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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6

트렌트 마지막 사건 - 에드먼드 클레리휴 벤틀리 / 손정원 : 별점 2점

트렌트 마지막 사건 - 6점 에드먼드 클레리휴 벤틀리 지음, 손정원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미국의 대부호이자 제계의 거물인 시그즈비 맨더슨이 영국의 자택 근처에서 총에 맞은 시체로 발견된다. 의상을 갖춰 입었지만 틀니를 하지 않고, 자살로 보기에는 근처에서 흉기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집 가까이에서 살해되었는데 아침까지 그 사실을 아무도 알지 못한 점 등으로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런던의 신문사 레코오드지의 주필 모로이경은 화가이면서도 민완 탐정으로 뛰어난 지혜를 발휘해 온 필립 트렌트를 고용하여 사건의 수수께끼를 파헤치고자 한다.
트렌트는 맨더슨의 전날의 행적을 시간대별로 추적하여 유력한 용의자를 알게 되지만 미망인 메이벨을 위해 사건을 공표하지 않고 사건은 맨더슨의 미국에서의 원한 때문에 만든 적들에 의해 저질러진 범행으로 일단락 된다. 하지만 사건이 1년 정도 지난 후에 트렌트는 메이벨을 우연히 다시 만나 사건을 다시 되짚은 뒤 모든 진상을 알게 된다….

브라운 신부의 저자 체스터튼의 절친한 친구 에드먼드 클레리휴 벤틀리의 장편 추리 소설입니다. 필립 트렌트라는 명탐정을 등장시켜 수수께끼 사건을 해결하는 정통파 고전 퍼즐 미스터리죠.

제목이 마지막 사건이라 저는 처음에는 필립 트렌트 시리즈 중 완결편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뒷 부분의 해설을 보니 저자 벤틀리의 장편 데뷰작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데뷰작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에다가, 탐정의 캐릭터도 상당히 명확한 편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단 한명만 살해되고, 용의자로 압축될 수 있는 인물이 한정되어 있는데 비해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길어서 읽기에 좀 지루하긴 했습니다. 사건과 관계없는 부분의 묘사가 많지는 않지만 대체로 장황하고 서술적이라 더욱 그랬어요. 초반부터 등장해서 트렌트와 굉장한 두뇌싸움을 보여줄 것 같았던 마아치 경감은 중반 이후 등장하지도 않는 등, 쓸데없는 캐릭터까지 등장해서 소설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고, 지루함을 가중시킵니다.
더군다나 탐정인 필립 트렌트는 화가이자 신문기자, 탐정이라는 설정으로 사건에 투입되는 과정은 “노란방의 비밀”의 룰르타뷔유가 연상되는데, 탐정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감정 과잉인 캐릭터로 별 볼일 없는 유머와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는 듯한 언행을 일삼아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도 미인 미망인 메이벨과의 사랑이 결국 이루어지는 로맨틱한 설정은 상당히 독특하다고 보입니다. 바로 전에 읽은 “빨간 머리 레드메인즈”와 정반대의 설정이라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네요. 거기에 보기 드물게 결과적으로 해피엔딩인 마무리는 제법 괜찮은 편입니다. 정통파답게 결정적인 근거가 될 수 있는 트릭이나 막판 만전 같은 것은 굉장히 좋거든요. 물론 여기까지 읽어 가는 과정이 무척 힘들지만 말이죠.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발표된 시대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지루한 부분이 많은 편이라 감점합니다. 정통파 고전 추리물의 원형에 가까운 작품으로 완독한 작품 목록에 추가한 것으로 만족합니다.

이로써 구입하고 읽지 않고 남겨두었던 책들을 거의 모두 정리한 것 같습니다. 첫 인상에 “지루하다!”라고 느껴지는 작품들은 백발백중 지루한 편이라 한번 날 잡아서 읽어주지 않으면 사실 계속 읽기가 힘든 편인데, 이번에 뭔가 숙제를 끝낸 것 같아 개운하네요.
요사이 좋은 추리 장편들이 상당히 많이 번역되어 나오는 계절이지만 다음에는 기분 전환 겸 해서 가벼운 추리 단편을 읽어봐야 겠습니다.

