과 손을 잡고 사이비 종교 단체 교주인 "수벌"로 거듭난 정만인 등과 얽히게 된다는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러한 방대한 시대에 걸친 이야기가 시대별, 등장인물별로 두서없이 뒤섞어가며 전개하는 탓에 복잡해지기는 했지만 쉽게 읽히기는 하고 그만큼 재미는 있습니다. 각 시대, 등장인물 별로 한 편의 이야기로 보아도 무방한 수준인데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해인에 대한 설정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6.25 직후의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왔습니다. 캐릭터부터 독특한 외팔의 괴녀 고무기부터 시작하여 다른 2명의 성모가 등장하고, 사악한 박마가 관 속에서 깨어났다가 익사를 반복했다는 내용은 이 부분만 따로 떼어 놓아 한 편의 근대 호러 (?)로 만들어도 재미있겠다 싶을 정도로 여러모로 압도적이었거든요. 
방대한 자료 조사가 뒷받침 된 듯한 설정도 탄탄해서 마음에 듭니다. 제목부터가 정만인이 불사를 끝내기 위해 성모의 몸에 대신 잉태되면 성모, 어머니가 불길함을 느끼고 아이를 낙태하는 식으로 그 계획을 무위로 돌리곤 했다는 데에서 따 온 것으로 아주 인상적이에요.

하지만 아쉽게도 아주 좋은 작품이냐 하면 그렇다고 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이전에 읽었던 작가의 단편 <<비형도>>와 마찬가지로 좋은 설정에 비해 이야기 전개나 구성이 부족한 탓입니다. 이야기에 구멍이 너무 많아요. 
우선 김목사가 박마라는게 밝혀지는 반전은 놀랍다고는 해도 이는 서두의 김목사 관련 이야기를 잘못 묘사한 것이라 사기에 가깝습니다. 김목사는 자신의 아내와 아들 소국이의 정체, 해인이 무엇인지는 물론 소국이가 성모를 범하기 전 하늘을 속이기 위해 8살 이하의 어린 아이를 죽여 그 피를 생명석에 바르는 "가인" 이라는 행위를 위해 죽었다는 걸 충분히 알 수 있음에도 불고하고 김목사 시점의 초반부 묘사에서는 이러한 정보를 하나도 전달해 주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는 수벌이 원흉이라는 것을 알 테니 수벌을 만난 상황에서 바로 복수를 하는게 정상입니다. 수벌이 시키는대로 목숨걸고 김갈현을 찾을 이유는 없어요. 박마는 정도령을 보필하지 수벌 정만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까요. 김갈현이 "해인"을 가지고 도망쳤기 때문에? 이는 정만인에 대한 복수와는 무관합니다. 나중에 찾아도 되죠. 병원에서 구태여 김갈현을 협박해 가며 목걸이를 빼앗을 이유도 전혀 없으며 자신이 박마라고 밝히기만 했어도 해결될 일이었습니다.
아울러 김목사에 대한 설정도 문제에요. 박마 김목사가 성모와 결혼하여 메시아 정도령을 낳았다면, 정도령이 죽을 때 박마도 죽어야 하는데 김목사는 여전히 불사라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요. 처음에 정만인이 박마를 설득할 때 한 말이 잘못된 것일까요?

또 준희가 원정의 살인 현장을 목격한 후 협박 때문에 입을 다물었다 하더라도 남편에게까지 그것을 숨길 이유는 없습니다. 당장은 이야기하지 못했더라도 해인을 내 놓으라는 지시를 들은 시점에서는 비밀을 공유하는게 당연하죠. 살인범보다 남편을 믿지 못한다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됩니다. 반대로, 모순희가 죽기 직전까지 해인을 가지고 있었다면 범인이 그것을 가져간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선샤인 피플 잔당과 수벌은 왜 준희가 그걸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걸까요? 모순희 살인 사건에 준희가 연루되었다는 건 이 시점까지는 정원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준희가 자신의 목격담만 정우에게 이야기하고 해인에 대해서 숨겼다? 이것도 말이 안되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경찰서에서 사건을 일으키느니 정우가 집을 뒤지면 그만이죠.
그리고 늘해랑의 유괴는 해인과는 무관한, 청선녀와 송팀장이 과거 선샤인 피플의 것이었던 눈먼 돈을 목적으로 벌인 범죄에 불과해서 괜히 이야기만 복잡하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이후 "가인"을 위해 늘해랑이 살해될 지도 모른다는, 늘해랑의 여덟살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극적 긴장감도 가면 갈 수록 힘이 떨어지고요. 가인을 위해 죽는 아이가 메시아일 필요는 없다는게 후반부에 밝혀지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김목사가 봉인한 수벌이 어떻게 김정우로 부활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아요.

