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07/02/25

소년탐정 김전일 - 고쿠몬 학원 살인사건 (상 / 하)

 

소년탐정 김전일 2부 4
아마기 세이마루 지음, 사토 후미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추리 만화 붐의 일등 공신인 김전일의 2부 두번째 이야기도 드디어 완결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갈수록 밀도가 낮아지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는,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답습할 뿐인 수준 이하의 작품이라 이 시리즈가 계속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심마저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팬으로서 무척 안타깝네요.

일단 이번 이야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트릭입니다. 과거 있었던 여러가지 이야기들에서 트릭과 아이디어를 뽑아다가 쓴 느낌이 강하게 들 정도로 새로운 점을 찾아보기 어려웠어요. 핵심 트릭은 전에 제가 포스팅했던 "극한추리 콜로세움"과 동일할 뿐더러 그에 따르는 여러가지 장치들은 과거 김전일 이야기에서 많이 등장했던 여러가지를 짜깁기 한 것이었거든요. 게다가 김전일의 라이벌인 "지옥의 광대"가 살인 계획을 잡고 실행만 범인들에게 맡긴다는 탐정학원 Q의 살인 코디네이터 설정을 도입한 이야기 구조는 완전한 미스로 보여요. 이럴 바에야 스핀 오프 격으로 탐정학원 Q의 켈베로스가 등장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요? 게다가 이야기는 왜 이렇게 긴건지....

사토 후미야의 그림체도 지금의 샤프한 캐릭터보다는 예전의 통통하고 굵은 느낌의 캐릭터가 더 마음에 듭니다. 만화적으로는 더 보기가 힘들어졌다고 생각되네요.

다음 권이 나올지 안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의무감으로 봐 주기에도 너무 지루해져 버렸습니다. 다음 권에서 뭔가 회심의 역작이 나와주지 않으면 제 마음속에서는 이젠 접어야 하는 시리즈로 전락해 버릴 듯 하네요.

근황

1. 경성탐정록 4번째 이야기의 시놉을 완성했습니다. 아이디어에서 시놉 완성까지 한달 넘게 걸렸네요. 제가 추구하는 정통 추리물은 사실 별게 아닙니다. 너무 작위적인 트릭이나 기계장치, 우연에 의지하지 않으면서도 동기가 확실한, 그런데도 불구하고 범인을 특정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꾸며나가고 싶을 뿐이죠. 그렇기 때문에 말도 되지 않는 여러가지 작위적인 이야기들, 예를 들자면 밀실 살인인데 힘들여 밀실로 꾸몄는데 살인으로 밝혀지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자살로 위장해야죠. (Nervous Breakdown의 안도의 명언이죠^^) 이번 이야기도 저희 형에 의해 완성되려면 좀 걸리겠지만 위의 제 철학을 담으려고 노력하긴 했습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더라도 많은 분들이 마음에 들어해 주셨으면 합니다.

다음 작품은 좀 단순하고 간단한 사건을 써 볼까 하는데 설홍주가 수학과 출신이라는 설정이 있으니 관련 이야기를 좀 풀어보고 싶네요. 너무 QED 스럽지 않게, 간단한 것으로^^

2. NDSL은 이제 흥미가 한풀 꺾였습니다. 요새는 그냥 출퇴근할때 하는 정도로 띄엄띄엄 "Wish Room"이라는 게임만 계속 붙잡고 있는데 클리어하려면 한참 남았지만 이걸 클리어하면 다른걸 잡고 하게 될 것 같지는 않군요. 사실 이 게임도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고요. 원래 게임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번에도 역시 호기심과 흥미가 너무 빨리 식은 듯한 느낌이 들어서 조금 아깝기도 합니다.