2004/07/21

빨간 머리 레드메인즈 - 이든 필포츠 / 오정환 : 별점 3점

빨강머리 레드메인즈 - 6점 이든 필포츠 지음, 오정환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런던 경시청의 유능한 탐정 마크 브랜던은 다트무어에서의 휴가 도중 의문의 살인사건을 맞이하게 된다. 로버트 레드메인과 마이클 펜딘이 외출하여 실종되고, 조사 결과 근처에서 사람의 피가 흘러있는 장소가 발견되며 이후 로버트 레드메인이 도주 중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진 것. 마크 브랜던은 마이클 펜딘의 미망인 제니 펜딘에게 연모의 감정을 느끼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시체와 로버트 레드메인의 행방 모두 밝혀내지 못한다. 그러자 로버트 레드메인은 오히려 자신의 둘째 형을 상대로 두번째 범행을 저지르며 사건은 더욱 더 미궁에 빠진다.
레드메인 가문의 맏형인 앨버트 레드메인까지 로버트의 표적이 되자 앨버트는 자신의 친구 미국인 탐정 피터 건즈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피터는 마크 브랜던과 같이 앨버트를 보호하며 사건의 진상을 추리해 나가며, 결국 피터 건즈에 의해 사건은 해결된다.

“세계 10대 추리소설”의 하나라고들 합니다. 책을 구입한 것은 굉장히 오래 되었지만 두께에 질려 미루어 두다가 겨우 읽게 되었네요. 제목의 의미가 제일 궁금했었는데 의외로 간단하더군요. 빨간머리 집안 레드메인즈 가문….

여튼, 이든 필포츠는 원래 전원 소설가로 유명한 작가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자연 묘사가 많이 등장하며 문체도 상당히 유려하고 문학적 취향이 짙게 배어나더군요.
허나 그만큼 지루한 것도 사실이고 추리적으로도 썩 대단치는 않습니다. 너무 오래된 작품인 탓에 (2차대전 이전의 유럽이 무대이니 만큼) 과학적 수사가 뒷받침 되어 있지 않아 가장 중요한 트릭들이 요새 감성에는 와 닿기 어려운 탓이죠. 핵심 트릭 자체도 다른 작품들에서 많이 등장하는 것이라 식상하고요.
심지어 마지막에는 주요 용의자가 너무나 적어져서 오히려 진상을 쉽게 이해하게 되는 상황까지 벌어지는 것을 볼 때. 작가가 추리 소설에 대해 이해도가 낮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래도 트릭으로 전개되는 사건들과 그 추리는 상당히 명쾌하고 재미난 편이에요. 유머스러운 부분도 많고요. 작가의 역량이 충분히 보여지는 여러가지 복선과 그 전개들은 과연 명불허전이었으며, 어쩐지 한니발 렉터 박사가 연상되기도 하는 마지막의 범인의 수기 부분에 있어서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올 정도였습니다.
무엇보다도 굉장히 독특한 범인의 캐릭터만으로도 읽을 가치는 충분합니다. 전형적 악인, 그야말로 태어나면서 부터의 악마 같은 존재의 범인에 대한 묘사는 이 당시 작품들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점이고, 그래서 이든 필포츠의 작가로서의 위대함이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특이한 점이라면, 거의 들러리인 마크 브랜던 대신 진짜 탐정 피터 건즈가 중반 이후에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인지 마크 브랜던에 대한 캐릭터 묘사는 확실한데 반해 피터 건즈는 역사에 길이 남는 추리소설의 탐정 치고는 상당히 비중이 작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브랜던이 더 마음에 들어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조금 지루한 감도 사실 있었고 지금 읽기에는 낡은 듯한 느낌도 주지만, 추리소설의 또 다른 면을 본 것 같아 흐뭇합니다. 추리소설의 매니아라면, 한번 도전해 볼만한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2004/07/15

괴인 20면상 / 소년 탐정단 - 에도가와 란포 : 별점 2점

이 작품들은 일본 추리소설의 대부라 할 수 있는 에도가와 란포가 변격물에서 벗어나 아동 취향 소설을 시도한 작품입니다. 당대 소년소녀들에게 초인기이었으며 현재까지 수많은 패러디와 오마쥬의 대상이 되는 “20면상”이라는 괴도와 “고바야시 소년”, “탐정의 7가지 도구” 등이 처음으로 등장하죠. 관심이 있던 차에 우연히 원어 소설을 구입하게 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에도가와 란포 추리문고로 간행된 책으로 아마노 요시타카가 일러스트를 맡았죠. 일어실력이 부족해서 100%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아동향 책이라 그런대로 읽을 수는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구한 만화가 두꺼운 장편인 소설대비 내용 축약이 심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둥 줄거리는 잘 따라가고 있어서 함께 읽으니 서로 보완이 되어서 좋았어요. 소설보다는 아무래도 만화가 이해가 훨씬 잘 되니까요.

