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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9

리라장 사건 - 아유카와 데쓰야 / 김선영 : 별점 3점

 

리라장 사건 - 6점
아유카와 데쓰야 지음, 김선영 옮김/시공사

리라장이라 불리우는 건물에 일곱명의 학생이 피서차 방문한다. 친구들이기는 하나 각자의 사연으로 갈등이 있는 상황. 그런 그들을 대상으로 한 무서운 연쇄살인극이 시작된다.

아유카와 데쓰야의 1958년도 발표 작품으로 이런저런 리스트 -'필독본격추리30선' 이라던가, '동서 미스터리 베스트 100'이라던가 - 에서 자주 언급되는 고전 본격물이죠. 판타스틱에서 주최한 이벤트 덕분에 읽게 되었습니다. 리뷰에 앞서 관계자 분들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일단 설정부터가 상당히 고전적입니다. 특정 장소에서 특정 인물들에게 닥친 연쇄살인이라는 기본 설정,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전형적인 일본 고전 본격물을 연상케하거든요. 그래도 나름 58년도라는 발표 시기 때문인지 기존 고전 본격물과의 차이점도 몇가지 눈에 뜨이더군요. 대표적인 것이 '리라장'이라는 장소의 존재입니다. 이렇게 특정 장소에서 발생하는 연쇄살인의 경우 보통 외부와 연락이 두절된 '클로즈드 써클' 형태로 전개되는 것에 반해 의외로 경찰이 수시로 오가고 심지어 같이 거주하는 등의 파격을 보여주는 것이 특이했습니다. 그리고 경찰의 수사과정이 탐정보다 훨씬 비중이 높다는 점, 탐정역을 두명 (니조와 호시카게 류조) 등장시키고 탐정의 캐릭터 매력을 없앤듯한 묘사 역시 다른 본격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점이라 생각되네요.
즉 고전 본격물에서 트릭의 알맹이만 남겨두고 작위성을 뺀, 고전 본격물에서 근대 사회파류로 넘어가는 중간 시기의 과도기적인 모습을 보이는 작품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 작품의 경우 고전 본격물 쪽에 더 치우쳐져 있고 이후 60년대의 다카키 아키미쓰 작품들 - <야망의 덫> - 등을 거쳐 사회파쪽으로 점차 이동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러나 이러한 과도기적인 모습에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리라장'이라는 장소와 스페이드 카드라는 연출의 작위성을 완전히 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했던 것 같아요. 범인이 구태여 용의자가 축소되고 특정될 수 밖에 없는 외딴 별장의 휴가여행을 무대로 하는 것 보다는 도쿄에서 사고 등을 위장한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라는 기본적인 의문을 해소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탐정의 매력이 희박하다는 것도 고전 본격물의 매력에서 중요한 요소가 빠진 느낌이 들었기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웠어요. 이러한 명탐정 캐릭터의 묘사는 차라리 더 고전적이었다면 좋았을 것 같았습니다.

또 작품의 기본이 되는 알리바이 트릭은 명성에 걸맞게 훌륭한 편이나 살로메 - 유키타케 살인사건 이후에는 그렇게 잘 짜여져 있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려웠어요. 행동이 운에 의지한 측면도 많았고요.
예를 들면 알리바이 자체도 경찰 수사가 부실한 것이 원인이었다는 것, 하나씨의 증언을 경찰들이 초반에 무시했다는 것, 하나씨의 증언을 남편이 듣지 못했다는 것, 니조가 조사를 핑계로 입을 다물어서 사건이 뒤이어 일어나게 되는 것 등이 있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사람도 많이 모여있을 뿐더러 겐모치 경감과 유키 형사가 리라장에 같이 머무는 동안에도 살인사건이 벌어진다는 것은 솔직히 말도 안되죠...
아울러 마지막 사건의 경우 범인이 단지 아비코를 위해서라는 이유였다면 구태여 범행을 저지르지 않아도 경찰에 이야기하면 충분히 사건이 해결되었을텐데 왜 불가능범죄를 또 저지른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명성과 기대에는 살짝 미치지 못했다고 봐야겠네요. 그러나 명성이 워낙 높은 작품이고 그에 걸맞게 기대가 너무 컸던 탓도 있습니다. 기본이 되는 트릭은 상당한 수준이기도 하고요. 초반의 살로메 - 유키타케 사건 이후에 너무 이야기를 벌리지 말고 적당한 선에서, 예를 들면 니조의 등장 부분 정도에서 마무래 해 주었더라면 정말로 괜찮은 작품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후의 이야기는 별다른 트릭도 없는 사족일 뿐더러 무리수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거든요. 별점은 3점입니다.
일본 고전 본격물을 좋아하신다면 즐겁게 읽으실 수 있겠지만 작품의 설득력과 합리성을 전제로 분석적인 독서를 즐기신다면 약간 실망하실 수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덧붙이자면, 최근 읽은 책 중에서 책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가장 좋았습니다. 판형도 마음에 들고 표지 디자인도 좋았지만 앞부분의 섬세한 등장인물 소개라던가 중간중간의 약도, 뒷부분의 해설 등 세세한 부분도 꼼꼼하게 신경쓴 것이 좋았어요. 옛날 추리문고 스타일이기도 한데 앞으로도 이런 책이 많이 나와주었으면 합니다.

2010/11/26

'iPad 전용 신문' 머독-잡스의 동침, 성공할까?

 자주 찾는 블로그에 생각해볼만한 기사가 있기에 업어옵니다. 링크는 <'iPad 전용 신문' 머독-잡스의 동침, 성공할까?> 입니다.


루퍼트 머독이 잡스와 손잡고 iPad 전용 주간지를 창간한다는 이야기로 핵심은 "독자들이 매주 0.99달러를 결제할 수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Usage)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냐? BEP점을 통과하려면 주당 57만명이 1년을 결제해야 한다. 물론 광고의 도움이 전혀 없다는 전제에서다. 그의 구상대로 50만부를 넘어서 광고까지 붙는다면 1년 안에 BEP점을 넘을 수 있다. 가능할까?" 인 것 같군요. 당장 쉽지는 않아보입니다. 다른 블로거님께서 <아이패드 전용 뉴스서비스 The Daily 평가: 흐르지 않는 정보>라는 글로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시기도 했고요. 

그러나 저는 이 'The Daily' 가 비록 실패하더라도 추후 출판시장 자체가 필연적으로 이러한 시장으로 움직일 것이라 판단되기에 시장 선점과 노하우 축적을 위해서라도 적절한 선택이라 생각됩니다. 실패하면 어떻습니까? 기술과 DB, 각종 인프라는 고스란히 남을테고 미디어 황제 머독은 이러한 자산을 투자금대비 몇배로 충분히 잘 사용할 사람이니까요.

그나저나 국내 잡지사들도 빨리 준비해야 할텐데 어떻게들 하고 있나 궁금하군요. 단지 앱 정도 개발해서 뿌려놓고 '우리도 새로운 미디어에 진출했다!' 라고 자부하며 안주하고 있지는 말아야 할텐데 말이죠. 최초 콘텐츠의 제조 과정부터가 기존 종이책과는 현격하게 다른 새로운 미디어라는 것을 인지하고 지금이라도 DB 구축 등의 기본적인 인프라 확보는 물론 타블렛에 걸맞는 새로운 기획을 시도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고 구미도 당기는데 혹 저한테 투자하실 분 없나요?^^

2010/11/25

뉴욕을 털어라 -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 이원열 : 별점 3점

뉴욕을 털어라 - 6점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지음, 이원열 옮김/시작

도트문더는 출소 직후 옛 친구이자 친적인 켈프로부터 '큰 건수'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것은 아프리카의 한 국가에서 신성시하는 에메랄드를 훔쳐내는 것. 도트문더는 이를 위해 운전수, 장비담당, 자물쇠 담당의 3인을 추가한 5인의 팀을 구성하여 에메랄드를 훔쳐내는데 성공하나 순간의 실수로 장비담당인 그린버그가 보석과 함께 체포되고, 이후 에메랄드를 되찾기 위해 교도소, 경찰서, 정신병원, 은행 지하금고를 차례로 털어내게 되는데...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대표작 중 한편으로 그동안 국내에서 이 작가 작품은 보기가 힘들었는데 이렇게 접하게 되니 정말 반갑네요.

이 작품의 테마는 '보석 절도'인데 그야말로 책소개에 있는 '케이퍼 소설'이라는 장르 그 자체라 할 수 있겠습니다. (6, 70년대 유행했던 <스팅>, <내일을 향해 쏴라>부터 최근의 <오션스 일레븐>, <이탈리안 잡> 등의 영화를 일컫는 ‘케이퍼 무비’에서 유래한 말로, 범죄사건을 아주 가볍고 유쾌하게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 주제와 분위기 모두가 <에드가상 수상 작품집 4>에 수록된 작가의 단편 <도둑들>이 떠오르더군요.

때문에 국내에 그동안 출간되었던 작가의 다른 작품들, <인간사냥 (리처드 스타크 명의)> 라던가 <도끼>와는 사뭇 다른, 계속해서 꼬여만 가는 사건에서 좌충우돌하는 주인공들의 모험에서부터 시작해서 마지막에 악당에게 한방 먹이는 반전에 이르는 과정 전부가 유쾌하고 통쾌해서 읽는 내내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또 여러번 계획이 달라지고 업그레이드됨으로 인해서 흡사 여러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풍성함도 좋았고요.
유사한 설정이지만 일본 작품인 다카무라 카오루의 <황금을 안고 튀어라>가 시종일관 무겁고 진지한 전개로 일관하는 것과는 정반대라는 것도 왠지 양국, 그리고 작가의 특성이 명확히 드러나는 것 같아 재미있었어요.
한마디로 유머스러우면서도 읽는 것이 즐거운 그런 책이었습니다.