3. 회사생활이 좀 어렵고 복잡하네요. 직장 경력이 10년차도 안되는데 벌써 7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이러다가는 8번째 회사를 알아봐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는 되도록 오래 남아 있으려고 했는데 주위 환경이 여의치 않군요. 일단은 사태 추이를 관망해야 하는 상황이니 그냥 마음 편하게 지내려고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단, 이 이유 때문에 최근 포스팅을 하기가 좀 어렵네요. 제가 직장운이 정말 없는건지 모르겠지만 이거 굿이라도 한번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07/02/20

아포칼립토 (Apocalypto, 2006) - 멜 깁슨

 


밀림에서 살아가는 작지만 평화로운 부족이 어느날 마야 제국의 일단의 침략자들에게 습격당해 마을은 불타며 사로잡힌 부족민들은 마야 도시로 노예로 끌려가게된다. 겨우겨우 도착한 도시에서 여자들은 팔려가고 남자들은 태양신에게 산제물로 바쳐지나 마침 일어난 개기일식 탓에 주인공 "표범발"은 목숨을 건지고 외려 습격자들의 사냥 놀이에서 탈출에 성공하게 되는데...


회사 동료의 추천으로 연휴 기간동안 보게 된 이번 설 연휴 마지막 감상 영화 입니다.

영화는 마야 문명에서 일어났음직한 한 에피소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배우들 모두가 당시 마야어를 사용하고 있고 분장이나 고증이 나름 충실한 편이라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마저 납니다. 거기에 액션 하나는 정말 날것 그대로 화끈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관객을 몰입시키고 있어서 감독으로서의 멜 깁슨을 재 발견하게 하더군요.

하지만 멜 깁슨의 제국주의적 시각때문에 보는 내내, 그리고 보고난 이후에도 찝찝하고 짜증만 납니다. 고증은 언어와 복장만 충실하고 당대 마야의 찬란한 문화를 자기 멋대로 왜곡하여 야만성만 강조하며, 이러한 찬란의 문명의 붕괴를 야만성으로 인한 필연적인 결과였다는 것을 표현하는 시각 자체가 너무나 혐오스러우며, 마지막 스페인 군대를 주인공 표범발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구원자"로 묘사한 것도 불쾌했고 표범발이 가족을 이끌고 붕괴하는 야만적인 제국을 피해 밀림으로 떠난다는 결말 역시 서구문명에 의한 침략을 정당화하며 그들 스스로를 미개인으로 자리매김 하는 떨떠름한 결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영화가 전체적으로 잔인한거야 취향 탓일 수 있겠지만 재미를 떠나서 저는 굉장히 찜찜했고요. 대체 멜 깁슨은 왜 이렇게 배를 가르는 걸 좋아하는거야?

다시 말한다면, 이 영화는 "심청전"을 주제로 인신 공양에 대한 조선 문화의 야만성을 강조한 뒤 일본이 침략해서 미개한 조선인들을 정복한다는 영화와 다를게 없다 생각되네요. 즉, 우리가 타국의 문화와 역사를 가지고 논의하지 말고 단지 화끈한 액션만을 즐기자고 이야기할 수준을 뛰어넘는 거지같은 사상을 가진 영화라는 것이죠.

비슷한 영화로 이스터 섬의 종말을 그린 "라파누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제작비와 스케일, 액션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후지긴 하지만 "라파누이" 쪽이 훨~씬 설득력있고 잘 만든 영홥니다. 최소한 내부로부터의 붕괴를 다루려면 이 정도의 설득력은 보여주란 말이다. 니돈 들여서 니맘대로 만든 영화라 주장한다 할 지라도 이딴 식이면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또 액션만으로 관객을 기만하려 하지도 마라. 썩어빠진 사상이 눈에 훤히 보이니까. 하여간 WASP 쓰뤠기 멜 깁슨. 앞으로 니 사상이 변하지 않는다면 너의 영화는 두번다시 보지 않겠다. 아, 액션장면만 하이라이트로 뽑으면 볼지도 모르겠다. 액션은 잘 찍긴 하더라.

