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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7

셜록 홈즈가 틀렸다 - 피에르 바야르 / 백선희 : 별점 3점

셜록 홈즈가 틀렸다 - 6점
피에르 바야르 지음, 백선희 옮김/여름언덕

이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에 읽고 상당히 놀랐던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의 저자 피에르 바야르의 또 다른 추리비평서입니다. 이번에는 "바스커빌가의 개"가 대상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심리학적인 분석의 대상으로 삼은 인물은 셜록 홈즈가 아니라 코난 도일입니다. 코난 도일이 자신의 창조물이기도 한 셜록 홈즈에 대한 부담감, 즉 '홈즈 컴플렉스'에 시달린 나머지 그를 '죽게' 만들었고, 이후 부활시키는 과정에서도 부담을 느꼈다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증명은 작품 속 단서들을 근거로 치밀하게 분석하여 이루어지는데, 그 과정이 매우 그럴듯하고 흥미로왔습니다.

예를 들어, "바스커빌가의 개"에서 홈즈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추리 과정에서 무책임함과 오류를 드러낸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또, 홈즈에 대한 부담감이 그를 '개'에 비유하게 만들었으며, 결국 '바스커빌가의 개'와 '베이커스트리트의 개'라는 이름이 발음상 유사성을 통해 대칭점에 놓이게 되었다는 주장은 매우 기발했고요.

그러나 기대했던 소설 속 진범 찾기 부분은 다소 아쉬웠습니다. 물론 스태플턴이 진범이 아니라는 근거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으며, 앞서 언급한 '홈즈 컴플렉스'와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부분도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개에 '인'을 바른 이유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고, 결국 '이득'을 보는 인물이 베릴밖에 없다는 이유도 너무 큽니다. 또한, 베릴의 동기인 '스태플턴에 대한 복수'와 '바스커빌가의 유산'을 노린다는 설정에는 헨리 바스커빌이 베릴에게 반했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헨리 바스커빌이 베릴에게 반한건 이전 찰스 바스커빌 사건과 무관합니다. 즉 이는 예상하기 어려운 인과관계로 보였습니다. 아울러 저자는 찰스 바스커빌 사건을 거의 사고로 몰아가고 있는데, 이 역시 설득력이 낮습니다. 차라리 진범이 베릴이 아니라 공범이었고, 나중에 베릴이 배신했다는게 더 설득력 있었을 겁니다.

전체적으로 흥미롭지만,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와 비교하자면 신선함이나 추리적인 부분에서의 재미가 다소 떨어집니다. 심리학적인 분석도 코난 도일보다는 셜록 홈즈 쪽을 진행하는 편이 팬들에게는 더욱 반가웠을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셜록 홈즈 팬이라면 읽어볼 만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로 만족하는게 나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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