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2/10/30

스노우화이트 - 모로호시 다이지로 : 별점 1.5점

 

스노우화이트 - 4점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미우(대원씨아이)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그림동화를 소재로 한 단편집. 모두 12편의 단편이 실려있습니다.
다양한 쟝르를 소화해가며 그림동화를 재해석한다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더군요. 뱀파이어 호러물로 변주한 <스노우화이트>, 영혼 이동 호러물 <카라바 후작>은 어디 내 놓아도 손색없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좀 뻔한 근미래 종말론적 분위기 SF <라푼젤>도 그럭저럭 괜찮았고요.

그러나 나머지 작품들은 대부분 실망스러웠습니다. 단순한 아이디어나 설정만으로 승부하는 작품이 많은데 딱히 재미있지도 않을 뿐더러 완성도도 별로거든요. 허무개그스러운 분위기가 많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작가 특유의 기괴한 센스가 딱히 두드러지지 않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감점요소입니다. 책 소갯글처럼 "모로호시 World 초보자를 위한 최적의 입문서"일지는 몰라도 이 작가의 매력이 잘 표현된 작품은 아니라 생각되네요. 과연 이 작품으로 모로호시 다이지로를 접한 초심자가 과연 다른 작품을 찾아보게 될까요?

어차피 전부 12편에서 3편만 마음에 드니 별점 척도로도 1.5점 이상은 못 주겠습니다. 8,500원이라는 가격도 용서가 되지 않네요. 작가의 팬과 초심자 모두에게 적합치 않은 책으로 판단됩니다. 그래도 궁금하신 초심자 분 계시면, 딱 한번 읽은 책 4,000원에 양도하겠습니다....

2012/10/27

샤프를 창조한 사나이 - 히라노 다카아키 / 박영진 : 별점 1점

 

샤프를 창조한 사나이 - 2점
히라노 다카아키 지음, 박영진 옮김/굿모닝북스

일본 샤프의 창업자이자 "샤프 펜슬"을 발명한 하야카와 도쿠지 일대기.
빈민촌 혼죠 후카가와에서 자라며 가혹한 새어머니의 학대에 시달린 유년시절, 소학교 중퇴 후 시작한 도제생활, 스승의 사업 실패 후 야시장 장사까지 해 가며 보은, 독립의 시작이 된 특허 상품 벨트 버클 도쿠비죠 개발,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친가족과 재회, 최초의 샤프 펜슬 탄생, 성공의 와중에 닥친 관동대지진으로 전 가족을 잃은 일, 이후 라디오로 재기 성공.... 등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펼쳐집니다.

허나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흔해 빠진 용비어천가식 미담에 불과해요. 당대 인물들 중 고생 안 해본 사람은 없을터라 고생담이 딱히 와 닿지도 않을 뿐더러 뛰어난 장인으로 기술에 기반한 인물이라는 것도 당시 일본 기업가들 대부분이 마찬가지였을 것이라 생각되기에 특별함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이야기 중 친구이자 라이벌이라고 소개된 마쓰시타 고노스케 역시 마찬가지잖아요? 소니의 이부키 마사루도 그렇고.
지진으로 모든 가족을 잃은 상처가 있다길래 순애보같은 개인사를 기대하기도 했는데 내연의 처와 평생을 함께 했으며 정작 하나뿐인 딸은 또다른 애인이 낳았다는 시마과장스러운 가족사도 역시나 싶더군요.

그나마 조금 특이한 것은 바보스러울만큼 착했다는 점인데 기업가로서의 성공에는 발목을 잡을 뻔한 일이 많은 만큼 본받을 일은 전혀 아니더라고요. 뭐 이러한 일화도 굉장히 과장되었을 것이라 생각되긴 하지만요.

