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 히데노리는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이 작품, "내 집으로 와요"는 하라 히데노리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한편인데 국내에서는 생각보다 잘 알려져 있지 않더군요.
우연히 하룻밤을 같이 지낸 것을 계기로 연인 사이가 되는 연상녀 아야와 연하남 미키오 커플.
아야는 피아노 교사 겸 밤에는 호텔에서 연주 알바를 하는 피아니스트 지망생이고 미키오는 대학 사진 동아리 활동에 열심인 대학생입니다.
서로 사랑하게 되서 동거를 시작하는 두사람, 처음에는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점점 아야가 피아니스트로 성공해 가자 열등감을 느끼는 미키오가 사진작업에서도 벽에 부딪히고, 자극을 받아 좌절하기도 하고 투정을 부리기도 하지만, 나름의 노력으로 결국 미키오는 카메라 맨으로 성공하게 되지요. 그런 과정에서 결국 이별이 찾아 옵니다...
이 둘 사이의 미묘한 심리전과 자질구레한 줄다리기에서 서로의 미래 때문에 벌어지는 갈등,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과 결국 서로의 길을 가며 헤어지는 이야기가 7권 동안 보여집니다.
뭐.. 주인공 시오무라 미키오의 우유부단하면서 의지할 곳 없으면 정신적으로 뻗어버리는 성격에 대한 묘사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별다른 갈등이나 이야기 구조가 생기지 않는 상황에서 착실하게 카메라 맨으로 성장하는 과정의 디테일이 굉장히 좋습니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기도 하고요. 그러나 전형적인 누나 타입인 아야씨에 대한 묘사는 별로군요^^ 피아니스트로 성장해 나가는 부분도 별로고, 카즈라는 옛날 애인과의 관계 부분은 너무 뻔합니다.
그래도 하라 히데노리는 이 작품에서도 별다른 특징이나 개성없는 캐릭터들의 미묘한 심리를 포착해서 표현해 내는데 탁월한 재주를 보여줍니다. 연인의 공허한 시선에서 이별을 예감한다던가 하는 디테일한 설정과, 반복되는 화면에서 울리는 혼잣말 같은 묘사로 가슴이 시릴 정도의 느낌을 전해 주네요.
"... 해보신적이 있나요?"로 붙여진 부제들과, 언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새롭게 출발하는 아야와 미키오의 빈 방을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엔딩도 인상적입니다. 그 방에서의 추억이 메아리치며 사라지는 장면은 깊은 여운을 남기네요.
영화나 드라마에서보다 만화에서 더 미묘하고 디테일한 심리묘사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작가인 하라 히데노리, 상당히 다작 작가인 만큼 작품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탁월한 작품입니다.
지금은 절판되었으니 인터넷으로 구해 보시는게 빠를 것 같네요. 추천합니다.
그럼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도 자주 들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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