또한 주인공이자 절도팀을 이끄는 리더인 도트문더라는 캐릭터가 이러한 복잡한 상황의 중심을 딱 잡아주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는 것 역시 이 작품의 큰 매력 중 하나입니다. 계획의 치밀함과 실제 작전에서의 과감함, 결단력과 더불어 번역자 표현대로 세탁기에서 잔돈을 훔치고 슈퍼마켓에서 음식물을 훔치며 수수하게 백과사전을 팔러 다니는 소시민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주 독특하고 인상적이었거든요.

그러나 계획이 꼬이는 과정과 이후 계획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운과 우연이 많이 작용하며 작위적인 설정이 잦은 것은 좀 아쉽습니다. 작가의 이름값에 비한다면, 그리고 '완벽한 범죄계획'이라는 중요한 테마에 걸맞지않게 전개 자체의 밀도가 좀 낮은 느낌이 크기 때문이죠.
완벽한 첫 계획이 실패하고 그린버그가 체포되는 원인이 '유리 케이스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 이라는 것도 좀 어설프며 이후 변호사 프로스커가 보석의 은닉장소를 알아내어 먼저 빼돌렸다는 건 그렇다 쳐도 빼돌린 방법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왜 정신병원에 제발로 들어갔는지 등은 그다지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못합니다. 그 외에도 헬기를 동원한 경찰서 습격같은 대형 사건에서도 별 탈없이 무사하게 작전을 완료한다는 지나치게 유쾌한 설정도 썩 와닿지는 않았고 말이죠. 게다가 '최면술' 이라는 설정은 글쎄요... 너무 오버스러울 뿐더러 현실적이지가 못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나마 치밀했던 앞부분의 계획에 비하면 너무 쉽게 간 것이기에 이 설정은 빼는게 솔직히 더욱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빠른 템포로 유쾌하게 읽히는, 스트레스 해소용 화끈 범죄 모험 소설임에는 분명합니다. 이른바 '케이퍼 무비'를 좋아하신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아울러 책 옆날개 소개대로 영화를 찾아보았더니 예고편이 바로 뜨더군요. 확실히 영화화하기에 좋은 소재라 생각되네요.

2010/11/24

그러고보니....

생일입니다.

짤방과는 다르게 아내와 함께 보낼 예정인데 분위기도 그렇고 몸 상태도 별로 안좋네요.

앞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꽁트 - 우리 동네 이야기

 이거 참 황당해서.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네? 내 얘기 좀 들어봐.


우리 동네에 인간말종 노숙자 같은 동네왕따 상거지가 한 명 살고 있어. 근데 얘가 내 친척이야. 오래전에 대판 싸우고 의절하기는 했지만. 어쨌건 그래서 우리 옆집에 터 잡고 살고 있어. 문제는 담뱃값 좀 달라, 소주 먹고 싶다, 이러면서 가끔 행패를 부리는 거야. 고성방가는 물론이고 우리 집에 돌을 던지든가 빈병을 던지든가 하는 식으로.

그래도 얼마 전까지 불쌍하기도 해서 좀 챙겨줬기 때문에 조용했었어. 그런데 최근에는 화가 나기도 하고 돈도 아까워서 별로 신경 쓰지 않았거든? 그랬더니 역시나 다시 뒤숭숭하더라고. 최근에는 가족문제도 좀 있는 모양이고.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제는 아예 작정하고 소주병을 나한테 바로 던지더라고! 정통으로 맞아서 피도 나고 눈이 핑 돌데? 이건 좀 심하잖아! 나도 열받아서 병을 바로 집어던지는 식으로 맞섰지. 녀석도 맞은 것 같긴 한데 얼마나 다쳤는지는 잘 모르겠고... 솔직히 지금 아파 죽겠고 마음 같아서는 아예 잘근잘근 밟아서 반 죽여버린 다음에 동네에서 영원히 쫓아내고 싶어. 자랑은 아니지만 싸우면 당연히 내가 이길 것 같긴 하거든.

그런데 싸워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문제야. 일단 쟤 칼 갖고 있어. 나도 다칠지 몰라. 게다가 얘가 가끔 동네 사람들한테 내가 가지고 있는 이 빈 통 안에 휘발유 들어 있다. 나 건드리면 확 불 싸지르고 나도 죽을 거다 하는 식으로 얘기하고 다니곤 했거든. 동네 경찰 아저씨가 몇 번 확인하고 수거도 해 가기는 했는데 아직도 저 통 안에 뭐가 있는거 같아. 혹 쫓겨나기 전에 불이라도 확 싸지르면 어떡해? 우리 집과 내 가족은 물론이고 최신식 삼성 TV와 현대차, 기타 등등 전재산이 날아가면 나도 망하는 거잖아.

그렇잖아도 어제 한판 싸웠다는 소문 도니까 동네 사람들이 우리 집 근처에 가지 말라고, 우리 집 애랑 놀지 말라고 주의주는 판이라 동네에서 큰소리 좀 치는 형님들에게 도움은 청해봤는데 별 소용 없더군. 가끔 저 상거지 깡패 돌봐주는 옆집 중국집하는 형님도 웬만하면 좋게좋게 넘기라고 하고 있고 우리 집 앞에 CCTV 설치해준 쌀집 아저씨 (별로 고맙진 않아. 관리비나 전기료는 내가 내니깐) 도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느냐고 하더라고. 하긴 그동안 경찰이나 형님들도 어쩌지 못했는데 지금 와서 뭐가 바뀔리는 없겠지.

하아~ 이럴 거면 속은 엄청 쓰리지만, 그냥 담뱃값이나 주면서 달래줄걸 그랬나 봐.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저 노숙자 깡패 원수가 제풀에 지쳐 쓰러지기를 기다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어.

2010/11/23

007 제임스 본드의 과학 - 로이스 그레시 외 / 유나영 : 별점 2점

 

007 제임스 본드의 과학 - 4점
로이스 그레시, 로버트 와인버그 지음, 유나영 옮김/한승

이전에 읽었던 <셜록 홈스의 과학>이 아주 좋았기에 읽게된 시리즈 책입니다. 처음에는 <셜록 홈스의 과학>이 셜록 홈스를 등장시켜 과학 수사를 설명했듯이 이 책도 007 - 제임스 본드와 그 작품을 통해 첩보, 스파이의 역사와 발전사를 다룰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시리즈로 묶이기만 했을 뿐 책의 성격이 너무나 달라 아차 싶더군요. 이 책은 목차 그대로 본드카 - 총기와 폭발물 - 핵전쟁 - 장비 들 등 <007> 시리즈에 등장하는 다양한 도구들과 악당들, 그리고 악당들의 음모를 약간의 과학적 상식을 섞어서 재미있게 분석해 놓는 식인데 딱히 밀도가 높다거나 뭔가 자료적으로 쓸만한 수준은 아니었고 전체적으로 '007 - 제임스 본드 영화'에 굉장히 충실하게 소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덕분에 007이라는 시리즈, 특히 영화에 대하여 상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며 본드 소설과 영화에 등장했던 현란한 장비와 다양한 본드카들 같은 이야기는 재미는 읽는 재미는 있습니다. 또 몇몇 이야기들은 꽤 쓸만하기도 하고요. 예를 들자면 세균전과 화학전에 대해 짤막하게 설명하는 부분, 실제로 제조되었던 007용 도구들 (특히 '자이로콥터'!) 에 대한 것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볼만했으니까요. 마지막 부록으로 포함된 '마티니의 과학 - 제임스 본드의 마티니' 도 아주 인상적이었고요. (요 부분은 관련 기사 하나를 링크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007 - 제임스 본드> 라는 하나의 장르물에 대한 팬 사이트 해설 모음집같은 느낌이 큽니다. 그래서 007 시리즈의 팬이 아니라면 그다지 건질게 없죠. 다양한 도구들에 대한 도판 하나 제대로 실려있지 않은 것도 불만이고요. 이런 저런 이유로 제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2010/11/22

24시간 7일 - 짐 브라운 / 하현길 : 별점 2점

 

24시간 7일 - 4점
짐 브라운 지음, 하현길 옮김/비채

미국 TV의 리얼리티 쇼 <24시간 7일>에 참가하게 된 다나는 쇼가 열리는 자메이카와 아이티 사이의 무인도 '바사섬'에 도착한다. 이 섬은 무인도였지만 쇼를 위해서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 그러나 쇼가 시작되자마자 참가자 12명을 제외한 모든 스탭이 괴바이러스로 사망하고 참가자 12명도 시청자 투표를 통해 1명씩 바이러스에 의해 희생될 운명에 처한다.

방송은 차단되었지만 인터넷과 위성방송 수신기로 걷잡을 수 없이 중계되고, 미국은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이 사건의 추이를 검토하며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데...


도서출판 비채의 트위터 이벤트에 당첨되어 읽게 된 작품입니다. 비채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줄거리 소개대로 무인도에 고립된 리얼리티 쇼 참가자들이 생존을 위하여 싸워나간다는 내용은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의 공식에 충실한 듯 보이지만 앞서 접했던 일본 작품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이렇게 거대한 게임을 어떻게든 설득력있게 만드려는 배경 묘사가 충실하다는 것이죠. 즉 리얼리티 쇼를 자기 마음대로 조종한 '컨트롤'이라는 수수께끼의 인물과 이러한 게임을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 나름대로 설명하고 있거든요.