어쨌거나 샤프 자체가 무너져버린 지금 읽기에 적합한 책은 아니며 딱히 남는 것도 없는 전형적인 1세대 기업가 성공담이었습니다. 회사에 굴러다니기에 읽었지만 이런 케케묵은 성공담보다는 차라리 <소니 침몰>처럼 샤프의 몰락을 다룬 책이 더 재미있고 유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소니처럼 말이죠. 별점은 1점입니다.

2012/10/23

야수는 죽어야 한다 - 오오야부 하루히코 : 별점 1.5점

야수는 죽어야 한다 - 4점
오오야부 하루히코/고려원(고려원미디어)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난 다테 구니히코는 해방 후 온갖 고초를 겪으며 일본으로 귀항햐여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성공, 그리고 돈에 대한 강한 집착을 갖게 된다. 그래서 그가 가장 빠른 성공을 위해 택한 것은 "범죄" 였다...

오오야부 하루히코의 전설적인 데뷰작. 다테 구니히코라는 희대의 안티히어로를 주인공으로 한 하드보일드 활극입니다. 그야말로 일세를 풍미한 당대 대 히트작이기도 하죠. 대학교 입학금 강탈이 필생의 목표로 그려지는 100 여 페이지 분량의 1부와 아버지, 여동생의 원수인 게이큐 재벌의 총수 야지마 가문에게 복수하는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당대에는 참신했을테고 다양한 쟝르물에 영향을 끼쳤을지는 모르나 무려 60여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는 별달리 새로울 것 없는 흔해빠진 안티 히어로 액션 모험물일 뿐이라 실망스러울 뿐이었습니다. 일단 설정부터가 오버스러워요. 키 180에 복싱으로 다져진 몸매, 뛰어난 사격실력과 운전실력, 수려한 외모, 하버드 유학 경험까지 있는 영문학자라는 설정을 갖춘 내츄럴 본 킬러 다테 기미히코라는 캐릭터는 남성 판타지의 이상형이라 할 수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 만화적인, 현실성 제로의 인물이죠. <아이거 빙벽>의 조너던 헴록은 이놈에 비하면 옆집 아저씨 수준이에요.
범행들도 어이가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현실성 측면에서는 1부가 조금 나은 편이기는 해요. 대학교 입학금 강탈 작전은 1,600백만엔 정도의 금액 강탈로 끝나서 그러려니 할 수 있으니까요. 허나 2부에서의 은행 습격 시 강탈한 돈은 무려 87억엔으로 묘사되는 등 스케일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라 뭐라 언급하기도 난감하네요. 이 정도면 거의 국가 전복, 쿠데타 수준이 아닐까요?

캐릭터의 강한 마초적 매력과 함께 디테일한 총기류와 범행에 대한 묘사, 빠른 전개로 독자를 사로잡는 재미는 충분하나 설득력 측면에서는 빵점에 가까운, 전형적인 펄프 픽션이었습니다. 별점은 1.5점. 당대 독자에게 어필했으리라 짐작되는 부분이 일부 있기는 하나 지금 읽기에는 너무 낡았다는 것이 정답인듯 합니다. 그래도 마쓰다 유사쿠 주연의 80년도 영화 작품은 보고 싶기는 하네요.

2012/10/21

범인 없는 살인의 밤 - 히가시노 게이고 / 윤성원 : 별점 2점

 

범인 없는 살인의 밤 - 4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신참자>를 읽고난 뒤 충동적으로 연이어 읽게 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 전부 7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정통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인간 심리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다는 것이겠죠. 그러나 <신참자> 보다는 확실히 별로였습니다...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주제에 걸맞는 이야기들로 섬찟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반전들은 괜찮은 편이니까요. 허나 반전을 위해 작위적인 설정들이 개입된 이야기가 많다는 점과 더불어 추리적으로 그닥이었기 때문에 점수를 주기는 좀 어렵네요.
물론 추리적으로만 놓고 본다면 여섯번째 작품인 <굿바이 코치>, 그리고 마지막 작품인 표제작 <범인 없는 살인의 밤>이 괜찮은 트릭과 더불어 결말까지 설득력있는,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어 역시나 작가의 이름 값을 느끼게 해 주기는 합니다. 허나 그외의 작품들은 아무래도 작품들의 주제가 사소했던 감정이나 오해 등에서 촉발된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으로 정교하거나 디테일한 것과는 거리가 있어요. 동기도 과장된 것들이 많았고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 읽는 재미는 있지만 작가의 명성을 생각한다면 평범한 수준이었다 생각됩니다. 보다 정교한 추리물이었거나 아니면 심리묘사를 중심으로 한 "기묘한 맛" 류의 단편이었다면 훨씬 좋았을텐데, 지금은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결과물로 보이네요.