<괴인 20면상>
대부호 하시다 가문에서 입수한 “로마노프 황제의 6개의 다이아몬드”를 훔치기 위해 20면상이 범행 예고장을 보낸다. 하시다 가문은 경비 강화는 물론 오랫동안 가출하여 외국에서 생활한 장남 소우이치의 귀국까지 겹쳐 부산한 나날을 보낸다. 소우이치는 장남으로서 20면상이 예고한 날에 같이 보석을 지킬 것을 아버지에게 약속하지만, 실은 그가 변장의 명수 괴인 20면상이었다! 20면상은 보석을 가지고 도망가던 중 둘째아들 소우지가 몰래 설치한 덫에 걸려 상처를 입자 보복으로 소우지를 납치한다.
이에 하시다 가문은 명탐정 “아케치 고코로”에게 소우지 구출을 의뢰하게 된다. 아케치의 부재로 임시로 사건을 맡게 된 조수 고바야시 소년이 소우지를 구출하지만, 대신 20면상에게 사로잡히게 되는데…..

<소년 탐정단>
할아버지의 유산인 저택에서 아버지와 살고 있는 소년 미야세 후지오에게 한밤 중에 괴한이 찾아와 침대를 떠나지 말 것을 강요한다. 후지오의 아버지와 가정부는 연극이라 여기지만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 아케치 고코로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아케치는 현장에 남겨져 있던 “5+3, 13-2”라는 수수께끼의 문자를 토대로 미야세 가문의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게 된다….

일단 “괴인 20면상”은 모험소설적인 측면이 강한 작품입니다. 그래서인지 추리적인 요소는 별로 없네요. 란포 자신도 쉽게 쉽게 쓴 느낌이고 말이죠. 란포 특유의 변격물 취향이 어느정도 풍기는 20면상의 분위기는 독특한 맛이 있어서 좋았습니다만 그 외에는 전부 그닥... 이었습니다. 20면상이 치밀하거나 완벽한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고 오히려 “변장의 괴물”같은 묘사로만 이루어진 점이라던가, 아케치 고코로와 20면상 모두 고바야시 소년의 들러리 역할만 한다던가, 지나치게 뤼뺑-홈즈의 스타일을 차용한 점 등 모두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에 비하면 “소년 탐정단”은 아동 모험소설 류의 묘사가 주를 이루기는 하지만, 란포 특유의 묘사와 암호 트릭이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상당히 추리성이 강해서 훨씬 낫더군요. 특히 초반부의 암호 트릭은 제법 괜찮았어요. 한마디로 아동 모험소설과 추리소설과의 절충을 효과적으로 이루어 낸 작품이랄까요?
그러나 중반 이후의 섬에서의 보물의 위치를 찾는 트릭은 란포의 전작 “고도의 마인”에 등장한 트릭을 아동 눈높이에 맞춰 고쳐쓴 것에 불과해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결론내리자면, 추리적인 완성도도 별로고 기본적으로 아동용 소설이라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그래도 현재까지 끊임없이 패러디되는 란포의 캐릭터들의 전형을 제시한 작품이라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낡기는 했지만 기본적인 재미는 충분히 제공하는 만큼 한국어판의 출판을 기대해 봅니다.

