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마일은 너무 멀다 - 해리 케멜먼 지음, 이정태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
니콜라스 (닉) 웰트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이라고 할 수 있을정도로 주위에서 말하는 사건의 이야기만 가지고 진상을 추론하는 탐정입니다. '9마일이나 되는 길을 걷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빗속이라면 더욱 힘들다" 이 한마디를 분석.추론하여 열차 안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는 가장 유명한 표제작을 포함하여 나머지 단편들도 모두 고전적인 추리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물론 추론 자체는 셜록 홈즈의 그것처럼 독자에게 너무 일방적인 한가지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애시당초 반론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이야기 구조상 그 추론 자체가 사실이 되는 구조입니다. 장편일때는 약점이 보일 수도 있으나 짧은 호흡의 단편인만큼 그러한 약점도 부드럽게 넘어가게 되네요. 작가가 서문에서 밝혔듯 이러한 정통파 추리소설은 단편이 가장 적합한 듯 싶기도 하고요. 최소한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즐기고 쓴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행간행간에 유머와 위트가 느껴지거든요. 한마디로 홈즈의 맥을 제대로 있는 단편집이라고 할까요... 홈즈나 기타 고전 명탐정에 비하면 탐정에 대한 묘사가 약한것이 단점이긴 하지만 제대로 된 추리 게임을 즐기기엔 손색없는 단편집입니다.
다만 수록 단편들이 다 걸작일 수는 없듯이 표제작과 같은 추론을 하는 단편은 주전자 소리 하나로 사건을 꽤뚫어 보는 "말 많은 주전자"정도인것 같습니다. 다른 작품들은 정보도 좀 많고 일반적인 추리물 경향을 많이 따라가는 편이죠.
8편의 단편은 조금 짧은 듯 하여 아쉬운데 나머지 2개의 단편-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살인의 소리'와 휴 펜티코스트의 '다이아몬드 살인'-도 역시 상당히 수준작이라 위안을 줍니다. 두 편 다 주인공역의 탐정이 개성이 넘치고 문장도 상당히 미려하여 나머지 시리즈가 역시 기대되는 괜찮은 소품들이었습니다. 다만 "살인의 소리"는 조금 무겁고 우울하여 전체적인 작품집의 유머스러운 분위기하고는 동떨어진 느낌을 주는 것이 약간 아쉽네요.
그래도 결론내리자면 별점 5점이 아깝지 않은 좋은 작품집으로 짧은 호흡에서 깊이있는 지적 유희를 즐기려는 모든 분에게 추천드립니다.
동서추리문고에는 유난히 괜찮은 단편집이 많고 개성있는 탐정들도 넘쳐나지만 이 "9마일은 너무 멀다" 는 그중에서도 특별한 단편집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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