<작은 고의에 관한 이야기>
친구 다쓰야의 자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이야기. 고등학생에 어울리는 수사과정의 현실성이 돋보이고 진상도 깔끔하나 우연이 많이 개입된 상황 + 설득력 떨어지는 동기라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어둠속의 두 사람>
제자 하기와라 신지의 동생 살해 사건에 대해 알아가다가 놀라운 진상을 깨닫게 되는 중학교 교사 히로미의 이야기.
전개도 그럴듯하고 반전도 충격적이면서 설득력있는데 문제는 과연 범인이 범행을 그렇게 저지를 수 있었을까 하는 점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죽일 이유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말이죠. 때문에 별점은 2.5점 입니다.

<춤추는 아이>
매주 수요일 밤 리듬체조를 연습하는 소녀에게 푹 빠진 제자를 위해 소녀에 대해 조사해주는 가정교사 구로다의 이야기.
시작은 순수했지만 결말이 비극적이라는 점에서 단편집 주제에 가장 잘 맞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에 가까운 평범한 내용으로 추리적으로는 언급할만한 것은 전혀 없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약간의 일상계 분위기만 내 주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어쨌건 추리소설은 아니었습니다.

<끝없는 밤>
오사카로 혼자 부임한 남편이 살해된 것을 알게 된 주부 아쓰코의 이야기.
인간적이면서도 관찰력 좋은 형사 반바의 캐릭터는 마음에 들지만 처음에 남편 시체가 놓여진 상태를 공정하게 알려주지 않는 등 추리적으로는 역시나 언급할 만한 점이 별로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아쓰코의 심리묘사 정도만 볼 만 했 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하얀 흉기>
A 식품회사 자재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발생한 연쇄 살인 사건의 진상에 대한 이야기.
범인을 초반부터 드러낸다는 점이 독특했으며 첫번째 사건의 트릭도 괜찮았고 무엇보다도 동기가 확 와 닿은 작품입니다. 저도 담배를 끊어야 할텐데 말이죠... 하지만 딱 한가지, 범인이 정신이상이었다는 결말은 섬찟하기는 하나 너무 쉽게 풀어낸 느낌이에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굿바이 코치>
양궁부 제자 모치즈키의 자살과 그녀의 유서인 비디오테잎을 통해 밝혀지는 진상에 대한 이야기.
범인인 코치의 트릭은 우연이 동반된 결과물이기는 하나 꽤 기발한 편입니다. 문제는 모치즈키 나오미가 코치를 함정에 빠트릴 계획이었다면 아예 테이프 자체를 바꿔치기 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구태여 처음 테이프의 상황과 동일하게 꾸며가면서 약간의 단서만 남기는 식으로 갈 필요가 전혀 없거든요. 아예 통째로 바꿔치기 하던가 파기해서 궁지에 빠트리는 것이 더 효과적인 복수였을 텐데 말이죠. 트릭말고는 별로 건질게 없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범인 없는 살인의 밤>
유명 건축가 키시다 저택에서 벌어진 우발적인 살인 사건에 대해 인칭을 바꿔 가면서 전개하는 작품입니다. 인칭을 바꿔 간다는 점에서 트릭이 살짝 엿보였는데 (서술트릭이겠거니... 싶었죠) 진상은 제 예상보다도 한번 더 복잡하게 꼬아놓았더군요. 경찰의 수사과정도 상당히 돋보였고 말이죠.
그러나 트릭의 설득력은 그닥 높지 않고 작위적 설정이 지나쳐서 트릭을 위해 만든 것 같은 느낌도 강하게 듭니다. 누가봐도 같은 이름의 여자 가정교사가 있다면 이상하다고 생각할텐데, 사소한 부분에서 신경을 좀 덜 쓴 것 같기도 하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012/10/19

