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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8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 - 아토다 다카시 / 유은경 : 별점 2.5점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 - 6점
아토다 다카시 지음, 유은경 옮김/행복한책읽기

단편의 명수 아토다 다카시의 단편집. 책 소갯글을 보니 첫 단편집이라고 하네요. 좋아하는 작가인데 그간 놓치고 있다가 뒤늦게 읽게 되었습니다.
수록 작품은 모두 18편.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
취미를 가진 여자
가장파티
해초
기묘한 나무
행복통신
미지의 여행
나는 먹는 사람
밤의 진주조개
에너지 법칙
노래를 잊어버리지 않는 앵무새
진실은 강하다
내기에 미친 부인
마음의 여로
유령과 만나는 기술
홈 스위트 홈
최후의 배달인
공포의 연구


460페이지 분량의, 그렇게 두껍지 않은 책임에도 18편이나 실려있으니 작품들의 밀도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겠죠? 가장 짧은 작품은 4페이지에 불과할 정도로 단편 형식에 충실한 작품들입니다.

일단은 기대만큼 유머러스하면서도 서늘함을 안겨다주는 반전을 지닌 작품이 많아서 마음에 들더군요. 역시나 "단편의 명수"이자"기묘한 맛"의 대표작가다웠습니다.
또다른 특징으로는 70년대 작품답게 확실히 옛스럽다는 것으로 예를 들어 <마음의 여로>는 <유니버셜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에 실린 단편 <Ω의 성찬>과 동일한 소재이나 <Ω의 성찬>의 적나라한 묘사와 자극적인 느낌은 전무하고 여백 가득한 묘사로 그려집니다. 때문에 시종일관 전개와 반전에서 상상력을 동원할 필요가 있는데 저 개인적으로는 직접적인 돌직구 스타일 현대물보다 이러한 고전적인 분위기가 훨씬 좋았습니다.

그러나 이 작가의 단편집 모두가 그렇듯 수록작품들의 편차가 존재한다는 것은 단점입니다. 모든 작품이 아주 뛰어나지는 않아요.
또 지금 읽기에는 조금 낡은 반전도 제법 눈에 많이 뜨이더군요. 예를 들어 <기묘한 나무>의 핵심 반전인 성형수술, <나는 먹는 사람>과 <마음의 여로>의 식인행위, <에너지 법칙>에서 주인공이 쥐의 먹이가 될 것이라는 결말 등은 솔직히 뻔했습니다. 아울러 <나폴레옹 광>이나 <방문자>같은 작가의 대표작이 실려있지 않다는 점에서도 감점요인이고요.

그래도 지금 읽어도 여전한 힘을 지니는 작품도 많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작품을 들자면 <가장파티>, <행복통신>, <유령과 만나는 기술>을 들고 싶네요.
<가장파티>는 아내의 사망 후 내리막길을 걷는 샐러리맨이 아내와 꼭 닮은 술집 여자를 만나 회사 가장파티에 데려간다는 내용인데 마지막 딱 몇줄로 정리되어 폭로되는, 사실 아내는 사장의 정부였다는 냉혹한 현실이 아주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시마과장>의 곤도가 생각나는 편이었어요.
<행복통신>은 구조조정을 앞둔 주인공에게 기이한 투자관련 전화가 온다는 이야기인데 전화를 건 이유를 수학적으로 설득력있게 전달하는 솜씨가 좋았어요.
<유령과 만나는 기술>은 기원전 15세기의 크레타를 무대로 뫼비우스의 띠를 이용하여 죽은 자와 통신한다는 내용을 진짜처럼 천연덕스럽게 묘사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네요. 작가의 폭이 상당히 넓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어요. 하긴... 역사 소설도 많이 쓰긴 했죠.
그 외에도 "기묘한 맛"의 원조격인 스텐리 엘린, 로열드 달 스타일 가득한 <해초>라던가 <노래를 잊어버리지 않는 앵무새>도 서늘한 맛만큼은 충분했습니다.

덧붙이자면 기이할 정도로 먹는 것에 집중한 작품이 많다는 것도 독특한 점이었습니다. 먹는 것 자체가 주제인 <나는 먹는 사람>이 대표적인데 식인행위를 다루고 있음에도 너무나 맛깔스럽게 묘사해서 입에 군침이 돌 정도였어요. <나폴레옹 광>도 오징어포에 대한 묘사가 남다른데 작가가 음식을 정말 좋아한다 싶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기묘한 맛" 팬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013/05/24

살의의 쐐기 - 에드 멕베인 / 박진세 : 별점 3.5점

 

살의의 쐐기 - 8점
에드 맥베인 지음, 박진세 옮김/피니스아프리카에

87분서 형사실에 갑자기 찾아온 여자 버지니아. 그녀는 한병의 니트로글리세린과 권총으로 형사실의 형사들을 제압한다. 그녀의 목적은 스티브 카렐라 형사의 죽음. 이유는 카렐라 형사가 남편을 체포하여 형무소로 보낸 탓에 남편이 죽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에드 멕베인의 87분서 시리즈로 대표작 중 한편이죠. 그간 유명세는 많이 들어왔으나 국내에 소개되지 않아서 아쉬웠었는데 드디어 번역 출간되었네요.