2004/07/13

사쿠라 신부의 사건 노트 - 영광관 / 고도관 살인사건 : 별점 2점 / 3.5점

사쿠라 신부의 사건노트 1 - 6점
고로 아오키 글, 고신 오가와 그림/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사쿠라 신부의 사건노트 2 - 8점
고로 아오키 글, 고신 오가와 그림/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이사와 더불어 발굴한 잊혀진 추리만화. 원작은 Goro Aoki, 그림은 Koshin Ogawa입니다.
국내에 2권까지 출간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제목 대로 “사쿠라 소이치로”라는 카톨릭 신부가 탐정역을 하고 있으며 1,2권 전부 토코요다 마나미라는 캐릭터가 출연하여 이야기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1권 영광관 살인사건
“영광관”이라는 대 저택에서 폐쇄적인 삶을 살아가던 토코요다 코우스케가 살해당했다. 장녀 리쯔코의 결혼식을 얼마 앞둔 시점이었다. 이후 리쯔코의 약혼자 토쿠다 토오루마저 살해하고 말았다.
영광관에 거주하고 있는 토코요다 패밀리는 콩가루에 애정결핍 증상을 심하게 보이고 있는 인물들로, 그 중 코우스케와 싸우고 실종 중인 리쯔코와 차녀 마나미의 아버지 켄스케가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그러나 경찰 조사로 켄스케가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지는데...

2권 고도관 살인사건
이찌노세 가문의 소유인 외딴섬 코모라 섬의 “고도관”에 찾아온 손님들. 그들은 모두 이찌노세 카오리라는 여성을 알고 있던 사람들로 초대장을 보고 찾아왔다. 하지만 섬과 고도관에는 카오리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고, 냉동실 안에서 그녀의 자살한 시체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정기 연락선이 올 때까지 섬에 고립된 손님들은 “묵시록”의 글귀와 같이 한명씩 살해당했고, 결국 그들 중 카오리와 알고 지내던 프리랜서 카메라멘 카노우 에리카의 조수로 이 섬에 우연히 찾아온 마나미만 살아남았다. 
그녀는 사쿠라 신부에게 진상을 밝혀줄 것을 요청하는데...

1,2권 다 제목에서 보이는 것 처럼 “관 시리즈”를 상당히 의식한 듯 싶고, 내용도 "관 시리즈"와 유사하게 특정 저택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그 중에서도 밀실 트릭이 핵심인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1권 “영광관 살인사건”은 길이에 비해서는 실망스러운 트릭과 내용이었습니다. 만화에는 잘 어울리지 않았고, 만화적인 전개도 내용을 잘 뒷받침 해 주지 못한 탓입니다. 소설로 썼으면 오히려 더 효과적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주인공이자 탐정역인 “사쿠라 신부”의 캐릭터가 너무 눈에 띄지 않는 점도 아쉬웠고요.
그래도 “독자에게 도전”하는 식으로 페이지를 분할해서 완벽한 퍼즐 미스터리 물로의 의지를 보여 주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고 싶네요. 중요 알리바이 트릭 자체는 상당히 괜찮은 편이니까요.

2권 “고도관 살인사건”은 훨씬 낫습니다. 보통 만화책이라면 2권으로 나옴직한, 300페이지가 넘는 대장편인데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재미가 상당하거든요. 1권에 비해 스케일도 클 뿐더러 “묵시록”의 글귀에 따라 사람을 살해하는 패턴은 “장미의 이름”에서도 이미 써먹은 방식이지만, 만화에서 보여지는 시각 효과 때문에 그 맛이 훨씬 더 잘 살아납니다. 트릭 자체도 흠잡을 데 없을 만큼 괜찮고요. 중간 중간 물론 약점이 보이기는 하지만 추리 만화에서 오리지널로 이 수준의 트릭이라면 “김전일”의 최고 에피소드하고도 견줄 만 합니다. 1권과 마찬가지로 “독자에게 도전”이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사쿠라 신부

하지만 이야기의 주요 화자가 “마나미”라서,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코모라 섬과 고도관에서의 이야기에 “사쿠라 신부”가 한번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그나마도 희박했던 사쿠라 신부의 캐릭터가 더욱 약해져 버린건 아쉽습니다. 
두 이야기 모두 “카톨릭 신부”라는 특성을 그다지 잘 살린 것 못한 점도 감점 요인이네요. 세례명이나 카톨릭의 장례 습관 등 전문 지식이 어느 정도 나오기는 하지만 “신부”라는 캐릭터에 걸맞는 수준이라 하기는 힘들었습니다. “브라운 신부”와 비교해 보면 그 수준이 현격히 차이가 납니다.
작화도 나름의 스타일은 있고 열심히 그리기는 했지만 뎃생력이 미흡하고 지나친 펜선 남용으로 지저분해 보이는 등 부족함이 더 눈에 뜨입니다. 배경이나 묘사 같은 디테일은 좋지만 보다 인물과 작화에 신경을 써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네요.