그러나 아쉽게도 참가자들이 어떻게 생존을 위해 싸워나가느냐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기본 전제를 잊은 듯합니다. 이러한 장르물은 대체로 폐쇄된 공간에서의 스릴과 서스펜스가 보장되기때문에 그 이상의 무언가를 독자에게 전달하려면 흥미진진한 두뇌게임, 또는 이야기가 진행되고 사람들이 하나 둘 탈락하는 것에 의해 발생하는 갈등을 잘 표현해주어야 하는데 이 작품은 이러한 플러스 요인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죠.
왜냐하면 이 작품에서 리얼리티 쇼 참가자들의 생존을 결정하는 것은 그들과 무관한 '시청자'들의 투표이기 때문이며 이것은 작품의 주제, 즉 극단적인 시청률 경쟁이 낳는 비윤리적인 미디어의 행태를 비판하는 것에 충실하기는 하나 실제 게임 참가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재미를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약간의 게임, 시청자를 현혹하기 위한 작전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전개에 별 영향을 주지는 못하니 그냥 사족일 뿐이에요.

또 지나치게 헐리우드스러운 캐릭터들과 거창한 스케일로 점철된 묘사들 역시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더군요. 불치병에 걸린 딸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꼭 살아남아야 하는 억척스럽지만 매력적인 여주인공 다나 (밀라 요보비치?) 와 전직 비행기 조종사로 뛰어난 육체와 지능을 갖춘 저스틴(매튜 맥커너히?) 이라는 양대 스테레오 타입 히어로 - 히로인은 유치해보이기까지 했어요. 너무나도 완벽한 결말까지 헐리우드스럽고 말이죠.
거창한 스케일도 거창하기만 할 뿐 결국 속빈 강정처럼 허술할 뿐입니다. 예를 들면 바사섬이 공격받는 상황에서 탈출한 생존자들이 '헬기'로 미사일을 피한다는 묘사를 들 수 있겠죠. 하긴 아무리 이유를 가져다 붙인들 이만한 거대 작전을 감히 '미국'이 모르게 수행한다는 것 부터가 비현실적이니 무슨 말을 더 하겠습니까...

그리고 전체적으로 설명은 많지만 잘 짜여진 작품은 아니라는 문제도 있죠. 일단 여러 복선과 단서들은 그냥 '떡밥'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작품의 기둥 줄거리를 만든 다음 하나의 단서를 이곳저곳에 추가한 느낌이거든요. 그나마도 치밀하지 않아서 '컨트롤'의 계획은 참가자 중 섬을 탈출한 사람이 있다던가, 미군이 섬을 쓸어버리려는 시도를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에 대한 설명도 없고 잘 진행되던 계획의 와중에서도 파트너의 생명을 구하지 못할 정도로 구멍투성이었다는 것처럼 허술한 부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전개에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였던 참가자들 중에 있는 '컨트롤의 협력자'에 대해 방송에서 심각한 오판을 한 로릭 박사에 대한 언급이 그 다음에 없는 것도 의문이며 '컨트롤'의 동기라던가 사건의 배경 등 모든 면에서 작위성이 지나치게 느껴진다는 것 역시 감점 요소였고요.

퍼즐 천재로 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담당하는 터커라는 인물은 그런대로 매력적이었고 앞서 이야기했듯 기본적으로 스릴과 서스펜스를 보장받는 장르물에 미디어를 비판하는 요소까지 버무린 시도는 좋았습니다. 그러나 작가의 욕심이 지나쳤다는 느낌이 더욱 강합니다. 장르물에 집중하거나 비판에 집중하여 보다 소규모로 설득력있게, 합리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요?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헐리우드 스릴러로 별점은 2점입니다.
이벤트로 읽게 된 도서이기에 보다 좋은 평을 써야 할텐데 죄송스럽기만 하네요. 앞으로 이벤트 당첨되기는 힘들겠어...

2010/11/18

명탐정 코난 69 - 아오야마 고쇼 : 별점 2점

 

명탐정 코난 69 - 4점
아오야마 고쇼 지음/서울문화사(만화)

총 4편의 에피소드가 실려있는데 완결되는 것은 3편입니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한 시골 온천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그리고 있습니다. 11년전에 발생했던 초등학생 익사사건 이후 초등학생의 아버지인 온천 여관 주인이 살해당하고, 범인은 '갓파'가 아닌가 의심된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군마현의 맹한 경찰 야마무라 경위가 등장하는 것 이외에는 건질게 전혀 없는 에피소드였어요.
트릭은 피해자를 익사하게 만든 '물'을 어디에 숨겼는지가 포인트인데 트릭이 밝혀지고 아니고를 떠나 용의자 소지품만 철저하게 검사하면 끝날 사건이었을 뿐더러 용의자가 단 2명으로 압축되는 상황에서 범인이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었을지가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동기도 어처구니가 없고 말이죠. 게다가 모리 탐정을 구태여 범행 현장에 부른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한마디로 트릭 하나에만 기대어 만든, 추리적으로 도저히 점수를 주기 어려운 완성도 없는 작품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온천으로 여행을 떠난 코난과 아가사 박사, 소년탐정단 일행이 온천 안 밀실에서 벌어진 작가의 살인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입니다.
첫번째 에피소드에 비하면 그런대로 동기도 합리적일 뿐 아니라 트릭도 나름대로는 설득력이 있긴해요. 물론 예전 걸작 에피소드에 비하면 한참은 처지는게 범인의 범행 이후의 행동, 특히 '반지'라는 단서를 처리하지 못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고 왜 경찰은 주요 용의자의 신체검사를 꼼꼼히 행하지 않은건지도 미심쩍은 등 약점이 많습니다.
그래도 최근 코난 시리즈 중에서는 그나마 괜찮았다는 점, 그리고 소년탐정단의 유쾌한 모습이 재미를 주기 때문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워낙 최근 에피소드들이 별로다보니 이런게 점수를 다 따네요...

마지막 세번째 에피소드는 모리 탐정이 CF에 출연한 인연으로 참석하게 된 한 과자메이커 창립 파티에서 벌어진 회사 사장의 독살 사건입니다.
실제 트릭이 너무 보잘것 없고 억지스러워서 역시나 실망스러운 에피소드였습니다. 일단 미각을 이용한 트릭 자체가 지나칠정도로 설득력이 없어요. 동기도 작위적이고요. '화이트데이'라는 이벤트에 대한 소소한 잔재미 이외에는 다 별로였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3개의 에피소드가 전체 5.5점이니 평점은 1.8점... 2점이기는 한데 전체적으로 권해드릴만한 수준은 도저히 아니었습니다. 이쯤에서 슬슬 관두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어요. 다음 권에서는 조금이라도 만회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2010/11/17

심야 플러스 원 - 개빈 라이얼 / 최운권 : 별점 3점

심야 플러스 원 - 6점
개빈 라이얼 지음, 최운권 옮김/해문출판사

루이스 케인은 2차대전때 '칸톤'이라는 암호명으로 프랑스 레지스탕스를 도와 활약했던 영국인. 그는 과거 동료였던 변호사 멜랑의 의뢰로 대부호 마간하르트를 리히텐슈타인까지 호송하는 임무를 맡게된다. 그러나 보디가드로 고용된 그와 유럽 No.3의 총잡이 하베이, 그리고 마간하르트와 그의 비서 재먼이 가는 여정은 단순한 호송이 아니었다. 곧 그들의 목숨을 노리는 킬러들이 등장하고 경찰의 추적도 시작되는데...

개빈 라이얼의 1급 서스펜스 스릴러 소설입니다. '호송' 이라는 특이한 주제도 좋지만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주인공이자 호송의 중심인물인 루이스 케인이 과거 레지스탕스 때의 다양한 경험과 인맥을 살려 난관을 헤쳐나가는 모습이 정말로 리얼하며 알콜 중독과 싸우는 총잡이 하베이의 캐릭터 역시 묵직한 매력을 전해주거든요.
또한 고전적이면서도 아날로그적인, 자신의 머리와 몸에 의지하여 상대방 킬러들과의 두뇌싸움을 벌이며 위기를 벗어나가는 과정에서의 서스펜스가 대단했습니다. 이게 고전의 맛이겠죠. 아울러 험난한 호송과정의 묘사뿐인 단순한 모험 서스펜스로 끝나지 않고 리히텐슈타인으로 향하는 마간하르트의 '목적'과 그에 따르는 반전까지 여러개의 복선을 통하여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어요. 덕분에 끝까지 손에 땀을 쥐면서 읽을 수 있었네요.
그 외의 묘사들, 특히 프랑스에서 리히텐슈타인까지 유럽 대륙을 관통하는 여정의 디테일 역시 재미를 더하는 요소였고요.

그러나 범인의 계획이 허술하다는 약점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무려 1천만파운드라는 돈이 걸려있는데 (1파운드 = 2,000원으로 계산하면 무려 2백억원!) 마간하르트를 죽이기 위해서 벌이는 작전이 너무 쪼잔하고 스케일이 작은게 아닌가 싶거든요. 그리고 호송의 중간 과정에서 케인 일행에게 너무 많은 기회를 준 것도 의문이며 마간하르트가 프랑스 경찰에 체포되었다면 범인의 계획은 실패하였을 것이라는 점에서 (합법적으로 주주 모임을 연기할 수 있었을테니) 너무 운에 기댄 측면이 많이 보였습니다.

때문에 약간 감점해서 별점은 3점입니다. 약점은 있지만 고전적이고 묵직한 스릴러의 참맛을 잘 전해주는 작품으로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0/11/16

셜록 홈스의 과학 - E.J 와그너 / 이한음 : 별점 4점

 

셜록 홈스의 과학 - 8점
E. J. 와그너 지음, 이한음 옮김/한승

제목만 보면 셜록 홈즈를 등장시켜 여러가지 과학상식을 설명하는 교양서같지만 실은 셜록 홈즈 시리즈 일부를 인용해가면서 당대의 과학수사 - 법과학의 역사를 설명하는, 한마디로 법과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일종의 미시사 서적이더군요.

