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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6

브리짓 존스의 일기 : 열정과 애정


드디어 애인이 생긴 '브리짓 존스(르네 젤위거)'가 이제 연애를 시작한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바로 꿈 속에서나 나의 애인이 되어 줄 것 같은 완벽한 남자 '마크(콜린 퍼스)'. 그의 품에 안겨 달콤한 사랑에 푹 빠져있는 브리짓은 여전히 술과 담배를 사랑하고, 날씬함과는 거리가 먼 아줌마 몸매로 끝나지 않는 살과의 전쟁을 계속한다.

하지만 매력적인 외모에 잘 나가는 변호사인 마크에게 뻗치는 유혹의 손길. '얼짱'에 '몸짱'인 마크의 인턴은 해파리처럼 흐느적거리며 그에게 접근한다. 질투심에 사로잡힌 브리짓은 그녀와 마크와의 관계를 의심하고, 연애 사업은 점점 꼬이기 시작한다.

바로 이때 그녀의 눈 앞에 거부할 수 없이 매력적인 섹시 가이 '다니엘(휴 그랜트)'가 다시 나타난다. 못 말리는 바람둥이였던 다니엘은 이제 믿음직한 남자가 되겠다며 브리짓의 마음을 또 한번 뒤흔드는데... '완전 모범 남친' 마크와 '초절정 바람둥이' 다니엘 사이에서 고민하는 브리짓. 정말 사랑은 몸 따로 마음 따로 인가?

크리스마스 특집 영화랄까... 3년전처럼 여자친구와 같이 보게 된 속편입니다.

일단 영화 자체는 전작처럼 브리짓 존스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다룬 가벼운 영화입니다. 하지만 전작만큼의 웃음과 재미를 가져다 주지는 못하더군요. 르네 젤위거의 원맨쇼는 유쾌하고 에피소드도 재미있는 편이지만 점점 현실성이 떨어져서 마지막 태국의 마약 밀매 사건에 이르러서는 거의 환타지에 가까운 상황전개로 돌변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캐릭터들이 주는 재미가 너무 희석된 것 같아 아쉽네요. 1편에서처럼 좀 현실적이고 와닿는 이야기가 적어진 느낌입니다.

또한 전작에 비한다면 너무나 살이 찐 르네 젤위거는 부담 그 자체였습니다. 클로즈업 씬에서는 정말 숨이 막히더군요..... 결과적으로 본다면 영국 남성들의 여성을 보는 취향에 깊은 의심을 가지게 만드는 영화랄까요? 잘나가는 2명의 엘리트 남성이 나이먹은 골빈 뚱뚱한 독신녀에게 반한다는 설정 자체를 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결혼한다고 과연 그들이 행복할지도 의문이네요.

마크 다시와 다니엘의 격투 장면 등 음악과 화면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장면은 여전히 재미있었고 음악도 역시 굉장히 친숙하면서도 듣기 편했지만 전체적으로 전작만큼의 임팩트를 주기에는 굉장히 부족했던 영화입니다. 크리스마스에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에는 적당하지만 1편의 재미에는 반도 못 미친것 같아 유감이네요. 역시 1편만한 2편은 나오기 힘들다는 정설에 동감할 수 밖에요...

2004/12/24

2004년 총 결산!

이제 2004년도 1주일밖에 남지 않은 만큼 마무리로 총 결산을 올려보려고 합니다. 제 블로그에 올라가 있는 포스트와 카테고리 기준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금년에 읽고 감상하고 보았던 컨텐츠 전반에 대한 것만 포괄하고 있습니다.

2004년 베스트 추리 소설 : 로스 맥도널드 "소름"
>> 촌평 : 하드보일드의 진정한 걸작의 하나!

2004년 워스트 추리 소설 : 장용민, 김성범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 촌평 : 종이가 아까움.

2004년 베스트 기타 쟝르 문학 : 로저 젤라즈니 "신들의 사회"
>> 촌평 : 신화와 환타지와 SF를 넘나드는 방대한 상상력의 산물

2004년 워스트 기타 쟝르 문학 : 그렉 이건 "쿼런틴"
>> 촌평 : 너무나도 어려운........

2004년 베스트 기타 독서 : 로저 코먼 "나는 어떻게 할리우드에서 백 편의 영화를 만들고 한푼도 잃지 않았는가"
>> 촌평 : 유머가 살아 숨쉬는 자서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필독 도서.

2004년 워스트 기타 독서 : 없음.

2004년 최고의 작가 : 기시 유스케 ("검은집")
>> 촌평 : 금년 새로 읽은 책들 작가 중에서 가장 인상적

2004년 최악의 작가 : 장용민, 김성범 ("작가"라는 호칭을 붙일 수 있다면)
>> 촌평 : 다행히 후속작은 나오지 않고 있음.

2004년 베스트 영화 : "범죄의 재구성"
>> 촌평 : 걸작까지는 아니지만 한국 영화의 지평을 넓힌 치밀한 범죄 사기극.

2004년 워스트 영화 : "귀신이 산다"
>> 촌평 : Oh My God!

2004년 베스트 애니메이션 : "인크레더블스 (The Incredibles")"
>>촌평 : 말이 필요한가?

2004년 워스트 애니메이션 : 없음. 조금만 아니다 싶으면 바로 보다가 접었음.

2004년 베스트 만화 : 시마모토 가즈히코 "호에로 펜"
>> 촌평 : 만화가가 나오는 만화는 다 재미있다!

