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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31

내 집으로 와요 - 하라 히데노리

하라 히데노리는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이 작품, "내 집으로 와요"는 하라 히데노리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한편인데 국내에서는 생각보다 잘 알려져 있지 않더군요.

우연히 하룻밤을 같이 지낸 것을 계기로 연인 사이가 되는 연상녀 아야와 연하남 미키오 커플.

아야는 피아노 교사 겸 밤에는 호텔에서 연주 알바를 하는 피아니스트 지망생이고 미키오는 대학 사진 동아리 활동에 열심인 대학생입니다.

서로 사랑하게 되서 동거를 시작하는 두사람, 처음에는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점점 아야가 피아니스트로 성공해 가자 열등감을 느끼는 미키오가 사진작업에서도 벽에 부딪히고, 자극을 받아 좌절하기도 하고 투정을 부리기도 하지만, 나름의 노력으로 결국 미키오는 카메라 맨으로 성공하게 되지요. 그런 과정에서 결국 이별이 찾아 옵니다...

이 둘 사이의 미묘한 심리전과 자질구레한 줄다리기에서 서로의 미래 때문에 벌어지는 갈등,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과 결국 서로의 길을 가며 헤어지는 이야기가 7권 동안 보여집니다.

뭐.. 주인공 시오무라 미키오의 우유부단하면서 의지할 곳 없으면 정신적으로 뻗어버리는 성격에 대한 묘사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별다른 갈등이나 이야기 구조가 생기지 않는 상황에서 착실하게 카메라 맨으로 성장하는 과정의 디테일이 굉장히 좋습니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기도 하고요. 그러나 전형적인 누나 타입인 아야씨에 대한 묘사는 별로군요^^ 피아니스트로 성장해 나가는 부분도 별로고, 카즈라는 옛날 애인과의 관계 부분은 너무 뻔합니다.

그래도 하라 히데노리는 이 작품에서도 별다른 특징이나 개성없는 캐릭터들의 미묘한 심리를 포착해서 표현해 내는데 탁월한 재주를 보여줍니다. 연인의 공허한 시선에서 이별을 예감한다던가 하는 디테일한 설정과, 반복되는 화면에서 울리는 혼잣말 같은 묘사로 가슴이 시릴 정도의 느낌을 전해 주네요.

"... 해보신적이 있나요?"로 붙여진 부제들과, 언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새롭게 출발하는 아야와 미키오의 빈 방을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엔딩도 인상적입니다. 그 방에서의 추억이 메아리치며 사라지는 장면은 깊은 여운을 남기네요.

영화나 드라마에서보다 만화에서 더 미묘하고 디테일한 심리묘사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작가인 하라 히데노리, 상당히 다작 작가인 만큼 작품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탁월한 작품입니다.

지금은 절판되었으니 인터넷으로 구해 보시는게 빠를 것 같네요. 추천합니다.

그럼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도 자주 들러주세요^^

2003/12/29

시민쾌걸 영화화!

시민쾌걸이 영화화된다는 기사를 접하고 포스팅합니다.
"시민쾌걸"은 국내 개그 작가로서는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김진태씨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만화죠. 아무래도 다른 곳에 연재하는 만화들보다 명성이 7만배정도 올라가는 신문 연재 만화의 특성때문에 그런 듯 한데요, (일례로 "대털"을 들 수 있겠죠. 이 작품이 일간스포츠에 연재되지 않았다면 지금의 신드롬(?)이 있었을까요?) 개그의 칼날은 다른 작품들에 조금 무뎌진게 아닌가 싶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계속 사보고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팬으로써 이런 작품이 영화화 된다니 반갑네요. 예전의 한희작씨의 작품을 영화화 했다는 "캉캉69"(이던가?) 같은 쓰레기스러운 작품만 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인 시리즈로도 좋은 기획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저같은 사람들이 극장가서 봐 줘야 한다는 기본 전제가 깔려 있겠지만...

무엇보다, 정의봉 역을 누가 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그런데 다른 블로거님 글을 보니 배드맨은 조형기, 마이더스는 정보석이라던데, 마이더스가 한국사람이었어요?

2003/12/28

비밀 - 시미즈 레이코 : 별점 3점

비밀 1 - 6점
시미즈 레이코 지음/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비밀 2 - 6점
시미즈 레이코 지음/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달의 아이"와 "월광천녀" 등으로 유명한 작가 시미즈 레이코의 새로운 단편집입니다.
1권은 출간된지 꽤 되었는데 2권이 새로 간행되어서 구입해 보았습니다. 본 소감은... 과연 대단하더군요. 명불허전! 그 자체입니다.

시미즈 레이코는 그 약간 몽환적이고 디테일한 그림도 매력적이지만 일단 단편에 굉장히 재능이 있는 작가라 생각됩니다. 이전에 단편 걸작선으로 발간되었던 작품 중에서도 "MAGIC"은 초유의 화제를 뿌린 명작이죠. 아마 SF 멜로물의 최고 걸작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대단했는데, 이 작품 역시 시미즈 레이코의 매력과 장점을 최대급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 줍니다.

단편 옴니버스 시리즈로 시대는 근미래로 인간의 뇌를 스캔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이 기술을 바탕으로 범죄자나 피해자의 뇌를 분석하여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는 '법의 제9연구실'를 무대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요, 1편의 첫번째 에피소드는 이 스캔 기술 초창기에 "Mr. Clean"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청렴했던 미국 대통령의 뇌를 스캔하는 이야기였고 두번째 에피소드부터 무대를 일본으로 옮겨 "법의 제 9연구실"과 그 연구실의 초천재 궁극 미소년 마키 경시정과 아오키 컴비를 주인공으로 한 옴니버스 연작에 들어갑니다.

수록작 중에서는 1권의 첫번째 에피소드(단편집 "WildCats"에 실려있는 작품과 동일)와 2권의 두번째 에피소드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무래도 스릴러물이라는 만화 특성상 생략하기로 하고요, 무엇보다 2권은 최근 읽은 작품 중 최고 수작이었습니다. 소재적으로도 참신한, 인간의 뇌를 본다는, 그야말로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인격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며 그 모든 비밀의 근원까지 파헤치는 "MRI스캐너"라는 장비를 다루는 주인공들의 고뇌와 딜레마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추리 스릴러물의 줄타기를 효과적으로 하고 있습니다.세세한 트릭이나 동기 부분같은 것에서 약간 부족한 느낌도 주지만 그러한 단점을 보완할 만큼의 굉장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딱 한 가지 단점이라면, 마키 경시정이라는 냉정하고 차가운 기계같은 캐릭터에 반대되는 아오키라는 캐릭터의 성격이 너무 나약하고 눈물많게 그려진 점입니다. 그냥 단순 열혈남으로 설정하는 것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아무래도 연쇄살인, 그것도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는 만큼 해부학적인 묘사가 등장하는것에 조금 거부감을 느끼실 수도 있지만 그런 것만 제외한다면 만화라는 쟝르에 있어서 최상급의 즐거움을 맛보실 수 있을것이라 생각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2003/12/27

원조교제 - 이케테루 후타리


이번 새로 읽어 본 만화.
국내 번역본 제목은 촌스럽게도 "원조교제 (-.-;)"인데 원제는 "이케테루 후타리 - 잘나가는 두사람"입니다.
고급맨션에서 혼자 사는 수수께끼의 미소녀 코이즈미 아키라와 단순무식 열혈남 사지 케이스케를 주인공으로 그 친구들과 주위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청춘 러브 코미디이지요.

만화의 최대 장점은! 이런 청춘물의 기본 공식이라고 할 수 있는 , "오렌지로드"나 "겨울이야기" 등에서 보여 주었던 주인공의 우유부단한 성격이 전무하다는 겁니다. 주인공 사지 케이스케는 바보이기는 하지만, 코이즈미에 대한 일편단심으로 극 중에서 어떤 난관이 있어도 (심지어 연예인이 러브호텔에서 유혹해도!) 흔들리긴 하지만... 초지일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코이즈미 마이러브!"를 항상 외치며 심지어 스토커 수준의 집착을 보여주는 강한! 캐릭터지요.
항상 여자들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캐릭터만 보아오다 이런 캐릭터를 보니 독특해서 좋았습니다. 거기에 제법 웃기기까지 합니다.
서브 캐릭터들도 성격들이 확실하고 묘사도 잘 되어있는 편입니다. 그림도 꽤 좋고요.

하지만 국내에서는 성인 만화로 출간될 정도로 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만화도 좋아합니다. 뭐 재미만 있다면야 조금 야한것도 좋죠.^^ (고바야시 히요코나 니노미야 히카루 만화도 좋아합니다.^^)

단편 옴니버스물로 13권까지 출간되었으며, 꽤 오래전에 방영되었지만 애니메이션도 추천작 입니다. 짧은데 꽤 볼만했습니다.

2003/12/24

메리 크리스마스!

네.. 정말 다사다난했던 2003년도 이제 거의 끝이네요.

제 홈 찾아주시면 모든 블로거분들도 즐거운 성탄 되시길 바랍니다.

제가 원래는 찾아뵙고 글을 남겨야 하겠지만.. 귀차니즘의 압박으로.. (쿨럭)

그럼 여러분들 모두 즐거운 성탄 되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2003/12/23

God Damn Bears!

 

저는 원년부터 프로야구 베어스의 팬이었습니다. 사실.. 어느 정도 광팬이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004시즌부터는 저도 어느정도 꿈을 접어야 할 것 같네요.

나름대로 총재구단이니 뭐니 하면서 정작 지켜야 할 룰은 지키지 않는, 프로구단으로 최대의 실수인 "팬개무시"를 앞장서서 하고 있기 때문이죠.

개무시구단 양대산맥이었던 롯데마저 거의 100억을 쓰고 있는 마당에(한화가 치고 올라오긴 했지만) 마지막 남은 팬으로서의 한조각 감정마저도 사라져 버리게 하는 요즈음입니다.

아래는 최근 몇개 뉴스.. 한 2년간 팬개무시의 작태를 다 뽑아 링크 걸고 싶지만, 귀찮기도 하고....
차명주 선수 연봉 삭감 뉴스고요
"염전구단"두산 뉴스입니다. 나원참...

2003/12/21

출동! 먹통 X

출동 먹통-X - 6점
고병규 지음/코믹팝

지난 1994년 소년 챔프에 혜성과 같이 등장해서 아직까지 뭇 팬들의 심금을 울리던 "먹통X"의 복간본입니다.

전설로만 남아있어 그동안 구하지 못했던, 지속적으로 복간을 원하는 팬들의 힘으로 이번에 제대로 된 장정과 디자인, 그리고 칼라 페이지까지 완비된 멋진 책으로 복간 되었더군요.

뭐 만화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다 아실테지만, 이 만화는 전형적인 거대 로봇물의 기둥 줄거리인 "어느날 지구를 침략해 온 정체불명의 적들을 비밀 연구소와 그 연구소에서 개발한 로봇으로 무찌른다" 라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도,작가 특유의 유머와 재치로 재 가공된 상당한 수준의 개그 패러디 만화입니다.