총 13개의 주제로 구분되어 있는데 아주 자세한 것은 아니지만 간략하게나마 과학수사의 역사를 아는데 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관련된 사례가 굉장히 풍부하게 실려있어서 자료적 가치와 재미를 모두 충족시키는 보기드문 책이었습니다. 또한 모든 내용을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등장했던 에피소드나 대사들을 인용하여 설명해주는 것은 홈즈 시리즈 팬에게 큰 기쁨이기도 했고요.

단 과학수사 초창기에서부터 셜록 홈즈 전성기까지, 그러니까 20세기 초반까지의 이야기가 주류라서 이후의 역사를 심도깊게 알기는 불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이런 류의 참고도서 치고는 도판이 약간 부실하다는 것은 아쉽네요.

그래도 별점은 4점. 과학수사의 역사에 대해서 이만한 책은 없을 것 같거든요. 과학 수사에 관심있으시다면, 다양한 사례를 접하고 싶으시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1. <사자와의 대화>
시체를 가지고 범죄를 해결하는 법과학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관련된 항목에서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사망시간의 추정이라던가 부검 및 해부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죠.
사례로 든 사건들 중에서는 19세기 후반 헝가리에서 벌어진 어린 하녀의 익사체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네요. 범인으로 유대인들이 지목되어 가혹한 대접을 받는 와중에 시체가 발견되었는데 시간이 오래 지났음에도 시신이 깨끗하고 보존상태가 양호하여 실종된 하녀가 아니라고 결론이 내려졌지만, 추후 세밀한 부검 결과 뼈의 성숙도로 나이를 판정한 뒤, 시신이 깨끗한 것은 피부의 진피가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그리고 강물이 차가왔기 때문에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잘 보존될 수 있었다고 밝혀져 유대인들이 누명을 벗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2. <야수 이야기와 검은 개>
<바스커빌가의 개>를 토대로 당대 유럽을 지배했던 고대 민담과 전설에 따라 벌어졌던 수상한 사건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평이하지만 마지막에 등장한 사례, 주인이 살해된 현장에서 죽은채 발견된 앵무새 부리에서 살인자의 피를 채취하여 범인을 체포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재미있더군요. 용감한 앵무새가 범인을 공격했던 것입니다!

3. <옥에 티>
곤충과 범죄수사를 연관시킨 것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제목이 왜 <옥에 티>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 분야의 책으로는 바이블과도 같은 <파리가 잡은 범인>을 추천합니다.

4. <독살의 증거>
제목 그대로 독살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다양한 여러 사건들을 비롯하여 독살당한 시체에서 독을 검출하는 방법에 대한 상세한 소개 - 주로 비소 관련 - 등도 아주 흥미진진해요. 또한 이 주제에서는 <얼룩끈>에서의 뱀 이빨 자국을 예로 들며 피하 주사 흔적을 발견하여 해결한 독살 사건에 대해 언급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홈즈 시리즈의 미묘한 단서를 실제 사례와 잘 연관시켜 설명해 주고 있기에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게 좋았습니다.

5. <변장과 수사관>
비도크를 중심으로 변장에 대한 실제 사례를 충실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비도크의 실제 활약상도 대단하며 <가짜경감 듀>로 친숙한 크리픈 사건 (정부를 아들로 변장시켜 도주하던 그의 행각과 결말)도 재미있는 내용이지만 뭐니뭐니해도 심하게 절뚝이는 범인을 잡기 위해 범인의 변장을 간파하고 특히 범인이 특수 구두를 신었을 것이라 추리한 사립탐정 헨리 고다드의 활약이 아주 흥미로왔어요.

6. <가스등에 비친 범죄현장>
홈즈가 중요하다고 여러번 역설한 '현장 보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잭 더 리퍼 사건을 비롯한 많은 사례를 통해 현장 보존과 현장 검증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고 있죠.

7. <범죄자의 초상>
이 주제에서는 범죄자의 신원 파악을 위한 방법의 발전상에 대해 소개합니다. 초기의 문신이나 흉터에 대한 기록 및 지식에서 시작하여 사진술, 베르티용 측정법을 지나 지문에 이르기까지 충실하게 설명하고 있음은 물론 여러가지 사례가 언급되어 재미를 더하는 것도 물론입니다.
마지막에 소개된 1920년대 리옹에서 일어난, 대낮에 약간 열린 창문을 통해 여러가지 물건이 도난당한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지문이 이랑들이 모두 수직으로 뻗어있는 아주 특이한 것이었다는 사건이 특히 재미있었습니다. 범인은? 원숭이 절도범이었던 것이죠. 정말 한편의 추리소설 같죠?

8. <어둠 속의 총격>
제목 그대로 총과 총알, 그리고 탄도학까지 이르는 것에 관련된 내용이 사건과 함께 설명되고 있습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셜록 홈즈의 단편들을 통하여 이쪽 분야에서는 홈즈 - 도일쪽이 확실히 앞서갔다는 증거들이 더욱 인상적이었어요. 팬으로서도 기뻤고요.

9. <발자국>
역시나 제목 그대로 발자국 분석에 대한 법과학적인 역사와 사례를 설명해 줍니다. 1862년 글래스고에서 벌어진 플레밍가(家) 하녀 살인사건 현장에서의 발자국을 분석한 사례가 디테일하게 소개되는데, 발자국이 찍힌 마루판을 아예 '잘라내어' 증거로 보존했다는 내용이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10. <오물>
범죄 현장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먼지, 오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셜록 홈즈의 조언대로 '손을 먼저 보아라'라는 말에 충실했던 1904년 독일에서 벌어진 재봉사 살인사건 (범인의 손톱 밑 찌꺼기를 긁어내어 결정적인 증거 확보) 이라던가, 19212년 리옹의 마리 라텔 살인사건 같은 사례도 재미있지만 자신이 흡혈귀라고 주장한 영국의 존 조지 헤이 사건이 가장 놀라왔어요. 피해자를 황산으로 녹여버렸기 때문에 증거가 없다고 떠벌인 작자인데 현장에서 발견해 낸 증거 중 반질반질한 조약돌 - 즉 피해자의 '담석' (담석은 황산에 녹지 않음) - 이 결정적 증거가 된다는 이야기는 왠만한 소설보다 재미있더군요.

11. <악마의 편지>
편지를 통한 필적감정에서 시작하여, 여러 단편에서 가끔 인용되던 마을을 분란에 빠트리는 '익명의 편지' 사건, 그리고 이후 타자기 분석까지 당대 편지 분석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12. <피의 목소리>
핏자국이 정말 핏자국인지를 알아내기 위한 고난의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집니다. 루미놀이 일반화된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현미경에서 일일이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분광기를 통한 분석, 항혈청 침강소를 이용한 분석 등이 상세하게 소개되며 주요 등장 사건으로는 유명한 '리지 보덴 사건'과 핏자국을 나무 얼룩이라고 주장한 1901년 독일 뤼겐섬 살인사건 등이 있습니다.

13. <신화, 의학, 살인>
당시의 범죄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색다른 이론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홈즈 시리즈에도 많이 등장했던, 당시 유행했다는 '골상학'이나 '범죄 유전 이론', 그리고 자위행위가 굉장히 나빴다는 사회 인식 때문에 벌어진 여러가지 황당한 치료방법(?)들, 흡혈귀에 대한 소문, 살해당한 사람의 망막에 마지막으로 본 광경이 보존된다는 기상천외한 믿음 등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2010/11/14

위험한 호기심 - 알렉스 보즈 / 김명주 : 별점 4점

 

위험한 호기심 - 8점
알렉스 보즈 지음, 김명주 옮김/한겨레출판

그동안 있어왔던 여러가지 심리 실험들 중 재미있고 의미있는 것들만 짤막하게 요약, 정리해서 담아놓은 책입니다. 심리실험을 다루었다는 점에서는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와 비슷한 성격인데 실험의 의미나 후일담까지 자세하게 정리한다기 보다는 되도록 많은 양을 실어놓았다는 것, 그리고 진지한 실험들이외에 가쉽거리와 같은 실험들도 모아놓았다는 것, 마지막으로 되도록 짧고 재미나게 요약해 놓았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제목그대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목적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죠. 물론 이게 단점은 아닙니다. 충분히 재미있었으며 의외로 유익한 내용도 많이 실려 있기 때문에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오히려 단점이라면 너무나 유명한 '스키너의 상자'라던가 홀로코스트의 이유를 탐구한 '충격적인 복종실험', 영화 <익스페리먼트>의 원형이기도 한 '스탠포드 교도소 실험', 키티 제노비스 살인사건에 착안한 '구경만 하는 구경꾼' 등 익히 알고 있던 실험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재미있고 인상적인 실험'을 망라하고자 한 이 책의 특성 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약간 아쉽긴 하더라고요.

깊이는 없지만 재미는 있기에 어쨌건 별점은 4점입니다. 이런 류의 심리학 실험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실려있는 실험들 중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 몇개를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페스팅거의 실험>
지구 종말을 예언한 도로시 마틴과 그의 추종자들 집단에 잠입하여 그 예언이 실패로 끝났을 때의 상황을 목격하고 기록한 실험.
사이비 종교를 통해 집단의 믿음에 대해 탐구한 것으로 당연하겠지만 믿음은 끈질긴 것이며 믿음은 오류를 먹고 더욱 더 강해진다는 씁쓸한 결론이 내려집니다. 우리나라를 한때 강타했었던 다미선교회의 휴거사건이 떠오르더군요.

<지상 최후의 생존자는?>
핵전쟁 후 바퀴벌레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SF적 주장을 바퀴벌레에게 방사능을 쬐는 실험으로 뒤집음. 바퀴벌레는 생각만큼 오래 못 산다고 하네요. 벌의 한 종류인 기생봉이 제일 방사능에 강하다고 합니다.