[근조] 실비아 크리스텔 (1952-2012)

 


모든 제 동년배의 영원한 누님. 실비아 누님께서 운명을 달리하셨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신참자 - 히가시노 게이고 / 김난주 : 별점 3점

 

신참자 - 6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재인

가가형사 시리즈 단편집. 모든 단편들이 중년 이혼녀 살인사건이라는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각각 사소하게나마 연관되어 있는 - 가가 형사가 수사 도중 선물하고 다니는 선물이 두번째 단편에 등장하는 닌교야키나 다섯번째 가게의 케이크라던가, 일곱번째 단편에서 피해자 전남편과 술을 먹는 가게가 두번째 단편의 주 무대라던가 하는 식이죠 - 연작 단편집이기도 합니다.

추리적으로는 모순된 증언을 밝힐 수 있다면 아무리 기묘해도 그것이 진실이라는 점에서 (예를 들자면 케이크가게와 피해자 아들을 연결시키는 진상 같은 부분) 홈즈의 귀납 추리법이 떠오르는데 고전 추리물 애호가로서 정말이지 무척 반가운 점이었어요. 이러한 추리법이 다양한 지역주민들의 모순된 증언 이면의 진실을 파헤친다던가, 이유를 알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단순한 진실을 밝혀낸다는 일상계 분위기가 강하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실제로 있음직한 이야기들이 많았으니까요. 한마디로 추리적으로 충분한 재미를 가져다 주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꼬여있던 인간관계가 해결된다던가, 감정의 응어리가 풀린다는 치유계스러움, 피해자 아들 고우키의 성장물 스러움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도 아주 독특하다 느껴졌습니다. 고우키가 어머니의 진심을 알게 된다던가 하는 이야기에서는 잔잔한 감동도 전해주는 것이 아주 좋았어요.

덧붙이자면 실존하는 지역인 니혼바시 고덴마쵸의 여러 가게들을 무대로 펼쳐진다는 점도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지역 특산물이라는 닌교야키나 아몬드 푸딩위에 패션 프루트젤리를 얹은 젤리는 한번 사먹어보고 싶어지더군요.

그러나 몇몇 이야기는 비약이 심하고 정보를 공정하게 전달해주지 않는다는 점과 중반부까지의 이야기, 즉 지역 주민들의 거짓 증언을 밝혀내는 이야기들은 작위성이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조금 불만이기는 했습니다. (아무리 고집이 세고 입이 무거워도 살인사건을 수수하는 형사앞에서 태연하게 거짓증언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또 피해자의 자금 관계를 조금만 철저하게 조사했더라면 보다 쉽게 진상을 밝혀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너무 수사가 발품, 탐문으로 진행되는 부분은 납득하기는 좀 어려웠고요.