결론적으로 별점을 주자면 1권은 2점, 2권은 3.5점입니다. 두 작품 모두 위의 단점, 즉 부족한 캐릭터와 작화 때문에 0.5점 정도 감점합니다.
그래도 원작의 수준이 상당한 만큼 꽤 괜찮은 추리 만화 시리즈가 될 것으로 보이기에 후속작을 기대했는데 2권 이후 별 소식이 없어서 안타깝습니다. 제목에 "Afternoon Detective Series"라고 찍혀 있는 걸 보면 다른 시리즈도 있을 법 한데 말이죠... 서울 문화사에서 다시 한번 출간해 주었으면, 후속편이 없다면 "Afternoon"의 다른 시리즈라도 계속 발간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2004/07/12

스파이더맨 2 - 샘 레이미

드디어 봤습니다. 진작에 보려고 드디어 봤습니다. 진작에 보려고 했는데 많이 늦어졌네요.

저는 만화를 무척 좋아하고, 특히 미국 슈퍼 히어로물도 굉장히 좋아합니다. 애니메이션 버전도 좋지만 영화화 된 것도 좋아해서 그간 나온 히어로물은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영화 버전에서도 “블레이드”와 “X 맨”, 그리고 “스파이더 맨”은 상당히 괜찮게 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스파이더맨은 특유의 유머와 재치가 살아있으면서도 스파이더맨의 공중기가 너무나 화려하게 펼쳐지는 돋보이는 특수효과로 상당히 즐겁게 감상했었습니다. 때문에 2도 꼭 보고 싶었고 봐야만 한다고 생각했었죠.

사실 1편에서 좀 부족했던 것은 원작에서도 비중은 크지만 그다지 강력하지는 않았던 악당 “그린 고블린” 이었기 때문에 원작에서도 상당히 뛰어난 능력자 “닥터 옥터퍼스”가 등장한다기에 큰 기대를 걸 만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닥터 옥터퍼스와의 사투보다는 피터 파커의 궁상과 슈퍼 히어로의 비애를 다루며 주로 메리 제인과의 러브 스토리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더군요. 다른 히어로물과는 다르게 고단한 슈퍼 히어로를 강조하는 점은 독특하고 재미있어서 좋았지만 너무 길어져서 조금 짜증이 나긴 합니다. 삶에 치어 살아서 그런지 피터 파커의 유머 센스도 그다지 발휘되지 않고요. 그리고 메리제인과의 러브 스토리도 그다지 효과적으로 쓰인 것 같지 않습니다. 스파이더맨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가중 시키는 요소로 등장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뻔한 내용으로 흘러가거든요.

감독도 전편의 대성공으로 배가 불렀는지 너무 다양한 쟝르를 시험하는 느낌이 강합니다. “이블 데드” 시리즈의 감독답게 전형적인 공포 영화 문법으로 제작된 옥토퍼스의 병원에서의 탈출 부분은 그래도 흥미진진하지만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를 배경음악로 보여지는 스파이더맨을 그만두기로 한 피터 파커의 밝은(?) 평범한 삶의 부분은 너무 억지스럽습니다. 몇몇 캐릭터들의 등장 및 묘사도 불필요한 부분이 너무 많았다 여겨집니다. 그리고 제일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스파이더맨이 정체를 너무 많이 노출한다는 점.... 이건 이러면 안되는 거거든요....^^;

그래도 닥터 옥터퍼스의 특수효과와 스파이더맨과의 액션장면은 정말 대단합니다. 알프레도 몰리나의 선악이 공존하는 캐릭터의 연기 역시 뛰어나고 기계팔들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그 위압감은 그동안 기대했던 것 이상의 시각적 쾌감을 전해줍니다. 물론 공중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의 모습 역시 “최고!”라 단언할 수 있습니다.

뭐.. 그런 액션장면을 보기 위해 선택한 영화이기 때문에 별로 돈이 아깝다던가 실망한 부분은 없습니다. 옥터퍼스의 시시한 최후나 노골적으로 3편을 예고하는 마지막 부분도 참아줄 만 하고요. (모 영화처럼 “To Be Continued”같은 파렴치한 처리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원작의 팬이나 일반 팬 모두에게 지루하게 다가간 몇몇 부분은 조금 아쉽습니다. 편집의 묘가 더 필요하지 않았나 싶네요.