<와인 / 콜라 시음 맛 대결>
와인이던 콜라건 맛보는 사람이 이미 '시각'에 의해 지배된다면 뇌는 혀로 느끼는 정보보다 시각 자료를 더 신뢰한다고 합니다.
와인의 경우 병을 먼저 보여주면 아무리 전문가라도 화이트와인에 색소를 탄 와인을 전형적인 레드와인으로 착각했다고 하며 콜라는 순수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을때 펩시와 코크의 맛을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맛' 이라는 것은 확실히 혀보다는 광고나 시각에 의해 지배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죠.
콜라 브랜드들의 엄청난 광고집행이 이해가 되네요.

<모짜르트 이펙트>
음악이 성인의 시공간 능력을 일시적으로 향상시킨다고 해도 아이들에게 지능이나 학습 성취도 등이 향상된다고 보기는 어렵답니다. 즉 모짜르트 음악을 이용한 아동 교육용 사업은 다 가짜라는 이야기죠.

<코끼리 기억 실험>
'코끼리는 절대 잊지 않는다'는 서양 속설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 특정 무늬를 고를 경우 먹이를 주는 행동을 반복 시키고 1년 뒤에 똑같은 실험을 시켰더니 67%의 정답률을 보였다는 실험입니다. 기억력이 좋긴 좋네요.

<기억 전이>
뇌를 먹어 기억을 옮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실험. 성공적으로 끝나지는 못했지만 잠깐의 화제는 불러 온 듯 싶더군요. 실험 자체의 재미보다는 <유니버셜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이라는 단편집의 에피소드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수면 학습 효과>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효과가 없다' 라는 것인데 사람마다 다른 것 같기도 합니다. 개구리에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주는 메시지를 들려주었더니 개구리 점프 대회에서 늘 우승을 했다는 실험 결과도 있고 말이죠. 저도 자기전에 영어회화 파일이라도 재생시켜 봐야겠습니다.

<검은 가방 사나이>
어느날 갑자기 나타는 복면의 사나이에 대한 실험결과입니다. 개인이 익명의 존재가 된다면 반사회적인 행동 등을 하는데 꺼리낌이 없어진다고 하며 반대로 주변 사람들도 그 익명의 존재에 대해 폭력을 행사하기도 쉬워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그 익명의 존재를 받아들일 경우 굉장히 친밀감도 느끼게 된다는군요. 다른건 몰라도 이 내용만 보면 '슈퍼히어로'로 살아가는건 정말 힘든 노릇인것 같습니다...

<물에 빠진 주인을 구하라>
'명견 래시'에서 착안한 실험으로 주인이 위험에 처한 상황을 만들고 개의 반응을 살펴보는 실험이었습니다. 결론은 멍멍이는 주인의 생명을 구해줄리가 없다는군요. 당연한건가?

<타인의 물건>
CSI 등에 흔히 등장하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몸에서 타인의 음모를 찾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과학수사국 직원들이 행한 실험입니다. 각자 배우자와 성교 후 음모를 수거해서 결과를 살펴본 것이죠. 그런데 타인의 음모가 발견된 경우는 17.3%에 지나지 않았으며 그나마도 남성에게서 여성으로 전달되는 것 보다 그 반대의 경우가 두배 더 많았다고 합니다.

2010/11/12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 - 구지라 도이치로 / 박지현 : 별점 1.5점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 - 4점
구지라 도이치로 지음, 박지현 옮김/살림

시부야에 있는 니혼슈 전문 바 '숲으로 통하는 길'. 그곳에서 바의 마스터와 경시청 경부인 화자 구도, 술을 못하는 범죄 심리학자 야마우치는 모여서 다양한 화제로 수다를 떠는 자칭 '야쿠도시' 트리오이다. 그런 그들 앞에 금요일마다 사쿠라가와 하루코라는 미모의 여성이 나타난다. 사실 그녀는 미궁에 빠진 사건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사건을 해결하는 알리바이 깨기의 명수였다.

<행각승 지장스님의 방랑>과 유사한, 니혼슈 전문 바을 무대로 한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물입니다. 설정 자체는 굉장히 뻔하고 고전적인데 니혼슈 전문 바라는 무대를 잘 살릴 수 있도록 매 에피소드마다 맛있는 술과 요리, 안주를 등장시킨다는 점, 그리고 소소하고 잡다한 이야기가 계속 펼쳐진다는 점에서 <심야식당>을 연상케하는 점이 있더군요. 이러한 분위기에 추리물을 접목시킨 아이디어는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술이나 요리 같은 이야기에 사족을 못쓰는 편이기도 해서 말이죠.^^ 또 모든 에피소드를 '...의 비밀'이라는 식으로 '동화'와 연결시켜 풀어나가고 있는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화 속에 감추어진 진실을 사건과 함께 드러내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였어요.

그러나 추리소설로 본다면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일단 트릭이 너무나 별로에요. 사건들 모두가 알리바이 트릭인데 대부분 운과 우연에 의지하고 있고 몇개의 트릭을 위한 장치들은 유치하기 짝이 없습니다. 게다가 '알리바이'만 명확할 뿐 기타 부가적인 현장조사나 탐문 등은 전혀 설명되지 않는데 이러한 부분에서의 꼼꼼한 경찰 수사만으로도 충분히 범인을 밝혀낼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 역시 추리물로서는 온당한 점수를 주기에는 무리죠. 이렇게 한쪽의 일방적인 알리바이만 설명하고 그 트릭을 깨는 것, 이건 소설이 아니라 추리퀴즈에 불과하잖아요?

또한 니혼슈와 다양한 요리들은 물론이고 TV드라마, 예능, CF와 가수에 이르기까지 방대하고 쓸데없는 잡학에 대한 토론의 비중이 큰 것도 단점이에요. 그나마도 짤막한 한편의 에피소드 분량을 이러한 곁가지 묘사가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사건에 대한 설명이 너무 약해졌거든요. 물론 이 묘사들은 어느정도 재미도 있고 캐릭터들의 성격을 드러내는 장치적 역할을 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단편 추리소설에서는 불필요한, 작가의 상식을 과시하는 허세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외에도 무리하게 동화와 사건을 연결시키려는 시도도 과히 좋아보이지는 않더군요. 재미는 있지만 솔직히 억지가 많았습니다. 어차피 이 책에서 주장하는 동화 속 진실도 결국은 과거의 베스트셀러인 <어른들이 읽는 그림동화> 같은 류의 이야기들이라 신선함도 떨어지고요.

한마디로 에피소드들이 짧아서 읽기 쉽다는 것과 술들과 안주, 요리에 대한 묘사, 잡학다식한 허세 이외에는 별로 건질게 없네요. 차라리 이게 요리책이라면 좀 더 높은 점수를 받았을지도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정말 읽을게 없으신 분들이라면 모를까, 구태여 찾아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헨젤과 그레텔의 비밀>
등장요리 : 조개구이, 송이버섯구이 - 숯불에 구워 간장으로 양념함
등장 니혼슈 : 아즈마이치 (東一), 하루가스미 (春霞) - 아키타현의 향이 풍부한 다이긴조슈
사건 : 도미사와 이시라는 과자 회사 사장이 자택의 간이 소각로에서 타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용의자는 2명. 그러나 그들에게는 모두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었는데...

첫번째 에피소드로 사망시간을 조작하는 알리바이 트릭이 등장합니다. 트릭 자체는 굉장히 유치하고 현실적이지 않다는 단점이 있습니다만 여러 사소한 정보가 모여 결말에 이르는 구조가 비교적 탄탄했고 동화의 내용과 사건을 하나로 묶는 설정도 비교적 효과적으로 쓰이는 등 비교적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단편집의 베스트였어요. 별점은 3점입니다.

<빨간 모자의 비밀>
등장요리 :
날치 튀김 - 신선한 미야케지마 산 날치를 간 것에 참마 다진 것을 입혀 튀긴 것. 뜨거울 때 레몬즙과 간장을 찍어먹는다.
등장 니혼슈 :
사쿠라가와 (桜川) - 도호쿠 남부지방 토우지에서 담근 과일향이 나는 다이긴조슈. 사쿠라가와 양을 되새기기 위해 선택.
사건 : 71세의 할머니와 21세의 손녀딸이 살해되었다. 사인은 두명 모두 교살. 용의자는 손녀딸 이즈미의 남자친구 미타무라와 이즈미 계모의 애인인 백수 시모이. 그런데 시모이에게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2명의 사망 추정 시각의 공백을 이용한 알리바이. 그런데 범인의 의도 자체가 알리바이를 만드려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 이 에피소드의 가장 큰 맹점입니다. 순전히 운과 우연에 의한, 그리고 경찰의 부주의한 수사로 만들어진 사건이라는 이 단편집 전체에 녹아있는 단점이 그대로 드러난 에피소드죠. '시각실인증'이라는 발상은 괜찮았지만 별로 효과적으로 사용되지도 못했고요. 별점은 2점입니다.

<브레멘 음악대의 비밀>
등장요리 : 돼지고기 소시지 구이
등장 니혼슈 : 아즈마이치 (東一), 오토코야마 (男山),
센주시라뵤시 (千壽白拍子) - 야마다니시키 100%를 원료로 시즈오카 효모로 빚은, 첫맛은 깨끗하고 뒷맛은 산뜻한 술
사건 : 악단 사계라는 밴드의 멤버 3인이 집에 일어난 불로 타 죽었다. 해당 집은 불이 날 때까지 아무도 출입하지 않았기에 사고로 생각되는데...