천하장사 마돈나 (Like A Virgin, 2006) - 이해영, 이해준

 

천하장사 마돈나
이해영 외 감독, 류덕환 외 출연/프리미어 엔터테인먼트

고등학교 1학년 소년 오동구는 성전환 수술을 위해 새벽부터 알바로 돈을 버는 생활을 이어가다가 주정뱅이 아버지의 폭행사건 합의금으로 모아놓은 돈을 전부 잃고 상금을 위해 씨름부에 입부하게 된다. 사랑하는 일본어 선생님을 위해 씨름을 하는 동구의 앞길은 거친 선배들과 주위 사람들로 험난하기만 한데...

작년 개봉 영화 중 가장 평이 좋았던 영화 중 하나인 천하장사 마돈나를 이제서야 DVD로 감상했습니다.

솔직히 결론부터 말하자면, 왜 그렇게 평이 좋았는지 저는 잘 모르겠더군요. 뻔한 성장영화에 성전환이라는 코드만 집어 넣었다 생각되는데 말이죠. 복싱 선수 출신의 아버지와 반항하는 아들이라는 주제는 이미 "Go"에서 써먹은 것이잖아요?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기 위한 고민이라는 것이 큰 차이점이긴 하지만 너무 유별난 고민이고 주제라서 그다지 와 닿지도 않았습니다. 또 전체적으로 동구의 고민과 동구의 복잡한 가정문제, 씨름부 주장의 라이벌의식 등 세세한 에피소드들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생각됩니다. 마지막에 여자가 된 동구가 "Like a Virgin"을 부르는 장면은 그야말로 오바였다 보여지고요. 너무너무 어색하고 안 어울렸거든요.

"동막골"의 인민군 소년 병사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씨름부에 어울리는 튼실한(?) 몸, 그리고 여자를 꿈꾸는 소년의 모습을 굉장히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류덕환이나 복싱선수 출신의 거칠지만 소심한 사나이 동구 아버지 역의 아귀 김윤석 등 연기자들의 세세한 연기는 상당히 좋았고 작품 전체를 꿰뚫고 있는 듯한 촬영과 미술은 소품이지만 굉장히 신경쓴 점이 드러나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화도 여러모로 세심하게 신경써서 잘 만든 영화이고 각본도 짜임새가 있어서 완성도는 높은 영화임은 분명하고요.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뭔가 더 설득력있는 고민을 가지고 성장통을 그렸어야 했을텐데 성전환이라니... 당사자들의 심각한 고민은 십분 이해하지만 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단, 영화에 대한 평을 전혀 보거나 듣지 않고 영화를 봤더라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도 있었을 것 같긴 합니다.

2007/02/19

록키 발보아 (Rocky Balboa, 2006) - 실버스타 스탤론

 

전 헤비급 챔피언 록키 발보아는 은퇴 후 레스토랑을 경영하며 평화롭게 살아가지만 사랑하던 아내 아드리안을 잊지 못해 과거 속에서 괴로워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ESPN의 기획물인 과거의 챔피언과 현재의 챔피언을 가상으로 대결시키는 프로그램에서 그와 현역 최강의 무패 챔피언 메이슨 딕슨과의 가상 경기를 지켜본 이후 스스로를 시험하기 위해 다시 프로 자격을 얻게 되고, 그의 프로 자격 획득을 알게된 메이슨 딕슨 측에 의해 가상경기가 아닌 실제 경기 제의를 받고 수락하게 된다.

제 인생 최고 걸작 중 하나이자 스탤론을 지금의 위치로 만들어 놓은 전설적 작품인 "록키 1"의 실질적인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그리고 완결편이라 할 수 있는 "록키 발보아"를 연휴기간에 감상하였습니다.