작가인 고병규씨는 다른 패러디 단편선 "파이팅 브라더"같은 만화에서도 보이듯이 우리나라 작가 중에서는 보기 드문 개그 센스를 가지고 있는 작가입니다. 매니아취향이면서도 예상을 깨는 묘미를 주는 개그죠. (예를 들면 로보캅 패러디 편에서 사장이 "로보캅 프로젝트에 누구 지원자 없나" 할때 은하철도 999의 철이가 "기계인간이 되고 싶어요"라고 하는 장면 같은) 저는 이런 개그를 상당히 좋아합니다.^^

또 복간본을 다시 보니 그림도 상당한 수준이라 놀랐습니다. 특히 칼라페이지의 색감이나 칼라링 느낌이 굉장히 좋아서 아예 전편을 칼라로..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생기더군요.

가격은 100만원이지만 한정 초특가로 99% 세일을 하고 있으니 관심 있으시면 이번 기회에 구입하시는게 어떨까요?

2003/12/18

옹박 : Ong-Bak - 프라차야 핀카엡


태국의 한 평화로운 시골마을, 어느날 마을의 수호신인 불상의 머리가 도난당하고 이 마을 최강의 사나이인 주인공 팅은 이를 되찾기 위해 방콕으로 떠납니다. 방콕에서 대머리 사기꾼 친구를 만나고 우여곡절끝에 이 불상의 머리를 훔쳐간 조직은 전국적인 문화재 도굴집단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팅은 혼자서 (아니지, 대머리 친구와 함께) 이 조직과 맞서 싸우게 됩니다...

중간 중간에 여러 곁가지 이야기들 (사기꾼 친구의 조수쯤 되는 아이의 언니 이야기라던가)는 뺐지만 대략의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치는 스토리에 있는 것이 아니죠. 정두홍 무술감독이 극찬하기까지 한 와이어를 쓰지 않은, 트릭이 없는 실전 무술 액션에 있습니다.

실제로 10살때부터 무에타이를 배웠다는 무에타이의 고수인 토니 쟈럼의 대단한 점프력과 여러 무에타이 액션들, 그리고 이를 다 받아주는 상대역들과의 조화로 전성기때의 성룡영화의 스피드와 이소룡영화의 타격감이 조화를 이룬 완벽한 액션 장면이 가득합니다.

어두운 장면에서의 표현력이 약간 떨어지긴 하지만 촬영이나 연출도 수준급이고 내용도 이해를 다 하지는 못했지만 재미있는 편입니다.

초반부의 시가지 추격씬과 마지막 주유소에서의 액션씬 등은 정말로! 대단합니다. 꼭 한번 볼 가치가 있습니다.

그나저나 때리는 사람도 대단하지만 맞는 사람이 더 대단한거 같더군요. 정말로 저거 맞으면 죽겠다..싶은 장면이 많거든요. 프로레슬링도 기술을 잘 받아주는 레슬러가 진정 뛰어난 레슬러라는데, 이 맞아주던 이름없는 조연들에게도 경의를 표합니다.

국내 극장에서는 언제 개봉할 지 모르지만, (저는 어둠의 경로를 통해 보았습니다) 최근 급부상하고있는 태국 영화의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적극! 추천합니다.

2003/12/16

일격살충! 호이호이상

최근 본 만화인데.. 너무 재밌습니다.

짧은 내용이지만 개그센스가 뛰어날 뿐더러 호이호이상은 너무너무! 귀엽네요. 귀여워요...

오타쿠로 밖에 안보이는 주인공 아부라츠보군의 설정 또한 굿!입니다.

"현시연"이후 가장 흥미진진하게, 웃으며 본 만화입니다. 국내에도 반드시(!) 출판되길 기원합니다.

뭐 아즈망가..가 출판된 이상 한권 분량이 되면 분명 나오겠지만요. 위 그림은 호이호이상 계절한정 코스츔 장착 모습^^:

도끼 -The AX-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 별점 5점

도끼 - 8점
도널드 웨스트레이크/밀알
직장에서 정리해고 된 평범한 중년남자 버크 드보레는 제지분야 관리 전문가.
그는 몇번의 취업노력끝에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경쟁자들을 없애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의 전공은 전문적인 특수 분야라서 경쟁자들이 몇명 없기 때문. 그는 가공의 회사명의로 취업공고를 내고 이력서를 모집해서 자신의 경쟁자들 중 자신보다 상위에 있는 인물들을 뽑아 리스트를 작성한 뒤 그들을 리스트에서 지워나가기 시작한다...

"오후 3시까지"라는 단편집의 표제작, 그리고 "9마일은 너무 멀다"에 수록된 "살인의 소리"라는 두편의 에이브러험 레빈 시리즈의 저자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장편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접한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장편이네요. 동서에서 리차드 스타크라는 필명으로 악당 파커 시리즈인 "인간사냥"이 출간되었지만 아직 읽지 못했던 차에 (사실 동서 너무 비싼거 아닌가 싶어요..)우연찮게 헌책방에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결론적부터 말하자면 대만족이었습니다. 내용적으로는 지적인 승부가 있는 정통파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심리 서스펜스에 가까운데 주인공의 심리 묘사도 완벽하고 독자를 몰입시키는 맛이 최고였거든요. 특히 생초보(?)였던 주인공의 작업(?)능력이 점차 발전해 나가는 부분의 묘사가 아주 탁월합니다.
무엇보다도 청년실업 40만이라는 우리나라 실정에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현실적으로 무서운 이야기라는 점이 크게 와 닿았습니다.

단편만 접해보았던 웨스트레이크라는 작가의 능력이 새롭게 느껴지는 좋은 작품입니다. 영국작가의 냄새도 좀 나고 뭔가 독특한 여운을 남기네요. 별점은 5점입니다. "인간사냥"도 읽어봐야겠어요.

2003/12/15

러브 액츄얼리 (Love Actually, 2003) - 리처드 커티스


새로 부임한 매력적인 미혼의 영국 수상(휴 그랜트)은 발랄하고 귀여운 비서 나탈리(마틴 맥커친)에게 첫눈에 반한다. 수상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의식해 그녀를 멀리하려 하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그녀에게 점점 빠져들고 만다. 고민 끝에 그녀를 다른 곳으로 보내지만 사랑 고백이 담긴 그녀의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고 자신의 가슴 깊은 곳에서 솟아 오르는 뜨거운 사랑을 깨닫는다. 크리스마스 이브 날, 주소도 모른 채 그녀가 사는 동네로 무작정 찾아 나서는데.

새 아빠 대니얼(리암 니슨)은 엄마를 잃고 방에 혼자 틀어박혀 지내는 아들 샘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사실 샘은 여자친구를 두고 짝사랑의 열병에 빠져 있었던 것. 새 아빠는 아들의 사랑을 이뤄 주기 위해 아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짜낸다. 크리스마스 이브 학예회, 여자친구 앞에서 멋지게 드럼을 연주하고 싶은 샘은 밤낮없이 방에 틀어박혀 드럼 연습을 한다. 드디어 학예회가 끝나고 작별인사도 못나눈 여자친구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새 아빠와 함께 공항으로 달려가지만, 그녀는 이미 가족과 함께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 버린 후... 어쩔줄 몰라하던 샘은 무작정 비행기로 뛰어 든다.

소설가 제이미(콜린 퍼스)는 바랑둥이 여자친구에게 상처 받고 남부 프랑스의 작은 별장에서 소설을 쓰면서 마음을 달랜다. 그가 머무는 동안 집안 일을 돕기 위해 젊은 포르투갈 여인 오렐리아가 온다. 이 둘은 말은 한마디도 통하지 않지만 왠지 모르게 서로에게 끌리고, 매일 헤어지는 시간을 너무나도 아쉬워 한다... 떠날 무렵까지 결국 그녀에게 사랑 고백을 하지 못하는 제이미... 점점 더 커가는 그녀에 대한 그리움으로 어쩔줄 몰라하던 그는 크리스마스 이브 날, 드디어 포르투갈로 그녀를 찾아가 평생 잊지 못할 최고의 선물을 준비하는데...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동료를 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사라(로라 리니). 드디어 회사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꿈에 그리던 그와 함께 춤을 추게 된다.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그녀의 새로운 매력에 마음이 끌린 그. 결국 그녀를 따라 그녀의 집으로 오게된다. 뜨거운 눈빛이 오가고 분위기는 무르익어 마침내 고대하던 사랑을 나누려는 찰나, 요양소에 있는 그녀의 아픈 남동생에게 전화가 온다. 아쉽지만 그녀는 그를 남겨두고 누나를 찾는 동생에게 달려가는데... 과연 이들의 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까?

무뚝뚝한 남편 해리의 주머니에서 하트목걸이를 발견하고 기쁨에 설레여하는 캐런. 그러나 크리스마스 이브, 정작 해리가 건넨 선물은 CD. 그렇다면 그 목걸이의 주인은?

이제는 한물간 로커 빌리에게 오랜동앗 매니저 일을 맡아주며 고생해온 조. (그레고르 피셔). 데뷔때부터 빌리와 음악 활동을 함께해온 그는, 다시 재기를 꿈꾸는 빌리와 함께 리바이벌곡 'Christmas Is All Around'를 크리스마스 음반 차트 1위에 올려 놓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데... 크리스마스에 이들은 과연 1등을 할 수 있을까?

신랑 피터(치웨텔 에지오포)와 신부 줄리엣(키라 나이틀리)의 결혼식. 신랑의 제일 친한 친구 마크(앤드류 링컨)는 정성을 다해 웨딩 촬영을 해준다. 하지만 신부 줄리엣은 자신을 차갑게 대하는 마크를 서운하게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크의 집에 웨딩 테이프를 찾으러 간 줄리엣은 온통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득 채워진 화면을 보고 감격한다.


이 영화는 위의 이야기들을 모두 하나로 엮는 크리스마스에 딱 어울리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물간 록커 빌리 맥 이야기가 가장 좋았습니다. 그 사람, 유머를 알 뿐더러 정말 막나가더라고요^^ 휴 그랜트의 전형적인 약간 느끼한 매력도 일품이고요. 리암 리슨과 콜린 퍼스, 키라 나이틀리 정도만 제가 아는 배우였지만 (아! 미스터 빈까지 있다. 그러고 보니 막판에 깜짝 출연하는 클라우디아 쉬퍼도..) 나머지 배우들도 대단한 배우들이라고 하더군요. 이런 호화 캐스팅에다가 빛나는 음악들, 거기에 딱딱 어울리는 각본까지, (다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것이 일단 대단하죠) 상당히 재미있었고 잘 만든 영화라는것이 느껴졌습니다.

다만 조금 아쉬운것은 초등학생 아들한테 섹스이야기를 해준다던가 하는 부분은 뭐 정서 차이겠지만요, 조금 와 닿지는 않았고요. 그리고 너무 영국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영화랄까요? 현 블레어 정부를 비판하는 정도면 좋았을 것을, 미국 대통령과 영국 수상이 맞장을 뜨고, 위 줄거리에선 빠졌지만 영국 찐따가 미국으로 가자마자 미국 퀸카 아가씨들과 밤을 지새고 다시 영국에 올때 데니스 리차드(!)를 동행으로 데리고 온다는 등의 이야기는 거슬리더군요. 그냥 사랑이야기만 해 줬으면 싶었는데요.

그래도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따뜻한 사랑이야기였으므로 추천합니다. 국내버젼에는 포르노배우들의 사랑이야기가 빠졌다는데 나중에라도 구해 봐야 겠네요.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아직도 일어나고 있는 이런 몰상식한(!) 행위는 아직도 불만입니다. 관객들을 바보로 아는건지 원....