2004년 워스트 만화 : 굳이 꼽자면.... 구달 "야화도" (스포츠서울 "절찬" 연재중)
>> 촌평 : 국내 만화 수준을 80년대 세운상가 옥상 수준으로 끌어내린 문제작. 한 10회 보고 안봐서 요새는 어떨지 잘 모르겠음.(사실 관심 없음)

2004년 뉴스 베스트 : 정치 ) 대통령 탄핵 / 사회 ) 밀양 성폭행 사건 / 경제 ) 없음 / 문화 ) 욘사마 열풍 / 스포츠 ) 프로야구 병역 비리
>> 촌평 : 기쁜 뉴스가 거의 전무한 한해. 음.....

2004/12/23

철의 장미 - 브리지트 오베르 : 별점 2.5점

철의 장미 - 6점 브리지트 오베르/고려원(고려원미디어)

제네바 교외에서 평화롭게 사는, 겉으로는 SELECOM이라는 무역회사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진 조르주 리옹은 사실은 전문 은행강도인 "4총사"의 멤버이다. 하지만 자기 몫으로 5백만 벨기에 프랑이 걸린 큰 건을 성공한 직후 집에 있어야 할 자신의 아내인 마르타가 브뤼셀에 나타난 것을 보고 아내의 배신을 직감한다. 아내의 이중생활을 추적하면서 4총사도 분열되어 한명씩 살해되는 와중에 조르주는 또다른 세력이 자신의 생명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신의 생명을 노리는 조직을 추적하던 조르주는 모든 사건에 자신의 쌍동이 동생인 그레고리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동독 정보부에서 일하던 그레고리가 나치의 재산과 세력을 계승한 "철의 장미"라는 조직의 조직원 명단을 빼낸 후 사라진 사실과 동생을 쫓던 조직이 자신을 동생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게 된다.

마지막에 조직의 행동대장 격인 실베르만과 자신의 정신과 주치의였던 란즈만과 대면한 자리에서 마르타의 도움으로 빠져나오게 되며 그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는데.... 

간만에 읽은 프랑스 작가의 작품으로 이젠 너무 많이 나와서 고색창연하다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는 "나치잔당"을 다룬 스릴러물입니다.

좋은 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숨돌릴 틈 없이 읽게되는 재미 만큼은 확실했습니다. 특히 초반부의 은행강도 사건에서의 치밀함이나 조르주가 자신에게 닥치는 위험을 그때 그때의 기지로 넘기는 부분, "철의 장미"라는 조직이 자신의 동생과 자신을 착각하는 상황에서의 대처 등은 아주 흥미진진해요. 자신의 아내인 마르타가 동시에 여러 장소에서 출몰한다는 설정이나 주인공이 쌍동이라는 설정은 뻔하지만 유치하지 않게 이끌어나가는 작가의 필력 역시 감탄스럽고요.

하지만 "철의 장미"가 세계적인 조직이라면서 달랑 조직원 3명 정도만 등장하고 사소한 액션을 보여주는 정도로 별다른 스케일이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 막판에 정신과 의사였던 란즈만이 진정한 흑막이랍시고 한방 터트리는 부분은 조금 아쉽더군요. 약간 우연에 의지한 전개인것 같고 현실성이 너무 많이 떨어집니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반전이 시시합니다. 상당히 공들인 전개와 설정이긴 한데 90년대 작품 치고는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쓰인 너무 낡은 반전이 아닌가 싶거든요. 차라리 반전 없이 그냥 가는게 괜찮았을 것 같아요.

그래도 그간 읽어왔던 프랑스 추리소설과는 좀 다른, 미국적인 느낌을 강하게 받은 작품으로 반담의 "맥시멈 리스크"를 보는 듯한 상황 전개와 설정은 상당히 설득력있고 재미있습니다. 이젠 이런게 흥행이 되는 시대겠지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004/12/22

백색살인 - 로스 토머스 : 별점 2점

상원 분과 위원회의 자문역으로 일하는 벤자민 딜은 살인과 형사로 근무하던 동생 펠리시티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10년만에 고향 텍사스로 돌아온다. 그녀가 살해당한 것을 알게 된 그는 살인 사건은 물론 출처를 알 수 없는 거금을 손에 쥔 사실 등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하며 아울러 자신의 옛 친구 제이크가 관련된 국가적 차원의 부정 사건에 대한 정부 조사도 병행 진행한다.
제이크를 비롯한 여러 사람과 만나며 사건의 진상으로 접근하게 된 벤자민은 두개의 사건이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는데....

1985년도 에드가 상 최우수 소설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국내에는 70년대에나 나옴직한 싸구려 표지와 제목을 달고 출간된 점이 안타깝네요... 원제는 "Briarpatch", 원제는 소설 안에서 일종의 "이상향"으로 그려지는 "찔레밭(덤불)"의 의미로 원제목 그대로 출판되는게 훨씬 좋았을거에요.

작품은 전형적인 "헐리우드-스릴러"로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과도 약간 유사함을 느꼈습니다. 영화가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는 물론이고 꽉 짜여지고 앞-뒤가 치밀하게 맞아 떨어지는 전개, 국제적이면서 국가적인 음모까지 곁들여지고 있거든요. 특히 두개의 사건이 맞물리는 전개를 위한 설정과 복선은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설정 중 하나인 펠리시티가 몸까지 바쳐가며 스파이 노릇을 했다는 것이 단지 상관의 명령 때문이었다고 설명되는 부분이라던가,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이용해 먹는 친구와 상사 등의 존재 등이 그렇게 설득력있게 묘사되지는 못했으며 단순한 살인사건에서 점차 국제적 음모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도 그닥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은 아쉽네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에드가 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어느 정도의 재미는 보장합니다만 두번 읽게 될 것 같지는 않군요.