<명탐정 코난>에도 등장했던 팩스를 이용한 방화 트릭입니다. 별로 정교하지도 않을 뿐더러 기화하는 수면제라는 설정은 설득력이 약하죠. 별점은 2점입니다.

<신데렐라의 비밀>
등장요리 : 생굴 (간장과 레몬을 적당히 끼얹어 먹는다)
등장 니혼슈 : 시라마유미 (白真弓) - 기후현 히다의 명주
사건 : 캐슬 호텔 오너의 아들 조 다쿠야의 애인 요시노 리호코가 절벽에서 떨어진 시체로 발견된다. 그녀가 추락하는 모습을 지켜본 목격자도 있었기에 추락 시간은 확실하나 그 시간에 조 다쿠야의 알리바이는 완벽한 상황

<셜록 홈즈> 등에서도 쓰였던 고전적 시체 이동 트릭이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경찰 수사의 부실함이 드러날 뿐 아니라 알리바이 자체도 범인의 의도가 개입하지 않은, 순전히 '운'에 불과하기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겠죠? 별점은 1.5점입니다.

<백설공주의 비밀>
등장요리 : 애플파이, 자오우 산기슭 직송 화이트치즈 (와사비 간장 소스),
간단한 샐러드를 곁들인 호로새 훈제구이 (마요네즈 소스)
* 호로새는 아프리카 서부에 사는 새
등장 니혼슈 :
시라유키 (白雪) - 효고에서 에도 운송 중 눈이 쌓인 후지산의 모습에 감동해서 지어진 이름
마쓰오 바쇼, 치카마츠 몬자에몬, 라이산요도 즐겨마심
사건 : 유키코는 살충제가 든 애플파이를 계모 도모미에게서 받는다. 그러나 파이를 미처 먹기도 전에 둔기에 의해 타살된 시체로 발견된다.


이번의 알리바이는 차로 1시간, 오토바이로 30분 걸리는 장소를 순간이동하는 트릭입니다. 그러나 역시나 순전히 '운'에 의지하고 있고 범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우연히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 알리바이 트릭이기에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범인의 행동은 눈에 잘 띌 수 밖에 없다는 약점도 분명히 존재하고 말이죠. 경찰의 수사만 제대로 이루어졌더라도 알리바이고 뭐고 없이 사건은 끝났을 것이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장화신은 고양이의 비밀>
등장요리 : 광어회
등장 니혼슈 : 메이보 (明眸) - 아이치현 세토산
사건 : 채팅 사이트에서 바람잡이로 일하던 네코다 마사미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유력한 용의자인 가라바는 사망 추정 시간에 한시간 이상 걸리는 공원에서 데이트하고 있었다는 알리바이 증명 사진을 경찰에 제출한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시계 앞에서 찍은 사진이라는 너무나 고전적이고 만화적인 트릭이 등장합니다. 어떤 조작으로 설득력있게 설명하는지가 관건인데 트릭이 조잡하고 유치해서 뭐라 할 말이 없네요. 해당 시간대의 탐문수사만 진행했더라도 충분하지 않았을까요? 별점은 1점입니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의 비밀>
등장요리 : 생각을 잔뜩 넣어 조린 참치와 방어조림
등장 니혼슈 : 히카리 백춘 (白春) 다이긴죠. 과일향이 나는 미주
사건 : OL 노하라 유메코의 음독 자살한 시체를 그녀의 스토커였던 마노메가 발견한다. 그녀는 자살 직전까지 중학교 동창이었던 탤런트 히키다 신지에게 줄 스웨터를 뜨고 있었다.

일종의 원격살인 트릭이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범죄성이 희박할 뿐 아니라 이런 이유로 사람이 죽을까 싶을 정도로 설득력이 떨어지더군요. '치사량'에 주목하여 숨겨진 진상을 파악한다는 것 하나는 좋았는데 그 외의 내용은 전부 별로였습니다. 별점은 2점.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의 비밀>
등장요리 : 소 혓바닥 요리, 돼지고기 조림, 수제 로스햄,
흑돼지구이 - 사쓰마 자연 방목 흑돼지 로스를 간장에 절여 숯불에서 구운 것. 양파 슬라이스 곁들임
등장 니혼슈 : 와카다케 (若竹),
고시노칸바이 (越乃寒梅) - 매화의 명소에서 만들어진 니가타의 명주. 지방술 붐의 선두주자.
사건 : 보모 쓰키오리 아즈미 살해사건. 자택에서 교살된 시체로 발견되었다. 용의자는 직장 동료인 모토야 마사카즈

경찰의 무능함이 부각되는 조잡한 알리바이 트릭입니다. 용의자 핸드폰 통화내역이라던가 주변 탐문 수사만 했더라도 뻔하게 드러났을 사건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트릭의 핵심이 변장이라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차라리 1:1 비율의 사진을 오려 붙였다고 하던가... 구태여 점수를 주자면 1점.

<꼬마 요정과 구둣방 할아버지의 비밀>
등장요리 :
도오바찜 - 돼지고기를 간장, 미린, 설탕을 넣고 푹 끓여 찐 요리
슈토 (酒盜) - 토사 명물 가다랭이 젓갈. 기본 안주임.
등장 니혼슈 : 덴구마이 (天狗舞) - 이시카와 현의 저온 장기숙성 준마이슈
사건 : 지난 1년간 시부야를 휘저으며 보석만 훔치는 괴도 S89호가 '요정의 구두'라는 100캐럿 다이아몬드를 훔쳐낸다. 하루코는 S89호의 정체를 밝혀낸다.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편 이어야 하지만... S89호의 정체도 어이가 없을 뿐더러 증거라고 들이대는 것들도 설득력이 약해 추리소설로서의 가치가 전무하네요. 그냥 마지막 편이라는 의미 이외의 것을 찾기 어렵기에 별점은 1점입니다.

2010/11/09

타블렛의 도래에 따른 국내 중소업체의 미래

 <태블릿PC 틈새시장 도전장 국내 중소업체 “우리도 뛴다”> 라는 기사를 보고, 그리고 최근 포스팅 된 몇몇 분들의 글을 읽고 적어봅니다.

일단 타블렛이라는 시장 전망부터 알아보죠. 가트너 리포트에 따르면 전체 PC성장을 견인할 만큼 커진다고 하는군요. 곧이곧대로 이러한 전망을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이미 700만대를 넘게 판 디바이스 시장이 한번에 쓰러지리라 믿는게 더 어리석겠죠? 주요 경쟁상대로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이 있습니다만 타블렛은 스마트폰과 노트북 사이에 존재하는 틈새시장을 제대로 공략한 물건이기에 두 제품과의 차별점이 뚜렷합니다. 상대적으로 대형화면에다가 배터리 용량도 당연히 여유가 있기 때문에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한 용도로는 스마트폰에 앞서고 휴대성, 즉시성 측면에서 노트북에 앞서기 때문입니다. 이건 단순히 가격의 문제가 아니죠. 물론 저 개인적으로도 향후에는 타블렛과 노트북이 하나로 합쳐지는 흐름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의 일은 아닐 것으로 판단됩니다.
때문에 경쟁 제품들의 출시, 그에 따른 가격경쟁과 더불어 전용 앱-컨텐츠 시장의 확대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보일 겁니다. 한마디로 시장전망은 밝습니다.

어쨌건 애플이 창조하여 거의 장악한 이 시장에 삼성이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안드로이드 차기 버전이 등장하면 LG도 출시한다고 하는 등 2011년부터는 본격적인 경쟁 시대가 열리겠죠. 하지만 이 경쟁 시대에 국내 중소업체가 낄 자리는 없다는 것이 솔직한 제 생각입니다. 이유는 당연하게도 성능과 가격에 있어서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모바일 단말 원가의 핵심부터 보자면 LCD - 메인칩셋 - 낸드플래시 메모리입니다. 이 3종 세트는 국내 대기업들의 경우 자체적으로, 혹은 계열사를 통해 수급할 수 있기에 가격적으로도 대기업을 상대하기 어렵지만 더 큰 문제는 LCD를 제외하고는 국내 대기업들의 현재 주력인 '스마트폰'과 동일한 것입니다. 당연히 대기업들은 스마트폰을 생산하며 부수적으로 타블렛을 제조하는 것이 가능하고 물량 조절도 손쉽겠죠? 타블렛의 판매가 부진하다면 스마트폰 쪽으로 재고를 돌리면 되니까. 덧붙이자면 포팅이나 개발이 여러모로 더욱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고요.
하지만 국내 중소업체는 스마트폰을 제조할 여건이 안되기에 상기 부품을 전부 타블렛 용으로 구매하여 제조, 생산, 판매해야 합니다. 유동성 측면에서 상대가 안되겠죠. 또 스마트폰의 경우 10만대 이상의 물량은 기본이니 대량 구매를 통한 가격 하락의 잇점이 큰데 국내 중소업체가 과연 한번에 얼마나 구매를 할 수 있을지도 솔직히 의문이에요. 한 2만대 물량이 고작이 아닐까 싶으니까요.