동서미스터리북스135-금요일, 랍비는 늦잠을 잤다 : 별점 2.5점


금요일, 랍비는 늦잠을 잤다 - 6점 해리 케멜먼 지음, 문영호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새로 부임한 젊은 랍비의 평판은 별로였다. 무신경한 복장이며 원리원칙적인 그의 설교는 교회신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데 충분했다. 그런 때에 교회 마당에 세워둔 랍비의 자동차 옆에서 목졸린 여자시체가 발견된다. 단서는 랍비의 차안에 남겨진 여인의 핸드백뿐. 곤경에 처한 랍비는 논리적인 추리력으로 반격을 개시하는데……

생일선물로 받은 책. 해리 케멜먼의 다른 작품인 단편집 "9마일은 너무 멀다"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기때문에 일부러 콕 찍어 부탁하여 선물받아 읽은 책입니다.

탐정들은 이색적인 인물들이 많죠. 택시기사나 거지, 유령, 심지어 고양이까지 탐정활동을 하니까요. 때문에 신부나 목사, 랍비는 오히려 평범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작품의 탐정인 데이비드 스몰은 랍비라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종교활동을 하는 인물로 유대인 커뮤니티에 대한 작가의 해박한 지식 덕에 색다르면서도 독특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어쨌건 근래 읽은 작품들 중에서 탐정역은 제일 마음에 드네요.

내용은 줄거리에서 보이듯이 이야기는 정통파 추리소설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대단한 트릭이나 수수께끼 풀이에 주력하다기보다는 혼돈스러운 인간관계를 정리해 나가면서 그동안 수집한 단편적인 정보가 마지막에 하나로 모여 진상이 밝혀지는 구조의 소설입니다. (예를 들면 굉장히 중요한 단서 중 하나가 이야기 초반에 묘사되는 식이지요 )
그래서인지 굉장히 치밀하면서도, 논리적이고 타당한 서술로 일관하고 있으며 결말까지 별 무리없이 독자의 수긍을 이끌어 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헛갈릴 정도로 복잡하게 뒤섞이고 이야기의 곁가지 묘사 (특히 유대인 사회나 종교, 탈무드에 대한) 가 지루한 부분도 적잖이 있긴 합니다. 길이도 중편정도가 적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결론내리자면 약간 부족하긴 하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래도 랍비 스몰 시리즈를 계속 기대하게 만들게 하기에는 충분한 작품이었다 생각되네요

불연속 살인사건 -사카구치 안고 / 유정 : 별점 1.5점

불연속 살인사건 사카구치 안고 지음, 유정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아내와 나는 여름을 산간마을에 있는 친구 집에서 보내게 된다. 시인, 소설가, 극작가, 배우, 화가 등 20여 명과 같이 지내게 되는데, 돌연 인기작가가 살해되면서 이후 차례로 7, 8명이 연달아 칼에 찔리거나 교살, 독살, 익사체로 죽어나간다. 범행방법도 제각각, 동기도 알 수 없는 이 연쇄살인은,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불연속 살인사건인가.

일본 고전 미스테리 걸작을 뽑을때 빠지지 않는 사카구치 안고의 불연속 살인사건입니다. 평소 헌책방을 뒤져 절판된 추리소설을 구해 읽는것을 좋아하지만 워낙 유명한 일본 정통(?) 고전 추리소설인지라 동서 추리문고의 따끈따끈한 새책으로 구해 읽게 되었습니다.

위의 줄거리와 같이 무려(!) 20여명에 가까운 등장인물들이 나온다는 것이 특징으로 화자역인 야시로 슨페이나 탐정역의 교세이 박사 두명 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개성에 가려 별로 돋보이지 않을 정도에요. 홈즈나 왓슨의 비중이 죽어나가는 조연들보다 낮은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요?  이름들도 "야시로 슨페이""우타가와 가즈우마""모치즈키 다카히토" 등등 외우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라 앞부분의 등장인물 표를 계속 보게끔 만들더군요. (중반 이후부터는 번역과 교정 문제인 듯 이름이 잘못 표기된 부분이 꽤 눈에 띄더군요. 흐....)
또 여러 설정들이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구식이라는 것도 큰 특징으로 한 시골마을에 왕처럼 사는 구 귀족 출신의 부자와 그의 자식들, 변태적이고 엽기적인 친구들, 미친 의사와 간호원까지.. 어떻게 보면 "김전일"에 많이 나옴직한 시골 명문가와 비뚤어진 인간관계의 원형같기도 하네요.

하지만 김전일에 비하면, 이야기는 너무나 장황하고 사건보다는 심리묘사와 각종 상황묘사, 그리고 인물간의 대사에 치중하고 있어서 추리소설의 느낌이 많이 약합니다. 너무 대사가 많은 나머지 가장 중요한 사건인 "살인사건"마저도 이런 저런 등장인물들의 대사에 묻혀 어영부영 넘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니까요.
그러나 이건 약과일 뿐이고 더 큰 문제는 너무 많이 죽어서 결국 용의자가 좁혀진다는 것입니다. 저조차도 끝부분에서 트릭은 알아채지 못했지만 범인이 누군가인가 하는 정도는 눈치챌 수 있었거든요. 실질적 동기를 가진 사람이 한명밖에 남지 않았으니 말 다했죠 머...^^ 
게다가 정통 고전파 명작 중 하나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정통파라는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에요. 최소한 동요에 맞춰 사람이 죽어나간다던가, 이름 머릿글자 순으로 죽어나간다던가 하는 재미 정도는 더해주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결론내리자면 고전을 읽은 기쁨은 있지만 아쉬움도 큰 책입니다. 이 책은 분명 고전이고 발표 당시에는 뭔가 획기적이고 대단한 면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읽기에는 너무 낡고 지루하기만 할 뿐이었어요.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는 하나 작가의 이름값에 기댄 측면이 커 보이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뒷부분에 수록된 진슌신의 "얼룩화필"도 별로 신선하지 못했기에 본전 생각이 더 나게 만듭니다.

연애 Crown -고우카 윤-

음악과 연극으로 유명한 하쿠오 고등학교의 우상인 히사요시. 수학여행 기차안에서 우연히 아이돌 후지오 리마를 보고 그야말로 첫눈에 반한 그는 리마를 쫓아다니게 되고 그런 그를 눈여겨 본 리마의 매니저 이케시바는 히사요시를 스타로 만들려고 합니다. 이케시바에게 스카웃 된 리마는 이케시바의 관심을 받는 히사요시가 못마땅한데...
히사요시는 리마에게 접근할 방법을 찾고 신간센에서 리마를 도와준 싱고라는 소년을 만나게 됩니다. 서로 리마를 좋아한다는 것으로 동지의식이 싹튼 싱고와 히사요시. 이케시바는 리마에 대한 히사요시의 감정을 이용해 히사요시를 스카웃하고.... 히사요시는 자신을 싫어하는 리마로 인해 고민합니다.

네, 이 만화는 순정만화입니다. 현 시점에서 제가 무척이나 좋아했던 작가 "코우카 윤"의 정말로 몇 안되는 완결된 작품이기도 하죠. (음.. 제가 알기로는 첫번째군요 ;)

도입 부분은 일반적인 만화와는 달리 조금 독특합니다. 학교의 우상인 킹카 고교생이 누군가에게 첫눈에 빠져 거의 스토커 수준으로 쫓아 다닌다... 라는 설정은 상당히 새롭죠. 더군다나 내용이 굉장히 심각하고 진지해서 작품에 나름대로 몰입하게 하는 맛이 있습니다.

하지만 독특하고 괜찮았던 부분은 거기까지, 히사요시가 데뷰는 하지만 결국 스타가 되지도 못하고 오히려 리마가 결국 스토커같은 히사요시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리고 해피엔딩.... 이것참, 스토커 성공기같은 만화가 되어버렸군요. 젠장 그림이 아깝다.

"토이" 나 "솔져보이" 같은 비슷한 연예계 만화들의 경우처럼, 작가가 히사요시를 리마와 걸맞는 급의 스타로 키운다는 정도의 설정과 그러한 성장과정이 나왔으면 만화가 보다 현실적이고 진지하면서도 재미가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주 옛날에 보았던 "천사소녀 새롬이"라는 만화가 생각나네요. 주구장창 쫓아다니던 스토커같은 팬이 성공한다....결국 성공하는것은 근성과 끈기란 말인가?

나무 - 베르나르 베르베르 : 별점 1.5점

몇개월간 국내 베스트셀러 정상을 차지했던 베르베르의 단편집입니다. 개인적으로 베르베르를 좋아하기도 하고 단편집을 좋아하기도 해서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지루하기도 하고 재미도 없어서 띄엄띄엄 읽게되어 완독하는데 무척 오래 걸렸네요. 저에겐 기대이하의 책이었습니다.

베르베르의 잡기장같은 아이디어 노트를 대충 구성하여 만들어 놓은 책이랄까요? 아이디어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것들도 있었고 완성도 높은 이야기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쉽게쉽게 쓴 책 같습니다. 수준이하의 습작을 작품집으로 꾸며 놓은 결과물 인 것 같아요.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 1위를 하다니 국내에 베르베르 팬이 많긴 많은가 봅니다. 저는 실망스러웠어요. 뫼비우스의 그림은 좋았습니다만.....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 용이 : 별점 2.5점


아름다운 화집 속에 숨겨진 달콤한 고백! 미지의 남자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 누굴까? 반드시 찾고 말 거야!

"당신은 겨울잠에서 깨어난 귀여운 곰같이 사랑스럽답니다. 이것은 내 사랑의 시작입니다. " 할인매장의 성실한 여직원이자 나름대로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 현채는 소개팅마다 번번이 퇴짜를 맞는다. 상황파악이 느리고 여자답지 않은 과다한 털털함이 문제. 그러나 현채는 언젠가 자신에게도 진정한 사랑이 찾아올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런 그녀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도서관에서 빌린 화집 속에 사랑의 메모가 남겨져 있는 것. 고백은 다음 책으로 이어지고 현채는 이 근사한 프로포즈의 왕자님을 찾아 나선다. "잘 생기고, 똑똑하고, 매너 좋고 뭐 그런 엘리트틱한 사람이 좋지? 근데 그런 거 다 소용없다. 그것보단... 항상 널 지켜보고 무슨 짓을 해도 네 편이 되고, 변하지 않고 널 사랑해줄..."

한편 유치원 때부터 현채의 단짝친구인 동하는 이 뜻하지 않은 고백남 '빈센트(현채가 화가의 이름에서 따온 별명)'의 출현에 당황한다. 어려서부터 현채를 짝사랑해왔고 커가면서 그녀가 다른 사람에게 한 눈을 팔더라도 언젠가 현채의 마음을 얻고야 말겠다는 각오를 다져왔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현채의 사랑 시도는 다행히 모두 실패로 끝났고, 꿈꾸던 지하철 기관사가 된 동하는 마침내 고백을 결심했는데...선수를 빼앗긴 것이다. 심지어 '빈센트'에게 모든 마음을 빼앗긴 현채는 자신의 친구 미란을 사귀어보라며 동하에게 소개시켜준다. 답답해지는 동하의 마음, 도대체 '빈센트'가 누구야?

대충의 줄거리만 살펴보면 전형적일 것 같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입니다. 원작은 프랑스 소설이던가? "밑줄긋는 남자"라는 책이라더군요.