2004/12/20

독약 한방울 - 샬롯 암스트롱 / 김석환 : 별점 3점

독약 한 방울 - 6점 샬롯 암스트롱 지음, 김석환 옮김/해문출판사

55세의 독신남자인 케네스 깁슨은 시를 가르치는 교수로 동료 교수의 딸 로즈메리를 장례식에서 우연히 만나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불의의 교통사고로 불구가 된 후 동생 에셀도 같이 동거하게 되면서 생활은 점점 꼬여만 가고, 점차로 로즈메리에 대한 복잡한 감정과 운명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다가 자살을 결심한다.
이후 옆집에 살고 있는 화학자 친구인 폴 타운젠드의 연구실에서 독약을 훔치는 데 성공하나 독약이 든 병을 그만 잃어버리고 아내와 더불어 독약병을 찾기 시작하며 여러 사람들을 만난 뒤 함께 독약병을 찾으며 서로의 감정과 인생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상당히 유명한 작품으로 고전축에 드는 작품이지만 이제서야 뒤늦게 읽게 되었네요.

그런데 추리소설은 아니더군요... 미국 추리 작가 협회 최우수 장편상을 탄 만큼 세간에는 추리소설로 통하는 것 같지만. 주인공의 미묘한 환경과 심리의 변화의 와중에 발생한 독약 분실사건으로 인한 일종의 해프닝을 다룬것만 가지고 "추리"라는 쟝르명을 붙이는 것이 과연 어울렸을지 의문입니다. 사건의 전개도 긴박하지만 유머스러운 분위기라 몰입하기 어려웠고 말이죠.
그냥 밝고 유쾌한 서스펜스 드라마랄까요? 독약을 찾는 과정에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 때문에 등장인물들이 점점 불어나는 과정과 그 등장인물들의 개성을 잘 표현한 묘사는 좋지만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순수 문학에 가까운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작품이 연상되기도 하네요. 여튼 절묘하게 쟝르문학과 순문학의 경계에 서 있는 작품으로 보여집니다.

물론 추리물은 아닐지라도 수상이력과 명성에 어울리는 재미는 확실합니다. "인생극장"을 보는 것 같은 독특한 맛이 좋았어요. 특히 독약을 결국 찾게되는 마지막 부분은 여러가지로 꽤 잘 짜여져 있어서 만족스럽습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 저처럼 퍼즐 미스테리에 집착하지 않고 단순히 쟝르문학을 즐긴다면 유쾌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2004/12/18

블로그의 인기도를 테스트 해보자..

블로그의 인기도를 측정해보자~ 루리님글에서 트랙백 합니다.

feed meter 일본 사이트인데 자신의 블로그 주소를 입력하면 이것저것 정보를 알려주는군요.

그런데 기준을 잘 모르겠네요. 인기도 1.1은 그렇다 쳐도 갱신빈도가 0 이란 것은 대체 뭘까요? 다른 아는 블로거분들 주소를 쳐 넣어봐도 그렇게 차이가 나진 않더군요. (제가 너무 마이너급만 넣어 봤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사실 인기도에 연연하지는 않지만 나날이 떨어지는 방문자 수에 좌절 모드일때에 상당히 바닥급의 수치가 나오니 좌절 2배입니다.^^ 보다 열심히 포스팅을 해야 겠네요.

2004/12/16

인크레더블즈 (The Incredibles) - 별점 5점!

[공식사이트!] 
개봉 첫날 회사 사람들과 같이 보러갔었습니다. 보고 난 감상은 그야말로 쵝오! 슈퍼 히어로를 좋아하고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니 재미가 두배입니다. 정말 모두들 즐거워 하며 감상한 영화입니다.


인크레더블의 파워나 엘라스틴 걸의 신축 자재의 변형 능력, 프로즌의 냉기 공격, 딸 바이올렛의 방어막과 아들 대쉬의 스피드, 막내 잭잭의 변신(?)능력 등 다양한 슈퍼 영웅들의 능력을 감상하는 재미가 일단 큽니다. 특히나 현란한 프로즌의 능력이 인상적입니다.^^
악당 신드롬도 슈퍼 영웅들과 맞짱을 뜰만한 강한 존재로 부각되어 이야기 전체가 흔들리지 않는 무게가 실리네요.

감독이 아이언 자이언트의 감독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거대 로봇의 표현이나 액션 장면도 박진감이 넘칩니다. 또한 픽사 특유의 스피드 넘치는 롤러 코스터 같은 질주 영상은 이번에 정말 제대로 보여줍니다. 등장인물 중 한명인 아들 대쉬의 시점으로 질주하는 추격신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감을 느끼게 해 주거든요.

각본도 상당히 좋은 편이라 과거의 영광을 그리며 일반 회사에 어울리지 않게 근무하던 인크레드블맨 밥이 미지의 조직의 유혹으로 다시 영웅의 삶에 발을 들여 놓았다가 위험에 처하자 가족들이 구하러 간다는 어찌보면 너무나 전형적인 내용이지만, 모든 상황을 긴박감있게 펼쳐놓아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슈퍼 히어로 들이 일반인들 속에 숨어 살게 된 과정이나 악당 "신드롬"의 설정도 상당히 멋졌으며 캐릭터 디자인과 여러 자잘한 디테일도 마음에 꼭 들었습니다. 특히 슈퍼 영웅들의 의상을 제작하는 "E" 라는 캐릭터는 정말 압권이더군요. 특히 슈퍼영웅에게 "망토"가 왜 없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정말 꼭 봐야 합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5점! 이 작품만큼은 DVD로 소장하고 싶네요. 아울러 TV 시리즈 같이 후속 시리즈가 계속 나와주었으면 합니다.