읽고나니 역시나 명불허전! 스티브 카렐라에게 복수하기 위해 총과 니트로글리세린으로 무장하고 87분서 형사실로 쳐들어 온 연약한 여자 한명에게 동료 형사들이 꼼짝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는 설정부터 흥미진진합니다. 터프가이 형사들 모두를 여자 한명이 제압한다는 이색적인 상황이 눈길을 사로잡거든요.
게다가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형사들 한명한명의 심리와 작전 묘사도 대단합니다. 흡사 모두가 주인공인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죠. 업무를 가장하여 도움을 요청하는 쪽지를 작성한 뒤 밖으로 날려 보내는 마이어 마이어, 일부러 방의 온도를 올린 뒤 범인인 버지니아가 코트를 벗기를 유도하여 잠깐 불을 끄고 코트 주머니 속 권총을 확보하려는 코튼 호스, 전화와 방문자들에게 나름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번스 반장 등 각자의 노력이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 속에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버지니아가 스티브 카렐라가 복귀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는 카렐라의 활약도 볼거리에요. 자살로 보이지만 실은 밀실살인인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인데 트릭이 상당히 그럴듯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대중적인 펄프픽션 작가로 알고 있던 에드 멕베인의 필력이 제대로 폭발하는 (물론 좋은 번역 탓도 크겠지만) 문장들도 감동이었어요. 도시를 여자로 비유하는 장면은 코넬 울리치를 연상케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단점도 있습니다. 작중에서도 잠깐 묘사되지만 버지니아 도지가 스티브 카렐라의 등 뒤에 총알을 꽂아넣지 않고 일부러 87분서로 쳐들어온 이유가 명쾌하게 설명되지는 않는게 가장 큰 단점으로 보이네요. 니트로글리세린의 취급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면서도 그걸 들고 직접 이동하여 경찰서로 찾아온다는 것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었고요. 또 번스 반장을 비롯한 형사들이 모두 버지니아가 카렐라를 죽이면 모든 사건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 이유 역시도 납득하기 힘들었어요. 누가봐도 폭탄을 터트려 다 죽이고 끝낼 상황이잖아요.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그리고 싸구려 헐리우드 영화느낌이 철철나는, 과연 에드 멕베인이구나 싶었던 작위적인 부분도 단점이라 생각됩니다. 푸에트리코 미녀 안젤리카의 등장과 역할, 카렐라의 부인 테디가 등장하고 그녀로 인해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대표적입니다.

허나 단점은 모두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큰 재미와 줄거리를 해칠 정도는 아닙니다. 서스펜스를 제대로 느끼게 해 주는 전개가 워낙에 빼어나서 읽는 동안에는 흠이라 생각되지도 않았고요. 이제서야 소개된게 의아할 정도로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한마디로 제목과 명성만큼 멋진 작품으로 별점은 3.5점입니다. 아직 읽지 않으신 추리 애호가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덧붙이자면 신생 출판사 피니스 아프리카에의 발행인이자 편집장이 직접 번역한 책인 듯 한데 앞으로도 건승하세요!

2013/05/21

붉은 낙엽 - 토머스 H.쿡 / 장은재 : 별점 2.5점

 

붉은 낙엽 - 6점
토머스 H. 쿡 지음, 장은재 옮김/고려원북스

한때 부유했지만 몰락한 전제군주 아버지, 교통사고로 사망한 어머니, 알콜중독자 형, 암으로 단명한 여동생으로 구성된 가족 사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아 사진관을 운영하며 가족을 일군 에릭에게 어느날 닥친 뉴스. 그것은 전날 아들 키이스가 베이비시터로 돌본 아이 에이미가 실종되었다는 뉴스였다.

토마스 H. 쿡의 장편 스릴러. 작가의 대표작 중 한편입니다.

제가 접했던 작가의 전작 <심문><밤의 기억들>과 비교해본다면 심리묘사 중심의 스릴러라는 점은 유사하지만 이 작품만의 차별화되는 요소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가장 큰 차이점이자 장점은 그야말로 '일상계 스릴러'라고 명명해도 될 정도로 현실적인 요소가 강하다는 점이겠죠.유괴사건이라는 강력 사건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에릭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모두 그와 가족들이 관련된 소소한 일들 뿐이라는게 무지하게 현실적이었거든요.
작가의 묘사력 역시도 여전해서 자긍심없는 청소년인 키이스와 그러한 아들을 어쩌지 못하는 아버지 에릭의 모습은 디테일이 정말 죽음입니다. 저도 한 아이의 아빠로서 공감가는 점도 굉장히 많았고 말이죠. 또 극한의 상황에서 심리묘사는 정말 제대로 표현되어 있어요. 탈출구 없이 꽉 막힌, 작중에서 표현되듯 '불길 가득한 방 안에서 덫에 치인 느낌'이 정말 손에 잡힐 듯 생생합니다. 좀 쉽게 비유하자면 <도막묵시록 카이지>의 카이지의 심리를 소설로 쓰면 이렇게 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더군요. 일단 설정이 너무 뻔해요. 범인인지 아닌지 모르는 상태에서 절친한 가족에게 닥친 의심을 벗기려고 노력한다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흔한 이야기죠. 소설보다 더 극적인 이야기가 현실 속에 널려있기도 하고요. 촌구석이지만 단란했던 가족, 커뮤니티가 하나의 사건으로 붕괴하는 과정의 치밀한 묘사 역시 <심플 플랜> 쪽이 더 나아보였습니다.