 그런데 생각보단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구성을 따르지 않으려고 하는 시도가 여럿 돋보이더라고요.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귀여운 현채와 동하의 캐릭터 설정이라던가, 여러가지 상황에 대한 동화적인 묘사, 그리고 약간의 추리적(?)인 구성으로 미지의 남자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구성같은것은 좋았습니다. 유머스러운 조연과 까메오도 재미있었고요.
감독이 CF 감독 출신이라는데, 나름대로 아기자기하고 감각적인 영상도 꽤 괜찮았습니다. 화면 구석구석에서 감독과 스탭들이 즐기면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윤종신의 음악들도 귀에 쏙쏙 들어오고요.

하지만 영화는 조금 아쉬움이 남네요. 2%정도 부족하기도 하고 좀 지루한 면도 있으며 뻔하기도 하지만, 그 중 제일 아쉬웠던것은 역시 동하역의 김남진이였어요. 배우의 연기력은 둘째치고서라도 동하역을 맡기에는 너무 허우대가 멀쩡한 배우인것 같습니다. 동하라는 캐릭터가 엉뚱하고 귀여운 면이 있는 그런 캐릭터였던 만큼 기존의 그런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차태현이나 봉태규같은 배우를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결말부분에서 벤치에서 기다리던 현채가 바로 동하에게로 달려가는 엔딩을 보여주는게 어땠을까 하는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뒷부분의 동하가 보내준 책같은것은 너무 설명적이고 어울리지 않는것 같아요.

그래도 전반적으로 즐기면서 볼 수 있었던 괜찮은 로맨틱 코미디였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뒷부분의 추리물적인 반전은 추리매니아인 저에게는 "덤"같은 것인데 마음에 들었어요. 공정하게 단서를 제공하기도 하고요.

그나저나 보고나서 생각해보니 메모와 이야기가 진행되는 이야기를 확장시켜 TV미니시리즈 화 해도 좋을것 같더군요. 주연은 봉태규와 장나라 정도가 어떨까요?

 PS: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다면 가장 큰 책임은 오프라인 홍보를 맡은 홍보사측에 있을것 같습니다. 너무 "아멜리에"스러운 분위기의 포스터와 스틸들로 짝퉁인듯한 느낌을 너무 많이 주거든요......

아이덴티티 : 별점 3점


폭우 속의 잇단 사고, 모텔에 고립된 11명의 사람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네바다주 사막의 외딴 모텔에 10명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여배우와 그녀의 리무진 운전사, 경찰과 호송중인 살인범, 라스베가스의 매춘부, 신혼부부, 3인의 가족과 신경질적인 모텔 주인까지 총 11명. 거센 폭우에 전화선마저 끊겨 꼼짝없이 모텔에 고립된 사람들은 어둠과 폭우가 걷히기를 기다리지만, 곧 하나 둘씩 살해당하기 시작한다.

아무도 믿지마라! 그것이 너 자신이라도...

예측할 수 없는 연쇄살인으로 극도의 공포로 몰린 생존자들... 현장에 남겨진 것이라곤 모텔 룸 넘버가 적힌 열쇠뿐이고, 남은 사람들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열쇠는 룸 넘버대로 카운트다운하며 다음 살인을 예고한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가운데 모두가 기억조차 하기 싫었던 모두의 공통점이 서서히 베일을 벗는데...

미국에서도 흥행 1위를 했었던, 그리고 간만에 접하는 꽉 짜여진 추리 스릴러물이라는 소개에 기대를 많이 했던 신작 스릴러. "폭우에 고립된 모텔에 여러가지 이유로 모인 각양 각색의 사람들"이라는 고전적인 추리소설 테마를 가지고 "연쇄살인극"의 줄기를 따라 진행됩니다. 그런데 중반 이후는 고전적인 추리극의 틀을 벗어난 반전이 준비되어 있더군요.

솔직히 추리극으로 보기에는 정보가 너무 빈약하고 한방에 터트리는 맛이 강해서 지적 쾌감을 느끼기는 힘들었고 차라리 반전에 승부를 거는 스릴러로 보는게 타당할 것 같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중반부까지, 다양하게 얽힌 인간관계와 숫자키로 이루어진 연쇄 살인이라는 스토리와 분위기가 더 좋았습니다. 이런 면을 보강해서 차라리 더욱 멋진 정통 추리물을 만들었음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네요.

그래도 스토리와 반전은 좋았던만큼 추천드립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팜므파탈 (Femme Fatale) - 브라이언 드 팔마 : 별점 2점


동료들과 함께 1천만달러짜리 다이아몬드를 훔칠 계획을 세운 로르는 동료들의 배신으로 쫓기는 신세가 된다. 쫓기는 도중 호텔 난간에서 떨어져 정신을 잃은 로르는 자신을 릴리라고 부르는 한 중년 부부에 의해 릴리의 집으로 옮겨진다. 부부는 로르를 쉬게 한 뒤 다시 오겠다며 집을 나서고, 집안을 둘러보던 로르는 이 집의 딸 릴리가 자신과 똑같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릴리의 신분증과 미국행 비행기표까지 발견한 로르, 그녀는 이제 릴리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그때 집에 들어온 진짜 릴리는 남편과 아이를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해 권총으로 자살한다. 로르는 릴리로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고 7년 뒤 프랑스 대사가 된 남편과 더불어 다시 프랑스로 돌아온다. 그러나 7년 전의 사건은 그냥 잊혀지지 않았다. 릴리로 변한 로르에게 다시 위험이 다가오고 사건은 실타래처럼 엉켜간다...

"미션임파서블1" 이후에 별다른 흥행작은 없었지만 스릴을 창조해 내는 재능에 있어서는 탁월한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최신작 (그래봤자 1년도 전의 것이지만) 입니다. 그다지 실망을 주지 않는 감독 중 한명이라 무료한 일요일 오후, 소일거리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감독이 직접 쓴 각본은 꽤나 흥미진진한 스릴러 영화의 문법을 따라갑니다. 제목 그대로 "팜므파탈-치명적인 여인"답게 중반부에서 반데라스를 함정으로 끌어드려 서서히 조여나가는 부분의 긴장감과 재미는 대단했고요.

하지만 막판 반전... 이 너무나도 깹니다. 감독 스스로 데이빗 린치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는 만큼 일종의 "몽환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스릴러영화로서는 치명적일 정도로 안이한 결말이라 생각됩니다. 제목하고 별로 어울리지도 않고요. 각각의 사람들이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물고 물리는 구조 역시 다른 영화에서 많이 보아온 식상한 요소였습니다. (펄프픽션이 대표적이겠죠)

아울러 주연인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포스터만 보면 그야말로 제목에 딱 어울리는 레베카 로미즌 스테이모스 두명 다 미스캐스팅이라는 점도 아쉬운 점이었어요. 반데라스는 엄하게 함정에 빠져드는 파파라치 역을 하기엔 너무 느끼하고 레베카는 생각보다 화면에서의 매력이 별로더라고요. X맨에서 미스티역은 좋았었는데.. (앗! 그리고 추가정보.. 저도 프렌즈 광팬인데 레베카가 프렌즈로 데뷰했다고 해서 조사해 보니 프렌즈 4기에서 러스가 잠깐 데이트했던 박물관 조교로 나왔더군요. 무진장하게 지저분하게 살던^^)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영화에서 반데라스가 찍는 파리의 풍경사진만큼의 재미도 없는, 평범한 스릴러물이었습니다. 모 영화 전문지에서는 "저주받은 걸작"비스무레하게 포장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절대 그정도 작품은 아니에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흥행에 실패하는것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죠.

덧붙이자면, 개인적으로는 반데라스가 비스무레한 캐릭터로 나왔던 레베카 드 모네이와의 95년도 작품 "스트레인져 (Never Talk to Strangers)"가 훨씬 더 나았습니다 .

위대한 유산 - 오상훈 : 별점 2.5점


백화점 시식회, 형 등쳐먹기 등등 백수생활 지침서에 따라 열심히 살고 있던 ‘창식’. 탤런트가 꿈이지만 어설픈 연기력으로 매번 낙방하는 ‘미영’. 같은 동네 백수와 백조의 나와바리(?)가 뻔한 터. 먼산 보고 길가다 ‘창식’과 ‘미영’은 그만 정면충돌. 이 사고로 ‘창식’은 두 주먹 불끈 쥐고있던 동전을 와르르르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목숨보다 소중했던 동전들! 하나하나 주워보지만 100원이 모자란다. 사건의 주범(?) ‘미영’에게 눈을 부라리며 따져봐도 끝까지 100원은 못 준다는데...

이렇게 불구대천의 원수가 된 두 사람. 그들 앞에 큰 껀(?) 하나가 걸려들었다. 우연히 황 노인의 뺑소니 교통 사고를 같이 목격하게 된 두 사람은 다음 날 목격자에게 사례금 500 만원이 지급된다는 플랙카드를 보고 눈이 뒤집힌다. 서로 목격자를 자청하고 나서다가 올가미에 걸리고 마는데…. 500만원에 눈이 먼 백수, 백조에게 무슨 태클이 들어온 것일까???

정말로 간만에 극장가서 돈내고 본 영화입니다. 원래 "이탈리안 잡"을 보려고 했었는데 자리가 너무 안 좋아서 막판에 바꿨죠.

내용은 백수와 백조 이야기에 최근 코드중 하나인 조폭과 엽기를 결합시킨 코미디입니다. 위의 줄거리만 보면 좀 뻔한 것 같지만 의외로 반전과 복선이 생각보다 충실한 영화로 코미디로서는 제법 완성도 있는 스토리를 보여준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임창정이 맡은 "창식" 이라는 캐릭터 설정입니다, 치사함과 엽기, 변태스러움에 오버까지 뭐 하나 현실적인 부분이 없거든요. 물론 임창정의 연기가 뒷받침되어 창식이라는 인물에 감정이입을 하게끔 만든 탓이기도 하겠지만 "이나중탁구부"의 마에노가 생각날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인물표현으로 영화의 수준이 많이 떨어진 것 같아요. 차라리 좀 더 평범한 보통 사람으로 설정했다면 영화가 이렇게까지 막 나가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사정없이 망가져 주는 김선아나 여러 조연들(특히 공형진은 정말 압권입니다!)의 감초같은 재미, 위에서도 언급한 제법 복선과 반전이 있는 스토리로 어느정도 볼만한 코미디 영화라 생각합니다. "색즉시공" 보다는 낫고 "몽정기"보다는 좀 못했달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나저나 왜 요새 우리나라 영화는 이렇게 욕이 많이 나오는 걸까요? 욕이 나온다고 웃기는 것도 아닌데, 물론 욕이 일상생활에 많이 쓰이긴 하지만 의미없이 개그의 한 형태로 욕을 쓰는 것에는 정말 불만입니다. 좋은 말만 하고 삽시다!

 PS: "스캔들" 도 그랬지만 이 영화도 엔딩 크레딧을 꼭 보시길,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 추가로 나옵니다^^

표적 (Long Shot) - 딕 프란시스 : 별점 3.5점

순전히 생계를 위해 트레메인의 개인 전기작가로 고용된 존 켄들, 그는 트레메인의 자택을 방문한 첫날부터 트레메인의 주변 인물들의 생명을 구해주게 되고, 날이 갈수록 서바이벌 전문가로서, 요리사로서, 비서로서, "무엇이든 가능한 믿을만한 친구" 정도의 위치로 서서히 자리매김 하게 된다.
그러는 동안 1년전에 실종된 안젤라 브리켈이라는 기무원의 시체가 숲에서 발견되고 용의자로 몰리는 주위 사람들은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그 와중에 주요 용의자 1번이었던 해리 굿헤이븐을 살해하려는 시도를 존이 방지하자 존에게도 위험이 서서히 다가 오게 되는데...

