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에서 살아가는 작지만 평화로운 부족이 어느날 마야 제국의 일단의 침략자들에게 습격당해 마을은 불타며 사로잡힌 부족민들은 마야 도시로 노예로 끌려가게된다. 겨우겨우 도착한 도시에서 여자들은 팔려가고 남자들은 태양신에게 산제물로 바쳐지나 마침 일어난 개기일식 탓에 주인공 "표범발"은 목숨을 건지고 외려 습격자들의 사냥 놀이에서 탈출에 성공하게 되는데...
회사 동료의 추천으로 연휴 기간동안 보게 된 이번 설 연휴 마지막 감상 영화 입니다.
영화는 마야 문명에서 일어났음직한 한 에피소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배우들 모두가 당시 마야어를 사용하고 있고 분장이나 고증이 나름 충실한 편이라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마저 납니다. 거기에 액션 하나는 정말 날것 그대로 화끈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관객을 몰입시키고 있어서 감독으로서의 멜 깁슨을 재 발견하게 하더군요.
하지만 멜 깁슨의 제국주의적 시각때문에 보는 내내, 그리고 보고난 이후에도 찝찝하고 짜증만 납니다. 고증은 언어와 복장만 충실하고 당대 마야의 찬란한 문화를 자기 멋대로 왜곡하여 야만성만 강조하며, 이러한 찬란의 문명의 붕괴를 야만성으로 인한 필연적인 결과였다는 것을 표현하는 시각 자체가 너무나 혐오스러우며, 마지막 스페인 군대를 주인공 표범발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구원자"로 묘사한 것도 불쾌했고 표범발이 가족을 이끌고 붕괴하는 야만적인 제국을 피해 밀림으로 떠난다는 결말 역시 서구문명에 의한 침략을 정당화하며 그들 스스로를 미개인으로 자리매김 하는 떨떠름한 결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영화가 전체적으로 잔인한거야 취향 탓일 수 있겠지만 재미를 떠나서 저는 굉장히 찜찜했고요. 대체 멜 깁슨은 왜 이렇게 배를 가르는 걸 좋아하는거야?
다시 말한다면, 이 영화는 "심청전"을 주제로 인신 공양에 대한 조선 문화의 야만성을 강조한 뒤 일본이 침략해서 미개한 조선인들을 정복한다는 영화와 다를게 없다 생각되네요. 즉, 우리가 타국의 문화와 역사를 가지고 논의하지 말고 단지 화끈한 액션만을 즐기자고 이야기할 수준을 뛰어넘는 거지같은 사상을 가진 영화라는 것이죠.
비슷한 영화로 이스터 섬의 종말을 그린 "라파누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제작비와 스케일, 액션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후지긴 하지만 "라파누이" 쪽이 훨~씬 설득력있고 잘 만든 영홥니다. 최소한 내부로부터의 붕괴를 다루려면 이 정도의 설득력은 보여주란 말이다. 니돈 들여서 니맘대로 만든 영화라 주장한다 할 지라도 이딴 식이면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또 액션만으로 관객을 기만하려 하지도 마라. 썩어빠진 사상이 눈에 훤히 보이니까. 하여간 WASP 쓰뤠기 멜 깁슨. 앞으로 니 사상이 변하지 않는다면 너의 영화는 두번다시 보지 않겠다. 아, 액션장면만 하이라이트로 뽑으면 볼지도 모르겠다. 액션은 잘 찍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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