게다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너무 많아요. 전제군주였던 에릭의 아버지가 사업 실패 전에 고려했던 계획이 과연 무엇이었으며 왜 그 계획을 중지했는지도 설명되지 않고, 어머니 사고의 진상 및 그녀가 보험을 가입한 이유 역시 아버지의 개인적 견해일 뿐이며, 에릭의 아내 메러디스가 불륜을 정말 저질렀는지, 아니면 형 워렌이 정말 소아성애자였고 제니에게 몹쓸 짓을 했는지는 이야기만 벌려 놓았을 뿐 뭐 하나 속시원하게 밝히는게 하나도 없습니다. 물론 이렇게 대충대충 넘어가는게 현실적이라는 것에는 동의하는 바이지만...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짜증이 나는 부분이었어요.
게다가 마지막이 정말 너무 아니더군요. 유괴사건이 밝혀지는게 키이스가 아버지 에릭과의 깨졌던 신뢰 관계를 어렵게 회복한 직후 피자 식당에서 우연찮게 발견한 담배꽁초를 통한다는 지나친 작위성부터 문제지만 피해자 집에 마지막에 피자를 배달한 배달부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경찰의 실수에 불과하다는 결말이라서 잘 짜여진 스릴러로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유괴 피해 아동의 아버지 빈스가 저지르는 키이스 저격과 자살 역시도 작위적이라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고요. 딸이 어디갔는지 행방도 모르는데 다짜고짜 총질부터 한다는 것도 솔직히 이해는 안됐어요. 상식적이라면 키이스를 납치해서 진상을 알아낼 때 까지 고문하는게 답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말이죠.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400페이지 가까운 분량을 한번에 읽게 만드는 흡입력은 역시나 대단하지만 그만한 알맹이와 가치가 있냐 하면 속시원히 그렇다라고 답하기 어려운 작품이었어요. 비슷한 설정과 분위기라도 더 치밀하고 더 극적인 <심플 플랜> 쪽을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2013/05/17

손 안의 작은 새 - 가노 도모코 / 권영주 : 별점 2점

 

손 안의 작은 새 - 6점
가노 도모코 지음, 권영주 옮김/노블마인

<앨리스 시리즈>와 <유리기린>으로 접했던 일본의 일상계 추리작가 가노 도모코의 최신작. 평범한 회사원 게이스케와 사에의 알콩달콩한 연애담과 함께 그들 주변에서 벌어지거나 벌어졌던 소소한 사건들이 소개되는 전형적인 일상계 작품입니다.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단편집임에도 불구하고 각 단편들이 명확하게 종결되는 구조를 지니지 않고 다음 작품과 연결되는 연작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1인칭 시점이 두명의 주인공을 오간다는 점입니다.

일단 전에 읽었던 <유리기린> 처럼 심각한 설정 없이 진짜 일상계스러운 내용으로 작품이 전개되는 것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아주 좋은 추리물로 보기에는 문제가 많더군요.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설득력없는 동기가 난무해서 완성도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없거든요.
예를 들어 가장 첫 단편인 <손 안의 작은 새>에서 요코가 자신의 그림이 서서히 망가지도록 금기시된 유화 조합으로 그림을 그렸다는 핵심 트릭부터가 이해할 수 없어요. 차라리 그림을 그리지 말던가, 아니면 명확하게 나이프로 그림을 찢어버리던가...
<자전거 도둑> 역시 마찬가지죠. 대부호의 손자가 자전거 백미러를 훔친다? 그거 돈주고 사려면 얼마나 했을까요?
<불가능한 이야기>에서 화분의 위치와 빌딩의 반사를 이용하여 원래 찾아갔던 집을 숨긴다는 트릭 역시 잠깐의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지만 실제로 가능했으리라 생각되지 않고요.
마지막으로 결혼반지를 가장하기 위해 150만엔이나 되는 반지를 훔친다는 <에그 스탠드> 역시 어이가 없었습니다. 살짝 속이려고 감수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잖아요.