경마를 소재로 독특하고 수준높은 작품을 선보이는 딕 프란시스의 장편.
작가의 작품치고는 특이하게도 서바이벌 전문가인 소설가 존 켄들이 주인공으로 나오길래 "어라?"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존 켄들이 생계수단으로 경마계의 거물 조련사 트레메인 빅커스의 개인 전기 작가로 고용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경마계를 배경으로 탁월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는 "타율왕" 딕 프란시스답더군요.또 "서바이벌 전문가이자 소설가"라는 직업에 걸맞는 특출한 주인공 존 켄들의 매력이 작품의 재미를 더하네요. 마스터 키튼이 연상되기도 할 정도였어요. 복선과 반전도 제법이라 장편임에도 몰입해서 읽게 하는 매력이 넘치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딕 프란시스의 책을 읽은것은 두번째인데 (첫번째가 "오른손"이었죠) 앞으로도 계속 구해 읽어보고 싶네요. 별점은 3.5점입니다. 아직 안 읽으신 분들에겐 강추드립니다.

덧붙이자면 원제인 "Long Shot"은 무모한 도전, 혹은 우승할 가망이 거의 없는 경주마, 그리고 단어 그 자체의 의미, 3가지 의미를 모두 가진 멋진 제목이에요. 이런 제목 한번 지어보고 싶네요.

어느 창녀의 죽음 -김성종 명작 소설집- - 별점 3.5점

한국 추리소설계의 대부 김성종씨의 단편선. "김교수의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것과 같은 책입니다.

작품들은 표제작을 포함해서 전부 9편의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순문학에 가까운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나마 조금 추리소설에 가까운 것은 "어느 창녀의 죽음", "소년의 꿈" 정도고요.

그러나 수록 단편 모두가 상당히 높은 수준의 묘사력과 구성력으로 질곡의 현대사와 거기에 얽힌 민초들의 고생담을 특유의 문체로 디테일하게 그린, 김성종씨의 필력을 짐작케 하는 괜찮은 작품들입니다. 특히 전쟁에서 비롯된 비극을 다룬 "어느 창녀의 죽음" 은 정말 걸작입니다! 강추!

하지만 역시 추리 매니아로서는 조금 불만스럽기는 하네요. 다른 앤솔로지에서 읽었던 추리단편들을 기대했었는데요. 추리 매니아로서 관심포인트는 김성종씨의 탐정 캐릭터 중 한명인 "오병호 형사"가 등장하는 편이 많다는 것 정도에 불과하거든요.

허나 새로운 김성종씨의 모습을 본 것 같아 기쁜 마음이 더욱 큽니다. 요새는 정말 기본도 안되는 작가들이 인터넷 탓으로 쏟아져 나오는데 추리작가, 펄프픽션 작가로 욕은 많이 먹지만 김성종씨의 필력이나 구성력은 정말 본받을 만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프로라면 프로다와야죠^^ 선생님의 높은 문학적 성취도를 느낄 수 있는 작품집으로 추천합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정건섭 추리 꽁트집 -미스터리34- - 별점 1.5점

한국의 대표적인 추리작가 중 한명이신 정건섭씨의 추리 꽁트 모음집입니다.

"덫"이나 "5시간 30분"을 꽤 재미있게 읽어서 나름대로 기대를 했던 책입니다. 하지만 단편도 아닌 "꽁트"가 모여있어서인지 추리 퀴즈집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소설로서의 재미나 수준은 사실 기대 이하였습니다. 거기에 트릭들로 구태의연하고 지루하기 이를데 없어서 다 읽는데 상당히 시간이 걸렸네요.

약간 특이한 것은 작품들 속에서 "추리소설을 많이 읽어서 머리가 좋다"라는 표현이 많이 등장하고 베스트셀러 소설가로 추리작가가 등장하는 편도 있다는 점인데, 뭐 추리소설가의 꿈이라고 해 둬야겠죠...

별점은 1.5점. 정건섭씨의 탐정 캐릭터인 박문호 형사가 주로 등장하니까 박문호 형사 팬이라면 소장할 만 하겠으나 아닌 분들은 그냥 이런 책도 있구나... 싶은 정도로 끝내도 될 듯 싶습니다.

마지막 에이스 - 프레드릭 포사이스 : 별점 4점

"자칼의 날"등으로 유명한 첩보/스릴러 작가 F.포사이스의 단편집입니다. 표제작을 포함한 9편의 단편이 들어있습니다.

차례는 "증거", "목격자", "광고번호H331","마지막 에이스", "면책특권","아일랜드에는 뱀이 없다(이하 아일랜드)", "황홀한 죽음", "제왕","재수없는 날" 순입니다.

"목격자"와 "아일랜드.."는 이전에 다른 단편 앤솔로지에서 읽었었던 단편이니 제가 새롭게 접한것은 7편이네요.

그 중에서 제일 첫번째 작품 "증거"는 정말 걸작 단편입니다. 독특한 설정에서 계단을 올라가는 것 같은 스릴의 맛, 반전까지 짧은 분량에서 더 이상의 이야기를 발견하기 힘들정도로 완성도 높은 단편이라 생각됩니다.

"목격자"는 예전에 다른 미스테리 앤솔로지에서 접했었던 이야기로 ("세계 미스테리 명작여행"입니다) 설정과 내용이 조금 뻔한 작품입니다만 뭐 평작 이상은 되는 것 같습니다. 킬러가 총을 반입하는 과정이 내용보다 오히려 흥미진진했습니다.^^

"광고번호 H331"은 한 중년남자의 일탈과 그것때문에 협박당하는 과정에서의 심리적 공포, 스릴 등을 효과적으로 그리고 있지만 내용이 역시 좀 뻔합니다. 그래도 마지막 장면에서의 살짝 반전효과는 괜찮다고 느껴집니다.

"마지막 에이스"는 수록 단편들 중 추리물적이고 스릴러물의 성향을 띄고 있는 작품들 중에서는 가장 처지지 않나 싶은데 왜 표제작인지 모르겠네요. 포커에 빠져들게 되는 과정의 묘사는 흥미진진하고 디테일하지만 결말은 다소 실망스럽습니다. 뻔하기도 하지만, 뭐 익숙한 반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요.

"면책특권"은 신문기사에 의해 명예를 훼손당한 주인공이 법률서적을 뒤진 끝에, 면책특권이라는 법률을 이용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는 이야기인데........., 일종의 콩트로 추리물이나 스릴러물의 요소는 별로 없습니다. 존 그리샴이 쓴 가벼운 단편물 같은 느낌을 주네요.

"아일랜드.."는 아마 국내에 가장 잘 알려진 포사이스의 단편이겠죠? 세계 미스테리 걸작선에 수록되어 있는 바로 그 작품입니다. 좋은 작품이지요.^^

"황홀한 죽음"은 자신이 죽은 뒤 유산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인 한 자산가의 이야기인데 이색적이긴 하지만 그다지 흥미롭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부자들 이야기를 싫어하나봐요. 그래도 보기싫은 여동생 가족을 골탕먹이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결국 이루어 낸다는 구성이나 마지막 묘사까지 상당히 완성도는 높은 단편입니다.

"제왕"은 헤밍웨이를 다분히 의식하고 쓴것이 분명한 "낚시"단편입니다. 순문학에 가까운 단편이지만 감정의 변화와 막판 뒤집기 (반전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모자란)가 통쾌한 나름대로 멋있는 작품입니다. 물론 "노인과 바다"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지요..

마지막 "재수없는 날"은 그야말로 모든것이 꼬여버린 한 도둑의 이야기인데 코믹한 분위기가 넘치는 소품입니다. 아일랜드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포사이스의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가벼운 것 같아서 조금 마음에 들지는 않네요.

이렇게 9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이 단편집은 범작과 수작이 골고루 섞어있고 범작에서도 포사이스의 재능은 느낄 수 있는 꽤 괜찮은 단편집입니다. 모든 작품에서 포사이스 특유의 단계적으로 늘어가는 스릴과 반전의 묘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코믹한 요소가 많기도 하고요. 대부분의 이야기가 나름대로 "해피앤딩"인것도 특이합니다.^^

이 책은 저같이 단편소설 매니아에겐 딱 알맞는 책인것 같아요. 단편 하나하나의 길이도 적당하고 쉽게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구할 수 있다면 강추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PS: 9편이 실려있는데 책 뒷커버에는 "F.포사이스의 전율적인 스릴러 10편이 들어있다"라고 되어있군요. 흠...

셰르부르의 저주 - 랜달 개릿 / 강수백 : 별점 3점

셰르부르의 저주 - 6점 랜달 개릿 지음, 강수백 옮김/행복한책읽기

예전 그리폰 북스에서 출간된 적이 있었던 "귀족탐정 다아시경"시리즈의 재간본입니다. 행복한 책읽기에서 나왔네요. 제가 좋아하는 단편 추리물+SF라서 주저없이 구입한 책입니다.

제목이기도 한 "셰르브루의 저주"를 포함해서 "두눈은 보았다", "새파란 시체","상상력의 문제", "전쟁 마술" 총 5편의 중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추리소설로서의 성격보다 대체역사 SF 의 성격이 강한만큼, 영불제국과 폴란드제국이라는 배경 설정부터, 노르망디 대공의 주임 수사관 다아시경과 그의 파트너 법정 마술사 마스터 숀 오 로클란같은 독특한 인물 설정같은것들이 재미있습니다.

특히 마법과 과학이 공존하는 시대의 특성을 잘 살린 이야기들로 꾸며져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하는데요, 예를 들면 시체에서 얻어낸 단서를 가지고 물질 재구성 마법으로 그 형태를 밝혀 낸다던가, 시체에 방부처리 주문을 건다던가 하는 사소한 부분에서 부터 "두눈은 보았다"에 나오는 상황 재현 마법까지 여러가지의 마법을 작가가 적재적소에 표현해 놓은것이 돋보입니다.

또한 주인공 다아시경도 상당히 독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라서 시리즈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셜록 홈즈 스타일의 인물인데, 현명하고 냉철한 수사관으로 추리력 또한 뛰어난 인물이거든요. 물론 다른 등장인물들의 묘사도 탄탄하고 설정 역시 재미있고요.

하지만 정통 추리에 가까운 이야기는 "상상력의 문제"정도이고 나머지 중단편은 마법이 중심이 된다던가, 아니면 폴란드제국과의 신경전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이라 추리물로 보기에는 조금 약합니다.
 "두눈은 보았다"는 반전이 있지만 예측 가능한 수준이었고 "셰르부르의 저주"는 첩보 모험물 성격이 더 강하네요. "새파란 시체"도 추리물로서 손색없지만 주 트릭이 "마법"에 기인하고 있어서 약간 변칙인 듯 하고요. 마지막 단편 "전쟁마술"은 제목 그대로 마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그 설정이 독특하고 주는 재미도 상당합니다. 후속 시리즈가 나와도 계속 읽어보고 싶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비치하우스 - 제임스 패터슨 외 / 이창식 : 별점 1.5점


이전에 읽었었던, 책만 두껍고 별 알맹이 없는 지루한 책 <그녀에게 키스를>과 <시간의 침묵>의 저자 제임스 패터슨의 법정 스릴러 물입니다. 페테 드 종쥬라는 작가와 공동 저작한 듯 한데 책 자체는 전형적인 제임스 패터슨 소설 느낌입니다.