결과만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는 최곱니다! 록키의 팬들에게는 이만큼 멋진 선물이 따로 없을 정도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록키 1과 30여년 가까운 시공을 넘어 바로 다음 속편 급의 이야기와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올드팬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요소인데요, 예를 들자면 중절모와 가죽 재킷을 걸친 주인공 록키의 패션을 비롯하여 자세한 것을 볼 때 쓰는 록키의 안경, 록키가 사는 집과 록키가 키우는 거북이 2마리, 록키의 친구 폴리가 근무하는 냉동창고 등 전편 팬들에게 선사하는 재미가 가득합니다. 등장인물들도 과거 록키 1의 여러 인물들이 계속 등장하는 것도 인상적인데, 대표적인 것이 록키 1에서 록키의 초반 시합에서 KO패한 "스파이더 리코"와 록키 1에서 거리의 건달 소녀로 나왔던 마리의 재 등장이죠. 그리고 익숙한 훈련 장면들, 냉동 창고에서 매달린 고깃덩이를 때리는 장면은 물론이고, 이제는 너무 전형적이고 구식이 되어버렸지만 록키가 필라델피아 미술관을 주제곡 "Gonna Fly Now"와 함께 뛰어올라가는 장면은 그래도 여전한 카타르시스를 안겨다 줍니다. 저도 필라델피아에 가 보고 싶어질 정도로요.

록키 1의 주제이기도 한 "성공이라는 결과가 아닌 치열함이 묻어나는 과정, 그리고 앞으로의 전진" 이라는 주제를 잘 표현하고 있는 것 역시 마음에 듭니다. 록키 1처럼 이번의 록키도 패배하지만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만) 끝까지 버티면서 스스로를 증명하는 과정은 3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한 감동을 안겨주거든요. 이러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마지막 시합 장면이 특히 잘 표현되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너무 기교를 많이 부린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난타전의 연출 하나는 확실할 정도로 잘 살려 놓았더라고요. 또 현역 최 전성기의 챔피언과 할아버지 록키와의 시합이라는 말도 안돼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챔피언이 시합중 부상을 입는다는 핸디캡을 설정한 것 역시 좋은 아이디어였고요. 무엇보다도 판정패한 록키가 마지막 퇴장하며 손을 들어올리는 장면은 끝장!입니다. 아 정말이지....

물론 스탤론의 욕심이 과했던 탓인지 록키 1과의 지나친 연계로 인해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예를 들자면 위에 설명한 거리의 건달 소녀 "마리"라는 캐릭터인데요, 여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비중도 애매해서 스토리를 좀 흐려놓는 느낌이 강하더군요. 차라리 록키와 아들과의 갈등, 그리고 시합으로 인한 가족애의 재 확인 정도로만 이야기를 정리하는 것이 훨씬 일관성 있었을 것 같은데 마리와 그녀의 아들 스텝스의 불필요한 등장은 이야기를 흐려놓기만 할 뿐이어서 안타깝더군요.

그래도 록키 1의 팬이라면 절대로 놓쳐서는 안될 영화라 생각합니다. 2006년도에 1970년대의 감성을 그대로 들고나온 영화의 흥행 실패는 특히 지금과 같이 권투 인기가 바닥인 상황에서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라 생각되지만, 저에게는 추억과 감동이 함께할 수 있었던 굉장히 인상적이고 재미있는 영화로 보입니다. 혹시 이 영화만 보신 분들은 꼭 록키 1을 다시 보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래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거든요.

PS : 제가 제일 좋아했던 캐릭터는 아폴로 크리드였는데 4편에서 죽어버리는 바람에 이번에 등장하지 못해 무척이나 아쉬웠어요. 거지같은 영화였던 4편때문에 록키의 실질적 완결편에 등장도 못하게 된 아폴로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2007/02/16

켈리의 영웅들 (Kelly's Heroes) - 브라이언 G 허든 (1970)

 


켈리는 정찰활동중에 생포한 독일군 장교로부터 1600만불 상당의 금괴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다. 마침 소속 부대가 3일간의 짧은 야전 휴가를 얻은 것을 이용하여 켈리는 부대를 꼬드겨 금괴 탈취를 위해 적 후방 30마일 위치에 있는 마을 은행을 털기 위한 작전을 세우고, 작전이 진행되어 적의 방어벽을 돌파한 켈리의 부대를 용감한 병사들로 오해한 장군은 전 병력을 투입하여 역습에 나서게 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팽팽한 얼굴로 나오는 1970년도 전쟁영화입니다. 요새 전 최신 영화보다는 좀 낡은 영화가 좋더라고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어쨌건 1970년대 영화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미군이 무조건적인 영웅으로 그려지지 않고 단지 "돈"을 위해서 목숨을 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무척이나 신선하고 재미있었습니다. 훈장이나 명예도 (당연하지만) 돈 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내용에다가, 심지어는 독일군 마저도 돈 앞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독특한 시각이 설득력있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또한 켈리와 그 일당들이 은행까지 가기위해 적진을 돌파하여 적 후방에서 전투를 벌이는 상황을 장군이 무선을 감청하며 오해하는 장면이 무엇보다 발군인데요. 예를 들자면