물론 아주 건질게 없는건 아니에요. 초반부에서 '호무라 사에'라는 이름을 추리해내는 과정이라던가 사에를 기다리던 게이스케가 자신의 우산을 바꿔치기해간 여고생에 대해 이유를 추리하는 부분 같은건 아주 괜찮았어요.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비상한 추리력을 가진 게이스케라는 캐릭터도 별다른건 없지만 호감가게 묘사되어 좋았고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순정만화 스타일의 일상계로 추리소설을 처음 접하는 여성분들에게 권해드리고 싶은 작품이네요. 물론 저같은 완전 본격물 애호가에게는 딱히 좋다고 생각되지는 않았습니다만...

덧붙이자면 작중의 중요 장소인 바 "에그 스탠드"에서 주문하는 칵테일들이 인상적으로 묘사되어 한번쯤 맛보고 싶어지네요. 벚꽃 가득한 가게 분위기에서 연상해서 사에가 주문하는 "체리 블로섬", 게이스케의 "모스크뮬", 수수께끼의 친근한 노신사가 선물한 샴페인 + 신선한 오렌지 주스 조합의 "미모사", 마지막 이야기에서 사에와 다투고 혼자 방문한 게이스케가 추운 밤에 시키는 에그노그, 에그노그에 쓴 노른자를 뺀 흰자로 바텐더 이즈미가 만드는 "밀리언달러" (오리지널 레시피라며 진 베이스에 흰자를 1/3만 넣는다고 합니다)...

2013/05/14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 이와사키 나쓰미 / 권일영 : 별점 2.5점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 6점
이와사키 나쓰미 지음, 권일영 옮김/동아일보사

미나미는 소꼽친구 유키의 입원으로 도립고교 야구부 매니저를 대신 맡게 된다. 그리고 야구부를 갑자원에 진출시킬 결심을 하지만 방법을 알지 못해 고민하다가 "매니저"라는 직함에서 착안하여 "매니저", "매니지먼트" 관련 책을 서점에 문의하고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구입해 읽은 뒤 야구부에 <매니지먼트>에 실린 이론들을 도입하여 혁신을 추구하는데...

얼마전의 대히트작. 아이들 대상 소설로 보여 별 기대하지 않았는데 우연찮게 읽고나니 꽤 재미있더군요. 약체 도립 고교야구팀을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에 대입해서 갑자원으로 이끄는 과정이 나름 설득력있게 그려지고 있거든요. 예를 들자면 고교야구부의 정의를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 이라고 내린다던가, 엉망인 야구부원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일한 보람을 느끼게 하려면 일 자체에 책임감을 갖도록 해야한다. 그렇게 하려면 1. 생산적인 일 2. 피드백 정보 3. 지속적인 학습이 필수적이다."라는 원칙으로 훈련 방법을 정하고 야구부원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식으로 전개되는 식입니다.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라는 책이 과연 이 작품에 나오는 것처럼 어떤 조직에도 써먹을 수 있는 전지전능한 바이블인지는 솔직히 의문이나 개인적으로도 납득할만한 부분이 제법 있기도 했고요.

그러나 문제도 명확합니다. 일단 <매니지먼트> 소개에 주력한 탓에 소설로서의 가치는 그닥 크지 않다는 문제가 큽니다. 병으로 쓰러진 친구를 대신하여 야구부 매니저를 맡은 야구를 싫어하는 주인공이 갑자원 진출을 위해 친구와 함께 노력하나 결국 친구는 생명을 다하고... 야구부는 갑자원에 진출한다는 시대착오적인 줄거리는 청바지 통기타 시대에 멸종한 것 아니었나요? 차라리 <구로깡> 처럼 "이기려면 나에게 돈을 내라!"라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는게 더 현대적이었을텐데 말이죠.
게다가 이야기의 또다른 핵심인 야구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라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버려야 할 것을 버려야 한다는 피터 드러커의 이론에 따라 이노베이션을 해야 한다면서 기존 고교야구를 낡은 것으로 치부한 뒤 보내기 번트와 볼을 치게 만드는 투구기술을 버리고 전진 수비로 수비를 강화한다 어쩌구 하는 작전이 핵심인데... 선구안은 훈련에 의해 키워지는 것이 아니죠. 전진수비도 내야에 구멍이 많이 생겨서 위기상황에서만 쓰는 것이고요. 초구를 헛스윙해서 투수의 방심을 이끌어 내고 다음 공을 노려친다는 클라이막스 역시 어이가 없었습니다. 솔직히 야구를 잘 모르는 작가가 야구를 너무 우습게 본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래도 경영이론서를 청춘 야구 소설에 도입해서 재미나게 풀어낸 아이디어만큼은 높이 사고 싶습니다. 전혀 다른 책 두권을 동시에 읽은 것 같은 뿌듯함을 느끼게 해 준 것도 좋았고요. 책 자체의 재미는 별로 없을지라도 원전인 피터 드러커의 책보다야 7만배는 재미있겠죠. 별점은 2.5점입니다. 단, 야구보다는 매니지먼트에 관심있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2013/05/12