그래도 결론은 수작. 이전에 읽었던 가가 형사 시리즈는 묵직한 정통 추리물 + 복수극 느낌인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뿐이었는데 아주 상반된 작품이라서 굉장히 의외였지만 저는 이쪽 분위기가 훨씬 마음에 듭니다. 재미와 함께 추리적인 요소도 잘 갖추고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생각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센베이집 딸>
용의자의 옷차림에 대한 증언과 가가 형사가 관찰을 통해 밝혀낸 사실 (거리를 지나다니는 직장인들의 옷차림)을 바탕으로 비약이 심하지만 논리적인 진상을 밝혀내는 과정이 고전추리 스타일이라 마음에 든 작품입니다. 그러나 살인사건이라는 강력사건 수사 앞에서 입을 다물고 있었을까?라는 점에서는 설득력이 별로 없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요릿집 수련생>
피해자의 집에 있던 닌교야키에 얽힌 진상을 밝혀내는 이야기. 사건과는 하나도 관계가 없다는 점과 추리적인 요소가 부족하다는 점에서는 약간 처지기는 하나 실제 있음직한 일상계스러운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사기그릇 가게 며느리>
피해자의 집에서 발견된 주방 가위를 사기그릇 가게 고부갈등과 연결시킨 작품. 식사용 가위라는 말을 주방 가위로 오해했을 것이라는 진상을 시어머니의 여행과 연결시킨 전개가 깔끔합니다. 이 정도면 거의 완벽한 일상계가 아닐까 싶네요. 별점은 3점.

<케이크 가게 점원>
피해자가 자주 들린 케이크 가게 - 피해자가 갑자기 연고도 없는 고덴마쵸로 이사온 이유 - 피해자의 아들이 동거하는 연인의 집 이라는 연결고리를 풀어내는 이야기로 철모르는 피해자 아들 고우키의 인간적인 성장이 돋보이더군요. 피해자가 이사오게 된 계기가 순전히 우연이었다는 점에서 정교함이 떨어지나 은행이 많다는 묘사를 통해 공정하게 독자에게 정보를 전해준 것이 아주 괜찮았어요. 별점은 3점입니다.

<번역가 친구>
시체를 발견한 피해자 친구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이야기가 중심으로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치유계로 보이는 작품입니다. 세번째 이야기의 사기그릇 가게에서의 증언이 주요 소재로 쓰인다는 점에서 연작물 특성을 많이 보이기도 하죠. 드라마는 잔잔하니 좋은데 추리적으로 별로 눈여겨 볼 만한 부분은 없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청소회사 사장>
피해자의 전남편이 등장하여 가족간의 응어리를 풀어낸다는 작품으로 역시나 치유계스러운 느낌이었습니다. 반지에 대한 묘사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추리물로 보기는 좀 어렵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민예품점 손님>
유일하게 한편으로 완결되지 않는 작품으로 마지막 이야기를 위한 복선 및 정보제공 성격이 강한 작품입니다. 별점을 단독으로 주기는 좀 애매하네요.

<니혼바시의 형사>
범인을 밝혀내는 대단원격인 작품으로 전편인 민예품점 손님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깔끔한 마무리는 좋은데 진상, 동기가 너무나 평범해서 앞부분의 수사가 왜 필요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는 점에서 조금 맥이 빠지기도 하네요. 그래도 흉기를 찾아내는 부분이 현실적이면서도 정교해서 괜찮았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12/10/17

타지카라오 1~4 - 모리 진파치 / 요시카이 칸지 : 별점 1점

 

타지카라오 4 - 2점
모리 진파치 글, 요시카이 칸지 그림/학산문화사(만화)

한 시골 촌락의 숭배대상인 고대신 타지카라오가 그 마을을 둘러싼 이권 다툼으로 베일이 벗겨지는 판타지로 외딴 산골마을에서 촉발된 살인사건이라는 발단은 흥미로왔지만 이후 전개는 전형적인 초인 전설 이야기에 불과해 실망을 안긴 작품. 촌 마을의 숨겨진 전설의 진상에 접근한다는 이야기 구조는 <칠석의 나라>와 비교가 될 수 있지만 재미와 설득력에서 발뒤꿈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재미가 없는 것은 그렇다쳐도 환경문제, 고령화, 불법 대출 등 너무 많은 주제를 녹이려 한 것은 명백히 작가의 실수로 보이며 권수에 비해 악역이 너무 많다는 것 역시 산만할 뿐이었어요. 별 활약도 없고 실제로 불필요한 초인변신이 대체 왜 들어간 것인지도 잘 모르겠고 말이죠.

