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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4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 이와사키 나쓰미 / 권일영 : 별점 2.5점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 6점
이와사키 나쓰미 지음, 권일영 옮김/동아일보사

미나미는 소꼽친구 유키의 입원으로 도립고교 야구부 매니저를 대신 맡게 된다. 그리고 야구부를 갑자원에 진출시킬 결심을 하지만 방법을 알지 못해 고민하다가 "매니저"라는 직함에서 착안하여 "매니저", "매니지먼트" 관련 책을 서점에 문의하고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구입해 읽은 뒤 야구부에 <매니지먼트>에 실린 이론들을 도입하여 혁신을 추구하는데...

얼마전의 대히트작. 아이들 대상 소설로 보여 별 기대하지 않았는데 우연찮게 읽고나니 꽤 재미있더군요. 약체 도립 고교야구팀을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에 대입해서 갑자원으로 이끄는 과정이 나름 설득력있게 그려지고 있거든요. 예를 들자면 고교야구부의 정의를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 이라고 내린다던가, 엉망인 야구부원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일한 보람을 느끼게 하려면 일 자체에 책임감을 갖도록 해야한다. 그렇게 하려면 1. 생산적인 일 2. 피드백 정보 3. 지속적인 학습이 필수적이다."라는 원칙으로 훈련 방법을 정하고 야구부원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식으로 전개되는 식입니다.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라는 책이 과연 이 작품에 나오는 것처럼 어떤 조직에도 써먹을 수 있는 전지전능한 바이블인지는 솔직히 의문이나 개인적으로도 납득할만한 부분이 제법 있기도 했고요.

그러나 문제도 명확합니다. 일단 <매니지먼트> 소개에 주력한 탓에 소설로서의 가치는 그닥 크지 않다는 문제가 큽니다. 병으로 쓰러진 친구를 대신하여 야구부 매니저를 맡은 야구를 싫어하는 주인공이 갑자원 진출을 위해 친구와 함께 노력하나 결국 친구는 생명을 다하고... 야구부는 갑자원에 진출한다는 시대착오적인 줄거리는 청바지 통기타 시대에 멸종한 것 아니었나요? 차라리 <구로깡> 처럼 "이기려면 나에게 돈을 내라!"라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는게 더 현대적이었을텐데 말이죠.
게다가 이야기의 또다른 핵심인 야구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라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버려야 할 것을 버려야 한다는 피터 드러커의 이론에 따라 이노베이션을 해야 한다면서 기존 고교야구를 낡은 것으로 치부한 뒤 보내기 번트와 볼을 치게 만드는 투구기술을 버리고 전진 수비로 수비를 강화한다 어쩌구 하는 작전이 핵심인데... 선구안은 훈련에 의해 키워지는 것이 아니죠. 전진수비도 내야에 구멍이 많이 생겨서 위기상황에서만 쓰는 것이고요. 초구를 헛스윙해서 투수의 방심을 이끌어 내고 다음 공을 노려친다는 클라이막스 역시 어이가 없었습니다. 솔직히 야구를 잘 모르는 작가가 야구를 너무 우습게 본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래도 경영이론서를 청춘 야구 소설에 도입해서 재미나게 풀어낸 아이디어만큼은 높이 사고 싶습니다. 전혀 다른 책 두권을 동시에 읽은 것 같은 뿌듯함을 느끼게 해 준 것도 좋았고요. 책 자체의 재미는 별로 없을지라도 원전인 피터 드러커의 책보다야 7만배는 재미있겠죠. 별점은 2.5점입니다. 단, 야구보다는 매니지먼트에 관심있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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