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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4

유리고코로 - 누마타 마호카루 / 민경욱 : 별점 2점

유리고코로 - 4점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민경욱 옮김/서울문화사

행복의 절정에 있었던 료스케에게 애인 지에의 실종, 아버지의 말기 췌장암, 어머니의 교통사고로 인한 죽음이라는 불행이 연이어 닥쳤다. 실의에 빠진 료스케는 우연히 아버지의 방에서 발견한 비밀스러운 수기를 읽은 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그 글은 연쇄살인범인 여주인공의 고백을 담은 것으로, 자신의 출생 및 가족과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2012 오오야부 하루히코 대상’, ‘2012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5위, ‘2012 일본 서점 대상’ 6위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책이기도 하죠. 평단의 평도 좋고요. 

주인공에게 닥친 불운한 현실과, 료스케의 어머니 것으로 추정되는 충격적이고 비밀스러운 고백이 서로 교차되며 전개되다가 하나의 결말로 합쳐지는게 특징입니다. 덕분에 일종의 액자 소설 느낌도 전해 줍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닥이었습니다. 이유는 책 소개에서 극찬하고 있는 심리 묘사가 별로였던 탓입니다. 수기 속 주인공이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심리가 영 와 닿지 않았거든요. 말랑말랑한 순정만화 감수성 넘쳐나는 묘사만 가득하고, 정작 깊이 있는 캐릭터 설정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만화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웃집 누나 같은 평범한 소녀 연쇄살인마에 불과합니다. 이 캐릭터가 작품의 핵심인데 이렇게 밍숭맹숭 애매하게 묘사한 건 큰 문제이지요. "미래일기"의 가사이 유노 정도의 설득력은 보여줬어야 했습니다. 캐릭터 묘사보다 료스케의 사업인 애견들을 뛰놀게 만드는 공원 카페 설명이 차라리 더 좋아보일 정도였습니다.

마지막 료스케 살인 미수(?) 후 가족을 떠나, 갑자기 개과천선하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고, 전개 방식도 다른 작품들에서 많이 접해보았던 것이라 딱히 신선하지 못합니다. 료스케가 읽는 수기의 주인공 정체에 대한 진상도 너무 뻔했고, 마지막 반전(?) 역시 예상 범위 안에 있어서 딱히 대단하다고 생각되지 않았어요. 수기를 발견하여 읽게 되는 발단부의 작위성, 막장 드라마 같은 지에에 대한 묘사 등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물론 "이런 작품을 이런 스타일로 쓸 수도 있구나" 하는 신선함과 더불어, 수기에서 "유리고코로"라는 말로 자신의 알 수 없는 감정(살의)을 묘사하는 것, 그리고 료스케의 동생 요헤이의 이론적인 추리라든가 지에의 남편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 정도는 괜찮았으나, 분량에 비하면 건진 게 많아 보이지는 않네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 전체적으로 너무 뻔한 작품이었습니다. 구태여 구해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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