한낮의 유괴 - 모리무라 세이이치 : 별점 2점


인기 탤런트 야기하시 노리코와 불륜관계인 도오토 대학 조교수 미야모토는 어느날 정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뒤 아내 구미코의 시체와 함께 아들 미사오가 유괴된 것을 알게된다. 그는 노리코와 의논하여 아들이 돌아올 때까지 시체를 숨기고 유괴범과 접촉을 시도하며 아들을 돌려받기 위해 노력한다.
유괴범이 요구한 500만엔을 들고 접선을 시도하나 유괴범의 재치로 돈만 잃게 된 후, 호텔에 정통한 유괴범의 정체에 의문을 품고 해당 호텔의 직원 명부를 뒤진 뒤 여러 단서를 조합하여 용의자를 발견하나 용의자는 도주끝에 눈 앞에서 사고로 죽어버리고, 오히려 경찰에게 신고되어 노리코와 함께 경찰에 아내 살해 혐의로 체포되는 신세가 된다. 그러나 이 사건 이면에는 미야모토의 아내와 불륜관계였던 인기작가 마키노 케이스케의 뺑소니 사건이 존재하고 있었는데...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작품으로 흔치 않게 "유괴"를 메인 테마로 다루고 있습니다. 조사해보니 1973년 작품이네요.(공식사이트 참조) 비교적 초기 작품이기 때문에 상당히 기대가 컸습니다. 이 작가의 작품은 초기 작품이 훨씬 좋거든요.
일단 대학 조교수 미야모토 부부의 2중 불륜사건 (미야모토-노리코 / 마키노- 구미코 )과 뺑소니 사건과 유괴 살인사건을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 결국 하나로 귀결되는 작가 특유의 전개는 잘 표현되어 있더군요. 작가의 작품인 "죽음의 연립방정식"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중반부의 "유괴범"을 찾기위한 미야모토와 아키코의 활약까지만 재미있고 이후에는 지루합니다. 무엇보다 사건의 진상을 알려주는 살인범과 유괴범이 다르다라는 결정적 트릭이 너무 쉽게 드러난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에요. 불필요한 장면도 많아서 초반부의 코인로커의 열쇠에 대한 의문이나 열쇠를 삼킨 아이라는 설정, 이것들과 연결되는 마지막의 어이없는 에필로그는 대체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어요. 그렇잖아도 지루해진 작품을 쓰레기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아 황당할 뿐입니다. 이 정도 막장 전개에 비하면 "지유가오카"라는 지명을 "자유 언덕"이라고 번역하는 등의 오역은 오히려 애교로 보여지네요.
또한 불륜과 불륜이 겹친다는 지나친 통속소설류의 설정은 읽을수록 더 불쾌해지더군요. 왠놈의 정사장면은 이다지도 많은지... 이런 설정 없이도 충분히 재미있게 스토리를 끌고 나갈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나마 유괴범과의 두뇌싸움은 꽤 흥미진진하고 특히 호텔맨 출신의 모리무라 세이이치 본인의 경험을 살린듯한 리얼한 호텔 묘사와 이른바 "3차원" 전달 방식이라는 기발한 몸값 전달 방법, 그리고 유괴범의 주소를 찾기 위한 일련의 단서들을 조합한 추리는 괜찮은 편입니다만 기대에 비하면 좀 많이 별로였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절판된 작품을 헌책방에서 어렵게 구해보 읽긴 했지만 두번 읽게될 것 같지는 않군요.

2004/12/15

대열차 강도 - 마이클 크라이튼 : 별점 3.5점

대열차 강도 - 8점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명지사

대열차강도

상류 계급의 신사로 부유한 생활을 하고 있는 에드워드 피어스의 정체는 사실은 범죄자이다. 그는 신사 생활의 친구인 은행 지배인 헨리 파울러를 통해 얻은 정보 등을 종합하여 크리미아 전쟁에 참전한 영국 군인들의 봉급으로 지불되는 금괴 1만 4천 파운드를 훔치려는 계획을 세운다. 계획의 성공을 위해 기관지가 좋지 않은, 하지만 뛰어난 열쇠 위조공인 에이거를 끌어들이며 금고의 열쇠 4개중 2개의 복제를 위해 "스네이크스맨" 클린 윌리를 탈옥시켜 합류시킨다. 
충직하며 잔인한 마부 바로우와 피어스의 정부이자 미인이며 뛰어난 배우인 여인 미리엄 등으로 이루어진 일당은 열쇠를 모두 복제하고 완벽한 계획을 세우지만, 다른 도난 사건으로 열차의 경비가 강화되게 되자 피어스는 스스로 위험을 짊어지고 모든 난관을 뚫고 계획을 성공시킨다. 하지만 윌리의 배신으로 결국 검거되게 되는데....

마이클 클라이튼의 초기작으로 실제 영국에서 일어난 사건을 배경으로 했다고 합니다.
흡사 영국 신사의 전형으로 보이는 주인공 에드워드 피어스 (80일간의 세계일주의 필리어스 포그가 생각나기도 하더군요) 의 치밀한 계획, 그리고 발생하는 여러 난관을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뚫고 나가는 담대함은 클라이튼의 흡입력 있는 구성으로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매력적인 작품이에요.

재미에 더해 빅토리아 왕조 시절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도 압권입니다. 철도 전성시대에 대한 자세한 해설 및 당대 최대의 도시였던 런던에 대한 묘사, 부르조아 계급 및 하층 계급에 대한 설명, 거기에 여러 세부적이고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지식까지 자연스럽게 집어넣고 있으며 (ex : 매독에 걸리면 숫처녀와 사랑을 하면 낫는다는 당시의 사고방식 등) 당시 크리미아 전쟁 및 인도 세포이 여단의 반란 같은 당대 대 사건들도 적절히 인용하고 있습니다. 당대에 쓰여진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에요. 이러한 묘사와 해설 덕분에 지적 만족감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고요.