켈리 - "(금괴때문에) 우리는 5분도 기다릴 수 없다"
벨라미 - "다리가 맛이 가서 안돼! 우리도 (금괴때문에) 이 작전에 목숨을 걸었다!"

장군 - "저 용기와 투혼을 보라고!!!"


라는 대사가 오가는 식이죠. 이렇게 진지함보다는 코믹스러운 상황과 전개가 많아서 사람이 거침없이 죽어나가는 전쟁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메시지는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철저한 오락영화로 만들어 졌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에 독일군 티거 전차 1대가 남은 상황에서 그 전차를 잡을 수 있는 방도가 없기에 리더인 켈리와 빅죠, 그리고 기갑대 리더 오드볼 3명이 황야의 무법자같은 분위기로 담판을 지으러 가는 장면은 (저 위 포스터의 바로 그 장면이죠. 근데 맨 왼쪽 크랩게임은 영화에서는 부상으로 빠지는데...) 클린트 이스트우드에서 연상되는 서부극 분위기까지 풍겨주는 것이 정말 여러모로 즐길 거리가 많은 유쾌한 영화였습니다.

오락영화답지않게 고증도 나름 신경쓴 편이라 갖가지 군장이나 장비가 꽤 디테일하고 셔먼 탱크를 몰고 도적질(?)에 합류하는 오드볼이 티거 전차를 보고 절대로 잡을 수 없다고 하는 장면 등은 인상적이었습니다. 티거 전차의 디테일도 제가 본 영화 중에서는 최상위권에 속할 정도로 잘 표현되어 있더라고요. 영화에서는 셔먼으로 티거를 1대 잡기는 하지만 이건 미국 영화니까 이 정도까진 봐 줘야죠.

중간중간 에피소드들이 제대로 정리가 안된채 이어지는 느낌이 좀 들기는 하며, 철저한 오락 영화 답게 전투에서 우리편이 죽지 않는 식으로 더욱 즐겁게 꾸며나가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런대로 재미나게 볼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여기서 가당치도 않은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식으로 한발 삐끗했더라면 영화가 아주 산으로 갔을텐데 비교적 적당히 마무리되었다 생각되거든요.

나름 최근 영화인 "쓰리킹즈"가 이 영화에서 모티브를 많이 차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드는데 실제로는 어땠을지 궁금하네요.

PS : 도널드 서덜랜드는 느낌상 당연히 독일군, 그것도 잔인한 장교역으로 나올줄 알았는데 미군에서도 제일 꼴통인 전차장으로 나와서 좀 뜻밖이었습니다.

2007/02/14

올가미 (Rope) - 알프레드 히치콕 (1948)

 


브랜든과 필립은 자신들이 비범한 사람인지 아닌지 스릴을 느끼기 위해 친구를 목졸라 죽이고, 그 시체를 궤짝에 숨겨둔다. 그리고는 피살자의 부모와 약혼녀 그리고 은사인 대학교수 루퍼트 카델를 초청하여 칵테일 파티를 열고 아슬아슬한 긴장이 감도는 분위기가 무르익어간다.