음식 잡학 사전 - 윤덕노 : 별점 2.5점

 

음식 잡학 사전 - 6점
윤덕노 지음/북로드

<붕어빵에도 족보가 있다>로 접했었던 윤덕노씨의 저서. 2007년에 발표된 초기작이네요. 제목 그대로 여러가지 음식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전해주는 잡학 서적으로 크게 여섯개의 주제로 구분되어 70개의 음식을 소개하고 있는데 익히 알고 있던 내용도 있지만 새로운 내용도 아주 많아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또 국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 일상계 만화인 <오무라이스 잼잼>의 조경구 씨가 이 책을 참조한 듯한 항목을 몇개 발견해서 더 반갑더군요. <포테이토 칩>, <마파두부>, <전가복> 관련 이야기가 그러했는데 이 책에 실린 또다른 이야기가 만화로 그려질지도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내용이나 자료적으로 가치가 있던 내용을 몇개 적어 보자면,

<북경오리구이>
북경에는 전통 북경오리 전문점이 "편의방", "전취덕" 두군데가 있음. 방식도 다른데 전취덕 방식은 오리를 직접 장작으로 굽는 직화구이, 편의방은 오리를 화덕에 넣어 굽는 방식임.

<중국의 6대국수>
쓰촨 딴딴면 / 산시 도삭면 / 광둥 이부면 / 무한 열간면 / 란저우 쇠고기라면

<짬뽕>
나가사키 짬뽕의 원조 천핑순이 가게에 찾아온 화교들에게 인사 대신으로 "밥 먹었어?"라는 뜻의 "츠판?"을 자기 고향인 푸젠성 사투리로 "샤뽕?"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일본인들이 국수의 이름으로 오해해서 "챤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 (캥거루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해장국>
원래 해장국이 아니라 숙취 정자를 써서 해정국임.

<샥스핀>
중국의 요리 명문가는 담종준 집안과 공자 집안이 있음. 각각 샥스핀 요리의 명품인 담씨 집안의 황민어시, 공씨 집안의 통천어시가 있음.

<떡국>
꿩대신 닭이라는 속담의 유래. 동국세시기의 떡국 레시피에 흰 떡과 쇠고기, 꿩고기가 쓰이나 꿩을 구하기 힘들면 대신 닭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적혀있는 것 때문임.
* 그러나 이 부분은 이전에 다른 자료에서 12세기 주례周禮 라는 책에 등장한 다른 이유. 즉 ‘폐백幣帛’ 선물이 신분에 따라 피백, 염소, 기러기, 꿩, 따오기, 닭의 순서대로 폐백 서열이 정해진 것 때문이라는 것이라고 하는데 뭐가 맞는건지는 잘 모르겠군요.

이러한 내용들이 가득한데 이미 다른 매체나 서적을 통해 읽었던 내용들이 제법 많다는 점, 그리고 각 음식별 도판이나 사진이 없는 점은 아쉬우나 음식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꽤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의 판형도 조그마한게 마음에 들고 한편한편이 짧아서 휴대해서 읽기도 수월하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013/05/09

미국 총 미스터리 - 엘러리 퀸 / 김예진 : 별점 2점

 

미국 총 미스터리 - 4점
엘러리 퀸 지음, 김예진 옮김/검은숲

<하기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2만명이 넘는 관객이 모인 와일드 빌의 로데오 쇼에서 옛 헐리우드 스타 벅 혼이 총에 맞아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마침 현장에 있던 퀸 경감이 직접 지휘하여 철저한 수색을 벌였지만 흉기인 25구경 권총은 발견하지 못하고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그리고 한달 뒤 다시 벌어진 로데오 쇼에서 간판스타 외팔이 우디가 벅 혼과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흉기로 살해되는데...


재발간되고 있는 엘러리 퀸 시리즈의 한권. 시리즈 출간소식은 이전에 접했었으나 이미 읽었던 작품을 다시 읽는 것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이 작품은 국내 초역된 것이라 별다른 고민없이 바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부터 소개하자면 미스터리 황금기 시대의 국명 시리즈답다는 점이죠. 즉 현대물에서는 이제 거의 찾아보기 힘든 정통 본격 추리물이라는 것입니다. 도저히 현실에서 벌어질 수 없을 것 같은 불가능 범죄, 연이어 등장하는 수상한 등장인물들, 공정하게 제공되는 단서들과 마지막 독자에의 도전까지 충실한 정통 본격 추리물의 교과서같은 작품으로 즐길거리가 아주 많았습니다.