2004/07/08

나만의 괴작 1 - 말괄량이들 : Nitta Koyuki

이사하다 묻혀있던 책들을 발굴한 기념으로 이젠 기억에서조차 사라진 괴작 몇편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소장하고 있는 사람은 커녕, 본 사람조차 드물 것이라 생각되는 작품들이죠.

첫 작품은 Koyuki Nitta의 “말괄량이들” 입니다. 대원에서 정식 출판 되기 이전에 이미 “천하 공고의 말괄량이들(이던가?)”라는 제목의 해적판으로 미리 접해 보고 충격 먹었던 그야말로 괴작입니다. 원제는 “후지사키 공업의 여자들” 96년도 작품이네요.

여학생들은 거의 없는, 그래서 달콤한 학창생활은 기대할 수 조차 없는 불모지대와 같은 “후지사키 공고”를 무대로 정보과 1학년인 두명의 주인공 후미코와 사키의 좌충우돌 행동이 계속 되는 학원 개그물입니다.
여고생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과장했다는 점에서는 “여고생”과 유사하지만 공고라는 무대의 특수성을 과장하는 내용은 굉장히 독창적이며, 개그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작가 특유의 과장과 호러, SF, 거기에 유별난 성적 묘사를 가미하여 무언가 독특한 분위기를 가득 자아내는 것이 인상적이에요. 그래도 1권부터 3권까지는 평범한 학원 개그물의 공식에 충실하지만 4권부터 작가가 무슨 생각인지 마구 달리기 시작합니다. 레이코의 애완동물 악어 이야기나 세계 평화 연구회의 에로 파리, 소방수 매니아와 빠찡꼬의 여왕, 결국 외계인까지 등장하거든요. 게다가 이야기는 제대로 완결되지도 않고 끝나 버립니다! 아 완결까지 괴작스러워요.
공고라는 무대, 후미코는 자신이 아름답다고 믿고 있으며 무언가 순정스러운 분위기를 애걸하는 철면피 여고생이고 사키는 먹는 것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먹보라던가,  거의 언제나 벗고 다니는 열혈 복싱 청년 대마로, 약 15도 정도 기울어진 몸으로 생활하는 고도, 사키와 후미코의 선배이자 현역 고교생 만화가로 후지사키 공고에서도 유명한 색녀인 레이코, 여자들이 엉덩이를 내 놓고 다니면 사랑이 싹터서 세계에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세계 평화 연구회 멤버들, 프로 볼러를 꿈꾸지만 필살기를 시전하면 몸에서 이물질이 튀어나오는 선배 등등 등장인물들의 설정도 범상치 않고요.
그림은 잘 그렸다… 라고는 말할 순 없지만 제목 그대로 말괄량이 같은 여고생을 묘사하는데에는 꽤 잘 어울리는 그림체입니다. 약간 섹시한 분위기도 꽤 잘 연출하고 있는 편이에요.

이전 해적판 시절부터 매료되어 정식판도 전권 구입했지만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이 알려지기는커녕 이 작품마저 묻혀진 것 같아 조금은 안타깝군요. 물론 지금 다시 보니 너무 막나가는 부분도 있고, 정서상 이해 안되는 부분도 많으며 사람에 따라 쓰레기 급을 넘어선 재앙에 가까운 작품일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나름대로 재미있으면서도 신선한 작품이었습니다. 간간히 섞여 있는 작가의 상당히 괜찮은 단편들처럼 대중에게 조금 더 어필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전개했도러면 지금쯤 최소한 잊혀지지는 않았으리라는 아쉬움도 남네요.

지금은 구해볼 수도 없고 이미 잊혀진 작품이 되었지만 저만의 괴작 리스트에는 언제나 올라갈 독특한 작품입니다.

2004/07/06

집정리가 끝났습니다..

정리 전, 그리고 정리 후

저희 형 이글루에 사진이 올라가 있으니 혹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 확인해 주세요^^

책을 너무 많이 버려서 가슴이 아프네요. 마영성의 "풍운"같은 것은 내용이 아무리 막가파라지만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40권도 넘게 샀는데 한번에 버려버려서.... (그 외에도 버릴건 아니었지만 버린건 "에덴", 아키노 마츠리의 "요코하마 이방인", "란마 1/2", "매지컬 타루루토", "세인트 세이야" 등등등........) 책보다는 만화를 정말 많이 버린것 같습니다. 또 이사하게 되면 책때문에 걱정부터 앞서네요.