애플이 주도하고 대기업들이 반격을 준비하는, 이미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중소업체의 선택은 그래서 몇가지 없습니다. 그럼 그것들을 하나씩 분석해보죠.
일단 가끔 이야기가 나오곤 하는 컨텐츠 차별화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컨텐츠 제공업자가 미치지 않고서야 중소기업 단말에 올인하는 전략을 펼리가 없죠.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있는 업체를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이 당연하니까요. 컨텐츠를 쥐고있는 회사라면 자사 단말에 올인할 수도 있지만 국내 중소업체는 그런 회사가 하나도 없는 상황이며 EBS 강의 컨텐츠 어쩌구 하는데 웹 베이스로 컨텐츠 제공 시장이 이동하면, 포팅이 필요없는 상황이 된다면 이게 무슨 경쟁력을 가지는지 전 도무지 알 수가 없네요.게임? 결국 컨텐츠와 같은 이슈겠죠. 메이저 업체 - 플랫폼 중심으로 컨텐츠가 제공될겁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화면 사이즈를 줄이는 등으로 휴대성을 높이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5인치 이하가 된다면 강력한 경쟁상대인 스마트폰과의 변별력이 없습니다. 타블렛의 가장 큰 장점은 화면의 크기잖아요. "현재 나오고 있는 7인치 태블릿 무리들은 ‘DOA(도착 즉시 사망·Dead On Arrival)’의 운명이 될 것이며 (7인치 태블릿PC) 제조사들은 자신들이 만든 제품이 너무 작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고 내년에 크기를 늘리게 될 것”이라고 잡스가 말하기도 했죠. 그런데 그 7인치보다 작은 화면? 이건 말도 안돼는 얘깁니다. (개인적으로는 7인치가 아슬아슬한 타블렛의 허용범위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은 뭐... 타블렛이 굉장히 디자인을 많이 타는 제품은 아니니 의미가 없고 가격경쟁력은 앞서 말했듯 원가면 - 개발비 측면에서 경쟁력을 전혀 가질 수 없을 뿐 아니라 이통사의 보조금도 받을 수 없는 등 악재만 있습니다. 게다가 세계시장을 놓고 본다면 중국산 제품과의 가격경쟁력 승부에서도 이길리가 만무하고요. 성능은 둘째치고서라도 중국제품은 정말 겁나게 쌉니다!

안드로이드만 포팅시키면 기본적으로는 제조사가 할게 별로 없는 단말이기에 중소업체들의 도전도 이어지겠지만 결국 노트북 시장이 그러했듯 가격 경쟁력과 성능, 그 어떤 것도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는 제품으로 극히 일부의 얼리어답터를 제외한 Mass Market 진입은 불가능할 겁니다. 앞으로는 애플을 중심으로 대기업이 주도하는 중고가 시장과 중국 제품이 대부분인 저가 시장으로 확실히 시장이 양분될 것으로 보이네요.

그럼 국내 중소업체들은 앞으로 뭘 해야 하냐고요? 그건 저도 모르죠. 하지만 남들 다 한다고 해서 시작하거나, 할게 없어서 한다거나 보다는 차라리 보다 참신한 제품으로 승부하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게 과연 뭘까요...

메모리아노이즈의 유전현상 - 카도노 코우헤이 / 아키요시 후우린 : 별점 2.5점

 

메모리아노이즈의 유전현상 3 - 6점
카도노 코우헤이 지음, 아키요시 후우린 그림/학산문화사(만화)

소울드롭의 유체연구 1~3 - 카도노 코우헤이 / 아키요시 후우린 : 별점 2점

사립탐정 하야미 미츠루는 모리나가 - 세가와 가문의 이혼 중재를 위해 모리나가 가로 향하나 그곳에서 폭탄 투척 사건 등에 의해 중요 참고인으로 떠오른다. 한편 모리나가 가에서 발견된 페이퍼 커트의 예고장 때문에 서컴 보험회사의 조사원 이사 슈운이치와 로봇 탐정인 센죠 마사토, 그리고 페이퍼 커트를 쫓는 히가시오리 나오세 역시 한자리에 모이게 되는데...

전작 <소울드롭의 유체연구>에 이은 소울드롭 시리즈 두번째 만화입니다. 전작과 동일하게 '페이퍼 커트'를 쫓는 이사-센죠 컴비와 나오세의 이야기와 함께 다른 범죄가 벌어지고 그것을 해결한다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전작보다는 훨씬 낫더군요. 전작의 가장 큰 불만요소였던 무수한 떡밥 중 '캐비닛 워크'의 존재와 '소울드롭'이라는 단어와 더불어 '페이버 커트'인 아메야의 사고방식에 대해서 약간이나마 설명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 그리고 '추리' 적인 부분에서의 핵심 요소인 20년전의 모리나가 당주 부인 토막 살인사건에 대한 전말을 밝히는 과정이 상당히 괜찮았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에서 '원숭이손'의 전설과 '페이퍼 커트'의 설정을 묶은 것도 작품을 하나의 큰 테두리로 묶는데 일조하고 있고요.

물론 20년전 사건을 밝히는데 있어서 기대하기 어려웠던 사체의 일부가 발견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고 범인으로 알려진 아오야기가 부인의 머리를 들고 배회한 이유는 설득력있게 묘사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은 아쉽지만 순전히 인간관계를 통해 숨겨진 진상을 끄집어 낸다는 전개는 충분히 인상적이었어요.

개인적인 별점은 2.5점입니다만 이 별점은 전작을 읽었다는 전제가 반드시 있어야 하므로 작품만의 타당한 별점으로 평가하기는 좀 어렵겠죠? <환영박람회>처럼 뭔가 있어보이는 설정과 떡밥은 계속해서 깔아두되 각 에피소드마다 하나씩 차분하게 마무리되는, 단품으로도 충분히 설득력있는 작품이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전작을 읽지 않고서는 단독작품으로서 성립하기 어렵다는 약점이 그만큼 큽니다. 앞으로 후속작이 나와 이야기가 완결된 뒤 제대로 평가하고 싶네요. 

2010/11/08

소울드롭의 유체연구 1~3 - 카도노 코우헤이 / 아키요시 후우린 : 별점 2점

 

소울드롭의 유체연구 3 - 4점
카도노 코우헤이 지음/학산문화사(만화)

보는 사람에 따라 모습을 바꾸고 감추는 괴도 페이퍼 커트. 그러나 사실 그의 정체는 '케비닛 센스'라고 불리우는 특정인에게 목숨과 같은 가치의 물체를 훔쳐 사망에 이르게 하는 킬러이다. 이를 쫓는 서컴 보험회사의 조사원 이사 슈운이치와 로봇 탐정인 센죠 마사토는 페이퍼커트가 범행을 예고한 요절한 천재가수 미나모토 시즈쿠의 트리뷰트 라이브를 조사하려 한다. 그러나 자칭 '포카드'라는 또다른 훼방꾼이 나타나고...

'페이퍼커트'와 로봇 탐정이라는 설정에서 SF적인 성향이 느껴지는 미스터리 초자연 스릴러물입니다. <부기팝> 등으로 유명한 작가 카도노 코우헤이의 원작을 만화화한 작품으로 '소울드롭' 시리즈의 하나라고 하네요.

페이퍼커트의 존재 자체가 일종의 환상인지라 대단한 추리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추리적으로는 나름 괜찮긴 합니다. 단서들을 모아서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합리적이긴 하니까요. 페이퍼커트의 예고장을 '모른다'고 했다는 결정적 증언에서 도출되는 결과가 너무 쉽고 뻔해서 문제지...

그러나 그 외에는 썩 잘 만든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복잡하고 화려해 보이는 설정과 떡밥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고 이야기를 끝맺었다는 것, 그리고 뛰어난 작화에도 불구하고 빠른 전개와 많은 대사를 만화 안에서 효과적으로 풀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전개가 산만하고 복잡한 느낌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제목부터가 이해 불가능이니 뭐 말 다했죠.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 작가의 팬이거나 추리만화는 모든지 꼭 찾아봐야겠다는 분들이 아니라면 추천하기 어려운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2010/11/07

셜록 홈즈가 틀렸다 - 피에르 바야르 / 백선희 : 별점 3점

셜록 홈즈가 틀렸다 - 6점
피에르 바야르 지음, 백선희 옮김/여름언덕

<이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에 읽고 상당히 놀랐던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의 저자 피에르 바야르의 또다른 추리비평서입니다. 이번에는 <바스커빌가의 개>를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전작과 비교해서 특이한 것은 이 작품에서 심리학적인 분석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셜록 홈즈가 아닌 코난 도일이라는 점입니다. 코난 도일이 자신의 창조물이기도 한 셜록 홈즈에 대한 부담감, 즉 '홈즈 컴플렉스'에 시달린 나머지 그를 '죽게' 만들었고, 그 이후 부활시키는 과정에 있어서도 부담감을 느꼈다거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작품 전체에서 단서를 끄집어 낸 뒤, 치밀하게 분석하여 나름대로 증명하는게 아주 그럴싸 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바스커빌가의 개>에서는 전체적으로 셜록 홈즈의 비중이 낮으며 여러 부분에서 추리적으로 무책임함과 오류를 드러내고 있다는걸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홈즈에 대한 부담감이 그를 '개'에 비유하게 만들었으며 결국 절대 악인 '바스커빌가의 개'와 '베이커스트리트의 개'는 유사한 발음으로 대칭점에 놓이게 된다는 색다른 주장은 아주 기발하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기대했던 소설 속 진범찾기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스태플턴이 진범이 아니라는 근거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을 뿐 아니라 앞서 이야기한 홈즈 컴플렉스와의 연관성을 충분히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독자가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에 '인'을 바른 이유에 대한 설명은 솔직히 부족했으며 (개의 안전을 위해서?) 결국 '이득'을 보는 인물은 베릴밖에 없다는 이유가 너무 큰 탓입니다.
게다가 베릴의 동기, 즉 스탤프턴에 대한 복수 및 바스커빌가의 유산을 노린다는 것도 헨리 바스커빌이 자신에게 반했다는게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헨리 바스커빌이 베릴에게 반한건 앞서의 찰스 바스커빌 사건과는 무관했습니다. 즉, 도저히 예상할 수 없었던 인과관계에 따른 것이지요. 또 저자는 찰스 바스커빌 사건은 거의 사고로 몰아가고 있는데 이 역시 설득력이 낮아요. 이럴바에야 차라리 진범이 베릴이 아니라 사실 공범이었고 나중에 베릴이 배신했다고 하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이렇듯 전체적으로 흥미로운 책이기는 하지만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와 비교하자면 여러모로 신선함이나 추리적인 부분에서의 재미가 떨어지는 편입니다. 심리학적인 분석도 코난 도일보다는 셜록 홈즈 쪽을 진행하는 것이 팬으로서는 더욱 반가왔을 터이고요.
그래서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셜록 홈즈 팬이시라면 권해드리고 싶지만 그렇지 않으시다면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로 정도로 만족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2010/11/06