그래도 타지카라오의 가면을 선택받은 사람이 쓰면 초인이 된다는 판타지가 전설이 아니라 정말로 고대로부터 전승된 신빙성 있는 이야기였다고 끝나는 결말은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마무리를 서두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지리적 위치 및 대카구라 관련된 복선 등도 꽤 충실하게 설명되고 있는 등 나름 설득력을 보이니까요.

욕심을 줄이고 좀 더 간단하게 전개되었더라면, 그리고 실존하는 전승설화였다는 이야기 구조를 더 디테일하게 파고들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단점이 너무 명확하기에 별점은 1점입니다.
그러고보니 원작과 작화가 나누어져 있는데 두개 다 건질 부분이 하나도 없다니, 참 특이한 작품이긴 하네요.

2012/10/11

스키야키 (極道めし, Sukiyaki, 2010) - 마에다 테츠 : 별점 1.5점

 

같은 감방 재소자 5명이 설요리를 놓고 각자 맛있게 먹었던 추억의 요리를 이야기하는 배틀을 펼친다. 새로 입소한 켄지는 어울리기 싫었지만 결국 동참하게 되는데...

만화 <대결! 궁극의 맛>을 영상화한 작품.
원제는 <極道めし>죠. 만화의 가장 큰 장점은 특별한 레시피나 재료, 식당 소개없는 개개인의 추억에 얽힌 요리가 이어진다는 것으로,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여 다양한 음식이 나름의 드라마와 함께 자유자재로 등장할 수 있다는 점과 미약하지만 배틀요소까지 있다는 점이 획기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휴가 직전 먹고 싶은 음식을 떠올리는 군대 느낌도 들고 해서 왠지 마음에 들기도 했었고요.
그러나 에피소드 하나에 주인공이 한명이라는 구성이라 영상화한다면 TV 드라마가 어울릴 것으로 생각되었는데 영화화된걸 알고 조금 놀랐습니다. 어렵게 찾아보게 만들더군요.

그러나 보고난 결과는 역시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일단 설요리를 걸고 같은 감방 재소자들이 추억의 요리 이야기를 선보인다는 구성만 같고 이야기 하나하나가 제각각이라 난잡했거든요. 이럴러면 차라리 하나의 영화가 아닌 옴니버스물로 만드는게 나았을거에요. 또한 이야기의 레벨도 들쭉날쭉이라 기승전결이 완벽한 창코나 켄지의 이야기가 있는 반면 그냥 요리 소개에 그치는 것도 있는 등 전체적인 완성도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만화대비 교도소 생활의 디테일이 잘 드러난 것은 좋았고 연극적인 효과를 살린 연출도 참신했지만 하나의 작품으로 볼 때는 부족한 부분이 더 많았다 생각됩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마지막 켄지의 양배추 파기름 라면은 꽤 그럴싸해 보였어요. 켄지가 사고를 치고 연인과 헤어지기 직전, 라면집을 차리는 것이 꿈인 연인에게 끓여달라고 해서 얻어먹는 라면인데 레시피를 소개해 봅니다.
1. 물을 끓이는 동안 양배추를 잘게 썰어 놓는다.
2. 냄비에 면을 넣는다.
3. 라면 조미료를 넣는다.
4. 잘게 썰은 양배추를 그릇에 담는다.
5. 그릇에 면과 국물을 붓는다.
6. 파를 잘게 썰어 듬뿍 얹는다.
7. 파기름을 두른다.
파기름까지는 힘들더라도 양배추 + 파 조합 정도는 집에서도 충분하겠죠? 공식 사이트에서 등장 요리 레시피를 소개해 주고 있으니 더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쯤 들어가 보세요.