캐릭터들도 그다지 정교하게 설정되어 있지는 못합니다. 그 중에서도 주인공 중 한명인 정원이 가장 문제에요. 어린 시절부터 살인을 저지른 사이코 패스로 지금도 살인을 저지르곤 한다는 설정부터가 황당무계할 뿐 아니라 그와 관련된 일들 대부분이 억지스럽고 작위적이기 때문입니다. 최초에 모순희 살인 사건을 목격당한 것, 해인을 손에 넣은 것 부터가 우연이니 더 말해 무얼 하겠습니까. 그의 성욕에 관련된 묘사는 말초적인 자극을 위함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아서 읽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고요. 다른 캐릭터들 모두가 문제지만 정원 때문에 그나마 정상적으로 보인다는게 놀랍기만 할 따름입니다.

마지막으로, 온갖 고전들을 들먹이며 탄탄하게 구성한 설정도 결국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듭니다. 메시아 정도령에 얽힌 이야기로 한참을 풀어가다가 결국 목적은 불사의 존재가 유한한 삶을 얻기 위함이 전부라 뭔가 주객이 전도된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수벌이 그동안 정도령이 실패한 이유를 분석하여 "바람길"을 열었다는 묘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정도로는 많이 부족하죠.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재미와 흡입력은 갖추고 있는건 맞지만 여러모로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기에 감점합니다. 한국 장르 문학의 현재이자 최전선이라는 점에서 한번 읽어보셔도 괜찮을 듯 싶긴 하지만, 분량과 가격은 좀 부담될 수 있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18/07/07

사건이랑께! 1,2 - 야스다 코스케 / 김진아 : 별점 2.5, 2점

사건이랑께! 1 - 6점
야스다 코스케 지음, 김진아 옮김/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사건이랑께! 2 - 4점
야스다 코스케 지음, 김진아 옮김/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간사이 사투리를 쓰는 추리소설, 미스터리 매니아이자 학교 최고의 미녀인 시로가네 유리코 선배, 그녀를 흠모해 미스터리 연구 동호회에 가입한 토이리를 중심으로 벌어자는 일상계 학원 개그물.

설정답게 유리코 선배가 거창하게 준비한 이런저런 수수께끼를 내고 그것을 풀게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그 와중에 벌어지는 소소한 개그들이 볼거리고요. 대놓고 개그 만화라는 점을 뺀다면 <>의 에나리와 멀더, 홈즈 패거리가 바로 떠오르는데, 심지어 유리코 선배가 사다 놓은 딸기 찹쌀떡이 어디로 갔나? 라는 에피소드는 <> 에서도 굉장히 비슷한 이야기가 등장했던 적이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개그물은 아니고, 그래도 나름대로 추리 소재나 추리 관련된 이야기를 잘 녹여낸 부분도 없지는 않습니다. 1권에 특히 그런 이야기가 많은데 히마와리가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남자 아이인줄 알았는데 사실 토이리를 좋아하는 여자아이였다는 결말을 서술 트릭이라고 설명한다던가, 콜드 리딩을 축구에 접목시켜 설명해주는 발상은 아주 좋았어요. 이해가 아주 쉽게 된달까요.
또 눈이 나쁜 스미레가 안경을 벗은 이유를 여럿이서 추리하는 이야기는 정말로 일상계 추리물 같았습니다. 유리코와 토이리는 그녀가 안경을 벗은 수학 시간이고, 그녀는 앞을 보기 싫을 정도로 수학 선생을 싫어했다는 식의 얼토당토 않는 추리를 늘어놓지만 히마와리가 수학 선생님한테 예뻐 보이고 싶어서 그랬다는 소녀다운 추리로 마무리하는 내용인데 설득력 높은 좋은 이야기였어요.

하지만 2권은 좀 아쉽습니다. 1권과 같은 추리 관련 소재나 설정을 써 먹는 내용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다룬, "BL 팬픽과 셜로키언이 유사하다"는 발상은 신선했지만 그 뿐이에요. 특히 유리코의 쌍동이 자매 노바라 등장 에피소드가 많은 것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점입니다. 다른 곳에서 흔히 보아 왔던, 생긴건 같지만 성격은 전혀 다른 쌍둥이 자매 개그의 반복일 뿐이거든요. 아울러 작화라던가, 만화적인 구성은 절대로 좋은 편이 아니라는 것도 감점 요소에요.