하여간 정리를 해 놓고 나니 뿌듯하긴 합니다.

이제 다시 독서를 시작해야 겠네요.

2004/07/02

사무라이 (Samourais / Samurai, 2002) - 지오다노 제데를리니

 


만삭의 몸으로 기모노를 입은 채 대나무 숲을 헤치고 도망가는 한 여인. 그리고 뒤를 쫓는 일본의 정통 사무라이. 그가 산통을 느끼고 쓰러진 여인을 냉정하게 죽이려는 순간 그녀의 호위병들이 나타나 대결을 펼친다. 여인을 죽이지 못한 사무라이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죽어가고, 그 순간 여인의 몸에서는 고치에 휩싸인듯한 아이가 태어난다. 태어나자 마자 순식간에 눈앞에서 건장한 남자로 자라나는 아이를 보며 모두들 경악을 금치 못하는데…

그로부터 500년 후. 21세기 일본에서는 폭력적인 게임을 팔아 자금을 만드는 범죄 집단의 살인이 이어지고, 한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죽음을 통해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된다. 수사를 맡은 형사 모리 후지와라는 조직의 우두머리가 악마일 것이라는 예감에 사로잡히고 심문과정에서 느낌이 맞았음을 확인하게 된다. 쇠약해진 육신을 버리고 새 몸으로 다시 부활하겠다는 의문의 말을 남긴 채 악마는 죽어가고. 모리 앞에는 후지와라 가문의 선조가 나타나 500년 전에 있었던 사건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일본 사무라이 시대 후지와라 가문의 쇼군이었던 모리의 선조는 적을 막기 위해 전쟁의 악마를 불러오지만 다시 지옥으로 보내는데 실패하게 된다. 악마가 육신을 얻기 위해 딸의 몸에 잉태된 것을 안 쇼군은 그녀를 죽이려 하지만, 그녀의 호위병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던 것. 그리고 몇 백 년이 지난 현재, 쇠약해진 몸을 버리고 새 육신이 필요한 악마는 후지와라의 후손 모리의 딸을 두 번째 숙주로 삼고자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녀를 죽이지 않고서는 악마의 부활을 막을 길이 없음을 알게된 모리는 그 길로 유학중인 딸 아케미(마이 안 르)를 직접 죽이기 위해 프랑스로 출발한다.

한편 프랑스에 유학중인 매력적인 여성 어느 날 밤 악마에게 강간 당하는 끔찍한 꿈을 꾸게 된다. 자신을 죽이려는 아빠와 악마가 동시에 찾아오고 있음을 모르는 아케미는 알 수 없는 불안함에 시달리기 시작하는데...


절친한 친구 모군의 도움으로 공짜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보게 된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고 난 감상은 한마디로 “쓰레기!!!” 입니다.

시작부터 왠지 어색한 전국시대 코스프레 분위기의 화면으로 심상치 않더니 영화가 갈수록 정말 가관이더군요. 나름대로 아주 약간의 복선 (살해당한 천재 프로그래머 켄지 X가 개발한 네트워크 장치와 PS2 게임인 “라스트 부시도”)을 깔아가며 뭔가 있어보이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이 영화에서 건질만한 요소는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처녀의 몸을 빌어 태어나려는 악마와 이를 저지하려는 사람들의 싸움은 예전 만만치 않게 후졌던 아놀드의 “엔드 오브 데이즈”와 판박이 설정이며,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액션과 어설픈 특수효과들은 참으로 한심합니다. 캐릭터 역시 정의감 넘치는(?) 주인공에 찐따 친구라는 고전적 설정에서 한뼘도 더 나아간 부분이 없습니다. 여기에 수백년 살아온 악마라는 놈이 고작 팬티만 입고 주먹질만 한다는 가증스러운 싼티까지 가세합니다.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쓰레기입니다. 이 후진 영화가 무려 3개국 합작이라니..... 즉각 경계경보를 발령하며, 목격시 즉각 폐기 처분하시기를 권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