2012/10/06

빨리 명탐정이 되고 싶어 - 히가시가와 도쿠야 / 채숙향 : 별점 2점

빨리 명탐정이 되고 싶어 - 4점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채숙향 옮김/지식여행

최근 각광받는 유머 본격 미스터리 작가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단편집. 가상의 도시 이카가와 시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을 해결하는 탐정 우카이와 견습 류헤이의 활약상을 다룬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독특한 아이디어도 몇개 있고 특유의 유머감각도 여전하나 작품별 수준의 편차가 꽤 큰 편이더군요. 몇 작품은 추리물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였으니까요. 
탐정역인 우카이와 조수 류헤이의 캐릭터 설정이 작가의 다른 작품과는 다른 진부한 인물들이었다는 것도 감점 요소고요.

때문에 전체적인 별점 평균은 2점입니다. 그러나 읽는 재미는 있고 괜찮은 작품도 있는 만큼 작가의 팬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 할 것 같네요. 킬링타임용으로는 적합해 보입니다.

<후지에다 저택의 완벽한 밀실>
범인 슈사쿠의 범죄가 먼저 선보이는 도서 추리단편.
밀실을 만드는 공작이 꽤 그럴듯 한데 실제 추리의 과정은 없고 결말이 이른바 "돌직구"라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트릭따위는 잘 모르겠지만 범인은 너야!"라는 노골적인 결말인데 발상의 전환이 돋보였달까요? 추리 부분이 조금 약하긴 하나 돌직구 아이디어 하나만큼은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시리즈의 첫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탐정 컴비인 우카이 - 류헤이의 소개가 거의 되지 않는 것도 독특했어요.

<시속 40킬로미터의 밀실>
류헤이의 미행 도중 발생한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는 작품.
괴짜이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탐정 우카이와 조수 류헤이 컴비의 소개가 조금씩 펼쳐지며 전개도 작가 특유의 유쾌함이 잘 살아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가지 조건이 복합적으로 갖춰진 상황에서 발생한 우연에 의한 사고라는 진상 때문에 정통 추리물로 보기는 아무래도 힘들더군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일곱개의 맥주상자>
종적을 감춘 의뢰인, 골목길 가정집 창문을 깬 돌맹이, 동네 주점에서 사라진 맥주상자, 부동산 주인을 살짝 치고 도망간 뺑소니 택시라는 일상계스러운 소재와 단서가 조합되어 의외의 진상이 드러난다는 작품.
각 사건 하나하나가 모두 설득력이 있을 뿐 아니라 자판기의 형태마저 이용한 트릭이 아주 좋았습니다. 일본스럽기는 하지만 설명도 제법 잘 해 주고 있는 편이고요.
우카이가 정말 명탐정이라는 것을 보여줄 뿐더러 새 캐릭터인 사야카양도 무척이나 귀여워서 마음에 들었어요.
딱 한가지, 마지막 범인의 폭주 및 류헤이의 추격은 일상계 분위기를 깬 것 같아 아쉽긴 한데, 과장된 묘사가 작가의 특징이니 어쩔 수 없어 보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참새숲의 이상한 밤>
사이온지가의 당주 쇼조 살인사건을 다룬 이야기. 시작 부분부터 수상함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설정이고 (류헤이에게 에리가 관심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에러죠) 시체를 휠체어에 묶는다는 트릭도 납득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범행의 진성도 허무하기 그지없는, 평범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보석 도둑과 엄마의 슬픔>
1인칭 시점인데 화자가 애완동물이라는 파격적인 설정을 지닌 작품. 또한 어떤 동물인지를 마지막에 밝힘으로써 일종의 서술트릭같은 효과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추리물로서의 가치는 높다고 할 수 없어요. 트릭은 파격적이지만 그만큼 작위적이고 너무 독자를 속이려는게 드러나서 별로 와닿지 않았거든요. 중요한 정보를 숨기는 전개 역시도 억지스러웠고요.
별점은 1.5점입니다.