하지만 거의 후반부까지 이르는 피어스 일당의 치밀한 계획 및 그 성공에 비해 체포 자체는 "제보"에 의한 것이 약간 시시했으며 검거 후 변호 활동이나 탈옥을 위한 노력은 별로 보여주지 않고 있는 것은 아쉬웠습니다. 주인공 피어스의 재치와 위트를 보다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거든요.
그래도 결과적으로 주인공이 승리하는 구도로 그려지는 결말은 만족스럽습니다. 유사한 구성으로 주인공의 범죄 계획에서 실행에 옮기는 단계까지를 숨가쁘게 그린 "앤더슨의 테이프"는 주인공이 결국 실패한다는 결말이 개인적으로 석연치 않았고 뭔가 아쉬웠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악당이긴 하지만 집요한 노력의 성과 덕분에 행복하게 산다는 내용은 나름의 해피엔딩이라 생각되네요. 피어스는 이 계획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거나 하지도 않았으니까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3.5점. 탁월한 스토리텔러로서의 마이클 크라이튼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최근 SF쪽으로 많이 치우치고 있지만 범죄 스릴러에도 탁월한 만큼 앞으로는 이쪽 분야의 걸작도 계속 써 주었으면 합니다.

2004/12/11

부활하는 군단 1,2 - 웨난 / 유소영 외 : 별점 4점

부활하는 군단 1 - 8점
웨난 지음, 유소영 외 옮김/일빛
부활하는 군단 2 - 8점
웨난 지음, 유소영 외 옮김/일빛

"진시황이 즉위하여 여산에 치산 공사를 벌였다... 지하수를 세번 지날 만큼 땅을 깊이 파고, 녹인 구리를 부어 "곽"에 이르게 했다... 장인들로 하여금 자동으로 발사되는 기계 장치가 된 쇠뇌를 만들게 하여 접근하는 자가 있으면 즉시 발사되도록 했다. 수은으로 온갖 하천과 강, 바다를 만들고, 기계를 이용해 수은이 흐르게 했다. 인어 기름으로 초를 만들어 영원히 꺼지지 않게 했다... (사마천, 사기)"

중국의 최초의 진정한 황제라 할 수 있는건 시황제죠. 이 책은 진시황의 병마용갱을 발굴하며 얻어진 고고학적 성과를 자세히 고찰하면서도 당시 시대상황과 중국 고고학계에 던지는 메시지까지 담겨있는 저서입니다.
2권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1권은 병마용갱의 발견과 발굴에 이르는 숨가쁜 상황과 발견된 유물들을 자세히 분석하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각종 사료들, 발굴된 유물에서 유추한 당시 무기들과 군대 편제, 진법, 그리고 춘추 전국 시대와 진 왕조의 사회 구조와 법령 등 역사적 사실까지 고찰하고 유사 유물들과의 비교를 통한 해석을 덧붙여 책의 충실도를 높이고 있죠.

2권은 병마용갱의 또 다른 대 발견이었던 "동거마" 발굴에 관련된 일화와 동마에 관한 자세한 고고학적 연구 및 고찰이 전반부의 주요 내용입니다. 1권에 못지 않을 정도로 자료적 가치가 상당합니다.
중반부에는 병마용을 찾아왔던 각국 유명인사들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으며 (레이건과 닉슨 등), 후반부에는 2번에 걸쳐 발생했던 "장군용두"도난 사건과 도난 사건에 연루되었던 관계자들의 증언, 그리고 도굴과 문화재 밀반출이 심할 뿐 아니라 기껏 발굴한 유물도 도난과 관리 소홀로 인한 문제점 등의 중국 고고학의 현실과 병마용의 현실도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도굴및 유물 보존에 대한 문제점은 유흥준 교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지적한대로 국내에도 거의 비슷하게 적용될 것 같지만 하나 부러운 것은 용두 도난사건의 범인들에게 이례없는 중형 (사형, 무기징역 등) 을 선고한 중국 정부의 태도입니다. 너무 가혹하지 않나 싶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중형은 꼭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진시황릉 지하궁에 대한 각종 사료 조사 및 향후 발굴 계획 등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며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항우가 진시황릉을 불태우고 유물을 약탈한 등 여태까지의 사료에서 밝힌 도굴에 관한 것이 역사적, 과학적으로 볼때 거의 신빙성이 없다고 단정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아직 발굴 계획은 없다고는 하나 사료적으로 밝혀진 여러 내용만으로도 지하궁에 대한 기대를 높여줍니다.

비록 2권 중반부의 방문한 사람들에 대한 묘사나 도굴에 대해 지나치게 길게 서술한 점, 너무 공산당 정부측 입장을 대변하는 것 처럼 보이는 후반 묘사는 분명 거슬리고 불필요한 부분이며 권당 12,800원이라는 가격도 부담되는건 사실이에요.

허나 역사와 고고학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충분히 그만한 가치를 가진 책입니다. 무엇보다도 고고학-역사 관련 서적이 그다지 많지 않은 국내 현실에서 거의 독보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세한 도판과 해설이 곁들여져 지적 만족감을 충실하게 해 준다는 것 만큼으로도 높은 점수를 줄 만 하죠. 저자의 문장력도 상당한 편이라 읽는 내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재미까지 주기도하고요. 때문에 별점은 4점입니다.

이런 책만 출판해도 출판사가 버틸 수 있는 문화적 풍토가 국내에 조성되기 위해서라도 저자의 다른 책 "마왕퇴의 귀부인"도 구입해 봐야 겠습니다.

2004/12/10

석가의 페인터 8.0 - 석정현 : 별점 3점

석가의 페인터 8.0 - 6점
석정현 지음/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그동안 페인터라는 프로그램을 제대로 써 본적도 없고 설치도 해 본적이 없습니다. 남이 쓰는 거나 옆에서 잠깐 보거나 흥미를 가진 정도였죠.