몇번의 위기가 다가왔다가 사라지고, 그들은 대학교수에게 일부러 자신들이 저지른 범행의 암시를 던진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니체의 초인설을 강의했던 은사라고 해도 자신들이 지적으로 우월하며, 자신들을 이기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던 것. 그러나 몇가지 단서를 통해 간단히 시체를 발견한 루퍼트 카델은 제자들을 경찰에 넘기기로 하고 도착을 기다린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초기작입니다. 그의 첫 칼라 영화라고 하는데 굉장히 연극적인 구성으로 전체 내용이 단 롱테이크 한번, 즉 단 한 씬 으로 표현되는 놀랍도록 특이한 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작품 내의 시간 역시 롱테이크 한번의 편집없는 실제 상황을 보여주기에 현실의 시간과 똑같이 흘러 가는 등 천재 히치콕의 시대를 앞선 아이디어가 빛나는 작품입니다. 물론 칼라 영화 초기의 열악한 제작 환경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의 산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 실험 정신에는 정말 갈채를 보내고 싶네요.

이러한 연극적인 설정은 분명 "영화"라는 쟝르에서는 약점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런 약점을 극복하고자 하는 히치콕 감독 특유의 긴장감을 자아내게 하는 연출과 꽉 짜여진 미장센이 특히 주목할 만 합니다. 문을 통해서 흉기인 로프를 숨기는 범인과 입구에서 들어오는 손님들이 한 씬 안에 보여지는 장면은 잊혀지지 않을 명장면이죠.

그러나 정해진 세트와 한 씬으로만 찍어야 한다는 감독의 작가정신이 너무 오버한 나머지 영화적으로 보다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법한 여러 장치들이 조금 아쉽긴 하며 실제 사건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추리적 요소 보다는 교훈적 설교가 많다는 것,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살인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는 초인 이론에 대항하는 탐정역인 루퍼트 카델의 설교는 지나칠 정도로 지루했습니다.

그래도 다른 부분에서는 헛점을 찾기 힘들 정도로 완벽함 그 자체인 작품이네요. 히치콕의 뛰어남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영화라 생각합니다. 이런 영화를 볼 때 마다 감독의 능력과 잘 짜여진 각본이 제작비 보다 훨~씬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군요.

2007/02/13

근황

별 관심 없으시겠지만 블로그가 너무 황폐해 지는 것 같아 최근 일을 몇자 적습니다.


1. 인생의 이벤트 진행중 :
인생의 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서 정신이 없네요. 세상에 쉬운일은 없지만 역시 사람과 사람 관계가 제일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게 어느정도 수습되어야 제가 다른 일에 신경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2. 연말정산 대폭주 :
제가 작년에 R사에 근무하다가 퇴직했는데 그곳에서 받아야 하는 정산 금액이 우리사주 매입 비용으로 정산되어 처리된걸 깜박했다가 이번에 백여만원을 두들겨 맞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그렇잖아도 돈 쓸데도 많은데 이를 어쩐다...

3. NDSL Life는 지속된다 :
NDSL에 빠져 산지 한 3주 되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책은 한권도 못 읽고 있죠. 최근 플레이한 게임은 북미버젼 응원단인 "Elite Beat Agent"와 "Puyo Puyo 15주년 기념판" 입니다. "Elite Beat Agent"는 노멀 모드는 공략 완료했으나 단장 모드에서의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기브 업.

2007/02/09

행복은 사소한 곳에 있지만 불행과는 종이 한장 차이

저희 회사가 있는 층에 남자 직원은 어림잡아 60여명은 있습니다. 그렇지만 화장실은 한개, 좌변기는 5개 뿐이라 아침에는 전쟁과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죠.

오늘 아침, 상쾌한 하루를 위해 화장실을 찾은 순간 느낀 일상속의 사소한 행복.

단 하나 밖에 없는 비데 칸이 비어있었던 겁니다! 착하게 살면 복이 온다는 말이 맞나봐! 이런 행운이!

그렇지만....

행복과 불행은 종이 한장 차이.

칸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앉아 보니 휴지가 없네????

서둘러 밖으로 나와 휴지를 가지고 다시 들어가 보니.....

다시 나의 비데 칸이 잠겨 있는 것입니다.


아울러, 안에서 들려오는 상무님의 한마디.

"밖에 누가 휴지좀 갖다 주게"

2007/02/07

[NDSL] 아이실드21 맥스 데빌 파워

 


유명한 고교 미식축구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게임입니다.

