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친한 친구들 -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북로드 |
환경운동가로 지방도로 건설 때문에 수많은 적을 만들었던 고교 교사 파울리가 살해당했다. 보덴슈타인 반장의 지시로 수사를 진행하던 피아 형사는 유력한 용의자인 동물원장 산더와 미청년 루카스의 구애를 받게 되는데...
하아... 그간 격조했습니다. 거의 1주 만이네요.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블로그가 방치 상태가 되어 갑니다... 주말이라도 부지런히 글을 올려야겠습니다.
블로깅 목적으로 이번에 읽은 책은 요새 대세라는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 두 번째 작품. 딱히 관심은 없었지만 형이 구입했길래 별 고민 없이 덩달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독일 가정주부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읽어보니 여러모로 일반적인 추리소설과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더군요.
첫 번째로는 최근의 인기작임에도
고전적인 정통 추리 수사물 느낌이 강하게 든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피해자에 대한 설정입니다.
환경운동가로 활동해서 생겨난 적 뿐만 아니라,
전처와는 재산 문제로 싸우고,
옛 친구의 숨기고 싶은 과거도 알고 있고,
가르치던 학생과 졸업 문제로 격하게 싸우는 등
가는 곳마다 적을 만든 사람으로 묘사됩니다.
게다가 5만 유로라는 거액의 현금 소지까지 밝혀지고,
알고 보니 의외의 자산가이며 여러 보험도 얽혀 있는 등
여태까지 살아 있던 것이 의아할 정도로
완벽한 피해자의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최근 추리소설에서는 보기 드문, 그야말로 모범적인 피해자입니다.
일본 고전 추리소설에서 봄직한
콩가루 집안에 대한 묘사도 대단합니다. 집 나간 아들들은 너무 많아서 셀 수도 없고,
거의 모든 커플이 불륜을 저지르며,
심지어 자기 아들의 여자친구와 놀아나는 아버지까지 등장하는 등
일본 소설을 능가하는 모습마저 보여줍니다.
그 외에도 용의가 짙은 인물을 순차적으로 등장시키고,
부수적인 사건이 벌어짐에 따라 용의자가 계속 이동하는 등의
수사 과정도 역시 고전적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고전적이기만 했더라면 이만큼의 인기는 얻을 수 없었겠죠? 형이 "추리를 가장한 로맨스소설이다"라는 평을 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확실히 다른 장르 문학 작품과 비교하면 로맨스 소설 느낌을 많이 전해 줍니다. 등장인물도 미남미녀가 많고(잘생긴 정육점 주인이라든가...), 주인공인 피아 형사를 향해 구애하는 인물도 중후한 중년과 잘생긴 애송이라는 조합으로 두 명이나 등장하는 등 여성 독자를 끌어들일 만한 요소가 많아요.
그러나 추리적으로는 솔직히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일단 진범의 정체와 결말에 큰 문제가 있더군요. 너무 뜬금없기도 하거니와, 정교함이나 치밀함과는 담을 쌓은 범죄로 단지 운이 좋았던 것으로 설명되기 때문에 트릭 같은 요소는 전무합니다.
그렇다고 수사 과정이 치밀하냐 하면
그것도 영 아닙니다.
첫 범행 때에는 목격자도 있고,
두 번째 범행에서는 여러 가지 증거를 남겼음에도 범인이 용의선상에조차 오르지 않는건 솔직히 경찰의 무능으로밖에는 보이지 않거든요.
용의자들 혈액 검사만 했어도 충분했을 것을...
또 최초 파울리 살해는 그렇다 치더라도
반더베르크를 살해하려 한 동기는 도저히 알 수도 없었고,
독자의 혼돈을 노리고 뿌린 떡밥(예를 들어 파울리의 전처와 현 여자친구의 수상쩍은 밀회라든가)도 제대로 회수하지 않고 이야기를 끝내는 등
완성도 면에서는 현격한 결격사유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산더와 루카스를 색안경 끼고 보는
보덴슈타인의 심리 묘사는
대놓고 노리고 쓴 티가 물씬 나서 영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독자에게 "얘하고 얘가 수상해!"라고 강요한다는 점에서
공정성이라는 추리소설의 기본적인 요소를 무시해버린 것이니
도저히 좋게 봐줄 수가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로맨스 소설 느낌을 넘어서 시시콜콜한 심리 묘사가 너무 많은 것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더군요. 주인공이 잘생긴 미중년 동물원 원장에게 끌리는 감정을 주체 못하는 피아 형사라 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러고 보니 보덴슈타인 반장의 캐릭터도 일과 가정 모두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등 기대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래서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앞서 말한 독특함과 그에 따른 장점, 즉 고전 느낌의 로맨스 분위기, 확실한 여성스러운 묘사는 분명히 괜찮았습니다. 각 요소들은 전통적이나, 그것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는 것은 괜찮은 시도이긴 하죠. 헐리우드 스릴러화되는 최근 유럽 장르소설과의 차별화 포인트도 확실하고요. 하지만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다음 작품을 읽어야 할지 심히 고민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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