그러나 문제도 많습니다. 첫번째 문제점은 사건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들이 우연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이죠. 예를 들자면 핵심 트릭인 바꿔치기 트릭 (벅혼 바꿔치기)는 순전히 와일드 빌과 키트 혼같은 지인들이 모두 현실을 외면(?) 했기 때문에 미궁에 빠졌을 뿐입니다. 과연 아무런 사전 교감없이 이렇게 딱 맞아떨어질 수 있었을까요?
두번째 문제점은 벤지 밀러의 존재입니다. 첫 만남에서 오랜 친구라는 와일드 빌이 그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우며 그가 수상하다는 것, 그가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독자가 쉽게 알아챌 수 있도록 전개되기 때문에 본격물치고는 좀 시시한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세번째 문제는 핵심 트릭 중 하나인 권총을 숨기는 방법이 너무나 쉽게 파악되고, 파악되는 근거도 우연에 기인한 뉴스 촬영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네번째 문제는 엘러리 퀸이 중반 전에 벅 혼 사건 일부의 진상을 눈치챘음에도 벤지 밀러를 방치한 점입니다. 이건 그야말로 과실치사로 구속감이 아닐까 싶네요.
다섯번째 문제는 정통 추리물치고는 범인의 동기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점입니니다. 그야말로 퍼즐 풀이에만 주력한 느낌이에요. 너무 범인 쪽 드라마가 없다보니 장대한 추리퀴즈를 본게 아닌가 싶은 착각이 일어날 정도였거든요.
문제점을 정리하다보면 결론적으로 용의자도 명확하고 트릭도 쉬운데 사건이 미궁에 빠졌다는 내용에 불과해서 좀 허무하기도 하네요. 벤지 밀러만 잡아다 족쳐도 빨리 끝났을텐데, 경찰의 무능도 정도껏 해야죠....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고전 추리물 애호가로서 이 책이 소개된 것 자체는 굉장히 반갑고 환영할만한 일이며 책도 아주 예쁘게,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잘 나왔지만 단점이 많아서 완성도는 솔직히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국명 시리즈보다는 라이츠빌 시리즈가 아무래도 더 제 취향인 것 같습니다.

2013/05/08

CMB 박물관 사건목록 20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CMB 박물관 사건목록 20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어느덧 20권! 드디어 앞자리 숫자가 바뀌었네요. 이번 권에는 총 4편의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작품별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12월 27일>
늦은 학교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벌어진 화석 도난 사건을 다룬 일상계 작품입니다. 그러나 무식한 체육계의 소소한 사랑 고백이 동기이며 사건성이 별로 없어서 일상계라는 말조차 붙이기 힘든, 너무나 평범하고 단순한 이야기라 추리물로서의 가치는 거의 없었습니다. 신라와 친구들의 고교생활 이야기가 소개되었다는 점 정도만 괜찮았어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전락>
온천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룬 정통 본격물.
그러나 추리적으로 좋은 점수를 주기는 좀 힘들었어요. 영사기를 이용한 알리바이 트릭이 등장하는데 그닥 설득력있지도 않았을 뿐더러 우연에 기인한 점 (직원들이 온천을 쳐다보았을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 등) 도 많기 때문입니다. 범인을 옭아매는 과정에서 그가 쓰레기장에 증거품을 버리게 된다는 작위적인 전개도 눈에 거슬렸고요. 이럴거면 수색영장을 발부받을 것이지...
그러나 이 단편의 가장 큰 가치는 마지막 한마디에 있습니다. 바로 "살인에도 돈을 들여야 했다."! 정말이지 꼭 유념할 한마디입니다. 암요, 완전범죄를 구상했다면 돈 좀 썼어야죠. 이 마지막 한마디 덕분에 별점은 2.5점입니다.

<모쿠헨>
에도시대의 천재 불상 조각가의 미완성 재료에 얽힌 이야기를 타입 슬립 형태로 파헤치는 판타지성 짙은 작품. "왜 천재 불상가가 제공한 최고의 재료를 가지고 불상을 조각한 천재들이 한 작품 이후에 조각을 그만 두었는지?"라는 예술계에 있었음직한 명제도 그럴듯하고 진상 역시도 나름 괜찮았습니다. 실제로 그랬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러나 역시나 사건성이 짙다고 할 수 없는 그냥저냥한 소품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코뿔소 그림>
신라의 세명의 아버지 중 한명이 나오는 단편. 제목이기도 한 뒤러의 판화 <코뿔소 그림> 도난 사건의 진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누에의 실을 이용한 트릭은 꽤 그럴듯 하기는 한데 이 실을 이용해야 할 별다른 이유는 없고 (흔해빠진 낚시줄로도 충분했겠죠) 동기가 있을만한 유력한 인물이 한명 존재한다는 점은 단점으로 보입니다. 결국 경찰 수사로 밝혀졌으리라 생각되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결론내리자면 평균 별점은 2점. 아주 나쁘지는 않은 수준이긴 합니다만 기대에는 많이 못 미치네요. 다음 권에서는 조금 좋은 쪽으로 발전되었으면 합니다. 추리적인 부분에서 약간만 더 신경써주면 훨씬 좋아질 것 같기는 한데...