게임은 크게 만화 원작의 스토리를 거의 그대로 구현한 RPG 스타일의 시나리오 모드와 대전 모드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대전모드는 처음 시작할 때 부터 선택할 수 있지만 시나리오 모드에서 획득하는 필살기 등은 시나리오 모드를 통해 얻어야만 대전 모드에서 실행이 가능하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캐릭터는 대전 모드에서도 거의 대부분 초반부터 사용 가능한데 킥의 달인이라는 무사시는 초반에는 없더군요. 기술처럼 몇몇 캐릭터는 아마도 시나리오에서 획득해야 하는 듯.

일단 원작의 팬이라면 굉장히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게임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만큼 시나리오 모드를 통해 여러 이벤트 등과 대사들로 원작의 스토리를 잘 구현해 놓았거든요. 원작과 아주 똑같이 가는 것도 아닌 미묘한 분기가 있는 것도 좋았고요. 위에서 말한대로 필살기와 여러 팀원들의 획득 역시 중요한 요소죠. 미식축구를 전혀 모르더라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많은 장치들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하지만 원작의 팬이 아니라면 심심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시나리오 모드까지 전부 터치로 입력, 진행하도록 한 전개는 터치를 너무 과잉 사용하도록 하는 부분이라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미식 축구 시합 역시 게임적으로 구현은 잘 해 놓았지만 뭔가 사용자가 조작할 수 있는 성격이 거의 없습니다. 캐릭터를 가지고 어떤 컨트롤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화면을 비비고, 점을 찍고 하는 것이 거의 다인지라... 그리고 터치가 맛이 갈 것 같아 걱정이 될 정도로 터치를 굉장히 과다하게 쓰도록 하는 게임이라서 진행할 수록 불안이 커지더군요.

한마디로 스포츠로서의 미식 축구가 아닌 원작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게임입니다. 원작의 팬이라면 당연히 구입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저처럼 잠깐 해보고 마는 수준이 적당하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원작 팬이 아니라서 그런지 결국 하다가 포기했습니다... 평가하자면, 10점 만점이라면 7점 정도?

2007/02/06

아버지 돌아오다 - 최덕규

 

아버지 돌아오다
최덕규 지음/길찾기

아버지가 권해주셔서 보게된 만화입니다.

이 작품은 장인의 사망 이후 사위 눈에만 보이는 장인의 모습을 통해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서 그리고 있는 이색적인 작품으로, 제목만 보면 아버지에 대해 무조건적인 감동을 요구하며 눈물한번 짜낼 것 같은 분위기인데 의외로 내용은 딱히 그렇지만은 않더군요. 단지 생과 사, 그리고 삶에 대한 여러가지 문제, 장례식과 그에 따르는 인간 관계 등을 담담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을 뿐입니다. 이러한 흥행과 무관한 예상을 깨는 작풍이나 분위기 등을 볼 때 일종의 "인디만화"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네요. 전혀 흥행할 것 같은 소재도, 그림도 아니지만 뭔가 한번 삶이라는 것을 되돌아 보게 하는 묵직함이 느껴지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만화적으로 본다면 너무 드라마가 없어서 아쉽긴 했습니다. 담담하고 잔잔한 연출도 좋지만 "이미 사망한 장인의 혼"이 눈앞에 보이게 된 사위라는 좋은 설정을 만화에서는 전혀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해서 이야기가 밋밋하게 흘러가거든요. 제가 너무 상업만화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요.

저는 이러한 인디 만화랄까... 분위기 있는 작품도 좋아하기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서 호불호가 쉽게 갈릴 듯 합니다.

2007/02/04

[NDSL] 응원단~~~~~!!!