그런데 회사에서 자료로 구입한 이 책을 읽고 나니 페인터를 일단 빨리 설치하고 타블렛을 구입하고 싶어지더군요.
그동안 국내에서 출간되었던 이런류의 학습서적들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나 수준이 떨어지는 도판과 샘플들이었는데, 이 책은 현직 만화가이기도 한 석정현씨가 차원이 다른 일러스트와 자세한 제작과정 설명을 해 줌으로써 창작의욕(?)을 마구 불러오거든요.
저도 비록 4년제 미대를 졸업했지만 뭔가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하고 있지도 않고 그동안 진행한 것도 제대로 된 작업물 하나 없어서 왠지 아쉬웠는데 이 책은 바로 시작하면 뭔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을 전해주네요.

예전 버젼이 좀 낮을때 일본 일러스트레이터가 저술했던 페인터 책도 괜찮았지만 이 책은 현재 버젼에서는 최고봉의 위치에 오를 만합니다. 별점을 주기 애매한 실용서지만 당장의 가치로 별점 3점은 충분합니다.

2004/12/08

데자뷰 현상?



얼마전 같은 내용의 포스트를 올렸던것 같은데 다시금 치사량의 술을 먹고 하루종일 뻗어 있었습니다. 온몸이 다 아픈것은 물론이요 머리까지 띵하니 죽겠네요. 제가 학습능력이 제로라서 그런 것은 아니고 정말 연말되니아무래도 본의 아니게 술을 먹을 일이 생겨서 몸이 참 버티기 힘드네요. 이래저래 돈만 쓰고 몸만 축나는 것 같은데 왜 대한민국 영업은 술을 먹어야 하는 건지 나원 참.... (차라리 봉투를 주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죠)

하여간, 몸조리좀 잘 해서 주말까지 버텨야겠습니다.

2004/12/07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 안토니 비버 지음 : 별점 3점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안토니 비버 지음, 안종설 옮김/서해문집

관련글

이 책은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다룬 역사서입니다. 가격과 두께에 걸맞는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토대로 저널리스트의 시각에서 조망한 객관적인 기록으로 스탈린그라드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그 후일담까지 그려내고 있습니다.

저자가 영국인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양측 모두를 똑같은 수준으로 비판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드네요. 스탈린을 중심으로 한 붉은 군대의 살벌하고도 무식한 전투 방식에 더불어 독일군 장성들의 이기주의와 기회주의 등도 잘 조망하고 있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독일군의 패전의 원인 중 하나로 만슈타인 원수의 기회주의적 사고방식을 꼽고 있는 것이 이채로왔습니다. 여태까지는 독일군 최고의 전략가이자 영웅같은 존재로 알았는데 의외로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있거든요.

당시 병사들의 편지와 일기를 많이 소개함으로써 양국의 전투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소련 병사들은 검열 때문인지 대체로 맹목적인 애국심을 보여주고 있지만 독일 병사들의 편지는 공개된 자료가 소련측에 회수된 내용이 많아서인지 의외의 허무주의와 우울증을 보여주는 내용도 많더군요.

무엇보다 그동안 세계 최강의 군대로 알았던 독일군의 환상을 깨는 많은 증거들, 기아로 죽어가는 병사들이 속출했음에도 자기 개에게 버터를 바른 빵을 주는 장교가 있었다는 증언을 비롯하여 탈주자와 배신자들의 이야기는 끝도 없어요. 오히려 소련군의 군기와 사기가 더 높았다는 것이 흥미롭네요. (조작된 내용도 분명 많았겠지만요)

그리고 항복 이후의 파울루스와 슈미트를 비롯한 장성들은 물론 각 병사들의 최후까지 그려내고 있는데 여기서 배신을 했건 안했건 고위층의 살아남는 퍼센트가 무척 높았다는 것에서 씁쓸함을 느낍니다. 역시 전쟁이란 불쌍한 병사들의 죽음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증거겠죠.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번역이 약간 딱딱하고 지루한 것이 옥의 티이지만 전투방식의 묘사도 박진감이 넘치고 전편에 일관된 객관적인 시각은 이 책의 수준을 한껏 높입니다. 이전에 읽었던 김종화씨의 책에 비하면 훨씬 수준이 높은 만큼, 2차대전에 관심있으시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004/12/05

즈베즈다(Zvezda / The Star, 2002) - 니콜라이 레베데프 : 별점 3점


(사진은 "스티븐의 전쟁영화 보고評"에서 가져왔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트라브킨 중위가 이끄는 정찰부대에게 독일군 후방에 침투하여 첩보를 입수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트라브킨 중위와 고참병사 마르첸코 병장 외에 새로 보충된 4명과 부상에서 돌아온 1명, 총 7명으로 이루어진 소규모 분대는 독일군 후방에서 각각의 특기를 발휘하여 (사격전문, 독일어 통역, 작전 지역 태생의 지리 전문가 등) 독일군의 대 공세의 일자 및 부대의 규모 등 비밀 작전의 전말을 알아내는데 성공하여 본부에 연락함으로써 소련군의 승리에 결정적 공을 세우지만 결국 전멸하게 된다.

2차대전을 무대로 한 정찰부대의 활약을 그린 전쟁영화입니다.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영화로 그간 미군이나 영국군 중심의 영화에 비하면 상당히 색다른 소재라 재미있게 봤습니다. 소련군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Enemy at the Gate"이후 두번째이지만 러시아에서 만든 러시아어 영화는 처음인 것 같군요.

