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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4

위험한 호기심 - 알렉스 보즈 / 김명주 : 별점 4점

 

위험한 호기심 - 8점
알렉스 보즈 지음, 김명주 옮김/한겨레출판

그동안 진행된 여러 심리 실험 중 흥미롭고 의미 있는 것들만을 짧게 요약하고 정리한 책입니다. 심리 실험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와 비슷하지만, 실험의 의미나 후일담까지 자세히 분석하기보다는 다양한 사례를 최대한 많이 소개하는 방식입니다. 또한, 진지한 실험뿐만 아니라 가십성 실험들도 포함되어 있으며, 되도록 짧고 재미있게 요약해 놓았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 충실한데, 이것이 단점은 아닙니다. 충분히 재미있었고, 예상보다 유익한 내용도 많아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만, 너무나 유명한 '스키너의 상자', 홀로코스트의 이유를 탐구한 '충격적인 복종 실험', 영화 "익스페리먼트"의 원형이 된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키티 제노비스 살인 사건에서 착안한 '구경만 하는 구경꾼' 등 이미 알고 있던 실험들이 많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재미있고 인상적인 실험'을 소개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므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죠.

내용의 깊이는 부족하지만, 흥미롭고 쉽게 읽을 수 있는 만큼 별점은 4점입니다. 이런 유형의 심리학 실험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책에 실린 실험 중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를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페스팅거의 실험"

지구 종말을 예언한 도로시 마틴과 그의 추종자 집단에 잠입하여, 예언이 실패로 끝난 뒤의 상황을 기록한 실험입니다.

사이비 종교를 통해 집단의 믿음을 탐구했으며, 결론적으로 믿음은 끈질기고, 오히려 오류를 먹고 더욱 강해진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한때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다미선교회의 '휴거 사건'이 떠오르더군요.

"지상 최후의 생존자는?"

핵전쟁 이후 바퀴벌레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SF적 주장을 실험을 통해 뒤집었습니다. 바퀴벌레에게 방사능을 쬐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바퀴벌레는 생각보다 오래 살아남지 못하며, 오히려 벌의 한 종류인 '기생봉'이 방사능에 가장 강하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와인 / 콜라 시음 맛 대결"

와인이든 콜라든, 사람이 '시각'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면 뇌는 혀로 느끼는 정보보다 시각 자료를 더 신뢰한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와인의 경우, 병을 먼저 보여주면 아무리 전문가라도 화이트 와인에 색소를 탄 것을 전형적인 레드 와인으로 착각했다고 합니다. 또한, 순수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는 펩시와 코카콜라의 맛을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맛'은 혀보다 광고나 시각적 요소에 의해 지배된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콜라 브랜드들이 광고에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는 이유가 이해되네요.

"모차르트 이펙트"

음악이 성인의 시공간 능력을 일시적으로 향상시킬 수는 있어도, 아이들의 지능이나 학습 성취도를 높인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합니다. 즉, 모차르트 음악을 이용한 아동 교육 사업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입니다.

"코끼리 기억 실험"

'코끼리는 절대 잊지 않는다'는 서양 속설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입니다. 특정 무늬를 선택하면 먹이를 주는 방식으로 학습을 시킨 후, 1년 뒤 같은 실험을 진행했더니 코끼리는 67%의 확률로 정답을 맞혔다고 합니다. 기억력이 상당히 뛰어난 동물임이 입증된 셈이죠.

"기억 전이"

뇌를 먹으면 기억이 옮겨진다는 가설을 검증하려 한 실험입니다. 성공적으로 끝나지는 않았지만, 잠깐이나마 화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실험을 보며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의 한 에피소드("오메가의 성찬")가 떠올랐습니다... 웩!

"수면 학습 효과"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수면 학습은 효과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개구리에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주는 메시지를 들려주었더니 개구리 점프 대회에서 늘 우승했다는 실험 결과도 있었다고 하네요. 저도 자기 전에 영어 회화 파일이라도 틀어봐야겠습니다.

"검은 가방 사나이"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복면의 사나이를 통해 인간 심리를 분석한 실험입니다.

개인이 익명의 존재가 되면 반사회적인 행동을 더 쉽게 하며, 주변 사람들 역시 익명의 존재에게 폭력을 행사하기 쉬워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익명의 존재를 받아들이게 되면 강한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 특성도 있다고 하네요.

이 실험을 보니 '슈퍼히어로'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느껴집니다.

"물에 빠진 주인을 구하라"

'명견 래시'에서 착안한 실험으로, 주인이 위험에 처한 상황을 연출하고 개의 반응을 살펴보았습니다. 결과는… 멍멍이는 주인의 생명을 구해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한 결과일까요?

"타인의 물건"

미국 CSI 등에서 흔히 등장하는, '성폭력 피해자의 몸에서 타인의 음모를 발견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검증한 실험입니다.

과학수사국 직원들이 자신의 배우자와 관계를 맺은 후, 음모를 수거하여 분석한 결과, 타인의 음모가 발견된 확률은 17.3%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달되는 경우보다 여성에서 남성으로 전달되는 경우가 두 배 더 많았다고 하네요. 다소 애매한 수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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