 



NDSL을 구입한 뒤 스도쿠만 주구장창 하다가 드디어 새롭게 접한 게임이 바로 이것! "오쓰! 싸워라! 응원단" 입니다. 북미판 "Elite Beat Agent"라는 게임을 회사 동료가 구입해서 하길래 잠깐 해보고 확 필이 꽂혀버렸죠. 아시는 분은 다 아시는 명작 게임으로 응원단이라는 특이한 설정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리듬게임입니다. 이 응원단이 거리에서 좌절과 고난에 빠진 사람들을 응원해 준다는 이야기를 재미나고 화끈한 일러스트와 음악으로 풀어나가고 있는데 중독성이 정말 대단합니다. 이제는 한물 간듯한 80년대의 열혈 분위기가 물씬 나는 것이 딱 제 취향이기도 하고요.

북미판, 일본판 두개를 플레이 해 본 감상에 따르자면, 북미판은 장면전환이 조금 유리한 듯 하고, 일본판은 일러스트와 상황 설정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음악선곡은 뭐 취향문제니까 그러려니 하는데 저는 일본판 음악이 더 좋더군요. 일러스트와 스토리는 전혀 다르니 두개 다 즐기는 것이 진정한 팬으로서의 자세겠지만요.

그런데 솔직히 조금 어려운 편이긴 합니다. 제가 박자치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른 리듬게임들에 비하면 게이지 떨어지는 것이 너무 여유가 없어서 가끔은 화가 날 정도죠. 특히 리더 "잇뽄기 류타" 모드로 시나리오는 다 클리어하고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운석을 없애는 미션을 수행중인데 이거 참 어려워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나 할까...

여튼 응원은 대단합니다. 저도 열심히 해서 단장이 되어야죠. 오늘 하루도 열심히 응원을! 여러분들도 힘든일이 생기면 응원단을 부르세요.^^

2007/02/01

보랏 -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 (Borat : 2006) - 래리 찰스

 


카자흐스탄 방송국 리포터인 보랏은 자신의 미국 체험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의 대대적인 배웅을 받으며 프로듀서와 함께 미국 뉴욕으로 떠난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TV에서 본 영화배우 파멜라 앤더슨에게 반해 버려 파멜라를 아내로 삼겠다고 굳게 결심한 보랏은 프로듀서를 속여 로스앤젤레스의 파멜라 앤더슨을 만나기 위한 자동차로 긴 여정을 시작한다.

워낙 평이 유명해서 보게 된 영화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무 생각없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일줄 알고 선택해서 보게 되었는데 예상과 너무 달라 실망이 컸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우리나라 시골영감 서울 상경시 수준의 문화적 차이를 다룬 코미디에 불과했을 뿐더러 카자흐스탄에 대한 비야냥과 유태인에 대한 억지 풍자, 거기에 노골적인 성적 코드가 거슬릴 정도로 과장되게 들어가 있어서 불쾌하기까지 했습니다. 또한 뭔가 미국에 대한 대단한 풍자를 기대했건만 위에 이야기한대로 단지 문화적 차이에 의한 조크 이상의 것을 찾아보기 힘든 것 역시 실망한 이유 중 하나고요. 이래서야 "부시맨" 이후에 발전한게 하나도 없잖아요? 그나마 과거의 비스무레한 코미디들에서 달라진 것이라고는 Fake 다큐처럼 처리한 영화의 전개방식뿐인데 이마저도 관객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중간중간의 오바가 심해서 설득력이 무지하게 떨어집니다.

물론 주인공 보랏 역을 맡은 영국 코미디언 사차 바론 코엔은 대단합니다. 문화적 차이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천연덕스러움은 물론이고 보통사람은 상상하기 힘든 장면을 대담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미디언이 자기 자신을 망가트려가면서 대중앞에 노출되는 것은 우리나라 "패션 7080"의 홍춘이 들도 거리에서 선보이고 있으니까요. 다만 좀 더 자기 자신을 망가트린다는 차이가 있을 뿐 웃음의 방식은 어차피 동일한 것이라 생각되네요.

TV 시리즈로는 충분히 통할만한 개그 소재이지만 영화에도 어울렸을지는 의문이 남습니다. 미국에서 흥행 1위를 한 것은 단지 무대가 "미국" 이고 미국 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릴만한 코드가 있기 때문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만한 반응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군요.

PS : 카자흐스탄 "킹카"는 도대체 무슨 뚱딴지 같은 제목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