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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5

대열차 강도 - 마이클 크라이튼 : 별점 3.5점

대열차 강도 - 8점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명지사

대열차강도

상류 계급의 신사로 부유한 생활을 하고 있는 에드워드 피어스의 정체는 사실은 범죄자이다. 그는 신사 생활의 친구인 은행 지배인 헨리 파울러를 통해 얻은 정보 등을 종합하여 크리미아 전쟁에 참전한 영국 군인들의 봉급으로 지불되는 금괴 1만 4천 파운드를 훔치려는 계획을 세운다. 계획의 성공을 위해 기관지가 좋지 않은, 하지만 뛰어난 열쇠 위조공인 에이거를 끌어들이며 금고의 열쇠 4개중 2개의 복제를 위해 "스네이크스맨" 클린 윌리를 탈옥시켜 합류시킨다. 
충직하며 잔인한 마부 바로우와 피어스의 정부이자 미인이며 뛰어난 배우인 여인 미리엄 등으로 이루어진 일당은 열쇠를 모두 복제하고 완벽한 계획을 세우지만, 다른 도난 사건으로 열차의 경비가 강화되게 되자 피어스는 스스로 위험을 짊어지고 모든 난관을 뚫고 계획을 성공시킨다. 하지만 윌리의 배신으로 결국 검거되게 되는데....

마이클 클라이튼의 초기작으로 실제 영국에서 일어난 사건을 배경으로 했다고 합니다.
흡사 영국 신사의 전형으로 보이는 주인공 에드워드 피어스 (80일간의 세계일주의 필리어스 포그가 생각나기도 하더군요) 의 치밀한 계획, 그리고 발생하는 여러 난관을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뚫고 나가는 담대함은 클라이튼의 흡입력 있는 구성으로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매력적인 작품이에요.

재미에 더해 빅토리아 왕조 시절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도 압권입니다. 철도 전성시대에 대한 자세한 해설 및 당대 최대의 도시였던 런던에 대한 묘사, 부르조아 계급 및 하층 계급에 대한 설명, 거기에 여러 세부적이고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지식까지 자연스럽게 집어넣고 있으며 (ex : 매독에 걸리면 숫처녀와 사랑을 하면 낫는다는 당시의 사고방식 등) 당시 크리미아 전쟁 및 인도 세포이 여단의 반란 같은 당대 대 사건들도 적절히 인용하고 있습니다. 당대에 쓰여진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에요. 이러한 묘사와 해설 덕분에 지적 만족감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고요.

하지만 거의 후반부까지 이르는 피어스 일당의 치밀한 계획 및 그 성공에 비해 체포 자체는 "제보"에 의한 것이 약간 시시했으며 검거 후 변호 활동이나 탈옥을 위한 노력은 별로 보여주지 않고 있는 것은 아쉬웠습니다. 주인공 피어스의 재치와 위트를 보다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거든요.
그래도 결과적으로 주인공이 승리하는 구도로 그려지는 결말은 만족스럽습니다. 유사한 구성으로 주인공의 범죄 계획에서 실행에 옮기는 단계까지를 숨가쁘게 그린 "앤더슨의 테이프"는 주인공이 결국 실패한다는 결말이 개인적으로 석연치 않았고 뭔가 아쉬웠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악당이긴 하지만 집요한 노력의 성과 덕분에 행복하게 산다는 내용은 나름의 해피엔딩이라 생각되네요. 피어스는 이 계획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거나 하지도 않았으니까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3.5점. 탁월한 스토리텔러로서의 마이클 크라이튼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최근 SF쪽으로 많이 치우치고 있지만 범죄 스릴러에도 탁월한 만큼 앞으로는 이쪽 분야의 걸작도 계속 써 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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