2013/05/06

삼국지 사이언스 - 김태호, 이정모 : 별점 2점

 

삼국지 사이언스 - 4점
김태호.이정모 지음/휘슬러

삼국지에 나오는 여러 일화들을 골라 수학적, 과학적으로 설명해 주는 책. 이전에 읽었던 <007 제임스 본드의 과학><셜록 홈즈의 과학>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죠. 전부 12개의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1. 황천당립 - 암탉이 수탉으로 바뀌다. - 성의 탄생과 트랜스젠더
2. 도원결의 - 무쇠로 청룡언월도를 만들다. - 우주에서 탄생한 철의 회전관성
3. 비육지탄 - 동탁군이 강한 까닭은. - 등자에 감추어진 무게중심의 비밀
4. 군웅할거 - 정보가 권력이다. - 암호 속의 진실, 미모 속의 맹독
5. 삼고초려 - 칠성단을 쌓고 바람을 부르다. - 적벽대전은 중력과 부력의 전투
6. 삼국정립 - 봉추, 낙봉파에 지다. - 추락하는 것은 별이 아니다.
7. 생사여일 - 이승의 영웅에서 저승의 무신으로. - 아세틸콜린을 차단하며
8. 혼비백산 - 육손은 팔진도에 빠지고. - 배흘림 기둥과 푸조 착시현상
9. 칠종칠금 - 노수 강가의 만두잔치. - 염소 젖꼭지에서 술술 나오는 거미줄
10. 읍참마속 - 출사표를 던진 제갈량. - 육정육갑과 제논의 역설
11. 목우유마 - 이제는 북벌이다. - 마찰력 제로에 도전한다
12. 상전벽해 -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이기다. - 장수 유전자는 북두칠성 아래에

목차만 봐도 재미있을 것 같죠? 이 중에서도 개인적으로는 82근의 청룡언월도를 젓가락처럼 돌렸다는 관우의 힘을 각속도와 회전관성을 이용하고 "한척" 기준까지 동원하여 계산한 뒤 언월도의 중심을 잡고 돌릴 경우 3.6마력 정도의 힘일 것이라고 결론 내리는 부분, 제갈량의 남만 정벌에 등장한 4개의 독샘 (아천 / 멸천 / 흑천 / 유천) 에 대해 독샘에서 비롯된 괴질들이 어떤 병인지를 유추해서 알려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진법에 대한 해석, 육정육갑에 제논의 역설 및 신기루 현상을 대입하여 설명하는 부분도 꽤나 그럴듯했고 말이죠.

그러나 8편부터 5개의 이야기는 모두 제갈공명 에피소드만 다루고 있다던가 삼국지 내에서는 그닥 비중이 없는 에피소드가 많이 실려있다던가 하는 식으로 에피소드별로 편차가 크다는 점은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원래의 삼국지 내용과 별 관련없는 내용들이 실려있는건 좀 너무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자면 "정보가 권력이다" 항목에 실린 암호 관련 내용은 실제 삼국지에서는 암호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 제목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 되어 버렸거든요. 그나마의 설명 역시도 지극히 초보적인 것들만 실려있어서 실망스러웠고 말이죠.
그 외에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듯한 내용과 문체 역시도 영 취향은 아니었고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책의 내용이나 수준 모두 이전에 읽었던 유사 도서들에 비하면 실망스러웠습니다. 고교생 이하 학생들에게 적합한 책이라 생각되네요.

2013/05/04

유리고코로 - 누마타 마호카루 / 민경욱 : 별점 2점

 

유리고코로 - 4점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민경욱 옮김/서울문화사

행복의 절정에 있었던 료스케에게 애인 지에의 실종, 아버지의 말기 췌장암, 어머니의 교통사고로 인한 죽음이라는 불행이 연이어 닥친다. 실의에 빠진 료스케는 우연히 아버지의 방에서 발견한 비밀스러운 수기를 읽게되고 더 큰 충격을 받는다. 그 글은 연쇄살인범인 여주인공의 고백을 담은 것으로 자신의 출생, 가족과 연관이 있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에게 닥친 불운한 현실과 료스케의 어머니 것으로 추정되는 충격적이고 비밀스러운 고백이 서로 교차되며 전개되다가 하나의 결말로 합쳐지는 일종의 액자소설같은 작품. ‘2012 오오야부 하루히코’ 대상, ‘2012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5위, ‘2012 일본 서점 대상’ 6위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책이기도 하죠. 평단의 평도 좋고요.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닥이었습니다. 이유는 책 소개에서 극찬하고 있는 심리묘사가 별로인 탓이 큽니다. 수기 속 주인공이 살인을 저지를 수 밖에 없는 심리가 영 와닿지 않거든요. 말랑말랑한 순정만화 감수성 넘쳐나는 묘사만 가득하지 정작 깊이있는 캐릭터 설정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마지막 료스케 살인미수(?) 후 가족을 떠나서 갑자기 개과천선하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고요.
쉽게 말하자면 만화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웃집 누나같은 평범한 소녀 연쇄살인마에 불과했어요. 이 캐릭터가 작품의 핵심인데 이렇게 밍숭맹숭 애매하게 묘사한 것은 정말이지 이해하기 어렵네요. <미래일기>의 가사이 유노 정도의 설득력은 보여줬어야 할텐데 말이죠. 캐릭터 묘사보다 료스케의 사업인 애견들을 뛰놀게 만드는 공원카페 설명이 더 그럴 듯 할 정도이니 더 할 말이 없습니다....