그래도 제가 읽고 굉장히 실망했던 알렉스 크로스 시리즈가 아닌, 젊은 법대생 잭 멀런을 주인공으로 한 존 그리샴 류의 소설로, 잭 멀런이 동생 피터 멀런의 의문사를 놓고 재벌인 뉴바우어와 정의 하나만을 믿고 굉장히 불리한 싸움을 벌인다는 이야기인데 나름대로 흥미진진하고 쓱쓱 읽히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소설이 영화적이고 극적인 효과에 기대고 있는것 같더군요. 존 그리샴의 막판 법정에서의 반전 같은 정통파라기 보다 조금 쉽게 쉽게 넘어가는 소설입니다. 사실 막판 복수 법정(?) 장면은 억지가 너무 심한것 같기도 하고요.
좋게 말하면 대중적이며 쉬운 법정 스릴러고 나쁘게 말하면 주말 연속극 같은 책입니다. 제임스 패터슨 책 치고는 그나마 실망하지 않은 책이지만 결코 합격점을 줄 수는 없겠네요. 헌책방에서 싸게 구입해서 그냥저냥 읽을 만 했지만 제 값 주고는 도저히 못 사 보겠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그나저나 도대체 이 작가가 왜 베스트셀러 작가인거지?
PS: 책은 요사이 말많고 탈많은 베델스만 북클럽에서 출간되었더군요. 책은 제대로 만드는 것 같은데.....

조선남녀상열지사 : 스캔들 - 이재용 - 별점 3점


역시 공짜표로 본 영화입니다. 원래 영화관가서 볼려고 했는데 요사이 운이 좋네요^^

요부와 바람둥이의 정절녀 무너뜨리기
1. 작업 전야- 선수들, 서로를 알아 보다 겉으로는 세도가의 정부인으로 살아가며 남자들을 유혹하는 이중 생활을 영위하는 조씨 부인. 한편, 과거에 급제했으나 관직을 마다한 채, 뭇 여인에 탐닉하고 시/서/화를 즐기는 이단아 조원. 말 못 할 첫 사랑의 상대이자 사촌 지간인 둘은 은밀한 사랑 게임의 동업자다.
 2. 작업 개시- 바람둥이,요부의 제안을 받아들이다 어느 날 조씨 부인은 남편의 소실 자리인 어린 소옥을 범해줄 것을 조원에게 제시하지만 조원의 목표는 9년간 수절하여 열녀문까지 하사 받은 숙부인 정씨로 정해진 상황! 조씨 부인은 조원이 성공하면 자신을 허하겠다는 미끼를 던지고 조원은 내기를 수락하는데…
3.작업 진행- 고생 끝 열매가 더 달다고 그 누가 말했던가? 갈고 닦은 실력과 술수를 총동원하여 숙부인 유혹 작업에 나선 조원. 하지만, 나라에서 금한 천주학을 접하고 서민을 돕는 등 강한 신념으로 살아가는 숙부인의 저항은 예상 외로 완강하고, 그럴수록 조원의 전의는 더욱 불타 오르는데...

 1782년에 출간됐던 프랑스의 쇼데르로스 드 라클로의 소설을 영화한 것으로 저는 "위험한 관계"라는 영화로 먼저 접했었습니다. (아래 사진 참고)

두 영화를 비교해 보건데... 저는 한국영화쪽이 더 좋았습니다. 보다 동양적인 정서에 기댄 "스캔들"쪽이 저의 감성에는 더 맞는것 같더라고요.

영화를 보면서 놀란 점 몇가지는, 일단 의상과 소품이 굉장히 좋았고 화면도 예뻤습니다. DVD로 소장하고 픈 생각이 들게끔 하는 영상은 마음에 쏙 들었고요, 전도연이 청순가련 수절 숙부인으로 분한것은 뭐 그냥 그랬지만 이미숙과 배용준의 연기도 좋더군요. 특히 배용준의 연기변신은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조선시대 어투로 바꾼 대사들과 여러 상황설정은 진지한 시대극임에도 불구하고 코믹함과 재미를 주는 요소였습니다. "통하였느냐?""이럴 수가 이럴 수가""""아니 이게 언제 이렇게 커졌답니까" 등등등의 대사들은 영화를 보다 맛깔스럽고 재미나게 하더라고요.

결론적으로 "위험한 관계"나 "발몽"과 비교해 보아도 전혀 뒤지지 않는 높아진 방화의 수준을 짐작케 하는 Well-Made 시대극입니다. 적극 추천! 별점은 3점입니다.

S.W.A.T - 클라크 존슨 : 별점 2.5점

우연히 공짜표가 생겨서 보게된 간만에 본 블록버스터 영화입니다.

경찰특공대 SWAT소속이던 스트릿과 갬블은 한 작전에서의 명령불복종과 무모한 단독행동으로 좌천되게 됩니다. 갬블은 경찰을 때려치우고 스트릿은 좌천당해 무기관리를 맡은채 6개월을 보내게 되지요.
 6개월 후, SWAT내의 최정예부대를 만드려는 계획으로 최고의 교관 혼도가 팀장으로 복귀하고 혼도는 스트릿같이 능력있지만 인정 받지 못했던 여러 사람을 모아 최정예 팀으로 훈련하게 됩니다.

한편, 우연한 사고로 잡혔던 국제적 범죄자 알렉스는 자신을 탈출시키는 자에게 1억불을 주겠다..라는 공언을 하게 되고 알렉스의 호송도중 그를 탈출시키려는 수많은 악당들이 모여 SWAT팀과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됩니다....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팀원이 하나로 되는 과정과 알렉스 탈옥을 막으려는 작전, 크게 이 2가지로 영화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팀원이 구성되고 훈련하는 과정은 나름대로 짜임새는 있지만 조금 지루했었습니다. 아무래도 TV시리즈가 원작이다 보니 앞부분의 팀 구성 부분을 비중있게 다룬것 같은데 너무 긴 듯 하고 또 그렇게 길게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스트릿과 혼도 두명만 강조됩니다. (속편이 나오면 산체스는 부각될 것 같긴 하지만요.)

그러나 알렉스 탈출 작전은 그 치밀함과 긴박감이 상당하고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 개연성에는 조금 문제가 있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요^^; 돈들인 티도 제법 나는 그런대로 볼만한 액션영화가 아니었나 싶네요. (물론 저는 공짜로 봤기 때문에 훨씬 후하게 점수를 준 것일수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킬링타임용 액션영화로 추천합니다. 더운 여름에 보았으면 괜찮았을 텐데 가을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듯한 느낌도 어느정도 듭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로즈메리의 아기 - 아이라 레빈 / 최운권 : 별점 2.5점

로즈메리의 아기 - 6점 아이라 레빈 지음, 최운권 옮김/해문출판사
아이라 레빈의 호러-서스펜스 소설입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로도 유명하지만 작가의 "죽음의 키스"라는 작품도 재미있게 읽어서 상당히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로즈메리와 그녀의 남편 거이는 그동안 꿈꿔왔던 아파트로 이사를 온다. 이웃은 친절하고, 남편의 일은 잘 풀려 행복한 일상이지만 왠일인지 로즈메리는 악마의 악몽에 시달린다. 어느날 꿈속에서 폭행을 당한 로즈메리는 실제로 임신을 한다. 그후로 부부를 맴도는 싸늘한 분위기 속에서 로즈메리는 아기를 지킬 방도를 궁리하지만...

일단 이런 류의 설정은 상당히 흔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End of Days"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사교집단과 사탄의 아기라는 설정 자체가 워낙 많이 인용되고 활용되는 소재이기 때문이겠죠. (특히 일본쪽 만화에서 많이 활용되는 듯 싶습니다만....)

그래서 이 책도 차별적인 재미를 위해서라도 아파트 한채를 무대로 별다른 액션이 없는 만큼, 겉으로는 친절한 노부부로 가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사교집단의 후계자였다..같은 충격적인 사실들이 하나씩 드러나는 과정의 서스펜스가 중요했을텐데 왠지 소설이 좀 지루하고 맥이 빠지네요. 중반까지 별 탈 없이 지내다가 막판에 갑자기 모든것을 터트려 버리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거기에다가 이런 류의 대부분의 다른 작품들과 사뭇 다른 결말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결말이 요새 읽기에는 너무 시시하지 않았나 싶네요.

영화라면야 나름대로 걸작으로 인정받는 만큼, 참신하고 재밌었을것 같은데 소설로는 좀 지루했습니다. 무엇보다 요새 읽기에는 너무 낡은 소재와 설정이었어요. "오멘"과 비슷한 시기에, 한 30여년 전에 유행했던 소재이니 만큼, "사탄의 아기"가 "비디오로 전파되는 바이러스"같은 설정에 확실히 밀리는 것이겠죠^^;

결론적으로 말해서, 소장하기엔 부족합니다. 별점은 2.5점. 하지만 나름대로의 명성과 역사적 가치를 고려한다면, 한번 쯤 읽어볼만 합니다...

잃어버린 시간 - Long time no see - 에드 멕베인 / 모윤신 : 별점 2점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입니다. 카렐라 형사의 쌍동이 자식이 10살정도 되었을때 이야기니 제가 읽은 "경관 혐오"에서 거의 10여년이 지난 시점의 이야기이군요. 찾아보니 1977년도 작품이군요. 중후기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야기는 불쌍한 흑인 장님거지 지미 해리스가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의 아내 이사벨,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거지 헤스터 까지 장님들이 연쇄적으로 무자비하게 살해되고 카렐라 형사는 집요한 수사끝에 지미 해리스가 군대에 있을때 받았던 정신과 치료에서 힌트를 얻어 범인을 검거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장님이나 어린애를 살해하지 않는다. 새를 목 조르거나 나비의 날개를 잡아당기는 이런 일은 사람들이 좀처럼 하지 않으니까..." 
본문에 나오는 이 말대로 일단 이 작품은 불쌍하고 사회적으로 약자인 장님들의 연쇄살인이라는 특이한 설정으로 흥미를 끕니다.
<경관혐오> 단 한편밖에 읽을 기회는 없었지만 카렐라 형사를 주인공으로 우직하고 집요한 수사방법도 볼 만 하고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사건이 조금 포커스가 맞지 않는 느낌이 납니다. 결정적 단서가 되는 정신과 의사와의 대화 기록에서 유추해낸 사건의 진상이 너무 비약이 심한 탓입니다.
게다가 300여 페이지나 되는 소설에서 사건의 해결은 후반 50페이지에 집중되어 있고 초반의 사건들이나 수사의 설정들은 뒤로 가면 다 무익하고 허무해지는 구조 탓도 큽니다. 물론 초반부도 나름대로 흥미진진하기는 하지만 앞부분의 서술되었던 복선들과 연관되는 사건의 진상!같은 치밀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게 아쉽네요. 이런 스타일에 맛들이면 독자들은 이 작가 책은 뒷부분만 읽게 되지 않을까요?