그래서 제 별점은 1권은 2.5점, 2권은 2점입니다. 계속 읽어 볼 지는 잘 모르겠지만... 추리를 좋아하시고, 개그를 좋아하신다면 1권은 한 번 읽어보셔도 괜찮을 것 같네요.

2018/07/01

쓰리 빌보드 (2017) - 마틴 맥도나 : 별점 2점



딸이 강간 살해당한 후 8개월, 피해자의 어머니 밀드레드는 범인을 잡지 못하는 경찰 서장 윌러비를 비난하는 대형 옥외 광고를 게시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윌러비 서장의 편이며, 심지어 윌러비 서장은 췌장암으로 죽어가고 있던 상황....

언뜻 보았던 영화 소개만 보고 관심이 가던 차에 출장 중 비행기에서 볼 수 있어서 감상한 영화.

공권력이나 불합리한 관습, 법률에 도전하는 소시민의 소소한 반항을 다룬 영화는 많습니다. 깐깐한 학교와 선생님들에게 대항하는 청춘 영화 대부분이 유사한 장르라고 해도 무방할 터이고요. 하지만 이런 류의 영화는 아시다시피 대체로 코믹한 느낌인데 반해 이 작품은 굉장히 묵직한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결국 사건은 해결되지 않고 남은 사람들의 인생도 딱히 별 볼일 없는 시궁창이라는 점에서 차별화 됩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영화라 할 수 있죠. 등장 인물도 몇 명 안되고, 무대가 되는 장소도 별 게 없는 그야말로 소품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광고 시작 이후 등장인물들에게 벌어지는 사건들이 소소하지만 흥미로와서 중, 후반부까지는 그런대로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상 등을 휩쓴 밀드레드 역의 프랜시스 맥도맨드를 비롯, 윌러비 서장 역의 우디 해럴슨 등 배우들의 연기도 정말 굉장했어요.

그러나 가면 갈 수록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특히나 윌러비 서장이 자살한 이후부터는 아주 막나가는데, 각본을 직접 쓰기까지 한 감독의 생각이 무척이나 궁금해집니다. 우선 서장 스스로가 밀드레드에게 편지를 보내 광고 때문에 자살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밝힙니다. 하지만 왜 밀드레드에게만 편지를 보냈을까요? 공개적으로 관련된 내용을 밝히지 않아서 불필요한 오해와 싸움이 더 벌어지게 만드는게 서장의 의도였을까요? 윌러비 서장은 유서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굉장한 인격자로 묘사되는데 왜 마지막에 이렇게 분란을 일으키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딕슨이 서장 자살 후 홧김에 광고판 주인인 웰비를 폭행한 건 나쁜 짓이지만 밀드레드가 경찰서에 불을 지른걸 정당화할 수는 없어요. 최소한의 "선"을 넘었다면 밀드레드도 소시민이나 피해자가 아닙니다. 범죄자일 뿐이죠. 소소한 시민의 반항이 범죄로 치닫는 과정을 그리려는 의도였다면 이 역시 밀드레드의 방화에 공감할 수 없어서 그다지 성공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윌러비의 유서로 거듭난 딕슨이 진범을 잡는데 전력을 기울이지만 결국 실패한 후, 밀드레드와 손을 잡고 강간범을 때려 잡는 자경단으로 나선다는 마지막 결말은 더 가관입니다. 분노에서 비롯된 공권력에 대한 작은 반항, 그리고 이에 따르는 갈등을 다루다가 갑자기 사랑과 정의를 이야기하는 히어로물로 변질되어 버린 셈이잖아요?
이러느니 차라리 저능 경찰 딕슨의 활약으로 범인을 체포하는 헐리우드식 엔딩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여전히 꿈도 희망도 없는 현재에 주인공들이 과거에 대한 죄책감과 분노에 사로잡혀 폭주해 버린다는 결말보다는 그래도 분노가 해소된다던가 하는 식으로 이야기는 정리될 수 있었을테니까요. 아니면 아예 맘먹고 블랙 코미디처럼 막 가거나, 아예 꿈도 희망도 없이 무너져 버리게 하던가 하는 극단적인 선택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연기도 좋고 여러모로 인상적인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중반 이후의 전개와 결말 때문에 대폭 감점합니다. 추천드리기에는 여러모로 애매하다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