내용은 "전문가 집단인 소수 특공대의 활약"이라는 전쟁영화의 한 전형을 따라가고 있지만 재미와 액션 위주라기 보다 리얼한 묘사를 주로 하고 있어서 특이합니다. 리얼한 묘사에 더불어 첩보 부대라는 부대 특성 때문에 교전보다는 "회피"하는 전술을 주로 구사하므로 스케일이 최근 영화들에 비하면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초반 늪에서의 은신 장면이나 독일군 트럭을 몰래 타고 수송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정찰 장면 등에서 효과적인 연출로 표현한 긴박감은 대단합니다. 또한 폭격이나 총격씬 등도 적당한 수준으로 멋지게 표현해 주고 있으며 수준 역시 높아서 최근의 대작 영화들에게도 별로 꿀리지가 않네요.

지나친 충성심과 애국심, 헌신하는 조국의 병사들이라는 선전영화 스러운 분위기와 과장된 활약상을 보여주긴 하지만 전쟁영화라면 꼭 등장하는 내용이니 이 부분은 패스. 하지만 여성 통신병 "시마코바" 일병의 존재는 좀 불필요 했다고 보입니다.

그래도 각본 및 촬영, 편집이 상당히 좋고 재미도 있으면서도 적당히 감동도 있는 좋은 영화입니다. 러시아 영화의 저력을 잘 보여주고 있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적색등 - 마츠모토 세이쵸 : 별점 1.5점

청내신문의 기자 시마다가 타살당한 시체로 발견되고 경찰은 택시에서 내려 시체를 유심히 지켜보았다는 사람이 있었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라 택시회사에 연락하여 관련 인물과 운전사를 찾기 시작한다.
한편 해당 택시 운전사였던 미우에는 스스로 한 몫 잡을 생각으로 승객이었던 야마나카를 미행하여 도청 공무원인 야마나카와 후니야 정신병원의 사무국장 한다의 모종의 밀착관계를 파악하지만 병원 근처에서 우발적으로 한다의 애인이었던 묘코를 살해하게 된다.

경찰은 시마다와 묘코의 살인사건의 연관성을 알아내고 택시 회사의 주행 기록을 뒤져 미우에를 체포하나 증거 불충분으로 결국 석방하게 되고 이후 미우에는 실종되었다가 야마나카와 같이 변사체로 발견되는데...

일본 사회파의 거장 마츠모토 세이쵸의 장편소설. 하지만 사회파 특유의 사회 문제를 건드리는 맛은 없습니다. 단지 경찰 수사의 방식에 촛점을 맞추어 진행될 뿐이죠. 별다른 트릭도 등장하지 않고 사건 자체도 치밀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동기를 중시한 살인사건에 대한 묘사와 거기서 파생되는 복잡한 인간관계, 그리고 구와키 형사의 용의자들간의 관계 파악, 정황 증거 파악, 스스로의 육감에 의지한 정통적인 수사 과정은 꽤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트릭이 거의 전무하고 꽉 짜여진 맛이 부족하며 돌발 상황, 우연한 상황의 잦은 발생 및 형사들의 육감에 의지한 조사 방법의 남용은 불만스럽습니다. 페이지는 거의 400여 페이지인데 너무 쉽게 쉽게 생각나는대로만 써 내려간 티가 역력하다는 것도 단점이고요. 용의자가 차례로 죽어나가 결국 다 죽어버리니 이건 추리고 뭐고 없는 지경에 빠지게 되거든요.
마지막의 진상과 진정한 흑막이자 진범을 밝히는 부분이 그나마 트릭적으로 괜찮기는 합니다만 (약간의 심리트릭이죠), 소설 전체의 얼개와는 상관없이 전혀 다른 독립적인 사건처럼 보일 정도로 처리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게다가 진범의 정체는 황당해서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에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점과 선"이나 "제로의 집점", "모래그릇" 과 같은 작품들에 비한다면 거장다운 품격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던 평균 이하의 작품입니다. 어느 정도의 복선이나 트릭은 등장하는 편이 보다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무려 3일에 걸쳐서야 겨우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지루했기에 도저히 점수를 줄 수가 없네요. 더 페이지를 줄이더라도 사건들을 좀 정리하여 꽉 짜여진 느낌을 전해 주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고, 또 그런 능력은 충분히 있는 작가이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역시 마츠모토 세이쵸의 작품은 70년대 이전 작품이 제 취향에 그나마 맞는 것 같군요

크리스마스는...!

개그만화 "돌격 빳빠라대" 8권의 명대사입니다. "질투의 마음은 아버지 마음, 누르면 생명의 샘물이 솟는다! 봐라! 질투의 혼은 뜨겁게 타오른다!" 라는 질투단의 모임에서 시작하여 크리스마스 커플 응징 계획 (이름하여 "아마겟돈!")이 발동되는 명편이죠.

정말 원래는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종교적 행사였을텐데 대체 언제부터 커플들이 연애하는 날로 바뀌었을까요? 그리고 기독교 축제인데 왜 범 세계적인 날이 되었을까요? 여러가지로 궁금합니다.^^

2004/12/03

시스템을 새로 까는 바람에....

개근하려는 목표가 깨졌군요.ㅠ.ㅠ

원래 설치한지 오래 되어서 서서히 문제가 생기고 있었는데 소문의 윈도우즈 SP2를 설치했다가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서 눈물을 머금고 하루 종일 새로 깔았습니다.

당분간 조심조심 설치하여 이번에는 좀 오래 써 봐야 겠습니다. 여러가지로 귀찮군요.

2004/12/02

스탈린그라드 전투 - 김종화 저 : 별점 2.5점


재미교포 김종화씨의 저술로 도서출판 세주에서 출간된 책입니다.
제목 그대로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처음부터 끝까지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스탈린그라드 전투와 파울루스 장군의 독일 제 6군, 그리고 추이코프의 소련 제 62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죠. 초반부의 독일군의 파죽지세와 소련 62군의 소모전, 그리고 소련의 우라누스 작전에 따라 스탈린그라드에 포위되어 버린 독일 제 6군의 처절한 반격과 그 종말이 그려집니다.