선택의 심리학 - 배리 슈워츠 / 형선호 : 별점 2.5점

 

선택의 심리학 - 6점
배리 슈워츠 지음, 형선호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제목 그대로인 책입니다. 우리 주위에 넘치는 선택, 그러한 선택에 따라 좌우되는 심리 (주로 '후회'), 그리고 후회없는 선택을 위한 원칙까지 실려있는 그야말로 '선택의 심리학'에 대한 종합선물세트같은 책이거든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당연하다', '뻔하다' 싶은 내용까지 여러가지 실험 등을 통해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것은 조금 지나치고 지루해 보였으며 후회없는 선택을 위한 원칙은 결국 '안빈낙도(安貧樂道)' 라는 동양철학적인 사고방식과 별 차이가 없어서 약간 아쉽더군요.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마케팅 쪽에 접목시키면 참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은 이론과 내용이 많은 것은 좋았습니다. 선택의 가짓수가 많아질 수록 선택에 대한 후회가 커진다는 것 (대안이 많아질 수록 후회가 커진다) 라던가 자기 자신이 받는 비용보다는 남보다 얼마나 더 받는지가 중요하다던가 하는 것들은 충분히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녹여서 사용해봄직 할 거 같았으니까요. 물론 이 책에 따르면 결국 다 어떤 사람이 선택하냐에 따라 다르기에 최적화된 전략을 구축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 담고있는 결론 자체가 뻔하기에 아무리 이론이나 설명이 재미있고 유익하더라도 평이한 수준이 아니었나 싶네요.

2010/11/02

라블레의 아이들 - 요모타 이누히코 / 양경미 : 별점 4점

 

라블레의 아이들 - 8점
요모타 이누히코 지음, 양경미 옮김/빨간머리

저명인사와 예술가들이 즐겨먹은 음식을 재현해 먹어본 뒤 그 음식과 해당 인물에 대해 논하는 책입니다. 총 25편의 에세이가 실려있죠. 요리를 단순히 레시피에 기초한 요리로 보지 않고 그 요리를 즐겼던 인물들에 대한 것을 요리와 결부시켜 설명한다는 독특한 책입니다.

제목부터가 음식 이야기를 즐겨 등장시킨 16세기 프랑스 작가 라블레를 인용하며 수많은 예술가들의 식탐을 '그들이 선천적으로 품고있던 세상에 대한 탐욕스러운 호기심과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여 그들 모두가 라블레의 아이들이라고 부르는 것일 만큼 등장인물과 레시피, 요리들 모두가 동서고금의 다양한 문학과 예술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에 현학적인 재미가 넘쳐나며, 복잡하거나 어렵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유명인사의 레시피를 재현한 사진과 그 맛에 대한 설명, 그리고 그 음식과 유명인사에 대해 언급한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어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재미있었지만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네종류의 요리와 디저트로 구성된 미래파의 이탈리아 통합 디너 세트였습니다. 조명과 벽지 등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미래파적 시각과 함께 단지 시각적인 것에 머무르지 않고 미각까지 결합시켜 예술로까지 요리를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독특했거든요. 게다가 결국 파시즘적 이데올로기를 나타내는 정치적 의미까지 담고 있다니 참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그 외의 그로테스크했던 권터 그라스의 장어요리들, 잘 알려져있지만 실제로 어떤 것을 먹었는지 알 방법이 없었던 마리 앙투와네트의 과자들에 대한 이야기 등도 기억에 남네요. 요시모토 다카아키의 우스터 소스 요리같은 경우는 충분히 가정에서 당장 해 먹을 수 있는 레시피라 욕심도 나고 말이죠.

딱 한가지 아쉬운 점은 요시모토 다카아키의 우스터 소스 설명 부분의 사진이 잘못 편집되어 있는 것인데 전체적인 번역과 사진이 굉장히 좋아서 그런지 더 눈에 거슬리더군요. 그래도 별점은 4점. 뻔한 레시피 중심이나 맛집 순방에 불과한 요리 - 미식 관련 에세이와는 개념 자체가 다른 색다른 책으로 요리와 미식을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덧붙이자면, 제가 썼던 '장르문학과 함께 하는 음식 이야기' 라는 짤막한 컬럼이 부끄러워지더군요. 아무리 취미의 일환이라지만 좀 더 보강하고 제대로, 의미를 담아서 써야겠어요. (물론 제 컬럼은 재현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만...)

2010/11/01

가다라의 돼지 - 나카지마 라모 / 한희선 : 별점 3점

 

가다라의 돼지 - 6점
나카지마 라모 지음, 한희선 옮김/북스피어

아프리카 주술 전문가 오우베 교수는 과거 현장 탐사에서 딸 시오리를 사고로 잃은 뒤 아내 이쓰미와도 마음을 닫은 채 술에 의존하고 방송에 출연하는 것으로 소일하는 탤런트 교수이다. 그러나 우연히 한 방송의 아프리카 기획에 참여하게 되어 케냐를 오랫만에 방문하는데 그곳의 주술사 마을에서 죽은 줄 알았던 딸 시오리를 발견하고 구해내게 되나 시오리를 자신의 '키시투' (일종의 주술도구)라 여기는 최강의 주술사 바키리의 복수에 가득찬 도전을 받게 된다.

750여 페이지나 되는 분량과 그에 걸맞는 무게로 읽기 전부터 독자를 압도하는 나카지마 라모의 대장편입니다. 일본 추리작가협회 장편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하네요.

작품은 크게 3부분으로 나뉩니다. 대략적인 등장인물 소개와 더불어 오우베 교수가 사이비 종교에 빠진 아내 이쓰미를 구하기 위해 마술사 미스터 미라클, 제자 도만과 함께 그 종교의 '기적'을 폭로하는 1부, 오우베 교수 일가가 TV 프로그램을 위해 아프리카 케냐를 방문한 뒤 케냐 최고, 최악의 주술사 바키리로부터 실종된 줄 알았던 딸 시오리를 구해오는 2부,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오리를 찾으러 일본에 온 바키리와 오우베 일가가 한판 승부를 벌이는 3부로 구성되어 있죠. 이렇듯 단순히 내용만 보아도 알 수 있겠지만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추리소설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초능력과 아프리카의 주술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쌓아올려진 모험소설에 가깝거든요.

그렇지만 1부의 '초능력', 특히 사이비 종교 교주가 공중부양한다는 '기적'의 실체를 까발리는 마술사의 폭로 등은 <신비의 사기꾼들>을 연상케하는 트릭물을 보는 듯한 재미가 느껴지고 2부에서의 상세한 케냐의 묘사와 마지막 탈출장면의 긴박감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들며 진정한 최종 승부가 펼쳐지는 3부는 트릭과 긴박감이 잘 합쳐져서 끝까지 달려주는 재미가 확실하기에 방대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손에서 떼기가 힘들 정도로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작가의 전작인 <인체모형의 밤>과는 전혀 다른, 블랙 코미디같은 분위기도 볼거리였고요.
한마디로 엄청나게 디테일한 자료조사를 통해 구축된 초능력과 주술에 대한 설명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한데 재미까지 있으니 더할나위 없죠!

그러나 모두를 압도하고 조종하는 바키리의 주술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다른 것들에 비해 부족할 뿐 아니라 뒤로 가면 갈수록, 특히 마지막 오우베의 각성에 뒤이은 '초능력 대결'이라는 결말은 좀 어이가 없었어요. 오컬트, 초능력, 주술도 사실은 '존재한다'는 내용인지라 앞서 애써 구축했던 과학과 상식에 기반한 초능력과 주술이라는 테마와는 너무 동떨어진게 아닌가 싶었거든요. 여러 범행에 대한 설득력도 전무하고 말이죠.
물론 일본만의 독특한 오컬트 문화가 작품을 전체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탓이 크겠지만 이래서야 작가가 뭘 의도하고 썼는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제목을 가져온 '마태복음'의 가다라 돼지 일화처럼 실제 악령이라던가 주술이 존재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미스터 미라클의 말대로 모두가 트릭인 것인지...
또 마지막 방송국에서의 대결은 '서브리미널' 광고 효과와 집단최면을 너무 과장되게 묘사하여 설득력이 떨어지며 개인적으로는 비교적 마음에 들었던 초능력 소년 기요카와와 미스터 미라클의 이른 퇴장도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1부는 전체적인 테마와 등장인물의 소개와 더불은 작품의 도입부로서는 아주 괜찮은 중편이고 2부는 아프리카에 대한 상세한 묘사와 더불어 '주술'에 대한 설명까지 곁들여진 이색 모험 소설로 높이 평가할 만 한데 3부는 속도조절 없이 너무 달려버린 듯 싶습니다. 전형적인 B급 필이 한가득에다가 3부의 결말만 놓고 보면 이 방대한 작품이 '새로운 영능력 히어로 탄생'의 서두에 불과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드니까요. 막나가는 재미는 있지만 과장을 덜어내고 1부, 2부처럼 보다 진지하고 과학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저에게는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재미는 있었지만 모호한 방향성과 후반부의 모습 때문에 여러모로 추천하기는 약간 애매하네요. 1부는 별점 3점, 2부는 별점 3.5점, 3부는 별점 2점해서 전체 별점은 대충 3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