그래도 킬링타임용 하드보일드 소설로는 괜찮은것 같습니다. 소장가치는... 저도 헌책을 싸게 사서 아깝지는 않습니다만... 글쎄요. 번역도 문제가 있으니 그닥 권해드리고 싶지는 않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잃어버린 시간 : 모윤신 옮김. 화평사

열혈남아 (몽콕하문) - 왕가위


대만에 살고 있는 아화는 홍콩에 있는 병원에 진찰을 받기 위해 소화의 집에 며칠 묵게 된다. 소화는 어린시절 부터 조직에서 잔뼈가 굵은 중간보스다.한편 창파는 동생 하서가 당구내기에서 돈을 잃자 그들과 내기를 두다가 행패를 부리고 쫓기다 두들겨맞는다. 아화는 소화와 영화를 보러가려다 피를 흘리고 온 창파를 보고 소화가 범죄 조직에 있음을 알게 된다.소화는 창파의 보복을 하고 그 역시 상처를 입고 집에 돌아오는데......


그의 상처를 돌봐주는 아화.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아화는 편지를 남기고 란타우 섬으로 돌아간다. 창팡의 의동생인 아서의 결혼식 피로연이 돈이 없어 너무나 초라해 화를 내는 아서의 장인과 다툰 창파는 우울해한다. 그런데 창파가 피로연을 위해 꾼 돈을 갚으라는 토니는 비열하게 이자까지 당장 갚으라고 하고 소화는 또다시 그가 뒤를 봐주는 식당 주인을 협박해 돈을 건내주고 도망친다. 이들의 두목은 화해를 하게 하지만 소화와 토니 사이는 더욱 벌어진다.

비오는 날 우연히 만난 마벨이 결혼했다는 말에 쓸쓸히 헤어진 소화는 아화를 찾아간다. 아화를 늦게 까지 기다리던 소화. 소화는 아화와 어색한 만남 후, 금방 헤어진 두 사람은 결국 떠나가는 소화를 따라 달려온 아화와 뜨거운 키스를 한다.한편 소화가 자리를 비우자 빚을 갚기위해 어묵장사를 하던 창파는 자신을 괴롭히는 토니의 차를 부수다 잡히고, 아화와 즐거운 나날을 보내던 소화는 동생을 찾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는다. 피투성이가 되어 끌려나온 창파와 도망치나 곧 토니 일당에게 잡혀 무참히 맞고 쓰러진다.창파는 자신이 동생 자격이 없다며 자신을 잊으라고 그의 곁을 떠나고 소화는 아화에게 돌아가 치료를 받는다.

한편 경찰에 잡혀간 조직원이 경찰의 회유에 넘어가 조직의 내막을 불게 되자 그를 해치우려 하는데 마땅한 사람이 없어 고민하던 두목은 창파가 일을 맡겠다해서 사례금을 건네준다.....

대학교때 한창 씨네마 키드였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신입생때였는데 그때는 장차 영화판에서 일할것을 꿈꾸며 책들과 잡지, 비디오 테잎을 모으며 남들은 보지도 않는 감독들의 필모그래피를 외우고 살 때였죠.

그 당시 저를 지배했던 영화중 하나가 "열혈남아"입니다. 지금은 일반인들도 많이 아는 거장이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신인이었던 왕가위 감독의 데뷰작으로, 국내에서 한창 홍콩 영화 붐일 때에도 흥행에 실패한, 정말 매니아만 알고 있던 영화였죠.

하지만 이 영화에서 유덕화, 장만옥, 장학우의 연기와 더불어 (물론 만자량 형님의 악역연기 역시 빛을 발하지만) 왕걸의 멋진 주제가, 그리고 홍콩의 네온과 야경을 담은 왕가위 특유의 화면이 어우러져 저에게 이유 모를 가슴저림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스토리나 화변빨 때문이 아닌 그야말로 뭔가의 "필링" 때문이었죠. 그래서 저는 어렵게 구한 복사 비디오테잎을 가지고 보고 또 돌려보고 했던 영화였습니다. 줄 잡아 10번은 족히 넘어 볼 정도로요.

그러던 작품도 나이가 들고 세월이 지나며 잊고 있었는데 DVD로 새롭게 출시되었다는 정보를 접하고 주저 없이 구입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감동이 줄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에서...

그런데 보고 난 결과는 아쉬움이 큽니다. 또렷한 화질로 탱탱한 시절의 배우들과 홍콩의 풍경을 보는것은 좋았지만, 왕가위 감독 특유의 색감이나 (촬영은 크리스토퍼 도일은 아니지만) 스텝 프린팅도 여전하지만.... 제가 보았던 당시 버젼이 아니더라고요.

그 멋진 왕걸의 주제가를 다 짤라 버리고 이상한 노래들도 채워져 감동이 밀려오던 공중전화 박스 장면도 감흥이 오지 않더군요. (탑건 주제곡 "Take My breath away"의 중국어 버젼이었습니다....ㅜ.ㅜ) 마지막 엔딩도 장만옥이 감옥으로 바보가 된 유덕화를 찾아오는 부분이 빠졌고요, 자막의 이름과 내용도 약간씩 차이가 나는, 옛날의 그 버젼이 아니었습니다.

듣기에 옛날 버젼은 대만판, DVD버젼이 홍콩판인거 같은데 제발 대만판을 돌려줘~! 도대체 왕걸의 노래를 자른것은 정말루 정말루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버럭!)

제가 10여년전에 보았을 때와 당연히 필링이라는 것, 감동의 깊이라는 그 정도는 엄청난 차이가 있겠지만, 왕걸의 주제가는 정말 너무 아쉽습니다. 공중전화 키스씬을 너무나 기대하고 있었는데요.... 예전에 어렵게 구했던 mp3라도 들으면서 아쉬움을 달래야 겠습니다.

열혈남아 DVD : 1988. 라이브DVD. 98분

내겐 너무 가벼운 당신

오로지 외모로만 여성을 판단하던 주인공 할(잭 블랙)은 늘 미녀만 쫓아다니다가 퇴짜맞는다. 어느날 우연히 심리상담가를 만난 이후 이상하게도 할이 만나는 절세의 미녀들은 모두 그에게 호감을 보인다.
그러나 이는 심리상담가의 최면에 걸린 할의 눈에 겉모습 대신 내면의 아름다움만 비치게 된 탓일 뿐 실제로 할이 미녀라고 보는 여성들은 모두 착하긴 해도 한결같이 얼굴이 못 생겼거나 비만증 환자다.
눈에 ‘콩깍지’가 씌인 채 할은 마침내 평화봉사단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마음씨 착하고 ‘쭉쭉 빵빵’한 금발 미녀 로즈마리(기네스 팰트로)를 만나 연인이 된다.
물론 로즈마리는 실제로는 더블 피자 버거에 치즈를 듬뿍 얹은 감자를 단숨에 먹어치우는 엄청난 ‘뚱보’ 할은 로즈마리와 사랑에 빠지며 로즈마리의 아버지인 회사 보스의 후광마저 등에 업고 일에서도 승승장구 하게 된다. 그러나 친구 마리오가 할을 정신차리게 해 주겠다며 심리상담가를 찾아가 최면술을 푸는 키워드를 듣고 할에게 말해주게 되는데....

원제 'Shallow Hal’ (천박한 할) 은 영화를 잘 함축하고 있을 뿐더러 최면술사의 키워드이기도 합니다. 내용은 보다시피 현대 남성들의 풍속도를 적나라하게 풍자하고 있는 코미디 물입니다.

영화는 주로 할의 상상과 현실과의 거리감을 통해 웃음을 주고 있습니다. 할이 기네스 팰트로의 모습으로 보는 로즈마리가 화면이 바뀌면 엄청난 뚱보로 나오는 식의 개그들이 많죠.

전체적으로 그냥저냥 아무 생각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라 생각되었는데 후반부에서는 나름대로 감동도 줍니다. 특히나 화상병동 장면이나 마지막 고백장면 같은것은 좋았습니다. 일반 헐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보단 좀 과한 웃음이긴 하지만 꽤 즐겁고 따뜻하게 볼 수 있었던 영화였어요.

이퀄리브리엄 - 별점 2점

아메리칸 사이코의 크리스천 베일 주연 SF영화입니다.

미래 세계, 엄격한 통제에 의해 전쟁은 없어지고 감정은 억누르게 된다. 책과 예술 그리고 음악은 엄하게 금지되고 있고 감정이란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이다. 존 프레스톤(크리스챤 베일)은 이런 법규에 대항하는 사람들을 처치하는 최고의 정부 요원이다. 감정을 억제하는 세뇌약 프로지움의 복용을 놓치게 되자 엄격한 법률의 집행자로 훈련 받아온 프레스톤은 갑자기 그것을 오히려 전복시키는 인간으로 탈바꿈한다.

영화는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에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한 구조로 전개됩니다. 3차대전 이후 독재에 의해 개인의 감정을 억누르는 도시국가나 감정을 조절하는 약 프로지움, 무술과 권총액션을 결합한 "건카터"라는 설정들과, 막판에 졸개들을 해치우고 보스와 대결하는 대결구도까지 많이 보아왔던 일본 작품들의 설정과 형식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초중반부까지는 설정과 캐릭터, 그리고 위기를 벗어나는 프레스톤의 기지 등으로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지만 막판에 너무 쉽게, 한번에 끝내버린 것은 아쉽네요. 조금 더 클라이막스를 신경써서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적으로는 전체적으로 한번 지나가기에는 비쥬얼적으로 신경쓴 재미있는 요소도 많고 화려한 액션도 볼만한 그런저런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일각에서는 매트릭스보다 낫다, 철학적 요소가 있다 등등 이야기가 많은데 그냥 아무 생각없이 즐기는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뭐 매트릭스 아류작임에는 분명하니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두동강이 난 남과 여 -일본 추리 단편선- 별점 2점

두 동강이 난 남과 여 - 6점 노리즈키 린타로 외 10명 지음, 일본 추리작가 협회 엮음, 한국 추리작가 협회 옮김/봉성기획
그동안 상당히 구해보고 싶었던 단편집이었습니다. 워낙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하기도 하고 단편소설도 좋아하기도 해서인데 이 책이 인터넷 헌책방에 올라온것을 보고 주저없이 구입했습니다.

총 11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선정 기준은 상당히 젊은 작가들, 그리고 최근 현대 일본 추리 단편의 경향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선정되어 있는 듯 합니다. 이름을 알 수 있는 작가는 노리츠키 린타로, 히가시노 게이고, 나츠키 시즈코, 사노 요... 정도 였고 나머지 작가들은 잘 모르는 작가들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일본 추리 단편집 같은 구성을 예상했는데 의외로 표제작이기도 한 "두동강이 난 남과 여"와 "식인 상어" 두편만이 정통 퍼즐 미스테리에 가까왔고 나머지 작품들은 주로 인간의 심리와 인간관계를 그린 작품들이었습니다. 이런 작품들 중에서는 나츠키 시즈코의 "한마디에 대한 벌"과 다카하시 가츠히코의 "이상한 인연"이 인간관계에 대한 냉정하고 어떻게 보면 잔인한 심리상태를 잘 묘사하고 있어서 재미있었고요, 나머지 작품들은 평이한 수준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허나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어요. 약간 더 일본적인, 조금 더 엽기적이고 가슴 서늘한 작품들을 기대했었거든요. 힘들게 구하긴 했지만 약간 맥빠지는 단편집이었던 것 같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고려원이나 태동에서 나왔던 일본 미스테리 걸작선들이 더 제 취향인 것 같습니다.