2012/10/03

토로스 & 토르소 - 크레이그 맥도널드 / 황규영 : 별점 2.5점

 

토로스 & 토르소 - 6점
크레이그 맥도널드 지음, 황규영 옮김/북폴리오

실제 인간을 토르소(torso, 목과 팔이 없는 조각 작품)처럼 다루는 엽기적인 살인극이 1935년부터 1961년까지 30여년의 긴 세월 동안 펼쳐진다. 이 살인극에는 인기 범죄소설 작가 헥터 라시터가 깊숙히 개입해 있는데...

국내 최대의 추리 애호가 커뮤니티 하우미의 이벤트를 통해 읽게 된 작품입니다. 리뷰에 앞서 관계자분들께 먼저 감사 인사 드립니다.

이 작품은 범죄 소설가 헥터 라시터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1935년 플로리다의 키웨스트, 1937년의 스페인, 1947년의 헐리우드, 1959년의 쿠바의 단락으로 나뉘며 각 단락별로 아직까지 육상에서의 중심기압 기록을 가지고 있는 1935년의 태풍 상륙, 1937년의 스페인에서의 프랑코에 대항한 내전, 1947년의 "블랙 달리아" 사건이라는 실제 사건과 함께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초현실주의 연쇄살인사건이 얽혀서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제 사건들에다가 헤밍웨이와 오손 웰즈, 리타 헤이워드 등 당대 실존인물들도 이야기에 한몫 단단히 하기 때문에 팩션 느낌도 강하게 나는데 작가의 자료 조사가 장난이 아닌 듯 정말로 손에 잡힐 듯한 생생한 묘사가 압권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손에서 떼기 힘들 정도였어요. 미술사적인 시점에서의 그림 묘사들도 디자인 전공자로 반가운 부분이었고요.

그러나 팩션적인 재미 외의 범죄 소설로의 재미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일단 이야기의 핵심인 "블랙 달리아" 사건에서 작가가 상상한 이른바 "초현실주의 연쇄 살인사건"의 설득력이 너무 떨어져요. 예를 들자면 작가 스스로 초반의 살인사건은 엄청난 무게의 기계장치들을 언급하며 범인이 현장까지 그러한 것들을 나르고 나머지 잔해들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체력과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을텐데 그 방법이 전혀 설명되지 않는 식입니다. 이건 너무 부실하죠.
게다가 "블랙 달리아" 사건은 팩션 치고는 너무 각색을 했더군요. 엘리자베스 쇼트가 배우를 꿈꾸는 화가 아르바이트였다니, 좀 지나쳤다 생각됩니다. 레이첼 - 알바의 1인 2역 트릭도 뻔해서 점수를 주기는 힘들더군요.
마지막으로 엄청나게 많은 유명한 초현대미술 작품들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도판이 거의 없는 책의 구성도 실망스러웠고요.

그리고 개인 취향인 부분이긴 한데, 헥터 라시터의 외로운 늑대 스타일 활약도 문제에요. 권총에 수류탄까지 휘두르는 잘나가는 베스트셀러 터프가이 작가라니, 이 자체가 초현실주의가 아닐까요? 또한 현대미술 작가들을 진보주의자에서 최소한 좌파 (빨갱이?), 변태에 연쇄살인마 집단으로 묘사한 점과 작가의 모습이 어느 정도 투영된 것으로 보이는 헥터 라시터가 FBI의 끄나풀 역할도 하면서 이런 집단을 응징한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보수적 마초이즘으로 보이기에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마음에 드는 여자를 꼬시려고 협잡질도 마다하지 않는 헥터의 모습은 후반부 현대미술가들의 난교 파티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모습과 전혀 겹쳐지지도 않았고 말이죠.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 귀경길에 한시간이나 비행기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읽는 재미는 넘치는 작품입니다만 크라임 미스터리, 범죄소설로는 좀 애매하달까요. 조금은 시대착오적인 터프가이 모험극 느낌도 많이 나기도 했고요. 그래도 읽는 재미 만큼은 확실한 만큼 킬링 타임용으로 추천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