그 외에도 전개방식 자체도 다른 작품들에서 많이 접해보았던 것이라 딱히 신선한 것은 아니었어요. 료스케가 읽는 수기의 주인공에 대한 정체가 좁혀지는 과정에서의 진상도 너무 뻔했고 마지막 반전(?) 역시도 예상 범위안에 있어서 딱히 대단하다 생각되지 않았고요.
또 수기를 발견하여 읽게되는 발단부의 작위성, 막장드라마같은 지에에 대한 묘사 등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물론 이런 작품을 이런 스타일로 쓸 수도 있구나.. 하는 신선함과 더불어 수기에서 "유리고코로"라는 말로 자신의 알 수 없는 감정(살의)을 묘사하는 것, 그리고 료스케의 동생 요헤이의 이론적인 추리라던가 지에의 남편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 정도는 괜찮았으나 분량에 비하면 그닥 건진게 많아보이지는 않네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 전체적으로 너무 뻔한 작품이었습니다. 구태여 구해 읽을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2013/05/03

대한제국아 망해라 - 윤효정 지음 / 박광희 엮음 : 별점 2.5점

 

대한제국아 망해라 - 6점
윤효정 지음, 박광희 엮음/다산초당(다산북스)

19세기말 ~ 20세기 초 조선의 현실에 대해 당대 문신이었던 윤효정이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한 것을 쓴 <풍운한말비사>를 편역한 책. 잠깐 찾아보니 고영근을 시켜 우범선을 살해하게 만든 인물이더군요. 이전에 읽었던 <자객 고영근의 명성황후 복수기>에 나오는 이야기죠.

장점부터 이야기하면 한마디로 디테일! "한말"이라고 불리우는 시대에 대한 세밀한 설명이 정말 압권입니다. 여러 인물들과 주요 사건들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물론 세간의 소문, 가쉽까지 집대성하고 있거든요.
몇가지 예를 들자면 착취방법 '마다리' (돈을 뜯어낼만한 부자에게 어떤 직책에 임명되었다고 전하며 막대한 금액을 요구하여 부자가 돈이 없어 직책을 '마다'한다라는 청원을 넣으며 원래 요청 금액의 일부만 바치는 행동), 위선자 홍영식의 해룡 털가죽 이야기 등이 있겠죠. 하여간 아첨꾼들과 탐관오리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재미있어요.
중반 이후부터는 흥선대원군과 민비 (명성황후)를 주인공으로 한 주요 사건들이 소개되는데 이것도 아주 흥미로왔습니다. 임오군란, 아관파천, 갑신정변, 청일전쟁 등 주요 사건 및 관련 인물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당시 인물 시각으로 파란만장하게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고종 및 순종 등 왕가와 흥선대원군에 대한 평가가 꽤 괜찮은 편이고 민비 (명성황후)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 그리고 김옥균에 대해서는 대역죄인으로 보고 있다던가 하는 등으로 저자의 견해가 엿보이는 부분에서는 역시 어쩔 수 없는 당대 선비구나 싶기도 했고요.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아무래도 개인적인 글이기 때문이겠지만 동학운동, 을미사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되지 않는 등 주요 인물과 사건에 대해 빼먹는게 많다는 점, 그리고 내용의 많은 부분이 소문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의미있는 미시사 서적으로 보기에는 약간 어렵다는 점입니다. 원제인 <풍운한말비사>에 비해 자극적이면서도 내용과도 어울리지 않는 편역본 제목도 불만스럽고요.
또 명성황후를 민비라고 명기하는 것은 최근 편역된 책이라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역사책으로서의 기본이 안된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생생한 당대 인물의 시각을 느낄 수 있는 보기드문 책이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원제 그대로 풍운한말비사를 느끼고 싶으신 모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2013/05/01

돌아왔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블로그는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고민의 시간을 가지면서 제가 썼던 글들을 처음부터 한번 읽어보았는데 양도 양이지만 제 개인에게는 참 대단한 자료구나 싶어서 이걸 중간에 멈추면 오히려 잃는게 더 많겠더라고요. 어차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운영하는 블로그이기도 하니 시대의 변화같은 것을 신경쓸 이유도 없고 말이죠.
그래서 다시 시작해볼까 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이글루스에 쓴 글의 백업은 확실히 필요성을 느끼는데 유료로라도 XML 백업 서비스를 제공해 주었으면 합니다. 이글루스에 정도 많이 들었지만 최근 불안한 것도 사실이니까요. 이글루스도 유료화해서 백업 서비스를 제공하면 서로 Win-Win이 될 것으로 보이니 전략적으로 검토해주었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