오른손 - 딕 프란시스 : 별점 3.5점

채찍을 쥔 오른손 - 8점 딕 프랜시스 지음, 허문순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전직 기수였으나 불의의 사고로 왼손을 잃고 지금은 탐정으로 활약하는 시드 해리. 정평있는 경마 레이스의 유망주였던 말들이 잇따라 참패를 겪고 하나같이 심장이상 증세를 보이는 데 대해 의문을 품고 사건에 접해가던 시드는, 경악할만한 경마계의 음모를 캐기도 전에 무서운 협박으로 그 자신이 공포의 도가니로 빠져 버린다. 승부하는 남자의 투혼 - 남자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면 죽을 수 있다!

위의 글은 표지에 있는 카피와 줄거리 요약입니다. 원래가 경마 기수 출신이었다는 딕 프란시스의 경마를 무대로 한 하드보일드소설로 MWA와 CWA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하네요.

주인공은 사고로 왼손을 잃은 은퇴기수이자 현재 사립탐정인 시드 해리로 여러개의 사건이 복잡하게 맞물려 전개되며 결국 해결된다는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작품입니다. 등장하는 사건들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1. 유망경주마의 급격한 몰락에 대한 조사를 경주마 조교사 조지 캐스퍼의 아내 로즈마리로부터 의뢰받음.
2. 경마계의 실력자 프라이어리 경으로부터 자신이 참여한 신디케이트의 적법성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의뢰 받음.
3. 내부에 있는 배신자를 찾아달라는 경마장 보안부장 루커스 웨인라이트의 의뢰 받음.
4. 이혼한 전처를 등쳐먹은 사기꾼의 행방 추적.

와 같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하나의 결론으로 이르는 과정이 깔끔해서 마음에 듭니다. 이혼한 전처이야기는 사족인듯 하지만....
그러나 맨 마지막 장면은 조금 의외입니다. 범인의 심정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하드보일드의 줄기를 충실히 따라온 소설치고는 너무 담백한 결말인거 같네요. 뭐 미국 하드보일드처럼 각 관련자가 전부 죽어나가는 그런 결말이 좋은 것만은 아니니 단점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요.

결론내리자면 추천작. 고리타분할것 같은 예상을 깨고 꽤 재미있었어요. 유명세가 이해가 되는 작품이랄까요. 별점은 3.5점입니다.
저는 예전에 미래세대라는 출판사에서 나온책을 헌책방에서 어렵게 구했는데 최근에 동서 추리문고에서 다시 나오더군요. 번역도 마음에 안 들었던 만큼 (아니, 솔직히 번역은 최악이었습니다)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10년만의 "겨울이야기" - 하라 히데노리

간만에 연휴라고 집에서 뒹굴뒹굴하다가 책장과 방을 정리했습니다. 워낙 오래전부터 만화책등을 사모으기 시작해서 그 숫자가 꽤 되는지라 1년에 한번 정도라도 정리하지 않으면 수습하기가 힘들어지죠.

그래서 책장을 싹 비우고 정리하다가 10여년전에 사보았던 만화들을 다시 펼쳐보게 되었네요. 하라 히데노리의 겨울이야기...
제것은 정식 번역판이 아닌 OZON이라는 해적출판사의 해적판입니다. 쟝르는 일단 청춘 연애 드라마쯤 되겠죠. 주인공과 주인공이 첫눈에 반한 시오리, 그리고 주인공을 좋아하는 나오꼬의 3각관계를 축으로 2년간에 걸친 주인공 히까루의 재수생활을 담고 있습니다.

이 만화는 같은 청춘물이라도 다른 작품들, 아다치류나 아니면 오렌지로드, 최근의 보이류의 밝고 상큼한 이야기하고는 사뭇 거리가 있습니다. 어쩐지 우울한 주인공의 성격에서 서로 조금씩 엇나가는 사랑이야기가 읽으면 가슴이 조금씩 저려오는것 같은 기분을 준다고나 할까요?
연재당시의 환경 때문인지 내용이 썩 매끄러운 편은 아니고 주인공 캐릭터 때문에 많이 답답하고 짜증나기도 하지만 치밀한 심리묘사와 영화와 같은 장면 연출로 꽤 긴 내용을 잘 마무리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처음 보게된것은 92년도쯤인것 같습니다. 저는 당시 운좋게 현역으로 대학을 합격했지만 친구들은 여러명 재수를 하고 있을 때였고 그 당시 재수생 친구 중 한명이 "리얼한 재수생만화!"라고 적극 추천하여 읽게 되었었죠. 그것도 벌써 10년이나 되었네요.

친구들이 재수생이었던 시절도, 제 신입생 시절도 다 오래전 이야기가 되었지만 히까루와 시오리의 이야기는 10년이 지나도 그대로입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모든 것들이 다 좋은 추억이겠죠...

불야성 - 하세 세이슈 : 별점 3.5점

가부키쵸를 무대로 재일 중국인을 상대로 돈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 다 하는 존재, 일본인과 중국인의 혼혈 류젠이, 그는 그의 옛날 파트너였던 우후춘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는 현재 가부키쵸 중국인 조직의 보스인 유에천쿠이의 오른팔을 죽이고 도피해있던 상태,
류젠이는 우후춘이 돌아온 목적인 의문투성이의 여자 나츠미를 만나게 되고, 후춘의 예전 파트너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을 노리고 있는 유에천쿠이와 우후춘을 한번에 없앨 수 있는 작전을 짜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북경인 조직과 대만인 조직, 홍콩 조직 등이 복잡하게 얽히고 류젠이는 목숨을 담보잡아 최후의 한방을 준비하는데.....

그동안 참 읽고 싶었는데 구하질 못하다가 우연히 고속터미널 지하철 역 안에 있는 재고도서 판매점에서 구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읽어보니 명불허전! 손에 잡고 쭉 내리 읽어 하루만에 다 읽어 버렸네요.

하드보일드를 표방하고 있으면서도 신쥬쿠와 가부키쵸, 그리고 재일 중국인들의 문화와 삶, 그리고 범죄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와 종횡으로 잘 짜여진 사건들과 인간관계들이 주는 재미가 대단합니다. 미국식 하드보일드와는 또다른 재미라고나 할까요.
꽤 긴 분량의 장편이지만 중간 중간에 있는 성적인 묘사나 과거 회상 스케치 같은 부분을 제외한다면 (물론 이런 부분도 나름의 재미를 줍니다만) 어느 한페이지도 빼 놓을 수 없는 치밀한 구성의 작품이었습니다.
특히나 안티-히어로 주인공 류젠이가 주는 매력이 상당하네요. 시리즈가 나와도 괜찮을 정도로요. 일반적인 하드보일드와는 달리 "머리를 쓰는" 주인공이라는 점, 또 주인공이 탐정도, 경찰도, 최소한의 정의감도 없는 그야말로 "악당"이라는 것이 독특했어요.

잔인함과 성적 묘사가 지나치다는 단점이 있기에 약간 감점하여 별점은 3.5점입니다만 일본식 하드보일드의 새 지평을 연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께 강추드리는 바입니다.

덧붙이자면 영화화도 되었다는데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주연에 금성무를 쓴것은 정말 그 이상이 없을 정도로 적역인 것 같아요. 소설의 캐릭터 그대로 일-중 혼혈에 일본어와 중국어가 능통한, 거기에 외모도 적당히 허무적으로 생긴 캐릭터니까요. 영화도 꼭 구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낯선 시간 속으로 (化石の荒野) - 니시무라 쥬코 : 별점 3점


의문의 조직에 의해 살인누명을 쓰게된 과묵한 형사 니시나 소오스께. 그는 우여곡절끝에 생명을 담보로 조직의 명령을 받아 나까오미 가쓰아끼(정계의 거물 나까오미 하루요시의 아들)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나까오미 가쓰아끼는 일본의 험한 산만 골라서 정밀 조사를 하고 있는 와중으로 주인공은 나까오미의 조직과 또다른 의문의 외국 조직 등과 물고 물리는 신경전, 혈투 끝에 모든 사건과 조사는 2차대전 종전 직전 사라진 전쟁자금 2천톤의 금괴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1975년에 발표된 소설로 간만에 읽은 일본 추리소설. 
줄거리 요약만 보셔도 '추리소설'보다는 모험, 어드벤쳐 소설에 가깝다는걸 알 수 있지요? 그래도 영화화(위의 예고편 참고하세요) 된 소설답게 영화적인 요소가 가득하고, 서스펜스도 넘칩니다. 덕분에 시간가는줄 모르고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네요. 개인적으로는 모험소설 전문 작가 알리스테어 맥클린과 비슷한 풍이라 느꼈습니다.
"테러리스트의 파라솔" 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스타일의 설정, 그리고 약간 허무적이고 음울하면서도 고집센 주인공과 도움을 주기도 하는 악당캐릭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저는 이 책 쪽이 7만배는 더 좋네요.

중간 중간에 있는 불필요해 보이는 복수극, 더더욱 불필요했던 정사장면, 그리고 끝을 너무 쉽게 한번에 정리해버리는 (주요 악역들이 한자리에 모두 모여서 사이좋게 죽어버리는) 엔딩은 다소 아쉽지만 이 정도는 덮어버릴 재미는 분명히 가지고 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덧붙이자면 1982년에 영화화 되었는데 DVD까지 나왔으니, 언젠가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리뷰에 따르면 영화쪽은 많이 아니라는 평이 지배적이니 걱정도 좀 되는군요)

프레일티 (Frailty , 2001) - 빌 팩스톤

악명을 떨친 신의 손 연쇄 살인사건.
어느날 FBI요원 웨슬리 도일은 자신이 살인범 애덤의 형이라고 주장하는 팬 믹스라는 청년의 방문을 받고 팬은 어린 시절 자신과 동생이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사람들을 죽이던 아버지에게 이끌려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를 해준다.
이른바 신이 내린 3대 무기..라던가 맨손을 사람에게 갖다대면 그의 과거 악행을 볼 수 있다던가 하는 아버지의 행동과 아버지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동생 애덤을 보며 팬은 갈등하기 시작한다.....

영화배우 출신인 빌 팩스턴이 감독과 주연까지 겸한 스릴러.
"정의"를 목적으로 한 연쇄살인극이라는 설정은 어떻게 보면 "세븐"과 좀 비슷한데 주로 팬의 과거 회상장면에 집중하고 있어서 분위기 자체는 사뭇 다릅니다.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아버지의 모습이라던가 여러 디테일한 묘사들은 각본이 꽤 뛰어남을 느끼게 해 주고요. 상당히 저예산으로 찍었는데도 불구하고 꽤 탄탄한 완성도를 유지한 괜찮은 작품이었어요.

다만 이런 영화는 반전이 중요한 편인데 반전 중 하나는 영화 중반에 예상이 가능한 것이었고 다른 반전은 조금 난데 없어서 조금 아쉽더군요. 결과적으로 신의 계시가 사실이었다... 는 이야기라 황당했거든요...^^

그래도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유지되는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이리저리 사건만 벌려놓고 대충 수습하는 스릴러물보다는 황당하지만 개연성있는 결말을 가진 이런 엔딩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덧붙이자면 주인공인 팬 역으로 매튜 매커너히가 나오긴 하지만 영화의 태반이 회상장면이라 주연은 아역배우들입니다. 매튜 팬이라면 이점 먼저 참고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