일단 자료적인 가치가 상당하네요. 당시 독일 제 6군에 소속되었던 부대들의 마크에서 시작하여 독일군 지휘관 계보, 소련군 지휘관 계보로 그 뒤를 잇고 당시의 작전 계획과 비교적 상세한 지도들로 전술사적인 가치를 높여주고 있거든요.
또 대충의 간략한 이야기로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당시 상황을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자세히 설명하는 본문 역시 흥미진진하며 여러가지를 느끼게 해 줍니다. 이전에 읽었던 "아집과 실패의 전쟁사"에 이 전투가 포함되지 않은 것이 놀라울 정도로 지휘관들의 고집과 무식함이 특출나다는 것도 인상적이에요. 그 중에서도 상명하복에 충실했던 예스맨 파울루스에게 거의 모든 책임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잘못 알고 있었던 역사적 사실들과 그 후일담까지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저는 33만 제 6군이 전멸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쨌건 5만 정도는 탈출, 12만 정도가 포로로 잡혔더군요. 포로중에 6천명정도만 결국 귀국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관심있는 분야라 상당히 재미있게 읽긴 했는데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제일 먼저 소련군의 비인간적이고 무식한 부분을 강조하며 승리의 요인 역시 물량과 인원이었다고 폄하하는 듯한 시각입니다. 전사도 역사의 일부인데 이러한 주관적인,편향적인 시각으로 저술하다니 저자의 수준이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아울러 전체적으로 균형잡히지 못한 논조에 더해 일본책을 그대로 번역한 듯한 읽기가 상당히 따분한 문체 역시 높은 역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책 자체의 수준을 낮추고 있습니다. 비교적 충실한 사료들과 증언, 증거들에 비해 도판의 수준이 많이 열악한 것도 아쉽고요.

그래도 간만에 읽은 2차대전사로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 준 책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나저나....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여기서 파울루스가 몇번에 걸친 기회를 전부 손에 넣어 스탈린그라드를 점령했더라면? 그래도 소련의 우라누스 계획에 막혀 결국 전선을 내어 주었으리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전선이 너무 길어져서 그것을 방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겠죠. 전쟁이 더 길어질 수는 있었겠지만 제 3제국의 영광은 결코! 찾아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소설 "Fatherland"는 정말 꿈일 뿐이죠)

2004/12/01

위대한 개츠비 - E.S 피츠제럴드 : 별점 2.5점


미국 문학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한편입니다. 사실 굉장히 예전에 로버트 레드포드가 개츠비로 나왔었던 영화를 이미 보았었지만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기에 소설을 읽을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해 왔습니다. 하지만 고등학생때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한창 빠져있을 때 "노르웨이의 숲"의 주인공이 굉장히 찬양하던 작품이라 눈길이 갔었고 그 이후에도 이런 저런 이유로 손을 떼고 있다가 겨우 이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햇수로 따져본다면 처음 영화로 접하고 거의 20년만에 읽은 것 같네요.

일단 이 소설에서 돋보였던 점은 개츠비라는 캐릭터입니다. 지극히 영화적이고 독특한, 묘한 인물인데 정말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있거든요. 당대 미국인들의 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물이죠. 야망과 입지전적인 스토리를 보면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드라이저의 "아메리카의 비극"의 클라이드와 유사하지만 개츠비는 단편적이지 않은 복잡 미묘한, 2000년대에도 여전히 먹힐 수 있는 현대적인 캐릭터라는데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또 하드보일드의 원형처럼 보이는 분위기도 인상적이었어요. 왠지 루 아처 시리즈가 생각날 정도인데 과거사에 얽매여 꼬여있는 인간관계와 서로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주인공들, 사소한 오해와 실수로 벌어지는 비극적인 살인 사건이 바로 하드보일드의 정취를 짙게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에요. 후대 하드보일드처럼 적나라하지 않고, 상류계층의 시각에서만 쓰여졌다는 차이가 있긴 하나, 간간히 보이는 물질 만능과 미국식 자본+퇴폐주의의 뒤에 숨어있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 역시 하드보일드 단골 소재니까요. 조사해 보지는 못했지만 초창기하드보일드 작가들에게 나름의 영향은 주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이런 작품도 하드보일드로 보이는 제가 이상한 것일지도....)

그러나 미국 상류층의 퇴폐적인 삶과 허무, 그리고 "미국의 꿈"이 얼마나 환상일 뿐인가를 알려준다는 작품평과 같은 느낌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예일대학, 옥스퍼드 대학 같이 출신 운운하며 파티만 즐기고 연애활동만 일삼는 상류사회에 대한 지나친 묘사의 정도가 너무 심해서 짜증이 날 정도였어요. 상류층에 대해 작가가 지나친 동경을 품고 있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말이죠.
또 단순히 설명적인 묘사, 사건 나열보다는 개츠비와 데이지의 교통사고에 얽힌 진상을 잘 포장해서 복잡하게 꾸미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그 편이 보다 소설적으로 흥미진진하게 접근할 수 있었을 같거든요.
아울러 개츠비 역시 멋지긴 했지만 이전 영화속의 로버트 레드포드에 비하면 그다지 인상적이진 못했습니다. 소설에서도 여러가지로 복잡하고 꿈과 잃어버린 과거를 동경하는 모습은 충분히 전해주지만 전성기때의 말쑥한 외모로 눈빛하나로 모든것을 말해주는 로버트 레드포드의 모습이 20여년이 지났지만 더 기억에 남네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시대를 뛰어넘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